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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욕 외교’ 논란 ‘1953 금성 대전투’ 직접 보니

    ‘굴욕 외교’ 논란 ‘1953 금성 대전투’ 직접 보니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심의를 거쳐 중국의 관점으로 만든 한국전쟁 영화 ‘1953 금성 대전투’(원제 진강촨)에 ‘15세 이상 관람‘ 등급을 적용해 ‘굴욕외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과 재향군인회 등을 중심으로 “6·25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과 중공군의 개입을 미화했다. 국군과 유엔군을 능멸하는 것”이라며 상영 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영화는 오는 16일부터 인터넷(IP)TV로 방영할 예정이었지만, 수입사가 8일 등급 분류를 취하해 상영을 포기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항미원조 전쟁’(6·25) 70주년(10월 25일)에 맞춰 개봉됐다. 당시 기자는 베이징의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중국 애국주의 영화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랑’(늑대전사) 시리즈에서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우징(47)이 출연한다. 그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고지도자로는 20년 만에 한국전 70주년 행사에서 직접 연설을 하는 등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중국 문화계도 이에 발맞춰 한국전쟁 관련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쏟아냈다. ‘1953 금성 대전투’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포화 속으로’(2010)나 ‘봉오동 전투’(2019)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4억 위안(약 680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다. 도시 전광판 광고를 도배하다시피 해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영화는 6·25 막바지인 1953년 7월 강원도에 자리잡은 북한강의 지류 진강촨(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미군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이 지역을 끊임없이 폭격했다. 중국 인민지원군은 이때마다 떼죽음을 당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병력 이동용 나무다리를 끝까지 복구했다. 결국 엄청난 희생을 치러내며 금강천의 마지막 다리를 지켜 전투 병력을 목적지까지 이동시켰다. 중국이 군사력 열세에도 미국에 지지 않고 한국전쟁을 이끈 것은 이름 없는 자국 군인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중국 당국이 공무원과 학생들에게 애국주의 영화 관람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던 때였지만, 100여명을 수용하는 극장에는 10명 정도만 앉아 있었다.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다만 짜임새가 탄탄했고 연출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일부 여성 관객은 영화에 큰 감동을 받은 듯 내내 눈물을 흘렸다. 진강촨은 유명 예매 서비스 ‘메이투안’에서도 평점 9.4점(10점 만점)으로 1위를 기록하는 등 중국 내 평가가 좋았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에는 한국군이나 북한군은 나오지 않는다. 오직 인민지원군과 미군만 등장한다. 이 영화가 철저히 미국을 겨냥해 반미의식을 고취하려고 만들었음을 보여 준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끊임없는 압박으로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때였다. 제작사가 이 영화를 기획한 지 3개월여만에 촬영을 마치고 개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이 없었다면 ‘1953 금성 대전투’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1950년 남한과 북한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자 중국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던 미국이 이를 핑계로 한반도에 상륙했다. 미군이 중국 본토인 만주 지역까지 공습하는 등 대륙 침략 야욕을 드러내자 한국전 참전이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 중국의 설명이다. 중국군은 북한의 요청으로 그해 10월 19일 압록강을 넘었다. 엿새 뒤인 25일 한국군에 첫 승리를 거뒀는데, 이를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는다’는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했다. 6·25를 보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인식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국전쟁을 ‘미중 대결’로만 해석하려는 시각도 담겨 있다. 영화의 배경인 ‘금성전투’는 1953년 6~7월 강원 화천군과 철원군 일대 영토를 두고 국군과 유엔군 40만명이 중국군에 맞서 싸운 전투다. 국군 1701명이 전사하고 4136명이 실종됐으며 754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193㎢의 영토를 북한에 빼앗겨 ‘뼈아픈 전투’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중국군은 대표적인 승전 사례로 선전한다. 영화 속에서 미군은 ‘남의 나라 전쟁’에서 하루 빨리 빠져 나오기만을 바라는 비겁한 존재로 묘사된다. 친구(북한)를 위해서 목숨을 건 중국군과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영화 마지막에 우징이 “우리가 항미원조 전쟁에서 완벽히 승리해 조선반도를 해방시켰다면 (남북한) 인민들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할 때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가난했던 1950년대 미국과의 전쟁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신냉전 상황에서 중국 인민들의 반미 정서와 투지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열린세상] 차기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의 철학 먼저 세워라/이은우 건양대 교수

    [열린세상] 차기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의 철학 먼저 세워라/이은우 건양대 교수

    과학기술은 인류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늘 보이지 않는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인류가 자연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도 과학기술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제국과 열강들의 흥망성쇠 저변에서도 과학기술은 승리와 패배의 흐름을 그 훨씬 이전부터 가르고 있었다. 중국의 진나라가 기원전 221년 중원을 통일한 것도 주물 기술의 발달로 무기를 대량생산하고 운용한 덕분이라고 한다. 특히 이런 방식으로 제작한 석궁은 적들의 석궁보다 화살을 멀리 보내고 정확해 적을 압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은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리틀보이’와 ‘팻맨’이라는 원자폭탄의 투하와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원자폭탄은 미국이 비밀리에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최근 중국의 부상과 도전에 직면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과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 핵심에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첨단소재,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감안해 보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와 정부는 적어도 과학기술 분야만은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와 생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역대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성과를 살펴보기로 하자. 초대 정부의 이승만 대통령은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1956년 문화교육부 기술교육국에 원자력과를 신설하고 1959년 대통령 직속 원자력원을 출범시키며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원자력원에 배정했다. 이와 더불어 원자력위원회와 원자력연구소도 신설했다. 외화가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많은 과학도를 선진국에 유학 보내 핵심 전문인력으로 양성했다고 한다. 아마도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을 실감하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1967년 과학기술행정을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과학기술처 신설, 1966년 KIST의 설립과 많은 정부 출연 연구소 설립, 대덕연구단지 조성, 한국연구재단의 설립 등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기초가 확립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국무위원, 재벌 총수 등 200여명이 참석하는 기술진흥확대회가 개최도됐으며, 문민정부의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G7프로젝트를 추진하고 PBS 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의정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시켰으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하고 과학기술연구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또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고 과학기술기본계획도 시행했다. 뒤를 이은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범부처 조정 기구인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하고 과학기술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켜 과학기술의 위상을 높이고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도모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기술을 강조했으며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운영한 바 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K바이오의 도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열정의 차이는 있지만 역대 정부는 그 나름대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해방 후 지금까지 선진국을 따라잡는 재빠른 추격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 온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진입한 자랑스러운 국가가 됐다. 이제 중국의 부상과 미중 간의 패권 경쟁 격화 등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크게 바뀌어 가고 있으며, 국가총연구개발비도 1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추격에서 선도로 나가지 않으면 추월당하는 특이점 상황에 처해 있다. 차기 정부는 추격자적 관성으로 길들여진 의식과 제도를 과감히 혁파하고 국가과학기술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정부 연구소나 산하기관에만 혁신하라고 주문하지 말고 정부 스스로가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과학기술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도 이제는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을 명확히 하고, 이를 국정의 중심에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 “‘에브리씽 버블’, 자산거품 곧 터질 수 있다” 세계 석학의 경고

