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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시장경제와 농업/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CEO 칼럼] 시장경제와 농업/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105년 만의 가뭄으로 농작물은 물론 도심의 수목까지 목말랐다. 생활용수도 부족할 만큼 심각한 지경이더니 최근 가뭄대책을 장마대책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가 무섭게 내렸다. 기상여건만 복잡해지는 게 아니다. 농업과 농촌 전반에 걸린 현안도 날로 산적하고 양상 또한 복잡하다. 혹자는 농산물 분야의 문제에 대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시장경제 만능주의’를 들이댄다. 생산이 만성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는 공급을 늘리면 문제가 풀렸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과잉 시대다. 수요에 생산을 맞추더라도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속출한다. 또한 개방시대 아닌가. 중국산 배추, 미국산 쇠고기, 유럽산 포도주 등 외국 농식품이 주변에 즐비하다. 국내 가격 상황이나 유통 여건 변화에 따라 외국 먹거리들이 우리의 밥상에 심심찮게 오르고 있다. 미국 테네시대학의 다릴 래이 교수는 “농산물 분야는 수급변화에 따른 가격반응이 신축적이지 않고, 시장상황과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경제 일변도 정책은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키고 농가소득을 붕괴시킨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의 본고장이자 가구당 평균 경지면적이 180㏊에 달하는 미국에서조차 시장경제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판이다. 물론 시장경제의 원리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수요와 공급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농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국제 곡물가 파동에서 보듯 농산물의 경우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된다는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한 예로 정부는 설탕 가격 안정을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설탕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원당 가격이 내리고 환율이 떨어져도 국내 설탕가격이 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과점 시장구조와 비효율적 유통구조가 원인이다. 국내 설탕시장은 1980년대부터 주요 3개 업체가 국내 소비량의 약 97%를 공급하는 과점체제이다. 또 수입되는 설탕은 30%의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설탕시장의 경직된 독과점 구조와 높은 진입장벽, 유통의 비효율이 설탕시장을 왜곡시켜 왔다. 설탕은 이제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국민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설탕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안정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aT는 지난 1월부터 총 5000t의 설탕을 직수입했다. 정부에서 식품가공용으로 한정된 용도도 폐지해 일반 소비자들이 인근 대형마트에서 쉽게 수입 설탕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저율의 할당 관세 추천기관도 한국무역협회에서 aT로 전환했다. aT의 설탕 직수입이 시작되면서 설탕업체 3사의 소비자 가격도 4∼5% 하락했다. 공기업의 설탕수입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근 곡물시장에서 보듯이 농업 분야에서 쓸데없는 불안과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이상기후에 더해 곡물시장의 독과점 체제, 개도국의 수요증대, 투기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류의 먹을거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로 인해 농업 분야에서만큼은 시장경제 만능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농업장관 회의에서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규제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농산물 시장의 질서교란 행위에 대해 정부가 과감한 규제와 대처를 하는 것이 최근 선진국 추세이다. 설탕뿐만 아니라 여타 품목에 대해서도 시장 경제 일변도 정책에 따른 피해나 비효율이 있다면 정부가 시정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사회를 향한 발걸음이요, 상생방안이다.
  • [본색 드러내는 日] 핵무장·집단적 자위권… “日 국민주역 정치 꿈 산산조각 났다”

    [본색 드러내는 日] 핵무장·집단적 자위권… “日 국민주역 정치 꿈 산산조각 났다”

