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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포커스] 자율주행차 사고·의료 로봇 오진 땐 누구 책임?

    [이슈 포커스] 자율주행차 사고·의료 로봇 오진 땐 누구 책임?

    지난해 3월 이세돌의 4차 대국은 인공지능(AI)인 ‘알파고’에게 거둔 인간의 마지막 승리였다. 그후 알파고는 세계 1위 커제를 연이어 물리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런 알파고의 연승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0월 개발된 신형 ‘알파고 제로’는 72시간 만에 알파고를 물리쳤다.의료부터 산업까지 AI의 빠른 발전에 거는 기대감은 높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술의 속도에 비해 일상과 사회 변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도, 고민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거나 로봇이 진단한 병명이 틀리면 운전사나 의사의 책임일까, 차량이나 로봇을 제작한 기업의 책임일까. 성균관대 ‘SSK위험커뮤니케이션연구단’이 지난 4월 진행한 인식조사(1000명) 결과, 시민들은 AI가 초래할 위험도를 38.4점(0점=매우 위험, 100점=매우 안전)으로 판단했다. AI를 위협적인 요소로 본 것이다. 또 대처가 필요한 부분을 묻자 ‘인공지능 오류로 인한 인간공격·교통사고’(48.6%)가, 2위인 ‘인간의 일자리 대체’(33.7%)보다 월등히 많았다. 유명인사들도 잇따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안전한 AI를 만들 확률이 단 5~10%뿐”이라고 예측했다.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의 강연에서 “AI가 인류 문명사를 종결지을 수 있고 이런 위험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 미래의 문제라거나 기우라는 반박도 있지만 이미 여러 곳에서 위험 요소들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우회전을 하던 구글 자율주행차가 배수로를 보호하는 모래주머니를 피하려다 뒤따라오던 버스와 충돌했고, 3개월 후에는 시속 110㎞로 자율주행하던 테슬라가 하늘과 흰색 트레일러를 구분하지 못하고 트레일러와 충돌해 탑승자가 사망했다. 구글은 전적으로 책임을 인정했지만, 테슬라 사고에 대해 미 도로교통안전국은 운전자 실수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자율주행차를 원인으로 발표하는 등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보고서 ‘인공지능 혁신 토대 마련을 위한 책임법제 진단 및 정책 제언’에 따르면 최근 선진국들은 탑승자보다 제조업체에 사고 책임을 묻고 있다. 미국은 시스템 결함에 의한 사고는 자동차 제조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영국은 탑승자들이 수동과 자율주행 모두 보상하는 차 보험에 가입하돌록 할 계획이다. 국내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삼성화재와 현대화재도 자율주행차용 보험을 선보였다”며 “하지만 교통사고 인명피해에 대한 형사 책임은 AI에게 지울 수 없으니 제조업자, 운행자, 차량 보유자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쇼핑 주문 오류의 책임 소재도 논란거리다. 올해 1월 “알렉사 나에게 인형의 집을 선물해줘”라는 뉴스의 클로징 멘트를 사용자의 명령으로 인식한 많은 AI스피커(아마존 에코)가 실제 주문을 넣었다. 이 사안에 대해 아마존은 취소·환불 조치했지만 향후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대응할 경우, AI의 오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AI 스피커가 음성 검색 지배력을 이용해 자사 서비스에 혜택을 줄 경우 불공정거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 감사제도 등의 대안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AI 의료기기가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의사는 증상, 치료법, 예상 위험 등을 환자에게 최대한 설명해야 하는데, AI 알고리즘이나 동작 실패 등은 애초부터 설명하기가 어렵다. 또 의료 책임을 피하기 위해 AI 진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 우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왓슨 포 온콜로지’(암 진단용) 같은 AI가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환자에게 서비스 개념으로 운영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AI 의료기기가 확산되면 책임 소재 공방은 불가피하다. 이외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쇼핑몰에서 경비 로봇이 생후 16개월 된 아이를 공격해 찰과상을 입힌 사례처럼 오류에 의한 공격에 대해 로봇, 제조업체, 사용자 등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KISTEP 부연구위원은 “AI 기술 적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사고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책임법제’를 설계하기 위해 우리도 범국가적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13만명 제천에 사다리차 단 1대… 소방서 없는 지자체도 32곳

    13만명 제천에 사다리차 단 1대… 소방서 없는 지자체도 32곳

    11층 건물 20동 있어야 1대 배치 있어도 고장 잦아 진화 작업 차질 인구 3만 단양군, 물탱크차 1대뿐 “장비보단 경로당 짓는 게 선거 유리”단체장들 안전 예산 확보 소극적 ‘인구 13만 6000여명 도시에 고가사다리차는 고작 1대뿐, 이마저 고장이 잦았다.’지난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또다시 자치단체가 보유한 소방 장비의 열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4일 충북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제천소방서가 보유한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는 각각 1대뿐이다. 고가사다리차는 40m, 굴절차는 25m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고층건물 화재 진압의 핵심 장비들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구가 제천의 두배에 가깝고 고층아파트도 더 많은 충주소방서 역시 고가사다리차는 1대, 굴절차는 2대만 있다. 청주시는 인구가 85만명에 이르지만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가 각각 2대뿐이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이런 장비가 더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지자체들이 소방 장비를 사는 데 느슨한 기준에 맞춰 생색만 내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11층 이상 아파트가 20동 이상 있거나 11층 이상 건물이 20개 넘게 있는 경우에 고가사다리차를 1대 이상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제천소방서는 화재 진압요원 30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대형화재 발생 시 쉬는 직원까지 불러 출동해야 해 초동 대처가 늦어지는 일이 적잖다. 구조요원도 12명밖에 안 돼 4명씩 3교대 한다. 이번 화재 때도 근무 구조요원 4명이 고드름 제거 작업을 하러 갔다가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왔지만 최초 신고 20분이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군 지역 사정은 더 열악하다. 인구가 3만여명인 단양소방서는 화재진압차 8대, 물탱크차 1대만 운용한다. 인력도 부족해 4명이 타는 펌프차에 2명만 올라 출동하기 일쑤고 소방차를 다 못 끌고 가 마당에 방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소방서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32곳이다. 전남 8, 강원 2, 전북 5, 경북 6곳 등 농어촌이 많지만 대도시도 서울 1, 부산 5, 대구 1, 인천 2, 대전 1, 울산 1곳에 이른다. 인원이 열악하다 보니 관리 부실로 작동 불량일 때도 잦다. 이번 화재 때 고가사다리차 밸브에서 물이 새 진화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런 현상은 단체장의 의지만 있어도 해결할 수 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단체장 입장에서는 소방장비 구입보다 경로당 하나 더 짓는 게 선거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며 “이 때문에 단체장들이 지방비로 소방예산을 확보하는 것에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충식 소방청 대변인은 “단체장이 밀어붙이면 얼마든지 장비 확충과 인력 충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만성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장비가 있어도 낡은 게 많다”며 “인력 충원과 장비 현대화를 위한 예산 확보를 더 미루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동상이몽2’ 강경준, 장신영 아들마저 품은 사랑 “나랑 닮았다” 주장

    ‘동상이몽2’ 강경준, 장신영 아들마저 품은 사랑 “나랑 닮았다” 주장

    ‘동상이몽2’에서 강경준이 취중진담을 하며 장신영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18일 방송한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강경준은 장신영의 고모 집을 방문했다. 강경준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살살 새벽까지 마시자”라고 말한 고모부의 말에 강경준은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고모는 장신영에게 “아이를 네 명 낳으려면 복분자를 마셔야 한다”라고 한술 더 떴다. 어른이 주는 술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강경준은 연신 원샷을 했고 금세 얼굴이 새빨개졌다. 인터뷰에서 강경준은 “술을 진짜 잘 드신다. 양도 엄청나다. 지금 너무 힘들다”라고 했다. 장신영은 고모네 집안 식구들이 다 술을 잘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보다 고모를 먼저 찾은 이유에 장신영은 “어린 시절 고모가 저를 키우다시피 했다. 두 번째 엄마다”라고 고모와 돈독한 사이를 소개했다. 고모는 강경준에게 “신영이가 어려운 일을 겪다 보니까 오빠가 걱정이 크다”라고 했고 “직접 보니까 걱정은 안 할 것 같다”라고 말을 건넸다. 남자들만 남은 자리에서 고모부는 강경준에게 장신영이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물었다. 강경준은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다른 게 보이지 않았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중요한건 좋으니까 괜찮다는 거다”라고 했다. 장신영의 아들을 봤냐는 말에는 “사람들이 저랑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아이가 착하고 잘 따라와 줬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고모부는 “사춘기도 오고, 경준이가 많이 보듬어 줘야 할 거야”라고 조언했다. 강경준은 “신영이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이 정도 하면 되겠지 생각했지만 부족함을 느꼈다. 조금 더 좋은 남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장강커플의 고모부부가 따라준 복분자 주를 러브샷하며 훈훈한 저녁 식사 자리를 마쳤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하정우 “우산·짚신장수 아들 둔 엄마 마음”

