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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北전차 막는 구조물 철거

    접경지역을 상징해 온 군 방호벽이 경기북부지역에서 대대적으로 철거된 데 이어 물 흐름을 어렵게 하는 용치(북한의 전차 통과를 막기 위해 하천에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도 대대적으로 철거되고 있다. 경기도는 관할 군부대와 협의해 집중호우 때 하천범람의 원인이 되고 있는 용치를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철거해 지금까지 파주 설마천 등 6개 시·군에서 15곳을 철거완료했다고 31일 밝혔다.용치는 1970년쯤 법적 근거 없이 관할 군부대 자체 판단으로 경기북부지역 6개 시·군 53곳에 설치됐다. 집중호우 때 하천범람을 유발해 수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도는 지난해 관할 군부대와 협의해 7곳을 우선 철거한 데 이어 올해는 37억원을 들여 지난 7월까지 8곳을 추가로 철거하고 북의 전차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낙차댐 등의 대체시설을 설치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여주보 안전경고 부표 12개뿐… 어민 또 희생

    여주보 안전경고 부표 12개뿐… 어민 또 희생

    <2010년 8월> 보트 전복 수석 채취 어민 사망 <2010년 11월> 육군 소형 선박 전복 장병 4명 사망 <2012년 8월 25일> 0.2t급 어선 뒤집혀 30대 남성 2명 실종. 이들 3건 모두 여주보와 이포보 근처에서 배가 급류에 휩쓸리면서 전복돼 발생한 사고다. 4대강 사업 결과물인 여주보와 이포보는 지난달 6일 완전 준공됐다. 여주보는 길이가 530m, 수문 12개로 전국 16개 보 가운데 수문이 가장 많다. 수문이 닫혀 있을 때 보 상류와 하류 간 낙차가 5m나 된다. 때문에 보 근처의 유속이 매우 빨라 늘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보 준공 이후 관리운영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여주보 상류에 경고성 부표 12개를 띄워 놓았다. 그러나 어민들은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전복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일 사고는 여주보로부터 1㎞ 떨어진 상류에서 미리 쳐 두었던 어망을 걷어 올리러 나섰다가 엔진 고장으로 보트가 여주보까지 떠내려가 수문 근처 급류에 휩쓸리면서 발생했다. 이곳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어민들은 “보 근처 급류로 보트가 휩쓸려 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추가로 세웠더라면 이번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며 입을 모았다. 실제 지난해 육군 보트가 전복된 후 이포보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보의 상·하류 200m 지점에 줄로 연결된 부표를 설치했다. 보트나 사람이 수문으로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홍수기에는 물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철거하고 있다. 이포보·여주보·강천보 일대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어민들은 모두 282명. 일부 어민들은 “불안해서 어업에 나설 수 없다.”며 수공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보에서 근무 중인 수자원공사 한강통합물관리센터와 사설 경비업체의 대비 태세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보마다 순시선과 작업선이 있으나 사고 당시 태풍의 북상에 대비해 육지로 견인해 놓은 상태였고, 변변한 구조장비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최근 전복 사고 당시 구조된 이모(34)씨는 119구조대원들에게 구조될 때까지 여주보 8번 수문 난간에 30여분간 공포 속에서 매달려 있어야 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5)경북 영양 지훈길·두들마을길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5)경북 영양 지훈길·두들마을길

    면적은 서울의 1.3배이지만, 인구는 1만 8000명. 경북 영양은 중부고속도로 입구에서 차로 1시간 30분을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두메산골이다. 흔한 4차선 도로나 신호등조차 이곳에선 사치다. 하지만 영양은 오일도·조지훈·이문열 등 내로라하는 대가들을 연거푸 배출한 넉넉한 ‘문향’(文鄕)이다. 옛 이름 고은(古隱)처럼 수백 년 된 고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밤이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내리는 별 무리에 없던 감수성도 살포시 샘솟는 곳. 권오승 영양군 부군수는 “영양의 이런 특이점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문인을 배출하게 한 원인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지훈의 주실마을과 이문열의 두들마을을 찾았다. 지난 9일 정오 영양 북단 일월면에 있는 주실마을. 노()신사가 발길을 멈추고 울컥, “선생님….” 외마디만 던지고 눈물을 훔쳤다. “고려대에서 문학을 가르친 조동탁(호 지훈) 선생의 흔적을 찾아 1960년대 학번 제자들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양희 조지훈문학관 해설사가 말했다. 어디 제자들뿐이랴. 조지훈을 기억하고 그와 같은 시인이 되기를 꿈꿨던 이들에게 이 마을을 다녀간다는 건, 곧 성지순례다. 문학을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승무)’ 한 구절쯤은 읊는다. 시인의 생전 모습과 그가 남긴 작품에 흠뻑 취해 걷는 길. 1017m 지훈길엔 시인이 나고 자란 고택(호은종택·壺隱宗宅)과 문학 공원의 20여개의 시비가 길 따라 놓여 있다. 호은종택은 겹겹이 쌓아올린 담에 口자 모양이다. 폐쇄적인 가옥 형태다. 이에 대해 김민자 문화해설사는 “당시 경상도 양반가는 자신을 꽁꽁 감춰 남을 배려하고 체통을 지켰다.”면서 “삼불차(三不借·빌리지 않는 세 가지)는 조선중기 환란을 피해 주실마을에 온 한양 조씨의 가훈”이라고 말했다. 재(財)불차·문(文)불차·인(人)불차로 재물·문장·양자를 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백 년을 이어져 온 이 원칙 때문에 주실마을 조씨를 ‘칼 같은 남인(南人)’이라 하여 검남(劍南)이라 불렀다. 퇴계학풍을 계승한 남인은 지금으로 치면 수백 년간 정권을 잡은 적이 없는 ‘만년야당’이라고 할 수 있다. 호은종택 뒤로는 시인이 17세까지 지냈던 ‘방우산장’(放牛山莊)이 있다. 시인은 이곳과 서울 성북동 자택은 물론 자신이 기거했던 곳은 모두 방우산장이라고 불렀다. 위치가 산도 아닐뿐더러 소를 키우지도 않아 이런 이름을 지은 까닭이 궁금하다. 그는 1953년 신천지에 기고한 ‘방우산장기’에 “설핏한 저녁 햇살 아래 내가 올라타고 풀피리를 희롱할 한 마리 소만 있으면 그 소가 지금 어디에 가 있든지 내가 아랑곳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월산 전설이 조지훈의 ‘석문’ 소재 그 옆 지훈 문학관. 시인의 손때 묻은 자필 원고와 담배파이프·안경·모자 등 소품들이 눈에 띈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닥아서다(낙화의 한 부분)”. 생전에 여동생과 함께 육성으로 녹음한 시낭송도 들을 수 있다. 이 시는 창작 의도와 상관없이 한 정치인에 의해 더 널리 알려졌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003년 구속될 때 자신의 심경을 이 시를 인용해 표현했다. 문인에게 고향이란 창작 소재이기도 하다. 일월산을 배경으로 전승되고 있는 황씨부인당 전설은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떠나버린 남편을 기다리다 죽은 한 규수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바로 조지훈의 ‘석문’(石門)의 모티브다. 이문열의 대표 소설인 ‘젊은 날의 초상’에도 영양에서 영덕으로 넘어가는 창수령이 등장한다. 영양군 남단 석보면 두들마을은 이문열이 나고 자란 곳이다. 이 마을을 관통하는 1787m 두들마을길은 석천서당·석계고택·유우당 등 ‘문화재투성이’다. 작가가 집필하고 후학양성을 위해 지은 한옥집 광산문우(匡山文宇) 담 아래에는 백일홍이 심어져 있다. 그의 문중인 재령이씨 사람들이 대대로 좋아하는 꽃이다. “내가 이만큼 글을 쓰는 것도 고향을 잘 만났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고향사랑이 묻어난다. 이르면 올해 말 이문열이 이곳으로 영구이주할 것이라고 군의 한 관계자가 귀띔했다.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는 재령이씨의 두들마을 전통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음식디미방이다. 조선조 대학자 석계 이시명의 정부인 장계향이 380여년 전 지은 동아시아 최초의 조리서다. 종부 조귀분(63)씨가 이 조리서에 담긴 146가지 음식을 재현했다. 꿩·해삼·전복은 물론 곰바닥까지 이용해 화려하다. 특이한 점은 조리법의 51가지가 술 빚는 법이라는 점이다. 이 중 감향주(甘香酒)는 걸쭉해서 숟가락으로 떠먹는 술이다. 찹쌀·멥쌀·누룩·물 등 4가지 재료로만 만드는데, 도수는 13~14도 정도로 적포도주와 비슷하다. 박승길 군 전통음식육성담당은 “당시 재령이씨 문중을 찾아온 손님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그들에게 정성껏 술상을 차려 대접하는 것이 아녀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문향’에 술이 발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지훈도 소문난 애주가였다. 1958년 ‘신태양’에 기고한 ‘삼도주’(三道酒)라는 글에서 그는 “술의 진미를 완미(玩味·음식을 잘 씹어서 맛봄)하는 심경이면 탁주·소주·약주 할 것 없이 가위 도주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재령이씨 음식디미방 술 빚는 법이 30% 장계향은 이문열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가부장사회인 조선시대, 시문에 뛰어났던 그가 아녀자로서 자식 양육과 집안일에 충실했던 것이 ‘강요’가 아닌 ‘선택’이었다는 것을 일생을 짚어가며 설명한다. 이 때문에 1997년 연재 당시 ‘반페미니즘 소설’로 낙인 찍혀 공격을 받았다. 작가 자신도 인정하듯 “페미니즘에 저항할 논리는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작가는 “선입견 없이 읽어 보면 거기서 비판되고 있는 것은 저속하게 이해되고 천박하게 추구되는 페미니즘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논쟁에서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고집스러움은 1960년 4월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큰일을 위해 죽음을 공부하라.”고 한 조지훈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대학교수였던 시인은 학생들에게 “내가 죽음을 공부하라는 것은 군중 속에 휩싸여서 군중과 함께 여러 사람에 싸여서 죽는 공부가 아니라 혼자서라도 죽을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탁번 고려대 명예교수는 “(4월 혁명이) 무질서화되고 소인배들의 명리로 전락할 기미가 보이자 강경한 어조로 그들을 깨우쳤던 것”이라면서 “선생의 위치에서 떳떳이 설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지훈의 이와 같은 꾸짖음은 더욱 빛났다.”고 평가했다. 겹겹이 쌓아올린 경상도 양반가 담벼락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대가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순 없다. 하지만 껍질이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오는 영양고추처럼 이곳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유난히 실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글 사진 영양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16회는 대전시 대덕구 동춘당로를 소개합니다.
  • ‘4대강 vs 날씨’ 녹조원인 논란 가열

