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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 나아질까] “수출 둔화… IMF이후 최대위기”

    [한국경제 나아질까] “수출 둔화… IMF이후 최대위기”

    “일본을 뺀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가장 낮을 것”(CSFB증권) “상반기 한국경제 성장률 2%에 그칠 수도”(씨티그룹) 올해 우리경제에 대한 전망은 한마디로 ‘잿빛’이다.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없진 않지만 경제지표 자체가 지난해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인다. 실물경제의 양대축인 내수(소비·투자)와 수출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똑부러진 ‘해결사’ 노릇을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분석기관 가운데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한국은행 추정 4.7%)보다 높게 보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0%를 예상했고, 삼성경제연구소 3.7%,LG경제연구원 3.8%, 현대경제연구원 4.0%, 한국경제연구원 4.1% 등이다. 이런 전망은 정부의 경기부양책 실시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에 따른 ‘거품’을 걷어내면 거의 모든 기관들이 3%대를 전망한 것으로 간주된다. 또 UBS워버그 3.3%, 아시아개발은행(ADB)·씨티그룹 3.6%, 골드만삭스 3.7%, 모건스탠리 3.8%, 국제통화기금(IMF) 4.0% 등 해외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적인 정보통신(IT) 경기하락에 따른 수출둔화, 내수위축 지속, 원화절상, 북핵문제, 고용악화 등을 성장전망을 낮게 잡은 이유로 들었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소비를 억누르고 있는 가계부채가 가구당 3000만원에 이르는 가운데 신용불량자 문제, 고용구조 악화, 소득 양극화, 고정지출 증가 등이 심각하다.”며 내수부진의 장기화를 경고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2005년 한국경제는 수출·내수 양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 외환위기 이후 최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내수부진은 좀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영환경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속속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소비침체의 주원인인 고용불안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설비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수출 호조품목을 중심으로 기계류 수입이 늘었지만 향후 수출둔화가 가시화하면서 IT산업 투자증가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돈 없는 중소기업은 물론, 돈 많은 대기업들까지 향후 전망의 불확실성을 걱정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 재집권으로 북핵 문제가 부각되면서 우리경제의 지정학적 위험을 더욱 키울 수도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경제를 혼자서 이끌어왔던 수출 증가세의 둔화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4%대 중반(추산)이었던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3%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수출수요 자체가 큰 폭으로 꺾일 것으로 보이는데다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등 사회 전반의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해져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올해 5%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수단은 상반기 재정조기집행과 하반기 ‘경기활성화를 위한 종합투자계획’이다. 내년 예산(국회 제출안 기준 일반회계 131조 5000억원)의 55% 이상을 상반기에 몰아쓰고 하반기에는 연기금을 비롯한 민간자본을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펌프로 물을 끌어올릴 때 처음에 약간의 물을 먼저 부어 주어야 그 다음부터 물이 잘 나오는 것처럼 불황기에는 정부지출로 먼저 내수활성화에 자극을 주겠다는 의도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녹색공간] 자연 앞에 겸손한 사회체제/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새해로 넘어오는 길목에 우리는 너무나 참혹한 현실과 마주쳤다. 인도네시아 아체주 해상에서 리히터 지진계 규모 9의 강한 지진과 해일이 발생하여 인근 국가에서 십수만 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이렇게 많은 인명을 앗아간 것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정도뿐이었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 아늑한 고향 어촌에 가족과 함께 정착한 순박한 가장은 졸지에 딸과 아내를 잃었고, 아웅다웅하면서도 올해보다 나은 새해의 희망을 꿈꾸던 한 지붕 삼대(三代)의 작은 행복은 해일에 씻겨 갈가리 찢어졌다. 더 잃을 것도 없는 이들에게 전염병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고향을 떠나 우리나라에 온 이곳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이번 지진해일로 인해 지구내부의 밀도가 변하여 자전주기 축이 얼마나 이동했는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이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기후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산업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온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 변화가 계속돼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따라서 이미 시작된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구상에서 우리의 생존 여부가 걸린 절박한 문제이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방식은 크게 물리적 적응과 사회경제적 적응,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적응은 홍수 통제, 가뭄 방지, 수자원 보호대책과 같이 기상 이변이나 자연 재해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정책을 의미한다. 사회경제적 적응은 이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환경친화적인 조세제도, 에너지 저소비형 건물, 청정 연료를 사용하는 대중교통시스템 등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정치, 경제, 사회 제도 전반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제10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는 기후 변화 적응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긴 했으나 주로 물리적 적응대책이 논의되었을 뿐 사회경제적 적응대책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없었다. 물리적 적응대책은 효과가 가시적으로 분명하고, 개발을 주도하던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댐건설이나 제방축조 등이 새로운 사업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적응대책은 장기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은 우리의 삶의 양식, 인식, 태도 등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더 빨리 가고, 더 많이 갖고, 무한한 경쟁 속에서 이웃을 물리쳐 승리하는 것만이 미덕이라고 칭송받는 체제에서 벗어나, 이웃과 더불어 천천히 가면서 자연의 이치에 다시 귀 기울일 수 있는 겸손한 사회 체제로 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체제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군사 전쟁이 종식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지축이 흔들리고, 십수만 명이 단 몇 분만에 파도에 휩쓸려가는 지구의 응징 앞에서 정치적, 종교적 명분이나 자원 확보를 이유로 일으키는 전쟁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마치 홍수로 떠내려가는 집안에서 황금을 움켜쥐고 잠시 황홀해 하는 부자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지구상에는 이미 많은 생명체가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인간도 그 중의 하나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가 정말로 지혜롭다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할 수 있는 문명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새해가 바로 그 문명 전환을 위한 큰 지혜가 나타나는 첫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빛이 스며든 자리/우승미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빛이 스며든 자리/우승미

