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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미래성장동력 국가과학기술위에서 찾아야/임상규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

    [열린세상] 미래성장동력 국가과학기술위에서 찾아야/임상규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을 맞아 글로벌 사회의 완성, 정보기술(IT)·산업의 확산, 녹색성장의 본격적인 추진 등 큰 변화의 흐름과 함께 세계 각국은 자국 성장을 위한 미래성장전략 수립·기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미래전략의 핵심은 우수인재 양성과 과학기술력 제고이다. 우리나라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 50여년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민족의 뛰어난 두뇌와 열정에 기반한 교육과 과학기술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성장기반이 창의교육과 미래과학에 있음은 자명하다. 투자, 인력, 성과,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력은 세계 선두 10개국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2010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과학경쟁력 평가에서는 세계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놀라운 과학기술력은 우리 국력의 기반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는 4월 국가 전체 연구·개발(R&D)의 정책, 인력, 사업, 예산을 총괄적으로 기획, 조정, 평가, 배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것은 우리의 미래 대비에 있어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하다. 다양한 위치에서 오랫동안 과학기술계와 함께해 온 본인으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고 과학기술 예산과 사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면 국력 융성을 통한 선진국 진입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과위의 성공을 위해 몇 가지 제언한다. 첫째, 미래사회의 과학기술 영향 및 역할과 관련해 과학기술의 소통, 융합, 문화를 아우르는 미래기획에도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특히 인류의 당면 현안인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 질병,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역할을 포함하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R&D 사업을 조정·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투자가 연간 40조원을 넘어서고 있고 이중 70%가량이 민간의 투자이다. 국과위는 국가 전체 차원에서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의 R&D 성격과 투자전략을 잘 수립하고, 선진국과 특히 세계 R&D를 주도하는 글로벌기업의 전략도 분석해서 미래사회에 대한 대응과 신산업 창출의 정부 R&D를 조화롭게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가 그간 경제발전을 위한 하드웨어적 연구개발에 집중하였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적 연구개발, 즉 과학문화, 과학소통, 과학이해 등 선진 국민으로서의 교양, 지식과 합리적·과학적 사고를 진흥하는 사업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정치, 언론, 법조, 문화예술, 인문사회 부문 등과의 폭넓은 교류·이해·참여를 통해 융합의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는 선진국형 정책·사업들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넷째, 우리나라 정부 R&D는 올해 15조원 규모이고 15개 부·처·청이 각 부처의 기능과 역할에 따라 R&D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중 교육과학기술, 지식경제, 국방 부문이 수행하는 R&D는 1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3개 부처는 각각 별도의 전략과 전담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거대 R&D 부처와 국과위가 국가 전체 R&D 전략과 기획 수립에 있어 협조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다섯째, 우리나라 연구개발시스템의 특성 중 하나이며 정부 R&D 역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출연연구기관들의 기능과 역할, 기관 간 협력 문제도 국과위가 심도 있게 검토하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출연기관의 위상과 변화 방향을 시급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과위는 R&D 관련 15개 부·처·청과 연계되는 정책, 제도, 사업과 예산을 총괄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전략과 우선순위를 마련해 나가야 하므로 조직의 전문성, 대외관계 능력, 경쟁력, 네트워크가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정부 부문 R&D의 성과와 효율성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국과위가 세계 R&D 체제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선진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그린호넷 3D’ Up & Down

    ‘그린호넷 3D’ Up & Down

    ‘그린 호넷 3D’(27일 개봉)는 1936년 미국에서 라디오 드라마로 처음 탄생한 뒤 1960년대 만화와 TV시리즈로 변주되면서 사랑을 받아온 슈퍼히어로 영화다. 특히 1966년 미국 ABC TV 방영 당시 리샤오룽(李小龍)이 케이토 역을 맡으면서 그린 호넷은 액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1월 14~16일) 3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프랑스 출신의 기발한 상상력 소유자인 미셸 공드리 감독과 ‘화장실 유머’의 대가인 세스 로건(공동 각본·주연) 조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평범한 슈퍼히어로 물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영화의 강점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다. 다 큰 어른이지만 정신연령은 10대의 어디쯤에서 멈춰 버린 그린 호넷(세스 로건)과 케이토(저우제룬) 콤비가 한국에서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까. 업(Up) & 다운(Down)으로 살펴봤다. (↑)뻔한 슈퍼 히어로 공식 비틀다 언론재벌의 외아들로 태어나 망나니처럼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멍청이 캐릭터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는 로건을 제외하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어린 시절 그린 호넷에 꽂혔던 로건은 죽마고우인 에반 골드버그(공동 각본)와 함께 몇년 동안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결국 공동 각본과 주연을 맡았다. ‘로건의 영화’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로건은 13살 때부터 클럽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진행할 만큼 재능을 타고났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2005), ‘사고 친 후에’(2006), ‘슈퍼배드’(2007), ‘잭과 미리, 포르노를 만들다’(2008) 등 그의 출연작을 한 편이라도 봤다면 너저분하고 엉뚱한 로건표 코미디 코드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것. 처음에는 짜증을 내거나 피식피식 웃을지도 모르지만, 영화 끝부분에 이르면 한번쯤 ‘빵’ 터지게 만드는 재능을 지녔다. 다만 코드가 맞지 않으면 대책 없이 지루할 수도 있다. 혼자서 온갖 폼을 잡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점은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진지하기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정의의 사도라기보다는 악동 기질이 더 짙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은 고독한 영웅이다. 아이언맨에게는 친구 로니가, 배트맨에게는 로빈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도우미 수준. 하지만 케이토가 없는 그린 호넷은 상상하기 힘들다. 커피머신부터 슈퍼카 ‘블랙 뷰티’까지 뚝딱뚝딱 만들어 내거나 절정의 무술 실력으로 마피아들을 물리치는 것은 대부분 케이토의 몫이다. 평범한 슈퍼히어로 물에 질렸다면 색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영화다.물론 ‘그린 호넷 3D’가 철저하게 슈퍼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비틀 수 있었던 것은 공드리 감독의 공이 크다. 대표작 ‘이터널 선샤인’(2004)이나 ‘수면의 과학’(2005), ‘비카인드 리와인드’(2007)처럼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공드리스럽게’ 주무른 솜씨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설득력 없는 악행…콤비 부조화 ‘스파이더맨’ ‘배트맨’ ‘아이언맨’ 등의 흥행 성공은 수많은 추억속 슈퍼히어로들을 스크린 속으로 불러들였다. ‘그린 호넷’은 이 같은 흐름에 방점을 찍는 영화다. 슈퍼맨이나 배트맨보다 먼저 탄생한 슈퍼히어로의 재등장은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고, 2011년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탄생한 ‘그린 호넷’은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이 공개되면서 기대 심리를 더욱 높였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영화는 곳곳에서 부조화를 드러낸다. 우선 동서양 주인공 콤비의 호흡. 코미디에 일가견을 보여온 로건(그린 호넷)과 중화권 톱스타 저우제룬(케이토)의 만남은 TV 시리즈의 반 윌리엄스-리샤오룽 콤비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너무 튀는 로건과 경직된 저우제룬의 연기 간극이 너무 크고 겉돌아 그다지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영화는 섬세한 연출로 유명한 공드리 감독이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도전해 관심을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 기대만큼 감독의 개성이나 창의력은 드러나지 않는다. 일반영상을 3D로 변환하는 방식을 채택한 영화는 본격 3D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하기에는 3D 분량이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액션은 그런대로 볼만했지만, 원작의 코미디가 제대로 살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작품은 악동 같고 유머러스한 면을 지닌 ‘품행제로 히어로’ 캐릭터를 내세워 기존의 히어로 캐릭터의 공식을 깨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악당을 잡기 위해서는 더 지독한 악당이 되어야만 한다.’며 악행을 일삼는 슈퍼히어로는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곳곳에서 ‘아이언맨’ 잔상도 발견된다. 철없던 백만장자가 정의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로 이중 생활을 한다는 설정은 그렇다 쳐도 비서 역으로 출연한 정상급 여배우 캐머런 디아즈(‘그린 호넷’)의 비중이나 역할이 현격히 적은 것까지 ‘아이언맨’의 기네스 펠트로를 연상시킨다. 암흑가 보스 처드놉스키(크리스포트 왈츠)가 한국이 갱단과 관련됐다며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아시안컵] 사우디 오일머니에 잠기다

