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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R STORY] 강원도 고성 항·포구 여행

    [OUR STORY] 강원도 고성 항·포구 여행

    유명세를 떨치는 거대한 여행지가 있는 곳은 아니다.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다. 강원도 고성군. 남한 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관광지 속초시 옆에 옹색하게 붙어 있으면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곳. 게다가 미시령 터널이 뚫려 당일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아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고성은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드문 여행지다. 구비구비 진부령을 넘어 만나는 겨울철새들의 낙원 화진포 등 아름다운 호수들과 명태잡이 전진기지 거진항에서 맞는 싱싱하고 맛있는 아침, 그리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항·포구 등, 이곳저곳 부지런히 노닐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황량한 바람이 도로를 휩쓸고 가는 겨울밤엔 거진읍내 뒤편의 ‘나이트’를 찾아도 좋겠다. 밝은 웃음, 화려한 조명 뒤에 어딘가 음습함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의 그곳과는 달리,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든 촌스런 회전조명 아래 한낮의 시름을 맥주 한모금으로 털어내는 어촌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다. 고무장화 신은 어부와 ‘땡땡이 무늬 몸뻬바지’ 입은 아낙들. 한낮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차림새 그대로다. 100년 만에 찾아왔다는 따뜻한 겨울 때문이라선가. 예전 이맘때면 ‘개도 물고 다녔다.’는 거진항 명태도, 물과 얼음의 경계에서 우아한 자태로 유영을 하고 있어야 할 화진포호 큰고니(백조)도 없었다. 그렇다고 실망스러울 것 또한 없다. 올해의 아쉬움은 내년에 더 큰 기대를 안고 이곳을 찾게 해줄 것이므로. 글 사진 고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아름다운 호수가 가득한 곳 “속초가 속초일 수 있는 것은 청초와 영랑, 두 개의 맑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한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고성이 고성일 수 있는 것은 화진포호와 송지호란 두 개의 맑고 아름다운 석호(潟湖)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화진포호 등 동해안의 석호들은 내륙의 자연호수와는 달리 담수와 해수가 뒤섞인 기수호(汽水湖). 약 3000년전쯤 지금과 같은 호수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석호에는 거센 파도와 해일로 바닷물이 호수로 들어오거나, 장마철 등에 민물이 모래언덕을 넘어 바다로 나가는 ‘갯터짐’ 현상이 교대로 일어난다. 이때 민물과 바닷물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 언제 가도 아름다운 풍광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화진포는 면적만도 72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석호다. 호숫가에 해당화가 많아 화진포란 이름이 붙여졌다. 멀리 뒤쪽 백두대간의 설원이 잔잔한 호수위에 투영될 때면 눈부신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호수 주변에 이승만, 김일성 등 당대 권력자들의 별장이 있다는 사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웅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백조) 등 수많은 겨울 철새들의 낙원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곳. 거진항에서 화진포호까지 이어진 해안도로가 작년 말 완공돼 보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고즈넉하고 아름답기로 치자면 7번국도변 송지호도 뒤질 것이 없다. 이름처럼 해송 등에 둘러싸인 송지호는 둘레가 약 4㎞(20만평)에 달하는 고성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 물색이 워낙 맑아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후보다는 바람이 잠을 덜 깬 이른 아침에 방문하길 권한다. 때마침 안개라도 끼면 맑은 하늘색, 물색과 어우러져 ‘선경(仙境)’이란 단어가 상투성의 옷을 벗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조개나 물고기 화석 등을 전시해 놓은 화진포 해양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연중무휴. 어른 5000원, 중·고등학생 4000원, 초등학생 3000원.(033)680-3352. # 금강산 설경을 눈에 담고 고성 여정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통일전망대’. 전망대 난간에 서면 금강산과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지척으로 다가오고, 말무리 반도 끝자락의 만물상, 부처바위, 백바위 등 북녘땅의 절경들이 줄을 선다. 남한 ‘최북단’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내려는 듯, 동해북부선 철길과 도로가 나란히 선 채 북쪽을 향해, 그리고 통일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사자바위는 사자가 갈기를 세우고 남쪽을 향해 달리는 듯한 형상. 바다에서 보면 코끼리를 닮았다 해서 만물상이라고도 불린다. # 명태와 도치, 그리고 물미역 대진항에서 만난 물미역의 비릿한 갯내음이 구미를 돋웠다. 겨우내 곰삭은 김치만 대하다 보니 그럴 법도 하다. 잘 손질한 물미역에 쪽파와 조개 등을 포개 엊은 다음, 초고추장 듬뿍 찍어 입에 넣어 보시라. 그 상큼한 맛이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며 갈매기의 날갯짓까지 입안 가득 들어 차는 느낌이다. 물미역은 억세지기 전 이맘때가 제맛. 음력 정초쯤 되면 부드럽고 들척지근한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 잎보다 줄기부분의 오톨오톨 씹히는 맛이 각별하다. 활동량이 적어지는 겨울철, 집안에서 이리저리 뒹굴거리며 맛있는 음식만 탐하다 보면 금세 살이 찌기 십상. 물미역 등 겨울철 해조류는 칼로리는 낮고 무기질과 섬유소는 풍부해 겨울철 다이어트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요즘엔 양식 미역이 대부분이지만, 대진항에 가면 바위에 붙어 자생하는 물미역을 맛볼 수 있다.70여명의 해녀들이 매일 아침 채취한 싱싱한 자연산이다.500g 한묶음에 1500원. 택배도 가능하다.1kg 두 묶음에 4000원. 택배비용 4000원은 별도다. 여러 가정에서 한꺼번에 주문하는 것이 택배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 될 듯. 대진항 나잠 영어조합법인 (033)682-0583. 오용분 회장 (011)379-0026. 명태는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전해올 만큼 우리와 친숙한 생선. 거진항 등 동해안 항포구에서 겨울철이면 흔히 볼 수 있었다.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날이 갈수록 어족자원이 고갈되는 마당에 해수온도마저 높아져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을 지경. 오죽하면 동해안 일대에서 잡히는 명태를 ‘금태(金太)’라 부를까.2월하순에 열리던 명태축제가 예년과 달리 지난 4일 서둘러 막을 내린 것도 해수온도가 더 오르는 것을 저어한 때문이다. ‘1魚4色4味’라는 표현만큼이나 명태는 어디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알뜰한 생선이다. 한류성 어종이면서도 지방이 적은 명태의 살은 국이나 찌개 등에 넣어 끓여 먹거나, 무 등과 곁들여 찜을 해먹기도 한다. 알은 명란젓, 창자는 창란젓을 만들고, 간장은 어유(魚油)를 만드는 데 쓴다. 말린 껍질과 눈알은 튀기거나 구워서 먹는데, 겨울밤 술안주로 그만. 이밖에 칼슘이 멸치만큼 많은 아가미는 식해로, 곤이라 불리는 정자덩어리는 찌개 등에 넣어 먹는다. # 제철만난 도치 생김새가 심통맞게 생겨 ‘심퉁이’라고도 불리는 도치. 마치 올챙이를 뻥튀겨 놓은 듯 이만저만 ‘불친절’하게 생긴 게 아니다. 고집도 세서, 배에 있는 빨판을 이용해 바위 같은 곳에 달라붙어 있으면, 어부들이 발로 차도 안 떨어진다. 하지만 ‘못생겨도 맛은 좋아’라는 광고문구가 도치에겐 대단히 적절한 표현이다. 쫄깃거리긴 하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럽긴 하지만 풀어지지 않는 뽀얀 살.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비린내 없는 생선이다. 게다가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도치알은 별미중의 별미. 그래서 예전부터 고성8미(高城八味) 중의 하나로 불리기도 했다. 사실 명태가 많이 나던 시절엔 생선취급도 못받았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없다고 버려지기 일쑤. 하지만 지금은 특유의 담백한 맛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귀족생선’이 됐다. 도치는 요즘이 딱 제철이다.2월이 지나면 뼈가 굵어지고 단단해져 제맛을 잃기 때문이다. 겨울철 그물에 잡혀 올라온 도치는 뼈가 연해 숙회로 먹기에 알맞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꺼내 껍질의 진액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다시 뜨거운 물에 데쳐내면 도치숙회가 된다. 암도치에서 나온 알에 소금을 뿌려 하루 정도 재워둔 다음, 이튿날 젤리처럼 탱탱해진 알을 적당한 불에 쪄내면 도치알찜이 된다. 또 내장을 제거한 채 1주일 정도 말려 꾸덕꾸덕해진 도치(수토치를 주로 쓴다)에 양념을 한 다음 쪄내면 맛깔스러운 도치찜이 된다.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도치 두루치기(도치알탕). 묵은 김치 위에 알과 고기를 얹은 다음, 찜보다 조금 많다 싶을 정도의 물을 넣고 조려낸다. 양념이 밴 쫄깃한 도치살을 오도독 씹히는 알과 함께 먹다 보면 어느덧 밥한공기 뚝딱. 주의보가 내려져 어선들이 오래 출어하지 못하면 도치요리를 맛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350. 고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기도 좋아요 ●대조영 촬영장 설악씨네라마 미시령 자락에 자리잡은 한화리조트 설악씨네라마(seorakcinerama.co.kr)가 새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114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용 전액을 국내 최초로 민간자본으로 충당한 오픈 세트장. 당나라 황궁과 중국 4대정원 중 하나인 졸정원을 모델로 한 측천무후원, 당나라 전통 주거지 사합원 등 이국적 정취를 풍기는 건물들이 3분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고구려 성곽과 관아, 저잣거리 등도 고증을 거쳐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현재 촬영되고 있는 것은 KBS드라마 ‘대조영’. 여느 세트장과 달리 드라마 촬영이 있는 날도 입장이 가능하다. 주연배우들이 실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듯하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 4800원. 지역주민 50%, 한화콘도 투숙객 20%, 성인단체 30명 이상 20% 등 각종 할인혜택도 준비했다.(033)632-8711. ●부처 진신사리 봉안 건봉사 고성군 오대면 금강산 자락에 자리잡은 거찰. 부처의 치아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새긴 불이문,18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능파교, 그리고 바라밀 문양 돌기둥 등은 건봉사가 품고 있는 보물들.(033)682-8100. ●태백준령과 동해 조망 마산봉 만이천 금강의 봉우리 가운데 남한 제2봉이라는 곳.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 뒤편에 우뚝 솟아 있다. 해발 1052m 정상에서 바라보는 눈덮인 태백준령과 동해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아파트 저당 잡히고 월급마저 압류

