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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창] 中 자극하고 TPP도 못 풀고… 오바마 빈약한 귀국길

    [세계의 창] 中 자극하고 TPP도 못 풀고… 오바마 빈약한 귀국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일본과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을 29일 마무리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네 번째로, 역대 미 대통령 중 최다 방문 기록이다. 일본은 18년 만의 국빈 방문이었고, 말레이시아 방문은 미 대통령으로는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처음이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상당히 중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외교 정책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번 순방에서도 앞날이 밝지만은 않음을 보여줬다. 정책의 두 중심축인 ‘동맹 협력’과 ‘경제 협력’에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국으로 양대 동맹국이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국 또는 관심국인 한국과 일본을 골랐다. 말레이시아도 TPP 협상국이고, 필리핀도 협상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4개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의 핵심인 TPP 협상으로 묶이는 것이다. 특히 한·일 방문은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부상 등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정책을 천명한 것은 2011년 11월 호주 의회 연설에서다. 그러나 이 정책이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2011년 8월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겪은 미국은 아시아에서 시장 확대에 나섬과 동시에 중국의 부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 전략이 필요했다. 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서의 장기 전쟁이 끝나면서 아시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유효했다. 이런 과정 속에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이 등장했지만 정책 추진을 위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미국은 자신들의 핵심 이해 지역인 중동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내전, 이란 핵 문제 등이 불거지자 이들 문제에 적극 개입했고, 이 결과 아시아 중시 정책은 말뿐만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2011년 말 미얀마를 처음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물러난 뒤 그들의 자리를 이은 존 케리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시아보다는 중동 정책에 집중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불을 끄기 바빠지면서 아시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도발과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은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일방적인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을 통해 주변국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미 서부에서 열었던 미·중 간 정상회담의 빛이 바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영토 문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권의 우경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방문에 앞서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주최하면서 이들 동맹국의 화해를 유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아시아 중시 정책을 말뿐만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외 상황에 직면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에 모습을 드러내 동맹을 재확인하고 경제 협력을 추구함으로써 내부 지지로 이어질 것인지도 관건이다. 그러나 순방 결과만 놓고 볼 때는 오바마 대통령이 큰 만족을 느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사활을 건 TPP 협상의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고, 센카쿠 지지 발언으로 중국만 자극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일 간 TPP 조율이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여 한국의 참여 문제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는 TPP를 아시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북핵 불용을 재확인하고 위안부 비판 발언을 통해 안심을 줬지만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등은 진전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은 난관이 적지 않아 한·미 동맹 강화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미군 병력의 필리핀 기지 순환 배치를 확대하는 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번 순방의 성과로 평가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美 대북 압박·제재 정책기조 유지

    미국 정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 전 대북 제재에 초점을 둔 현행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면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정책 유지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앞서 대북 정책 관계 기관 고위급 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회의에는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 장관 또는 부장관급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백악관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긴급회의를 주재했으며, 북한이 과거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려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상황 인식 속에서 현행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차단을 위해 6자회담 재개 등 대화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한 바 있다. 다른 소식통은 “최근 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 때 대북 압박과 제재에 무게를 둔 기존 메시지를 그대로 유지했다”며 “북한의 4차 핵실험 여부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의 석방에 대한 북·미 간 대화 가능성 등이 향후 대북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오바마 방한 북핵 해결에 최우선 순위 둬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파고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의 순방은 의례적 차원을 넘어선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일본에 이어 오는 25일과 26일 사이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최근 유동적인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비춰 시의적절한 것”이라면서 “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 관련 방안, 북핵문제 관련 한·미 간의 공조, 동북아 정세 및 범세계적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제 사회의 골칫덩이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가운데 최근에는 위력이 한층 배가된 4차 핵실험의 위협마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괄적 전략동맹과 북한 핵 문제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가장 중요한 의제로 삼은 것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핵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상에 포격 도발을 감행한 지 불과 두 주일 남짓 지났을 뿐이다. 