    과거는 화려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2004년)였고, 원정 월드컵 16강도 이뤘다. 그러나 과거는 오히려 현실을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탈락한 사우디아라비아 얘기다. 사우디는 ‘유종의 미’를 기대하는 고국 팬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7일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에 0-5로 대패했다. 오카자키 신지(시미즈 S펄스)에게 해트트릭을 내줬다. 2패로 일찌감치 탈락을 확정 지은 사우디는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선수들은 뛸 의지가 없어 보일 정도로 무기력했다. 전술적인 색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시간만 때웠다. 어쩌면 그럴 만도 했다. 1차전 후 주제 페제이루(포르투갈) 감독이 교체됐고, 2차전이 끝났을 땐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축구협회장도 옷을 벗었다. 이렇다 할 추진동력이 없었다. 격세지감이다. 사우디는 아시안컵 정상에 세번 올랐다. 일본·이란과 함께 최다 우승국. 2007년 대회 준우승 등 지난 대회까지 아시안컵 본선에 7차례 올라 그 중 결승에 6번이나 오를 정도로 잘나갔다. 월드컵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4년 미국대회부터 2006년 독일대회까지 4회 연속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미국월드컵에서는 벨기에·모로코를 물리치고 16강에 진출했다. 한국보다 16년이나 앞서 원정 16강을 달성한 것. 삐걱대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2009년 막을 내린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한국과 북한에 밀려 본선 티켓을 따지 못했다. 바레인과 아시아지역 플레이오프에서도 졌다. 페제이루 감독에 대한 퇴진 여론이 끊이지 않았고, 팀은 계속 어수선했다. 세계축구에서도 점점 곁가지로 밀려났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결국은 ‘오일머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석유부국. 선수들은 웬만한 유럽 선진리그가 부럽지 않은 두둑한 연봉을 받는다. 특급스타들이 은퇴지로 중동을 꼽는 것도 이런 이치다. ‘배부르고 등 따습다 보니’ 사우디 선수들은 외국에 나갈 필요성을 못 느낀다. 결국 고인 물이 썩었다. 유럽파를 앞세워 선진축구가 지속적으로 이식되는 한국·일본과 달리 사우디는 여전히 과거축구를 답습하고 있다. 세계축구의 흐름에서 도태됐다. 게다가 2000년 이후 대표팀 사령탑을 거쳐 간 사람이 12명이나 될 만큼 일관성이 없었다. 평균 수명이 1년도 안 된 것. 두명은 한두 경기 만에 잘렸다. 사우디의 ‘화려한 시절’은 끝났다. 굴욕적인 탈락으로 발전적인 청사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몰락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참여정부 지분 안희정·이광재 40%… 나는 2%정도”

    “참여정부 지분 안희정·이광재 40%… 나는 2%정도”

