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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시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 대사

    [글로벌 시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 대사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의 기 싸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미·중 간 역내 전략적 경쟁 구도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을 들 수 있다. 금년 말 AIIB 창립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후 출범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장래가 걸려 있는 문제로 국제금융 질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제1, 제3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AIIB의 거버넌스 미흡을 이유로 불참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 회귀’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TPP 협상을 앞으로 수주 내 매듭짓기 위해 의회로부터 ‘신속처리권한’을 부여받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일 포함 12개 TPP 참여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며 TPP를 21세기 세계무역 질서를 선도할 높은 수준의 차세대형 자유무역지대를 실현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세계 제2 경제대국 중국은 여기서 배제되어 있다. 미국과 중국이 AIIB와 TPP에서 협력할 수 있으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평화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영·독·불·한국·호주 등 G7 국가 또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포함한 57개국이 AIIB의 창립회원국으로 참여, AIIB의 거버넌스 체계에 대해 논의 중이다. 중국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도출을 독려함으로써 아시아 국가들의 호감을 살 수 있으며 나아가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신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일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2009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보고서는 2010~2020년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재원을 8조 달러로 전망했다. AIIB는 중국 출자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로 시작하여 수권 자본금 1000억 달러를 갖추게 된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실크로드 기금’ 400억 달러를 조성했다. 세계은행의 연간 대출 가능 300억 달러와 아시아개발은행 자본금 1500억 달러 등을 모두 합하여 인프라 건설 수요에 기동성 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TPP 조기 체결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의회에 ‘무역촉진권한’을 신속히 부여해 주도록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 세계경제에 편입됨으로써 전 세계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미국은 중국이 TPP 의무를 수용하는 한 중국 가입 환영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의 TPP 가입은 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추구하는 아·태 자유무역지대 설립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TPP가 중국만을 배제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역내 공동 번영과 안보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중 간에 공동의 이해를 넓혀 나가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AIIB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만큼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 도출 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시대를 열어가는 데 인프라 확충은 필수 불가결하다. AIIB 회원국 확대는 추가 재원 확보 측면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다른 한편 TPP 가입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새로운 역내 무역질서 형성에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가입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 美 “남중국해 갈등 ICJ서 중재해야”

    미국 정부가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충돌을 빚는 남중국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한 중재를 제안하고 나섰다. 미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남중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등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베트남과 일본은 14일 오후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파라셀 군도(베트남명 황사, 중국명 시사 군도)를 마주한 해역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 데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3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동아시아 해양 이슈’를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석, ‘남중국해에서 1970~80년대 파라셀제도와 존슨산호초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것과 같이 공개적인 큰 충돌을 피하려면 당사국들이 평화롭고 외교적인 접근을 찾아야 한다”며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려면 양측이 상호 합의한 제3자에 의한 해결 방법, 특히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의존하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당국자가 남중국해 갈등 해결을 위해 ICJ를 통한 해결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WSJ가 12일 중국 인공섬 인근에 미군이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다음날 러셀 차관보가 의회에서 외교적 해결을 거듭 강조한 것은 미·중 간 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것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신임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에 중국 전문가인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주중 미대사관 부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자리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크리텐브링크 부대사를 내정한 것은 6월 미·중 경제대화와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화적 제스처로 보인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도발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위험에 빠뜨리면 미국 역시 위험해 질 것이다. 중국이 핵강국임을 미국도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단독] 北, 러시아에 핵보유국 인정 요구했다

    [단독] 北, 러시아에 핵보유국 인정 요구했다

    북한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도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9일 (현지시간)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식에 당초 참석이 유력했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불참하게 된 것도 러시아가 북한의 요구를 거절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0일 “김 제1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막판 틀어지게 된 요인 중 하나가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의 방러를 앞두고 북한이 많은 요구를 내걸었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핵 비확산을 강조하는 러시아로서는 핵보유국 인정을 해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앞서 2013년 5월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에서도 직접 김 제1위원장의 친서를 보이며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했었다. 당시 중국은 북한의 요구를 거절했으며 한 달 뒤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2013년은 경제와 핵 무력 병진노선 정책을 채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정당화하고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이 9일 김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것도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 거절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핵탄두 소형화를 자체적으로 실현해 중·러의 핵보유국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안보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탐색적 대화를 통한 6자 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북한이 9일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잠수함 발사 미사일 시험까지 공개하면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발전시키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 위협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미·일 신밀월 혼자만 걱정 없다는 외교 장관

    지난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로 미국과 일본 간 신밀월시대가 성큼 다가온 인상이다. 한·일 과거사 갈등이 내연 중인 터라 미·일 동맹이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일심동체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면 우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외교·안보 당정회의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단다. 하지만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해석이 “과도하다”는 그의 인식이 외려 안이하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공동 비전’ 성명을 내놓았다. 군사와 경제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합창했지만 불행한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언급하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일본이 국방비 부담을 덜어주는 등 미국의 가려운 곳을 미리 긁어준 탓일까. 방위지침을 고쳐 일본에 집단 자위권을 인정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의지를 확인하는 등 양국 간 현안은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공식 사과는커녕 동문서답으로 일관한 아베를 미 정부와 의회가 극진히 예우한 것도 달라진 기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때는 일본군이 성노예로 삼았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쇼킹하다”고 성토했었다. 이쯤 되면 외교적 고립을 걱정하면서 우리의 외교 좌표를 재점검해야 정상이다.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이 당정회의를 먼저 소집해 세계 외교의 중심축 이동 국면에서 정부의 굼뜬 대응을 지적했겠나. 윤 장관은 지난 3월에도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골칫거리가 아닌 축복”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한국 외교의 중국 경사와 한·일 갈등에 대한 미 조야의 피로감이 운위되는 마당에 그런 허장성세보다는 냉철한 전략적 대응이 급선무다. 한·일 간 마찰이 생기면 일본을 압박해 달라고 미국에 매달리는 식의 외교가 한계에 부딪혔다면 말이다. 미·일 신밀월시대는 주고받기 식 외교게임의 산물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에 일본이 방위비 분담을 지렛대로 재빨리 편승했다는 점에서다. 그렇다면 위안부 문제나 과거사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더 실용적이어야 한다. 한·일 간에도 단절보다는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는 ‘관여 외교’로 할 말을 하면서 실리도 놓치지 말란 얘기다. 현 외교라인은 민족주의적 경향성을 띨 수밖에 없는 가변적 여론에만 휘둘려 더 큰 국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럴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윤 장관이 이끄는 외교팀은 당연히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 [아베 美의회 연설] 동북아 美·日 vs 中… 한국 균형외교 시험대