    눈을 떴다. 문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암실에 있으면 의식도 시간도 모두 멎었다. 이곳에 온 후 나는 주로 암실에서 지냈다. 둥글게 몸을 말고 바닥에 누워, 불필요한 감각이 퇴화된 심해의 생물처럼 눈과 귀를 닫았다.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촉각이었다. 밀폐된 공간의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았다. 공기는 욕조 속의 더운 물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게 내 몸을 감쌌다. 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렸다. 경쾌한 리듬의 허밍이었다. 멜로디가 귀에 익었다. 가게 안으로 누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힘겹게 팔을 들어 몸 마디마디를 주물렀다. 피가 돌면서 눌려있었던 몸 왼쪽이 저려왔다. 암실 문을 열자 빛이 쏟아졌다. 손그늘을 만들고 부신 눈을 떴다. 딱딱한 알루미늄 가방 위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햇빛 속에 앉아있는 여자는 스스로 빛나고 있는 빛 무더기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주변을 감싸고 있던 빛이 스러지면서 여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여자는 얼굴빛이 유달리 희었다. 여자가 내 쪽으로 팔을 뻗어 손을 내밀었다. 여자의 팔은 윤곽이 희미했다. 홀로그램의 영상처럼 반쯤은 투명해보였다. 악수를 청하는 것인지 자신을 일으켜 달라는 것인지 몰라 잠시 주춤거리다가 여자의 손을 맞잡았다. 여자는 손아귀 깊숙이 손을 넣고 힘차게 흔들었다. 자칫하면 못 찾고 그냥 돌아갈 뻔했어요. 초행이라면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도시에서 상가가 가장 발달한 곳이었다고 한다. 다리 건너편으로 버스터미널이 이전하면서 그쪽에 신시가지가 형성된 후로는 죽은 골목이 돼버렸다. 사진관은 옛 번화가의 뒷골목에 위치했다. 원래는 주택가였는데, 주택을 허물고 상업용 건물을 급조해 형성된 상가였다. 지금은 가게를 연 곳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이곳은 구식 양옥의 1층을 개조해 가게로 쓰던 것이어서 밖에서 보면 가정집처럼 보였다. 오기 전에 부동산에 들렀어요. 한 달 전에 이미 매매되었다고 하더군요. 혹시나 싶어 물어보는 건데 저에게 세 놓을 생각 없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임대를 목적으로 산 집이 아니었다. 여자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중고로 구입한 17분 컬러 현상기가 한 구석에 놓여있을 뿐, 가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사진관을 하려고 산 건물이지만 한 달째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의 대부분을 암실에서 보냈다. 배가 고프면 끼니를 때우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여자는 얼룩져 더러워진 벽을 따라 걷다가 쪼그리고 앉아 바닥의 나뭇결을 들여다보았다. 곳곳의 정경들을 기억 속에 새겨두기라도 하려는 듯 천천히 세밀하게 보았다. 여긴 제가 태어난 곳이에요. 오래전에 아버지가 여기서 사진관을 했어요. 위층에 살림을 차리고요. 여자의 나이를 가늠해봤다. 캐주얼한 옷차림 때문에 언뜻 보면 어려보였지만 눈가에 옅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한두 살 아래쯤일 것이다. 여기서 함께 지내게 해주세요. 처음엔 그냥 둘러보고만 가려고 했어요. 막상 와보니 여기 있고 싶어지는군요. 세를 놓는 건 싫다고 하셨죠? 대신 일을 하겠어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가게를 열면 가게일도 도와드릴게요. 여자는 눈을 깜박거리며 나를 말끄러미 보았다. 여자의 눈빛 속에는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과 거절할 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한데 섞여 있었다. 어떤 말도 선뜻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어머니가 병중에 있을 때 집안일과 병간을 도맡았던 아주머니와 6개월여를 함께 지내본 적은 있지만, 나는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호하게 거절을 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여자가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점.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와 그곳에 살고 싶어 한다면 무언가 절박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어딘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가 태어났다는 이곳은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했다. 투병 중이었던 어머니와 묏자리를 보고 오는 길이었다. 어머니는 자동차 안에서 손가락으로 도로의 모퉁이에 나 있는 골목을 가리켰다. ―저기가 느이 아버지가 사진관을 하던 자리다. 나는 자동차 속도를 줄이며 어머니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저녁 어스름이 내린 골목은 동굴의 입구처럼 어두웠다. 가로수에 가려 골목의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바람에 무성한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음산한 소리가 났다. ―예전에는 이 길이 번화가였지. 세가 워낙에 비싸서 느이 아버지가 저 골목 끝에 있는 집을 사서 아래층을 가게로 개조했다.2층에다 신접살림을 차렸고, 너도 거기서 낳았어. 아버지가 그렇게 일찍 죽지만 않았어도 저기서 오래 살았을 게야. 그때는 입구가 보이지 않는 골목 어름을 언뜻 보고 지나쳤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사진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두운 골목 안으로 성큼 들어서고 싶어졌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생전의 아버지처럼 사진관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내 머릿속은 어두운 골목으로 가득 찼다. 그곳에 가면 지금과는 다른 종류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월의 유순한 흐름을 따라 유유히 나의 생을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49재를 치르고 어머니의 무덤에 왔다가 이곳에 들렀다. 이곳은 비어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는지 뽀얀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무성한 것은 지붕까지 뻗어있는 담쟁이덩굴뿐이었다. 근처의 부동산을 찾아가 가격을 흥정하지 않고 곧장 계약서를 썼다. 다니던 잡지사에 사직서를 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내 사진기자로 일하던 직장이었다. 지구 곳곳의 풍경을 주제로 하는, 사진 중심의 다큐멘터리 잡지였다. 사직서는 그날로 수리되었다. 잡지는 상업성이 강한 잡지들을 출간하는 모(母)기업의 품격을 위해 창간된 것이었다. 전문적인 사진이 실리는 잡지를 다수의 대중은 외면했다. 독자가 많지 않으니 당연 광고도 들어오지 않았다. 경기가 침체되자 모기업은 서서히 경영에 압력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사직서를 내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권고사직을 당할 형편이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는 동료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어려 있었다. 내가 사무실 문을 나서자 동료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각자의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통장으로 입금된 퇴직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아파트를 내놓았지만 매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의 보험금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내려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남긴 상자에는 어머니의 결혼 예물과 아버지의 사진 그리고 세 장의 보험증서가 있었다. 장례식을 치르는 내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나는 보험증서를 쥐고 오열했다. 오십 몇 년의 삶의 흔적이라기에는 세 장의 종이는 너무도 가볍고 쓸쓸한 것이었다. 2층의 방을 쓰세요. 저는 여기 암실에서 지내면 되니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방해해선 안 됩니다. 어려운 조건은 아니로군요. 여자는 알루미늄 가방을 메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처럼 밖으로 나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자연스럽게 밟고 올라갔다.2층에는 방이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반으로 접히는 휴대용 침대를 암실에 갖다놓고, 내 물건들은 거실에 놓았다. 여자가 식사준비를 했다. 여자는 냉장고 뒤쪽 구석에 쑤셔 넣어두었던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여자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자기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처럼 양념통이나 필요한 재료가 있는 곳을 단번에 찾아냈다. 무언가 도와야 할 것 같아서 주위를 서성대던 나는 머쓱해져서 1층으로 내려왔다. 여자가 차린 상은 정갈했다. 냉장고에는 맥주와 인스턴트식품만 가득했었는데, 여자가 차린 밥상에는 찌개에 윤기가 흐르는 밑반찬까지 고루 갖춰져 있었다. 여자의 음식은 어머니가 해주던 것과 맛이 흡사했다. 이 정도면 합격인가요? 여자는 소리를 내지 않고 싱긋 웃었다. 환한 빛이 얼굴 가득 퍼졌다. 이곳에 머무는 대가로는 좀 과분하군요. 시간은 고요하게 흘러갔다. 여자는 늘 조용히 움직였다. 내게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나를 의식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암실에서 보냈다. 여자는 시간에 맞춰 요리를 했다. 거실로 내어 놓은 옷장 속에는 바싹 마른 옷가지들이 반듯하게 개어져 있었다. 여자가 내게 종이 몇 장을 내밀었다. 종이에는 거칠게 그린 가게 구조도와 비용에 관한 세목이 적혀 있었다. 사진관을 열었으면 해요. 여자가 건넨 종이를 건성으로 훑어보았다. 종이 몇 장으로는 가게의 모습이 요연하게 잡히지 않았지만 내 생각보다는 훨씬 구체적이었다. 우선 가게에 있는 17분 현상기는 되팔았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해왔지만 사진관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다. 증명사진이나 간단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를 갖추고, 현상·인화 서비스를 하면 되겠다 싶어 17분 컬러 현상기를 중고로 구입한 것이었다. 여자는 내 옆으로 바투 다가와 앉아 손끝으로 그림을 가리키며 계획을 설명했다. 암실은 공간이 꽤 넓으니까 두 개로 나누었으면 해요. 조명기기와 카메라 장비를 구입해서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고요. 표준화된 QSS방식으로는 사진을 기록물로만 여기는 사람들의 기대만 충족시킬 수 있죠.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돼서 현상만으로는 가게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암실을 개방해서 수작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차나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지식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곳, 제가 꿈꾸고 있던 사진관이에요. 암실에서 나와 보니 벽에 호두나무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가게 구석에 있던 자동 현상기는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무릎을 대고 엎드린 채 기름걸레로 바닥의 나무를 닦고 있었다. 여자의 손이 닿는 곳마다 켜켜이 나무의 결이 살아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암실 공사하러 인부들이 올 거예요. 가벽을 세우는 거라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조금 시끄러울 거예요. 어디 잠깐 다녀오는 건 어때요? 카메라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 내려온 후로는 첫 외출이었다. 나오기는 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종착지를 알 수 없는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SLR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내내 들고 다녔던 것인데, 검은 몸체의 카메라가 낯설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던 것처럼 아니,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카메라가 이물스러워 보였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버스에서 내려 몇 컷의 사진을 찍었다. 내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이국의 풍경처럼 주위의 모든 것이 생경스럽게 느껴졌다. 풀조차 자라지 않는 들판에 앉아 서서히 땅에 내리고 있는 어둠을 응시했다. 구릉처럼 낮은 산의 언저리에는 스러진 햇빛이 모여 검붉은 노을로 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도 차도 없었다. 희미하게 보이던 사물의 윤곽이 어둠에 검게 물들어 보이지 않았다. 길을 따라 걸었다. 아무리 걸어도 피로하지 않았다. 끼니를 걸렀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몸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불현듯 여자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가게에 걸려 있는 간판에 불이 환했다. 간판에는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암실카페 - 빛이 스며든 자리’라고 씌어 있었다. 공사가 끝났는지 가게 안은 조용했다. 출입문을 열자 직사각의 탁자 세 개가 보였다. 한쪽 면을 벽에 붙인 탁자에는 어림잡아 20명 정도는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암실과 스튜디오 사이의 자투리 공간에는 주방이 들어섰다. 주방은 음료와 간단한 안주를 만들 수 있는 바bar 형태였다. 주방 옆에는 냉장고가 놓여 있었다. 여닫이 유리문이 달린 업소용 냉장고 안에는 캔음료와 몇 종류의 맥주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암실 옆의 공간에는 몇 개의 조명기구가 놓여있는 작은 스튜디오가 꾸며졌다. 스튜디오를 제외한 가게의 정경은 카페에 가까웠다. 늦은 시간에 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찾아오겠군요. 사진관보다는 호프집에 더 어울리는 이름이죠. 하지만 저는 이 이름이 썩 마음에 들어요. 어두운 방에 스며든 빛의 흔적, 그게 바로 사진이니까요. 여자는 벽의 진열장을 닦고 있었다. 이곳에 카메라를 진열해 놓았으면 해요. 예전에는 사진관에 카메라 진열대가 있었지요. 집집이 가정용 카메라를 구비해놓기 이전에는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대여했으니까요. 가방 속에 묵혀두는 것보단 가게로 내오면 오래된 사진관 이미지도 풍기고, 손님들에게 쉽게 접할 수 없는 클래식 카메라도 보여주고 좋을 것 같은데요. 진열대는 애초부터 카메라를 놓으려고 만든 것 같았다. 천장에 진열대를 비추는 작은 조명이 있었다. 나무판으로 만든 선반 형식의 진열대에는 유리문이 달려 있었는데, 먼지가 새어들지 않도록 틈새에 실리콘으로 패킹 처리가 되어 있었다. 2층에서 카메라들을 가져왔다. 케이스에 넣어 상자에 보관해왔지만, 오랫동안 손을 타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사진기자 생활을 하면서 클래식 카메라를 사용할 기회가 없어졌다. 처음에는 오토포커스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부착해 사용했고, 얼마 전까지는 디지털 카메라를 썼다. 내게는 꽤 많은 카메라가 있었다. 사진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보유하게 마련이었다. 클래식 카메라는 아버지의 유품이었다. 카메라는 내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다. 아버지는 내가 세 살 되던 해 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내게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아버지의 존재는 내게 그리움 따위의 정서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첩에 꽂혀있는 사진이나 카메라처럼 정물적인 것이었다. 어머니는 단 한 대의 카메라도 팔지 않았다. 어머니는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카메라를 꺼내 닦았다. 그 일은 어머니에게 지난 일을 추억하게 하는 사진첩과도 같았다. 어머니는 카메라를 닦으며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듣기 싫었다. 어머니의 기억 속에서 되풀이되는 추억은, 흐려지지 않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그림자는, 사막에 묻힌 수천 년 전의 미라처럼 영원히 썩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어머니가 나를 버리고, 좋은 남자를 만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어머, 이건 콘탁스II네요. 여자의 음성이 높아졌다. 사진 찍는 일을 업으로 삼기 전에는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어요. 처음 사진을 배울 때부터 이걸 썼어요. 사진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주로 갖고 있는 카메라는 니콘FM2였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꽤 괜찮은 제품이었다. 간혹 클래식 기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라이카를 들고 다녔다. 콘탁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카메라는 아버지가 월남전에서 돌아올 때 구입한 것이라 들었다. 언젠가 어머니가 이 카메라의 각별한 내력을 말했으나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자가 2층으로 올라가 알루미늄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앉아있던 가방이었다. 여자가 가방을 열었다. 거기에는 콘탁스와 똑같은 디자인의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카메라 앞면에는 키릴문자로 киев라는 로고가 각인되어 있었다. 이 카메라는 1949년에 생산된 키예프 카메라예요. 생산지는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지방이지만 부품은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왔지요.2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하자 소비에트는 전쟁배상금으로 콘탁스 카메라의 메이커인 자이스 이콘(Zeiss Ikon)을 요구했어요. 공장의 모든 부품과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우크라이나로 이송됐지요. 파견된 드레스덴의 노동자들이 자이스 이콘의 부품을 조립해서 만들었으니 이 카메라는 콘탁스II와 완전히 똑같은 쌍둥이인 셈이지요. 여자는 수건으로 자신의 카메라를 닦았다. 카메라를 만지는 여자의 손놀림은 병든 육친의 몸을 닦아주는 손길처럼 조심스럽고 애틋해 보였다. 이 카메라는 제게 존재증명과도 같은 거예요. 아버지가 남기신 유일한 유품이거든요.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했었지요. 월남에서 번 돈으로 이 카메라를 샀어요. 지금이야 회사원의 한 달 월급밖에 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그 돈이면 읍내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다고 해요. 어렵게 구입한 카메라지요. 아버지가 월남에서 부쳐온 돈을 큰아버지가 들고나갔었다니까요. 장사를 해보겠다고요. 그 사실을 안 어머니가 읍내의 모든 술집을 뒤졌대요. 동생이 목숨 걸고 번 돈인데 술맛이 나더냐고 꾸짖어 모셔왔대요. 정혼한 사이긴 했지만 결혼 전이고 손위 시숙인데, 어머니는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요. 큰아버지는 하는 일 없이 술과 여자로 평생을 보냈어요. 나쁜 분은 아니에요. 어느 집안에나 그런 무능하고 호방한 큰아들이 있는 법이잖아요. 그때 만약 어머니가 큰아버지를 말리지 못했더라면 제게 유품 같은 건 남지 않았겠지요. 지금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저 혼자니까요. 이 카메라 외에는 제 존재를 증명해줄 무엇도 남지 않았어요. 같은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일까. 나와 비슷한 삶의 내력을 갖고 있는 이 여자가 오래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혈육처럼 가깝고도 멀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이 사진관으로 온 것도 여자가 카메라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어머니가 죽고 난 후 나는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졌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그 막연한 불안감은, 이 세상에 나의 존재를 증명해 줄 무엇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회귀성 어류처럼 내가 태어난 이 사진관으로 흘러들었던 것인지도. 사진관에는 손님이 없었다. 몇 차례 늦은 시각에 술에 취한 사람들이 들어와 맥주를 찾았다. 여자는 암실을 이용할 수 있는 사진관이라고 가게에 대해 설명한 후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첫 손님은 세일러복을 입은 여자애였다. 주민등록증에 쓸 증명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했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로 즉석에서 사진을 올린다고 말했다. 여자애는 알고 있다며 한 음절씩 힘주어 말했다. “꼭 필름사진이어야 해요.” 여자애는 탁자에 앉았다. 움직일 때마다 유난히 검은 단발머리가 찰랑거렸다. 여자애에게 뜨거운 코코아를 주었다. 커피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여자애가 중얼거리며 코코아를 홀짝거렸다. 여자애는 기름종이로 이마와 콧등의 유분을 닦고, 콤팩트 퍼프로 꼭꼭 눌렀다. “왜 꼭 필름사진이어야 해요?” “이건 증명사진이니까요. 처음 발급받는 주민등록증이거든요. 원판이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사진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주민등록증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숫자와 지명과 이름과 125분의 1초 동안의 모습과 소속된 나라 외에 또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증명이라는 말이 하나의 역설처럼 느껴졌다. 증명이 목적인 플라스틱 카드는 정작 중요한 것은 증명할 수 없었다. “저는 디지털 사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디지털 사진은 원판이 없잖아요. 디지털 사진은 곧바로 확인할 수 있고, 삭제하는 것도 복사도 고치는 것도 쉽지만, 어쩐지 그것들은 떠도는 이미지들처럼 느껴져요. 상이 음각으로 새겨진 필름의 원판은 이를테면 이미지가 깃드는 집 같은 거죠.” 여자애의 오른쪽 눈 아래에 점이 있었다. 작고 까맣고 윤기가 도는 점이었다. 나는 보정을 원한다면 점을 없애주겠다고 했다. 여자애는 고개를 저었다. “눈 아래에 있는 점은 눈물점이라고 어른들이 빼라는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저는 이 점이 좋아요. 점도 제 몸의 일부니까요. 사람들은 이 점 때문에 저를 쉽게 기억해요. 아마 아저씨도 그럴걸요.” “사진은 내일 찾으러 와요. 여기서 직접 현상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려요.” 사진을 담아두는 봉투를 내밀었다. 여자애는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자신의 이름을 썼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글씨였다. 여자애는 이현아라는 이름 옆에 한쪽이 지나치게 부푼 하트 문양을 그려 넣고, 내게 찡긋 윙크를 했다. 여자애가 지갑을 꺼냈다. 첫 손님이니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 암실도 이용할 수 있나요?” “암실에서 직접 현상할 수도 있고, 현상을 맡길 수도 있어요. 스튜디오도 사용할 수 있고요.” “좋은데요.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곧 손님이 늘어날 거예요.” 암실에 누워 있다가 몹시 갈증이 나 밖으로 나갔다. 진열대의 조명등만 켜져 있었다. 여자는 탁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들고 여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암실은 깊은 바다 속 같아요. 햇빛이 닿지 않아 어둡고 추운 곳. 암실에서는 눈을 감아도 떠도 온통 농밀한 어둠뿐이에요. 저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무서워요. 보이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요. 거기에 있으면 무섭지 않아요? 무서워요. 그런데 당신은 왜 그곳에 있나요? 거기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요? 두려움, 고독, 침묵, 약간의 위안, 그리고 나. 암실에 누워 있으면 또 다른 내가 보여요. 조금은 우울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나예요. 수면에 비친 모습처럼 좌우가 바뀐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해요. 암실에 누워있는 나와 나를 응시하는 나 중에 진짜 나는 누구일까. 나는 존재하는 걸까. 당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건 당신 자신이 아니라 당신의 주변이죠. 당신이 존재할 수 있는 건 당신을 보고 있는 내가 있기 때문이에요. 불빛을 등지고 있어서 여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여자가 조금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주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이 거울 속의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어떤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들은 거울에 비친 것과 같은 구조를 가진 반물질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빅뱅 직후 물질과 반물질이 각각 우주와 반우주를 형성했으며, 이 둘은 서로 맹렬한 속도로 멀어져갔다고 추측했다. 반물질은 물질을 만나는 순간 백만 분의 1초보다 빠른 속도로 상쇄되기 때문에 물질계에 있는 우리들은 반물질을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맥주잔을 쥐고 있는 여자의 손을 잡고 싶었다. 여자를 향해 뻗은 손을 거두었다. 내 손이 여자에게 닿는 순간, 물질을 만난 반물질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두려웠다. 사진관에 온 두 번째 손님은 가게로 들어와서 내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잡은 손을 경쾌하게 흔들었다. 그는 이현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눈에 그가 이현아의 오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현아의 증명사진이 든 봉투를 건넸다. “현아 오빤 거 어떻게 아셨어요? 신기하네. 남매지만 닮은 데가 별로 없거든요.” 굳이 닮았다고 한다면 이미지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이미지로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아가 다녀가고 난 후 그 다음 손님이 현재였기 때문이었다. 곧 손님이 늘어날 거라던 현아의 말이 불쑥 떠올랐다.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예요, 형.” 그는 가방에서 세 통의 필름을 꺼냈다.‘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아마추어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론으로만 접했던 현상·인화 작업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두 개의 필름을 그에게 다시 건넸다. 외형발색 필름이었다. 외형발색 필름은 유제층 안에 발색제가 없어서 필름제조회사에서만 현상할 수 있었다. 암실 수납장 안에는 약품부터 액정에 불이 들어오는 디지털시계, 라텍스 장갑까지 작업에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현재가 알고 있는 것은 암실작업의 일반적 과정뿐이었다. “암실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말 놔요, 형.” 현재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암실 작업도 사진 찍는 것과 같아.” 나는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놓는 편이 아니었다. 막상 말을 놓고 보니 현재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 서글서글한 눈매 때문인지, 웃음기 많은 얼굴 때문인지 현재에게서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느껴지는 거리감이 없었다. 세이프라이트를 켜자 현재가 암실 문을 닫았다. 작업을 하며 가능한 한 자세하게 설명했다. 현재는 손바닥만 한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 “열심히 이론공부를 해도 직접 찍어보기 전에는 실력이 늘지 않잖아. 암실작업도 그래. 온도와 시간을 지킨다고 발색현상이 잘 되는 건 아냐. 날씨나 환경에 따라 그날그날의 기온과 습도가 다르니까. 적절한 온도와 시간은 암기가 아니라 감이야. 감을 잡으려면 결국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어.” 현재는 인화된 사진을 보며 뿌듯해 했다. 그의 사진은 대부분 인물사진이었다. 수준급인 사진도 더러 있었지만 사진의 노출이 대부분 오버돼 있었다. 현재는 다음 동호회 모임은 이곳에서 갖기로 했다며, 이제부터는 손님이 꽤 늘어날 거라고 했다. 동호회 사람들은 현재와 비슷했다. 제일 먼저 현재가 현아와 함께 왔고, 오후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암실에서 작업을 하거나 각자의 사진을 돌려보았고, 더러는 일찌감치 술판을 벌이는 치들도 있었다. 열 명 남짓 되는 인원이었다. 그들은 나이도 직업도 각색인 듯 보였다. 그들은 내 이름을 부르거나 현재처럼 나를 형이라고 부르며 격 없이 대했다. 그들은 원래는 풍경사진을 주로 찍는,‘미라지Mirage’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동호회에서 갈라져 나온 사람들이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자연 속에 있다고 믿었던 그들은 시야를 좁혔다. 자연으로서의 인간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내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물었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사람들은 밤늦도록 돌아가지 않았다. 끝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은 한 잔 더 해야겠다며 여관방을 잡아 나갔다. 현재가 가게 정리하는 것을 돕겠다고 했지만, 돌려보냈다. 가게 문을 닫고 어질러진 탁자를 그대로 놓아둔 채 암실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꽤 많은 양의 술을 마신데다가 몸이 몹시 피곤했다. 구석에 접어놓은 침대를 펼치자마자 나는 혼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문소리에 잠이 깼다. 열린 문 사이로 새어든 달빛이 바닥을 은백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서 있던 여자는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내 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넣고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여자는 내 뺨을 감싸 쥐고 내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 사이로 여자의 혀가 들어왔다. 여자는 혀로 내 잇바디를 훑었다. 여자의 혀는 복족류의 속살처럼 차고 부드럽고 미끈거렸다. 가슴이 더워졌다. 나는 팔로 여자의 등허리를 감고 입을 열어 여자의 혀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잠이 든 체하며 눈을 감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뜨거워진 가슴을 달랬다. 여자는 깊은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들어올 때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걸어 나가 문을 닫았다. 늦게야 일어나 암실에서 나왔다. 여자의 둥근 등이 보였다. 여자는 암실을 등지고 탁자에 앉아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가게 안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여자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몸속의 색소가 다 바랜 것처럼 여자의 얼굴빛이 창백했다. 당신의 사진에는 색이 없군요. 하나같이 흑백사진뿐이에요. 게다가 당신의 사진은 너무 어두워요. 노출이 부족해요. 노출이 모두 -2스톱이군요. 글쎄요. 저는 적정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슬라이드 필름을 쓸 때에는 노출이 오버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배웠거든요. 카메라는 어두운 방이죠. 무언가를 찍기 위해서는 빛이 들어와야 해요. 조리개를 조금만 더 열고 셔터 속도를 늦춰요. 햇빛 때문일까. 뒷면에 양면테이프를 붙인 사진을 스크랩하는 여자의 손끝이 투명하게 보였다. 물에 떠 있는 한천질의 자포생물처럼 손가락 아래로 사진이 흐릿하게 비쳤다. 여자의 얼굴은 창백한 것이 아니었다. 눈과 코와 입술의 윤곽이 희미해져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여자를 봤다.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을 감았다 뜬 사이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다시 탁자를 보자 여자는 여전히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몇 번이나 눈을 비비며 여자를 보자 여자는 싱긋 웃었다. 여자는 자주 사라졌다. 몇 시간 또는 며칠씩 사라지기도 했다. 돌아온 여자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집안일을 하고 가게를 돌봤다. 손님이 점차 늘어서 가게일이 바빴다. 손님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여자가 어딘가로 떠난 것이 아니라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가게 안에 있던 여자가 어느새 연기처럼 희미해져 실루엣으로만 넘늘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여자가 완전히 사라지던 날, 현재가 현아와 함께 찾아와 라이트 페인팅 작업을 했다. 사진 관련 잡지에서 루미노그램(Luminogram,光跡사진)에 대한 글을 보고 실제로 해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끝에 불이 들어오는 펜 모양의 라이트를 들고 온 현아는 이민 간 친구에게 라이트 페인팅으로 편지를 써서 보낼 거라며 몹시 들떠 있었다. 라이트 페인팅은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비교적 단순한 작업이었다. 암실에서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릴리즈를 연결한 후 세이프라이트를 껐다. 셔터 속도를 Blub에 놓았다. 현아는 한 자 한 자 소리 내어 읽으며 글씨를 썼다. 제2노출에서 셔터를 Blub에 맞추고 1 스톱 부족의 노출에서 스트로보를 조사하면 글씨를 쓰고 있는 연출자의 모습이 사진에 나온다. 현아의 작업이 끝난 후 여자가 펜라이트를 들었다. 여자는 허공에 대고 천천히 글씨를 썼다. 제2노출에서 스트로보를 켜자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허공에 떠있던 라이트펜이 따닥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님들은 여전히 가게로 찾아와 암실을 사용하고 차를 마시고 더러 늦게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누구도 여자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여자가 사라진 후로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암실로 들어갔다. 암실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나는 무기력하게 어둠 속에 누워있었다. 나는 스스로 어둠 속에 갇혔다. 시간은 여전히 흘렀고, 어두울수록 더욱 명징해지는 의식은 여자에 대한 기억을 쫓고 있었다. 문밖에서 경쾌한 멜로디의 허밍이 들려왔다. 처음 내게로 왔던 날처럼 빛에 둘러싸인 채 여자가 앉아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문을 열었다. 가게 안은 어두웠고 텅 비어 있었다. 여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 외로움이 불러낸 환영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여자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우주의 반대편에서 달려온 또 다른 나는 아니었을까. 내가 마음을 열려는 순간 물질을 만난 반물질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 현상한 라이트 페인팅 사진을 꺼내보았다. 필름의 마지막 장에는 서정주의 시구가 씌어 있었다. 물 위에 뜬 유성물감처럼 글씨의 획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었다.‘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여자가 서 있었을 사진의 오른쪽 모서리 공간은 검은 어둠만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낮은 소리로 시의 남은 구절을 읊조렸다.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바람처럼 사라진 여자는 이 사진 한 장으로 내게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여자가 택한 이별이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것이라면, 나는 조금 더 담담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언젠가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다시 입 맞춘다면, 거리낌 없이 이를 열어 여자가 내민 혀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여자의 둥근 어깨를 감싸 안아줄 수 있다면, 그것은 꼭 지금이 아니어도 좋았다. 내 몸이 완전히 스러지고 난 후 먼먼 내생의 어느 날이어도 좋았다. 진열대에는 여자가 남기고 간 키예프 카메라가 놓여있었다. 나는 그 옆의 콘탁스를 꺼냈다. 노출을 오버스톱으로 다시 맞추고 뷰파인더에 키예프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여자가 자신의 유일한 존재증명이라고 말했던 키예프 카메라는 내게는 여자에 대한 기억의 증거가 되었다. 이 사진은 어두운 방에 잠시 스며들었던 빛, 그 빛의 흔적을 기록한 한 장의 루미노그램으로 남을 것이다.(끝) ■ 당선소감 제게는 아버지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운영하셨다는 사진관을 스쳐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상가 2층 건물이었지요. 그 후부터였습니다. 어찌할 수 없이 사는 일이 힘들어지면 아버지의 사진관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에서 예전에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사진관을 열고 싶었습니다. 유리로 된 진열장에 오래된 사진기가 들어있는 곳. 증명사진을 찍으러온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웃으세요, 한 마디에 어색한 미소를 짓는 곳. 소읍의 탄생과 죽음과 기쁨과 슬픔을 기록하는 곳. 돈을 벌어도 좋고 벌지 못해도 좋은, 그런 사진관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속에 사진관을 넣어두고 저는 수시로 꺼내보곤 했습니다. 그러면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언젠가부터 사진관 안에는 허약한 식물이 자랐습니다. 제 소설은 결여의 토양에서 결핍의 양분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지닌 게 없어도 너무 지독하게는 살지 말자고 제 마음을 다독일 즈음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약한 소설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구효서 선생님! 선생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기뻐요. 한결같이 제게 여여한 미소를 보여주셔서 마음이 든든했어요. 가족과 문우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응오씨, 당신은 제 삶에서 만난 가장 큰 행운입니다. 저를 존재하게 하는 건 당신이에요.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우승미 ●약력 1974년 강원도 양구 출생 200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 심사평 예심을 통과한 9편의 작품은 각기 그 나름의 장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젊은 문학도들에게 패기와 정열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삶의 이름으로건 예술의 이름으로건 하나의 진실에 도달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소설 같은 소설’ 한 편을 적당히 꾸려내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 아닐까. 그러나 그 가운데 좋은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이 특별히 주목한 작품은 ‘소년’‘달을 보고 짖는 개’‘펑크로커 실종기’‘빛이 스며든 자리’ 등 4편이었다. ‘소년’은 불행한 환경에서 태어난 한 소년의 미래없는 삶을 진지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호감을 샀지만,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삶에 대한 진실을 움켜 쥘때 문학적 형상화도 함께 따라올 것이다.‘달을 보고 짖는 개’는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솜씨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 주었지만, 주제와 구성에서 독창성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잘 만든 이야기, 그러나 너무 자주 들었던 이야기다. 반복되는 낡은 이야기에 새로운 진실이 담기기는 어렵다. ‘펑크로커 실종기’는 누아르 서사의 형식 속에 펑크족들의 생활양태를 담은 소설로 문장이 경쾌하고 구성이 치밀했다. 훌륭한 작품이지만 아쉬운 점도 그만큼 많았다. 무엇보다도 한 세계의 겉과 속을 심도있게 성찰하려 하기보다는 이미 알려져 있는 문화적 코드들을 조합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펑크족은 펑크족이다.’라는 말 이상의 매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 풍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시선에서 온다. ‘빛이 스며든 자리’는 구렁각시의 민담과 피그말리온의 전설을 현대의 사진예술론으로 재해석하는 가운데 현실과 환상을 정교하게 봉합해서 꾸며낸 예술가 소설이다. 새로운 창조의 자리가 아버지의 자리를 다시 발견하는 일이었다는 주제의 설정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며, 모든 응모자들의 정진을 빈다. 현길언 황현산
  • [환경·생명] 60명 식사 음식쓰레기가 단 한줌

    [환경·생명] 60명 식사 음식쓰레기가 단 한줌

    많이 갖고, 많이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대량 생산-대량 소비’ 체제에 길들여진 보통 사람은 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터다.‘정신적 풍요와 물질적 가난’을 지향하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생태적 삶을 꾸려가는 공간이 있다. 서울 서초동의 사단법인 정토회(대표 유수 스님). 적게 소유하고, 적게 쓰는 ‘가난한 삶’을 실천하면서 환경·평화·제3세계 구호운동 등 왕성한 사회활동까지 벌이는 수행·생활·사회운동 공동체다. 하루를 묵으며 이들의 소박한 삶을 설핏 들여다봤다. 360여평 남짓한 3층짜리 정토회 건물엔 40여명의 상근 활동가들이 살고 있다. 정토회 산하의 불교환경교육원 김승정 간사는 “매일 드나드는 자원봉사자까지 합하면 하루 150여명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셈”이라고 한다. 정토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은 뒤 맨 먼저 지하 1층에 있는 주방 겸 식당으로 내려가 저녁식사 준비를 거들었다. 마침 동짓날이어서 팥죽에다 밥, 야채볶음 같은 밑반찬 서너 가지와 과일이 푸짐하게 마련됐다. 총 60여명이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끝냈지만 음식쓰레기는 겨우 한줌 정도다. 상근 활동가 이해일씨는 “1999년부터 먹을 만큼만 덜어 먹고, 그릇에 담긴 음식은 깨끗이 비우는 ‘음식쓰레기 제로 운동’을 벌인 덕”이라고 한다. 배출된 음식쓰레기도 정토회에선 그저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니다. 남은 음식은 지렁이의 일용할 양식으로 제공된다. 정토회내 수십개의 화분 속엔 지렁이가 수백마리씩 그득 들어 있다. 김 간사는 “지렁이가 매일 자기 몸무게 정도 분량을 먹어 치우기 때문에 음식쓰레기가 건물 밖으로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토회에선 음식쓰레기뿐 아니라 생활의 전 과정이 친환경적이다. 층층이 마련된 화장실엔 휴지도, 휴지통도 없다. 나무를 죽이는 데다 화학약품이 첨가된 휴지 대신 뒷물을 하기로 한 것. 처음엔 반대가 많아 1999년부터 토론을 시작해 실행에 이르기까지 장장 1년 6개월이 걸렸다. 지금은 자원봉사자들도 대부분 동참해 “모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됐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화장실 안엔 샤워기와 함께 뒷물요령을 알려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가운데 손가락에 물을 살짝 묻혀 항문 주변을 원을 그리듯 한번 닦아내고, 물로 씻은 뒤 한번, 다시 씻고 한번 더…”를 되풀이하란다. 바지를 올리기 전에 개인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거나 아니면 “그냥 올려도 괜찮다.”고 일러준다. 매일 쾌변에 익숙한 기자지만, 웬일인지 이날만큼은 즐거움을 반납해야만 했다. 새벽 4시반에 눈을 떠 예불과 명상으로 하루를 연 뒤 층층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 수거 작업에 들어갔다.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꼼꼼히 분류한 뒤 일일이 무게를 달았다. 총 2650g. 일반쓰레기는 10ℓ짜리 종량제 봉투 한 개를 겨우 채울까 싶다. 그런데도 김 간사의 얼굴이 굳어진다. 요즘 외국인들이 대거 묵고 있기 때문이지만, 어떻든 평소 배출량(1㎏)을 꽤나 웃돈 게 마음에 걸린 탓이다. 정토회 건물 안으로는 캔이나 병, 비닐 등 1회용품은 반입 자체가 금지돼 있고, 상근하는 여성활동가 대부분은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른 아침 우면산 ‘명상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다 길가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빼들고 김 간사에게도 거듭 권했다.“마시고 싶지만,1회용 컵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서….”라며 끝내 손사래를 친다. 수익사업과 회비로 마련한 재원에서 한 달에 5만원 남짓 ‘자기 돈’을 타가는 정토회 사람들은 마치 딴 세상에 사는 이들 같았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2004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고품질 다기능’으로 불황타개