    지난해 9월 초, 한나라당의 최고위관계자가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서 가장 두려운 야당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자 서슴없이 “김두관 경남지사”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에 발탁하려 한 것도 김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같은 질문을 받은 한나라당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김 지사를 지목했다. 그때부터 정치권에서 김 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그렇다면 정작 김 지사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서울신문은 지난 14일 김 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지사는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 40분 동안 서울신문사 19층 기자클럽에서 가진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역정과 경남지사로서의 업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물론 정치현안 및 2012년 대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가 취임 이후 서울에서 가진 첫 인터뷰였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경남지사 →한나라당에서 김 지사를 강적으로 지목한다. -(빙그레 웃으며) 사람 잡는 소리다. 당선이 어려운 지역에서 승리해서 그런지 역량보다 3, 4배 더 쳐주는 것 같다. 하지만 도정을 맡은 지 7개월밖에 안 됐고, 글을 잘 쓰거나 이슈 파이팅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4년 동안 도정에만 전념할 생각을 갖고 있다. →취임 7개월째다. 업적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경남도에 어떤 변화가 왔나. -경남 자치 16년 역사에 시민사회와 야 4당이 지지하는 무소속 도지사가 탄생된 것 자체가 첫 변화다. 함께 출마했던 민주노동당 강병기 후보를 정무부지사로 임명하고 민주도정협의회를 만들었다. 촘촘한 복지도 시도했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을까 말까 한 느낌이 든다. 나의 리더십 부족도 있고 경남의 정치 지형이 만만치 않은 이유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너무 바빴다. 농담이지만 그래서 올해를 ‘노는 해’로 정했다. →촘촘한 서민복지는 어떤 의미인가. -의료개혁연대가 제안한 ‘간병인 없는 병원’ 공약을 지방선거 때 내놓았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간병인을 하루 3교대하면 보호자 없이 24시간 환자를 간병할 수 있다. 또 영농법인과 농협이 참여하는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친환경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또 틀니가 필요한 노인 5만여명 중 2만명 정도에게 무상으로 혜택을 줄 계획이다. →경남도 재정자립도가 35%인데, 전체 예산의 26%를 복지에 쓴다. 도 재정운용에 부담되지 않나. -도 예산 가운데 복지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복지·교육·환경·문화 부분에 예산과 행정력을 좀더 투입해서 삶의 질을 높이자는 거다. 복지를 강화하지 않으면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전임 김태호 지사의 정책 가운데 승계한 것이 있나. -전임 지사나 대통령이 했던 중요한 정책은 승계해서 마무리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김 전 지사의 업적 중 ‘남해안 프로젝트’는 눈에 띄는 사업이다. 84개 사업 중 올해 8개 사업부터 시작하려 한다. 김 전 지사가 특별히 잘못한 건 없는 것 같다. →김태호 전 지사의 낙마는 지방 정치인에 대한 중앙 정치인들의 텃세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동의하나. -그런 인식이 좀 있었다. 김 전 지사의 정치력과 대중친화력이 우리 정치에 도움되길 바랐는데 안타까웠다. →인사청문회 당시 경남도에서 청문 위원들에게 자료가 많이 갔다고 하는데. -국회에서 요청한 자료는 줬다. 한나라당이 143건, 야 4당이 145건이었다. 야당에 자료를 많이 줘서 그렇게 됐다는 것은 오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시의회와 대치 중이다. 동병상련을 느끼나. -의회의 견제를 받는 면에서 양상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나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했고 도의회는 예산을 깎았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의회는 하려고 하고 시장은 안 하려고 한다.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는 아직 합의의 틀을 찾지 못했다. 경남은 어떤가. -무상급식비 235억원, 노인 틀니 20억원 예산을 짰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노인 틀니 예산 전액 삭감, 무상급식 예산 118억을 삭감했다. 의회 예결위에서 노인 틀니 예산은 모두 복원됐고 무상급식 예산은 35억 복원됐다. 지난해 연말, 경남도의회와 대의적 차원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결론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는다. 김 지사는 몇 점을 주겠나. -나를 만난 사람들은 야박해서 그런지 30점 정도밖에 안 주는 거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돼 있다.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특히 현 정권 들어 경제적 민주주의는커녕 정치적 민주주의도 후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모델을 복원하려 했고 국민들도 삶의 질이 나아질 걸로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선택에 참담한 후회를 하고 있다. 더 이상 박정희 모델이 대한민국 발전 모델이 아니란 게 증명된 것이다. ●지역 선거와 전 대통령 →6·2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가 53.5%를 얻어 당선됐고, 부산에서도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5% 지지를 얻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선거 당시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를 느낄 수 있었다. 1995년 지방선거 이후 16년 동안 한나라당이 단체장을 독점한 데 대한 비판이다. 나와 김 후보의 선전은 지역주의가 허물어졌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 흐름이 4·27 김해을 재·보선에서도 이어질까. -내가 야 4당과 시민사회의 야권 단일화 후보였다. 또 지역에서 5번 깨져도 도망 안 갔기 때문에 도지사가 됐다. 4·27 김해 선거에서도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고 후보가 경쟁력이 있으면 팽팽할 거 같다. →김태호 전 지사는 출마할 것으로 보나. -정치를 아시는 분이 김해 재·보선의 판을 키울지 의문이다. 본인이 정치 재개를 위한 시기를 언제 잡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출마한다면 야권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2012 대선에서는 지역구도가 사라질까. -내가 당선된 자체가 지역주의를 넘은 거다.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라는 큰 나무둥치를 8번 찍고 내가 2번 찍어 쓰러뜨렸다. 영남에서 제2, 제3의 김두관이 나와 시장, 군수도 하고, 한나라당이 호남에서도 지지 받아야 의미가 있다. 다만 2012년 총선에서 영남 유권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바람이 불면 장담할 수 없다. 같은 경상도라도 경북과 경남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결국 지역구도를 무력화시킬 카드를 제시해야 야권에 승산이 있을 거다. 특별한 변화 없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기타 진보정당이 기존 구도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지역구도를 흔들기 어려울 것 같다. →6·2 선거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도 주목받을 만하다. 두 사람의 장점은 뭐라고 보나. -‘주식회사 참여정부’의 지분을 따지면 노무현 대표가 60%,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각각 20%를 갖고 있다. 나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2% 정도 주식을 얻었다고 본다. 안·이 지사는 성골이지만 나는 진골도 아니고, 6두품쯤 되나. 그러나 성골보다 왕에게 더 사랑받은 것은 맞다. 안·이 지사는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기획자이자 동지들이다. 노 대통령은 동업자라고 했다. 정권 탄생을 공동 작품이라고 말한 지도자는 노 대통령이 유일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분이 없다는 뜻도 되는 것 같다. 친노 정치인 가운데 누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잇고 있다고 보나. -노 전 대통령은 한 사람이 승계하기에는 너무 큰 인물이 됐다. 노 대통령의 가치를 따르겠다고 한 사람들이 집단지성 형태로 승계해야 하지 않을까.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김두관이 승계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정치개혁은 유시민이, 안희정·이광재는 양극화 극복이나 경제 비전을 맡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정치를 뒷받침했다면 이젠 자기 정치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광재·안희정 지사도 국가를 이끌만 한 재목이 된다고 보나. -검증을 받아야겠지. 지금까지는 노 전 대통령을 뒷받침한 역할이었으니까. 나도 마찬가지다. 4년 하는 걸 봐서 도지사 이상으로 할 만한 사람이다, 도지사 맡기기도 아깝다, 유권자들이 그런 판단들을 하겠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는 어떻게 구별되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민주개혁정부 1기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대통령만 바뀌었지 대외정책 기조는 같았다. 2012년 민주개혁 2기 정부를 수립하면 여당 소속 도지사가 돼서 예산도 많이 따겠다.(웃음) →언제까지 무소속으로 정치할 수는 없지 않나. -정치는 당이 하는 것이 맞다. 솔직히 당선되고 싶어서 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색깔 있는 무소속이라고도 하고 4당 대표 야권 도지사라고도 한다. 도지사로 있는 동안 정당 가입을 안 한다고 약속했다. 4년 끝나고 나면 뜻이 같고 괜찮은 당을 선택할 것이다. ●2012년 대선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나. -애국심, 통찰력, 정책 역량이다. 거기에다 국민과 소통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잘 수용한다면 누구나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고 본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일까. -복지가 아닐까 싶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못 간다. ‘줄푸세’를 주장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까지 생애주기별 복지를 이야기할 정도 아닌가. →2012년 대선 때는 여야 후보 중 누가 유리할까. -2007년처럼 500만표 싸움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야권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40% 지지율이 될 거고, 여권 후보도 비슷한 지지율이 될 거다. 나머지 20% 놓고 11%를 차지하려는 싸움 아닐까. 이회창·김대중 후보와 노무현·이회창 후보 당시 격차 정도 날 것 같다. →박근혜 대세론이 강하다. 인정하나. -현재 흐름은 인정하지만 아직 대선이 2년 남아 있고 야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시간이 좀더 가야 대세론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인 박근혜’는 잘 몰라서 평가하기 어렵다. 옛날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평가가 강했는데 이제는 ‘박근혜’라는 독자적 이미지를 굳힌 느낌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등 국민들이 찬반으로 갈린 정책에 대해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분이 입장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가 싶다. →민주당은 수권 능력이 있다고 보나. -민주정부 10년의 국정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분이 많고 야권의 대표 정당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민주당만으로는 집권이 어렵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빼고 집권할 수 있겠나. 그래서 손학규 대표도 야권 연대를 말하는 것 아니겠나. →2012년 야권 대선후보를 꼽는다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박원순 변호사 정도 아닐까 싶다. →일부에서 김 지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합하면 완벽한 후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두 분 가운데 누가 낫다고 생각하나. -유 전 장관이 월등하게 경쟁력 있다. 확실한 지지층을 갖고 있고 젊은층에 인기가 많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도 강하고 지적 능력도 뛰어나다. →김 지사 본인의 차별적인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시민들과 소통이 가장 잘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바닥에서 커서 그런지 주민들과 유대감이 강하다. 새 역사는 변방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다. 기존 우리 사회를 주도했던 쪽에 많은 경험이 없는 게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정치 역정 →1986년 구속됐는데 이재오 특임장관은 본인 탓이라고 미안해하더라. -이 장관 때문에 구속된 건 아니다. 1986년 당시 이 장관이 서울 민통련 부의장이었고 내가 사회팀 간사였다. 직선제 개헌투쟁을 할 때 청주로 내려갔다가 잡혀서 바로 구속됐다. 100일 감옥살이하는 동안 고향으로 가서 농민운동하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겠다 생각했다. 오늘의 김두관을 만든 계기다. →1989~95년 남해신문을 발행했다. 언론관이 무엇인가. -언론이 도정이나 정치 비판하는 건 좋다. 다만 침소봉대하는 것은 곤란하고, 섭섭하다. 특히 정치적 왜곡과 편향이 너무 심하다. 그렇게 되면 영향력은 있을지 몰라도 좋은 신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참여정부 시절에 기득권적 입장에서 과도한 비판을 한 것은 섭섭했다. →최연소 군수를 거쳐 최연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최연소라는 데 의미를 두나. -노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시골 군수를 행자부 장관으로 앉히지 않았을 거다. 고건 총리와 몇분이 굉장히 반대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나를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적임자로 밀었다고 했다더라. 주민투표제 도입을 발표한 날, 고 총리가 전화를 걸어 ‘협의도 안 하고 왜 한건주의로 했느냐.’고 질책했다. 다음날 아침 노 대통령도 전화해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쯤 되면 장관이 꼬리 내리는데 내가 밀어붙이는 기질이 있다. 그 법이 통과돼 제주특별자치도가 탄생했다. →행자부 장관을 거치며 공무원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게 됐나. -공무원은 행정개혁 주체이자 대상이다. 공무원을 혁신의 동력으로 써야 한다. 확정된 정책을 실행하는 면에선 공무원만 한 조직이 없다. →신고된 재산이 3800만원이다. 청빈도 좋지만 돈이 너무 없어 걱정은 안 되나. -1998년 남해군수 선거 당시 재산은 2000만원이었다. 당시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자기 가정 살림도 못하면서 남해군 살림을 어떻게 맡느냐.’고 몰아세웠다. 남해신문 운영하느라 물려받았던 논밭도 다 팔아치웠다. 군수 7년 동안 연봉을 5000만원씩 받았지만, 군수 마치고 나니 빚만 1억 5000만원 남았다. 선출직 나서는 사람은 돈을 모을 수가 없다. 노 전 대통령 유서 중에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졌다.’는 말이 있는데 가슴 깊이 와닿는다. →자녀 교육은 어떻게 했나. -자유방임이었다. 딸은 중국 인민대 4학년이고, 아들은 군대 갔다 와서 올해 경남대에 입학한다. 공부를 썩 잘하진 못해도 착하게 커줘 고맙게 생각한다. →군 복무는 어떻게 마쳤나. -경기도 의정부에서 육군 병참병으로 30개월간 복무했다. 군 생활 속에서 우리 사회의 모순을 많이 느꼈다. 보직과 계급에 따른 불평등 같은 것들이다. 군 생활하면서 한번도 졸병들에게 구타나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군 동지들과 지금도 만난다. 이 친구들이 후원금도 모아준다. 정리 구혜영·유지혜기자 koohy@seoul.co.kr
  •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반복되는 세계 경제의 위기,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사람들, 끊이지 않는 전쟁…. 희망찬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10년. 지구촌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인류의 오래된 고민은 더욱 깊어졌고,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맞아 우리는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 할까. 서울신문은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연초 자크 아탈리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과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이메일·전화·대면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지상대담 형식으로 꾸몄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온 아탈리 회장은 지한파답게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해 가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민 이사장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분화된 학문’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담·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시작됐다. 향후 10년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탈리 인류의 삶을 결정하는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하고 변하지 않는다. 음악, 사랑, 죽음, 행복, 건강, 교육 등이다. 모두가 원하는 것들이다. 고민은 이것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다만 개인이 아닌 국가나 세계적인 관점에서는 항상 새로운 이슈와 키워드가 추가된다. 향후 10년간 추가되는 키워드라면 기후변화와 빈곤을 꼽을 수 있고 기술적으로는 로봇의 발전을 들 수 있다. 민동필 21세기의 첫 번째 10년은 대부분이 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다음 10년은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고 도약하기 위한 단계가 될 것이다. 키워드로는 ‘스마트화’를 꼽을 수 있다. 스마트하다는 것은 스스로 참여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갖고 있는 조그만 지식들이 다같이 합쳐지면 시스템을 형성하고, 시스템은 규칙을 만들어 진화한다. 특히 20세기가 분화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만들어낸 문제들은 스마트화에서 진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전체를 바라보지 못한 과학의 분화에서 비롯된 생태계와 환경의 문제 역시 분화된 지식이 합쳐지면 해결될 수 있다.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전 세계적인 권력이동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의 세계중심화는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아탈리 1980년에 몇 권의 저서에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 위협의 증가, 기후 변화, 금융 거품 등을 언급했고, 지금 다 현실화됐다. 남아 있는 것이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 등 아시아로의 국제사회의 권력이동이다. 아시아 중에서도 항구도시들이 가능성이 높다. 브뤼헤, 베니스, 제네바, 암스테르담, 런던, 보스턴, 뉴욕 등 세계를 주도했던 서구 도시들은 모두 항구도시였다. 지중해에서 북해, 대서양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태평양이 중심인 만큼 다음은 분명 한국, 중국, 일본의 항구도시가 될 것이다. 민동필 중국은 이미 G2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발전을 주도하는 과학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아시아는 갈 길이 멀다. 과학의 리더십은 창의성에 의해 지배되는데, 창의성을 나타내는 논문이나 기술의 측면을 보면 여전히 미국이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의 절반은 유럽이 차지하고, 아시아는 유럽의 3분의2 수준이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창의적인 세계로 진화하는 것이 인력과 전문가의 싸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진 아시아가 대세가 되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하나. 아탈리 한국의 경쟁력은 첨단기술에서 나온다. 지금까지의 성장기반이 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나노와 바이오, 신경과학은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연구와 혁신에 대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되고,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은 산업분야와 대학, 연구소 모두에서 외국인력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다. 전반적인 사회운영 시스템도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직급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젊고 똑똑한 인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민동필 스위스의 사례에서 배울 것이 많다. 전체 면적이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6위인 6만 7000달러에 이른다. 수많은 강대국들 틈새에서 말이다. 제조업, 정밀기계공업 같은 분야에서는 질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스위스 연구진의 논문 피인용 지수는 세계 최고일 정도로 창의적인 지식 역량이 아주 강하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낮고 앞으로도 한참 동안은 양적인 면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양과 질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 남은 선택은 ‘완전한 질’뿐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내다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적 지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분화된 사회가 낳은 문제와 해결책을 말해 달라. 아탈리 어떤 학문을 배워야 하느냐 같은 물음은 이미 의미가 없다. ‘가능한 한 많은 학문을 가능한 한 많이 배우라.’는 것이 나의 조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있어서 여행을 다니고 외국어를 배우고, 문학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모두 통섭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도 다가가 말을 걸고 대화를 해라. 분화된 사회는 사람의 시각을 편협하게 만들 뿐이다. 1985년에 내가 디지털 노마드와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예상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히 디지털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디지털 노마드를 떠올린 것은 신발, 옷, 책 등 아주 간단한 것들을 비틀어 보면서부터다. 반면 생각이 퍼져나가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이다. 최대한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없다. 민동필 현대 사회의 당면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코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수많은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대개 한계를 느끼면 더 깊게 파고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인데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학문을 다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장 중심의 교육·체력을 쌓을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히딩크가 체력을 키워 전술과 전략을 세울 수 있었듯이 기초적인 지식을 다양하게 알려주면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박사학위라는 개념이 약화되고, 석사나 학사를 많이 가진 사람이 각광 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녹색성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략을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은가. 아탈리 ‘21세기의 역사’라는 책에서 ‘이타적인 것이 돈을 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녹색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국가나 기업의 이타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많이, 먼저 투자한 사람이 더 많은 열매를 딸 수 있다. 분명히 올 것으로 보이는 분야도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는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연료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세를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만큼 탄소거래도 유망산업이다. 녹색성장에 직접적으로 투자하지 않고도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차원 비디오나 홀로그램은 실제 이동하지 않고도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는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기술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민동필 정확하게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때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위험요소를 줄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점을 집중해야 할 부분도 있다. 에너지와 물의 문제는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의무적이자 확실하게 먼저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와 물은 미래기술을 개발한다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 →성장이 멈춘 유럽의 위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유럽은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으로 보나. 아탈리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유럽은 이미 변하고 있다. 기존 부분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유럽의 살 길이다. 특히 경제적 통합은 유럽이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몸부림이고, 실제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젊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산업적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와 혁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올해부터 가시화된다. 벨트가 한국의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또 어떤 과제가 남아 있나. 민동필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리의 여건을 바꾸자는 시도다. 국가의 성장동력이 되는 과학을 고급인력들이 선호하는 학문으로 바꿔야 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과학자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그쪽에 세계 최고의 시설과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잘 맞는 사람과 좋은 환경에서 정확한 시기에 연구를 진행했다.’는 거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하버드나 케임브리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연구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충족시켜 주면 21세기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석학을 데려오면서 그 사람이 연구팀을 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저기에만 퍼주느냐.’는 식으로 발목을 잡으려 드는 사회적 행태를 바꿔 나가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 [문화마당] 당신과 나의 ‘갱생 리스트’ /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당신과 나의 ‘갱생 리스트’ /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말 중에 ‘리스트’(list)가 있다. 얼마 전에도 마약 투약 건으로 물의를 빚은 모 연예인의 이름을 딴 리스트가 존재한다느니, 검찰의 조사를 받는 기업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치인 리스트가 있다느니 하는 기사가 종종 흘러나오면서 부지불식간에 ‘리스트’를 이른바 살생부(그 중에서도 殺에 방점이 찍힌)와 등치시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당연히 용어 자체는 중립적이다. 그저 무엇인가에 대한 ‘목록’일 뿐인 것이다. 다만 그 안에 담긴 내용 여하에 따라서 긍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를 생각해 보라. 독일의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가 구해낸 유대인 명단인 쉰들러 리스트는 오히려 구원과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가.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역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으로서 삶에 대한 긍정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소원 목록인 위시 리스트(Wish list)도 본래의 진정성만 담보된다면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 리스트의 행렬 속에 새롭게 끼어든 또 하나의 리스트가 요즘 화제이다. 바로 ‘오스카의 미안해 사과할게 갱생 리스트’가 그것이다. ‘갱생 리스트’는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는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등장한다. ‘시크릿 가든’은 성격 까칠하고 방자하지만 부자에 잘생긴 이른바 ‘까도남’ 주원(현빈)과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따뜻한 스턴트우먼 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뀌며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 판타지 드라마로, 현빈의 트레이닝복과 카푸치노 거품키스 등이 화제를 불러오고, ‘시가앓이’와 같은 팬덤을 구축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또 하나의 주요 인물이 주원의 사촌이자 한류스타인 오스카(윤상현)인데, 그가 자신이 행했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으로 인하여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작성된 명단이 바로 오스카의 갱생 리스트다. 물론 이 리스트가 그렇게 진지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내용을 보면 ‘먼저 꼬셔놓고 차버려서’, 또 누군가에게는 ‘신인배우로 자기보다 잘생겼다고 출연 못하게 한 일’로, 작사가에게는 ‘작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면전에서 악보를 찢어버린 일’로 사과를 하겠다는 등의 것이고, 오스카의 캐릭터나 드라마의 흐름상 극적 재미를 북돋우는 에피소드 성격이 더 짙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의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갱생 리스트는 사안이나 캐릭터의 경중을 떠나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만하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크든 작든, 본의든 아니든 다른 이에게 상처 주고 피해 입힌 일이 적어도 몇 번은 있었으리라. 때를 놓쳐 사과를 못하고 마음에 편치 않은 기억으로 묻어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이라도 오스카처럼 갱생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갱생 리스트는 자신이 직접 작성해도 좋고, 주변 사람들의 기억과 조언을 토대로 해도 괜찮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꼬인 것은 바로 하고 매듭은 풀고 상처 입힌 사람에게는 용서를 빌고, 그럼으로써 내 삶을 다시 설정하는(reset) 국면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갱생 리스트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당장 국회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갱생 리스트는 먼저 나를 반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소통의 첫걸음이다. 새해는 새롭게 마음 다지고 계획을 세우기에 적합한 시점이다. 어제까지는, 작년까지는 비록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새해를 맞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중간 점검함으로써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의욕이 솟아오르는 때이다. 이런 시점에 쓰는 갱생 리스트는 변화하겠다는 의지와 다름 없고, 미래의 삶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갱생(生)은 말 그대로 다시 사는 것. 이제 자기 삶을 ‘리셋’하고 스스로에 대하여 새로운 희망의 주문을 걸자. 그렇게 한해를 시작하자.
  • 현대건설 매각 방향 오늘 판가름