    Q월급이 300만원 정도 되지만 보험회사에 5000만원, 은행에 5000만원, 신용카드 회사에 2000만원, 사채 3억원 정도의 빚을 졌습니다. 시세 1억원짜리 32평 아파트가 있는데 보험회사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습니다. 한 달 전 이자를 못 주자 사채업자가 집에 와서 집을 넘기라고 채근해 등기를 넘겨 줬습니다. 은행과 카드회사도 가압류했습니다. 월급도 압류해 반 정도밖에 못 받고 있습니다. 개인회생과 파산 중 어떤 걸 택하는 게 좋을까요. 퇴직금은 4000만원 정도입니다. -박진성(41)- A지켜야 할 현재가 있는 경우에는 개인회생,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파산이라는 일반적 기준에 따라 박진성씨의 상태를 평가해 보겠습니다. 얼핏 보면 박진성씨는 사채업자에게 아파트를 넘겨버렸기에 남은 재산이 없고, 퇴직하면 받을 수 있는 퇴직금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압류가 안 되는 반을 제외하면 2000만원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파산을 신청하고 퇴직금을 받아 2000만원을 채권자들에게 나눠 주고 나머지 빚을 면제받는 파산신청을 하는 게 한 방법입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퇴직해야 퇴직금을 받아 파산 절차에 의해 배당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은 퇴직 이후 재입사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상 퇴직을 하고 나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는데 요즘같이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월급이 여러 군데에서 압류된 상태에서 다니게 되면 직장 급여관리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됩니다.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사용자는 직원을 해고할 구실을 찾게 됩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은 개인회생제도입니다. 보통 5년 동안 매월 일정한 금액을 갚아 주고 이것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나머지 채무는 면하는 것입니다. 일차적으로 채권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청산형 파산절차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 이상을 변제하고 채무자가 자신의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전부 제공하는 변제 계획에는 아무리 채권자가 반대를 하더라도 법원이 인가할 수 있습니다. 급여 압류는 인가가 나면 즉시 해제되므로 안정되게 직장생활에 전념하실 수 있습니다. 변제계획을 전부 이행하고 난 이후에는 면책을 받습니다. 박진성씨 경우에는 예를 들어 월급 300만원 중에서 150만원을 생계비로 쓰고 남은 150만원을 5년 동안 제공하는 것으로 계획을 짜고 나머지 채무를 면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울 수도 있겠습니다. 또 한 가지 더 지킬 수 있는 현재가 있습니다.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아파트를 되찾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채업자에게 넘긴 아파트는 원래 채무자 전체를 위해 주었어야 할 공동의 책임재산입니다. 즉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된 것을 제외하고 5000만원의 재산가치를 사채업자뿐 아니라 은행과 신용카드회사와 같은 다른 채권자들에게도 채권비율에 따라 나누어 주게 됩니다. 그런데 그 직전에 이것을 일부 채권자에게 넘기게 되면 이것은 다른 채권자들을 해치게 되는 행위입니다. 이와 같은 편파 행위는 사해 행위로 간주돼 파산재단을 위해 부인할 수 있고, 박진성씨 앞으로 되돌리라고 채권자들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개인회생 절차에서도 이 재산은 채무자가 앞으로 상환의 재원이 될 소득을 벌기 위한 기초가 되는 것이기에 부인권이 인정되며, 이 부인권은 채무자 자신이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박진성씨는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아파트를 가지고 간 사채업자에게 다시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돌려 받을 아파트의 순가치 5000만원 이상은 더 갚는 것으로 변제 계획을 짜야 할 것입니다만, 과거 주거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익이 충분히 클 것이기에 앞으로 5년 정도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진성씨는 개인회생을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김관기 변호사가 담당하는 ‘채무상담실’의 상담신청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녹색공간] 환경 선진국 독일/노수홍 연세대 교수·한국막학회 회장

    지난달 말 독일을 10여일 다녀왔다. 유럽연합(EU)에서 추진하는 고도 하수처리 기술인 MBR공법 표준화 워크숍에 초청받았다. 우리나라 기술 현황을 발표하고 우리 기업들이 개발한 MBR공법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였다. 오랜만에 다시 가본 독일의 새로운 모습을 베를린에서 뒤셀도르프로 가는 기차를 타면서 느꼈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보리밭에 거대한 흰색의 바람개비가 무리를 지어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고속열차 ICE를 탄 4시간 동안 거의 계속되는 풍경이었다. 지난 10여년 독일은 바람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풍력발전기를 곳곳에 설치하였다. 1983년 독일 연방의회에 진출한 녹색당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지하고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줄이는 정책을 주장하였다. 그 대신 독일은 지속가능한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다양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 독일의 환경수도라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시가 지난 20여년 성취한 결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1970년 1차 오일 쇼크 때 석유자원이 부족한 많은 나라가 원자력발전에 눈을 돌렸다. 독일도 프라이부르크시의 조그만 마을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반대운동이 인근 도시로 확산되면서 반핵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이 운동이 결국 녹색당 설립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하였다. 현재 태양광을 이용하여 생산한 전기가 도시 전기공급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150여가구의 마을 전체가 태양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하는 쉴리어베르그라는 태양마을도 있다. 태양전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비는 원자력이나 화석원료보다 5배 이상 된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년 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태양전지가 생산한다. 현재의 기술개발 속도와 시장 확대를 고려하면 태양광 발전이 화석연료 발전보다 경제성에서 뒤처지지 않을 때가 머지않았다. 기상조건이 좋은 지역에서는 풍력발전이 화석연료발전과 이미 경쟁하는 단계에 와 있다. 독일정부의 다양한 정책은 결국 독일 기업이 태양광과 풍력발전 산업의 선두에 설 수 있게 하였다. 독일은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결실을 얻었다. 독일인이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가정과 학교에서 체험으로 배우는 교육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특히 에너지와 더불어 물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생활습관은 정말 부러울 정도다. 독일 강수량은 우리나라의 60%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물값도 매우 비싸 1인당 물 사용량이 선진국에서 가장 적다. 따라서 빗물을 받아서 이용하고, 내린 빗물이 땅에 스며들면 지하수로 저장해 활용하는 기술도 매우 우수하다. 독일은 강에서 수돗물의 90% 이상을 취수하고 강을 이용한 운하가 가장 발달한 나라이다. 따라서 도시와 공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와 폐수는 매우 엄격한 배출기준을 정하여 처리된다. 또 산림과 농지에서 나오는 비점오염원의 관리도 철저하다. 최근에는 EU가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물로 수영을 해도 시민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도록 방류기준을 정하였다. 뒤셀도르프 인근에 하루 4만3000t의 하수를 EU 방류기준에 맞도록 고도 처리하는 MBR 하수처리장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2004년 건설하였다.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수자원이 풍부하지만 강을 효율적으로 관리·사용하지 못하고 환경보전이라는 명분으로 방치한 지역이 많이 있다. 최근에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을 연결하여 독일처럼 강을 이용한 운하를 개발하자는 제안에 많은 논쟁이 있다. 강의 본질은 흐르는 깨끗한 물과 살아 있는 다양한 생태계다. 독일인의 자연 사랑과 강을 이용하고 다스리는 지혜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노수홍 연세대 교수·한국막학회 회장
  • 변속기 단수 경쟁 불붙었다

    변속기 단수 경쟁 불붙었다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고 하면 차 가진 사람들은 그저 막연히 “비싼 차인가 보다.”하고 만다. 단수가 높을수록 기술 개발이 까다롭고 차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업체들의 ‘단수 경쟁’으로 이제는 웬만한 중형차들도 별다른 가격 부담없이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직도 4단이 대세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부랴부랴 단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갈 길이 멀다. 자동변속기는 말 그대로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기어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장치다.‘계단’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워진다.4단은 계단이 4개,5단은 5개,8단은 8개라고 보면 된다. 높이는 같기 때문에 계단 숫자가 적을수록 계단과 계단 사이가 높아 성큼성큼 뛰어올라야 한다. 반대로 계단 수가 많아지면 경사가 완만해져 힘을 안 들이고 오를 수 있다. 뻥 뚫린 도로에서 속도를 올렸을 때, 부드럽게 나가는 차와 쿨렁거리며 가는 차의 차이는 바로 이 변속기 단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단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주행감과 정숙성이 좋다. 기어 변화에 힘이 덜 드니 자연 기름도 덜 든다. 유해가스 배출량도 줄어들어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차가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다. 차값도 비싸진다. 업계 관계자는 “렉서스가 얼마 전 LS460에 세계 최초로 8단 변속기를 달았지만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실제 8단까지 쓸 일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5∼6단은 연비나 효용성 측면에서 이제 상용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뒤늦게 단수에 신경쓰고 나섰다. 현대자동차가 얼마전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하면서 6단 자동변속기를 단 것이 국내 최초이자 최고 기록이다. 아직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해 외국 제품을 수입해 썼다. 내년 말 출시 예정인 고급차 BH(프로젝트명)에도 6단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가운데 5단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은 10월말 현재 35.5%에 불과하다. 지난해(21%)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지만 아직도 세계 수준에는 못 미친다. 예컨대, 렉서스는 중형 차종에도 6단을 얹고 있다. 대중차인 혼다 어코드만 하더라도 5단이 기본이다. 기아차도 5단 비중을 지난해 15%에서 올해 26%로 끌어올리며 단수 경쟁에 가세했다. 특히 대형세단 뉴오피러스에 5단을 얹어 재미를 톡톡히 봤다. 2000㏄급에서는 올해 출시된 GM대우의 토스카가 국내 최초로 5단을 시도했다. 뒤이어 나온 SUV 윈스톰도 5단이다.GM대우차 중에 5단 차량은 수입차인 스테이츠맨을 빼고 이 두 종뿐이다. 르노삼성도 대형차인 SM7에만 5단을 적용하고 있을 뿐, 중형차인 SM5에 여전히 4단을 쓰고 있다. 레저용 차량(RV)이 많은 쌍용차는 액티언만 4단이다. 그렇다면 4단 차량과 5단 차량의 기름값은 얼마나 차이날까. 단수가 하나 올라가면 통상 연비가 약 4∼10% 개선된다고 한다. 연비가 10(리터당 10㎞)과 11인 경유차가 연간 2만㎞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기름값(리터당 1200원 전제)은 각각 240만원과 218만원이 든다. 같은 조건이라면 5단 변속기를 단 차량이 22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어비는 엔진과의 궁합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면서도 “5단 장착률을 좀 더 늘릴 필요는 있다.”고 털어놓았다. 변속기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벤츠가 최고급차인 S600에 아직 5단을 쓰고 있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 경우다. 벤츠는 이미 3500㏄ 이상 차량에 7단을 상용화하고 있다. 미국 운전자들의 성향상, 기어비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미국차들마저 단수 경쟁에 가세했을 정도다. 제너럴모터스(GM)는 내년부터 전 차종에 6단을 다는 것이 목표다. 포드도 익스플로러에 6단을 얹었다. 국내 유일의 자동변속기 제조업체인 현대파워텍(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도 6단 변속기 개발에 성공하고, 양산화 작업에 착수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넌 날로 먹니? 난 지지고 볶는다

