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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ld 특파원 블로그] 백악관 미생들, 고스펙 백수로 워싱턴서 쫓겨나

    “큰 꿈을 안고 워싱턴에 왔는데 취직이 어려워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아 지역에 관심 많아 2년 전부터 기자로부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워 온 미국인 A(28)씨는 7일(현지시간) 기자와 만나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말 미 최고 명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한 뒤 백악관과 국무부 등 정부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했지만 결국 취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족이 있는 고향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 일자리를 알아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어 등에도 능통하고 최고 성적으로 졸업한 그가 정부와 정부 관련 기관에 취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 최근 졸업한 젊은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 부처는 물론, 정부 관련 컨설팅회사나 싱크탱크 등도 새로운 일자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때부터 ‘워싱턴의 오물’을 빼고 정부를 대폭 축소하겠다며 최근 통과된 예산안에서 국무부 예산을 30%나 삭감하는 등 국방비를 제외한 모든 예산을 삭감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을 비롯, 모든 부처가 인력 채용을 하지 않거나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A씨의 대학원 친구인 B씨도 백악관 무역대표부(USTR)에서 6개월 이상 무급 인턴으로 일했지만 결국 정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낙심한 B씨는 경력을 살려 정부 관련 유수 컨설팅사에 지원했지만 수개월째 “기다려라”는 답변만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 및 인근 명문 대학원을 졸업한 인재들이 정부 관련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 상당수가 백수인 상황”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일자리 확충 정책이 제조업에 국한된다면 양질의 젊은이들은 결국 그들이 실력을 발휘할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정부 및 컨설팅, 로비회사, 로펌 등을 바라보고 워싱턴에 입성한 젊은이들이 트럼프 정부 들어 백수로 전락하고 있다”며 “정부 내 자리가 많이 채워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일했던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취업시장에 나오고, 백악관 등에서 일하기 위해 정책 대학원을 졸업한 인재들도 자리가 없어 ‘취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北, 또 한국계 미국인 억류… 협상 앞두고 ‘인질 외교’

    북한이 최근 잇달아 미국인을 억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달 들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자제 중인 북한이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인질 외교’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일 평양과학기술대학 운영 관련 사업을 하던 미국 국적 김학송씨를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이유로 억류했다. 북한은 억류 바로 다음날 관영 매체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했다. 통신은 또 지난 3일에는 같은 학교 회계학 교수로 초빙됐던 미국 국적 김상덕씨를 역시 ‘공화국 법’에 따라 단속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은 4명으로 늘었다. 북한은 북·미 대화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인질을 붙잡고 있다가 미국 고위인사가 방북한 뒤 긴장 완화의 표시로 인질을 석방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올 2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 독살 사건이 발생한 뒤 북·말레이시아 간 단교까지 거론되자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 외교관 등을 사실상 인질로 붙잡은 뒤 협상을 벌여 관계 회복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에 최근 거듭되는 미국인 억류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은 과거에도 자국민 보호를 우선시하는 미국을 상대로 인질외교를 펼쳐 재미를 본 적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억류는 반인권적 조치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특별보고관으로서 사상 처음 북한을 방문한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장애인권리담당특별보고관은 이날 북한에서의 조사 활동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방북 기간 아길라 보고관의 동정을 전하면서도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 사퇴 이유가 중국의 미인계 때문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 사퇴 이유가 중국의 미인계 때문

    중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주중 미국 대사를 맡았다가 2013년 갑자기 사임 의사를 밝혔던 게리 로크(63) 전 대사가 중국의 미인계에 걸려 사토와 이혼까지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 미국 시애틀 KIRO7 방송에 따르면 “로크 전 대사의 부인 모나 리(李蒙) 여사가 이혼했음을 알렸다”면서 그 배경으로 중국 ‘미인계’를 거론했다. KIRO7방송사에서 기자로 근무한 적 있는 리 여사는 “남편과 이혼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책임 있는 가장이고 좋은 친구”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2014년 8월부터 별거에 들어가 이혼 수속을 밟았고 시애틀 킹카운티 법원으로부터 2015년 4월 이혼 허가를 받았다. 로크 전 대사는 뤄자후이(駱家輝)라는 중국명을 가진 화교 3세로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보스턴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민주당 하원 의원에 당선된 그는 상무부 장관, 워싱턴주 주지사 등을 거치면서 가는 곳마다 미국 내 중국계 정치인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며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되며 각광을 받았던 인물이다. 리 여사도 화교 명문가 출신이다. 할머니가 쑨원(孫文·1866∼1925)의 외아들 쑨커의 둘째 부인으로 윈난지역 먀오(苗)족 공주였다. 로크 전 대사는 부임 2년 반 만인 2013년 11월 “시애틀의 가족과 함께 지내겠다”며 석연찮은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정가에선 대선 출마 준비를 한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홍콩 매체는 로크 전 대사가 베이징의 여성 기업인과 불륜을 저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때 리 여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혼외정사 소문을 부인하면서 온 가족이 시애틀과 베이징을 바쁘게 오가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남편의 사직이 가족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미인계에 동원된 여성으로 루크 전 대사 부부와 인터뷰를 했던 중국 유명 앵커 양란(楊瀾)의 이름이 거론됐다. 양란은 중국중앙(CC)TV 간판 앵커 출신으로 미디어산업에 뛰어들어 남편 우정(吳征)과 함께 양광 미디어투자그룹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다. 최근 중국 권력층 내부를 폭로한 중국 재벌 궈원구이는 우정의 신분이 중국 정보기관 소속의 공작원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부임 당시 공항에서 수행원 없이 가방을 등에 직접 매고 가족과 함께 할인 쿠폰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시던 소탈한 모습으로 중국 대중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로크 전 대사는 중국 당국과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서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고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콩과 대만 매체들은 로크 전 대사의 이혼 소식에 미 태평양 사령부에 배속됐던 벤저민 비숍 예비역 중령이 2012년 한미합동군사훈련 및 작전계획 수립에 관한 기밀을 자신의 20대 중국 여자친구에게 넘긴 사례 등을 열거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 한반도 유사시 4단계 대책 마련

