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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두율칼럼] ‘사회원로’의 조건

    [송두율칼럼] ‘사회원로’의 조건

    ‘사회원로’ 라는 단어가 있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된 상황 속에서 여론형성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치는 이 집단에 속하는 개인이 지녀야 할 능력이나 자질 또는 조건에 대해서는 그러나 명확한 규정은 없다. 대개 연령, 사회적 경륜, 학식, 전문성, 직업 등을 감안해서 이미 사회적으로 일정한 영향력을 지니는 사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사회원로’라고 부르는 것 같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자칭 또는 타칭으로 이 집단에 속하게 된 사람의 자격시비도 따르고 그들의 집단적인 발언이나 행동에 대하여 지지, 반대도 있지만 또는 냉소나 무관심도 뒤따른다. 로마제국시기의 ‘원로’(senator)도 ‘나이든(senex)’이라는 라틴어의 어원에서 유래하고 있고 현역에서 은퇴하고 나서도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한 집단을 의미했다. 그러고 보면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사회원로’라는 뜻과도 거리가 그렇게 먼 것은 아니다. 이런 전통은 영국이나 이탈리아에서처럼 상원제로서 제도화되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종신상원’이라는 제도까지 두고 있는데 피아트 자동차회장 아그넬리 등 극소수 사람만이 그러한 영예를 누리고 있다. 일본도 메이지유신 이후 이와 비슷한 원로원을 두어, 가령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처럼 몇 명의 비중 있는 공신에게만 원로의 자격을 부여했었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이야기되는 사회원로는 그렇게 직접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주로 사회운영의 원칙을 강조하는, 다분히 교육자적인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68년’과 같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회원로의 집단적 발언이나 행동이 아주 뜸한 서구사회와는 달리 한국사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원로의 발언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들의 발언 과잉현상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이들 발언의 사회적 효과나 파장도 줄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의 사회는 지식의 형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해와 사회적 관계가 과거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환경오염, 생명공학 또는 지구화가 몰고 올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에 대한 무지(無知)자체가 일반적으로 지식의 형식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지식사회학의 중요한 영역이 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표출되는 사회원로의 언술체계도 어떤 사회의 모든 정신적 흐름을 집약해서 총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시하려는, 칼 만하임(K Mannheim)이 지적한 일종의 ‘총체적 세계관’을 무리하게 전제할 수도 없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사회원로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종종 “좋은 소리인데 현실성은 없다.”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른바 ‘지식기반사회(knowledge based society)’에서 지식과 정보의 다양성과 전문성 때문에 도덕적 당위성에 주로 의존하는 사회원로의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식으로 이해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실증주의철학의 원조, 프랑스 철학자 콩트(A Comte·1798∼1857)는 인간정신의 발달을 신학적, 형이상학적 그리고 실증적 단계로 점차 진화한다고 주장했지만 지식기반사회안에도 종교와 신화는 여전히 과학적 지식체계와 공존하고 있다. 성직자나 철학자가 사회원로로서 발언하는 내용이 비록 전문성을 결여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생활세계의 문제는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동시에 또 사회원로의 발언을 신성불가침한 것처럼 절대화하거나 우상화해서 이에 대한 비판자체를 아예 “무엄하다.”거나 “버릇없다.”는 식으로 매도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갈수록 복잡해지는 우리의 ‘위험사회’는 이미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앎의 질서는 물론, 아직 모르고 있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자체도 충분히 공론(公論) 안에 흡수할 수 있는 열린 태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행정구역 통합 학산시 현장탐방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행정구역 통합 학산시 현장탐방

    일본 고이즈미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인 시(市)·정(町)·촌(村) 합병작업인 ‘헤이세이(일본의 연호) 대합병’이 진행 중이다.1999년 3232개이던 기초자치단체는 내년 3월 1821개로 대폭 줄어든다. 총무성은 대통합의 잘잘못을 내년 3월까지 검증, 합병 후의 문제점을 줄여가겠다는 구상이다. 합병 작업이 진행중인 이시가와현 학산(白山)시를 찾았다.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도쿄 서북쪽, 동해안 연안의 이시가와현 학산시는 지난 2월 1시,2정,5촌이 합병해 탄생했다. 이시가와현 최대의 면적에 인구는 11만명이 됐다. 합병 뒤 선거를 통해 새 통합시장이 탄생했고, 각 시·정·촌 의회는 해산, 시 의회로 통합됐다. 격변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칼바람 맞은 상층부 합병에 따른 변화는 격렬하다. 우선 8개 자치단체장 중 시라미네 촌장 등 7명은 자리를 잃고, 맛토 시장이었던 통합 학산시 카도 미쓰오(74) 시장만이 기초단체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부단체장도 8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교육장과 회계·재정담당자도 역시 8명에서 1명으로 축소됐다고 기타노 고이치 학산시 총무부장이 설명했다. 지역사회 상층부 32명 중 28명이 대통합으로 인해 졸지에 자리를 잃은 것이다. 지역유지들인 의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시·정·촌 의회 8곳의 의원들은 합해서 100명 정도였다. 카도 시장은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단체장, 부단체장 등이 크게 줄었는데 안줄일 수 없다고 판단,35명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대통합의 바람은 이제 시작일 뿐 하지만 군살빼기는 시작일 뿐이다. 시의회 의원 정수는 차기 선거 때 28명으로 준다. 이처럼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상층부만 줄여도 예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시관계자들의 설명이다. 8개 시·정·촌 소속 직원들은 한개 시의 직원이 됐지만 아직까지 1040명의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카도 시장은 “10년에 걸쳐서 직원을 200명(20%) 정도 줄이겠다. 인위적인 조기퇴직보다는 채용 인원을 3분의 1, 혹은 5분의 1로 해서 줄이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학산시, 자력갱생 목표 일본 정부는 합병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었다. 재정적인 압박과 지원을 병행한 것이다. 덩치를 줄이는 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깍겠다고 선언, 대부분이 통합대열에 끼었다. 학산시도 마찬가지다. 학산시는 8개 시·정·촌이 기존의 이름을 모두 버리고 일본의 3대 명산 중 하나인 학산 자락에 위치한 점을 살려,‘학산시’로 태어났다. 지명도를 높여 관광과 공업, 농업으로 자립하겠다는 의지였다. 학산시도 통합에 따라 중앙정부에서 10년간 450억엔(약 4000억원)의 특별지원을 받을 자격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70%는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금이다. 하지만 카도 시장은 “중앙정부 지원은 빚일 뿐이다. 따라서 100억엔 정도만 지원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학산의 관광자원·특산물 알린다 학산시는 우선 명산 학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수입을 늘릴 예정이다.8개 자치단체에 흩어졌던 축제, 고산식물 등 관광자원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노린다. 학산 브랜드의 각종 상품들을 개발, 판매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학산시내 5개의 니혼슈(청주) 회사들은 ‘학산’을 특허 형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학산이란 상표로 청주 등을 생산, 판매하며 280년,16대째 이어온 고보리주조사 고보리 히로야스 기획실장은 “최고의 청주 생산을 위해 최고의 쌀과 물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학산이란 청주로 고향도 알리고, 세수 증대에도 기여하려는 것이다. 학산 청주는 도쿄, 홋카이도, 가고시마 등 일본 전역에서 유명하고 해외로 수출도 되고 있다. 학산시를 흐르는 테도리가 천은 매년 10월말부터 11월말까지 연어낚시꾼들로 붐빈다.1978년부터 이시가와수산종합센터가 매년 2∼3월 600만∼800만 마리의 연어 치어를 방류, 매년 1만∼2만 마리의 팔뚝만한 연어들이 모천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920년대부터 학산에서는 대규모 산사태가 빈발, 이후 첨단의 사방(砂防) 기술을 발달시켰다. 이런 기술은 한국과 타이완, 중국 등지로 전수되는 중이라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학산에서는 사방공사에 동원된 수많은 조선인들이 100㎏ 전후의 바윗덩어리를 나르다 희생된 어두운 역사도 있다. taein@seoul.co.kr ■ 행정구역개편 이렇게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대규모 행정제도개편은 이번이 세번째다.19세기말 메이지정부가 시·정·촌제를 도입하며 농촌위주의 봉건적 행정체계가 사라졌다. 전후 1953년부터 3년간은 역시 시·정·촌 합병인 ‘쇼와대합병’이 이뤄졌고, 이번 합병이 세번째다.47개의 광역단체 수를 대폭 줄여 도·주제(道州制)를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번 대합병의 가장 큰 목적은 악화일로의 재정난 타개다. 시대 흐름에 맞게 통합, 재정지출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50여년 된 현행 제도는 교통망 발달에 따른 생활권광역화에 적합지 않다는 점도 이유다. 이농현상에 따른 농촌·산간지역의 인구 감소도 행정비효율을 초래했다며 통합을 재촉했다. 앞으로 중앙정부는 통합 지자체의 예산과 공무원 수 삭감을 유도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합병은 지자체 의회의 결의와 주민투표 등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재정적 유인책이 컸고, 일부 강제성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자치를 보장한 헌법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고, 환상이란 우려도 있다. 대합병에 따른 명암도 엇갈린다. 새로운 통합자치단체 신청사 등 대규모 공공시설공사가 많아 합병특수가 있다. 주민의식조사, 신도시건설 계획 등 컨설팅업체도 분주하다. 반면 서리를 맞는 곳도 적지 않다. 이미 기초단체장, 부단체장, 교육장 등 많은 지역유지들이 자리를 잃었다. 전국의 정·촌을 회원으로 해 정·촌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해 온 ‘전국 정·촌회’도 회원수가 격감, 회비수입이 줄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국의 정·촌수는 2003년 4월 2513개였지만 7일 현재는 1395개이다. 대합병이 완료되는 내년 3월말에는 1045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taein@seoul.co.kr ■ 학산시 술도가 오쿠무라부부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우리나라의 막걸리와 흡사한 도부로쿠(탁주)가 고이즈미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덕분에 대중주로 부활하고 있다. 여관 ‘시시쿠소’ 주인 오쿠무라 에이지 부부도 대합병과 규제완화 등 개혁 바람의 한복판에서 ‘도부로쿠 특구’를 앞세워 새로운 학산시 알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도부로쿠 특구는 무엇인가.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술도가에서만 제조하던 도부로쿠를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일반시민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조건은 무엇인가. -숙박시설을 갖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고, 자신의 집에서 쌀을 생산해야 한다. 면적 제한은 없다. 냉장보관숙성 시설 등 생산설비도 자격요건이다. 주세법의 제약이 남아 있다. ▶왜 이 동네에 특구가 허가났나. -이 곳은 술이나 미소(일본식 된장), 간장, 미네랄 등 공업이 번성했다. 이런 전통에 따라서 도부로쿠 특구도 허가가 난 것으로 보인다.6주간 연수도 필요했다. ▶학산은 왜 술이 유명한가. -기온의 연·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청주나 도부로쿠를 발효시키려면 온도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나 이시가와현의 지원은 없나. -비품을 시에서 구입한 걸 빌려쓰고 있다. 생산공정도 지원해주고 있다. ▶맛이 궁금하다. -청주와는 전혀 다르다. 알코올 도수는 청주와 비슷하지만 마시기가 쉽다. ▶외부에서 온 손님에게도 파는가. -고객이 와서 사갈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들고 가 팔 수는 없다. 숙박손님이 사서 들고 갈 수도 있지만, 택배로 부칠 수는 없다. taein@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연극 ■ 늙은 창녀의 노래 18~12월31일 우림청담시어터.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양희경의 1인극. 꽃다운 스무살 나이에 창녀촌에 흘러들어 20년 세월을 외로운 이들을 가슴에 품으며 살아온 늙은 창녀의 가슴 시린 인생이야기. 송기원 작·위성신 연출.(02)569-0696. ■ 여행 2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친구 장례식장에서 겪게 되는 하룻밤의 여행을 그린 세밀한 일상극. 윤영선 작·이성열 연출, 장성익 이해성 출연.(02)744-7304. ■ 시라노 드 베르쥬락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19세기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낭만 희극. 김철리 연출, 최규하 이안나 출연.(02)580-1300. ■ 배꼽아래 이상 무 20일까지 상명아트홀1관. 연극으로 보는 남성질환의 증상과 치료법. 박새봄 작·최성신 연출. 남문철 백지원 출연.(02)762-9190. 뮤지컬 ■ 피핀 18일~내년 1월 15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가 만든 1970년대 대표 흥행작. 밥 포시 특유의 관능적인 춤과 아름다운 음악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토니상 연출상, 안무상 등 5개부문 수상작. 서재경 최성원 임춘길 출연.(02)501-7888. ■ 비밀의 정원 12월31일까지 백암아트홀 역대 뮤지컬 명곡들과 명장면들에 새로운 스토리를 입혔다. 남경주 연출, 최정원 출연.(02)501-7888. ■ 헤드윅 무기한 라이브극장.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가수의 성 정체성 고민을 강렬한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록 뮤지컬. 이지나 연출, 송용진 김다현 엄기준 서문탁 출연.1588-7890. ■ 아이 러브 유 무기한 연강홀. 사랑에 관한 스무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로맨틱 뮤지컬.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오나라 정상훈 출연.(02)501-7888. ■ 넌센스 잼보리 무기한 충무아트홀소극장. 네명의 수녀님과 한명의 신부님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코믹극. 현경석 연출, 이태원 전수경 출연.(02)766-8551. 미술 ■ 데이비드 아담슨과 그의 친구들 1월 22일까지 성곡미술관. 세계 최고의 디지털 사진인화가인 데이비드 아담슨이 짐 다인, 척 클로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프랑수아 마리 베니에 등 최고의 거장들과 손잡고 찍은 사진 작품 52점이 선보인다. 사진 인화도 예술임을 확인하는 자리. 내년 1월22일까지.(02)737-7650 ■ 풍수특별전 성신여대 박물관의 소장품과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전통 풍수사상과 접목시킨 전시회. 하늘, 바람, 물, 땅 등을 주제로 조선시대 앙부일구,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전의 목판인쇄본 등이 공개된다. 내년 1월18일까지 서울 성신여대 박물관.(02)920-7715. ■ 중국현대미술특별전 중국의 역량있는 신세대 작가들 25명의 작품을 통해 중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알아 볼 수 있는 전시. 회화·조소·설치 작품 120점이 전시된다. 다음달 5일까지.(02)542-3004. ■ 건축제 생활의 터전이자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인 건축에 대한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23∼27일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 (02)2016-7121. 클래식 ■ 강동석과 골든앙상블 23,24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을 비롯해 한동일(피아노), 양성원(첼로), 박재홍(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 등 세계적인 기량의 5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골든 앙상블’의 무대.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외에도 베토벤 ‘클라리넷 트리오’,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듀오’ 등 다양한 실내악 연주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02)1588-7890. ■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페레타 시어터 오케스트라 공연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3-1601. ■ 서울시립교향악단 가을 특별 기획 공연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700-6300. ■ 매튜 발리 첼로 독주회 18일 서울 금호아트홀. (02)6303-1919. ■ 최한원 바이올린 독주회 20일 서울 영산아트홀. (02)586-0945. 어린이 ■ 피아노와 플룻으로 만든 그림연극 27일까지 나루아트센터 소극장. 피아노와 플루트 연주로 구성된 작은 라이브 음악회와 연극이 어우러진 가족극.(02)2235-5730.
  • 티셔츠 경제학/피에트라 리볼리 지음