    “‘에브리씽 버블’, 자산거품 곧 터질 수 있다” 세계 석학의 경고

    기재부·KDI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기조연설“위험 자산에 형성된 버블…공기 빼내는 데 애먹는다”“‘에브리씽 버블’(everything bubble, 모든 것이 거품) 현상이 곧 터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채무가 신흥국발 채무 위기를 부를 수 있고, 향후 금리 인상 시 자산시장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는 세계적인 석학의 경고가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공동개최한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이 같은 진단을 내렸다. “누구나 버블 낀 부분을 볼 수 있어…G20 차원 협력 필요” 프랑켈 교수는 “세계 경제는 2021년 현재까지는 기대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하방 위험은 자명해 보인다”면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상황은 특히나 취약하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든 현재 위험 자산에 형성된 높은 가격을 보면 버블이 낀 부분을 볼 수 있다”며 “미 연준이 재정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그 버블에서 공기를 빼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도 평가했다.그는 향후 세계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선진국의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신흥국 채무위기 재발 가능성 ▲신흥국 소득증가세 둔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 실패 우려 등을 거론했다. 이어 극복 방안으로는 ▲신흥국 재정건전성과 금융안정성 제고 노력 ▲미중 무역장벽 상호제거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맞는 탄소국경세 도입 등 자유무역체계 복원 ▲백신접종 확대 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G20 차원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협력’에 대해 프랑켈 교수는 “국가 간 통화나 재정 정책을 짜 맞추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국의 재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행동들, 또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재정 위기가 발발할 가능성과 발발한 위기의 심각성을 낮추는 채무원리금 상환유예 이니셔티브(DSSI) 등 계획을 가리킨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세션을 이어간 발표·토론자들도 버블 우려를 내비치며 세계경제의 하방 요인에 있어 다자 차원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개발·전망 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가 단기적으로 선진국 중심의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향후 10년간 성장세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정책 우선순위를 팬데믹 통제, 물가 안정, 재정건전성 확보, 녹색·포용 성장 등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 대학 교수도 “코로나19 이후 신흥국 중심의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했으며, 자산가격 버불 우려가 큰 상황에서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시 신흥국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화폐, 자금세탁 방지·과세방안 등 검토해야” 최근 전 세계적으로 떠오른 디지털화폐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도 토론자들은 의의와 활용한계, 대응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다. 윤성관 한국은행 전자금융부장은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GSC)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민간의 통화창출 기능이 생기고, 그에 따라 각국 통화주권이 제약받을 위험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GSC가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 문제를 완화했으나, 현재까지는 실생활에서의 활용도가 낮고 환금보장이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캐롤라인 말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블록체인·조세 수석 고문은 디지털화폐가 송금절차 간소화, 송금비용 절감, 금융 접근성 제고 등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자본 흐름 변동성 심화와 같은 거시경제적 영향, 자금세탁 방지, 과세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코로나19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국제 금융시장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따. 신형속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금융시장에서의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영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비은행 금융기관의 달러 조달 비용 급증이 주요 거시금융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틸드 메스나드 OECD 금융기업국장 권한대행도 현재의 위기가 생산성 저하, 실업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야기했음을 지적하고, 정책 기조가 위기대응에서 경제회복으로 전환됨에 따라 회복력,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각도 제시됐다. 캐서린 만 영란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외환위기에 대응하는 첫 번째 안전망은 외환보유액, 두 번째 안전망은 CMIM(역내 회원국 다자간 통화스왑)과 같은 지역금융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비은행 금융기관 달러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각국의 통화정책 등에 있어서 국제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G20내 기후변화, 포용성장 등 논의…국제기구 협력 필요” 기재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제시된 정책 제언을 심도 있게 검토해 다음달 개최될 예정인 G20 재무장관회의와 정상회의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의장국을 맡는 G20 국제금융체제 실무그룹(IFA WG)을 중심으로 회의에서 논의한 정책제언들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지금 G20 내에선 탄소가격제 등 기후변화 대응 가속화, 팬데믹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협력체제 개선, 디지털세 도입방안, 중앙은행 디지털통화의 영향과 계층간·부문간 양극화 해소를 위한 포용성장 방안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IMF, WB, OECD, BIS 등 국제기구와 민간 전문가들도 G20과 긴밀하게 협력해 가까운 시일 내에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김기정 인터뷰 2] “아프간 사태 이후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못할 것”

    [김기정 인터뷰 2] “아프간 사태 이후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못할 것”

    7일자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김기정(65)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싣는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 및 외교 정책 핵심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설계자로 통한다. - 문재인 정부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5년제 단임제의 한계이기도 한데 한국이 주변 국가들과 미국에게 평화 공존으로 가야 하며 그래야만 이들 나라의 이익이 주어진다고 설득하는 데도 짧기만 한 시간이다. 한국인의 열망과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이 아무리 커도 분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자국의 이해를 추구하는 데 분단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하는 나라들을 설득하고 동참시키는 게 버겁다. 정권과 정부의 노력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성찰과 상상력이 응집돼야 한다. 우리는 2018년의 단초를 통해 냉전 질서의 끄트머리쯤에 있지 않은가 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 - 차기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분단과 통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역사적 관점에서 통찰하며, 미래를 그리며, 한반도의 평화공존이 동북아 전체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신념을 갖추고, 분단의 관성이나 냉전의 스테이스 쿠오에 짓눌린 정무적 판단으로 역사를 퇴행시키지 않고, 상상과 열망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미국이 한국을 더 성가시게 할 것이란 시각이 많은데. “안보와 자율성을 교환하는 구조가 한미정상회담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고 느낀다. 한국은 경제성장, 군사력 성장, 자긍심과 민도의 상승, 시민성에 기초한 방역 성공 등으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더 활용할 만한 가치가 높은 존재가 됐다. 일본은 미국이 생각하는 대중국 포위망의 정중앙에 자진해 들어간 반면, 한국은 한 발 물러선 위치에 서는 일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처럼 보인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자유롭게 움직일 여지가 있게 됐다. 미·중 대립이 격화될수록 우리 외교의 유연성이 중요해진다고 본다. 워싱턴 정가는 한발 뒤로 물러선 한국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낫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 같다. 미국은 폴리티컬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데, 일부러 한국을 중국 쪽으로 계속 밀어대는 일본보다 중간에 위치한 미들파워(한국)를 강화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얘기다.나폴레옹 전쟁 이후 100년 동안 유럽이 안정된 것은 중부유럽을 강화한 덕분이었다. 물론 중부유럽이 너무 강해져 1차, 2차 세계대전이 촉발되는 부작용을 낳긴 했지만 말이다. 미국이 더 큰 폴리티컬 게임을 하고 싶으면 한국뿐 아니라 북한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헨리 키신저 같은 대전략가가 부재해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는, 초유의 상황, 코로나 이후 국제질서가 비정형적으로 풀려나갈 소지가 높아 방법을 찾지 못해 자꾸 냉전 초기의 담론을 차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키신저의 방법은 중국이 총구를 소련에 돌리게 한 것이었는데, 어쩌면 미국은 한국과 북한까지 중국에 총구를 돌리게 하는 빅게임을 하고 싶어하는데 아직 그 단계로 넘어가는 일을 망설이며 주저하는 것 같다. 미국이 과거처럼 ‘주한미군 빼버릴 거야’란 식으로, 한국의 불편한 심리적 의존성을 압박하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한국이 너무 커져 버렸다. 한국이 미국에 너무 많은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가 돼버렸다.” - 미·중 대립의 본질은 무엇인지. “두 국가의 권력 관계가 바뀌어 나타나는 갈등인데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 이념과 국제 분업 구조, 표준화 경쟁 등 층위가 다양할 것이다. 가장 기저에는 심리적 분노가 자리한다. 국민들의 반감이 권력과 구조의 경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외교를 잘해서 봉합될 수는 있겠지만 부문별 각축에 의해 다시 전체의 경쟁으로 비화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다.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외교적 유연성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주관이 없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전술적으로 한 쪽에 기울더라도 다른 쪽을 놓치지 않고 나중에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자는 얘기다. 미·중 관계가 격화되면 손해를 보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유럽, 어쩌면 그런 척하지 않을 일본, 호주, 인도 등이다. 팔짱만 끼고 볼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다. 중간국가 연합을 주도하거나 적극적 동참하는 것도 유연성을 키우는 일이다. 피봇팅하듯 한 발에 중심을 두고 몸을 이리저리 돌려 공격 방향을 찾는 일을 외교에 적용할 수 있겠다. 여러 나라에 전술적인 무게 중심을 둬 이런저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움직이는 일이 현 시점에 준비됐으면 한다.” -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2차대전 종전 이후 미국의 외교적 수단은 군사력이었다. 누군가는 미국 외교의 90%는 국방 예산에서 나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외문제를 군사력으로 해결하는 방식의부작용과 실패가 베트남, 이라크에 이어 아프간에서 나타났다고 본다. 아프간전 철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아프간인들이 ‘싸울 수 있는 의지(will to fight)’가 없다고 말했는데 1905년 미국이 조선과의 외교를 끊고 맨먼저 철수했을 때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조선인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의지(will to defend)’가 없다고 말했던 일을 연상시킨다. 외국의 지원과 돈에만 의존해 국민들과 괴리된 정부가 얼마나 힘없이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줬는데 세계 6위의 군사력에 1910년의 수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하나된 우리를 잘못 비교한 뒤 ‘미군 빠지면 저 꼴 난다’고 여기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 같다. 문 정부와 일본 어느 쪽에 더 잘못이 있었다고 보는지. “어느 정부나 국제관계, 국내관계의 균형점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 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이 그나마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남북한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전에 국제질서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먼저 설명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게 더 급하다고 판단하고 나중에 설득하면 된다고 본 것 같다. 이때 가장 소외된 것이, 그렇게 느낀 것이 일본이었다. 이 때 일본에게도 이해를 구하고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는 방향으로 병렬해 나아가지 않은 것이 하노이에서의 훼방놀이란 값비싼 대가로 돌아왔다고 난 본다. 그런데 한·일 관계가 틀어진 근본적인 책임은 일본이 더 크다고 본다. 오래 전부터 혐한의 분위기가 있었고, 보수 정권은 우익과 결합하고 있었다. 아베 정권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일본의 19세기 역사관과 한국의 21세기 역사관으로 대립하고 있다. 한국은 분단됐지만 평화공존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데 일본은 분단과 적대를 관리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낡은 가치관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하다. 화해할 수 없는 이격(離隔, 사이가 벌어짐)이 문 정부와 아베 내각 사이에 일어났다. 문 정부가 대일 외교를 잘못해 두 나라 관계를 망쳤다는 논리는 대단히 불공정한 비판이다.” - 한·일관계를 제대로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나라는 1965년 체제의 끄트머리에 있으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65년 체제란 반공과 식민지 청산이란 두 연결고리를 풀고자 했는데 전자는 쉽게 합의한 반면, 후자는 도저히 풀지 못해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agree to disagree)하고 봉합한 것이었다. 그 기저에는 세계 분업구조에 일본의 하부로 편입되는 열망이 작용했다. 두 나라 정부가 원폭과 사할린 징용, 위안부 등을 풀어야 할 과제로 합의했는데 어느새 반공이란 고리가 사라져버렸다. 이를 대신할 전략적 공유 이익을 찾지 못했다. 식민지 청산이란 연결고리마저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 의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외교적 봉합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반공 대신 평화를 공동의 전략적 이익으로 삼아야 하는데 일본은 반중으로 합의하고 싶어한다. 식민지 청산을 포괄하는 역사적 화해로 나아가야 하는데 일본이 쉬 수용하지 못한다. 해서 마지막 몸부림으로 인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본다. 일본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야 하며 그렇게 이익이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이 이해해야 하는 일이 첫 걸음이 될 것이다.” - 우리의 국가전략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대립을 공존으로, 두 국가 체제를 인정하면서도 하나로 움직이는 사실상의 통일(de-facto unification)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화폐를 갖게 되면 유럽처럼 되는 것이고, 다른 정부, 군대를 각자 갖고 있지만 군비 통제와 군사적 신뢰 구축이 되면 통일로 가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평화 공존을 제도로 보장하는 일을 다음 정부가 해야 한다. 적대 질서로 돌아가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다. 평화 공존을 외교적인 틀에서 국제사회에 설득하고 인정받는 일을 국가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통해 포용 국가 담론을 만들어야 하고, 각자도생의 생존 논리 대신 공동체를 존중하는 사회, 안보 개념을 더욱 확장해 여러 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세이프티(safety) 개념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국가전략이 됐으면 한다.
  • “한미동맹 ‘이익 교환’ 단계 진입… 평화프로세스 재작동 여지 확보”