    하정우 “우산·짚신장수 아들 둔 엄마 마음”

    “우산 장수,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엄마 심정을 이제야 알겠네요. 두 작품 모두 쑥스럽지 않게 어느 정도는 잘됐으면 합니다.”최근 몇 년 사이 최고의 티켓 파워를 뽐내고 있는 하정우가 올겨울 극장가에서 판타지와 격동의 현대사를 오간다. 20일 개봉하는 ‘신과 함께: 죄와 벌’(감독 김용화)에서 망자를 인도해 재판을 받게 하는 저승차사 강림으로, 27일 개봉하는 ‘1987’(감독 장준환)에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찾는 데 첫 단추를 끼우는 최검사로 나온다. 극장에서 단 한 편만 볼 수 있다고 가정하면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했더니 대뜸 ‘강철비’라고 답하며 웃는다. “‘신과 함께’랑 ‘1987’은 (시사회에서) 봤는데 ‘강철비’는 아직 못 봤거든요.”‘신과 함께’는 ‘국가대표’(2009)를 함께했던 과 선배 김용화 감독과의 인연으로 일찌감치 출연을 확정한 작품이다. ‘미스터 고’(2013)의 흥행 참패를 위로할 요량으로 찾아가 차기작에서 어떤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얼마 뒤 ‘신과 함께’가 주어졌다. 시사회 반응은 좋은데 원작 파괴에 대한 볼멘소리와 함께 전반적인 분위기가 신파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야기가 갖고 있는 드라마가 우리 정서에 맞아떨어져서 좋았어요. 감독님이 왜 선택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국가대표’처럼 감정이 풍부하고 좋은 의미의 신파가 있는 작품이었죠. 작품을 고를 때 감독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잘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등 작품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도 살펴요. 어려서 태권도 선수도 했고, 대학 때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어를 팔아보기도 하고 감독님이 자라온 환경 자체가 신파예요.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아요. 얼굴도 신파잖아요(웃음).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는 주인공들의 여정이 감독님의 이야기와 겹쳐졌지요.”블루스크린 앞에서의 연기가 대부분이었지만 결과물을 걱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관객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앞서 ‘미스터 고’가 있었기 때문에 CG에 대한 믿음은 컸어요. 최근 ‘부산행’, ‘곡성’을 보며 이제 우리도 이런 장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구나 해요. ‘신과 함께’가 한국형 판타지물로서 좋은 시작점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그가 연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작품을 연출했고, 세 편을 제작했다. 제작사도 세웠다. 그림도 그린다. 다재다능이라는 수식어도 부족할 것 같은데 그런 시선은 오해라고 하정우는 선을 그었다. “모두 재능이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남들과 똑같이 오디션을 보며 배우에 도전했고, 엄청난 운과 조력이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마음의 공허함과 내일의 불확실함을 잊기 위해 시작한 게 그림이고, 영화를 좀더 공부해 더 나은 배우가 되려고 시작한 게 감독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쭙잖게 힘이 생겼는데, 그 힘을 감독, 배우, 스태프들에게 고루 나눠 주는 제작자도 되고 싶었어요. 저는 축적의 힘을 믿고 관심이 있는 것을 실천하려고 조금 더 노력했을 뿐이에요.” 배우로서 미래를 물었더니 하정우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런 삶에서 오는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얼굴이 미학적으로 부족하지만 매력적인 배우가 있고 만듦새는 이상해도 엄청나게 사랑받는 작품들도 있잖아요. 예술하는 사람들은 삶을 잘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마취하면 머리 나빠진다? 오해와 진실

    [메디컬 인사이드] 마취하면 머리 나빠진다? 오해와 진실

    전신마취제 폐·간 등 통해 배출 전신마취로 못 깨어나는 일 없고 산소 등 원인으로 뇌 기능 손상 마취는 마취제를 투여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게 하거나 특정 부위의 감각을 없애는 의료행위입니다. 1846년 미국의 치과의사 모튼이 최초로 에테르 가스를 이용해 치아를 뽑는 무통 수술에 성공하면서 확산됐습니다. 이제 현대 의학에서 마취 없이 시행하는 수술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300여곳을 분석한 결과 마취 시행 환자 172만 5000명, 진료비 6조 4000억원에 달했습니다.하지만 마취가 크게 늘어도 거부감은 여전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이에 대해 마취통증의학 권위자인 신양식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그야말로 오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교수는 “흡입마취제는 폐를 통해 뇌까지 전달된 뒤 다시 폐를 통해 거의 100% 배출된다”면서 “정맥마취제도 시간에 따라 차이가 일부 있지만 심장을 지나 뇌에 갔다가 간이나 신장에서 대부분 배출되는 것은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형태의 전신마취제도 전문가가 사용하면 일정 시간 뇌기능을 억제한 뒤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입니다. ●사용 뒤 배출돼 뇌기능에 영향 안 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인 김동원 한양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의 설명도 같습니다. 김 교수는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정맥마취제, 근이완제, 흡입마취제는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금방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대사된다”며 “수술 뒤 하루나 이틀 정도는 약효가 미미하게 남아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이 감퇴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에 사용했던 에테르는 깨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고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마취제 가운데 해로운 약제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환자는 수술 기억이 생기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합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수술받는 동안은 인위적으로 약제를 사용해 기억을 못 하게 유도한다”며 “환자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신마취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신 교수는 “수술 뒤 의식이 회복되지 않는 것은 마취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뇌세포가 기능을 잃은 것”이라며 “산소 부족 시간이 많았거나 혈중 산도나 전해질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뇌의 생리적 기능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상실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부에서 폐에 산소가 적게 보내질 때나 폐 자체 부종으로 혈액으로 산소 전달을 못 하는 경우, 심장기능이 떨어져 뇌혈류가 줄어든 경우 등입니다.간혹 전신마취 중에 의료진이 환자의 의식을 깨울 때가 있습니다. 신 교수는 “심각한 환자 상태를 회복시킬 목적으로 마취 수준을 낮추거나 수술 중 특정 기능을 검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잠시 깨우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감시장치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기 때문에 수술 중 우발적으로 마취에서 깨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수술 전 금식하는 것은 마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과정에 위 내용물이 역류해 기도를 막을수 있어서입니다. 신 교수는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성인은 8시간 내외이고 소아는 연령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며 “생후 6개월 미만은 4시간 정도만 금식해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맑은 물은 반 컵가량 소량이면 수술 2~4시간 전까지 섭취해도 됩니다. 신생아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울고 보챈다고 모유를 먹이면 치명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신 교수는 “위에 모유가 들어가면 위산 분비가 많아진다”며 “전신마취를 유도할 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구토해 폐로 들어가면 폐부종이 생겨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위 내용물은 산성도가 높아 폐에 화학적 화상을 입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경고했습니다. ●보챈다고 수술 전 모유 먹이는 것은 금물 임신 첫 3개월은 전신마취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 교수는 “태아의 세포 분화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로 마취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기형아 발생 위험이 보고됐다”면서 “임신 중기 이후에는 이미 분화가 다 이뤄지고 발육하는 시기여서 기형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하기 전 환자는 평소 먹는 약물을 주치의나 마취의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약제는 마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약물이나 식품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김 교수는 “노인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잘 조절한 뒤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항응고제 와파린은 수술 4일 전에, 플라빅스는 1주일 전에 복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금연도 필수입니다. 흡연은 폐기능과 마취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급적 수술 1주일 전에 금연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통제는 통증을 없애는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 최소한의 용량만 사용하고 투여 횟수도 줄여야 합니다. 신 교수는 “전신에 작용하는 진통제는 대부분 뇌의 통증 감각을 억제하는데, 단순히 통증 감각 부위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기능도 함께 억제하기 쉽다”며 “전형적인 예로 마약성 진통제는 호흡을 같이 억제하고 혈압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저체온증 의심 땐 몸 따뜻하게 해야…동상 걸리면 비비지 말고 병원 이송