    한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진행 중인 강에 녹조가 확산되면서 그 원인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폭염과 가뭄이 녹조를 확산시켰다고 보지만 시민단체 등은 4대강 사업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논란은 유해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하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4대강 사업 지역에서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우선 4대강 사업에 책임을 묻는 쪽의 입장은 이렇다. “강을 정비하면서 생긴 수중보 등이 유량·유속 등 강물 흐름에 변화를 일으켰고 이것이 녹조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한강의 6개 댐이 강물의 체류시간을 늘렸고 낙동강도 8개 보가 새로 생겨 유속이 완만해지면서 중류까지 녹조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려면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모두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폭염은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올 7월 강수량이 예년보다 38%나 많았기 때문에 정부가 지적하는 가뭄은 녹조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학영 전남대 생물학과 교수도 “아무리 폭염이 심해도 물 흐름이 활발하면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녹조가 좀체 생기지 않던 낙동강에 보가 많아진 뒤 녹조가 생겼으니 4대강 사업 탓이 크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유재정 낙동강 물환경연구소 담수생태연구과장은 “보가 녹조 확산의 원인이라면 새로 생긴 8개 보 모두의 상황이 똑같아야 하는데 실상은 제각각”이라면서 “보를 설치했기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발생했다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장성일 대구보건환경연구원 환경조사과장은 “통상 조류검사는 클로로필-a(엽록소) 수치를 먼저 확인한 뒤 농도가 짙은 하류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조류를 확인하는 단계로 진행된다.”면서 “클로로필-a가 15㎎/㎥ 이상이면서 남조류 세포 수가 ㎖당 500개 이상일 때 조류 주의보가 발령되는데 시민단체들이 중류까지 올라와 검사하면서 마치 남조류가 올해 처음 검출된 것처럼 발표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녹조 확산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확산된 녹조 가운데 일부는 죽어 강바닥에 쌓이겠지만 이미 확산된 조류는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면서 “부영양화를 유발하는 영양염류의 유입을 차단해야 녹조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조선 후기 최대 금서이자 대표적 예언서 ‘정감록’

    조선 후기 최대 금서이자 대표적 예언서 ‘정감록’

    읽어 나가는 동안 머릿속을 울리는 단어는 ‘단턴 테제’다. 미국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이 ‘책과 혁명’(주명철 옮김, 도서출판 길 펴냄)에서 내놓은 주장인데, 프랑스혁명이 과연 위대한 계몽사상 덕택이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단턴이 주목한 것은 혁명 전 프랑스에서 유행한 불법 도서 목록이었다. 혁명 전 불법 도서라 해서 폭력혁명을 부추긴다든가 하는 것은 없다. 대개는 연애소설이나 치정담 수준의 얘기들로 가진 자들의 위선과 타락상을 묘사해 둔 정도였다. 단턴이 주목하는 것은 이 책들을 통해 기존 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대중들 사이에 유포됐다는 점이다. 단턴이 불법 도서들을 일러 ‘정치적 민담’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금의 우리야 루소 하면 ‘사회계약론’을 통해 프랑스혁명을 예비한 위대한 계몽사상가라고 배우고 가르치지만, 그 당시 보통 프랑스 사람들에게 루소라는 이름을 댔다면 아마도 ‘신엘로이즈’를 쓴 낭만적 연애소설가라고 대답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억압받던 민중이 마침내 깨우치고 떨쳐 일어나 쟁취한 위대한 승리로서 프랑스혁명을 기억했던 사람들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 셈이다. ‘정감록 미스터리’(백승종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이런 맥락에서 조선 후기 최대 금서 ‘정감록’을 다룬다. 20여년간 정감록을 붙잡고 공부했고 이미 4권의 책을 낸 저자는 이 책으로 정감록 탐구를 마무리 짓는다. 마무리 짓는 마당인데 책 이름에다 ‘미스터리’를 붙여 뒀다. “불완전하고 단편적인 정보 속에서” 저자가 스스로 “영화 속 이름난 형사”라 생각하고 최종 정리했으나, 아직 빈 구멍이 많아 추론으로 메워 뒀으니 다른 연구자들이 채워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인 셈이다. 그런데 추론 뒤에는 꼭 이 한마디를 붙여 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말, 겸손한 자기방어라기보다 꽤 단호한 선언으로 읽힌다. 이는 저자의 독특한 위치 때문이다. 조선 후기의 개혁 움직임, 한 발 더 내디뎌 자생적 근대화 운운하는 이들은 늘 실학, 천주교, 동학 같은 것들을 끌어온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거 의외로 만만치 않다. 실학이 그렇게나 기존 유학과 차별적이고 참신한 새로운 사상인가, 왕정이나 토지개혁 등에 대한 입장을 감안했을 때 과연 전봉준의 봉기는 근대지향적이란 의미에서 동학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다면 그 잘났다는 서구의 근대혁명은 그토록 아름답기만 했던가, 대체 근대혁명의 표준적 모델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가라는 반론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저자는 이 논쟁에다 대고 ‘일반 민중의 눈으로 보기에 실학, 천주교, 동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감록’이라고 선언한다. 수면 위로 실학, 천주교, 동학 같은 것들이 분출했더라도 그 물밑 흐름 속에는 정감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기존 논쟁 구도의 불판을 갈아 버린 셈이다. 저자 스스로도 정감록이 무슨 대단한 비밀을 품은 책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오래 이어 내려온 불교와 도교적 전통 위에 언젠가 나타날 진인, 혹은 정도령이 계룡산에 도읍해 새 세상을 연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도 없었고 성경이 약속하는 새 하늘과 새 땅도 안 보였”고, “알쏭달쏭한 표현만 단편적”으로 나열돼 있었기에 한국의 대표적 예언서라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니 실망이 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정감록을 놓지 못하는 것은 정감록 자체보다 정감록 뒤에 숨어 있는 대중들의 힘이다. 정감록에 도취된 대중들이 워낙 많으니 정감록을 금서로 멀리하면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양반들도 이런저런 책에다 계룡산 얘기를 적어 뒀고, 그렇다 보니 흥선대원군조차 차라리 먼저 계룡산으로 도읍을 옮겨 볼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물밑 움직임도 다를 바 없다. 가령 1794년 조선으로 잠입한 중국 천주교 신부 주문모를 두고 정감록에서 얘기한 서쪽 바다에서 도래할 ‘해도 진인’이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다. 천주교의 교세 확장에 정감록에 대한 대중적 믿음이 상당히 기여했으리라는 얘기다. 정감록에서도 말세를 묘사한 대목은 최후의 심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전쟁과 전염병을 강조해 두고 있다. 정감록이 불교와 도교의 토대 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상당히 이질적인데, 이는 천주교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저자는 동학, 증산교, 원불교 등 구한말 출현한 한국의 대표적 신종교들이 정감록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고 본다. 물론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14년간 신자 300여명을 살해, 암매장했다가 1937년 적발된 종교단체 백백교처럼 완전한 사이비도 있었고, 1920년대 신도 수만 600만명에 이르렀던 보천교나 항일적 성격이 강했던 청림교처럼 일제조차 전전긍긍했던 민족종교도 있다. 예언적이거나 미신적 요소를 대거 걸러 내고 종교적 가르침을 채워 넣었던 동학이나 원불교 같은 것도 있었다. 신종교의 뿌리 격인 동학의 경우 창시자 최제우는 ‘궁을부’(弓乙符)라는 부적을 만들었는데, 이는 정감록의 ‘궁궁을을’에서 따온 것이다. 원불교가 계룡산 아래 신도안에 자리 잡은 것 역시 “신도안에 웅크리고 앉아 새 운수가 되기만을 바라는 정감록 신자들을 깨우려 한 것”이라고 했다. 왜 정감록은 하나의 뿌리가 되었던가. 정감록(鄭鑑錄)이라는 이름에서 잘 드러난다. ‘정’(鄭)은 정몽주, 정도전, 정여립, 정희량 같은 인물에서 나왔다. 이들 인물을 묶는 키워드는 반(反)조선왕조다. “정씨는 조선왕조와 상극”이라는 “민중의 집단적 기억”이 반영됐다. ‘감’(鑑)은 판본에 따라 ‘堪’ 또는 ‘鑑’이라 표기되는데 앞의 것은 풍수지리, 뒤의 것은 거울을 뜻한다. 무언가 신령스러운 힘을 드러내는 단어다. 또 정감록에는 ‘록’자가 붙어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전 예언서에는 대개 ‘비기’, ‘비사’, ‘유훈’ 같은 말이 붙어 있었다. 그에 반해 정감록은 동양 고전의 오랜 형태인 대화체로 구성됐다. 저자는 “그 시대 한문 교양의 초점이 성리학적 교양에 맞춰졌던 만큼 반사회적인 정감록마저도 유교 경전을 방불케 하는 대화체, 유교적 역사관을 드러내는 실록체를 지향했다.”고 강조해 뒀다. 저자가 유심히 보는 또 하나의 대목은 조선왕조실록을 봤더니 영조 때 정감록을 둘러싼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고, 정조 때 이미 한글판 정감록이 보급된 정황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를 “평민층 가운데 독서인이 나오고 그들이 직접 저술에 뛰어들었다.”는 징표로 해석한다. 그러니까 정감록은 다소 엉성하고 조잡스럽고 유치해 보이기는 하지만, 평민들이 권력자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나름대로 꿈꿔 왔던, 그리고 가장 매혹시켰던 대항 이데올로기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얼음나무·간헐천… 물이 빚은 장관

