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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로 넘어간 광화문광장 천막 철거 시비

    경찰로 넘어간 광화문광장 천막 철거 시비

    서울시, 26일 우리공화당 고발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 적용공무집행방해죄보다 형 무거워우리공화당도 법적 대응 방침27일 추가 행정대집행 예고서울 광화문광장 천막 철거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가 우리공화당을 상대로 형사 고발했다. 서울시는 조원진 대표 등 우리공화당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상해, 폭행, 국유재산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고발인들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는 방법으로 광화문광장에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던 시 공무원, 철거용역 인력들에게 물통과 집기를 던지고 주먹과 발로 때리는 등 폭행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서울시는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 측에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3차례 보내는 등 절차를 지켰기 때문에 철거 과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영희 변호사는 “불법 천막 설치에 대해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한 것이기 때문에 특수공무집행방해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고발장에 적시한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집행방해죄 중에서도 형이 무겁다.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상대로 폭행, 협박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지만,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된다.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서는 최대 4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한 대법원 양형기준에서도 단체·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면 가중 요소로 반영된다. 피해 입은 공무원이 다수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2013년 5월 제주 서귀포에서 발생한 천막 철거 사건도 법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됐는데 당시 제주지법 형사1부 허경호 단독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에서 ‘다중’이라 함은 단체를 이루지 못할 정도의 규모로 집결한 다수 인원을 의미한다고 봤다. 또 위력을 보인다는 것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세력을 상대방에게 인식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가 현실적으로 제압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도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8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던 A(44)씨와 B(50)씨는 구청 직원들이 천막 철거를 한 날,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넘어뜨리고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19부 이성은 단독판사는 지난해 7월 A씨와 B씨가 천막 철거 작업 동안에는 구청 공무원을 상대로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철거 이후 경찰관의 이격조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기각되면서 지난해 12월 무죄가 확정됐다. 서울시가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우리공화당 측도 “강제 철거가 절차적으로 위법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하겠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대치 국면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공화당 측이 전날 재차 천막을 설치했기 때문에 추가로 무력 충돌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7일 오후 6시까지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마이크로닷 이별’ 홍수현, 상상초월 근황

    ‘마이크로닷 이별’ 홍수현, 상상초월 근황

    배우 홍수현이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했다. 최근 방송된 JTBC 특집 프로그램 ‘나눔 에세이, 사랑을 담다’ 2부에서는 절대적인 빈곤과 각종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손길을 건넨 홍수현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홍수현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투르카나를 방문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식수 부족과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물을 얻기 위해 매일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다녀야 하는 7살 로테르를 도와 무거운 물통을 대신 끌어주는가 하면, 어린 나이에 생계를 책임지며 피곤에 지쳐 잠든 아이를 바라보다 눈물을 흘리는 등 가슴 아픈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이어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6살 캠을 만난 홍수현은 미리 준비해 온 팔찌와 목걸이를 선물했고, 기뻐하는 캠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에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또한 영양실조로 건강이 악화된 캠을 데리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도중 겁먹은 아이의 손을 잡아주며 따뜻한 미소로 안심을 시키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유발하기도. 이날 홍수현은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며 든든한 언니미를 발산했다. 미리 연습해 온 투르카나어를 능숙하게 선보이며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남다른 친화력으로 금세 아이들과 친해져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 것. 또한 차분하지만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홍수현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면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조금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며 “큰 도움이 아닌 작은 도움으로도 이 나라의 삶과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나눔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홍수현이 함께한 ‘나눔 에세이, 사랑을 담다’는 도움이 필요한 전 세계 아이들을 돕기 위해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과 JTBC가 함께 기획하는 대표적인 사회 공헌 프로그램. 소외된 아이들을 함께 보듬고 사랑을 나눔으로써 나눔과 봉사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주도면밀’이 뭐야? 재밌고 기억하기 쉬운 상표 인기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하고 상품의 이미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일상용어’를 활용한 상표 등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전화위복’(복 요리점)과 ‘주도면밀’(면 요리점), ‘하루방’(숙박업), ‘견인구역’(애완동물업) 등 흔히 사용하는 용어를 상품과 재치있게 연결해 상표 등록한 사례가 늘고 있다. ‘땅집GO’(부동산업), ‘신통방통’(물통), ‘나를 따르라’(소주), ‘헤어 날 수 없다면’(이미용업)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단어를 약간 변형해 등록한 경우도 눈에 띈다. ‘와인슈타인’(와인), ‘잉큐베이터’(어학교육업), ‘갈빅탕’(식당업), ‘기승전골’(식당업), ‘잔비어스’(주점업), ‘족황상제’(족발), ‘네일바요’(손톱미용업)가 있다. 고유명사를 상표로 사용한 사례도 많다. ‘갤럭시’, ‘애플’, ‘아마존’ 등은 본래 의미보다 스마트폰이나 정보기술(IT), 유통기업의 브랜드로 더 유명해졌다. 상표는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소비자에게 쉽게 각인되고 기억할 수 있는 상표 개발이 치열하다. 일상용어가 활용에 유용하지만 상표적 사용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등록상표도 상품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하면 상표권의 효력이 떨어진다. ‘현대’가 자동차로 상표등록됐지만 다른 회사에서 ‘현대사회와 어울리는 자동차’라고 사용하면 상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 변영석 복합상표심사팀장은 “상표는 특허와 달리 창작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에 기존 단어를 선택해 상표로 등록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상품의 특성을 직접 설명하는 상표는 권리화가 안되기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복직 D-7…‘어떻게든 되겠지’

