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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차이나 쇼크에 대처하는 법/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차이나 쇼크에 대처하는 법/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중국 금융시장의 재채기가 세계 금융시장에 몸살을 불러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위안화 평가 절하와 중국 증시 폭락에 따른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차이나 쇼크’는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중국을 ‘싼 인건비, 단순 조립, 그저 그런 짝퉁으로 승부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긴장감을 더해 주는 지표들은 많이 있다. 우선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시장 선두그룹에 오르는 전략이 돋보인다. 지난 4월에는 중국 국영 화학기업 켐차이나가 세계 5위 타이어 업체 이탈리아 피렐리를 손에 넣었으며, 최근에는 국영 반도체 회사 쯔광그룹이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수를 타진했다고 한다.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도 엄청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은 1조 3312억 위안(약 243조원)으로 전년 대비 12.4%나 늘었다. 또 2014년 한 해에만 약 440만건에 이르는 특허·디자인·상표가 출원되는 등 지적재산권 공세도 어마어마하다. 지난 5월에는 ‘중국제조 2025’라는 이름의 계획을 발표했다.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항공우주,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제조업을 고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미 하이얼과 화웨이의 세계 시장 진출 속도를 보더라도 제조업과 수출로 성장한 우리나라에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너무 단순한 대답 같지만 결국은 ‘기술혁신’에 달렸다. 융합형 R&D를 바탕으로 기술 격차를 조금이라도 벌리는 한편 신규 성장 동력을 발굴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반도체는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시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소재부품 업체들은 스마트 융합 제품을 개발해 중국 내 대기업·중견기업 고객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강점이 있으면서 중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바이오, 뷰티, 한류 콘텐츠 등의 분야도 키워서 시장을 분점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제조업 효율 자체보다도 5000년 역사를 관통하는 우리 문화와 철학, 그리고 가족 중심의 무형 자산들이 스며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중국 시장은 매우 거칠다. 지역별로 규제의 수준이나 내용이 달라, 넓은 땅덩이만큼 변수가 많다. 벤처·중소기업들이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진입하면 자칫 판매 허가를 받아 내는 데만 수개월을 허비하거나 특허 공세 먹잇감이 되는 등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보력과 협상력이 다소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위해 전기전자, 바이오, 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기초기술보다는 당장 중국 내 수요를 겨냥할 수 있는, 시장화가 가능한 기술개발 위주다. 이달부터는 상하이산업기술연구원과 손잡고 한·중 공동R&D 및 사업화를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양국의 우호 관계가 날로 돈독해지는 시점에 산업기술 분야에서도 협력과 상생의 진전을 볼 수 있게 돼 더욱 의미 있게 생각된다. 중국에서는 한 손에는 자금을, 한 손에는 기술을 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휘저으며 게임의 법칙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우리 기업들이 독보적 기술력과 문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전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할 날도 머지않았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 대륙 곳곳에서 성공의 팡파르를 울리면서 중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는 날을 기대한다.
  • 알코올 도수 4%, 5%?…맥주 1도 더 높으면 얼마나 더 취할까

    알코올 도수 4%, 5%?…맥주 1도 더 높으면 얼마나 더 취할까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어떤 것을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 알코올 도수 5% 이른바 5도짜리 맥주는 소주와 같이 15도가 넘는 술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4도짜리 맥주와 비교하면 겨우 1도가 높을 뿐이다. 그런데 알코올 도수가 1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5도짜리 맥주를 마실 때가 훨씬 더 취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최근 미국 온라인 맥주전문지 ‘드래프트 매거진’이 알코올 도수가 우리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우리 몸에 들어온 알코올은 분해 과정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알코올 도수에 따라 시간 차이가 난다. 이는 우리 몸이 지속해서 일정량의 알코올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1시간 동안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 함량을 1 알코올 단위(alcohol unit)라고 부른다. 따라서 얼마나 알코올이 들어있는지를 계산하면 알코올 도수가 1도밖에 차이 나지 않더라도 취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 도수 4% 이른바 4도짜리 맥주 1잔(약 360mL)은 알코올 함량이 1.4 알코올 단위다. 즉 맥주 1잔에 든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는 데는 1.4시간이 소비된다는 말이다. 물론 맥주와 같은 술을 마시게 되면 1시간에 1잔만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편의성을 위해 시간당 1잔이라는 조건으로 계산해보자. 4도짜리 맥주 1잔을 마시면 1시간 동안 1 알코올 단위가 몸에서 배출된다. 즉 나머지 0.4 알코올 단위는 분해되지 않고 몸에 남아 있다는 말이다. 그다음 1시간 동안 또 맥주 1잔을 마시면 그사이 또 1 알코올 단위가 분해된다. 하지만 이때까지 몸에 쌓인 알코올 함량은 0.8 알코올 단위가 되는 것이다. 이후 1시간을 더 마시게 되면 총 1.2 알코올 단위가 몸에 축적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자신의 몸에 알코올이 어느 정도 쌓여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5도짜리 맥주를 마신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보자. 5도짜리 맥주 1잔에 든 알코올 함량은 1.8 알코올 단위라고 한다. 이는 4도 맥주보다 0.4 알코올 단위가 더 높은 것. 1시간 동안 알코올을 쉴 새 없이 분해한다고 해도 우리 몸에는 0.8 알코올 단위가 남게 된다. 그다음 1시간에 또 맥주 1잔을 마시면 1.6 알코올 단위가 되고 그다음 1시간을 더 마시면 2.4 알코올 단위가 되는 것이다. 즉 4도짜리와 5도짜리 맥주를 비교하면 몸에 남은 알코올 함량은 2배가 될 것이다. 또 마시는 양이 더 많아지면 그만큼 분해되지 않은 알코올이 쌓이는 것이다. 물론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에는 개인 차이가 있지만 조금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취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이런 계산 방식을 기억하고 되도록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진=포토리아(위), Joe Stange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운명의 9월’… 美 금리 인상 촉각

    ‘운명의 9월’… 美 금리 인상 촉각

    두려운 9월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2006년 5월 이후 10여년 만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가 오는 16~17일이다. 이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증시 급락, 원자재 수출국의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지만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금리를 올릴 만큼 긍정적이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오는 4일 나온다. 이후 FOMC까지 국제금융시장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열린다. 금리 결정 외에도 두 통화 당국이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8월 실업률은 5.4%로 예상된다. 7년 만의 최저치다. 연준이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수준이다. 8월 소비자물가가 오는 16일 발표되지만 관심에서 멀어졌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최근 끝난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상승률이 2%로 돌아갈 때까지 긴축(금리 인상)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다. 연준이 내놓은 금리 인상의 조건은 완전고용(실업률 6% 이하)과 2% 물가상승률이다. 실업률은 지난해 10월부터 6% 이하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3.7%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펀더멘털(경제기초여건) 측면에서 개선 추세가 뚜렷한데 금융시장 불안만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미루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정책 결정의 신뢰도와 설득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연준은 그동안 입버릇처럼 금리 인상 결정은 경제지표 동향을 반영해(data-dependent)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을 반영한(market-dependent) 것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9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연내 인상이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니다. FOMC는 10월과 12월에도 열린다. 다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이달과 12월에만 잡혀 있다.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이 없는 FOMC도 똑같이 중요하며 필요시 기자회견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이 경우 불확실성이 커진다. 시장이 싫어하는 것은 악재보다 불확실성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옐런 의장이 시장과의 소통에 성공할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리를 결정한 이후 옐런 의장이 밝힐 앞으로의 금리 인상 경로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좌불안석이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주식팀장은 “이번 주에 인도네시아와 페루가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13%, 페루 솔화는 11.9%씩 가치가 떨어졌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7월과 8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통위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 마지막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기회이지만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내놓을 메시지가 더 중요한 셈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워터소믈리에도 추천하는 미네랄워터, Eight Big 에빅!

    워터소믈리에도 추천하는 미네랄워터, Eight Big 에빅!

    시대가 흐르면서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겨났다. 그 중에 워터소믈리에(Water Sommelier)라는 직업이 있다. 물 전문가를 말한다. 그들은 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냄새와 맛을 평가하고 판별하여 소비자들에게 좋은 물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담당한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는 물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따라서 취향과 건강에 맞는 물을 골라 마시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워터바를 중심으로 워터소믈리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물 전문가로 불리는 워터소믈리에는 어떤 물을 마셔야 한다고 말할까? 미네랄이 다수 함유된 물을 마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생활만으로는 미네랄을 보충하기 힘든 요즘 현대인들의 80%이상은 두통이나 불면증, 만성 피로 등의 미네랄 결핍 증상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네랄은 우리 몸에 소량이 필요하지만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네랄은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필수 원소로 알려져 있다. 물속에 포함되는 8가지 천연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천연 광천수를 소개한다. 에빅은 ‘푸른빛의 마법사’ 또는 ‘기적의 원소’라고 불리는 셀레늄과 질소 대사를 위해서 꼭 필요한 몰리브덴을 포함한 총 8가지의 천연 미네랄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프리미엄 천연 광천수이다. 8가지의 천연 미네랄에는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불소, 실리카, 셀레늄 그리고 몰리브덴이다. EVIC은 무기질 함유량이 높음으로 저항력과 흡수력이 우수하고 미네랄워터로서의 우수한 품질과 성분의 함유하고 있으며 각 성분 별 오차범위가 적음으로 오염도 및 수질의 품질관리가 우수하다. 워터소믈리에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에서도 미네랄워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TV조선 - 만물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미네랄의 중요성, 섭취방법, 활용용도 등 다양한 방면으로 미네랄이 포함된 물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 부족하면 심장마비뿐만 아니라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물만 잘 마셔도 노화 방지에 커다란 도움이 되고 세포 자체에 수분이 많아져서 젊어진 모습으로 살 수 있다. 미네랄이 없는 물은 건강하지 않은 물이라고 소개하며 견과류의 마그네슘보다 생체이용률이 높은 물속의 마그네슘이 사람의 몸에 더 좋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물을 마실 때 미네랄 함유량을 꼭 확인하고 마셔야 한다. 신승인터네셔널 천연광천수 ‘에빅’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에빅 홈페이지(www.evic.co.kr)를 통해 알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기도 안성

