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불안·순정… 장기하와 얼굴들도 그렇다네?
쉴 새 없이 내려치는 드럼 비트 위에 기타 사운드가 경쾌하게 내달린다. 장기하(32)의 춤사위는 예사롭지 않은 수준을 넘어 파격적이다. 머리와 팔다리가 몸에서 분리된 듯 온몸의 관절을 꺾고 튕기는데 본인도 보는 이도 영혼이 쏙 빠져나갈 듯하다. “한참 동안을 찾아다녔네 /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날아와 줘요.” 점점 격렬해지는 막춤과 차곡차곡 쌓여 가는 사운드는 꿈꾸던 사람을 만난 기쁨과 반응하며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규 3집 앨범 수록곡으로 최근 선공개된 ‘내 사람’의 뮤직비디오다. 1970~1980년대 록을 재해석한 복고적이면서 키치한 음악으로 인디신의 최고 인기 밴드로 떠오른 이들이 이번에는 “로큰롤의 기본에 충실했다”고 자부하는 앨범을 발표했다. 15일 발표된 3집 ‘사람의 마음’은 기쁨, 외로움, 그리움, 삶의 고달픔 등 솔직한 마음을 로큰롤 사운드에 담았다.
13곡이 수록된 새 앨범은 전반적으로 단순하면서 강렬한 로큰롤이 중심이다. 노래와 랩, 읊조림 사이를 오가는 장기하 특유의 보컬은 이전보다 톤이 높아졌고 리듬은 흥겨워졌다. 듣는 이들의 ‘몸’을 흔들겠다는 의도다. “6년 동안 밴드 활동을 하면서 무대에서 흥이 많아지다 보니 노래를 좀 높여 부르고 싶었어요. 그리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자는 생각에 춤으로 음악을 표현했습니다.(웃음)”(장기하)
1960년대 악기인 멜로트론, 빈티지 오르간 등 아날로그 악기를 활용한 것은 물론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마스터링 작업을 할 정도로 사운드에 공을 들였다. 또 5인조에서 6인조 밴드로 재편됐지만 오히려 사운드는 간결해졌다. “소리를 풍부하게 하는 것보다 소리를 빼는 것에 집중했어요. 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하려면 비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하세가와 료헤이)
이 시대의 ‘잉여’들을 대변하는 듯한 밴드 특유의 가사는 수록곡마다 빠짐없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 / 하지만 오늘 밤엔 잠을 자자 푹 자자”(타이틀곡 ‘사람의 마음’), “주거니 받거니 하고 싶은 맘 / 굴뚝같지만 줄 줄을 몰라서”(‘구두쇠’), “또 좋다 말았네 / 이번엔 정말 잘될 줄 알았는데”(‘좋다 말았네’) 등의 가사는 가진 것, 내세울 것 없는 이들의 찌질한 속마음을 쿡 찌르는 듯하다. “앨범을 낼 때마다 앨범의 주제를 정해 놓지 않아요. 이번에도 곡을 모아 놓고 보니 하나같이 ‘마음’들이더라고요. 지고지순함, 파렴치함, 불안함 등… 그런 마음을 한 곡이 하나씩 담고 있습니다.”(장기하)
장기하와 얼굴들은 오는 23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11월 8일), 대전(11월 16일), 전주(11월 22일), 부산(12월 6일)을 돌며 투어 콘서트를 연다. 거창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과 위안을 주고 싶다”(장기하)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