    [우리둘은1학년]복직 D-7…‘어떻게든 되겠지’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의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딸만큼이나 서툰 것투성이인 엄마도 ‘학부모 1학년’입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학교 가는 딸 아이에게 물통 싸주는 걸 깜빡했다. 지난주에만 두 번씩이나. 3월 입학 이후 석 달 동안 물통을 빠뜨린 적은 없었는데….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복직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보살피려고 신청했던 육아휴직 3개월이 끝나고 있다. 두렵다. 일과 육아, 잘해낼 수 있을까. 멀티태스킹,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다중작업을 뜻하는 말이다. 집중력이 부족한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멀티태스킹이 안 되면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해결하면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일하는 엄마는 육아와 일을 조화롭게 수행해야 한다. 두 가지 다 똑 부러지게 해내는 여성을 사람들은 슈퍼우먼, 슈퍼맘이라고 부른다. 그런 타이틀은 전혀 탐나지 않는다. 일도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 워킹맘의 ‘숙명’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왔다. 딸이 태어나고 다섯 달이 지났을 때, 아이를 인천에 계신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직장에 복귀했다. 딸은 주말에만 만났다. ‘주말 가족’ 생활은 7년간 이어졌다. 딸이 무척 보고 싶고 그리웠지만 평일에는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은 면도 있었다.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주말가족 생활을 청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에겐 부모가, 부모에겐 아이가 필요했다. 딸의 사회생활을 위해 고생한 친정엄마에게 더이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한 집에서 온종일 부대끼며 살게 됐다. 일하면서 아이 돌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덕분에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복직할 시점이 다가오자 도망가고 싶어졌다. 휴직을 좀 더 연장할까.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닐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엄마 손길이 여전히 필요한 아이들…. 사람 많이 만나야 하는 일을 하면서 이걸 다 해낼 수 있을까. 경력단절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다. ‘M자 곡선’은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용어다. 20대 중후반쯤 취업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던 여성이 결혼과 육아라는 ‘장벽’을 만나면서 일을 그만뒀다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다시 일자리 시장에 돌아오는 현상을 가리킨다.전반적으로 여성 고용률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률은 여전히 M자 모양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 고용통계를 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70.9%에 이른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30~34세에 62.5%로 갑자기 하락하더니 35~39세에 59.2%까지 내려간다.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가 집중되는 시기다. 40~44세 여성 고용률은 62.2%로 다소 올라가고 45~49세에는 68.7%까지 상승해 20대 후반 고용률과 맞먹는 수준이 된다. 경력단절 여성은 지난해 4월 기준 184만 7000명이었다. 15~54세 기혼여성(900만 5000명) 중 20.5% 정도다. 기혼 여성 가운데 일을 하지 않는 비취업여성이 345만 7000명이니까, 전업주부의 절반(53.4%) 정도는 일을 다니다 그만둔 셈이다. 경력단절 이유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결혼(34.4%), 육아(33.5%), 임신·출산(24.1%), 가족돌봄(4.2%), 자녀교육(3.8%) 순이다.자녀 연령에 따른 여성 고용률을 보면 6세 이하가 48.1%로 가장 낮다. 초등생인 7~12세 자녀를 둔 여성 고용률은 59.8%, 13~17세 68.1%로 점점 증가한다. 아이가 크면서 엄마가 챙길 일이 줄어들고, 교육비 부담 등으로 경제활동을 원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 경우 퇴사와 경력단절은 일찌감치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휴직 후 매달 들어오는 육아휴직급여는 적고, 보험료와 세금, 신용카드 대금이 빠져나가니 통장 잔액이 훅훅 줄고 있다. ‘텅장’(텅 빈 통장)은 시간문제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아이들이 크면 사교육비에, 식비에 앞으로 돈이 더 들 텐데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를 조사했는데 가구의 경제적 수준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니 경력단절 여성의 36.0%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답변은 22.2%에 그쳤다. 재미 삼아 사주를 보러 갈 때마다 늘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그만둘 생각하지 말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직장 열심히 다니세요. 사업할 생각도 말고.” 그럼 이제 당장 어쩐단 말인가. 딸은 평일 오후 5시까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학원 일정을 마친다. 내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 한 군데를 더 다녔으면 싶지만 딸이 피곤해한다.유연출퇴근제도를 쓸 수 있는 남편이 오후 5시에 퇴근해서 학원에서 기다리는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갈 예정이다. 남편이나 내가 야근을 해야 할 때, 주 1~2회 정도는 친정 부모님 손을 빌리기로 했다. 전철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길을 선뜻 와주시겠다고 했다. 친정 엄마 신세는 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죄송하고 감사하다. 하는 데까지는 해 보겠지만 일과 집안일 둘 다 잘할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 선배 워킹맘들의 조언대로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조달하고 청소는 로봇청소기에 맡기기로 했다. 남편과는 집안일을 최대한 분담하고 최대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자는 데 합의했다. “엄마 이제 회사 간다” 얘기해도 시큰둥하던 딸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이때다’ 싶었나보다. “엄마, 아빠랑 연락하려면 스마트폰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엄마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잖아. 그러니까 스마트폰 사주세요, 네?” 하루하루 복직 시계가 돌아가는 게 불안한 엄마와 달리, 딸은 이 기회만 기다렸던 듯 하다. 엄마의 고민은 헛되고 헛되도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웃음 나르는 황새, 어둠 밝히는 팔색조…고찰에 안긴 예술, 솔숲에 깃든 기백