당시 미그기로 추정되는 북한 전투기가 NLL을 넘어오는 바람에 우리 군도 F15K와 F16 전투기에 격추 명령을 내려 대기시켰다니 불상사는 언제든 빚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날아와 청와대를 샅샅이 촬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한반도 안보가 굳건하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그런 만큼 정상회담에서는 두 나라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해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더불어 미·중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존권 차원에서도 불가피하다는 것을 미국에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고 지역의 안정을 되찾으려면 인접국 간 신뢰 회복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요소다. 그렇지만 현실은 일본의 아베 정부가 ‘평화헌법’마저 부정하는 반(反)역사 행보로 주변국과 협력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양상이다.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한·일 간의 분쟁 수위가 높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역설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따라서 중국의 세력확장을 견제하는 데 급급해 일본의 패륜적 과거사 인식을 묵인하는 행보를 보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이 6·25전쟁 당시 불법반출한 조선시대 국새와 어보의 당연한 반환을 ‘방한 선물’로 포장하기에 앞서 아베에 대해 진솔한 역사인식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북핵 위협을 떨치는 단초를 마련하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양국은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적극적으로 도출해야 한다. 아베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교정하는 미국의 노력은 주변국의 협조를 이끌어내 순방 외교가 성공을 거두기 위한 중요한 전제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순방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초 일정에 한국은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방문은 한·일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우려한 미국의 외교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그럴수록 정부는 미국 대통령의 방한 자체를 성과로 보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 신임 주중美대사 이름은 ‘반드시 기침하다 죽는다’

    신임 주중美대사 이름은 ‘반드시 기침하다 죽는다’

    최근 중국에 새로 부임한 미국 대사 맥스 보커스(72)의 중국식 이름에 ‘반드시 기침하다 죽는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그의 이름이 베이징 스모그를 비꼬는 대표어로 통용되고 있다. 보커스 대사는 지난 11일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博鰲)포럼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당신의 이름 보카스(博卡斯)를 네티즌들이 바오커스(包咳死)로 고쳐 부르는 것을 아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중국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받아넘겼다고 환구시보가 12일 보도했다. 보커스 대사의 중국 이름인 보카스는 음역어(音譯語)여서 의미가 없지만 발음이 비슷한 바오커스에는 ‘반드시 기침하다 죽을 것임을 보장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에 살면 스모그 때문에 기침하다 죽고 말 것이란 의미로 네티즌들이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를 풍자하기 위해 만든 자조 섞인 농담인 셈이다. 미국 대사와 베이징 스모그를 연결 짓는 것은 전임자인 게리 로크가 중국에 스모그의 심각성을 환기시킨 인물이란 점에서 보커스 대사의 역할에 대한 중국인들의 바람과 관련이 있다는 평이다. 로크 전 대사는 재임 중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대기오염 수치와 다른 미 대사관의 독자적인 측정치를 발표해 당국이 스모그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했다. 또 중국 인권 문제를 앞장서 비판하고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해 중국 공직자들을 난감하게 했다. 그러나 보커스 대사는 미·중 협력만을 강조하면서 별다른 활동도 없어 중국 당국의 호평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커스 대사는 이날 포럼에서도 자신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했으며, 최근 미·중 양국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놓고 충돌한 데 대해서도 “우리(미·중)가 경제 관계를 활력 있게 만든다면 국가 안보는 이목을 끌지 못할 것”이라면서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글로벌 시대] 미묘한 북·중관계 ‘영원한 우방국’일까/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글로벌 시대] 미묘한 북·중관계 ‘영원한 우방국’일까/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냉전시기 한국군의 베트남 전쟁에서 전투병 참전은 1965년 2월 존슨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군사개입으로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공산화 방지’ 즉 ‘도미노 이론’에 입각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공산주의 세력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우방국의 참전을 요청했다. 미국의 외교적 노력과 한국정부의 참전의사에 의해 한국군은 1965년 9월부터 휴전협정이 조인된 1973년 7월까지 해병 청룡부대, 육군 맹호부대와 백마부대가 파병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약 32만여명(평균 주둔 약 5만명)의 병력을 파병했지만, 1976년 7월 초 베트남에는 사회주의공화국이 탄생했다. 그 후 1992년 4월 양국은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현재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지난해 9월 초 박근혜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 중에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탈냉전기 양국은 과거에 얽매이지 현재와 미래를 위해 다각적 관계 모색과 국익 증진에 주력 중이다. 이렇게 변화된 한·베트남의 협력 관계를 보면 19세기 영국 외교사를 주름잡은 파머스턴 경이 남긴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우방(友邦)도 없고, 영원한 적(敵)도 없고, 오로지 우리의 국익만 있다”고 했다. 이는 국제관계가 국익을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되고 동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허츠(F Hertz) 교수는 국익을 ‘국가적 번영, 국가안전보장, 국가 위신’의 3대 요소로 규정했는데, 대부분 국가들이 영토보전, 경제번영 등 국익 증진에 주력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협상과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으면, 필요 시 군사적 제재의 사용까지도 가능한 사활적 국익 보전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970년대 초 ‘긴장완화’(데탕트)를 개막했던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적절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오늘날 미·중의 협력과 경쟁 관계는 ‘차이메리카’(Chimerica)로 불린다. 