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미국인들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 권고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 일상생활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 목격자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 아나운서
    2026-02-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962
  • 미국 정가 “북한의 낡은 수법에 미끼 물지 마라”

    미국 정가 “북한의 낡은 수법에 미끼 물지 마라”

    미국 정치권에서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는 담화를 내놓은 데 대해 “오래된 낡은 수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상·하원 의원들은 공화·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북한의 이번 담화가 오래전부터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목적으로 반복해 활용해온 ‘미끼 전략’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끼를 물지 말라”고 촉구했다. 특히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주장해온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오히려 강한 톤으로 북한의 전략에 말리지 않고 대북압박을 지속하라고 요구해 주목된다. 상·하원 의원들은 또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는 점도 비난하면서 연합훈련이 변함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민주당의 상원 원내사령탑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 발언에서 “이것은 북한 정권이 갑자기 온건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면서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북한이 수명을 다한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구금돼서는 안 되는 미국인들을 돌려보낸 것임을 기억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동의하면서 중대한 양보를 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썽을 피우는 위험한 정권과 하는 도박을 응원 중”이라며 “김정은은 원래 그들에게 한 양보였던 회담을 보장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양보를 하라고 미끼를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김정은에게 공짜로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또 “북한이 우리와 한국의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면서 “대통령이 이 훈련을 취소하고 김정은이 단 하나의 핵무기를 폐기하거나 한 번의 사찰이라도 동의하기 전에 더 양보하기 시작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이전에도 이런 게임을 하는 것을 봐왔다”면서 “우리가 군사훈련을 계속함으로써 힘과 의연함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이 눈 하나 깜짝하지 하고 이 훈련들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하길 요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정은은 분명히 우리 편에 어떤 약점 또는 자포자기, 또는 분열이 있는지 알려고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도 성명을 내고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뽑아내려는 가문의 전술을 사용하면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하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끼를 물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마키 의원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화염과 분노’ 같은 겉만 번드르르한 수사보다 더 좋고 더 책임 있는 대북 억제력”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깡패(goon)이고 잔인한 살인자이다. 그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삼류 국가의 수반”이라며 “그가 협상하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반죽음이 되도록 굶주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한 일을 잘 안다. 군사옵션이 있다, (여러) 옵션들이 협상 테이블에 여전히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북한의 발표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네디 의원은 “우리는 김정은이 쥔 것보다 더 좋은 카드를 쥐고 있다”면서 “대북 제재는 실제로 먹히고 있다. 우리는 그 제재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애덤 킨징어 의원은 CNN 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지금 약간의 공갈을 치고 있고, 그(김 위원장)가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국내 주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그저 북한이 낡고 오래된 패턴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공화당 마사 맥셀리 하원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최대의 압박 작전 덕분에 역사적인 외교적 돌파구를 잡았지만, 우리는 북한이 완전히 한반도를 비핵화하도록 실제로 행동을 변화할 때까지 김정은을 계속 강하게 움켜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공군 여성 조종사 출신인 맥셀리 의원은 “대통령이 우리에게 역사적인 기회를 줬고, 우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B-2 스텔스 폭격기의 짝퉁?…中 H-20 영상 첫 공개

    美 B-2 스텔스 폭격기의 짝퉁?…中 H-20 영상 첫 공개

    중국이 미국의 B-2와 유사한 H-20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중국산 신형 폭격기의 프로모션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B-2 스텔스 폭격기와 모양이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산 H-20 스텔스 폭격기는 최대이륙중량 10t, 항속거리 8000㎞의 성능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첫 독자모델인 H-20 폭격기에 세계의 눈이 쏠리는 상황에서, 최근 이를 개발 중인 중국항공공업공사(Aviation Industry Corporation of China, AVIC)는 이와 관련한 홍보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실제로 미국의 B-2 폭격기와 유사한 외형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까지 비슷한 홍보 영상의 내용이다. 비교가 된 영상은 2015년 미국 항공방위업체인 노스럽르러먼(northrop grumman)이 B-21을 소개한 것으로, 실제로 두 동영상을 비교해보면 폭격기가 베일에 감싸인 장면 등은 ‘완벽한 모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닮아있다. 해당 영상은 B-21 출시 전 미국인들의 최대 축제 중 하나인 슈퍼볼 경기 때 세계에 첫 공개된 것이며, 중국항공공업이 최근 공개한 영상 역시 베일에 감싸인 H-20의 모습과 함께 ‘The Next…’라는 영문 자막으로 더욱 유사한 느낌을 준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중국이 미국을 다분히 의식하고 견지하기 위해 일부러 같은 느낌의 홍보 영상을 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중국항공공업공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가 머지않아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해커를 동원해 B-2 스텔스 폭격기에 대한 자료를 훔쳤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이와 별개로 초음속 및 극초음속 폭격기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미국 폭격기 중 유일한 초음속기인 B-1 폭격기보다 빠른 기체가 등장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폼페이오 보좌진, 북에서 철갑상어 먹으며 죄책감”

    “폼페이오 보좌진, 북에서 철갑상어 먹으며 죄책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기자들이 숨막히는 13시간의 취재기를 공개했다. 이들은 평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고려호텔에서 대기하며 보냈으며 철갑상어, 랍스터 등 호화로운 음식이 제공되자 일부 국무부 관리들이 죄책감을 느꼈다고 전했다.워싱턴포스트(WP) 캐럴 모렐로 기자는 10일 ‘국무장관과 함께했던 북한 출장’이라는 제목으로 방북 취재 뒷얘기를 소개했다. 모레로와 AP통신 소속 매슈 리 등 2명의 기자가 동행했다. 이들이 국무부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건 지난 4일 오후. 평소와 달리 구체적 일정 등에 대한 사전설명 없이 ‘일회용 여행 금지국 방문허가 도장이 찍힌 새로운 여권을 받아두라’는 지침만 떨어졌다. 그리고 조그만 짐을 꾸려놓고 언제가 됐든 연락이 오면 곧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라는 것이었다. 모렐로 기자는 “난데없이 찾아온, 불확실성과 비밀로 가득 찬 초대였다”고 말했다. 이 비밀스러운 출장에 대해 그 누구한테도 미리 말하지 말라는 ‘함구령’도 떨어졌다. 이들 2명의 기자는 조용히 사무실 문을 닫고 국무부 관리들에게 “우리가 짐작하는 그곳에 가는 게 맞냐”고 물어봤고, 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3일 뒤 이들은 출발 4시간 전 공지를 받고 앤드루스 공군 기지로 향했다.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그리고 국무부 직원들이 하나둘씩 비행기에 탔다. 기자들은 이들로부터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이번 방북의 주요 미션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의사와 정신과 의사, 현장에서 곧바로 새 여권 발행 권한이 있는 영사국장 등이 함께 탑승한 걸 보고 북측의 억류자 석방 ‘선물’ 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폼페이오 장관 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평양 공항에 도착한 건 한국시간 9일 오전 8시. 무시무시하리만치 적막이 감돌았던 공항에는 레드 카펫이 깔린 위로 3명의 북한 관리가 나와 ‘영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들과 악수를 한 뒤 메르세데스 리무진에 올라탔고, 나머지 일행은 메르세데스 버스에 몸을 실었다. 수행 기자단 2명은 파란색 시트와 ‘미국 길’(American Road)이라고 적힌 판이 놓인 화려한 대시보드 등으로 꾸며진 널찍한 쉐보레 밴으로 안내를 받았다. 차량 행렬은 한적한 4차선 도로를 따라 15마일 정도 평양 시내 쪽으로 달려 화려한 대리석 바닥과 벽으로 꾸며진, ‘호화로운’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그 일행들이 38층에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은 뒤 기자 2명은 이로부터 10시간을 호텔 로비에서 보내며 ‘대기’해야 했다. 모렐로 기자는 “휴대폰과 와이파이도 안 터지고 정부 경호원 없이는 호텔도 떠날 수 없는 고립 상태였다”며 호텔내 식료품점과 공예품점, 선물가게 등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선물가게 안에는 ‘자유의 여신상 박살 내자’등의 반미 선전 문구들이 적힌 엽서들과 여러 언어로 번역된 김정은 위원장의 저서들이 비치돼 있었다고 한다.이후 폼페이오 장관을 환영하는 오찬이 열렸고, 기자들은 건배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잠시 위로 올라갔다. 철갑상어와 오리, 랍스터, 스테이크, 잣죽, 옥수수 수프, 바나나 아이스크림 등이 나왔다. 모렐로 기자는 “미국이 그토록 주민들을 착취하는 나라라고 맹비난해왔던 이곳에서 너무 많은 음식이 차려지자 폼페이오 장관의 일부 보좌진들은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고 적었다. 오찬 후 국무부 관리는 이들 기자에게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전언이라며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오후 4시에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기자들은 로비에서 대기해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고 90분 후인 오후 5시 30분에 돌아왔을 때 기자들은 폼페이오 장관을 붙잡고 ‘좋은 뉴스를 기대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얼굴에 미소를 띤 채 ‘행운의 사인’인 손가락을 꼬는 제스쳐로 낭보를 귀띔했다. 그로부터 국무부 관리가 15분 뒤에 “두 명의 북한 관리가 ‘특별사면’ 소식을 들고 폼페이오 장관에게 왔으며 (석방이)‘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전했다”는 뉴스를 기자들에게 알렸다. 오후 7시에 억류자 3인이 풀려날 것이란 소식이었다. 곧이어 대기하고 있던 의사와 영사업무 국장이 다른 호텔에 머물고 있던 억류자들을 태우러 나가는 모습이 로비에서 눈에 띄었고, 기자들도 ‘바로 밴에 다시 타라’는 지침을 듣고 공항으로 이동했다.이들 기자는 억류 미국인들에게 말을 걸 수 없으며, 가까운 거리에서 쳐다보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전달받았다. 이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강한 지침이 있었다고 한다. 억류됐던 미국인들은 비행기 중간 부분에 탔고, 기자들은 후미 부에 탔는데, 두 공간은 양쪽 화장실 사이에 비스듬히 설치된 커튼으로 격리돼 있었다고 한다. 기자들은 화장실도 오른쪽 것만 사용하라는 지시를 들었다. 억류자들이 석방돼 미국으로 공식적으로 넘겨진 지 1시간이 채 안 된 오후 8시 40분 비행기는 이륙했다. 요코타 기지에서 억류자들은 다른 소형비행기로 옮겨졌고, 폼페이오 장관과 수행단을 태운 비행기는 억류자들이 탄 비행기보다 20분 먼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기자들은 멀리서 자유의 몸이 된 억류자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맞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모렐로 기자는 “우리는 평양에 머물면서 호텔 로비를 거의 떠나지 못하면서 제대로 본 건 전혀 없었다”며 “그러나 이 수수께끼 같은 정권을 다루는 미국의 외교, 그리고 국무부를 다시 되살리려는 신임 장관의 노력을 일별하는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미 회담 새달 12일 개최] 트럼프 “특별한 밤… 한반도 비핵화 자랑스러운 업적될 것”