    ■ 특별상·본상 35개 선정 ‘2004년 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에 35개 제품이 선정됐다. 지난 13일까지 접수된 상품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 상품의 시장성, 마케팅 효율성 등을 평가해 뽑았다. 올 초 이슈로 등장했던 ‘웰빙’ 추세가 하반기 히트상품에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 주체의 중심인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기능 제품·서비스도 대거 선보였다. 미래 경기가 불투명할수록 기업은 과감한 투자보다 내실있는 투자를 지향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번 히트상품 역시 효율적인 투자로 가격대비 높은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꾸준히 히트상품으로 군림하던 제품들은 고품질·성능을 가진 경쟁상품에 자리를 내줘, 장수상품의 세대교체를 엿볼 수 있다. 특별상은 올해 선보인 신상품이 대부분이다. KT가 독주하던 유선전화시장에 동참한 하나로텔레콤의 하나폰이 눈에 띈다. 자동차의 내수불황으로 쌍용자동차의 로디우스만이 SUV부문에 선정됐다. LG전자는 휘센 투인원에어컨의 기능을 높인 투인원플러스를 출시, 겨울철 판매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수출 효자상품인 이동전화단말기는 삼성전자의 가로폰이 뽑혔다. 가로화면의 편리함을 독특한 광고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건설부문의 침체에도 불구, 오벨리스크와 브라운스톤의 약진이 돋보였다. 식음료부문에선 간에 좋은 쿠퍼스, 비타민음료 비타500, 인삼이 들어있는 한뿌리 등 기능성을 높인 제품이 뽑혔다. 웅진코웨이의 룰루비데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상했으며 눈높이놀이수학, 기탄한글은 상품의 질을 높여 고객을 사로잡았다. 하이마트와 KT메가패스도 소비자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가 불황일 때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보다 제품 기능을 향상시키고 알리는 것에 노력해야 한다. 또 소비자는 충동구매를 지양하고 상품의 질을 따져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다. 기업들의 제품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져 소비가 활성화될 때 불황의 끝은 보일 수 있다. kim@seoul.co.kr ■ 소비자만족상-하나로텔레콤 ‘하나폰’ ‘하나폰’은 하나로텔레콤이 지난 7월 선보인 유선전화서비스다. 시내전화뿐만 아니라 시외전화, 005국제전화에서 고객맞춤형 요금제 및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요금은 KT유선전화보다 최고 52%가 싸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고객만족도 제고에 노력한 결과, 지난 10월말에 5.8%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시외전화의 경우 통화가 많은 3개 전화번호를 사전등록하면 요금의 50%를 할인해주는 ‘패밀리요금제’, 통화량에 따라 요금을 최고 15% 할인해주는 ‘다량이용할인제’ 등의 서비스가 있다. 005국제전화의 서비스로는 국내 수신자가 요금을 부담하는 ‘글로벌콜렉트콜’, 해외 이용자가 로컬번호를 통해 통화하고 요금은 국내 사전계약자가 부담하는 ‘글로벌로컬번호’, 사전에 지정한 유무선 전화에서 착발신한 국제통화요금을 할인해주는 ‘005패밀리’ 등이 있다. ■ 소비자인기상-삼성전자 ‘하우젠 김치냉장고’ 2005년형 하우젠 김치냉장고는 김치 맛을 지켜주는 능력이 강화됐다. 핵심 기술은 김치냉장고의 문에 있다. 연구진은 김치냉장고의 온도가 변해 김치 맛이 달라지는 이유가 문을 여닫는 행동 때문이라 판단하고, 문에서 직접 온도를 지키는 ‘디지털 온도과학’ 기술을 개발했다. 문을 여닫는 횟수는 물론 열어 놓은 시간까지 자동으로 감지, 저장실 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준다. 김치냉장고의 내·외부 및 문에서 총 3단계로 온도를 지켜준다. 회사 관계자는 “2002년 하우젠 김치냉장고 출시 후 경쟁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프리미엄급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짚어내고 일깨웠기 때문”이라며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과 품질 유지에 대한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하우젠 김치냉장고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고객만족상- KTF ‘굿타임 파티’ KTF는 지난해 하반기, 경영전략 정비에서부터 ‘Have a good time’으로의 슬로건 교체까지 변혁을 이루며 ‘고객만족’을 표방했다. 올해 초 번호이동제 실시를 앞두고 ‘굿타임 찬스’ 캠페인을 펼쳐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의 입장에 섰다는 점이 공감대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KTF는 올해 하반기 이후 고객만족의 기업각오를 업그레이드 한 ‘굿타임 파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고객들이 파티의 주인공으로 맘껏 즐기게 되며, KTF는 고객을 위해 배려와 대접을 하는 파티 플래너 역할을 한다. ‘KTF적 파티’는 파티의 주최자 및 주인공간의 격조있는 커뮤니케이션과 배려 및 만족감을 중시하는 파티의 근본 정신을 담고 있다. KTF는 단말기 안심서비스, 무료통화이월요금, 서치뮤직 서비스, 무제한 사진메일, 보이스엔, 300만화소 디카폰 등 ‘굿타임 파티’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마케팅상-팬택엔큐리텔 ‘큐리텔 PG-K6500’ 130만화소 디카폰 ‘PG-K6500’은 폴더를 닫았을 때 디지털카메라처럼 보인다. 뒷면의 외부 LCD를 보며 가로로 촬영할 수 있다. 주파수 검색으로 라디오(FM) 채널을 최대 10개까지 설정해 들을 수 있으며 모닝콜 기능이 있다. 직접 영어단어를 입력하면 뜻, 예문, 발음을 확인시켜 준다(저장 단어 2800여개). 단어의 뜻만 검색하는 차원을 넘어 예문과 발음까지 알 수 있다는 게 장점. 촬영한 사진, 동영상을 인화하고 PC에서 편집할 수 있다. 45가지 스티커사진, 디지털 4배줌, 9회 연속촬영, 9가지 액자꾸미기, 셀프타이머, 접사촬영(최대 7cm), 오토플래시 등의 기능을 갖췄다. 이밖에 26만컬러 TFT LCD, 64화음 멜로디, GPS, 아바타 꾸미기, 폰트 설정, 무선인터넷 기능이 있다. 가격은 40만원대이며 이어폰, 접사렌즈가 함께 제공된다. ■ 뉴브랜드상-서울우유 ‘호두우유’ 우유에 국내산 호두, 땅콩, 잣 등을 넣어 맛과 영양을 살렸으며 호두의 텁텁한 맛과 우유의 밋밋한 맛을 없앴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B1·B2·E, 칼슘, 인, 철분 등의 영양소가 들어있다. 많은 물량의 증정품과 사은품을 통해 소비자가 호두우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호두의 특이성을 나타내기 위한 유머성 광고를 신문, 잡지, TV의 3대 매체에 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이벤트도 실시 중이다. 지난 6월15일 판매를 시작해 현재 하루평균 25만팩을 판매하고 있다. 호두는 ‘삼과피(三果皮)’라 하여 밤, 잣, 은행 등과 함께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머리를 맑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은 180ml 500원, 900ml 1800원. ■ 본상 - 쌍용자동차 ‘로디우스’ 승용차의 승차감, SUV의 성능, 미니밴의 다용도성을 합친 MPV(Multi Purpose Vehicle·다목적 복합 자동차)이다. 2700cc 커먼레일 DI엔진, 수동겸용 5단 자동변속기 등을 갖췄으며 2개 유형(9·12인승)의 모델이 있다. C·D필러를 분리한 그린하우스(차체에서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부분), 유럽풍의 후면 디자인, 범퍼가드바, 세단형 스윙도어(양여닫이문), 큐빅 유형의 가니시, 패션 루프랙 등을 적용했다. 센터클러스터로 운전자의 넓은 시야를 확보했으며 4열시트는 다양한 배열이 가능하다. 후륜구동시스템 및 현가시스템으로 안전성과 승차감을 살렸다. 전후방 충격흡수프레임을 달았고 전차종 기본으로 EBD/ABS브레이크, 운전석 에어백을 장착했다. 수동 11.1km/ℓ, 자동 10.2km/ℓ의 1등급 공인연비를 자랑한다. ■ 본상-삼성전자 ‘파브 홈시어터’ 파브시스템을 구성하는 디지털TV(모델명 SVP-50L7HX·SVP-56L7HX)는 화질기술인 2004년형 ‘DNIe’를 적용했으며, 명암비 2500대 1이 자연에 가까운 화질을 느끼게 한다. 피부색, 잔디색, 하늘색 등을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는 ‘나만의 색상조정기능’이 있다. ‘sDSM’ 음향기술을 가진 홈시어터(HT-DS1100T)는 5.1채널 음향을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파브는 개발단계부터 시스템형 출시를 고려해 TV와 홈시어터가 고품격으로 디자인됐다. 로켓용 엔진을 사용해 TV를 수직으로 세우고 두께(50inch 기준 화면부 두께 33cm)를 줄여 거실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세로 형태의 DVD플레이어와 함께 고급스러운 거실 인테리어를 연출한다. PC모니터로 사용할 수 있고 램프 밝기를 조정할 수 있다. 가격은 50인치 TV와 홈시어터 시스템이 600만원대, 56인치 TV와 홈시어터 시스템이 700만원대. ■ 본상- LG전자 ‘휘센 투인원플러스’ 별도의 액자형 공기청정기가 ‘투인원 에어컨’과 연동해 집안을 골고루 빨리 시원하게 해준다. 가격부담을 줄였고 설치공간 활용의 장점이 있다. 스탠드형 에어컨과 액자형 에어컨, 액자형 공기청정기를 1대의 실외기와 함께 세트로 구입할 수 있고 나중에 액자형 에어컨 실내기나 벽걸이형 공기청정기만 구입할 수도 있다. 원하는 온도에 도달하면 2대의 압축기 중 1대만 가동하는 초절전 시스템(TPS)은 2대의 실외기를 사용할 때보다 전기료를 최대 65% 줄여준다. ‘플라즈마 크린 시스템’과 ‘나노 헤파 크린 시스템’이 미세 먼지 및 냄새를 제거해준다. 스탠드형 에어컨으로 액자형 공기청정기의 동시 제어가 가능하다. 스탠드형 15평형 모델, 액자형 5평형 모델, 공기청정기가 360만원선이나 현재 예약판매기간에 구입하면 3대를 240만원선에 살 수 있다. ■본상- 삼성전자 ‘애니콜 가로폰’ LCD 화면이 가로로 돌아간다. 그 모습이 영어 ‘T’ 와 흡사해 T타입이라 불린다. 이동전화단말기의 부가서비스를 받아즐기는 소비자가 늘었지만 사용 용도에 맞게 와이드형 LCD를 채용한 이동전화단말기가 없었다는 게 제품 제작의도. 이 제품의 광고는 이동전화단말기가 가로여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세로로 베는 베개, 세로 골대, 세로로 된 차 번호판, 세로 안경 등을 등장시켜 가로형태의 편리함을 역으로 생각하게 한다. 회사 관계자는 “애니콜 가로폰은 차세대 패러다임으로 불리며 불경기에 판매가 주춤하는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며 “F-1을 닮은 디자인, 100만화소, MP3 기능을 갖춰 소비자를 흥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본상- 이수건설 ‘브라운스톤 천호’ 브랜드 마크는 삶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미지화했다. 중세 저택을 심볼화한 외곽형태에 네이밍을 푸른색톤으로 표현해 브라운스톤이 추구하는 ‘DIFFERENT LIVING’의 의미를 강조했다. 현재 이수건설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주상복합 오피스텔 ‘브라운스톤 천호’의 상가를 분양한다. 지하 3~지상 6층이며 지하 3층은 지하철역과 연결된다. 지하 2·3층은 푸드코너, 문구, 전문식당가, 액세서리점, PC방으로 분양하며 평당분양가는 1000만~2000만원선. 지상 1층은 은행·패스트푸드·편의점, 2층은 레스토랑·대형 호프, 3·4층은 클리닉센터, 5층은 학원·스포츠센터, 6층은 증권·보험·금융사무실로 각각 분양한다. 평당분양가는 900만~5000만원선. 지하철 5·8호선 천호역과 직접 연결된 환승역세권을 갖췄으며 올림픽대로, 천호대로, 풍납로 등 강남북을 잇는 교통요충지다. (02) 472-6633. ■본상- 한화건설 ‘오벨리스크’ 오벨리스크는 40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원형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건축의 명품이다. 한화건설(대표이사 김현중)은 오벨리스크의 견고성과 건축미학을 추구한다. 한화건설의 심볼마크는 오벨리스크의 이미지를 형상화했고 황금색 서체로 컨셉트를 표현했다. 현재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주상복합아파트 ‘서강 한화 오벨리스크 스위트’ 192가구를 선착순 분양한다. 29·30·33·39·46·50평형 각각 10·4·150·11·16·1가구며 지하 3~지상 15층 3개동 규모. 계약금 5%, 중도금대출 40% 이자후불제다.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이 걸어서 1분거리. 내부순환도로, 강변북로, 마포·서강·양화대교 등의 교통망과 한강시민공원, 월드컵공원·경기장, 난지도 생태공원 등의 문화시설이 가깝다. 신촌 및 대학가(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가 인접했다. 입주는 2007년 4월. 모델하우스는 여의도 통일주차장에 있다. (02) 786-7100. ■본상- 삼성 ‘센스X15’ 센스X15는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노트북 센스X10’의 계보를 잇는 15인치 모델로 고해상도 그래픽을 제공한다. 센트리노를 채용했으며 ‘지포스 FX5200’의 그래픽 카드가 있다. CD 및 DVD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는 ‘DVD-Multi’도 특징. 센스X15는 ‘성능과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및 모니터 기술이 총동원됐다. 현재 노트북 컴퓨팅은 센트리노 기술 및 무선랜의 보급으로 인터넷서핑, 음악감상, 영화감상,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 개념으로 옮겨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5인치 LCD와 실감나는 그래픽 성능은 시대의 대세이자 소비자의 사용환경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센스X15는 노트북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대표브랜드로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상- LG전자 ‘Xfee’ 인코딩, 가사지원, 다국어지원, FM수신, 음성녹음, SRS음장효과 지원, 폴더 등의 기능이 있는 MP3다. 표면은 알루미늄 재질에 UV코팅으로 처리됐으며 크기가 작다. 조그다이얼로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128·256·512MB의 메모리 용량이 있다. 실버, 티타늄, 블루, 핑크의 4가지 컬러가 있으며 AAA건전지 1개로 15시간이상 연속재생이 가능하다. USB2.0으로 파일 전송속도를 높였다. Xfree는 XCANVAS, XNOTE 등 LG전자 디지털제품군의 ‘X’ 컨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는 Xfree브랜드로, 해외에는 LG브랜드로 MP3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란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LG전자는 Xfree 전용 홈페이지(www.lgxfree.co.kr)를 개설하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벤트 진행과 함께 음악가사 지원, 영어·중국어·일어 등의 어학 콘텐츠 다운로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본상- CJ’한뿌리’ 4년근 인삼 한뿌리를 통째로 사용했다. 꿀을 넣고 곱게 갈아 맛이 부드럽고 소화 흡수에 부담이 없다. 올해 1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가 9개월 만에 300만병을 돌파, 9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일반 음료시장에 비해 판매량은 많지 않으나 주소비층이 30~50대에 한정돼 있어 하루에 한병씩 마시는 음료라는 빈도수를 감안하면 매출과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이 제품이 단기간에 인기를 끈 것은 ‘웰빙’ 추세와 더불어 4년근 인삼을 통째로 넣었다는 것이 소비자에게 어필했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효능이 인정된 인삼을 간편하게 먹고 싶어한다”며 “이런 소비 심리를 반영한 인삼 가공식품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120ml 한 병에 2950원, 4개들이 1만 1700원, 10·15개들이 선물세트는 각각 2만 9000원, 4만 3500원이다. 080-310-1010. ■본상- 한국야쿠르트 ‘쿠퍼스’ 지난 9월 출시된 ‘쿠퍼스’는 발효유의 기능을 간까지 넓힌 새로운 개념의 발효유다. 알코올성 간질환을 예방하고 간기능을 활성화시키는 4종의 유산균과 기능성소재 Y-Mix와 LS, 간염 유발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하는 초유 항체가 들어있다. 또 베타인, 비타민 B군 6종, 항산화 비타민 2종 등의 영양소와 총 5종의 혼합과즙을 담고있다. 서울대 수의대 박재학 교수팀이 진행한 동물실험결과 이 제품을 2주간 먹이고 알코올을 투여한 동물이 대조군에 비해 간수치와 간손상 정도가 낮게 나타났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지난 3년간 5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이 제품은 간에 존재하는 면역관련 세포를 발견한 쿠퍼박사에 착안해 만들었다. 현재 하루 15만개를 생산하며 내년에는 하루 30만개 이상 판매, 연간 15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본상- 광동제약 ‘비타500’ ‘비타500’의 특징은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차별화된 맛과 향이다. 따라할 수 없는 맛과 향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하게 된다. 둘째는 유통의 차별화다. 약국 판매에 의존해 온 드링크 시장을 슈퍼마켓, 편의점, 사우나, 골프장 등으로 확대해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했다. 셋째는 차별화된 마케팅이다. 무카페인의 ‘마시는 비타민C 음료’라는 기능적 가치와 ‘웰빙(Well-Being)’이라는 정서적 가치를 동시에 노렸다. 또한 가수 ‘비’를 광고모델로 등장시켜 젊은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한층 높였다.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비타500’은 2001년 53억원, 2002년 98억원, 2003년 28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월평균 4000만병을 판매해 약 9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미국, 동남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본상- 남양유업 ‘남양맛있는우유GT’ 남양유업은 최근 우유 소비가 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유를 마실 때 나는 ‘이취(異臭)’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에 따라 우유속 잡맛을 없애는 ‘GT(Good Taste)’ 신공법을 개발, 실용화했다. 이 공법은 우유를 생산할 때 생긴 목장 냄새나 사료취, 기타 이물질의 냄새를 제거한다. ‘남양맛있는 우유GT’는 우유 본래의 맛을 재현하는 데 성공해 냄새 때문에 기피해왔거나 기존 제품에 식상했던 소비자들의 구매가 늘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지난 8월 출시돼 100일만에 1억개, 9월부터 하루평균 100만개 이상, 최고 150만개가 판매됐다. 남양유업은 GT공법을 모든 제품에 사용하기로 하고 신공법 기계를 외국에 발주하는 등 발빠른 후속 대책을 진행하고 있다. 또 ‘GT 체험단’을 매주 1000명씩 선정해 GT우유를 평가하도록 하고있으며 유통매장, 학교 등에서 시음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본상- 웅진코웨이개발 ‘룰루비데’ 신제품 ‘BA06-A’는 분사되는 물줄기의 범위를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 있다. 곧은 분사에서 퍼지는 형태까지 4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은 나노 세라믹 정수용 필터’가 있으며 3중 필터가 세정수를 깨끗히 한다. 노즐팁의 교체가 편리하며 노즐 위치가 5단계로 조절된다. 착좌센서에 인체가 감지되지 않으면 자동절전기능에 의해 1분 후 절전모드로 전환된다. 자가진단기능이 있어 이상 발생 시 조작부의 램프가 깜빡인다. 저소음 분사 펌프를 설치해 수압이 낮아도 원활한 사용이 가능하며 노즐 강제 세척기능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에 사용된 와이드 세정 기능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인 것으로 소비자 의견을 반영했다”며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렌탈 비용은 월 3만~1만 6500원. 구입가는 74만원. ■본상- 태평양 ‘헤라 루즈 홀릭’ ‘헤라 루즈 홀릭’은 지난 10월에 선보인 립스틱으로 컨셉트는 유혹적인 여성. 겉으로 강해 보이나 내면의 정열과 열정을 품은 여성을 표현했다. 용기의 불투명 검은색 부분은 강인함을, 투명 빨간색 부분은 부드러움을 나타낸다. 크림을 바른 것처럼 부드럽고 편안해 입술이 답답하거나 당기는 느낌이 없다. 지속성이 좋아 덧발라야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이 제품의 질감과 색감은 ‘립 홀릭 시스템’에 의해 탄생했다. 1단계는 ‘터치 홀릭 시스템’으로 홀릭 파우더에 의해 부드럽고 얇게 발리며 끈적이지 않는다. 2단계 ‘컬러 홀릭 시스템’은 한번의 터치로 색상이 눈에 보이는대로 표현된다. 3단계는 ‘컨디셔닝 홀릭 시스템’으로 비타민 E 등의 컨디셔닝 성분이 유해산소로부터 입술을 보호해준다. 사과, 은방울꽃, 와인 등의 향이 있다. 지난 10월부터 이달말까지 42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은 3만원대. ■본상- 롯데칠성음료 ‘스카치블루’ 스카치블루의 성공은 품질전략, 유통전략, 광고·판촉전략으로 압축할 수 있다. 품질전략에 있어 스카치위스키 21년산과 6년산 원액을 절묘하게 블렌딩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 숙성 기간보다 맛과 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위스키 음용 및 구매행동 조사’ 결과 주위 사람의 권유로 위스키를 주문한다는 응답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주류판매업소 직원이 고객의 소비를 직접 유도하는 ‘pull전략’을 채택했다. 고객 밀착형 마케팅인 셈이다. 광고·판촉전략은 일관된 컨셉트를 유지해 타깃을 집중 공략했다. 스코틀랜드의 역사·문화를 소재로 한 광고를 꾸준히 해 ‘스카치블루=스코틀랜드 고급위스키’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도록 했다. 또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무료시음회 및 제품증정을 통해 부드러운 맛을 알리는 데 노력했다. ■본상- 농협 ‘아름찬 김치’ 아름찬이란 ‘한아름 가득찬, 정갈한 찬거리’의 합성어로 아름답고 풍성한 식탁을 의미한다. 아름찬김치는 100% 국산농산물만을 사용하며 원료구입부터 제품출하까지 연구소의 철저한 품질검사를 거친다. 김치원료 표준배합비율에 따라 전통김치 제조방식으로 만들고 농협에서 생산하는 청결고춧가루와 정갈한 젓갈만을 사용한다. ISO9002와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았으며 미국방성 위생검사에 합격했다. 시드니올림픽 공식김치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과 뉴질랜드 등에 아름찬 브랜드로 수출되고 있다. 포기·맛·깻잎·총각·열무김치 등이 있으며 포장규격은 80g~10kg. 인터넷 쇼핑몰(shopping.nonghyup.com)과 무료전화(080-399-9988, 080-456-7800)로도 구입할 수 있다. ■본상- 포스탑 ‘포스원’ (주)포스탑의 ‘포스원’은 냉방과 난방을 한대로 해결할 수 있다. 기름이나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와 공기를 열원으로 냉난방을 한다. 유해가스 배출을 차단했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이며 열복사 방식의 난방으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기존 냉난방기에 사용됐던 연료통, 오일호스, 가스라인 등의 설치가 필요없다. 4단계 사이클 방식보다 효율이 높은 6단계 사이클 방식을 사용해 성능이 좋고 전기 및 등유량을 각각 30%, 70%씩 줄여준다. 국내외 특허 10여종을 보유했으며 지난해 대통령 산업 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포스탑은 대우일렉트로닉스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스보일러 생산 계약을 맺었으며 가정용뿐만 아니라 상업용도 생산하고 있다. 산업용 냉난방 온수 디지털 시스템 및 청정공조 시스템을 갖췄다. 1588-1357. ■본상- 대교 ‘눈높이놀이수학’ 총 60세트로 구성된 (주)대교(회장 송자)의 ‘눈높이놀이수학’은 하나에서 열까지 개수세기를 통해 양의 감각을 길러주고, 사물의 개수와 수의 연결을 통해 수 학습의 기초를 다져준다. 각 세트는 수학동화, 테마학습, 손놀이의 3가지 테마로 돼 있다. 수학동화는 ‘내가 갖고 싶은 곰 인형’, ‘공주를 구해 주세요’ 등의 동화로 구성됐으며 테마학습은 알아보기, 익히기, 적용하기의 3단계 과정으로 돼 있다. 손놀이는 본 학습과 연계된 내용으로 다양한 놀이기법을 통해 학습을 정리할 수 있다. ‘눈높이놀이수학’은 들춰보기, 펼쳐보기, 뜯어보기, 접어보기, 오려서 넘겨보기, 접어서 넘겨보기, 만들어보기, 색칠해보기, 끼워보기 등 다양하고 독특한 놀이기법을 배치했다. 앞으로 학습할 내용을 한 눈에 보여주는 얌냐미의 테마놀이·손놀이·수놀이 등의 부교재가 있다. 080-222-0909. ■본상- 아울북 ‘마법천자문’ 한자능력검정시험에 나오는 한자 중 사용 빈도가 높은 한자를 뽑아 권당 20자의 새로운 한자로 엮었다. 한자의 모양, 뜻, 음을 이미지로 기억하게 하고 만화로 구성해 아이들이 쉽게 익힐 수 있다. 한자의 뜻과 소리를 주문처럼 외치며 한자를 써야 마법이 발휘된다는 내용. 한자를 외우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쉽게 외워지는 무의식의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마법천자문’은 경영능력, 마케팅, 시장성, 기술력, 재무상태, 관련 분야 파급효과 등에서 우수한 점수를 획득해 2003년 3차 문화산업진흥기금의 지원사업 대상 도서로 선정됐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하는 청소년 권장 도서 중에 아동 도서를 대표하는 도서로 뽑히기도 했다. 권당 8000원(총 6권). (031) 955-2171. ■본상- 웅진코웨이개발 ‘공기청정기’ 실내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입한 후 단계별 필터를 거쳐 청정화한다. ‘RBD(저항체 방전)플라즈마 항균촉매 시스템’을 통해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2단계필터를 통과시킨다. 정화된 공기는 부유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 터보팬을 통해 건강 클러스터 음이온과 함께 배출된다. 총 6단계 필터 방식이다. 이 제품의 특징은 ‘RBD플라즈마 촉매 시스템’. 플라즈마 발생기를 10W 이내 전압으로 낮추고 안정적인 전기 방전이 되도록 특수 반도체 장벽을 설치했다. 항균 촉매 필터는 물 세척이 가능하며 건강 클러스터 음이온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활성산소 및 정전기를 제거한다. 1단 기준으로 24시간 사용했을때 한달 전기료가 670원 정도며 소음이 작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이라 불리는 것으로 공기 중의 산소분자를 산소원자로 분리해 오염물질을 순간적으로 연소시킨다. 렌탈 비용은 월 3만 3000~3만 7000원. ■본상- 잔디로 ‘산야로’ 산야로(SANYARO)는 골프명가 (주)잔디로가 100년 전통의 영국 피타드사(PITTARDS)와 소재를 제휴해 만든 등산화다. 고어택스 기능보다 뛰어난 방발수 천연가죽 신소재(WR100)를 사용한 제품으로 일본수입 육성내피로 마감해 안정성, 편안함, 기능성을 살렸다. 발에 오는 충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깔창(안창)은 땀 흡수, 항균, 향취 기능이 좋은 일본수입 천연소가죽을 사용했다. 발을 고정시키는 부분은 에어매시, 라텍스, EVA, 네오라이트의 5겹 기능적 구조로 돼 있어 장시간 산행해도 쾌적함을 유지시켜주며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관절을 보호해주는 산야로는 등산화를 한차원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이다. (02) 2690-9000. ■본상- ING생명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 실적 배당형 연금상품으로 노후 준비가 가능하다. 채권에 70% 이상 투자하는 국공채형, 채권 및 주식의 혼합 상품인 안정 혼합형, 안정 성장 혼합형, 시스템 주식형, 채권형 등 5가지 펀드 상품을 통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고객의 투자 성향을 반영해 해마다 4회 이내로 펀드를 변경할 수 있다. 연금 지급은 특별 개정 운용실적과 관계없이 이미 납입한 주계약 보험료의 70%(1종), 100%(2종)를 보장한다. 사망보험금이 주계약 납입 보험료보다 적은 경우 이미 납입한 주계약 납입 보험료를 지급한다. 연금 수령방법은 종신·확정·상속·실적 연금형 등이 있고 여러가지 특약으로 개개인에 적합한 연금 및 보장 설계가 가능하다. 10년 이상 유지 시 ‘만기 도래, 중도 인출 또는 해약’의 경우 발생하는 이자 소득(보험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있다. ■본상- 현대카드 ‘현대카드S’ 카드 하나로 현대백화점의 우대서비스와 현대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이용 시 5% 할인쿠폰, 2·3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며 무료 주차권 쿠폰을 비롯해 ‘톱 클래스(TOP Class)’ 우대서비스를 받는다. 현대홈쇼핑과 Hmall을 이용할 경우 5% 추가 혜택(3% 할인, 2% 적립)이 있으며 헤어숍, 스파, 뷰티클리닉, 휘트니스, 명품점은 최고 20% 할인받는다. 영화예매(장당 2000원)와 항공권 구입(국내선 5%, 국제선 7%) 시에도 할인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이용 시 0.1%의 ‘백화점 포인트’가 적립되며 적립된 포인트는 현대백화점 상품권·사은품 교환 및 홈쇼핑·Hmall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을 이용할 경우 0.5%의 오토포인트가 별도로 적립돼 신차(현대·기아차) 구입 시 최고 200만원까지 할인받는다. 현대카드S와 현대백화점카드는 서로 전환이 가능하며 전국 13개 현대백화점, 현대카드 지점, 현대카드S 홈페이지(www.ehyundaicard.com), ARS(1577-6700)를 이용하면 된다. ■본상- 제일은행 ‘더블플러스통장’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처럼 통장으로 거래하도록 만든 통장식 CD상품이다. 예금에 가입하면 CD실물 대신 통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CD가 갖는 증서식(유가증권)의 단점인 도난, 분실에 따른 위험이 없다.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통장식, 증서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예치기간 중에 예금주가 다치거나 사망하면 예금액의 2배 범위내에서 최고 10억원까지 보험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시장실세금리를 반영해 만기까지 확정금리를 지급하므로 일반정기예금 대비 0.1%의 우대금리가 있다. 예금만기 시에는 은행에서 자동으로 입출금식통장에 입금된다. 예치기간은 30일에서 1년까지 일단위로 가입할 수 있으며 법인도 가입이 가능하다. 더블플러스통장은 정기예금의 목돈운용 개념에서 탈피해 거래의 편리성 및 금리우대는 물론 거래기간 중에 발생하는 사고로부터 미래의 안심까지 담보하는 금리우대 방카슈랑스 상품이다. ■본상- 기탄교육 ‘기탄한글’ 출시 전 2000명의 학부모 고객평가단을 모집한 기탄교육(www.gitan.co.kr)은 주부모니터링을 통해 교재에 대한 만족도를 높였다. 한달 분량의 학습지 4권이 각각 표지를 달고 들어가 있는 ‘4in1’ 제본방식이다. 각 단계별로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의 4영역으로 구분돼 있어 체계적인 한글학습이 가능하다. 동요CD, 낱말카드, 낱자카드, 낱말 브로마이드 등의 부교재가 지루함을 덜어준다. ‘엄마는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교육비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기탄교육은 한달 한글교육비 9500원이라는 가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탄한글 고객평가단에 참여했던 한 주부는 “엄마가 직접 한글을 지도하기 때문에 자녀와의 유대감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자녀의 몰랐던 면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02) 586-1007. ■본상- 삼성생명 ‘삼성유니버설종신보험’ 보험료는 자유롭게 내면서 정해진 사망보장은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자유 입·출금식 종신보험이다. 최근 월평균 2만건, 출시 6개월 만에 12만건 판매로 납입보험료 400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적립액 증가 효과를 강조’하는 1종과 ‘사망보장을 강조’하는 2종으로 구분돼 있다. 1종은 보험료를 공시이율에 따라 적립하기 때문에 적립액 증가효과가 높아 목적자금 설계에 유리하고, 2종은 공시이율과 최저보증이율의 차이를 변동보험금으로 발생시켜 추가적인 사망보험금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망보장 니즈가 강한 고객에게 적합하다. 보험료의 자유납입은 가입 2년 후부터 할 수 있고 적립액의 중도인출은 2년 후부터 해약환급금의 50% 범위 내에서 1년에 4차례까지 가능하다. ■본상- 여행가는날 ‘유럽여행’ 여행가는날(www.gotourday.com)의 유럽상품은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을 12일 동안 둘러보는 상품이다. 주요 관광일정은 다음과 같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 개선문과 에펠탑, 샹제리제 거리 등을 보게된다. 스위스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알프스 융프라우 3454m를 등정한 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비옥한 롬바르디아 주의 주도인 밀라노로 이동한다. 여행은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 라스칼라좌, 피사의 사탑, 바티칸 박물관, 성베드로 성당,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트레비분수, 베네치아 광장,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 등을 거치게 된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나폴리, 화산재의 도시 폼페이, 노래의 도시 소렌토 관광을 마치고 꽃의 도시인 피렌체로 이동해 미켈란젤로 언덕, 천국의 문 등을 들러본 뒤 물의 도시 베니스로 이동한다. (02) 778-2700. ■본상- KT ‘메가패스’ 지난해 1월 가입자 500만명에 이어 지난 9월 6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 인터넷 가입자 1100여만명 중 76%에 해당한다. 2000년 5월 런칭된 이후 2개월 만에 선발업체를 역전시키기 시작해 업계 최초로 가입자 100만명 돌파에 이어 22개월 만에 가입자 400만명을 기록했다. 2002년에만 고객 100만명이 증가했다. 2002년 7월 VDSL(Very high bit rate DSL) 기술을 이용, 대도시 중심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VDSL서비스를 시작했다. VDSL은 업로드와 다운로드 시 13~50Mbps의 속도를 제공한다. 2002년 12월에 20Mbps급, 지난해 2월에는 50Mbps급의 VDSL을 선보였다. 현재 메가패스 VDSL은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KT는 24시간 고객상담센터, 메가매니아 24시간 지킴이 등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상- 하이마트 하이마트(www.himart.co.kr · 대표 선종구)는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매장규모는 평균 400~500평이다. 주차장, 휴게실, VIP상담실, 유아놀이방 등을 갖췄다. 현재 직원수 5000여명, 전국매장 250개, 물류 14개소, 서비스센터 11개를 보유했으며 2003년도에 매출액 1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협력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소니, 브라운, 필립스 등 국내외 총 110여개로 취급하는 제품은 5000여종이다. 하이마트의 물류 및 전자제품 수리를 담당하는 하이로지텍(주)은 물류센터와 서비스센터가 전국에 각각 14, 11개소가 있다. 계열사 (주)HM투어는 여행사업과 여자프로골프단 사업을 한다. 하이마트는 인터넷 전자제품쇼핑몰(www.e-himart.co.kr)을 운영하고 있다. ■본상- 농협생명 ‘농협종신공제’ 출시 100일 만에 7만 4000건, 올해에만 15만 1000건을 판매하는 등 전년도 11월 대비 170% 증가했다. 신규수입보험료만 2000억원을 넘어섰다. 농협생명은 종신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지난 9월15일 이벤트 행사를 열어 해외 및 제주도 여행권을 전달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농협 보험사업 강화를 위해 금융연수원 주관하에 모집자격시험을 치뤄 직원 중에 92%가 자격증을 소지했다”며 “특히 종신, CI, 연금 보험상품은 은행업무외에 세무, 부동산, 증권 등 금융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에 풍부한 실전경험이 필요한 맞춤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만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농협공제보험교육원을 통해 매년 240명의 NFC(Nong hyup Financial Consultant)를 배출해 현재 1000여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 [MD의 훈수]손수 만들어 절약하는 기쁨 만끽