    일본 정치권이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안을 중의원(하원)에서 통과시킨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도쿄신문은 1면에 통렬한 비판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26일은 민주당 정권이 끝난 날이다. 관료와 유착했던 자민당 정치 대신 국민이 주역이 되는 정치를 기대했던 꿈은 결국 산산조각 났다.”고 한탄했다. 일본 민주당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지휘로 소비세 인상안을 통과시킨 뒤,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그룹이 탈당하는 등 내분에 휩싸였다. 하지만 오자와 그룹의 탈당은 단순한 당내 문제라기 보다는 자민당의 ‘구태 정치 척결’을 표방하고 나선 개혁세력의 몰락을 의미한다. 물론 오자와 전 간사장은 금권, 관권, 계파 등 구태정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2009년 9월 출범시킨 민주당 정권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우선 정책’, ‘최저보장연금제 실시’, ‘후기 고령자 의료제도 폐지’ 등 신선한 정책들을 선보였다. 옛 사회당 출신 의원과 자민당 혁신파가 모인 민주당은 일본 정치에서 온건한 진보를 의미하는 ‘리버럴’ 성향으로 분류된다. 하토야마 유키오와 간 나오토 총리 시절에만 해도 민주당 정권은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나 탈(脫)원전 같은 사안에서 자민당 정권 시절과는 다른 시도를 했다. 조선왕실의궤 반환 등 한·일 관계 개선에도 상당한 공을 들었다. 그러나 마쓰시다 정경숙 출신으로 당내에서도 가장 편향된 보수 우익 성향을 보이고 있는 노다 총리 취임 이후 민주당은 ‘도로 자민당’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노다 총리는 소비세 인상 법안을 야당과 함께 통과시키고는 자민당 눈치만 보고 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자민당과 협의를 하는 등 정당 정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보수·우경화 물길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다. 노다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은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당과의 대연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서는 진보세력은 사회당 시절보다 세력이 대폭 축소된 사민당과 공산당, 그리고 민주당 내 하토야마 전 총리 그룹 정도다. 기성 정당 밖에서 ‘제3의 정치세력’을 꿈꾸는 이들도 만만치 않은 보수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오사카 유신회’는 자민당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극단적인 보수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처럼 경제부흥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부상하면서 핵무기 무장, 집단적 자위권 허용 등의 강경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자란 젊은 세대는 영토 문제 등으로 이웃 국가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민감해져 있다. 남성 우위의 사회가 지속되면서 여성 정치인의 진출도 부진하다. 일본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1% 정도다.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우리의 19대 국회 15.7%보다 낮다. 1990년대 사회당 당수로 일본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도이 다카코 같은 ‘여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다. 아직도 여성 정치인은 능력보다는 외모가 중요시돼 TV기자나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변호사들이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다. 일본 종합지의 한 여성 기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연말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주자로 거론될 때마다 일본 정치의 후진성을 실감한다.”며 “일본에서 첫 여성 총리가 배출되기까지는 앞으로도 10년 이상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혁 실종과 보수 우경화, 남성 우위의 후진성이 일본 정치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시론]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시대’가 열렸다/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시대’가 열렸다/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했다. 세계 최초의 인허가 획득이다. 해외원천기술을 전수받거나 개량화한 것이 아니고 100% 순수 국산기술로 완성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중소형 원자로 분야에서 어깨를 견주며 개발 경쟁을 해 온 미국, 러시아보다 한발 앞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되었다. SMART 원자로는 원자로를 구성하는 증기 발생기, 가압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들을 한 개의 압력용기 안에 설치한 일체형 원자로다. 일체형 원자로이기 때문에 주요기기들을 연결하는 배관이 없어 배관 파손이라는 사고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쓰나미로 전기 공급이 끊겨 원자로를 냉각시키지 못해 방사능이 누출되고 말았는데, SMART 원자로는 전기가 끊겨도 냉각할 수 있어 안전성이 더욱 확보되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수소 때문에 원자로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을 목격했었는데, SMART 원자로는 전원 없이도 작동하는 수소결합기도 적용해 후쿠시마 교훈을 개선했다. SMART는 전기출력 10만㎾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한 APR 1400의 14분의1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로 독자 개발 역사는 1995년에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 1996년에 한국형 표준원전인 100만㎾ OPR1000 그리고 2001년에는 UAE에 수출하게 된 한국형 신형 경수로인 140만㎾ 규모의 APR 1400으로 이어져 왔고, 이제는 중소형 원전인 SMART마저 완성했다. 연구용 원자로, 대형 원자로, 중소형 원자로 모두를 개발한 것이다. 세계 제5위의 원자력 강국답게 원전산업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SMART 원자로는 대형 원자로와는 달리 소규모 전력생산과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시장을 겨냥한 수출전략형 원자로다. 해수담수화용으로 건설하면 SMART 1기로 인구 10만명 규모 도시에 전기 9만㎾와 하루 4만t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전 세계에는 400여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는데, 대부분이 70만에서 100만㎾ 규모의 중·대형 원자로다. SMART 원자로가 장차 수출 품목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소규모이기 때문이다. 1기당 건설 단가가 기존 대형 원전은 3조~4조원에 이르지만, 중소형은 7000억~1조원 정도 예상된다.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을 건설하기에 부적합한 국가에 필요하고, 인구가 분산되어 있어 대형 원전을 건설하면 송배전망 구축에 과도하게 비용이 들어가는 몽골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잠재수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물 부족 국가도 수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원전 시장을 지배해 온 미국, 프랑스, 일본을 넘어 미래 주력산업이 될 것이다. 최대 1000조원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일본은 미래 에너지 정책으로 지역 분산형 소규모 전력생산 거점을 구상하고 있다. 큰 규모의 전력생산시설도 필요하지만, 송전시설의 건설도 큰 부담이 되어 인구 10만에서 20만명 규모의 도시에 지역단위의 전력생산 정책을 구상한다. 한국도 지역단위의 전력생산시설을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 대형 전력시설 유치도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전력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려면 송전탑을 건설해야 하는데, 통과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대형 전력시설과 중소형 전력시설의 건설이 병행되는 융통성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리원전의 재가동이 지난 4일 결정되었다. 비상발전기의 고장과 비리문제를 딛고 원자력안전회의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제 원자력은 한국의 원자력만이 아니고 해외에 수출하는 국제적인 원자력이 되었다. 안전성과 운영의 투명성 그리고 경영의 정직성이 확보될 때 성공적인 원자력 산업이 될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상생의 원자력이 되어야 한다.
  • [열린세상] 가계부채, 무엇인가 해야 할 때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가계부채, 무엇인가 해야 할 때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가계부채 걱정을 한 지가 벌써 몇 년째인가. 워킹 푸어, 즉 일하는 서민이나 주택담보대출을 힘들게 갚아 나가는 하우스 푸어 등의 용어는 진부할 정도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내려고 고금리 대출과 신용카드 급전을 쓰고 그 소액 대출을 갚지 못해 주택이 경매당하는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것이 주택 가격을 떨어뜨려 은행에 손해를 끼치고, 은행은 가계대출을 축소해 다시 경매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그런 와중에도 가계의 과도한 차입을 탓하는 한편 과도하게 대부해준 금융업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논의만 가끔 있었을 뿐,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를 바로 보자. 가계부채에 대한 핵심 대책은 채무를 직접 취소·조정하는 것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불편한 진실은 그들의 잘잘못을 따질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 이집트어와 그리스어가 각인되어 있어 고대의 상형문자를 번역할 수 있는 열쇠가 된 로제타스톤은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기원전 196년에 채무자와 죄수들에게 사면을 선언하기 위하여 세운 것이었다. 구약성서에도 7년마다 채무를 면제해 종을 풀어 주고, 50년마다 희년을 삼아 땅을 원소유자에게 돌려 주라는 말씀이 나온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빚에 못 견딘 농민들이 달아나 유민이 되고 사회는 붕괴한다. 고대 그리스의 솔론이 취한 개혁을 보자. 그 시절 인신을 담보로 빚을 내 쓰는 것이 허용돼 채권자는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를 죽일 수도 있었고 노예로 팔 수도 있었다. 비참한 운명에 처한 채무자나 가족들이 폭력으로 저항하는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서 계층 간 타협으로 지도자가 된 솔론은 약간의 보상으로 기존의 채무를 취소해 멀리 노예로 팔려간 사람을 귀국시키고, 부채로 인하여 빼앗긴 땅을 원소유자에게 돌려 주었다. 개혁의 결과, 사회적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도 발전하였다. 그 무렵 아테네 지역에서 생산된 검은색 도기가 지중해 연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증명된다. 과격한 채무 취소는 먼 나라의 오래된 이야기만도 아니다. 1961년 5월 16일의 쿠데타로부터 불과 한달이 지나지 않은 6월 10일 농어촌고리채정리법이 시행됐다. 이에 의하면 채권을 지역별 위원회에 신고하여 위원회가 금액을 조정하고, 농업은행이 농업금융채권으로 채권자에게 대위변제를 하고 채무자에게 구상하도록 하되, 신고하지 않은 채권은 실효하도록 하였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이런 혁명적 조치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지만 파산제도의 활성화, 주택담보대출의 대환 인정과 같은 법제적인 대응을 강구할 수 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의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실패한 기업가와 소비자가 파산절차를 통하여 금융채무에 관한 면책을 얻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을 기본적 인권으로 인정한 로컬 론 대 헌트 판결이 1934년에 나왔다. 담보대출의 연체로 주택을 경매로 잃을 위기에 처한 가계에 연방정부가 장기저리자금을 융자하는 조치가 시행되었다. 1938년의 챈들러 법은 근로자가 즉시 면책을 얻는 대신에 향후 버는 수입으로 담보대출을 포함한 채무를 상환하고 주택을 지키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금융업자와 가진 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그들은 위기에 처한 근로계층·하위중산층을 지켜냈고 혁명과 파시즘을 피했다. 사법 엘리트들이 채무자를 구하기 위하여 파산제도를 활용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다. 개인회생제도는 각 가정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도식적인 변제계획안을 적용, 채권추심과 비슷하게 운영돼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정채권추심법은 채무자대리인이라는 핵심을 빼고 제정되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주택담보대출을 개인회생에 포함시키는 입법안도 금융 당국의 반대로 두 번이나 좌절되었다. 사회적 안전밸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대중의 과격한 채무 취소 주장을 수용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맞게 되리라. 가계부채가 심각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무엇인가 해야 할 때이다.
  • 재가동 시점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1호기 재가동 승인을 내리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력수급 상황이 가장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8월 중순 이전에 재가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4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안전위의 결정에 따라 고리1호기 재가동에 즉시 들어갈 수 있으나 지역 주민들과 안전 확보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상한 후 재가동 시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안전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바로 재가동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실장은 “안전위의 안전성 점검 결과와 한수원의 안전 운영 방향에 대해 국민과 지역 주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충분한 소통 활동을 한 후 적절한 시점에 재가동에 착수할 계획”이라면서 “재가동 시점은 한수원과 협의해 추후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이 실장은 전력피크가 예상되는 8월 중순에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8월 중순 이전에는 고리1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편 이날 안전위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온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의 표준설계인가(SDA)를 승인했다. 스마트는 1995년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 1996년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2001년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 등 한국형 신형 경수로의 계보를 이은 네 번째 국내 독자 개발 원자로로, 해외 원천기술을 전수받거나 개량해 국산화한 것이 아닌 100% 순수 토종 기술로 완성한 원자로다. 스마트는 기존 원전의 10분의1인 10만㎾급의 중소형 원전으로 국내 일반 원전과는 달리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냉각재펌프 등 원자로 1차 계통 주요 기기들을 모두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배치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일체형 원자로이다. 대형배관을 제거해 대형배관 파손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였고 원자로냉각재 펌프를 사용함으로써 펌프밀봉의 파손에 의한 사고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했다. 정부는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을 건설하기에 부적절한 소규모 전력망 국가, 대형 원전을 건설할 경우 송·배전망 구축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인구분산형 국가, 물 부족 국가 등에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맥주이야기①]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맥주의 역사와 다양성