    저체온증 의심 땐 몸 따뜻하게 해야…동상 걸리면 비비지 말고 병원 이송

    전국적으로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에 복사냉각까지 더해져 지난 15일 한강에서 올겨울 첫 결빙이 관측됐다. 지난겨울보다 42일 이른 수준이며 71년 만에 가장 일찍 한강이 얼었다. 그만큼 이번 겨울이 춥다. 18일 최성혁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센터장에게 혹한기 저체온증과 동상 대처법에 대해 들었다.Q. 저체온증이란 무엇인가. A. 저체온증은 몸의 중심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땀에 젖은 옷이나 신발을 착용하고 차가운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을 쉽게 빼앗겨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저체온증의 주요 증상은 온몸의 심한 떨림이며 체온이 32도 미만으로 내려가면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져 의식을 잃을 위험이 있다. 30도 이하로 내려가도 심장에 무리가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 Q. 응급 상황에 대처하려면. A. 저체온증이 의심된다면 지체 없이 젖은 옷을 제거하고 체온 손실을 막아야 한다. 마른 담요나 침낭, 핫팩 등으로 환자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병원으로 이송해 정상 체온이 될 때까지 경과를 관찰한다. Q. 동창과 동상은 어떻게 다른가. A. 동창은 추운 날씨에 노출된 얼굴, 손, 발이 붉게 변하고 붓는 질병이다. 혈관 속에 염증은 생겼지만 얼음은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동상보다는 가벼운 증상이다. 심하면 물집이나 궤양이 생기기도 하지만 약물 치료를 하고 동창 부위를 따뜻하게 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반면 동상은 피부의 온도가 10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혈류 흐름이 사라져 조직 손상이 일어난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피부 온도가 10도가 되면 정상적인 혈류의 흐름이 없어지고 0도가 되면 혈관 속에 얼음 결정이 형성돼 손상을 일으킨다. 동상 역시 동창과 비슷하게 귀와 코, 뺨, 손, 발처럼 추위에 쉽게 노출되는 부위에 잘 생긴다. Q. 동상 증상은. A. 동상에 걸리면 모세혈관이 수축해 피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피부가 검붉은 색으로 변하고 부어오른다. 심해지면 언 부위의 피부가 창백해지고 감각이 없어지기도 한다. 추위에 노출돼 있을 때는 증상이 없지만 따뜻하게 해주면 언 부위가 녹으면서 통증과 붉은 반점, 종창(신체 일부가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를 하지 않고 계속 추위에 노출되면 근육, 혈관, 신경까지 동상이 침투한다. 동상이 의심되면 젖어 있거나 꽉 조이는 옷을 제거하고 상처 부위를 높게 해 부종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Q. 동상 위험 요인은. A. 손상 정도는 온도 외에도 노출 시간 및 바람의 강도와 관계가 많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대기가 찬 곳에서 장시간 시간을 보내면 자연적으로 피부 온도가 떨어져 동상에 걸리기 쉽다. 당뇨와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을 앓는 환자는 이미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인 만큼 동상에 걸리지 않게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부동자세나 꽉 끼는 옷, 만성 피로, 영양 부족, 흡연, 음주는 모두 한랭 질환 유발인자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Q. 주의할 점은. A. 동상 부위 온도를 높여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 가운데 하나이지만 갑자기 불을 쬐고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동상 부위를 비벼서 녹이는 행동은 더 큰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마른 수건으로 동상부위를 감싸 외부 충격을 줄인 뒤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인천 대이작도에 지하댐, 섬에는 처음

    만성적인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인천시 옹진군 대이작도에 지하댐이 건설된다. 섬에 지하댐이 건설되는 것은 대이작도가 처음이다. 18일 인천시에 따르면 대이작도 지하댐 건설이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내년 착공, 2019년 완공된다. 지하댐은 지하수가 흐르는 대수층(帶水層)에 인공 물막이벽을 설치해 물을 가둔 다음 집수정(集水井)을 통해 뽑아올리는 시설이다. 현재 강원도 속초 쌍천지하댐을 비롯해 전국에 농업용수용 5곳, 생활용수용 1곳 등 6곳이 건설돼 운영 중이다. 국비 20억원을 들여 짓는 대이작도 지하댐은 깊이 13m, 길이 60m, 1일 취수용량 180t 규모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하댐이 설치되면 물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이 국내 다른 섬 지역의 가뭄 극복에도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우산 장수, 짚신 장수 아들 둔 엄마 심정” 하정우

    “우산 장수, 짚신 장수 아들 둔 엄마 심정” 하정우

    배우로, 감독으로, 제작자로, 화가로 활동···“다재다능은 결코 아니야” “우산 장수,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엄마 심정을 이제야 알겠네요. 두 작품 모두 쑥쓰럽지 않게 어느 정도는 잘 됐으면 합니다.”최근 몇 년 사이 최고의 티켓 파워를 뽐내고 있는 하정우가 올 겨울 극장가에서 판타지와 격동의 현대사를 오간다. 20일 개봉하는 ‘신과 함께: 죄와 벌’(감독 김용화)에서 망자를 인도해 재판을 받게 하는 저승차사 강림으로, 27일 개봉하는 ‘1987’(감독 장준환)에서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진실을 찾는 데 첫 단추를 꿰는 최검사로 나온다. 단 한 편만 볼 수 있다고 가정하면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했더니 대뜸 ‘강철비’라고 답하며 웃는다. “‘신과 함께’랑 ‘1987’은 (시사회에서) 봤는 데 ‘강철비’는 아직 못봤거든요.” ‘신과 함께’는 ‘국가대표’(2009)를 함께 했던 과 선배 김용화 감독과의 인연으로 일찌감치 출연을 확정한 작품이다. ‘미스터 고’(2013)의 흥행 참패를 위로할 요량으로 찾아가 차기작에서 어떤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던졌더니 얼마 뒤 ‘신과 함께’가 주어졌다. 시사회 반응은 좋은 데 원작 파괴에 대한 볼멘소리와 함께 전반적인 분위기가 신파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이야기가 갖고 있는 드라마가 우리 정서에 맞아 떨어져서 좋았어요. 감독님이 왜 선택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국가대표’처럼 감정이 풍부하고 좋은 의미의 신파가 있는 작품이었죠. 전 작품을 고를 때 감독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인 지, 아니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인지 등 작품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도 살펴요. 감독님은 어려서 태권도 선수도 했고, 대학 때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어를 팔아보기도 하고 자라온 환경 자체가 신파에요. 그래서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아요. 얼굴도 신파 잖아요.(웃음).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는 주인공들의 여정이 감독의 이야기로 여겨졌지요.” 자홍(차태현), 수홍(김동욱)이 영화의 감정선과 드라마 요소를 모두 가져가 연기자로서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은 데 하정우를 고개를 가로 저었다. “1부만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찍어 놓은 2부에는 강림 등 저승삼차사의 과거와 감정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느와르에 나올법한 얼굴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연기를 하니 처음엔 생뚱 맞지 않나 싶었어요. ‘아이언맨’을 정색하고 찍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선배를 떠올리며 영화의 톤앤매너에 집중하려 노력했지요” 블루 스크린 앞에서의 연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컴퓨터그래픽(CG) 등의 결과물을 걱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관객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앞서 ‘미스터 고’가 있었기 때문에 ‘신과 함께’도 나올 수 있었다고 봐요. 최근 ‘부산행’, ‘곡성’을 보며 이제 우리도 이런 장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구나 해요. ‘신과 함께’가 한국형 판타지물로서 좋은 시작점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배우로서 어떤 고충이 있을까 하는 데 그는 거절이라고 했다. “가까운 감독님들, 그 중에서도 상황이 안 좋은 분들이 감정 호소를 해올 때 선택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해보려고 하기는 해요. 제작자로서 5년을 준비하다 잠정 중단한 ‘앙드레 김’ 프로젝트가 있어요. 저도 속상했지만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어요. 희망 고문을 해온 것은 아닌지 싶어서요. 시대극이라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아닌데, 상업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부활시켜야죠.”최근 10년 사이 그가 연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작품을 연출했고, 세 편을 제작했다. 제작사도 세웠다. 그림도 그린다. 다재다능이라는 수식어도 부족할 것 같은 데 그런 시선은 오해라고 하정우는 선을 그었다. “재능이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남들과 똑같이 오디션을 보며 배우에 도전했고, 엄청난 운과 조력자가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마음의 공허함과 내일의 불확실함을 잊기 위해 시작한 게 그림이고, 영화를 좀 더 공부해 더 나은 배우가 되려고 시작한 게 감독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줍지 않게 생긴 힘을 감독, 배우, 스태프들에게 고루 나눠주는 제작자가 되고 싶었어요. 저는 축적의 힘을 믿고 관심이 있는 것을 실천 하려고 조금 더 노력했을 뿐이에요.” 그는 좀체 쉼 없이 작품 촬영을 이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과 함께’에 이어 ‘1987’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더 테러 라이브’를 함께한 김병우 감독과 ‘PMC’를 촬영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동력인 것 같아요. 다른 일정들이 겹치면 몰라도 영화 촬영 자체에는 피로를 느끼지 않아요. 제 직업이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재미 있고, 그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쉬지 않고 작업하지 않나 싶습니다.” 배우로서 미래를 물었더니 하정우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얼굴이 미학적으로 부족하지만 매력적인 배우도 있고 만듦새는 이상해도 엄청나게 사랑 받는 작품들도 있는 것처럼 그런 기운들이 있잖아요. 예술하는 사람들은 삶을 잘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살 가망 없는 태아 낳으려는 산모…눈물겨운 결정

