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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둔화에 가계부채發 쇼크 우려

    경기둔화에 가계부채發 쇼크 우려

    경기둔화와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결국 가처분 소득 감소로 가계에서 돈 쓸 여유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내수침체로 직결된다. 특히 현재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80%를 수출에서 담당하고, 겨우 20%를 내수가 담당하는 등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에서 쓸 돈이 적다는 것은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李 한은총재 “우리경제에 상당한 부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 참석해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쓸 돈이 없어 소비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고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높은 가계부채로 사람들이 원리금 상환을 못해 주택이 압류·경매되고 해서 연쇄적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은행이나 기업들이 도산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부동산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다만 시장의 경제전문가들은 가계부채발(發) 위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00년 83.7%에서 7년 뒤인 2007년에는 148.1%로 64.4%포인트 급증했기 때문이다. 즉 금융부채를 갚아나갈 가계의 능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내수 뒷받침 못해 경제성장에 찬물 반면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부실로 타격을 받고 있는 미국은 같은 기간에 101.6%에서 139.4%로 약 38%포인트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한국이 미국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정인석 굿모닝신한증권 상무가 “한국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으면 버틸 수 있는 것이지만, 급락할 경우 상당한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환율상승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도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7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에 비해 0.19%포인트 높아진 7.12%를 나타내면서 6개월 만에 7%를 돌파한 데다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230조원대의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시장금리 변동에 직접 영향을 받는 변동 금리형으로 대출금리 상승은 빠른 속도로 가계에 전가될 수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지자체 수돗물 상업화 경쟁

    지자체 수돗물 상업화 경쟁

    국내에 수돗물이 선보인 지 올해로 100년을 맞은 가운데 자치단체마다 ‘수돗물 상업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자치단체가 생산하는 수돗물을 생수처럼 페트병에 담아 시중에 판매할 수 있는 수도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5월 입법예고됐기 때문이다. 연말쯤에는 생수와 수돗물이 ‘물맛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 준비의 선두 주자는 서울시의 아리수다.2004년에 수돗물의 브랜드를 옛 한강물을 이르는 ‘아리수’라고 정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아리수를 페트병에 담아 정부 회의장과 공공 행사, 재난 현장 등에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맛을 본 반응도 좋다. ●빛여울수·아리수·보배수 등 다양 지난 중국 베이징올림픽에도 자원봉사자와 응원단 등에 10만 병을 공급했다. 한·중 우호협력 차원도 있지만 거대 소비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국내 시판에 앞서 해외 수출부터 성사시켜 성가를 높이겠다는 전략도 짰다. 판매가 시작되면 가격은 200㎖ 한 병에 200원을 예상하고 있다. 진익철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일반 생수보다 질이나 맛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데다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순수’가 있다. 부산시 수돗물이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199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350㎖ 페트병에 수돗물을 담아 행사용으로 무상공급하고 있다. 염소 소독과 오존처리, 자외선 살균 등을 거치는데, 순수의 원가는 350㎖ 한 병에 204원이다.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생산량도 매년 5∼10%씩 증가하고 있다. ●낮은 가격·맛으로 생수와 승부 광주시도 지난해 9월 용연 정수장에 4억 2000만원을 들여 수돗물 ‘빛여울 수(水)’의 생산라인을 설치했다. 첫 해 350∼1800㎖ 페트병 10만병을 생산했다. 물은 야자나무 열매를 태운 숯을 통과시켜 소독용 염소의 잔류량을 0.1까지 낮췄다. 연간 500만병 생산이 가능하지만 올해 목표량은 60만병으로 잡았다. 대구에선 ‘달구벌 맑은물’이라는 이름으로 500㎖ 페트병을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올해부터 상품성이 높은 350㎖ 병도 생산 중이다. 또 새 브랜드명도 공모하고 있다. ●350㎖에 100~350원 선 예상 뒤늦게 브랜드화에 나선 곳도 있다. 경북 울진군은 오는 10월부터 수돗물을 이용한 ‘보배수’ 생산에 들어간다. 이달 말까지 2억원을 들여 하루 4000병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었고, 내년에 울진 세계친환경엑스포에서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칠 방침이다. 자치단체 수돗물의 예상 판매가격은 100∼350원선(350㎖). 생수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갖춘 셈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문제는 수돗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없애면서 생수보다 맛이 좋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환율 불똥 외국인 채권으로 튈라”

    “환율 불똥 외국인 채권으로 튈라”

    ‘9월 위기설’이 위기를 부르고 있나? 1일 금융시장은 코스피지수가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부추겼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가하락보다 환율폭등이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채권금리를 상승시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환율안정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말했다. ●하루에 27원 오른 원·달러 환율 금융시장 패닉의 ‘뇌관’은 환율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미 천장이 뚫려있기 때문에 환율이 얼마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환율이 불안해지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의 강도가 세지고 외국인 주식매도 강도가 세지면 다시 환율이 영향을 받아 올라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신한은행 금융공학팀의 홍승모 차장은 “8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와 투신사들의 해외펀드 환헤지 물량, 원유 수입업체들의 달러 사재기, 국제원유 가격 상승 가능성 등 각종 악재가 환율시장에 도사리고 있다.”면서 “외환당국이 ‘충분한’ 달러 물량을 매도하지 않는 한 환율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패닉으로 달러 가수요까지 달라붙은 과열국면이지만,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원·달러 상승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JP모건의 임지원 수석애널리스트도 “외환당국이 1140∼1150원선이 뚫리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는 9월쯤이나 가야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1400 무너지면 1200까지 간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위협을 받자 주식 관계자들은 1일을 ‘주식시장의 12·12사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말에 코스피지수가 1200∼13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에는 글로벌 환경이 나빠도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좋을 것이라며 시장이 버텨왔다.”면서 “그러나 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부각되면서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소비냉각으로 기업들의 이익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훈 한화증권 기업분석센터장도 “금호, 두산에 이어 그동안 한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LG나 삼성 등 전자업종까지 전반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물가가 어느 정도 잡혀서 정부 당국이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는 한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주가폭락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개인은 물론 기관들이 손절매할 타이밍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때문에 경기 회복을 앞두고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의 폭락을 예상해 1200∼1400선 아래에서 공매도(떨어질 것을 예상해 주식을 미리 팔아두고 더 떨어졌을 때 다시 매수하는 기법)를 많이 걸어뒀다.”면서 “12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채권금리 상승 ‘셀 코리아´로 이어질라 최근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채권금리는 이날 3년·5년만기 국고채금리는 각각 0.11%포인트 안팎으로 폭등해 6%에 바짝 다가섰다. 즉 채권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 인상은 장기 추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환율 변수가 계속 강하게 작용하면서 이번 달 초까지는 계속 상승, 국고채 3년물의 경우 6%대까지 뛸 것”이라면서 “대외 불안요인이 사라지고 시장에서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해소돼야 채권시장 역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 금리 상승이 외국 투자자금의 ‘셀 코리아’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 채권규모는 50조 8000억원 수준”이라면서 “1∼2년 전에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서 채권을 매입했지만 이제는 주식·채권을 모두 팔고 있어 ‘9월 위기설’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소영 조태성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장마를 이기는 야생초를 아시나요