    [맥주이야기①]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맥주의 역사와 다양성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맥주 한잔’을 찾게 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고 편하게 찾는 맥주의 기원, 발전사, 종류 등 그 속 이야기를 풀어본다. 맥주의 기원 맥주는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맥주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기원전 4,0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맥주의 기원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중심으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만든 수메르인들이 빵을 잘게 부순 다음에 맥아를 넣고 물을 부어 발효시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메르 지역에서 이집트로 옮겨오면서 이집트 묘에서 발견된 벽화에는 맥주를 담그는 일상적 모습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이렇게 맥주는 인간 문명의 시작과 함께 탄생한다. 이러한 맥주는 그리스인과 로마인에 의해 서유럽으로 전파됐다. 맥주 제조업 역시 중세시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던 수도원에서 맥주 양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도시가 발전하고 길드 제도가 정착되는 근세로 접어들면서 맥주 만드는 주도권은 수도원에서 시민 계급으로 넘어가게 되고, 문명 전파 경로를 따라 산업적으로 융성하고 퍼져갔다. 지금도 유럽의 지방 곳곳에 가면 수도원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맥주 양조장을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중세에는 지금의 홉을 사용하는 맥주와는 달리 독일어로는 그루트 Grut라 불리는 약초, 약재의 열매와 뿌리 등을 첨가하여 향과 맛이 강한 맥주를 만들었는데, 이후 더욱 자극적인 맛과 향을 위해 몸에 좋지 않은 원료까지 넣게 되자 건강에 대한 우려로 점차 순수한 홉(만)을 사용하는 맥주를 선호하게 되었다. 결국 1516년 독일은 남부 바이에른 공화국의 빌헬름 4세(Wilhelm Ⅳ)가 맥주 순수령을 공포하여 맥주에는 맥아, 홉, 효모, 물 이외에는 다른 원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독일이 세계적 맥주 기술로 통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관점에서는 독일 내부에서도 맥주 순수령이 여러가지 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맥주 맛을 추구하는 발전 노력을 저해한다는 불평도 있을 뿐만 아니라 벡스 등 독일 상위 맥주사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겠다. 맥주의 다양성 – 원료와 맛 오랜 역사를 가진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그 맛의 다양성이다. 맥주가 유럽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보리 이외에 각 나라마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곡물을 부원료로 사용하면서 맥주 기술이 발전되었다. 유럽의 경우 보리와 더불어 밀 재배도 많아 밀을 넣은 밀맥주가 개발되었고, 북아메리카의 경우 옥수수 재배 면적이 넓고 양이 많아 옥수수를 사용하거나 옥수수 전분, 시럽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덥고 건조한 아프리카에서는 수수를, 동남아 에서는 쌀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듯 맥주는 보리만 사용하는 방법에서 탈피하여 자국에서 재배되는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맥주가 개발되고 발전해왔다. 맥주의 종류를 구분하는 방식은 맥주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효모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짧은 기간 동안 발효하는 상면효모발효 맥주는 에일(Ale), 밀맥주, 스타우트등이 대표적이다. 낮은 온도에서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발효하는 하면효모 발효 맥주는 필스너, 라거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라거 맥주의 비중이 높지만,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외국의 소형 맥주사를 중심으로 에일과 밀맥주의 비중이 늘고 있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라거 맥주 사이에도 그 맛에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당연히 존재한다. 크게는 대륙별로 맥주의 맛에 차이가 있다. 이유는 그 나라의 식문화와 깊은 상관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유럽은 알코올이 높고 쓴맛이 강한 필스너 제품이 많고, 미국을 포함한 북미는 알코올이 낮고 쓴맛이 적은 라이트 맥주로 구분할 수 있다. 아시아는 그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는데 아시아에서도 한국ㆍ중국ㆍ일본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맛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중국은 미국 쪽과 가깝고, 일본은 유럽과 가깝고 우리나라는 그 중간의 맛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 맥주의 역사와 주세법 우리나라에 처음 맥주가 유입된 것은 언제일까? 1880년대 개항과 함께 맥주가 소개되었고, 1933년 대일본맥주가 영등포에 조선맥주 공장을 설립하면서 최초로 국내에서 맥주가 생산되었다. 해방 후 미군정에서 관리하다가 1951년 민간에게 넘겨오면서 조선맥주는 현재의 하이트맥주 역사로 이어진다. 초기에 맥주는 상류층에서만 마실 수 있는 고급 술이었지만, 해방을 거쳐 60~70년대 경제 개발 이후 맥주의 소비는 급격히 증가했으며, 2011년에 맥주는 500ml 기준으로 34억7천만 병이 팔려 대표적인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하이트진로㈜는 전 세계적으로 25위의 생산규모를 갖춘 맥주 회사로 발돋음 했고, 하이트 단일 브랜드로는 세계 37위 상위 랭킹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맥주는 원료 사용 등이 주세법에 규정되어 있다. 1949년에 제정된 법률은 현재 부원료로 맥아, 홉, 쌀, 보리, 옥수수, 수수, 감자, 전분, 당분, 캐러멜과 첨가물로는 당분, 산분, 조미료, 향료, 색소, 식물약재를 사용할 수 있게 규정해 놓았다. 과거 알코올 4%로 규정된 조항도 몇 차례 개정을 통해 현재와 같은 알코올 25% 미만으로 완화되어 다양한 알코올 도수의 맥주도 가능해졌다. 여기서 주세법 때문에 우리나라 맥주가 받고 있는 오해를 풀고 넘어가고자 한다. 1999년 12월 주세법 개정을 통해 맥주는 맥아 함량 66.7% 이상 사용 규정에서 10% 이상으로 완화되었다. 그러나 이는 맥아 함량이 낮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의 발포주나 제3맥주가 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초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이 한국 맥주는 맥아 10% 밖에 사용하지 않는 맥주란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이로 인해 국산 맥주는 맥아 함량이 낮아 물 같은 맥주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맥아 함량 10%이상 사용은 주세법상 정해진 기준일 뿐, 실제 하이트진로㈜에서 국내 시판하는 모든 제품은 맥아를 70%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에 맥스는 100% 맥아로 만든 “All Malt” 맥주이기도 하다. 작년 우리나라의 해외 여행객이 1,28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만큼 해외에 나갈 기회가많아지고 여러가지 맥주를 마셔볼 기회도 늘었다는 의미이다. 세계의 맥주 브랜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 맛의 느낌 또한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요즘 국내에 많은 종류의 수입맥주가 판매되고 있고 이를 찾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산 맥주들도 이미 세계적인 외국 맥주 품평회에서 수상을 하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 우리의 제품이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 맥주와 견줄 수 있는 기술은 충분히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이제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부흥하여 보다 더 다양한 국산 맥주 제품들이 외국 맥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는 날이 곧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사진제공 = 하이트진로
  • 깊어지는 불황