    美·日국민 공동 대피작전도 검토 일본 정부가 북한의 추가 도발이 발생하면 6만명에 가까운 한국 체류 일본인에게 위험이 미칠 수 있다고 보고 4단계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전했다. 1단계는 북한이 한국에서 테러를 준비한다는 내용 등이 사전 감지되면 외무성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불필요한 방문 자제를 요청하게 된다. 2단계는 남북한 간 총격전 등 경미한 충돌이 벌어지는 사례다. 외무성은 방문 중단을 권고하고 한국 체류 일본인 가운데 고령자와 여성, 아동 등의 조기 귀국을 권유한다. 3단계에선 정부가 대피와 여행 중단을 권고한다. 북한에 대한 미군의 폭격 등이 그 예다. 4단계는 북한의 대규모 공격 및 민간기 안전을 확보할 수 없어 공항이 폐쇄될 때 등이 해당된다. 외무성은 한국 체류 일본인을 대기소에 피난시키거나 자택에 머물게 한 뒤 주변 상황이 안정되면 좀더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하도록 유도한다. 부산에서 선박을 활용한 출국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분쟁 가능성이 고조되면, 주한미군 가족이 대피하는 등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면서 “현시점에서 위기 단계를 올릴 예정은 없다. 냉정하게 대응하길 바란다”고 신문에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주한미군과의 공동작전이라는 전제 아래 한국에 체류하는 미국인 대피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민간공항이 폐쇄되면 주한미군이 부산까지 미·일 양국 민간인을 육로로 수송하고 해상자위대 수송함 등은 부산에서 후쿠오카 등 서일본 지역까지 대피시키는 방안이 대책의 주요 내용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김혜주의 포크&라이프] 대통령 식탁의 무한 잠재력

    [김혜주의 포크&라이프] 대통령 식탁의 무한 잠재력

    대선 투표일이 코앞에 다가오니 두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1990년대 초반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빌 클린턴은 백악관에 입성도 하기 전에 서신 한 통을 받았다. 앨리스 워터스라는 저명한 요리사가 이끄는 미국의 어느 요리사 단체가 보낸 것으로 백악관 요리 스타일에 변화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백악관의 요리가 너무나 프랑스풍이라는 것. 그리고 미국 요리가 세련미는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제 백악관이 앞장서 미국 요리의 진가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주방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백악관에 들어온 프랑스인 셰프가 맡고 있었다. 백악관의 대응은 즉각적이었다. 당장 백악관의 메뉴에서 더는 프랑스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영어에서 조리 용어만큼은 프랑스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실무진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모르겠다. 백악관은 그렇게 과하다 싶을 정도까지 움직였다. 그리고 서신이 당도한 날로부터 1년 후 프랑스인 셰프를 떠나보낸 백악관 주방은 미국인 셰프를 맞이했다. 그는 백악관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실시한 공개 모집을 통해 채용된 셰프로 당시 경쟁률이 무려 4000대1에 이르렀다고 한다. 2014년 11월 대한민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피에르 가니에르(프랑스), 호안 로카(스페인), 르네 레드제피(덴마크) 셰프를 청와대로 초청하여 오찬을 함께했다. 세계 최정상의 셰프들에게 한식의 가치를 설명하고 한식이 세계와 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식탁에는 초청 인사 중 한 명이었던 가니에르 셰프가 만든 프랑스 코스 요리가 올랐다. 메뉴를 보니 코스마다 김치, 홍삼, 고추장 등이 조금씩 사용되긴 한 것 같았다. 그런 요리는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요리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내 집에 초대한 손님의 수고를 빌려 가면서까지 그런 음식을 내놓았을까. 또 어떻게 초청 인사에게 요리를 준비시켰는지. 청와대 주방에는, 대한민국 요리사 중에는 그날의 식탁을 맡길 만큼의 실력자가 없다는 말인가. 무슨 속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읽히는 모양새는 딱 그러했다. 100% 한식 상차림을 피하고 싶었다면 모던 한식 쪽으로 선회했어야 했다. 그 자리에는 이미 뉴욕에서 모던 한식으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을 두 개씩이나 받은 한식당의 오너셰프도 동석해 있었다. 모던 한식이기만 하였더라도 더 다양한 우리의 식재료를 맛보여 주고 소개할 수 있었을 텐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나는 그때의 이벤트가 아직도 창피하고 안타깝다. 프랑스 엘리제궁의 식탁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요리들만이 최고의 프랑스제 그릇에 담겨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엘리제궁은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해외 언론에 프랑스 요리와 요리 문화를 세일즈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또 어떤가.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영국 와인의 위상은 아직 미미하지만 영국 정부의 대접은 극진하다. 샴페인 일색이었던 최고위급 만찬장에서는 이제 심심치 않게 영국산 스파클링 와인이 등장한다고 한다. 버킹엄궁 와인 저장고에는 프랑스 와인 다음으로 영국 와인이 가장 많이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의 식탁 운영 방식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폐쇄의 빗장을 풀고 다른 나라들처럼 청와대 식탁이 우리 음식 문화를 알리는 최일선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누가 알겠는가. 하다 보면 천송이의 치맥이 가져온 효과보다 더한 일을 청와대 식탁이 해낼지 말이다.
  •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제3문화 아이들(TCK)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제3문화 아이들(TCK)