    장마를 이기는 야생초를 아시나요

    텔레비전에서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하더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매년 요맘때면 풋고추며 애호박 따위의 푸성귀들이 얼마만큼 자라 맛나게 부침개를 부쳐 먹습니다. 별 양념이 없어도 소금 간을 한 밀가루 반죽에 싱싱한 푸성귀를 넣고 부쳐 먹는 부침개는 심심한 입을 달래기에는 충분합니다. 이왕 손에 밀가루를 묻히는 거 어머니는 양푼 가득 반죽을 만들어 이웃들에게도 돌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입이 소태같이 써 그 맛난 부침개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복분자 농사는 대부분 장마와 함께 끝을 맺습니다. 아직 넝쿨마다 여남은 복분자가 남아있지만 대부분 장맛비에 녹아내릴 것입니다. 비가림 시설을 했다고 하더라도 날이 궂으면 열매에 곰팡이가 생겨 내다 팔 수 없습니다. 올해는 참 힘든 농사를 짓습니다. 고창 지역 대표 특수작물 복분자는 냉해를 입어 작년에 비해 작게는 15%에서 많아야 50%를 밑도는 수확량이 고작입니다. 몇 해 전부터 고소득 작물로 복분자가 관심을 받고, 많은 지역 사람들이 경작하던 밭에 복분자를 심어두었는데 망연자실 손가락만 빨게 생겼습니다. 복분자 팔아 딸내미 여운다던 아짐, 서울에 취직한 아들 사글세방 보증금을 마련하겠다던 아재. 참말로 환장할 노릇입니다. 마음도 뒤숭숭하고, 비도 오고. 삽자루 하나 들고 논으로 물꼬를 보러 나갑니다. 미리미리 물꼬를 봐두지 않으면 방천(논에 물이 넘쳐 둑이 무너지고, 벼가 불어난 물에 쓸려 가는 일)이 날지도 모릅니다. 마을 앞 논에는 저보다 일찍 나온 동네 어르신들이 비옷을 입고 논일을 보고 계십니다. 저도 부지런을 떤다고 하는 편이지만, 논을 돌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 농사꾼이 되려면 한참 먼 일인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논에 심어둔 벼들이 초록을 입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날이면 벼는 한 뼘은 자랍니다. 이것들 자라는 거 보면 또 맘이 흐뭇해집니다. 야생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가 그친 후 잔뜩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면 그 작은 몸으로 장대비를 이겨낸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더욱 맑고 선명한 빛을 냅니다. 야생초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합니다. 여름을 알리는 야생초로는 산수국, 연꽃, 패랭이, 달개비(닭의장풀), 모싯대, 참나리 등이 있습니다. 이중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는 산수국과 연꽃, 달개비 등입니다. 산수국은 6월에서 8월경 주로 야산에 많이 피는데, 생김새는 깨알 같은 진한 청색의 꽃들을 두고 가장자리에 네다섯 개 꽃잎을 가진 연한 청색의 꽃이 나비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늘을 닮은 푸른색이 참 예쁩니다. 근데, 산수국에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진짜 꽃과 가짜 꽃이 있다는 겁니다. 가장자리의 나비 모양 꽃이, 암술도 수술도 없는, 다시 말해 꽃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않는 ‘가짜 꽃’입니다. 산수국은 이 가짜 꽃으로 벌이나 곤충을 유인하여 종을 번식시킵니다. 진짜 꽃이 너무 작아 벌과 나비를 유인할 수 없으니 눈에 잘 띄는 ‘가짜 꽃’을 개발한 모양입니다. 농수용으로 담아둔 논에는 연꽃이 한창입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 피면서도 맑고 청아한 맛이 있어 불교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부처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곳도 연단이며, 옛날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졌다가 환생한 꽃도 연꽃입니다. 지금은 군것질거리가 많아 천대 받지만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에는 연꽃 열매인 연밥은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거리였습니다. 지금도 연 뿌리는 연근이라 하여 귀한 음식입니다. 닭의장풀도 여름을 대표하는 야생초입니다. 주로 파랑색 꽃이 피는데, 그 모양이 닭의벼슬을 닮기도 했지만 닭장 주변에 많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대부분의 야생초가 그렇지만 이 녀석도 생명력이 질겨 뽑아도 완전히 말려 죽이지 않으면 금세 다시 땅으로 뿌리를 내립니다. 닭의장풀은 약용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커다란 주전자에 끓여 차처럼 마시면 당뇨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 초여름의 숲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나무가 있는데, 분홍 실을 풀어놓은 듯한 꽃잎을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 놓은 자그마한 꽃이 특징인 자귀나무입니다. 잎은 낮에는 옆으로 퍼져 있으나, 밤이나 흐린 날에는 금세 입을 접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모습이 꼭 잠을 자는 귀신처럼 생겼습니다. 또 자귀나무는 합환목(合歡木)·합혼수(合婚樹)·야합수(夜合樹)·유정수(有情樹) 등으로 불리며, 그 이름은 부부의 금실을 뜻하기도 해 집안에 심어두기도 했다고 합니다. 물꼬를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장마가 어느 정도 지나면 논에 비료를 뿌려야 합니다. 논에 들어갈 비료의 양을 계산하다보니 또 한숨이 나옵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비료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비료의 종류에 따라 차등은 있지만 올해만 들어 60~101%까지 올랐습니다. 12,000원 하던 요소비료는 이제 20,700원이나 합니다. 천정부지로 뛰는 비료 값은 떨어질 줄 모르고 앞으로 더 오른다고 합니다. 사안이 이러다 보니 비료를 사재기 하는 현상도 빈번이 일어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비가림시설(하우스)에 들어가는 철재 값은 220%나 올랐습니다. 이것저것 계산해 보니 일 년 벼농사 지어봐야 200평에 소작료를 빼고 나면 8천 원 가량이 남습니다. 어쩌다 보니 하늘 잔뜩 흐린 날,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비가 지나고 나면 활짝 피는 야생초처럼, 농민들이 얼굴도 활짝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주영태 농부 글쓴이 주영태 씨는 전라북도 고창에서 농사를 짓고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는 젊은 농사꾼입니다.
  • 삼성 생활가전 ‘3E’ 승부수

    삼성 생활가전 ‘3E’ 승부수

    ‘박종우식’ 생활가전 청사진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28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생활가전 하반기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생활가전이 독립사업부에서 TV가 포진한 디지털미디어(DM) 총괄 산하로 옮겨간 뒤 나온 첫 발표회다. 올들어 소폭이나마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만년 적자였던 생활가전을 박종우 DM총괄 사장이 어떻게 부활시킬지 엿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박 사장이 생활가전을 새로 맡고 나서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시너지’다. 이날 신제품 발표회도 제품별로 따로따로 공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냉장고, 세탁기, 김치냉장고를 한꺼번에 모았다. 요즘 세계시장에서 ‘너무 잘 나가는’ TV의 생산라인, 유통, 판매망 등을 최대한 공유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3E’에 승부수를 던졌다. 감성(Emotion), 친환경(Ecology), 에너지 절약(Energy Saving)이다. 이날 나온 신제품 특징도 모두 3E로 압축된다. 특히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버블’ 드럼세탁기(하우젠)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물과 공기를 반응시켜 미세한 기포(버블)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버블엔진’을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찬물에서도 2분만에 거품이 만들어진다. 기존 드럼세탁기와 비교해 세탁시간(59분)은 절반(59분), 물 사용량은 3분의1, 전력소비량은 22% 줄였다. 최진균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의 야심작이다. 최 부사장은 “기포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LG전자의 ‘스팀 방식’과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 보인다. 해외매각 불발로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대우일렉과 관련, 최 부사장은 “사업방향과 전략이 우리와 달라 관심없다.”고 잘라말했다. 미국 GE의 생활가전 사업과 관련해서도 “(지금처럼)파트너십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M&A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에너지 절약= 미래투자 유럽인들에 감탄”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에너지 절약= 미래투자 유럽인들에 감탄”