    미국과 일본 정상이 28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70년 전 ‘적대적 관계’에서 ‘부동의 동맹’(unshakeable alliance)으로 바뀌었다고 선언하면서 미·일 동맹과 중국은 동북아의 전후 질서 주도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됐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묵인하고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를 허용해 동북아는 물론 범세계적으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후 질서의 산물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일본의 진출도 용인하겠다는 뜻까지 밝히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3각 동맹을 구축하고 호주, 인도 등을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태평양지역을 하나로 묶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 동맹 강화라는 숙명과 중국이라는 요소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한국이 가시적으로 중국에 대항하는 3국 동맹에 가담할 경우 동북아는 ‘한·미·일 VS 북·중·러’의 신냉전구도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외교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한국이 균형외교 역량을 본격적으로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며 “중국에 경도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협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일 동맹의 강화가 2차대전 이후 수립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미국의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미·일 동맹의 강화가 중국과의 대립이 아닌 관여정책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가되면서 외교적 활동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미와 미·일 동맹을 경쟁적으로 보지 말고 넓어진 외교적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이 전후 질서 패권을 놓고 전략적 경쟁이 아닌 갈등 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선택의 기로에 놓이겠지만 아직 중국은 완전하게 부상하지 못했고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보다 견제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전략적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아직 한국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 [아베 美의회 연설] 한·미·중 시민단체, 의회앞 분노의 시위

    [아베 美의회 연설] 한·미·중 시민단체, 의회앞 분노의 시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있은 29일 오전 9시(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의회 의사당 앞. 아베 총리의 합동연설을 규탄하는 한인단체와 미국·중국계 시민단체 수백 명이 피켓을 들고 아베 총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의 시위에는 스티브 이스라엘·마이크 혼다(이상 민주) 하원의원 등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는 의원들도 잠시 자리를 함께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는 아베 총리의 합동연설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위안부 문제를 사죄할지 일말의 기대를 품으며 본회의장 방청석에 자리잡았지만, 기대는 무위로 돌아갔다. 이 할머니는 시종 일관 굳은 얼굴로 아베 총리의 연설을 듣다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참석한 의원들은 아베 총리의 연설 중간중간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연설장에는 2차대전 이오지마 전투에 참가했던 미군 참전용사와 일본군 손자가 함께 참석, 화기애애한 자리를 연출하며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위에는 한국에서 온 원폭 피해자 할아버지 2명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일제시대 강제 징용된 아버지를 따라 히로시마에서 살다가 1945년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은 심진태(73)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과 김봉대(79) 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은 전날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백악관 앞에서 서울신문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미국과 일본 정부로부터 원폭 피해에 대한 사과·배상을 받기 위해 미국에 처음으로 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사과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직접 사과 없이 과거 발언을 비슷하게 되풀이해 공분을 샀다. 미국에 대한 영향력의 한 잣대인 상·하원 합동연설은 아베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 했다. 의회 연설은 그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가 연설한 적은 있지만 합동연설은 아니었다. 합동연설은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이 각각 8차례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한 6명의 대통령이 연설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G2 정치·경제 기싸움을 바라보는 두 시선

    G2 정치·경제 기싸움을 바라보는 두 시선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는 이미 고착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창타이(新常態)를 강조하며 10%에 육박하는 고도 경제성장률이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중국 경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미국 또한 저유가, 강달러를 앞세워 경제 회복세를 보이며 슈퍼 대국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중이다. 비슷한 시기 중국의 신좌파 학자인 왕사오광(王紹光) 홍콩중문대 교수와 벤 스틸 미국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이 각각 한국을 찾았다. 정치와 경제를 놓고 벌이는 미·중 대결 양상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벤 스틸 美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의 미·중 간 국제통화 체제 경쟁 “AIIB發 글로벌 화폐전쟁 지속”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추진에 미국의 심기는 불편하다. AIIB는 기존에 있던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과 명분상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친다. 미국의 입장은 명백하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다.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미국의 노골적 반대 움직임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주변 국가들은 1000억 달러의 자본금 중 중국이 절반을 부담하는 AIIB에 가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AIIB는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계획)와 함께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벤 스틸 미국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이 최근 내놓은 ‘브레턴우즈 전투’의 한국판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 그는 미국 상·하원과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서 금융시장과 통화 문제에 관한 정책적 조언자 역할을 맡았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의 ‘아산 플래넘’에 참석한 벤 스틸 국장은 “세계 총생산량의 36%를 차지하는 두 국가는 국제금융 불균형의 주 근원지”라고 규정했다. ‘브레턴우즈 전투’는 1944년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각국 환율을 달러에 고정하기로 합의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대한 내용이다. 이 중 브레턴우즈 체제의 두 주인공,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자본주의에 기초한 세계적 금융 시스템을 설계한 미국 재무부 차관보인 해리 덱스터 화이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결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적 과정과 당시 국제금융시장의 환경 및 새 질서 마련의 불가피성 등을 비롯해 첩보전을 떠올리게 하는 회의 막후 상황, 화이트가 실은 소련의 간첩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어지간한 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1971년 붕괴됐지만 세차게 꿈틀대는 중국과 미국의 국제금융 체제 다툼 속에서 역사 속의 한 페이지로 흘러간 브레턴우즈 체제는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벤 스틸 국장은 “중국은 자국이 축적한 달러 표시 자산의 구매력이 급감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미국은 자금 융통이 불가능해질까 염려하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중국은 1940년대 미국과 달리 주도적 위치를 갖기가 아직 어렵고, 미국은 당시 영국이 미국에 간청했듯 중국에 간청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두 나라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왕사오광 홍콩중문대 교수의 ‘중국식 민주주의’론 “中 ‘대표형 민주주의’ 틀 갖췄다”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한 이후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는 눈부셨다. 하지만 정치 영역은 민주주의의 결핍이라는 측면에서 미국 등 서구로부터 늘 공격받아 왔다. 공산당 유일 영도 체계는 효율적인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서구식 민주주의의 기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치체제였던 탓이다. 그러나 눈부신 경제 발전의 결과물이 구체적인 지표로 드러나면서 중국은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도 수세적 입장에 머물지 않게 됐다. 정치의 영역, 통치모델 차원에서도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하기보다 본격적으로 대국굴기(大國?起·떨쳐 일어나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신좌파 지식인 왕사오광(61) 교수는 그 대표적인 이데올로그다. 그는 ‘중국식 민주주의’의 정당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왕 교수는 1982년 베이징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예일대에서 10년 동안 정치학을 강의했다. 그가 1993년 펴낸 ‘중국 국가능력보고’는 공산당, 정부, 학계 등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공공관리, 행정체계, 경제부문, 사회부문 등 국가관리의 다양한 영역에서 보고서를 펴내며 중국 정부의 각종 정책 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8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연구소 성균중국연구소는 왕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는 ‘시진핑 시기 중국의 민주주의 과정과 방향, 전망’을 주제로 자신의 이론을 발표했다. 왕 교수는 “자유와 경쟁의 다당제 선거를 가지고 민주의 표준에 부합되는지를 따지면 곤란하다”면서 지난 몇 십 년에 걸쳐 중국은 이미 ‘대표형 민주주의’의 이론적 틀을 갖고 누구를 대표하고, 누가 대표하고, 무엇을 대표하고, 어떻게 대표하는가에 대한 실질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형 민주주의’(representational democracy)라는 왕 교수의 독창적 이론 체계다. 형식과 절차에 치중하는 서구식 ‘대의형 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와 구별 짓는 개념이다. 실제 그의 이론은 서구 학자 등으로부터 초기엔 견강부회(牽?附會)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서구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엘리트 중심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와 반성, 대안 제시 등과 맞닿는 지점을 형성하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시론] 우리 기업이 ‘일대일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경제학 교수