요즘 전통적인 우방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북·중 간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것 같다. 평양소식통에 따르면 장성택 숙청 이후 2인자였던 최룡해와 김정은의 최측근 실세로 부상한 김원홍 보위부장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작년 말 “장성택 잔존 세력들을 금년 3월 내에 색출 및 처단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산 수산물 가공 등 중국과 합자를 주도한 북측 담당자들을 거의 모두 조사하는 등 장성택의 하부라인까지 숙청을 담당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자신이 기대했던 성과에 미치지 못하자 그에게 갖은 욕설과 질책을 가했다. 북한에서 숙청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무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인데, 그는 김정은의 다음 숙청 타깃이며 심지어 이판사판이라 판단해서 망명할 수 있다는 소문도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이젠 우리 공화국도 좀 바뀌어야 해”라고 토로했단다. 과거 김정일은 총으로 위협하는 수준에서 통치를 유지했지만, 김정은은 마음에 안 들면 총으로 숙청하는 공포정치를 통해 기반을 구축 중이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과 심지어 소형 무인기 등으로 동북아와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고, 인권탄압과 측근들의 무차별 숙청을 일삼고 있다. 이런 북한에 대해 과연 중국이 언제까지 영원한 우방으로 존재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 역시 북한 때문에 자칫 자국의 사활적 국익과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적 국익이 침해를 받는다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 美 “대북정책 바뀐 것 없다” 강경입장 고수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과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물밑 외교전이 뜨겁다.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회동한 데 이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11일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뒤 14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 미국 측과 이견 좁히기에 나섰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북핵 관련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어 미·중 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전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무부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미국 측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4~15일 뉴욕, 17일 워싱턴에서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양자 회동을 하고 북한과 관련된 광범위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부무는 “우 대표의 방문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통 목표를 어떻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미·중 간 심도 있는 고위급 대화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무부는 우 대표의 방미 발표 1시간쯤 후에 열린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젠 사키 대변인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한국 고위 당국자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의 정책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 사키 대변인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분명히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이 있다”며 “공은 여전히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6자회담 재개는 어렵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그는 ‘우 대표의 방미가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6자회담 관련국들과의 계속되는 협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 대표가 워싱턴이 아닌 뉴욕으로 먼저 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뉴욕에서의 양자 회동이 잘될 경우 우 대표가 워싱턴에서 미국 측 고위급도 만나겠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北 4차 핵실험 저지 전방위 외교전

    북한의 4차 핵실험 저지를 위한 외교전이 전방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표출하는가 하면 북핵 6자 대표 접촉도 잰걸음 양상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징후는 없다’는 공개 발언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임박 징후가 감지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10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상상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는 이날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국제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북핵과 북한 문제의 불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아졌다”며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 집착”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불용과 추가 핵실험에 대한 결연한 반대 의지를 표시하는 등 국제사회가 북핵 불용에 빈틈없이 단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지난 9일 밤 10시부터 한 시간가량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실험 저지를 위한 양국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외교도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윤 장관과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의 핵실험 시 유엔뿐 아니라 북측이 견디기 어려운 다양한 제재 수단을 생각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5·24 조치에 이은 추가적인 대북제재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방미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5일 방한에 앞서 워싱턴 안보 라인과 북한 핵실험 저지를 위한 논의에 나섰다. 그야말로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 양상이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1∼12일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베이징에서 회동한다.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직후 곧바로 한·중 접촉이 이뤄지는 셈이다. 한·중은 북 정세 분석뿐 아니라 6자회담 재개 조건의 유연화 여부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 대표는 우리 측과의 협의 후 방미할 것으로 전해져 지난달 북·중 접촉에 이어 한·미·일→한·중→미·중 순의 ‘북핵 셔틀외교’도 병행되고 있다. 북핵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씨줄날줄] 만찬 외교/박홍환 논설위원