    1990년대 초 중국의 농촌출신 젊은 여성들은 고향을 떠나 대도시 공장에서 일했다. 후베이성(湖北省)출신 츠잉도 마찬가지. 그녀가 공장에서 버는 돈은 아버지가 버는 돈보다 7∼8배나 많다. 대화는 물론 화장실 이용까지 제한받을 정도로 매우 엄격한 공장에서 일하는 그녀가 고향을 떠난 이유는 돈이 아니다. 부모님이 정해준 신랑감과 결혼하지 않기 위해 공장에서 번 돈으로 신랑감에게서 받은 선물 값을 물어 주었다.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포장도로는 물론 빌딩도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영화를 보거나 쇼핑몰을 드나들며 자유로움과 젊음을 즐겼다. 아이러니하게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권 사각지대로 알려진 섬유와 의류산업이 중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경제적인 자유와 독립적인 생활을 가져다 주었다. ●티셔츠의 일생을 좇아 ‘티셔츠 경제학’(피에트라 리볼리 지음, 김명철 옮김, 다산북스 펴냄)은 우리가 늘상 입는 ‘티셔츠의 일생’을 통해 한눈에 세계경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정치, 경제, 세계화 문제를 아우르고 유익함과 함께 생동감, 유머,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가 중국 등지의 노동력 착취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제경제학자인 저자가 무려 5년에 걸쳐 티셔츠의 출생과 성장의 비밀을 추적했다. 텍사스의 목화농장, 중국의 섬유공장, 아프리카의 구제옷 시장을 여행하며, 미국의 텍사스 목화가 중국산 티셔츠로 다시 미국땅을 밟기까지, 그리고 다시 미국인들에게 버려진 티셔츠가 아프리카의 구제옷 시장에서 화려한 제2의 삶을 시작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두개의 얼굴 저자는 자본, 기술, 정부 보조금으로 국제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의 목화 재배농과, 그런 미국의 농부들 때문에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 제3세계의 농부들을 대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 미국인들이 버리는 옷들이 아프리카 구제옷 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것을 보여주며 부유한 미국인들이 공급자가 되고,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이 수요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실상을 소개한다. 그녀는 경제학자지만 자유무역과 경쟁시장의 효과를 찬미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세계화와 반세계화 등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시각을 갖췄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농촌 아가씨들의 경우처럼 노동력 착취공장조차 빈곤한 이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한국·홍콩·타이완처럼 국가적으로 성장의 발판이 된 점을 지적한다. 특히 저자는 티셔츠의 일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이 미국 같은 선진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들에도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준다.1만 2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5000만원짜리 폭죽 3발 ‘불꽃놀이’-정상 숙소 하룻밤 최고 540여만원

    5000만원짜리 폭죽 3발 ‘불꽃놀이’-정상 숙소 하룻밤 최고 540여만원

    ●시민단체 23만명 자원봉사 이번 APEC에는 각국 21개국의 정상과 각료 등 정부 대표단 3500여명, 해외 기업인 1500여명, 해외 언론인 1500명이 한국을 찾는다. 한국 대표단과 언론인 4000여명을 합치면 모두 1만명이 참가하는 셈이다. 특히 최고 경영자 회의에는 국내외 760여명(한국인 CEO 220여명)이 참가한다.1300여 시민 단체의 자원봉사자 23만명이 부산 전역에서 참가자들을 맞는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APEC 준비단에 정식 등록된 안내·통역 자원봉사자도 900명이나 된다. ●스위트룸 개·보수에 14억원 들여 부산시는 이미 80개의 호텔에 6700여개의 객실을 확보했다. 각국 정상들은 대부분 해운대 지역의 호텔을 원하고 있어 준비단이 숙소배정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정상급 숙소로는 웨스틴조선비치호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메리어트호텔 등 7개 특급호텔의 21개 스위트룸이 준비됐다. 어느 정상이 어느 호텔에 묵을지는 경호상 외부 누설이 금지된 기밀이다. 해운대·광안대교·오륙도가 삼면으로 보이는 웨스틴조선비치호텔(91평형) ‘프레지덴셜 스위트’의 경우 하룻밤 숙박비용이 544만 5000원에 달한다. 호텔 측이 이 방을 개·보수하는 데에 14억원이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비용은 아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미국 대표단의 경우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을 회의 기간 통째로 전세낸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상에 청자·DMB폰등 선물 각국 정상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선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권양숙 여사는 고려청자의 빛이 들어간 은은한 색채의 도자기를 선물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각국 정상과 부인에게 동백섬과 APEC 로고가 새겨진 넥타이와 스카프를 준비했다. 위성 DMB폰,APEC 기념주화(원가 2만 6000원)도 준비했다. 회의기간 각국 정상과 CEO의 배우자들의 일정도 관심거리다. 정상 배우자들은 18일과 19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와 부산 남구 부산박물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부산박물관에서 열리는 ‘조선 여인의 미(美) 전시회’에서는 전국 22개 박물관·미술관과 개인이 소장한 궁중 의상과 장신구 등을 감상하고, 한국 여성들의 전통복도 입어 보게 된다. ●회의장 좌석, 국가명 알파벳 순서따라 배치 정상회의장 좌석은 원형으로 배치되었으며 좌석 순서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관례적으로 회원국명의 영어 알파벳 순서에 따른다. 즉 호주(Australia)부터 21번째인 베트남(Viet Nam) 순서가 적용된다. 정상회의장 내부에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을 위한 21개의 정상용 의자가 놓여진다.APEC은 ‘느슨한 포럼 형태’의 협의체라는 특성상 과거에는 회의용 탁자 없이 의자만 비치하여 회의를 진행했지만,2001년 중국에서 회의용 탁자를 사용한 이후부터는 탁자도 계속 비치되고 있다. ●“국기 사용하면 안돼요” APEC 회원국은 경제체(Economy)로 표기하고 국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회원국 가운데 타이완과 홍콩을 국가(country)로 지칭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이완과 홍콩은 차이니즈 타이베이 (Chinese Taipei)와 홍콩차이나 (Hong Kong,China)로 각각 표기된다. 또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정상회의 첫날인 18일을 중국·태국·칠레처럼 공공기관에 임시 공휴일을 지정했다. 행사기간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12∼18일 차량번호 짝홀수별로 쉬는 승용차 2부제를 실시하고, 일부기간 김해공항, 센텀시티역, 시립미술관역, 백양산·금정산·신어산 등의 출입도 금지된다. ●16일 50분간 폭죽 8만발 발사 부산시는 16일 오후 8시40분부터 50분 동안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탁 트인 밤바다와 뛰어난 야경을 뽐내는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불꽃축제를 벌인다. 이날 사용할 폭죽은 모두 8만발. 서울세계불꽃축제의 하루 폭죽 사용량이 2만발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4배나 많다. 불꽃이 광안대교 현수교 아래 상판 1㎞ 구간을 따라 나이애가라 폭포처럼 40m 아래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나이아가라 불꽃 쇼’는 ‘국내 불꽃 놀이 사상 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 한번 터지면 불꽃이 직경 500m까지 퍼지는 ‘25인치짜리 초대형 폭죽’도 3발 선보인다. 이 폭죽은 1발에 무려 5000만원에 이른다. ●파란 삼태극 휘장의 의미 APEC 공식 휘장은 파란색의 삼태극이 원형으로 소용돌이치는 모양으로 ‘열린 공동체로 함께 발전하는 APEC’을 나타낸다. 삼태극은 하늘·땅·사람의 조화와 합일을 상징하는 우리 고유의 문양을 상징하고, 힘찬 파도는 부산을 상징하는 힘찬 파도를, 원형은 APEC 회원국이 둘러싸고 있는 열린바다인 태평양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APEC 회원국들이 협력과 단결을 통해 발전하고 힘찬 파도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부산의 힘을 의미한다. 부산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APEC 역대 개최지▲1차=1993년 11월20일, 미국 시애틀 ▲2차=1994년 11월15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3차=1995년 11월19일, 일본 오사카 ▲4회=1996년 11월25일, 필리핀 수빅 ▲5회=1997년 11월24∼25일, 캐나다 밴쿠버 ▲6회=1998년 11월17∼18일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7회=1999년 12월13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8회=2000년 11월15∼16일,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베가완 ▲9회=2001년 10월20∼21일, 중국 상하이 ▲10회=2002년 10월26∼27일 멕시코 로브카보스 ▲11회=2003년 10월20∼21일 태국 방콕 ▲12회=2004년 11월16∼19일 칠레 산티아고 ■ APEC이란?APEC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의 영어 약자다.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원활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동아시아와 북미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PEC은 1980년대 말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지역주의가 가속화되면서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국가들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만들어졌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국의 각료회의로 출범한 뒤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매년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현재 가입국은 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13개국,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 5개국, 오세아니아 3개국 등 21개국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0.8%가 APEC 회원국의 국민이며, 총 면적은 세계 면적의 약 47%이다. APEC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6%를 차지하고 총교역량의 약 45%를 점유하는 등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로 자리잡았다. 부산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군위지역 ‘마지막 잠수교’ 마시·장기교 역사속으로

    낙동강 지류에 위치한 경북 군위지역에서 새마을운동의 산물인 ‘잠수교’가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군위군은 올부터 오는 2008년까지 총 사업비 55억 4800만원을 들여 잠수교인 효령면의 마시교와 장기교를 본교(本橋)로 교체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군은 내년 상반기 중에 이들 잠수교를 전면 철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군위지역에서는 잠수교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현재 경북도내 시·군에는 잠수교가 적게는 2개, 많게는 10여개에 달한다. 이들 잠수교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1970년대 초반부터 10여년에 걸쳐 건설됐으며 예산이 부족, 대부분 낮고(교각 높이 2m 안팎), 좁게(노폭 4∼5m 정도) 건설됐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면 물속에 잠겨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물의 흐름을 막아 하천 범람과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유발해왔다. 군은 이에 따라 지난 5∼6년간 165억 3300만원을 들여 잠수교 8곳을 본교로 교체하는 등 주민들의 이용 불편 해소와 재해 예방에 힘써왔다.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만년 조연들, 주연을 꿰차다