    [시론] 우리 기업이 ‘일대일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경제학 교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 전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대일로 전략이란 중국~중앙아시아~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와 중국~동남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을 지칭한다. 육상·해상 교통망 연결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인접 신흥국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중국 주도의 경제협력체를 만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나아가 미국 중심의 경제권에 맞서 중국 중심의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의도로도 여겨져 세계 경제의 판을 바꿀 파괴력이 주목된다. 일대일로는 어떤 목적하에 추진된 것일까. 첫째, 외교 전략 측면이다. 중국 정책 결정의 가장 큰 특징은 전략적 점진성이다. 중국은 당장 세계를 좌지우지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현 국력하에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최선을 통해 내부의 힘을 키우는 식으로 세계 지배의 꿈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내정불간섭 원칙, 국경 지역 안정, 공고한 미·중 관계 등의 방법론을 구현하고 있다. 일대일로 전략은 경제를 고리로 민족 갈등이 이어지는 시짱(西藏·티베트)·신장(新疆) 등 변방 지역과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는 남중국해 등 국경 지역 안정을 겨냥한 프로젝트로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이 전략의 주요 발안지는 중국 외교부로 전해진다. 둘째, 경제적 요인이다. 중국의 현 경제정책 방향은 지속발전·친서민·혁신 등으로 집약된다. 특히 지속발전을 위해 성장동력 찾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내 건설 경기가 예전 같지 않고 고속철 시공도 과잉 상태가 되면서 철강 수요처 발굴이 난제로 떠올랐다. 과잉설비 문제 정리가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일대일로의 한 축으로 중국 북부를 거쳐 중앙아시아를 지나는 노선(TCR)을 고속철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 경제 지속발전을 위한 돌파구인 셈이다. 셋째, 유라시아 통합이다. 과거 몽골은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단일경제권을 추구했다. 유명 팝송 ‘제나두’는 당시 몽골의 여름 별궁 상도(上都)를 말하는 것으로 전 세계 물산이 총집합하는 호화로운 파라다이스였음을 노래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아시아와 유럽대륙을 30~50년에 걸쳐 연결하고, 유라시아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기회와 과제는 무엇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직접 이해 당사자는 아니다. 하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챙길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만큼 총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 우선 정부는 당장 중국 당국과 긴밀하게 접촉해 일대일로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동시에 일대일로에 포함되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나아가 중국의 입장과도 비교해 봐야 한다. 포스코, 철도시설공단 등도 일대일로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실제로 TCR의 고속철화가 시작된다면 철강공급, 시설감리 등의 굵직굵직한 사업참여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자금 공급에서도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왕 참여하기로 한 AIIB에 유능한 공무원을 파견, 초기부터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데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아직도 실체가 불분명한 우리의 유라시아 프로젝트도 비즈니스 기회 확충만 이뤄질 수 있다면 일대일로의 틀에서 재검토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과거 중국이 고속철 사업을 시작했을 때 우리 철도시설공단이 수주전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결국 일부 구간의 감리만 맡는 데 그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TSR의 고속철화를 통해 남북한 철도 연결도 이룰 수 있다. 논란이 있지만 유라시아의 진정한 통합은 일본까지도 연결해야 완성된다. 이런 점에서 두만강 유역 개발 등 관련 사업도 새판에서 점검하는 식으로 우리의 꿈을 꿔야 한다.
  • [글로벌 시대] 리콴유 전 총리의 세계관/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그리스·태국 대사

    [글로벌 시대] 리콴유 전 총리의 세계관/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그리스·태국 대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91세를 일기로 지난달 타계했다. 그의 아들 리셴룽 총리는 국장 추도사를 통해 “싱가포르는 캄캄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여태껏 우리 모두를 인도해 온 불빛이 마침내 꺼졌다”고 국부의 서거를 애도했다. 그는 1959년 자치정부 시절부터 작고 직전까지 싱가포르를 밝혀 준 횃불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 세계를 비춘 지혜와 통찰력의 성화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역사의 진정한 거인이라고 칭송했으며 시진핑 주석은 그를 중국의 ‘라오펑유’(朋友·오랜 친구)라고 추모했다. 리 전 총리는 2013년 발간된 그의 마지막 역저 ‘한 사람의 세계관’에서 중국의 민주화 문제에 대해 이렇게 설파하고 있다. 5000년 동안 중국인들은 중앙이 강력할 때만 나라가 안전하다고 믿어 왔다. 중앙이 취약하다는 것은 혼돈과 혼란을 의미한다. 강력한 중앙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가져온다. 모든 중국인들이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일부 서방세계에서는 중국이 서방의 전통에 따라 민주주의가 되기를 원하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리 전 총리는 동일한 저서에서 1986년 덩샤오핑 최고지도자가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싱가포르가 어떻게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개방 경제의 혜택을 확신시켜 줄 수 있었는지 술회하고 있다. 덩샤오핑은 어떻게 부존자원 없는 조그마한 섬이 외국 투자, 경영, 기술 및 시장을 유치함으로써 인민들이 양질의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개방 필요성을 확신하고 귀국하자마자 싱가포르 모델을 원용해 6개 특별경제구역을 출범시켰다. 그의 싱가포르 방문은 중국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순간이자 전환점이었다. 같은 저서에서 그는 미·중 관계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이며, 양 거인 간의 평화와 협력은 아시아에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며, 양국 간 충돌은 양국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감안하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미국으로서는 군사기술 향상 노력을 늦추지 않으면서 중국의 국제사회 통합을 도와주고 중국이 국제질서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하며 그러면 중국은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전 총리는 상기 저서에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기술하고 있다. 북한은 돌아오지 못할 지점을 이미 지났으며, 중국이 북한 지도자들을 중국의 상하이·광저우 및 선전 등 중국 개혁·개방 중심 도시를 보여 주면서 권력을 놓치지 않고 점진적 개방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설득했음에도 북한은 중국과는 판이한 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개인 숭배에 의해 봉합돼 있으며 숭배 인물이 붕괴하면 나라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전 총리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전략가이자 사상가였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도자들이 그의 통찰력과 비전을 높이 사서 그의 조언을 구했다. 그는 1976년부터 거의 매년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를 모두 만났다. 1962년부터 미국을 방문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워싱턴 방문은 일종의 국가적 이벤트였다.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는 거의 자동적이었다. 그의 통찰력은 우리 후대에 유산으로 넘겨졌다. 그가 행동으로 실천한 국가경영 철학, 특히 양질의 교육, 효율성, 책임성, 투명성, 반부패 등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소중한 가치다.
  • [한·미 국방장관 회담] 사드논란 진화·韓日화해 강조… 한·미·일 3각 안보 복원 포석