    넌 날로 먹니? 난 지지고 볶는다

    “야. 미쳤니. 인삼은 그냥 먹는 것이 최고야.”라며 흙이 묻어있는 인삼을 툭툭 털어 잘라 먹는 김 과장. “밭에서 나는 산삼인 토마토는 신선하게 바로 먹어야 해.”라며 아이들에게 설탕을 뿌려 먹이는 성주 엄마. 우린 보통 음식을 먹을 때 ‘날’것일수록 영양소가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무엇이든 생으로 먹는 것이 몸에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야채는 물론 인삼, 소고기, 낚지 등도 마찬가지다. 정말 그럴까. 모든 것을 날로 먹는 것이 몸에 좋은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식재료에 따라 꼭 ‘열’을 가해야 몸에 좋은 영양소가 2∼3배 늘어나고 몸에 쉽게 흡수되는 좋은 영양소들이 가득해지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삼, 마늘, 토마토, 당근 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한번 알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촬영협조:쿠킹아트센타(www.foodcodi.or.kr) # 끓여 먹어야 영양 만점, 인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양음식이 바로 인삼이다. 수천년 동안 우리에게 사랑을 받아 온 인삼은 이제 외국에서도 영양가를 알아주는 진귀한 음식이다. 우린 대부분 인삼을 생으로 우유 등과 같이 갈아먹는 방법이 가장 쉽고 영양소 파괴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인삼에 들어 있는 건강활약 성분인 ‘사포닌 (진세노사이드)’은 48∼62시간 이상 열로 가열하면 생삼에 비해 최고 3배 이상 생긴다. 인삼(수삼)을 그대로 먹는 것보다 달여 먹는 것이 항암, 면역력증가, 피로회복 등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 덩어리로 만들어진다. 영농조합법인 순우리인삼 최후자(58)대표는 “인삼을 고를 때는 몸통이 매끈하고 묵직하며 잔뿌리인 미삼(尾蔘)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우리 인삼이 몸에 좋은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한번 열을 가해 만든 ‘홍삼’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양들이 더욱 많고 어떤 체질에나 다 맞는 훌륭한 건강식품이 된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만들기 힘들므로 홍삼액 제조기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편리하다.”고 권한다. # 홍삼 만드는 법 (1)가까운 인삼시장이나 마트 등지에서 질 좋은 6년근 수삼이나 건삼을 구입하여 깨끗한 물로 씻어 준비한다. (2)홍삼 제조기에 건삼 10지 기준으로 물 6ℓ를 붓고,95∼98도로 72시간 동안 달이면 된다. 홍삼액 제조기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더욱 홍삼액 제조기의 선택이 중요하다. 시중에 여러 가지 제품이 있지만 홍원의 ‘태양빛 홍삼 제조기’는 국내최초 할로겐램프(태양빛과 같은 적외선 방출)를 이용하여, 일반 전열기를 이용하는 기계보다 월등한 전기 절약뿐 아니라 사포닌 성분이 날아가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준다. 또한 홍삼액을 만들고 난 인삼을 버리지 말고 갈아서 차나 죽, 요구르트에 넣어 먹으면 그야말로 영양식이 된다. # 구워 먹어야 좋은 토마토 ‘천국의 사과’로 불리는 토마토는 노화와 심장병, 암을 예방하는 리코펜, 지방 분해를 돕고 피로회복에 좋은 비타민 등이 풍부한 대표적인 건강 채소다. 그러나 씻어서 그냥 먹거나 주스로 마시는 것보다 불에 10분 이상 익히면 ‘리코펜’성분이 30%이상 증가하며 우리 몸에 흡수도 잘 된다. (1)커다란 토마토는 얇게 썰고 방울토마토는 올리브유를 두르고 팬이나 오븐에 굽는다. (2)구운 토마토에 살짝 소금으로 간을 하고 빵 위에 올려 먹으면 아침 식사로 그만이다. # 볶아 먹어야 영양 가득, 당근 붉은 당근이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 당근에 많이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은 항암작용은 물론 피부 미용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 당근을 날로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8%에 불과하지만 기름에 조리하면 60∼70%로 껑충 뛰어오른다. 또한 베타카로틴이 껍질에 몰려 있으므로 깨끗하게 물로 씻어 볶아먹는 것이 우리 몸에 휠씬 좋다. 당근을 볶음밥이나 잡채를 할 때 듬뿍 넣어주면 영양 만점인 요리가 된다. # 지져 먹으면 더욱 좋은 마늘 마늘에 있는 ‘알리신’의 강한 항균작용은 각종 세균들로부터 몸을 보호해 줄 뿐 아니라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피로회복이나 체력증진의 강장작용을 갖게 만든다. 또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 때문에 예로부터 자연 강장제로 알려지기도 했다. 마늘은 특유의 냄새로 먹는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구워먹거나 간장에 담가 먹는 것이 좋다. 특히 고기, 야채 등과 함께 꼬치에 끼워 소스를 발라 팬에 지져 먹으면 영양소의 파괴도 없고 먹기도 좋다.
  • 건축주 체험,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건축주 체험,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글 황두진 건축가 자기 집을 짓거나 고치는 건축주의 마음은 어떨까. 건축가로서 많은 건축주를 대해 본 내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리는 없다. 다만 직업적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이해하는 것과, 자기가 직접 체험하는 것 사이의 차이는 부정하기 어렵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건축주다. 사무실과 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고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 머리를 자기가 깎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내 결론은 오직 건축주와 건축가의 역할에만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즉 공사를 직접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집을 고친다고 하니까 주변 분들은 당연히 내가 소위 직영공사라는 것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렇게 하면 몸은 좀 고되지만 돈은 절약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설계와 감리 업무를 통해 수도 없이 공사현장을 드나드는 사람이다. 그러니 주변의 그런 예측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시공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전문성이 요구되고,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어야 하며, 또 일에 맞는 성격과 경험이 필요하다. 정 무리하면 본인이 스스로 못할 것도 없겠지만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결국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를 보고 상황을 장악하는 것인데, 작은 공사를 한두 번 해보고는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 큰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같은 건축가 중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아무리 내 건물을 고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기간 중에 나와 내 사무실 직원들은 사무실의 다른 일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가 설계자이므로 당연히 감리는 하겠지만, 그것은 직접 현장소장이 되어 공사를 이끌어가는 것과는 다르다. 건물을 뜯어보니 그야말로 30년이라는 연륜이 느껴졌다. 천장에는 마감재가 4겹 정도 붙어 있었다. 가장 안쪽에서부터 대략 10년 정도를 주기로 계속 새로운 마감재가 더해진 것이었다. 우리나라 현대건축 천장 마감재의 살아 있는 역사였던 셈이다. 이전에는 벽이나 천장에 나무를 많이 붙였는데 이 건물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생활수준을 감안할 때 오히려 지금보다 사람들이 건축에 투자를 더 많이 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평소 눅눅하고 유난히 벌레가 많이 끼던 한 구석의 벽체는 알고 보니 그 내부의 배관이 터져서 미세한 실금으로 물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지만, 그나마 이제 고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보통 집을 고치면 갑자기 그 옆집에 벌레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우리 건물에 있던 벌레들의 거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당에는 잔디가 조금 심겨져 있었는데 짐 나르는 중장비가 들어와서 몇 번 휘젓고 나니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평소에는 지렁이들이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땅에 숨구멍을 내놓아 물이 잘 빠졌는데, 이젠 비가 오면 마당 여기저기에 물구덩이가 생긴다. 그래서 공사가 끝나면 바닥만 정리하고 맨땅으로 지내며 지렁이를 필두로 하는 자연의 회복력을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뭔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 중이다. 내가 어렸을 때 집을 지어보신 경험이 있는 어머니는 가끔 전화를 하셔서 내게 집 고치는 요령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철거가 일의 절반이란다’, ‘집주인은 너그러워야 한단다’ 등. 어느새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런 경우 내가 건축가라는 사실은 별로 의미가 없다. 집을 짓거나 고친다는 것, 그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일의 하나다. 워낙 변수가 많고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작은 주택이라고 해도 어지간히 큰 건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앞뒤로 얽혀 있는 공정이 서로 꼬이기라도 하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돈이 더 들거나, 시간이 더 들거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니면 이 전부 다 거나다. 그러나 이런 복잡함 속에 어떤 진실한 아름다움 같은 것이 숨어 있어서,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짓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결국 이러한 결과를 위한 산고인 셈이다. 그 기분은 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이런 경험을 건축가로서, 또 건축주로서 동시에 가져 보는 것은 그만큼 각별하다. 나는 지금 이것을 최대한 즐기고 있다. 황두진 ·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 미국 예일대에서 건축석사 학위를 받았다. 재미건축가 김태수 문하에서 7년 간 일했으며, 2000년 독립하여 자신의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 현재 황두진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가을에는♡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버려 두었던 단어 몇 개를 내 가슴에 품고 마음 깊이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할 것입니다.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은 나누기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갈 것입니다.그분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입은 사람. 슬픔 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 사람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것입니다.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들에 핀 들국화 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정겹고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입니다.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랫소리. 풀벌레 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내 마음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 나무를 뽑아낼 것입니다.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입니다. - 정용철님의 책 <마음이 쉬는 의자>에서-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갑니다.언젠가 저장해 두었던 위의 글을 다시 읽으니 좋아서 나누고 싶습니다.10월에는 추석연휴가 끼어있으니 가족들과의 모임 외에도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우리도 가을이 되면 성지 순례를 하거나 코스모스와 억새풀이 출렁이는 곳으로 종종 가을 소풍을 가기도 합니다.수녀는 늘 사랑 속에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자, 남을 가르치는 선교사이며 교육자, 알뜰한 살림꾼이며 요리사, 사소한 것으로도 멋을 내는 생활 속의 예술인,모든이에게 마음이 열려있는 기도자, 아픈이의 위로자... 참으로 모든이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종합선물셋트’가 되어야 하니 때로는 삶이 고달프지 않겠어요? 각 개인이 다 할 수 없는 것을 공동체는 서로 서로 보완하게 해 주어 좋습니다. 공동체의 고마움을 새롭게 절감하는 요즘이에요. 저도 언제 기회가 오면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싶어요자주는 아니지만 간병하며 제 나름대로 터득한 몇가지 사항을 혹시 다른분들에도 참고가 될까하여 생각나는대로 적어둡니다. 입으로 외우는 염경기도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성심으로 돌보는 행위 역시아주 중요한 기도의 예식임을 새롭게 절감하면서 말입니다.♥ 얼굴 표정은 늘 밝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의 기분도 밝아집니다♥ 말씨는 평소보다 좀 더 상냥하고 공손하게 해야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마음놓고 필요한 심부름을 시킵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병상의 그분에게만 마음과 시선을 집중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돌봄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받아들이며 쓸쓸해 하지 않습니다 ♥ 때로 환자가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고집을 부릴 때는 충분히 들어준 다음 ‘알아본다’고 하며 간호사에게 가서 지혜를 구하고 마음이 다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게 평화적으로 설득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믿고 의지합니다♥ 대화를 할 수 있을 적엔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줍니다:그러면 기분이 좋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신나게 들려주기도 하지요♥ 앞의 소임자에게 인계받은 사항 외에도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살펴보고 연구하여 메모를 했다가동의 하에 실행합니다:그러면 간혹 동화나 시도 읽어주며 공감대가 형성 됨을 느낄 수 있고 환자의 팔을 주무를 적엔 손톱이 닿아 안 아프게 해야겠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지향으로 자신의 피곤함과 어려움은(나중에 쉬면 되니까)들키지 않게 관리합니다:그래서 화장실 봉사할 적엔 냄새도 안 나는 것처럼 더 명랑하게 말하고 보호자의 밥은 더 맛있게 먹겠다고 작정하면 정말 그렇게 되더라구요.이 밖에도 많지만 오늘은 이쯤 할게요. 사랑이란 달콤한 낭만이 아니라 때론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임을 배우고 당연한 것도 기적처럼 느껴지며 매사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곳 또한 병원인 것 같습니다.제가 최근의 어느날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던데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옮겨 적습니다.”사람들은 왜 그리 극단적인 말을 할까. 왜 좀 더 순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흥분된 기분을 절제 못하고 막말을 내뱉는 것일까.화가 나면 그리해야하는 것일까-->(화가 난다는 이유로 그리해도 되는 것일까)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더라도 속상하고 그러 인해 엷은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모처럼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안부를 묻고 상대의 주변상황에 대한 이야길 하는게 옳지,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험담 그리고 자신의 질병 고통, 자랑부터 시작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을 대하면 금방 슬픈 마음이 된다. 나도 종종 이런 실수를 하지만 더욱 깨어있어--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하는 대화자가 되고 싶다. 요즘 저의 곁에 있는 책들은,<파인애플 스토리>(김두화 역/나침반), <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도요새), <마더 데레사의 단숨한 길>(마더 데레사.백영미 역/사이), <새벽을 흔들어깨우리라>(마리아 루이스 스카퍼란다.강우식 역/바오로 딸), <길에서 만난행복>(루이스 알렉산드레 솔라누 로씨.김항섭 역/바오로 딸), <길리아드: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마릴린 로빈스.공경희 역/지식의 날개), <안데르센 동화 123가지>(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한국어린이문화연구소 엮음),<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황금 나침반), <루쉰의 편지>(리우푸친 엮음.임지영 역/이룸), <소걸음으로천리를 가다>(정수일/칭비), <낙천주의 예술가>(다니엘 리베스킨트.하연희 역/마음산책),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노향림/창비) 등입니다.올 해 안으로 해인의 신간 두 권이 출판사는 다르지만 쌍둥이 자매처럼 나오게 되었답니다.1986년 <두레박>이후 20년만에 분도출판사에서 하나, 2004년 봄 이후 마음산책에서 하나 나오는데 아직 제목은 확실히 정해 지지 않고 논의 중입니다.하나는 그간 지면에 발표되었던 글들이, 하나는 수년간의 해인방 소식에서 가려뽑은 글들을 토대로 한 것들이 묶여지는데...나오면 읽어주셔요!’한 개의 두루마리 만드는데 나무 세 그루가 필요하다고 합니다’오늘 우리집 화장실에 들어가니 이런 글귀가 적혀 있네요.아껴쓰란 말일테지요. 사실 우리는 물 전기 종이를 낭비하는 경향이 많아요. 어쩌다 여행길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들이 물을 쓰거나 공동으로 비치된 화장지를 말아서 가져가는 걸 보면 제가 며칠 간 쓸 것을 한꺼번에 가져가곤 합니다. 모든 걸 아직 흔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적에 좀 더 절약하는 우리가 되도록 해요.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고도 여러분의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셨지요?이 가을 부디 성실하게 노력해서 더욱 행복한 나날 이루시길 비오며, 부산 광안리에서....해인 수녀
  •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7) 현대중공업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7) 현대중공업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많은 이윤을 내야 고용이 보장되고 임금인상과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화합이 중요합니다.” 현대중공업 김성호(48) 노조위원장은 17일 “노조가 협력해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현중 노조는 지난 2004년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과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가고 있다. 시대변화에 맞춰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그 기조를 지키고 있다. 산업연맹과 결별로 내지 않게 된 연간 6억여원에 이르던 연맹비와 무파업으로 절약되는 노조비를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에 사용해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이같은 합리성향에 힘입어 올해로 12년 연속 쟁의없이 노사협상을 타결했다. ●최강성에서 합리노조로 탈바꿈 조합원 2만 5000여명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동계가 인정하는 제일 강성 노조였다. 노동운동 초창기부터 현대자동차 노조와 쌍두마차를 이루어 과격분규를 주도했다.1988년부터 이듬해까지 계속됐던 128일 파업, 고공농성의 효시로 불리는 1990년 골리앗크레인 점거농성 등은 대표적 투쟁사례로 꼽힌다. 투쟁 외골수였던 노조가 합리적인 선진노조로 탈바꿈하게 된 데는 노사신뢰가 바탕이 됐다. 노사는 오늘의 상생관계가 있기까지 비싼 대가를 치렀다. 1987년 노조 설립뒤 해마다 장기파업으로 생산손실·대외신인도 하락 등 유·무형의 손해가 컸다. 회사측이 파업기간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지키는 바람에 파업을 할수록 노조원들의 월급봉투는 얇아졌다. 투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노조원들이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됐다. ●고용보장에 노조원 감동 김종욱 노사담당 이사는 “회사가 경영 제1목표로 삼고 추진한 고용안정 정책이 노조원들의 성향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창사이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단 한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조선·플랜트·해양·엔진기계·전기전자·건설장비 등 6개 사업분야 가운데 조선·건설장비를 뺀 나머지 사업분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침체상태였음에도 고용만큼은 보장했다. 김 위원장도 “회사의 확실한 고용보장에 노조원들이 감동해 회사를 이해하는 마음과 애사심이 싹트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노사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 영업현황·경영위기상황 등 회사 안팎사정을 있는 대로 숨김없이 노조에 설명하는 등 꾸준히 애를 써 노사신뢰를 쌓았다.”고 밝혔다. 조합원 복지에도 회사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다. 사원아파트 1만 6000여가구를 지어 시중분양가보다 30% 싼 값에 공급했으며 동구 관내에 6개 문화예술회관을 짓고 7개 잔디구장을 조성해 사원가족들이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노사관계 안정으로 세계 일등 노조는 지난해 21세기 선진노조 건설을 선언하고 ‘노조이념’과 ‘노조강령’ 각 6개항을 채택했다. 항목마다 ‘노사 상생·노사 공존공영·상생적 노사문화·노사안정·신노사문화 창출’과 같은 노사화합을 강조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러나 ‘투쟁’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노조사무실 모습과 분위기도 과거와는 전혀 딴 모습이다. 일반사무실보다 더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노동운동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나 벽보 등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다. 외부 방문객을 대하는 노조 상근자들의 친절한 자세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초 노조위원장이 선박을 발주한 미국 엑손모빌사에 “최고의 기술을 발휘해 멋진 선박을 건조할 기회를 주어 감사하며 최고 품질로 보답하겠다.”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갖춘 현대중공업의 대외신인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려 외국 고객사들은 마음놓고 선박건조를 맡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2009년까지 일감을 확보해 놓고,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위주로 수주활동을 하고 있다. ●방심은 금물 김 위원장은 “노조 집행부와 회사가 노사관계에 항상 신경을 쓰고 노력해야 신뢰가 깨지지 않고 지금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집행부는 매주 하루씩 현장에 조합원들을 찾아간다.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대화를 하며 건의사항 등을 듣고 회사가 나서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회사측과 의논해 해결한다. 김 이사는 “노조가 과거처럼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 건의사항은 회사가 되도록 들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을 1년 연장해 58세로 합의한 것은 당초 회사가 수용하기 힘든 요구였으나 회사가 노조를 믿고 받아들인 좋은 사례이다. 글 사진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법을 지켜야 할 이유/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독일 유학 중에 보았던 TV방송의 ‘몰래카메라’ 얘기다. 조그마한 글씨로 당부사항을 적은 쪽지를 슈퍼마켓 출입문 한 구석에 붙여 놓고 손님들의 반응을 엿보는 것이었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고객 여러분께! 카트 사용 중에 충돌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에는 자동차 깜빡이를 켜는 식으로 손을 흔들어서 수신호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인 백.” 카메라에 잡힌 장면은 필자의 예상과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노인들을 포함해서 손님들 거의 대부분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이 유심히 쪽지를 읽고, 카트를 밀고 가면서 곧이곧대로 손을 흔들어서 좌회전, 우회전 신호를 하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제작자는 대충 이런 결과를 예상하면서 가벼운 흥밋거리로 만든 것이었겠지만, 필자에게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사점이 적지 않은 화두로 남아 있다. 아마도 다른 나라가 아닌 독일의 방송프로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성냥 한 개비를 쓸 때도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담뱃불을 붙인다는 ‘절약’의 범례와 함께,‘준법!’ 하면 연상될 정도로 자주 들었던 ‘도로에 보행자가 전혀 없는 한밤중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면 철저하게 정지한다’는 얘기의 무대가 독일이었다. 실제로 5년 남짓 살면서 가끔 목격한 바, 적막한 새벽녘의 외곽도로 교차로에서도 묵묵히 신호등에 따라 준법운행을 하는 모습은 전혀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 또 한편, 나치 체제를 뒷받침하고, 결과적으로 유대인 학살의 만행과 ‘유색인종과 성교나 유사성교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따위의 ‘총통명령’을 합법화하였던 이른바 ‘수권법’(授權法)의 현장도 대략 반세기 남짓 전의 독일땅이었다. 아우슈비츠의 홀로코스트를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재연한 ‘쉰들러 리스트’(스티븐 스필버그 감독,1993)를 본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 온 다음에도 한참이나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눈물을 훔척대는 모습을 보았던 곳도 당시 독일 수도인 본이었다. 비판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의 정신자산에 관한 한 둘째라면 서러워 할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야만과 폭력을 용인하였던 것인지, 필자 역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상념에 빠졌던 것도 기억난다. 2005년도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법을 지키지 않는 이유’로 20.8%가 ‘손해 볼 것 같아서’,26.6%가 ‘다른 사람도 지키지 않아서’,‘기타’가 4.5%, 나머지 48.1%는 ‘귀찮아서’라고 답하였다. 최근에 적발된 목불인견의 법조비리작태들이 잘 보여주듯이, 그 이유들은 주로 법집행의 엄정성과 공평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법문화의 후진성, 특히 냉소적이고 무비판적인 법의식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항목을 비슷하게 구성하여 설문을 반대로 바꿔서 ‘자기 자신이 법을 지키는 이유’를 물으면 답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민주법치국가에서 기대되는 준법의 제일의 이유는 시민 개개인의 건실한 비판력과 사회의 자정력에 의해서 확인되고 담보되는 법의 타당성에 대한 믿음과 수긍이다. 말하자면 ‘따를 준’(遵)자 그대로 존경할 만한 받침, 즉 법을 따르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명분과 합리적인 실익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대신 의논하여 결정’하는 대의(代議)입법자에 대한 신뢰와 입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필수조건임은 물론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 후에 폐기 또는 존치된 규정들을 선별하여 정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누더기가 되어 버린 ‘신문법’도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킨 법률이었다. 장중한 대법전 속에 ‘슈퍼마켓교통법’은 없는지, 물건 잔뜩 실은 카트 밀랴, 깜빡이 수신호 하랴,‘꼭두각시준법’에 여념이 없는 것은 아닌지 가끔 돌아 볼 일이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강학중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생활비 보고받는 ‘짠돌이 남편’

