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페퍼민트’ 리뷰/기획·캐스팅 뛰어나
SJ엔터테인먼트와 SMG파이가 공동제작한 창작뮤지컬 ‘페퍼민트’(이유리 작,이두헌 작곡,권호성 연출)는 모처럼 관객의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한 무대였다.충분한 사전 기획,철저한 관객 지향 마인드,적절한 캐스팅이 효과적으로 어우려져 우리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페퍼민트’는 예술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기획 상품’으로서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단적으로 그룹 ‘SES’의 멤버였던 가수 바다가 연기하는 극중 여주인공 ‘바다’는 그녀의 분신이나 다름없다.인기 여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신데렐라 이미지’를 강요하는 가요계의 현실비판을 축으로 삼고,터주 귀신과 주인공간 동화같은 사랑을 다른 기둥으로 놓아 현실과 팬터지를 오가는 설정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
이를 풀어가는 방식 또한 대단히 대중적이다.그 중심에는 그룹 ‘다섯손가락’출신의 작곡가 이두헌이 만든 감칠맛나는 노래들이 있다.기존 뮤지컬의 정형화된 음악대신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가요의 어법을 활용한그의 노래들은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창작뮤지컬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돼온 음악이,이 작품에서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로 짜여진 세련된 무대미술과 역동적인 춤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무대(천경순),의상(이정우),조명(이우형),안무(서상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특히 극중 바다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은 마치 TV쇼프로그램 녹화현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화려한 무대로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배우들의 앙상블도 나무랄 데 없다.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바다의 연기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으나 빼어난 가창력 못지않은 수준급 연기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터주’역의 남경주,기획사사장 ‘빈’역의 고영빈,아파트 경비원 임철형과 코디네이터 김영주 커플의 감초 연기도 돋보였다.
‘페퍼민트’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점이 있다.앞에서 지적했듯 ‘페퍼민트’는 철저한 기획상품이다.가수 바다의 캐릭터와 상품성에 기대는 부분이 많음을 부인할수 없다.인기 가수를 부각시킨 단발성 기획을 넘어 지속적인 레퍼토리로 자리잡으려면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10월23일까지,뮤지컬전용극장 팝콘하우스(02)399-5888.
이순녀 기자 co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