    지난 6월23일 연재를 시작한 서울신문의 미래기획 시리즈(40회)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가 총 17회에 걸쳐 1장 ‘자원-에너지’편과 2장 ‘기후변화’편을 모두 소화했다. 지난 2개월 동안 소개된 기획물은 본지 특별취재팀의 전세계 취재 결과를 토대로 자원위기, 고유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각종 대안을 제시하며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취재팀은 28일 박건승 미래생활부장의 사회로 전세계의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한국에의 시사점을 총점검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정리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전세계의 에너지 위기대응 우리보다 한수 위” 사회 어려운 여건에서도 각 대륙을 돌며 자원과 에너지, 기후변화 분야를 취재하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먼저 각 나라에서 펼치고 있는 여러 노력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재연 제가 갔던 아프리카의 경우 자원 및 에너지가 풍부하고 기후변화의 책임 또한 가장 적은 곳입니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되레 기후변화의 피해를 심각하게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였어요. 자동차로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피나무들이 많았지만 여기서 나오는 이익의 대부분은 몇몇 다국적 커피회사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정작 이 곳의 주인인 현지인들은 고단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며 많이 슬펐어요. 다른 자원과 에너지원도 사정은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쉼없이 나무심기에 전념하는 왕가리 마타이의 모습<8월18일자 14·15면>에서는 그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강렬한 힘을 느꼈습니다. 류지영 유럽의 경우 자전거와 트램(노면전차)만으로 시내 어느 곳이든 다닐 수 있도록 도시가 설계돼 있습니다. 도로 차선 수와 주차장 면적을 점점 줄여 자가용 이용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고요. 에너지 및 자원 사용을 줄여 기후변화 대응을 준비하는 유럽의 도시들을 우리도 참고해야 합니다. 박건형 미국의 경우 에너지 및 자원에 대한 시각이 유럽과는 판이했습니다. 미국인들은 거시적 관점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효용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석유와 지하자원이 아직도 충분하다고 믿다 보니 지금의 소비중심적 생활방식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는거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럽인들은 당장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에너지 절약과 미래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의 노력이 결국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믿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현용 중동 국가들은 현재 석유 가격이 폭등해 넘치는 돈을 쓸 데가 없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뜻밖에도 그런 돈의 상당량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쏟아붓고 있습니다. 바레인 세계무역센터<6월23일자 1면>의 예처럼 에너지·기후변화 대응노력을 국가나 도시 이미지 제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탁월합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과 자세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봅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에너지정책 수시로 뒤집혀” 사회 그럼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가 에너지와 자원,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오상도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해 지속적이면서도 일관성있는 정책을 펼쳐 나갈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입니다. 호주만 해도 주 정부에 수자원 하나만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거기서는 최소 10∼20년 뒤의 상황을 예측해 준비합니다. 그 동안 ‘747정책 기조 유지하겠다.’‘부동산 경기 살리겠다.’고 하다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박건형 이번 ‘녹색성장’선언에서도 나타났지만 우리의 경우 정책이나 제도들이 지나치게 중앙정부에서 민간으로 하달하는 ‘톱다운’방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용도 거의 외국 사례를 그대로 베껴 온 것들이고요. 심지어 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이들이 내놓는 대안들도 외국의 사례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아요. 정현용 말만 많고 실천이 이뤄지지 않는 우리 정책 집행의 관행은 개선해야 할 점입니다.‘2030년까지 원전 11기를 더 짓겠다.’는 지난 27일의 정부 발표를 보며 지난 광복절의 ‘녹색성장’선언이 결국 원전 추가 건설을 정당화하려는 ‘터닦기’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석유가 풍부한 중동지역에서조차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두바이에서는 바람에 따라 건물이 직접 움직여 전력을 생산하는 아키텍처 빌딩<8월18일자 15면>을 건설 중이고, 아부다비는 무탄소 도시인 ‘마스다르’<8월 11일자 13면>의 개발에 나서고 있어요. ●“자원절약 도심 재개발 쿠리치바 방식 배워야” 사회 각국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노력 중 인상 깊었던 지역이나 나라가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오상도 브라질 파나마 주 쿠리치바 시의 도시계획 연구소(이푸키)에서는 연구원들이 마치 ‘심시티’(도시 설계 시뮬레이션 게임의 하나)를 하듯 복잡한 도시설계를 게임처럼 즐기는 모습<8월14일자 14면>이 퍽 인상적이었어요. 하루 종일 다같이 모여 3차원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도 지었다 부숴보고 자연조건도 바꿔 보면서 햇빛과 바람까지 모두 고려한 도시를 만들고 있었어요. 기업 후원과 토지 맞교환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시 재정을 한 푼도 쓰지 않고도 도시를 환경친화적으로 재개발해 나가는 모습은 우리도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건형 사방 천지에 프로펠러가 널려 있던 독일의 농장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들 가격은 대당 최소 수억∼수십억원 하는 고가이지만 농민들이 스스로 정부 보조금과 은행대출 등을 잘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자가용 덜 타면 탄소캐시백 적용을” 사회 취재 과정에서 떠오른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관련 아이디어나 우리도 도입하고 싶은 사례가 있다면 소개하고 마무리하도록 하죠. 류지영 자가용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온실가스 감축분을 탄소캐시백으로 돌려 주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을 시행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운전자가 10년간 자가용을 30만㎞ 탔다고 하면 정부는 A에게 연간 3만㎞의 주행거리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배출실적(연간 6t 가량)을 인정해 줍니다. 이후 A가 자발적 감축 프로그램에 가입해 자가용 이용을 연간 1만㎞가량 줄였다면 정부는 A가 노력해 덜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연간 2t)만큼의 금액을 배출권 시세에 따라 탄소캐시백으로 보상해 주는 것이죠. 이재연 이집트의 경우 과거 권위적 정권이 들어섰던 나라임에도 최근 에너지·자원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여러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펴 나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심각한 고유가·식량난 와중에도 서민들의 고통은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어요. 아프리카 위정자들도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오상도 제가 공무원이라면 호주 브리즈번 시의 물절약 정책<6월26일자 1면>을 꼭 배워 보고 싶은데요. 버려진 물을 단계별로 나눠 필요한 만큼 재활용하고 사람의 배설물까지 정제해 수자원으로 만들어 내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물을 아끼려고 가정 내 변기에 벽돌 몇 장 집어 넣는 우리네 방식은 아직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도 장기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팍스 시니카 시대로-중국의 비상] “美 주도 국제질서 위협” VS “핵 해결 전략적 파트너”

    [팍스 시니카 시대로-중국의 비상] “美 주도 국제질서 위협” VS “핵 해결 전략적 파트너”

    중국의 성장세는 크든 작든 주변국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미국과 일본이다.‘세계 유일 강대국’으로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은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물량의 경제’로 추격하는 중국이 부담스럽다.‘아시아 제1의 경제대국’ 일본도 언젠가 그 자리를 중국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에게 ‘올림픽 이후 중국’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 경제·군사적 대결구도로 갈등 우려 차기 美 행정부, 對中 포용정책 펴야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을 21세기 최대의 외교적 과제로 보고 있다. 경제적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위협으로 보는 시각과 극복해야 하는 도전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공적’인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베이징올림픽 그 자체보다는 베이징올림픽이 갖는 상징성이 중국과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을 중시하는 분위기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센터 소장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의 아시아정책 총괄 자문인 제프 베이더는 “중국은 베이징올림픽과 관련,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면서 “첫째는 국제사회에 지난 30년 동안 중국이 이룬 발전을 과시하고 공산당 일당 정치체제의 합법성을 인정받는 것이고, 둘째는 자국민들에게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목표는 달성했고, 첫번째 목표도 어느 정도 이뤘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림픽을 전후해 불거진 티베트 독립문제와 인터넷 통제, 인권 개선,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 등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베이더는 “베이징올림픽으로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만을 국제사회에 제시했고,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경제력 등에 걸맞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한다.”면서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기준이 아닌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쳉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길 원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 정부나 중국 국민들은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제기된 환경과 인권, 소수민족과의 갈등,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문제들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에 경보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급부상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각은 나뉜다.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 관계에서 양국 관계가 갈등 내지는 대결국면으로 치달아 지정학적으로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을 인정하고, 중국을 책임있는 ‘글로벌 파워’로 포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략적 파트너로서 기후변화와 핵확산 등 국제적인 현안들에 선택적으로나마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관계협의회 회장은 최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미·중관계에 대해 증언하면서 일부가 제기하는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위협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스 회장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경쟁분야가 다르고 두 자릿수 고도성장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인구는 중국의 자산인 동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스 회장은 미·중관계가 동맹관계가 될 수는 없지만 북한 핵 문제 등에서 보듯 사안별로 협력할 수 있는 선택적 파트너 관계를 고려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 자문도 “중국의 부상은 분명 지정학적·외교적으로 미국에는 큰 도전”이라면서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양국관계가 지금은 경제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분야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9·10월호 기고문에서 “중국의 성장과 글로벌 경제가 갖는 상호연관성은 국제 시스템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요구한다.”고 역설,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을 강조했다. 미국은 무엇보다도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평화로운 중국을 원한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건설적이고 책임있는 일원으로 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중국이 보다 투명하고 개방된 국가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화로 부상한 핵물질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기후변화, 테러, 보호무역주의, 전염병 창궐, 마약 문제 등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kmkim@seoul.co.kr ■ 소수민족·양극화 등 경고음 심각 ‘질적 경제대국’ 中 아직 갈길 멀어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의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 전망은 일단 ‘흐림’이다. 중국은 올림픽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소수민족·인권·양극화·공해 등과 같은 심각한 정치·사회문제도 동시에 드러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의 침체 탓에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정치의 비민주화, 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중국에 대해 “아직은 아니다.”라며 냉정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양적 경제대국’은 가능할지 몰라도 ‘질적 경제대국’의 길은 멀다는 얘기다. 후지무라 다카요시 다쿠쇼쿠대(국제학) 교수는 최근 ‘일·중, 성숙한 대인(大人) 관계로’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중국 일부에서는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룩한 것처럼 중국도 베이징올림픽 이후 고도성장을 계속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도쿄올림픽과 베이징올림픽은 놓여진 상황이 꽤 다르다.”고 중국의 희망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경제성장을 시작한 직후였기에 20년 남짓 동안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무려 11.5%나 됐다. 근로자 급여는 79.2%나 늘어났고, 개인소비도 연평균 9.6%씩 증가했다. 반면 베이징올림픽은 1980년대의 개혁·개방에 따라 지금껏 연평균 9.8%의 성장률을 이룬 뒤 치러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출발점이 다른 만큼 올림픽 이후의 잠재적 동력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중국의 최근 경제동향을 보면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 조짐, 부동산 시장의 경색화, 제조업의 실적 부진, 생산비용의 상승 등의 내부요인과 함께 미국 경기의 후퇴에 따른 수출 감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동아시아경제론) 교수는 “경제순환주기는 20∼30년이다. 반드시 조정기간을 거친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폈다. 또 “일본과 중국의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경제발전 모델도 다르다. 간단히 말해 일본은 소수민족도, 민주화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수출의존 구조인 데다 독자기업이 없기 때문에 생존력이 그다지 강하지 못하다. 자칫 실수하면 심각한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물론 중국의 넓은 국토와 인구를 토대로 한 거대한 힘에 대한 경계감도 적지 않다. 따라서 세계로 도약할 중국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이마이 겐이치 아시아경제연구소 중국담당 주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속도가 둔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할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일본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첨단 기술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정치적인 개혁, 세계화의 수용 여부도 과제다. 거세진 내셔널리즘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정치학) 조교수는 “올림픽은 아시아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통과의례’라는 의미를 갖는 만큼 중국은 한걸음 내디뎠다.”면서 “노출된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인 신뢰를 쌓고자 외교에 힘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hkpark@seoul.co.kr
  • [데스크시각] 광장에 촛불을 허(許)하라/박찬구 사회부 차장