    Q생활비를 남편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받아 쓰는 게 너무 싫습니다. 아이들이 어쩌다 비디오라도 빌려보자고 하면 돈이 아깝다고 합니다. 비디오 한 편에 돈이 얼마나 든다고 그러는지…. 몇백원으로도 온 식구가 행복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어쩌다 좋은 일이 생겨 외식이라도 하자고 하면 집에서 먹자고 초를 칩니다. 뭘 위해서 돈이라면 그렇게 벌벌 떠는지 아내보다 가족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우리 남편,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 (정현지·40세) - A주어진 생활비 안에서는 아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는 부부가 많은데 일일이 남편에게 보고하고 그때마다 돈을 타쓰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셨을까요. 큰 돈 드는 일도 아닌 것까지 아이들의 욕구를 무시하니 어머니로서 지켜보는 마음도 무척 아팠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술값이나 도박으로 가정 살림을 망치는 남편, 자기는 돈을 펑펑 쓰면서 가족에게는 지나칠 만큼 인색한 남편에 비해서는 책임감이 강하고 절약이 몸에 밴 분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부부 사이의 화목을 깨는 ‘인색’이나 돈만 밝히는 남편으로 느껴진다면 균형잡힌 삶으로 보기는 어렵겠지요.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생존욕구’라는 것입니다. 남편은 그 생존욕구가 무척 강한 분이 아닌가 합니다. 왜 우리 남편이 돈에 대해서 그렇게 집착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성장환경, 시부모님의 돈 씀씀이, 남편의 가치관 그리고 본인의 소비습관에 대해서도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나를 지키는 힘은 돈이며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사람은 비참해진다는 생각을 남편이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남편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지, 왜 그렇게 돈을 모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돈을 모아 나중에 어떻게 쓰고 싶은지, 나의 돈 씀씀이에 대해서 불만스러운 점은 없는지, 아이들에게는 어떤 가치관과 태도를 심어주고 싶은지를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혼자 버는 살림에 이렇게라도 아끼지 않으면 돈을 모을 수 없다.’‘나중에 목돈 들어갈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만약 실직을 하거나 세상을 먼저 떠나기라도 하면 어떻게 살거냐.’하는, 남편 나름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그리고 깊은 배려가 깔려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대화의 첫마디는 부드럽게, 남편의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얘기로 시작하면 더욱 좋겠지요. 남편의 얘기를 충분히 들은 다음, 아이들 심정을 대변해 주셔도 좋구요. 아이들이 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나이라면 아이들이 아빠에게 직접 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 본인의 심정을 솔직하게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날 무시하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하고, 난 이 집에서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으로 괴롭고 슬펐던 심정을 차근차근 부드럽게 전달하신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세상에는 돈, 넓은 집, 좋은 차 못지않게 중요한 재산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건강이고 가족이고 부부간의 애정과 믿음입니다. 물론 절대적인 가난 앞에서는 그런 가치들을 지켜 나가기도 어렵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거나 부부간의 사랑과 믿음이 깨지거나 가족이 해체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그리고 당신의 절약하는 태도가 얼마나 큰 미덕인지를 먼저 인정해 준 다음, 가족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배려할 줄 아는 지혜를 요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 소장>
  • [농업 희망을 쏜다] (13) 친환경 쌈채소로 신화 창조