    [新국토기행] 경기도 안성

    경기도 남쪽에 자리한 안성시는 다양한 즐거움을 지닌 매력적인 도시다. 메트로 시티인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이지만 자연환경과 풍경을 농촌의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다. 지역 여기저기가 느리지만 정성스러운 완곡한 우리 민족의 ‘흥’을 느낄 수 있는 예술문화도시이다. 국가 지정 또는 도 지정의 무형문화재가 7명이 있고 300명이 넘는 유·무명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는 어름산이의 공연과 신명 나는 가락이 어우러지고, 볼거리와 먹거리 또한 가득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르신까지 복합적인 세대가 한 가족이라면 이들의 오감을 만족하게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안성이다. >>볼거리 ●아슬아슬한 흥겨움 선물, 안성남사당 공연장 전통공연과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안성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다. 안성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안성남사당공연장’을 비롯해 도심 속 천문대로 각광받는 안성맞춤천문과학관, 안성맞춤공연문화센터, 사계절 썰매장, 잔디공원, 분수광장, 야생화단지, 수변공원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남사당공연장에서는 조선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의 생애를 중심으로 무동놀이, 버나놀이 등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 공연을 볼 수 있다. 특히 외줄에 올라 걷고, 뛰고, 하늘로 솟구치다가 줄 위에서 재담을 펼치는 바우덕이 역의 어름산이 묘기는 아슬아슬하면서 감동적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 풍물단과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신나는 뒤풀이와 기념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상설공연은 3~11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공연을 본 후 많이 찾는 인근 안성맞춤천문과학관은 국내 최대 구경을 자랑하는 300㎜ 굴절망원경과 3축식 4D 영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천문과학에 대한 꿈과 희망을 키우고 바쁜 일상에 지친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별자리를 바라보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안성맞춤공예문화센터에는 도자·금속·목공·섬유·한지·페인팅 등 6개 분야 8개 공방이 입주해 시민과 학생들에게 다양한 공예기술을 전수한다. ●유기 제작 과정 볼 수 있는 안성맞춤박물관 유기는 안성의 대표 상품이다. ‘안성맞춤’이라는 말도 안성 유기에서 비롯됐다. 안성맞춤박물관에서는 유기그릇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한다. 고운 빛깔을 내기 위해 장인이 직접 놋쇠를 수천 번 두드려 형태를 잡는 초기 제작에서부터 완성에 이르는 과정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유기의 제조 방법으로는 두드려서 만드는 ‘방짜기법’과, 쇳물을 녹여서 만드는 ‘주물기법’, 그리고 그 중간 형태인 ‘반방짜기법’ 등이 있다. 안성은 이 중 일제강점기 이후 주물유기 제작으로 유명했다. 유기전시실에서는 이와 같은 주물기법 유기의 제작 과정과 특성을 모형과 영상을 통해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몽환적 풍경에 매료되는 금광·고삼 호수 안성은 호반의 도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호수(저수지)가 많다. 이 가운데 금광호수는 빼어난 경관으로 뭇사람들의 시선을 잡을 만하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를 무렵이면 호수의 경치는 절정을 이룬다. 차를 멈추고 호숫가를 바라보면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마음에 평온을 선사한다. 고삼호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선사하는 몽환적인 풍경과 저수지 물 위에 떠 있는 수상 좌대, 그 위에서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안성 8경’에도 이름을 올렸다. 물안개 속 연꽃처럼 피어오르는 일출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주말이면 수많은 사진작가가 몰려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 고삼지를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선정했다. 금광호수와 고삼호수는 붕어 등 씨알 굵은 민물고기가 잘 낚이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호반을 따라 연결된 드라이브 코스는 낭만을 더해 준다. 주변에 장어구이집, 매운탕집 등 솜씨 좋은 맛집이 많아 당일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어사 박문수·궁예의 흔적 간직한 칠장사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현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천년 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졌다. 국보 296호인 오불회괘불탱과 칠장사 혜소국사비(보물 488호), 인목왕후어필(보물 1627호) 등 귀중한 문화재들이 많다.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이 스승 병해 스님과 함께 10여년간 머물던 사찰로,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나오는 일곱 도적과 갖바치 스님 이야기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어사 박문수가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난 뒤 장원급제했다고 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후고구려 왕이었던 궁예는 칠장사에 머물며 불교 수행과 무술을 익혔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키웠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칠장사에는 한눈에 ‘궁예’를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벽화들이 있다. ●남사당패 본거지 청룡사·워터월드 갖춘 청룡호 고려 공민왕 13년(1364년)에 나옹화상이 중창한 유서 깊은 고찰로 경내에 대웅전, 영상회괘불탱, 감로탱 등 많은 불교문화 유적이 있다. 특히 청룡사는 전국을 떠돌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주었던 남사당패의 본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청룡사 주변은 우리나라 포도의 주된 생산지로 당도 높은 포도를 맛볼 수 있다. 인근 청룡호수는 수질이 깨끗하고 주변 경관이 수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터보트, 수상스키 등 수상레포츠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워터월드가 있어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있다. 진천 방향 38번 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청룡사를 품은 선운산(547m)은 산세가 부드럽고 아담해 당일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임진왜란·병자호란의 격전지 죽주산성 죽주산성은 고려 때 몽골군으로부터 여러 차례 공격을 당했고, 임진왜란·병자호란 때도 격전지로서 조상들의 호국정신이 깃든 역사의 현장이다. 안성시 북동쪽에 있는 해발 372m 높이의 비봉산 동쪽 자락에 있다. 금강 유역에 속하는 진천, 청주지역과 안성천 유역권에 속하는 안성·평택지역과 접하고 있어 타 지역으로 나가는 관문 구실을 했다. 이런 지리적 조건 덕분에 고대부터 죽산은 교통의 중심지, 군사적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성안은 사방이 나무로 둘러쳐진 오목한 산세가 비바람을 막아준다. 산성 안에는 고려 때 죽주산성에서 몽골군을 물리쳐 좌우위장군(左右衛將軍)에 오른 송문주 장군 사당이 있다.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는 이끼 낀 성곽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안성은 물론 이천·장호원이 시야에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김대건 신부의 시신 안장된 미리내성지 1846년 병오박해 때 순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시신이 이곳에 안장되면서 순교 사적지가 되었다. 천주교 103위의 성인 시성을 기념하려고 세운 웅장한 성당이 있다. 성지로 가는 길은 입구부터 숨이 멎을 만큼 고요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미리내성지에 도착하면 각각의 의미를 지닌 조각상들이 길을 안내한다. >>먹거리 쌀과 포도, 한우, 배, 인삼은 안성 5대 특산물이다. 특산물은 ‘안성마춤’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달고 소비자들에게 간다. 소비자들이 귀하게 대접한 덕분인지 안성마춤 브랜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9년 연속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차지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다. 안성에는 맛집도 즐비하다. ‘안성국밥’, ‘한우탕’,‘안성쌀밥’ 등이다. ●품질경영시스템으로 엄격 관리하는 안성쌀 안성 쌀은 청정지역의 기름진 들에서 생산해 최신식 도정시설인 미곡종합처리장에서 가공했다. 좋은 원료로만 엄선해 최신 설비와 최고의 기술로 돌, 뉘, 겨 등의 물질을 제거한 청결미이다. 생산-보관-가공-판매의 전 과정을 ISO 9001에 의한 품질경영시스템과 이력제, 우수농산물인증(GAP)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입안 가득 톡 터지는 단맛 쏟아내는 포도 안성은 국내 포도 재배의 효시 지역으로 알려졌다. 드넓은 포도밭에서 당도 높은 고품질의 포도가 생산된다. 특히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이어지는 제철에 서운면 일대의 대단위 포도농장을 찾으면 입안 가득 톡 터지며 단맛을 쏟아내는 안성 포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안성마춤 포도는 경기도 품평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사포닌 함량에서 앞서가는 6년근 인삼 안성은 차령산맥 기슭에 있어 온난하며 강수량이 적고, 특히 밤낮의 기온차가 높아 6년근 인삼(홍삼) 재배의 최적지로 인정받고 있다. 몸체가 길고 단단하며 지근이 잘 발육된 안성인삼은 향이 강하고 사포닌 함량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안성의 인삼재배 시초는 1945년이다. 피난민 윤석품씨가 경기도 장단구에 인삼재배를 한 것에서 유래를 찾는다. 1961년부터 재배 지역이 대덕면 건지리, 삼죽면 미장리, 내강리 등지로 확산돼 본격적인 대규모 경작이 시작됐다. 안성의 인삼은 최고의 성숙기인 6년근이 되면 몸체가 길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달고 육질 부드러워 궁중에 진상되던 배 안성은 전국의 5대 배 주생산지다. 안성 배는 당도가 높은 데다 과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부드럽다. 저장력이 강해 궁중에 진상되던 한국 배의 대명사이다. 빛깔이 담황색이고 열매껍질이 고와서 아름답고 무게는 개당 500~700g으로 크다. 과육은 순백색으로 연하다. 당도는 평균 13도 이상이다. 2008년 ‘전국으뜸농산물 전시회 및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았다. ●바코드로 출생부터 사육 관리받는 명품 한우 안성 한우는 출생에서부터 바코드를 부여해 성장과정과 사육관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안심클릭시스템으로 특별관리하고 있다. 특히 지방이 얇고 육질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뛰어나 최상품 한우로 손꼽힌다. 안성은 소를 사육하기에 알맞은 구릉지, 목야지 등이 많아 일찍이 축산업이 발달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한국 광고, 여성스럽고 디지털 시장에 강해”

    “한국 광고, 여성스럽고 디지털 시장에 강해”