    살 가망 없는 태아 낳으려는 산모…눈물겨운 결정

    태아가 세상에 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질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아이를 출산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은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메트로 등 영국 현지 언론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세 아이의 엄마인 헤일리 마틴(30)은 넷째 아이를 임신한 지 20주가 지났을 무렵, 태아가 희귀한 유전질환에 걸려 출산 후에도 살기 힘들다는 의료진의 진단을 들었다. 의료진은 유전적 결함으로 태아에게 신장이 없는 ‘양쪽 신장무발생증’인데다, 양수의 양이 부족해 폐가 기형인 상태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출산 후에도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산모와 가족은 수술을 통해 태아를 산모의 몸 밖으로 꺼낸 뒤 장례식을 치르지만, 마틴 부부의 선택은 달랐다. 부부는 태아가 최대한 오랫동안 뱃속에서 머물게 한 뒤, 제왕절개를 통해 세상에 나온 아기의 장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하기로 한 것. 헤일리 마틴은 “뱃속 아이에게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아이가 이미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면서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물론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부부는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길거리에서 출산을 앞둔 임신부를 볼 때마다, 넷째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는 미래를 슬퍼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부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 노력했고, 결국 태아의 건강한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임신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의료진은 아이가 태어나면 심장과 간세포, 췌장 등을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틴은 “아이가 뱃속에 있는 동안 만큼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 아이는 세상에 나온 뒤 누군가의 몸 안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틴의 출산 예정일은 내년 1월 25일이지만, 다음 주 앞당겨 제왕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의료진은 수술 직후 아이가 숨지지 않는다면, 단 몇 분 만이라도 마틴 부부가 아이를 안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라이프 톡톡] 축사·풀숲 헤치고 팔뚝 헌혈도 불사… 모기 1000만 마리 잡은 ‘모기 박사’

    [라이프 톡톡] 축사·풀숲 헤치고 팔뚝 헌혈도 불사… 모기 1000만 마리 잡은 ‘모기 박사’

    이욱교(48) 질병관리본부 매개체분석과 보건연구관은 1994년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시작해 23년을 모기와 파리, 진드기 등 질병을 옮기는 동물을 연구한 베테랑이다. 보건연구사에서 보건연구관으로 직책이 바뀌는 동안 1년에 길게는 100일 이상 외근을 하고 곤충이 많은 오지만 찾아다니는 전형적인 ‘음지 공무원’이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모기 찾아 음지로… “도둑·간첩 오해받기도” 이 연구관은 17일 “모기나 파리가 많은 축사, 풀숲을 헤메고 다니다 보니 옷에 질병관리본부 표시가 없었던 시절에는 도둑이나 간첩으로 오인받기도 했다”면서도 “크게 주목받는 분야는 아니지만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매개체분석과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기 사랑’은 남다르다. 야외에서 모기를 잡아오면 적응하지 못하고 활동력이 떨어지는데 이때 직원들이 꺼내는 카드는 ‘헌혈’(?)이다. 흡혈을 해야 기력과 번식력을 회복한다는 점을 감안해 모기에게 과감히 자신의 팔뚝을 내민다. 위아래 없이 연구에 열정이 있는 직원이라면 대부분 참여하는 일이다. 이 연구관은 “채집한 모기는 야생 본능이 살아 있기 때문에 작은 생쥐와 같은 실험동물을 넣어주면 흡혈을 꺼린다”며 “어느 정도 적응할 때까지 직원들이 돌봐야 하는데 인위적인 흡혈도 업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수십년간 일부러 모기에 물릴 정도로 연구에 각별한 정성을 보인 이 연구관은 ‘모기 박사’로 불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잡은 모기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1년에 적게 잡아도 50만 마리 이상은 잡는다고 보면 1000만 마리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 연구관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 “깨끗하게 씻어 땀냄새를 제거해야 하고 향수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건강을 생각한다면 화학제품인 살충제 대신 모기장을 권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 “모기 안 물리려면… 땀 냄새 제거·향수 금지” 모기가 많은 지역은 산속이나 하천 주변 풀숲, 축사 등으로 오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1주일 이동거리가 수백㎞에 이른다. 수풀을 헤매다 생기는 작은 상처는 일일이 돌볼 겨를이 없을 정도다. 집으로 오면 녹초가 돼 가족 원성이 잦을 법한데 가족 모두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한다.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 2015년부터 중남미 지역 중심으로 퍼진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지난해 국내에서도 발견됐을 때다. 혹시 해외에서 유입된 지카바이러스가 국내 모기를 통해 확산하지나 않을까 환자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며 다녔지만 다행히 국내 토착 사례는 없었다. # 지카바이러스 아찔… “전문인력 육성했으면” 최근에는 야생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진드기 개체수가 늘고 SFTS로 인한 사망자도 덩달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관은 “SFTS를 옮기는 참진드기는 전국에 고르게 분포해 살충제만으로는 퇴치하기가 어렵다”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야생진드기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부심이 강한 그이지만 아쉬움이 아주 없진 않다. 대학에 질병 매개 동물을 연구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인력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연구관은 “권역별 거점센터에서 학교와 연계사업을 많이 진행하면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데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전문인력을 육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업무가 많이 알려지면서 응원하는 이들이 늘어 힘을 낸다고 했다. 이 연구관은 “요즘에는 본부 마크를 보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각오를 매일 다진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슈퍼마켓과 도둑 감시원

    [그때의 사회면] 슈퍼마켓과 도둑 감시원

    국내 최초의 슈퍼마켓은 1968년 5월 16일 서울 중구 중림동에 300평 규모로 일부 문을 연 ‘뉴서울 슈퍼마키트’로 알려져 있다. 6월 1일 정식 개장할 때는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찾아와 카트를 직접 끌고 다니며 설탕, 빵, 돗자리 등 2675원어치의 물건을 산 것으로 신문기사는 전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근처 건물에 ‘대한민국 최초의 슈퍼마켓 자리’라는 표지를 붙여 놓고 1973년 11월 1일 영업을 시작했다고 써 놓았는데 오류인 셈이다. 고려슈퍼로 시작했던 이곳은 고려쇼핑으로 바뀌어 2007년까지 영업을 했고 지금은 H마트가 그 자리에 있다.1960~70년대에 슈퍼마켓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질퍽거리는 시장 바닥을 다니며 가격을 많이 깎아 물건을 사도 늘 속는 듯했던 주부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깨끗한 매장, 정찰제 판매를 내세운 슈퍼마켓은 ‘신세계’였다. 하지만 물건을 카트에 담아 카운터에서 일괄 계산하는 판매 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소비자들과 미숙한 운영 때문인지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결국 ‘뉴서울 슈퍼마키트’는 무인 판매대를 없애고 작은 매장으로 나누어 상인들에게 임대하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경향신문 1968년 12월 18일). 물건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포장을 해 주고 바로 계산을 하는 그전의 방식 그대로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곧 슈퍼마켓의 판매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삼풍슈퍼마켓’, ‘새마을 슈퍼체인’ 등이 우후죽순 개장했고 슈퍼마켓은 새로운 형태의 판매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물건을 쌓아 놓고 마음대로 주워 담으면 되는 판매 형태는 감시의 눈이 발달한 지금도 좀도둑들이 설치게 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처음 슈퍼마켓이 출현했을 때 슬쩍 물건을 훔치는 손길이 많았던 것은 당연했다. 여중생부터 가정부, 대학생, 직장인도 있었다. 긴 코트를 입는 겨울에 더 도둑이 많았다. 한 슈퍼마켓에서는 하루에 많을 때는 10건의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1971년 7월 26일 동아일보). 슈퍼마켓에서 도난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도난 전담 감시원이란 이색 직업이 생겼다. 매대 위에는 뒤쪽이 보이는 거울을 설치해 다른 손님의 눈길을 피할 수 없게 했다. 관리사무실에는 ‘도둑통계장부’를 만들어 놓고 좀도둑을 잡으면 ‘악질’이야 경찰에 넘겼지만 보통은 ‘반성문’이나 ‘자인서’를 쓰게 했다. 먹을 것이 부족했을 때이니 소풍 때 가져갈 과자가 없어서 훔치는 일도 있었고 무작정 상경했다가 며칠을 굶은 뒤 먹거리에 손을 댄 시골 청년에게 감시원이 도로 차비를 쥐여 주는 일도 있었다. 이 청년은 고향으로 돌아가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사진은 설탕과 라면 등을 판매하고 있는 ‘뉴서울 슈퍼마키트’의 개장 당시 모습.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익명 자산가 “쓸 수 있는 돈 초과”… 940억 상당 비트코인 기부