    만년 조연들, 주연을 꿰차다

    “주인공, 나도 한다!” 충무로가 ‘주인공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몇몇 톱스타에만 매달리던 국내 영화계가 최근 다양한 얼굴들을 캐스팅, 스크린의 주연으로 앞세우는 새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톱스타를 기용하기 위해 그들의 스케줄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제작풍토는 이제 옛말. 만년 조연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던 얼굴들이 줄줄이 주인공을 꿰차기 시작했다. 신인들의 ‘스크린 공습’도 그 기세가 맹렬하다. 영화 한두편에서 조연한 게 고작이거나, 안방극장에서 이제 막 인기를 검증받은 새별들이 타이틀롤을 거머쥐는 사례들이 줄을 잇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스크린 만년 조연 탈출! 최근 영화가의 빅뉴스 하나가 성지루의 주연 등극이다. 연기인생 20년만에 마침내 주인공 자리를 따낸 것.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이발사와 낯선 손님들이 그리는 코미디 ‘손님은 왕이다’에서 그는 어눌하고 어리숙한 변두리 이발관의 이발사 역이다.12㎏이라는 ‘살인적’ 감량도 흔쾌히 받아들이는 등 난생 처음 맡은 주인공 캐릭터의 분석작업에 여념이 없다. 시네마서비스의 전폭적인 투자지원을 받는 영화이어서 벌써부터 어떤 색깔의 작품으로 다듬어질지 주목거리. ‘일등급 조연’으로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백윤식도 생애 첫 스크린 주연작을 새해 1월 선보인다. 액션 ‘싸움의 기술’에서 그는 독서실에서 만난 고등학생에게 싸움의 비기를 전수해주는 싸움의 고수가 됐다. ‘대기만성형’주연들만큼이나 뜨거운 박수를 받고 있는 얼굴로는 최성국, 신이 커플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어리숙한 미소와 애드리브로 드라마를 이완시키는 데 ‘선수’인 최성국, 속사포 코믹 대사가 주특기인 신이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은 코미디 ‘구세주’. 드센 여검사(신이)의 날라리 남편(최성국) 길들이기를 얼개로 잡은 영화는 내년 2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에 들어갔다. 아무리 연기력이 탁월해도 조연 한계선을 못 넘어설 것 같던 최성국은 그 스스로도 얼마나 감회가 깊었을까. 현장 스태프들에게 2000만원어치 오리털 파카를 선물로 ‘쐈다’. 노력에 비해 안쓰러울 만큼 빛을 못 보던 배우가 신현준. 코미디 ‘가문의 위기’가 대박난 덕분에 마침내 제대로 된 주인공 대접을 받게 됐다. 내년 설 개봉예정인 가족드라마 ‘맨발의 기봉씨’에서 그의 역할은 일곱 살짜리 정신연령을 가졌지만 효심이 지극한 청년. 반듯하고 훈훈한 휴먼드라마에 출연하기는 데뷔 이후 처음이다.‘형사 공필두’의 이문식,‘흡혈형사 나도열’의 김수로도 조연생활 십수년만에 타이틀롤을 맡은 사례들이다. 연기 잘하는 조연으로만 주춤주춤하던 봉태규도 ‘썬데이서울’의 ‘원톱’이 되어 터널을 뚫고 나왔다. 이밖에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서도 주인공 반열에 성큼 올라선 스크린 새별들은 최근 한둘이 아니다. 청춘멜로 ‘울어도 좋습니까’의 윤진서, 억울한 누명을 벗으려 몸부림치는 탈옥수를 연기하는 액션 ‘강적’에서의 천정명,19세 소년의 성장통을 그리는 ‘피터팬의 공식’의 온주완 등이 있다. #TV를 박차고... “안방극장은 좁다.”를 외치는 스타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는 것도 충무로의 새 흐름.‘다모’의 TV스타 김민준이 ‘강력3반’의 주인공을 꿰찼나 싶더니 엇비슷한 사례들이 줄줄이다. 김태희는 정우성과 짝을 이뤄 팬터지 액션 ‘중천’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르고,TV화면에 오래 갇혀있던 조인성도 유하 감독의 신작 ‘비열한 거리’에서 3류 조폭이 되어 새롭게 승부수를 던졌다. 요즘 한창 TV드라마 쪽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보영도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합류한다.‘흡혈형사 나도열’의 조여정, 학원 코믹물 ‘카리스마 탈출기’(24일 개봉예정)의 윤은혜도 행보가 주목되는 TV출신 스타들. #제작사들,“톱스타 없어도 돈 된다!” 조연,TV스타들의 ‘스크린 약진’은 최근 충무로의 달라진 제작태도에 따른 결과로 읽힌다. 전국 관객 800만명을 동원한 흥행작 ‘마파도’‘웰컴 투 동막골’‘가문의 위기’ 등이 입증했듯 ‘원톱’‘투톱’체제가 아니어도 탄탄한 드라마와 연기력만 전제되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캐스팅 비용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 제작거품을 뺄 수 있는데다 기동성있게 작품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손님은 왕이다’의 경우,“주연인 성지루, 명계남의 몸값에 조연들의 개런티까지 합한 전체 캐스팅 비용이 순제작비(20억원)의 20%가 채 안된다.”는 게 제작사 조우필름측 설명이다. 제작비의 절반 가까이를 캐스팅에 밀어넣기도 하는 ‘톱스타 바라기’ 영화들에 비하면, 안전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추고 출발하는 셈이다. 스타 몇 명이 판을 움직이는 충무로 시대는 갔다. 골라보는 재미가 충만한 극장가. 어제의 조연이 오늘의 주인공이 되는,‘인생의 메타포’까지 덤으로 음미할 수 있으니 관객들은 즐겁다.
  • [발언대] 국민의 마음 읽는 ‘감성경찰’ 돼야/지영환 경찰대 수사보안연수소 수사교육담당