    지난 21일 67개국 1만 7698편의 광고가 한자리에 모인 ‘부산국제광고제 2015’에서 눈에 띄는 파워 여성 2명을 만났다. 중국에서 7억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제1위성방송사 후난위성 TV 부사장 니에메이(왼쪽·46)와 올해 유일의 여성 심사위원이자 필리핀 최고의 광고회사인 ‘DM9 제이미 사이푸’ 대표 멀리 제이미 크루즈(오른쪽·49)가 그 주인공. 두 나라 광고 시장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에게 ‘한국 광고의 색깔’과 더불어 ‘여성이 광고를 한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니에메이는 시종일관 온화한 표정을 띠었지만 목소리에는 강약이 있었다. 중국에서 보는 한국 광고에 대해 니에메이는 “여성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이나 현대차 광고를 포함해 한국 광고는 여성적인 기질이 강하다”면서 “서사적이며 박자도 부드럽고 색도 파스텔톤을 많이 쓴다. 여성이 소비의 주체로서 시장을 이끌고 나가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광고는 “땅도 크고 민족도 많다 보니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너무나 다양하다”면서 “광고를 비롯해 대중문화에서 한국의 정(情) 같은 공통적인 가치관이 묻어나는 게 부럽다”고 덧붙였다. 멀리 제이미 크루즈는 “한국 광고는 디지털 시장에 강하다”면서 “디지털 세상이 원하는 인간과의 접점, 연결 지점을 아주 잘 집어 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전자의 ‘룩엣미 애플리케이션’을 언급하며 “목적성이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필리핀 아이들의 휴대전화에 교과서가 담긴 칩을 끼워 가방 무게를 덜어주자는 내용의 ‘스마트텍스트북’ 캠페인으로 부산국제광고제에서 대상을 탔다.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지금까지 왕성한 광고 제작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네 자녀의 엄마이기도 하다. 결혼도 일찍 했다. 그는 “결혼과 육아로 (자신의)생일을 잊는 등 개인의 희생도 따랐지만 전문 직업인의 자리가 흔들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과 일의 균형을 이루는 건 어렵지만 원한다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니에메이는 미혼이다. 그는 “한국보다 중국은 일하는 여성에게 관대하고 기회도 많은 것 같다. 중국에는 일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면서 “결혼과 일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부산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2) 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독박(讀博) 육아일기](22) 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지난해 이맘 때쯤이다. 스트레스는 쌓일대로 쌓였고 외로움과 우울함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다. 잠들기 전 남편에게 “내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얘기를 마침내 내뱉어 버렸다는 것과 그런 생각을 잠시라도 품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조금 후회가 되고 부끄럽지만 그 땐 그랬다. 막상 얘기를 하고 나니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 때부터 혼자만의 해방구를 찾아 나섰다. 그냥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문화센터와 같은 놀이 프로그램에도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아이의 첫 사교육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시작한 것이었다. 외출할 핑곗거리를 자꾸 만들어야 했다. ”도대체 왜 아이를 데리고 엄마들이 밖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가?” “애를 데리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물론 나만의 경험일 뿐이라 전혀 객관적이라 할 수 없다. 다만 아기를 데리고 누구보다 식당과 카페를 자주 드나드는 아줌마로서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이와의 외출과 외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약간 충격을 받아서다. 급기야 ‘맘충(Mom+蟲)’, ‘커피충’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졌다. ‘노 키즈존(No kids zone)’은 이미 내 아이가 세상에 나온 뒤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였다. 아기를 안고 나돌아니고 밥을 먹는 것도 늘 눈치가 보였다. ■ 도대체 왜 아이와 밖에 나와 밥을 먹을까? - 외로운 아기 엄마의 항변 그럼에도 나는 나가고 싶었다. 지금도 틈만 나면 나가고 싶다. 아이가 집에서도 재밌게 놀 수 있도록 열심히 중고 장난감을 사들였지만, 사실 아이는 그렇게 진득하게 놀지 않는다. 뭐든지 엄마가 같이 해줘야 한다.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힘들다.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똑같은 책 열 번, 스무 번 읽어주다 보면 지친다. 아기만 바라보며 오롯이 집중을 하는 게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이하고 있다 보면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와 빨래가 걱정되고, 바닥은 또 왜 이렇게 지저분해 보이는지 아이 발바닥만 쳐다보게 된다. 바닥이라도 한 번 스윽 문지르려고 움직이면 아이는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설거지를 하면 다리를 붙잡고 빙글빙글 돌기만 한다. 6~7개월쯤 아기가 드디어 엄마의 얼굴을 구분하고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반갑고 기뻤지만, 나는 꼼짝도 못하게 됐다. 마침 새 집으로 이사를 간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환경이 더욱 낯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울거나 안기거나 둘 중 하나였다. 집에서도 아기를 안고 화장실에 가야했다. 언제든 한 몸이어야 아기가 울지 않았다. 종일 울면서 매달리고 내 옷을 붙잡고 늘어질 때면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나를 숨도 못 쉬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밖에 나가면 얌전하고 잘 웃는 아기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기는 밖에 나가면 얌전해졌다. 모든 사람들이 “순하다”고 했다. 그 말이 어찌나 듣기 싫던지. 하루종일 몇 날 며칠을 엄마 얼굴만 보다가 여러 사람들을 보는 게 아기도 즐거운 것 같이 여겨졌다. 아기띠로 안고 돌아다니면 자고 싶을 때 알아서 조용히 잠들고, 사람들과 마주치면 방긋방긋 웃었다. 이유식도 더 잘 먹었다. 기저귀에 물티슈에 나중에는 이유식까지 아기를 데리고 나가려면 한 짐이었고, 몇 시간 안고 다니느라 어깨와 허리도 아팠지만 어차피 집에 있어도 그렇게 하루종일 안고 있어야 했으니 나가는 편이 좋았다. 나에게도 나가야만 하는 이유들이 있었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엄청나게 큰 일이었다. ‘외식’에 집착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모유수유를 했지만 아기와 씨름하느라 밥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없었다. 누군가 챙겨준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처지도 아니었고 내가 챙기려니 반찬을 만들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었다. 라면이나 즉석식품으로 때우든지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 일쑤였다. 1만원 이상을 시켜야 배달을 해주기 때문에 2인분씩 사서 반 이상 남겨뒀다가 다음 끼니 때 먹든지 아니면 버렸다. 그나마 남편이 퇴근한 뒤에 저녁을 함께 먹어야 했으니 그 때 겨우 요리를 했다. ●먹는 것 외에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었다 먹고 자고 심지어 싸는 것까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이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아기의 얼굴과 웃음이 큰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과는 별개였다. 아기와 함께해서 즐거운 만큼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걸 풀 곳이 없었다. 아기를 잠깐이라도 봐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한 시간 운동을 하거나 조용히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어 시간 잠이라도 푹 자봤으면 하는 게 소원이었다. 하지만 정말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 데도 편히 갈 곳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걸로라도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아니, 그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됐다. 커피는 워낙 중독 수준으로 좋아했던 데다 매일 잠을 제대로 못자 피로가 쌓여있다 보니 더 마시게 됐다. 시원한 커피 한 모금이 목구멍에 넘어가면 마치 링거 주사를 맞는 듯이, 몸에 아주 약간의 에너지라도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밖에 나가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정말로 나가고 싶었던, 지금도 나가고 싶은 이유는 단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친정 가족들이 사는 곳은 시차가 13시간이나 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몇 시간과 잠들기 전 몇 시간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친정엄마가 “이제 잔다”고 문자를 보내는 순간부터 “굿모닝”이라는 문자가 다시 올 때까지 아무하고도 대화를 할 수 없었다. 평일 낮에 아기 엄마를 만나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구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저처럼 집에서 방바닥 긁는 분 계신가요? 저 좀 만나주세요” 딴에는 엄청난 용기였다. 5명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4명이 친정에 가 있다고 답이 왔다. 다른 곳도 아닌 하필 친정이라니. 그 말이 왜 그렇게 서럽던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울고 난 뒤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갔다. 그냥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매우 좋았다. 아기를 안고 다니니 몇몇 사람들은 궁금해서 한 번씩 더 쳐다보기도 하고 아기에게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관심도 반가웠다. 아기가 몇 개월이나 됐느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드디어 남편이 아닌 사람과 제대로 문장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소비를 하고 먹고 마시며 살고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됐다.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는 것에 고단했던 하루를 보상받는 것 같기도 했다. ■ 밖에서 밥 먹는 엄마와 아기들을 사람들은 왜 싫어할까? -엄마들이 지켜야할 것들 아기를 데리고 외식을 하면 요구할 것이 많아진다. 아기 의자부터 아기 식기, 그리고 휴지와 물티슈 등. 뭔가를 계속 달라고 해야 한다. 가게 주인이라면 1인분 밥 값도 안 내는 아기를 위해 그런 요구를 다 들어주기 짜증이 날 것도 같다. 그렇다고 아기가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먹는 것도 아니다.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뭘 떨어뜨리거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면 바닥에는 밥풀이 흐트러져 있다. 물론 요즘에는 알아서 아기 의자를 챙겨주고 아기가 먹기 편하게 빨대컵에 물을 담아주는 식당도 아주 많다. 하지만 ‘노 키즈존’이라는 단어를 접한 뒤부터는 그런 배려에도 왠지 눈치가 보였다. 내 아이를 데리고 나가 나의 스트레스를 풀려면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도 했다. ‘개념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까지 자리잡았다. ●‘개념 있는 엄마’ 강박… “내 아이 욕먹이기 싫어서” 식당에 가면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게 미안해 보통 2인분을 주문한다. 과하다 싶으면 아직 아기이지만 어린이 메뉴라도 주문한다. 아기 수저와 물통은 따로 준비해 간 것을 쓰고 물티슈는 늘 넉넉하게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도 밥을 다 먹고나면 휴지가 수북하게 쌓이고 지저분하다. 요즘에는 아이가 직접 숟가락질을 하겠다고 우기면서 음식물을 바닥에 더 많이 흘려서, 식사를 하고 나면 바닥을 물티슈로 닦는다. 계산을 할 때면 무조건 “아기 때문에 정신 없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고 나온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한 번은 유모차를 세울 곳이 없어서 식당 안에 끌고 갔다가 곧바로 쫓겨난 적도 있다. 나름 신경써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쪽에 세웠다고 생각했는데 종업원 입장에서는 성가셨을 것도 같다. ●쓰레기 잔뜩 버리고 식당에서 기저귀 가는 엄마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엄마들과 사귀고 어울리게 됐다. 그러면서 많은 상황들을 보거나 들으며 접한다. 같은 아기 엄마 처지인데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이런 이유에선지 아이가 있는 엄마들조차 노 키즈존에 적극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엄마들은 나에게 대놓고 “아기를 데리고 왜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느냐”, “왜 아기와 외식을 하느냐”고 질책을 한 일도 있다. 아기와 식당에 가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권리라거나 특혜를 바랄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밥을 먹고 싶은데 아기를 데려가는 것 뿐이다. 요즘은 아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조금 달라졌지만. 아무튼 아기를 위한 배려를 넘어서 무리한 요구까지 너무 당당하게 하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음식 1인분을 시켜놓고 아기도 같이 먹게 양을 더 많이 달라고 하거나 어린 아기의 이유식이 아닌 어느 정도 큰 아이가 먹을 외부 음식을 가져와 데워달라고 하는 것은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배려를 해주면 좋은 것이지, 무리한 요구가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로 가져간 간식거리의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고 오거나 음식 부스러기와 휴지 등을 온통 바닥에 다 떨어뜨려 놓고 나오는 모습은 같은 아기 엄마가 봐도 불편하다. 심지어는 아기가 구토를 했는데 나 몰라라 하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닦으라고 하거나 식당에서 기저귀를 갈고, 또 그 기저귀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나오는 게 허다하다고 하니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그것은 아기 엄마라는 점을 떠나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도 바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길 권리가 있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누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권리를 빼앗기도록 하는 것, ‘노 키즈존’을 비롯해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을 결국은 엄마들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밖에서 욕을 먹지 않으려고 애쓰는 진짜 이유는 나 때문에 내 아이가 욕먹는 게 싫어서다. 내 자식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남들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내 자식이 어디서든 귀한 대접을 받으려면 나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엄마가 해야할 일이다. 나부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모습을 자꾸 보여야 아이가 보고 배울 것이다. 식당에서 뛰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는 것은 아이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첫 걸음이다. 아이가 뛰다가 누군가와 부딪히면 엄마가 먼저 사과를 해야한다.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늘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하는 삶을 살게 하고 싶다. 그걸 가장 먼저 가르치는 건 바로 나다. ■ 애가 우는데 엄마들은 왜 가만히 있나? -아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당부 다 안다, 엄마들도. 아이가 뛰지 말아야 하는 것, 떠들지 말아야 하는 것. 그런데 쉽지가 않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녀도 아예 모른 척 하는 엄마들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정말 문제다. 하지만 아이와 있다보면 갑자기 당황스러운 일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이도저도 못하는 순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우는데 아무리 달래줘도 안 그치고 더 큰 소리를 내거나 가만히 있다가 먹은 것을 게워내거나 하는 등의 상황들이 닥칠 수 있다. 몸과 머리가 멈추는 듯한 경험을 수시로 한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아기가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을 받으며 아기와 함께하는 문화가 녹아든 사회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아기를 낳은 이 사회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아기는 울고 흘리고 가만히 있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기가 갑자기 울면 어디가 아픈지,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시끄럽다, 애 엄마는 뭐하냐는 따가운 눈초리가 나온다. 아기를 경험할 일이 없었고 그래서 아기의 특성을 접할 일이 없었고, 굳이 아기를 이해할 필요성도 전혀 없었던 이유에서다. ●내 자식이지만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다 밖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은 아기가 조용하고 방긋방긋 웃을 때에는 “예쁘다, 귀엽다”고 칭찬해주었지만 아기가 빽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인상을 쓰며 쳐다봤다. 아이들은 시끄러운 존재, 방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 듯 하다. ‘노 키즈존’이 더욱 불거진 것은 그런 경험과 생각을 가진, 함께 식사를 하던 손님들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다.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도 소리를 지르고 기분이 나쁘면 울면서 소리를 지른다. 나도 즐겨찾는 식당에서 아기가 소리를 빽빽 질러대 당황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말이 안 통한다. 내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그 반응이 재미있는지 더 큰 소리를 낸다. 그럴 때 무시하거나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러면 나는 “애를 방치하는” 엄마가 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중간에 자리를 뜬 적도 많지만 음식이 나온 초반부터 그러면 난감하다. 급기야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보여준다. 잠시 조용해진다.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어휴, 식당에서 왜 저렇게 애들한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걸까” 혀를 찬다. 지하철을 탔을 때 아기가 갑자기 잠에서 깨 울기 시작했는데 어느 하나 “아기가 어디 아프냐?”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힐끔힐끔 흘겨봤고, 할머니들은 “엄마가 애를 힘들게 한다”고 핀잔을 줬다. 다섯 정거장만 가면 내릴 수 있는데 그 10분 남짓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순간 짜증이 나서 “제발 그만 좀 울어”라고 아기에게 말했다. “애기한테 왜 짜증을 내냐”는 말이 들렸다. 결국 도착하기도 전에 다른 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내려버렸다. 자기 자식 하나 왜 어쩌지 못하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진짜로 어쩌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누구나 아이였고, 부모가 된다 우리는 누구나 아이였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될 것이다. 아이는 울음으로 말을 하고 큰 소리로 표현하는 존재라는 생각만 가져줘도 감사한 일 같다. 10분, 20분 내내 우는 아이를 방치해도 좋다는 게 절대 아니다. 아이 울음에 대한 반사적인 거부감을 조금만 거둬들여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학생일 때도 지하철에서 몇 년 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 인사를 나누다가 “좀 조용히 좀 하라”는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밤이 되면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노래를 부르고 고성을 지르기도 한다. 무조건 아이라서 안 된다는 시각이 불편하다. 결국은 엄마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모두가 한 걸음씩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극단적인 갈등은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아기 엄마는 외로운 존재라는 점을 이해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5)불어난 몸무게 만큼 고통과 행복이 함께 늘었다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17)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1회부터 14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고든 정의 TECH+] ‘저장장치’ HDD vs SSD 누가 이길까?