    [한·미 국방장관 회담] 사드논란 진화·韓日화해 강조… 한·미·일 3각 안보 복원 포석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과 일본 간의 화해를 언급한 것은 불편한 한·일관계 속에서 미국이 일본 편만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일 관계가 한·미 동맹, 더 나아가서는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에 더이상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채택한 미국은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기본 축으로 삼아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도발로 한·일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이 구상에 적신호가 켜졌다. 카터 장관은 지난 8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미·일 협력의 잠재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3국 간 정보공유협정에 관한 것이었고 과거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카터 장관이 이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대해 “그 누구와도 아직 사드 배치 논의를 할 단계는 아니다”며 선을 그은 것도 한국 내 사드 배치 논란이 계속 불거지는 것이 장차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사드 배치에 민감한 중국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를 배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만큼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카터 장관을 접견하고 “북한은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과거와 같은 북한의 도발, 위기조성, 타협, 보상, 도발의 악순환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카터 장관은 이에 “한·미동맹에는 도발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 고수가 필수”라면서 “재균형 정책의 비밀은 첨단 무기 체제나 다수의 탱크 확보라는 물적인 것보다는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국이 한·일 관계나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카터 장관은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첨단 신무기를 배치할 것을 강조하고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대해서는 중국을 매섭게 몰아붙여 미·중 군비 경쟁을 예고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 배치될 첨단무기와 관련해 “미국은 새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고 이는 아·태 지역에 특히 중요할 것”이라면서 “해군 구축함을 순환배치할 예정이며 F35 스텔스기, 전자전 및 사이버전 최신무기체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일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영토분쟁을 군사화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다”면서 “영토분쟁은 다자적으로, 외교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국방 방한으로 본 ‘사드 논란’ 파헤치기(下)- 미국의 진짜 속내

    美국방 방한으로 본 ‘사드 논란’ 파헤치기(下)- 미국의 진짜 속내

    <上편에서 계속>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하려는 사드용 레이더인 AN/TPY-2는 120도 각도로 1,800km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전방배치모드와 60도 각도로 600km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종말단계모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운용할 수 있으며, 두 모드는 통제 소프트웨어와 일부 통신망 설정을 제외하면 동일하기 때문에 8시간 이내에 모드를 바꾸어 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미군이 준비하고 있는 AN/TPY-2 레이더의 개량형이 배치될 가능성, 그리고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 Command 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과 통합공중미사일방어전투지휘체계(IBCS : 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Battle Command System)의 통합 작업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한미군에 개량형 TPY-2 레이더가 배치되고 이 레이더의 운용을 위해 C2BMC가 설치된다면 한반도에는 사실상 미국의 MD 체계가 구축된다는 이야기다. -갈팡질팡하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방장관 재임 중에 “주한미군의 사드 전력화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김 실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던 이유는 자신의 작품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김관진 실장의 장관 재임 시절 만들어진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 Korea Air Missile Defense) 구상은 사거리 30km짜리 패트리어트 PAC-3와 7~8년 후에나 개발될 사거리 50km짜리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개량형(L-SAM)으로만 구성된 종말단계 하층방어 개념이다. 이들 미사일들은 사거리가 짧고 공군기지 주변에만 배치되기 때문에 서울·오산·원주·충주·청주·서산·광주·대구 정도만 보호가 가능하다. 즉, KAMD는 10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어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되, 이들 주요 도시에 살지 않는 3,700만 명의 국민들은 포기하겠다는 구상이다. KAMD(Korea Air Missile Defense)보다는 KAMD(Korea Airfield Missile Defense), 즉 한국형 공군기지 미사일방어 개념에 더 가깝다. 북한이 우리 영토에 직접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들마저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휴전선 상공 100km 이상 고고도에서 핵탄두를 폭파시켜 한반도 전역에 광역 EMP(Electromagnetic Pulse) 공격을 가할 경우에도 KAMD는 무용지물이다. 요격 가능 고도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와 같은 요격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평택에 배치하면 수도권 전역과 강원도 영서 지역, 충청도 대부분이 방어권에 들어오고, 북한의 고고도 EMP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고고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할 경우 미국의 MD 체계 편입이라는 오해를 받을 것을 두려워했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면서 그동안 사드나 SM-3 미사일 도입 가능성을 철저히 부인해 왔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자신들의 예산으로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해주겠다고 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기회를 잡는 셈이었지만, 중국 눈치를 보며 아직까지도 ‘전략적 모호성’ 타령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반 세기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해 왔고, 전략미사일부대인 제2포병 예하 제51기지 3개 미사일여단 수 백기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한반도에 겨냥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고사하고 자위권 차원에서 필요한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미국의 진짜 속내 우리 정부가 방향조차 못 잡고 헤매는 사이 미국은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오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연방정부 재정 적자 누적에 시달리며 예산 자동삭감(Sequestration)의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이 미-중 사이에서 눈치만 보며 ‘전략적 모호성’만 주장하는 박쥐같은 동맹국을 위해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못 써서 안달이라는 주장은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정답은 미래에도 미국의 범지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에 힘입어 2010년대 들어 G2로서의 위상을 굳히기 시작했고, 시진핑 집권 이후등소평 시기부터 이어져 온 대외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조용히 힘을 키운다는 전략에서 탈피해 돌돌핍인(咄咄逼人) 전략, 즉 거침없이 타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이 전략대로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정책을 펴고 있다.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순시선을 보내 탐사선의 케이블을 절단하는가 하면 필리핀 영해 한복판에 있는 아융인 섬에 보급물자를 나르던 필리핀 정부 선박을 위협하면서 필리핀 병력 철수와 섬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 영해를 침범해 쌍끌이 그물로 치어까지 싹쓸이하던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던 중 중국 선원들의 공격으로 우리 해양경찰 대원이 살해당하자 유감 표명은 고사하고 어선과 선박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여 우리 국민들을 격분케 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안하무인인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단계적 도련선 확보계획을 추진하면서 서태평양을 자신들의 안마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 1단계인 제1도련선은 한반도와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중국은 이미 이 도련선 안에서 완벽한 군사적 우위를 달성했고,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 지역 국가들을 거침없이 압박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제2도련선은 사이판과 괌, 인도네시아를 잇는 선이다. 중국의 항모전단이 완성되고 DF-21D 대함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대량으로 운용하는 H-6K 전략폭격기 전력화가 완료되는 2020년대 초반이 되면 중국은 제2도련선 내에 미 해군의 진입을 거부하고 서태평양 전역을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만드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2/AD :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이 완성되는 것이다. 중국의 A2/AD 전략 완성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21세기에도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A2/AD를 격파하기 위한 전략을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고, 그 구상의 산물로 내놓은 것이 합동작전적접근개념(JOAC : Joint Operational Access Concept)이다. 지난 2012년 1월 미 국방부가 내놓은 이 개념은 도련선 일대에서 공해전투(Air Sea Battle)을 통해 중국 항모전단을 궤멸시키고, 도련선 안으로 접근해 중국 해군과 해군항공대, 공군전력을 격파하며, 중국 연안에서 제해권과 제공권이 확보되면 중국 영토 내 전략적 거점에 대량의 공습을 퍼부은 뒤 지상군 병력을 투입해 전략적 목표를 파괴하고 철수한다는 것이 JOAC의 핵심 개념이다. JOAC 개념에서 2단계와 3단계 개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도련선 안으로 접근하는 미 해군 항모전단에 가장 위협적인 전력인 대함탄도미사일 동풍(東風)-21D를 제압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용 레이더를 배치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퉁화 시(通化市)와 요령성(遼寧省) 다롄시(大連市) 일대에 배치된 DF-21를 조기에 탐지해 요격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C2BMC와 IBCS를 통합하는 범지구적 미사일방어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일본 영해 인근에 있는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해 동북3성 지역에서 DF-21D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반도에 배치된 X밴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을 발사 직후부터 탐지/추적해 C2BMC로 전송하면, 이 데이터를 동해 또는 요코스카 인근 해상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이 받아 사거리 1,500km, 요격고도 500km인 SM-3 Block IIA 미사일을 발사, 동해상에서 DF-21D을 조기에 요격해버릴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1년 4월에 이러한 협동교전 능력을 시연했고, 2013년 2월에 실제 요격 실험에 성공한 바 있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간단하다. X밴드 레이더를 한반도에 배치해 미국 태평양함대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해 JOAC 개념의 2단계 전략의 원활한 시행을 보장하고, 사드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 편입시켜 버림으로써 JOAC 개념 3단계 전략에서 지상군 투입의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챙기면서, 중국의 태평양 장악 야욕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도 얻게 되는 셈이니 사드 한반도 배치에 들어가는 1조원 안팎의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사드가 어떤 무기체계이고 전술·전략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미국의 사드 배치 추진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외교·안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는 중국의 A2/AD 전략과 미국의 JOAC 개념의 접점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용인하면서 JOAC 개념에 일조하는 방향의 정책을 취하면 중국은 미국의 비수(匕首) 앞에 급소를 노출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반대로 우리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서 중국과 보조를 맞춘다면 미국은 서태평양에서의 전략적 통제력을 상실하고 나아가 세계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패할 수도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통해 본격적으로 점화될 사드 협상에서 ‘갑’은 대한민국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지피지기(知彼知己)한다면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을 것이지만, 지금처럼 갈팡질팡한다면 최대의 호기를 놓치고 격랑의 국제정세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변방국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美·中, 아태지역 군비 경쟁 격화 우려