    웃음 나르는 황새, 어둠 밝히는 팔색조…고찰에 안긴 예술, 솔숲에 깃든 기백

    충남 예산군이 들썩입니다.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4월 초 개통한 예당호 출렁다리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가 놓였습니다. 다리 길이는 402m, 얼마 전까지 호수에 설치된 국내 최장 출렁다리였던 충남 청양군의 천장호 출렁다리(207m)보다 2배쯤 길지요. 다리는 걸어서만 건널 수 있는 보행교로 처음부터 끝까지 걸으면 꼬박 8분이나 걸립니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그 말인즉 저수지에 피어오르는 아침 물안개를 감상하거나, 초여름 햇빛을 온몸에 스미게 하거나, LED 조명이 반짝이는 다리에서 저녁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넘이 후의 출렁다리는 특히 감탄을 자아냅니다. 다리에 색색의 조명이 들어오고 조명의 반영이 예당호를 빛으로 채웁니다. 무지갯빛 예당호 출렁다리를 걸으며 청청한 여름으로 들어갑니다.예산에 여행할 장소가 하나 더 늘었다. 지난 4월 6일 개통한 길이 402m, 주탑 높이 64m의 예당호 출렁다리가 그것. 예당호 출렁다리는 ‘호수에 설치된 가장 길고 높은 주탑 출렁다리’로 한국기록원(KRI)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 5월 26일 기준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예산의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예당호 출렁다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예당호부터 짚고 넘어가자. 예당호는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큰 저수지다. 예당호를 보고 “여기가 바다야?”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 둘레가 40㎞, 마라톤 풀코스 거리에 육박하고 면적은 약 10㎢, 서울 여의도의 3배가 넘는다. 50여년 전에 예산과 당진을 걸친 평야에 물을 대고자 조성된 저수지는 오늘날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예당호 출렁다리 앞에 선다. 숨을 훅, 들이쉰다. 오른발을 디디니 평지와 다름없는 듯하다. 왼발을 내려놓으니 기우뚱, 몸이 왼쪽으로 쏠린다. 다시 오른발을 디디면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흔들리는 다리에 맞춰 발에 리듬이 실린다. 폴짝폴짝 뛰며 다리의 성능을 시험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현수교다. 64m 높이의 주탑에서 주케이블을 늘어뜨렸고, 주케이블에서 384개의 행어가 내리뻗었다. 발을 디디면 출렁다리는 흔들리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그렇다고 안전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리는 초속 35m 강풍과 진도 7의 강진에도 끄떡없고, 몸무게 70㎏의 성인 3150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리 상판 양옆은 나무 데크, 가운데는 촘촘한 철판이라 아래가 훤히 보이지 않는다. 담력이 약한 사람도 아찔함을 즐기며 건널 만하다. 다리는 예당국민관광지와 예당호 북쪽을 잇는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온 신경을 발에 집중하기도 잠시, 시선은 점점 발끝에서 먼 곳으로 나아간다. 주탑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예당호는 서정적인 풍경을 그린다. 나무의 초록빛 그림자가 수면에서 춤을 추고 바다 같은 저수지에 햇살이 내려앉는다. 예당호 북서쪽의 수상좌대, 출렁다리 북쪽 끝과 맞닿은 수변 산책로 역시 온화하기 그지없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걷는 재미만큼 바라보는 운치도 있다. 멀찌감치 떨어져 본 출렁다리는 새하얀 황새가 날개를 펴고 착지하는 듯한 모양새다. 다리는 예산의 군조(郡鳥)인 황새를 형상화했다. 주탑은 황새의 몸과 머리를, 주케이블은 날개를 나타낸단다. 조망 포인트는 문화광장 벽천수로를 마주한 채 오른쪽 나무 데크를 오르면 나타나는 언덕. 소나무 군락 사이에 새하얀 다리가 들어차 구도가 그럴싸하다. 예당호 출렁다리의 밤은 낮보다 휘황하다. 일몰 후부터 밤 10시까지 다리 상판에 색색의 LED 조명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늘이 시퍼런 청빛으로 물드는 순간을 신호 삼아 붉은색, 파란색, 보라색,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무지갯빛 조명이 다리를 수놓는다. 사람들은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에 바쁘다. 밤의 조망 포인트는 낮과 다르다. 문화광장 전망데크에 서면 기다란 다리를 비교적 적은 왜곡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다리 조명이 예당호에 데칼코마니 무늬를 그린다. 불빛이 번져나가는 수면은 이글거리는 태양 같기도, 번쩍이는 네온사인 같기도 하다. 예당호 출렁다리가 그린 빛의 그림 위로 예당호의 밤이 깊어간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관광지의 기능에 충실하다. 물자 대신 사람들의 웃음을 나른다는 이야기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다리의 길이만큼 말을 할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다리, 때 이른 더위, 자신의 일상, 대화 주제가 무엇이건 간에 다리의 끝에 닿을 때까지 옆 사람과 말을 섞는다.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예당호 풍경에 무시로 감탄한다. 무서움을 떨치려 손을 맞잡고 휴대폰으로 서로를 담는다. 예당호 출렁다리를 찾은 사람들은 다리가 세워진 이유를 증명한다. 옆 사람과 눈 맞추고 손잡을 시간, 우리에게는 이런 시간이 좀더 많이 필요하다고 일러준다. 다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은유한다. 402m의 길이만큼 우리는 좀더 가까워지리라.●간결한 아름다움… 700년 고찰 수덕사 수덕사는 예산10경 중 제1경에 해당하는 고찰이다. 백제 시대에 창건한 것으로 추정되고 대웅전은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에 지었다. 고려 시대의 목조 건물 양식이 잘 드러난다고 하여 국보 제49호로 지정됐다. 대웅전은 간결함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일러준다. 앞면 3칸, 옆면 4칸 크기의 대웅전은 아무런 치장을 하지 않은 채 나무의 오랜 색만 남았다. 대웅전을 감상하기에 적절한 위치는 앞보다 옆이다. ‘사람 인(人)’자 모양의 맞배지붕, 공포가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 양식, 가운데가 볼록한 배흘림기둥이 옆에서 보아야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맞배지붕과 주심포 양식이 빚은 간결미, 700여년 세월에 빛바랜 배흘림기둥이 시간이 깊어질수록 아름다운 것의 모습을 보여 준다. 수덕사에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흐른다. 수덕사에 딸린 비구니 스님의 도량, 환희대에 머무른 김일엽 스님, 만공 스님에게 스님이 되길 거절당한 신여성 나혜석, ‘문자 추상’(문자를 형상화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대표되는 예술세계를 구축한 고암 이응노 화백 등이다. 일주문 근처의 초가집은 수덕여관, 이 화백의 부인이 운영하며 화백이 프랑스에 가기 전까지 수덕사 풍경을 화폭에 옮겼던 곳이다. 수덕여관 옆은 이응노를 비롯해 오늘날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선미술관이다.●윤봉길 의사의 기개가 어린 충의사 “대한 독립 만세!”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 상하이 점령을 축하하는 일본군 사이에서 폭탄이 터진다. 폭탄을 던진 이는 예산 청년, 윤봉길이었다. 윤봉길 의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예산군 덕산면, 지금의 충의사 일대다. 충의사는 윤봉길 의사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윤 의사는 독립운동을 위해 상하이로 건너가기 전까지 이곳에서 ‘농민독본’을 편저해 농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문맹 퇴치와 농민운동에 힘썼다.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려면 농민들의 무지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충의사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지만 풍경이 근사한 곳이 있다. 윤봉길 의사의 부인인 배용순 여사의 묘소다. 충의사 홍살문을 마주한 채 왼쪽으로 걸어가면 아담한 연못을 지나 묘소로 가는 산책로가 나온다. 묘소 일대가 울울한 솔숲이라 잠시나마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윤봉길의사기념관은 의사의 일대기를 유품, 사진, 디오라마 등으로 전시한다. 의사의 유품 50여점이 가장 큰 볼거리다. 맏아들에게 남긴 편지, 4·29 의거 전 김구 선생과 정표로 맞바꾼 회중시계, 의사의 피땀이 묻은 손수건, 물통 폭탄과 도시락 폭탄 복제품 등에 독립을 향한 의사의 절절한 의지가 묻어난다.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아라.” 4·29 의거 이틀 전, 두 아들 모순과 담에게 남긴 유시 중 일부다. 의사의 바람대로 충의사에는 입구 양옆부터 태극기가 나부낀다. 개인의 안위 대신 나라를 구하는 것을 택한 의로운 청춘의 이야기가 예산에 있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장명확(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서울에서 자동차로 갈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비봉교차로, 당진영덕고속도로 당진분기점을 거쳐 예산수덕사IC교차로에서 ‘보령, 홍성’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평촌삼거리에서 ‘예산, 예당국민관광지’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예당관광로를 1.7㎞가량 따라가면 예당호 출렁다리다. 예당국민관광지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맛집 : 예당저수지 주변에 예산 별미인 어죽과 붕어찜 음식점이 많다. 예당저수지 동쪽의 대흥식당(335-6034)은 어죽 맛집이다. 별미식당(337-6363)은 수덕사 앞의 산채정식 전문점이다. 산채더덕정식, 산채비빔밥 등 산나물 위주의 건강한 한 상을 차린다. 신창집(338-2357)은 삽교 거리의 10여개 곱창집 가운데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돼지곱창 전문점이다. →잘 곳 : 리솜스파캐슬(330-8000)은 덕산 온천수가 공급되는 스파리조트이다. 400여개 객실에 대규모 스파 시설을 갖췄다. M펜션(331-3123)은 예당저수지에서 도보 5분 거리다. 객실 통유리 창으로 예당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집 밖에서도 ‘OK’… 휴대용 구강세정기