    [MD의 훈수]손수 만들어 절약하는 기쁨 만끽

    요즘 들어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여가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집안을 보수하거나, 직접 만드는 DIY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할인점에서 취급하는 DIY상품의 수는 자동차용품·집수리용품·공구류 등 2000여가지가 넘는다. 해마다 30% 이상 상품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홈인테리어·가구제작 등 전문 분야로 확산될 전망이다. DIY 코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상품은 자동차용품. 자동차용품 중 엔진오일이 가장 인기가 있다. 올 들어서는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많이 팔려 나갔다. 자동차 정비소에 가면 2만 5000∼3만원의 비용이 드는 엔진오일을 할인점에서는 1만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오일을 교환해야 하는 불편은 따르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비용도 줄이고, 아끼는 차의 엔진오일을 직접 갈면서 뿌듯함도 맛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지크 엔진오일이 1만 500원(휘발유,LPG용),1만 6000원(디젤용)이다. ●같은 계통 페인트 색상도 자동차회사별 차이 자동차의 외부 도장이 벗겨지거나 가볍게 긁힌 곳 등을 손쉽게 정비할 수 있도록 차량용 페인트 및 흠집 제거제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차량에 생긴 가벼운 상처라도 정비소에 가면 손상 정도에 따라 적어도 5만원 이상의 수리비가 들지만, 차량용 페인트나 흠집제거제로 정비하면 단돈 몇천원이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차량용 페인트는 스프레이 페인트와 붓 페인트가 나와 있어 차량에 생긴 상처의 종류, 부위 및 넓이를 고려해 적당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 특히 자동차 회사별로 같은 색이라도 세밀한 색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페인트에 적혀 있는 차량 종류를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흠집제거제도 잘못 사용하면 차량의 색이 변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사용시 설명서를 잘 읽어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량용 페인트 3000∼4000원, 흠집제거제는 2500∼3500원이다. 차량용 와이퍼도 종류별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있다.2000∼5000원이면 와이퍼를 직접 교체할 수 있다. 자동차 정비소에 가면 적어도 3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엔진 성능을 향상시키고 연비를 늘릴 수 있는 엔진코팅제 및 연료첨가제도 많이 팔리는 품목이다. 불스원샷(휘발유, 경유용)이 1만 9000원선에 판매된다. ●불경기로 전동드릴등 공구류 수요도 급증 전동드릴·전동드라이버 같은 전동공구류를 찾는 소비자들도 부쩍 많아졌다. 대표적인 품목인 전동드릴의 경우 올 들어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나사못을 박거나, 나무나 철판에 구멍을 뚫는 등 집에서 간단하게 가구 등을 수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 DIY의 기초라고 할 정도로 쓰임새가 많다. 가격은 3만원대부터 10만원 이상의 전문가용까지 다양하다. 망치·펜치·드라이버·줄자·못세트 등 다양한 공구류가 들어 있는 종합공구세트도 가정에서는 필수상품. 공구의 가짓수에 따라 8000원에서 2만원선이면 멋진 종합공구세트를 마련할 수 있다. ●물 반죽시멘트 파손된 화단등 보수에 편리 페인트·실리콘·접착용품·철물용품 등 집안보수용품도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다. 집안보수용품은 신상품의 개발이 빈번해 많은 종류의 상품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경기침체 속에 가장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상품이다. 집안보수용품 중 인기 제품은 페인트다. 더러워진 방안 벽지를 새로 도배하거나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자 하는 소비자들이라면 벽지용 페인트가 제격이다. 도배를 새로 하려면 많은 돈이 들지만 벽지용 페인트를 사용하면 더러워진 벽을 말끔히 하는데 2만∼3만원이면 된다. 요즘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번지지도 않는 페인트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1ℓ에 6000원선이면 살 수 있다. 화단이나 계단 등 시멘트가 깨진 부분을 보수하는 시멘트 종류도 잘나가는 품목이다. 예전에는 시멘트 공사가 무척 까다로웠지만 물 반죽만으로 간단하게 시공할 수 있는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빨리굳는 시멘트’는 한 부대당 4500원이다. 롯데마트 류용팔
  • [좋은도시 만들기] (6)유럽북부 국가들의 도시개발