    ‘순사가 잡아 간다.’ 세살배기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했던 일제강점기 시대가 있었다.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아이들 울음 멈추기는 반복됐다. 강자에게 약한 경찰, 규제 단속 중심의 관권경찰, 두려운 권력기관의 인식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칙칙한 경찰의 옷은 여러 번 바뀌어 경찰 창설 60년이 되면서 ‘밝게’ 바뀌고 있다. 일반경찰은 연한 회색, 교통경찰은 아이보리색, 근무 모자에는 참수리가 앉아 있다. 길 잃은 아이를 만나는 경찰은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감성을 가져야 한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장애우의 속울음부터 눈물 없는 노인의 울음까지 한번에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시민의 안녕을 위해 갖춰야 할 ‘윤리경찰’ ‘감성경찰’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첫째, 윤리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 선한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 교통경찰 활동은 교통질서의 확립을 목표로 단속할 수 있고, 지도 계몽할 수도 있다. 경찰은 ‘법집행’을 포함한 여러 수단을 사용한 ‘질서의 유지와 회복’으로 봐야 한다. 재량권의 행사는 윤리적 문제를 수반한다. 그런데 경찰은 대부분의 다른 직업보다 더 많은 유혹에 노출되어 있고, 자신의 의지가 시험에 드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경찰은 국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촉하는 움직이는 국가기관이기에 경찰의 부도덕은 국가의 부도덕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또 경찰의 목적은 큰 의미의 질서유지이다. 이 질서유지를 경찰의 힘만으로 유지할 수는 없다. 시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경찰의 윤리가 확립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둘째,‘감성경찰’이 되어야 한다. 감성시대를 맞이하여 ‘감성경찰’의 속옷을 함께 입어야 한다. 감성(感性)은 사람이 타고난 성질(感)과 성품(性)을 합친 말로, 사람들이 감각 기관에 의한(물리적) 지각현상을 토대로 참된 지식을 얻는 것이다. 국민의 감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감성 부분을 챙기되,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피하고, 그들이 원하는 경찰행정을 펼쳐야 한다. 이성적으로 바람직하면서 동시에 감성적으로도 기분 좋은 행정이 필요하다. 행정은 헌법과 법규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만큼 각종 법규도 감성을 고려한 상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경찰의 입장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국민감정을 거슬러서는 곤란하다. 간혹 ‘우매한 국민’이 있어 진정으로 그들에게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쾌해하고 거부할 경우에는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켜 좋은 감정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만족감이나 행복감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주권이 시민에 있고 그 주권이 시민에 의하여 직접 행사된다. 따라서 경찰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성경찰’의 가슴으로 순찰을 돌아야 한다. 이성경찰에 의해 기본적인 행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감성으로 국민 행복을 완성시켜야 한다. 셋째, 국민을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 노상강도에 코뼈가 부러진 시민을 병원에서 치료받게 한 다음 집에 갈 차비까지 선뜻 건네는 경찰, 경찰의 눈으로 보아도 아름답다. 범인을 붙잡아 시민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 중의 하나임을 순간순간 되새겨야 할 때이다. 경찰이 만드는 바다는 깊어야 한다. 한명 한명의 맑은 물방울을 모아 우리의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맑은 물 진리처럼, 정의처럼 흘러야 한다. 정의의 풍랑이라면, 풍랑을 넘어 진리의 높은 파도라면, 파도를 넘어 거침없이 세계를 항해하는 경찰이 되어야 한다. 지영환 경찰대 수사보안연수소 수사교육담당
  • [혁신 공기업 탐방] (30)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30)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물은 생명체의 근원이자, 국가 산업발전의 원동력인 자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수자원의 종합적인 관리책임을 맡고 있다. 수자원의 총체적인 예측·확보·관리·공급하는 공기업으로 시대흐름에 맞춰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혁신과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개발우선 정책으로 무작정 댐을 막아 수자원을 확보하던 방식도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친환경적이고 차원높은 다목적 기술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 장관을 거쳐 지난 9월21일 수자원공사 사장이 된 곽결호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7일 곽사장은 대전 수자원공사 집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현안문제 해결과 혁신방안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일하는 공기업 지향 조직·제도 개편 ▶수자원 관리 전문기업으로 향후 역점을 두고 추진할 내용을 소개해달라. -먼저 경영혁신을 통해 한 차원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물관리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공기업도 이제 변화와 개혁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일 잘하는 기업, 경쟁력 있는 기업,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조직과 제도, 관행을 바꿀 것이다. 수자원시설에 대한 설계·운영 기준도 국제수준에 맞게 바꿔 나가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수자원 및 광역상수도 관리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수자원 공급시설을 꾸준히 확충하고, 이상 기후에 대비한 치수·방재기능도 보완해 나갈 것이다. 지하수를 비롯한 해수담수화·해양심층수 등 대체 수자원 개발에도 활발히 나서겠다. 수익성있는 사업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댐과 하천을 연계한 통합 물관리 체계도 구축하겠다. 또한 해외 프로젝트 참여도 적극 추진하겠다. ▶중점을 두고 추진할 내부혁신 내용도 소개해달라. -깨끗한 공사로서의 이미지 쇄신에 진력하겠다.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중심으로 개선하고, 성과와 능력에 따라 엄정한 인사관리를 할 것이다. 객관적인 기준과 투명한 절차에 따른 업무처리로 윤리경영은 물론 사회공헌기업으로서 위상을 정립해 나갈 것이다. 특히 내부혁신과 관련해서 3개월 단위로 ‘혁신프런티어’ 그룹을 만들어 운영할 방침이다. 이미 2∼3급을 주축으로 한 99명의 제1기 프런티어 그룹이 구성돼 효율적인 조직개편, 인력운영, 신규사업 등에 대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내부혁신을 통해 시대에 맞는 물관리 능력을 키우겠다. 기술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지속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성장기반도 마련하겠다. ▶지금까지 외부로부터 평가받은 성적표를 공개한다면. -올해 3월 기획예산처가 주관한 212개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수준진단에서 전체 6등급 중 5등급(3위)으로 평가받았다.2002년과 2003년도 경영혁신 점검평가에서도 공공기관 가운데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받았다. 혁신 선도기관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 모든 업무와 가치관을 고객중심으로 재정립하겠다. 한편 내부 시스템도 강화, 국가 물관리 공기업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다.‘물, 자연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국민기업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쏟을 생각이다. ●환경과 개발논리 상생관점서 풀어야 ▶오래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탄강댐 등이 답보상태인데 이들 사업의 추진방향은. -개발이 우선시되던 시대에는 경제적 논리에 의한 효율성이 중시됐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중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자연환경 변화가 불가피한 댐 건설사업 등이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당연한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국민에게 맑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물로 인한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자원개발은 아직도 필요한 과제이다. 이에 못지 않게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환경보존도 중요한 문제다. 환경과 개발의 논리는 대결보다는 상생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이해 관계자들과 만나 폭넓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국적 물기업들이 공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는데 맞선 대응전략은. -현재 전세계의 물시장 규모는 500조원 규모로 이 중 8% 정도는 민간기업이 공급하며 다국적기업(베올리아·온데오 등)이 민간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들 다국적 물기업이 진입하여 베올리아의 경우 산업용수 시장에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국내의 수도시장을 보호하고, 장차 세계 물시장진출을 위해 ‘세계 3대 물서비스기업’이라는 발전전략을 세웠다. 수도시장에서 수자원공사가 대표 수도기업이 돼 고품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국가 수도사업 경쟁력 강화를 선도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年매출 1조 5000억원 세계 6위수준 ▶공사의 매출규모는 얼마나 되고, 정책상 개선이 절실한 부분은 없나. -1조 5000억원으로 세계 6위 수준인데 2010년대에는 5조 5000억원으로 세계 3위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상하수도와 해외사업 등 신규사업 매출비중을 2010년까지 5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활발히 논의중인 광역과 지방 상하수도 관리주체 재조정 문제는 국민들 입장에 서서 효율성에 비중을 두고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수자원공사는 정부정책 수행기관으로서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따름이다. 대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물박사’ 곽결호 사장은 31년간 공직생활에 몸담아 온 곽결호 사장의 이력과 공적은 대부분 물과 인연이 깊다. ‘물박사’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물에 관한 전문가로 통한다. 그만큼 국내 수자원 정책과 그는 궤를 같이해온 셈이다. 상하수도와 토목관련 분야의 기술사 자격증만도 4개나 되고 환경공학박사 학위도 갖고 있어 수자원 분야에 대한 열의와 애정을 짐작케 한다. 곽 사장은 1974년 경기도 건설국 치수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1976년 건설부로 자리를 옮겨 상하수도 과장과 한강홍수통제관리소장 등을 거쳤다. 1994년 5월 상하수도국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됨에 따라 함께 이동, 하수도국장과 수질보전국장을 맡아 물관리 정책의 기틀을 다졌다.‘두주불사형’으로 협상력도 뛰어나다. 특히 한강을 비롯해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특별법’을 제정한 숨은 주역으로 수계관리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 달성(59) ▲영남대 토목공학과·한양대 환경공학박사 ▲기술고시(9회) ▲환경부 환경정책국장·기획관리실장·차관·장관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시화 멀티테크노밸리사업 첨단복합 생태도시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로 조성되는 복합생태도시는 시화호 수질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시화·반월공단 환경개선과 지역발전이란 측면에서 오래전부터 구상돼 왔다. 시화 MTV사업은 올해 6월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됨에 따라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당초 예정된 317만평의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축소방안 용역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사업에는 4500억여원의 환경 개선비용이 투입되고 첨단 산업단지를 비롯, 시화호 주변을 첨단복합도시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2001년 8월 부처와 관할지자체 협의를 통해 개발계획이 확정됐고 인구·재해·교통협의까지 마쳤다. 특히 국내최초로 시민단체와 정부기관이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 친환경적인 지역 개발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한 관계자는 “MTV사업이 추진되면 9조원에 이르는 직접적인 생산효과 및 연 7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둬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업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시화지구의 지속적인 수질·대기질 개선을 염두에 두고 주거·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방조제를 연계한 각종 테마파크 조성사업 등이 병행 추진된다. 시화호 수질과 시화·반월공단 대기개선을 위한 특별대책이 마련된다. 또한 시화호 주변을 축으로 연결한 녹지대 확대와 철새서식지, 인공갯벌 등 생태보전을 위한 시설도 들어선다. 시화방조제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조력발전소가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이어 수변공원을 활용한 각종 테마공원까지 조성되면 시화호 주변은 여러가지 볼거리를 제공하는 생태종합 관광도시로 탈바꿈돼 많은 관광객들이 찾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자화상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구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거장은 렘브란트로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10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 인간적인 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문예부흥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말년에 그린 ‘쾰른 자화상’은 마치 유령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상과의 오랜 불화를 견뎌낸 여유가 느껴집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다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17세기 말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사실주의 화풍의 대가입니다. 남인이었던 그는 출세길이 막혀 막막했던 심경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자화상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허울이 아닌 사실을, 시대를 녹여버릴 듯한 강렬한 눈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의 수염은 떨리는 듯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시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웃는 얼굴이 아닙니다. 여섯 차례의 이사 끝에 겨우 마련한 집. 그러나 유명한 작품들의 상당수는 일본 등 외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남산은 주한미군의 골프연습장에 가려 잘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헬기 소리로 요란합니다. 일제침탈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굴곡은 이곳에선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시 희망을 힘겹게 떠올려 봅니다. 먼 훗날에도 이 땅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고백’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겠지요. 당당하면서도 너그럽고, 가난하지 않아도 겸손한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1층 고고관·역사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그 곳에 있었다. 후손들에게 기록을 남긴 역사(歷史)시대의 모습도, 지혜가 미치지 못해 문자를 남길 수 없어 유물로만 자취를 남긴 선사(先史) 시대의 모습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동관으로 줄지어 이어진다.1층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인 고고관과 역사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석기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 한눈에 동관 1층 101∼110 전시실이 바로 고고관이다.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세계전도와 함께 일본·중국·대한민국·세계고고학의 연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나 사회과부도·역사부도 등의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빗살무늬토기’(신석기시대·서울 암사동 출토)는 관람객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유물. 이어 ‘요령식 동검’(청동기시대·황경남도 신천 〃),‘산수무늬 벽돌’(백제·충남 부여 〃) 등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마치 검은 돌처럼 바싹 말라버린 선사시대 ‘도토리’(신석기시대·경남 창녕 비봉리 〃)는 ‘갈판·갈돌’(〃·서울 암사동〃)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500년 쯤 지나면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나 배경 화면을 사고 파는 전자화폐 ‘도토리’가 나란히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선을 따라 청동기·초기 철기 유물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듯 스치며 지나간다.4∼6세기 고구려 고분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다는 벽화는 ‘사신도’가 대표하고 있었다. 비록 모사품이지만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모습은 그 시절 고구려인의 호방한 기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백제실을 대표하는 ‘백제금동대향로’(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 〃) 앞에서는 좀처럼 관람객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신선들이 산다는 박산(博山) 굽이굽이마다 상상의 동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으로 장식된 향로는 백제인들의 이상향을 엿보는 듯하다. 가야실에서 볼 수 있는 ‘투구’와 ‘말머리가리개’(부산 복천동 〃)는 외국 영화의 전투장비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과 ‘허리띠’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오래 머문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물은 아니었지만 발해실의 ‘용머리 장식’이나 ‘도깨비 기와’(중국 헤이룽장성〃)는 세상의 모든 나쁜 귀신을 쫓아낼 듯하다. 반면 두명의 부처가 함께 조각된 ‘발해불상’(발해 팔련성 〃)은 이민족도 너그러이 융합했던 민족의 포용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딸을 시집보낸 왕도 범부와 다르지 않았음을… 고고관을 다돌고 나면 맞은 편 111∼120 전시실인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대표적 기록문화유산인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금석문, 문서, 지도 등 당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역사관 첫 전시실인 한글실에는 한글의 과학성보다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랜 어버이의 모습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 섭섭무료하기 가이 없어 하노라.’며 조선 현종 임금이 궐 밖으로 시집간 셋째 딸 명양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지도실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밑거름이 됐던 ‘동국대전도’가 2.3배 확대돼 바닥 타일로 꾸며져 있다. 허리를 굽혀 살펴보면서 걸어보면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가 된양 한반도 전체를 걷는 느낌이다.‘수선전도(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추정)’‘도성도’ 등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옛 지도도 직접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등기제도, 노비의 경제적 가치, 조선시대의 의술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리가 아플 때쯤이면 소파나 영상물 상영관 등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전시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정해진 동선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을 놓칠 수 있으니 질서를 지키며 정해진 동선을 따르는 것이 좋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2층 미술관Ⅰ·기증관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올라서면 서예·회화·불교회화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Ⅰ’과 국내·외 각계각층 213명이 아무런 대가없이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이 있는 ‘기증관’이 있다. 특히 미술관Ⅰ에는 교과서에 실려 눈에 익은 작품들도 많아 직접 실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네? 미술관Ⅰ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보물 527호)’. 춤추는 아이, 행상, 벼타작, 담배잎썰기, 씨름도 등이 눈길을 모은다. 꽉 짜인 원형 구도에 간략한 필선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았다. 작품 크기는 30㎝ 안팎으로 아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씨름도’의 씨름꾼 옆에는 이들의 신발로 보이는 신발들이 내팽겨쳐져 있다. 그런데 하나는 짚신, 하나는 고급신발로 보이는 고무신이다. 신분의 차이가 나는데도 공평한 승부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구경꾼들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경기를 보고 있다.‘허허, 저런’‘빨리 넘겨 버려.’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긴박한 표정과는 달리 엿판을 매고 떠꺼머리 총각은 아랑곳없이 천연덕스럽게 가위를 치면서 열중하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얼핏보면 빛 바랜 누런 종이에 검은 잉크가 뭉개져 있는 듯하다. 한참 들여다보면 왼쪽 하단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야산에서 오른편 상단 도원의 세계가 보인다.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풍경을 안견에게 설명해서 그리게 한 것이다. 전체적인 경관은 짙은 안개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있다. 꿈과 현실을 한폭의 화폭에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떠오를 법하다. 두루말이 형태로 폭이 20m에 이르는 이 작품은 당대 지적 권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작품 양쪽에 자신이 안평대군이 직접 지은 제발(題跋)뿐만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박팽년, 서거정, 성삼문 등 당대 20여명의 문사들의 찬시가 곁들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진품은 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려한 불교회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들이 모여있는 불교회화관에 들어서면 좀 더 화려해진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등 선과 악을 상징하는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웅전 석가모니 불상 뒤에 놓였던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석가가 인도 마가다국의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한 사실을 화려한 색깔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원근법을 쓰지 않아 평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어찌보면 불화의 세계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사 김정희가 쓴 자신의 별호에 대한 글인 ‘묵소거사 자찬(默笑居士 自讚)’은 날카로움 속에서 정중함과 정성을 담아 쓴 흔적이 엿보였다.‘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에서는 내면의 세계까지 드러나는 듯하다. ●문화재 사랑으로 만들어진 기증관 기증관은 11개실로 구성됐으며 이홍근 박병래 등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1946년 이희섭 선생이 금동불상 세 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213명이 청동기 금속공예 회화를 비롯한 국보 6점과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091점을 기증했다. 특히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 운영자인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 등 일본인 3명도 기증자 대열에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기증관에서는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국보 904호)를 볼 만하다. 투구는 1500년쯤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를 기원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제작됐다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생에게 부상으로 주어졌다. 투구는 베를린 박물관이 보관하다가 1986년 뒤늦게 손 선생에게 돌아왔다. 그는 이 투구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라 생각해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3층 아시아관·미술관Ⅱ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특히 3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인기 유물’과 그렇지 못한 ‘비인기 유물’ 사이의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교과서를 통해 숱하게 봐 왔던 익숙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물도 ‘아시아관’에 전시돼 있다. ●중국·일본·중앙아시아 유물도 전시 3층에는 306∼311호까지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중국·일본의 유물이 전시된 ‘아시아관’이 있으며,301∼305호까지 ‘미술관Ⅱ’에는 불상·청자·백자 등 우리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보통 301호부터 관람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3층에 올라오면 바로 왼쪽으로 ‘아시아관’입구인 306호가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람객들은 306호 ‘아시아관’을 먼저 관람하게 된다. 306호를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 나가 301호로 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시아관’을 얼른 둘러본 뒤 ‘미술관Ⅱ’에서 우리 유물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아시아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조금 빨라지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개의 팔을 가진 부처 조각상이나, 인자해 보이지 않는 부처의 미소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다른 전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물에 대해 박사 수준의 설명을 해 주던 엄마들도 이곳의 잘 모르는 유물들 앞에서는 슬쩍 조용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시아관’에서 잠시 풀 죽은 엄마들은 3층 북쪽에 자리잡은 ‘미술관Ⅱ’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볼것 많고 배울것 많은 고려청자 전시실 자비롭고 은은한 미소로 가득찬 301호 불교조각 전시실을 지나면, 전시된 모든 유물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친숙한 금속공예(302호)·청자 전시실(303호)을 지나게 된다.304호에는 수수한 느낌의 분청사기 전시실이 있고 305호에는 백자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유물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도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국보 78호 미륵반가사유상도 이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따로 마련된 방에 모셔진 이 불상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전시실 자체에서 풍기는 위엄만으로도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미륵반가사유상 외에도 고려청자 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정체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사방이 온통 비취색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걸음을 옮길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 또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메모하는 학생들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진열된 어느 것 하나 국보·보물 아닌 것이 없을 듯한데, 그 가운데서도 국보가 있고 보물이 있는 것을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층부터 차례로 관람하면서 올라왔다면 3층이 마지막 장소다. 특히 조선백자들이 전시된 305호를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다면, 어수선하게 관람했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차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손목없는 부처님…왜? “엄마, 왜 부처님 손이 없어요?” 3층을 관람하면서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301호에 마련된 불교조각 전시실에는 많은 불상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 3개 철조불좌상의 양 손목이 없다. 공교롭게도 ‘손목 없는 불상’3개 모두 철로 만들어졌으며 앉아 있는 자세도 비슷하다. 첫번째 ‘손목 없는 불상’은 301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볼 수 있다. 약 2m크기이며 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충남 서산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두번째는 충남 서산군 보원사 터에서 출토 된 것으로 1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며, 세번째는 10세기에 만들어져 경기 포천군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손목 없는 불상’에 대해 불상 전문가인 홍익대 김리나 교수는 “불상의 손목은 다른 곳에 비해 가늘고 몸체에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군가 고의로 잘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불상의 손 모양새(손갖춤)는 부처나 보살이 깨달은 중생 구제의 소원을 밖으로 표시하기 위해 짓는 것으로 부처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수목공원·공연장…가족나들이 ‘딱’이네 “박물관도 즐기고 공원 나들이도 하세요.” 박물관은 자칫 아이들에게는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유물에 서려 있는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런 염려를 덜어도 될 것 같다.‘거울못’과 10만그루의 수목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이 박물관 주위로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은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연못·폭포·정원·식물원 등 눈길 박물관 바로 앞에는 도심 공원이 펼쳐져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울못’이다. 거울못은 지름만 150m에 달하는 인공연못이다. 박물관을 설계한 정림건축 박승홍 건축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만나게 된다. 거울못은 성벽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물들이 한데로 모이는 저수지이자 통일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연못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연못과 박물관 정문 사이에는 언덕이 하나 있다. 박물관 정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겨울에는 거울못이 얼면 야외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열린마당’은 박물관 중심에 시원하게 배치된 수목 공원이다. 한옥의 대청마루에 해당한다.10만 그루의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보물 2호 보신각종, 보물 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 및 석관 등이 숨어 있다.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공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설계가의 바람이 담겼다. 박물관 왼편으로 석조물정원, 어울마당, 미르폭포 등 다양한 녹지 공간이 펼쳐져 있다. 박물관 뒤편에도 크지는 않지만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통염료식물원에서는 개암나무, 씀바귀 등이 재배된다. 그 옆으로는 의자와 잔디밭 등이 펼쳐져 있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도시락을 먹기에 그만이다. ●뮤지컬 즐기고 도서관서 책도 보고 박물관에는 공연장과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문 공연장 ‘용’은 805석짜리 중극장이다. 서관에 있다. 박물관 안 공연장으로는 국내 최초다. 클래식,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공연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과 금난새·정명화의 공연이 열렸다.4일부터 페리아 뮤지카의 ‘나비의 현기증’, 연극 ‘이’, 뮤지컬 ‘러브 다이어리’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점은 1층에 8석의 장애인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들어와서 옮겨 앉지 않고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회전무대 등 무대시설이 부족하고 완벽한 음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다. 지적인 관람객들이라면 서관 4층에 있는 도서관이 제격이다. 고고학·미술사학·역사학 전문 도서관이다.9만여권의 장서와 600여점의 디지털 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러나 한 번도 ‘제 집’을 갖지 못했다. 무려 6차례나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60년 동안 타의에 의해 ‘역마살’에 시달렸다. 전쟁과 문화 홀대의 역사를 아프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립박물관은 광복이 된 1945년 12월 경복궁 내 건물에서 정식 개관했다. 그러나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요 유물 2만여점은 부산대학교 박물관 등으로 전전해야 했다. ‘전세방 처지’는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53년 피란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남산 분관에 자리잡았다가 55년 덕수궁 석조전에 이어 72년에는 경복궁 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로 이전했다. 86년 박물관은 옛 중앙청 건물로 네번째 이사를 갔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96년 경복궁 사회교육원 건물로 옮겨가 지난해까지 임시 거처로 사용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은 환갑이 돼서야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한 셈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교통편 ●지하철 용산∼회기 국철과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정문까지 걸어서 100m도 안 된다. 박물관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거리다. ●버스 버스도 비교적 편리하다. 초록버스 0211번(보광동∼옥수동)이나 빨강버스 9502번(의왕 고천∼신세계백화점)을 타면 된다. 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도심순환코스)를 타도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 서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주차료는 2시간에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30분당 각각 500원,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단 종일 주차는 각각 1만원,2만원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개관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관람료 올해 말까지 무료다. 그러나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발급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관람질서 유지와 이용객 안전 등을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성인(19∼64세) 2000원, 청소년(7∼18세) 1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20인 이상 단체는 성인 1500원, 청소년 500원이다.1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도 7∼64세까지 500원을 받는다. 6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돈을 안 내도 된다. 그리고 매달 넷째 토요일과 관람 시간 종료 1시간 전부터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국빈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장애인 등도 무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된 문화 기관 17곳 가운데 5곳을 이용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시간·입장제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매표는 관람시간 종료 1시간 전까지 한다. 휴관일은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이다. 최대 3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다. 하루 최대 허용인원은 1만 8000명이다. 어린이박물관은 더 경쟁이 치열하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 단위로 1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도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관람 유의사항·편의시설 이용법 박물관 안은 당연히 금연지역이다.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들어와도 안 된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출입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돌려 놓는 것은 상식이다. 전화 통화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다면 차라리 전화 전원을 꺼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유물과 작품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몰지각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상업적 용도의 촬영도 금지돼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유물을 관람하는 값이다.1000원짜리 두 장 냈다고 제것처럼 만지면 안 된다. 혹시 아이들이 제집처럼 뛰어다니거나 유물을 손대면 따끔하게 혼을 내자. 편의시설도 꽤 갖춰져 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은 유모차와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품보관함도 있어 가방 등을 넣어둘 수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DA·MP3플레이어 이용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최첨단 IT(정보기술) 박물관을 자랑한다. 설비시설은 물론 박물관 관리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PDA와 MP3 플레이어 등 개인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상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모바일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PDA와 MP3를 갖고 전시품 앞에 서면 단말기가 전시품 위 적외선 발생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후 관람객들에게 화상과 음성으로 전시물에 대해 안내를 해 준다. 지난해 리움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사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PDA를 켜면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언어 선택 화면이 뜬다. 이후 각각의 박물관 전시실과 관람 코스가 안내된다. 전시실이나 코스를 따라 돌기만 하면 된다. 또 세계 최초로 박물관 네비게이터 기능도 갖췄다. 관람객의 현재 위치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MP3 플레이어도 유물 소개는 PDA와 마찬가지다. 다만 네비게이션만 안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PDA 300대,MP3 400대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는 각각 100대 이하만 선착순 대여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터라 오전 10시만 되면 바로 동이난다. 대여료는 종일 PDA 3000원,MP3 플레이어 1000원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시론] 상수원 수질기준 다시 조정을/전상호 강원대 환경학 교수