    익명 자산가 “쓸 수 있는 돈 초과”… 940억 상당 비트코인 기부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보유한 한 자산가가 8600만 달러(약 940억원)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자선기금으로 내놓았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16일 ‘파인’이란 익명의 비트코인 자산가가 보유 중인 5057비트코인(시가 8600만 달러 상당)으로 ‘파인애플펀드’라는 자선기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이 펀드 창립자는 “비트코인의 초창기 시절 탈중앙화된 화폐의 미래를 보았기에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사서 거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수년에 걸친 비트코인의 예상치 못한 결과는 내가 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출 가능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면 돈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자선재단 설립 이유를 밝혔다. 자선재단을 파인애플펀드로 이름 지은 이유에 대해서는 “파인애플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면서 “파인애플의 나쁜 점은 너무 많이 먹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익명을 유지하느냐는 질문에는 “공표하는 것은 이 펀드의 핵심이 결코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현재 파인애플펀드는 아프리카 등에 의료 지원을 하는 단체와 사하라 사막 이남 물 부족 국가를 지원하는 단체 등에 모두 7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올림픽 선수단 맑은 물 공급…평창 식수 전용댐 오늘 가동

    올림픽 선수단 맑은 물 공급…평창 식수 전용댐 오늘 가동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단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할 평창식수전용댐이 완공됐다.환경부 한국환경공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급수체계구축사업 시설공사(평창식수전용댐 구축사업)를 15일 완료하고 운영에 들어간다고 14일 밝혔다. 저수용량 195만t 규모 식수전용댐과 하루 7000㎥를 처리할 수 있는 정수장이 조성됐으며, 도수관로 3.7㎞와 송수관로 14.85㎞를 설치하는 등 올림픽선수촌과 알펜시아 리조트 일대 상수도시설을 확충했다. 평창식수전용댐은 평창올림픽 기간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 관광객 등 하루 5만여명에게 식수를 공급한다. 친환경 올림픽 기조에 맞춰 콘크리트 등 인공재료를 최대한 배제하고 흙·모래·자갈·암석 등 천연재료를 성토하는 ‘흙댐’(필댐) 형태로 조성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했다. 건설에 쓰인 토사 27만㎥ 중 63%(17만㎥)는 댐 건설을 위한 수몰지역에서 채취했고 점토 등 부족한 성토재는 인근 경작지에서 조달해 산림훼손을 최소화했다. 정수장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도록 고저 차가 큰 대관령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가압방식이 아닌 자연적으로 물이 흐르는 방식(자연유하)을 도입해 취·송수 펌프 없이 원수와 정수를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간 296t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63만 6195㎾의 전력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상처를 어루만진 자리…길, 열리다 맛, 되찾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상처를 어루만진 자리…길, 열리다 맛, 되찾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의 바다는 최악의 오염 사태를 겪습니다. 저 유명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오염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인근 해역이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가득 찼고, 이 탓에 파도가 쳐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들이 끝나지 않을 듯 이어졌습니다. 그로부터 꼬박 10년이 되는 지난 7일 충남 태안을 다녀왔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전할까를 고심하다 복구된 풍경과 태안 갯벌의 먹거리들을 전하는 게 가장 큰일이라 생각됐습니다. 강산도 변할 시간이 흐르는 동안 태안은 예전의 맛과 풍경을 온전히 되찾았을까요.먹거리부터 찾아간다. 태안 구경도 식후경이니까. 제철 별미로는 굴 물회와 간재미 회무침, 물텀뱅이탕, 게국지, 새조개 샤브샤브 정도가 꼽힌다. 우럭젓국, 박속밀국낙지탕 등 ‘스테디셀러’도 잊지 말고 맛봐야 한다.●태안서 즐기는 싱싱한 굴… 물회는 별미 굴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겨울철 식재료다. 기름 유출 사고로 한때 생산량이 뚝 떨어졌지만, 요즘은 사고 이전의 생산량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11월 초부터 3월까지 태안 어디서나 싱싱한 굴을 즐길 수 있다. 생굴로도 먹지만 물회나 회 무침으로도 즐겨 먹는다. 특히 새콤달콤한 물회가 별미다. 다만 어리굴젓에 대해서는 태안 쪽에서 할 이야기가 좀 있는 듯하다. 대개 어리굴젓 하면 이웃한 서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특히 간월도 인근에서 나는 어리굴젓의 명성이 높다. 한데 이는 식재료의 생산지와 집산지가 다른 것에서 생기는 오해라는 것이 태안 쪽 주장이다. 태안은 지역 전체가 바다와 접했다. 리아스식 해안을 직선으로 잡아 늘이면 500㎞를 훌쩍 넘긴다. 당연히 굴을 포함한 여러 갯것들의 생산량도 서산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 예전엔 태안이 서산에 속했다. 그러니 태안에서 나는 온갖 갯것들의 산지를 서산이라 해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실제로도 그리 알려져 있다. 한데 1989년 두 지자체가 분리된 이후부터는 다소 상황이 변했다. 태안 쪽에서 ‘원조’ 대접을 받아야겠다는 심기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먹방’이 대세인 요즘엔 이런 현상이 한결 도드라지는 추세다. 대게를 두고 울진과 영덕이 원조를 다투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토박이들은 겨울이면 간재미를 먼저 맛본다. 간재미는 작은 가오리를 일컫는 사투리다. 겨울철에 살이 두툼하고, 뼈가 딱딱하지 않아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간재미는 회, 무침, 찜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갓 잡은 간재미를 잘게 썰어 미나리, 오이 등을 넣고 고추장에 무쳐 먹는 회무침이 겨울 별미로 딱이다.●쓰린 속 달래주는 물텀뱅이탕 물텀뱅이탕은 쓰린 속을 달래는데 제격이다. 태안 일대에서는 물메기를 물텀뱅이라 부른다. 포구나 시장 어디서나 싼값에 쉽게 만날 수 있는 겨울 영양식이다. 맑은탕이나 매운탕으로 먹는데 순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새조개는 새의 부리와 비슷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살집이 두툼한 데다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어서 꽤 고급 식재료로 꼽힌다. 당연히 값도 비싼 편. 주로 샤브샤브로 먹는다. 게국지는 서산, 태안 등에 전해 오는 겨울철 토속 음식이다. 주로 게장 국물에 묵은지와 우거지 등을 넣고 끓인 찌개를 일컫는다. 이 일대 갯마을에서는 예부터 게장을 자주 담가 먹었다. 꽃게 등으로 여러 차례 게장을 담근 국물 속에는 이런저런 영양소들이 녹아 있다. 이 게국에 김장하고 남은 배추와 시래기, 묵은지, 게다리 등을 넣고 끓여낸 것이 게국지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특히 식재료가 곤궁했던 겨울철에 요긴한 음식이었다. 안면도 일대의 음식점들에서 내는 게국지가 ‘호화판 해물탕’에 가깝다면 태안읍 일대의 시장과 노포들에선 비교적 옛 레시피에 충실한 게국지와 만날 수 있다.우럭젓국·박속밀국낙지탕도 엄지척 이제 ‘스테디셀러’를 만날 차례다. 우럭젓국은 태안 일대의 전통음식이다. 자연산 우럭포를 먹기 좋게 자른 뒤 쌀뜨물에 파, 고추 등을 숭숭 썰어 넣고 푹 끓여낸다. 소금이 아닌 새우젓 등 젓갈로 맛을 내는 게 특이하다. 우럭포의 짭조름한 맛과 담백한 국물이 잘 어우러진다. 태안반도의 북쪽 끝자락은 이원반도다. 굴과 낙지의 산지로 이름난 지역이다. 이 일대 주민들은 낙지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즐겨왔는데 박속밀국낙지탕이 그중 하나다. 음식 이름치고는 꽤 길다. 식재료와 먹는 방식을 이름 안에 모두 넣다 보니 그리됐다. 하얀 박속을 넣고 끓여낸 맑은 국물에 낙지를 먼저 데쳐 먹은 뒤 칼국수나 수제비 등을 넣고 끓여 먹는다. 남도의 연포탕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맛은 꽤 다르다. ●수백만 봉사자들 발길이 만든 ‘태배길’이제 태안의 명소들을 찾아 나설 차례다. 이번 태안 여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태배길이었다. 태배길은 의항리 일대 해안에 조성된 길이다. 길 이름은 구전에서 비롯됐다. 태안 측에서 밝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오래전 중국의 시성 이태백이 태안 일대를 방문했고, 의항리 일대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이끌려 시를 지으며 머물렀다는 것이다. 의항리 태배길 구간에 이태백의 시비도 세워져 있다. 한데 이보다는 ‘연인원 수백만명의 자원 봉사자들의 봉사와 헌신이 만든 길’이 더 옳은 표현이지 싶다. 원래 의항리 일대 산자락엔 길이 없었다고 한다. 오염사고 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의항리를 찾았고, 이들이 방제활동을 위해 험한 산자락을 오가다 보니 자연스레 길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들이 오갔던 봉사의 길이 바로 태배길이다. 태배길은 얼추 6.5㎞ 정도다. 걷는 게 불편하면 차로 갈 수도 있다. 비포장길이긴 해도 승용차로도 오갈 수 있다. 태배전망대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특히 빼어나다. 전망대 1층은 유류피해전시관이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주변에 신두리 사구, 전통 독살 등 경관 자원들이 많다. 이웃한 구름포해변, 의항해변, 학암포 등의 경관도 잊지 말고 둘러보는 게 좋겠다. ●해돋이·해넘이 모두 볼수 있는 백화산백화산의 ‘발견’은 작지만 즐거운 사건이었다. 태안 8경 중 하나인 곳을 왜 이제야 찾게 됐을까. 사실 태안은 바다 풍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당연히 시내보다는 외곽의 바다를 찾기 마련이다. 시내 중심부에 우뚝 솟은 백화산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발견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백화산은 높이 284m로 작고 아담한 산이다. 하지만 주변에 높이를 견줄 만한 산이 없어 풍경 전망대로 제격이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다. 너른 들녘과 먼먼 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해돋이와 해넘이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산정엔 봉수대와 산성 등 유적도 남아 있다. ●백제 最古의 마애불 품은 태을암정상 아래엔 태을암이 있다. 작은 절집이지만 뜻밖에 백제 최고(最古)의 마애불을 품고 있다.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국보 307호)이다. 저 유명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국보 84호) 보다 빠른 6세기쯤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삼존불입상은 여느 삼존불과 달리 좌우의 불상이 가운데 불상보다 크다. 삼존불의 코 등 일부가 헛된 속설을 믿는 사람들에 의해 훼손됐지만 온화한 느낌은 여전하다. 만대포구는 태안의 땅끝마을이다. 촛대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좁다란 반도의 끝에 있다. 볏가리마을, 꾸지나무골해수욕장 등을 지나면 북단의 만대포다. 맞은편은 서산.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서산의 명물 황금산이 보인다. ■여행수첩 (지역번호 041)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으로 나와 32번 국도를 타고 태안으로 들어간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타고 곧장 가면 태배길, 학암포 등과 만날 수 있다. 태을암과 백화산은 태안 읍내에 있다. 태을암까지는 차로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백화산 봉수대까지는 주차장에서 10분 남짓 걸어 올라야 한다. 주차장이라고는 해도 겨우 차 두어 대 정도 댈 만한 규모다. →맛집:태안 읍내에 특산물전통시장이 있다. 태안에서 나는 온갖 갯것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명화수산(674-4511) 등이 알려졌다. 바다횟집(674-5197)은 꽃게장, 우럭젓국을 잘한다. 이원반도 쪽에선 원풍식당(672-5057), 이원식당(672-8024) 등이 맛집으로 알려졌다.
  • 고객 줄 서게 한 은행, 벌금형… ‘남미 늑장 문화’에 철퇴