    [좋은도시 만들기] (6)유럽북부 국가들의 도시개발

    북유럽 도시 설계를 일관하는 개념은 한마디로 규칙이다. 간판의 경우에도 철저히 지킨다. 우선 2층 이상에 간판을 다는 건 안 된다. 간판의 색채는 배경이 되는 건물의 색을 고려한다. 간판의 크기와 글씨에도 엄격한 기준이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부의 한 빌딩 옥상에 최근 간판이 허용됐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첫 간판 광고를 냈다고 해서 화제가 될 정도다. 그외 중심부 일부 빌딩의 옥상에는 광고설치가 금지되어 있다. 광고가 인간보다 앞장서질 않고, 물건을 사가라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건물의 간판 크기·색채 엄격 규제 북유럽 도시계획의 첫번째 원칙은 무엇보다 환경친화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환경친화’라는 말이 유행한다. 나무 많이 심고, 심지어 지하주차장 만들고 그 위에 잔디 심는 것이 환경친화로 통한다. 북유럽 도시에서 환경친화는 ‘덜 쓰고 살자.’는 뜻이 강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자원을 재생하여 사용하려는 노력, 이들은 그것이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뿐인 지구를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 친환경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긴다. 도시도 그런 생각으로 만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생태마을 에콜로니아에는 주거 단지 곳곳에 빗물을 수집하는 우수 저류조가 있다. 음식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드는 장치가 있으며 물가 곳곳에 심은 갈대(갈대는 물을 잘 정화해 준다) 등이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최근에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 변기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1970,1980년대만 해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재래식 화장실이 등장한다. 원래 있던 대로 살고, 덜 소비하고 살자는 것이다. 북유럽 도시 설계의 두번째 원칙은 ‘인간중심’이다. 자동차보다 인간이 우선되는 도시, 인간끼리 오순도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노력이다. 이와 관련하여 북유럽도시들의 자동차 배척 움직임은 점점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4차선의 차도가 2차선으로 줄어든 데 이어 요즘에는 이런 2개 차선이 보도나 자전거도로로 바뀐다. 차도의 턱은 휠체어 이용자와 노약자를 고려하여 크게 낮춘다. 차량과 보행자를 철저히 분리하던 이른바 보차분리(步車分離)의 원칙은 어느덧 보차혼용(步車混用)으로 바뀌고 있다. ●주거단지 곳곳 빗물 저류조 설치 사람은 보도로, 차량은 차도로 통행하도록 한 것이 종전의 도시설계 기법이었다. 언뜻 보면 안전해 보이지만, 차량 운전자는 차도에 사람이 들어올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운전하기 때문에 사고가 오히려 크게 난다. 차와 사람이 도로에서 함께 통행하면 차량속도는 자연히 줄어들고, 운전자는 사람에 신경을 쓰며 운전한다. 사고가 나더라도 가벼운 사고로 그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자전거는 이미 자동차이상의 역할을 한다. 자전거의 교통수송 분담률이 30%(서울의 지하철 수송 분담률 정도)를 넘는 암스테르담은 물론 추운 스톡홀름에서도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도록 정부가 도시 설계를 한다. 얼음이 언 도로로 지나다니는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에 대해 스톡홀름 시청의 부동산·교통국의 공보담당 마리나 호그란트는 이렇게 말했다.“자전거는 공해가 없다. 그만큼 시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보행자 사고위험도 차량에 비해 훨씬 낮다. 스톡홀름 기후는 자전거타기에 썩 좋지는 않지만, 우리는 5년전부터 자전거이용 계획을 다시 세우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독특한 개성·다양성 갖춘 주택 이런 원칙 속에서도 북유럽 도시들은 또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한다. 스톡홀름 근교의 ‘하머스비 조스타드’주거단지는 당초 2004년 올림픽선수촌 지정을 염두에 두고 계획되었으나 불발로 끝났다. 그 작은 타운에 가면 북유럽의 기후에서 보기 힘든, 전면유리창으로 구성된 아파트 입면이 눈에 들어온다.4∼5층 높이에 1동은 모두 10∼15호 정도로 이루어진 각 공동주택은 그 어느 것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 따라서 1동,2동하는 구분이 필요없다. 사람들은 건물 외관을 보고서 자기 집을 찾아간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이스턴 도크랜드’에 위치한 공동주택은 독특한 개성과 다양한 공용공간으로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인근 주거는 주민들의 근린의식을 높이기 위해 동그란 마당을 갖춘 중정(中庭)형으로 구성되었다. 모든 출입구는 중정을 향하게 설계되었다. 따라서 주민들은 하루 한 번 이상 이 중정을 오가며 이웃과 자연스럽게 교류를 쌓는다. 암스테르담·코펜하겐·스톡홀름=김세용 건국대교수 ■공동체의식 키우는 ‘코하우징’ 코하우징(co-housing)은 조합주택이나 협동주택이다.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동호인주택과 비슷하지만 10여명이 공동으로 부지 물색과 건축까지 하는 소규모부터 대단위 단지 조성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8㎞ 떨어진 조합주택인 시벨리우스파켄 마을에는 현재 230가구가 거주하며 앞으로 107가구분의 주택을 더 지을 예정이다. 조합주택을 설계 건축하고 관리하는 댑(DAB)사의 마이클 프리시-젠센 이사는 공동 주택 배치의 특징을 개방성으로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 외부에는 요새처럼 보이지만 베란다가 안으로 향해 있어 단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쉽게 볼 수 있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관리인이 입는 유니폼을 주택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된다. 그는 “이런 단지배치로 다른 지역보다 범죄율이 60%나 줄었다.”면서 “혼자 사는 가구에서 소리를 칠 경우 누구나 달려와 도와줄 수 있도록 단지를 설계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오토바이나 차를 단지 안으로 몰고 올 수 없으며 단지 밖 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어 들어오게 되어 있다. 공동식당은 없지만 주민이 함께 즐기는 카페가 있으며 각자 동전을 넣고 빨래할 수 있는 공동세탁소가 있다. 젠센 이사는 “나도 전에는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살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정원 관리가 쉽지 않아 이곳 코하우징으로 이사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근로자나 서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67세이상의 노인이 12%, 여성 가구주가 20%에 달한다. 댑사는 비영리기업으로 덴마크 전국에 6만5000가구의 주택을 관리한다. 코펜하겐 이상일 특파원bruce@seoul.co.kr ■암스테르담市 ‘집창촌 시각’ 프리섹스와 마약 합법화 국가로 알려진 네덜란드에서 집창촌은 수도 암스테르담의 시청 바로 앞길에 죽 이어져 있다. 한국은 매매춘을 법적으로 금지하며 뉴타운이라는 재개발사업을 통해 집창촌을 모두 없애고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 암스테르담의 도시계획 전문가는 집창촌을 어떻게 생각할까.‘눈엣가시’같지는 않을까. 거리의 여성이 서 있는 건물 2,3층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불평하지 않느냐고 먼저 물어보았다. 암스테르담시 도시계획부의 알라드 조엘 공보관은 “집창촌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며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데다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집창촌을 이전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엘 공보관은 “관광객이 몰리면 커피숍 등 주민 소득에 도움이 된다.”며 “싫은 주민은 이사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집창촌이 현재 지역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도시계획 디자이너 마드는 “암스테르담시 남쪽에 또다른 작은 집창촌이 있지만 주민들은 집창촌보다 이 지역 주변에 마약 사용자들이 느는 것에 대해 불만”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는 집창촌을 관광지도에 아예 ‘홍등가(Red Light District)’로 공식 표기하고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배포한 팸플릿에는 전직 성매매 여성이 밤 8시에 나와 관광 가이드를 하는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다. 거기에는 “가이드에게 온갖 질문을 할 수 있으며 투어는 안전하다.”고 적혀 있다. 도시 계획 정책을 세우면서 도시의 치부를 다루는 네덜란드의 방식은 한국인에게는 독특했다. 암스테르담 이상일 특파원 bruce@seoul.co.kr ■특별취재팀 ●북유럽팀 이상일 논설위원(특별취재팀장), 김세용 건국대 교수 ●서유럽팀 이동구 기자, 이정형 중앙대 교수 ●미 국 팀 장세훈 기자,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
  • 연말 신용카드 100배 활용법

    연말 신용카드 100배 활용법

    연말을 맞아 각종 가족·친구모임에 쇼핑, 겨울여행 등 돈이 들어갈 일이 많다. 예전보다는 씀씀이가 줄어든 요즘, 신용카드사들이 회원들의 알뜰 소비를 위한 할인·경품행사 등 다양한 연말연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지갑 속에 숨어있는 카드 한장이라도 잘 활용한다면 비용을 적잖이 줄일 수 있다. ●카드 한장으로 외식 OK 가족과 함께 외식할 계획이라면 삼성카드와 롯데·LG카드 등을 이용해 볼 만하다. 삼성카드는 내년 1월 말까지 전국 300여곳의 음식점에서 10∼20% 할인 및 최고 1만점 보너스 포인트를 제공하는 즉석복권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카드 회원은 이달 말까지 페밀리레스토랑 마르쉐·삐에트로 등에서 4만원 상당의 무료 시식쿠폰과 전국 자바 커피점의 무료 음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LG카드도 이달 말까지 프레스코·제이슨가든에서 3만∼5만원 이상 결제하면 1만∼2만원짜리 무료 쿠폰을 준다. 특히 24∼25일 눈이 내리면 이들 레스토랑에서 50% 할인과 새우요리 무료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쇼핑·선물도 알뜰하게 현대카드는 이달 말까지 ‘현대카드S’ 회원이 현대홈쇼핑·Hmall에서 결제하면 10%까지 할인해 준다. 또 카드 결제회원 400명에게 적립금 10만원 또는 다이어리를 경품으로 준다. 신한카드 회원은 이달 말까지 백화점은 3개월, 전자전문점은 2∼6개월 각각 무이자 할부를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는 또 홈페이지(www.shinhancard.com)의 기부관련 쇼핑몰에서 크리스마스카드 등을 구입한 고객 85명에게 뮤지컬 ‘미녀와 야수’ 티켓·영화예매권 등도 나눠준다. 비씨카드는 이달 말까지 모든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2개월 무이자할부를 해준다. 롯데카드도 이달 말까지 결제 영수증 번호를 응모하면 김치냉장고·비데·공기청정기 등을, 모든 결제회원 대상 자동응모를 통해 제주·부산롯데호텔 등 2박3일 패키지여행 이용권을 나눠준다.LG카드는 하이마트 등 전자전문점에서 구입시 6개월까지 무이자할부를, 스카이HD수신기 구입시 12개월까지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KB카드는 올해 신규로 신용·체크카드를 발급받은 회원이 쇼핑 결제나 현금서비스를 10만원 이상 이용할 경우 추첨을 통해 556명에게 100만원 등 상금을 나눠준다. ●여행·해외연수 할인 봇물 비씨카드는 대명 비발디파크의 리프트·렌털권과 눈썰매장 30%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또 24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무료 스키·스노보드 강습을 개최한다.24∼26일 ‘제주 크리스마스 여행상품’도 저렴하게 마련했다. 삼성카드는 내년 2월 말까지 보광 휘닉스파크 등 5개 스키장에서 리프트권을 50%까지 할인해주며, 스키·보드 대여도 50∼60%까지 깎아준다. 현대카드를 이용하면 강촌·대명·무주·베어스타운 등 9개 스키장에서 리프트·숙박을 40∼50%까지 할인받는다. 또 오는 31일 조선·워커힐·하얏트제주호텔에서 열리는 송년파티 티켓을 10∼20%까지 할인해준다.KB카드는 내년 2월 말까지 용평·무주스키장을 이용하는 회원의 카드 결제시 리프트권과 스키·보드 렌털권을 20∼30% 깎아준다. 롯데카드는 10%까지 할인되는 롯데호텔 겨울패키지와 일본 3∼4일 스키·온천여행 특가상품을 내놨다. ●어린이 연수·캠프도 만발 겨울방학을 맞아 자녀들에게 영어캠프 등의 기회를 주고 싶다면 신한·LG·KB카드를 이용하면 좋다. 신한카드는 내년 1월 9∼25일 민병철 주니어어학원과 함께 괌에서 개최하는 영어캠프 참가신청을 24일까지 받는다.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참가비를 10만원 깎아준다. 이와 함께 내년 1월 18∼20일 회원 자녀 200명을 대상으로 용평리조트에서 스키캠프도 개최한다. LG카드는 캐나다·아일랜드·뉴질랜드·중국 등에서 3∼7주간 저렴하게 어학연수·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KB카드는 고려대 국제어학원 후원 영어캠프에 참여하는 초·중학생에게 참가비 중 8만원을 깎아준다. ●문화생활도 챙기자 LG카드는 내년 1월 말까지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이러브유’티켓을 10% 깎아준다. 롯데카드는 뮤지컬 ‘호두까기인형’ 등 다양한 공연티켓을 10∼20% 싸게 제공한다. 또 롯데시네마 등 10개 영화관에서 1500원을 깎아주며, 롯데월드 무료 입장 및 자유이용권 5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KB카드는 이달 말까지 서울랜드 자유이용권을 1만원 깎아주며, 에버랜드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팬터지’행사를 통해 동반 2인까지 자유이용권을 6000원까지 할인받는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月10만원 버티기… 왕소금 살림”

    “月10만원 버티기… 왕소금 살림”

    요즘 서민들의 키워드는 단연 ‘절약’이다. 시민단체의 구호에 그치던 ‘구두쇠 정신’이 짙게 드리운 불황의 그늘을 헤쳐가는 중요한 생존전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들은 생활 속의 작은 실천으로 전기요금과 가스비 등을 절약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절약’이 젊은 세대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절전은 기본… 승강기 함께 타고 내려 서울 양천구 목동 한신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미경(46)씨는 ‘절약 실천 전도사’로 불린다. 김씨는 4년 전 동사무소에서 우연히 에너지절약을 위한 권고사항을 본 뒤 집에서 쓰지 않는 전등을 끄는 습관을 익혀 나갔다. 지난해에는 스위치를 꺼도 가전제품에 흐르는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해 간단히 전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멀티탭을 모든 가전제품에 연결했다. 또 열소비가 많은 백열등을 고효율 삼파장 전등으로 교체했다. 가전제품을 살 때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높은 것부터 따졌고 전열기구는 사용을 줄였다. 그러자 지난해까지 한달에 5만∼6만원까지 나오던 전기요금이 올들어 최저 2만 9800원까지 줄었다. 최근 김씨는 이웃에게도 에너지절약운동을 권하고 있다. 전기요금 영수증을 들이밀며 설득하는 김씨를 따라 이웃에서도 멀티탭을 설치하는 등 절약 붐이 일고 있다. 아래 위층 주민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같은 층에서 내린 뒤 계단으로 아래 위 자기 집으로 가는 신풍속도 생겼다. ●전기료 월10만원 내다 4만원으로 줄여 프리랜서 성우 오지향(25·여)씨도 지난 3월부터 에너지절약운동에 푹 빠졌다. 출근 전 멀티탭 끄기는 기본. 하루종일 꽂아두기 쉬운 휴대전화 충전기는 초록불이 들어오면 전원을 끄고, 전기밥솥으로는 먹을 만큼만 밥을 지어 보온기능은 아예 쓰지 않는다. 언니(28)와 같이 사는 오씨는 별 생각 없이 전기를 쓸 때 10만원 안팎이던 전기요금이 지난달 4만 700원으로 줄자 더욱 재미가 붙었다. 외출 때는 보일러를 끄기보다는 절약모드로 해둔다. 완전히 식은 방을 다시 덥히려면 가스가 더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목욕할 때도 더운 물을 아껴 쓰고 음식을 만들 때는 되도록 가스를 중불로 사용한다. 그러자 지난해 11월 7만원이던 가스요금이 올 11월에는 4만 8000원으로 줄었다. ●“PC주변기기 꺼두면 절전” 네티즌들 권장 회원이 37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짠돌이’ 카페에는 하루에만 수백개의 글이 오른다.‘디데이04’라는 네티즌은 ‘컴퓨터 소비전력 줄이기 10가지 방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컴퓨터 안쓸 땐 전력사용 70%를 차지하는 모니터라도 꺼두기, 프린터나 스피커, 스캐너 등 주변기기는 쓸 때만 켜기,CD롬 드라이브에 CD롬 넣어두지 않기 등을 권했다. ‘한달 10만원 생활기’라는 게시판에서는 수십명의 네티즌이 스스로 한달 소비금액을 정한 뒤 일일 가계부를 공개하며 계획 이상으로 소비하지 않도록 서로 감시한다. 이 운동을 제안한 ‘대왕소금’은 “10만원이 적어 보이지만 막상 마음먹고 달려들어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라고 말했다. ●내복 입기로 난방비 줄이고 환경오염 극복까지 회원이 8만명에 이르는 에너지시민연대는 21일부터 ‘내복 입기 캠페인’에 들어간다. 겨울철에 내복을 입으면 체온을 3도 이상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만 줄여도 전국에서 46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시민연대 김태호 사무처장은 “내복 입기는 환경오염을 극복하는 적극적 대안이기도 하다.”면서 “간단한 실천으로 각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10%만 줄인다면 가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환경오염 논란을 일으키는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건강칼럼] 술·밤참 그리고 뱃살

    밤샘 모임이 늘어나는 연말이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에 곁들인 밤참이다. 살찐다며 참아오던 식욕도 이때만큼은 허리띠와 함께 풀어놓는다. 그러나 이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문제가 된다.‘야간식이증후군’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의 양 중 저녁 때 먹는 양이 절반을 넘는 경우 이를 ‘야간식이증후군’이라고 한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요주의군(群)이다. 이 증후군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 스트레스인 탓이다. 당분은 체내에 들어가 뇌를 안정시키는 세로토닌이라는 뇌신경 물질을 자극한다.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불안정해진 뇌를 안정시키기 위해 습관적으로 당분이 든 음식을 찾아 먹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음식이라도 밤에 먹으면 낮에 먹는 것보다 더 많이 살이 된다는 사실이다. 낮에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교감신경의 작용이 활발해 섭취된 음식의 열량 소모가 비교적 쉽다. 반면 밤이 되면 에너지를 축적하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서 먹는 족족 지방으로 쌓이게 된다. 더구나 밤에는 복부비만을 유발하는 효소인 리포프로테인 리파제가 활성화된다. 따라서 연말 핑계로 일주일만 기름진 음식으로 밤을 새우면 뱃살 한 꺼풀 더 붙는 것은 일도 아니다. 술자리를 피하기 어렵다면 칼로리가 적은 메뉴를 공략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점에서 고열량의 기름진 중식이나 양식보다 한식이 훨씬 유리하다. 갈비나 삼겹살을 먹더라도 야채를 듬뿍 얹어 쌈을 싸 먹는다. 야채와 함께 나오는 드레싱은 피하는 게 좋다. 술 역시 칼로리가 높아 물과 섞어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생선과 해산물 메뉴는 칼로리가 높지 않아 연말 메뉴로 적당하며 숙취 해소에 도움이 돼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평소 식이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생체리듬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미 늘어난 체중을 줄이겠다고 식사를 거르는 것은 금물이다. 세 끼를 제때 먹고도 생체리듬이 규칙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정부·지자체 예산집행 연쇄지연 경기부양 ‘병목’

    정부·지자체 예산집행 연쇄지연 경기부양 ‘병목’

    국회 예산안 처리가 올해도 여지없이 파행 속에 묻혔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법정 통과시한(12월2일)을 이미 보름이나 넘겼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고질(痼疾)이지만 특히 올해는 침체된 경기상황과 맞물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보통때 40대60 정도인 상반기, 하반기 예산집행 비율을 내년에는 55대45 정도로 가져가려 했는데 예산 확정이 늦어져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아동·노인·장애인 등 각종 복지시설의 증·개축(2005회계연도분) 작업에 들어가야 하지만 여태껏 공사비용, 건설업체 선정방식 등 실행계획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새해 예산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예산배정 등과 관련한 지침서도 아직 못 보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예산을 최대한 많이 집행하는 게 범 정부적인 방침이지만 이대로라면 돈을 쓰고 싶어도 못쓸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재정 조기집행’이라는 정부 거시정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기부양 수단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정부소비를 앞당겨 실시하는 것은 내년 상반기 핵심 경기부양책. 정부는 내년 예산(국회 제출안 기준 일반회계 131조 5000억원)의 55% 이상을 상반기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개인·기업의 소비와 투자가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일단 정부가 돈을 실물경제에 최대한 많이 쏟아부어 내수부양의 촉매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국회에서 예산안이 묶이면서 각 부처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부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공단 등을 통해 연말까지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의 세부계획과 예산내역을 확정해야 하지만 예산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당장 1월1일부터 집행이 쉽지 않게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의 사업은 고용확대 등 경기부양책과 직결돼 있는 데다 취업훈련 등 시간에 구애받는 것들이 많아 예산의 조기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도 지자체와 함께 벌이는 지역진흥사업과 연구·개발(R&D) 사업의 조기집행이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도 “정부가 물자구매 등 예산집행을 연초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30일에야 의결했던 올해 예산의 경우, 곳곳에서 집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산업자원부 ‘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 사업의 경우, 예산확정 지연으로 사업공고와 연수기관 선정이 늦어져 3월 말에야 겨우 연수생을 선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올 1·4분기 현장연수생은 전체 대상 6000명의 1.4%에 불과한 85명에 그쳤다. 과학기술부의 핵심연구개발 사업도 연구과제 공모 및 평가·선정 지연으로 1분기에 단 한건도 사업선정을 하지 못했고,2분기에야 겨우 연간목표 대비 10.3% 집행이 가능했다. 그나마 실제 지원협약 체결과 연구비 지급은 7월 이후에나 이뤄졌다. 농림부의 밭기반 정비 등 6개 사업도 지난해 12월에 끝났어야 할 부처협의가 올 1월 말에야 겨우 마무리되면서 2월에 집행이 시작됐다. 답답하기는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 지원금(지방교부세, 정부보조금 등) 규모가 확정돼야 이를 토대로 최종 예산을 짤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자체 예산에서 중앙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대와 21%대에 불과한 서울시나 경기도와 달리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들은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 250개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0∼50% 수준에 불과하다. 전북은 23%, 전남·경북은 35%대로 특히 낮다. 최근 광역지자체들은 지난 9월 정부가 올린 예산안 항목을 기준으로 새해 예산안을 짰다. 지자체 예산안 확정시한이 광역은 12월17일, 기초는 12월22일이어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북 도의회 의원은 “확정된 예산안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를 정밀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예산의 추가편성이 불가피해 사업별로 자금이 남거나 모자라는 현상이 생길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에서 정확히 얼마를 받게 될지 불명확하니까 나중에 추가경정예산을 전제로 본예산을 편성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연초에는 사업비용을 아끼다가 나중에 추경이 반영되면 연말에 대규모로 돈을 몰아서 쏟아붓다보니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해 복지부 소관인 사회복지관 시설 개보수 비용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50억원이 추가돼 지자체들이 추경으로 반영했으나 당초 계획에 없었던 탓에 신속한 집행이 불가능했다. 계명대 윤영진(행정학) 교수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는 내년에는 예산의 조기집행이 주요 정책수단이 돼야 하지만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있다.”면서 “국회가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정부의 대응력을 제한하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균 장세훈기자 windsea@seoul.co.kr ■ 되풀이되는 ‘악습’ 지난 1992년 14대 국회 개원 이후 올해까지 13년간 예산안이 정상적으로 통과된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 법정 예산안 처리시한을 맞춘 적은 그동안 5차례. 그러나 92,97,2002년에는 대통령 선거 때문에 국회 일정이 단축돼서 그런 것이었고,94년에는 파행 끝에 여당단독으로 처리됐다. 제대로 됐던 적은 95년 한 해밖에 없었던 셈이다. 최근 들어 정쟁으로 얼룩진 예산안 표류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2000년,2001년,2003년에는 처리시한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정기국회 회기 안에도 끝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한달 가까이 더 끌다가 해가 바뀌기 직전인 12월30일에야 겨우 통과시킴으로써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예산이 확정되지 못한 채 회계연도가 바뀔 경우, 정부가 직전 연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적인 예산) 편성사태 직전까지 치달았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창수 국장은 “14대 국회 이후 예산안 심의·조정에 걸린 시간은 평균 10여일이었고 94년에는 이틀 만에 모든 게 끝나기도 했다.”면서 “예산안 내용을 꼼꼼하게 파악하다 늦어지는 게 아니라 예산과 전혀 상관없는 소모적인 정쟁을 하다 막판에 부랴부랴 통과시키는 모습에서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과 예산회계법에 따르면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10월2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30일 전(12월2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상 광역단체는 회계연도 개시 15일 전(12월17일), 기초단체는 10일 전(22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게 돼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예산심사 지연 해법은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는 일이 ‘연례 행사’처럼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보다 여야간 정쟁의 볼모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예산 전문가들은 예산 심사의 부실화를 막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원희(한경대 교수) 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은 “예산 심사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정치적 타협의 도구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의원들이 예결특위와 다른 상임위 활동을 병행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역구 사업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영진 계명대 교수도 “정부가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예결특위의 상임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 요구기관 및 수혜집단 등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산 청문회제도를 도입하면 국회의 독단적인 예산 심사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새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준예산제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산 집행실적이 전무한 신규사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마련한 예산을 의회가 우선 통과시켜 가집행토록 한 뒤 추후 심사를 통해 최종 확정하는 영국의 ‘잠정예산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 양대 기능 가운데 한 축인 예산심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서원석 박사는 “예산 심의를 충실하게 하기 위해 상임위의 예비심사와 예결특위의 종합심사 시기를 법정화하는 통과시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의원들이 이를 따르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면서 “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의원들 스스로가 법 존중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대게 먹을까 과메기 먹을까