    美·中, 아태지역 군비 경쟁 격화 우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첫 한국 방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비 증강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 외교·안보·경제정책의 축을 중동 등에서 아태 지역으로 옮긴다는 ‘재균형 전략’을 첨단 무기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군비 증강 측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논의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카터 장관의 발언은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안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미국이 아태 지역으로 국력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앞서 카터 장관은 8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 요소”라며 3각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템피의 애리조나주립대에서도 아태 지역 재균형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중국은 이를 미국의 대중국 포위·견제 전략으로 여겨 미·중 간의 군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터 장관은 이날 연설 직전 유사시 방공 작전을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해 항공 작전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첫 방문 대상을 방공 작전 관련 시설로 정한 행보가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 요격수단인 사드 배치를 공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드는 미 군부와 방산업체의 이해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된 무기체계로, 천문학적인 비용에 비해 북한 핵·미사일을 완벽히 방어할 수 있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는다. 사드 논의를 촉발시킨 당사자는 미 국방부에 사드 배치를 요청한 주한미군이다. 사드가 주한미군에 배치된다면 주한미군사령부는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전략무기를 보유한 핵심 부대로서 위상이 높아진다. “공식적 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는 미 국방부보다 주한미군 측이 더욱 사드 배치가 절실한 이유일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을 부각시켜 국방예산을 늘리려는 미 군부 일각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한다. 사드 개발사인 록히드마틴도 한국에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록히드마틴은 2013년 9월 공군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2개 포대를 배치하면 남한 대부분 지역을 방어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사드 1개 포대당 구입비용은 1조~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우회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자칫 도입하게 될 경우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떠맡을 가능성 때문이다. 문제는 사드로 대표되는 MD체계의 신뢰성 논란이 미국 내에서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록히드마틴은 11차례의 요격 실험을 통해 사드의 명중률이 9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이클 길모어 미 국방부 무기운용시험평가국장은 지난달 25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사드가 극한 온도와 습기, 비, 얼음, 눈, 모래 등을 견뎌 내는 자연환경 실험에서 결함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 육군과 해군은 지난해 11월 자국 국방부에 미국 MD체계와 전략이 고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전면 재평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획] ‘사드 논란’ 파헤치기(下)-헤매는 한국과 치밀한 미국