    고객 줄 서게 한 은행, 벌금형… ‘남미 늑장 문화’에 철퇴

    브라질 법원이 남미 특유의 ‘늑장 문화’에 철퇴를 가했다. 은행에 간 고객들에게 지루하게 긴 줄을 서게 한 은행에 거액의 벌금을 내라는 브라질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칠 정도로 고객을 기다리게 한 혐의로 배상금 성격의 벌금을 물게 된 기관은 브라질 국립은행. 리우데자네이루 니테로이에 있는 브라질 국립은행의 지점은 고객에게 지루한 줄을 서게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은행을 방문하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건 기본, 길게는 2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겨우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고객들이 이런 불편을 겪는 건 이 지점뿐이 아니었다. 남미 특유의 늑장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고객이 과도하게 오래 기다리는 건 마켓 등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제정된 조례가 대기시간에 대한 규정이다. 니테로이 당국은 고객을 15~30분 이상 기다리게 하는 사업장엔 배상금 성격의 벌금을 물게 한다는 조례를 제정했다. 은행은 이 조례에 딱 걸렸다. 행정처분이 내려지자 은행은 “늑장을 피운 게 아니라 최선을 다했지만 인력이 부족해 시간이 지연된 것”이라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은행은 보기 좋게 패소했다. 브라질 법원은 “대기시간을 최장 30분으로 제한한 조례에 맞춰 은행은 충분한 인력을 확보, 고객들이 30분 이상 기다리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면서 20만 헤알(약 6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이와 함께 “고객이 기다리지 않도록 직원 수를 늘리라”고 명령했다. 벌금은 브라질 법무부가 관리하는 소비자권리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귀속된다. 실제 남미의 ‘늑장 문화’는 악명이 높다. 대형 마트에서도 느릿느릿 움직이는 계산원을 마냥 지켜보면서 계산을 위해 1시간 이상을 허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브라질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등 주변 국가의 일부 도시도 비슷한 조례를 제정하고 고객의 대기시간을 최대 30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주 3회 격렬한 운동, 치매 증상 완화”(연구)

    “주 3회 격렬한 운동, 치매 증상 완화”(연구)

    일주일에 세 번, 격렬하게 운동하면 파킨슨병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등 연구팀이 40~80세 파킨슨병 환자 128명에게 고강도 또는 중등도 운동을 하게 하고 주요 증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해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미국의사협회지 신경학(JAMA Neurology) 최신호(11일자)에 발표했다. 치매 중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신경계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의 특정 부위 세포가 파괴돼 도파민 부족으로 발생한다. 이에 따라 떨림이나 경직, 또는 자세불안정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므로, 발병하면 환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최소 세 번 이상 고강도 운동을 한 환자들은 운동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이 최대 15% 정도 완화됐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물론 이번 연구는 고강도 운동이 파킨슨병 증상 완화에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밝혀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강도 운동을 통해 부족했던 도파민의 양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에서 파킨슨병 환자들이 한 고강도 운동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이들 환자에게 자체 최대 심박수의 80~85%가 유지되도록 30분 동안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뛰거나 가볍게 달리고 걷도록 했다. 반면 중등도 운동을 한 환자 그룹은 자체 심박수의 60~65%가 유지되도록 했다. 또한 두 그룹 모두 준비 운동과 정리 운동을 각각 5~10분씩 했다. 물론 이번 연구의 핵심은 러닝머신이 아니라 심박수를 적정 수준으로 높이도록 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영이나 테니스, 에어로빅은 물론 시속 16㎞ 이상의 속도로 자전거 타기 등 다른 고강도 운동 역시 파킨슨병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시속 4.8㎞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걷는 것과 같은 중등도 운동은 파킨슨병 증상 완화에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노스웨스턴대학의 대니얼 코르코스 박사는 “만일 당신이 파킨슨병 환자여서 증상을 늦추고 싶다면 일주일에 세 번은 최대 심박수의 80~85%가 유지되도록 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이번 연구에서는 대부분 파킨슨병 환자들이 자체 심박수를 적정 수준까지 높이기 위해 러닝머신의 경사도를 높였다. 하지만 일반인은 자기 최대 심박수의 80~85%가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이에 대해 코르코스 박사는 “러닝머신을 달리면서 다른 누군가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건 심박수가 적정 수준까지 높아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단 대화를 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달려야 고강도 운동으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언론의 앞날을 고민할 때다/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언론의 앞날을 고민할 때다/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017년 한 해는 언론계에서 가짜뉴스가 화두를 차지했다. 가짜뉴스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기사 내용이 편향적이며 제작 완성도가 낮아 신뢰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뉴스를 말한다. 일종의 사이비 뉴스다. 가짜뉴스가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염병처럼 퍼지자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사명으로 삼아야 하는 언론의 위상마저도 상처를 입었다. 뉴스 전체를 통틀어 독자들의 신뢰와 권위가 추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심지어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보도하는 뉴스가 진짜뉴스이고, 그렇지 않은 내용의 뉴스는 가짜뉴스라고 억지 주장을 세우는 구실로 악용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가짜뉴스 탓하기’는 정치지도자들이 재빠르게 배워 자신들의 입지 세우기에 써먹고 있다.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 언론의 물은 흐려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가짜뉴스를 법으로 규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언론윤리 교육, 미디어리터러시 프로그램, 자율적 심의로도 해법을 찾을 수 있으므로 다방면에서 지혜와 노력을 모은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언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가짜뉴스의 원조는 1874년 미국의 ‘뉴욕헤럴드’ 신문이었다. 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당시 언론계의 과열경쟁 풍토를 반영하듯 1면 전체를 만화로 장식하여 뉴욕시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탈출한 맹수들이 시민들을 습격했다는 허위보도 사건이 있었다. 이를 반성하는 계기로 뉴스의 정확성과 진실성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했고, 언론이 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을 요구받게 되었다. 올해 언론계의 두 번째 화두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 논란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보고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에 따르면 국내 뉴스 이용자 중 포털사이트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77%라고 한다. 포털사이트가 언론사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그에 준하는 책임과 관련법에 따른 감독 및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대두돼 왔다. 포털사이트에 가려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는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뉴스를 어떤 언론사가 작성하고 제공한 것인지 모른다고 답한 이용자가 50% 이상에 달한다고 하니 언론사로서는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으로 종이신문의 구독률과 열독률도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국민 대부분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신문 기사를 접하고 있다. 뉴스 시장에서 소비자의 발길이 붐비는 ‘알짜’ 플랫폼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눈에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뉴스 공급에서 포털사이트가 ‘갑’이 되고, 정작 주체여야 할 언론사는 ‘을’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대로 간다면 언론사들은 머지않아 괴사하는 사태까지 발생할지도 모른다. 언론사는 사회적 자산이자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언론은 포털사이트가 뉴스 유통을 주도하는 왜곡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주도권을 내주고 종이신문 쇠락의 진퇴유곡에서 언론사는 적절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고육지책으로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건비를 가장 먼저 축소할 텐데 인건비 축소는 기자 인력 감축으로 직결된다. 취재 기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뉴스는 품질이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남아 있는 기자들도 업무과중의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언론사는 종이신문 제작을 줄이거나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대로는 우리 모두 언론의 추락을 방조하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해결책의 실마리로 인터넷에서 언론사가 뉴스 공급 주도권을 갖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가 포털사이트를 경유해도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완성품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언론사는 뉴스 웹사이트의 품질을 높이고 이용자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모바일에 친숙한 뉴스 인터페이스를 갖춘다면 다양한 이용자 계층의 뉴스 욕구를 채워 줄 뿐 아니라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돌파구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발효 음식 이야기] 다시 뜨는 국민酒