    [고든 정의 TECH+] ‘저장장치’ HDD vs SSD 누가 이길까?

    컴퓨터를 새로 구매하실 분들이라면 한 가지 빠지지 않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저장 장치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이하 SSD)는 가격대비 용량이 작지만 대신 속도가 아주 빠르고 반대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이하 HDD)는 용량이 큰 대신 속도가 느립니다. 물론 각자 용도와 예산에 맞춰 구매하게 되겠지만, '미래에 SSD가 저렴해지면 결국 HDD는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HDD는 미래에는 구시대에 유물이 되는 걸까요? - 더 대용량의 HDD를 향한 몸부림 사실 지난 몇 년간 HDD의 수요는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PC의 수요가 감소하고 노트북PC 가운데서도 SSD만 탑재한 모델이 증가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의외이지만, 사실 의외가 아닌 게 기업 시장이 있기 때문이죠. 아직 세상에는 SSD로만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백업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은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기업의 세계이기 때문에 더 비용에 민감하죠. 빠른 데이터 입출력이 필요 없는 분야라면 HDD의 수요는 여전합니다. 물론 개인 가운데서도 외장 하드나 NAS 같은 새로운 저장 장치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사실 수요가 많이 감소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HDD 회사들이 아직 망하지 않은 비결이겠죠. 하지만 동시에 SSD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저렴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당연히 속도가 빠르고 전력을 적게 먹는 SSD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HDD가 용량 경쟁에서 이기려면 앞으로 특별 대책이 필요합니다. 웨스턴 디지털, 씨게이트 같은 HDD 제조사들은 이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Advanced Storage Technology Consortium(ASTC)라는 기술 컨소시엄을 만들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차세대 HDD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서죠. HDD는 기본적으로 동그란 원판 위에 자기적으로 기록을 저장합니다. 하드디스크 플래터라고 불리는 이 원판의 기록 밀도는 이미 엄청나게 높아진 상태입니다. 현재의 하드디스크들은 플래터당 최고 1.43TB, 그리고 제곱 인치당 0.95Tb(Tbpsi (Terra-bit per square inch))의 저장 밀도를 구현했습니다. 이런 고용량이 가능한 이유는 HDD 제조사들이 수직 자기기록(PMR: perpendicular magnetic recording) 기술에다 SMR(Shingled Magentic Recording)라는 신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플래터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저항이 작은 헬륨으로 내부를 채워 넣는 방법도 등장했습니다. 덕분에 10TB라는 거대한 용량의 HDD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SSD의 용량 증가 속도는 더 놀라워서 이미 10TB가 넘는 대용량 SSD가 등장한 상태입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 기업용이긴 하지만 HDD 제조사가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HDD 진영의 다음 무기는 열보조 자기기록(HAMR: Heat Associated Magnetic Recording)입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50TB급 HDD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용화되는 시기는 2017년 이후로 우선 2020년 이전까지 20~30TB급 HDD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이후에는 BPMR(Bit Patterned Magnetic Recording) 및 HDMR(Heated-Dot Magnetic Recording)같은 신기술이 100TB급 이상의 HDD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대용량의 저장장치가 필요할까요? 사실 같은 질문이 1GB HDD, 1TB HDD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1PB급 HDD 역시 나중에는 흔하게 보는 물건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SSD의 미래 이렇듯 든든한 신기술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의 급격한 발달을 보면 HDD의 미래는 바람 앞의 등불 같아 보입니다. 최근 SSD나 스마트폰, 그리고 메모리 카드 등에 들어가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3차원으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기록 밀도와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기록을 덮어쓸수록 수명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었던 것이죠. 여기에 공정의 미세화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메모리 제조사들은 이 부분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정의 미세화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책은 공정을 미세화하는 대신 아파트처럼 메모리 셀을 쌓아올리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같은 면적에도 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토지 위에 여러 층으로 건물을 올린 셈이죠.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세계최초로 3D V낸드를 양산했습니다. 그것도 이제는 3세대에 이를 만큼 발전이 빠릅니다. 24층(layer)로 된 1세대 V낸드와 32층으로 된 2세대 V낸드에 이은 48층 3세대 V낸드는 엄청난 고밀도를 이룩해 256Gb(32GB)라는 용량을 작은 메모리 칩에 구현했습니다. 앞으로 TB급 SSD가 대중화될 가능성을 예고한 셈입니다. 물론 다른 제조사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인텔과 마이크론은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라는 새로운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이 신기술을 이용하면 메모리를 쉽게 적층해서 고용량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 속도도 기존의 낸드 플래시 대비 1,000배나 빠르다고 합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메모리 기술의 신기원이 이룩되는 셈입니다. - 경쟁의 이익은 소비자의 몫 새로운 형식의 비휘발성 메모리와 3차원 적층 기술이 만나면 초고속 초고밀도의 SSD가 등장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현재 개발 중인 HDD 기술 역시 엄청난 고밀도 HDD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목과는 다르게 누가 이기는지 궁금한 싸움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경쟁 그 자체죠. 경쟁은 경쟁 당사자만 빼고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더 빠르고 고용량이면서 저렴한 저장장치가 등장한다면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일은 어느 한 회사가 저장 장치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컴퓨터용 CPU 시장을 보면 답이 나오는 이야기죠. 다행히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당분간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몇 년 후에 더 빠르고 용량이 큰 저장장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목욕탕·워터파크 수압마사지 주의

    목욕탕이나 워터파크에 있는 비데풀 같은 수압마사지 시설에서 나오는 강한 물줄기에 항문 등을 다친 사례가 속출해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이 접수한 수압마사지 시설 관련 부상 사례는 총 9건이다. 이 가운데 항문이나 생식기 부상, 직장 파열 등 중대 사고가 6건이었다. 항문이 외부 압력을 방어할 수 있는 항문압보다 높은 수압에 노출되면 장 안으로 물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 연령대별 항문압은 어린이 0.046㎏/㎠, 20대 0.14㎏/㎠, 60세 이상 0.1㎏/㎠ 등이다. 순간 유입된 물 압력이 0.29㎏/㎠를 초과하면 장 파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나 10세 이하 어린이는 성인보다 항문압이 낮고 순간 대응력도 떨어져 사고에 취약하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소비자원이 전국 32개 수압마사지 시설을 조사한 결과 분출되는 물 압력이 장 파열을 일으킬 수 있는 수압(0.29㎏/㎠)보다 높은 곳이 절반인 16곳이었다. 수압이 가장 높은 시설은 장 파열 가능 수압보다 최대 5.5배 높은 1.62㎏/㎠나 됐다. 조사 대상 업체 중 수압마사지 긴급정지 장치를 설치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수압으로 항문 등을 다칠 수 있다는 주의 표시를 붙인 곳도 2곳에 불과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사고 시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시설 작동을 멈추는 긴급정지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수압마사지 시설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안전기준도 없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소비자원은 환기시켰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파워 블로거 위에 無名 블로거

    파워 블로거 위에 無名 블로거

    직장인 유모(27·여)씨는 화장품을 사기 전 항상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사용 후기부터 검색한다. 유씨는 “요즘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쓴 협찬 후기가 너무 많아 진짜 객관적인 입장에서 작성한 것인지 의심이 된다”면서도 “업체로부터 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파워 블로거보다는 이름 없는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들을 더 믿는 편”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사기 전이나 맛집 탐방 전 ‘후기(리뷰) 검색’이 일상인 시대다. 보통 사람들은 몇 만명의 팔로어를 자랑하는 파워 블로그와 방문자가 적은 일반 블로그 중 어느 쪽을 더 신뢰할까. 통설과 달리 일반 소비자들은 ‘공룡급’인 파워 블로거보다 ‘개미급’인 일반 블로거의 후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고려대 경영학과 박사과정 여민선씨의 2015년 박사학위 논문 ‘블로그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가 소비자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일반 블로거가 자기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대상에 대해 쓴 후기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미치는 힘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 분야에 대해 상품 후기를 쓰는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이 크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연구 결과다. 특히 후기 작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의미하는 ‘협찬’ 표시가 일반 소비자들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생 33명에 대한 실험 결과 협찬 표시가 있는 블로그의 글은 ‘후기 영향력’(블로거 의견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거나 구매할 의향)이 2.53점(7점 만점)으로 아무 표시가 없는 게시글(3.79점)보다 더 낮았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에 따르면 블로거들은 기업 협찬이 제공된 경우 후기에 반드시 광고 표시 문구를 넣어야 한다. 특히 파워·일반 블로거 모두 협찬 사실을 밝히더라도 일반 블로거가 비전문 분야에 대해 쓴 후기가 소비자들에게 더 신뢰를 주는 것으로 연구됐다. 특정 커피 브랜드에 대한 후기에 노출된 대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비전문 블로거의 후기 영향력은 5.04점으로 전문 파워 블로거 4.77점보다 높았다. 여씨는 “일반 블로거가 전문 분야와 상관없이 쓰는 상품 후기의 경우 순수한 의도로 여겨져 해당 제품을 써 보고 싶은 욕구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 소비자 물 시장서도 ‘물’… 수입 탄산수 최대 8배나 비싸