    “아빠, 난 누구야?” 저녁 식사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이 질문을 던진 아이의 나이는 열두 살. 어린 아이의 질문치고는 제법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진다. 한국인 부모 밑에 태어나 미국에서 유치원까지 다니고, 초등학교는 캐나다에서 마친 후에 한국에 1년 동안 방문을 하러 온 사이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왜 그런 질문이 생겼을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온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자신이 늘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 캐나다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한국 사람인지 캐나다 사람인지 헷갈린다는 뜻이었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에 정체성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수업 시간에 글로벌 환경에서의 생활에 대해 설명하면서 실제 있었던 이 아이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수업을 마칠 때 키가 큰 한 백인 남학생이 다가오더니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다. 나이는 스물한 살. 아버지는 영국인, 어머니는 독일인. 지금은 캐나다에 살고 있다. 수업 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다면서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이 된다고 한다. 딱히 영국인도, 독일인도, 그렇다고 캐나다인도 아닌 자신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스스로 혼란스럽다고 한다. “영국인도 되고 독일인도 되면서 동시에 또 캐나다인도 되는 그런 새로운 종류의 사람들을 세계인이라고 하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라고 얘기를 해 주었더니 공감과 위로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나라들 사이에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처럼 새로운 종류의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의 문화적 배경과 상이한 문화 환경에서 자라게 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제3문화 아이들’(TCK ? Third Culture Kids) 혹은 ‘뿌리 없는 아이들’(rootless children)이라고 부른다. 제3문화라고 하는 것은 부모에게서 배운 제1문화, 외국 생활에서 습득한 제2문화와 비교되는 개념으로서, 이 두 가지 문화가 자신 안에서 융합되어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때 이를 제3문화라고 한다.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생활을 한 해외파견자, 외교관, 선교사, 이민자의 자녀 중에 제3문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직도 편협한 국수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제3문화 아이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 생활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서 생활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편견 및 오해를 받는 일은 다반사다. 때론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탓에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럴 때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도 드물고 털어놓고 상담할 대상도 마땅하지 않아서 더욱 힘들다. 그러나 제3문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장점도 많다. 자동차를 비유로 들면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문화에 의존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문화들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들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창의력, 포용성, 이문화 감수성, 열린 마음의 자세, 적응 능력 및 지적 능력에서 수월성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문제를 해결할 때 한 문화의 관점이 아니라 서로 상반되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문화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해결을 할 수도 있어 3차원의 인재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제3문화 아이들의 시대가 올 것이다.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 및 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은 제3문화 아이들의 장점들과 많이 겹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표적인 제3문화 아이였다. 미국인 어머니, 케냐 아버지에 어릴 때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랐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남달리 유연한 세계관, 다양성에 대한 존중,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력 및 친화력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을 뿐 아니라 임기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현상은 제3문화 아이들의 장래가 밝다는 것을 시사한다.
  • [핵잼 라이프] 살구색 피부·검은 머리카락 한국 위상 알리는 귀염둥이