    집 밖에서도 ‘OK’… 휴대용 구강세정기

    ●아쿠아픽 ‘뉴 아쿠아픽 AQ-230’ ㈜아쿠아픽은 기존 휴대용 구강세정기 ‘아쿠아픽 AQ-230’을 보완한 ‘뉴 아쿠아픽 AQ-230’을 선보였다. 뉴 아쿠아픽 AQ-230은 기존 제품의 150㎖ 물통 용량을 200㎖로 약 30% 늘려 자주 물을 채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외형 디자인은 LED 표시방식을 채택하고 버튼을 하나로 통일했다. 거치대는 물기가 많은 곳에 놓아도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 제품은 강력한 맥동수류로 칫솔이 닿지 않는 치아와 잇몸 사이 치주 포켓까지 닦아준다. 전기 코드 필요 없이 거치대에 올려놓으면 충전되는 ‘무접점 충전방식’으로 집 밖에서도 휴대하며 사용할 수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

    [황규관의 고동소리]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

    지난 5월 20일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故) 장자연씨가 속한 소속사의 대표 김종승씨의 강압적인 술접대 지시와 강요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재수사를 권고했다. 또 장자연씨 죽음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경찰과 검찰은 조선일보의 압력에 굴복해 그 사실을 덮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압력을 행사해 수사를 좌절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전혀 안 놀랍게도) 조선일보 현직 기자들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조선일보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어두운 영향력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그 범위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벗어난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조선일보는 그런 ‘의혹’들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하지 않고 다시 겁박하는 수순을 밟아 왔다. 자신들이 가진 사회적 권력을 재차 휘두르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조선일보에게 상식적인 언론의 의무와 역할을 주문하는 것이 별무소용인 실상을 떠올리면서, 나는 지금 조선일보가 그동안 구사해 온 어떤 문화 전략을 말하고자 한다. 월간 ‘사상계’가 1955년에 제정하고 1956년에 제1회 수상자를 발표한 동인문학상은 1967년 ‘사상계’의 간행 중지로 동서문화사에서 잠시 주관하다가 1987년부터는 조선일보가 주관, 운용하고 있다. 2018년으로 49회를 맞은 동인문학상은 그간 적잖은 작가들에게 영예(?)를 안겨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윤리적, 정치적 정당성의 시험대 위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게 만들었다. 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김동인의 친일 행적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김동인의 친일 행위는 매우 적극적, 자발적이었다. 예컨대 중일전쟁이 터지자 김동인의 제안으로 ‘황군위문사절단’이 만들어져 만주 지역에 갔다 오기도 했다. 또 일제가 패망하던 날인 1945년 8월 15일에도 총독부 당국에 시국에 공헌할 작가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지원병에서 징병으로 또는 특별지원병으로 우리 반도인도 황민화의 보조가 더욱 힘차고 열 있게 행진”하자는 칼럼을 1944년 ‘매일신보’에 게재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자발적인 부역이 한두 차례가 아니라는 점이며, 그 방법도 조직 건설, 칼럼 기고, 창작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가히 전쟁 범죄 수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시점에 과거를 비판, 판결하는 일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거기에는 당연하게 구체적인 맥락도 함께해야 한다. 숨쉬기조차 힘이 들었던 식민지 시절의 삶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평면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역사를 다시 분탕질하는 결과를 본의 아니게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의 한복판에서 작가들이 겪었을 심리적 좌절도 당연히 감안해야 하겠으나, 과연 회의나 번민이란 게 있었을까 싶게 김동인은 일본제국주의에 적극 동참했다. 민족적인 감정도 감정이지만, 김동인이 침략전쟁과 식민지 민중의 수탈을 통해서만 지탱될 수 있는 ‘제국주의’ 일본에 망설임도 없이 내면을 일체화시킴으로써 스스로 자기 문학을 오물통에 내던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따라서 작가 스스로 버린 문학을 기려 문학상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해괴한 일이다. 덧붙여 그러한 문학상을 주관하는 조선일보가 지속적으로 반문학적이고 비윤리적인 태도를 보여 준 점을 감안하면 동인문학상은 우리 문학의 수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개탄스러운 것은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에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분들이 위촉돼 왔고, 위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인문학상은 조선일보 자신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어두운 그림자를 중화시키고 은폐하려는 문화적인 가면일 뿐인데 말이다. 작가는 역사와 현실의 심연 앞에서 좌절했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예민함을 특징으로 가진 존재 이상이 아니다. 따라서 역사와 현실을 초월해 있다는 사고는 허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현재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인 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 선생님들이 그 자리에서 스스로 떠남으로써 조선일보가 주는 허명을 내려놓으시길 간곡하게 요청드린다. 나는 이것이 우리 문학의 새로운 여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물녘에 나는 부엉이의 날갯짓 정도는 되리라 믿는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네안데르탈인 멸종, 알고 보니 저출산 때문?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네안데르탈인 멸종, 알고 보니 저출산 때문?