    대게 먹을까 과메기 먹을까

    대게 VS 과메기 살튀기는 속살전쟁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동해안은 만선의 깃발이 드높다. 다리에 살이 꽉 차오른 대게를 실어나르는 어부의 얼굴에도, 씹을수록 고소한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에서 일하는 아낙네의 얼굴에도 해뜨는 곳, 동해의 웃음이 있다. 곰치와 도루묵, 포항물회와 영덕막회도 이곳에선 더욱달착지근하다. 이 겨울에는 동해안 남부쪽으로 가기가 한결 가까워졌다.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최근에 개통된 까닭이다. 스트레스까지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동해로 떠나보자. 포항 · 영덕 이기철 한준규 기자 chuli@seoul.co.kr ■영덕 싱싱탱탱 대게잡이 동승기 지난 8일 새벽 4시, 경북 영덕의 대진항.“그만 일어나이소.”라는 굵은 목소리에 잠이 깼다. 전날 대게잡이 배를 동승, 취재하기로 하고 유신호(9.77t)선장 김택열(44)씨 댁에서 눈을 붙였던 것이다. 군대시절 신병처럼 벌떡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숙소를 나섰다. 나름대로 옷을 두껍게 입었지만 칼바람이 그대로 얼굴을 때리고 파고들었다. 유신호에 오르자, 선장 김씨는 엔진 키를 돌렸다. 힘찬 시동과 함께 배는 미끄러지듯 포구를 빠져나왔다. 불빛을 밝힌 다른 배들도 뒤따랐다. 모두 대게잡이로 출항하는 배다. 칠흑같이 어둔 바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선 보기 힘든 별만 영롱했다.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선장 김씨는 “이리 들어가이소.”하며 선장실 안의 작은 방으로 들어갈 것을 권했다. 내실에는 난로가 있었지만 스위치를 암만 당겨도 불이 붙지 않았다. “저기요 이거 불이 안 켜지는데요.”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자, 경상도 ‘사나이’는 “아, 가스가 떨어져 삔네, 낭패네…. 추워도 좀 참으이소.”하며 무뚝뚝하게 키를 돌렸다. ‘으미 추운 거.’ 한 시간을 추위에 떨다 갑판으로 나왔다. 우려했던 배멀미가 순식간에 몰려왔다.‘참아야 하느니라….’이를 악물었다. 때마침, 어둠이 가시며 동녘에서는 서서히 붉은 물이 들었다. 아침해가 떠오를 준비를 시작했다. 운행에 가려 일출을 못봐 안타까웠다.11월부터 다음해 5월말까지 대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11월에는 속이 꽉 차지 않아 어민들은 한 달을 기다려 12월부터 본격적인 대게잡이를 한다는 것이 선장 김씨의 이야기였다. 오전 7시, 유신호가 속도를 줄이자 선원들이 부표를 건져 올렸다. 그러고는 줄을 감았다. 이 해역은 수심 430m의 깊은 바다로 대게의 씨알이 굵다고 한다. 슬슬 그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빈 그물이다. 선장 김씨는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갑판에서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선장 김씨에게 다가갔다.“누군가 그물을 건드린 것 같네. 그물이 엉켜 있어.”라며 “아마 오징어배가 그물을 들었다 놓은 모양이야.”라며 한숨을 내쉰다. 아니나 다를까. 그물이 뒤죽박죽이다. 오징어 채낚기 바늘도 걸려 있다. 그래도 계속 그물을 걷어 올렸다. 불가사리, 해초류, 말미잘 같은 것만 올라왔다. 첫 작업은 허탕이었다. 파도에 흔들리는 배는 마치 표류하는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나의 배멀미는 정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입사 10년차 기자, 배위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더욱 괴로운 것은 ‘대게가 줄줄이 딸려 올라오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라고 하는 일 걱정이었다. 보통 그물을 바닷속에 15일 이상 쳐 놓아야 게들이 오가다가 붙는다. 이렇게 오랫동안 바다에 놓아두었던 2000m짜리 그물에 대게 20여 마리가 걸려 올라오다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보통 여기는 수심이 깊어 씨알이 굵은 놈들로 1000여 마리는 올라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김선장. 같이 타고 있는 입장에서도 미안했다. 내 미안함을 눈치챘는지 사나이는 말했다.“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이지. 그물을 통째로 가져가는 나쁜 사람들도 있습니다.”며 “다른 곳에서 한번 땡겨보입시다.”라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출발했다. 오전 10시30분, 그냥 귀항했으면 좋으련만 무심한 유신호는 2m 안팎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12시쯤 다시 부표를 건져올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와, 드디어 대게가 올라왔다.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그물에 걸린 대게가 잇따라 올라온다. 속은 울렁거렸지만 마음이 안정됐다. 한 쪽에서 그물에 엉켜있는 대게를 떼냈다. 그다음 먼저 손으로 대게의 등딱지를 잡고 그물을 벗긴 다음 쑥 잡아당기니 길다란 다리가 그물에서 쏙 빠져나왔다. 신기하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리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상품성이 확 떨어진다. 그래서 작업은 조심스러웠다. 그물에서 떼어낸 대게가 금방 수북하게 쌓였다. 사진을 몇 장 찍고나니 속이 다시 울렁거렸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낭만적이기는커녕 이렇게 미워보이긴 처음이다. 오전 일을 망친 어부들에게 빨리 돌아가자고 말할 수도 없고, 정말 바다에 뛰어들어 쉬고 싶었다. 구석에 처박혀 ‘노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선원 하나가 갑자기 애써 잡은 대게를 바다로 집어 던졌다. 힘든 몸을 일으켜 “아저씨, 왜 버려요?”라고 묻자 그는 “대게의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빵게(암게)와 게딱지의 직경이 9㎝가 넘지않는 대게는 다시 놓아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작은 게를 잡았다가 해경에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을 살게된다고 덧붙였다. 영덕대게는 유충에서 9㎝크기로 자라는데 보통 10년이 걸린단다. 드디어 선장은 귀항을 명령했다. 유신호가 대진항으로 선수를 돌렸다.‘빨리 가자.’내 마음은 벌써 대진항에 닿았다. 육지가 이렇게 그리울 수가. 서너 박스의 대게를 트럭에 옮겨 싣고는 수족관에 하나씩 꺼내 옮겨 놓았다. 이로써 하루의 대게잡이 작업이 끝이다. 이제 게들은 음식점이나 택배로 소비자들 식탁으로 올라갈 것이다. 비록 만선은 아니지만 하루 일을 끝낸 어부들의 얼굴에 흡족한 웃음이 번졌다. ●맛있는 대게 고르는 법 영덕대게는 일반게인 홍게(붉은게)와는 다르다. 영덕대게는 색깔이 누런 주황색이며 속살이 꽉 차 있다. 그리고 맛을 보면 약간 단맛이 나면서 쫄깃하다. 값싼 수입산과 달리 몸체와 다리에 하얀 반점(따개비와 같은)이 없고 말갛다. 크기가 크다고 맛있는 게가 아니다. 일단 속이 꽉 찬 대게를 고르려면 다리나 배쪽을 살짝 눌러 보면 된다. 배쪽이 거무스름하고 눌렀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들며 등껍질은 살짝 말랑해야 한다. 겉으로 봐서 다리가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든지 물이 왔다갔다 하면 상품가치가 없는 물게다. ●대게 요리법 ▲대게는 삶기 전에 반드시 미지근한 물에 담가 두었다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쪄야 한다. 보통 5∼10분을 담가 놓으면 된다. ▲대게는 삶지 말고 김으로 쪄야 한다. 이때 대게의 배를 반드시 위로 향하도록 놓아야 한다. 그래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더라도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게 비린내를 없애려면 정종이나 맥주, 혹은 녹차를 물속에 조금 붓는 것이 좋다. ▲보통 30분 정도 강한 불에서 찌고,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 영덕선 대~게 여기서 먹죠 대진항에서 12년째 영덕대게를 팔고 있는 은하수수산(054-733-6447)은 영덕대게가 가장 싼 집이다. 남편이 15년째 대게잡이 배를 타고 있고, 부인이 식당을 운영해 진짜 영덕대게를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원래는 도매만 했는데 손님들이 “현지에서 게를 쪄 먹고 싶다.”고 해서 간단한 밑반찬과 스팀기로 대게를 20분 만에 쪄 준다. 가격은 8000원짜리부터 10만원까지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또한 배멀미에 자신있는 사람들은 미리 전화하면 대게잡이 배를 같이 타고 조업을 나갈 수도 있다. 물론 성인에 한한다.3만원을 내면 배에서 조업을 하는 것을 보며 대게도 실컷 먹을 수 있다. 주인 김순옥(011-884-9422)씨는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품질의 대게를 제일 싼 가격에 팔고 있어예.”라면서 “외형이나 시설이 좋은 곳에서 비싸게 드시지 마시고 진짜 드이소.”라고 구수한 사투리로 권했다. 또 대게 음식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김씨는 살아있는 게를 구워먹는 게구이와 회로 먹는 게무침, 게조림 등 다양한 음식도 만들어 준다. 주말은 예약이 필수.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배달해 준다. 이외에도 물곰탕과 밥식해가 유명한 강구항의 청송식당(733-4675), 모듬물회가 유명한 축산항의 울릉도식당(732-4321), 해물탕으로 이름난 영해의 산해식당(732-2401) 등이 있다. ● 서울선 대~게 이집을 찾죠 대게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서민들에겐 만만찮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게 단점.4인 가족을 기준으로 20만원은 잡아야 한다. 이왕 게요리를 맛보려면 대형 음식점이 좋다. 재료의 보관이 좋고 조리법이 체계화돼 맛이 안정적이고 메뉴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왕돌잠(723-3433) 게요리 전문점의 대명사격인 왕돌잠은 끊임없이 게요리를 개발하는 것이 발길을 잡는 비결이다. 서울경찰청 후문 쪽의 왕돌잠 입구의 거대한 수조엔 킹크랩·러시아산 대게 등도 있는데 요즘은 영덕산 대게를 내놓는다. 대게찜·게다리카레볶음·게살샐러드·킹크랩찜·대게탕 등 게요리 10여가지가 나오는 뷔페(5만원)가 인상적이다. 게찜과 게살영양밥 등이 나오는 점심 코스 정식(2만원), 여기에 생선회와 맑은 생선국 등이 추가된 저녁 진수성찬(5만원)도 인기다. 논현점(3444-3334)도 있다. ●유빙(403-6400) 입구 양쪽에 늘어선 수족관에서 손님이 직접 게를 고른다. 영덕 대게를 비롯해 태평양산의 킹크랩, 북한산 털게, 러시아산 대게, 코코넛 크랩 등 종류가 다양하다. 푸짐한 살에 쫀득한 맛을 내는 킹크랩을 많이 주문한다. 조리법은 담백하며 부드러운 게살과 달착지근한 게향을 즐기기 가장 좋은 게찜요리를 권한다.1인당 권장량은 600g(5만∼6만원)으로 별도 요금 없이 풀코스를 즐길 수 있다. 문정로데오거리의 우성아파트 인근에 있다. ●무화잠(3443-7852) 무화잠은 왕돌잠·신바위와 함께 대게가 많이 사는 동해 바다속의 섬이다. 대게와 함께 킹크랩을 낸다. 점심에는 돌솥게살비빔밥(1만원)도 있고, 게살초밥(3만원) 등을 많이 찾는다. 킹크랩과 대게 등이 들어가는 해물 샤부샤부(3만원)도 많이 찾는 메뉴다. 대게 찜으론 1인분에 600∼700g(5만원선)을 권한다. 양재점(2057-0001)도 있다. ●코오라(540-4244) 게살을 양념에 푹 절였다가 조리하기 때문에 맛이 진하다. 영덕게 샤부샤부(3만원), 왕덕게 스테이크(이상 2만 2000원), 왕게 샐러드(1만원), 왕게 한마리 코스(4만원)도 있다. 도산사거리 만리장성 맞은편 씨네하우스 옆에 있다. ●대게 셀프 카메라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다리의 마디 모양이나 누르스름한 아이보리 빛깔이 얼핏 마른 대나무와 비슷하다는 데서 비롯된 명칭이다. 때문에 한자로는 ‘죽해(竹蟹)’라고도 한다. ■포항 구룡포 과메기가 최고 “구롱(룡)포 과매(메)기는 몸에 최고니더. 과매기 무모(먹으면) 감기가 업습디더.”(구룡포의 한 과메기 덕장에서 꽁치를 손질하던 70대 김 할아버지.) “과메기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숙취해소에도 좋은 단백질도 풍부하대요. 인공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자연 식품이지요.”(울산에서 과메기를 먹으러 온 김승환씨.) “전라도에 홍어삼합이 있다면 포항에는 과메기가 있습니다. 홍어가 코를 똑 쏘는 아린 맛이 있지만 과메기는 생각보다 느끼하지도 비릿하지도 않습니다.”(과메기를 즐기던 김장석씨.) 경북 포항은 요즘 과메기가 한창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구룡포항의 도로옆 바닷가 빈터마다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이다. 과메기가 언제 시작됐는지 잘 모른다.‘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몇차례 거쳐야 할 만큼 오래됐다. 과메기 덕장을 운영하는 범진상사 김진희씨는 “조선시대 후반에 궁궐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수백년은 됐겠지요.”라고 말한다. 수백년도 어림짐작이다. 과메기를 만드는 옛 방식은 청어를 꼰 새끼에 끼워 부엌의 살창에 걸어 두었다. 밥을 지을 때 솔가지의 연기가 빠져 나가는 살창에 걸어 두면 외풍으로 자연스럽게 얼었다 녹았다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솔향까지 뱄다고 한다. 솔향이 밴 청어 과메기가 얼마나 맛 있었으면 궁중에 진상까지 했을까?김삼식(79)씨는 “옛날엔 겨울 밤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역거리(통과메기)껍질을 벗겨서 찢어 생미역에 돌돌말아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었지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1960년대 이후엔 포항 앞바다에서 청어가 잡히지 않아 꽁치를 대신 쓴다. 부엌의 살창이 아니라 해풍이 잘 드는 바닷가에서 과메기 말리는 틀인 ‘대차’에 걸어 얼렸다가 말린다. 대부분 꽁치를 활복, 뼈를 추려 말린다. 이를 ‘찌거리’라한다. 정재덕 구룡포과메기협회장은 “역거리는 말리는데 15일 가량 걸리지만 찌거리는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메기는 자연에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위생이 무척 중요하다. 좋은 과메기를 고르려면 껍질이 은빛이 나는 것이 좋다. 이런 것을 ‘은광어(銀光魚)’라고 하는데 육질과 신선도 면에서 최고의 품질이다. 누른 빛은 피하는 게 좋다. 배쪽은 터지지 않아야 하고, 꼬리쪽은 너무 말라 단단하거나 물렁하지 않아야 한다. 통과메기는 살아 있을 때의 모양새 그대로를 유지해야 한다. 반면 뼈를 추려낸 활복 과메기는 살이 발그스럼하면서 길게 고랑이 진 것이 좋다. 이맘 때면 포항시내 웬만한 음식점에선 과메기를 내놓고 있다. 다행히도 옛날의 청어 과메기를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호미곶 가는 방향의 백경횟집(054-292-7136)은 1월쯤이면 청어를 직접 얼말려 곁들이는 밑반찬으로 내놓는다. 청어 과메기는 꽁치보다 훨신 두텁과 기름진 것이 특징. 포스코의 큰 손님들이 주로 이용하는 회 전문집으로 회는 한 사람에 2만∼5만원. 꽁치 과메기론 웬만한 미식가들은 동국대병원 맞은편의 다락방(283-1915)을 가장 먼저 꼽는다. 주변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것과는 달리 분위기는 소박하다. 과메기 단일 메뉴로 20년을 한자리에서 지켜온 주인 조순옥씨는 “질 좋은 과메기만 받아와 팔고, 좋은 과메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접 담근다는 초고추장 맛도 깊다. 불친절한 듯 보이지만 투박한 포항 사투리에 정은 오히려 깊다. 과메기 1인분(1만 2000원). 스티로폼 포장과 택배비를 부담하면 포장판매도 한다. 양념과 생미역·파 등의 야채까지 넣어준다. 다락방 인근의 소문난 막창 과메기(275-6410)도 손님들이 찾는다. 또 옛 삼성생명 뒷골목의 해구식당(247-5801)을 빼놓을 수 없다. 포항 과메기를 팔기 시작한 원조격에 해당하는 식당이다. 주인 지영자씨가 31년 동안 꽁치 과메기만 팔아 왔다. 발그스름한 과메기 살점을 모양좋게 발라내준다. 역시 포장 판매도 한다. 과거엔 과메기를 겨울 한철만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진공 포장한 다음 영하 20도에서 보관하는 까닭에 여름에도 내놓는다. 현지에서 과메기 20마리 한 두름에 1만원선이다. 포장과 택배비만 부담하면 집으로 배달된다. 택배 문의는 범진상사(284-5371), 구룡포과메기협회(276-2253). ● 물곰탕·고래고기도 맛보세요 과메기가 겨울 한철이라면 포항의 사계절 음식은 단연 물회다. 물회는 200여년전 포항앞바다에서 고기가 너무 많이 올라와 뱃사람들이 젓가락질할 시간이 없어 개발된 음식이란다. 오대양물회식당 박상규(57)씨는 “막 잡아 퍼덕거리는 생선을 썰어 넣고 야채와 고추장을 풀어 훌훌 마신 것이 물회”라며 “물회 생선은 광어나 도다리 등 넓적한 물고기를 쓴다.”고 말했다. 박정출(42)씨는 “물회는 회를 고추장에 으깨듯이 잘 비빈 다음 물을 풀어 먹는다.”고 말했다. 물회의 양념으론 배·상추·잔파 등을 넣고 깨소금·참기름을 얹어 비벼 먹는 것이다. 고추장을 볶아서 만드는 물회 초고추장에 맛의 비법이 달려 있다. 포항의 횟집마다 메뉴판에 물회를 적어두고 있지만 토박이들은 포항시청 뒤쪽의 오대양물회식당(244-7164)을 단연 최고의 물회집으로 꼽는다. 주인 박씨는 “우리집에선 고조할아버지부터 물회를 만들어 먹는 가전 비법대로 만든다.”고 말했다. 수족관엔 납작한 물고기만 넣어두고 있다. 박씨는 “고기를 섞어 넣어 두면 다른 물고기의 회충이 전염돼 회맛이 반감된다.”고 말했다. 이집의 물회(1만 1000원)는 물을 자작하게 부어 숟가락으로 떠먹고 국물은 마시는데 속까지 후련하게 한다. 다른 서비스없이 밑반찬으로 등푸른 생선, 메가리로 만든 밥식해를 내놓는다. 이집외에도 고속버스터미널 후문쪽의 코리아물회(274-0574)와 죽도시장 가는 길목의 새포항물회(241-2087)도 물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환호일출공원 인근의 환여횟집(251-8847)은 물회국수(1만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맛의 비결은 육수. 배·사과 등의 과일과 함께 여러가지 야채를 넣어 새콤·달콤·매콤한 육수에 국수를 만 것으로 색다른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살짝 얼린 육수는 부서지는 포말처럼 시원하다. 포항은 또한 고래고기로도 유명하다. 포경업은 금지됐지만 그물에 걸려오는 고래고기는 맛볼 수 있다. 죽도시장 안쪽의 할매고래집(241-6283)과 옆집의 왕고래집(247-2552)은 고래육회와 수육을 내놓는다. 한접시에 1만∼3만원으로 고래 특유의 냄새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거북해할 수도 있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귀빈예식장 근처의 구룡포돌문식당(276-2705)의 고래고기를 권할 만하다. 질 좋은 참고래를 재료로 써 가격이 만만치 않다. 돼지고기 편육과 비슷한 모양인 우네(가슴부위·3만 5000원)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술마신 다음날 속푸는 해장으론 생아귀와 물곰이 좋다. 구룡포항의 조포네(276-1219)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생아귀를 잡아 끓여내는 아귀탕(8000원)이 좋다. 아귀를 큼직하게 4∼5조각 썰어넣고 포항의 명물 부추와 콩나물·무·파를 넣고 끓여 낸 것이다. 국물엔 아귀 내장이 둥둥 떠 더욱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는 쫄깃하다. 북부해수욕장 앞의 설옥물곰식당(249-6969)의 물곰탕은 깔끔한 맛으로 술꾼들이 찾는 집이다. 물곰탕(7000원)의 물곰은 살이 흐물흐물하지만 해장국 뿐 아니라 식사도 좋다. 포항은 영덕이나 울진보다도 대게를 더 많이 잡는 곳이다. 구룡포해수욕장의 원경대게회식당(276-1711)은 대게를 비롯해 킹크랩도 내는 대게 전문 음식점이다. 포항에서 입이 궁금하다면 동해안 최대의 수산물 집산지 죽도시장을 찾으면 된다. 식당에 앉아 회를 주문해도 되지만 싱싱한 횟감을 직접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회나 횟밥 양념값으로 보통 1인당 3000원.3만원 정도면 회와 매운탕까지 먹을 수 있다. 일출을 보러 호미곶으로 갔다면 조금 떨어져 있는 선주회식당(284-9675)과 장기곶회식당(284-7752)이 좋다. 민박집도 겸하고 있는 장기곶회식당은 주인이 직접 배로 잡은 자연산 물고기를 내놓는다. 언덕위에 있어 동해안의 탁트인 조망도 빼어나다. ● 서울선 이집을 찾으세요 ●고래불(556-3677) 포항과 영덕 향토 음식을 많이 내놓는 이집은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구룡포에서 과메기를 가져온다. 과메기(2만원)가 싱싱하다. 서울 역삼동에 있다. ●영덕회식당(2267-0942) 서울시내에서 가자미 종류인 미주구리회를 야채와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막회의 원조격으로 20여년 됐다. 수년 전부터 과메기를 들여와 막회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충무로 중구청 근처에 있다. ●광교 과메기(720-6075) 조흥은행 본점 뒷골목에 있다. 포장마차 분위기로 상호도 없다. 단골들이 그냥 ‘광교 과메기’로 부른다. 살빛이 붉고 꾸덕꾸덕해 비린맛이 덜하다. 초장을 듬뿍 찍어먹는다. ●영덕대게(3210-1379) 교보문고 뒷골목에서 미대사관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나온다. 상호는 대게집이지만 대게보다 막회와 과메기를 많이 한다. 과메기는 6월까지 낸다. ● 과메기 셀프카메라 과메기는 이름이 좀 독특한 만큼 유래된 설도 다양하다. 황인 포항향토사학자는 “청어를 새끼를 꼬아 매달아 말린다는 뜻에서 ‘꼬아 메기’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생선의 눈을 꿰어 말린다는 뜻의 관목어(貫目魚)에서 관목의 ‘목’이 포항지역의 사투리 탓으로 ‘메기’라고 발음돼 ‘관메기’로 변하고, 이어 ‘ㄴ’자가 탈락되면서 ‘과메기’로 굳어졌다는 설도 있다. 더불어 어민들이 보릿고개를 넘길 때 먹었다는 뜻에서 나온 ‘과맥어(過麥魚)’에서 유포됐다는 주장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선정된 과메기는 비웃(청어)를 썼으나 1960년대 이후엔 꽁치를 쓴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6)제주 모슬포 방어축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6)제주 모슬포 방어축제