    깊어지는 불황

    유럽 재정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소득이 줄어들면서 저소득층에서는 보험가입자도 줄어들고 있고, 대형마트 매출도 감소했다. 경제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 터에 화물연대 파업은 물류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고소득자 보험가입↑… 양극화 보험연구원이 26일 발표한 2012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보험가입률은 96.1%로 전년(98.0%)보다 1.9% 포인트 줄었다. 2010년(96.4%)보다 낮은 것이다. 보험가입률은 설문자 가운데 생명 또는 손해보험을 하나 이상 가입한 응답자를 뜻한다. 소득별로 보면 고소득(연간 소득 5000만원 이상) 가구는 보험가입률이 100%다. 2010년 99.0%에 머물렀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보험가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안전망을 마련한 셈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 가입률 감소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소득이 줄어든 게 가장 큰 것 같다.”면서 “가구 소득에 따른 보험 가입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형편·수입·지출 전망 모두 ‘꽁꽁’ 소비 심리는 넉 달 연속 상승 행진을 멈추고 다시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인플레 기대심리 하락세도 멈췄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경기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01로 전월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C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소비자가 나쁘게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물가전망 석달째 제자리 정귀연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유럽발 악재 등이 계속 부각되면서 6월 들어 지수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CSI는 올 2월 100으로 올라선 뒤 101(3월)→104(4월)→105(5월)로 꾸준히 올라갔다. 항목별로 보면 지금의 생활형편(5월 90→6월 88)이나 앞으로의 생활형편 전망(99→95), 가계수입 전망(99→95), 소비지출 전망(109→106) 모두 하락했다. 지금의 경기 판단(81→74)과 경기 전망(93→81) 심리도 얼어붙었다. ●경제硏 등 성장 전망 하향조정 물가 수준 전망 CSI는 137로 전월과 같았다. 지난해 12월(146)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다가 4월부터 석 달째 제자리다. 앞으로 1년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의미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연평균 3.7%로 전월과 같았다. 2월(4.0%)부터의 하락세가 넉 달 만에 멈췄다. 아직은 물가 안정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체감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대형마트의 5월 매출은 지난해 5월보다 5.7% 줄어들었다. 백화점은 1.0% 늘었지만 전체 매출 중 행사상품 매출이 18~19%로 밀어내기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안미현·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수출 ‘부진의 늪’… 올 3% 성장 물건너 가나

    수출 ‘부진의 늪’… 올 3% 성장 물건너 가나

    정부가 28일 올해 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올해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26일 국내외 투자은행(IB)에 따르면 미국계인 JP모건은 이달 들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내려잡았다. 앞서 UBS도 2.9%로 내렸다. 3.4%로 봤던 씨티은행은 28일쯤 하향 조정치를 공표할 예정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일본계인 노무라증권(2.7%)만 빼고는 대부분 3%대를 전망했지만 최근 들어 잇따라 2%대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 내일 수정치 발표 예정 노무라는 올 2분기 한국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에 그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추정 결과를 내놓았다. 노무라의 분석대로라면 상반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4%에 그쳐 한은의 전망치(3.0%)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전기 대비로는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낮겠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높을 것이라는 한은의 분석과도 배치된다. 장재철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노무라가 매우 보수적으로 본 것 같기는 하지만 2분기 성장률이 한은의 전망과 달리 전년 동기대비로도 1분기보다 낮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취업자 수는 늘고 있지만 제조업 부문은 줄고 있고 가계빚 부담으로 소비 호전도 기대하기 어려워 올해 3%대 성장이 버거워 보인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3.1%), 현대경제연구원(3.2%) 등 3% 경계선에 걸쳐 있는 국내 연구소들도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이렇듯 국내외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이재우 BoA메릴린치 상무는 “당초 예상보다 내수는 조금 나은 반면 수출이 생각보다 저조하다.”면서 “유럽발 재정 위기와 중국 성장률 둔화로 수출이 호전될 재료가 별로 없어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1~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5월 수출은 0.4% 줄어들며 석 달째 감소했다. 수출 감소세가 석 달 연속 이어진 것은 200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인하 필요” vs “신중” 엇갈려 한은도 수출 부진 등의 요인 때문에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하향 폭을 놓고 고심 중이다. 노무라는 한은이 전망치를 3.0%로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3%는 넘을 것으로 여전히 보고 있다.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는 “장단기 금리 왜곡 개선과 심리적인 효과를 겨냥해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가계빚만 자극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정전훈련하는데 전기 먹는 의원회관은 뭔가

    ‘호화 논란’을 불렀던 국회 제2 의원회관이 전기를 물쓰듯 쓰고 있어 비난이 거세다. 때이른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블랙아웃을 걱정하고 있는 마당에 솔선수범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어제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 읍지역 이상을 대상으로 사상 첫 대규모 정전 사태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전력난이 그만큼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새로 지은 국회 의원회관이 절전은커녕 전기 먹는 건물이 돼버렸다니, 지탄과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이 의원회관 실내조명을 실제 측정해 보니 최대 1244럭스나 됐다고 한다. 정부 대전청사와 비교해 평균 3~4배 이상 밝은 수치다. 실내 온도도 공공기관의 평균 냉방온도인 28도보다 3도나 낮은 평균 25도다. 무더위 때는 물론 사시사철 찜질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화장실 비데의 온열시트는 항상 뜨끈뜨끈하게 고정돼 있다고 한다.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 헬스장도 온종일 불을 켜 놓고, 에어컨 작동 중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놓는 일은 다반사라고 한다. 불을 환히 밝히고 서늘하기까지 한 방에서 나랏일을 열심히 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개원조차 못한 국회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으로서는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의원회관 외관은 온통 유리로 치장돼 있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에너지 효율을 전혀 고려치 않고 건물을 지은 만큼 전력 소비라도 줄일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국민 대표로서의 도리에 합당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전력난으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해도 어떻게 정부와 한전 등을 상대로 조목조목 따지고 대책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경북도의회만 해도 최근 각종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놓았다. 각종 회의를 할 때 노타이 차림으로 하고,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며, 형광등 한등 끄기·점심시간 및 직원 부재 시 컴퓨커 끄기 등의 절약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회도 최소한 이 정도의 자세만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회는 이제라도 건물 자체에 에너지 절약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정전훈련에 나선 국민의 눈에 국회가 블랙아웃 위기를 부른 ‘상징’처럼 비쳐져서야 되겠는가.
  • 물 쓰듯 전기 쓰는 제2의원회관