    [북·미 회담 새달 12일 개최] 트럼프 “특별한 밤… 한반도 비핵화 자랑스러운 업적될 것”

    트럼프 부부 새벽 2시 45분 마중 “꿈만 같다… 매우 매우 행복” 소감 취재진 200여명 붐벼 관심 반영석방된 미국인 3명이 탑승한 여객기는 예상보다 늦은 10일 오전 2시 45분쯤(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 활주로에 안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탑승한 여객기는 이보다 앞선 2시 30분쯤 도착했다. 길게는 31개월간 고통의 시간을 보낸 한국계 미국인들의 무사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두 대의 소방차를 이용해 초대형 성조기를 공중에 펼쳤다. 새벽 시간임에도 2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앤드루스 기지에 몰려들어 미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공군기지를 향하면서 트위터에 “그들(더이상은 인질이 아닌)을 환영하러 가고 있다”는 글을 올리면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북한에서 풀려난 자국민의 귀환을 현장에서 영접한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로 알려졌다.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 부부는 김동철·김학송·김상덕씨가 탄 여객기로 들어가 먼저 인사를 나눴다. 이후 트위터에 올린 여객기 안의 영상을 보면 이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고, 김상덕씨는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할 때 가슴에 손을 얹어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몇 분 후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함께 여객기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귀환자들은 열렬한 환호에 화답하듯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양손엔 승리의 브이(V)를 그려 보였다.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김동철씨는 “꿈만 같다. 우리는 매우 매우 행복하다”고 한국어로 말했고, 통역이 이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어떤 대우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노동을 많이 했고, 병이 났을 때는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감격 어린 목소리로 “정말로 위대한 이 세 명을 위한 특별한 밤이다. 이 나라에 있는 것을 축하한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이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억류자 석방과 더불어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곧바로 워싱턴DC의 월터 리드 육군 의료센터로 이송돼 검진을 받았다. 석방된 미국인들이 정보당국을 먼저 면담해야 하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이들의 가족 및 지인들은 기지로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 세 사람의 석방은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현실화한 성과다. 이들을 석방하는 것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사전 석방설도 불거졌다. 이어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이들을 언급하며 “주목하라”라는 트윗을 올리면서 송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들과 함께 돌아올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으로 이들의 송환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드디어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 이들은 국무부가 공개한 성명을 통해 “우리를 집에 데려다 준 미국 정부,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과 미 국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도쿄 인근의 주일미군 요코타 공군기지, 알래스카를 거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귀국 장면을 생중계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도 트위터를 통해 앤드루스 공군기지가 이들을 맞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등을 시시각각으로 올리면서 취재 경쟁을 벌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란 강경파 “핵 활동 착수”… 美·유럽 분열에 미소 짓는 中·러