    “한미동맹 ‘이익 교환’ 단계 진입… 평화프로세스 재작동 여지 확보”

    “한미 동맹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익을 거의 대등하게 교환하는 구조가 됐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작동할 여지가 확보됐다. 미중 대립이 격화할수록 우리 외교의 유연성이 절실해질 것이다. 농구 기술 피버팅처럼 한 발에 중심을 확실히 두고도 여러 방향으로 스텝을 옮길 수 있는 외교의 유연성을 갖추도록 준비해야 한다.” 김기정(65)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 및 외교 정책 핵심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설계자로 통한다. 임기가 8개월 남은 시점에 문재인 정부의 4년 4개월을 돌아보며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정부에 넘길 과제들을 설계자로부터 직접 들어 보고 싶었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혼란스러운 종결과 함께 미국이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천명한 상황에서 한결 복잡한 외교 게임을 벌이게 됐는데 우리 외교가 나아갈 방향,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앞으로의 국가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다음은 일문일답. 미처 지면에 싣지 못한 내용은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싣는다. ●한 발에 중심 두고 여러 외교 유연성 준비를 -7월 초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상황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원자로 재가동 움직임을 통해 북한이 의도하는 바를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하노이 회담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척되는 과정의 터닝포인트였다. 핵 활동 중단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 주고 싶었던 김정은 입장에서도 영변은 중요한 카드였는데 결렬돼 모두에게 아쉽게 됐다. 미국은 북한이 속이려 들 것이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오해하는 경향을 늘 보여 왔다. 북한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이려 했고 김정은이 중요한 영변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너희들이 그걸 이해하지 못해 놓친 것이 아쉽지 않으냐’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북미 협상이 재개되면 영변이 여전히 중요한 카드란 것을 전달하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북한이 선제적 압박을 했는데 그 선을 넘어가 버렸다. 타이밍도 잘못 잡았고, 결과적으로 오바마 재임 8년 동안 아무런 대화나 협상도 하지 못했다. 북한에서도 치밀한 리뷰를 했을 것이다. 매우 뼈아팠을 것이고 충분히 학습했을 것이다.” ●김정은, 하노이 결렬 후 경제·안보 사이 고심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보다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보는데. “하나에 몰두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계산을 하며 판단하는 것 같다는 느낌은 준다. 선대가 선군(先軍) 정치를 통해 핵을 보유하는 데 골몰했다면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으로 넘어갔다. 2017년 11월 화성 15호를 쏘고 난 뒤 우리에게 읽힌 측면이다.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 뒤로 인민경제에 집중하고 싶어 이듬해 평창동계올림픽에 극적으로 참가하거나 군 간부들에게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고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 내부의 동력들, 예를 들어 핵개발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군부, 핵과학자, 노동당 간부나 관료 그룹이 있는 반면 인민경제를 살리고 봐야 한다는 그룹이 경합하는 것 같다. 안보론과 경제발전론이 대립했는데 2018년 무렵 김정은은 확실히 후자에 서 있었다. 그런데 하노이 결렬 뒤 안보론자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 같다. 리용호와 최선희가 핵무기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편지가 사방에서 답지한다고 했는데 그 방증으로 보인다. 지금도 김 위원장은 둘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지 않나 싶다. 내년이면 집권 10년차인데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재의 파장은 물론이고 코로나와 관련해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임팩트를 받는 것 같다고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분들은 얘기한다. 할아버지-주체, 아버지-선군에 이어 자신은 공산주의(인민 경제)를 집권의 정당성으로 보여 주고 싶어 했는데 이뤄지지 않아 위기감 속에 미국과는 협상, 남측과는 경제협력으로 돌파구를 만들고 싶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韓 다음 정권 지속·작동 가능한 메커니즘 필요 -어떤 제안을 하면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보나. “체제 안보와 경제 안보 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적인 정책이 해소돼야 하며 민수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제재를 부분적으로나마 풀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체제 안보와 관련해선 북한 체제를 전복시킬 의향이 없으며 불가침 약속, 그리고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 기본적인 신뢰 장치를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 순으로 진행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체제 안보와 경제 안보 위기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언급이나 약속이 제시되면 북한이 자존심을 지키며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여전히 방법을 못 찾고 있다.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재 만능론에 가로막혀 있고 체제 안보와 관련해선 ‘만나야 뭔가 방법이 나오지, 그걸 어떻게 우리에게 먼저 얘기해 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 것이 미국 입장이다. 둘 가운데 어느 쪽을 선행할지는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이 변수이긴 한데 미국이 먼저 제재 해제 운운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체제 안보와 관련, 포괄적 언술로 약속을 해서 북한을 협상장에 앉힌 뒤 제재 부분 해제 등 경제 안보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그렇게 신뢰가 쌓여 더 높은 단계의 체제 안보 관련 논의로 격을 높이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겠다.” ●인도주의적 지원 위한 역할 아이디어 교환을 -성 김 특사의 방한이나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는 어떤 의미인지. “우리 정부가 2018년처럼 극적인 변화를 구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여주기식을 지양하고 3년 전 그 가능성을 엿봤으니, 분단의 긴 역사를 돌아보며 다음 정권을 누가 맡든 지속 가능한, 작동 가능한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단초를 엿본 것이 지난 5월의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동맹관계에서 지역의 범위, 협력의 공간을 확장했다는 의미에 더해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든 작동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정상회담을 통해 이익의 교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우리가 프로세스를 작동하는 것을 미국이 수용했고, 미국은 중국 봉쇄란 전략적 이득, 배터리 생산기지 같은 경제적 이득을 받는 구조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 문제에 관여(engagement)하는 것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관여를 비핵화가 완료된 뒤 보상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데 넓게는 북한을 약속의 틀로 이끌어 낸 뒤 그 틀 안에 머무르게 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2018년에 우리는 중재를 했고, 당시 관여를 주도하거나 독점한 것은 미국이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관여할 여지를 확보했다. 공동 관여의 접점들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제재에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삼중고에 직면해 있는 북한 경제 위기를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만드는 접근법,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위한 역할 분담, 아이디어를 교환하지 않을까 싶다. 임기가 8개월 남은 정권이 단순히 관리만 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정권 말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 후 순식간에 되돌이표가 돼 버린 2007년 10·4 공동선언에 대한 기억도 있을 것이다. 연속성을 위한 ‘다리’의 역할, ‘지속성의 동력’을 살리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것이다.”
  • 중국판 우버 ‘디디’ 국유화되나… “中국유기업들, 지분 인수 검토”