    한때 세계 최강 대영제국을 건설했던 영국 왕실이 주최하는 만찬은 화려하고 세심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버킹엄궁전이나 윈저성 등에서 열리는 만찬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직접 상대방을 배려해 메뉴와 식기 등을 정하고 최고의 의전을 제공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빈방문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초청받은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물론이다. 여왕 초청 국빈만찬은 1년에 상·하반기 각각 한 차례씩 두 번뿐이라니 희소성 때문에라도 만찬 자체가 최고의 외교인 셈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런던 인근 윈저성의 세인트조지홀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더욱 특별한 ‘만찬 외교’가 펼쳐졌다. 손님은 2세기에 걸쳐 영국과 반목했던 아일랜드의 마이클 히긴스 대통령 일행. 영국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사령관 출신 마틴 맥기네스 북아일랜드 제1부장관도 참석했다. 1979년 사촌을 IRA 테러로 잃은 여왕은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다”며 화해의 건배를 제의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언론들은 “200년간 지속된 양국의 대립을 종식하는 역사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여왕은 아일랜드의 상징인 초록색 에메랄드가 박힌 왕관과 목걸이를 착용, 상대 측을 배려했고, 만찬장에는 IRA 전사들이 애창하던 아일랜드 민요가 울려 퍼졌다. 영국 왕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미국 백악관 역시 만찬 외교에 상당한 정성을 들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국빈만찬 한 끼 식사 비용으로 20만~50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중국도 화려하고 장엄한 만찬 외교를 선보인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거대한 홀에서 전통 연회음식인 만한전석(滿漢全席)까지는 아니지만 불도장(佛跳墻)이 포함된 일품요리를 내놓고 경극과 소수민족 공연 등으로 손님의 입과 눈, 귀를 만족시킨다. G2인 미·중 간의 만찬 외교에서는 묘한 신경전도 펼쳐진다. 2009년 가을 방중한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은 두 차례의 국빈만찬을 베풀었다. 앞서 2006년 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 측의 후 주석 국빈방문 요청을 거부했고, 이에 후 주석은 오찬장에서 ‘망악’(望嶽)이라는 두보의 시를 읊어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결국 후 주석은 2011년 초 미국을 국빈방문, 백악관 올드패밀리다이닝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사적(私的) 만찬’까지 이끌어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 외교와 관련해선 뚜렷하게 기억나는 게 없다. 우리만의 독특하고도 세련된 만찬 외교를 세계인들이 주목할 날은 언제쯤일까.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시진핑, 헤이글 만나 “美·中 신형 군사관계 구축”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중국을 방문 중인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접견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양국 국방장관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동·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민감한 이슈를 두고 격돌한 것과 달리 양측은 신형대국 군사관계 발전을 내세우며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합의한 대로 양국은 ‘신형대국관계’에 걸맞은 군사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그는 “중·미 양국 군 관계는 양국 관계를 구성하는 중요 부분으로 양측은 중·미 신형대국 관계의 큰 틀 안에서 신형 군사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양국 군은 각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갈등과 민감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양국 관계가 정확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충돌하거나 대항하지 않고 상호 존중하고 협력해 윈·윈하는 신형대국 관계 원칙을 적시하며 재차 양군 간 협력을 강조했다. 헤이글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안부 인사를 전하면서 “미국은 중국과 대화를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해 양국 군사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또 “이번 방중 목적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주창한 미·중 신형 군사관계를 추진하기 위해서”라면서 “이번 일정이 풍부했고, 양측은 긍정적이고 솔직하면서도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헤이글 장관은 앞서 8일 미·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상공에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에 반대 의사를 재천명하며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었다. 이에 중국군 고위 관료들은 ‘전쟁’ 등의 표현까지 불사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량윈샹(梁雲祥) 교수는 “중국은 군 고위 인사들의 강경 발언을 통해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드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일 뿐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美 헤이글, 中국방 면전에서 “中, 방공구역 선포권 없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국방장관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패권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8일 베이징 바이다러우(八一大樓)에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국이 영유권 갈등이 있는 섬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권리가 없다”고 경고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헤이글 장관은 “미국은 중·일 갈등과 관련해 양국이 충돌할 경우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창 부장은 이에 “중국은 영토수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군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격했다. 창 부장은 또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동맹국이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필리핀을 맹비난하는 식으로 두 나라의 편을 들고 있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고 중국 법제만보가 보도했다. 창 부장은 “아베 신조 정권이 여론을 호도하는 정책으로 중·일 관계의 위기를 초래했고, 필리핀은 마치 자기들이 피해자인 양 행세하고 있으나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상대가 도발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영토·영해 문제에 대해 타협도, 양보도, 거래도 하지 않을 것이며 한 치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이날 오후 헤이글 장관을 만나 “당신의 최근 발언에 중국이 실망했다”며 직접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판 부주석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헤이글 장관에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방장관 회의와 일본 정치인들과의 회동에서 한 당신의 발언은 거칠었다”고 비판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북한문제도 강하게 거론했다. 그는 ‘한반도의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비핵화’에 대해 양국 모두 공통의 이익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특히 이날 국방대학 강연에서도 “도발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북한) 체제를 계속 지지하는 것은 결국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중 양국이 긴장완화를 위해 사이버전 전략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중국이 더욱 투명한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겉은 북핵 공조, 속은 중국 압박… 한·미·일 6자회담 탐색전