    [시론] 상수원 수질기준 다시 조정을/전상호 강원대 환경학 교수

    그동안 정부는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1998년 ‘한강수질개선대책’ 수립시 팔당호의 2005년도 목표수질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1ppm으로 정하였으나, 현재의 수질현황으로 미뤄볼 때 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BOD란 물에 들어 있는 유기물질을 미생물이 분해시킬 때 소비하는 산소의 양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그만큼 오염도가 높다는 말이다. 하천수에서 BOD 1ppm이란 인간에 의해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자연적인 조건에서 관찰되는 유기물의 자연함유량 지표로 사용되는 수치이다. 그런데 우리는 팔당호의 수질관리 목표를 BOD 1ppm 이하의 자연조건에 가까운 수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천 유역에 인구가 많고 고랭지농업 등 집약적 농업이 발달한 팔당호의 현황을 감안할 때 목표수준을 너무 높이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뿐만 아니라 BOD 1ppm을 상수원수 1급으로 설정하여, 그 외의 물은 상수원으로 부적합하거나 상수원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로 잘못 인식될 뿐 아니라 양질의 물을 보유한 지역도 수질개선에 과잉 투자를 유발함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수자원의 질을 등급으로 표현하는 국가도 여럿 있지만 BOD 1ppm까지를 단일 등급으로서 1등급으로 지정된 사례는 볼 수 없다. 영국은 2ppm까지를 1등급, 프랑스는 3ppm까지, 일본은 자연수의 개념으로 1ppm까지를 1-A 등급,2ppm까지를 1-B등급으로 설정하였다. 독일은 BOD 대신 총유기탄소량을 도입하여 2ppm까지를 1등급으로 하고 있다.1990년대 초에 일어난 여러 수질오염 사고는 국민들의 환경의식을 높이고, 정부의 환경보전기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질관리 목표를 제시하여 다른 나라에서는 1등급의 양질로 분류되는 물을 보유하고도 수질에 대해 불신하거나 불안해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수질등급 기준은 1987년 제정되어 일부 수정되었으나 아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는 산업화 초기 단계로 오염물질의 종류와 특성이 지금보다 단순하여 BOD 중심의 상수원수 관리가 정당하였을 수도 있고, 실제적으로 당시 BOD 1ppm 수준의 물이 상당부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BOD 1ppm의 물이 1급수로 지정된 이후 30여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오염물질은 BOD와 관련이 큰 생활계 유기물뿐만 아니라 산업시설에서 유래되는 유해화학물질, 즉 인체에 직접 해를 미치는 물질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BOD 중심의 수질기준등급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1등급의 물만 상수원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고,2등급의 물은 무언가 오염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나쁜 물로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3등급의 물은 수돗물의 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팔당호 물은 지금보다 BOD가 1.5배쯤 높아져도 영국·독일·일본·프랑스에서는 1등급의 물이다. 한국인의 높은 환경인식과 다수의 전문가를 확보한 시민단체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문제 인식은 큰 공감을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BOD 1ppm 달성에 노력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을 우선하는 상수원 관리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 첫 과제로 수질환경기준에 건강관련 항목을 확대하고, 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종합적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하고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 전상호 강원대 환경학 교수
  • 안방으로 온 ‘비’… 시청자 적실까?

    안방으로 온 ‘비’… 시청자 적실까?