    얼음나무·간헐천… 물이 빚은 장관

    물은 우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질이다. 물의 상태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온도에 따라 액체에서 고체나 기체로 변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놀라운 광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1일 밤 11시 10분 EBS 다큐 10+에선 ‘자연의 기적, 물’편을 방송한다. 특수한 조건의 자연환경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물이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광경을 시청자에게 전한다. 그리고 자연의 신비가 연출되는 메커니즘을 조사하고 밝힌다. 일본과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신비한 현상을 감상할 좋은 기회다. 일본 혼슈 섬 동북부의 미야기 현과 야마가타 현 경계 지역에 자리 잡은 자오 산맥. 겨울이 되면 자오 산맥의 산비탈에 있는 나무들은 흰옷을 차려입는다. 서리가 덮인 이 나무들은 일본어론 ‘주효’(樹氷)라고 한다. 자오 산맥엔 높이 10m가 넘는 주효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까지, 수천 그루가 서 있다. 특이한 형상 때문에 이 나무들은 얼음괴물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얼음괴물을 보기 위해 해마다 30만명의 관광객들이 자오 산맥을 찾고 있다. 제작진은 주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로터루아는 세계 최대의 지열활동지역 가운데 하나다. 마그마가 지표면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뜨거운 온천수와 수증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수증기와 열수(熱水)를 내뿜는 것으로 유명한 ‘포후투’(Pohutu) 간헐천이 바로 이곳에 있다. 제작진은 간헐천 전문가와 함께 간헐천 주변을 둘러보고 분출공 내부도 촬영하면서 간헐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본다. 마지막은 일본의 시코쿠 섬이다. 겨울철 아침이면 ‘히지카와 폭풍’이라 불리는, 안개가 연출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한 마리의 거대한 백색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안개의 흐름은 히지카와 강을 따라 내려와 세토나이카이, 즉 세토 내해로 흘러든다. 이 지역의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항공촬영감독, 전 기상대 직원 등 히지카와 폭풍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웅장한 장관을 직접 보고 촬영하면서 히지카와 폭풍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을 확인해 본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장단기 금리역전 지속… 한은 “묘안 없다”만 되풀이

    장단기 금리역전 지속… 한은 “묘안 없다”만 되풀이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루짜리 자금에 적용되는 기준금리보다 더 낮은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음에도 역전 현상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장기화되면 자금 흐름이 왜곡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은 “곤혹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기준금리 전격 인하에도 역전폭 더 확대 23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 포인트나 떨어진 연 2.82%를 기록, 기준금리(3.00%)를 크게 밑돌았다. 5년물 국고채 금리(2.91%)도 기준금리보다 훨씬 낮다. 이날 콜(금융기관 간 초단기 거래자금) 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3.00%였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면 그 안에 무슨 일(리스크)이 생길지 몰라 금리가 높게 형성된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값이 싸다는 의미다.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높은 이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같은 ‘상식’이 깨진 것이다. ●왜 그럴까?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긴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그해 10월 24일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던 역전 현상은 올 7월 6일 3년 9개월 만에 재연됐다. 한은 측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오래갈 수 없다.”면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시장 자체적으로 조정이 일어나면서 해소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2일 김중수 한은 총재가 “통화당국으로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매우 곤혹스럽다.”고 시인하면서까지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역전 폭은 오히려 0.18% 포인트로 더 커졌다. ●손 놓고 있는 한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창배 국민은행 채권팀장 등 시장 참가자들이 꼽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안전자산 선호 심리다. 유럽발 재정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시중자금이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둘째, 금리 차익까지 노린 해외자본 유입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비교적 안전한 한국 국채에 계속 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물 채권을 사들이는 것도 이와 연결된다. 셋째,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김 총재는 아직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시장은 이미 기조 자체가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넷째, 시장의 과도한 베팅(오버슈팅)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만 하더라도 10년물 국고채 금리(2.93%)가 기준금리(3.50%)보다 0.57% 포인트나 낮다. 그렇더라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김 총재의 말대로 “장기로 자금을 조달해 단기로 운용하는” 왜곡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당장 장기로 돈을 굴리는 보험사들은 수익률 저하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들도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은은 “모니터링 강화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실 부실장은 “돈은 넘치는데 갈 데가 없다 보니 국채에 돈이 쏠리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며 “모든 게 뒤죽박죽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실장은 “이런 현상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긴 하지만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바꿔 놓으려면 확실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04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역전 현상이 벌어졌을 때, 박승 당시 한은 총재가 “철없는 시장은 혼나 봐야 한다.”고 폭탄 발언을 던져 시장을 초토화시켰던 전례가 있다. 총재의 발언이 너무 과격하긴 했지만 이보다 더 확실할 수 없는 경고에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금리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 금통위원은 “그나마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역방향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면서 “단기물(통안채)은 한은이, 장기물(국채)은 기획재정부에서 각각 발행하다 보니 (한은의) 시장 대처 능력이 제한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올림픽과 나 - 정윤수] 영국의 전통보다 자유를 배웠으면