    ●수십만 인파 모여들어… 제주도 최대 축제 해마다 12월이면 제주도 서남단 모슬포항에서는 방어축제가 한창이다. 구로시오난류를 따라서 올라온 방어들이 한달여 동안 엄청나게 잡히기 때문이다.5월부터 세력을 확장한 이 해류는 12월 정도에서 세력이 약해진다. 방어는 그 난류에 묻혀 들어왔다가 12월이 지나면 일본쪽으로 빠져서 태평양으로 나가버린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양용수 박사는 “남해안은 물론이고 동해안으로도 구로시오난류가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동해 방어도 있지요. 모두 구로시오문화권입니다.”라고 한다. 사실 구로시오난류니 대마난류니 하는 학술용어들은 모두 일본이 국제학회에 보고하여 인정받은 명칭들이니 우리의 대응은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그렇더라도 대마난류는 동한난류 정도로 고쳐쓸 일이다. 사실 방어는 1∼2월이 돼야 한결 기름지고 맛이 좋다. 그렇지만 그 무렵에는 방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어획이 잘 되는 12월에 방어축제가 열리는 것. 이 무렵 모슬포수협 관내인 대정읍 상모 하모 가파 동일 일과 무릉 신도 영낙리, 안덕면 대평 화순 사계리 사람들은 가건물을 대여받아 마을 단위로 방어횟집을 연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바다는 방어들의 열기로 끓어오르고 수십만 인파가 모여 성시를 이룬다. 가히 제주도 최대의 해산물 축제답다. 방어는 동해는 물론이고 남해안 추자도 관탈도 근해에서도 많이 잡힌다. 그러나 마라도 근역에서 잡히는 방어를 높게 친다. 시속 6㎞의 빠른 해류에 견디느라 운동량이 많아져 육질이 단단해서다. 마라도 가파도 같은 섬이 방파제 구실을 해 방어들이 잠시 쉴 만한 곳이기도 하다. 해역이 용암 암반층이어서 방어의 몸 단련에는 그만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이윤 연구관은 “마라도 가파도가 있는 주변 해역이 먹이사슬이 깨지지 않은 청정해역이라 방어들이 몰려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슬포 방어지만 실상 마라도나 가파도 방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어장 형성이 주로 그곳에서 이뤄지기 때문. 게다가 가파도 사람들 절반 이상이 모슬포항으로 나와 살기 때문에 하나의 동네로 인정된다. ●도시민들 종종 ‘방어’와 ‘부시리’ 혼동 모슬포에서는 방어 부시리 멸치 참돔 벵에돔 벤자리 돌돔 고등어 삼치 가다랑어 등을 잡는다. 방어잡이는 11월부터 12월까지 약 두달간 계속된다. 소(小)방어는 30㎝ 미만, 중(中)방어는 60㎝ 정도에 2∼2.5㎏, 대(大)방어는 1m 이상 되는 크기다. 남방어류답게 부쩍부쩍 자라 2년생이면 중방어로 손색이 없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중방어가 맞춤하다. 도시민들은 종종 방어와 부시리를 혼동한다. 부시리 큰놈은 1m를 훌쩍 넘는데 살갗이 방어보다 희다. 강충범 서귀포 수중환경연합회장은 “제주도 사람은 사실 ‘히라스(잿방어)’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방어가 기름기 많고 물컹한 반면 잿방어는 담백하고 쫄깃하기 때문이다. 방어는 대중적인 횟감이다. 저렴한 가격에 등푸른 생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으니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은 물론이고 산모들의 건강를 위해서도 권할 만하다. 축제 기간 내내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와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방어횟집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은 방어를 먹으면서 싱싱하고 싼 가격에 그야말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비행기 삯을 빼고도 남겠다.”며 야단들이다. 모슬포에서 방어잡이를 하는 배는 모두 248척이며 대부분 3∼5t급이다. 축제부위원장을 맡고있는 나성무(54) 모슬포 어선주협회장은 “윗대 어른들부터 해오던 방식 그대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그 방어잡이의 핵심은 미끼다. 자리돔을 먹고 살기 때문에 출어 전에 자리들망으로 살아있는 자리돔을 잡아둬야 한다. 외줄낚시로 낚싯줄에 바늘을 1개만 매단다. 중층고기로 예전에 방어가 흔하던 시절에는 물 위에서도 방어떼가 보였다.“어군탐지기가 등장하기 전에는 선장 역할이 중요했지요. 주로 선장의 노련한 감으로 잡았으니까요.” 이때 선장들은 물표가늠을 썼다. 먼 산과 가까운 산 등을 연결하여 자신의 위치를 삼각구도로 알아내 고기를 잡아올리곤 했다. 선장마다 자신의 기호도에 따라서 정하기 때문에 가늠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선장은 늘 두 사람 몫을 받았다. 배에는 보통 8∼13명이 타는데 잡은 고기는 여기에 7몫을 더하여 15∼20몫으로 분배한다. 가령 열명이 탔다면 17몫을 만들어 열명이 각각 1몫씩 가져가고, 나머지는 선장 2몫, 기관장 1.5몫, 나머지는 선주가 갖는 식이다. 선장은 아무나 못했다. 기상 여건 판단도 중요하고 어장 경험이 풍부해야 했다. 지금은 너나없이 어군탐지기를 사용해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렵다.‘인간의 감’으로 잡는 어업에서 전자장비로 넘어왔으니 사실상 인간적인 어법은 종말을 고한 셈이다. 나 회장은 “짠 바닷물 맛이 세상사는 맛”이라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이를 “객객헌 바닷물 맛이 세상사는 맛이랭.”이란 남제주 토속어로 들려주었다. ●형편없는 가격에 어민들 울상 아무리 싱싱한 미끼를 들이밀어도 방어는 기분이 좋아야 문다고 한다.“낚시를 넣는 대로 잡히면 고기 씨가 마르고 말지요.” 탐지기로 움직임이 낱낱이 포착되는 현실이지만 방어의 기분에 따라 어획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동전화에 빗댄다면 누군가 은밀한 사생활을 엿듣는 것에 비교될까. 문득 ‘물고기의 사생활’이란 용어가 떠오름은 웬일일까. 하여간, 우리들 시대는 너무 정보가 많고, 그래선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잡아들인다. 방어잡이배들은 보통 아침 5∼6시에 출항,17∼20시쯤 귀항한다. 힘들여 잡아와도 판로가 문제다. 그래서 4년여 전부터 모슬포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살리기 운동의 하나로 이 축제를 시작했다. 지금은 대정읍 개발협회가 주동이 되어 추진하고, 도와 시, 수협에서 지원금도 나온다. 올해만 1억 8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작년 기준 25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들었는데, 그 중 외지인이 20만명이 넘는다. 낮에는 한산하지만 땅거미가 질 무렵부터 관광 일정을 끝낸 인파가 몰려든다. 각 단위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가게마다 축제 기간에 통산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문제는 형편없는 방어값.2∼3㎏ 정도 되는 1마리 값이 고작 2만원 선이다. 이전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방어의 60%가 모슬포산이었다. 그러나 싼 수입산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값이 폭락했다. 동해에서도 방어가 나기 때문에 제주도 방어의 판로가 문제가 되는 것. 그래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축제’로 열리게 됐다는 귀띔이다. 올해부터는 축제 기간도 3일에서 5일로 늘려잡았다. 방어는 얼음에 재워서 비행기로 운송한다. 문제는 이래 봐야 물류비도 안나오는 데 있다. 등푸른 생선 방어가 건강에 좋은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통통한 몸매에 품격있게 유영하며 푸른빛과 은빛을 조화시켜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운다. 그래서 일반인의 선호도가 높은 어종이다. 그러나 횟집에서 방어의 사촌격인 ‘히라스’로 초밥을 만들어 내도 일반인은 구분을 못한다. 생선에 관한 일반의 무지를 악이용해 대충 싸구려 수입어로 만든 초밥을 한마디로 ‘앵긴다.’는 설명이다.FTA협상이 타결되면 일본의 고품질 양식어류까지 밀려들 전망이다. 지금이야 관세율로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앞으로의 대책이 막연하다. 정부, 어민, 소비자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태풍 때, 모슬포 어민들은 배들이 좀 ‘깨져’ 없어지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배를 감축해야 하는데 인위적 감축이 어려우므로 차라리 자연의 힘으로 ‘왕창 깨버리면’ 남은 배들이나마 살게 될 것이란 서글픈 현실인식이다. 한마디로 한국 연안에 배가 너무 많다. 모든 배들이 어군탐지기를 매달아 바다밑을 샅샅이 훑고 있으니 종자가 남아 있기 어렵다. 무한정 배를 늘리고,‘싹쓸이’로 잡아들이게 한 정책이 빚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방어축제는 겨울 녹이는 ‘한 편의 드라마’ 방어회를 한 접시 시켰다. 살이 붉다. 히로시마대학에서 수산학을 전공한 국립수산과학원의 정달상 박사는 “흰살 생선을 선호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인은 붉은살 생선을 더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삼치와 방어가 일본인의 절대적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높게 치는 흰살 생선 넙치는 일본인에겐 별로다. 민족 간에 생선 선호도가 이렇게 다르다. 때로는 뜨거운 물에 방어를 살짝 익혀 껍질을 먹기도 한다. 껍질이 질겨서 먹을 수 없으므로 약간 데친 뒤 먹는다.‘샤부샤부’로도 먹는데 맛이 그만이다. 방어구이 맛도 색다르다. 머리 부분을 먹어보니 ‘볼따구’ 주변이 한결 맛있다. 탕은 미역이나 무를 넣고 끓이는데 매운탕, 맑은탕 모두 시원하다. 방어조림은 고등어조림과 흡사하다. 음식점 메뉴로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생선가스’도 그만이다. 살집이 풍부한 고기답게 ‘생선가스’로도 이점이 많다. 아직도 우리 해산물요리는 개발의 여지가 많다는 증거 아닐까. 방어축제에서는 방어만 뜨는 것이 아니다.1000여명에 이르는(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250여명) 잠녀들의 물질 경주도 볼 만하다. 물질경기에 나선 잠녀들에게는 자전거가 한대씩 주어졌다. 모슬포 아줌마들의 응원이 매운 바닷바람을 녹이고 있었다. 이래저래 방어축제는 겨울을 녹이는 한편의 드라마 같다. 이재수항쟁을 비롯, 제주도의 한을 안고 흐르는 옛 대정현인 이곳 모슬포항에는 백만 대군의 행진처럼 푸른등의 갑옷을 입은 방어들이 질주하며 바다를 온통 들썩이게 한다. 지금 모슬포로 달려가 그 푸름에 취해보자.
  • 광고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마정미 지음

    “광고라고 하는 것은 비유컨대 기계와 같이 증기의 힘을 입어 저절로 돌아가는 것이니 (중략)증기라는 것은 물이 끓어 김이 오르면 (중략)화륜거도 그 김 운동으로 몇만리 육지를 운동하여 다니는 것이오. 또 아무리 큰 기계라도 모두 이 김 운동으로 돌아가는 법이니 광고도 또한 범백 사업의 증기와 일체라.”(독립신문 1899년 6월2일자 4면) 광고는 흔히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린다.‘꽃’은 화려하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광고가 갓 도입된 19세기 말, 우리는 광고를 꽃 대신 ‘증기’에 비유했다. 광고의 ‘힘’과 ‘찰나적 속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꽃에 대한 비유보다 더 탁월해 보인다. ●독립신문 광고를 ‘증기’에 비유 그 시대 사람들은 근대화 물결 앞에 당황하기만 했던 게 아니라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광고가 무엇인지 이미 짚어내고 있었던 셈이다. ‘광고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마정미 지음, 개마고원 펴냄)는 광고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유통되어 왔는지 꼼꼼하게 담아내고 있다. 각종 기록 자료와 책 곳곳에 이리저리 배치된 당시의 광고 사진은 책을 풍성하게 해준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소재가 시대의 성감대라는 광고여서인지 가벼운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기성세대라면 “맞아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거릴 만하고 광고에 얽힌 뒷얘기는 젊은 세대도 관심을 보일 만하다. 책은 ‘근대의 새벽’ ‘보릿고래를 넘어’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사회’라는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9세기 말에서 광복 때까지를 다룬 ‘근대의 새벽’을 보면 그 당시가 지금과 별 다를 바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대 문물을 재빨리 받아들인 젊은이들에게 붙던 ‘모던(modern)’이 ‘모단(毛斷·짧은 머리)’이나 ‘못된’으로 변하는 과정은 신세대 담론이 결국 오렌지족으로 비하되는 과정과 닮아 있다. 광복부터 박정희 정권 붕괴까지를 다룬 ‘보릿고개를 넘어’는 상반된 두 가지 조류가 섞여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에서는 ‘잘 살아보세.’로 요약되는 광고가, 다른 광고에서는 억압적 정치상황에 따른 ‘울분’과 ‘자포자기’의 심정이 묻어나온다. ●보릿고개시대 ‘잘살아보세’ 유행 컬러텔레비전이 등장한 전두환 정권부터 현재까지를 설명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사회’는 자본주의가 본궤도에 올라 본격적으로 소비문제가 부상하는 때를 다루고 있다. 매체가 문화를 주도하고 젊음과 일상성이 과도하게 넘쳐 흐르는 광경이 펼쳐진다. 이 책은 그러나 ‘한국사회문화사로 읽는 광고’라고 책 이름을 바꾸는 것이 더 어울려 보인다.‘일제 수탈-군부개발독재-포스트모던’이라는 공식을 각 장 첫머리에 제시해버려 자칫 도식적으로 보일 위험도 있다.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경기 내년 하반기 U字 회복”

    “경기 내년 하반기 U字 회복”

    경기침체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등 우리 경제가 내년엔 올해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소득층들마저 지갑을 꽉 닫는 등 소비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수출증가율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5%대 달성 목표는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추정됐고, 내년엔 올해보다 더 낮은 4%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실업자 양산과 가계부채 증가, 중소기업 자금난 악화 등 부작용을 막을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은행은 9일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L자형의 침체기를 겪다 하반기부터 완만한 U자형의 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은 4.0%로 전망했다. 상반기 3.4%, 하반기 4.4%로 각각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은 4.7%로 추정했다. 콜금리 목표는 현 수준인 연 3.25%에서 동결됐다. 박승 한은 총재는 “올 1·4분기에 시작된 전분기 대비 성장률 하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하반기부터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대로 증가하면서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우리 경제는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서 “내년 경기는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기보다 연초 이래의 침체가 지속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의 성장률 전망은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되는 것 등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4%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크게 낮아진)지금의 환율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면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5%) 대비 0.8%포인트 떨어지며, 건설경기 위축 등까지 감안하면 1%포인트 정도의 하락요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부총리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정치아카데미에서 이렇게 전망하고 “이에 대응해 조기 재정집행, 종합투자계획 등으로 5% 성장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특히 “내년에 내수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수출 둔화를 만회하는 수준에는 못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소비를 주도할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사상 최악으로 추락하는 등 소비심리가 외환위기 때만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1월 소비자전망’에 따르면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86.6으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11월 지수는 4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12월에도 지금보다는 다소 높은 86.7이었다. 특히 월소득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기대지수가 88.7로, 관련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80대로 떨어졌다. 고소득층 기대지수는 올들어서만 17.4포인트 떨어져 소득계층별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다. 전경하 김미경기자 lark3@seoul.co.kr
  • 독자의 소리]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해야/최종철 경기 군포시 당동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 지하철, 전기, 택시, 도시가스, 쓰레기 봉투요금과 담뱃값이 줄줄이 오를 것이라고 하니 서민들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함에도,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태도는 납득할 수 없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의 이유를 정부가 이를 부담해 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명쾌한 설명 없이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하려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제몫을 다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진작이니, 내수회복이니 하는 당면과제도 물건너 갈 수밖에 없다. 정부나 정치권이 지금 당면과제로 삼아야 할 일은 소비 진작과 이를 통해 서민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할 경우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서민생활도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최종철
  • 공익캠페인도 ‘싸이월드 열풍’

    공익캠페인도 ‘싸이월드 열풍’

    네이트닷컴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싸이월드의 거침없는 영역 확장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 문화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만큼 싸이월드도 반짝 인기를 얻다 사라진 ‘아이 러브 스쿨’(동창생 찾기 사이트)의 아류가 될 것이란 관측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1100만 이용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의 광고는 물론 정부부처와 시민단체까지 싸이월드에 참여하고 있어 그 위상이 한껏 격상되는 분위기다. ●싸이월드 마케팅 봇물 싸이월드는 기업의 광고 창구로도 이용된다. 지난해말 지방시가 향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개설한 이래로 총 90개 기업이 싸이월드에 참여한 바 있다. 현재 활동중인 기업은 총 31개. 기업은 미니홈피를 통해 자사의 상품을 활용한 싸이월드 아이템을 방문자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이벤트를 통해 실제 경품을 주기도 한다. 관계자는 “하루 평균 20여건의 문의가 들어올 만큼 열기가 뜨겁다.”면서 “상업성이 지나치면 고객들이 아예 외면할 수 있어 미니홈피 개설을 통해 광고하는 기업을 월 5개로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시민단체도 싸이 열풍 정부부처와 시민단체도 싸이월드를 이용해 공익광고에 나서고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미니홈피 개설료는 없다. 여성부는 지난달 29일 싸이에 미니홈피(www.cyworld.com/womanchange)를 개설하고 정책 홍보는 물론 ‘우먼 체인지 2005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상 여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찾아 이 홈피에 제보하면 LCD 모니터 등 실물 경품을 탈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14∼24세 청소년이 소비자 문제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이 홈피(cyworld.nate.com/conporter) 게시판에 올리면 도토리 등 상품을 주는 ‘1424 소비자 기자 선발대회’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얼짱 문화 등 오락성 정보에만 치중하지 말고 올바른 소비자 의식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부터는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IT소년단이 미니홈피(cyworld.nate.com/itody)를 개설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선생님 및 가족과 함께 만드는 미니홈피 등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관계자는 “싸이월드의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사회적 책임감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공익 활동을 지원해 보다 좋은 인터넷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국의 케인즈’ 조순 前경제부총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국의 케인즈’ 조순 前경제부총리