    [핵잼 라이프] 살구색 피부·검은 머리카락 한국 위상 알리는 귀염둥이

    아시아계 두 번째 ‘지양’ 판매 2년 전 유튜브 공개때 큰 인기북미 지역 어린이에게 인기 높은 인형 제조사인 ‘아메리칸걸’에서 처음으로 한국계 미국인 인형이 출시됐다. 최근 아메리칸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한국계 인형인 ‘지양’(Z Yang)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계로는 두 번째, 한국계로는 최초인 지양의 정확한 이름은 양수지다. 수지는 살구색 피부에 검은색 머리카락,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를 갖고 있다. 회사 측이 설정한 수지의 캐릭터도 구체적이면서 특별하다. 수지는 시애틀 출신으로 직업은 창의력이 뛰어난 영화감독이다. 많은 친구들과 사귀고 소통하며 작품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수지 인형의 키는 46㎝ 정도며 이외에 카메라, 트라이포드, 노트북, 비디오 모니터 등 여러 액세서리를 함께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수지 인형의 출시 소식은 앞서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아메리칸걸 측은 “학부모와 아이들로부터 다양한 캐릭터의 인형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수지의 경우 2년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처음 공개돼 큰 인기를 얻었던 캐릭터”라고 밝혔다. 현지 한인 사회에서는 “다문화 다인종의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들의 위상이 올라갔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조치로 여겨진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수지에 앞서 제작된 아메리칸걸의 첫 번째 아시아계 인형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설정된 ‘아이비링’으로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2014년 판매가 중단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美국무 “北 추가제재 준비…현재 압박 20~25% 수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일이 많이 남아 있으며 현재 대북 전략이 전체의 20~2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발언에 따른 후폭풍을 무마하고 국제사회에 단합된 대북 압박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하원은 새 대북 제재법을 표결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3일 국무부 청사에서 직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대북 전략의 20~25% 수준에 있다”며 “북한을 계속 압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 가하는 압박은 5~6단계 정도”라면서 “북한의 행동이 추가 제재를 하는 데 타당한 것으로 드러나면 추가 제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며 북한이 이 점을 생각해 다른 길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유엔이 결의한 대북 제재를 국제사회가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조치를 경고했다. 그는 “만약 대북 제재를 신경 쓰지 않거나 북한에 협조하는 기업과 개인을 방치할 경우 미국이 직접 ‘제3국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핵 시설 타격” 앞서 레이먼드 토머스 통합특수전사령부(SOCOM) 사령관은 2일 하원 청문회에서 미군은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등 시설을 타격해 무력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 특수부대는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등 기지에 대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인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도 이날 MSN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과 불법으로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기관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있다”며 “전방위 제재를 함으로써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대(對)이란 제재 때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드너 소위원장은 “김정은이 미치광이라는 데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고 본다”며 “이자는 (핵무기를 사용해) 30만명의 미국인이 있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박살 내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원 새 대북제재 법안 표결 이와 관련, 미 하원은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발의한 새 대북제재 법안인 ‘대북차단제재현대화법(H.R.1644)을 표결에 부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 법안은 최근 여야 합의로 외교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만큼 본회의에서도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 등이 지난 1월 발의한 대통령의 ‘핵선제사용제한법안’을 뒷받침하는 청원에 50만명 이상이 서명, 이날 의회에 제출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프랑스까지 번진 자국우선주의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프랑스까지 번진 자국우선주의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월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연설에서 ‘미국 물건을 사라(Buy American), 미국인을 고용하라(Hire American)’라는 두 가지 간단한 원칙에 기반한 ‘미국 우선주의’를 세계에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현재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첫째는 미국 제품을 보호하고 통상 규제를 강화하는 자국 중심 무역체제의 건설이고, 또 하나는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기업에 우호적인 조세 및 규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미국 국내로 기업의 경제활동을 유치하는 노력이다. 자국우선주의는 비단 미국만의 일도 아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인 2016년 6월 영국은 유럽연합(EU)에 잔류하는 것이 난민 수용과 재정 부담 때문에 자국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브렉시트를 결정한 바 있다. 오랜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거나, 설사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도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고 느끼는 계층들이 증가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국우선주의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국가들은 국제 다자간 논의에서 때로는 자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일부 양보하며 세계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국제질서에 기여해 온 국가들이었다는 점에서 최근의 변화는 더욱 주목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체제는 미국에 불리하다며 미국이 특정 국가와만 협상하는 양자 논의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입장은 결국 협력적인 조정 가능성이 약화되고 힘의 논리에 따른 국제 갈등의 소지는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의 전신인 1951년 유럽 석탄·철강공동체,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1967년 유럽공동체(EC)의 설립을 주도하며 독일과 함께 전후 유럽의 평화적 공존에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프랑스까지도 자국우선주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특히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프랑스의 두 후보는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럽연합 탈퇴와 유로화 폐기를 주장하는 마린 르펜에게서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체제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마뉘엘 마크롱에게서는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기업 친화적인 경제 환경을 강조하던 트럼프의 또 다른 면모를 찾을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크롱은 현재 33%인 세계 최고 수준 법인세율을 25% 수준까지 인하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후보 각각마다 구체적인 정책은 다르지만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해 프랑스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방향은 동일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심지어는 각자의 핵심 공약에 해당하는 부분도 서로 차용한다. 예를 들면 마크롱이 주장한 정도는 아니지만 르펜도 중소기업에 법인세 부담을 줄여 주겠다고 약속하고, 르펜이 제안하는 유럽연합 탈퇴 수준은 아니지만 마크롱도 유럽연합을 개혁해 프랑스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결국 누가 프랑스 대통령이 되더라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국우선주의는 강화될 것이다. 물론 자국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둔 자국우선주의 정도라면 투자 유치에 도움을 줘 경제에는 오히려 활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국우선주의는 역사적으로 종종 자유무역을 규제하고 외국인을 차별하는 배타적인 국수주의로 이어지는 결과를 만들곤 했다. 대공황과 그 이후 유럽에서 전개된 국수주의에 기초한 극단적인 자국우선주의는 세계를 전쟁으로까지 몰고 갔다. 우리나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제기로 인해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다가오고 있다.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 압박이 가해질 경우 우리 역시 폐쇄적인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적 경제관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협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동시에 국제 정세의 소용돌이 상황에서 국수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해 유럽연합에서는 탈퇴했지만 오히려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와의 자유무역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영국의 냉철한 현실 인식을 참고해야 한다.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인쇄공장 속 파격 걸작들 개념 미술의 교과서 공간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인쇄공장 속 파격 걸작들 개념 미술의 교과서 공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 센트럴 역은 보자르 양식의 멋진 외관과 함께 세계 최대의 기차역이라는 명성을 지니고 있다. 44개의 플랫폼과 67개 노선을 거느린 이 역에서 허드슨 라인을 타고 한 시간 반가량 북쪽으로 올라가면 비콘(Beacon)이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한다. 이 자그마한 마을이 전 세계의 예술 애호가들에게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디아비콘’(Dia:Beacon)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을 지원 육성하는 비영리 단체인 ‘디아 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이 미술관은 1960년대 이후 활동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을 대표하는 대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현대미술사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기차를 타고 허드슨 강의 멋진 풍광을 즐기며 가다 보면 어느새 강변에 자리한 비콘 역에 도착한다. 뉴욕 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비콘은 허드슨 강이라는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미국 독립 이전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소도시다. 특별할 것도 없었던 조용한 마을이 주목받게 된 것은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오레오 쿠키, 리츠 크래커 등 비스킷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과자회사 나비스코사가 1929년 이곳에 포장지와 포장상자 인쇄 공장을 세우면서다. 허드슨 강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세워진 포장지 인쇄공장은 수십년간 가동된 뒤 문을 닫았고, 새 전시공간을 물색하던 디아 예술재단이 이를 사들였다. #엄청난 성격·규모의 실험적 작품들 전시 디아 예술재단은 1974년 미국 휴스턴 기반의 유명한 예술후원자인 도미니크 드 메닐 여사의 딸로 세계 굴지의 석유시추 재벌인 슐랭베르제 그룹의 상속녀인 필리파 드 메닐과 그녀의 남편인 예술품 딜러이자 수집가인 하이너 프리드리히가 설립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보다는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196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한 개념미술은 생각 자체도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애당초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작품이라는 결과물보다 그 이면의 개념을 함께 고려해야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1960~1970년대 회화와 조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나타난 경향을 가리킨다. 작가의 감정을 오브제에 싣기보다는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전시공간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관람자와의 물리적 관계에 주목한다. 무슨 의도인지 이해하기도 힘들고, 때로는 이런 것을 왜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품이 많다. 이런 창의적 사고 덕분에 세상이 진보한다는 확신을 갖고 재단을 만들기로 한다. 디아 예술재단은 창의력 넘치고 실험적인 작품을 하는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성격과 규모가 엄청나서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파격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실현 가능하게 지원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 의지를 담아 예술재단 명칭도 그리스어로 ‘~을 통하여’라는 뜻을 지닌 ‘디아’(dia)를 선택했고, 실제로 실험성 높은 작가들을 선정해 후원하거나 작품을 소장하며 전후 현대미술 발전을 이끌어 왔다.디아 예술재단이 선정해 프로젝트를 후원한 작가로는 독일의 전위예술가 요제프 보이스, 형광등을 이용한 조각을 시도한 댄 플레빈, 개념미술의 선구자 솔 르윗,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 단색의 추상적인 회화를 시도한 아그네스 마틴, 팝아트의 아이콘 앤디 워홀, 철판 조각의 대가 리처드 세라, 대지미술 장르를 개척한 월터 드 마리아 등이 있다. 원래 유명하기도 했지만 디아 예술재단의 후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경우도 많다. 재단은 뉴욕 첼시 지역에 디아 예술센터를 열고 1987년부터 2004년 문을 닫을 때까지 이들의 작품을 장기간 전시하며 현대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었다. 뉴욕의 10번과 11번 애비뉴 가로에 7000그루의 참나무와 돌기둥을 세우는 요제프 보이스의 ‘7000그루 참나무’ 프로젝트를 작가 사후에도 여전히 진행하는 것도 이 재단이다. #7000평 실내 전시공간에 전시 작가는 25명뿐 영구소장 작품을 상설 전시하기 위해 적절한 공간을 찾던 재단이 나비스코 공장을 매입했다는 것 자체가 예술계에선 큰 뉴스였지만 2003년 5월 ‘디아비콘’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는 더 큰 뉴스거리였다. 공장 건물 외관은 그대로 살린 채 전시공간을 최대한 크게 구획한 디아비콘은 규모로 보자면 뉴욕현대미술관(MoMA) 다음으로 크기도 하지만 그 크기보다는 소장한 작품들과 그 독특한 전시방법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만 3000㎡(약 7000평)에 달하는 실내 전시공간에 자리를 차지한 작가는 단 25명. 모두가 현대미술사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이름들이며 소장 작품도 그들의 대표작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관을 전시공간에 맞게 리뉴얼하는 데 총 5000만 달러가 소요됐다. 재정 압박을 받고 있던 중 반스앤노블의 레너드 리지오 회장이 재단의 설립이념을 높이 평가하고 3500만 달러를 통 크게 기부한 덕분에 무사히 미술관 개조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재단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전시장 이름을 ‘리지오갤러리’라고 이름 지었다. 비콘 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난 언덕길로 10분 정도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면 넓은 주차장이 나오고 붉은 벽돌 건물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 양쪽으로 카페와 서점이 있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전시공간이 시작된다. 미술관이라고 하면 꽉 막힌 화이트 큐브를 연상하게 되고,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 한꺼번에 전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디아비콘은 오래된 공장 건물의 벽돌과 철골, 콘크리트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천장과 벽의 창문도 그대로 살렸다. 특히 한 작가의 작품 한 점에 넓은 공간을 할애하고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 광선 아래에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함으로써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 예술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마다 작가와 작품 해설서를 비치해 놓고 있다.처음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로버트 어윈의 ‘입방체를 위한 헌정’이다. 한 방을 흰색 천과 긴 막대를 이용해 공간들을 만들고 조명을 설치해 공간감각을 느끼도록 해 놓았다. 작품 제작 기간은 1998년부터 2015년까지라고 표시돼 있다. 그 옆으로 가면 북쪽으로 난 긴 복도에 댄 플레빈의 형광등을 이용한 조각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미술관 지하에 설치된 플레빈의 형광등 작품은 장관이다. 북측 벽 쪽의 긴 방에는 마이클 하이저의 ‘북, 동, 남, 서’라는 작품이 설치돼 있다. 네모, 원, 네모, 원 모양으로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푹 파인 철 구조물이 작품이다. 하이저는 1960년대 후반 작품 무대를 네바다 사막으로 옮긴 후 사막을 파헤치거나 흙을 쌓고 바위를 끌어모으는 등 미술관에서 실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한 대지미술 작품에 몰두한 독특한 작가다. 기다란 실로 공간을 구획해 놓은 프레드 샌드백의 작품, 수학적 개념을 도입한 솔 르윗의 작품, 벽에 선반을 붙여 놓은 것 같은 도널드 저드의 작품, 깨어진 유리를 한 무더기 쌓아 놓은 로버트 스미손의 작품 등을 지나면 폐유조선 덩어리를 거꾸로 세워 놓은 것 같은 리처드 세라의 철판 조각이 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폐차장에 있어야 할 것처럼 자동차를 우그러뜨려 세워 놓은 것은 존 체임벌린의 작품이다. 특별한 날짜를 적어 놓은 온 가와라의 작품이 한 공간에 일렬로 걸려 있고 한 방에는 페미니즘 예술가 루이스 브르주아의 거대한 거미가 차지하고 있다.#인공조명 아닌 자연광 감상… 해 지기 전 문 닫아 미술관에서는 대부분의 작품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데 예외가 있다.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은 작가의 희망에 따라 촬영이 금지돼 있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대지미술을 오가며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창조적 욕망을 가시화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 뉴멕시코주의 외딴 벌판에 가로 1.6 ㎞, 세로 1㎞의 공간을 마련하고 쇠로 된 7m 길이의 장대 400개를 꼽아 놓고 인위적으로 번개를 불러오는 ‘번개 치는 들판’(1977)이 대표작이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 이 작품을 디아 예술재단의 후원으로 실현할 수 있었다. 금싸라기 땅 소호에는 대지 161㎡로 설명되는 ‘뉴욕 대지의 방’(1977)과 정확한 측정을 바탕으로 한 ‘부러진 킬로미터’(1977)가 40년째 전시되고 있다. 독일 카셀의 프리드리히광장에는 ‘수직 대지의 킬로미터’(1977)를 설치해 놓았다. 디아비콘에는 붉은 카펫에 나무토막으로 드로잉한 ‘360도’가 설치돼 있다. 오직 디아비콘의 공간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이 작품들을 보기 위해 비콘을 찾는 예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미술관은 자연광으로 감상하도록 하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문을 닫는다. 연중 화요일과 수요일은 휴관하며 1월부터 3월까지는 목요일도 휴관이어서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헛걸음을 피할 수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美 인기 인형회사, 사상 첫 ‘한국계 인형’ 출시