    현대건설 매각 방향 오늘 판가름

    현대건설 매각이 일대 전환점을 맞는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해를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향후 법정 공방과 매각 방향이 어느 정도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4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과 교환했던 양해각서(MOU)의 효력을 유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의 수용 여부를 공개한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20일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MOU 해지를 결정하자 가처분 내용을 ‘현대그룹과의 MOU 유지’로 변경했고, 법원은 늦어도 4일까지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 혹은 수용하더라도 추가 소송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채권단은 예정대로 현대자동차그룹과의 매각절차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추가 소송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전체회의를 소집해 후속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 채권단은 곧바로 현대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하고 매각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게 된다. 현대그룹이 본안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법정다툼도 시작된다. 현대그룹이 제기할 소송은 매각 절차 중지나 효력 무효 등 소송 등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말 현대차측에 제기했던 형사고소(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와 500억원 손해배상 소송 등도 별개로 진행된다. 히지만 현대차와 채권단의 협상 재개는 ‘엎질러진 물’로 매각 절차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반대로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채권단의 대응방안이 복잡해진다. 채권단은 일단 현대그룹에 현대건설에 대한 실사 기회를 주되 본계약(주식매매계약)은 하지 않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해도 본계약을 반드시 교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관계는 이미 선을 넘을 만큼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여론이 판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원 판단이 아닌 여론을 선점하는 곳이 향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대한민국 그린건설대상] 녹색대상 - 한국환경공단

    [대한민국 그린건설대상] 녹색대상 - 한국환경공단

    ■‘청계천+20’ 독자적 생태복원 기술 개발 한국환경공단(이사장 박승환)은 올해 초 폐기물을 관리하는 환경자원공사와 기후·물·토양 등 환경오염방지 사업을 전담하던 환경관리공단이 통합돼 출범했다. ‘환경’과 ‘녹색경영’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공단은 자연하천 복원기술을 비롯해 수질오염 사고 예방,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권 거래 등 국제적인 환경 흐름에 신속히 대응해 녹색경영 수범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청계천+20’은 독자적인 생태복원 기술을 접목, 주요 하천을 자연친화적으로 복원하는 녹색사업이라는 평가와 함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단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수질오염 사고 등에 대비한 방제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하천 공사 중 수질오염 사고에 대비, 기동·보조방제선(총 3척)과 방제차량 등을 구비해 놓았다. 4대강 주요 하천에는 국가수질자동측정망(56곳)을 설치해 탁도 등 수질 변화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하천으로 유입되는 주요 오염 배출원에는 수질TMS(611곳)를 설치해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한다. 녹색성장의 기조는 단연 기후변화 대응이다. 공단은 온실가스 감축 실천에 앞장서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인프라를 구축했다. 박승환 이사장은 두 기관이 통합돼 출범된 매머드급 환경 공기업에 ‘전문성·속도경영·투명경영’이란 3대 경영전략을 접목시켰다. 그 결과 출범 1년 만에 정부에서 요구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수준보다 높은 기준으로 기관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단은 ‘모두의 행복을 실현하는 녹색환경 창조기관’이란 슬로건으로 미션을 새롭게 정립하고 기관의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주가·환율 한때 요동… 훈련 시작후 안정세 반전