    조순 전 부총리는 한국의 ‘케인스(J.M.Keynes)’다. 아니다, 관악산 ‘산신령’이다. 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행을 거른 적이 없다. 또 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진짜 산신령’과 고난도의 선문답을 질펀하게 주고받는다. 북망산에 누워 있는 이태백과 두보가 놀라 깨어날 정도다. 그가 직접 지은 산시(山詩) 하나를 감상해 보자. ‘산위의 어긋어긋 늙은 소나무/꾸불꾸불 구름으로 용처럼 들어가네/평생의 친구라곤 새와 참새뿐/밤낮으로 의지하며 여름 겨울 보내누나’(山上參差列老松/入雲屈曲似蒼龍/巢枝鳥雀平生友/日夜相依過夏冬. 제목 두타산노송(頭陀山老松).2002년 8월23일 작.‘參差’는 ‘참치’로 읽는다.) 조 전 부총리는 제자들과 산행을 자주한다. 그때마다 제자들은 ‘산신령’이라는 표현을 아무 거리낌없이 한다. 그는 오히려 즉흥시를 지어 화답까지 한다. 이래저래 지어놓은 산시(山詩)만 해도 수백편에 이른다. ‘산신령’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 그는 6공화국 시절 경제부총리를 맡았다. 그때 자택인 서울 봉천동에서 관악산을 넘어 출근하곤 했다. 하루는 출입기자들과 함께 관악산을 올랐다. 그런데 산을 타는 모습이 마치 구름 위를 사뿐사뿐 걷는 듯했다.30대의 젊은 기자들이 60대의 부총리를 뒤따르지 못했다. 그저 하얀 눈썹을 휘날리며 바람처럼 앞서갈 뿐이었다. 이를 본 누군가 ‘야, 산신령이다.’라고 표현했다. 그의 한시(漢詩) 실력은 중국에서도 알아줄 만큼 해박하다. 중국 방문 때 즉석에서 한시를 읊으며 일필휘지로 써내려가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선친한테 한문을 배웠다. 논어·맹자 등도 일찌감치 터득했다. 그는 요즘 민족문화추진회에서 회장직을 맡아 ‘승정원일기’와 ‘일성록’ 발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일성록’은 조선시대 정조임금부터 고종까지 임금이 직접 쓴 일기다.‘승정원일기’는 60년 사업이고 ‘일성록’은 30년 사업이다. 학계에서는 ‘일성록’이 발간되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본다. ●스테디셀러 ‘경제학원론’ 조 전 부총리는 딱딱한 경제얘기를 하지 말자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요즘의 화두가 ‘경제’인데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는가. 그는 우리나라 경제학계의 거두로 꼽힌다. 그가 지은 ‘경제학원론’은 전공에 관계없이 대학생이면 누구나 일독할 정도로 대학가의 ‘스테디셀러’이다. 얼마 전에는 제자인 이정우 대통령정책기획위원장에게 ‘분배론’을 더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쓴소리를 던져 관심을 모았다. 서울 구기동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하얀 머리와 흰눈썹만 빼면 여전히 동안의 얼굴. 먼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의 관계를 물었다. “내가 교수 시절 그는 무척 똑똑한 대학생이었지. 그래서 ‘경제학원론’을 만들 때 다른 제자 5명과 함께 참여시켰어. 그는 인플레이션 부분을 맡았지. 숙제를 줬더니 아주 똑떨어지게 정리했더군.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3,4차례 만날 정도로 여전히 아끼는 후배지. 얼마전 언론에서 쓴소리 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은 치켜세우려고 한 게 그렇게 됐어.” 현 정권의 경제운영에 대한 ‘고언’을 부탁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 있어야 해.”라고 했다. 이어 “386들은 (머리가)우수하나 경험이 적어. 그러다보니 자기들만 아는 이론이 바탕이 되고 있지. 결국 현실과 맞지 않게 되고 말아.”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도 실사구시야말로 (경제정책의)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여겼다.”면서 “실사를 파악한 뒤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곧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어려움의 씨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며 경제난의 뿌리 깊은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386세대 머리 우수하나 경험 적어 걱정” “70년대 관치경제에 의해 공업화를 이루다보니 대기업 중심으로 성공을 거두었어. 그러나 이면에는 불균형성이란 이중구조가 생겨났지.80년대에 이를 치유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어. 중소기업은 잘 안되고 정치적으로 민주화 요구가 크게 일어난 시기였지. 결국 문민정부가 등장했으나 경제운영은 그 전과 다름이 없었어.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국제 경쟁력은 떨어지고. 그러다 외환위기를 맞았지.” 김대중 정권 때의 관치개혁도 들춰냈다. 즉 금융·노동 등 4대 공공부문을 개혁하면서 2년 만에 IMF를 극복했으나, 카드남발과 소비진작, 건설경기를 부추기는 등의 내수를 통한 성장정책의 실정을 꼬집었다. 결국 참여정부가 이를 고스란히 넘겨 받았지만 비슷한 관치개혁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시장경제의 원리가 아닌 개발연대의 패러다임식 같은 경제운영, 예를 들어 동북아 중심 성장, 금융허브, 경제특구 등 과거의 방법을 답습 하다보니 실사구시는 여전히 뒷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경제는 오랜 지병처럼 일조일석에 낫지 않는다. 방법은 딱히 없으며 시일을 두고 치유해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과 기업의 사기를 올리고 흐트러진 사회질서를 우선적으로 회복시켜야 원동력이 생겨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국민과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책임감을 통감하고 ‘좀더 잘해 보자.’는 사회적 운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6·25때 통역장교로 임관 화제를 돌려 수능부정 사태 등 최근의 교육문제를 꺼냈다. 그러자 “기러기 아빠가 있는 나라가 도대체 세상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수능처럼)전국적으로 똑같은 기준을 정해도 (교육제도의)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경쟁이 없는 교육은 국가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며 대학마다 자율권을 많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익과 좌익 등 최근의 분열양상과 관련, 그는 헌팅턴 교수의 ‘문명의 충돌’을 예로 들었다. 남북분단과 좌·우익 투쟁의 역사성이 물밑에 깔려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늘 분열의 소지가 많다는 것. “가급적 봉합하는 정책이 많이 나와야 해. 정책 입안자들은 말 한마디라도 조용하게 하고 분배 얘기는 될수록 꺼내지 말아야 돼.” 그는 1928년 강원도 명주군 구정면에 유학자 조정재의 1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49년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그는 1년여 동안 강릉농고에서 영어교사를 했다. 그 경력으로 그는 6·25때 통역장교로 임관했다.51년에는 육군사관학교 영어교관으로 발탁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육사11기생들이 그의 첫 제자였다. 1957년 대위로 제대한 그는 경제학 연구를 위해 미국 유학길을 떠났다.11년 뒤 귀국, 서울상대 교수로 몸담았다. 이때 정운찬 현 서울대 총장, 좌승희·김승진 박사 등이 그의 제자로 몰리면서 ‘조순학파’라는 한국경제학계의 한 맥을 이루게 됐다. “산이란 춘하추동 언제나 고향이지. 좌우명? ‘도(道)를 밝혀 공(功)을 계산하지 말고, 바름(正)과 의리를 밝혀 이익을 도모하지 말라.’이지.” 바둑 아마5단인 그는 최근 조훈현씨와 4점 접바둑을 두어 이겼다. 또 논어와 노자에 빠진 것도 즐거움 중 하나이다.24년째 봉천동에 살고 있는 그는 매일 아침 새벽 서울대까지 부인과 함께 산책을 한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8년 강원도 강릉 출생 ▲49년 서울대졸업 ▲67년 캘리포니아대 경제학박사 ▲68년 서울대상대 부교수 ▲70∼88년 서울대 경제학과교수 ▲81년 학술원회원 ▲92∼93년 한국은행총재 ▲93년 도산서원 원장 ▲95년 서울시장(초대민선) ▲97∼98년 한나라당 총재 ▲98∼2002년 15대국회의원 ▲2002년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바른경제동인회 회장 등으로 활약 ■ 주요저서 경제학원론, 한국경제의 현실과 진로, 중장기 경제개발 전략에 관한 연구,J.M. 케인즈, 화폐금융론, 한국경제의 이해, 조순 경제논평 등
  • [녹색공간] 에너지와 정의/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중국 사람들은 아무 데서나 가래를 뱉는다. 문화적인 특성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에너지가 부족한 게 주 원인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농촌에 살거나 농촌 출신이다. 농촌사람들은 몇 세대에 걸쳐 평생 호흡기 질환을 앓는다. 그래서 가래를 뱉는 습관이 생겼다. 이들은 왜 호흡기 질환을 앓을까. 먼지 탓도 있지만 겨울철 난방연료가 부족한 게 주된 이유다. 중국에는 석탄이 많이 난다. 그러나 석탄은 비싼 데다 대체로 국가가 운용하는 대규모 산업화 설비나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농가에서는 웬만한 경제력이 아니면 난방연료를 구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차갑고 건조한 기후는 기관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중국 북부의 농촌은 겨울에 너무 추워 집 안쪽 벽에 하얗게 서리가 내릴 정도다. 이곳 부모들은 딸을 시집 보낼 때 사돈될 집의 안쪽 벽이 어떤지를 물어 본다고 한다. 벽이 하얗다고 하면 결혼을 안 시킨다. 땔감 걱정이 없는, 경제력 있는 집에 시집 보내야 고생을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족에 따른 절박한 처지는 쿠바에서도 확인된다.1989년 소련이 붕괴했을 때, 쿠바에 대한 에너지 공급이 갑자기 끊어졌다. 이로 인한 식량난이 극심해졌다. 소련에서 수입되는 석유가 하루아침에 절반으로 줄자 농기계들이 멈춰 버렸다. 농기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곡물생산은 급감했고, 결국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식량난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정부는 닭 한 마리로 네 식구가 나흘을 버티는 요리법을 국민에게 홍보하기도 했다. 수도 아바나 근교에 소가 끄는 쟁기가 등장하고, 전국적인 유기농업 실험이 성공해 식량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아바나의 밤거리는 어둑어둑하다. 에너지는 국력이다. 한 나라의 물질적 발전은 에너지 수요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채우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으며, 식량이 모자라는 것을 달리 표현하면 에너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펌프를 작동하고 교실을 밝힐 전기가 없거나, 농기구를 움직일 디젤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에너지는 물처럼 생존의 필수품이자 권리인 셈이다. 에너지가 권리라면 사용의 형평성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 즉 빈자(빈국)와 부자(부국)의 에너지 사용이 정의 차원에서 재고돼야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약 20억명이 생존 차원에서만 에너지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따지자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1인당 12배 정도의 에너지를 쓴다. 에너지 사용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도 모든 지역이 동일하지 않다. 북반구의 에너지 부국들은 빈국들에 비해 영향을 덜 받거나 어떤 경우에는 덕을 보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의 섬나라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 나라들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기근, 내전, 질병, 홍수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막아낼 여력도 별로 없다. 한 나라 안에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과 편하게 소비만 하는 지역의 전기요금이 똑같이 부과되는 경우에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이용돼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에너지 이용과 이에 대한 결과도 사회 정의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 태양이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비추는 것은 ‘에너지 정의’의 상징이 아닐까.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3)‘마산아구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3)‘마산아구찜’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겨울 기운이 느껴진다. 술꾼들은 퇴근길에 소주잔을 걸치면서 화끈한 안주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여기에 아귀찜이 제격이다. 점심식사나 가족 회식에서도 인기다. 시뻘건 아귀찜에 밥을 비벼 먹거나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이 글의 방향을 짐작했겠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본디 아귀는 ‘비료’ 정도로나 썼던 바닷물고기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흰살 생선, 즉 조기나 명태, 민어 등을 선호했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못생긴 해물은 기피했다.‘몬도카네’처럼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것 같지만 한국인들의 수산물관은 보수적이며, 선택과 집중을 선호하는 형식을 보여 왔다. ●못생긴 아귀 처음엔 안먹고 버려 뱀장어도 일본의 ‘우나기’에서 전이됐으며, 예전에는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먹장어(꼼장어) 식용도 근래의 일. 복어도 독이 있어 다루기 까다롭다 하여 그대로 버렸다. 동해안 해장국의 별미인 토속어 ‘삼순이’도 아예 잡으려 들지 않았다. 남해안 어판장에 자주 등장하는 못생긴 물메기도 7∼8년 전까지는 잘 먹지 않다가 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갑자기 수요가 폭증했다. 아귀도 못생겼으니 당연히 먹지 않는 어류 반열에 속했다.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먹을 때면 덤으로 내주던 복국이나 아귀탕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들은 아직도 아귀를 먹지 않아 전량 한국으로 수출한다는 점.‘아직’이란 단서에 유의할 것이, 김치의 매운맛에 길들여진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 서서히 아귀로 젓가락을 옮기는 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개불도 징그럽다고 먹지 않다가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면, 먹지 못하는 모든 해산물에 ‘아직’이란 단서를 붙여야 할 성싶다. 워낙 ‘원조타령’이 심한 사회이므로 아귀찜의 원조 역시 분간하기 어려우나 역시 마산이 아닐까. 마산 아귀찜과 군산 아귀찜이 쌍벽을 이루는 인상이지만 역시 원조는 마산 쪽이 맞는 것 같다. 마산에서는 아귀가 ‘아구’로 불린다.1980년대 초반부터 갑자기 매스컴을 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제한적으로 잡히던 아귀 물량이 딸리자 2∼3미에 18만∼25만원을 호가했다. 그러다 중국 수입산이 쏟아지면서부터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됐다. 예전에는 서민, 정확히 말하면 하층민 음식이었다.1000∼2000원에 한 마리를 사서 무를 넣고 푹 끓여 온 식구가 배불리 먹었다. 겨울의 속풀이거나 빈속을 채워 주는 고기였다. 아귀찜이 마산에서 본격적으로 사회화되는 과정에는 한국전쟁이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아귀의 문화사적 배경이라고나 할까. 우선 마산이란 항구도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도시전문가들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설명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절반’의 진실만을 담보한다. 뉴욕대 역사사회학 교수인 리처드 세넷이 ‘육체의 경험으로 풀어본 도시의 역사’란 부제가 달린 ‘살과 돌’(flesh and stone)에서 언급하였듯, 코를 자극한 냄새는 무엇이며,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차려 입는지, 언제 목욕을 했는지, 그러한 ‘도시의 육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항구도시들의 ‘육체’는 무엇일까. 역시나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먹을거리다. 우리는 도시와 음식의 기질론 혹은 풍토론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어디 가면 어느 집의 무엇이 맛이 있다.’라는 식의 음식점 순례기가 우리의 지적 수준이다. ●‘매운 음식’·‘화끈한 기질’ 궁합 맞아 아귀찜도 항구도시의 기질 풍토를 교묘하게 반영하고 있으니, 마산의 살아 있는 육체라고나 할까. 맵고 강력한 아귀찜같이 기질이 강한 음식은 음식궁합으로 볼 때 ‘태양’에 속한다. 마산이란 도시의 육체에서 아귀찜은 궁합이 대단히 잘 맞는다. 마산 자체가 한마디로 ‘화끈’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대적 화끈함에 역사적 화끈함까지 가미돼 아귀찜 같은 먹을거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어느 항구치고 격동의 세월을 겪지 않은 곳이 있을까만 마산항은 변화 정도가 극심했다. 대충 손꼽아 보아도 몽골족이 주축인 원나라의 군사적 요충지, 왜구들의 주요 침입로, 임진왜란의 전투지, 개항장, 일본인 집단거류지, 미군 군수물자 하역항,4·19와 부마항쟁의 진원지,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 등 역사적 격변상만도 단숨에 세기 어려울 정도다. 규슈(九州)의 오랜 국제무역항 하카타(博多) 연안에는 장장 20㎞에 걸친 해안 성벽이 있다. 원나라의 침입에 대비해 가마쿠라 시대에 쌓았다고 하여 일명 원구방루(元寇防壘)라고 부르니, 그 진원지가 바로 마산이다. 세기의 대격돌이 마산에서 시작된 것이니, 역사적·운명적으로 태생부터 국제적이었다. 고려 충렬왕 때 4만 여원(麗元) 연합군이 일본 정벌에 나섰을 때 오늘의 마산인 합포를 출진기지로 삼았다. 규슈 북부 해안의 하카타만에 이르러 폭풍으로 말미암아 2회의 원정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때부터 합포가 남해를 아우르는 전략 요충지임이 내외에 알려졌다. 마산항의 본류인 마산포는 조용한 어촌만은 아니었다. 조선 후기에 마산창이 설치되면서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시장이 번성하면서 수산물 반입이 활발해져 동해 원산, 서해 강경과 더불어 3대 수산물 집산항으로 손꼽혔다. 만기요람 재용편에 경상도 정기시장으로 오로지 창원 마산장 하나만을 들고 있을 정도다. 조선시대 이후 일제시대를 거치는 동안 남해안의 거제도와 통영·고성 등에서 잡힌 어류는 대개 마산항에 모였다. 구한말에 벌써 이곳에 30여호의 객상이 즐비했으니 그 번창함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 3대 수산물 집산항 명성 1899년에 개항하면서 1905년부터 일본집단촌(속칭 지바촌)이 건설된다. 경찰서·재판소·형무소 등이 설치되고, 시가지는 혼마치(本町)·교마치(京町) 등 일본식으로 바뀌었다. 옛 사진을 보면 게다짝을 끌고 돌아다니는 일본인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식 집이 즐비하다. 미곡 적출항으로서 정미업, 조면업, 인쇄업, 조선, 철공, 제빙, 방적, 기타 제조업이 모두 성했다. 빼어난 자연적 기후조건과 양질의 쌀, 맑은 물이 주류와 장류에 적합해 일찍부터 양조산업이 시작됐으니, 마산의 명물 무학소주나 몽고간장 등이 여기에서 비롯됐다.1개 항구도시에 양조장이 20곳이나 되던 곳은 마산뿐이었다. 해방이 되자 이곳에 거주하던 6000여명의 일본인이 모두 돌아갔고 2만여명의 동포가 귀국했다. 이런 ‘인구교체’ 역시 마산의 독특한 변수가 됐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후방 병참기지였다. 소개령으로 시민들이 떠난 마산의 거리는 온통 카키색의 도시로 변해 있었다. 시가지가 온통 미군 일색이었고 마산 제1부두는 전쟁물자의 집산지였다. 한꺼번에 밀려온 피란민들로 전에 없던 특미가 생겨났다. 재래의 마산 특미라면 단연 ‘대구깡다구찜’과 ‘미더덕찜’이었다. 그물에 잡히면 재수없다는 속설 때문에 많은 아귀들이 구마산 선창가에 그대로 버려졌다. 그 아귀를 인근 농부들이 가져다가 비료로 사용했다. 이 천대받던 아귀가 피란민의 공짜 반찬거리로 변하면서 아귀를 말려서 각종 양념을 넣어만든 아귀찜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수입산이 아닌 자연산 아귀는 마산 근해에서 ‘고데구리’로 훑어온다. 해저 밑바닥을 기면서 사는 저서류라 불법 어획도구인 ‘고데구리’가 보편적으로 사용돼 왔고, 어찌 보면 맛있는 아귀를 다량으로 먹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산 시내에는 아예 아귀찜 골목이 따로 있다. 아귀찜은 이곳에서 아귀찜집을 경영하는 김삼연(57)씨의 ‘초가할매집’에서 출발했다. 나이 스물에 시집와 38여년 동안 아귀찜만 만들었다.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기술을 이제 며느리에게 물려주었다. 애초에는 두 집이었다. 과거에는 아귀를 무쳐 조림으로만 팔았다. 말린 아귀가 너무 딱딱해 여기에 콩나물을 푸짐하게 넣고 조선된장을 풀어 담백한 맛을 살려내고 여기에 맵싸한 고춧가루·콩나물이 궁합을 이뤄 오늘의 마산아귀찜이 탄생했다. 마산에서 다량 소비되면서 전국의 아귀가 마산항으로 모여들었다.‘아귀는 무조건 마산에 가야지만 팔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내장을 걷어내고 씻어서 태양볕에 20여일을 꼬득꼬득 말린다. 이때 1년치를 갈무리하는데, 겨울에 말려야지 여름에는 벌레가 생길 뿐더러 냄새가 나서 말리기가 적당하지 않다. 크기도 중간짜리라야 건조도 잘되고 살집이 말랑말랑해 먹기 좋다. 아귀는 탕, 수육, 해물볶음, 불고기전골, 불갈비, 해물찜 등으로 속속 조리법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중심은 아귀찜. ●아귀 뱃속엔 온갖 생선이 가득 마산 어시장의 터줏대감 격인 권철주 보현수산 대표의 말을 빌리면 “아귀는 정말 ‘아귀’처럼 처먹는다.”뱃속을 따보면 온갖 생선이 수북하게 쏟아져 나온다. 이런 ‘속것’이 너무 많아 김삼연씨는 아예 ‘아귀속젓’을 개발하기도 했다. 갈치 전갱이 꽁치 오징어 장어 돔 도다리 등 아귀의 반을 차지하는 이 ‘속것’들을 버리기 아까워 그걸 모아 젓갈을 담근 것. 그는 “온갖 것이 다 들어 있으니 이 젓갈이 바로 동의보감”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마산 아귀찜은 국물이 걸쭉한 서울 것과는 맛도, 모양도 다르다. 잘 말린 아귀 냄새, 비린내를 없애는 조선된장, 통통하지 않게 기른 콩나물에다 태양초를 빻아 쓰되 매운 것과 덜 매운 것을 섞어 쓰며, 여기에 마산명물인 ‘진동 미더덕’을 곁다리로 넣어 마산 아귀의 오미(五味)를 이뤄낸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눈을 맞혀야 제 맛이 든다는 말을 듣자니, 진부령 황태가 여느 북어와 맛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아귀찜 하나의 문화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도 많은 지면이 필요하니, 우리 해산물 모두를 설명하자면 ‘천일야화’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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