    이란 강경파 “핵 활동 착수”… 美·유럽 분열에 미소 짓는 中·러

    친서방파 로하니 리더십 큰 상처 “유럽, 절대 보증해야 핵합의 유지” 이란 하메네이, 수정안도 거부 의사 英·佛 “핵합의 수호에 전념할 것” 러, 시리아·리비아 등 영향력 확대 中, CNCP 가스전 개발 반사이익이란의 핵무장부터 미국과 유럽의 동맹 균열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로 국제 정세에 격랑이 일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핵합의 파기가 이스라엘,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 위협을 높이고 중동에서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이란에서 강경파가 힘을 얻어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이슬람 종파 간 분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합의 성사에 따른 경제 개방을 최대 업적으로 삼았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로하니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이란의 친(親)서방·개방·개혁 세력의 약화도 불가피하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집권한 뒤 핵합의 및 개방 정책으로 전임 보수 정권에서 심각해진 경제난을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9일 “핵합의에 참석한 유럽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을 믿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이 핵합의 유지와 이행을 절대적으로 보증하지 않는다면 계속 우리가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진정 의문”이라고 밝혔다. 유럽 3개국은 그간 핵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에 재협상을 요구한 만큼 어떠한 핵합의 수정도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이란의 군부 및 종교계 등 강경·보수 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커졌다. 2015년 당시 핵합의에 깊이 관여했던 알리 코람 전 유엔 주재 이란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계략에 넘어가 국제 협정을 어겼다”며 “이제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강경파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경고했다.강경파가 로하니 대통령을 축출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날 “사악한 미국인들이 핵합의에서 발을 뺀 것을 환영한다. 애초에 믿을 수 없는 합의였고 미국의 파기 전에도 유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란 의회의 보수 정파 의원들도 핵합의 파기 소식이 알려지자 단상에서 성조기를 불태우고 미국에 항의했다. 이란 강경파는 우라늄 농축을 곧바로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아볼파즐 하산 베이지 의원은 “이란은 무능력했다. 이제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을 재개할 것”이라면서 “이슬람 공화국 이란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핵 활동에 나서겠다. 미국과 동맹국에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는 수일 내에 핵활동에 착수하겠다는 이란 강경파의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핵합의를 파기한대도 당장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또 핵합의를 지지하는 유럽과의 무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유럽의 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잇따라 미국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면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유럽에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의 엇박자는 비단 이번 이란 핵합의뿐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유보 등 유럽과 함께 추진한 다자 협정들에 제동을 걸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란 핵합의를 지키기 위해 전념할 것이며 다른 당사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이란 국영 TV 연설에서 “이란은 미국 없이 핵합의에 남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어떠한 제약도 없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핵합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미소를 띠는 건 러시아다. 러시아는 자국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였던 ‘미국과 유럽의 분열’을 큰 노력 없이 얻어 냈다. 시리아와 리비아 등지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러시아가 미국의 핵합의 파기를 이용해 ‘미국은 언제든 국제 합의를 깰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국가이며 시리아, 리비아가 의지할 만한 국가는 러시아뿐’이라는 식의 선전전을 벌일 수도 있다. 중국에도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CP)는 이란 사우스파르스 해상 가스전 개발에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만약 토탈, 지멘스 등 유럽 기업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우려해 사업에서 손을 떼면 경쟁자가 사라져 CNCP에 유리해진다. 이란의 적성국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재앙적인 이란 핵합의를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버락 오바마’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결정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트럼프 “文, 석방 도움 감사”… 文 “트럼프 결단·지도력 덕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에서)석방된 (미국인)3명 모두 건강하며, 이들의 석방이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석방에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권과 인도주의 측면에서 아주 잘된 결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과 지도력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한·미 정상은 오후 11시 20분부터 25분간 통화를 갖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 및 이날 석방된 미국인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토론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시간·장소에 대해서는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베트남에서 온 작가는 한국의 해물탕을 좋아한다. 이유는 국토 한 면이 바다에 접한 나라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어제 병원까지 다녀왔던 분이라 뵐 수 없겠지 했는데 다행히 시간을 내주셨다. 서태지가 나왔던 1991년 현재, 16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그의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은 제목만치 서글프다. 그를 만난 아침은 소설의 첫 장면처럼 축축한 습기로 가득했다. 소설 주인공 끼엔은 열일곱 살 때 북베트남 정규군에 입대한다. 당시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많이 자원입대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적병의 몸에 못을 박듯 한 발 한 발 방아쇠를 당겼던 끼엔은 전쟁 후 살아남은 단 열 명의 병사 중 한 명이었다. 전사자 유해발굴단으로 끼엔은 부대원이 몰살당한 지역을 찾아간다. 가는 곳마다 끼엔은 생시를 구별할 수 없는 혼령을 목격하곤 한다. 머리가 잘려나간 한 무리의 흑인 병사가 산기슭으로 행군하는 것을 보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전쟁이 갈라놓은 첫사랑 프엉도 찾아온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끼엔에게 프엉만은 확실한 존재였다. 하지만 전쟁은 프엉과의 추억을 앗아갔다. 전쟁은 그녀를 변화시키고,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죽지 않기 위해 끼엔은 글을 쓴다. 악몽과 현실 사이에서 버티고자 끼엔이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을 쓰는 일이었다.“신짜오(안녕하세요).” 중얼거리며 외웠는데 금방 잊은 인사말, 통역해 주시는 하재홍 선생께서 가르쳐 주셔서 인사할 수 있었다. 하 선생은 천호동에 있는 한 모텔에 머물고 있는 그를 모시고 내려왔다. 그는 담배를 맘대로 태울 수 있는 모텔이 호텔보다 좋다고 한다. 홍마초의 뿌리와 이파리, 꽃잎을 담뱃잎에 섞어 말아 피워 물고 환각에 들어가곤 했다던 북베트남 병사들이 떠올랐다. 꼬박 밤을 새운 나보다 더 초췌한 그를 만나 가까운 해물탕집으로 가려 할 때 비가 스멀스멀 내리기 시작했다. 전쟁 얘기를 시작할 때 마치 정글에 비 내리듯 한꺼번에 빗물이 쏟아졌다. 장딴지까지 차오른 핏물 속을 행군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벌건 내장을 드러낸 해물탕이 나왔다. ‘전쟁의 슬픔’은 시간의 흐름대로 쓴 톨스토이식 소설이 아니다. 끔찍한 비극의 찌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청년이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기억, 지금과 과거를 오가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다. 그렇다고 도스토옙스키의 글쓰기와도 달랐다. “그래요. 맞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에요. 처음부터 그렇게 쓰자 해서 쓴 소설이 아니라 쓰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내 소설이 도스토옙스키 소설과 비슷하다는 데 베트남어판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번역이 이상한지 읽기 어려웠어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1988년 베트남말로 번역됐는데 참 좋았어요.” 그가 ‘백년의 고독’을 읽었다는 말에 멈칫했지만, 단순히 마르케스의 영향으로는 읽히지 않았다. 신화나 전설을 차용했던 마르케스의 신화적 상상력과 달리, ‘전쟁의 슬픔’은 비극적 사실과 고통스러운 기억 자체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끌어 쓰고 있었다.소설에서 2375회나 이름이 등장하는 끼엔은 1969년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입대해 북베트남 보병사단의 병사로 서부고원 전선에서 싸웠던 작가의 이력과 유사하다. 다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가 보기에 끼엔이 아니다. 숨은 주인공이 있다. 끼엔이 외면적 주인공이라면, 950회 이름이 나오는 프엉은 내면적 주인공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작가들, 도스토옙스키나 카프카 같은 이들은 여러 인물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넣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끼엔은 베트남 전쟁을 겪은 베트남 병사의 일반적인 정서를 가진 인물이고요. 프엉은 내면의 제 자신입니다.” 마르케스와 다른 그의 글쓰기에는 베트남 특유의 상상력이 있었을 것이다. 죽은 혼령들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끼엔이 찾아가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죽은 ‘고이 혼’이라는 지역이다. 우리말로 하면 ‘혼을 부른다’는 초혼(招魂) 지역이랄까. 거기서 끼엔은 죽은 자를 두 눈으로 자주 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으스러진 육신을 끌고 다니는 귀신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곳이다. 정신병이 아니라 해질녘 나무들이 바람결에 내는 신음이 귀신의 노랫소리로 들린다. 소설에는 귀신 72회, 유령 24회, 혼령 18회, 망령이 4회 등장한다. 모두 죽은 이의 영혼들이다.“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상상력이 아니에요. 동남아 사람들은 육신이 사라져도 혼령이 일상에 함께한다고 믿지요. 내 작품에서 영혼, 귀신,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정서 속에 이렇게 남아 있다는 것을 그대로 쓴 거예요.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 전쟁에서 총에 맞아 죽어도 혼령으로 떠돌죠. 문화권이 다르면 이해하기 힘들겠죠. 공산주의 유물론의 관점에서는 유령이 뭐냐 하지요. 가톨릭 신도들은 영혼이 위로 간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위가 아니라 혼령은 영원히 우리 주변에 있다고 믿어요.” 작가로서 그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소통시키는 영매(靈媒)다. 죽은 자 중에 호아라는 여성 병사 얘기가 가장 마음 아팠다. 호아라는 이름은 이 소설에서 98회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세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호아는 부대원의 길을 인도하는 선도병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미군이 있는 곳으로 부대원을 인도했다. 그들을 포위한 미군이 다가오자 부대원을 남기고 호아가 미군에게 뛰어든다. 풀밭에 쓰러진 호아 위로 알몸의 미군들이 숨을 헐떡이며 먼저 차지하려고 으르렁댔다. 집단 강간당하는 장면을 숨어서 보면서도 끼엔은 수류탄을 던지지 못한다. 수류탄을 던지면 위치가 발각돼 죽을까 봐. 수류탄을 던지지 못했던 비겁함은 살아남은 끼엔에게 가장 아픈 트라우마로 남는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쟁 때 여군들이 생포되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미군에게 강간당한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 얘기를 쓴 거죠.” 영화 ‘지옥의 묵시록’, ‘디어헌터’, ‘택시 드라이버’, ‘람보’, ‘플래툰’ 등은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한 미국 영화다.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미국의 시각을 통한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오리엔탈이면서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베트남을 소비해 왔다. 이 영화들은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인들이 겪는 내면의 싸움이며, 자가치유 방식이다. 미국인이 겪는 베트남전 트라우마가 이 영화들이 주제다. 그나마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안정효의 ‘하얀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은 우리의 입장에서 전쟁이 파괴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한편 ‘전쟁의 슬픔’에는 영웅이 없다. 도박과 환각에 빠진 베트남 병사들이 등장한다. 짐승으로 오인해 민간인을 사살하는 장면도 나오기에, 베트남 정부로서는 지금도 꺼림칙한 소설이다. 승리한 전쟁을 ‘슬픔’으로 표현했다며 처음엔 제목이 ‘사랑과 숙명’으로 바뀌어 나왔다. 1995년 런던 인디펜던츠 번역 문학상, 1997년 덴마크 ALOA 외국문학상, 2011년 일본경제신문 아시아 문학상 등을 받았지만, 정작 베트남 정부로서는 감추고 싶은 금서(禁書)였다. 베트남 국내에서 학생들은 지금도 이 소설을 잘 모른다. 한국에 온 베트남 유학생에게 물어 보면 외국에서 이 소설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한국에 와서 알았다는 학생도 있다.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 끼엔처럼 그는 아직도 악몽에서 괴로워하는 걸까. 이만큼 끔찍한 소설을 쓴 사람이 정상인으로 살 수 있을까. 베트남 파병을 다녀와서 매일 군인 수통에 소주를 넣어 마시고, 군용 단도를 차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등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 한국인 얘기를 전했다. “많이 회복됐어요. 글을 쓰는 창작 활동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요. 그래요. 그럴 거예요. 전쟁 후 베트남 사람들은 그래도 주변에서 대화도 하고 함께 울어 주고 그러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더 심하게 트라우마를 겪었을 거예요. 미군이나 한국군은 낯선 타국에서 전쟁의 비극을 겪은 것이죠. 베트남 군인은 함께 전쟁을 겪은 베트남 사람들이 위로해 주고 풀 수 있었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았을 거예요. 대화 상대도 없으니 몸부림치다가 죽어갔을 거예요.” 이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4월 30일, 제27청년여단 소년병 500명 가운데 살아남은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의 트라우마로 방황하던 그는 어떻게 작가의 길을 선택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교수였던 아버지는 작가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전쟁 무용담이나 문학 작품 얘기를 많이 했죠. 군에 입대하고 6년 동안 전쟁터에 있느라 글을 잊었지요. 전쟁 끝나고 돈 벌러 다녔는데, 아버지 친구들이 글재주 있다며 기억해 주셔서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간 거죠. 처음엔 전쟁 중 청년들의 연애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가장 깊은 체험이 전쟁이었기에 전쟁 소설을 쓴 겁니다.” 그에게 글쓰기는 슬픔을 극복하는 생존 방식이었다. 통일을 경험한 베트남 작가로 한국인에게 전할 말씀을 부탁드렸다. “베트남은 무력통일이었기에 승자 북베트남과 베트콩이 남베트남 체제를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통일 후 갈등이 컸어요. 남베트남 사람 중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은 보트피플로 망명했어요. 전쟁을 통한 통일은 가짜 통일이에요. 진짜 통일은 평화를 통한, 대화를 통한 통일이에요. 기다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인내가 필요해요.” 현재 한국의 교역국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 3위는 베트남이다.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과의 교역을 중요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 소설과 베트남 문학은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텍스트다. 내년에 베트남 문학과 교류를 추진을 위해 베트남에 가볼 요량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2000년에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 작가회의 회장이었을 때 베트남 작가협회와 결연을 했어요. 이후 경제협력은 많이 하는데 문학 쪽 교류는 거의 없는 편이죠.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문학이 많이 번역되는데 한국 문학 번역은 고은, 방현석, 김영하 외에 뜸해요.” “깜언깜언(정말 감사합니다).” 배운 표현을 이제야 써 봤다.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씩 베트남 말을 써 봐야겠다. 해물탕이 많이 남았는데 더는 먹을 수 없었다. 위장이 아니라 마음이 쓰렸다. 아차,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의 필명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땅의 이름이다. 개울물도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흐르는 베트남의 지명이다. 그는 국제적인 인물로 적지 않은 인세를 받아 서방으로 이민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전쟁 중 정글에서 자던 병사처럼 지금도 허름한 곳에서 노숙인처럼 살아야 편하다는 그의 선조가 견디며 살던 땅의 이름이다. 1952년생 바오닌. 시인·숙명여대 교수
  • 김정은 ‘러브콜’… 억류 미국인 3명 곧 풀려날 듯