    첫 방송을 앞두고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KBS 2TV 새 월화 미니시리즈 ‘이 죽일 놈의 사랑’(연출 김규태, 극본 이경희, 제작 에이트픽스)이 31일부터 드디어 시청자들과 만난다. KBS가 드라마 시간대를 일주일 내내 완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화제작이다. 일단, 아시아 스타인 가수 비가 배우 정지훈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 드라마 출연이다. 또 지난겨울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돌풍을 일으킨 이경희 작가가 펜을 잡았다.2003년 ‘상두야 학교 가자’에 이은 두 스타의 재회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비는 집에 묻어두고 왔다 25일 시사회에서 공개된 입식타격기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정지훈은 화려한 하이킥, 로킥에 니킥, 그리고 백스핀 블로까지 실제 선수처럼 화면을 역동적으로 만들었다.“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완성된 화면을 보니 보람차다.”며 스스로 만족감을 표시했을 정도다. 날렵한 느낌을 주기 위해 몸무게를 7㎏이나 줄였다고 한다. 그런데 액션 장면이 오히려 쉽다는 말은 의외다. 그는 “이번 연기의 70%가 감정 연기”라면서 “감정신 하나 찍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죽을 힘을 다해 찍는다는 이야기. 또 “노래나 춤은 연습하면 되는데, 연기에서 감정 표현력은 배울 수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격투기 선수이자 나중에 보디가드가 되는 강복구역이다. 톱스타가 된 여자친구(신민아)의 약혼 보도로 자살을 시도한 뒤 식물인간이 된 형을 대신해 복수하려 하지만, 오히려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이 죽일 놈의 사랑. 그는 “여자가 와서 키스하면 침을 뱉고 가버리는 등 연기하는 내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건방지고 싸가지가 없는 나쁜 남자”라고 캐릭터를 소개하며 “굉장히 쇼킹한 것을 많이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스크린에 대한 욕심도 부쩍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첫발을 잘 디뎠으면 하는 바람에 영화 출연을 미루고 있다.”면서 “단편영화라도 출연할 의사가 있다. 지금은 연기를 위한 기초공사를 해놔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 작가는 그를 두고 “가슴으로 말하는 감동적인 배우”라면서 “시청자들이 가수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깨면 보물 같은 배우를 얻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오직 사랑을 풀어내는 데 몰두 정지훈은 이 작가에 대해 “가슴을 파고드는 글을 써주시는 분, 또 철저하게 배우 연기 방향에 맞춰 주시는 작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어떤 것을 써도 다 연기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거침없이 쓰고 있다. 네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라고 맞받아치며 웃는다. ‘꼭지’ ‘상두야’ ‘미사’를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 작가. 앞선 작품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그는 “이전에는 작가로서 의식적으로 교육이나 입양 문제 등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사랑에만 집중하겠다.”면서 “사랑이라는 게 사람에게 무슨 의미이고, 어떠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작품 흐름이 비극적이고 슬픈 사랑으로 흐른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사랑에 대해 특별한 혐오감은 없다.”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우물에서 아직 퍼올리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반 시놉시스를 살펴보면, 역시 비극적인 결말일 것 같다. 그러나 “미사 때는 스포일러가 많아 힘들었다. 아직 결말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며, 캐릭터가 흘러가는 대로 갈 것”이라고 했다. 남자 주인공들이 대부분 밑바닥 인생이라는 질문이 나오자,“한때 비장미 넘치는 홍콩 영화에 빠지기도 했고, 워낙 마이너리티에 관심이 많다.”면서 “언젠가는 백마탄 왕자도 그려보고 싶다.”고 웃음지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벼락맞은’ 소시지 別味야!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벼락맞은’ 소시지 別味야!

    소시지를 먹는 방법으로는 흔히 가스레인지로 굽거나 전자레인지로 익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약간 독특한 방법으로는 볼록렌즈로 태양 빛을 모아 익히거나 뜨거운 온천물에 넣어 먹는 게 있다. 이 외에 전기를 활용해 소시지를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 물론 전자레인지도 전기를 이용하지만, 여기서 소개할 방법은 전기를 직접 이용한 것이다. 감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기가 찌릿하면서 동시에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전기가 통하면서 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감전과 유사한 자연 현상인 벼락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벼락은 구름과 땅 사이에 일어나는 방전 현상인데, 벼락맞은 나무가 불에 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험시 유의사항 챙겨야 준비물을 챙겨 보자. 실험에는 프랑크 소시지, 칼, 금속 포크,110볼트(V) 코드가 연결된 전선, 변압기가 필요하다. 일반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 전원은 220볼트인데, 감전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이번 실험에서는 220볼트 대신 110볼트 교류전원을 사용한다. 우선 프랑크 소시지의 껍질을 벗긴 후 소시지 표면에 칼집을 낸다. 칼집을 내지 않으면 소시지가 열에 의해 부풀어져 터질 수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칼집은 필수다. 이어 소시지 양쪽 끝에 금속 포크를 꽂는다. 주의해야 할 점은 포크끼리 서로 닿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크에 전선을 연결하고 전원을 넣은 뒤 2∼3분쯤 기다렸다가 소시지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 전원을 끊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다음의 유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포크에 전원을 넣을 때 감전에 주의한다. 둘째,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포크나 소시지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셋째, 소시지가 탈 정도로 오랜 기간 전류를 흘려줘서는 안 된다. 넷째, 젖은 손으로 전기기구를 만지면 감전 위험이 커진다. ●전류와 저항이 ‘요리사’ 전선으로 연결된 포크에 전원을 켜면 약 2분 뒤 ‘지지직’ 소리와 함께 연기와 익는 냄새가 난다. 그런데 포크와 포크 사이의 안쪽 부분은 소시지가 뜨거워진 반면 바깥 부분은 변화가 없이 차가운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포크 사이에서만 전류가 흘렀다는 증거다. 역으로 얘기하면 포크 바깥 부분의 소시지는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도 전기가 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들어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기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고, 소시지는 전기 저항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전기는 +극에서 -극으로 흐른다. 이 때문에 동일한 물체라고 하더라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전류가 흐르는 사이 전자는 -극에서 +극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가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와 충돌하면서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힘(저항)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힘의 일부가 열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전기 저항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힘이며, 물질마다 고유한 값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전기 저항은 길이에 비례하고, 단면적에 반비례한다. 이같은 전기 저항을 이용해 소시지를 구워먹을 수 있고 다리미, 전열기, 형광등, 초인종, 전기도금 등의 전기제품도 활용할 수 있다. ●감전이 위험한 이유는? 감전에 대해 좀더 알아 보자. 인체의 65∼70% 정도는 물이며, 이로 인해 전기가 쉽게 흐를 수 있다. 인체에 미약한 전류가 흐르면 느낌이 없지만, 전류 세기가 커지면서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게 되고 차츰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전류의 흐름을 감지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현상이 감전이다. 인체에 어느 정도 이상의 전기가 흐르면 ‘전기 소시지 구이’처럼 열작용에 의해 전기가 인체로 들어가는 부위와 나오는 부위에 화상이 생긴다. 체내에서는 세포를 파괴시키거나 혈구를 변질시키기도 한다. 특히 전류의 자극으로 근육이 수축할 경우, 온몸이 위축돼 심장 박동과 호흡 운동을 방해해 혈액 순환이 멈출 수도 있다. 또 감전됐을 때 쇼크를 받아 정신을 잃기도 하며, 의식이 멀쩡하더라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 2차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기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지만, 항상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준의 서울 한성과학고 교사
  • [경제플러스] 신형 철강재 강널말뚝 개발

    현대INI스틸은 기존 제품보다 강재 소요량을 9.5% 줄이고 시공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신형 강널말뚝(제품명 ISP-Vm)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강널말뚝은 해안 매립공사와 교량 및 교각 건설공사시 물과 흙의 흐름을 막아 공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철강재다.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폭을 500㎜로 넓혀 강재 소요량을 줄였고 높이를 170㎜에서 175㎜로, 두께를 15.5㎜에서 16.5㎜로 늘려 안전성도 대폭 향상시켰다. 현대INI스틸은 이와 함께 용접성을 향상시킨 용접구조용 강널말뚝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 [신상품]

    ●미래코스팜 북한산 유황머드로 만든 머드전문제품 ‘펄’을 내놓았다. 세계 4대 유황퇴적개펄인 평안남도 온천군 광야만 지역에서 채취한 유황머드에 히말라야 암염, 진주가루, 참숯, 아로마 오일을 혼합해 만들었다.33종세트 7만 8000원. ●면사랑 전통 일본식 ‘오뚜기 면사랑 카레우동’을 선보였다. 일본의 카레비빔우동을 들여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재가공했다. 카레 소스에 ‘가쓰오부시국물’을 첨가해 카레의 향긋한 맛과 가쓰오부시의 깊은 맛이 맛깔스럽다고.2인분 3900원. ●풀무원녹즙 ‘복분자혼합즙’을 출시했다. 간과 신장 보호기능이 탁월한 복분자를 주원료로 삼고 당근, 파인애플을 넣어 만든 건강음료. 검붉은 복분자 특유의 향에 파인애플의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진다고.150㎖ 3300원. ●남양알로에 잇몸질환 예방 기능을 강화한 ‘베라케어’리뉴얼 제품을 내놓았다. 구강염 및 잇몸질환 예방 기능을 강화했다. 원터치 캡이라 보관·사용이 편리하다.200g 8000원. ●한국존슨 그레이드 젤타입 방향제 ‘크리스탈 로맨스’를 선보였다. 투명한 크리스털 용기 뒷면에 방향젤을 부착, 인테리어용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회사측은 소개. 별도의 장치가 필요없어 거실 침실 화장실 사무실 등에서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다.4100원. ●보령수앤수 수용성 칼슘보충용 건강기능식품 ‘보령우리가족칼슘’을 출시했다. 무색, 무취라 물 우유 주스 등에 뿌려 먹을 수 있다. 야채에서 추출한 당질을 발효시킨 젖산에 칼슘을 결합해 만들었다.21만원. ●LG생활건강 피부보호 기능이 뛰어난 황토 성분을 활용한 기저귀 ‘토디앙’을 선보였다.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혈액 흐름을 촉진시키고, 항균과 탈취 기능이 뛰어나 연약한 아기 피부를 지켜준다.2만 7900원.
  • [Zoom in 서울] 청계천 ‘한국의 트레비 분수’로

    ‘청계천은 트레비 분수가 아니에요.’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처럼 행운을 기원하며 청계천에 애교(?)로 동전을 던지는 시민과 관광객들 때문에 서울시가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18일 서울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센터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만명에 달하는 청계천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이들 가운데 일부가 수심이 얕은 청계천 7가 부근에 각종 동전을 던져 대책 마련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동전이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보기에 안 좋다.’는 의견이 많아 그대로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동전을 일일이 줍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동전을 가장 많이 던지는 구간은 청계7가 다산교에서 맑은내다리 사이 300m구간이다. 이곳은 물의 흐름이 더디고 깊이도 얕아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여서 동전을 던지기 안성맞춤인 수역이다. 동대문 쇼핑객들이 많이 다니는 동평화·청평화의류시장 앞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청계천관리센터 관계자는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가 끝난 4일 바닥의 동전을 수거해 세어보니 3만여원에 달했다.”면서 “많은 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바닥에서 동전을 수거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 구간에는 500원,100원,10원짜리 등 무수한 동전이 눈에 띄어 지난 10일까지 수거한 양이 6만원에 이를 정도다. 이날도 물속에 3만∼5만원가량의 동전이 무수히 널려있는 실정이다.50대의 한 여성 관광객은 “수질오염은 물론 청계천의 자연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행위”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에 청계천관리센터는 오간수교 등 사람들이 동전을 많이 던지는 지점에 로마의 ‘트레비(Trevi) 분수’처럼 동전을 던지는 ‘행운의 돌’을 만들어 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무 곳에나 동전을 던지는 일을 막을 수 있고 또 하나의 ‘명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순직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시점부 광장에 있는 팔도석에 동전을 던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면서 “오간수교 등 사람들이 쉬어가는 여유공간이 있는 지점의 물속에 지름 1∼1.5m 정도의 돌을 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운의 돌’에 모인 동전은 일년에 한두번 수거해 불우이웃 돕기 등에 쓸 계획이다. 그러나 동전이 한군데에 모이면 어린이나 노숙자 등이 물속에 뛰어들어 이를 꺼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래저래 서울시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발언대] 자비군(慈悲軍)을 창설하자/김지수 전남대 법대 조교수