    한국 소비자 물 시장서도 ‘물’… 수입 탄산수 최대 8배나 비싸

    한국 소비자는 ‘물시장’에서도 ‘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수입 탄산수의 국내 판매가격이 원산지인 외국보다 최대 8배 가까이 비쌌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지난 5∼6월 국산 및 수입 탄산수 가격을 조사해 18일 공개했다. 국내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수입 탄산수 10종 중 원산지와 국내 가격 차이가 가장 큰 제품은 이탈리아산 산펠레그리노였다. 국내 평균 판매가격은 100㎖당 738원이다. 이탈리아 현지 가격은 93원. 7.9배 차이 난다. 체코산 마토니그랜드도 현지 가격은 184원, 국내 가격은 1060원으로 5.8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탈리아산 산베네디토(4.3배), 폴란드 페라지(3.5배), 프랑스 페리에(3.4배) 등도 가격 차가 컸다. 100㎖당 가격이 가장 비싼 제품은 프랑스 이드록시다즈로 2200원이다. 국산 및 외국산 모두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판매가가 쌌다. 산베네디토는 백화점 가격이 100㎖당 평균 1000원으로 온라인 쇼핑몰 399원의 2.5배였다. 페리에는 2.1배다. 김순복 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이 탄산수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소화 촉진이나 다이어트 효능 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좀 더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서울광장] 배아픈 소비 배고픈 소비/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배아픈 소비 배고픈 소비/주병철 논설위원

    소비가 늘지 않아 난리다. 통계청의 소비 지표 등을 들먹이지 않아도 소비 위축의 심각성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노동연구원이 올 상반기 자영업자가 10만 1000명 감소했다는 발표에 무덤덤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영업자는 전년(1000여명)에 비하면 무려 100배 이상 줄었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소비 위축과 고용 불안의 이중고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내수 경기 활성화를 거론했겠는가. 정부는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내수 진작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하지만 일회성으로 해결 될 문제는 아니다. 소비 부진의 이유도 잘 알려져 있다. 수출·투자 부진에다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현실 앞에 소비를 외쳐 대는 게 사실은 앞뒤가 안 맞다. 설상가상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이 든 층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100세 시대’라는 게 ‘잘살면 그렇다’는 얘기지 모두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돈주머니를 닫고 있다. 열심히 벌고 또 열심히 써야 할 청년 세대는 신세만 한탄한다. 그나마 지금의 소비는 직장 여성, 싱글족 등이 주도한다. 문제는 경기가 살아나는 것 말고 중뿔난 대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찬찬히 뒤집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있다. 하나는 소비 여력이 떨어져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건 생산자의 몫이다. 발상의 전환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한국농업벤처대학을 설립해 운영하는 민승규 전 농림수산부 차관의 얘기가 귀에 와 닿는다. “술집 사장한테 술집이 뭐 하는 곳이냐고 물었는데 ‘물장사’라고 답한다면 최악이다. 손님 주머니 털 생각만 하는 사고방식이다. 스트레스 해소 업체(돈 쓰고 가는데 기분 좋게 해준다는 뜻)라고 하면 그나마 괜찮은 발상이다. 우울할 땐 위로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스트레스를 확 풀어 주는 프로그램 개발 업체라고 답하면 최상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미국에서 주 5일제를 도입하니까 종교 분야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한다. 이럴 경우 가보고 싶은 교회 100곳, 성당 100곳, 절 100곳을 선정해 해당 지역의 농산물 판매장과 연계하는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다. 고객의 정의를 다시 하고, 사업 방식을 바꾸고, 제품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성공한다.”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내용의 일부다. 또 다른 하나는 소비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몇 명만 모여도 농담으로 주고받는 말이 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 내가 잘못되는 건 참아도 남이 잘되는 건 못 본다는 얘기다. 그런 풍조가 소비문화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부자들의 고가 명품 소비가 그런 예다. 있는 자들의 돈 잔치로 폄하하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위화감 조성까지 거론한다. 골프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해외골프 여행 등으로 쓴 돈이 무려 2조원 가까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돈을 국내로 돌리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되고 고용유발 효과도 볼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의 정상적인 소비 활동마저 사회가 질시하는 풍토 때문에 해외로 나가 버리는 것이다. 건전한 소비문화를 죽이고 일자리를 깎아 먹는 꼴이 된다. 술집, 밥집, 골프장 등에 대한 비뚤어진 관행과 비리 등은 얼마든지 개선하고 시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소비 활동 자체를 감정적으로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 외제를 소비하면 막연한 죄의식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일제하의 민족 지도자들이 벌인 국산품 애용 캠페인에 영향을 받아서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가치가 바뀌듯 지금은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0년 초만 해도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가 채 안 됐지만 지금은 15%를 훌쩍 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고 외제차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렇듯 부자나 기업들의 특정 소비 활동에 곱지 않은 시각으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있는 사람이 더 쓰고, 써야 할 사람이 더 쓰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국내에서 써도 될 걸 해외로 내보는 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소비 진작의 단초는 ‘인식의 전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bcjoo@seoul.co.kr
  • [열린세상] 물부족 시대-치수를 위한 사고의 변화 필요하다/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물부족 시대-치수를 위한 사고의 변화 필요하다/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올해 유례없는 가뭄에 시달리면서 아프리카에서나 봄직하게 논바닥이 쩍쩍 갈라 터진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장마와 태풍이 오면서 물걱정은 해소됐지만, 소양강댐이 바닥을 내보이고 전국의 댐 저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이 한창이던 7월 21일자 기록을 보면 한강수계 다목적댐 저수량은 14억 9000m³로 예년의 57%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매년 내리는 비의 70%가 유실돼 1년 총강우량의 30%를 댐이나 저수지 등에 담아 용수 공급에 사용하고 있는데, 강우량마저도 적다면 이야기는 매우 심각해지는 것이다. 지난 7월 21일 시점으로 한강수계의 올해 댐 강우량은 295㎜로 예년 대비 48%였으며, 소양강 댐은 283㎜로 49%, 횡성댐은 267㎜로 33%였으니, 가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전국 5개 시·도, 39개 시·군의 논밭 7358㏊에서 가뭄이 발생했고, 생활용수도 부족해 37개 시·군·구 167개 마을 5만 1245가구 11만 7430명을 대상으로 비상급수를 시행했다. 이런 가뭄이 계속됐더라면 수도권의 2000만 주민들에게도 제한급수가 실시됐을 것이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주를 이루는 수도권 주민들의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가뭄 지역의 세부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용수비축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예로부터 치수 능력은 국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국가 역량의 하나였다. 우리가 잘 아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도 치수와 이수를 위해 마련됐으며, 영국과 프랑스도 물 관리를 위해 지대한 노력을 경주했음을 그들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댐과 저수지 등을 지어 저수량을 늘림으로써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꾀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의 총용수량 대비 저수량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공급 관리를 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요 대비 공급량을 100%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댐을 짓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환경단체나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유발해 국력을 소모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충분한 치수 능력을 보유한 만큼 이제는 치수와 이수를 위하면서도 환경을 고려하고 유실되는 빗물을 보관해 둘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가 됐다.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국제기구로부터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비가 내려줄 것을 기다리며 하늘에 제를 지내는 모습을 반복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동안 정부 주도로 물 관리를 해온 만큼 이제는 소비자인 국민들이 나서 수요 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다. 정부도 저수량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댐을 짓느라 불필요한 갈등을 발생시킬 필요 없이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은 저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1차적으로 기초자치단체별로 책임지도록 유도한 다음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협업해 지원하는 형태로 수자원 관리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수량 확보를 위해서는 빗물을 저장하기 위한 시설물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 될 것이다. 주택의 경우 집집마다 비를 담아 둘 수 있는 저장고를 만들도록 하고, 아파트는 가구수에 준하는 빗물저장고를 확보하는 것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도로를 건설할 때 빗물 저장고를 함께 건설토록 하고, 최소단위 행정구역별로 공동 사용을 위한 빗물저장고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분 증발이 심한 침엽수를 활엽수로 바꾸고, 수도요금의 인상도 일부 필요하지만 독일처럼 하수사용량에 비싼 요금을 부가하는 것도 물 부족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 가정에서 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책 관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존의 다목적 댐은 리모델링을 통한 치수와 이수의 극대화를 꾀해야 한다. 물 관리는 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짓는 등의 공급 관리 체제에서 수요 관리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향후 물 부족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 생각을 뒤집었다 여름입맛 잡았다