    김정은 ‘러브콜’… 억류 미국인 3명 곧 풀려날 듯

    트럼프 “주목하라” 석방 시사 3월 스웨덴서 美 접촉해 통보 한국인 6명 신병 문제도 주목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모두 알다시피 과거 정부들이 북한 노동교화소에 억류된 인질 3명의 석방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계속 주목하라”며 이들의 석방을 시사했다. CNN은 2일(현지시간)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 억류자의 석방이 임박했다”면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3월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이들의 석방 결정을 미국 측에 알렸다”고 전했다. 억류자가 노동교화소에서 나와 호텔로 이송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그들(억류자들)의 석방은 (미국에 대한) 선의의 표시로 보인다”면서 “그들의 안정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미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달 29일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전에 억류 중인 미국인들을 석방한다면 진정성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부활절 주말(3월 30~4월 1일) 평양을 극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미국인 3명을 아무 때나 풀어 주겠다”고 확약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식으로 한국인 억류자 6명에 대한 신병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통일부 관계자는 3일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석방 문제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인도적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이번 (남북) 합의 내용에서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이 있다는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만 언급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문화마당] 슈퍼맨보다 스파이더맨/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슈퍼맨보다 스파이더맨/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조지프 퓰리처(퓰리처상을 만든 언론인)는 자신이 발행한 신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조지 럭스의 만화 ‘옐로 키드’를 언론 재벌인 윌리엄 허스트의 신문에 빼앗기자 다른 작가를 기용해 ‘옐로 키드’의 연재를 이어 간다. 같은 제목의 만화가 두 개의 신문에서 동시에 연재된 것이다. ‘옐로 저널리즘’의 효시가 된 촌극이 말해 주듯 일간지에 인쇄된 만화의 영향력은 대중들이 ‘만화를 보기 위해 신문을 구독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막강했다. 다만 “상업주의의 도구로서 출발했기에 창작자들이 발전의 방향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미국에서의) 만화는 주류 예술의 언저리에도 끼지 못했다”고 김기홍 교수는 ‘만화로 보는 미국’에 적고 있다. 만화가 독립적인 매체로서 자리매김한 것은 DC 코믹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디텍티브 코믹스’ 앞으로 ‘빨간 팬티를 입은 히어로’가 도착하면서부터다. 때는 1938년, 대공항으로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뉴딜 정책이 실시된 이후 미국인들은 가혹한 생활고를 견디며 고투하는 중이었다. 거기에 파렴치한 범죄자와 탐욕스러운 자본가를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슈퍼맨이 나타났으니 대중들의 환호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 새로운 시대의 영웅을 만나기 위해 독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젖혔다. 이에 힘입어 어둠의 기사로 불리는 배트맨, 우주 경찰 그린랜턴, 아마존 부족의 여왕이었던 원더우먼이 차례로 등장한다. 하지만 미국 내 청소년 범죄의 증가가 만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대적인 검열이 시작됐고 만화산업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회사가 마블이었다. 그동안 2인자로 시류에 편승해 온 마블은 ‘저스티스 리그’(슈퍼맨, 배트맨, 그린 랜턴, 원더우먼 등이 힘을 합쳐 싸우는 슈퍼 히어로 팀)에 버금가는 떼거리 슈퍼 영웅들의 집합체 ‘판타스틱 4’를 창설한다. 이어서 감마선에 노출되는 바람에 화가 나면 괴력의 녹색 거인으로 변신하는 헐크, 방사능 거미에 물려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 스파이더맨, 방탕한 재벌 2세로 살다가 자신이 개발한 무기가 어떻게 쓰이는지 목도한 후 개과천선한 아이언맨이 등장하며 마블은 전성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DC의 캐릭터가 힘을 잃어 간 그 시기에 마블의 캐릭터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까닭은 전자가 말 그대로 슈퍼 히어로였던 데 반해 후자는 안티 히어로(영화나 소설에서 비영웅적이고 나약하고 소외된 인물로 그려지는 주인공)였기 때문이다. 즉 무결점의 전지전능하고 바른생활 사나이였던 슈퍼맨보다 악당들과 싸울 때 이외에는 어딘가 모자라 보이고 교우관계에도 꽤나 문제가 있었던 스파이더맨 쪽이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최근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의 개봉을 맞이하여 케이블 채널에서 날이면 날마다 틀어 주는 마블 영화들을 주야장천 관람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다들 남 잘난 꼴 보기 싫어하는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야말로 ‘나는 정의롭다’,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을 요구한다’는 식의 DC 캐릭터적 허세 마인드보다는 ‘나에게는 뭔가 문제(geek)가 있어’, ‘나는 정말 소심(nerd)하구나’라는 식의 마블 캐릭터적 겸손 마인드를 갖는 것이 세계 평화에 일말의 힘이나마 보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바야흐로 세계 평화에 동참하기 좋을 때 아닌가.
  • “판문점 어때?” 트럼프 트윗에 달린 네티즌 반응