    지난 6월 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강행했다가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디디추싱(디디)의 위기는 언제 마무리될까. 이번에는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의결권을 얻고자 지분 확보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이징시 당국은 국유기업들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중국판 우버’인 디디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컨소시엄은 디디 이사회에서 의석 한 자리를 얻어 내 경영 활동 전반을 감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이터통신 등은 “보유 주식 수가 적어도 주요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황금주’도 제안할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중국 증권 당국이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디디의 이사회는 창업자인 청웨이(38)를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동영상 서비스 더우인(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의 계열사 ‘베이징바이트댄스테크’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의 자회사 ‘베이징웨이멍테크놀로지’ 지분을 1%씩 인수하고 임원 자리를 확보했다. 중국 빅테크 기업 경영에 합법적으로 관여하고자 통로를 만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디디 입장에서 볼 때 국유기업의 지분 인수 시도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디디를 죽일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실제로 이 소식이 전해지자 3일 뉴욕증시에서 디디의 주가는 1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다만 청 CEO 등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정부에 보고할 관선 임원의 등장이 부담스럽다. 정부의 눈치를 살피다가 기업의 혁신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디디의 남은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읽힐 여지가 있어 창업자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디디는 웨이보를 통해 “베이징 기업들이 지분을 인수한다는 외국 매체의 전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현재 서구 매체들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향후 디디 거취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청 CEO가 중국 당국과 화해하고자 뉴욕증시 상장을 자발적으로 폐지하고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기로 했다거나, 중국 당국이 우리 돈 1조원 넘는 벌금을 준비하고 디디 측에 비공식적으로 통보했다는 것 등이다. 디디 측은 이들 뉴스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디디추싱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생산한 데이터가 미국의 손에 넘어가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 현대차 스쳐간 ‘애플카’ 바람 이번엔 SK·LG에 분다

    현대차 스쳐간 ‘애플카’ 바람 이번엔 SK·LG에 분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기아를 휩쓸고 지나간 ‘애플카’ 바람이 8개월 만에 다시 국내에 상륙했다. 이번에는 SK와 LG다. 애플과 SK·LG의 협력설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또 불고 지나갈 바람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대만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애플카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일본 도요타를 방문했고, 이에 앞서 지난달 LG전자와 SK그룹과 접촉해 애플카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LG와 SK 주가도 이날 급등했다. LG전자는 전일 대비 1만 4000원(10.04%) 오른 15만 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이노텍은 1만 3500원(6.37%) 상승한 22만 5500원, LG는 3200원(3.43%) 오른 9만 6400원을 기록했다. 기업 분할 추진으로 주가가 하락한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전일 대비 2500원(1.01%) 소폭 오른 2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SK㈜는 3000원(1.15%) 오른 26만 5000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시장 진출 확대에 나선 것을 계기로 애플이 SK·LG와 협력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애플은 배터리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애플카 제조는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애플이 중국 업체 대신 한국 업체와 손을 잡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애플이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스템도 국내 기업과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LG는 전장(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전기 구동 시스템(LG전자), 인포테인먼트(LG디스플레이·LG전자), 카메라 모듈(LG이노텍) 등 전기차 시스템을 생산하는 계열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협력이 구체화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보니 그저 협력설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올해 1월 애플과 현대차·기아의 협력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현대차·기아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시했고, 협력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애플이 국내 기업과 접촉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실무진 수준의 미팅만으로 부풀려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애플은 비밀유지를 생명처럼 여기기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면 성사될 일도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美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스’에 한국 포함 추진

    美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스’에 한국 포함 추진

    미국 하원에서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로 불리는 기밀정보 공유 대상국에 한국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엔 이들 5개국이 정보 공유를 넘어 안보·군사 협력으로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여서, 한국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2일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정보특수작전소위가 공개한 35쪽 분량의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국방부 장관과 조율해 내년 5월 20일까지 한국, 일본, 인도, 독일 등 4개국이 파이브 아이스에 가입할 때 발생할 이점과 위험성을 의회에 보고토록 했다. 개정안은 “파이브 아이스 출범 뒤 위협의 지형이 광범위하게 변해, 가장 큰 위협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런 거대한 권력 다툼의 현장에서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영국 등 영어권 5개국으로 구성된 정보 동맹을 중국 견제의 핵심축인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를 시사한 것이다. 만일 개정안대로 파이브 아이스가 확대된다면,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인 ‘쿼드’(미국·인도·호주·일본)가 파이브 아이스에 모두 포함되는 구도가 형성된다. 파이브 아이스는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 등과의 냉전에 대응하려 만들었고 이후 3개국이 추가됐다. 가입한다면 한국 입장에서 정보전에 큰 도움이 된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을 가르는 기준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파이브 아이스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위상 제고 효과도 예상된다. 하지만 파이브 아이스가 지난해 중국 화웨이의 퇴출을 논의하는 등 중국 압박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의 파이브 아이스 가입 여부가 미중 간 선택 압박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논의의 첫걸음을 뗀 상태다. 최종적으로 NDAA에 담기려면 군사위 논의, 하원 표결, 상·하원 합동위원회 조율, 상·하원 전체 회의 표결 등을 거쳐야 한다. 또 최종 결정권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
  • [여기는 중국] 한국 내 반중 감정 커진 것은 편향된 한국 언론과 오해 탓?

    [여기는 중국] 한국 내 반중 감정 커진 것은 편향된 한국 언론과 오해 탓?