    겉은 북핵 공조, 속은 중국 압박… 한·미·일 6자회담 탐색전

    한국, 미국, 일본 3국 정상이 26일 새벽(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회담을 통해 북핵 공조 강화와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추진에 합의하면서 2008년 이후 6년째 개점휴업 중인 6자회담에 군불이 지펴지고 있다. 한·미·일 3자 합의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대화 재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북·중 접촉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이뤄진 만큼 조만간 한·미·일 대 북·중·러 간 탐색전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북핵 드라이브’의 발동을 걸었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17~21일 방북한 데 이어 북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이 25일 중국을 방문했다. 우 대표가 조만간 미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일 3국 정상이 중국의 ‘북핵 역할론’을 앞세우면서 북한을 제외한 5자 간 단합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이는 북핵 문제를 매개로 한·일 양국과의 3각 공조 체제를 복원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3국 결속의 연결 고리로 미사일방어(MD)체계 통합을 제시한 건 대중국 견제의 전략적 이해를 명확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이 3국을 이간질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 줘야 한다”는 발언은 한국을 미·중 간 중립지대로 끌어오고 싶어 하는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이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등 현존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북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선(先) 대화 재개에 우선순위들 둔 중국의 입장과 배치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한·미·일 3자 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접촉면을 넓히며 5자 차원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행보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행보도 대화 재개의 최대 변수다. 북한이 이날 한·미·일 3자회담을 정조준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향후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예고편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핵안보정상회의] 북핵 앞에 선 G2… “불용” 한마음, 해법은 두마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해법을 놓고 의견 차를 보였다. ‘북핵 불용’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현안을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올바른 방법은 대화를 시작해 대화로서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시급한 임무는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해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도출한 목표들을 확실히 이행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입장을 소개했다”고 짧게 언급해 양측이 이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였음을 시사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회담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을 포함한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북한이 취하는 행동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면서 북한의 행동 변화가 대화의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우리는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데 잘 협조하고 있으며 양국이 북한에 국제 의무를 지키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朴대통령 “北 비핵화 보장 땐 대화”… 6자회담 불씨 살렸다

    朴대통령 “北 비핵화 보장 땐 대화”… 6자회담 불씨 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한국·중국·미국 수석대표 등이 관련 노력을 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해 주목된다.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 및 6자 회담이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 시간을 62분으로 늘리며 북핵 문제를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양국 정상은 ‘하나를 주고 하나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상호 북핵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6자 회담 수석대표 간 북핵 해결 논의에 진전이 많지 않았다”고 전제한 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이 있고 북한 핵 능력 고도화 차단의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의 비핵화 선제 조치라는 표현 대신 두 차례나 ‘보장’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5개월 전 시 주석과의 회담과도 결이 달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가진 한·중 정상회담 당시 “6자 회담 재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될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 주석에게 강조했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6자 회담 재개 조건으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제 조치’를 일관되게 고수했고 중국은 6자 회담 조기 재개에 무게를 둬 이견이 지속됐다. 6자 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6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확실히 반대한다”고 재확인하며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중·북 간 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중국 측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을 국제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는 등 중국의 적극적인 ‘북핵 역할론’을 펴며 화답했다. 