    美 인기 인형회사, 사상 첫 ‘한국계 인형’ 출시

    북미지역 어린이에게 인기높은 인형 제조사인 '아메리칸 걸'에서 처음으로 한국계 미국인 인형이 출시됐다. 최근 아메리칸 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한국계 인형인 '지 양'(Z Yang)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계로는 두 번째, 한국계로는 최초인 지양의 정확한 이름은 양수지(Suzie Yang)로 살구색 피부에 검은색 머리카락,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를 갖고있다. 회사 측이 설정한 수지의 캐릭터도 특별하다. 수지는 시애틀 출신으로 직업은 창의력이 뛰어난 영화감독이다. 많은 친구들과 사귀고 소통하며 작품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수지 인형의 키는 46cm 정도며 이외에 카메라, 트라이포드, 노트북, 비디오 모니터 등 여러 액세서리를 함께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수지 인형의 출시 소식은 앞서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아메리칸 걸 측은 "학부모와 아이들로부터 다양한 캐릭터의 인형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수지의 경우 2년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처음 공개돼 큰 인기를 얻었던 캐릭터"라고 밝혔다.   한편 수지에 앞서 제작된 아메리칸 걸의 첫 번째 아시아계 인형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설정된 '아이비 링'(Ivy Ling)으로 2014년 판매가 중단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관절 꺾으며 기괴하게 이동…화제의 남성 정체는?