    주가·환율 한때 요동… 훈련 시작후 안정세 반전

    남북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르면서 20일 금융시장에도 위태위태한 살얼음판 장세가 이어졌다. 전 세계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가운데 개장 초 코스피지수 2000선이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이 1170원을 돌파하는 등 패닉에 가까운 상황이 빚어졌으나 이후 북한의 유화 제스처가 나오면서 안정을 찾았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6.02포인트(0.30%) 내린 2020.28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2.7원 내린 1150.2원으로 장을 마쳤다. 18.16포인트(0.90%) 하락으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3차례에 걸쳐 2000선을 내주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장중 1996.4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도 12.1원 오른 1165.0원으로 거래를 시작, 역외세력이 달러화 사재기에 나서면서 한때 1172.3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오후 2시 30분 우리 군이 연평도에서 포 사격 훈련을 시작했음에도 북한이 유엔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고 핵 연료봉 외국 반출에 대해서는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이 295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95억원, 1119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은 충격이 커서 오전의 낙폭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12.79포인트(2.50%) 내린 497.95에 장을 마쳤다. 그러나 해외 신인도 하락은 지표로 확인됐다. 이날 외국환평형기금채권(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1%포인트로 전 거래일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채권 거래 보험료 성격인 CDS의 프리미엄(가산금리)은 수치가 높을수록 채권 발행 기관의 부도 위험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CDS 프리미엄은 최근에 계속 하락하는 추세였지만 이날 연평도 사격훈련 소식으로 상승 반전하면서 지난 8일 이후 처음으로 1%포인트대에 복귀했다. 강호인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우리 군의 사격 훈련 이후 오히려 주식 및 환율시장이 낙폭을 점점 줄이면서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면서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이 같은 안정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위원은 “학습효과가 크게 나타났다고 본다.”면서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외국인도 코리아 리스크를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앞으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재차 도발을 감행하면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부담금 도입과 유로지역 문제 등 악재와 맞물리면서 영향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주말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막대한 채무와 재정 불안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를 이유로 아일랜드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Baa1으로 5단계 하향조정하고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경주·정서린기자 kdlrudwn@seoul.co.kr
  • “인플레 견디면 2500 ~ 3000선도 가능”

    “인플레 견디면 2500 ~ 3000선도 가능”

    코스피 2000시대가 3년 1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2.46포인트(0.62%) 오른 2009.05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 것은 2007년 11월 7일(2043.19)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도 1117조 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2~3년간 높은 기업 이익 성장률을 이룬 한국 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것”이라면서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역할한 것처럼 국내 시장이 선진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2000장’은 올 초부터 불거진 유로존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 중국 긴축 우려 등 대내외 악재를 딛고 신흥국으로 몰려온 유동성에 힘입어 차근차근 고점을 높여왔다. 2007년 10월 31일 역대 최고치인 2064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1년 뒤인 2008년 10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938로 반토막이 났다. 이듬해 11월에는 두바이 모라토리엄 사태가 연중 최대 낙폭의 상처를 남겼다. 올 초 지수는 1694로 출발했으나 지난 5월 남유럽 신용 불안이 고개를 들며 1500선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 완화로 달러 약세가 전개되면서 환차익에 기업 이익 상승, 낮은 주가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행진이 계속됐다. 외국인은 올 들어 이날까지 19조 9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1998년 집계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투자자들의 인기를 누렸던 랩어카운트도 증시 상승에 한몫했다. 올해 17조원이 넘게 빠져나간 펀드 환매의 구멍을 랩어카운트(10월 말 기준 33조 5000억원)가 막았다. 3년 전 코스피는 7월 한 차례 2000선에 오른 뒤 같은 해 10월 2일부터 11월 7일까지 20영업일도 못 버티고 2000선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이번 ‘2000장’은 금리,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기관의 성장, 환율 등 여러 측면에서 2000선 안착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기업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2007년 57조원에서 내년에는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 예상 기업 이익 증가율이 14%로 올해보다 둔화되더라도 대세 상승장에서는 수준 유지가 관건이라 추가 상승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 상황도 내년에 지속될 것으로 보여 증시에 우호적이다. 코스피가 2000선이었던 2007년 7~10월 국내 기준금리는 4.75~5%,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평균 금리가 5.4%였다면 현재는 기준금리 2.5%, 국고채 금리 3.3%로 훨씬 낮은 수준이다. 수급을 뒷받침해 줄 국내 연기금의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 규모도 2007년 당시 20조원가량이었으나 내년에는 올해 47조 6000억원을 대폭 뛰어넘는 6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도 2007년 7월 2000 첫 돌파 당시에는 13.3배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9.5배 수준으로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어 투자매력이 높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증시가 재평가 받으면서 PER가 10~1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기업이익이 대폭 빠지지 않는 한 PER가 이 정도 수준이면 지수는 2500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내년에는 2500~3000선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 장에서 투자심리 과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프리미엄을 시장 평균보다 낮게 적용하면 3100까지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모멘텀이 없는 데다 증시가 내년 지표들을 선 반영해 과도하게 오르면 내년 초 시장 흐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고 있고 기업 이익은 내년 1분기까지 둔화될 전망”이라면서 “펀더멘털이 없는 상황에서 주식이 너무 많이 오르면 산책나온 개와 개 주인의 예와 같이, 주인(펀더멘털)이 안 보이면 뛰어갔던 개(주식)가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2000선 안착을 넘어 2500~3000으로 가는 데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풀린 돈들이 실물경제로 선순환되지 않고 원자재, 부동산 등 투기자본으로 몰리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이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저성장, 고물가 국면이 더블딥으로 발전하면 글로벌 경제가 다시 주저앉을 수 있어 각국이 얼마나 기술적으로 출구전략의 속도와 강도를 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주차 ‘딱지’ 떼기전 문자로 알려드려요

    양천구는 ‘휴대전화 주차단속 사전예고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그야말로 잠깐 주차했는데 과태료를 물게 된 억울한 사례뿐 아니라 단속을 당한 줄조차 몰랐다가 과태료 고지서를 받은 운전자들로부터 함정단속이라는 민원 발생 우려를 없애고 자발적 이동 주차로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서비스다. 폐쇄회로(CC)TV 1차 촬영시 단속 대상인 차량 운전자에게 스스로 이동주차를 할 수 있도록 단속예정 문자를 발송한다. 5분 이상이 지나도 동일 장소에서 이동하지 않는 차량에 한해 2차 촬영을 통해 단속을 확정한 후 문자메시지를 보내 실시간으로 단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구청 민원실과 동주민센터 민원창구, 구청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내년 경제 上低下高… 4.5% 성장”

    “내년 경제 上低下高… 4.5% 성장”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당국의 관리 목표치를 넘나드는 3.5%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물가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올해보다 팍팍해진다고 본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도 올해 290억 달러(국제수지 새 매뉴얼 적용)에서 내년에는 180억 달러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로는 유럽의 재정 위기, 중국의 인플레이션, 미국의 양적완화 등이 꼽혔다. 한은이 10일 발표한 ‘2011년 경제 전망’에 따르면 내년 경제 성장률은 상반기 3.8%, 하반기 5.0%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엔 정부 예산 조기 집행이 줄어들고 하반기에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국내 경기의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내년 전체 성장률 4.5%에서 차지하는 순성장 기여도(비중)는 내수 2.5%포인트, 수출 2.0%포인트로 내수 쪽이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 부문은 0.7% 포인트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부문별로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 4.2%에서 내년 4.1%로, 수출 증가율은 16.1%에서 9.6%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24.3%에서 6.5%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건설 투자 증가율은 올해 1.5% 감소에서 1.4%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취업자 수는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26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업률은 3.5%로 올해(3.8%)보다 0.3%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290억 달러)보다 38% 감소한 18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를 잡기 위한 한은과 정부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내년 물가는 올해 전망치(2.9%)보다 0.6%포인트 높은 3.5%로 예상됐다. 지난 7월 예측한 3.4%보다 0.1% 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다. 이는 2008년(4.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은 특히 근원인플레이션율(소비자물가에서 곡물 이외의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도 3.0%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외부 변수가 크지 않더라도 구조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클 것이라는 진단이다. 물가 안정을 위한 한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견해가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초 물가가 오르는 것에는 계절적인 요인이 있다.”면서 “내년 1분기에 개인 서비스요금 인상 등의 물가가 집중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부동산 경기는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제한적 오름세로 전망됐지만 지방은 높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올해 경제성장률은 6.1%로 전망됐고, 한은은 내년 원유도입 평균 단가를 배럴당 87달러로 잡았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⑪ 전북 김제 종덕리 왕버들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⑪ 전북 김제 종덕리 왕버들