    “판문점 어때?” 트럼프 트윗에 달린 네티즌 반응

    “마치 영웅 영화의 한 장면 같을 거예요.” “전쟁이 시작된 곳에서 전쟁을 끝내다니, 대단한 아이디어입니다.” “이미 노벨평화상은 당신거예요.”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어떠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물에 약 2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특히 많은 한국 네티즌들은 판문점 회담을 적극 환영한다는 내용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댓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중요한 국가간 행사를 SNS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나라가 (북미정상) 회담 장소로 검토되고 있지만 남북한 접경지역인 (판문점 내) 평화의집과 자유의 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일까. 그냥 한 번 물어보는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이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평화의 집을 추천한다. 전세계가 당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있는 것을 본다면 당신은 영웅이 될 것이다. 노벨상은 이미 당신의 것”이라고 치켜 세웠다. 또 다른 한국인 네티즌은 “물론이다. 역사적이고 상징적일거다. 트럼프 대통령님, 훌륭한 선택”이라고 적었다. 한 네티즌은 “비무장지대(DMZ)는 신성한 땅이다. 그곳에 간다면 전세계에 새로운 자유의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좋은 생각이다. 그곳은 평화와 자유를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의 사진을 프로필에 사용하고 ‘김정은’이라고 자칭한 네티즌은 “나 역시 판문점 회담이 좋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미국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도 북미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에 가서 억류된 미국인들과 함께 돌아와달라. 마치 영웅 영화의 한 장면 같을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트럼프 당신은 진짜 영웅이다. 누구도 전에 이런 일을 해내지 못했다. 당신이 모든 일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반면 냉소적인 댓글도 있었다. “아이홉(미국의 팬케이크 체인음식점)은 어떤가?”, “그냥 물어본다고? 당신 6살인가?”, “그냥 물어본다고? 지금 누구한테 묻고 있는 건가. 당신의 똑똑한 위원회에게 물어보는 건 어떤가. 그리고 왜 맨앞 철자를 다 대문자로 썼나. 맞춤법부터 배우길” 등이다. 보수 성향의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미국 정부는 북한이 모든 핵폭탄을 포기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 가해야 한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은 위장된 정치쇼에 불과했다. 반드시 기억해라.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순간, 그들이 남북을 하나의 공산주의 국가로 통일하려 한다는 사실을…”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미국의 ‘그랜드 마스터’ 이준구 사범 별세

    미국의 ‘그랜드 마스터’ 이준구 사범 별세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명 중의 한 사람’뉴트 깅리치 등 상·하원 의원, 알리·이소룡 등 제자 수두룩미국인들에게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태권도의 대부로 불린 이준구(미국명 준 리)씨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매클린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87세. 이씨는 1957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 대학 토목공학과를 다니다 1962년 수도인 워싱턴DC에서 도장을 차리고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강도를 당한 연방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강도를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태권도를 배우게 한 것은 유명하다. 이 일은 추후 미 전역에 태권도 바람을 일으킨 효시가 됐다. 명성을 얻은 그는 의회의사당 안에 태권도장을 설치하고, 상·하원 의원 300여 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톰 폴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그의 제자다. 워싱턴DC에 태권도를 전파한 지 40년을 넘긴 2003년 6월 28일, 당시 워싱턴DC 시장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이준구의 날’을 선포했다. 이씨는 또 2000년 미 정부가 발표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의 한 명으로 선정됐으며, 미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데도 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태권도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격투기의 영원한 전설 이소룡(브루스 리)의 태권도 스승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다. 이씨는 생전에 “제자를 숫자로 따지면 수백만 명은 될 것”이라며 “이소룡한테는 족기(발기술)를 가르치고, 나는 그에게서 수기(손기술)를 배웠다. 알리에게는 태권도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일흔을 넘겨서도 매일 팔굽혀펴기 1000개를 하고 송판을 격파하던 그는 7~8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한 후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부인 테레사 리 여사와 지미 리(메릴랜드주 특수산업부 장관) 등 3남 1녀가 있다. 영결식은 5월 8일 오전 11시 매클린 바이블 처치에서 열리며, 장지는 인근 폴스처치의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월드 Zoom in] ‘골수 보수’ 지향하는 폭스뉴스, 뉴스채널 시청률 1위 왜

    뉴스를 흑백논리로 단순화해 ‘진보’ CNN 평균 시청 78만명 ‘보수·진보 갈등’ 대리전 양상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청률이 높은 뉴스 채널은 어디일까.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청한다는 ‘폭스뉴스’가 부동의 1위다. ‘뉴스채널=CNN’이라는 우리와 미국인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최근 미국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폭스뉴스는 하루 평균 시간대별 시청자 수가 150만명, 프라임 시간대는 264만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뉴스 채널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CNN의 시청자는 많지 않다. CNN은 하루 평균 시청자 수는 78만명, 프라임 시간대 107만명으로 13위에 자리매김했다. 2016년 시청자 수와 비교해도 폭스뉴스는 14만명 이상의 시청자가 늘었지만, CNN은 27만명이 줄었다. 간판급 프로그램에서도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폭스뉴스의 최정상 프로그램이었던 ‘오라일리 팩터’는 하루 평균 410만명의 애청자를 확보했었다. 또 ‘숀 해니티’ 쇼는 하루 평균 330만명의 시청자를 거느리고 있다. 해니티 쇼는 시작부터 끝까지 ‘진보’ 정치권과 언론을 무차별적으로 두들겨 패면서 ‘보수층’의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여성 진행자인 로라 잉그레이엄이 진행하는 ‘잉그레이엄 앵글’도 230만명의 시청자를 거느린 대표적인 폭스뉴스 프로그램이다. 이에 대항하는 CNN의 간판스타는 레이첼 매도다. 매도 쇼의 시청자는 지난 2월 하루 평균 28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의 230만명에 비해 20% 넘게 늘었다. 또 우리 교포들에게 익숙한 앤더슨 쿠퍼의 ‘앤더슨 쿠퍼 라이브’는 평균 91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1996년 루퍼트 머독이 출범 시킨 폭스뉴스는 CNN이나 뉴욕타임스(NYT) 등 진보언론과 대척점에 서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CNN을 비롯한 대부분 언론이 진보적 성향의 논조를 고집하는 경향에서 탈피, 폭스뉴스는 외로운 ‘보수’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보수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보다 한 수 위의 ‘골수 보수’의 논조를 지향했다. 폭스뉴스의 성공 비결은 복잡한 뉴스를 흑백논리로 단순화시켜 쉽게 보도하고, 강한 선정성을 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편애가 더해지면서 폭스뉴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 등 자신의 정책을 사사건건 비판하는 진보언론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폭스뉴스와는 수시로 인터뷰를 하는 등 대놓고 차별하고 있다. 특히 CNN을 ‘페이크(가짜) 뉴스’라고 이름 붙인 사람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보수=폭스뉴스, 진보=CNN’이란 공식이 자리잡으면서, 미국 내의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두 채널로 이어지고 있다. 폭스뉴스와 CNN은 서로 ‘가짜뉴스’, ‘우리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도’ 넘는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의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폭스뉴스와 CNN의 대리전으로 이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를 편애하면서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라면서 “이런 갈등 구조에서는 폭스뉴스가 CNN보다 여러 측면에서 얻는 이익이 훨씬 더욱 크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2029년, 달러의 몰락…미국의 절규