    물 쓰듯 전기 쓰는 제2의원회관

    최근 제2의원회관 초호화 건축 논란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자초한 국회가 여름철 전력난 속에서도 오히려 ‘전력 소비’에 앞장서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김제남 통합진보당 의원이 20일 발표한 ‘에너지절약 국회 만들기-에너지 시민감사 결과’에 따르면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화장실 세정기(비데)는 이에 아랑곳없이 변좌의 온열시트 기능이 작동되고 있었다. 또 식당이나 복도 등의 조명도 일반 공공기관의 몇 배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일 서울 기온이 올해 최고인 33.5도를 기록하는 등 무더워진 날씨로 인해 전국적으로 전력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부·호남지방은 며칠째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21일 오후 2시부터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실시하기로 하고 국민의 동참을 요구하는 중이다. 조사 결과 국회 제2의원회관 화장실 변기에 설치된 비데(남자화장실 1곳당 4개, 여자화장실 1곳당 8개) 가운데 절전기능이 있는 기기는 단 1개로 밝혀졌다. 또 국회의원회관 식당의 조도는 923럭스로 대전청사(150럭스)보다 6배나 밝았다. 국회는 모든 분류(사무실, 복도, 화장실, 공용공간 등)에서 대전청사와 비교해 조도가 높게 나왔다. 대낮에 자연채광으로 충분한 곳이 있음에도 과다한 조명을 사용했다. 일부 비상계단은 낮 시간 내내 점등돼 있었고, 이를 끌 스위치조차 없었다. 일반 건물에서 사용하는 절전기기도 적용돼 있지 않아 에너지절약에 대한 기본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헬스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데도 전체 조명을 온종일 켜 놓고 냉방 가동 시간대에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놓는 일도 빈번했다. 특히 로비, 카페테리아, 헬스단련장 등 휴게실이 각 24.3도, 23.1도, 24도로 과다한 냉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공기관 평균 냉방 기준 온도는 28도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과학의 탈’ 쓴 광고에 빠지다

    ‘과학의 탈’ 쓴 광고에 빠지다

    189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에드워드 버네이스’라는 이름의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 일라이는 부유한 곡물상이었고 어머니 안나는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여동생이었다. 이듬해 버네이스는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고 코넬대에서 농학을 전공했다. 버네이스가 처음으로 가진 직업은 곡물 유통업이었지만 곧 친구의 의학 잡지사로 자리를 옮겨 기자로 일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연방공보위원회에서 독일에 맞선 전쟁의 당위성을 세계에 알리는 선전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전후 본격적으로 홍보업(PR)에 뛰어든 버네이스는 광고판과 신문광고만이 전부이던 홍보시장에 외삼촌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접목했다. 그로 인해 PR은 과학이자 산업이 됐고 버네이스는 ‘PR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의 저서 ‘프로파간다’는 오늘날까지 신문방송학과 광고홍보학을 배우는 사람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반세기 전 버네이스가 만들어낸 시대에 살고 있다. 그의 홍보 방식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이컨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베이컨은 미국인들에게조차 낯선 음식이었다. 베이컨 회사와 농장주들은 베이컨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버네이스에게 홍보를 의뢰했다. 버네이스는 광고를 쏟아붓는 대신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바로 ‘권위와 과학’을 끌어들인 것이다. 곧이어 미국에서는 하루 중 아침식사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의사들과 베이컨의 단백질이 인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의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식품영양학과 의학으로 무장한 전문가들 앞에서 미국인의 식탁은 빠르게 변해가기 시작했고, 결국 베이컨은 미국의 아침 식탁을 대표하는 위치를 차지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아침 메뉴가 꼭 베이컨이었어야 할 필요는 없었고 베이컨의 지방은 오히려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단지 버네이스가 베이컨을 택했고 의사들이 베이컨이 좋다고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에 와서 버네이스가 만들어낸 과학적 홍보는 더욱 강력해졌고 비뚤어지고 있다. 이른바 ‘과학의 탈을 쓴 광고’와 ‘과학을 가장한 거짓 논리’가 등장한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버네이스의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이다. 최근 ‘브리티시 메디컬저널’은 전직 제약회사 직원의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제약회사들이 어떻게 과학을 이용하는지 폭로했다. 제약회사는 흔히 의사들을 뽑아 사전 제품 개발과 사후 마케팅으로 나눠 이들을 투입한다. 미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 승인을 받기 위해 연구와 개발, 임상을 담당하는 의사들이 있다면 승인이 난 후에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활용되는 의사들도 있다. 베이컨의 우수성을 얘기하던 의사들이 이제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제약회사 약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쪽으로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만들어진 논리’가 개입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후 테스트 과정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에도 테스트 결과를 폐기하거나 공표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어떤 것이든 통계적 의미가 발견될 때까지 통계적 방법을 바꿔서 정리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다. 예를 들어 전체 환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더라도 20대 초반의 여성에게서 다른 계층보다 조금이라도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면 ‘20대 초반 여성을 위한 약품’이 되는 식이다. 또 제약회사들은 부정적인 결과를 생략하고 위험한 부작용은 축소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브리티시 메디컬저널 측은 “사후 마케팅 연구들은 FDA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처럼 면밀한 검토와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조작과 오용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 같은 제약회사의 마케팅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과학’보다는 ‘조작’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제약회사들은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일까. 네이처의 분석에 따르면 하나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투자하는 돈은 최소한 수백만 달러가 넘는다. 심지어 시장에 출시되는 약보다 중간에 폐기되는 약이 더 많다. 그러나 약에 대한 특허권은 10년 안팎에 불과하고 이 시간 동안 제약회사들은 투자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해야 한다. 의사들을 동원한 홍보로도 충분치 않다고 여긴 회사들은 이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버네이스의 이론을 실험하고 있다. 대통령 자문까지 맡고 있던 버네이스는 1930년대 이후 여성의 흡연권 보장을 외치는 여성 인권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의 거리행진을 부추겼고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앞서가는 여성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는 지지부진한 담배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여성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버네이스의 ‘담배회사 컨설팅’의 일환이었다. 오늘날의 제약회사들은 보다 확실하고 치밀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장기적인 처방을 받는 사람들을 설득해 ‘약’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캠페인 전환’으로 불리는 이 마케팅을 권하는 것 역시 의사들이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보다 과감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A1CHIEVE’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인슐린 연구에는 21개국에서 6만 7000명의 임상실험자들이 등록했고, 비용은 모두 노보노르딕에서 부담했다. 임상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가공된 인슐린 유사체에 깊은 신뢰를 갖게 됐고 약이 출시되면 평생 고객이 될 것이다. 새로운 환자를 찾아 기존의 약과 어떻게 다른지를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인 셈이다. 그러나 의학자들은 이를 ‘과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에드윈 게일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혈당이나 기존 약품보다 훨씬 더 많은 투약량 등 약리학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약이 효과가 있다는 의사와 제약사의 말만 믿게 된다.”면서 “이것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A1CHIEVE’ 실험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훨씬 더 폭넓게 진행됐다. 네이처는 이를 ‘캠페인 전환’ 마케팅에 대한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보노르딕은 네이처에 “우리의 활동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한 의학적 효과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일 뿐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뇨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 과학자, 의사들은 이들이 버네이스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000원에 목욕하고 2500원 자장면 식사