    바람결에 든 겨울 냄새가 한껏 깊어졌다. 전라북도 김제 평야의 너른 들을 지나는 바람도 초겨울치고는 지나치게 차가웠다. 초겨울 바람은 가을 갈무리를 마친 너른 벌판에서 사람들을 모두 어디론가 내보냈다. 바람 찬 벌판 가장자리에는 나무만 홀로 남았다. 천연기념물 제296호인 김제 종덕리 왕버들이다. 유난히 싱그러운 녹음을 자랑하던 종덕리 왕버들은 무성했던 잎사귀를 한 잎 남기지 않고 모두 내려놓았다. 줄기 사이로 찬 바람 들기 전에 낙엽을 마친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300번도 넘게 겨울을 보낸 나무이건만 올겨울의 초입은 수상쩍다. 가고 오는 계절의 흐름이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들쭉날쭉한 게 그렇다. 300년 동안 쌓아온 나무살이의 노하우만으로 따라잡기는 참으로 변덕스러운 날씨다. ●풍요의 들녘에서 농사를 관장한 300년 나무에 300년의 세월을 그리 길다 할 수는 없다. 그보다 더 오래 살아온 나무들이 흔할 뿐 아니라, 심지어 1000년을 넘게 살아온 나무들까지 적잖은 탓이다. 그러나 이 나무가 왕버들임을 감안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왕버들은 버드나무의 여러 종류 가운데 하나다. 연못의 운치를 더해주는 수양버들, 가지가 배배 꼬이며 자라는 용버들, 버들피리를 만들 때 쓰는 갯버들과 사촌간인 나무다. 왕버들은 가지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올라 사방으로 넓게 퍼지며 넓은 그늘을 짓기 때문에 농촌에서 정자나무로 많이 심어 키우는 나무다. 줄기가 크고 굵게 자랄 뿐 아니라, 수명도 비교적 긴 편이어서, 버드나무 가운데에 왕이라 할 만하다. 줄기 가운데가 썩어 구멍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생명을 잃는 건 아니다. 뿌리에서부터 나뭇잎까지 물과 양분을 실어 나르는 통로인 수관이 줄기 바깥쪽에 있기 때문이다. 줄기 안쪽은 나이테를 쌓아가면서 나무의 거대한 몸집을 지탱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줄기가 썩은 나무가 다른 나무만큼 오래 살기 어려운 건 자명한 이치다. 300살밖에 안 되는 나이의 전북 김제 종덕리 왕버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왕버들이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종덕리 왕버들은 키가 12m쯤 되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8.8m나 된다. 이 정도면 그리 큰 나무는 아니지만 바라보기에는 실제보다 훨씬 크고 웅장해 보인다. ●용틀임하듯 솟아오른 줄기의 예술 나무가 서있는 곳은 전북의 영산(靈山) 모악산에서 발원하여, 종내에는 서해바다로 흘러들게 될 동진강의 지천인 원평천 강둑 바로 옆이다. 나무 바로 뒤에는 김제 평야의 들판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풍요로운 농가 40여채가 마을을 이루었다. 나무는 바로 그 성덕마을의 풍요와 평화를 지켜온 수호신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멀리서도 금세 알아볼 훌륭한 나무이지만, 가까이에서 나무의 생김새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감탄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히 줄기와 가지의 뻗어나간 위용이 장관이다. 나무의 연륜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밑둥치가 빚어내는 기묘한 꿈틀거림은 여느 나무에서는 보기 힘든 진귀한 모습이다. 둘로 나뉘어 솟아오른 굵은 줄기 가운데 동쪽으로 뻗은 줄기는 특히 놀랍다. 땅바닥에 닿을 듯 가느다란 틈을 남기고 수평으로 뻗었던 줄기는 마치 방향을 잘못 잡았음을 갑자기 알아챈 것처럼 용틀임하듯 직각으로 굽이치며 하늘로 솟았다. 그리고 다시 몇 번의 용틀임을 되풀이하며 하늘로 두 팔을 뻗어냈다. 그런가하면 서편으로 난 줄기는 사선으로 곧게 뻗었지만, 그 껍질에는 조금씩 키를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줄기 껍질을 갈라낸 흔적이 알알이 드러나 있다. 어느 하나 같은 모습으로 되풀이되지 않고,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선을 빚어냈다. 굵은 줄기와 가느다란 껍질이 이룬 선의 예술이다. 세상의 어떤 예술품이 이보다 더 다양하고, 더 웅장할 수 있을까 싶다. 고작해야 100년을 채 살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나무의 예술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할 일이다. 이 신비로운 모습의 나무를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신성하게 지켜왔다. 나뭇가지 하나만 잘라내도 집안에 동티가 난다고 했으며, 삼월삼짇날과 칠월칠석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냈다. 그러나 이제 마을 잔치는 지내지 않는다. 하기야 이곳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당산제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저 옛 추억의 한 페이지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고요 속에 분주한 나무의 겨울 채비 평소에는 나무 가장자리로 난 마을 길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려면, 알은 체를 하며 다가오는 마을 어른들도 적지 않았다. 때로는 나무 곁에 경운기를 세워놓고, 나무 그늘에 들어 낮잠을 자는 마을 농부들도 있었다. 그러나 바람 찬 탓일까. 추수까지 모두 끝낸 너른 벌판 가장자리의 나무 곁으로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 가을 갈무리를 마친 겨울 초입, 사람들은 겨울 채비로 분주한 모양이다. 한 나절 넘게 찬 바람을 맞으며, 마을 사람들을 기다렸으나, 전자제품 서비스센터의 푯말을 단 자동차가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쌩 하고 돌아나온 것 외에 내내 나무 주위로는 적막감이 돌 만큼 고요했다. 나무가 겨울 채비에 들어간 건 그래서인 모양이다. 새 봄에 다시 푸른 잎을 내고 들판의 농부들이 흘린 땀을 식혀준 그늘을 널찍하게 짓기 위해 나무는 지금 사람들처럼 고요 속의 휴식을 선택한 것이다. 나무가 사람과 더불어 겨울을 나기 위해 맞이한 한낮의 고요다. 글 사진 김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북 김제시 봉남면 종덕리 299-1 : 호남고속국도의 금산사나들목으로 나가 우회전하여 양옆으로 너른 들을 끼고 2.6㎞가면 봉남면사무소 조금 못미처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나온다. 나무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기 바로 전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하는데, 좌회전 차로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1㎞쯤 더 가면 왼쪽으로 성덕마을 입구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600m쯤 가면 논 가장자리에 나무가 있다.
  • 회사에선 왜 능률이 안 오를까?

    대다수 회사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 환경에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가장 좋은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 ‘회사 사무실’이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 사무실이 일하기 가장 안 좋은 장소가 됐을까. ‘다시 일하기’의 저자 제이슨 프라이드는 CNN에 5일(현지시간) 기고한 글에서 사무실 근무환경을 ‘방해공장’ 그 자체라고 표현하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문제는 사무실을 싫어하는 직장인들이 아니다. 사무실 그 자체가 바로 문제다.”라면서 사무실에서 업무효율을 높이기 어려운 이유는 지속적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받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소 한 시간 이상 계속해서 간섭받지 않아야 업무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사무실에서는 그런 상태를 30분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사무실에 출근하면 오전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회의가 끝나면 전화가 걸려 오고, 출장 간 직원 전화를 대신 받아줘야 하고, 상사 눈치도 봐야 한다. 점심 먹고 나면 다시 오후 회의가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프라이드는 수면과 업무는 모두 단계를 밟아가며 점점 빠져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잠을 자려는데 방해를 받으면 숙면을 취할 수 없듯이 조금씩 업무에 빠져드는 도중에 흐름이 끊기면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프라이드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서로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각자 일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꼭 필요한 얘기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회의를 최소화하라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위키리크스 폭로 파문] 벗겨진 ‘외교장막’…남북관계 큰 영향 없을 듯