    2029년, 달러의 몰락…미국의 절규

    맨디블 가족/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박아람 옮김/알에이치코리아/592쪽/1만 6500원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G1’에 등극한다면.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나라들이 갑자기 등을 돌린다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미국이 경제 위기의 늪에 빠진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봤지만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가정들이다. 상상의 결말을 엿보고 싶다면 미국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신작 소설 ‘맨디블 가족’을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우선 책의 부제가 소설 속 미국이 마주한 현실을 함축한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든다.’ 2001년 9·11테러,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미국은 2024년 인터넷 인프라 마비로 수많은 연쇄 충돌 사고와 비행기 참사, 열차 사고가 잇따른 스톤에이지 사건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사회가 안정을 되찾을 때쯤 사상 최악의 참사가 찾아온다. 2029년 세계 경제를 장악한 중국이 러시아와 결탁해 금융 쿠데타를 주도한 것. 하룻밤 사이에 전지전능한 달러의 환율이 곤두박질 치고 급기야 기축통화는 달러에서 ‘방코르’로 대체된다. 미국 정부는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내고 심지어 개인이 방코르를 보유하는 것을 반역 행위로 간주한다. 미국 정부가 세계와의 금융 전쟁을 선포하면서 괴로워지는 건 서민들이다. 금마저 정부에 빼앗긴 서민들이 휴짓조각이 된 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맨해튼 출판계에서 큰돈을 주무른 90대 가장 더글러스 맨디블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날만 바라보던 맨디블 가족 4대가 이 ‘위기의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그 삶의 행적을 좇는 게 이 소설의 골자다.작가는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 ‘케빈에 대하여’를 비롯해 미국 의료제도의 모순을 다룬 ‘내 아내에 대하여’ 등 주로 사회적인 주제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미국의 몰락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상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치밀하게 그려냈다. “미국인들은 침체되어 있는 게 아니야. 부정하고 있지. (중략) 그래서 기껏해야 잃어버린 10년을 걱정하지. 모든 것을 상실했다는 개념,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쇠퇴해버렸다는 그런 개념 자체가 이 나라의 정신에는 너무도 생경한 거야”라는 등장인물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늘 1등의 자리에서 세계를 내려다보던 미국의 자만에 일침을 놓는다. 맨디블 가족들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적 파탄을 경험하고 허우적대는 과정과 더불어 주목할 부분은 더글러스의 손자이자 어릴 때부터 독학으로 경제학을 익힌 윌링이다. 졸지에 소작인으로 전락한 가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윌링은 미국에서 분리 독립한 네바다 합중국으로 떠나 살길을 모색한다. 2024년 정부가 사람들의 몸에 신용카드와 같은 칩을 이식하면서 급여가 칩에 예치되면 지방세, 연방세 등 급여의 77%에 달하는 세금이 정부 손에 넘어갔다. 정부에 조종당하는 듯한 께름칙한 기분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인 네바다는 과연 유토피아였을지. 윌링은 이곳에서 다시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을지. 작가의 예리한 통찰이 담긴 결말은 제법 서늘하게 다가온다. 향후 수십년 내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펼쳐낸 이 ‘예언 소설’에는 눈에 띄는 설정이 많다.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이 폐지되면서 2028년엔 미국 최초로 멕시코 태생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일본은 중국에 흡수된다. 일본이 중국 구축함을 침몰시키면서 싸움을 걸었지만 오히려 타격을 입은 것이다. 통일을 한 한국은 오랜 동맹국이었던 미국에 등을 돌리고 세계 공용 통화 대열에 합류한다. 준비 통화, 인플레이션, 채권 경매, 부채의 화폐화, 금본위제 등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경제 개념에 대한 언급은 가벼운 소설을 읽기 위해 책을 집어든 독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락한 미국이 마주한 충격적인 현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롭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남편·아들 대통령 만든 ‘정치명가 大母’

    남편·아들 대통령 만든 ‘정치명가 大母’

    수수한 옷차림·가짜 진주목걸이 소박한 ‘국민 할머니’로 사랑받아 바버라 부시는 조지 H W 부시 미국 41대 대통령의 부인이자 조지 W 부시 43대 대통령의 어머니로서,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남편과 아들의 대통령 취임을 모두 지켜본 여성이다. 퍼스트레이디일 때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내조형’으로 이미지를 남겼고, 수수한 옷차림에 가짜 진주목걸이도 주저하지 않고 드러내면서 소박한 ‘국민 할머니’로 사랑받았다. 남편, 장남뿐만 아니라 작은아들 젭 부시도 전 플로리다주 주지사이자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로 성장하면서, 바버라는 미국 정치 명가를 일군 대모(大母)로도 불렸다.부시 가문의 대변인 짐 맥그래스는 17일(현지시간) 바버라의 영면을 알렸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 주요 매체도 일제히 바버라의 일생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애도를 표했다.바버라는 1925년 뉴욕의 명문가인 ‘피어스 가문’에서 태어났다. 16세였던 1941년 크리스마스 댄스 파티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 1945년 1월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결혼했다. 올해 1월 결혼 73주년을 맞아 미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결혼 생활을 한 대통령 내외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백혈병으로 3살 때 세상을 떠난 로빈 부시를 포함해 슬하에 6명의 자녀를 뒀다. 손주 17명, 증손주 7명이 있다.바버라는 전형적인 내조형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사업과 정치를 도왔다. 1989년 1월부터 1993년 1월까지 영부인이 된 뒤에는 논쟁적인 이슈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했다. NYT는 “그는 판단력이 빠르고 인기 있는 연설자로서 남편의 큰 정치적 동맹이자 자산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임기 초반 조지 H W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아래로 곤두박질쳤을 때도 바버라의 지지율은 40%에 육박했다. 아들 둘을 대통령, 주지사로 키웠을 만큼 자식 뒷바라지에는 더욱 적극적이었다. 평소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데 조심했지만 2016년 젭 부시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을 때 “트럼프는 여성과 군대에 대해 끔찍한 말을 한다. 사람들이 왜 그를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공격하는 등 자식의 선거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남편 부시 전 대통령이 1981년부터 8년간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바버라는 문맹 퇴치 운동을 주도했다. 남편이 대통령에 취임한 1989년에는 ‘바버라 부시 가족 독서교육 재단’을 설립했다. 미국인들은 새하얀 머리를 염색하지 않고 수수한 옷차림을 즐기며, 가짜 진주목걸이를 자랑하는 바버라를 사랑했다. 남편이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부시 행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면서도 “난 결코 머리를 염색하거나 옷을 바꾸거나 살을 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외모에 대한 유쾌한 농담을 즐기며 미국인들에게 친근감을 안겼다. 1992년 1월 퍼스트레이디로서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문화재를 둘러보고 붓글씨로 ‘한미 우호, 임신 새해 바바라 부시’라는 한글 휘호를 남겼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어머니는 굉장한 영부인”이라면서 “어머니는 늘 우리가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했고, 마지막까지 우리를 웃게 하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와 함께 공동 성명을 내고 “바버라는 미국 가정의 가치를 수호한 사람”이라면서 “이 나라와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장례식은 오는 21일 오전 11시 텍사스주 휴스턴의 세인트 마틴 교회에서 열린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Barbara Bush 1925~2018 1925년 6월 8일 출생 / 1941년 조지 H W 부시와 교제 / 1945년 1월 6일 조지 H W 부시와 결혼 / 1946년 7월 6일 장남 조지 W 부시 출산 / 1989년 1월 20일 남편 미 41대 대통령 취임 / 1989~1993년 미 영부인 / 2001년 1월 20일 장남 미 43대 대통령 취임 / 2018년 4월 17일 사망
  • 북미, 정상회담 장소 놓고 ‘신경전’... 유력 후보지는 어디?