    佛연구팀, 환경·인구 조건으로 계산 ‘개체군 모델’ 개발“전쟁·기후 아닌 출산율 저하·영유아 사망이 원인일 수도”“이 우주에 인간만 있다면 이 얼마나 엄청난 공간 낭비인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19세기 살았던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이 ‘여러 세계들에 관하여’라는 글에 남긴 문장을 인용해 자신의 다큐멘터리이자 저서인 ‘코스모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많은 SF에서 외계인을 찾아나서는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 천문학계에서도 외계 행성과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찾아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동식물이라도 서로 다른 종(種)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현생인류)라는 하나의 종만 살아남아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만년 전까지만 해도 현생인류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최소 6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는데 지금은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한 다른 종들이 모두 멸종한 이유는 뭘까요. 현생인류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절멸했다는 주장도 있고 갑작스러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고고학적 유물과 고지구의 환경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타당한 설명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클로드 베르나르 리옹1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생물통계학자, 고인류학자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개체군 모델링이라는 수학적 기법을 통해 네안데르탈인 멸종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30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환경조건과 인구통계학적 조건을 바탕으로 해 4000~1만년에 걸쳐 종이 사라질 수 있는 ‘네안데르탈인 개체군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 수학 모델은 이주, 출산율, 질병, 기후변화 등을 변수로 하고 인구가 5000명 이하로 떨어지면 멸종에 임박한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분석 결과 20세 미만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출산율이 2.7% 감소됐을 경우 멸종까지 걸리는 시간은 1만년, 출산율이 8% 감소될 경우는 4000년 이내에 멸종이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네안데르탈인 집단의 생식력 감소에 1세 미만 영유아의 사망률이 높아지면 멸종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짧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나 드조애니 엑스마르세유대 생물인류학 박사는 “이전에 가정했던 것처럼 현생인류와 전쟁이나 기후변화 같은 외적 요인이 아닌 출산율 감소나 영아사망률 증가 같은 집단 내부의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네안데르탈인 멸종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을 수 있음을 보여 준 첫 번째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산율은 집단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결정이 합쳐져 나타나는 지표입니다. 한국은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산아제한 정책을 30년 가까이 유지해 온 데다가 1990년대 말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불안정한 경제사회적 상황이 결합돼 단순한 정책적 지원으로만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결국 한국은 네안데르탈인들의 운명을 따르게 될까요. edmondy@seoul.co.kr
  • 주인님 위한 황소의 ‘첨벙’ 쇼(?)

    주인님 위한 황소의 ‘첨벙’ 쇼(?)

    거대한 몸집의 황소가 가볍게 점프해 물로 뛰어드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SNS 정보편집 웹사이트 ‘스토리풀’(storyful.com)은 최근 멕시코 베라크루스의 한 농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소개했다. 스토리풀에 따르면, 5월 9일 멕시코 베라크루즈의 농가에서 황소 한 마리가 농부들을 위한 쇼를 펼쳤다. 영상 속 황소는 걷다가 잠시 멈추더니 이내 가볍게(?) 점프해 물통 속으로 첨벙 뛰어든다.녀석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기를 끌자, 이를 공개한 카를로스 아후마다는 5월 16일 녀석이 들판에서 놀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추가로 공개했다. 누리꾼들이 물에 빠진 황소의 안부를 궁금해 하자 녀석이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에 공개된 후 좋아요 8604건, 공유 6만3053건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영상=Storyful Rights Management/유튜브 영상부 seoultv@seoul.co.kr
  • 물관리 분야 조직개편… 물통합정책국 신설

    환경부는 통합물관리 성과 창출을 위해 ‘물통합정책국’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물관리 분야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통합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지 11개월 만이다. 기존 ‘2국 1관 10과’를 ‘3국 10과’로 개편하고 업무 총괄기능 강화와 유사 중복업무 통합, 하·폐수 통합관리 등을 통해 기능 간 연계성을 제고했다. 물통합정책국은 물관리 정책을 수립·총괄하고 물관련 계획·예산 및 유역 관리, 낙동강 물분쟁 해소 등에 선제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개별 부서로 분산된 상수도와 지하수 관리, 물산업 육성 기능을 전담 부서로 일원화했다. 광역 상수도 업무는 지방 상수도를 담당하는 물이용기획과로 이관해 통합 관리된다. 지하수의 수량·수질, 토양 업무는 토양지하수과가 전담한다. 물산업 육성 기능은 신설되는 물산업협력과가 맡는다. 수질·수생태계 개선과 하수관리 연계를 위해 생활하수과를 물환경정책국에 배치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환경부가 지난 1월 공개한 내부 검토안 그대로여서 논란이 우려된다. 상하수도학회 등은 물의 효율적 이용을 총괄하는 상하수도정책관 폐지에 따른 정책 퇴보와 상·하수 분리에 따른 물순환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환경부는 정부 불신과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환경 갈등의 예방·조정 업무를 전담하는 ‘갈등조정팀’을 기획조정실에 신설했다. 또 국립환경인력개발원과 새만금개발청을 국립환경인재개발원, 전북지방환경청으로 각각 기관 명칭을 변경했다. 국립환경과학원 2차 소속기관이던 국립습지센터는 국립생태원으로 이관됐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민관군 산불 진화 훈련

    민관군 산불 진화 훈련

    15일 경기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열린 ‘2019 민관군 재해재난 대비 통합훈련’에서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대형기동헬기인 시누크(CH47)가 ‘밤비버킷’(대형 물통)에 물을 담아 공중에서 뿌리는 산불 진화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냉난방·공기청정·가습까지 ‘LG 시그니처 에어컨’ 공개