    [기획] ‘사드 논란’ 파헤치기(下)-헤매는 한국과 치밀한 미국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하려는 사드용 레이더인 AN/TPY-2는 120도 각도로 1,800km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전방배치모드와 60도 각도로 600km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종말단계모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운용할 수 있으며, 두 모드는 통제 소프트웨어와 일부 통신망 설정을 제외하면 동일하기 때문에 8시간 이내에 모드를 바꾸어 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미군이 준비하고 있는 AN/TPY-2 레이더의 개량형이 배치될 가능성, 그리고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 Command 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과 통합공중미사일방어전투지휘체계(IBCS : 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Battle Command System)의 통합 작업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한미군에 개량형 TPY-2 레이더가 배치되고 이 레이더의 운용을 위해 C2BMC가 설치된다면 한반도에는 사실상 미국의 MD 체계가 구축된다는 이야기다. -갈팡질팡하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방장관 재임 중에 “주한미군의 사드 전력화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김 실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던 이유는 자신의 작품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김관진 실장의 장관 재임 시절 만들어진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 Korea Air Missile Defense) 구상은 사거리 30km짜리 패트리어트 PAC-3와 7~8년 후에나 개발될 사거리 50km짜리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개량형(L-SAM)으로만 구성된 종말단계 하층방어 개념이다. 이들 미사일들은 사거리가 짧고 공군기지 주변에만 배치되기 때문에 서울·오산·원주·충주·청주·서산·광주·대구 정도만 보호가 가능하다. 즉, KAMD는 10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어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되, 이들 주요 도시에 살지 않는 3,700만 명의 국민들은 포기하겠다는 구상이다. KAMD(Korea Air Missile Defense)보다는 KAMD(Korea Airfield Missile Defense), 즉 한국형 공군기지 미사일방어 개념에 더 가깝다. 북한이 우리 영토에 직접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들마저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휴전선 상공 100km 이상 고고도에서 핵탄두를 폭파시켜 한반도 전역에 광역 EMP(Electromagnetic Pulse) 공격을 가할 경우에도 KAMD는 무용지물이다. 요격 가능 고도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와 같은 요격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평택에 배치하면 수도권 전역과 강원도 영서 지역, 충청도 대부분이 방어권에 들어오고, 북한의 고고도 EMP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고고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할 경우 미국의 MD 체계 편입이라는 오해를 받을 것을 두려워했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면서 그동안 사드나 SM-3 미사일 도입 가능성을 철저히 부인해 왔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자신들의 예산으로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해주겠다고 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기회를 잡는 셈이었지만, 중국 눈치를 보며 아직까지도 ‘전략적 모호성’ 타령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반 세기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해 왔고, 전략미사일부대인 제2포병 예하 제51기지 3개 미사일여단 수 백기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한반도에 겨냥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고사하고 자위권 차원에서 필요한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미국의 진짜 속내 우리 정부가 방향조차 못 잡고 헤매는 사이 미국은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오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연방정부 재정 적자 누적에 시달리며 예산 자동삭감(Sequestration)의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이 미-중 사이에서 눈치만 보며 ‘전략적 모호성’만 주장하는 박쥐같은 동맹국을 위해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못 써서 안달이라는 주장은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정답은 미래에도 미국의 범지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에 힘입어 2010년대 들어 G2로서의 위상을 굳히기 시작했고, 시진핑 집권 이후등소평 시기부터 이어져 온 대외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조용히 힘을 키운다는 전략에서 탈피해 돌돌핍인(咄咄逼人) 전략, 즉 거침없이 타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이 전략대로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정책을 펴고 있다.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순시선을 보내 탐사선의 케이블을 절단하는가 하면 필리핀 영해 한복판에 있는 아융인 섬에 보급물자를 나르던 필리핀 정부 선박을 위협하면서 필리핀 병력 철수와 섬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 영해를 침범해 쌍끌이 그물로 치어까지 싹쓸이하던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던 중 중국 선원들의 공격으로 우리 해양경찰 대원이 살해당하자 유감 표명은 고사하고 어선과 선박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여 우리 국민들을 격분케 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안하무인인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단계적 도련선 확보계획을 추진하면서 서태평양을 자신들의 안마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 1단계인 제1도련선은 한반도와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중국은 이미 이 도련선 안에서 완벽한 군사적 우위를 달성했고,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 지역 국가들을 거침없이 압박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제2도련선은 사이판과 괌, 인도네시아를 잇는 선이다. 중국의 항모전단이 완성되고 DF-21D 대함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대량으로 운용하는 H-6K 전략폭격기 전력화가 완료되는 2020년대 초반이 되면 중국은 제2도련선 내에 미 해군의 진입을 거부하고 서태평양 전역을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만드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2/AD :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이 완성되는 것이다. 중국의 A2/AD 전략 완성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21세기에도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A2/AD를 격파하기 위한 전략을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고, 그 구상의 산물로 내놓은 것이 합동작전적접근개념(JOAC : Joint Operational Access Concept)이다. 지난 2012년 1월 미 국방부가 내놓은 이 개념은 도련선 일대에서 공해전투(Air Sea Battle)을 통해 중국 항모전단을 궤멸시키고, 도련선 안으로 접근해 중국 해군과 해군항공대, 공군전력을 격파하며, 중국 연안에서 제해권과 제공권이 확보되면 중국 영토 내 전략적 거점에 대량의 공습을 퍼부은 뒤 지상군 병력을 투입해 전략적 목표를 파괴하고 철수한다는 것이 JOAC의 핵심 개념이다. JOAC 개념에서 2단계와 3단계 개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도련선 안으로 접근하는 미 해군 항모전단에 가장 위협적인 전력인 대함탄도미사일 동풍(東風)-21D를 제압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용 레이더를 배치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퉁화 시(通化市)와 요령성(遼寧省) 다롄시(大連市) 일대에 배치된 DF-21를 조기에 탐지해 요격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C2BMC와 IBCS를 통합하는 범지구적 미사일방어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일본 영해 인근에 있는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해 동북3성 지역에서 DF-21D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반도에 배치된 X밴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을 발사 직후부터 탐지/추적해 C2BMC로 전송하면, 이 데이터를 동해 또는 요코스카 인근 해상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이 받아 사거리 1,500km, 요격고도 500km인 SM-3 Block IIA 미사일을 발사, 동해상에서 DF-21D을 조기에 요격해버릴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1년 4월에 이러한 협동교전 능력을 시연했고, 2013년 2월에 실제 요격 실험에 성공한 바 있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간단하다. X밴드 레이더를 한반도에 배치해 미국 태평양함대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해 JOAC 개념의 2단계 전략의 원활한 시행을 보장하고, 사드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 편입시켜 버림으로써 JOAC 개념 3단계 전략에서 지상군 투입의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챙기면서, 중국의 태평양 장악 야욕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도 얻게 되는 셈이니 사드 한반도 배치에 들어가는 1조원 안팎의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사드가 어떤 무기체계이고 전술·전략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미국의 사드 배치 추진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외교·안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는 중국의 A2/AD 전략과 미국의 JOAC 개념의 접점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용인하면서 JOAC 개념에 일조하는 방향의 정책을 취하면 중국은 미국의 비수(匕首) 앞에 급소를 노출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반대로 우리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서 중국과 보조를 맞춘다면 미국은 서태평양에서의 전략적 통제력을 상실하고 나아가 세계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패할 수도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통해 본격적으로 점화될 사드 협상에서 ‘갑’은 대한민국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지피지기(知彼知己)한다면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을 것이지만, 지금처럼 갈팡질팡한다면 최대의 호기를 놓치고 격랑의 국제정세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변방국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구본영 칼럼] 북한이 무너지지 않는 기막힌 이유