    관절 꺾으며 기괴하게 이동…화제의 남성 정체는?

    공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악령에라도 씐 듯 자신의 관절을 기괴하게 꺾어가며 기어가는 한 남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최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위와 같은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은 이 남성이 바닥에 뒤로 쓰러진 뒤 고전 공포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한 소녀가 악마에 지배당한 다음 몸을 뒤로 꺾어 거미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완벽히 묘사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몸을 우리 같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관절을 꺾어가며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실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내게 악몽을 가져다줘서 고맙다. 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는 인간 피부를 가진 문어 같다”고 말했다. 이번 영상으로 ‘거미 인간’이라는 별명까지 생긴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괴물 전문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 트로이 제임스. 그는 캐나다 공포 영화 ‘더 보이드’와 미국 뱀파이어 드라마 ‘스트레인’ 시리즈에 출연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22일 한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처음 공개돼 조회 수 2만 6000회 이상을, 그달 28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되면서 3700만 회 이상이라는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0억 달러 이상 ‘현금왕’ …中, 美 제쳐

    10억 달러 이상 ‘현금왕’ …中, 美 제쳐

    중국인의 부(富)가 지속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중국 흥업은행과 미국의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이 공동으로 발표한 ‘중국사인은행2017(中国私人银行2017)’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중국인의 개인 금융 투자 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중국인 개인 소유 전체 금융자산이 126조 위안(약 270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에 이어 2위 규모다. 또한 같은 시기 금융 자산 규모 100만 달러(약 11억 4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가정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07년 39만 호에서 지난해 기준 212만 호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자산을 소유한 연령대는 주로 40~60대였으며, 이들은 지난 80~90년 시기 해외 무역업에 종사하며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수석 경영자 RichLesser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인의 금융 자산 규모는 크게 성장했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성장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오는 2021년 기준, 중국인의 금융 자산 규모는 220조 위안(3616조원)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인의 금융 자산 급증 현상에 대해 지금껏 부동산 투자에 몰리던 자산이 새로운 형태의 투자처를 찾는 다변화 양상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최근 발표된 ‘2016 후룬리포트’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급성장하는 중국인의 부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10억 달러(1조 1340억원) 이상 현금을 보유한 중국인의 수가 594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같은 금액을 소유한 미국인의 수를 초과한 수치다. 또한 100만 달러 이상 금융 자산을 보유한 212만 호 가정은 중국 전체 4억 호 가정 가운데 약 0.5%에 불과, 이들이 13억 중국인이 소유한 전체 금융 자산의 약 43%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의 쏠림 현상에 대해 베이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관계자는 “4억 호에 달하는 중국 전체 가정 가운데 0.5%의 가정에서 소유한 부의 규모가 전체 3분의 1을 넘어선다”면서 “이는 전 세계에서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는 수치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최빈국 국가의 경우 해당 국가 1%의 가정이 소유한 자산이 국가 자산의 25% 이상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씨줄날줄] 트럼프와 백악관 기자단 만찬/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트럼프와 백악관 기자단 만찬/최광숙 논설위원

    2016년 4월 임기 중 마지막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 연설에서 보여 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영락없는 개그맨이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해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외교정책 경험이 없다고 걱정한다죠? 하지만 트럼프는 수년 동안 숱한 세계 지도자들을 만났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백악관 출입기자단이 매년 봄 주최하는 만찬은 미 정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 중 하나다. 하이라이트는 대통령의 연설이다. 대통령은 유머와 풍자가 넘치는 연설로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 나선다. 때로는 대통령 스스로 ‘셀프 디스’로 망가지면서까지 웃음을 선사한다. 이 만찬은 대통령과 대통령을 비판하는 날 선 기자들이 이날 하루만이라도 ‘친구’로 지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1921년 캘빈 클리지 전 대통령이 처음 만찬에 참석한 이래 지금은 정치인과 언론인, 할리우드 배우 등 각계 저명 인사까지 참석하는 전통 있는 행사가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2차대전 기간 동안 다른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WHCA 만찬만은 참석했다. 백인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여기자들의 참석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만찬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여기자들도 만찬에 초대받게 됐다. 최초로 이 만찬에 참석한 여기자가 바로 백악관의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헬런 토머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제 WHCA 만찬에 불참했다. 그는 대신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취임 100일을 자축하는 유세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자단을 향해 ‘워싱턴의 오물’이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에 대해 “망해 가는 언론사이자 부정직한 사람들”이라고, CNN 방송 등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고 공격했다. 같은 시간 기자단 만찬장은 트럼프 성토장이 됐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 특종을 한 밥 우드워드 당시 워싱턴포스트 기자 등은 “언론은 가짜 뉴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 행사에 불참한 경우는 1972년 닉슨 때와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이 총탄 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 두 번뿐이다. 트럼프의 ‘언론과의 전쟁이 지지자 규합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정 운영에 도움을 줄 리 만무다. 오죽하면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가 “진실과 정의, 미국인의 길을 위해 싸워 달라”며 백악관 기자단에게 최신 커피 기계를 선물했을까. 트럼프로부터 맹공격받을 때마다 뉴욕타임스는 오히려 구독자 수가 늘어 나고 있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美, 무역·제조업 사무소 신설… 속도내는 ‘Buy 아메리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서명한 무역 관련 2개의 행정명령 가운데 ‘무역·제조업 사무소’ 신설과 관련된 내용이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모든 기존 무역협정을 조사하라’는 지시만 주목을 받았다. 백악관은 30일 “새 무역·제조업 사무소 창설로 미국은 무역 부정행위를 더는 용인하지 않으며 우리의 제조업과 방위산업 기지가 쇠락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요한 신호를 세계에 보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무역·제조업 사무소 신설을 통해 무역 자문을 맡고 있는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을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시행하는 영구직 지위로 승격시켰다. 트럼프는 대통령은 “‘메이드 인 USA’를 믿는다. 이런 기조는 점점 더 빠르게 돌아올 것”이라며 “미국인의 부와 일자리, 꿈을 되돌리기 위한 전례 없는 단계를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취임 100일 기념 집회를 열기 전에 인근 캠프힐에 있는 공구업체 에임스에 들러 환호하는 근로자 사이에서 행정명령을 체결했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서명했던 행정명령 중 6개가 무려 상무부에 지시한 것이다. 그만큼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날 서명으로 트럼프는 취임 100일간 32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초임 대통령으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루스벨트는 취임 100일간 99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편 미 상무부는 무역협정 관련 행정명령에 따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의 무역협정에 대해 조사를 벌여 180일 이내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무역협정에 합의할 때마다 항상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이 있었다”며 “예측이 잘못됐다면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행정명령·힘의 외교로 보여준 ‘美 우선주의’