    우리는 어릴 적부터 선진국 타령을 들어왔다. 1970년대 후반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근검절약’을 강조하려고 자주 독일 사람 얘기를 했다. 담배 하나 피울 때도 꼭 서너 사람이 모여야 성냥불을 긋는다고 했다. 훗날 독일에서 현지 노인에게 물어 보니, “아니 그러다가 어느 세월에 담배 한 개비 피우겠느냐.”며 어리둥절해했다. ●선진국 짝사랑 그만 하자 중학교 때 한 선생님은 프랑스 사람들은 질서도 잘 지킨다고 했다. 훗날 파리와 리옹, 생테티엔에 갔을 때 이 선진 국민들은 차량의 흐름이나 안전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 건널목을 마구 건넜다. 지금 흡연이나 무단 보행의 자유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수십 년간 지속된 선진국 타령의 허구성이다. 그 타령은 근대화 과정의 정신적 이데올로기였다. 선진국에서 진짜로 배워야 할 것은 제쳐 두고 그들의 겉모습이나 사소한 특징만 따와서 국민동원 체제의 도구로 써먹었다는 얘기다. 예컨대 파리를 예술의 도시라고 하지만 사실 그곳은 기고만장한 제국의 심장부였고 중앙집권적 왕권 체제를 도시 설계에 실천한 오만한 곳이었다. 오스트리아 빈도 마찬가지로 클래식이나 카페를 부러워하지만 아주 잔혹하고 매정한 인종 편견의 도시였다. 런던은 어떨까. 올림픽을 앞두고 방송과 신문에서 런던을 묘사하는 것을 보니 천편일률적이요 진부하기까지 하다. 전통이나 권위나 명예 같은 낱말이 줄을 잇는다. 우리처럼 식민지를 체험한 나라에서는 ‘대영제국’ 같은 단어는, 꼭 써야만 할 때 조심해서 써야 한다. 그렇다면 ‘대영제국의 심장 런던’에서는 배울 게 없다는 소리인가. 그렇지는 않다. 배우긴 배우되 제대로 배우자는 것이다. ●두 명의 ‘퀸’ 모시는 런던 닮기를 그 핵심이 바로 영국의 자유분방함이다. 영국, 그 심장이 되는 런던만큼 자유로운 사상과 문화가 제약 없이 펼쳐지는 곳도 없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권위와 억압이 기세등등했지만 동시에 그런 금기와 억압을 조롱하고 위반해 온 것이 런던의 역사다. 근대의 과학과 비판 정신을 정립한 아이작 뉴턴, 존 로크, 카를 마르크스, 찰스 다윈이 활동한 곳도 런던이었다. 런던에는 두 명의 여왕이 있다고 한다. 버킹엄 궁전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다. 비비언은 정교한 재단과 과감한 색채로 현대 패션의 ‘아방가르드’를 이끌었다. 그 밑에서 알렉산더 매퀸 같은 파격과 실험이 가능했다. 런던에는 버킹엄 말고도 ‘베킹엄’이라고 하는 또 하나의 궁전이 있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저택이다. 런던 사람들은 왕실의 권위뿐만 아니라 베컴의 자유로움도 사랑한다. 라이언 긱스는 또 어떤가. 지난해 6월 동생의 아내나 심지어 장모와도 치근덕거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적 있다. 우리 같으면 당장 대국민 사과나 그라운드 퇴출로 이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긱스는 건재하다.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피력하는 정도다. 그들은 여왕을 존경하지만 여왕으로 상징되는 고루한 관습이나 진부한 권위에 대해서는 마음껏 풍자한다. 우리는 어떤가. 유력 정치인들을 재해석하고 풍자한 이들이 조사받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부터 뭔가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사상과 취향, 사생활을 적극 존중하는 한편 불필요한 권위와 억압을 조롱하고 저항했던 정신일 것이다. 영국은, 런던은 바로 그런 자유와 저항의 항해를 전통으로 삼아 온 곳이다. 스포츠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 외계행성 연상케 하는 ‘신비의 동굴’ 최초 공개

    외계행성 연상케 하는 ‘신비의 동굴’ 최초 공개

    마치 외계행성에 온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동굴의 내부가 최초로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티롤에서 발견한 이 동굴은 전문가들도 놀랄 만큼 희귀한 형태와 색상의 바위로 가득 차 있다. 수 억 년의 역사를 자랑하듯 세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동굴 내부는 공상과학 영화 속 외계 행성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현지 탐사팀은 표면에서 수백 피트 깊이의 동굴 내부로 들어가기 전, 외부와의 온도 차이를 측정한 뒤 본격적인 내부 탐사를 시작했다. 오랜 시간동안 바위 사이로 흐른 동굴 내부의 물 흐름을 지도로 표시하는 한편, 형광 빛깔의 염료를 이용해 지하 저수지의 출처를 찾기 시작했다. 탐사팀과 함께 동굴 내부를 카메라에 담은 영국 출신 사진작가 로비 숀(31)은 “거대한 크리스털과 바위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신비로운 느낌을 줬다.”면서 “내부에 전혀 빛이 들지 않아 매우 험하고 어려운 동굴에 속하지만 동시에 매우 환상적”이라고 전했다. 사진=멀티비츠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한국 현대음악 개척 강석희 前서울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한국 현대음악 개척 강석희 前서울대 교수