    [농업 희망을 쏜다] (13) 친환경 쌈채소로 신화 창조

    “인터넷 클릭 한번이면 최신 농업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기술 평준화’시대 아닙니까.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지요.” 충북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에서 쌈 채소를 재배하는 장안농장 류근모(46) 대표는 평범한 귀농인도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마케팅이 있으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10년전 귀농한 뒤 농약없는 유기농 쌈 채소로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70억원. 그는 “농업은 생산에서 마케팅은 물론 상품 디자인에다 홍보까지 원스톱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면서 “농사꾼도 철저히 공부하지 않으면 망하는 직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웰빙 붐’을 타고 유기농 쌈채소로 승부 류 대표는 농사의 ‘농(農)’자도 몰랐다.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다. 기계설계학과를 전공한 뒤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에서 다소 생뚱맞은 화분대여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가게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등을 오가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웰빙에 관심이 갔다. “채소의 유통 과정을 살펴보니 웰빙 열풍에 맞춰 앞으로 10년 이상은 유기농 쌈채소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특히 생산 사이클이 짧은 채소가 자본이 부족한 저에게는 제격이라고 생각했지요.” 1996년 맨주먹으로 낙향한 그는 곧바로 유기농 채소 재배에 뛰어들었다. 부모님이 유산으로 물려주신 충주 땅에 양재동 화훼시장 시절 지었던 비닐하우스 철근을 뜯어와 다시 세웠다. ●‘생태순환 농법´으로 부가가치 창출 그는 땅을 신뢰하는 재배법에 초점을 맞췄다.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흙에다 옥과 맥반석, 숯 등을 섞어서 우려낸 물을 채소에 공급했다. 한약재와 각종 미생물을 함께 발효시킨 퇴비도 손수 만들어 뿌렸다.‘물 정화장치’까지 고안했다. 채소에 공급되는 물은 사람이 마셔도 될 만큼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했다. 팔리지 않은 쌈 채소는 소에게 먹인 뒤 배설물을 썩혀 유기농 퇴비로 활용하는 ‘생태순환 농법’을 채택했다. 자연스레 유기농 소를 만드는 부가이익도 생겼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장안농장의 쌈채소는 일반 채소보다 가격이 수십배에서 최고 100배에 이르는 최상품으로 팔려나갔다. 98년에는 정부로부터 유기농 품질인증을 받았다.2001년에는 농림부가 선정한 우수농장에 뽑혔다. 농장 규모는 8만㎡, 직원은 85명에 이른다. 쌈채소 이외에도 취나물 등 우리의 고유나물 50가지를 재배하고 허브, 겨자채, 쌈케일 등 외국산 쌈채소 100가지도 생산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이 지역 최대의 농장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주문판매… 안전성·신선도 유지 장안농장의 쌈채소는 이마트의 전국 지점 10곳과 인테넷 주문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일반 채소와의 차별화 등 브랜드 유지를 위해 재래시장에는 공급하지 않고 있다. 류 대표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특히 인터넷 주문판매의 경우 안전성과 신선도를 중시하는 상위 1%의 고소득층을 단골 고객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은 농업이 갖춰야 할 시스템을 다 갖췄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동안의 목표는 ‘유기농을 넘어선 유기농’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완공된 ‘장안 쌈채소박물관’과 ‘장안 유기농업연구소’,‘장안 쌈채소공원’ 등이 그 연장선에 있다.1년에 2차례 여는 쌈축제는 올해로 열번째 돌을 맞았다. 귀농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기농 대안학교와 유기농 대학을 설립, 후계 농업인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웰빙 체험 프로그램 준비 류 대표는 “농산물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으며 그 안에 문화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농촌을 찾아와 농산물을 직접 보고 먹는 최고급 농업 마케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달 중 문을 여는 ‘쌈밥 체인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미국의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처럼 우리 고유의 쌈채소를 이용한 세계적인 체인점 사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류 열풍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죠.” 아울러 올 가을엔 깜짝 놀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인 등 외국인과 국내 고소득층을 겨냥한 ‘최상위 명품 마케팅’이다. 한달에 1차례 고객 10여명을 대상으로 2박 3일의 최고급 웰빙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프랑스 최고 요리사가 만드는 유기농 요리 체험에다 산삼 캐먹기, 요가, 숯가마 체험 등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웰빙 체험을 할 수 있어 참가비는 수백만원으로 책정되겠지만 참가자는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충북 충주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국내 채소산업 현황·과제 국내 채소산업은 식생활의 서구화로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고전을 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산 채소들이 밀려오면서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결과에 따라 관세가 낮아지면 더 불리하게 된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채소류 생산량은 958만t으로 2004년 1046만t보다 다소 줄었다. 이는 세계 채소 생산량의 1.1%로 중국, 인도, 미국, 터키 등에 이어 11위에 해당된다. 특히 마늘(36만t)은 3위, 고추(41만t)는 8위, 양파(95만t)는 11위 등으로 나타났다. 채소류는 잎채소, 뿌리채소, 열매채소, 양념채소 등으로 나뉜다. 잎채소의 대표격인 배추의 생산량은 233t으로 2004년의 287만t보다 54만t이나 감소했다. 반면 중국 등으로부터의 김치 수입은 크게 늘었다.2002년 1042t에 불과했으나 2004년 7만여t에 이어 지난해에는 11만t이나 들어왔다. 국내 김치 소비량의 9.2%를 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뿌리채소 가운데 감자는 2003∼2004년 호황을 누렸지만 그 여파로 지난해 재배면적이 30% 이상 늘어나면서 올해 가격이 폭락했다. 당근은 관세를 적용해 수입하는 품목이어서 이미 국내 생산을 잠식하고 있다.2001년 15만여t이던 생산량이 지난해에는 12만여t으로 줄었다. 양념채소의 경우 고추·마늘·양파는 공급과잉이 심각하다. 지난해 고추 생산량은 16만여t이지만 수입은 절반에 가까운 7만여t이다. 재고량도 5만여t에 이른다. 마늘과 양파는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지난해 37만t과 102만t으로 2004년보다 4.8%,8% 늘었다. 열매채소는 식물방역법에 의한 수입금지로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 다만 웰빙붐을 타고 토마토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생산량은 44만t을 기록했다.2001년 21만t의 두배를 넘는다. 농림부와 전문가들은 “국내 채소산업은 생산량이 줄어도 그 틈을 수입농산물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이 좀체 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품목별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都·農교류’ 주말농장·농촌체험 마을서울 서초구 양재동 청계산 기슭에 자리잡은 대원농장은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자녀들과 함께 채소를 가꾸거나 종자를 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쪽에선 직접 뜯은 상추로 삼겹살을 싸서 먹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명실상부한 국내 ‘1호 주말농장’다운 모습이다. 대원농장은 김대원 대표는 이 곳에서 10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 벼농사에 이어 꽃과 채소도 심었으나 89년부터 주말농장으로 전환했다. 주말농장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도 소득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매년 작황과 시장 수급에 따라 소득이 일정치 않았으나 5000평을 3평으로 쪼개 1500명에게 분양하는 현재의 수입은 1억 5000만원이다. 그것도 선금으로 받는다. 또한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회원들이 직접 심고 가꾸니까 노동력도 절약된다. 김 대표는 그러나 “주말농장을 하려면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면서 “돈을 받고 땅을 내줬으니 알아서 하라는 생각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원농장은 1년에 2차례 거름을 주고 밭갈이를 해주며 모종과 씨앗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 현재 농협을 통해 분양되는 전국의 주말농장은 322곳으로 도농교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농협 홈페이지(www.nonghyup.com) 주말농장 코너나 팜스테이 홈페이지(www.farmstay.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주민들은 농가외 소득이 평균 1억원을 넘는다.‘추부깻잎’의 명성 때문이다. 23년전 만인산농협조합이 기존의 뚝뚝하고 질긴 깻잎 대신 향이 많고 부드러운 깻잎 개발에 나선 이래 전국 최고의 명품으로 우뚝섰다.600 농가가 연간 올리는 매출은 80억∼100억원, 올해에는 90억원으로 추정된다. 추부깻잎 정보화마을로 지정되면서 깻잎뿐 아니라 포도와 배 등을 집접 수확할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효동 정보화마을 위원장은 “이 곳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깻잎 뒷면은 자줏빛이 나고 향이 강한 게 특징”이라면서 “막걸리와 우유에다 솔잎을 숙성시킨 유기농 비료를 주는 등 친환경 재배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3㎏짜리 박스당 가격은 1만 2000원으로 일반 깻잎보다 3000∼4000원 더 받는다. 깻잎 짱아찌·김치·홍삼액 등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세척 공장에다 전국 직배 시스템도 갖췄다. 온라인(chubu.invil.or)으로 주문을 받는다.8월27일에는 포도주를 직접 만드는 와인 축제를 벌인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Long~ 여름 Cool~ 할거야