    냉난방·공기청정·가습까지 ‘LG 시그니처 에어컨’ 공개

    LG전자가 사계절 공기를 관리하는 프리미엄 에어컨 신제품 ‘LG 시그니처 에어컨’을 26일 공개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서 이날 첫선을 보인 이 에어컨은 온도를 조절하는 냉방과 난방, 습도를 관리하는 가습과 제습, 실내공기를 깨끗하게 해주는 공기청정까지 다섯 가지 공기관리 기능을 동시에 구현한 ‘올인원 에어 솔루션’이다. 제품 전면의 ‘시그니처 에어 서클’은 강력한 기류를 만들어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을 더 멀리 보내 주고, 공기 흐름을 조절해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소음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냉방 설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보다 24% 빨라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기청정 기능도 기존 에어컨보다 약 80% 빠른 ‘쾌속 청정’을 구현하며 10년간 교체하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시그니처 블랙 필터 시스템’이 탑재됐다. 기능성 소재의 ‘초미세 집진 블랙 필터’는 물로 씻기만 해도 10년간 사용할 수 있고 ‘광촉매 탈취 블랙 필터’는 형광등이나 햇빛에 비춰 주면 10년간 공기청정 기능을 유지한다. 또한 스팀으로 가열하는 가습 방식으로 난방 기능을 작동할 때도 실내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했다. ‘LG 휘센 씽큐 에어컨’의 인공지능(AI)을 더 진화시켜 계절과 공기 상태에 따라 최적의 모드로 작동하며 거실 공기를 관리해 준다. 제품 안에 있는 미니 로봇청소기 ‘시그니처 필터 클린봇’은 위아래로 움직이며 공기청정 프리필터를 자동으로 청소한다. 필터 탈부착을 쉽게 한 ‘오토 무밍 필터 시스템’과 물통 살균을 위한 자외선 LED, 발을 갖다 대면 물통 서랍이 자동으로 열리는 ‘오토 스마트 도어’ 등도 채택됐다. 신제품은 23평형 스탠드형과 7평형 벽걸이형으로 구성된 ‘투인원’(2 in 1)으로 오는 5월 출시되며, 가격은 1000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물 좀 주세요~’, 폐어망에 꽁꽁 묶인 킹코브라

    ‘물 좀 주세요~’, 폐어망에 꽁꽁 묶인 킹코브라

    숲 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던 킹코브라 한 마리. 사람이 무심코 버린 폐어망에 몸이 걸려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발견한 마을 주민들의 신고로 자유를 찾게 된 사연을 지난달 8일 외신 뉴스플레어가 전했다. 인도 오디샤 바드락 지역 마을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뱀포획 전문가 오디샤란 남성이 숲 속 어망에 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는 킹코브라 한 마리를 잡아 마을 마당 바닥으로 가져온다. 바닥에 놓여진 코브라는 물통을 입가에 대자, 얼마나 갈증이 났는지 꿀꺽꿀꺽 삼켜버린다. 꽤나 오랫동안 그물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브라의 머리를 제압한 이 남성은 가위로 코브라 몸의 절반 이상을 ‘점령한’ 낚시 그물을 조심스럽게 끊어버린다. 그물을 완전히 제거 한 남성은 코브라를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지역 소식에 따르면 코브라는 발견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숲으로 방사되었다고 한다.사진=Newsflare 유튜브 ‘물 좀 주세요~’, 어망에 꽁꽁 묶인 킹코브라 영상부 seoultv@seoul.co.kr
  • 폭탄 거사는 스스로 실행한 것…미처 몰랐던 윤봉길 의사

    폭탄 거사는 스스로 실행한 것…미처 몰랐던 윤봉길 의사

    윤봉길 평전/이태복 지음/동녁/332쪽/1만 6000원 “더 할 말 없다. 이대로 빨리 집행하라.” 영화를 본다면 이 같은 대사부터 나오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의거를 일으킨 윤봉길 의사의 마지막 처형 장면에서 시작하는 그의 평전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같은 해 12월 처형된 윤 의사의 유해는 일본군 유족들이 오가는 입구의 쓰레기 버리는 곳에 암장돼 유해가 발굴되기까지 13년간 짓밟혔다. 사실 윤 의사에 대한 연구나 책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김구나 안중근 등 다른 유명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적은 수백권씩 나왔지만, 윤 의사에 대한 책은 어린이 위인전 등을 포함해도 20~30권에 불과하다. 이 같은 평가절하의 배경에는 ‘행동대원 프레임’이 있다. 김구의 지시에 따라 윤 의사의 거사가 있었다는 ‘백범일지’ 등의 기록을 근거로 그동안 윤 의사는 김구의 그늘 아래 있었다. 하지만 상하이 거사 당시 윤 의사는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았다. 거사를 누구와 모의했는지에 대한 윤 의사의 1·2차 심문조서가 뒤바뀐 이유, 광복군 홍보 책임자 김광의 증언 등을 토대로 보면 윤 의사는 스스로 거사를 계획해 실행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윤 의사가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 남긴 편지 ‘장부출가생불환’(장부가 뜻을 품고 집을 나서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아들에게 쓴 편지가 오히려 인간 윤봉길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는 4살 아들에게 ‘너는 아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비는) 이상의 열매를 따기 위해 집을 떠나 있을 뿐’이라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흔히 윤봉길을 얘기하면 떠오르는 ‘도시락 폭탄’에 대한 ‘팩트체크’도 흥미를 끈다. 실제로 윤 의사가 던진 것은 물통 폭탄이었고, 도시락에 숨긴 폭탄을 연이어 던지기 직전 체포되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청년 윤봉길’에 대한 대중의 부족한 이해는 저자가 평전을 쓴 이유가 됐다. 저자는 이밖에 농촌운동가, 시인, 야학 선생님이었던 윤 의사의 또 다른 모습도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비(非) 역사학도다. 그가 밝힌 윤 의사의 이면은 아직 우리 학계가 밝히지 못한 독립운동사가 여전히 많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포 최초로 체험·관광하는 낙농업 6차산업화로 행복한 목장 만드는 게 꿈”

    김포 최초로 체험·관광하는 낙농업 6차산업화로 행복한 목장 만드는 게 꿈”

