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뮤직비디오 폭력·저질 위험수위”
“대마초 흡연,불륜,동성애,낙태수술,혼전동거 등을 묘사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제작사에게 당신들은 자식을 키우지 않느냐고 묻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뮤직비디오의 문제점을 파헤쳐사회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주부들이 있다.서울 중구저동 모교회 문화교실 소속인 김경옥씨(43·여) 등 7명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교회에 모여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며 문제점을 토론한다.방송,비디오,게임,광고 등에 대해 광범위한 문화소비자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孫鳳鎬)’ 소속 간사 1명이 매주 자문을 해주고 있다.
이들은 대개 10대 자녀들을 둔 40대 주부들이다.뮤직비디오를 처음 모니터링한 것은 지난 98년으로 벌써 3년이 넘었다.뮤직비디오에서 청소년들의 폭력과 자살,성문제 등을 부추기는 내용을 발견하고부터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시끄러운 힙합음악을 듣느라 괴로웠는데 요즘에는 아이들과 새 뮤직비디오에 대해 의견을주고받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해요.” god,문희준 등 신세대 가수들의 노래와영상을 평가하는‘아줌마’들의 시각은 이제 수준급에 올랐다.1년에 2차례씩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도 펴내고 있다.
지난 주에도 올해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공개 발표회를갖고 보고서를 냈다.폭력성,선정성,죽음의 미화,가치관 왜곡 등 뮤직비디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성전환자 하리수가 대중에게 편안한 ‘연예 상품’으로 공인을 받으면서 요즘은 동성애를 담은 뮤직비디오가 유행이에요.” 폭력을 미화한 뮤직비디오는 god의 ‘니가 필요해’,문희준의 ‘Alone’,선정적인 것은 양동근의 ‘구리뱅뱅’,김원준의 ‘나인’ 등을 꼽았다.이정현의 ‘미쳐’는 자살을 미화하고,이윤정의 ‘Seduce’는 노골적인 성적 유혹을담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범수의 ‘하루’처럼 포장은 아름다워도 애인이 죽으면 따라죽는 것이 숭고하다는 식의 죽음을 미화하는 메시지를 담은 뮤직비디오가 더 위험해요.” 이은미씨(44)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분별력을 지닐 때까지 유해한 문화 환경으로부터 지켜야겠다는 소명감에서 꾸준히 뮤직비디오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들이 꼽은 올해 최악의 뮤직비디오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는 문차일드의 ‘사랑하니까’다.반면 최근 나온 god의 ‘길’은 가사가 청소년들의 고민을 잘 담고 있고 ‘희망’을 그린 메시지도 좋아 최고의 뮤직비디오라는 평을 들었다.
케이블방송에서 일일이 문제가 될만한 뮤직비디오를 녹화하는 엄마들을 ‘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비판하느냐’며 싫어하는 청소년들도 있다.하지만 어른들의 뜻에 공감하는 자녀들도 제법 많다는 것이다.
강희자씨(47)는 “우리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비디오들은 아이들도 호기심으로 몇번 본 뒤에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고 하더라”며 아이들도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모니터 활동도 깊이를 더해가면서 ‘총이 나오면 무조건나쁘다’는 식의 단순한 비판을 하지않기 위해 자문위원을 초빙하거나 전문강좌에 참석하기도 한다.실력이 있어야올바른 판단을 한다는 생각에서다.
팀장으로 모니터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경옥씨(43)는 “총격,폭력,죽음 등을 담은 뮤직비디오로 시선을 끌어 음반만 많이 팔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기자 g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