    최근 들어 여성의 병역의무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신장과 남녀평등의 흐름 속에 저출산·가족해체·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노인 요양복지 및 병역자원 감소가 국가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시기나 주제가 따로 거론되지만 두 문제는 유기적으로 해결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남성 전투력 위주의 군대를 국토방위의 평화군(平和軍)으로 삼고, 여성보위력 중심의 자비군(慈悲軍)을 창설하자는 것이다. 자비군은 노인·장애인·난치병 환자 등의 보건요양 복지업무에 투입하도록 한다. 여성 중 조건이 맞는 자원자 일부는 군대수요와 여건에 따라 평화군에 종사할 기회를 준다. 남성 중에도 종교·양심의 이유로 병역 기피하거나 특히 간병 적임자는 인권보장 차원에서 자비군에 대체 복무할 권리를 준다. 아울러 심각한 이농과 고령화로 황폐화돼 가는 농지를 전통 병농일치(兵農一致)정신에 따라 여유 군 인력으로 직접 또는 대리 경작해 수입을 군비에 보태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율곡 선생께서 주창하신 십만양병설의 선견지명을 찬탄하며, 그 정신을 되살려 백만자비군 창설을 제안한다. 헌법상 ‘국방’의무란 단지 무력에 의한 ‘국토방위’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법 자체나 법의 해석 적용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남녀평등과 시대수요에 비춰 국방의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국가사회의 방위와 국민생존의 방호까지 포함한다. 국토는 국민 및 주권과 함께 국가를 이루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 국가가 잘 유지되려면 국토보전이 필수지만, 건강하고 평안한 국민생활과 사회질서 확보도 중요한 조건이다. 군 일부에서 씩씩한 여성의 복무능력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남성보다 여성(약 50%) 자신들이 병역의 평등부담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작용과 문제점도 적지 않다. 성에 따른 일반적성 및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면, 여성은 아직 자비군 위주로 하되 예외로 군의관·법무관·방위산업체 등 일부 영역에서 평화군을 허용하는 편이 좋다고 본다. 물질문명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다. 산업화로 가족이 거의 해체된 마당에, 노병요양을 전통효도 윤리나 효도법으로 개별 가족에 떠맡길 때가 지났다. 발상을 과감히 바꿔 온고지신의 묘책을 꾀하자. 여성 특유의 온유한 자비심을 국민건강과 국가사회 방위에 적극 동참시키자. 첨단 정보산업과 함께 전통 군대·전투 개념도 크게 변해 여성의 병역복무 가능성과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평화군 참여기회도 점차 넓혀 나가는 게 낫겠다. 현재 보충역이 맡는 공익업무도 대개 여성이 더 잘할 수 있어 보여 함께 맡기자. 그러면 남녀 성에 따른 분업과 개인의 능력발휘로, 남성에 편중된 국방부담이 덜어져 균형을 이루고 여성의 자아성취도 실현될 것이다. 생산성 증대와 활력 강화로 사회적 비용절감과 건실한 재정유지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성·무력위주 군대 문화가 여성의 온유한 자비심과 어우러져 음양조화를 잘 이루면,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계 제일의 지상낙원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옛날 행주산성에서 아낙들이 돌을 날라 장정들의 전투력을 도와 대첩을 이루었듯이. 김지수 전남대 법대 조교수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새벽달빛이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풀벌레소리는 어느새 수곽의 물소리에 젖어들고 있다. 새벽예불을 위해 가만히 문을 열면 사방은 바로 고요해진다. 인간의 소음에 모든 삼라만상이 긴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분별과 자만으로 인해 자연과 소통하지 못한다.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인류최악의 강진도 제일 먼저 동물들이 그 반응을 보인 것은 그 같은 자연과학적인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문을 열고 나와 발우를 부여잡고 청수(淸水)를 공양하기 위해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나선다. 오렌지처럼 푸른 달빛이 축축한 대지에 차가운 기운을 전달하고 있다.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내 영혼을 먼저 깨운다. 초의스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샘물인 유천의 물소리다. 산등성위에 살짝 얹힌 두개의 바위 틈 사이로 대나무가 박혀 있다. 그 대나무를 타고 세 개의 작은 수곽을 지나 유천의 물이 숙성되면 암반으로 흘러넘친다. 마치 안개비처럼 산구름처럼 소리없이 물이 흘러내린다. 그 물소리가 혼탁한 세상을 맑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유천에 가볍게 반배를 한다. 그리고 발우를 수곽에 얹으면 또르륵 이슬방울처럼 스며드는 유천의 물은 마치 광망한 바다에 아침을 물고 나오는 붉은 해가 세상에 젖어들 듯 장엄한 울림을 전해준다. 발우에 담긴 유천의 물을 부처님께 공양한다. 지심귀명례 지심귀명례. 물에 대해 초의스님은 이렇게 말했다.“물은 차의 몸이요 차는 물의 정신이 되는 것이다.” 물은 차의 맛을 좌우한다.“나에게 젖샘이 있어 이 물을 떠서 찻물을 끓이면 수벽탕이나 백수탕이 돼버리니 어찌하면 목멱산 아래 해거옹에게 이 물을 드릴 수 있을까.”라며 찻물을 끓이는데, 좋은 물을 권하고 있다. 찻맛의 절반은 물맛이라는 말이 있다. 차는 물에 우려내는 것이므로 물의 등급에 따라 찻맛과 그 효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옛 차인들은 물을 차를 내는 데 가장 우선순위로 두었다. 차를 우려내는 데 있어서 물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찻물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게 되었다. 그나마 좋은 찻물을 먹을 수 있었던 산골이나 시골지역도 개발의 바람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그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은 현대산업사회의 폐해가 자연환경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인들에게 차의 물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차는 좋은 물을 통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의스님은 “차는 물의 마음과 정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니 참 된물(眞水)이 아니면 다신(茶身)을 나타낼 수 없고, 참된 차 (眞茶)가 아니면 수체(水體)를 나타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물과 제대로 된 차가 만났을 때 좋은 차는 그 생명력이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물이 참된 물일까. 환경이 오염돼 버린 현재의 지구촌에서는 좋은 물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옛날 차인들이 추천했던 물의 품수(品水)를 통해 차를 우려내기 위한 참된 물을 정의해볼 뿐이다. 물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물에서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졌다. 물의 존재는 곧 생명체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좋은 물을 마시면 육신과 영혼을 증장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나쁜 물을 먹었을 때는 육신과 영혼을 갉아먹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말로 순수한 물은 바로 깨달음을 얻은 부처 같은 물이다. 무색(無色), 무미(無味), 무취(無臭)한 것이 참된 물인 것이다. 초의스님께서는 이렇게 소중한 물에 대해 여덟가지 덕(八德)이 있다고 했다. 가볍고(輕), 맑고(淸), 시원하고(冷), 부드럽고(軟), 아름답고(美), 냄새가 나지 않고(不臭), 비위에 맞고(調滴), 먹어서 탈이 없는(無患) 여덟가지로 물의 덕을 설명하고 있다. 초의스님의 설명에 따른다면 물은 완전무결한 식품이다.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모든 맛과 효용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이렇게 완전무결한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는 품천(品泉)이 있다. 육우는 (다경)에서 물의 등급을 “산의 물을 쓰는 것은 상품이고, 강물은 중품이며 우물물은 하품이다.”고 평하고 있다.(자천소품)(煮泉小品)에는 “돌은 금의 근본이요, 돌에서 흐르는 정기는 물을 낳는다.”고 깊은 산중에서 나오는 물이 최고임을 밝히고 있다. 산중의 물중에서도 최고는 이름난 명산의 샘물이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샘물은 바로 돌샘이다. 돌은 산의 뼈요, 물은 산의 골수같은 것이기 때문에 돌샘에서 나오는 샘물이 최고인 것이다. 돌샘은 산의 정기가 모인 것으로 담백하고 맑고 차기 때문에 물을 길어놓아도 오랫동안 물의 기운이 그대로 유지된다. 산중의 물중 산마루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맑고 가벼우며, 돌 사이에서 나는 석간수는 맑고 달며, 자갈샘은 차갑다. 땅밑의 샘은 담백한 물을 뿜어내고 황석(黃石)에서 솟아나는 물은 좋은 물이다. 다만 청석(靑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결코 좋지 않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계곡의 물은 발원지에서 멀수록 좋으며 그 흐름이 조용하고 완만하게 흐르며 맑아야 한다. 또한 계곡 위쪽의 인적이 끊어진 곳이어야 한다. 흐르는 물이 발원지에서 멀수록 좋은 것은 물이 흐르면서 광물질 이물질 등이 자연스럽게 여과되어 어느정도 흐르면 담백한 물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명산의 물중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샘에 고여 있는 물이다. 물이 넘쳐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는 것은 샘이 죽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물도 함께 죽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은 강물이다. 강물 역시 명산을 발원지로 해서 시작해 흐르는 물이 좋다. 강물은 또한 오염도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다면 인간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좋으며 빛깔은 맑으며 물맛은 지극히 찬 것이 좋은 것이다. 다음은 우물물이다. 인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인공적으로 솟아나게 하는 샘물인 우물물 중에서도 돌이나 모래속에서 솟아나는 상품의 물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물물은 가까이에 있는 인간의 오물이 섞일 수도 있고, 기름진 논이나 비옥한 땅에서 건수가 스며들 가능성이 많아서 제일 하품으로 쳤던 것이다. 이밖에도 호수물, 빗물, 웅덩이물 등이 있으나 찻물로서 적합하지 않다. 물은 흐르는 유천(流川)이 좋고 돌틈의 석간수가 솟아나는 샘물이 좋다. 물의 종류에는 하늘의 은택으로 내린 샘물인 영천(靈泉),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늘 물인 천수(天水), 바위틈에서 솟아 흐르는 지천(地泉), 강물인 강수(江水), 우물물인 정수(井水), 유황성분이 함유된 온천(溫泉),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약수(藥水)가 있다. 이중에서 현재 찻물로 쓰일 수 있는 물은 영천 지천 정수 정도일 뿐이다. 현대에는 그 만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다천(茶泉)이 몇군데 존재한다. 신라시대의 다천으로 사선(四仙)들이 차를 달여마신 강릉 한송정, 보천과 효명 두 태자가 차를 달여마시고 차공양을 올린 오대산 서대 우통수, 고려시대 송악의 안화사(安和寺) 샘물, 충주의 달천수(達川水), 금강산에서 시작되어 한강으로 흐르는 우중수(牛重水), 속리산 삼타수(三陀水), 초의스님이 마셨던 두륜산 일지암의 유천(乳泉)등이 있었다. 현존하는 다천중 가장 유명한 것은 경주 기림사의 오종수(五種水)다. 석간수로 최상의 찻물로 꼽히며 물색이 음수(陰水)중 음수인 감로수(甘露水), 물맛이 젖처럼 달콤하며 마시면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지는 화정수(和靜水), 물에 기운이 있어 장수가 된다는 장군수(將軍水), 눈이 맑아지는 물인 안명수(眼明水), 까마귀가 쪼는 자리에 물빛이 배어 그 자리를 파서 감로수가 샘솟았다는 오탁수(烏啄水)가 그것이다. 초의스님이 계시던 일지암의 유천(乳泉)도 명수(明水)중 명수다. 초의스님은 “나에게 젖샘(乳泉)이 있어 이 물을 떠서 찻물을 끓이면, 수벽탕이나 백수탕이 돼버리니, 어찌하면 목멱산 아래 해거옹에게 이 물을 드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있다. 일지암의 유천은 찻물로는 최상의 물로 평가할 수 있다. 오죽하면 초의스님이 젖샘이라고 불렀겠는가.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써야 할 찻물은 어떤 것이 있는가. 차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물의 소중함과 귀함을 알고 있으나 도시에서 찻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좋은 찻물은 아침일찍 인근에 있는 높은 명산의 약수터 물을 길어 오는 것이다. 국가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약수터인가를 확인한 후 찻물을 먹을 만큼 길어다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2∼3일 동안 먹는 것이다. 그다음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生水)다. 인위적으로 생산한 생수는 요즘 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수의 생명은 짧다.3∼4일이 지나면 생수의 본 성품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정수기를 통해 걸러진 물도 찻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정수기를 통해 정수된 물은 많은 부분에서 물의 본 성품을 강제로 빼앗아버려 썩 좋은 찻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가장 흔히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다. 수돗물을 찻물로 쓰기 위해서는 하루쯤 침전해야 한다. 침전하는 도구로는 옹기항아리가 가장 좋으며 유리병도 무방하다. 옹기항아리나 유리병 바닥에 삼투압을 할 수 있는 물질인 맥반석, 돌, 굵은 모래등을 가라앉혀 놓으면 맛있는 물을 얻을 수 있다. 여름에는 뚜껑을 삼배보자기로 덮는 것이 좋으며 겨울에는 본래 뚜껑을 덮어두면 된다. 한 항아리의 물은 3분의2만 쓰고 나머지는 허드렛물로 쓰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일지암 암주 ■ 김노경과 초의스님 ‘유천일화’ 일지암에는 유천이란 샘물이 있다. 유천(乳泉)은 말뜻 그대로 마치 어머니의 가슴에서 나오는 젖처럼 맑고 담백한 천상의 물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생명을 기르는 젖과 같은 샘이다. 명나라 전예형은 (자전소품)에서 “젖샘이란 종유석의 샘이며 산골의 고수다. 그 샘물의 빛깔은 희고 비중은 무겁다. 매우 달고도 향기로워서 마치 감로와 같다.”고 적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물에 대한 비유다. 유천에 대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바로 추사의 부친인 김노경과의 일화다. 추사의 부친이었던 김노경은 일지암에서 가까운 완도 고금도에 유배를 왔다. 그곳에서 4년을 보낸 김노경이 마침 그 유배가 풀렸다. 해배가 되어 서울로 돌아가던 도중 김노경은 일지암을 들를 결심을 했다. 그가 촉망하는 아들 추사의 인품에 비해 초의스님의 인품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노경은 초의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학식과 선풍이 뛰어남을 알았다. 그런 그가 초의스님이 권하는 유천을 맛보았다. 김노경은 중국의 유명한 차와 물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었다. 유천의 물을 맛본 김노경은 “일지암 유천의 물은 그 물맛이 ‘수락’보다 더 좋다.”고 극구 칭찬을 했다. 일지암 유천의 물맛은 참으로 뛰어나다. 당나라 때 소이는 (탕품)에서 물을 끓이는 기술에 따라 3품, 뜨거운 차를 잔에 따르는 솜씨에 따라 3품, 탕기의 종류에 따라 5품, 물을 끓이는 땔감의 종류에 따라 5품 등으로 분류했다. 소이는 이 중 가장 잘 끓인 물을 ‘득일탕’(得一湯)이라 했고 그 다음을 어린탕, 너무 많이 끓어버린 물을 백수탕으로 구분해놓았다. 좋은 물도 물이지만 좋은 용기에 잘 끓여야 제대로 된 찻물이 된다는 뜻이다. 소이는 “사람이 백살을 넘은 것처럼 너무 오래끓은 물을 이야기하다가, 때를 놓치거나, 볼일 때문에 내버려두다가 비로소 사용하려면 물은 이미 성품을 잃은 뒤다. 감희 묻거니와 머리털이 희고 얼굴이 창백한 나이 많은 늙은이가 활을 들고 과녁을 맞힐 수 있겠는가. 아니면 씩씩하게 높은 곳을 올라가거나 활발하게 걸어서 멀리까지 갈 수 있도록 돌이킬 수 있겠는가.” 끓인 물이 차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물 못지 않게 끓이는 물에 대한 차인의 정성은 소중해야 한다.
  • [실전 논술] 교양교육 왜 필요한가