    행정명령·힘의 외교로 보여준 ‘美 우선주의’

    최초의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의 100일간 활동을 요약하면 ‘주류 언론과의 전쟁’과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행정명령 발동, 힘을 통한 외교 등으로 좌충우돌의 극치를 보여 줬다는 것이 미 언론의 평가다.그는 대선 캠페인 때부터 자신을 비판해 온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며 매일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뉴스’를 올려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미국을 위대하게’와 ‘미국 우선주의’는 지난 100일간 무수한 행정명령과 법안으로 표출됐다. 그렇지만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등 좌절을 맛봤다. 북핵·미사일 문제와 시리아 문제 개입, 대테러 활동 강화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신(新)고립주의라기보다 국익을 앞세운 ‘힘의 외교’를 보여 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8가지 치적’ 이메일 공개… 행정명령 강행은 쓴맛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100일 치적은 자신이 지명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공화당의 ‘핵 옵션’을 통해 상원 인준을 받아 취임한 것이다. 고서치 대법관의 대법원 입성으로 대법원은 보수 우위로 기울어져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전국위원회(RNC)를 통해 지지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이 지난 100일간 달성한 ‘8가지 치적’을 열거하며 고서치 대법관 지명과 그의 활동을 두 번째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내가 첫 100일간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하더라도 대법관 임명을 포함해 실제 많이 했지만 언론은 깔아뭉갤 것”이라며 고서치 대법관 지명을 대표적 성취로 내세우며 이를 경시하는 언론을 비판했다. 미국 언론은 “미·중 정상회담에 가려 공화당의 핵 옵션으로 겨우 이뤄진 고서치 대법관 임명은 100일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메일에서 가장 먼저 밝힌 치적은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설치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다. 미국이 먼저 장벽 설치 비용을 낸 뒤 멕시코로부터 받아내겠다는 그의 계획은 미 의회에서 승인을 받기 어려워 실제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산을 사라’ 행정명령 ▲키스톤·다코타 송유관 사업 승인 ▲낙태지원단체 예산 지원 금지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총기 규제 완화 추진 ▲과격 이슬람 테러 관련 국가로부터의 이민 제한 명령 ▲미국 공장 및 중소기업 대상 규제 철폐 등을 나열했다. 이들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또는 메모를 통해 추진한 것들이다. 그러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비롯해 ‘오바마케어’ 폐기를 위한 ‘트럼프케어’ 입법화는 모두 법원과 의회에서 막혀 이뤄지지 못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29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지시 현황은 행정명령이 30건, 대통령 메모가 28건, 대통령포고 19건으로 미국의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첫 100일 사이 이례적으로 많은 행정지시를 남발했다는 평가다. 스콧 시맨 유라시아그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나 법원 협조 없이는 혼자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행정명령만 남발하고 있다”며 “앞으로 쏟아질 행정명령도 의회에서 예산 통과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北·中·시리아 등 외교정책 평가는 엇갈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맞닥뜨린 시련은 러시아가 미 대선에서 그를 도왔다는 ‘러시아 커넥션’이었다. 자신의 측근이 러시아와 내통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된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공격을 한 시리아 정권을 상대로 미사일 폭격을 단행,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미·러 간 갈등 구도를 형성했다. 시리아 내전 불개입과 친러 성향 기존 입장을 한꺼번에 뒤집은 것이다. 오바마 전 정부 때 망설였던 시리아 공격과, 러시아와의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말 바꾸기 정책 선회가 됐지만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제서야 트럼프가 현실을 깨닫고 정신을 차리고 개입주의 외교를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정책 선회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막고자 중국을 끌어들이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자신의 대선 캠페인 공약에서 물러서는 등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용론도 버리고 나토와 함께 대테러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폭격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폭탄을 투하한 것은 ‘트럼프 독트린’이 불(不)개입을 골자로 한 신(新)고립주의가 아니라 국방비와 군사력 증강을 통한 ‘힘에 의한 외교’를 보여 준다는 평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 개혁, 건강보험, 이민, 무역 등을 진전시킬 것이다. 큰 성공을 거둔 첫 100일”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100일 성과에 대해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형태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계획을 지켰지만 변화와 융통성,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불안한 좌충우돌은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로 이어졌다. 첫 임기 4년에 대한 평가는 훗날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씨줄날줄] 北의 인질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北의 인질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2009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 길에 오르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에게 신신당부한 것은 “웃지 마세요”였다. 당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을 구출하라는 특별 임무를 받은 빌이 웃겨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게 힐러리의 판단이었다. 빌은 웃지 않는 ‘기술’을 열심히 연습했다.실제로 평양 체류 동안 찍힌 빌의 사진은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고 무표정하게 굳어 있다. 그의 뛰어난 말솜씨도, 부드러운 미소도 철저하게 억누른 모습이었다. 이런 계산된 행동 끝에 김정일과의 면담 후 그는 여기자들을 구출했다. 북한은 불리한 정세를 모면하기 위해 외국인을 붙잡아 협상 카드로 이용하는 ‘인질 외교’를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3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와의 갈등이 극에 이르자 북은 말레이 국민 9명을 인질로 삼았다. 북에 강경한 태도이던 말레이 정부도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보니 결국 북의 요구대로 김정남 시신을 북에 보냈다. 특히 북한은 미국과 초강경 대치 국면일 때 미국인들을 억류해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꼼수를 부린다. 북한은 지난 2013년에도 2년여간 북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를 내세워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다. 결국 2014년 11월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들고 방북한 뒤 배씨는 겨우 풀려났다. 배씨는 비망록에 “북한 검사가 ‘중요한 것은 재판 후 미국의 대응이다’라고 말했다”고 썼다. 힐러리는 이 같은 북한의 인질 외교를 소상하게 밝힌 적이 있다. 그는 2015년 미국의 한 방송에서 여기자 구출 상황을 회고하면서 “북한 측은 저명한 미국인이 북한을 방문해야만 여기자를 사면해 주겠다고 말했다”며 “여러 저명한 미국인을 제안했으나 북측이 모두 거절했다”고 말했다. “북측이 원한 사람은 빌 클린턴이었기에 살짝 당황했다”고도 했다. 최근 북한이 지난 22일 평양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던 한국계 미국인 토니 김(한국명 김상덕)을 억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앞서 미국인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가 체제 전복 혐의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가 간첩 혐의로 북에서 장기 복역 중이다. 이로써 북에 억류된 미국인은 3명으로 늘었다. 이번에 억류된 토니 김은 중국 연변과기대 교수 출신으로 지난 10년간 북의 수재민과 고아를 돕는 등 인도적 지원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그동안 아무리 인질 외교로 원하는 바를 얻었기로서니 어찌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있나.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양들의 침묵’ 조너선 드미 감독 별세