    [위키리크스 폭로 파문] 벗겨진 ‘외교장막’…남북관계 큰 영향 없을 듯

    위키리크스의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 공개를 두고 전문가들은 내밀하게 오간 우리 쪽 전략이 공개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번 일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30일 “내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들이 여과 없이 나와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외교활동 등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으로서는 큰 손실이고, 우리나라로서도 밀실적인 측면에서 이뤄지는 일들, 치명적인 내용들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3국을 통해 여과 없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셈이라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당장이야 큰 영향이 없겠지만, 비밀을 유지해 오던 사안들이 여과 없이 다 나왔기 때문에 서로의 속셈을 알게 된 셈”이라면서 “다만 외교 관료들의 이야기를 북한이 얼마나 정책에 반영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외교적 판단에 맡겨야”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시간이 오래 지난 것도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인 상황도 있기 때문에 매우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외교문서란 것은 자국의 이익 차원에서 평가하고 조사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미국과의 관계가 서먹하다가 이제 복원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있었던 내용들이 공개된 것이라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용 자체가 북한에 충격적이지도 않을 것이고, 이제 오히려 자신들의 주장을 더 정당화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이것이 미국의 외교 전문이고 미국의 외교적 판단이라고 선을 긋고 ‘NCND’(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음)로 나가야지, 이 부분에 대해 특별히 대응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 국무부의 대외비 외교문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상당부분 협의해 왔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해당 문서의 내용을 보면 지난해 추진했던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및 남북관계 유지 측면보다는 급변사태에 대비한 것이었다는 점에선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남북 간 정상회담 논의 부분은 가능성 높은 이야기라고 본다.”면서 “지난해 경색국면 속에서도 남북 간 정상회담 논의 흐름이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남북의 입장차로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北 정치적 전술에 안말려들어 다행”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도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경제적 지원 보상을 요구했다는 것은 북한이 정상회담을 특수한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액면 그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어 “2007년 참여 정부 말기 남북정상회담 개최 당시에도 사실 국내외에서 북한의 정치적인 목적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한 북한 전술에 말려들지 않은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선례가 없어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이름 공개를 거부한 한 변호사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법적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은 섣부른 행위”라며 “설령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서를 부실하게 관리한 미국 당국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외교 문제상 법적 해결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 임성우 변호사는 “폭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위키리크스와 연관된 해당 국가의 기밀과 영업 등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따져봐야 한다.”며 “폭로한 내용이 허위라면 문건에 언급된 관계자가 피해가 있을 경우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폭로내용 사실 확인후 대응을” 그는 “해당국마다 법적 구제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정정보도든지 기밀관리에 관한 것이든지 이에 따라야 한다.”며 “폭로내용을 등급이 낮은 하위정보로 취급하고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국제법을 전공한 박기갑 고려대 법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미국 정부도 피해를 입었고, 우방국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면서 “미국 정부가 자국 공무원 감독 의무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에 따라 유감 표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지혜·김정은·이민영기자 wisepen@seoul.co.kr
  • [이영선 경제프리즘] G20회의는 위기대처에 초점 두어야/한림대 총장

    [이영선 경제프리즘] G20회의는 위기대처에 초점 두어야/한림대 총장

    21세기는 위기의 세기이다. 21세기만큼 위기가 강하게 파급되고 또 누적되었던 시기는 별로 없었다. 이는 세계화 때문일 것이다. 뉴욕 월가에서의 진동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간 것이 바로 세계경제가 아직 벗어나지 못한 금융위기였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위기가 일어날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중국의 자산버블이 다음번 위기의 진앙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가 또 한번 요동칠 것이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경제학자들에게 “왜 금융위기를 예언하지 못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은 망했습니다.”라고만 대답하였다. 사실 경제학은 오만에 빠져 있었다. 수학적 기법과 정보통신의 기술을 활용하여 금융공학을 만들어내고, 또 그러한 기법으로 운영되는 금융시장이 효율을 보장하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개인들의 합리적 이익추구가 국가 또는 사회적 효율성과 합리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이를 무시한 채 경제의 근본(fundamental)이 괜찮으니 ‘이번에는 다르다.’(Rogoff & Reinhart)는 생각에서 위기가 오지 않으리라고 강변했으나 위기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러면 왜 위기는 계속되는 것일까? 위기가 극복되고 그 위기를 통해 인류의 지식이 쌓이고, 또 새로운 제도를 고안해 냈지만 동물적 감각(animal spirit)을 지닌 개인들의 이득추구가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하기 마련이었다. 인류가 어떠한 정치·경제적 제도를 고안해 낸다 하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계 대공황이 일어난 후 각국의 대응이 결국 또 다른 불균형을 야기했다. 각국은 자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주의를 표방하였다. 소위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begger thy neighbour)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들 뿐 아니라 자국이 거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전의 생산수준을 회복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다행히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데 10년까지는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바로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보호주의적 움직임을 국제적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20과 같은 협의체를 구성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처하기에 이른 것이다. 얼마 전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가 극적으로 환율전쟁을 예방하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결국 각국이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일단 참가국들이 환율전쟁을 피하며, 개도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지분율을 높이고, 단기자본의 흐름을 규제해 보자는 데 합의한 것은 참가국들의 상호 이득을 반영하여 각국이 자국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소위 수인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 합의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최근 스티글리츠와 같은 일군의 학자들은 G20의 국가 구성이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다고 보고 오히려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를 활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엔과 같은 기구가 유연하게 지구촌의 위기상황을 대처해 가기에는 너무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서울의 G20 회의가 큰 성과를 이루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일에 중재자로 나서서 세계의 골치 아픈 일을 모두 해결해 갈 수는 없다. G20의 어젠다가 위기 대처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이 회의는 성과를 이룰 것이다. 국제적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협력은 위기감 속에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내건 네 가지 의제 중에서 특히 환율이나 금융안전망과 같은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이 회의의 존재 의의에 부합할 뿐 아니라, 성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 G20 회의가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많은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시론] 디지털시대의 부자감세법/박남희 시인

    [시론] 디지털시대의 부자감세법/박남희 시인

    오는 2012년부터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각각 2%포인트 하향조정토록 한 이른바 부자감세법의 철회와 번복으로 여야가 매우 시끄럽다. 부자감세법이 성장 위주의 정책이 주효하던 제3공화국적 발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면, 분배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극빈층이나 저소득층에도 희망을 주려는 민주시민사회의 노력에 극심한 실망과 좌절을 안겨줄 소지가 있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해묵은 논리에 앞서서 이 법이 시대에 얼마나 맞는 법인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는 이른바 디지털화된 지식정보사회라고 말해진다. 우리의 경제가 불과 수십년 만에 100년, 200년 앞선 선진국 경제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화된 경제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경제 고도성장의 표본이 되었던 제3공화국의 경제가 국가중심의 아날로그적 경제였다면, 현재의 경제는 기업 중심의 디지털화된 경제라고 말할 수 있다. 2005년을 기점으로 우리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일본의 유수한 기업들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도 일본의 아날로그 방식을 뛰어넘는 디지털 방식의 제품 개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재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고, 얼마 전에 골드만삭스에서 한국이 2050년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도 한국경제가 디지털화된 튼튼한 경제 기반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의 기조로 볼 때 부자감세법은 어떤가? 우선 그 발상 자체가 국가중심의 아날로그 방식이다. 현대 경제는 국가에 의해서 통제되는 시대에서 훨씬 벗어나 있다. 현대 경제를 글로벌 경제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 디지털화된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이나 국가와 그렇지 않은 기업이나 국가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양극화 현상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우리 사회에 이미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서 국민의 행복지수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1960년도에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이 현재는 2만 달러를 넘어섰고, 1964년도에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이 재작년에 이미 40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우리의 행복지수는 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얼마 전의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최빈국 중의 하나인 방글라데시보다도 낮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었고, 경제적 만족도를 기준으로 한 경제행복지수 역시 100%를 기준으로 50%에도 못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경제발전이 국민의 행복감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지만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상대적인 빈곤감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행복의 추구에 있다면,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이 행복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오히려 부유층과 극빈층의 소득 격차를 줄여서 상대적인 빈곤감을 해소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자감세법은 서민층의 행복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디지털 시대를 특징짓는 화두 중의 하나로 노마드(Nomad)를 꼽고 있다. 이른바 유목민적 사유방식은 형식의 틀에 매인 아날로그적 사유에 대비되는 창의성을 강조한다. 유목민들은 고정된 집을 짓고 그곳에 거주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을 디지털 유목민이라고 한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많은 양떼를 먹일 기름진 초원이다. 양떼들은 그곳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물을 먹으면 된다. 부자감세법이나 4대강 개발사업 같은 것들은 초원에 축사를 짓고 그곳에 양떼들을 가두려는 것과 같다. 양떼들은 평등한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기를 원한다. 푸른 초원을 평화롭게 거니는 양들에게는 행복의 양극화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 [프로농구] 4연패 LG 웃는 까닭?

    [프로농구] 4연패 LG 웃는 까닭?