    한국 청년들의 반중 감정이 고조된 것과 관련해 한국 언론의 혐중 보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 광전국은 공식 웨이보 채널을 통해 ‘한국 젊은이들의 반중 감정 고조는 한국 언론의 편향된 보도와 양국 국민의 역사 교육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서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한중문화타운’(일명 차이나타운) 사업이 한국 내 반중 감정 고조로 좌초 위기에 처한 사건을 겨냥, 한국내 혐중 정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대표적 사례라고 꼽았다. 또, 이들은 최근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한국의 반중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58.1%가 중국을 ‘악에 가깝다’고 평가, 한국의 2030세대는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된 내용을 겨냥해 이 같이 비난했다. 실제로 이에 앞서 지난해 동아시아연구원(EAI)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한반도 주변 4강 중 최근 5년 새 한국인들의 적대감이 기존 16.1%에서 40.1%로 상승하는 등 반중 감정이 고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우호감은 지난 2019년 50% 대비 20.4%로 급감했다. 이 같은 한국 내 반중 정서 고조에 대해 취안저우시 광전국은 ‘양국은 우방국으로 불필요한 적대감은 양국에 불리하게 적용할 뿐’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와 대중국 무역 수출은 큰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국은 적대감을 완화하고 우호적인 교류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한중 사이의 여론은 허위 보도와 악의적이며 왜곡된 오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해당 시 광전국은 한국 내 반중 정서와 중국인에 대한 원한 감정의 주요 원인은 미국 정부에 의해 비롯됐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들은 ‘다수의 한국 대선 후보들이 중국에 대한 증오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반중 감정 고조의 원인으로 미중 대립 등 외교 상황 속에서 한국인의 상당수가 미국발(發) 뉴스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해결해야 할 무거운 문제는 현재 한국 내 언론의 친미 성향의 편향된 보도’라면서 ‘양국은 오해를 풀고 우호적인 발전을 지속해야만 국가 간 진전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문이 공개되자, 현지 누리꾼들도 덩달아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중국의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최근 점차 반한 정서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한국인 다수가 중국인을 대할 때 겉으로는 친절한 듯 보이지만 사실상 이들 내부에서는 중국인과 중국 문화를 하등한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하는 것을 우리들 모두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인들은 중국을 무시하고 하대한다’면서 ‘한국의 대중국 무역 수출로 큰 돈을 벌어가면서도 위선적고 비도덕적인 태도로 중국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 누리꾼은 이어 ‘한국인이 중국인을 쳐다볼 때 그들의 우월감은 폭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이미 항공 우주와 과학기술 등 전반에서 한국을 넘어섰다는 것을 한국인들만 모르고 있다. 우리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고 적었다. 
  • 아프간 협력 필요한 미중… 신장독립세력 입장 차가 걸림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군하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신장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에 대한 입장 차가 워낙 커 협력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이 ETIM을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한 결정을 재고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해 보인다. 3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모두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들의 소굴로 전락하고 탈레반이 극단주의로 치닫는 것에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양국이 협력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분석해 SCMP가 내놓은 답은 ETIM이다. 위구르인들은 1944년 중국의 혼란을 틈타 ‘동투르키스탄’을 세웠다. ETIM은 1955년 중국의 자치구로 병합된 신장에 동명의 나라를 다시 세우자고 주장한다. 중국은 ETIM이 아프간의 지원을 받아 신장 지역에서 테러 활동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다. 위구르족과 아프간 탈레반은 수니파여서 동질감도 남다르다. 위구르 극단주의자들이 탈레반을 믿고 분리주의 활동을 개시하면 바로 옆 티베트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저항운동을 벌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그간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신장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2002년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ETIM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베이징을 거들었다. 2001년 미국이 9·11 테러 보복을 위해 아프간을 침공하자 중국이 지지 의사를 밝혔는데, 부시 전 대통령이 이를 대가로 신장 인권 문제를 눈감아 준 것이다. 이런 ‘암묵적 공조’는 비정치인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가 2017년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깨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중’을 기치로 내걸고 위구르족 문제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11월에는 “ETIM이 실존한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테러 조직 목록에서 삭제했다. 최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아프간 문제에 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것도 ETIM에 대한 백악관의 태도 변화를 꼬집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 ETIM을 테러 조직으로 재지정하길 원한다. 그러나 이미 ‘반중’이 국민정서로 자리잡은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특별한 명분 없이 중국의 요청을 수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융뱌오 란저우대 정치·국제관계학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SCMP에 “탈레반이 국제사회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미중이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이 ETIM에 대한 입장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美국무부, 이례적으로 현상금 58억원 건 중국인 남자

    美국무부, 이례적으로 현상금 58억원 건 중국인 남자

    오피오이드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국제유통 혐의 미 국무부가 31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로 ‘장젠(43)’이란 이름의 중국인 남성을 현상수배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례적으로 미국 국무부는 장의 체포나 유죄선고로 이어질 만한 정보를 제공하면 무려 500만 달러(약 58억원)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미 마약단속국(DEA)도 같은 내용의 현상수배 공지를 했다. 외국에서도 제보가 가능한 ‘국제 현상 수배’였다. 국무부는 장젠이 2013~2016년 다국적 범죄조직 ‘장 마약유통조직‘을 이끌면서 강력한 오피오이드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등을 유통해 4명의 미국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 산동성의 ‘자론 바이오테크’를 비롯해 여러 곳의 연구실을 운영했던 장이 인터넷을 이용해 펜타닐 및 그와 유사한 마약을 미국과 캐나다에 유통시킨 조직의 수장이란 것이다. 펜타닐은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등과 달리 재배 농장이나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연구실에서 제조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매거진이 2019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처음 장젠의 조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플로리다주의 마약단속국에서 근무하던 마이크 부에미란 요원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마약류에 대해 수사하던 중에 중국에서 캐나다를 거쳐 대량의 펜타닐이 미국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3년 4월 몬트리얼의 UPS 지점에서 미국 콜로라도주로 보내려다 발송이 차단된 전자렌지와 토스터 속에는 1만 정의 펜타닐 알약이 들어있었다. 미 수사당국은 장젠이 중국 내 4곳의 펜타닐 제조 연구실을 두고 인터넷에서 접촉한 미국인들에게 우편으로 펜타닐 및 비슷한 마약을 팔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DEA와 미 국토안보부 수사팀에 따르면 장의 조직은 2013년 1월부터 2017년까지 수천 번에 걸쳐 펜타닐과 다른 불법적 약물을 국제우편 서비스를 통해 미국에 보냈다. 이들이 유통시킨 마약 때문에 노스다코타, 오리건, 노스캐롤라이나, 뉴저지에서 최소한 4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고 5명의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입었다. 미국에서 펜타닐 유통 혐의로 기소된 최초의 중국인 미 법무부는 2017년 10월 장을 기소했다. 미국에서 펜타닐 유통 혐의로 기소된 최초의 중국인이었다. 장의 조직과 관련된 여러 명의 중국인, 미국인, 캐나다인도 기소됐다. 미 재무부는 장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법상 마약을 유통할 목적을 갖고 여러 명의 공모해 제조·배포하면 최소 2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돼있어, 장이 체포될 경우 중형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중 마약 수사 당국 간의 공조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측은 중국과 정보를 공유했고, 중국 당국도 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2016년 여름 장은 중국 당국에 한 차례 체포됐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2017년 초에 다시 풀려나 중국 칭다오에서 ‘칭다오 준윈‘이란 회사를 다시 차렸다고 뉴욕타임스매거진은 보도했다. 당시 장에게 10제곱미터짜리 작은 사무실을 빌려줬던 주인은 “장은 매일 아침 7시 전에 혼자 도착해서 문을 잠그고 일했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은 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고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는 예의 바르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미 법무부는 2018년 1월 새로운 혐의를 추가해 장을 다시 기소했다. 하지만 3년 반이 넘도록 장은 검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미 국무부가 나서서 ‘국제 현상 수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는 마약단속국의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그에 대한 신고를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현지의 미국대사관이나 미국영사관에 제보해 달라고 마약단속국은 밝혔다.
  • [특파원 칼럼] 중국을 위한 변명/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을 위한 변명/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기자가 기억하기로 한반도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기 전인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꽤 우호적이었다. 2015년 KBS는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로 ‘슈퍼차이나’를 내보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원동력이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책으로도 출간됐다. 만약 같은 주제의 방송이 지금 나간다면 댓글창은 비난과 욕설로 도배될 가능성이 크다. 사드 사태로 ‘생채기’가 난 두 나라의 정서적 유대가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갈등 심화 등 영향으로 더 악화된 느낌이다. 그런데 슈퍼차이나가 방영되던 2015년이나 지금 모두 중국의 최고 지도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학자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그간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이나 정책 방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달라진 것은 중국과 시 주석을 바라보는 한국인과 한국 매체들의 관점이라는 설명이다. 정말로 중국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일까. 중국에 대한 혐오 때문에 우리가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베이징 거리를 다니다 보면 ‘메이퇀’이나 ‘어러머’의 점퍼를 입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로 따지면 ‘배민 라이더스’쯤 되겠다. 이들은 하루 종일 아파트 단지를 드나들며 소비자가 주문한 음식과 약품 등을 가져다준다. 주문 버튼을 누른 뒤 30분 정도면 배달원이 집으로 찾아온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만 나와도 지역 봉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리는 중국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필요한 제품을 24시간 공급해 주고 있어서다. 배달 앱으로 음식을 시키면 수수료가 5위안(약 900원) 안팎이다. 서울에서 단건 배달이 많게는 6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주문하기 미안할 정도다. 중국 플랫폼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주 6일을 일하면 매달 4000~8000위안(약 68만~137만원)을 받는다. 최근 중국 정부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법정 최저임금도 보장하라는 것이 골자다. 서구권 매체들은 지난해 말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인터넷 공룡 기업들에 대한 단속의 일환이라고 지적하면서 “시 주석이 공산당에 대한 잠재적 불만세력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곧바로 홍콩 증시에서 메이퇀 등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배달 노동자가 다칠 수 있으니 보험을 들어주고 최저임금은 줘가며 일을 시키라’는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올해 1월 장쑤성 타이저우에서 어러머의 한 배달 기사는 배달 수수료 4000위안(약 68만원)을 받지 못하자 “내 돈을 돌려 달라”며 분신을 시도했다. 당시 미국과 유럽 언론은 “중국 배달 플랫폼의 노동자 착취 행태가 도를 넘었다. 중국 당국이 (기업 편에 서서) 묵인해 사태를 키운다”고 맹비난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중국 정부가 노동자 보호 대책을 내놨더니 이제는 “기업을 압박한다”고 비판한다. 서구세계의 무조건적인 ‘중국 때리기’는 좀 이상하다. ‘공동 부유’를 내세워 상속세 및 부동산 보유세 신설 의지를 내비치고 사교육과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 시대를 계기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시도하려는 노력, 길게 보면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도입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이런 행보가 시 주석의 장기집권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런 의도 때문에 정책의 본질까지 왜곡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중국이 하는 일은 뭐든 사악하고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 “중국군 생물학 무기는 아니다”… 또 코로나 기원 못 밝힌 美

