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으랏車車車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공장을 폐쇄하더니 급기야 5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업체들도 최근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판매량도 8% 줄었다.
여기에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촉발된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일부 신흥시장이 선진국 시장에서 나타나던 판매량 감소 행렬에 동참한 것을 놓고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인도에서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하락했다. 인도의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올해 들어 8월까지 1.8% 증가세였던 점을 감안하면,8월 들어 급격하게 판매가 줄어든 셈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자동차 판매가 늘었던 중국 시장도 8월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8월보다 고작 0.2% 자동차 판매량이 늘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국 정부가 자동차 판매, 유통을 규제한 탓도 있지만, 미국발 시장침체의 여파도 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올해 1∼8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5%로 두 자릿수 성장을 해오던 중동·아프리카 지역도 8월에는 고전했다. 지난달 이 지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하락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될지 주목받는 가운데 전 세계적 자동차 판매량의 감소세는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전 세계적인 ‘자동차 업계의 혼돈상’에 적극 대응할 태세다. 관련 산업의 성장과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산업이 자칫 침체국면에 빠지면, 전 세계적인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친환경 차세대 자동차가 각국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업계와 정부를 모두 세계적인 ‘경쟁의 장’으로 내모는 촉진제가 되고 있다.
최근 해외시장 점유율을 넓혀 온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 메이커의 행보에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안을 놓고 노조와 지루한 대치 중이던 지난 19일 브라질 상파울루주에 새 공장을 짓기로 주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 세계를 향한 공격적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이를 놓고 “위기 속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는 행보”라는 호평이 나오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팀장은 21일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국내와 해외공장에서 각각 310여만대씩 생산이 가능해진다.”면서 “생산 규모에 맞는 수요처를 서둘러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판매량 감소가 장기화됐을 때 완성차 업체들이 차 값 인하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한국업체들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업체들의 장점인 가격 경쟁력을 반감시키고, 업체들의 채산성을 낮추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차값 인하 경쟁이 시작된 감도 있다.GM은 지난달 최근 모델 5종을 직원 할인가로 일반에 판매하는 고육책을 선택했다.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 업체들도 등록세와 취득세, 유류비 등을 지원하며 사실상 차값 인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차값을 올린 국산차 업체들도 차를 살 때 현금지원을 늘렸다.
각자도생에 나선 자동차 회사들은 장기적으로 미래자동차 개발에 투자하고, 단기적으로 연비 개선 등 소비자들의 수요를 따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학습효과가 축적된 데다, 장기적으로 화석연료가 아닌 대체에너지 상용화에 성공하는 기업이 앞으로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