    오는 27일 런던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성화가 아닐까. 시곗바늘을 잠시 1988년 서울올림픽 현장으로 돌린다. 9월 17일 저녁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 숱한 곳을 돌고 돌아온 성화가 드디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제우스 신, 천둥, 번개, 투창대회, 춤 등의 이미지가 컴퓨터와 트럼펫, 여성 보컬 등에 의해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형상화됐다. 그 음악을 타고 성화대에 점화가 되는 순간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전 세계 음악인들이 놀라움과 찬사를 아낌없이 보냈다. 역사상 처음으로 컴퓨터 음악을 성화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 오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문명의 다양성을 잘 조화시켜 세계 음악사적으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10월 2일 저녁 성화가 꺼질 때에도 이 같은 광경이 다시 연출됐다. 당시 이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감독까지 맡았던 주인공이 바로 강석희(77) 전 서울대 교수다. 지금도 그날의 광경을 잊지 못한다. 그의 이름 석 자를 세계 음악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는 1966년 국내 최초의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을 작곡했다. 이를 시작으로 30인의 타악기 주자를 위한 ‘예불’, 관현악을 위한 ‘생성69’, 피아노를 위한 ‘정점’ 등의 작품을 연이어 쏟아냈다.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음악의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전자음악을 비롯한 음악극, 칸타타, 독주곡,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만들어내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아울러 1969년 그가 처음 주도한 ‘판 뮤직 페스티벌’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면서 세계 음악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1970년 일본 오사카 국제박람회 때 그의 창작곡이 연주되면서 일본과 유럽의 음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1984년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주최 세계 음악제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부회장에 선출돼 세계 무대에서 확실히 인정받기에 이른다. ●11월 도쿄·내년 4월 루브르박물관서 연주 올해로 그의 음악 인생은 55년째다.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작품은 모두 80여 곡에 달한다. ‘가야금을 위한 다섯 개의 정경’, 국악 관현악을 위한 ‘취타향’ 등 전통과 접목시킨 것도 있고 김수용 감독의 ‘화려한 외출’ 등 영화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보다 유럽과 미국, 남미 등 해외에서 초연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는 작품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솔로, 오케스트라, 오페라, 실내악 등 전통적 형식의 작품들을 형식에 따라 각기 적합한 어법으로 소화해 낸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젊은 청년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악보와 여러 음악 관련 책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그런데 피아노가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으면서 그 까닭을 먼저 물었다. “저는 원래 피아노가 없습니다. 작곡할 때 미리 다 소리를 알고 하기 때문에 피아노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물론 피아노 앞에 앉아 소리를 들어보며 작곡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건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방법이지요. 제 경우는 창작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가져야 하거든요.” 그렇다면 곡을 다 쓰고 나서 어떻게 듣느냐고 했더니 “연주하는 무대 객석에서 처음 듣습니다. 연주는 연주가의 몫이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요즘에는 어떤 일로 바쁜지 물었다. “작년에 일본으로부터 위촉받은 ‘8중주’가 있는데 8월 말까지 끝내야 합니다. 오는 11월 도쿄에서 첫 연주회가 예정돼 있거든요. ‘8중주’가 끝나면 곧바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를 써야 합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측에서 오래전에 위촉을 받아 놓은 상태거든요. 이 곡은 내년 4월에 루브르박물관에서 연주될 예정입니다.” 이렇듯 그의 곡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찾는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와 미국 뉴욕에서 그의 오케스트라곡이 연주됐다. 11월에는 일본, 그리고 12월에는 토론토 연주회가 있으니 하반기에만 4차례 해외에서 연주되는 셈이다. “오사카엑스포 당시 오케스트라곡인 ‘생성69’와 실내악 2곡이 연주됐을 때 일본의 신문이나 음악잡지에 크게 게재됐습니다. 얼마 뒤 독일에 갔을 때였지요. 저를 알아보는 음악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는 말이 있잖아요(웃음).”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에게 대중들이 현대음악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음악이 어려우냐 쉬우냐가 문제가 아니라 좋은지 아닌지가 중요합니다.”라면서 “좋은 음악은 분명 감동을 던져 줍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개 현대음악에는 기립 박수가 없다고들 하지만 1997년 ‘피아노 콘체르토’ 파리 연주 때와 서울 연주 때 등 그동안 기립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작품의 성공적인 연주는 형언할 수 없는 행복함과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고 말했다. 대중들도 음악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런 행복과 감동을 맛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1년에 2곡 정도 작업… 지금까지 80여곡 탄생 그는 한 해에 2곡 정도 쓴다. 곡을 쓸 때마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고통을 이겨내며 난해한 수학문제를 풀 듯이 논리적으로 연결해 나가는 작업을 한단다. 마치 건축가가 설계해 놓은 전체의 디자인에 따라 그려 나가듯이. “작곡가가 작곡한다는 것은 순수한 음과의 대결을 의미합니다. 소리는 차갑고 냉정한 것이지요. 그런 소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작곡가가 할 일입니다. 음악은 보이지 않는 예술이기 때문에 그 구조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흐르는 건축물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어떻게 해서 작곡과 인연을 맺었을까. 초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탐정과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증조부와 손을 잡고 집을 나섰는데 도착한 곳이 경성공업고등학교 교장 선생 댁이었다. 당시 할아버지는 고종 때 장원급제하고 1900년에 일본 유학을 다녀올 만큼 공부를 많이 한 분이었고 경성공고 교장은 바로 할아버지의 제자였다. 이때 할아버지는 경성공고 교장에게 손자를 부탁했다. “그런 인연으로 나중에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경성공고에 진학했습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런데 대개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그 과목을 잘하게 되잖아요. 미술 선생님이 좋으면 미술을 공부했고 음악 선생님이 좋으면 음악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미술과 음악, 수학 등을 좋아했지요. 또 32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을 독파했는데 그게 나중에 음악에 대한 집중력과 저력을 키우는 원천이 됐습니다.” 그는 음악대학에 진학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종로6가에 살 때였다. 하루는 서울대 음대에 놀러갔다. 우연히 작곡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고 그 모습이 아주 멋있게 다가왔다. 문득 작곡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는 청음 실력이 남다르다는 얘기를 듣고 있던 터였다. 곧바로 책을 몇 권 읽고 서울대 음대에 응시했다. 당시 47명이 시험을 치렀는데 8명이 합격했다. 이강숙, 백병동, 송해섭, 장광열, 이영욱, 임종영, 장성덕 등이 동기들이다. “1964년 급성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습니다. 대학 동기 백병동이 ‘전기와 전자’라는 책을 놓고 갔습니다. 평소 관심이 있어서 단숨에 읽었지요. 전자음악이란 이렇게 만드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퇴원하자마자 KBS 스튜디오를 빌렸고 3개월의 작업 끝에 전자음악을 만들어 냈지요.” 이후 전자음악과 컴퓨터를 접목시키는 등 오늘날까지 한국의 현대음악을 개척하며 꾸준히 이끌어 오고 있다. “예술가란 기존에 닦아 놓은 길을 따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 험한 정글에서 길을 찾아 나가는 모험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작곡가 강석희는 국내 첫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 발표 1934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1946년 경성공고 토목과에 진학했다가 6·25전쟁 때 경북 안동으로 피난 가서 안동고를 졸업했다. 이 무렵 성가대 활동을 통해 음악을 접했다. 이후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6년 동안 정신여고 음악 교사로 재직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서양의 현대적 작곡 방식에 관심을 가졌으며 1966년 한국 최초의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을 첫 작품으로 발표했다. 1968년 잠시 한국에 와 있던 윤이상 선생에게 작곡을 배웠다. 1969년 ‘판 음악제’의 모태가 되는 ‘서울 현대음악 비엔날레’를 개최했다. 1970~1971년 독일 하노버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배웠다. 이후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음향학자 프란츠 빈켈 등을 사사했다. 1982~1999년 서울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했다. 1984~1990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부회장을 맡았다. 이후 서울올림픽 폐회식 음악감독(1988), ISCM 서울 세계음악제 집행위원장 및 예술감독(1997), 계명대 특임교수(2000) 등을 지냈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0), 보관문화훈장(1998), 서울사랑시민상(2004) 등이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 [영화프리뷰] ‘새먼 피싱 인 더 예멘’

    [영화프리뷰] ‘새먼 피싱 인 더 예멘’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영(反英) 감정’이 치솟는다. ‘물타기’를 위해 중동과 영국의 우호관계를 포장할 뉴스거리를 눈에 불을 켜고 찾던 총리실 홍보책임자에게 흥미로운 얘기가 들려온다. 낚시광인 예멘의 실세 무하마드 왕자가 5000만 파어드를 들여 영국 연어 1만 마리를 모국 하천에 방류시키기를 원한다는 것. ●억지 웃음 NO… 영국판 로맨틱 코미디 왕자의 영국 자산을 관리하는 컨설턴트 해리엇을 통해 자문을 요청받은 농수산부의 연어전문가 프레드 박사는 “사막의 플판이피싱은 화성 유인탐사만큼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며 단칼에 자른다. 하지만 뉴스거리를 발견한 총리실 홍보책임자는 프레드에게 프로젝트를 돕도록 명령한다. 프레드는 처음엔 왕자의 취미생활을 위한 돌발행동 정도로 오해한다. 그러나 척박한 예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댐을 짓고, 덕분에 생태계가 살아났음을 알리는 상징으로 왕자가 연어 낚시를 원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해리엇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어의 DNA에는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자연산이든 양식장에서 나고 자란 연어든 마찬가지다. ‘개 같은 내인생’(1985), ‘길버트 그레이프’(1993) 등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출신 노 감독 라세 할스트롬은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에서 연어뿐 아니라 사람 또한 때론 정해진 흐름을 거슬러 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묻는다. 한마디 상의 없이 출세를 위해 6개월짜리 파견직을 덜컥 자원한 아내이든, 프로젝트의 타당성에 관계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길 요구하는 총리실 고위 관계자이든 프레드가 고분고분 따르라고 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레드는 깨닫는다. 종교이든, 신념이든, 믿음이든,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위해 때로는 모든 것을 내던질 필요가 있다는 걸. ●이완 맥그리거 등 英 배우들에 눈이 호강 그렇다고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이 고리타분하고 엄숙한 영화는 아니다. 제법 긴 112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억지웃음이 아닌 드라마와 캐릭터에서 뽑아내는 영국 코미디 특유의 쏠쏠한 재미가 잘 담겨 있다. 냉소적인 프레드 역의 이완 맥그리거와 모든 일에 열정적인 해리엇 역의 에밀리 블런트, 총리실 홍보책임자로 나오는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등 연기 잘하는 영국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도 제법이다. 다만, 둘 다 짝이 있는 탓인지 해리엇과 프레드가 서로 감정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지루하고, 급반전이라고는 하지만 예측 가능했던 결말은 옥에 티. 또한, 낚시란 소재 때문에 ‘흐르는 강물처럼’(1992)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플라이피싱은 단순한 낚시 행위를 넘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면,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의 낚시는 코미디의 소재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지난 3월 개봉했다. 2961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68%로 평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국경제 생각보다 ‘깜깜’

    한국경제 생각보다 ‘깜깜’