    [발효 음식 이야기] 다시 뜨는 국민酒

    쌀·누룩·물이 빚어낸 전통주의 모체생막걸리 100㎖당 유산균 최대 1억마리웰빙 열풍 맞물려 인기 쑥쑥 막걸리는 우리 전통주의 모체다. 막걸리를 맑게 거르면 약주나 청주가 되고, 증류하면 증류식 소주가 된다.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목을 축이던 ‘노동주’에서 지갑이 얇은 젊은이를 위로하던 대학가 ‘청춘주’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 덕분에 서민의 술로 불린 막걸리는 우리네 삶의 굴곡을 함께해 왔다. 한때는 ‘마시고 나면 머리 아픈 술’이라는 오명과 함께 화려한 외국 술에 밀려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웰빙’ 열풍과 함께 다시금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막걸리는 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이다. 발효가 끝나면 여과하지 않고 고운 채에 막 걸러 낸다고 해서 ‘막걸리’라고 부른다. 누룩은 밀이나 쌀 같은 곡식을 메주와 같이 덩어리지게 물로 반죽해 곰팡이가 피어나도록 발효시킨 것이다. 누룩은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전통주를 빚을 때 흔히 쓰이는 재료다. 일본은 주로 쌀누룩을 사용하고 중국과 한국은 밀누룩을 주로 쓰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밀을 껍질째 반죽해 누룩 틀에 담고 덩어리로 만든 ‘막누룩’을 사용한다.서민들 굴곡진 삶과 함께 막걸리는 사랑받은 세월만큼이나 별명도 많다. 맑지 않다고 해서 ‘탁주’라고 불리기도 했고,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는 의미인 ‘국주’, 농사짓기에 필요한 술이라는 뜻의 ‘농주’, 색깔이 하얗다고 해 ‘백주’, 집집마다 담근다고 해서 ‘가주’ 등으로도 불렸다. 시인 조지훈은 쌀과 누룩, 그리고 물 3가지 재료로만 만들었다고 해서 ‘삼도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막걸리는 6~8%의 낮은 도주다. 100㎖를 기준으로 열량은 40~70㎉에 불과해 와인(70~74㎉), 위스키(250㎉) 등에 비해 낮다. 생막걸리에는 발효주답게 효모와 유산균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장(腸)을 깨끗이 하는 정장작용에 도움을 주며, 식이섬유와 비타민 B·C도 함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막걸리 100㎖ 당 유산균이 10만~1억 마리 들어 있다. 또 막걸리를 가만히 놔두면 가라앉은 하얀 고형물질은 대부분 ‘비소화성 식이섬유’로 이뤄져 있는데, 포만감은 주지만 칼로리가 낮고 장내 독소성분을 쉽게 배출하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막걸리 한 병(750㎖)을 만드는 데는 약 100~125g의 쌀이 들어가 농촌의 쌀 수급 문제에도 도움을 준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부여, 진한, 마한, 고구려의 제천행사에서 밤낮으로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시기에 이미 고구려 등에서는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는 방법이 완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농업 기술서 ‘제민요술’에도 고구려의 주조 기술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또 일본의 고사기 ‘중권’에는 백제 사람 ‘수수보리’(술 거르는 이)가 일본에 가서 응신천황에게 누룩과 술을 빚는 법을 전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조선 성종 때의 농서 ‘사시찬요초’에는 “3복 중에 보리 10되와 밀가루 2되를 섞어 녹두즙에 반죽해 밟아서 떡처럼 만들어 연잎으로 싸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 말린다. 누룩은 반죽을 단단히 하고 강하게 밟아야만 좋은 누룩이 된다”는 누룩 제조법이 소개돼 있다.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집필한 조리서이자 첫 한글 조리서이기도 한 조선 현종 때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도 “밀기울 5되에 물 1되씩을 섞어 꽉꽉 밟아 디디고, 비 오는 날이면 더운물로 디딘다. 시기는 6월과 7월 초순이 좋으며, 더울 때이므로 마루방에 두 두레씩 매달아 자주 뒤적거린다”는 누룩 제조법이 나온다. 막걸리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전체 술 소비량의 약 80%를 차지하던 명실상부 ‘국민주’였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포만감이 높아 특별한 안주가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4년 식량 부족을 이유로 막걸리 제조에 쌀 사용이 금지되면서 막걸리의 전성시대에 본격적으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밀가루 80%, 옥수수 20%의 혼합 양곡으로 막걸리를 빚게 되면서 품질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 뒤에 쌀 생산량이 늘고 소비량은 줄어 쌀이 남아돌게 되자 1971년부터 쌀막걸리를 다시 허가했지만, 옛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웠다.와인보다 도수 낮아…건강까지 책임 또 생산단가를 맞추고자 카바이트(탄화칼슘)와 물을 섞어 인위적으로 열을 내 강제로 빠르게 숙성시킨 ‘카바이트 막걸리’가 등장한 것도 막걸리의 침체를 부추겼다. 이 같은 속성 발효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트림을 하는 등의 숙취로 고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막걸리는 ‘머리가 아픈 술’이라는 오명을 쓰고 점점 더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됐다. 여기에 1960~1970년대 경제개발 계획에 필요한 재정수요를 확보하고자 주세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막걸리 제조 산업을 규제한 것도 악재가 됐다. 막걸리 양조장을 지역단위 조합으로 만들고, ‘공급구역 제한제도’라는 법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위치한 해당 시·군 내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품질경쟁이 이뤄질 수 없었고, 지역 영세업체나 일부 탁주조합들의 독과점식 공급으로 소비자 만족도의 하락을 가져왔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가 잇달아 대중화되면서 결국 막걸리는 서민층 소비자는 희석식 소주로, 중산층은 맥주로 각각 빼앗기면서 국민주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근 막걸리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양조기술이 발달하고 공급구역제한이 풀리면서 품질이 좋아진 데다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발효주인 막걸리의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과일 등 다양한 맛을 가미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젊은 소비자 공략에 나서면서 ‘제2의 전성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젊은층 공략…제2 전성기 시동 대표적인 곳이 국순당이다. 국순당은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막걸리에 바나나를 접목한 ‘쌀 바나나’를 선보여 같은 해 9월 말까지 약 5개월 만에 판매량 300만병을 돌파했다. 인기에 힘입어 7월에는 ‘쌀 복숭아’를, 9월에는 크림치즈와 우유를 첨가한 ‘쌀 크림치즈’를 출시하는 등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막걸리가 수입맥주 등 다른 주류와 경쟁하려면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은층을 사로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존에 없던 독특한 맛의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배상면주가도 대표 제품인 ‘느린마을 막걸리’를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에 따라 구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지난해 겨울부터는 계절별 고유한 디자인을 적용한 한정판 막걸리를 시즌별로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올여름에 선보인 여름 한정판은 출시 20일 만에 1차 초도 물량이 매진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느린마을 막걸리는 4년 연속 평균 15%의 매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배상면주가 측의 설명이다. 배상면주가는 2010년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막걸리 전문점인 ‘느린마을양조장&펍’(현 명칭 ‘느린마을양조장&푸드’) 1호점의 문을 연 데 이어 현재 전국에 11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또 지난 7월부터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지난 10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에 나서는 등 변화하는 주류 소비문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평주조는 주류시장의 저도주 열풍에 발맞춰 2015년 대표 상품인 ‘지평 생쌀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6도에서 5도로 낮췄다. 이후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매출 성장률 28%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출시 약 2년 만에 판매량 1500만병을 넘어섰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여 제품을 출시한 데다 한정상품을 내놓는 등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효했다”면서 “막걸리 업체들이 저마다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술’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확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 다섯살 남아 성추행 혐의로 직장잃은 40대 수영강사,1년 뒤 무죄