    “35년간 젖소와 살다보니 이젠 소 얼굴만 봐도 건강상태를 알 수 있어요. 앞으로 김포에서 낙농업 체험·관광까지 할 수 있는 6차산업화를 이뤄 모두가 행복한 목장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경기 김포시 통진읍 서암리에 시민들은 몰라도 제주도 목장주들까지 알 정도로 유명한 젖소목장이 있다. 연덕흠(52) 대표가 운영하는 ‘연보람목장’이다. 연 대표는 평균 단위생산 우유량이 10년 넘게 전국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젖짜는 기술이 남다르다. ●평균단위 우유생산량 10년 넘게 ‘전국 최고’ 그동안 받은 상장도 넘쳐난다. 2002년 카길코리아로부터 전국 1위 최우수목장으로 뽑힌 데 이어 2004년에는 305일 젖소평균 산유량 1만 4432㎏을 기록해 전국 1위에 올랐다. 같은해 최우수검정농가 농림부장관상과 2014년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축산물해썹우수작업장으로, 지난해에는 농림부지정 깨끗한목장가꾸기 우수목장으로 선정됐다. 네덜란드산 홀스타인종을 키운다. 다른 목장에서는 보통 하루에 젖을 2번 짜는데 연보람목장은 3번 짜낸다. 유량이 남아돌면 유방염이 걸려 소가 죽을 위험이 크단다. 알고 보니 최고 우유를 생산하는 비결이 별게 아니다. 연 대표의 비결이라면 항상 소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소와 같이 생활하면서 소의 상태를 살펴보고 철저하게 바닥을 깨끗이 위생관리한다. 아침·저녁으로 먹이를 주는데 하루에 4~5차례씩 나눠서 주고, 바닥에 톱밥도 자주 갈아줘 청결상태를 유지해준다. 그래서인지 농장에서 소농장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특히 더위에 약해 여름철 소가 더위를 먹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사소한 것이지만 여름철 낮에 밥을 많이 주면 소는 땀구멍이 없어 헐떡거리고 가스가 발생한다. 그래서 연 대표는 소가 소화하기 힘들까봐 되도록 밤에 먹이를 더 많이 준단다. 남다른 노력으로 연보람목장은 2006년 경기도 안전관리인증(HACCP)으로 우유와 제품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17살때부터 12년간 남의 집살이… 송아지 3마리로 시작 100마리규모로 성장 한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연 대표는 1987년 김포종고 축산과를 졸업했다. 졸업후 가진 게 없어 17살 때부터 남의 집살이를 하며 어렸을 적 꿈이었던 낙농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월급 8만원짜리 남의 집살이를 12년간 해 장만한 돈으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셋방을 얻어 살았다. 처음 400평짜리 목장에서 시작해 현재는 1200평규모 목장으로 키웠다. 어미소에서 탄생한 송아지가 30마리, 젖소는 70마리가량 된다. 전국에서 목장하는 분들 중 ‘연보람목장’을 모르면 간첩이란다. 젖소는 위생청결이 가장 중요한데 사람 사는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과 물통도 하루에 한번씩 닦아 소 위생관리를 철저히 한다. 서울우유 사료를 쓰지만 강원도처럼 대규모 목장 말고 대도시 수도권 지역에서 먹이는 대동소이하다. 소들이 젖을 짜러 들어오면 신나게 들어와야 하는데 젖짜는 게 아프다고 소가 안들어오려고 한다. 이런 소는 매맞는 소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유 짤때 발길질을 하는 이유다. ●통진읍 마송에 치즈카페 ‘보네르’ 운영중… 우유 체세포 수 1등급 고소한 맛 연보람목장에서는 우유와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치즈와 요구르트는 물론 색소가 들어가지 않은 아이스크림도 아이들이 좋아해 판매하고 있다. 연보람목장에서는 당일날 생산한 우유로 요구르트나 치즈·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다. 지난 1월 제조업허가를 받았다. 이곳 제품이 타농장 제품하고 다른 점은 수제다. 전국에는 100군데 농장제품이 있으나 제각각 맛이 다르다. 우유 품질에 따라, 소의 특성에 따라 맛이 다르단다. 우유 중 92%가 수분이다. 나머지 8%가 고형분이다. 다른 업체는 일반 유제품을 가져가서 단백질을 뺀 뒤 버터와 치즈·요구르트를 만드는데 연보람목장은 원재료로 제품을 만드는 게 차이점이다. 목장마다 소를 키우는 방식이 다르고, 같은 풀을 먹어도 원유가 다르단다. 연보람목장 우유는 체세포 수가 1등급으로 고소하고 단맛이 나며 배탈이 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한 소에서 질좋은 우유가 생산된다. 치즈는 구워 먹으면 입에서 우유향이 확 돈다. 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피로한 소한테 짠 우유는 신맛이 난다. 연 대표는 2017년 가을 통진읍 마송에 치즈카페 ‘보네르’를 열었다. 질 좋고 신선한 우유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반응이 좋아 조만간 장기동에도 카페를 낼 예정이다. 목장에서 나오는 매출액은 유제품이 하루 1500㎏으로 한 달에 5000만원가량, 1년이면 6억원어치다. 카페매출액이 월 700만원으로 1년에 8000만원을 거둬들인다. 모두 합하면 7억원대 매출액으로 농촌에서는 적지 않은 규모다. ●서암리 목장 입구에 ‘목장이야기’ 카페공간 꾸며 시민에 무료 개방 최근에는 서암리 목장입구에 ‘목장이야기’라는 카페공간을 꾸몄다. 이곳을 작은 동창모임이나 동호인들 모임장소로 무료 제공한다. 누구나 편안히 와서 고기 구워 먹고 놀다가는 곳이다. 커피는 덤이다. 대신 이곳에 가공식품 진열대를 만들어 방문객들이 요구르트나 치즈를 사갈 수 있게 카페식으로 조성했다. 첫 1호 손님으로 뜨개질하시는 분들이 예약했단다. 아주머니들이 강사를 모시고 작은 행사를 열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주저없이 연 대표는 “낙농업의 6차산업화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1차로 목장에서 젖소에서 우유를 생산하고 2차로 요구르트·치즈로 가공해, 3차로 카페서 판매하며, 체험·관광까지 하는 6차산업화가 꿈이란다. 바로 앞에 있는 농지 1000평을 구입해서 6차산업농장으로 만들고 싶다며 이 토지만 구입하면 꿈이 이뤄질 것 같다고 빙그레 웃었다. 현재 김포에는 유착체험 농장이 없다. 2~3년내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데리고 와 4계절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힐링테마 목장을 만들고 싶단다. 이웃 파주에는 이런 목장이 5개 넘게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유학파로 호주에 살고있는 큰딸 부부를 끌어들였다. 작은 딸은 마송 치즈카페 운영을 맡고 있다. 큰딸 부부는 제조업을 맡기 위해 올해 농업대학에 다닐 계획이다. 연덕흠 대표는 “17살 때부터 35년간 젖소하고 생활해 왔다. 이젠 6차산업이라는 부푼 꿈을 갖게 됐고 기와집도 짓고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행복한 목장을 만들어 일에만 치이지 않고 행복한 마음으로 목장을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통용항공, 일자리 새로 만드는 틈새시장이야…몇가지만 해결되면”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통용항공, 일자리 새로 만드는 틈새시장이야…몇가지만 해결되면”