    [구본영 칼럼] 북한이 무너지지 않는 기막힌 이유

    핵 문제로 인한 경제 제재가 얼마나 힘겨웠을까. 며칠 전 미국과의 핵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이란 수도 테헤란은 “긴 겨울은 끝났다”며 환호하는 시민들로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영국 유학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실용적 결단이 불러들인 ‘이란의 봄’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려고 핵 카드를 내려놓으면서…. 이란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은 이제 지구촌 유일 ‘불량국가’로 남게 된다. 스위스 유학을 다녀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개혁·개방에 유연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매달리면서다. 그가 핵 개발을 고집하는 이유는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어리석은 판단이다. 옛 소련이 어디 핵탄두 수가 적어 무너졌던가.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최근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김정은 체제가 심각한 경제 쇠퇴와 정치·군부 엘리트의 균열, 외부 압력에 의해 향후 25년 내에 무너지거나 붕괴 직전 상태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핵을 끌어안은 채 말이다. 북 3대 세습정권이 언젠가 붕괴할 것이란 ‘예언’과 마찬가지로 25년간 더 버틸 것이란 전망 또한 새로울 건 없다. 김일성 사후 일부 전문가들은 북이 짧으면 반년, 길면 3년 이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지 않았나. 분명한 건 핵이 북한 체제의 안전판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북 세습체제를 지탱하는 메커니즘은 대체 무엇인가. 정답은 날로 번성해 가는 장마당이다. 기본 생필품 배급마저 끊긴 북한 주민들의 생명줄이란 차원에서다. 물론 이런 암시장은 김정은의 권력 승계 이전에도 있었다. 김정일 사망 전에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것은 이른바 ‘병렬사회’(혹은 제2사회)가 형성됐기 때문”(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이란 분석도 나왔었다. 제2사회란 붕괴 전 동구 사회주의권에서도 나타났듯 제1사회인 사회주의 체제와 병존한 원시시장경제를 가리킨다. 비공식 시장경제인 장마당이 배급제의 붕괴로 고장난 ‘주체 경제’, 즉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탱하고 있다면 기막힌 역설이다. ‘김씨 조선’의 3대 후계자 김정은은 아버지보다 더 장마당을 묵인하는 편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게다.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데다 천안함 폭침 이후 5·24 조치로 남북 경협을 통한 돈줄도 말라들었지 않은가.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각지의 장마당에는 없는 게 없단다. 남한산 초코파이에서 금서인 성경책까지…. 지금 북한에선 부정부패가 만연한다고 한다. 당 간부들이 뇌물을 받고 온갖 암거래를 못 본 척하면서다. 장마당이 천민자본주의의 양상을 띠기 시작하고 있는 건 북한 내부 문제라 치자. 우리에겐 장마당이 ‘평양의 봄’을 만개시킬 만한 개혁·개방을 이끌, 제대로 된 시장경제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쉬울 뿐이다. 국제 제재를 받을 때마다 중국이 뒷문을 열어 주고 장마당이란 완충 공간이 있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렇다. 까닭에 북한이 이란의 길을 걷도록 하려면 물샐틈없는 국제 공조와 북 장마당의 진일보가 필수다. 이란의 실용적 선택도 미·중·러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을 더한 주요 6개국(P5+1)이 똘똘 뭉쳤기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중국이 계속 뒤를 봐주는 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미·중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은 상황은 골칫거리가 아니라 축복”이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큰소리는 그래서 공허하다. 이제 우린 북한의 개혁·개방 견인에 집중해야 한다. 괜한 허장성세를 부린다고 중국의 오만한 훈수가 사라지겠나.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한다고? 그렇다면 외려 중국에 북핵 억지 역할을 당당하게 주문해야 한다. 북한 체제를 개혁하려면 대북 지원도 필요하다. 석학 새뮤얼 헌팅턴도 민주화는 경제발전이 토대라고 했다. 다만 과거처럼 남북 정상회담 착수금을 찔러 주는 식으로 북한 정권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는 대신 북의 장마당을 풍성하게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kby7@seoul.co.kr
  • [열린세상] 균형외교인가 눈치보기인가/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균형외교인가 눈치보기인가/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장편소설 ‘지리산’으로 유명한 고(故) 이병주 선생이 1970년대 초반에 쓴 짧은 단편 중에 ‘변명’이라는 소설이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문제의 인물은 한국이 경험한 질곡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남게 되는데, 주인공 ‘나’는 그 인물의 장황한 설명과 주장을 들으면서 무엇이 진리이고 또 무엇이 거짓인지 판단하지 못한 채 소설은 끝이 난다. 현실 속에서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매우 복잡한 관계와 얽매임 속에서 특정 논리와 근거가 진실의 목소리인지 혹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말머리를 잠시 돌려 보자. “올 한 해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가 뭐냐”고 20대에게 묻는다면 “청년실업” 혹은 “열정페이”라고 말할 것이다. 만약 같은 질문을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묻는다면 십중팔구 “갑질문화”라고 응답할 것이다. 만약 이 질문을 외교를 전공한 필자에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양강(兩强) 외교의 딜레마”라고 대답할 것이다. 즉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우리의 외교 좌표를 찍느냐의 문제는 우리 외교 현실이 직면한 가장 어렵고 험난한 고차방정식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국력이 커지면서 또 주요 2개국(G2)으로 대변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세력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우리 앞에 주어지는 외교 과제는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의도하지 않게 우리가 아무리 심사숙고해 입장을 표명한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변명’으로 들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어느 국가이건 미국과 중국 모두와 잘 지내고 싶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해양 파워와 중국의 대륙 파워가 첨예하게 맞서는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미·중 모두로부터의 지지와 협력이 절실한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는 국가 사활(死活)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유일한 동맹 파트너로서 최후의 안전판과 같은 상대이고,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경제 우방으로 우뚝 서게 됐다. 그런데 외교 현실에서 안보와 경제는 그렇게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에 놓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 정책 영역이 서로 얽히고설킨 채 우리 정부의 특징 전략적 선택이 미·중 어느 한 나라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처럼 비쳐지곤 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AIIB의 경우 가입이 결정됐으니 우리의 경제적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향후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들은 더욱 빈번히 속출할 것이 자명하다. 사드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으니 아직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라는 정부의 일관된 설명은 자칫 ‘진실의 목소리’가 아닌 ‘변명’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만약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라면 타이밍이 이미 지났다. 전략적 모호성은 특정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전제돼야 하지만 지금의 여론은 정반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기획된 바도 없는데,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양강 외교를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한·미 관계의 경우 ‘정부 주도적인’ 특징을 보이면서 안보 등 우리가 직면한 국가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중 관계 역시 ‘시장 주도적인’ 특징을 보이면서 지난 20여년 동안 수혜자 입장에서 중국의 성장을 적극 활용해 온 측면이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과 중국이 그리는 동북아 정치 지형에 우리를 맞추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이 지역 정치 지형을 직접 그려 보고, 그것을 전제로 미국과 중국의 정책을 취사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우리의 외교적 입장 표명이 행여라도 변명으로 들리는 일이 없이 모두 금언(金言)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기를 고대해 본다.
  • 동아시아 500년 역사 해양과 대륙 힘겨루기

    동아시아 500년 역사 해양과 대륙 힘겨루기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김시덕 지음/메디치미디어/384쪽/1만 6000원 해양과 대륙이 서로를 탐내고 세력다툼을 벌이면서 문명과 역사가 바뀐 것은 동서양이 다를 것이 없었다. 500년 전 일본이라는 해양 세력이 대륙의 맹주 명나라 섬멸을 목표로 벌인 임진왜란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역사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는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500년사를 담았다. 임진왜란은 한반도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이후 동아시아는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통사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아시아를 보는 일반적인 통념과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임진왜란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늘그막의 과대망상’으로 벌인 전쟁이라고 폄하하지만 이 사건은 분명 중앙집권화된 해양세력의 습격이었다. 저자는 임진왜란이 “해양의 부상과 임진왜란은 동아시아 전체의 판도를 바꿔버린 국제전쟁”이라고 단언한다. 조선과 명이 일본에 신경 쓰는 사이에 북방 만주인은 청을 세웠고, 이는 명나라의 멸망과 또 다른 동아시아 중심지 대만의 탄생을 불러왔다. 17~19세기 초로 넘어가면 동남아까지 진출한 대항해시대의 유럽이 개입돼 있고, 시베리아를 넘어온 러시아까지 동아시아와 접촉한다. 19~20세기 중반 들어선 제국주의 세계와 동아시아가 충돌하면서 격동의 현대가 열린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조선은 중국 대륙 너머의 세계를 파악하지 못했던 ‘소중화’ 수준에 오랜 시간 동안 머물러 있었다. 이 같은 ‘삼국지연의적 세계관’은 한·미·일 혹은 한·미·중 등 삼각구도로 국제관계를 한정해 보려는 오늘날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하는 저자는 “대륙뿐 아니라 해양과도 접한 한반도를 주목하면 이제 중심 시각을 해양으로 바꾸고 ‘열국지적 세계’를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중국, 일본, 러시아의 고문서를 비롯해 엽서, 사진 등 다양한 시각자료를 활용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중국 급부상해도 미국 뛰어넘을 수는 없어 한국은 미·중 택일 말고 외교 입지 넓혀야”

    “중국 급부상해도 미국 뛰어넘을 수는 없어 한국은 미·중 택일 말고 외교 입지 넓혀야”