    생각을 뒤집었다 여름입맛 잡았다

    주워 담을 수 없는 그것. 엎질러진 물이 재앙이라면, 뒤집혀 땅에 꽂힌 아이스크림콘은 참사다. 엄마 명에 따라 하루 한 개 이상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간 우르르르 배가 아프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 아이는 땅에 처박힌 아이스크림을 보며 큰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구내식당 디저트로 ‘작은 사치’라며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던 직장인이라면, 일순 자신이 머피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질지 모른다. 프러포즈용 반지라도 숨겨져 있었다면, 아이스크림의 폐허 속에서 사랑의 징표를 찾으려 체면 불구 바닥에 무릎 꿇을 일이다. 그런데 올여름 뒤집힌 아이스크림콘이 디저트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른바 ‘참사형 디저트’의 인기다. ‘거꾸로 아이스크림콘’(거꾸로 콘)의 인기에 아연실색한 미국 작가 데이브 브라이는 최근 영국 가디언에 자신의 당혹감을 고백하는 칼럼을 썼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발견이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제조 기계를 발명한 톰 카블의 탄생 100주년이 겹쳤던 아이스크림의 달, 7월이 저문 뒤였다. 한 사람당 평균 연 12㎏의 아이스크림을 먹어 치우는 미국에서 거꾸로 콘을 파는 매장엔 이미 사람들이 어색함 없이 긴 줄을 섰다. 거꾸로 콘은 한국에도 상륙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시작해 커피 전문점의 여름 메뉴로,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같은 기념일용 상품에서 시작해 평소 먹는 디저트로 거꾸로 콘의 쓰임새는 다양해졌다. 여전히 빙수에 한 스쿠프 떠넣은 아이스크림 위에 고깔모자 형태의 콘을 올리는 게 대중적인 형태이지만, 최근에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외양을 지닌 디저트도 인기다. 유명 체인 매장에서 팝콘에 아이스크림을 쳐박은 제품이 인기다. 잔디밭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듯 검은 접시에 녹차가루를 뿌린 뒤 거꾸로 콘을 올린 디저트를 내놓은 서울의 한 카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름 맛집 리스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튀기 위한 상술’ 소비자의 입을 유혹하다 콘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마케터들은 하나같이 “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녹으면서 흐를 때 다소 지저분해 보이는 아이스크림 위에 고깔 모양 콘으로 시선을 잡으며 깔끔한 느낌을 노렸다는 설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소비 트렌드인 ‘작은 사치’와 ‘실속’을 모두 잡은 측면도 있다. 밥보다 비싼 디저트로 작은 사치를 즐기면서도, 빙수에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하나 올린 외양이 ‘원 플러스 원’(1+1) 상품을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얘기다. 미국 거꾸로 콘의 형태는 한국과 다소 다르다. 콘에 아이스크림을 한 스쿠프 떠서 담은 콘 제품을 컵에 쑤셔 넣은 형태다. 아이스크림콘과 아이스크림 컵의 컬래버레이션인 셈이다. 먹는 방법은 두 가지다. 콘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문 뒤 도로 컵에 담아 놓을 수도 있고, 컵 제품을 먹을 때처럼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먹은 뒤 콘을 따로 먹을 수도 있다. 대부분은 후자의 방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러니 20세기 방식의 아이스크림 섭취법, 즉 콘 또는 컵 중 선택해 먹는 방식에 익숙한 미국 작가 브라이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거꾸로 콘을 시식한 뒤 브라이는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동안 왼손으로 위태롭게 공중에 매달린 콘을 붙잡고 있어야 했고 콘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질 것 같았다”며 컵에 담겨 있기에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지 않아 깔끔 하다던 인식을 공격했다. 단, 브라이는 “흐르지 않도록 편하게 컵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지만, 바삭한 콘도 포기할 수 없었다”던 한 여성 고객의 답변에 수긍하기도 했다. ●‘거꾸로 콘’에 대한 비판은 전통에 대한 그리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거꾸로 콘의 유행에 합류한 뒤 브라이의 비판의식은 최고조에 달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달 콜로라도에서 시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왼손에 거꾸로 콘을 들고 있었던 것. 사진에 등장하는 시민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하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브라이는 거꾸로 콘 시식기와 함께 쓴 관찰기에서 “흔들리는 콘을 붙잡으며 여러 색깔이 뒤섞인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마치 마리화나를 탐닉하는 모습 같았다”며 바이든 부통령을 정조준해 비판했다. 이쯤 되면 브라이의 비판 대상이 거꾸로 콘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넘어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옮겨 붙는 느낌이다. 단순히 독특하게 생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이유로 콘과 컵을 모두 가지려는 탐욕가로 치부되거나, 깔끔함을 추구했지만 오히려 더 불안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바보 취급을 받거나, 마약 옹호자로 오인받는 게 합당한지의 문제에 대해 브라이는 “노먼 록웰이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노먼 록웰(1894~1978)은 미국 중산층의 생활모습을 주로 묘사한 일러스트레이터로 브라이의 말을 한국적으로 푼다면 “1·4후퇴 때는 상상할 수조차 없던 일”이라는 얘기가 된다. 결국 브라이는 표면적으로 거꾸로 콘을 비판했지만, 이면엔 미국 문화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었던 셈이다. 잠깐, 우리는 영화 ‘로마의 휴일’을 알고 있다. 전체 줄거리보다 오드리 헵번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장면이 더 유명한 영화다. 기원전부터 중세까지 귀족만 먹던 셔벗 형식의 아이스크림 대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스크림은 18세기 후반의 이탈리아에서 개발됐다. 그런데 왜 미국인이 아이스크림 섭취 문화가 달라졌다고 격분하는 것일까. 그것은 200여년 동안 부유층만 접근할 수 있던 아이스크림을 대중화시킨 게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1851년 농장을 경영하던 미국인 제이컵 휘슬이 남는 유지방을 얼려 보관했고, 개발을 거듭해 1904년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만들었다. 이어 미국의 업자들은 1939년 즉석 소형 아이스크림 제조기 개발에 성공했다. ●美선 1980년대부터 먹어온 역사 오래된 디저트 공교롭게도 아이스크림의 대중화에 성공한 뒤 미국은 대공황 이후 긴 호황기를 맞이했다. 자연스럽게 아이스크림은 성장하던 미국 중산층의 디저트이자 간식이 됐다. 유제품으로 영양가와 열량이 높으며 콘이나 컵에 담아 간편하게 먹도록 한 ‘미국식 아이스크림’이 달걀 노른자와 생크림을 써 진한 맛을 낸 ‘유럽식 아이스크림’보다 우위를 점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동안 아이스크림콘이 일상화되는 모습은 미국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지표였고, 그 콘을 뒤집은 모습에 브라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실상 브라이가 거꾸로 콘을 보며 ‘미국 중산층 식문화의 전복’을 걱정하며 호들갑을 떤 것과 별개로 미국에서 거꾸로 콘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배스킨라빈스는 “1980년대부터 생일파티 고객을 대상으로 아이스크림 스쿠프 위에 콘을 올려 주는 이벤트를 벌여 왔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왕관 콘’이라고 부르며 특별한 날을 기념했다”고 밝혔다. 거꾸로 콘을 보며 ‘중산층의 몰락’이란 우울한 느낌 대신 ‘혁신과 재미’라는 긍정적인 기운을 받은 미국 조각가도 있다. 2001년 독일 쾰른의 한 쇼핑센터 건물에는 거꾸로 콘 조형물(큰 사진)이 건물 옥상 귀퉁이에 내걸렸다. 한국의 청계천 발원점에 선 ‘스프링’의 작가이기도 한 팝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와 부인인 코샤 밴 브룽겐의 공동 작품이다. 올덴버그는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한 쾰른의 스카이라인에 변화를 주는 작품”이라면서 “작품을 이곳에 둔 것은 쾰른(Koln)과 콘(Cone)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콘이 거꾸로 처박혔을 때의 허탈감과 당혹감을 호소한 브라이와 다르게 올덴버그는 거꾸로 콘이 처박히는 장면이 대체로 우스꽝스러워 박장대소를 부른다는 점을 잊지 않은 듯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생각을 뒤집었다 생활이 뒤집힌다