    [데스크시각] 광장에 촛불을 허(許)하라/박찬구 사회부 차장

    ‘법(法)’과 ‘치(治)’는 물수(水)변이다. 물이 흘러가듯(去) 상식과 이치에 따라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면, 물이 넘쳐 난리가 나지 않도록 자연의 섭리대로 다스리는 것이 ‘치’라고 할 수 있다.‘법치’는 맑고 투명한 ‘물의 흐름’처럼 무리없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조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점화된 촛불 민심에 현 정권은 ‘엄정한 법치’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영장과 색소 물대포로 상징되는 공권력으로 촛불을 발본색원하려 한다. 소비자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네티즌을 끝내 구속하고, 정부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민을 전경버스로 실어나르고 있다. 5∼6월의 광화문에서 물결치던 촛불이 ‘법치’의 역류에 부딪혀 주춤해진 형국이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시대변화를 고려한다면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아스팔트의 민심이 절대선이고, 공권력은 타도의 대상이라고 이분화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성숙한 이행을 위해서라도 법과 질서가 바로 서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법과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민심의 물길을 강압적으로 차단하고 인위적으로 왜곡시키려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일이다. 시위대 검거에 ‘현상금’을 걸려 하고, 연행한 여성의 속옷탈의를 강제하며,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까지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것은 ‘5공(共)식 법치’와 영락없이 닮은 꼴이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나 여당의 고위 인사가 연루된 비리사건은 무엇에 쫓기듯 서둘러 종결시키면서, 촛불 집회 관련 사안은 피해자 고소까지 종용하며 ‘있는 것, 없는 것’ 다 뒤지고 털어내는 것은 공평무사한 공권력이 아니다. 과거 군사정권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소불위한 공권력의 활동 영역이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과 네티즌으로까지 확산됐다는 점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작동되어야 할 ‘법치’가 도리어 민심의 물길을 억누르고, 막아서는 이율배반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현 정권이 촛불 민심을 ‘안티 MB’ 세력의 선동에 이끌린 군중심리 정도로 폄훼하고,‘이젠 해결됐다.’며 안도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고, 불행이다. 지금 단계에서 거리의 촛불이 지속하느냐, 소멸하느냐는 중요한 화두가 아닐지 모른다. 수십만명의 남녀노소가 며칠씩 광화문을 가득 메웠을 때 촛불은 이미 승리하고, 또 진화했다. 문제는 촛불에 대응하는 공권력의 일그러진 얼굴이다.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기본권 정도는 최고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무시할 수 있다는, 그 무도한 사고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권력을 향한 검·경 수뇌부의 충성 경쟁이 끼어들고,‘공권력은 정권의 시녀’라는 철 지난 섬뜩함이 되살아난다면, 공권력은 스스로 그 권위를 잃게 될 것이다. 물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흐르지 못하면 정체되고 썩기 마련이다. 공권력이 ‘엄정한 법치’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며 정당한 시민의 권리마저 억누른다면, 훗날 더 큰 봇물에 직면할지 모를 일이다. ‘흐르는 물’과 같은 법치의 본연을 권력은 되새겨야 한다.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도심의 길목 곳곳에 포진한 시위진압부대가 자발적인 민심의 물길까지 막을 수는 없다.100차례가 넘는 집회에서 보듯 촛불은 끊임없이 재생하고 정화하는 생명력과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누르면 더 튀는 게 민심의 속성이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광장은 열고 물길은 살리는 게 마땅하다. 공권력은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소통과 대화의 마당조차 거부하는 권력이 어떻게 시민들에게 정당성을 설득하고, 믿음을 줄 수 있겠는가. 박찬구 사회부 차장 ckpark@seoul.co.kr
  • 정수기 ‘물 전쟁’ 뜨겁다