    다섯살 남아 성추행 혐의로 직장잃은 40대 수영강사,1년 뒤 무죄

    “5세 애한테 책임을 물을수도 없고...근데 5세에 이런 거짓말이 가능한가요?무고에 대한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네요...” “아이는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른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연상이 되게 하고 질문을 하면 의도된 답변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40대 수영강사가 성추행 혐의로 직장을 잃은 지 1년만에 무죄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권기백 판사는 10일 성희롱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임모(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23년째 수영강사로 활동 중인 임씨는 지난해 9월 고소를 당한다. 임씨에게 아들 A(5)군의 수영강습을 맡긴 A군 부모가 한 고소였다. A군 부모는 아들의 얘기를 토대로 ‘몇 달째 강습받는 아들이 진도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는 등 적응을 잘 못 한다는 이유로 성기를 만지는 방법으로 수치심을 줘 성적 학대 했다’는 취지로 고소했다. 임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 일로 몇 달간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일자리도 잃었다. 재판부는 6개월 가량 진행된 법정 공방 끝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임씨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무죄선고를 했다. A군이 학대당했다고 주장한 유아 풀은 보호자들이 2층 대기실 유리창을 통해 아이들이 강습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A군 어머니도 당시 대기실에 있었다. 그러나 성적 학대 목격자는 없었다. A군의 진술이 유일한데 말이 바뀌는 등 일관성이 없어 수사기관이나 부모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더욱이 A군이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어서 찬물에 들어가기 싫어했고 수영에도 흥미가 없어 문화센터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추궁하는 부모에게 “성적 학대당했다”고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방된 장소에서 피고인이 성적 학대행위를 했다는 A군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다른 수강생도 1주일에 2회 강습받는데 피고인이 A군만 다르게 대우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성폭행이나 아동학대 습벽이 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패럴림픽은 과학이다

    패럴림픽은 과학이다

    패딩 점퍼의 지퍼를 끝까지 올렸지만 밀려오는 냉기를 감당할 수 없는 링크 위에 항만 컨테이너를 축소한 듯한 장치가 들어섰다. 가운데 기다란 줄이 바닥에 닿을 듯 드리워져 있다. 링크 위에 기문 둘이 세워진 셈이다. 기문 사이 정중앙 링크 바닥에는 붉은빛 레이저 광선이 쏘였다.지난 7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는 내년 3월 9일 막을 올리는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휠체어컬링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에 활용하는 과학화 장비 둘이 언론에 첫선을 보였다. 2005년 11월 장애인체육회 출범 때 열악한 지원에 허덕이던 모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휠체어컬링은 2010 밴쿠버동계패럴림픽 때만 해도 수영장 물을 얼려 훈련해 은메달을 땄는데 이제 어엿한 전용 경기장을 갖게 됐다. ●“기문 간격 전자적 조종은 세계 최초” 앞 장비는 투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스포츠개발원이 고안해 제작한 것이다. 휠체어컬링은 비장애인 컬링 경기와 달리 얼음 위를 닦는 스위핑 동작이 없다. 손으로 스톤을 미는 컬링과 달리 익스텐디드 큐(extended que)를 써서 투구한다. 그래서 투구의 속도와 방향 조절이 중요하다. 이번에 개발된 장비는 기문 간격을 3, 6, 9, 12㎝ 네 가지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올봄부터 7개월에 걸친 개발 작업을 주도한 스포츠개발원 김태완(42) 박사는 “캐나다에서 이런 식으로 기문을 만들어놓고 훈련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고정식이었다. 기문 간격을 전자적으로 조종할 수 있게 한 것은 우리가 세계 최초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기문 간격이 3㎝라면 스톤이 양쪽으로 1.5㎝밖에 안 되는 틈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스톤을 던지는 이는 압박감을 느껴 집중하게 된다. 투구의 좌우 정확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또 레이저 디스턴스 모듈과 발판 센서가 호그(hog)를 출발해 건너 쪽 호그에 도착하는 시간을 측정해 투구의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방, 후방, 하방(기문 위에서 촬영)의 훈련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정확한 투구 자세를 익히게 돕는다. 이 모든 정보는 컴퓨터로 실시간 중계돼 코칭스태프가 보고 나중에 선수들도 함께 보며 나아진 점, 고쳐야 할 점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선수들은 스마트 글라스를 낀 채 투구하면서 실시간으로 글래스에 떠오른 자신의 스톤 이동시간과 방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스톤이 센서를 통과한 시간을 1000분의1초까지 측정하고 센서를 통과할 때의 거리를 0.5㎝까지 측정해낸다. 투구가 안쪽으로 감아 도는지(in-turn), 바깥쪽으로 도는지(out-turn) 궤적까지 파악하게 한다. 태블릿 PC와 휴대전화로도 코칭스태프나 스킵(주장) 등이 확인할 수 있다. ●“장비 덕에 긴장감 느껴… 경기에 더 집중” 김 박사는 “제작에 들어가기 전부터 설문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참고했다. 현장에서 활용한 지 한 달 반 정도 돼 이른 감이 있지만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서드 이동하(44)는 “장비로 인해 긴장감을 느낀다. 더 경기에 집중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휠체어컬링에서는 투구하는 선수의 뒤에서 동료가 휠체어 바퀴를 잡아준다. 남자, 여자, 믹스더블 셋으로 나뉘는 컬링과 달리 한 팀만 운용돼 반드시 여자가 한 명 이상 포함된다. 현재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리드 방민자(55), 세컨드 차재관(45), 서드 이동하와 정승원(59), 스킵 서순석(46)으로 구성돼 이 순서대로 투구한다. 백종철(42) 감독은 “내가 국가대표 선수이던 시절에도 없던 장비나 지원이 많다. 예전에는 코치들이 캠코더를 들고 다니면서 영상을 촬영했지만 지금은 훈련장에 설치된 카메라들 가운데 전력분석관이 보고 싶은 위치의 카메라 버튼만 눌러 선택해 볼 수 있다. 또 선수들은 웹하드에 저장된 영상 기록을 확인해 정확한 투구 자세를 이미지 트레이닝한다”고 선수들을 부러움의 눈길로 쳐다봤다. 백 감독은 “냉정하게 말하면 세계 4위 정도 기량인데 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며 “특정 선수가 (컬링의 10엔드와 달리) 8엔드 가운데 어떤 엔드에서 약했는지 분석하고 더 집중해 달라고 요청한다. 전술을 짜고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력 분석과 심리 치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최종길(55) 대한장애인컬링협회 회장은 “이윤미(39) 전력분석원이 2시간 30분 경기를 5분으로 압축한 동영상을 보면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라며 “장창용(47) 멘탈 코치는 선수들과 감독, 코칭스태프, 협회와 알게 모르게 존재하던 정신적 간극을 메우고 훈련이나 경기 도중 선수끼리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많은 조언을 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박사는 정승환 평창패럴림픽 홍보대사가 주장으로 활약하는 파라 아이스하키도 돕고 있는데 근전도(筋電圖·electromyography) 분석을 통해 힘을 쓰는 근육 파장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8자 모양으로 얼음을 지치는 선수들의 동영상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전력이 노출되면 곤란하다며 살짝 보여준 분석 자료에서 선수 각자의 훈련 정보와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었다. 또한 양재림(28·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알파인 스키 대표 선수들은 종전에는 슬로프에서 촬영한 영상을 슬로프에서 내려와 밤새 편집한 뒤 다음날 아침에나 돌려볼 수 있었던 것을 5분 뒤에 코치진의 노트북 컴퓨터로 전송해 훈련 효율성을 높이는 장비를 지난 3월에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인생 드라마 쓴 선수들 메달 도전에 응원을” 이날 컬링장 다른 시트에서는 컬링 남자와 여자, 믹스더블 대표팀이 모두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김 박사는 “비장애인 대표팀에는 오래전부터 지원이 뒤따랐지만 장애인 대표팀에는 지난해부터 동계자문단이 꾸려져 과학훈련 지원이 이뤄졌다. 연간 예산 20억원 정도를 따내 운용하고 있다”며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모든 종목을 지원할 수 없어 협회가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종목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 컬링 대표팀도 우리 장비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텐데 아직 요청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최 회장은 “대표 선수 모두 후천적 장애인”이라며 “지금까지도 인생 드라마를 써 오신 분들이 색깔을 모르긴 해도 반드시 메달을 따내 소치 노메달 악몽을 털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힘찬 응원을 당부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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