    “중국군 생물학 무기는 아니다”… 또 코로나 기원 못 밝힌 美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을 찾고자 석 달간 머리를 맞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들 기관은 “중국에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한 더이상의 연구는 무의미하다”고 성토했다.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중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없어 감염병 확산의 실체는 미궁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바이러스 기원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한 뒤 일부 기밀을 삭제하고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18개 정보기관에 “90일의 말미를 줄 테니 각종 자료를 재검토해 코로나19에 대한 명확한 결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보고서는 “감염병이 중국군의 생물학 무기로 비밀리에 개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찾지 못했다. 백악관의 의심대로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인지, 대다수 과학자들이 추정하듯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생겨난 것인지 해답을 구하지 못했다. 여러 정보기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에 인간이 자연스레 노출돼 옮겨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 곳은 구체적으로 “우한 연구소에서 사고가 발생해 첫 번째 인간 감염자가 나왔다”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정확한 감염병 기원은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결정적 정보가 중국에 있지만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단 등의 접근을 차단했다”며 “세계는 해답을 알아야 하고 나도 이를 위해 쉬지 않을 것이다. 책임 있는 국가라면 이런 의무를 피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바이러스 책임론’을 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 가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미국이 철저한 정치 보고로 중국을 헐뜯었다”며 “오히려 미국이 불투명하고 비협조적”이라고 맞받아쳤다. 마 부부장은 “미국은 육군 포트 데트릭 기지 등 생물 실험실에 대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군 기지에서 감염병이 비롯됐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올해 초 WHO 연구팀은 중국 우한을 방문해 조사를 벌인 뒤 “바이러스가 우한 시장에서 판매된 동물에서 퍼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WHO는 논란의 핵심인 우한 연구소 등을 살펴보는 두 번째 조사를 준비 중이지만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에 바이러스의 기원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기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 나스닥지수 ‘15000’ 돌파

    ‘차이나 리스크 해소’ 기대감 반영中 빅테크 기업 폭등에 사상 처음S&P500지수도 4486.23 ‘최고치’ 지난달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촉발된 세계 자본시장의 ‘차이나 리스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다. 24일(현지시간) 중국 기술주들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 5000 고지’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52% 오른 1만 5019.8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9000선에 머물던 나스닥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같은 해 3월 20일 6879.5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제로금리’(0~0.25%)를 선언하고 매달 1200억 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자산 매입에 돌입하자 방향을 바꿔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이후 반등한 나스닥은 지난해 6월 10일 1만선을 돌파했고, 다시 14개월 만에 1만 5000도 뚫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15% 상승한 4486.23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S&P500은 올해 들어 50번째 최고치를 달성했다. 전날 미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감염병 백신을 공식 승인해 월가에 훈풍을 불어넣은 가운데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한꺼번에 치솟은 것이 원동력이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앞서 통신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정치·규제 리스크에 대해 공시할 것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타전했다. 이는 ‘어찌 됐건 SEC가 중국 기업들을 (쫓아내지 않고) 계속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차이나 리스크 해소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 일부 매체도 “미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해 자동차용 반도체 수출을 허용했다”고 보도해 미중 갈등 완화 조짐을 전했다. 이에 기술주 폭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섰다. 이 결과 이날 뉴욕증시에서 종목별 상승폭은 핀둬둬 22%, 텐센트뮤직 13%, 징둥닷컴 10%에 달했다. 차이나 리스크의 시발점이 된 디디추싱도 13% 가까이 상승했다.
  • [서울광장] 신그레이트 게임/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신그레이트 게임/오일만 논설위원

    아프가니스탄은 역사적으로 제국의 무덤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그리스 제국을 시작으로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도 아프간에서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19~20세기 초까지 대영제국은 중앙아시아 패권을 잡고자 남하하는 러시아를 막으려고 아프간에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였다. 그 유명한 그레이트 게임이다. 당시 영국은 세 차례나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처참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냉전의 한 축이었던 소련도 아프간의 사회주의 정권 붕괴를 막고자 개입했다가 10년 전쟁 끝에 손을 들고 나온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세계 최강 미국이 당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감행한 알카에다를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최장 전쟁으로 기록된 탈레반과의 20년 전쟁을 벌였다가 패배했다. 미국은 20년 동안 공을 들여 아프간 군대와 경찰 육성을 토대로 친미 정권을 수립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05년부터 아프간군기금(ASFF)으로 지원한 자금만도 750억 달러(약 88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난 5월 미군 철수가 시작된 뒤 공들여 키운 30만명의 정부군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해외 도피 하루 만에 수도 카불이 점령되는 사태를 맞았다. 전의를 상실한 아프간 군대의 최후는 이렇게 허망했다. 이번 사태는 1975년 베트남전 패배 이후 최강 미국의 자존심이 구겨진 패배로 기록되고, 앞으로 닥칠 세계 군사안보 지형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철군 이유로 “국익 없는 전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반복하지 말아야 할 실수’ 세 가지를 제시했다.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분쟁에 개입하는 것, 군사 개입으로 국가 내전을 가속화하는 경우, 영구적 미군 배치를 통해 국가 재건을 시도하는 경우다. 미국이 뼈아픈 실패를 곱씹으며 국익 우선주의를 설파하자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으려면 한미동맹에 더욱 밀착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쏟아졌다. 주로 보수 언론과 극우 유튜버들 사이에서다. 스스로 나라를 지킬 의지가 없었던 정부와 군대의 최후를 목격한 상황에서 한미동맹 지상주의를 부르짖는 것은 자국의 운명을 다른 나라에 맡기자는 전형적인 사대주의적 발상이다. 스스로를 돕지 않으면 남도 돕지 않는다는 교훈을 목도하지 않았나.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고, 군작전 능력을 키워 자강의 안보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미국의 국익 우선주의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 미국이 아프간에서 발을 뺀 이유 중 하나는 ‘중동 석유’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그동안 아프간의 전략적 중요성의 핵심은 ‘석유’였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은 표면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으로 포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본질적으로 ‘석유 전쟁’이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석유를 서방 시장으로 연결하려면 반드시 아프간을 통과해야 하는 지정학적 특징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셰일가스 혁명에 성공해 미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획기적 변화가 있은 뒤 중동 석유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됐다. 손익분기점을 넘어 버린 아프간에서 발을 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탈레반 재집권 이후 미중 패권 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아프간과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과 아프간은 ‘와칸회랑’을 통해 약 73㎞에 달하는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아프간에서 메스아이나크 구리 광산, 아무다리야 분지의 유전 개발권 등도 따냈다. 사활을 건 일대일로 핵심 프로젝트도 아프간과 연결돼 있다. 더욱이 탈레반은 이슬람 수니파에 속한다.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꿈꾸는 무장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역시 수니파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탈레반이 교리상 형제인 신장의 무슬림의 분리 독립 운동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탈레반 대변인이 최근 “우리는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지원에 손짓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신장위구르 분리 독립을 저지하려는 중국과 경제 재건이 시급한 탈레반이 일시적으로 손을 잡을 수는 있어도 항구적 안정과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탈레반’이라는 핵폭탄급 난제를 남겼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미중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 해리스 “아·태 국가에 미중 간 선택 강요 안 해”