    정수기 ‘물 전쟁’ 뜨겁다

    정수기 업계의 ‘물 전쟁’이 뜨겁다. 정수기 판매 성수기를 맞아 메이저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치열한 시장쟁탈을 벌이고 있다. 후발업체들도 틈새를 노리고 가세, 시장을 달구고 있다. 최근 정수기 시장에 뛰어든 필립스가 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에 도전장을 던졌다.3년 안에 국내 정수기 시장의 50%를 점유하겠다는 게 목표이다. 웅진코웨이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50% 정도여서 필립스의 목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필립스는 웅진코웨이와는 다른 정수 방식을 부각시키며 마케팅 공세를 펴겠다는 전략이다. 필립스측은 15일 “우리 제품은 침전물필터와 활성화탄소필터로 이뤄진 이중필터가 미네랄은 남기고, 자외선(UV)램프로 유해한 미생물 등 오염 물질은 살균한다.”면서 “미네랄까지 모두 걸러내는 기존의 역(逆) 삼투압 방식과는 다르다.”고 미네랄 논쟁을 점화시켰다. 역삼투압방식을 채용한 웅진코웨이를 겨냥한 듯하다. ●필립스 “3년내 50% 점유 목표” 필립스는 판매방식도 웅진코웨이의 렌털 방식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가정을 방문해 관리하는 시스템도 채용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정수기를 구매해 주기별로 필터를 사서 갈아 끼우는 방식이다.1800ℓ의 물을 사용할 때마다 한번씩 바꿔야 한다.4인 가족 기준(1일 20ℓ 사용시)으로 3개월에 한번 교체하면 된다. 필터 가격은 2만 9000원이다. 은색 고급형(HP3892) 정수기는 62만 4000원이다. 웅진코웨이는 반격에 나섰다. 웅진코웨이측은 “역삼투압 방식이야말로 현존 기술 중 물을 가장 깨끗하게 걸러내는 기술”이라며 “소비자 선택을 통해 입증됐다.”고 받아쳤다. 역삼투압 방식의 CHP-06DL 제품은 지난 3월 이후 월 평균 4000여대가 팔릴 만큼 반응이 좋아 최근 소형 제품도 출시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회사측은 “역삼투압 방식으로 걸러낸 물을 세라믹 필터 등이 4중으로 다시 걸러내 세균, 바이러스, 중금속까지 모두 잡는다.”고 주장했다. 웅진코웨이측은 “여러업체들이 물속에 미네랄을 남기는 정수기라고 강조하지만 물속에 있는 미네랄은 용해도가 낮아 흡수가 잘 되지 않고 오히려 무기 미네랄 섭취로 신장결석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고 필립스를 겨냥했다. CHP-06DL의 렌털 기간은 5년이다. 이 기간 동안 월 평균 3만 5000원을 내고 관리를 받는다. 별도로 등록비 20만원을 내야 한다.5년이 지나면 월 3만원을 내고 관리 서비스를 받거나 개인적으로 필터를 사서 바꿔야 한다. 냉·난방기로 유명한 귀뚜라미도 정수기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귀뚜라미측은 “유해물질은 제거하고 물 속에 미네랄은 남기는 방식의 제품”이라면서 “등록비도 없이 3년간 월 1만 99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입 후 3년간 4개월마다 기사가 방문해 필터를 갈아주고 그 이후는 월 9900원으로 관리 서비스를 받거나 월 이용료 없이 소비자가 필터를 사서 바꿔야 한다. ●웅진코웨이 “역삼투압방식 선호도 높아” 교원L&C도 초소형 ‘웰스 미니’ 신제품을 내놓았다. 교원측은 “웰스 미니는 크기는 작지만 7단계에 걸친 필터링 시스템과 3중의 항균 시스템이 내장돼 미네랄이 살아있는 건강한 물을 제공해 준다.”며 “무전원 방식으로 부엌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렌털 사용시 등록비 30만원을 내고 월 1만 6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청호는 기존 ‘이과수 얼음정수기’를 작게 만든 콤팩트형 얼음정수기인 ‘이과수 얼음정수기 500’을 내놓았다. 역삼투압 방식을 기초로 하는 4단계 필터가 적용된 모델이다. 스위치만 누르면 얼음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강점이다. 렌털의 경우 등록비 10만원을 낸 뒤 5년간 월 3만 7900∼3만 99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시론] 금리인상 늦었다/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금리인상 늦었다/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이 1년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혹자는 경기후퇴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미국처럼 금리를 인하해 소비와 투자의 둔화를 억제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재정정책은 확장 방향으로 가면서, 금융통화정책은 긴축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일견 모순이다. 재정에서는 유류세 인하, 저소득층 소득 보전 등으로 총수요를 늘리고, 금융에선 기준금리 인상으로 총수요 축소를 꾀한다면, 온탕 냉탕으로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경기가 좋은데 물가가 오르거나, 경기가 나쁘면서 물가는 내리는 상황, 즉 총수요의 과부족이 거시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통상적인 상황에서만 타당한 논리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다른 여러나라와 함께 1980년대 초 제2차 오일쇼크 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6%에 달할 만큼 심하고, 경제성장률은 1·4분기 이래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를 억제하면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는 재정정책을 통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계층의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를 증가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과연 소득 재분배효과가 있느냐이다. 예고된 대로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낮춘다든가, 종부세·양도세를 완화해 부동산값을 또 오르게 한다든가 하면, 이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켜 내수를 오히려 위축시킬 것이다. 사실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상치 여부를 검토하면서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었다고 판단된다. 통화정책은 효과가 실제 나타나는데 6개월 내지 2년이 걸리는 만큼,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생명이다. 작년 8월 이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인상해 왔다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이토록 만연하지 않았을 것이고 실제 물가도 이만큼 뛰지 않았을 것이다.3월의 정부 환율정책 실패로 환율이 10% 이상 오르고 그것이 수입물가와 국내물가를 올렸다.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정부는 되도록 거시경제 정책에서 손을 떼고, 중앙은행이 주도적·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교훈을 얻고, 국민은 한국은행에 물가안정의 책임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지난 10년 적시에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늦었고 , 너무 작은 인상폭이다.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여서 과잉유동성이 걱정되며, 인상폭은 정부의 환율 장난이 초래한 피해를 메우기에 턱도 없다. 환율은 통화의 대외가치이고, 국민의 대외가치이기도 하다. 환율을 올려 국민값을 떨어뜨려 놓고 애국 운운하는 정부에 비하면 물론 한국은행에 믿음이 간다. 물가는 통화의 대내가치이고, 역시 국민의 값이기도 하다. 국민값을 대내적으로 6%, 대외적으로 10% 이상 떨어뜨린 중앙은행과 정부는 고유가와 외부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상황판단부터 공유해야 한다. 물가안정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며, 수출과 내수를 균형있게 늘리려면 외환시장에 엉터리 구두개입을 하지 말아야 하며, 공정거래위의 정상화를 통해 일부 재벌의 부패와 담합을 척결함으로써 정부는 물가안정에 일부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바탕위에서 일관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우리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 수렁에서 구할 수 있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 [특파원 칼럼] 무너지는 프랑스 중산층/이종수 파리 특파원

    [특파원 칼럼] 무너지는 프랑스 중산층/이종수 파리 특파원

    ‘생활의 발견’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가면서 흔히 부닥치는 상황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뜻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특히 외국에서 살다 보면 더 크게 살갗에 와 닿는다. 기자를 포함해서 프랑스에 부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는 불편 가운데 하나가 집 문제다. 전세 제도가 없어 조건에 맞는 월세 아파트를 구하다 보면 진이 다 빠진다. 신청하고 최소한 보름은 지나야 하는 인터넷망 설치는 얼마나 더딘지, 민원 관련 서류는 얼마나 많은지…. 이 까다로운 ‘통과 의례’는 이사를 하면서도 엇비슷하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는 프랑스의 물가도 뼛속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 슈퍼에 가 보니 과일·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다. 지난해 복숭아 1㎏ 값이 1.9유로(2960원)였는데 2.2유로(3430원)로 올랐다. 통계를 보니 올해 5월에만 과일과 채소 가격이 평균 5.9% 올랐다. 지하철·버스비도 1.11유로에서 1.14유로로 올랐고, 이미 오른 전기와 가스비도 다음달에 또 5%와 2%가 오른다고 한다.1년동안 17.4% 오른 기름값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집값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덩달아 월세 인상 폭도 만만치 않다. 집을 구하면서 알게 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물었더니 그는 “10년전이면 10만유로(1억 5610만원)로 14구에 방 3개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스튜디오(일종의 원룸)밖에 못 산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 통계청 기준으로 프랑스의 5월 물가상승률은 3.7%다. 지난해 한해의 물가상승률이 3.3%이니 1991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언론은 ‘중산층의 몰락’ 기사를 자주 보도한다. 물가 인상으로 서민과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지만, 유가·식량 가격 인상이 주는 충격은 이제 중산층에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중산층을 정의하는 기준은 각양각색이다. 나라마다, 학자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다. 아예 중산층을 ‘상류 노동자’로 분류하며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프랑스에서도 논자마다 개념이 다르다. 그러나 불평등연구소의 정의를 따르자면 월 수입이 1200유로(192만원)∼1840유로(287만원)인 계층이다. 물론 단순히 수치만 갖고 한국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주35시간이라는 법정 노동시간, 유급휴가 5주, 사회연금제도 등 프랑스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감안해야 한다. 어쨌거나 프랑스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최근 중산층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된 이유가 석유·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 여기에 2년동안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유로 내세운다. 생활조건연구조사센터(CREDOC)에서 중산층 소비전략을 연구하고 있는 로베르 로쉬포르 국장은 “이제 중산층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의 논거는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가 몰려들고 인터넷으로 싼 물건을 살 수 있어 중산층의 월급이 오르지 않아도 살 수 있었던 시대가 이제는 인플레로 의미 없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석유·식량·집값의 상승은 앞의 두가지와 관련도 거의 없어 중산층의 타격이 더욱 심하다는 논거다. 국립통계청은 프랑스인들의 평균 구매력 증가율이 지난해 3.3%에서 올해는 0.9%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치뿐이 아니라 이런 현상은 생활 속에서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옷 판매량은 1년동안 10%가 줄었다. 가게 주인들도 연례 행사인 바겐세일을 가리키는 ‘솔드’특수(特需)를 기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머리도 자르지 않아 고객이 많이 줄었다는 미용실 주인의 하소연도 나온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기자도 ‘생활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일상의 발견은 늘 소중하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 소매 판매 급랭

    물가상승과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6월 소매판매가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할 경우 판매량이 1년 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6월 소매판매액 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금액(경상금액·물가상승률 반영)은 20조 1146억원으로 지난해 6월보다 6.8%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의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이 10.1%였던 것을 감안하면 3.3%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불변금액 판매액(2005년 가격 기준)은 전년 동월대비 1.0% 감소해 2006년 7월(-0.6%) 이후 거의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상금액 기준으로 휘발유·경유 등 차량용 연료는 전년동기 대비 15.0%, 화장품·비누 13.9%, 의약품·의료용품 11.7%, 식료품 7.4% 등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승용차(-5.2%), 가구(-8.8%) 등 내구재는 0.4%가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1∼2개월 전만 해도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경상 판매액이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더욱 악화되면서 사람들이 소비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올림픽뒤 中경제 불안”