    한국은행이 1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은 전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을 때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기준금리 인하, 정부 재정 투입 효과 등을 모두 미리 반영해 나온 수치가 ‘3.0’인 만큼 사실상 2%대 성장을 각오해야 하는 형국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라는 큰 파고를 겪은 뒤 깜짝 반등하는 듯했던 경기는 내년까지 길고 지루한 ‘L자형’ 횡보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큰 폭의 전망 수정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상당히 안 좋은” 2분기 실적을 들었다. 한은의 성장 전망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상반기 2.7%, 하반기 3.2%다. 올 1분기 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였다. 이 수치를 놓고 보면 2분기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 대비로는 0.5%로 추산된다. 전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은 0.9%였다.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로는 물론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도 1분기보다 낮아진 것이다. 당초 한은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2분기부터 성장률이 점차 올라갈 것으로 봤다. 신 국장은 “전기 대비로는 상반기에 0.7%, 하반기에 1% 안팎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재정 투입 효과를 빼면 하반기 성장률도 1%가 안 된다.”고 말했다. 상저하저(上低下低)가 현실화된 셈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8조 5000억원의 돈을 더 풀기로 했다. 계획대로 이뤄지면 하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조 2000억원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은은 추산했다. 성장률로 따지면 0.2% 포인트다. 재정 투입이 틀어지거나 유럽·중국 경기가 더 악화되면 3% 성장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일본 노무라증권(2.5%) 등 외국계 경제예측 기관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려 잡았다. 내부적으로 성장 전망치를 3.1%로 하향 조정한 삼성경제연구소도 2%대 하향 재조정을 검토 중이다. 권순우 삼성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 경제의 앞날이 국내보다는 해외 상황에 달려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글로벌 경기 흐름으로 봤을 때 3.0%만 돼도 선방한 것”이라면서 “과거 5~6%씩 성장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성장의)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성장률 부진으로 ‘작년 4분기 내지 1분기 저점 통과론’도 힘을 잃게 됐다. 다소 진폭이 있긴 해도 크게 보면 경기가 계속 지루하게 횡보하는 형국인 만큼 ‘바닥’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도 경기 국면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시론] 한일정보보호협정 파문의 교훈/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시론] 한일정보보호협정 파문의 교훈/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졸속처리 논란이 청와대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라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실무책임자들이 보직해임 또는 사퇴함으로써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협정의 완전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가운데 이번 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확대인책론’과 관련,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유사한 시행착오가 재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바람에서 외교·안보 업무수행에서의 몇 가지 시사점을 추려 본다. 첫째, 어느 나라에 있어서나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는 외교가의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외교행위의 출발은 정무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과거사문제, 독도문제 등 사사건건 일본과의 대립으로 국민감정이 비등해 있는 현 시점에서 다른 분야도 아닌 군사협력을 시도하는 것이 그렇게 불가피한 일이었나 되묻고 싶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고사하고 여당 내부에서도 권력지형이 바뀌고 투표를 의식해 몸을 사리는 형국인 바 처음부터 정치권의 지지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둘째,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통해 얼마만큼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조차도 불분명하다. 정보는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인적 정보(HUMINT), 신호정보(SIGINT), 영상정보(IMINT)를 말한다. 인적 정보와 신호정보는 북한과의 지리적 입지조건상 한국이 양질의 정보 접근성에 앞서 있고 미국은 뛰어난 영상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어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한·미 간에는 군사동맹국으로서 군사정보보호협정과는 별도로 국방부 정보본부가 주한미군과 체결한 ‘연합군사정보관리체계’(MIMS-C)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통해 실시간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초가 이미 마련돼 있다. 일본은 미국과 2007년 8월 도쿄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였기에 역시 실시간으로 일본 측이 정찰위성 등 자국의 정보자산으로 취득하는 여러 유형의 정보는 미국과 공유하게 되며 이는 곧 한국에 전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는 물의 흐름과 같아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지류에서 본류로 흘러들어 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협정 자체도 너무 서두른 감이 있다. 미·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경우, 미국의 최초 제안 후 협정 체결까지 20여년이 걸렸는데, 일본 특유의 평화주의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이는 오랜 세월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년 남짓 기간에 가서명까지 한 한·일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졸속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셋째, 국제조약의 기본적 속성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1969년)에 따르면 ‘조약이라 함은 단일문서, 복수의 문서, 또는 특정의 명칭에 구애되지 않고 서면형식으로 국가 간에 이루어진 합의를 이른다.’라고 되어 있다. 국제법은 국내법 체계와 달라 원칙적으로 강제이행의 방법이 없어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라는 라틴어 법언(法諺)에 기초한다. 따라서 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의 국가안보상 꼭 필요한 것이라면 굳이 대외 노출이 불가피한 정부 간 협정의 형식으로 할 필요도 없었다고 본다. 즉,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살핀다면 관련 기관 간의 약정(Arrangement)이나 교환각서, MOU, 합의각서(MOA) 등을 통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정을 체결했든, 약정을 체결했든, 상대국의 ‘선의’(bonafide)를 기대해야 하는 조약법의 특수성상 그렇다는 것이다. 끝으로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 한국이 중진국으로서 비록 미국의 동맹국이긴 하나 동북아에서 신냉전체제를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요소였다. 역내에서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 역할은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완충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조연들의 미친 존재감… 안방극장 열광

    조연들의 미친 존재감… 안방극장 열광

    바야흐로 조연 전성시대다. 안방극장 드라마에서 중심축을 이루는 주연 배우 못지않게 맛깔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은 물론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 ●‘유령’ 곽도원, 극중 긴장감 유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악랄한 검사 역으로 열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곽도원은 현재 SBS 새 수목극 ‘유령’에서 특유의 승부 근성과 예리한 촉, 그리고 한 번 잡은 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념의 사나이 강력계 반장 권혁주 역을 맡아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곽도원은 최근까지 주연 소지섭과 대립하며 긴장감을 유발, 특유의 말투와 냉소적인 표정 연기, 단호하고 엄격한 어조로 극의 흐름을 이끈 것은 물론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추적자’ 박근형, 냉혹한 카리스마 압권 딸을 죽음으로 내몬 거대권력과 맞서 싸우는 소시민 아버지의 외로운 전쟁을 그린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 또한 명품 조연 배우의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국내 최대 그룹의 총수로 자신의 집 서재에서 전화 한 통으로 정·재계 및 법조계 최고위층까지 쥐락펴락하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 서 회장을 연기하는 배우 박근형이 그 주인공. 박근형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변화 없는 표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섬뜩함을 표출, 서 회장의 냉혹한 카리스마를 살리고 있다. ●‘넝쿨당’ 이희준, 능글맞은 연기 ‘인기’ 한국 사회의 ‘시월드’(시집살이)를 생생하게 그리며 시청률 30~40%대의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른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명품 조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극 중 차윤희(김남주 분)의 대학시절 과외 제자이자 현재 레스토랑 점장 천재용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이 그렇다. 이희준은 실제 대구 출신으로 극 중에서도 경상도 사투리를 귀엽게 구사하며 방이숙(조윤희 분)과 알콩달콩 연애 감 정을 키우고 있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능글맞은 캐릭터 소화로 여성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이희준은 명품 조연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막을 내린 MBC 창사 50주년 특별 기획 ‘빛과 그림자’에서도 명품 조연들의 연기는 눈에 띄었다. 신정구 역을 맡았던 배우 성지루는 극 중 쇼 비즈니스계의 전설적 존재인 강기태와 함께 빛나라 기획을 이끄는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했다. 특히 순애(조미령 분)와 알콩달콩한 중년의 로맨스를 만들어가며 재미를 줬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철학에 묻다 신은 과연 필요한가, 물리학에 묻다 ‘힉스’ 발견이 대단한가

    미국 연수를 떠난 엄마를 따라 외국 초등학교를 1년 다닌 아들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 학교를 갖다오더니 이렇게 말했단다. “학교가 이상해. 선생님이 수업 중에는 질문하지 말래.” 진도에 방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중학교 때는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면 ‘재수없는 애’로 찍히고, 고등학교에선 ‘쉬는 시간을 잡아먹는 존재’가 된다. ‘질문 원천봉쇄’ 현상은 질문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다. 혹여 내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고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출판사 휴먼사이언스가 펴낸 과학 시리즈인 ‘위대한 질문 시리즈’는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란 없다고 말하면서, 역사적인 위대한 발견과 발명이 어떤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됐는지 풀어낸다. 독자를 매우 안심시키고 힘을 주는 말이긴 한데, 처음 꺼내들은 분야가 철학과 물리학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앞서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철학과 물리학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 20개만 꼽아서 풀어준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의 첫 책은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사이먼 블랙번 지음, 남경태 옮김)이다. 과학 시리즈라면서 왜 철학이냐고 묻는다면 예로부터 ‘과학과 철학은 하나였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행성과 물체의 운동을 고민하고 설명하고자 했던 인물은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의 4대 원소를 이용해 2000년 동안 지식을 지배했다. 과학은 철학의 본질적인 질문에서 나왔다는 의미에서 철학이 먼저다. 책은 인간의 뇌작용과 의식세계를 탐구하는 ‘나는 기계 속의 유령인가’를 시작으로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나는 자유로운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신은 과연 필요한가’ 등 매우 간단한 질문을 던지며 시대 사상과 과학적 사유를 발전시켜 나간다. 이를테면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물으면서 “만물은 불변하는 자연 상태로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념과 그것을 반대한 찰스 다윈의 진화론, 진화의 과정에서 이타주의가 사라진다는 생물학적 견해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어떻게 다윈주의의 핵심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정의하는지 설명한다. 쌍둥이 격으로 함께 나온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마이클 브룩스 지음, 박병철 옮김)은 “세계적인 과학자들도 모르는 것투성이니 안심하고 함께 알아보자.”를 기조로 했다. 최근 전 세계 물리학계가 왜 힉스입자 추정 소립자 발견에 그토록 환호했는지에 대한 배경을 비롯해 시간의 흐름으로 본 상대적인 나이, 나비효과에서 번진 카오스이론 등 물리학의 기초 이론이 수두룩하다. 비교적 쉽게 풀어내고 있지만 물리학 공식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이해하기에는 집중력이 다소 필요하다. 각 1만 8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0) 어린이 창작만화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0) 어린이 창작만화를 말하다