    북미, 정상회담 장소 놓고 ‘신경전’... 유력 후보지는 어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5곳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최종 회담 장소가 어디로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트 대통령이 북미회담 시점을 ‘6월 초’라고 못 밖으면서, 장소를 들러싼 북미 간의 신경전이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미국과 북한은 후보지의 정치적 의미, 실용성, 효과 극대화 등을 노리며 치열한 ‘밀당’을 벌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장소에 따라 상징성과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 후보지로 5곳이 검토된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미국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노(No)”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지금까지의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는 평양, 판문점(또는 제주도), 스위스, 울란바토르(몽골), 스톡홀름(스웨덴) 등이 거론된다. 판문점과 제주도는 애초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회담의 최적의 장소로 거론돼 왔다.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평화의 섬으로 대표되는 제주도 역시 북미 모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 첫 회담보다 장소를 제공하는 국가들에게 관심이 쏠리게 하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한국의 영내인 판문점과 제주도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앞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지인 판문점은, 그 상징성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북한은 미 측에 평양 개최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개최지로도 평양을 주장했다. 미국을 100% 신뢰할 수 없는 북한으로서는 평양 이외의 지역을 택하는 것 보다는 내부의 불만과 혼란을 감안하더라도 안방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선제압 효과가 크다는 점이 부각된다. 그런 북한에 대해 물밑 협상을 벌여온 미 협상측은 북한에게 “경호상 수백 명의 미국 선발대가 성조기를 매단 캐딜락 수십대를 타고 평양을 누비고 다녀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던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워싱턴 DC를 회담장소로 제안했을 수 도 있다. 세계 ‘보안관’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굴복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미국 방문을 이뤄진다면 자신에 대한 리더쉽에 의문을 표하는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양측 모두 상대국을 방문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따라서 양측 입장이 부딧치며 평행선을 달릴 경우 제3국 개최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현재 거론되는 제3의 장소로는 몽골과 스위스, 스웨덴이 거론된다. 몽골은 그나마 북한에서도 가깝고 몽골의 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개혁개방을 역설하기도 해, 북한으로서는 회담 장소로 검토할 수 있는 곳이다. 김정은이 유학을 했고 중립국이기도 한 스위스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북미 회담에 관심이다. 북한과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유지해 온 스웨덴도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서 중재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곳이다. 스웨덴은 미국을 대신해 북한에서 미국인들의 영사업무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지난달 17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스웨덴을 방문해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양측 간의 면담 내용은 비공개였지만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김정은의 메시지를 뢰벤 총리에 전달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뢰벤 총리도 이날 낮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웨덴 중재자 역할론’을 거듭 밝혔다. 이 경우 북한의 열악한 항공기 상황을 감안할 때 스웨덴과 스위스에서 전세기를 대여해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위스를 유학한 경험이 있는 김정은으로서도 장소에 대해 미국이 양보를 안할 경우 차악(次惡)으로 스위스나 스웨덴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버지 부시’ 부인 바버라 연명 치료 중단

    ‘아버지 부시’ 부인 바버라 연명 치료 중단

    조지 H W 부시(93)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92)의 건강이 나빠져 모든 의학적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가족 대변인인 짐 맥그래스는 15일(현지시간) “바버라는 최근 일련의 입원 이후 가족 및 의료진과 상의한 끝에 추가로 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임종 돌봄’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연명 치료’를 더 받지 않기로 한 셈이다. 대변인은 바버라의 병명이나 건강 악화 이유에 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바버라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둘러싸여 주변의 친절한 메시지와 기도에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바버라가 호흡기질환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울혈성 심부전을 앓았다고 보도했다.‘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는 현재 텍사스주에 거주하면서 건강 문제로 자주 병원 치료를 받았다. H W 부시 전 대통령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부부는 지난해 1월에는 각각 폐렴과 기관지염 등 증세로 휴스턴에 있는 감리교병원에 동시에 입원했었다. 1945년 1월 6일 결혼한 두 사람은 미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결혼생활을 이어 온 대통령 부부다. 이들은 지난 1월 73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했다. 부시 부부는 슬하에 여섯 자녀를 뒀다. 장남 조지 W 부시는 43대 미 대통령을 지냈다. 차남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2016년 미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가 중도 포기했다. 미국 역사에서 바버라는 남편과 아들의 대통령 취임을 지켜본 유일한 여성이다. 바버라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퍼스트레이디로 지내면서 솔직한 화법과 위트로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퍼스트레이디로서 문해 교육과 독서 장려 등에 힘을 쏟았다. 그의 은발머리와 진주목걸이는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지기도 한다. ‘국민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일찍 백발이 돼 가족들에게 ‘실버 폭스’(은색 여우)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오바마의 미국도 ‘불량 국가’였다…트럼프의 미국처럼

    오바마의 미국도 ‘불량 국가’였다…트럼프의 미국처럼

    파멸전야노엄 촘스키 지음/한유선 옮김/세종서적/420쪽/1만 8000원 불평등의 이유노엄 촘스키 지음/유강은 옮김/이데아/224쪽/1만 7000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에 미사일이 갈 것이니 러시아는 준비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 7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외곽 동구타 지역에서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던 데 따른 조처다. 미국은 ‘국제사회가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에 대한 응징’을 이유로 시리아에 미사일을 겨눴다. 시리아를 원조하는 러시아가 이를 받아 반격할 경우 전쟁은 미-러 전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정의의 사자’를 자청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런 식의 전쟁을 벌여 왔다.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도 있다. 예컨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인물로 기억된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사뭇 달랐다. 미국 시사 잡지 ‘애틀랜틱’은 “부시의 정책이 용의자를 체포하고 고문하는 것이었다면, 오바마는 그냥 암살해 버린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테러 무기로 쓰이는 드론과 암살부대 소속 특수부대원을 활용하는 빈도가 오바마 정부 때 급격히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부시와 오바마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부은 전쟁 비용은 대략 4조 4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2011년 미국 국방 예산은 거의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방 예산을 합한 수준에 이르렀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요약되는 미국의 역동적인 번영, 그리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운 위압적인 카리스마는 종종 우리의 눈을 가린다. 그 뒤에서 벌어지는 깡패 같은 미국의 행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폭로하는 이가 바로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그는 1970년대 베트남 반전 운동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국의 진보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미국 비판에 앞장서 오고 있다.최근 국내에 출간한 ‘파멸전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운 ‘원대한 지역’(Grand Area) 장악 전략과 그 위험을 다뤘다. 미국 국무부와 외교 정책 전문가들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중동, 서반구와 극동, 그리고 옛 대영제국 영토를 포함해 ‘미국이 장악해야 할 지역들’을 선정했다. 그러다 ‘건수’가 생기면 압도적인 군사력을 내세워 개입하고 잇속을 챙겼다. 2차 대전은 미국의 대공항을 종식시켰고 미국 산업의 규모도 네 배로 증가시켰다. 반면 경쟁국들은 전쟁 때문에 산업 전면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휘청거렸다.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국방력을 갖춘 미국은 전쟁이 끝나자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했다.그러면 미국인들의 삶은 풍요해졌을까. 촘스키 교수는 이어서 쓴 ‘불평등의 이유’에서 미국의 패권주의가 보통 사람들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지적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대한 지역에 개입하며 승승장구했다. 촘스키는 앞선 책 ‘파멸전야’에서 이런 미국이 1970년대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제조업 수익률이 하락했고 금융화에 따른 경제 위기의 증가,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 등이 미국의 쇠락을 불렀다. 촘스키는 이와 관련, “고소득층, 특히 상위 0.1% 초고소득층에게 부가 극적으로 집중되면서 이들의 정치력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함께 시작되었다(본문 108쪽)”고 분석했다. ‘불평등의 이유’는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10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민주주의를 축소하라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라 ▲경제를 개조하라 ▲부담을 전가하라 ▲연대를 공격하라 ▲규제자를 관리하라 ▲선거를 주물러라 ▲하층민을 통제하라 ▲동의를 조작하라 ▲국민을 주변화하라로 요약된다. 다만 촘스키는 불평등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사람들이 조직화한다면, 자신들의 권리를 얻고자 싸운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으며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두 권의 책이 담은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명확하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의 위협, 그리고 기후 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위협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인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연대해 이겨 내라는 것이다. 구순을 맞은 학자가 사회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냉철하고, 촌철살인의 표현은 꺾이지 않았다. 미국 상류층의 생생한 민낯을 들추며 날카로운 말로 폐부를 찔러 댄다. 미국 보수층이 왜 구순의 노인을 ‘가장 위험한 인물’로 여기며 미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음 직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월드 Zoom in] 관심사·성향 무단수집…150만 광고주에 전달