헤이그에서의 한·중 및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북핵 논의를 위한 한·미·중·일·러 수석대표 간 5자 회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북핵 조율 결과는 25일 예정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2012년 2·29 북·미 합의 파기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냉담한 기조를 유지해 6자 회담 재개에 있어 극적인 변화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보장’ 표현 역시 큰 틀에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행 조치 기조와 차이가 없는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인 북핵 대화 기조로 선회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오바마, 中에 ‘러 제재’ 협조 요청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AP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나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국제법을 강화하고, 국가 주권을 존중하며, 모든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국제적 규칙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 제재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중 간 잠재적인 협력 공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립’을 표방해 사실상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충돌하는 러시아 편에 서 왔으며, 이날도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정상은 회동에서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은 물론 북핵 6자회담 등 대화를 재개하려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인권 문제와 영유권 분쟁 등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은 인권 현안이나 남중국해 및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유권 분쟁 등 양국 관계에 엄존하는 갈등 해결에도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는 대화와 외교를 통해 건설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박대통령 네덜란드·독일 순방] 24일 한·중회담 등 정상간 양자회담만 250회… 외교 ‘빅 이벤트’

    [박대통령 네덜란드·독일 순방] 24일 한·중회담 등 정상간 양자회담만 250회… 외교 ‘빅 이벤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25일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세계 최고 안보포럼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보유국을 포함해 세계 53개국 정상과 유럽연합(EU)·유엔·국제원자력기구(IAEA)·인터폴 등 4개 국제기구의 수장이 참석한다. 전 세계 인구 80%를 대표하는 안보 분야 최대 다자정상회의다. 회의 첫날인 24일에는 우선 앞서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2차회의에서 채택된 무기급 핵물질 제거 및 최소화와 핵물질 불법 거래 차단 등 ‘서울선언’(코뮈니케)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25일에는 ▲전 세계 위험 핵물질 감축 ▲원자력 시설 방호 강화 ▲핵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증진 등을 담은 ‘헤이그 코뮈니케’를 채택할 전망이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지구촌 정상들의 모임이지만 막후에서 펼쳐질 다양한 외교전과 정상회담 이벤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와 크림 반도 병합에 대한 막후 협상을 긴박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과 EU 지도자들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을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의식한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나는 3국 정상회담이 25일 개최되고,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등 각국 정상 간 250여 차례의 양자회담이 이번 회의에서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헤이그에 도착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한다. 이 자리에선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과 한·중 관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정책토론과 비공식 본회의 총회 등의 일정도 예정돼 있다. 2009년 체코 순방 시 프라하 연설에서 핵안보정상회의를 발족한 오바마 대통령은 2년 뒤인 2016년 미국 워싱턴에서 4차 회의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미셸, 베이징서 ‘中 언론억압’ 꼬집다

    “우리는 다른 사회의 특수성을 존중한다. 그러나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자신이 숭배하고 싶은 것(종교)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보편적 권리라고 믿는다.” 중국을 공식 방문 중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22일 중국 최고 학부인 베이징대학의 스탠퍼드센터에서 중·미 학생 100여명을 상대로 가진 공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중국에서 억압되고 있는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그리고 시민의 권리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미셸 여사는 우선 “우리는 기술의 힘으로 클릭 한 번이면 어느 곳에서 누구든 만날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됐고, 다양한 사상과 혁신을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인터넷과 대중매체에서 정보와 사상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자유로운 정보와 사상의 접촉은 우리가 진리를 발견하는 경로로, 사회와 국가 나아가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고, 어떤 가치관과 사상이 가장 좋은지를 결정하도록 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표현의 자유는)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지만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어서 나와 남편(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언론과 시민이 제기하는 의혹과 비판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모든 시민의 목소리와 관점이 경청될 때 국가는 더욱 강해지고 번영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미셸 여사의 이런 발언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세계가 기후변화, 경제위기, 핵확산 등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거나 미·중 양국이 유학생 교류 확대를 통해 접촉의 면을 넓혀야 한다고 말한 부분만을 조명했다. 이날 강연의 핵심은 중국의 인터넷 통제, 언론 사전검열, 이슬람교·티베트 불교 등 종교 억압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었다. 미셸 여사의 이날 발언을 두고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치권의 전반적 기류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마지막 방문지인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는 ‘티베트 식사’가 예정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처럼 미셀 여사도 티베트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한편 미셸 여사는 23일 베이징 무톈위(慕田峪) 만리장성 등을 관람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한·미·일 내주 정상회담] 북핵 고리로 한자리… 아베 위한 포토타임 피해야