    Long~ 여름 Cool~ 할거야

    계절마다 하나쯤을 가지고 있어야 할 아이템이 있다. 여름이면 기다려지는 휴가, 여행에 대한 희망이 ‘리조트룩’이나 ‘마린룩’으로 표현되고, 그 대표 주자인 반바지, 줄무늬나 물방울 무늬의 패션 아이템이 올 여름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女 # 경쾌한 짧은 바지 미니스커트와 함께 유행하고 있는 반바지. 특히 올해는 밑단을 접어올린 롤업(roll-up) 스타일이 많다. 비키 이선화 디자인실장은 “짧은 반바지는 길이와 스타일에 따라 섹시함과 활동적인 멋을 아우르는 매력이 있다. 이번 시즌에는 소재와 디자인이 한층 업그레이드돼 어떤 장소, 상황에서도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바지를 생각없이 잘라 접어올린 듯한 반바지도 올해는 캐주얼한 멋을 내는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화려한 벨트나 스카프를 허리에 묶으면 세련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실크 느낌을 가미한 면 소재나 새틴 소재로 만든 반바지를 정장 스타일의 재킷과 함께 입으면 옷차림이 차분해진다. 주말 여행이나 나들이를 위해 반바지를 입을 때는 약간 넉넉한 디자인이 좋다. 몸에 붙는 톱은 활동적이면서 섹시하게, 레이스가 달린 톱을 매치하면 좀 더 여성스럽게 보인다. 납작한 플랫 슈즈나 스니커즈로 경쾌한 차림을 만든다. # 시원한 물방울 물방울 무늬가 갖는 특유의 경쾌함은 올 여름을 더욱 활기차게 한다. 지난 봄에 남성복에 많이 사용된 물방울 무늬는 올 여름에 여성복으로 옮겨왔다. 아주 작은 핀 도트(pin dot)에서부터 동전 크기의 코인 도트(coin dot), 조금 큰 폴카 도트(polka dot)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크기가 커질수록 화려하고 섹시한 느낌이 강해진다. 같은 크기의 무늬가 규칙적인 것은 여성스럽고, 다양한 크기의 무늬가 배열된 것은 역동적으로 보인다. 자칫 현란해보일 수 있는 물방울 무늬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은은한 색상을 선택한다. 처음 도전한다면 중간 크기의 폴카도트가 무난하다. 상의나 하의 중 하나만 물방울 무늬 아이템을 입고, 나머지는 절제된 단색으로 매치해야 단순미를 드러낼 수 있다. # 세련된 줄무늬 봄부터 시작된 줄무늬에 대한 애착은 여름까지 이어진다. 특히 여름이면 높아지는 리조트룩, 마린룩의 인기는 줄무늬에 대한 사랑을 더욱 키운다. 올 여름에는 파란색 계열에서 빨강, 초록, 오렌지 등 다양한 색상의 줄무늬가 시선을 끈다. 두 세 가지 색상을 섞은 멀티 스트라이프는 더욱 생기있고 발랄한 이미지를 전한다. 줄무늬 아이템은 특히 코디에 신경써야 한다. 가로·세로 기울기에 따라, 굵기에 따라 날씬해 보이기도 통통해 보이기도 한다. 가로줄은 포근하고 넉넉한 인상을 주고, 세로줄은 날씬하고 세련돼 보인다. 사선줄은 역동적인 느낌이다. 줄무늬 아이템 역시 상의나 하의 중 하나는 단색으로 연출한다. 검정색 줄무늬 상의를 입었다면 하의는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는 색상의, 무늬 없는 단색으로 입어야 세련돼 보인다. 파란색 볼레로 카디건과 같은 계열의 줄무늬 원피스를 함께 입으면 여성스러우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좀 더 경쾌하게 보이고 싶다면 조화를 깬 코디를 시도해 본다. 보색을 매치해 화려하게 연출하거나 줄무늬 바지에 튀는 색상의 상의를 입어 개성을 표현한다. ■ 男 타이를 풀어라 늘 정장을 입어야 하는 남성 직장인들에게 여름은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더위도 더위려니와 넥타이를 매는 차림은 더욱 숨이 막히게 한다. 타이를 풀어헤쳐 시원한 차림을 만들고 싶지만 자칫 격식을 차리지 않은 듯하거나,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시원하면서 세련되고, 산뜻하면서 멋스러운 여름 정장 차림, 어떻게 연출할까. # 장식있는 셔츠로 목선에 포인트 타이를 매지 않은 ‘노타이(no-tie)’ 차림은 여름철 남성 패션으로 자리잡았다. 타이를 매는 답답함을 덜어 입는 사람도 좋고, 그나마 더위를 덜 느끼게 해 에너지 절약에도 이바지한다는 사실. 이 노타이 패션의 관건은 재킷을 입었을 때 셔츠가 드러나는 ‘브이(V)존을 어떻게 꾸미느냐’다. 밋밋한 하얀색 셔츠보다 장식미를 더한 스타일이 훨씬 맵시를 더한다. 엠비오 장형태 디자인실장은 “옷깃에 바느질, 자수, 무늬를 넣은 셔츠는 캐주얼하면서도 멋스럽다. 크리스털 장식이나 보석 느낌의 단추가 있는 디자인은 타이를 대신해 멋스러운 V존을 만들며 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잔잔한 헤링본(생선뼈 같은 사선 무늬)이나 페이즐리,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셔츠는 정장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옷깃과 소매 부분을 다른 색상으로 처리하는 클래릭 셔츠도 사랑받는다. 회사에서는 셔츠의 단추를 하나만 풀고, 자유로운 여가 시간에는 캐주얼한 목걸이가 살짝 보일 정도로 단추를 열어 때와 장소에 따라 변신을 시도해도 좋다. # 흰색 재킷으로 깔끔하게 주름 가공으로 몸에 달라붙지 않는 ‘시어서커(지지미)’와 ‘마(린넨)’는 여름에 많이 쓰이는 소재. 올해는 면과 마 등 자연스러운 표면의 자연 소재와 시어서커에 실크나 레이온을 섞어 광택감을 살린 소재가 특히 인기다. 색상은 단연 하얀색이 으뜸이다. 하얀색으로 깔끔한 재킷이나,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나 바늘땀 장식을 해 캐주얼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여름용으로 사랑받는다. 밋밋할 수 있는 하얀색 재킷 안에는 셔츠로 멋을 낸다. 선명한 색상의 줄무늬 굵기를 달리한 멀티 스트라이프 셔츠나 바다를 연상시키는 진한 파랑, 오렌지 색상의 셔츠를 매치하면 경쾌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맨스타 김수진 디자인실장은 “면, 마 등 편안한 느낌의 재킷을 입고, 클래릭 셔츠나 화사한 색상의 셔츠를 입으면 세련돼 보인다. 같은 계열의 색상을 자연스럽게 코디하는 게 기본이지만 대비되는 색상으로 과감한 표현을 하는 것도 멋스럽다.”고 조언했다.
  • [한미FTA 쟁점 이렇게 넘자](8)원산지 규정·통관·검역·의약품

    [한미FTA 쟁점 이렇게 넘자](8)원산지 규정·통관·검역·의약품

    한·미 FTA협상에서는 워낙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원산지 규정이나 통관절차, 위생·검역 규정 등은 자칫 소홀히 다루기 쉽다. 그러나 미국 기업과 직접 거래를 하는 우리 기업들은 이 분야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현재 미비한 점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원산지 규정을 만들면 피해가 국내 기업에 고스란히 돌아오는 비관세장벽이 되는 만큼 품목별로 철저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산? 중국산? 원산지 규정은 어떤 상품에 대해 해당 국가의 원산지를 인정해야 하는가의 기준을 말한다.FTA는 체결 당사국끼리만 서로 특혜관세를 인정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 원산지로 인정하느냐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만든 옷이라도 중국산 또는 베트남산 실을 썼다는 이유로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특혜관세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일반관세를 물 수밖에 없다. 때문에 FTA 협상때는 원산지 기준에 대해 서로 첨예하게 협상 막바지까지 대립하는 게 통례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점도 이를 둘러싼 마찰을 크게 할 수 있는 요소다. 이번 협상에서는 특히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통관 절차, 위생·검역 규정 간소화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대미 수출기업 225곳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3곳(28.4%)이 통관에 가장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위생·검역(13.6%)과 수입규제나 원산지제도 등 상품교역 일반분야(13.6%)에서 애로를 호소한 기업도 많았다. 미국은 통관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해 기업들에 추가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불만이다. 더구나 미국은 주(州)별로 기술규정이 달라, 연방규정만 통과해서는 통관이 어렵다. 특히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을 수출할 때는 세관에서 샘플(견본)수거나 검역에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려 부패하기 쉬운 식품 등은 금전적 손실이 적지 않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과다한 서류, 부당한 통관 지연 및 시비 등 통관시 발생하는 문제로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협상에서는 통관절차의 간소화, 신속화, 표준화 등을 미국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호기 전자산업진흥회 팀장은 최근 한 세미나를 통해 “원산지 증명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수출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원산지 증명의 자율 발급제도 도입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리지널 약값 올려라” 의약품 분야 협상에서는 미국이 오리지널 약품의 가격인상과 신약지정 대상을 크게 늘려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체약품이 없는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산정은 선진 7개국의 평균가격과 비슷한 효능의 제품 가격을 비교, 낮은 쪽을 채택하게 돼 있다. 우리의 이런 약가 정책에 대해 다국적 기업들의 불만이 큰 만큼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약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할 게 뻔하다. 또 자국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 강화와 함께 제네릭의약품(카피약·특허가 만료된 신약을 복제한 약)의 허가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측의 이같은 요구가 관철된다면 그간 제네릭의약품 개발을 주로 해온 국내 제약기업들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경쟁력이 약한 국내 제약 기업들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게 되고, 다국적기업들의 고가정책으로 인해 의약품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가 미국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무정차 시스템 ‘하이패스’ 6년째 겉돈다