    “어린이 창작 만화는 그냥 맥이 끊긴 정도가 아니야.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지. 게임하고 학원 다니느라 아이들 정서가 메마른 요즘 같은 때 과거보다도 어린이 창작 만화가 더 절실한데 말이야.” 올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코믹어워드 수상자인 윤승운(69) 화백을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SICAF 어워드는 일종의 공로상이다. 윤 화백은 길창덕(1930~2010)·신문수(73) 화백과 함께 명랑 만화를 대표하는 만화가다. ‘꼴찌와 한심이’, ‘두심이 표류기’, ‘요철 발명왕’, ‘맹꽁이 서당’ 등 주옥 같은 그의 작품에 어린이들은 울고 웃었다. 윤 화백은 50년 만화가 인생이 인정받았다는 기쁨보다 아쉬움을 진하게 드러냈다. 자신이 한창 활동할 때와는 달리 어린이 창작 만화가 빛을 잃은 요즘이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도 상이라는 걸 못 받아 봤는데, 준다니까 기분은 좋아. 그러나 이상해. 다 끝나고 나서 받으니까 말이야. 창피하기도 하고….” 그는 지난해 초부터 작품 연재를 중단한 상태다. 윤 화백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손자도 게임에 빠져 산다며 섭섭해 하기도 했다. “게임기를 내가 사줬는데 말야. 허허허…. 그래도 예전에 그렸던 작품을 보여 주면 곧잘 흥미를 보이더라고.” 한학에 조예가 깊은 그는 그릴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을 때 사서삼경 같은 고전을 어린이 만화로 옮기고 싶어 한다. 마음속에선 ‘공자’, ‘맹자’, ‘장자’ 등을 만화로 옮겨 유명한 타이완 만화가 차이즈중(蔡志忠)이 라이벌이다. 창작열이 여전히 끓고 있는데도 윤 화백은 작품을 연재할 통로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했다. “젊은 후배들도 활동할 무대가 드문 마당에 다 늙어서 밥 먹을 자리 찾는다는 소리를 듣기는 싫지. 꼭 내가 아니더라도, 어린이 창작 만화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어린이 창작 만화를 그리는 후배들이 계속 나왔으면 해.” 초등학생 이하를 어린이, 18세 이하를 청소년, 그 이상을 성인으로 구분할 때 국내 어린이 창작 만화 시장은 지리멸렬 그 자체다. 어린이 만화가 창작 만화가 아니라 학습 만화 형태로 큰 흐름을 이루고 있기는 하다. 어린이 만화가 꿈과 희망을 주며 우리 고유의 정서와 인성을 키우는 시대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며 학습 효과를 올리는 시대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이젠 학습 만화마저 획일화되며 포화 상태다. 학습 만화는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여전히 영어, 수학, 과학에 매달리거나 성공한 전작을 답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이 창작 만화의 활성화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게 만화계 시각이다. 국내 최초 어린이 만화는 1925년 1월 나왔다. 방정환이 발행한 잡지 ‘어린이’에 실린 안석주의 6칸짜리 ‘씨동이의 말타기’다. 국내 만화의 출발점을 1909년으로 삼는 게 보통이니 만화가 어린이의 친구가 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근대 만화 초창기를 제외하면 우리 만화는 ‘아동’이라는 단어와 짝을 이루며 어린이의 전유물로 각인돼 왔다. ▲1950년대 ‘만화세계’ ▲1960년대 ‘새벗’ ‘학원’ ▲1970년대 ‘어깨동무’ ‘소년중앙’ ‘새소년’ 등 어린이 잡지와 어린이 신문을 통해 만화는 어린이의 친구이자 동시에 교사 역할을 했다. 어린이 만화의 호황은 ‘보물섬’으로 상징되는 198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어린이 만화는 성인 잡지에 이어 청소년층을 겨냥한 잡지들이 쏟아져 나오며 주춤거린다. 만화계 내부 원인도 있었다. 만화계 자체적으로 어린이 만화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했다. 만화는 유치하고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했고, 그 결과 만화의 외연이 넓혀지자 대부분 창작자들이 청소년·성인 만화로 쏠렸다. 때마침 일본 소년·소녀 만화가 물 밀듯이 들어왔다. 사회적으로는 어린이에 걸맞은 어린이 문화가 사라지고 청소년·성인 문화와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도 한몫했다. 아이들이 즐길거리가 많아진 환경 또한 어린이 만화의 침체를 부채질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 시대 부모들의 선택에서 어린이 창작 만화는 열외 대상이 되며 밀려났고 그 자리를 어린이 학습 만화가 대신하기에 이르렀다. 어린이 창작 만화가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1960~80년대와 비교할 순 없지만 어린이 창작 만화를 꾸준히 연재하고 또 연재분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어린이 잡지가 남아 있다. 2003년 12월 창간된 ‘고래가 그랬어’(고래가 그랬어 출판사)와 2005년 12월에 창간된 ‘개똥이네 놀이터’(보리출판사)다. 각각 통권 100호와 80호를 넘겼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도 김경호의 ‘귀신장군 무동이’, 김홍모의 ‘두근두근 탐험대’ 등 어린이 창작 만화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잡지의 힘이 컸다. 2005년 제정된 부천만화대상을 통해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 만화 부문에 대한 시상이 이뤄지고 있다. 학습 만화와 창작 만화 모두 대상이다. 최근에도 변화의 계기가 될 만한 일이 생겼다. 어린이 전문 출판사 비룡소의 만화 브랜드 고릴라박스가 총상금 3000만원을 걸고 어린이 만화 관련 공모전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비룡소 측은 “만화 본연의 즐거움과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참신한 어린이 창작 만화를 탄생시켜 국내 어린이 만화 시장에 신바람을 일으키는 한편 이를 한류로 연결해 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어린이 창작 만화가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를 학습 대상으로 바라보는 풍토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국내 만화의 다양성을 담보하고 어린이들에게 ‘친구’를 되찾아 주기 위해 공적인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출판 시장, 특히 만화 시장 상황에서 사명감만으로 어린이 창작 만화의 맥을 잇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창작 만화에 대한 지원이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작품은 남지만 부가가치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좋은 만화 한 편이 만들어지면 여러 가지 2차 저작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시장, 구조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나오겠지요.”(유문숙 ‘개똥이네 놀이터’ 편집장) “좋은 어린이 창작 만화가 나와도 시장에서 독자들에게 접근하기까지 애로 사항이 많다는 게 중요해요. 창작과 제작 지원도 중요하지만 유통과 보급 쪽으로도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전국 국공립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등 도서관 네트워크를 통해서 좋은 어린이 만화 목록을 보급하고 권장하고, 새로 나온 어린이 창작 만화를 모아 주기적으로 소개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만화 평론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개인 나약함만 탓해선 안돼” 국가책무 강조

    “개인 나약함만 탓해선 안돼” 국가책무 강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군 복무 중 가혹 행위로 자살한 장병에 대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현재 1·2심 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의 흐름은 완전히 뒤바뀔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군 복무 중 가혹 행위로 정신착란이 발병해 자살’한 극단적인 사례에 대해 하급심 판결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준 적은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군인들에 대한 합당한 처우와 국가의 보호를 더 충실히 하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 1999년 대법원 1부(주심 이임수 대법관)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공군 소령 김모씨에 대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했지만 당시에도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결론이었을 뿐 군 가혹 행위와 관련된 판결은 아니었다. 물론 지난해 9월 개정된 국가유공자법은 국가유공자 제외 사유로 규정됐던 ‘자살행위로 인한 경우’를 삭제, 군 가혹 행위도 유공자의 요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던 터다. 그러나 개정 법에서도 교육훈련·직무수행과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세세하게 따질 여지가 적잖았다.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군 가혹 행위와 자살’ 재판의 지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계류 중인 판결뿐만 아니라 진행될 소송이나 국가보훈처 판단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마디로 “군에서 가혹 행위가 있었고, 그로 인해 자살했다면 국가유공자”라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판결의 당사자인 장모씨는 지난 1998년 5월 충북 충주에 있는 19전투비행단에 입대, 항공기 기체정비병으로 근무하다 이듬해 4월 내무반 지하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장씨는 평소 무능하다는 이유로 선임병들로부터 질책과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의 어머니 엄명숙(59)씨는 대구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엄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원고 패소로,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이후 엄씨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했다. 위원회는 2008년 12월 ‘장씨가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구타, 가혹 행위, 욕설 등 언어 폭력과 집단적인 따돌림, 중대장 등의 위법한 지시에 따른 대리시험 발각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하게 됐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재심의를 요청했다. 엄씨는 이를 근거로 다시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군 복무와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와 대리시험 적발로 인한 부담감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우울증 등으로 인한 심신상실이나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할 정도에 이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 판결이 “‘자살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기만 하면 곧 국가유공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법리를 전제로만 판단하고, 상당(相當) 인과관계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봤다. 주심인 전수안 대법관은 “군대라는 특수한 여건 때문에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치료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자살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살자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나약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며,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위로와 보상은 국가의 책무다.”라는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安과 단일화 전제 경선 야구 2부리그 전락하는 꼴”