    2000원에 목욕하고 2500원 자장면 식사

    토요일 아침, 단돈 2000원으로 목욕탕에서 한 주간의 피로를 풀고 나와 2500원으로 자장면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1990년대쯤의 생활상 같지만 2012년 우리 사회에서도 이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흔들리지 않고 가격이 ‘착한’ 가게가 전국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전국의 ‘착한 가격업소’ 7132곳을 선정, 발표했다. 행안부는 서민 생활물가 인상을 억제하고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착한 가격업소를 선정해 오고 있다. 올해 착한 가격업소 선정에는 모두 1만 626개 업소가 신청, 가격·서비스·공공성 기준 등 세부 평가와 현지 실사 등을 거쳐 4831곳이 새로 선정됐다. 기존에 지정된 2497개 업소 중 재심사를 거쳐 2301곳은 재지정됐다. 대전 서구의 중식당 ‘니하오’는 자장면을 2500원에 판매하면서 인근 둔산 복지관에서 월 1회 무료급식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이 식당은 노인 복지관에도 가끔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등 착한 가격만큼이나 지역 사회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에도 착한 가게는 있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인간중심’은 쌀국수와 떡 만둣국을 각각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요금 2000원만 받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의 목욕탕 ‘정선탕’은 인근 목욕탕들까지 덩달아 2500~3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내려받게 하는 파급효과도 낳았다. 행안부는 이 같은 업소들을 지원하기 위해 ‘착한 가격업소’ 인증표시 교부 시 자치단체장의 방문·격려를 통한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9월 착한 가격업소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소비자들에게 업소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는 지방물가정보공개서비스(www.mulga.go.kr)와 각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서 착한 가격업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8) 만화축제·전시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8) 만화축제·전시를 말하다

    만화를 그저 책으로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평면 2차원(2D)에서 뛰쳐나온 만화를 3차원(3D) 공간에서, 오감(五感)으로 즐기는 시대다. 생각과 기술이 기존 틀을 깨고 무한대로 질주하며 만화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종합 예술이 됐다. 여름은 이런 만화를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계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풍성한 만화 축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7월엔 SICAF, 8월엔 BICOF 다음 달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등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여름 만화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올해로 16회째. 8월에는 15일부터 닷새 동안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등에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개최된다. 올해 15회를 맞았다. 특별 전시회와 시상식, 국내외 작가 초청전, 체험 이벤트, 각종 페어로 꾸며지는 굵직한 두 행사에는 해마다 각각 20만명, 10만명 안팎이 다녀간다. SICAF, BICOF 같은 대형 행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크고 작은 만화 전시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예술 형식의 하나로 만화를 체험하고 소비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술 영역으로의 진출은 만화를 신한류 콘텐츠로 거듭나게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평가된다. 해외에서 만화 전시회는 1960년대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96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화와 서사적 형상’ 전시회가 최초 만화 관련 전시회로 꼽히는데 개최 일주일 만에 5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만화 시장과 만화 문화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인 축제가 본격화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0년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 1974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1975년 일본 도쿄 코미케가 세계 만화 중심지에서 차례차례 시작됐다. 세계 3대 만화 축제로 손꼽히는 행사들이다. 각각 팬덤 중심, 출판만화 중심, 동인지 중심으로 차이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만화축제 본격화 우리나라에서 만화 축제는 1990년대 중반에 도드라졌다. 민주화 물결 속에 각종 문화 연구 담론이 쏟아져 나왔는데 만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중 오락으로만 여겨졌던 만화는 이때부터 예술 경계를 넘어서는 문화 연구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여기에 만화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산업과의 융합을 꿈꾸는 문화산업론적 시선도 보태졌다. 특히 정부는 문화 콘텐츠가 세계 강국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만화를 규제 대상이 아닌 진흥 대상으로도 바라봤다. 만화 관련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생겨난 것은 1994년 문화관광부 내에 문화산업국이 신설되고 2000년까지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이 만들어졌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1995년 SICAF가 만화 축제의 물꼬를 텄다. 첫해 15만 1000명, 이듬해 39만 5000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수많은 만화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종합적으로,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후 1997년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과 춘천만화축제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1998년 BICOF가 깃발을 들었다. 코미케를 본뜬 코믹월드, 아마추어리즘을 내세운 AKA만화축제도 생겼다. 이 밖에 대전, 대구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의 만화 축제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흐름은 만화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으나 중복과 부실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축제 포화’ 상태가 된 2000년대 들어 일부 만화 축제들은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다른 취지의 행사로 바뀌었다. 대신 만화 관련 상설 전시공간이 등장하는 성과가 있었다. 2002년 서울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에 만화의 집이, 2009년 경기 부천에 한국만화박물관이 문을 연 것이다. 방대한 만화 라이브러리와 함께 다양한 소재의 기획전을 상시적으로 열어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만화박물관의 경우 지난해 관람객 23만 7000명을 기록했다. 저소득 계층 등 무료 관람객을 제외하더라도 유료 관람객이 17만명에 달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좀 더 다져야 국내 만화 축제는 외형적인 면에서는 세계 유수 행사에 버금 가는 수준이 됐지만 좀 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 축제 모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고유의 축제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축제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대부분의 축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유료 입장 수익과 스폰서 유치가 자생력 확보를 위한 관건이다. SICAF의 경우 서울시의 10년 지원 협약이 올해 종료된다. 관람객이 주로 어린이층이라는 것도 취약점이다. 또 관람객 대부분이 내국인이라는 한계도 있다. 예산의 한계를 딛고 보다 다채로운 기획을 마련해 성인 마니아층을 이끌어 내는 한편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를 위해 해외 만화 전문가·작가·관람객 유치를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화 축제는 작가와 독자, 작품이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런데 관(官) 주도로 출발했다는 한계 때문인지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본래 취지가 퇴색돼 정작 작가는 참여를 꺼리고 마니아들도 찾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김병수 만화가) 만화 축제는 다소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만화 관련 전시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만화가 가진 파격적인 상상력이 관객 코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전시 비용 측면도 무시못할 부분이다. 국내 전시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사업자들이 미술품에 비해 제작비가 덜 드는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 쪽에서 틈새 시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비용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면 질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도 나오기 때문이다. “만화 관련 전시가 늘어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전시도 많다. 인터넷 등을 통해 엄청나게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 기획해야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한상정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지금까지 만화 축제나 전시회는 만화를 산업 콘텐츠로 생각하며 꾸려졌지만 순수 예술 차원에서 바라보는 행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야 작가주의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만화가 진정한 의미의 신한류 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3월에는 만화 원화를 순수 미술 작품처럼 판매하는 만화 전문 아트 마켓이 국내 최초로 열리기도 했다. “국공립 미술관에서 만화 전시를 하고 정부 아트뱅크에 만화 원화가 당당히 포함되는 등 순수 예술로 인정받을 때 만화가 오랫동안 한류라는 이름에 걸맞은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이철주 문화기획사 아르떼피아 대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물가 3개월 연속 2%대라지만…

    석달째 소비자물가가 2%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억눌러 왔던 공공요금 인상이 복병으로 남아 있어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5월보다 2.5% 올랐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2%대다. 구입 빈도가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2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도 2.2%로 3개월 연속 2%대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1.6% 상승해 추세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기획재정부는 평가했다. 물가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5월 공공서비스는 0.6% 상승에 그쳤다. 여수엑스포 기간을 맞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여수 시내버스가 무료로 운행되는 점이 반영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요금 인상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 놓은 상태다. 충북 청주시는 정화조 청소료 1월 인상 계획을, 경남 양산시는 상수도료 및 쓰레기봉투료 1월 인상 계획을 각각 하반기로 미뤘다. 이미 오른 요금도 있다. 부산 상수도요금이 5월 납부분부터 13.0% 올랐다. 지역난방요금은 6월 1일부터 평균 6.5% 올랐다. 고유가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값 상승을 반영한 결과다. 전기요금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전기요금 인상 폭을 놓고 지식경제부와 재정부가 협의 중이다. 안형준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전기요금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2% 포인트 오른다.”고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가, 농산물, 공공요금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 정책 노력을 집중하겠다.”며 공공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삼성 스마트TV, 네덜란드 석권… LG 드럼세탁기, 美서 성능 1위