    ‘양들의 침묵’ 조너선 드미 감독 별세

    영화 ‘양들의 침묵’과 ‘필라델피아’를 만든 조너선 드미 감독이 26일(현지시간) 식도암으로 별세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73세.드미 감독의 홍보 담당자인 애널리 파울로는 드미 감독이 이날 아침 자신의 맨해튼 아파트에서 부인 조애나와 세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식도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1944년 태어난 드미 감독은 1970년대 B급 영화의 거장인 로저 코먼 아래에서 영화제작일을 시작했다. 1974년 ‘여자수용소’를 연출하며 영화계에 데뷔했다. 1980년대에 코미디 영화인 ‘멜빈 앤드 하워드’, ‘스윙 시프트’, ‘섬싱 와일드’, ‘매리드 투 더 몹’ 등으로 지명도를 높여 갔다. 그는 1991년 앤서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 ‘양들의 침묵’을 제작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영화로 드미 감독은 1992년 제6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후 1993년 톰 행크스가 출연한 ‘필라델피아’를 연출했고, 이 영화로 톰 행크스는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드미 감독은 2000년엔 제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열린다. 유족은 조화 대신 이민자 보호 자선단체인 ‘이민자 정의를 위한 미국인’에 기부할 것을 요청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드미 감독의 별세가 알려지면서 그를 사랑했던 영화팬과 배우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영화배우인 탠디 뉴턴은 트위터에 “가장 뛰어난 감독이자 아버지, 친구, 활동가인 그의 죽음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IS 세력 약화에… 외국인 대원 이탈 급증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이 약화하면서 외국인 대원의 탈출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IS의 세력이 약화하면서 IS를 탈출해 터키로 넘어오는 국경에서 항복하거나 붙잡히는 외국인 출신 대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IS를 탈퇴한 20대 중반의 영국인 스티븐 아리스토두는 지난주 영국인 아내와 터키 남부 킬리스 교차로에서 경찰에 항복했다. 그는 이날 가디언에 시리아에 싸우기보다 정착하러 갔었다고 밝혔다. 경찰에는 시리아 반군이 올해 초 알바브를 탈환하기 전까지 IS 거점 알바브와 락까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가디언에 “터키와 시리아의 접경에서 터키 당국이 영국인을 구금했다“며 정부가 터키 당국과 연락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시리아를 탈출한 미국인 케리 폴 클레먼은 첫 부인과 이혼한 후 이슬람교로 개종했으며 이집트를 거쳐 두바이에 간 뒤 시리아 여성과 결혼해 자녀 3명을 두고 있다. 그의 가족은 이날 가디언에 인도주의 사업을 돕기 위해 지난 2015년 여름 시리아에 갔으나 그 사업은 사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터키 내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연락이 돼 터키 국경을 넘었으며 미국 대사관에 도착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IS 소식통들은 지난 4년간 외국인 대원이 시리아 북동부 락까와 타브카에 집중적으로 배치됐었으나, 최근 반군과 연합군의 지상공격에 이 지역마저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원이 급감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귀국한 IS 대원들은 자국 내에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라라폭스’, 올 8월 미국 월마트(Walmart)에 정식 론칭

    ‘라라폭스’, 올 8월 미국 월마트(Walmart)에 정식 론칭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 조치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타격이 심해지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K-뷰티 열풍이 조금은 사그라들었지만, 기업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각자의 살 길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에 패션회사 ㈜아이올리에서 론칭한 라라폭스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으로 다시 한 번 K뷰티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라라폭스는 급변하는 뷰티 트랜드를 선도하기 위한 뷰티 브랜드로 펜필드, 메종드매긴, 에고이스트, 플라스틱 아일랜드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해왔으며, 특히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에서 이름을 알리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라라폭스는 전체 월마트 오프라인 4,600개 매장 중 1,000여 개 매장에 입점하게 되며, 특히 온라인몰에도 입점하며 미국인에게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을 어필할 예정이다. 온오프라인에 선보이는 라라폭스 제품은 쿠션과 클레징, 립제품과 마스크팩 등 색조제품 52종이며, 가격대는 6~12달러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높은 품질과 VMD, 구성 등에서 타 브랜드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라라폭스 측이 내세우는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다. 월마트는 기존의 소비자들이 대형 오프라인 할인마트로 인식을 굳히는 것에 대해 경계하며,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수와 합병, 새로운 콘텐츠 개발 등으로 노력해왔다. 이번 라라폭스 입점 또한 온라인 비중을 높이기 위한 목표 아래 진행되었으며, 짧지 않은 협상 기간을 거쳐 2017년 8월 14일에 공식 론칭하게 되었다. 월마트 관계자는 “월마트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꿔 온라인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며 “앞으로도 패션과 뷰티, 잡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장시켜나갈 것”이라고 라라폭스 입점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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