    생각을 뒤집었다 생활이 뒤집힌다

    주워 담을 수 없는 그것. 엎질러진 물이 재앙이라면, 뒤집혀 땅에 꽂힌 아이스크림콘은 참사다. 엄마 명에 따라 하루 한 개 이상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간 우르르르 배가 아프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 아이는 땅에 처박힌 아이스크림을 보며 큰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구내식당 디저트로 ‘작은 사치’라며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던 직장인이라면, 일순 자신이 머피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질지 모른다. 프러포즈용 반지라도 숨겨져 있었다면, 아이스크림의 폐허 속에서 사랑의 징표를 찾으려 체면 불구 바닥에 무릎 꿇을 일이다. 그런데 올여름 뒤집힌 아이스크림콘이 디저트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른바 ‘참사형 디저트’의 인기다. ‘거꾸로 아이스크림콘’(거꾸로 콘)의 인기에 아연실색한 미국 작가 데이브 브라이는 최근 영국 가디언에 자신의 당혹감을 고백하는 칼럼을 썼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발견이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제조 기계를 발명한 톰 카블의 탄생 100주년이 겹쳤던 아이스크림의 달, 7월이 저문 뒤였다. 한 사람당 평균 연 12㎏의 아이스크림을 먹어 치우는 미국에서 거꾸로 콘을 파는 매장엔 이미 사람들이 어색함 없이 긴 줄을 섰다. 거꾸로 콘은 한국에도 상륙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시작해 커피 전문점의 여름 메뉴로,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같은 기념일용 상품에서 시작해 평소 먹는 디저트로 거꾸로 콘의 쓰임새는 다양해졌다. 여전히 빙수에 한 스쿠프 떠넣은 아이스크림 위에 고깔모자 형태의 콘을 올리는 게 대중적인 형태이지만, 최근에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외양을 지닌 디저트도 인기다. 유명 체인 매장에서 팝콘에 아이스크림을 쳐박은 제품이 인기다. 잔디밭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듯 검은 접시에 녹차가루를 뿌린 뒤 거꾸로 콘을 올린 디저트를 내놓은 서울의 한 카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름 맛집 리스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튀기 위한 상술’ 소비자의 입을 유혹하다 콘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마케터들은 하나같이 “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녹으면서 흐를 때 다소 지저분해 보이는 아이스크림 위에 고깔 모양 콘으로 시선을 잡으며 깔끔한 느낌을 노렸다는 설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소비 트렌드인 ‘작은 사치’와 ‘실속’을 모두 잡은 측면도 있다. 밥보다 비싼 디저트로 작은 사치를 즐기면서도, 빙수에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하나 올린 외양이 ‘원 플러스 원’(1+1) 상품을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얘기다. 미국 거꾸로 콘의 형태는 한국과 다소 다르다. 콘에 아이스크림을 한 스쿠프 떠서 담은 콘 제품을 컵에 쑤셔 넣은 형태다. 아이스크림콘과 아이스크림 컵의 컬래버레이션인 셈이다. 먹는 방법은 두 가지다. 콘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문 뒤 도로 컵에 담아 놓을 수도 있고, 컵 제품을 먹을 때처럼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먹은 뒤 콘을 따로 먹을 수도 있다. 대부분은 후자의 방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러니 20세기 방식의 아이스크림 섭취법, 즉 콘 또는 컵 중 선택해 먹는 방식에 익숙한 미국 작가 브라이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거꾸로 콘을 시식한 뒤 브라이는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동안 왼손으로 위태롭게 공중에 매달린 콘을 붙잡고 있어야 했고 콘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질 것 같았다”며 컵에 담겨 있기에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지 않아 깔끔 하다던 인식을 공격했다. 단, 브라이는 “흐르지 않도록 편하게 컵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지만, 바삭한 콘도 포기할 수 없었다”던 한 여성 고객의 답변에 수긍하기도 했다. ●‘거꾸로 콘’에 대한 비판은 전통에 대한 그리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거꾸로 콘의 유행에 합류한 뒤 브라이의 비판의식은 최고조에 달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달 콜로라도에서 시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왼손에 거꾸로 콘을 들고 있었던 것. 사진에 등장하는 시민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하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브라이는 거꾸로 콘 시식기와 함께 쓴 관찰기에서 “흔들리는 콘을 붙잡으며 여러 색깔이 뒤섞인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마치 마리화나를 탐닉하는 모습 같았다”며 바이든 부통령을 정조준해 비판했다. 이쯤 되면 브라이의 비판 대상이 거꾸로 콘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넘어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옮겨 붙는 느낌이다. 단순히 독특하게 생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이유로 콘과 컵을 모두 가지려는 탐욕가로 치부되거나, 깔끔함을 추구했지만 오히려 더 불안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바보 취급을 받거나, 마약 옹호자로 오인받는 게 합당한지의 문제에 대해 브라이는 “노먼 록웰이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노먼 록웰(1894~1978)은 미국 중산층의 생활모습을 주로 묘사한 일러스트레이터로 브라이의 말을 한국적으로 푼다면 “1·4후퇴 때는 상상할 수조차 없던 일”이라는 얘기가 된다. 결국 브라이는 표면적으로 거꾸로 콘을 비판했지만, 이면엔 미국 문화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었던 셈이다. 잠깐, 우리는 영화 ‘로마의 휴일’을 알고 있다. 전체 줄거리보다 오드리 헵번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장면이 더 유명한 영화다. 기원전부터 중세까지 귀족만 먹던 셔벗 형식의 아이스크림 대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스크림은 18세기 후반의 이탈리아에서 개발됐다. 그런데 왜 미국인이 아이스크림 섭취 문화가 달라졌다고 격분하는 것일까. 그것은 200여년 동안 부유층만 접근할 수 있던 아이스크림을 대중화시킨 게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1851년 농장을 경영하던 미국인 제이컵 휘슬이 남는 유지방을 얼려 보관했고, 개발을 거듭해 1904년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만들었다. 이어 미국의 업자들은 1939년 즉석 소형 아이스크림 제조기 개발에 성공했다. ●美선 1980년대부터 먹어온 역사 오래된 디저트 공교롭게도 아이스크림의 대중화에 성공한 뒤 미국은 대공황 이후 긴 호황기를 맞이했다. 자연스럽게 아이스크림은 성장하던 미국 중산층의 디저트이자 간식이 됐다. 유제품으로 영양가와 열량이 높으며 콘이나 컵에 담아 간편하게 먹도록 한 ‘미국식 아이스크림’이 달걀 노른자와 생크림을 써 진한 맛을 낸 ‘유럽식 아이스크림’보다 우위를 점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동안 아이스크림콘이 일상화되는 모습은 미국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지표였고, 그 콘을 뒤집은 모습에 브라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실상 브라이가 거꾸로 콘을 보며 ‘미국 중산층 식문화의 전복’을 걱정하며 호들갑을 떤 것과 별개로 미국에서 거꾸로 콘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배스킨라빈스는 “1980년대부터 생일파티 고객을 대상으로 아이스크림 스쿠프 위에 콘을 올려 주는 이벤트를 벌여 왔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왕관 콘’이라고 부르며 특별한 날을 기념했다”고 밝혔다. 거꾸로 콘을 보며 ‘중산층의 몰락’이란 우울한 느낌 대신 ‘혁신과 재미’라는 긍정적인 기운을 받은 미국 조각가도 있다. 2001년 독일 쾰른의 한 쇼핑센터 건물에는 거꾸로 콘 조형물(큰 사진)이 건물 옥상 귀퉁이에 내걸렸다. 한국의 청계천 발원점에 선 ‘스프링’의 작가이기도 한 팝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와 부인인 코샤 밴 브룽겐의 공동 작품이다. 올덴버그는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한 쾰른의 스카이라인에 변화를 주는 작품”이라면서 “작품을 이곳에 둔 것은 쾰른(Koln)과 콘(Cone)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콘이 거꾸로 처박혔을 때의 허탈감과 당혹감을 호소한 브라이와 다르게 올덴버그는 거꾸로 콘이 처박히는 장면이 대체로 우스꽝스러워 박장대소를 부른다는 점을 잊지 않은 듯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1) 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독박(讀博) 육아일기](21) 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 올해 초, 복직을 앞두고 드디어 미용실에 갔다. 모유 수유도 끝냈겠다, 2년여 만에 파마를 하기로 결심했다. 단발머리가 예쁜 연예인의 이름을 말하며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슬쩍 말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어떤 종류의 파마를 할 것인지 물었다. 셋팅이냐, 디지털 펌이냐 그런 질문이었다. 듣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말. “무조건 오래 가는 거요” 아차, 너무 아줌마 같았다. 내가 이런 답을 할 줄이야. 미용실에 자주 갈 수가 없으니 예전처럼 “더 자연스럽고 예쁜 거요”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이 나와버렸다. 결국 처음 말했던 연예인은커녕 그냥 흔한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됐다. #.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아줌마처럼 안 보여야지 다짐을 했다가도 무심코 튀어나오는 행동들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허겁지겁 먹던 버릇이 들여져서 한 시간 동안 편안히 밥을 먹을 수 있는데도 왠지 마음이 급하다. 배가 부른데도 밥을 남길 수가 없다. 여럿이 차를 마시러 갔을 때 혹시 챙겨온 빨대나 플라스틱 숟가락이 남게 된다면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면서 한 개씩 받는 얇은 빨대를 안 쓰고 가방에 넣어두기도 한다. 아이에게 요구르트를 먹일 때 쓰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막상 필요할 때는 없어서 당황했던 적이 많다 보니 뭔가 여유가 있을 때 ‘쟁여두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 아기를 낳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신생아를 데리고 혼자 마트에 갈 수는 없었고, 스마트폰 하나로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배달되는 새로운 세상을 접했다. 게다가 택배기사의 친절한 배송문자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것은 순전히 집에서 아이를 보는 엄마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추측했다. 복직을 한 뒤 초반에는 도저히 동네 슈퍼마켓도 갈 여유가 없었기에 더욱 온라인 쇼핑에 의존했다. 4월 어느 날 출근길 ‘대박’ 쿠폰이 떴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20여분 만에 기저귀 세 팩, 아기 세탁세제 두 개, 아기 바디위시 두 개, 아기 로션 두 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까지 끝내니 딱 광화문역에 도착했다. 그게 어찌나 뿌듯하던지. 마치 엄청나게 어려운 기사를 마감 시간에 맞춰 다쓰고 데스크까지 가뿐하게 끝났을 때의 홀가분함 같았다. 분명히 출근길이었는데 그 날 할 일을 다 끝낸 것 같았다. 그 기분이 너무 생소해 바로 SNS에 남겼다. #. 아기 아빠가 된 지 얼마 안 된 지인과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와이프가 왜 이렇게 택배를 시키는지 모르겠다”면서 “퇴근하고 보면 집에 매일 새로운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고 황당해 했다. 너무 뜨끔했다. 어제도 우리 집에는 택배가 세 상자나 왔다. 물티슈 한 박스와 아이가 마실 우유 두 박스, 그나마 나머지 하나는 내가 읽을 책이었다. 오늘은 기저귀 한 박스가 또 올 예정이다. 아마 우리 남편도 가끔 퇴근길에 경비실에서 택배를 가져다달라는 메시지에 “도대체 만날 뭘 이렇게 사들이는 거야”라고 투덜댈 거다. 육아용품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해서 오프라인에서 한 번에 사기가 쉽지 않다. 거리가 좀 있는 대형 육아용품 매장을 찾아가야 하는데 일부러 시간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짬을 내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다. 계속해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만 정작 내 것을 사는 일은 별로 없다. 할인쿠폰이 떴다는 정보가 지역 카페에 올라오기만 하면 곧바로 출산·유아동 코너에 접속하게 된다. 기저귀와 물티슈가 이미 쌓여있으면 목욕용품, 로션, 주스, 우유, 장난감까지 휙 훑는다. 아, 내 옷을 산 일도 한 번은 있다. 집에서 입을 넉넉한 면 티셔츠와 레깅스였다. 합쳐서 1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렇다고 나를 위해 아예 돈을 안 쓰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돈을 열심히 모으는 성격도 아니지만, 그래도 백화점에 구경가서 여성복이 있는 3층은 건너뛰고 무조건 유아·아동 관련 매장이 있는 5층부터 올라가는 게 큰 변화라면 변화다. 다 둘러보고 나면 곧바로 지하 식품관으로 이동하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던 돈 1만원, 2만원이 결코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 그 돈이면 아이의 장난감을 중고로 사줄 수도 있다. 꽤 오랫동안 즐겁게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만원의 행복’을 맛봤다. 그렇다 보니 가끔 내가 1만원이라도 손해볼 일이 생기면 혹시나 다시 받을 일이 없을까 온갖 궁리를 하고, 2000원짜리 상품권도 귀하다. 온·오프라인의 각종 쿠폰과 적립금이 소중해졌다. 며칠 전에는 못 받고 놓쳤던 적립금을 전화를 걸어 다시 받기도 했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엄두도 못 냈던 일들이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소시지 반 조각이라도 집어먹으면 아주머니께 죄송해서 무조건 그 상품을 사들고 왔던 나는 이제 시장에서 할머니들에게 깎아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장을 보고 짐이 양손에 한 가득인데도 안아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번쩍 안아들고 집까지 도착하면, 그 순간 내가 슈퍼우먼이 된 것 같다.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는 많이 달라졌고,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지만 점점 내가 ‘아줌마’라는 말에 가까워지고 있음도 실감한다. 사실 아줌마스러운 게 뭘까, 콕 찝어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문득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받아들이는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아기를 낳으면서부터다. 그런데 썩 나쁘지 않다. 지금 나는 ‘아줌마’라는 말의 경계에서 점점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기를 품고 있을 때에만 하더라도 “출산을 해도 아줌마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 뜻은 아마도 몸무게가 잔뜩 불어있는 채로 자기 관리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이 오로지 아이에게만 매달리며 집착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으리라.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자기관리는커녕 나조차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말이다. 또 억척스럽고 어디서나 목소리를 드높이는 그런 모습을 막연하게 아줌마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시절 엄마가 시장에서 “깎아달라”고 말하는 게 왜 그렇게 창피하던지. 아마 그 모습을 두고 ‘아줌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혼 여성들의 왠지 모를 싱그러움이 여성이라면 당연히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내 몸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살이 찌고 온 몸이 쳐져버려서 겨우 두 계절 전에 입던 옷이 안 맞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지만, 솔직히 외모를 제외한 나의 변화들이 때로는 반갑다. 몸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마음가짐도 새로워졌다. 뱃살에서 인격이 나온다더니, 바람빠진 풍선 같은 배에서 어떤 깨달음이라도 나오고 있는 것인가. 아줌마가 뭘까, 내가 어떨 때 아줌마 같다고 느끼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생각과 행동의 모든 우선순위가 아이에게 있다는 점이다. 쇼핑을 해도 아이 것 먼저, 밥을 먹어도 아이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르 듯이 아이의 존재는 내 생활의 소소한 부분부터 일을 하는 데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비록 아기를 하루종일 남의 손에 맡기고 일을 하는 엄마이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굳이 일을 계속하려고 붙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컸을 때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나에게 ‘자아실현’은 이제 나 혼자 잘나는 게 아니다. 내 아이가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이 큰 목표가 됐다. 가장 어리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이 때 하루종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슴 아프지만, 몇 년이 지나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성장하다 보면 엄마의 일이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이를 위해서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회사 생활도 예전과 달라졌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좀 더 개념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 만약 내가 일에 소홀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내 아이를 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후배들에게 “저 선배 애는 되게 불쌍하다” 이런 말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밖에서 하는 말과 행동들이 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OO엄마’로서의 것이 된다. 나의 가벼운 행동들이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화살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조심스럽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는 내 앞에 주어진 일에만 급급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같은 회사 선후배들과 따로 만나 밥 한 번 먹기도 어려웠다. 아쉽기는 했지만 내 앞가림하기도 정신이 없었기에 이런저런 핑계로 넘겼다. 특히 육아휴직을 하고 모든 관계가 단절됐을 때, 나는 같은 회사 사람, 취재원들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한 때는 밥을 먹는 시간마저 취재를 해야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고, 어쩌다 한 번 아무런 약속이 없을 때 혼자 샌드위치를 사먹는 게 즐겁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나는 누군가와 밥 한 끼를 먹는 것이 간절했다. 모처럼 외출해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아기를 안고 서서 밥을 먹었을 때에는 그토록 어렵고 불편했던 시어머니의 얼굴까지 떠올랐다. 회사 후배라고, 또 출입처의 기자라고 해서 나를 만났을지라도 일부러 나에게 연락을 해서 날짜를 잡고 귀한 시간을 내 한 시간 남짓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했던 모든 일이 새삼 고마웠다. 휴직 중인데도 아기와 함께 나오라며 밥을 사준 선배와 취재원들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다시 사회로 돌아오니 모든 관계가 소중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내내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히 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게 후회가 될 수 없었다. 이제는 고마우면 고맙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먼저 연락을 걸어 약속을 잡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솔직히 얘기하려고 한다. 예전처럼 서운하다고 뒤에서 마음 꽁하게 있지 않을 것이고, 풀리지 않을 오해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꼬지도 않을 것이다. 내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만큼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 뿐 아니라 회사 선배들은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고 후배들은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자녀들이다. 감히 가볍게 여기고 함부로 대할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인간관계라는 게 이렇게 마음 먹는다고 해서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에는 이런 생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전히 누군가 “아줌마 안 같다”고 말해주면 자동적으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외적인 문제인 것 같다. 사실은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쭈뼛거리며 제대로 말도 못 했던 소심한 성격에서 조금씩 용기가 붙고 누군가와 만나 대화하는 게 너무 즐거워 깔깔거리며 아줌마 웃음을 내뱉는 내가 좋다. 보고싶었던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하고싶었던 말을 전하면서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나 싶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아줌마가 돼있을지도 궁금하다. 계속해서 뱃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며 안간힘을 쓰겠지만, 살과는 별개로 내 삶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성숙해진다는 것이 뭔지,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런 깨달음을 갖게 해 준 아이에게 고맙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줌마가 되고 싶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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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가 누비던 경력단절 엄마 방과후 상한가