    [월드 Zoom in] 관심사·성향 무단수집…150만 광고주에 전달

    “당신이 페이스북 계정을 소유하고 있느냐는 상관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이 가진 ‘툴’을 통해서라면 당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니까요.”페이스북이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에는 사용자 한 명 한 명이 이용할 만한 정보를 가진 ‘상품’이었다. 사용자가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을 때에도 사용자는 페이스북의 감시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페이스북이 수집하는 사용자들의 정보는 예상보다 훨씬 세부적이고 꼼꼼했다. 성별과 연령, 직장, 인간 관계, 취향이나 위치 등은 기본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 안면 인식 기능까지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가령 페이스북에 접속한 사용자가 접속을 하지 않은 상태인 비사용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리면 페이스북은 비사용자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비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쌓아 ‘상품’으로 만들어 낸다. 페이스북은 수많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한다. 대표적인 툴이 ‘좋아요’와 ‘공유’ 버튼이다. 사용자가 좋아요와 공유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해당 사용자의 관심사와 취향이 데이터로 만들어진다. 사용자가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사이트를 접속할 때는 ‘픽셀’ 기능이 작동한다. 픽셀은 사용자가 어떤 사이트를 둘러봤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페이스북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개인 정보 유출 관련 하원 청문회에서 민주당의 데비 딘젤 의원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얼마나 많은 사이트들이 페이스북의 추적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느냐. 1억개가 넘느냐”고 질문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확인을 해 봐야겠다”며 대답하지 못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데 쓰인다. 컴퓨터과학자 피터 에커슬리는 “페이스북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용자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으며 이는 광고를 위한 완벽한 정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온라인 생활을 일일이 추적해 수집한 정보는 150만명의 광고주에게 전달됐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온라인에 남긴 흔적을 바탕으로 개개인이 좋아하는 음식부터 정치 성향까지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이 수집한 정보에 가장 목마른 기관은 NYT와 같은 뉴스 회사와 마케팅업체다. NYT는 “페이스북은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선도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400억 달러(약 42조 7800억원)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업 모델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집요한 개인정보 추적은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도 비켜 갈 수 없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이용자 8700만명의 유출된 정보에 당신의 것도 포함됐냐는 질문에 “나의 개인정보조차 ‘악의적인 제삼자’에게 팔렸다”고 말했다. 한편 저커버그는 전날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상원 청문회와 달리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날카로운 공세에 진땀을 뺐다. 공화당 마샤 블랙번 의원은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를 어느 정도 우선순위로 생각하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저커버그가 장광설을 펴려 하자 “당신의 의사 진행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을 잘랐다. 민주당의 잔 샤코스키 의원은 자신의 질문 순서가 돌아오자 저커버그의 수년간에 걸친 과거 사과 발언들을 일일이 읽어 내려 가면서 “페이스북의 자기 규제가 전혀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고 몰아붙였다. 이번 사태는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다음달 25일 첫 시행을 앞둔 유럽연합(EU)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주목하고 있다. GDPR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꼽힌다. 사용자에게 정보 사용에 대한 제어 기능을 제공하고, 정보 사용에 동의를 요구한다. 규정 위반 기업에는 최대 2000만 유로 또는 글로벌 매출액 4% 중 더 많은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저커버그에게 GDPR을 미국인들에게도 적용할지를 물었다. 저커버그는 “규제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데이터 보호 규정에 대한 강력한 법을 만드는 것보다 데이터 관련 소비자 권리를 총괄하는 당국을 새로 설치하는 방안을 더 선호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20세기 초 ‘똑똑하다’ 단어는 남성만 지칭

    20세기 초 ‘똑똑하다’ 단어는 남성만 지칭

    시대별 미국인 고정관념 확인 女 수식어 ‘연약한’ 男 ‘수완 좋은’ ‘테러’ ‘폭력’ 이슬람 연관 단어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화두로 던져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컴퓨터,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지능사회로의 진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이버 가상 세계와 물리적 현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지능사회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이다.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상상 밖 속도로 발전하면서 일부에서는 인류 문명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이 카이스트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지난 2월 카이스트와 민간기업이 발족시킨 ‘국방 AI 융합연구센터’에서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킬러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총장이 적극 해명에 나섬으로써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인공지능 활용 가능성이 다양해지면서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AI 장착 킬러 로봇의 등장은 먼 미래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현재 인공지능은 연구자들이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역사학과, 컴퓨터공학과, 언어학과, 바이오메디컬 데이터과학과 공동연구팀이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3일자에 발표한 논문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독특한 연구성과이다. 연구팀은 계량언어학적 방법으로 20세기에 미국에서 발행된 책과 논문, 뉴스들을 분석해 여성과 소수 인종에 대한 미국인들의 고정관념(stereotype)과 태도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는 스탠퍼드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양강의 ‘음식의 언어’를 가르치는 계량언어학자 댄 주래프스키 교수도 참여했다. 주래프스키 교수를 포함한 연구팀은 컴퓨터가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하고 특정 패턴을 자동으로 찾을 수 있는 심화학습(딥러닝)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구글 북스, 구글 뉴스 데이터셋, 뉴욕타임스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1910년대부터 2005년까지 100년 가까이 발행된 인쇄매체에 등장한 1000억개의 단어를 분석했다. 디지털화되지 않은 20세기 초·중반 인쇄물들을 분석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많은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이크로필름을 일일이 읽어보면서 문장과 단어를 찾아 분석해야 했다. 이제는 AI 덕분에 연구자가 원하는 문장이나 단어를 오류 없이 빠른 속도로 찾을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히스패닉과 아시아인 같은 소수인종을 수식하는 단어들을 찾았다. ‘감정적인’ ‘섬세한’ 등의 단어가 남성보다는 여성을 꾸미는 단어로 많이 등장한다면 이는 해당 시기 미국인의 고정관념이고 인쇄매체에 반복적으로 등장함으로써 편견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세기 초반에는 여성을 묘사할 때 ‘매력적인’ ‘사랑스러운’ ‘연약한’ 같은 단어들이 주로 쓰였다. ‘수완이 좋은’ ‘똑똑한’ 같은 단어들은 남성들에게만 쓰였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중성적인 단어로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1910년대에는 주로 감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여성을 묘사했지만 1990년대를 거쳐 21세기가 가까워 오면서는 외적이고 육체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단어로 여성을 표현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시아인에 대해서는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이방인’에게 갖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강했지만 1950년대 이후 아시아 이민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단어들도 쓰이기 시작했다. 한편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차량 폭탄 테러와 2001년 9·11테러를 거치면서 신문과 잡지, 책에서 테러리즘을 연상시키는 폭탄, 테러, 폭력이라는 단어와 이슬람, 모스크 등이 연관 단어로 등장했고 이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이슬람=테러’라는 편견을 강화시켰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주래프스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공지능과 계량언어학은 문헌의 전승 과정, 방언을 비롯한 언어의 변화를 빠르게 분석해 줘 사회 변화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러시아 월드컵 빨간불

    러시아 월드컵 빨간불

    미국이 안전 문제를 거론하면서 영국 축구팬들의 러시아월드컵 방문을 만류하고 나섰다고 9일(현지시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최근 아이슬란드와 폴란드가 러시아월드컵 개막식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이 ‘축구팬 불참’까지 독려하면서 월드컵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독살 시도 사건 후폭풍… “안전 의문” 오는 6월 월드컵을 앞두고 영국 의회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월드컵 기간 외교부가 시끄럽고 유난스러운 자국 응원단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러시아월드컵 방문객들에게 유의를 당부하면서 시위와 러시아 정치 상황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피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만약 러시아월드컵에서 ‘뭔가 상황이 잘못될 경우’ 미국은 영국인들을 도울 수 없을지 모른다”면서 영국팬들에게 러시아행을 재고하도록 경고했다. 그는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 외교관들을 추방함으로써 테러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며 “러시아 내에서 영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영사서비스도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국제대회가 테러 목표가 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주로 정보담당인 서방 외교관들을 대거 추방함으로써 테러 대응 능력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월드컵을 선전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계약에 따라 모든 팬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아이슬란드 외교단 불참 선언 앞서 폴란드와 아이슬란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외교단의 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더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 삼고 나섰다. 최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를 통해 러시아와 시리아가 동구타에 대한 공습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월드컵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는 월드컵을 미국, 영국이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러시아 채널 5TV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걸 막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은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영국이 의도하는) 그런 일은 러시아 축구 경기장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