    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TV가 네덜란드 소비자연맹이 발행하는 컨슈멘텐본드 평가에서 1~4위를 휩쓸었다고 30일 밝혔다. 19개 TV를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 삼성의 2012년형 발광다이오드(LED) TV 40인치 ES8000·ES7000·46인치 ES7000 등 3개 모델이 공동 1위, 46인치 ES8000이 4위를 차지했다. LG전자의 드럼세탁기(WM3470HA)도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드럼세탁기 제품 성능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컨슈머리포트는 세탁성능, 에너지 효율, 물 효율, 용량, 옷감 케어, 소음, 진동 등 총 7개 부문을 평가했다. LG 드럼세탁기는 이 중 4개 부문에서 ‘최고’, 3개 부문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는 등 전 부문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K-컨슈머리포트 4호 ‘18개 무선 전기주전자 가격·품질 비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무선 전기주전자가 비슷한 성능임에도 가격은 최대 4.6배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제품은 화상과 손 베임 등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한국소비자원은 3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으로 K-컨슈머리포트 4호를 발간하고, 18개 무선 전기주전자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분석해 공개했다. 프랑스 테팔의 ‘KO410’ 모델은 물 온도 표시와 물 끓음 알람 등의 기능이 있지만, 재질(플라스틱)과 전체적인 성능이 비슷한 보국전자의 ‘BKK-127’에 비해 가격이 크게 높았다. 테팔 제품의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격은 6만 3700원으로 보국전자의 1만 3900원에 비해 4.6배나 비쌌다. 테팔은 법적 의무인 한글 설명서 제공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테인리스 재질인 이탈리아 드롱기(KBO2001, 15만 1200원)와 영국 러셀홉스(13775KSR, 7만 7100원) 제품도 기본 성능에 차이가 없음에도 독일 BSW(BS-1108-KS8, 3만 6300원)보다 각각 4.2배, 2.1배 비쌌다.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제품도 있다. 국내 브랜드 PN풍년(CKKA-10, 3만 7700원)과 동양매직(EPK1731, 3만 7500원) 제품은 물을 최대표시용량으로 채워 끓일 경우 흘러 넘치는 현상이 있어 화상 피해가 우려된다. 프랑스 듀플렉스(DP-388EK, 1만 1100원) 제품은 세척 시 열판과 본체가 분리돼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셰프라인(ERWK-108, 1만 8800원)과 퀸센스(FK0602, 1만 2900원) 제품은 각각 주둥이와 뚜껑 여닫는 부분이 날카로워 세척 시 손을 베일 염려가 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추천 제품으로 보국전자(BKK-127)와 BSW(BS-1108-KS8) 제품 2개를 선정했다. 물 끓이기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안전사고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보온기능과 온도표시 등 부가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소비자가 아니라면 저가의 제품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세상] 한류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려면/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한류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려면/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문화의 속성은 물과 같다.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고 고이면 썩는다. 높이 나는 새의 눈으로 우리 문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 향방이 보인다. 8세기 통일신라 경덕왕 때 우리는 성명과 지명, 그리고 관직명도 중국식으로 바꾸었다. 이후 천년이란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중국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는 수혜자였지만, 이를 소화해 다시 일본에 전해주는 문화 공급자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흐르던 문화의 동류(東流)현상이 서세동점(西勢東漸)의 높은 파고가 동아시아 지역을 덮친 근대 이후 역류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때 일본은 재빠르게 서구 선진 문물을 따라 배웠지만, 우리는 쇄국양이를 고집하며 소중화(小中華)란 우물 속에 문화의 흐름을 가둔 결과 문화적 열등자로 전락했다. 1876년 개항은 한국과 일본 간 문화 교류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문화의 강물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거슬러 흐르기 시작하였다. 1945년 도둑과 같이 찾아 온 해방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문화가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1980년대까지 우리 어린이들은 일본만화에 심취하였고 젊은이들은 미국의 팝송을 따라 불렀다. TV의 황금시간대는 미국 드라마의 독무대였고, 영화관은 미국산 영화에 심취한 할리우드 키드들로 가득 메워졌다. 사실 해방 이후 한국은 미국, 일본, 홍콩 등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대중문화의 소비국이었지 수출국이 아니었다. 1990년대 후반 한류가 발원하기까지 문화의 되돌림은 없었다. 1996년 드라마를 시작으로 중국에서 불기 시작한 한국문화에 대한 열풍은 타이완과 홍콩을 비롯한 화교문화권의 동남아시아로 번져갔다. 2003년 ‘겨울연가’는 욘사마와 지우히메 신드롬이 웅변하듯, 일본열도도 한류 열풍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류라는 강물이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화 토양을 촉촉히 적시며 흐른 지도 10년 이상 지난 지금, K팝과 우리 드라마는 이제 동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 아니 온 세계를 휩쓸고 있다. 왜 지구마을 사람들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하며 열광할까? 사실 한류는 가요·드라마·영화 같은 대중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지, 우리가 소위 고급문화라고 하는 전통문화의 소산은 아니다. 분명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같은 댄스그룹이나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영화가 상징하듯이, 현대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통과의 결별에서 얻어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몇 해 전 문화적 토양이 유사한 아시아는 물론 열사(熱砂)의 나라 중동에서도 공전의 인기를 끈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전통을 현재적으로 재해석한 가공품이다. 또한 일본 주부들의 심금을 울린 ‘겨울 연가’는 인류 보편의 순수한 사랑을 문화상품으로 재포장한 데서, 그리고 ‘쉬리’와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같은 영화는 냉전과 동족상잔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우리만의 독창적 이야기를 그린 데서 그 성공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류의 성공은 근대 이후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온 서구문화를 꼭꼭 씹어 소화해 자기화하고, 이를 소비함으로써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준 한국 시민사회의 문화적 저력과 역동성이 크게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한국문화나 이를 배태한 민족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어깨를 우쭐거리는 반면, 다른 이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미국과 일본문화의 모조품, 즉 짝퉁으로 “진정한 우리 것”이 아니라 “천박한 B급 문화자본의 파생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한류는 한마디로 그 성공 요인을 정의하기 어려운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문화현상이다. 문화 콘텐츠로서 한류가 끊임없이 소금을 쏟아내 바닷물을 짜게 해주는 요술 맷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통시대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중국문화나 근대 이후 일본과 미국을 통해 파고든 서구문화나 모두 일방적 전파의 오만함을 보였다. 이와 달리 글로벌한 세상을 사는 오늘 지구마을의 문화적 관계망은 상생의 문화 주고받기가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문화의 쌍방소통만이 우리 문화토양에서 자라난 한류라는 나무가 계속해서 세계를 향해 가지를 뻗을 수 있게 하는 자양분과 수분이 될 터이다.
  • ‘저연비 과징금’ 완성차업계 고민