    해리스 “아·태 국가에 미중 간 선택 강요 안 해”

    취임 뒤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를 방문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4일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중 어디를 선택할지 강요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동남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입은 특정 국가에 대한 경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어느 국가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지 않다”고 연설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해권을 주장하는 데 대해선 “이미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중국의 영해권 주장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있었음에도 중국이 남중국해 거의 전체를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등 지역 질서를 위협한다”고 비난하며 “미국은 우방, 동맹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22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해리스 부통령은 23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하고, 24일 베트남으로 이동해 26일까지 머무르는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직후 조 바이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시점에 해외순방을 하게 되면서 일정을 전후해 다소 껄끄러운 장면들도 연출됐다. 당장 해리스 부통령과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함락이 미국 대외정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을 받은 리 총리는 “앞으로 미국이 무엇을 하는지가 역내 미국의 헌신과 결의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다소 날 선 답변을 내놓았다. 나아가 리 총리는 “각국은 때때로 계산을 다시 한 뒤 입장을 조정한다”면서 “이 과정이 부드럽게 이뤄질 수도 있지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엉망이 되면 바로잡기까지 시간이 들 수도 있다”고 답을 더했다. 미국에선 폭스뉴스가 지난 20일 밤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아프간 사태에 대한 미국 대응’ 질문을 받은 해리스 부통령이 “잠깐만, 잠깐만, 천천히 하자”며 웃는 화면을 23일 공개했다. 해리스는 곧 주변을 정리한 뒤 “우선순위는 미국 시민, 우리와 함께 일한 아프간인,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이라고 성실하게 답했지만, 아프간 질문을 받고 활짝 웃는 건 부적절했다는 네거티브 공세가 제기됐다. 해리스 부통령 순방에 즈음해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23일자 사설에서 “미국은 맹우(盟友·동맹) 포기의 상습범”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해리스 방문에 앞서 이날 중국이 베트남에 코로나19 백신을 전격 지원하는 등 중국의 견제 행보도 감지되고 있다.
  • [김양희의 국제경제] 우리의 ‘경제안보’ 전략은 있는가/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김양희의 국제경제] 우리의 ‘경제안보’ 전략은 있는가/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바야흐로 ‘경제안보’의 시대다. 코로나는 미중 전략경쟁의 강력한 촉매제가 됐다. 동맹 중시 바이든 정부의 출범에 힘입어 미국의 동맹과 우방이 서로 한발 더 다가섬에 따라 미중 전략경쟁은 ‘미 진영 대 중국’이라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필자는 글로벌화 시대에 경제, 안보, 보호주의라는 생경하고 위태로운 세 요소의 교집합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현상을 ‘보호주의 진영화’로 명명한다. 이제 미 진영은 경제안보에 핵심적인 품목의 글로벌가치사슬(GVC)에서 중국만 도려내고 믿을 만한 나라들만 모여 ‘신뢰가치사슬’(Trusted Value Chain)이라 할 만한 대체재를 만들려 한다. 물론 ‘TVC’에 신뢰만 넘쳐날 리 만무하다. 효율과 신뢰라는 상이한 작동 원리의 두 세계는 태생적으로 불협화음을 내기 마련이라 그 안에 국가 간, 국가와 시장 간 불신의 불씨가 곳곳에 잠복해 있다. 최근 안보의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경제안보’가 부쩍 인구에 회자된다. 인공지능(AI), 5G, 양자기술, 첨단 반도체와 같은 이중 용도의 첨단 기술은 경제력뿐 아니라 군사력도 좌우한다. 코로나와 기후위기로 인한 공급망 교란은 경제는 물론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게 됐다. 경제와 안보가 조우하는 순간 전통 안보, 보건, 환경, 인권 등의 인류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한 국가의 부활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것이 정부의 자의적이고 과도한 개입이 빚어내는 보호주의와 분별이 어려워져 세계질서의 불확실성이 고조된다는 것이다. 혼돈의 시대다.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분기점으로 미 진영의 TVC 합류를 압박하고 있으나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의 한국은 고민이 깊다. 우리보다 먼저 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우리보다 깊숙이 미 진영 TVC에 들어간 듯 보이는 일본도 실은 고심이 깊다. 그렇다면 유사한 처지의 두 나라는 환경 변화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한국은 이제 겨우 출발점에 다가서는 단계이고 일본은 한발 앞서 출발점을 지났다. 일본은 1980년대에 ‘미일 반도체 분쟁’을 겪으며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했으나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한 경제안보 전략의 출발점은 지난해 7월 내각부 주도하에 범정부적으로 수립한 ‘통합 이노베이션 전략 2020’으로 볼 수 있다. AI, 바이오기술, 양자기술, 소재를 일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반 기술로 선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과제를 제출했다. 여당 자민당은 같은 해 12월 ‘제언 경제안전보장전략 책정을 향해’에서 일본의 경제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 확보와 일본의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높일 ‘전략적 불가결성’을 꼽고 이를 위한 긴요한 수단으로 동맹 및 유사국과의 연대를 역설했다. 지난 3월 발생한 ‘라인 문제’는 일본에 경제안보 전략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요란한 알람이 됐다. 일본 정부도 행정 업무에 활용했던 대표적인 국민 메신저 ‘라인’의 이용자 정보를 중국 소재 데이터 처리 위탁 기업에서 중국 직원도 열람할 수 있음을 알게 된 일본은 화들짝 놀랐다. 일본 우익은 라인의 서버가 한국의 NHN에 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기도 했으나 직접적인 위협은 2017년 중국이 도입한 ‘국가정보법’이었다. 이 법은 중국 소재 모든 정보기술(IT) 기업의 이용자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서둘러 대정부 8개 요구 사항을 제시했고, 2022년 의회 통과를 목표로 ‘경제안전보장일괄추진법’을 마련 중이다. 경산성도 지난 5월 ‘신뢰받는 GVC 구축을 위한 전략 경쟁에의 대응’ 발표에 이어 6월에는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통상백서2021’ 등을 쏟아내고 있다. 산업계도 봄부터 분주하다. 경제동우회는 대정부 제언을 냈고, 경단련(??連)은 ‘국제경제외교종합전략센터’를 개설했다. 일본의 이러한 흐름에 대한 분석은 차치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춰 정부ㆍ여당과 의회 산업계까지 대책 마련에 분주한 일본은 유사한 처지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내년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 대선 후보들 간의 날 선 소모적 공방 사이에서 국제질서의 전환기에 천착하는 모습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대외전략이 아예 없거나 경제와 안보가 따로국밥이다. 누구보다도 경제안보 전략 수립에 힘을 모아야 할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경제안보의 개념 정의와 방향, 국내 거버넌스, 국제협력 방안 등을 둘러싸고 공론화가 시급하다.
  • 美, 노련한 주중대사로 ‘늑대전사’ 맞상대… 中과 협력 모색하나