    “安과 단일화 전제 경선 야구 2부리그 전락하는 꼴”

    민주통합당의 중도파 4선 김영환 의원은 다음 달 5일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경선을 하면 야구 2부 리그로 전락할 것이며 원칙적으로 후보가 없으면 선거에 나가 져야 된다. 정당이 후보를 꾸어서 하는 건 지기 싫으니까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이해찬 대표의 ‘선 민주당 후보 선출-후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 구상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당권·대권 분리를 폐지하려는 일부 당 지도부의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에 대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안 원장급도 아닌 한두명을 위해 공당이 당헌·당규을 개정하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김두관 경남지사의 출마와 관련,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조급하게 서두르는 이유가 있느냐.”고 비판한 뒤 김 지사에 대선 출마 선언을 촉구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국회의원 3선, 4선한 사람들이 경남도민들과의 약속을 깨야 한다고 주장하고 ‘줄서기’를 하는 게 온당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대선 출마 이유는. -10년 전부터 전통 산업에 신기술을 융합해 나라를 살리는 생각을 해왔다. 당내 ‘빅 리거’들은 김대중·노무현 이후, 디지털 영상시대 이후 등 시대 흐름에 조금씩 비켜 있다. 나는 정치인 가운데 가장 창조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시대가 한참 지난 리더십이다. 국회의원을 줄 세우고 세(勢) 과시하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 →‘당권·대권 분리’ 폐지를 위한 당헌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지금 거론되는 분들은 대선판을 키우거나 불쏘시개를 하는 거지 안 원장처럼 괄목할 만한 후보들이 아닌 것 같다. 한두 명을 위해 위인설법하는 당은 참 한가롭고 무원칙한 일을 한다. →김두관 경남지사의 출마에 왜 부정적인가. -정치도의에 맞지 않다. 지방자치, 국정운영 등은 전문성이 다른데 아무짝에나 들어가 맞는 만병통치약처럼 할 수는 없다. 낙동강 전선에서 승리한다고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 선거의 전략적 요충지는 충청·중부권이다. 대표할 사람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 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최문순 강원지사가 다 나오면 소는 누가 키우나. 어제 약속을 어긴 사람이 내일 약속을 지켜달라고 할 수 있나. 국민이 뽑아준 지사직을 한 지 2년도 안 돼 던지고 나가라고 불 지피는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납득이 안 간다. 김 지사도 명분을 위해 (지지선언으로) 예열과 과열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정치인이 당적을 바꾸는 것은 이름을 바꾸는 일이다. 무리하게 당을 통합해 당원 없는 정당을 만든 사람이 손학규 전 대표다. 정치인들이 쉽게 말바꾸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는 게 옳은가를 경선 과정에서 물을 것이다. →모바일 투표를 놓고 논란이 많다. -모바일 투표는 ‘동원 경선’이다. 모바일이 민심과 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작용을 줄이려면 진영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100만~200만명 정도로 커지면 된다. 연령, 지역 보정을 할 필요가 없으며 선거인단 등록 과정에서 정파가 동원되는 만큼 등록 과정을 없애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해서 같은 투표날에 누구나 투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민심이 당의 후보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 논리로 왜곡되면 안 된다. →대선 경선에서도 계파 정치가 작용할 것으로 보나. -우리 당은 계파 정치의 폐해가 너무 크다. 바른 소리할 때 부담을 느끼고 잘못하면 왕따가 된다. 이게 민주주의 정당인가. 근본적인 원인이 분당인데 고질적인 부작용이 생겼다. 대선 경선에 다 영향을 미치고 줄세우기로 나올 것이다.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는 당내 경선 전후 중 언제가 낫나. -원샷으로 가야 한다. 우리 당 경선은 후보를 뽑는 경선이 아니라 ‘후보의 후보’를 뽑는 경선이 돼 2부 리그로 전락한다. 공당의 대선 경선이 이렇게 되는 게 정상인가. 지금 경선은 안 원장과 (1부 리그의) 링에 오르기 위한 2부 리그 토너먼트 아닌가. 정치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치권이 이렇게 신뢰를 못 받아 안 원장 한사람을 감당 못한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한 의견은. -전면적 연대는 물 건너갔다. 통합, 공동정권 수립은 불가능하다. 정책별 사안별로 연대해야 한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진보 정치인 20여명 선거홍보 대행… CNC發 폭풍 오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대표 겸 대주주였던 CN커뮤니케이션즈(구 CNP전략그룹)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수사 전선’을 진보진영 전체로 확산시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광주지검 순천지청(지청장 조은석)은 CN커뮤니케이션즈가 홍보에 관여한 다른 진보진영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내사 및 수사를 진행하고 것으로 확인됐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및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에 대한 수사에 이어 통진당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의원 등과의 거래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CN커뮤니케이션즈와 선거 때 계약한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면서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이미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으며 다른 인사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수사확대를 기정사실화했다. 수사 결과 통진당 후보 등의 선거홍보를 독점했던 CN커뮤니케이션즈의 불법적 관행이 사실로 밝혀지면 진보진영은 또다시 커다란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검찰의 1차 목표는 이석기 의원이다. 검찰은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으로 13억 820만원과 6억 420만원을 보전 받는 과정에서 각각 4억 2000만원과 1억 9800만원을 부풀려 신고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교육감 후보들과 CN커뮤니케이션즈가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선거비용을 추가로 더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치자금법 49조상의 ’선관위에 보고 또는 자료 제출을 허위로 한 자’에 해당해 정자법 적용도 가능하다. 정자법으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이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다른 진보진영 정치인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CN커뮤니케이션즈는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대통령 선거부터 지방의원 선거까지 진보 진영의 주요 선거 일감을 독점하다시피했다. 주요 인사만 20여명에 이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정 정파와 인적·물적으로 연관돼 운영되는 선거 컨설턴트 회사나 여론조사 회사의 특성상 관행적인 ‘비용 부풀리기’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도권 정치 외곽에 있던 진보 성향 선거 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관행에 더욱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이 이 의원과 CN커뮤니케이션즈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통진당 구당권파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의 수상한 돈 거래와 당 운영비 비리까지 드러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검찰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사건을 서울로 이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석·순천 최종필기자 ccto@seoul.co.kr
  • 수서발 KTX열차, 탄환·공기 흐름 형상화

    수서발 KTX열차, 탄환·공기 흐름 형상화

    오는 2015년부터 서울 수서발 KTX 노선에 탄환이 날아가는 모습이나 공기와 물의 흐름을 형상화한 새로운 디자인의 고속열차가 투입된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4일부터 수서발 부산·목포 노선에 투입할 고속철도차량의 모형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모형은 14∼20일 용산역, 23∼29일 익산역 광장에서 각각 전시된다. 공개되는 고속차량 모형은 일반실 객차와 높이·폭은 같고, 길이는 3분의1로 제작한 것이다. 차량 외부 디자인은 물론 객실 내부에 들어가 의자, 선반, 바닥, 화장실 등의 실내 설비를 관람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 색상 등 디자인은 신규 사업자가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수서발 고속철도 신규사업자 선정이 지연돼 불가피하게 대국민 선호도 조사를 직접 실시한다.”고 밝혔다. 와인색, 하늘색 및 노란색 3종의 20분의1 축소 모형도 함께 전시해 색상과 디자인을 한눈에 비교하도록 했다. 와인색의 모형은 탄환이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또 하늘색 모형은 공기와 물의 흐름을, 노란색 모형은 상큼함과 발랄함을 각각 강조했다. 국토부와 철도공단은 공개전시 기간 수렴한 의견을 차량 제작에 반영할 계획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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