    증권가 누비던 경력단절 엄마 방과후 상한가

    “얘들아 우리는 세금을 내고 있을까?”(양천 마을방과후학교 교사 구성희씨) “어… 우리집은 세금을 엄마랑 아빠가 내고 있는데요.” “그래, 보통 부모님이 세금을 내지만 우리가 사는 물건에도 세금이 붙어 있어서 우리가 물건을 사면 우리도 세금을 내는 거예요.” 5일 오전 양천구 신정동 갈산도서관. 초등학교 1~3학년 꼬맹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방과후학교 경제수업이 한창이다. 이날 진행된 ‘경제야 놀자’ 강의는 초등학생들에게 기본적인 경제 관념과 지식을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제수업을 한다니 과연 ‘내용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수준이 꽤 높다. 기회비용·소비·노동·경제주체 등 어려운 단어들이 아이들 입에서 술술 나온다. 어른에게도 익숙지 않은 이런 경제용어의 뜻을 알고 말하는 것일까 해서 한 아이에게 기회비용이 무슨 뜻인지를 물었다. “과자 두 개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할 때 다른 하나를 못 먹게 되어서 속상한 마음과 비슷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이날 정부·가계·기업 등 경제 3주체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구씨는 “초등학생들이라 되도록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려고 한다”면서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아이들도 자신들이 생활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구가 올 초부터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마을방과후학교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마을방과후학교는 지역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엄마들을 교사로 양성한 뒤 아이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김수영 구청장의 생각이 오롯이 녹아 있다. 구 관계자는 “목동은 학원 등 사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신정동과 신월동의 경우 학교가 끝나도 아이들을 보살펴 줄 곳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마을방과후 학교를 통해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경력단절여성의 취업 문제에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 5월부터 강사 양성 과정을 운영해 34명의 교사를 배출했다. 구 관계자는 “이번에 배출된 강사들은 일단 구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일정 시점이 되면 마을기업 등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양천 마을방과후학교는 교육과 마을, 일자리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사업으로 구의 특성을 살려 일자리 창출, 일자리를 통한 마을 공동체 회복, 마을을 통한 교육의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광복 자부심 갖는 임시공휴일 되어야

    정부가 올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모양이다. 청와대는 어제 오늘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애드벌룬을 띄웠다. 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살리고 16일까지 주말을 낀 3일 연휴로 내수를 진작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차원이라고 한다. 이런 명분대로라면 반기지 않을 국민이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대체 휴일제가 법제화되지 않은 마당에 근로자 간 휴일 격차가 생길 가능성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취지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싶다. 쉬는 날이 많아지는 걸 마다할 직장인이야 없겠지만, 이번만큼 딱 들어맞는 타이밍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게다. 마침 이번 광복절은 휴일인 토요일이다. 연대기적 의미가 큰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적 사기를 고양할 다양한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라도 대체 공휴일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은 형편이었다. 더군다나 성장 둔화가 ‘뉴노멀’이 되다시피 할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저성장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메르스 사태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유커 등 해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는 바람에 우리 서민 경제는 치명타를 입었다. 광복절 3일 연휴가 내수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배경이다. 임시 공휴일 지정에는 시행령 개정 등 몇 가지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지만 시행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여야 모두 내수 진작 차원에서 찬성 입장이라 정치적 걸림돌도 없어 보인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과 2002년 한·일 월드컵 폐막을 기념하기 위해 일시 공휴일을 지정해 일선 학교와 관공서가 하루 문을 닫은 바 있다. 물론 임시 공휴일 지정을 장밋빛으로만 채색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제에 법정 공휴일이 휴일과 겹칠 경우 대체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입법화하자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직종 간 또는 계층 간 위화감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사안이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공휴일도 유급이어서 휴일 증가는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대체 휴일이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번에 14일을 원포인트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더라도 대체 휴일 법제화 여부는 보다 심도 있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 얼음정수기냉장고 LG디오스, 홈바캉스를 위한 필수품으로 ‘눈길’

    얼음정수기냉장고 LG디오스, 홈바캉스를 위한 필수품으로 ‘눈길’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지만 여행 대신 집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여행 준비의 번거로움과 피서지의 인파를 피해 조용히 휴가를 보내는 이른바 ‘홈바캉스’가 대세인 것. 이번 휴가 시즌, 아무것도 하지않고 더 격렬하게 가정에서 보내고 싶다면 주목할 제품이 있다. 바로 ‘얼음정수기냉장고 LG디오스’ 홈바캉스에는 더위와 갈증을 풀어주는 얼음이 빠질 수 없다. 얼음정수기냉장고 LG디오스는 ‘오토 아이스메이커’ 기능이 있어 각얼음과 얼음조각을 필요할 때마다 바로 바로 제공해준다. 얼음을 냉동실에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정수기에서 만들어주기 때문에 물을 미리 얼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얼음이 많이 필요한 냉면, 콩국수, 팥빙수, 아이스커피 등을 휴가 기간 동안 언제든 준비할 수 있다. 100~500mL/1L/1.5 L 용량별 정량 급수 기능도 홈바캉스에 유용하다. 여름철 특식은 물과 얼음이 넉넉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물의 용량이 맛과 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냉면, 콩국수, 김치말이국수 등 여름철 별미를 집에서 요리할 때 얼음정수기냉장고 LG디오스를 사용하면 원하는 물 용량에 맞춰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 정수기 하단에는 슬라이딩 테이블이 탑재돼 냄비나 물통, 대접에 편리하게 물을 담을 수 있다. 특히 얼음정수기냉장고 LG디오스는 LG만의 탁월한 정수 시스템을 갖춰 집안에서 물과 얼음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3단계 안심정수필터를 탑재해 잔류 염소와 미세입자, 중금속 등을 완벽하게 제거해 깨끗한 물을 제공한다. 물을 담아두는 저수조 역시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물때와 세균 번식의 우려를 덜었다. 냉장고의 매직스페이스는 기존 홈바보다 공간이 3배나 넓어 홈바캉스를 즐기는 내내 간식, 음료수, 반찬 등을 한 가득 보관할 수 있다. 한 손가락으로 힘들이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 수 있는 이지 오픈 버튼은 아이들도 손쉽게 냉장고를 이용할 수 있어 그야말로 온 가족이 편히 쓸 수 있다. 또한, 자주 찾는 냉장실을 위에 배치한 상냉장 하냉장 구조는 몸 하나 까딱하기 귀찮은 홈바캉스족이 적극 활용할만한 포인트. 얼음정수기냉장고 LG 디오스는 집안에서 쉬는 동안 냉장고를 자주 들락거리게 돼 전기세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걱정도 덜어준다. 냉장고와 얼음 정수기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얼음정수기와 냉장고를 따로 사용했을 경우와 비교해 월간소비전력량을 30% 절약할 수 있으며, 매직스페이스 사용 시 냉장실 도어 전체를 여는 것보다 냉기 손실을 50%나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집에서 깨끗한 물과 얼음, 아이스 푸드 등을 준비해 더위를 피하는 것이 진정한 홈바캉스”라며 “휴가비를 절약해 얼음정수기냉장고와 같은 쿨가전을 구비하여 여름을 시원하게 나려는 홈바캉스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 농업, 물 논의가 필요하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 농업, 물 논의가 필요하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4년 연속 가뭄에 미국이 벌이는 물과의 전쟁이 처절하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4월 물 사용 25% 감축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공포했다.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물 사용 감축 강제 명령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 명령에 따라 캘리포니아 수자원관리위원회는 지금까지 물 절약 실적에 근거해 지역별로 9가지 등급을 부여한 후 2013년 물 사용량 기준 최대 36%부터 최저 4%까지 감축을 요구하고 6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벌금이 따르는 강제 명령이다. 거기에 지난 6월 12일 예외 대상이었던 ‘시니어’ 물 권리자 100여명에게도 강과 지류의 물줄기 바꿈을 통한 물 공급 중지를 명했다. 캘리포니아에는 ‘시니어’와 ‘주니어’ 물 권리자가 있다. 주정부가 공식적으로 물 소유권 제도를 도입한 1914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 수자원 개발에 따른 권리 보유자를 시니어, 그 이후 권리 보유자를 주니어로 구분한다. 시니어 권리자 대부분은 물을 직접 사용하는 농민이거나 농민들에게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관개 조직이다. 1세기 전 법적 제도 이전에 확보한 권리마저 제한하는 것에 비판이 호되지만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 주정부의 이런 조치에 농민 일부가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월 10일 캘리포니아 상급 법원은 일단 농민 손을 들었다. 법원은 물 권리를 재산권으로 보고, 주정부가 재산권을 제약하면서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아 중대한 절차상 하자를 범했다고 판단해 집행정지 가처분 판정을 내렸다. 물론 주정부의 대항도 계속된다. 4년 연속되는 이 가뭄을 두고 미네소타대와 매사추세츠 우즈 홀 해양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1200년 만의 최악 가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캘리포니아 일부 단체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약 25만㏊에 이르는 농경지의 폐농을 전망하고 있다. 심각한 물 문제 앞에 당국과 농민은 분열되고 농업은 타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농업에 대한 새로운 역할과 구조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금 겪는 고통은 논의를 통해 농업의 새로운 역할 정립과 구조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달 농업정책 조사차 방문한 남미의 칠레 역시 물 문제가 농정 중심이었다. 남북 4300㎞의 긴 나라, 기후대가 다양하고 농업 자원이 풍부한 세계적 농업 강국이다. 한국과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로서 농식품 수출 경쟁력은 잘 알고 있다. 농가 수입 가운데 정부 정책 기여율을 보여 주는 ‘생산자보조추정치’가 3%에 불과하다. 농가 수입 100 가운데 3 정도가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는 의미다. 한국 5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9%에서 알 수 있듯이 농업 부문에 정부 개입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이렇게 경쟁력이 높은 칠레도 물 부족이 심각하다. 특히 과수·원예 작물 주산지인 중부 지역은 잦은 가뭄으로 물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 예산 지출의 대부분은 소농 생계활동 지원에 집중된다. 나머지 예산은 수자원 개발과 효율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관개시설 투자에 집중되는데 전체 예산의 22%를 차지한다. 물의 최종 소비 단계에서는 철저하게 시장원리를 적용한다. 지역별 경작 형태별 표준 물 사용량에 근거해 농가별로 물을 할당한다. 할당량 사용의 과부족은 물 시장을 통해 농가 간 거래를 허용한다. 농민들은 물 문제 해결 없이는 농업 경쟁력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부의 경쟁적 물 사용 정책에 적극적으로 따른다. 한국도 오랜 가뭄으로 많은 저수지가 바닥을 보였다. 마른장마에 태풍도 고맙게 여기며 기다려야 할 지경이다. 수년째 반복되지만 물 문제는 농업에서 벗어나 있다. 한 예로 명백한 국제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쌀 통상 문제가 불확실성이 더해 가는 물 문제를 압도하고 있다. 전문가와 협상가의 역할이 커야 할 쌀 통상 문제가 일반 농업계를 휘두르고 있는 것을 보면 우선순위가 바뀐 것 같다. 한국 농업의 궁극적 목적과 비전 정립을 위한,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적 농업용수 활용 체계 구축을 위한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물 절약과 효율적 활용을 강조하는 미국의 규제적 접근과 물의 희소가치 인정을 강조하는 칠레의 시장 경쟁적 접근을 모두 참고해 늦지 않게 한국식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가 분명한데 논의가 없는 것은 큰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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