    프로농구 LG는 무색무취하다. 특유의 색깔은 없지만 줄곧 무난한 성적을 내왔다. 2006~07시즌 4강 플레이오프(PO) 이후, 세 시즌 연속 6강 PO에 이름을 올렸다. PO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큰 기복은 없는 팀이다. 더구나 한 지붕 야구의 성적이 초라한 덕분(?)에 기업에서는 효자 종목으로 군림했다. 올 시즌도 기대를 모았다. SK·전자랜드·KCC처럼 특강(特强)으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6강 PO에는 들 것으로 전망됐다. 강을준 감독이 3시즌째 팀을 이끌며 팀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파악했다. 지난 시즌 KBL 득점왕을 차지한 문태영이 건재하고, 크리스 알렉산더가 골밑을 책임진다. 프로 3년 차 기승호도 기량에 물이 올랐고, 변현수가 SK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출발은 괜찮았다. 초반 4경기에서 3승을 챙겼다. 하지만 이후 4연패. 시즌 전적도 어느새 3승 5패(7위)로 처졌다. 조상현을 시작으로 강대협, 이창수 등 노련미 있는 베테랑들이 줄부상을 당했다. 강을준 감독은 “공수 밸런스를 맞추면서 엔트리를 짜기가 힘들다. 고참 선수들이라 회복이 더 더딘 것 같다.”고 머리를 싸맸다. 문태영에게 집중된 공격 루트도 수가 읽혔다. 문태영이 올 시즌에도 ‘해결사’인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난해보다 여유가 없어졌다. 골밑에서 공을 잡고 떠올라도 바로 옆 알렉산더에게 넘기는 경우가 잦다. 상대의 집중 견제도 더욱 심해졌다. 시즌 초반이지만 평균 18.88점 8.13리바운드로 지난 시즌(21.87점 8.46리바운드)보다 주춤하다. 31일 전자랜드전에서 희망을 쐈다. 비록 패했지만, 김현중-변현수를 동시에 기용한 투가드 시스템에서 가능성이 보였다. 둘이 외곽을 책임졌고, 알렉산더가 골밑에서, 문태영이 내외곽을 오가며 폭발했다. 강 감독이 강조한 ‘집중력과 자신감’이 한껏 발현된 경기였다. 강 감독은 “4연패 감독이 이렇게 웃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오늘 희망을 봤다. 연패만 끊으면 더 좋은 흐름으로 갈 수 있다. 이젠 ‘근성의 LG’가 아니라 ‘강한 LG’다.”라고 자신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40)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고전 톡톡 다시 읽기](40)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1913년 말의 파리. 프랑스 문학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화자가 불분명하고, 중심 사건이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전대미문의 소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어린 마마보이 마르셀이 겪는, 인과가 불분명한 사건들의 연속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 문단의 신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 작품 ‘스완네 집 쪽으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연작의 첫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루스트는 어떤 혹평과 칭찬에도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작품을 발표해 나갔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1919), ‘게르망트 쪽’(1920~1921), ‘소돔과 고모라’(1921~1922), ‘갇힌 여인’(1922), ‘사라진 알베르틴’(1925), ‘되찾은 시간’(1927) 이렇게 7개의 부분으로 구성된 대작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연작 첫 부분 프루스트가 작품을 처음으로 구상하게 된 것이 1909년 무렵부터라고 하니 구상에서 완성까지 무려 19년이나 걸린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 작품의 완간을 보지 못한 채 1922년 11월 18일 파리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봄에 밭을 바라보는 사람은 농부가 어떤 씨앗을 뿌려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가을이 되고 열매를 맺고 나서야 ‘아 지난봄에 바로 이것이 싹트고 있었구나.’ 알게 된다. 프루스트는 ‘스완네 집 쪽으로’ 안에 농부가 씨를 뿌리듯 이야기의 씨앗을 뿌려놓았다. 그래서 ‘스완네 집 쪽으로’의 진정한 맛을 느끼려면 독자는 제7권 ‘되찾은 시간’을 읽고 나서 돌아와 다시 읽어야 한다. 이렇게 두 번 읽어야 하는 책. ‘스완네 집 쪽으로’는 프루스트가 숨겨놓은 8번째 책이 된다. ●콩브레-시간 여행의 출발지 ‘스완네 집 쪽으로’는 다시 제1부 ‘콩브레’, 제2부 ‘스완의 사랑’, 제3부 ‘고장의 이름’으로 나뉜다. 사실 제1권의 배경은 스완네 집만이 아니라 마르셀네 집 안, 마을의 시냇가, 들판, 성당 등이다. 게다가 스완네 집이 있는 콩브레에는 대부르주아인 스완네 집보다 훨씬 더 멋지고 화려한 대귀족 게르망트네의 영지가 있다. 프루스트가 ‘스완네 집 쪽으로’를 강조한 것은 스완이라는 인물의 사랑과 예술적 취향이 어린 마르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체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르셀의 가족은 지방 부르주아에 불과하다. 마르셀 식구들은 언제나 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 중 어느 쪽으로 산책할 것이 좋은지 고민한다. 한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야”가, 다른 쪽에는 “전형적인 강가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제1권에서 스완과 게르망트라는 이름은 이렇게 뒤섞일 수 없는 사회의 두 계급을 상징한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전혀 다른 이 두 세계가 만나서 섞이고 뒤바뀌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마르셀은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스완의 딸 질베르트를 만나면서 부르주아 세계로 곧장 진입하게 되며, 게르망트 대공 부인을 쫓아다니면서 귀족 사회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두 가문의 문지방을 넘나들면서 평범한 시골 소년에서 파리의 모던 보이로 성장한다. 마르셀은 두 가문 사람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그들의 배신과 죽음을 겪은 후 고향에 돌아와 안착한다. 그리고 우연히 산책하다가 스완네 집 쪽으로 난 길이 결국 게르망트네 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달라 보이던 두 풍경이 실은 맞닿아 있었으며, 함께 콩브레의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겉으로 달라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또 다른 길들이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결국 ‘스완네 집 쪽으로’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 모든 장소는 낯선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게 될 길의 입구가 된다. ●시간 여행자여, 마들렌 과자 타임머신을 타라 어떻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우리는 프루스트가 설명해주는 시간 여행 방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마들렌 과자 먹기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감각적이고 신비롭다. 추운 날 밖에서 귀가한 마르셀에게 어머니가 몸을 녹이라며 홍차와 마들렌 과자를 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맛보았을 뿐인데 감미로운 행복감이 엄습한다. ‘이건 무슨 느낌일까? 과자 안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거지?’ 그러다 마르셀은 자신이 느낀 만족감이 과자 때문이 아니라 유년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콩브레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침상에 누워만 계시던 레오니 고모가 늘 홍차와 함께 마들렌 과자를 주던 기억을 끄집어낸 것이다. 마르셀의 머릿속으로 유년의 고향 콩브레 마을 전체가 서서히 펼쳐졌다. 레오니 고모네 정원에 핀 꽃, 스완 아저씨네 넓은 뜰의 온갖 꽃들, 대귀족 게르망트네 영지 옆을 흐르던 비본느 강의 연꽃…. 놀랍게도 마들렌 과자 한 모금의 맛이 이 모든 추억을 되살려낸 것이다. 타임머신 마들렌! 마르셀은 과자 맛을 음미하며 자신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왕복하고, 갖가지 사건 사고들을 생생하게 다시 체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프루스트는 왜 이런 시간 체험에,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불러내어 미지 세계의 진리를 찾아가는 것에 매달렸던가. 프루스트는 우리가 현재 놓치고 있는 세계에 관심이 있었다. 스완의 사랑을 간직한 콩브레의 들판, 마들렌 과자를 좋아했던 고모의 개성, 해질녘 콩브레 성당이 보여주는 멋진 뒤태! 그는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이런 것들을 생생한 현재로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루스트는 마들렌 과자가 촉발한 상상 작용을 일본 종이꽃 놀이에 비유한다. 물이 담긴 사기 그릇에 형체 없는 종이꽃을 넣으면, 윤곽이 생기고 색깔이 선명해지면서 집이며 물건이며 감춰진 부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종이꽃 놀이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들의 다양한 측면들이 드러나고 의미가 분기한다. 그러나 프루스트가 집중하는 것은 종이꽃이 다 펼쳐진 상태가 아니다. 종이꽃 놀이를 진정 즐기려면 종이가 퍼지면서 형체를 갖추는 ‘순간’에 집중해야 하듯이, 프루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시작과 끝이 아니라 사건의 ‘중간’이었다.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그 순간에 무엇을 보고 겪게 되는지를 쓰려고 했다. ‘스완네 집 쪽으로’ 이후 사건은 더욱 일관성 없이 확장되고,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두서없이 공존하는 중층적 구조로 전개된다. 하지만 독자들이여, 당황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법. 그저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내듯이, 종이꽃 놀이를 즐기듯이, 천천히 한 장면 한장면을 음미하며 풍요롭게 증식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오선민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 [굿모닝 닥터]꽃중년의 피부관리

    우리나라 여성, 특히 아줌마들의 경쟁력은 가히 국제적이다. 지하철 빈자리에 핸드백부터 내던지는 민첩함, 세일 점포에서 몸싸움도 마다 않는 용기에 자식 일에는 물불을 안 가리는 대범함까지…. 그러나 이런 아줌마들을 능가하는 남성들이 있다. 피부에 좋다는 아내의 고기능성 화장품을 훔쳐 바르거나 백화점에서 화장품이며 옷가지를 겁없이 사들이는 남편이 그들이다. 얼핏 철없다고 여길지 모르나 너무 근엄해 매사에 쭈뼛거리기 일쑤인 남편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꾸려는 열정이 넘치는 이른바 ‘꽃중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중년 남성들의 이런 변화는 외모가 경쟁력인 세상에서는 필연적인 흐름이다. 업무 스트레스와 회식이 더는 망가진 몸매, 거친 얼굴의 핑계가 될 수 없는 세상, 이런 탓에 몸매와 피부를 가꾸려는 남성을 더는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게 됐지만, 남성과 여성의 피부는 다름을 알아야 한다. 대체로 남성의 피부는 모공이 크고, 피지가 많아 더러워지기 쉽다. 여성과 다른 관리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남성들의 피부관리는 세안이 기본이다. 피부가 거칠고, 모공에 노폐물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미지근한 물에 비누 대신 약산성 폼클렌저를 사용하고, 헹굴 때는 냉수를 이용해 모공을 수축시켜 줘야 한다. 특히 면도 전에는 감염 예방을 위해 반드시 세안을 해야 하며, 스팀타월로 모공을 연 뒤 수염 방향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면도를 하면 된다. 면도 후에는 보습제를 발라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스킨·로션 외에 보습제를 하나 정도 더 발라 피부를 촉촉하고 매끄럽게 해주며,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 색소침착과 피부 트러블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남성이 남성다운 것은 거 칢에 있는 게 아니라 잘 가꾼 외모 속에 감춰진 능력과 용기, 배려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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