    무정차 시스템 ‘하이패스’ 6년째 겉돈다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교통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최첨단 요금징수시스템인 ‘하이패스(HiPass)’제도가 겉돌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2000년 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 등 유료도로 요금징수체계의 일대 혁신을 ‘꿈꾸며’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이같은 무정차 지불시스템이 6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하이패스 제도의 허실을 짚어 본다. 15일 하이패스 시스템의 운영자인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현재 이 시스템 이용자는 국내 전체 교통량의 4.2%에 머물고 있다. 일본이 교통량의 41%가량을 우리와 같은 하이패스로 소화해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마저 하이패스 이용률이 4%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말 도로공사가 이용구간을 외곽순환도로 청계와 성남영업소 등 기존 3개소에서 인천과 남인천, 하남, 토평톨게이트 등 10개소를 늘리면서부터다. 도로공사는 이달초 경제적 효과를 감안, 올해 17개소 45개 차로에 하이패스를 추가로 설치하고 2007년까지 전국 모든 톨게이트로 확대하겠다는 장밋빛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용카드 충전의 문제점과 고가의 차량용 단말기 등 보급확대에 여러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전자화폐인 하이패스 플러스카드. 사용할 요금을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이용, 충전시켜 사용해야 하지만 카드사용이 걸림돌이다. 현금은 톨게이트에서 즉석 충전이 가능하지만 신용카드의 경우 영업소를 방문해야 한다. 그나마 영업소를 찾는다 해도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LG와 신한으로 제한해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이다.2003년까지는 농협 등 다른 금융기관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했으나 갑자기 바뀌었다. 도로공사측은 전자카드가 수동식에서 지금의 스마트카드로 바뀌면서 카드수수료 등의 문제로 제한했다고 설명하지만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스마트카드를 삽입해 사용하는 차량단말기(OBU) 가격과 구입장소 등도 신규 가입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가격이 5만원가량으로 부담스러운 데다 그마저 부착하려면 도로공사 영업소를 찾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15개 회사들이 다양한 가격의 차량용단말기를 만들어 시내 곳곳에서 판매·부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선 6년이 넘도록 하이패스 보급이 제자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가입자수가 늘어날 경우 단말기의 가격인하와 타은행 신용카드 사용도 확대하기로 계획만 하고 있을 뿐, 상황의 반전을 소비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실태와 문제점 무정차 요금징수시스템(자동통행료징수시스템·ETCS)은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하이패스’로 통칭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카드를 삽입한 OBU(차량용단말기) 장착차량이 요금소에 진입하면, 요금소 안테나와 OBU간 무선이나 적외선 통신으로 정보를 교환하여 스마트카드에서 자동으로 통행료를 수납, 영업소 주전산기로 수납결과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하이패스가 지독한 동맥경화 증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고속도로의 해결사로 나서게 된 것은 차량이 정지하지 않고 달리는 상태에서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이패스 등장과 고난의 연속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하이패스의 보급확대는 시간과 돈의 절약이라는 도입취지를 감안,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상습 지옥체증 구간인 톨게이트에서의 차량정체가 해소될 경우 그 경제적 이익은 한해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정부도 하이패스의 크나큰 경제적 효과와 매연절감 등 환경적 효과를 감안해 지난 2000년 6월30일 외곽순환도로에 첫선을 보이며 ETCS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난이 시작됐다. 지난 2002년 정보통신부가 하이패스 이용 주파수 변경을 요구하면서 같은해 6월 하이패스 사업에 고비를 맞았다. 도로공사측은 이 사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위기에 봉착, 하이패스단말기 판매를 일시 중단시켰다. 이후 주파수를 변경하고 적외선 방식이 등장하기까지 1년여 동안 하이패스는 이용자가 적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를 맞았다. 차로만 줄었다는 운전자들의 반발도 컸다. 당시 도로공사측은 기존의 하이패스 이용자 1만 7000명 외에는 이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완전히 차단했다.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수도권 출퇴근 운전자들은 사업이 정상화된 이듬해 초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의 적외선 방식이 채택된 것은 지난 2003년말. 도로공사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하이패스 이용자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가입자를 늘리는 데는 실패했다. 예상보다 쉽사리 운전자들이 다가오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는 생소한 제도에 주민들의 부적응 등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지만 정작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신용카드 제한이 주범 하이패스의 성패는 사용상의 편리함 못지않게 시스템 구입의 용이성 등이 뒤따라야 하지만 도외시됐다. 값싼 차량단말기의 보급과 탈부착의 편리성, 전자화폐 구입장소의 확대 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하이패스 시행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용자가 적은 이유이다. 단말기 설치장소와 사용가능한 신용카드 제한 등 문제점을 간파한 도로공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업소를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해 스마트카드를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인 등을 제외하곤 사용자가 전무한 실정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먼저 회원가입을 한 뒤,5만원가량 하는 차량단말기와는 별도로 1만 6000원가량 하는 카드리더기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이마저도 특정사 모델로 한정하고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게다가 스마트카드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계좌이체에 의지해야 하고 신용카드는 신한카드 이외엔 사용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해 하이패스 홈페이지에 충전 시뮬레이션까지 선보여도 운전자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 도공에 따르면 인테넷 이용률은 현재 하이패스 이용자의 0.8%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신용카드의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것은 카드가맹점 수수료 때문으로 전해졌다. 일반 카드수수료는 1.8∼2.0%이지만 도로공사는 안정적 수수료 유지를 위해 1%를 제시한 LG와 신한 등 2개사 카드로 제한했다. 그러나 반론이 만만치 않다. 스마트카드의 충전은 하이패스 가입자가 사실상 요금을 선불로 내는 것으로 다소 차이가 나는 가맹점 수수료를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말기 구입장소를 영업소로 제한한 점에 대해 도로공사측은 “가격이 7만원인 단말기 가격 가운데 2만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관리차원에서 영업소에서 부착하고 있다.”고 밝힌다. 교통전문가들이 경정비 등 특정업체에 위탁해 부착하는 방법도 제시하곤 하지만 도로공사측은 오불관언이다. ●차량단말기와 과태료 단말기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지난 2003년 보급이 시작된 적외선 단말기의 경우 차량전원 대신 자체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 주기적으로 이를 교체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화면이 발광되지 않아 밤중에 식별이 곤란하다. 낮시간대에도 화면 지속시간이 짧아 운전자가 잔액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꼬리를 물고 있다. 잔액이 보이지 않으니 스마트카드에 돈이 부족한 상태로 하이패스를 통과하는 차량이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하이패스 미가입자들의 이용을 막는다며 도로공사측이 얼마전부터 1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바람에 가입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건설교통부와 도로공사가 미납차량들의 하이패스 차로 통과를 막기 위해 차단기까지 설치하겠다고 말해 반발을 사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도로공사와 건교부 등 관계부처는 하이패스 차로만을 연차적으로 확대해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우주공심/박맹수 원광대 원불교학과장

    1916년 4월 소태산 박중빈 선생의 깨달음을 계기로,1924년 6월 전북 익산에서 창립된 불법연구회(佛法硏究會)는 원불교의 옛 이름이다. 불법연구회는 당초 소태산을 중심으로 풀뿌리 민중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여서 경제적 기반을 비롯한 물적 토대가 허약했다. 그래서 불법연구회 회원들은 초창기부터 금주단연, 공동노동, 허례폐지 등을 실천하며 저축조합 운동을 벌이고, 바다를 막아 간척지를 일구며,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면서 식민지 조선 민중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한편, 일제의 식민지배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신개벽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왔다. 그러나 창립 8년째 되던 1932년 봄 연구회는 중대한 난관에 봉착하였다. “본년 정기총회를 대신한 제8회 평의원회 석상에서 모모 간부의 생활보장 여부의 건을 토의할 새, 사정은 대단히 난처하였다. 생활을 보장하여 주면 회(會)의 예산이 부족하고, 생활을 보장치 아니하면, 사가(私家) 생활이 막연하여 그들을 회중에서 내놓지 않을 수 없고, 그들을 내어 놓는다면 회중 사업은 운전할 수 없는 진퇴유곡의 경계였다. 그리하여 평의원 이하 일반은 용이한 해결을 얻지 못하고 장내가 침묵할 새 덕의심(德義心)이 무비한 예의 이공주(李共珠) 선생이 정중하고 쾌활하고 또 선명하게도 그 생활을 자기의 절약 절검으로써 독단 보장할 것을 선언하였다. 그러자 모든 사람의 얼굴에 환희와 안심의 빛이 돌고, 이어 감사의 박수소리가 요란하였다. 이때에 회장 서쪽 편에 좌정하였던 종사주(宗師主:소태산의 당시 호칭)께서는 존안에 처연한 빛을 띠고 감개 깊은 어조로,‘내가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1924년)에 그들과 영광(靈光)에서 부안(扶安), 부안으로부터 익산(益山)에 나올 때는 우리의 정신과 몸까지 희생하여서라도 일체 인류에게 이익됨을 끼쳐 주자고 굳게 맹세하였더니, 아 세상일이라는 것은 과연 뜻과 같이 되지 못하는 것이로구나. 남에게 이익됨을 끼쳐 준 것은 아직 없고, 도리어 각 방면으로 소소(小小)한 생활까지 남의 의뢰를 받게 되니 이 어찌 우리의 본뜻이랴.’하시고 성안에는 눈물의 흔적이 나타나시었다.”(불법연구회 기관지 월말통신 35호,1932년 4월호) 위 내용에는 불법연구회라는 공동체가 해체될지도 모르는 절박한 순간에도 “일체 인류에게 이익을 끼쳐주는 길”을 고민하고 있는 소태산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공익으로의 길이 좌절될까 안타까워 눈물 흘리는 한 종교지도자의 고뇌가 절실하게 전달되어 온다. 소태산은 평생토록 아끼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공도(公道)의 주인, 즉 공익을 실현하는 주인공이 될 것을 강조하였고, 스스로 그 모범을 보였다. ‘자신의 정신과 몸까지 희생해서’ 인류에게 이익됨을 끼쳐주는 일은 보통 사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개인주의로 가득 찬 오늘날, 타인의 이로움을 자신의 이로움으로 삼으며, 자신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소태산은 개인의 이익이나 불법연구회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 일체 인류의 이익을 우선시하였다. 이러한 소태산의 삶과 실천에 대해 9인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던 김광선(金光旋)은 선생님께 늘 배우고자 하나 능히 배우지 못한 것이 바로 ‘순일무사한 공심(公心)’이라 했다. 근대 시민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공공(公共)의 영역이 크게 확대되면서 공(公)과 사(私)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새로운 차원에서 공공철학이 확립되는 시대라는 점이다. 소태산 선생과 같은 멸사봉공(滅私奉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을 빙자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지 않는 활사개공(活私開公)의 시대, 바로 그런 시대가 성숙한 시민사회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모 자치단체장 부인의 부적절한 처신은 아직도 공공의 철학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박맹수 원광대 원불교학과장
  • [구정 이삭]

    ●도봉구 기업의 브랜드에 사랑을 담아 전달하는 사랑주식회사가 출발한지 2년만에 20여개 점포로 확장됐다. 사랑주식회사란 관내 업체 직원이 틈새가정과 장애인시설, 복지관, 실버센터를 직접 방문,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2004년 이마트와 까르프, 한전, 마사회, 강북성심병원 등 모두 6개 점포로 시작했다. 참여문의는 02)2289-1531 ●강남구 관내 중고등학교에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전자환경가계부 작성 교육을 실시한다. 전자환경가계부란 가정별로 전기와 물, 가스 사용량, 쓰레기 배출량을 기재하는 것으로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취지이다. 참여 학교는 대청중학교와 역삼중학교, 대명중학교, 경기여자고등학교 등 4곳이다.02)2104-1846
  • 남해안 섬주민 수개월째 급수제한