    “중국이 부상해도 미국을 넘지 못합니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는 외교를 넘어 입지를 넓혀야 합니다.” 군사력 등 ‘하드 파워’에 반대되는 ‘소프트 파워’ 개념을 처음 주창한 세계적 석학 조지프 나이(78)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교수는 2일(현지시간) 초대강국 미국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워싱턴DC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으로 열린 신간 ‘미국의 세기는 끝났나?’(Is the American Century Over?) 출판기념회에서 나이 교수는 “한 세기 이상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였지만 이제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곧 차지할 것이라고 관측한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포스트-아메리카’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인지, 중국의 가파른 부상이 미·중 간 새로운 냉전에 불을 붙일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그러나 미국의 세기는 종말과는 거리가 멀다”며 “미국의 초강대국 위치가 국내 문제와 중국의 경제 호황으로 줄어들었을 수 있지만 군사력과 경제력, 소프트 파워 능력에서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 미국은 앞으로 수십년간 중국 등 가장 가까운 라이벌 국가들의 영향력을 계속 뛰어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도 소프트 파워를 키우려고 노력하지만 정부 주도에다가 민족주의가 강하게 작용해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대적하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전체적인 영향력에 있어 미국을 제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 교수는 행사 직후 서울신문과 만나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 “미 정부가 AIIB에 대해 우려하면서 우방국의 참여를 막은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정책을 잘못 썼다”고 비판한 뒤 “우방들이 참여해 글로벌한 수준으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을 적으로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등 문제로 미·중 사이에 껴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 사이에 껴서 택일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등 외교적 입지를 넓혀야 한다”며 “중국과도 좋은 사이를 만들면서 한·미 동맹의 근간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시론] 사드·AIIB와 마주한 한국/조민 통일연구원 부원장

    [시론] 사드·AIIB와 마주한 한국/조민 통일연구원 부원장

    한국은 큰 틀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구도 위에서 조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동북아의 복합적인 역학구도로 인해 안보와 경제의 조화로운 선택이 쉽사리 허용되지 않는 딜레마적 상황에 빠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서로 다른 사안이나, ‘제로섬’ 구도로 부각되고 있다. AIIB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틀을 구축한 브레턴우즈 체제의 종언을 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에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해 오면서 개도국의 지분 확대 요구를 계속 거부해왔고, IMF의 과도한 요구는 개도국의 원성을 샀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AIIB의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 등 다자개발은행의 원칙을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가입 의사를 밝힘으로써 미국 주도의 반(反)AIIB 전선의 대오이탈로 결정적 균열이 초래되었다. 이는 중국의 도전으로 워싱턴 중심의 세계경제권력 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 유럽국가마저 실리 추구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런 상황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한 미국과 일본과의 경제적 유대를 한층 강화할 것이다. AIIB 창설로 ‘워싱턴 컨센서스’가 약화될 경우, ‘베이징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미·중 간 세력 전이의 한 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AIIB는 한국의 가입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었으며, 우리는 국제 금융외교 분야에서 보다 높아진 지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의 입장과 지분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IMF에 당한 굴욕적인 경험을 돌아봐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1월 굴욕적인 온갖 의무사항 이행을 감수하며 IMF에 195억 달러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당시 11월 말 외환 보유액은 244억 달러였다. 그런데 195억 달러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치욕을 맛봤다. 발언권이 있었다면 이 정도의 굴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다자금융기구의 대주주가 되는 호기로 삼으면서 아시아의 대규모 인프라시장 개척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통일 한반도의 미래 구상과 관련하여 AIIB가 대북 개발자금 및 통일비용 마련의 창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이에 지분율을 최대한 확보하고 서울에 지부 또는 하부기구 유치를 제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의회, 이사회, 집행기구 구성 비율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입장을 적극 관철시켜야 한다. 사드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결례와 전방위 압박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한·중 양국 간의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더욱이 한반도가 중국의 미사일과 레이더의 사정권 내에 놓여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일방적인 압박은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의도로 비쳐 대중(對中) 의구심만 키우는 역작용도 무시하기 힘들다. 사드 배치 문제는 중국이 미국과 직접 협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은 먼저 한국과 미국의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진지하게 이해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다 강력한 의지와 역할이 오히려 사드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창과 방패’ 논리로 접근하는 미국의 전략은 미 국방부 강경파와 군산복합체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가 어렵다. 사드는 검증되지 않은 무기체계라는 지적도 주목되며,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위협을 근본적으로 해소시켜 줄 것으로 믿는 사람도 많지 않다. 종심이 매우 짧은 한반도에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의 면밀한 기술적 검토와 보다 많은 논의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북한의 대남 핵위협 해소에 명백히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북핵 문제에 대한 피로감과 체계적인 전략의 부재 상황을 이해하면서 우리 스스로 북한을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위상은 예전과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도전적 국면을 우리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때다.
  • 윤병세 “사드·AIIB 문제는 딜레마 아닌 축복”

    윤병세 “사드·AIIB 문제는 딜레마 아닌 축복”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우리 재외공관은 해외 창조경제혁신센터이고 해외 거점 통일준비위원회”라며 “경제외교에 최선을 다하고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열어가는 노력을 펼쳐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재외공관장 15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재외공관 하나하나가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청년의 글로벌 일자리를 찾는 해외 창조경제혁신센터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공관 모두가 해외 거점 통준위라는 각오로 노력을 펼쳐야 하며 경제 재도약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생각으로 경제외교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과 세계의 전략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국익수호를 위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외교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관장을 대표해 인사에 나선 김장수 신임 주중국 대사는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전파하고 관련국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경제 활로를 찾고 기회의 땅을 발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개막한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고 평가하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주 정부가 참여를 결정한 AIIB에 대해 “최적의 절묘한 시점에 가입 결정을 했다”고 자평했다. 윤 장관은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국익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국내 일각에서 19세기 또는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우리나라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샌드위치 신세 같은 식으로 표현하고 심지어 다른 나라의 논리와 이해관계를 대변하려는 경향도 있다”면서 “패배주의적, 자기비하적 시각에서 우리 역량과 잠재력을 외면하는 데 대해 당당하게 입장을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장관은 또 미·중 양국이 대립하는 AIIB와 사드 문제를 놓고 우리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에 대해 “고차방정식을 1, 2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라면서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이라는 등 공세적인 방어에 나섰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한국 美中 줄타기 외교] 사드 논의 초읽기… 샌드위치 정부, 이번엔 협상 주도권 잡나

    [한국 美中 줄타기 외교] 사드 논의 초읽기… 샌드위치 정부, 이번엔 협상 주도권 잡나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이제 한국은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과 중국을 놓고 줄타기 외교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중국의 손을 일정 부분 들어준 이상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도입에 대한 논의에서 미국의 입장을 두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정부가 사전에 AIIB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때 미국은 ‘어서 가세요’라는 입장을 보이지는 않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한 해 2000억 달러가 넘는 교역량을 고려한다면 중국이 주도하는 AIIB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세다. 그러나 AIIB 가입 과정에서 정부가 과연 몸값을 얼마나 높였느냐에 대해서는 되새겨 볼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AIIB 가입 선언 과정에서 중국의 애간장을 녹이며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극적 효과를 가장 많이 누린 나라는 영국이다. ‘미국의 애완견’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동맹인 영국이 미국의 뒤통수를 치며 AIIB에 가입해 중국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배치 논의가 공식적으로 이뤄지지도 않고 있는 사드는 더욱 예민한 부분이다. 한국을 방문 중인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최윤희 합참의장과 만나 “지휘·통제, 통합 미사일 방어, 연습 및 훈련 등 다양한 한·미 동맹의 성과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드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사드가 미국이 추구하는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 자산임을 감안하면 사드를 포함한 큰 틀의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로서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안보적 관점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 조만간 한·미 양국이 사드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사드 배치를 놓고 비용 부담과 같은 문제에서 협상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을 어떤 식으로 설득하느냐도 외교적 과제다. 중국의 경우 AIIB 가입을 통해 레버리지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이 사드 배치를 미·중 대결 구도 속의 문제로 간주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질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사드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자칫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수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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