    한·미·일 3국 정상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 북핵을 의제로 한 회담 개최를 21일 확정하면서 2008년 이후 6년째 지지부진한 ‘북핵 외교판’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다. 이번 3자회담이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에 열리는 만큼 한·미·일 정상의 공통 관심사는 북핵에 조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17일부터 방북해 북핵 외교의 군불을 지피고 있는 만큼 한·미·일 3자회담뿐 아니라 미·중,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핵 문제의 부정적 시그널은 한층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는 1994년 12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자국이 보유한 핵무기 폐기 대가로 공동 서명국인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로부터 영토 통합과 안전을 보장받았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방식은 국제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모델로 꼽혔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해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20년 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북한이 체제 보장을 담보로 한 핵폐기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인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으로서는 핵포기의 실효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오히려 핵무기 보유를 확대하는 방식의 ‘핵억지력 강화’ 기조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러 대립도 향후 북핵 외교의 장애가 될 소지가 크다. 그럼에도 한·미·일 3자회담을 통해 북핵 판도의 가시적 자극이나 새로운 제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한국에 3자회담 참석 명분을 주기 위해 북핵을 의제로 제시한 측면이 큰 데다 북한의 비핵화 선제 조치가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기존의 비핵화 대화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 서방의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을 규합해 대러 전선 구축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북핵에 중점을 두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한·미·일 3자회담이 선언적인 북핵 회동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심 끝에 성사된 3자회담이지만 북핵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는 한 장의 사진이 절실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만 부각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열린세상] 통일로 가는 좁은 문/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통일로 가는 좁은 문/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해 말 북한 제2의 실권자로 알려진 장성택이 처형되고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과 다보스 포럼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면서 북한 급변 사태와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과연 통일의 실현 가능성은 어떠하며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필요로 하는가. 사실 북한 붕괴에 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 100년 만의 홍수가 발생해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주민이 아사했을 때에도 김정일 정권 붕괴 가능성이 높이 점쳐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은 하나의 흥미로운 가설적 오류로 판명됐다. 오늘날 거론되는 북한 붕괴론은 경제보다는 국내 정치, 대외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은 김정은의 통치 능력 부재로 인한 북한내 정정 불안정이 군부의 정치 간섭 등 체제 급변 사태로 이어질 수 있고, 북·중 관계의 약화와 한·중관계의 진전이 통일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 추론의 단기적 타당성은 매우 제한적인데, 왜냐하면 통일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미·중 강대국 관계가 한반도에서 극단적인 세력균형의 변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미·중이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상황에서 베이징이 자국에 확연하게 불리한 현상 변경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국가의 해체, 생성, 통일과 관련한 핵심 변수는 강대국 관계이다. 독일 통일은 양독 관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소 관계의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동유럽의 유고슬라비아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유고연방 등 6개국으로 재탄생한 것, 또 체코슬로바키아가 두 개의 나라로 독립한 것도 소련 멸망이라는 미·소 관계 변화의 환경에서만 가능했다. 한반도 통일도 미·중이라는 두 강대국의 역학 관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첫째, 이 같은 구조적 이해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한 주도적 준비가 계속돼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우리가 역사를 정확하게 예측할 만큼 모든 변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예기치 않은 요인으로 인해 역사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소련의 붕괴, 독일의 통일과 나토 잔류, 냉전 종식 후 자유민주주의 확산의 전망, 미국 패권에 대한 일본의 도전 가능성, 중국의 경제 성장과 부상에 관한 석학들의 빗나간 예측이 모두 그런 사례에 속한다. 두 번째는 미·중 관계에 서서히 변화가 다가올 것이며, 그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미·중은 지금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협력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상호 불신과 미래 경쟁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긴 역사 속에서 현상유지를 원하는 제1의 강대국과 부상하는 제2의 세력이 패권적 경쟁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유일한 차이는 전쟁의 유무, 강도일 뿐이다. 17세기 세 번에 걸친 영·란 전쟁, 영국·프랑스 간의 패권경쟁, 19세기 후반 영·독 간의 경쟁과 제1, 2차 세계대전, 그리고 미·소의 냉전은 모두 그런 경우다. 머지않은 장래에 미·중의 치열한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통일의 좁은 문이 어렵게 열릴 것이다. 한국의 거시적 준비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중 관계를 일정수준 증진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북한과는 견제와 협력, 압박과 대화를 반복하면서 개혁,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통일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의 신장은 필수적이다. 미시적으로는, 통일 한국의 탄생을 위해 국가형성(state-building)과 국민형성(nation-building) 과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법적·제도적 기반 구축, 북한군 병력과 장비의 수용 여부는 전자에 속하고, 통화 가치의 조정, 교통 인프라 설치, 자유민주주의 교육, 사회보장제 적용, 종교 시설의 설립은 국민적 상징과 새로운 민족주의 탄생을 위한 국민통합 조치로 후자에 속한다.