    봄가뭄으로 다목적댐 바닥이 쩍쩍 갈라져 드러나고, 남해안 섬에서는 몇달째 제한급수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농사철이 다가오면서 농민들도 애를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29일 대전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에 따르면 전국 14개 대규모 다목적댐의 평균저수율은 40.6%로 예년(43.3%)에 비해 낮아졌다. 저수율은 한강수계인 소양강댐이 40.3%로 예년의 43.1%에 못 미치고 있다. 광주와 전남 9개 시·군에 먹는 물을 보내는 순천 주암댐은 저수율이 31.4%로 가장 낮았던 2002년(29.5%)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1∼3월 광주지역 평균강수량은 65㎜로 예년 평균의 72%선이다. 또 ‘산불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영동지방 강수량이 예년의 40∼70%선이고 강릉은 28%에 그치고 있다. 순천시에서는 주암댐 수위가 예년보다 7m가량 내려간 90.5m를 기록하면서 댐 일부바닥이 드러나자 범시민 물 절약운동과 함께 제한급수도 검토중이다. 주암댐 관리단 강점동 운영팀장은 “주암댐이 가뭄으로 저수율이 떨어졌지만 앞으로 식수와 공업용수 등으로 175일 동안 급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봄철 갈수기마다 물이 달려 애를 태우는 신안군 흑산면과 완도, 여수, 진도 섬지역 등 전남도내 4개 시·군의 14개 읍·면 2만 8000여명의 주민들은 2∼6개월째 제한 급수를 받고 있다. 특히 ‘먹는 물이 홍어보다 귀하다.’는 흑산면에서는 지난 9월부터 6개월째 7일제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흑산면 예리 안창우(63)씨는 “물을 공급하는 수원지 2개중 1개는 말랐고 나머지도 한달을 못 버틸 것으로 보여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여수항에서 배로 2시간 남짓 거리인 섬지역은 7일제 급수로 먹는 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주민들은 “세숫물조차 아까워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가 빨래할 때 쓴다.”고 전했다. 낙동강 수계인 안동 임하댐 인근인 임하면 임하1리 비닐하우스 경작 주민들도 지하수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물이 부족해 수박과 멜론·오이 등의 모종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습기 많은 저기압이 고기압에 막혀 우리나라를 통과하지 못해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며,4월에도 기온과 강수량이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봐 당분간 봄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녹색공간] 환경친화적 아파트가 되려면/노수홍 연세대 원주캠퍼스 보건환경대학원장

    수년 전부터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아파트 광고를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조경과 화려한 실내 디자인을 자랑하는 광고에는 환경친화적인 아파트를 강조하며 선전한다. 또한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신도시, 행복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건설에도 항상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강조한다. 그러면 환경친화적 개발은 무엇인가?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해 세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 ‘우리 공공의 미래’는 지속가능발전을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 정의하였다. 또한 지속가능성은 환경적 지속성, 사회적 형평성, 경제적 효율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경적 지속성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이 공급할 수 있는 능력과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발전을 뜻한다. 이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주장하는 ‘이자론’과 뜻을 같이한다. 인간은 자연이 준 혜택의 이자만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원금을 까먹는 행위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자연의 혜택을 누리려면 환경친화적 개발을 통하여 이자만으로 사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1999년 시작된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 재개발은 환경친화적 발전의 모범적인 예를 보여준다. 설계자 랄프 어스킨(Ralph Erskine)이 단지 설계를 맡고 환경친화성과 지속가능성을 설계의 핵심 개념으로 정하였다.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최소화하는 건축방법을 적용하였다. 열손실이 적은 단열재의 사용과 열효율이 높은 열병합발전을 채택하고 청정에너지를 사용하여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량을 80%나 절약할 수 있었다. 절수기구를 사용하고 하수를 고도 처리하여 건물의 세척수와 단지 내 생태공원의 유지용수로 사용하면서 30% 정도의 물을 절약했다. 쓰레기 수집·분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축폐기물을 50% 이상 줄였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가장 자랑하는 점은 지속가능성과 환경친화성을 구체적인 환경지표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광고에서 보여주는 환경친화적 아파트는 주로 조경에 중점을 두고 겉으로 보기에 좋은 것만을 강조하는 데 치우쳐 있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재건축사업을 할 수 있는 319 곳을 선정하였다. 현재 추진 중인 은평 뉴타운에는 환경친화적인 단지 조성을 위한 노력이 조금이나마 엿보인다. 빗물을 저장하여 청소용수나 단지 내의 생태하천의 유지용수로 사용하고 공공건물에 청정에너지를 시범적으로 사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자는 예산 부담과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청정에너지와 중수도 시설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최근 정부는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위한 다양한 지원 책을 도입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청정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을 2012년까지 10만 가구에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구당 설치비 2830만원(3 기준)의 70%를 국가가 지원하고 설치희망자는 30%만 부담하면 된다.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중수도설비 지원 사업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개발된 중수도처리기술은 경제성도 있고 물 사용량을 30% 절약할 수 있다. 그리니치 빌리지가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위하여 구체적인 지속가능한 지표를 정하여 단지 설계를 한 것처럼 우리 현실에 적합한 지표를 정하여 재개발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방자치단체와 건설회사가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아파트 단지에 수억원이 되는 나무로 조경을 하였고 이탈리아제 대리석으로 장식을 했다는 선전보다는 청정에너지 사용량과 물 재이용률 등이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여 높은 환경친화적인 아파트를 자랑하는 광고가 나오길 바란다. 특히 토지공사, 주택공사,SH공사 같은 공공기관들이 개발이익을 많이 내는 경쟁보다 구체적인 지표를 가지고 환경친화적인 도시 건설을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노수홍 연세대 원주캠퍼스 보건환경대학원장
  • [발언대] 근검저축교육은 해야 한다/정기연 전 곡성 오산초등학교교장

    요즈음 대부분 초·중학교 졸업식에서 저축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금융기관인 농협 우체국 수협 등에서 50만원이하의 예금은 취급하지 않고 이자도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저축지도와 장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드는 저축심을 길러주는 것이 학생저축지도인데 이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2000년대에 접어들었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가 10년째 답보상태에서 묶여 있고, 사회는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양극화되어 양극화해소가 중대과제로 부각됐다. 지금 40세 이상 사람들은 보릿고개를 알고 가난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초등학교 교실벽면에 환경물로 게시된 저축그래프를 알고 있다. 푼돈을 모아 저축하고 학용품을 아껴 쓰며 가정주부들도 씀씀이를 잘해 근검 절약하는 습성이 체질화되어 있다. 흔히 한국의 미래가 밝은 근거로 첫째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든다. 둘째 한국주부들은 가난을 알고 있어 근검 절약 생활로 알뜰 살림을 꾸려 가는 점을 든다. 반면 한국의 미래가 어두운 점으로는 지출은 1만달러시대를 웃돌고 있으나 소득은 낮아 소득과 지출이 균형이 맞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보다 일찍 선진국이 되었다 후진국으로 전락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의 교훈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민 1인당 빚이 1100만원이라고 한다. 이처럼 빚이 많은 나라에서 빚을 어떻게 갚겠다는 정견을 내 놓은 정치가는 볼 수 없다. 전후 독일은 근검저축으로 복구를 하여 경제 선진국이 되었으며 독일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일할 때 그들의 근검절약 모습은 본받을 만했다. 그런데 과소비 병에 걸려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외환위기 극복은 돈을 벌어서 외화를 확보한 것이 아니라 국내기업을 외국에 팔고 금을 팔아 외화 얻은 것이었다. 외환위기 때문에 국내기업들은 외국 사람들 손에 많이 넘어 갔고 우리 국민들은 외국 기업에서 봉급쟁이 신세가 된 것이다. 우리가 빚을 갚고 경제 자립국으로 우뚝 서 선진국 대열에 앞서 가려면 국민들의 근검 절약 저축 없이는 기대할 수 없다. 저축심은 어려서부터 길러 주어야 할 텐데 지금 정치권이나 교육계에서는 저축없이 잘 살 수 있다는 대안이 있으면 정책을 제시하고 다수 국민들의 동조를 얻어야 할 것이다. 근검저축 없이는 가정 살림도 국가 살림도 구멍난 그릇에 물 붓는 것과 같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근검 절약 저축 교육을 철저히 해서 습관화할 때 우리 경제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정기연 전 곡성 오산초등학교교장
  • [월드이슈] 新성장동력은 내수… 서비스업 진출 기회

    [월드이슈] 新성장동력은 내수… 서비스업 진출 기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제11차 5개년규획(11·5)을 통해 ‘내수주도형 경제발전전략’을 공식 채택할 중국은 향후 대대적인 산업구조조정을 계획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관련 산업에도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간 협력발전이 강조된 11·5는 동·서·중·동북지구 등 4지역이 각각 특색있는 발전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이에 맞는 수출·투자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구조조정은 20여년동안 추구해온 양적 성장 정책의 결과물이다.2005년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소비재와 중간재의 72.3%가 공급 과잉일 정도로 중국은 지금 심각한 생산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철강, 자동차 분야는 이미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시멘트, 전력, 석탄, 방직산업도 잠재적 과잉 부분으로 분류된다. 방직품의 86.9%, 가전제품의 87.7%, 금속전기 자재의 100%가 공급 과잉 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재고 급증, 제품가격 급락, 수익 하락 등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국무원과 국가발전계혁위는 지난해 12월 장려·제한·도태 등을 구분한 ‘산업구조조정 지도 목록’을 내려보냈다. 제한 대상에는 신규 투자가 금지되며 도태 대상은 대출금액 회수 조치까지 더해진다. 도태 대상에는 석탄, 전력, 기계 등 399종이 포함됐다. 별장, 골프장, 경마장, 소규모 탄광, 안전·환경기준에 미달하는 생산설비 등 제한 대상은 190종이다. 공급 과잉의 일부는 수출 감소에 따른 것이지만 상당 부분은 ‘내수 부진’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1년 43%였던 중국의 무역의존도가 2003년에는 59%, 지난해에는 64%까지 늘어났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무역 적자 해소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내수 진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 확대는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수요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내수 진작’에 중점을 두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개척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관광·교육·문화·오락분야는 황금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중국산업경제연구부의 양젠룽(楊建龍) 주임은 내다봤다. 환경산업, 에너지 절약형 기술, 도시인프라 관련 분야에도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날 전망이다. 특히 11·5는 에너지 사용 효율 20% 제고라는 목표까지 명시돼 있다. 에너지 절약형 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기업 인수 및 합병(M&A)시장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11·5에는 한국에 위협이 될 요소도 적지 않다. 한국의 주력 산업을 중국이 집중 육성할 가능성에서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전자, 조선, 석유화학 등이 그 대상이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는 세계시장에서 한국과의 정면 충돌을 불러올 위험도 있다.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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