    정부는 2015년부터 연비 17㎞/ℓ 이하의 차량을 생산하는 업체에 과징금을 물린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2015년까지 석유 소비 비중을 33%까지 낮추는 ‘석유소비 절감대책’을 발표했다. 다른 국가들은 고유가와 탄소 배출 절감운동 등을 통해 석유 소비량을 줄이고 있지만 국내 석유 소비량은 해마다 증가세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올해 안으로 ‘연비규제법’(가칭)을 만들어 휘발유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줄여 가기로 했다. 2015년부터는 연비 17㎞/ℓ 이하의 차량을 생산하는 완성차업체들은 과징금을 물게 된다. 따라서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대형 승용차를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업체에는 과징금이 ‘생산 단가’ 상승의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몇년 안으로 승용차의 연비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과징금으로 인한 승용차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에쿠스 연비가 8㎞/ℓ, 기아차 K9은 10.1㎞/ℓ, 쌍용차의 체어맨은 7.8㎞/ℓ 등으로 연비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캠·핑·특·수’ 놀토 시대 4000억 시장… 유통가 점령한 핫 키워드

    ‘캠·핑·특·수’ 놀토 시대 4000억 시장… 유통가 점령한 핫 키워드

    한국인삼공사는 최근 캠핑 관련 이벤트를 진행했다. 정관장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113개 가족을 뽑아 장비 일체를 제공하는 등 무료 캠핑 체험 기회를 주는 것인데, 무려 5만 8000명이나 몰렸다. 캠핑이 대세임을 볼 수 있는 한 사례다. 이마트는 캠핑용품 전용매장을 지난해보다 한 달 이른 이달 중순에 열었다. 주 5일제 수업으로 3~4월 캠핑·등산용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수요 급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10~14일 진행한 캠핑용품전 매출은 전년에 비해 7배나 뛰었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캠핑 시장은 올해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2008년엔 고작 700억원 수준이었다. 전국적으로 캠핑장이 500개 이상으로 늘었고 주 5일 수업 등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스포츠·아웃도어 업계뿐 아니라 유통, 식품 등 모든 업계가 ‘캠핑 특수’를 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줄 잇는 출사표… 캠핑 시장 쑥쑥 캠핑 시장의 경우 콜맨, 코베아, 스노우피크 등 전문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6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웬만한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캠핑 라인을 강화하거나 새롭게 내놓으면서 파이를 키우고 있다. 이번 시즌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등 아웃도어 ‘빅3’는 가족 단위 캠핑에 맞춰 오토캠핑 용품을 대폭 강화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와 스포츠브랜드 휠라스포트는 캠핑 라인을 신규 출시했다. 아이더도 텐트 등 신제품을 내놓았다. 1위 업체인 콜맨은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전국 캠핑장에서 무료로 장비 점검 행사를 벌이는가 하면 최소한의 장비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콜맨 원데이 피크닉’을 진행하면서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이에 맞춰 ‘콜맨 스마트 피크닉 세트’를 출시했다. 설치가 간단하고 이동성이 뛰어난 텐트, 매트, 아이스박스, 테이블 등을 세트로 구성해 한강이나 도시 근교로 가벼운 소풍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유통업체도 캠핑 테마 전성시대 매출 부진에 우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근 캠핑을 전면에 내세워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31일까지 전점에서 ‘캠핑용품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라푸마, 블랙야크, 밀레, 콜맨, 스노우 피크 등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한다. 롯데몰 김포공항도 1층 그랜드홀에서 ‘캠핑용품 제안전’을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행사장을 실제로 캠핑에 온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꾸며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신도림에 위치한 디큐브백화점 문화센터는 여름 학기에 강좌 주제가 캠핑, 낚시, 여행이다. 본격적인 낚시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초보자를 위한 낚시 강좌 ‘계류(溪流) 이갑철의 낚시 이야기’, 20~30대에서 유행하는 트렌드 낚시 ‘루어 낚시를 배우다’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혼자 떠나는 것을 망설이는 여성 여행객을 위한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의 기술’과 ‘김성주 감성&숲 인문학여행’도 준비됐다. ●먹거리도 캠핑 마케팅 후끈 식품 업계도 캠핑 특수를 누리고 있다. 동아오츠카의 인기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분말’은 출시 25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 분말 1팩을 물 1ℓ에 타면 즉석에서 포카리스웨트가 만들어지는 이 제품은 휴대가 간편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4월까지 매출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대상FNF 종가집의 묵은지 김치찌개도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대비 35% 이상 늘었다. 팩에 담긴 김치찌개를 그대로 부어 끓이면 되는 간편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종가집에서는 국물이 잘 새지 않도록 포장된 ‘오징어채 김치’도 최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식업체 놀부NBG는 ‘도심 속 캠핑’을 표방한 프랜차이즈 구이전문점인 ‘구이900’을 선보였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문을 연 1호점은 실내를 텐트와 반합·유니폼·명찰 등 캠핑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로 꾸며졌다. 캠핑 또는 여행을 못 가는 고객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물 쓰듯 전기 ‘펑펑’… 작년 정전대란 벌써 잊었나

    물 쓰듯 전기 ‘펑펑’… 작년 정전대란 벌써 잊었나

    # 15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즐비한 옷가게들이 신나는 음악과 함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손님을 맞고 있다. 실내에 전시된 옷을 비춰 주는 전구에서는 열기가 느껴지고, 에어컨에서는 냉기가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상점 주인은 “문을 닫고 있으면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오려 하지 않고, 매장 안에 들어와서도 덥다고 느끼면 매출이 반으로 떨어지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원가이하 공급이 과소비 조장” 정부가 지난해 ‘9·15 정전대란’ 이후 에너지 절약 홍보를 한다고 하지만 도시민들이 전기를 ‘펑펑’ 낭비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싼 전기요금 때문에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에 수조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 등이 합리적인 수요 예측과 원가 절감을 위한 자구노력 등을 먼저 보여 줘야 한다는 말도 있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석유 등 다른 연료보다 값싸고 편리한 전기의 사용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면서 “아무리 전기요금을 국가가 통제한다고 하지만,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것은 과소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만큼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국민도 전기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아껴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산업용 전기만 두 차례에 거쳐 9.6% 올린 것은 전기 원가 수준의 90%도 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최근 한전이 요구한 13.1%보다 전기요금을 더 올려 전기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남는 재원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쓰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처럼 현실성을 들어 요금 인상을 주장했다. ●“주택·일반용 요금도 올려야” 산업계도 전기요금 인상에 반발하다가 ‘전력 대란’ 우려에 한발 물러서며 ‘조건부 현실화’를 제안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18개 경제단체는 이날 전기요금 현실화의 선결 과제로 ▲산업용만이 아닌 주택용, 일반용 등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 현실화 ▲원가회수율의 근거 공개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요금 인상 계획 등을 제시했다. 산업계는 앞서 한전이 요구한 13.1%는 아니더라도 6~9%의 전기요금 인상을 점치며, 에너지 절감 방안을 재점검하고 있다. 또 인상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 낭비를 막는 절대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발도 여전하다. 그 근거로 휘발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소비량이 도리어 계속 늘면서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잃은 이전의 사례를 들었다. 차정환 에너지시민연대 부장은 “휘발유값에서 볼 수 있듯이 전기요금을 무작정 올린다고 소비량이 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먼저 정부가 정책적으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국민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는 한전에서 요금 인상으로 만성적자를 만회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한전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기본이고 투명한 요금 인상이 될 수 있도록 공청회 등도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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