  • [글로벌 시대] 아세안 공동체 출범과 한국의 과제/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글로벌 시대] 아세안 공동체 출범과 한국의 과제/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내년 출범하는 아세안 공동체가 한국에 부여하는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 외교에는 어떤 과제와 역할을 안겨줄까. 동북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 통합 노력에 어떤 순기능을 할까.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1967년 출범이래 지난 반세기 가까이 쌓아올린 성과와 결속력, 그리고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이면 ‘정치·안보, 경제 및 사회·문화 공동체’로 거듭난다. 통합의 1차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는 끝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의 끝인 셈이다. 제2차, 3차 종착역을 향한 통합 노력은 숙성화와 고도화 레일 선상에서 가속 페달을 밟게 될 것이다. 올해로 대화관계 25주년을 맞는 한국과 아세안 관계는 눈부신 경제협력의 성과표를 보여주며 상호 의존도를 날로 심화시켜 왔다. 지난해 교역, 투자 및 건설수주 분야에서 아세안은 우리의 제2의 파트너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양 지역 상호 방문자 연간 650만명 시대에 아세안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제1의 해외여행지가 되었다. 동남아 지역에서 꽃피우고 뿌리내린 한류는 아세안을 징검다리로 삼아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33만명에 달하는 국내 아시안계 주민은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변모해 나가는 과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아세안은 우리 국민 생활에 있어 주변 강대국 미·중·일·러만큼 중요한 대열에 속하게 됐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을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은 전략적 협력관계에 걸맞은 새로운 협력 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 현재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에 치중된 협력의 범위를 정치·안보분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한-아세안관계는 균형감각을 갖추면서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은 남북한 간의 신뢰구축과 통일 과정에서 유리한 국제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믿음직한 파트너다. 이와 동시에 한국과 아세안은 양자 차원을 넘어 환경, 기후변화, 사이버 범죄, 핵안보, 재난구호 등 지역적, 세계적 공통 관심사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대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만 한다. 지난달 창립된 국회 한-아세안포럼과 올해 말 개최되는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를 아세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북돋우고 동시에 한국과 아세안이 더 평화롭고 풍요로운 동아시아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결의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북아의 핵심 국가인 한국과 동남아의 중추인 아세안은 동아시아 통합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이 동북아 지역의 협력을 촉진하며 동아시아 통합을 가속화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한국과 아세안이 두 손을 꽉 잡아야 하겠다. 그간 우리나라는 ‘아세안+3(한·중·일)’ 차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동아시아비전그룹(EAVG)을 주도하면서 동아시아 공동체의 밑그림을 그리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동아시아 통합 비전이 보다 더 구체화되도록 한국과 아세안이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다. 이제 한국과 아세안은 동아시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 번영과 발전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아·태 자유무역지대 실현이 더 큰 목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교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국과 아세안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다. 이 기회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활용하자.
  • ‘국방 개혁’ 한국만 제자리… 샌드위치 위기

    ‘국방 개혁’ 한국만 제자리… 샌드위치 위기

    미·중·일 동북아시아 강자들의 군비(軍備)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보다 12.2% 증액하고 육·해·공 합동성 강화와 지상군 전구 통합 등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도 올해 4조 8848억엔(약 51조원)을 국방비로 쏟아부으며 자위대의 신속대응군 전환 등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공군 첨단 전력은 강화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발표한 ‘4개년 국방 전략 검토 보고서’(QDR)에서 2020년까지 해군 전력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공군력도 증강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일 대(對)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3~2030)도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 강화책이 빠지는 등 군 재편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국의 군비 증강 핵심은 지상군 주축에서 육·해·공군 합동성 강화와 미·일에 대응한 해군력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유사시 모든 전력을 ‘원스톱’으로 운용하는 전략에 맞춰 7개 군구를 5개 전구로 통합했다. 지휘관 세대교체까지도 단행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아·태 지역에서의 군사적 재균형 전략을 펴고 있다. 동북아 패자로 부상한 중국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공동 포위하는 전략이며 또 다른 동맹인 한국에 대한 군사적 역할 요구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된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7일 “군비 경쟁의 발원지는 중국이지만 이를 명분으로 각국이 군사비 지출을 늘리는 도미노 효과가 나온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2018년까지 연평균 50조원을 국방비로 쓰며 육상자위대 15개 사단 및 여단 중 7개를 신속대응군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특히 미 해병대를 본뜬 수륙기동단을 처음 창설하는 건 유사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상륙작전을 전개한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센카쿠 열도가 미·일 동맹의 방어 대상이라고 명시했지만 한국과 중·일 간 해양 영토 문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공약은 없다.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군 구조가 큰 틀에서 재편되고 있지만 한국군은 제자리걸음이다. 2022년까지 육군 11만 1000명 감축을 예고했지만 구조 자체에는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1, 3군사령부를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폐합하는 계획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에 얽혀 2018년 이후로 미뤄졌고, 군 장성 감축 등의 상부 구조는 손도 못 댔다. 2005년 장성 정원을 현행보다 15%(60명) 감축하기로 하고도 지난해까지 장군 수는 변화가 없다. 해군력의 경우 2027년까지 이지스함을 3척에서 6척으로 늘리고 2023년까지 2개 기동전단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지만 해군 병력은 4만 1000명으로 동결돼 이지스함 및 잠수함 운용 인력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종대 군사평론가는 “우리 군의 경우 참모 기능일 뿐인 각종 사령부가 30여종에 달한다”며 “대대 작전에 개입하는 장군만 1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지휘 구조가 복잡한 그야말로 ‘별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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