    “올림픽뒤 中경제 불안”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베이징올림픽 이후의 중국경제 급하강을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경기 급랭에 내몰린 중국기업들이 헐값에 물건을 쏟아내는 ‘덤핑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현지 사업은 물론 중국내 협력업체들의 리스크 관리를 서두르고, 원가 절감·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맷집’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중국 부동산시장 붕괴는 복합개발사업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새 유망사업 발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올림픽 이후의 중국은 위기이자 기회의 시장이라는 얘기다. ●중국도 ‘올림픽 밸리효과’ 조짐 현대경제연구원은 6일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 불안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역대 올림픽 개최국 가운데 밸리효과(Valley Effect)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밸리효과란 올림픽 이전의 과도한 투자가 올림픽 뒤 급감하면서 급격한 경기침체와 자산(주식·부동산) 가격 하락을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보고서는 “중국의 올림픽 직접투자액이 무려 500억달러(약 50조원)로 직전 개최국인 그리스의 5배”라며 “올림픽 투자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1.17%) 또한 밸리효과가 극심했던 우리나라(0.99%)보다 더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환보유액에 맞먹는 핫머니(단기 투기자본)의 대량 유·출입 등도 위험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낙관론 우세 불구 국내기업 최악상황 대비” 삼성경제연구소도 같은날 낸 ‘올림픽 이후의 중국경제’ 보고서에서 비슷한 분석은 내놓았다. 보고서는 “아직까지는 중국경제가 내수 확대, 농촌·서부지역 투자수요 등으로 올림픽 뒤에도 고도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경기과열에 따른 감속 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정부가 경기과열 억제와 물가안정에 초점을 둔 지금의 긴축기조를 지속하면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7.2%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정부로서는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따라서 물가상승은 억제하되 성장기조는 유지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경우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8.1%로 추산됐다. 한국무역협회가 158개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절반 가까이(42%)가 “올림픽 뒤 중국경제가 2∼3년 조정국면을 거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차이나 테마파크·물·태양광…위기속 기회도 표민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경제가 현재로서는 8%대 연착륙 가능성이 더 높지만 우리 기업들은 7%대 급락의 최악 상황까지도 염두에 둔 리스크 관리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실질GDP가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2.5%포인트 감소한다. 특히 중국의 덤핑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의다. 이만용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 치중된 소비재 및 원자재의 대체 수입원을 물색하고 중국 증시와 부동산시장에 대한 투자 축소 등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역(逆)발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환경사업에만 1조위안(약 15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할 계획이다. 따라서 태양광발전, 자동차용 충전지, 물 처리 등 그린 테크놀로지와 대형쇼핑몰이나 테마파크처럼 호텔·상업·레저시설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개발사업 등이 유망하다는 관측이다. 안미현 홍희경기자 hyun@seoul.co.kr
  • 영국 저가의류 인기 독일 자전거족 늘어

    멋쟁이 영국 신사는 저가 의류를 찾고, 바캉스의 천국 프랑스에서는 그냥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덴마크에서는 석유 대신 나무로 난방을 하는 가구가 늘었다. 코트라는 5일 이처럼 고유가·고물가 광풍에 움츠러든 유럽인들의 소비패턴 변화를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6월 유럽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에 이를 정도로 물가가 오르자 유럽인들이 항공, 여행, 외식, 자동차, 고급 서비스, 문화산업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노릴 ‘틈새’는 있다. 유럽인들이 저가형·절약형 제품에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까지 영국 내 시장점유율이 2.2%에 불과했던 저가형 의류 업체 프리막사는 최근 업계 2위 업체로 떠올랐다. 브러더사의 저가 가정용 재봉틀 판매량은 지난 몇 달 동안 500% 가까이 뛰었다. 영국에서는 또 회원으로 가입한 뒤 시내 곳곳에 비치된 차량을 싼 값에 종량제로 이용하는 렌터카 서비스가 성업중이다. 독일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는 운전자 55%가 운전 시간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대신 자전거 판매량과 철도 이용객은 급증했다. 이웃과 자동차 출퇴근을 함께 하려는 카풀 센터 이용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덴마크에서는 가정용 난방 자재로 목재펠릿 소비가 늘어 현재는 가정 에너지 소비의 약 6%를 차지했다. 실내 냉·난방 효과를 높이는 3중창과 물 절약 변기, 대기전력 낭비를 줄이는 멀티콘센트, 태양광 이용제품 등 에너지 절약형 제품도 유럽에서 각광받는다. 저가제품 유통점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씨줄날줄] 곡물 파동 /오승호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과거 곡물 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여러 차례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리나라는 전체 곡물 수요량의 4분의3 정도를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해 곡물 자급률은 27.8%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밀은 0.3%, 옥수수는 0.7%, 콩은 9.8%에 불과한 실정이다. 1970년대 초 발생한 곡물 파동은 오일 쇼크와 흉작 등이 겹치면서 전쟁 못지않은 충격을 줬다. 당시 정부는 ‘농업 이민’ 정책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남미 쪽에 농장을 매입한 뒤 이민을 보내려는 시도였다. 그 일환으로 아르헨티나의 야타마우카 농장을 사들인다. 그러나 염분이 많은 데다, 물 확보와 농작물 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정부 조사단이 여러 차례 실사를 한 끝에 농사 짓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다. 농업 이민 정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 초엔 민간이 해외 농장 개발에 나선다.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은 미국 워싱턴 주의 옥수수 농장을 사들였으나 1년 정도 지나자 옥수수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철수했다. 또 다른 대기업은 캄보디아 진출을 시도했으나 현지 주민과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 삼강평원의 경우도 저습지인 사실을 몰랐다가 배수 기반시설로 곤욕을 치렀다. 곡물 가격이 뛰면서 식량 안보와 물가 관리에 걱정이 태산같다. 더욱이 가격 상승 요인이 종전과는 달라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전문가들은 곡물 수요 구조에서 큰 변화가 생긴 것에 주목한다. 중국·인도 등의 사료용 수요와 바이오 연료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옥수수 소비량의 30%가 바이오 에너지용이다. 이런 변수로 인해 곡물 파동은 이전에 비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김종진 국제농업 국장은 “과거 정부와 민간의 시행착오 사례를 지역별, 품목별로 분석하는 등 기초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투자 위험이 적으면서 경제성과 수익성이 있는 지역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파동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낼 때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극지 생태계 파괴 현장’ 북극 스발바르 제도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극지 생태계 파괴 현장’ 북극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노르웨이) 류지영특파원|“저 멀리 산 정상 부근에서 무너지고 있는 빙하가 보이죠? 20∼30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한 해에 3∼4차례 있을까 말까 할 만큼 드물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름철만 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죠. 이곳의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민간 항공기가 다니는 세계 최북단 지역인 노르웨이령 북극 스발바르 제도(북위 78도13분). 주도 롱이어비엔에 위치한 국제 종자 저장소를 관리하는 노르웨이 유전자은행 소속 올라 베스텐켄 조사관은 기자에게 북극의 온난화 실태를 설명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너져 내리는 북극의 빙산들 섬 중턱에서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흘려내리기 시작한 시냇물과 눈이 녹아 시커먼 모습을 드러낸 산 등성이를 볼 수 있었다. 이 모두 아버지 세대에서는 볼 수 없던 광경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인류 최후의 보루’라는 북극조차 지구 온난화의 여파는 피해 가지 못했다. 20년 전만 해도 이곳의 한여름 온도가 섭씨 7도를 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8∼10도를 기록하는 일이 예사다. 기자가 느끼기에도 이곳 여름 날씨는 한국의 2월보다 따뜻했다. 겨울용 점퍼 하나면 장갑이나 목도리 없이도 생활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이곳의 빙하 면적은 현재 3만 6600㎢로 스발바르 제도 전체 넓이(6만 1022㎢)의 60% 정도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1950년대부터 10년마다 9%(9월 기준)정도씩 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고 나면 새로운 섬들이 나타나 지도 제작에 애를 먹을 정도다. 앞으로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2100년을 전후해 이곳을 비롯한 북극의 모든 얼음이 녹아내릴 것으로 점쳐진다. ●극지식물 밀어내고 유럽 식물들이 점령 “원래 이곳은 멜로시라 아크티카, 디아펜시마 라포니카와 같은 플랑크톤이나 극지식물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갈매기와 선박을 타고 온 유라시아 대륙의 이끼류와 지의류(地衣類)들이 급속히 세를 넓히고 있어요. 자연스레 극지식물을 먹고살던 마이시드(갑각류), 감마루스 윌키스티(단각류) 등이 줄면서 이들의 포식자인 극지여우도 사라지고 있고요.” 롱이어비엔 공항 옆에 자리잡은 스발바르 대학(UNIS·1993년 개교). 북극만을 연구하기 위해 전세계 30여개국 과학자들이 모인 세계 유일의 연구기관이다. 이곳에서 극지 식물을 연구 중인 잉거 그리브 얼서스 교수는 북극의 생태계 파괴 현황을 설명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적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지에 극지식물 현황에 대한 논문을 게재해 명성을 얻은 그로서도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식물들을 구해낼 묘수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었다. ●북극곰·극지여우 등 앞으로 못 볼 수도 롱이어비엔이 위치한 스피츠베르겐 섬과 마주한 무인도 바렌츠쇠야 섬 정상 부근에서 크고 하얀 물체가 눈 위를 걷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서 처음 본 북극곰이었다. 스발바르 제도에는 사람(1800여명)보다 더 많은 숫자의 북극곰(3000마리 추정)이 살고 있다. 곰 대부분은 눈이 많은 산 정상이나 인적이 없는 북극해 등에 몰려 있어 사람과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최근 롱이어비엔에서는 곰들이 민가 부근까지 내려왔다가 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 생태계가 급격히 변하면서 충분한 먹잇감을 구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50년 내에 북극곰과 극지여우 등 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르웨이 유전자은행 베스텐켄 조사관은 “북극이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북극 생태계의 파괴는 곧 인류 전체의 파괴를 상징한다.”면서 “북극 생태계 보존을 위한 온실가스 절감에 세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superryu@seoul.co.kr ■ “유전적 다양성 훼손은 재앙” 캐리 파울러 작물다양성 재단 대표 “현재 전세계에 몰아닥친 식량가격 폭등은 종(種) 다양성 파괴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를 이겨낼 인류 생존의 원동력은 유전적 다양성의 복원에서 찾아야 합니다.” 최근 미래 관련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캐리 파울러 세계작물다양성재단 대표이사는 인류운명이 종 다양성 여부에 달려 있다며 이에 대한 지구차원의 각성을 당부했다.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밀의 경우 애초 서로 다른 종자만 20만개나 됩니다. 쌀도 12만가지에 이르고요. 하지만 지금은 농업의 기업화·글로벌화로 종자의 다양성이 점차 축소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는 조그마한 재난에도 커다란 피해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건강한 식량 증산과 인류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죠.” 그가 대표로 있는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은 급격한 기후변화, 운석 충돌, 핵전쟁 등 지구적 대재앙에 대비해 지난 2월 스발바르 제도 롱이어비엔에 ‘국제 종자 저장고’를 설립해 노르웨이 정부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 저장고는 앞으로 전세계 450만종의 식물 종자를 보존하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역할을 맡게 된다. “2050년쯤 세계 인구는 지금보다 50% 정도 늘어나 90억명에 달할 것입니다. 이때 기후변화의 위협 속에서도 전세계 인구가 굶지 않고 식량을 조달하려면 곡물 유전자의 다양성을 지켜 더 적은 토지, 물, 에너지로 더 많은 작물을 길러낼 수 있는 유전자를 꼭 찾아내야 합니다.” 멕시코에 본부를 둔 국제 옥수수·밀 개량센터의 재단 이사이기도 한 파울러 대표는 끝으로 현 농산물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으로 유전자 종 다양성의 훼손을 꼽으며 환기를 촉구했다. “지난 몇년 간 세계적으로 식량 소비가 생산을 능가하면서 식량 비축량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단기적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바이오 연료 재배도 식량위기를 부채질한 측면이 있지만 이것이 현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절대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의 식량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종 다양성 복원뿐입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부장(팀장)·박상숙·오상도·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 특파원, 사회부 홍지민기자, 국제부 안동환·이재연기자
  • 해외여행 유류 할증료 ‘쇼크’