    美, 노련한 주중대사로 ‘늑대전사’ 맞상대… 中과 협력 모색하나

    올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개월 만에 중국 주재 미국대사를 지명하면서 미중 관계 재설정을 위한 인적 구성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중국이 ‘늑대전사’ 외교의 대표 주자인 친강을 주미대사로 임명했지만, 미국은 반대로 온건 성향의 외교관 출신인 니컬러스 번스(왼쪽)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배치했다. 양국은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미중 정상회담 성사를 타진하고자 두 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번스 신임 대사는 1990년부터 5년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러시아 업무를 담당한 뒤 그리스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를 지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는 정무차관으로 활동했다.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공공정책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 최대 외교·안보 행사인 ‘애스펀 안보포럼’을 이끌고 있다. 다만 그가 ‘중국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이 외교가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미군 철수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마치고 몇 시간 뒤 바로 새 주중대사를 선임했다. 아프간에 쏠린 여론을 환기하고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는 (아프간이 아니라) 중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번스 대사는 지난달 중국이 미국으로 보낸 친 대사와는 결이 다르다. 친 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코드가 잘 맞는’ 외교관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친 비난과 공격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반면 번스는 ‘음지에서 일하는’ 정통파 외교관이다. 그를 지명한 것은 주중대사의 근본적인 역할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 중국의 분석이다. 주중대사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캐리 미국 기후특사 등과 수시로 협력해야 한다. 미중 충돌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갈등을 증폭시킬 ‘정치인 출신’보다는 백악관 및 베이징과의 소통을 늘려 현안을 해결하는 ‘일꾼’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봉황망은 “번스 대사가 블링컨 장관과 오랫동안 중동에 머문 사이고 설리번 보좌관과도 가깝다”며 “바이든 대통령 등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막역해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인사로 두 나라가 아프간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미중 정상회담 추진에도 시동을 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일 일본 주재 미국대사로 람 이매뉴얼(오른쪽) 전 시카고 시장을 택하자 일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관계자인 이매뉴얼의 낙점에 미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백악관에 바로 연락할 수 있는 귀중한 파이프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매뉴얼이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정치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중국에 대항하고자 미일 동맹을 강화하려는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 핵전력 키우는 中… 올 투자 4배 급증

    미중 신냉전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올 들어 핵무기와 관련한 투자를 4배 가까이 늘리며 핵전력 증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핵 관련 군수업체인 중국핵공업건설의 올해 1∼7월 군 관련 계약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1% 증가한 172억 위안(약 3조 1294억원)에 이른다고 21일 밝혔다. 핵공업건설의 군 수주액 급증은 미중 패권다툼 심화 속에서 중국의 핵전력 증강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 군사평론가 쑹중핑은 “이 수치는 중국의 핵무기 확장 추세를 보여 준다”며 “미국이 계속 중국에 도전하고 중국 내정에 더 깊이 간섭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펴낸 미 핵과학자회(BAS)지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3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72개는 지상배치 미사일에, 48개는 잠수함에, 20개는 항공기에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지난달 27일 핵 전문가들의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하미시 인근에 지난 3월부터 핵미사일 격납고 110개가 건설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가 지난 6월 “중국이 간쑤성 위먼 인근 사막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격납고 119개를 짓고 있다”고 공개한 이후 두 번째 발견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건설 중인 핵미사일 격납고는 모두 230개로, 중국이 현재 운용 중인 격납고가 20개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핵전력을 강화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6일 화상회의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급속한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핵무기 보유를 늘리는 것은) 중국 베이징이 수십년간 최소 억제에 기초한 핵전략에서 빠르게 이탈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아프간과 신장 잇는 ‘와칸 회랑’ 뭐길래…미·중 충돌할 ‘화약고’

    아프간과 신장 잇는 ‘와칸 회랑’ 뭐길래…미·중 충돌할 ‘화약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국을 장악한 뒤 이 나라와 중국을 연결하는 ‘와칸 회랑(Wakhan corridor)’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주변 나라의 지도를 보면 굉장히 특이한 국경선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아프간 동쪽에서 위로는 타지키스탄, 아래로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북 16~22㎞, 동서 350㎞의 길쭉한 골목이 형성돼 있다. 이 회랑의 동쪽 끝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연결돼 있다. 대영제국이 러시아제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완충 지대를 만든 외교적 책략의 산물이었다. 시곗바늘을 더 멀리 돌리면 고구려 유민 출신으로 당나라 장군이었던 고선지 가 파미르 고원 원정을 갈 때 이용하던 곳이기도 하다. 벌써 알카에다, 이슬람 국가(IS) 요원들이 영내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요원들도 발호할 가능성이 높다. ETIM은 위구르족 청년들이 신장에 ‘동투르키스탄’ 독립국을 세우려고 1990년 설립했다. 중국의 탄압으로 그 세력 일부가 아프간으로 넘어와 암약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힘의 공백을 틈타 회랑을 통해 신장 지구를 공격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이미 이곳 회랑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동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세기 대영제국은 러시아제국과 중앙아시아 패권전쟁,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러시아는 남하하려 했고, 영국은 저지하려 안간힘을 썼다. 영국은 러시아의 인도 진출을 우려해 길목인 아프가니스탄을 세 차례 침공한 끝에 조약을 통해 아프간과 인도(현재 파키스탄) 간의 국경을 완성했다. 대영제국은 러시아 세력과 직접 대치하지 않도록 와칸 회랑을 완충지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살 길로 제시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정부가 이 회랑의 중요성을 간과할 리 없다. 중국으로선 테러 세력의 차단과 일대일로 개척을 위한 통로이자 향후 역내 군사·경제적 패권을 위한 교두보가 되기 때문이다. 탈레반 역시 자신들에 반대하는 세력이 위구르 분리세력과 손잡는 일을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위구르의 민족주의 독립 성향이 역내에 유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도 중국과 탈레반의 교류가 가시화하면서 두 나라의 이동 경로인 와칸 회랑의 경제적·군사적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처음에는 해발 4900m 전후의 고지대라 손대길 꺼려했다가 2008년 아프간에 주둔하던 미국과 영국이 전쟁물자 보급을 위해 이 지역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하자 보는 눈이 달라졌다. 중국 정부는 이 요구를 거부하고 이듬해부터 국경 10㎞ 근처까지 도로를 새로 건설하고 이동통신 중계시설도 설치했다.그러다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 회랑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경제 회랑(CPEC) 사업을 진행하면서 와칸 회랑을 통과하는 중국∼아프간 연결 도로망 건설도 결정했다. 이 도로는 북쪽 중앙아시아와의 교역을 확대하고 남쪽으로는 파키스탄 서부 과다르 항구까지 이어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으로서도 중국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타르 도하의 탈레반 정치국을 이끄는 2인자이자 실질적 지도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 톈진을 찾아 회담을 할 정도다. 1조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희토류 등에 대해 중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하일 샨힌 탈레반 대변인은 19일 CGTN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경제규모와 능력이 막대한 대국이다. 내 생각에 아프간을 재건하고 회복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현재 회랑 지역은 탈레반 근본주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이스마일파의 영향권에 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은 지난달 초 사절단을 파견해 주민들과 소통에 나서는 등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세력의 유입에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이 타지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대거 망명을 신청하면서 조용하던 지역에 혼란이 생겨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사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물론, 조 바이든 정부도 중국의 인도 남하를 저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당장은 탈레반과 중국의 우호적인 태도를 볼 때 긴박한 위기가 조성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역내 워낙 다양한 극단주의자들이 충돌하며 대립하면 미국과 중국이 대리전을획책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시크릿 콤파스 구경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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