    [실전 논술] 교양교육 왜 필요한가

    ●제시문 (가)를 토대로, 오늘날의 이 시대에 왜 교양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제시문 (나)에서 말하고 있는 교육의 원리를 논거로 바람직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논술하시오. (가) 우리는 ‘현대인’으로 자랑하며 ‘문화인’으로 자랑한다. 아니 우리는 그것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20세기에 살고 있다고 하여 반드시 역사적으로나 문화 발전의 입장으로 보아서 ‘현대인’인 것은 아니다. 또 과거의 많은 훌륭한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반드시 우리가 ‘문화인’인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남이 만든 문명의 이기(利器)를 가지고 있으며, 외래의 고급품으로써 장식한 으리으리한 생활이 반드시 ‘문화 생활’이 아니다. 우리는 참다운 민주 사회의 건설과 새 문화 창조를 위하여 ‘현대인’의 의미와 ‘문화인’의 가치에 대하여 새로운 이해가 있어야 한다. ‘현대’라고 하면 물론 20세기를 가리키되 그것은 다만 자연 발생적인 시간의 흐름의 한 단계를 가리킴에 그치지 아니하고, 문화 창조(文化創造)와 역사적인 의미에서 20세기는 다른 때 보다 세계사에 있어서 또는 그 국민의 역사에 있어서 어떠한 특징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20세기를 ‘과학 시대’라고 하며, 특히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우주 시대’라고 하여 현대의 특징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하면 ‘현대인’도 다만 20세기에 사는 것이 아니라,20세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참다운 의미를 가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하는데, 이와 같은 현대에 있어서 ‘현대인’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새로운 ‘교양(敎養)’이다. ‘교양’은 현대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과거에도 필요한 것이었다. 우리 조상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새로운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어서 과거에 ‘교양’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 인문적인 교양을 쌓은 사람, 우리나라 또는 동양의 고전(古典)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을 의미하였으며 또 그것을 장려하였다. 그러나 그 교양은 다만 고전에 대하여 많이 안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사람’이 자유를 위하여 자연의 세계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사회적·도덕적 발전을 위하여 쌓은 업적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자신도 그와 같이 노력함으로써 새 자유를 얻으려고 하는 자유의 정신과 신생(新生)의 ‘교양’이었다. 그것이 그 이후에는 정신이 빠진 형식에 치우쳐 옛 고전을 읽으며 암송하는 데 그치고, 그것이 지니는 ‘사람’과 ‘자유’의 형성에 있어서의 참된 의미를 망각(妄覺)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도 참다운 의미에서의 ‘인문적 교양’은 요구된다. 그것은 자유의 정신에 의한 신생을 가져 오기 때문이다. -김계숙,(교양 교육의 중요성) (나) 사랑과 존경을 모체로 하는 교육의 원리는 사랑과 존경을 필수 요건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같다. 민주주의가 사랑과 존경을 빼놓고 나면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전체주의 치하에서도 민주주의 이념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사랑과 존경이 교육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중략) 민주주의는 정치학적 원리에서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이며, 국가적 이상으로는 국민의 국가, 국민에 의한 국가, 국민을 위한 국가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원리에 입각하여 교육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기본으로 개인의,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교육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은 곧 국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계층적 사회주의 국가관은 이미 하나의 퇴색된 사회 사상이 되었다. 더 이상 특정한 개인을 위해 대중이 희생하는 악순환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며, 개인의 영광을 위한 선전의 바탕으로 교육을 이용할 수는 더더욱 없다. 교육이란 미숙한 미성인으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성인의 수준으로 접근시키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간 교육은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적응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초월하려는 욕망까지 충족시키기 위하여 현실을 개조하려는 이상 세계까지 그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 안에 있는 핵심적 원리는 위에서 베풀어 주는 사랑과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각성·지향하는 존경심이 합일하는 바로 그것이다. 일방적인 사랑도 일방적인 존경도 없다. 사랑과 존경이 합일하여 나타나는 성과는 사회 체제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니만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교육은 국민의 교육, 국민에 의한 교육, 국민을 위한 교육이 되는 것이 소망스럽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국민은 좀더 넓은 변경으로 확대될 수도 있고, 더 좁혀서는 개인으로 축소될 수도 있다. 다만 개인은 집단 속의 개인을 모체로 하는 것임을 명백히 인식해 둘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목표가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안녕과 세계의 평화에 있다면, 교육은 개인의 자유를 신장하고 사회의 안녕을 도모하고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인류 공영을 위한 것이라야 할 것이다. -김재만,(사랑과 교육관) ●지문의 분석 제시문 (가)는 김계숙의 (교양 교육의 중요성)에서 발췌한 글이다. 글쓴이는 참다운 민주 사회의 건설과 새 문화 창조를 위하여 현대인의 의미와 문화인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오늘날과 같은 과학 시대 또는 우주 시대에 현대인에게 있어서 더욱 교양이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교양이란 인문적 교양을 의미한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에 박식한 사람을 장려했다. 그러나 진정한 교양인은 고전에 대한 지식에만 머물지 않고 자연적 세계를 이해하고 사회적·도덕적 발전을 꾀하며 그 스스로가 노력하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를 의미했다. 이것이 참다운 의미의 인문적 교양이고, 이 시대에 현대인에게 그러한 인문적 교양이 요청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시문 (나)는 김재만의 (사랑과 교육관)에서 발췌한 글이다. 글쓴이는 교육의 원리와 민주주의의 원리가 같다는 관점에서 교육의 원리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의 원리는 사랑과 존경이다. 이러한 위로부터의 사랑과 아래로부터의 존경심을 토대로 교육은 개인의,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개인의 자유를 신장하고 사회의 안녕을 도모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출제의도 최근 교육의 방향에 대한 논란이 많다. 너무 실용적인 교육에 치우치다 보니 기초 학문과 교양 교육이 경시된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학문과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 논제의 출제 의도는 오늘날 이 시대에 왜 교양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교육의 원리로서 사랑과 존경을 제시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얼마나 바람직한 교육상에 대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려는 것이다. ●생각하기 이 문제의 해법은 교육의 원리로서 사랑과 존경이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가를 숙고하고, 이런 교육적 상황 속에서 인문적 교양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논술하는 데 있다. 교육의 기본 원리인 사랑과 존경을 토대로 이를 응용하여, 교양 교육의 필요성에 관하여 논술하여야 한다. 물론 이 때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교양인의 의미를 토대로 언급되어야 한다. 교양인이 단순한 지식의 창조자가 아니라 사회적·도덕적 발전을 꾀하며 그 스스로가 노력하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를 말한다는 점을 언급하면 논의의 깊이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논의는 오늘의 시대 상황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할 때 의미가 있다. 현대는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사회인 만큼 정신적으로 더 빈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지덕(知德)을 겸비하는 인문학적 교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제시문 (나)에서 교육의 기본 원리를 민주주의 기본 원리의 관점에서 풀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원리를 응용하여 바람직한 교육관에 관하여 논술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바람직한 교육은 무엇보다도 사랑과 존경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 바람직한 것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과 존경이 교육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까닭은 사랑과 존경이 교사와 학생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여 보다 효율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교육은 개인의,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면 된다. 결국 교육이 개개의 모든 개인을 위한 교육이 될 때, 비로소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전인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쓸까 논제에서 요구하는 바와 관련하여 주제문의 방향은 바람직한 교육은 사랑과 존경에 기초한 교육이며,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더욱 더 인문적 교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정도로 잡으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교양은 지식과 덕을 함께 겸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전개하기 위해 서론에서는 현대에 지식과 덕을 함께 갖출 수 있는 교양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여 논의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에서는 먼저 인문적 교양 교육은 단순히 지식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덕을 겸비하고 정신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음을 의미함을 제시하면 된다. 지식만을 지닌 사람이 가지는 위험성을 언급하여 덕을 겸비한 지식인이 필요함을 강조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 내용으로는 논제에서 요구하는 두 번 째 사항과 관련하여 사랑과 존경은 교육의 기본 원리이며, 진정한 교육은 개인의,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정신적 가치가 물질적 풍요보다 못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인문적 교양 교육이 사랑과 존경의 교육 원리를 통하여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 아침드라마가 상쾌해진다

    아침드라마가 상쾌해진다

    ‘아침 드라마가 달라졌어요∼!’ 언제부터인지 아침 드라마는 눈 뜨고 지켜보지 못할 정도의 불륜이나, 엽기적인 고부 갈등, 비정상적인 삼각·사각관계 등의 대명사로 여겨지게 됐다. 자극적인 소재가 아침 드라마의 주시청층인 가정주부들의 눈길을 잡아둘 수 있는 코드라는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잘나왔던 것도 사실. 그런 경향이 짙어지다 보니 시청자들의 아침을 오히려 불쾌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숱하게 받았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그러한 오명을 이제 벗어버려도 될 분위기다. 8월 초부터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시대극 ‘자매바다’는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자매가 각자의 방식으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초반 아역들의 빼어난 연기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며 잔잔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8월 말 TV에 등장한 KBS1 ‘고향역’도 역시 시대극.1960년대 경기도 안성역을 배경으로 시골우체국 여직원이 역경을 딛고 양조장 사업으로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따뜻한 가족애와 함께 버무리며 수채화처럼 담아가고 있다. 지난 10일 첫선을 보인 SBS ‘들꽃’은 부모 대신 동생 3명을 돌보며 일곱 살짜리 이복동생까지 떠맡게 되지만 억척스럽게 세파에 맞서는 30대 여성의 성공 스토리다. 제목처럼 정말 시청하기가 위험했던 ‘위험한 사랑’의 후속인 KBS2 ‘걱정하지마’까지 31일 시작하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소재들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걱정하지마’는 18세 연상의 엄마 동창과 결혼하는 스무살 신부의 이야기와, 연하 총각과 사랑에 빠지는 서른아홉 엄마의 이야기를 밝고 건강하게, 코믹 터치로 그려나갈 계획이다. 여성의 성공 스토리라는 점에서 공통된 맥락을 갖고 있고, 이들 모두 이전 아침 드라마와는 다르다고 자부하고 있다. 대부분 가족을 강조하고 따뜻한 감성을 보듬는다고 말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아침 시간대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점차 방송가에서 사라지고 있다.”면서 “깊이 있고, 따뜻한 드라마가 보는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물론 삼각관계나 불륜 등의 설정이 완전하게 빠져버린 것은 아니다.‘자매바다’는 한 남자가 주인공 자매 사이에서 갈등한다.‘고향역’의 여주인공은 여전히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고, 한 남자를 두고 다른 여성과 삼각관계를 이룬다.‘들꽃’의 여주인공은 기억을 잃어버린 재벌 유부남과 핑크빛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6년 동안 역임했고, 현재 ‘자매바다’를 집필하고 있는 이희우(66) 작가는 “불륜,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등은 드라마 전개를 극적으로 만드는 고전적인 설정으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그것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왕도로 여기고 남발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요즘 아침 드라마가 불륜 등 천편일률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드라마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좋은 현상”이라면서 “방송사,PD, 작가 모두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는 시청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도록,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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