    해외여행 유류 할증료 ‘쇼크’

    직장인 이모(42·성남시 분당구)씨는 지난 5월 말 H여행사를 통해 중국 칭다오 4일(7월28∼31일) 상품을 예매했다. 중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부인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항공권 가격으로 40만원(2인 왕복)을 선지불했다. 여행을 일주일쯤 앞둔 지난 21일 여행사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곧장 여행사에 전화를 했다.“이달 1일부터 유류할증료가 인상돼 왕복기준 4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유류할증료가 항공권 가격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결국 이씨는 중국행을 포기했다. ●미주·유럽·동남아 30%이상 인상 ‘유류할증료’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정부가 앞장서 서민 지갑에서 돈을 뜯어내 항공사의 ‘고정 수익’과 여행사의 ‘부당 이득’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를수록 항공사와 여행사의 금고는 두둑해진다.‘소비자만 봉’인 셈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지난 1일 일제히 유류할증료를 대폭 올렸다. 지난 5월 대비 미주·유럽·호주 구간은 32.1%, 중국·동남아 등 구간은 32.2%, 일본은 31.2% 등으로 올렸다. 유류할증료가 항공권 가격보다 더 비싸거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간도 적지 않다. 칭다오 구간은 항공권이 10만원(편도기준)인데 유류할증료는 20만원이다. 호주 구간은 항공권이 80만원(왕복기준)인데, 유류할증료는 50만원이다. 이번 인상분은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오는 9월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필리핀항공(PR), 유나이티드항공(UA), 일본항공(JL) 등 모든 외국항공사들도 때를 같이해 30% 이상 인상했다. ●“정부가 발벗고 항공사 수익 보장” 비난 여행업계는 물 만난 고기격이다. 유류할증료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수수료를 거저 먹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전 노선에 걸쳐,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노선에 대해 여행사에 꼬박꼬박 유류할증료의 7%를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아시아나항공에도 전 노선의 수수료를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유류할증료(여객 기준)는 항공사들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5년 4월 도입됐다. 당시에도 정부가 나서서 항공사의 고정 수익을 보증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유류할증료가 항공사 수익을 보장해주는 측면이 있지만 항공사 운영상 폐지는 못한다.”면서 “여행사들의 부당 수수료만이라도 없애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박사는 “정부가 일종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항공사를 지원하는 건데,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강요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간다.”면서 “항공사들이 서비스나 경영 악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모럴 해저드에 빠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쪽은 “국제선 요금 인상은 항공사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면서 “유가 인상분의 30%를 요금 인상 등으로 보전받고 있지만, 그 부분을 빼고도 유가 급등으로 인한 손실이 올 한해 1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9) 에너지·자원의 미래 - 석학 대담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9) 에너지·자원의 미래 - 석학 대담

    “고유가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걱정해야 할 사태다. 생산비용이 높아진 만큼 저유가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서남표 총장) “고유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의 증가가 아닌, 석유의 감소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하인버그 교수) 서남표 KAIST 총장과 리처드 하인버그 캘리포니아 뉴칼리지 교수는 서울신문이 이메일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진행한 ‘미래석학, 에너지·자원의 미래를 말하다’ 대담에서 석유로 대표되는 탄소경제가 저물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와 그에 맞는 사회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고속도 그만짓고 물류 개편해야” 올 초 KAIST가 집중 연구할 과제로 ‘EEWS’(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를 제시한 서 총장은 “석유를 쓰지 않는 그린카를 양산할 수 있다면 전세계 원유 소비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며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베스트셀러 ‘파티는 끝났다’를 통해 전세계 에너지, 자원 위기를 경고한 하인버그 교수는 정책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하인버그 교수는 “한국은 고속도로 건설을 중단하고, 대중교통수단 확충에 힘써 물류를 개편하라.”며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운송거리를 최소화하는 공급체계 마련도 에너지 위기 극복의 열쇠”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에너지, 자원의 위기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해결 방법에 있어서는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하인버그 교수는 “한국은 해안선이 길고 조석 간만의 차가 큰 만큼 조력 혹은 파력을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지만, 서 총장은 “대체에너지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고 아직까지 원자력 이외에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고 주장했다. ●수소는 에너지운반·저장 수단일 뿐 지난 2003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연설에서 언급한 이후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수소경제’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자연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수소를 연료로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데다 기본적으로 수소는 단지 에너지를 운반하거나 저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인버그 교수는 한국에 대해 “석유 사용을 부추기는 미국의 에너지정책은 큰 재앙인 만큼 이를 절대 베끼려 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서 총장은 “한국이 에너지 관련 투자 예산이 부족한 만큼 상용화가 가능한 분야를 특화해 집중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박건형 류지영기자 kitsch@seoul.co.kr
  • 고물가 시대 ‘효자’ PB 상품

    고물가·고유가 시대를 맞아 대형 할인마트의 저가 제품이 인기다. 각종 할인 행사는 고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2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대형할인점의 자체브랜드(PB) 상품 비중은 연초 10%대에서 6월 현재 20%까지 커졌다.PB제품은 제조사브랜드(NB) 제품보다 20∼40% 싸다. 신세계이마트의 경우 총매출에서 PB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11.3%에서 지난달 19.7%로 불어났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13%에서 18%로 신장했다. 홈플러스의 6월 현재 PB 매출 비중은 22%에 달한다. 특히 생필품이 인기다. 이마트 PB제품 가운데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이마트 봉평샘물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봉평샘물은 지난해 10월 전체 먹는 물 가운데 13%의 매출 비중을 보였다.6월엔 32%까지 급신장했다. 가격은 2ℓ에 470원이다. 농심 삼다수(690원)보다 32%가량 저렴하다. 제조회사 브랜드 제품보다 20% 정도 싼 이마트 우유(1ℓ 1280원)도 1월까지는 전체 우유 매출의 4% 수준이었으나 6월에는 17%까지 커졌다. 코카콜라의 절반 가격인 이마트 콜라(1.5ℓ 790원)는 매출 비중이 1월 5%에서 6월 10%로 두배 증가했다. 지난 3월 한 달의 경우 1.5ℓ짜리 이마트 콜라 판매량이 코카콜라(1.8ℓ) 판매량을 앞지르기도 했다. 홈플러스의 PB제품인 좋은상품 두부(420g 2160∼2250원)는 6월 매출 비중이 전체 두부 매출의 18%로 전년 동기(5%)보다 3배이상 커졌다. 홈플러스 프리미엄 3겹 데코화장지(34m×24롤,1만 4500원)도 6월 매출 비중이 5.3%로 지난해 11월 출시 당시 2.5%보다 높아졌다. 일정금액이나 비율을 깎아주는 할인쿠폰 사용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측은 “매달 90개가량의 상품을 선정해 평균 20%가량을 할인해 주는 ‘쿠폰 북(book)’을 우수고객 60만명의 집으로 보내고 있다.”면서 “6월 한 달간 쿠폰 회수율을 집계한 결과 작년 동기(15.4%)보다 크게 오른 23.5%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남창희 마케팅부문장은 “최근의 소비 경향은 단돈 10원이라도 아끼려는 쪽”이라면서 “‘알뜰족’을 겨냥한 각종 판촉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저가 원유 고갈…배럴당 200달러시대 대비해야”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저가 원유 고갈…배럴당 200달러시대 대비해야”

    고유가로 촉발된 에너지·자원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리처드 하인버그(포스트카본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 뉴칼리지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서남표 KAIST 총장과 대면 인터뷰를 갖고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해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아보았다. 두 사람은 저유가 시대의 종말이라는 시대상황에 인식을 같이하며, 각각 친환경자동차 기술개발과 물류·식량체계의 혁신을 주문했다.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오르내리면서 ‘석유시대 종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두 분께서는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일부에서 말하듯 석유가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까요. ●서남표 총장 에너지 문제는 인류가 다같이 고민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죠. 지금의 고유가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함께 걱정해야 할 사태라고 봅니다. 고유가가 단순히 ‘투기’ 문제로만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거든요. 얼마 전 브라질에서 거대 매장량의 해저 유전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새로 발견되는 유전들은 점차 채굴하기 어려운 곳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생산비용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조만간 배럴당 20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의 생각에 일리가 있습니다. 저 역시 저유가 시대는 끝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고요. ●하인버그 교수 저도 서 총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한국은 앞으로 배럴당 150∼250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유가는 훨씬 더 높게 치솟을 것입니다. 석유의 고갈 자체보다 생산원가가 낮은 원유를 더 이상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죠. 전세계 주요 거대유전은 이미 수십년 전에 발견된 것들이며, 이들의 평균 생산량은 연간 5% 정도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 저가 원유는 이제 거의 다 소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석유의 고갈 우려에 대비해 세계적으로 태양광, 조력, 풍력, 지열 등 다양한 대체에너지 연구가 진행 중인데요. 두 분은 이러한 대체에너지원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또 한국에는 어떤 에너지가 적합할까요. ●하인버그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나라별로 적합한 대체에너지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바람이 세고, 어떤 나라는 일조량이 좋으며, 또 다른 나라는 지열이나 조력을 활용하기에 유리합니다. 한국은 해안선이 길고 조석 간만의 차가 큰 만큼 조력이나 파력(波力·파도의 힘)에너지 개발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 총장 하인버그 교수님께서는 대체에너지의 성공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울한 전망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석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을 찾기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태양광·태양열의 경우 발전 밀도가 낮다보니 넓은 면적의 집광판(혹은 집열판)을 필요로 합니다. 국토가 좁고 땅값이 비싼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죠. 풍력 에너지도 제주와 일부 산간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바이오연료의 경우 ‘열대 지역에서 생산된 사탕수수 등 작물을 수입해 국내에서 연료를 생산하자.’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재배 환경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대체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화석에너지 중심으로 구축된 각종 사회적 인프라(자동차 중심 운송체계 등)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어떤 점을 염두해 두어야 할까요. ●서 총장 석유가 나지 않은 한국에서 에너지 다소비형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요즘 유럽에서 각광받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처럼 난방효율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주택을 보급하는 일도 좋은 방법 중 하나죠. 그러나 뭐든 변화를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제 생각에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하루라도 빨리 화석연료를 하나도 쓰지 않는 ‘그린카(Green car)’를 양산해 보급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 원유 소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차량용 연료 소비를 줄일 수만 있다면 에너지 위기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또 신성장동력으로 한국의 수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인버그 서 총장님께서 구조 변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강조하셨다면 저는 반대로 정책 전환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운송 및 물류 혁신입니다. 한국은 앞으로 고속도로 건설을 중단하고 대중교통수단을 확충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 만으로 움직이는 기차를 도입하고, 트럭보다는 철도·선박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물류기반을 개편해야 합니다. 둘째는 식량입니다. 세계화된 농업구조에서 식량은 농장에서부터 수천, 수만㎞에 달하는 장거리 수송을 거쳐 식탁에 올라옵니다.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운송거리를 최소화하는 공급체계를 마련해야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석유위기의 대안으로 원자력 활용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 일부 국가에서 청정개발체제에 포함시켜달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두 분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하인버그 핵발전소는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우라늄 공급량도 금세기 중반부터는 점차 한계에 부닥칠 것입니다. 장기적인 에너지 위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서 총장 현실적으로 당장 원자력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1986년 체르노빌 사건을 제외하면 상당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1700여개나 지어야 한다고 합니다. 원자력을 통한 해결 또한 요원한 문제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끝으로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나 지자체에 조언해 주실 부분이 있으신지요. ●서 총장 한국의 에너지 관련 투자 예산은 상당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상용화가 가능한 몇몇 분야를 특화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매년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인공태양 프로젝트에 대해서 대단히 회의적인 사람입니다. 차라리 그 돈을 ‘EEWS(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분야에 투자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하인버그 한국민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결코 미국의 에너지 정책을 베끼려 하지 마십시오. 석유 사용을 부추기는 미국의 정책은 미국과 세계에 큰 재앙입니다. 미국은 화석 연료에 그토록 고집한 방식 때문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저는 유가 상승이 미국의 사고방식과 정책을 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잘못된 정책을 만들어내고 언론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느리게 진행될 것입니다. 정리 류지영·박건형기자 superryu@seoul.co.kr ■ 하인버그 교수는 리처드 하인버그(58)는 포스트 카본연구소 수석연구원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뉴칼리지 교수로 에너지와 사회, 생태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월 ‘뮤즈레터(www.museletter.com)’를 간행,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워왔다.1996년 ‘자연과의 새로운 계약’을 발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부처 복제’ ‘파워다운’ ‘정점을 축하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특히 2003년 출간한 ‘파티는 끝났다’는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 서남표 총장은 서남표(72) KAIST 총장은 플라스틱·금속 제조공정과 설계이론 등에서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냈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36년간 MIT 교수로 재직하면서 MIT 제조·생산연구소장, 기계공학과 학과장, 미 과학재단(NSF) 부총재 등을 지냈다.2006년 7월 KAIST에 부임한 뒤 테뉴어(tenure) 심사 강화를 통한 교수 퇴출 등 KAIST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올 초 ‘EEWS’ 연구를 KAIST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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