    조일현 협회장이 말하는 ‘비행기 택시’ 시대“‘비행기 택시’ 시대가 곧 온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비웃어요. 1960~70년대, 검정 고무신 신고 다닐 때 자동차 판매장이 고무신 파는 가게보다 더 많을 날이 올 거라고 상상이나 했느냐고 되묻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조용해집니다. 비행기 택시 시대는 가만히 있어도 올 수밖에는 없는 시대적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빨리 시작하면 더 큰 시장을 차지할 수 있지요.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더욱 필요해지고.” 민간용 경비행기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통용항공산업발전협회’가 한국과 중국 사이에 협약을 맺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5일 조일현(64) 초대 협회장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조 협회장은 17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상임위원회인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베이징대학에서 중국 공산당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통으로 통한다. 한국통용항공산업발전협회는 지난해 11월 발족했고, 중국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소프트랜딩에 탄력이 붙었다. “韓통용항공, 국가적 추진 中겨냥 신생 분야시진핑 ‘비행기’ 시대 개척 야심찬 계획 추진내년까지 경비행기 5천기, 비행장 8백곳 확보”- 통용항공이란 말이 낯설다. “통용항공(通用航空)이란 말은 중국에서 만들어 사용하는 용어인데, 우리는 중국 시장 진출을 겨냥해 이를 가져와 사용하고 있습니다. 군사와 대형 항공 서비스, 항공 수송을 제외한 것으로 영어로는 ‘제너럴 에비에이션(general aviation·GA)’이라 통칭합니다. 보통 4인승에서 100인승 이하의 경비행기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손님을 부정기적으로 실어나르는 택시, 스포츠 및 관광 사업뿐만 아니라 대규모 농장에 하는 농약살포도 통용항공 산업에 포함합니다. 우리나라엔 개념만 들어온 신생 분야이지요.” - 전 세계 통용항공의 규모는.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먼저 통용항공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36만대의 통용 항공기가 있고, 미국이 21만대를 보유하고 있지요. 중국엔 3000여 대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2020년까지 경비행기 5000기를 확보하고, 2021년부터 비행기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랍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중국 항공여객 시장은 2016년 5억명에서 20년 뒤인 2036년에 15억명으로 3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예컨대 중국 통용항공기가 3만대 필요할 때 우리가 1만대만 공급한다고 하면 그게 어딥니까. 우리가 차지할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과거 정주영 회장이 울산에 현대차 공장을 세울 때 한국 자동차시장 크기를 알았을까요. 저도 그런 심정입니다.” - 중국 통용항공 시장, 잠재력이 무섭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용항공을 미는 것도 다 까닭이 있습니다. 장쩌민 전 주석은 ‘마이카’ 시대를, 후진타오 전 주석은 ‘고속철’ 시대를 열었지요. 이에 시 주석은 ‘비행기’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합니다. ‘중국 제조 2025’에서 통용항공을 10대 육성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통용항공이 고속철도망을 까는 것보다는 더 경제적입니다. 내년까지 경비행장을 전국 800곳을 갖추기로 하고 한창 공사 중입니다. 몇 년 이내에 경비행장이 1000곳이 넘을 겁니다. 중국에서 제대로 된 통용항공 시대가 꽃피우기 위해서는 경비행기 수만 대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중국 파트너(중국 통용항공산업발전협회)에 따르면 경비행기를 사려는 중국 사람이 30만명에 이르고, 조종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은 100만명이라고 합니다. 또 중국 각 성에서 조종사 면허 발급기관을 확보하는 중이라고도 하더라고요.” “1953년 첫 자체 기술로 ‘부활’ 제작‘반디호’는 ‘하늘을 나는 페라리’ 극찬산업화 ‘실패’ … 하늘길 열리지 않아개발 대기업…생산은 중기 영역 문제”- 의욕만으로 진출할 수 있나. 우리의 항공기 제조 수준은. “물론입니다. 현재도 수원에 있는 베셀은 2인승 항공기(KLA100)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시속 200km로 14시간 비행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경비행기 제조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66년 전인 1953년 10월 대구에서 국산 경비행기 1호인 ‘부활’을 만들어 시험비행에 성공했습니다. 1991년에는 순수 국산 경비행기 2호인 ‘창공91호’를 개발했지만,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했지요. 1993년 국산 3호기인 ‘까치’를 제작했지만, 후속 투자가 이어지지 않아 역시 실패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도 진행되면서 경비행기 제작에 필요한 각종 기술을 괄목하게 습득했습니다. 2001년 9월 21일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4인승 ‘반디호(firefly)’ 선진국 경비행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 경비행기 제조 역사를 보면 연구원들의 피와 땀, 눈물, 목숨이 배여 있지요. 한국 제품은 완성도가 높고 안전하면서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중국이 보는 겁니다. 그래서 거래를 하고 싶어하지요.” - 항공기 제조 기술은 상당한 데, 산업화 실패 원인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만든 반디가 2004년 남북극을 경유하는 세계 일주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이를 몰았던 미국 탐험가 거스 매클라우드(64)는 반디호를 ‘하늘을 나는 페라리’라고 평했습니다. 민간 항공기로는 최초로 미국에 수출도 됐습니다. 201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KC-100(나라온)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기준을 다 통과했고요. 그러나 역시 산업화는 실패했습니다. 이런 제조 도면은 모두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지요. 판로 개척을 못 하면서 산업화에 실패한 겁니다. 거기에는 ‘하늘길’에 대한 문제도 있고. 경비행기 개발은 최소 1000억원이 들어가는 대기업 영역입니다. 그런데 대당 4억~5억원 정도 주문받아 생산하는데, 그 부분은 중소기업이 할 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선진국도 잘 못 합니다. 한국이 경비행기 만든다고 해도 군사용이나 대형 항공기가 아니어서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는 별로 신경도 안 씁니다. 날개를 접어 주차장(격납고)에 보관하는 등 첨단 기술이 들어간 것은 이들 국가가 보호하지만.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진출하려도 경비행기 제조 기술이 없습니다. 한국에겐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틈새시장이 될 겁니다.” “정부 지원 없으면 ‘대장간’ 수준 못 벗어나항공 관제 문제, 계기판 인증 문제 해결 시급韓지역별 준비 시급 … 싱가포르도 올해 시작”- 통용항공에 언제부터 관심을 뒀나. “국회 건교위원장을 지낼 때 선진국과 공항 관계자들로부터 ‘비행기 택시’ 시대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인이던 2016년 8월 경남 양산의 자택을 찾아갔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이 되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싶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때만이 한반도는 당당한 미래를 열 수 있고, 영원한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위하고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공유와 동질성 회복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쉬운 왕래와 진정한 교류가 필요하다. 따라서 빠른 왕래와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한 말씀을 듣고 통용항공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가 급속화되면서 더욱 필요해졌고요.” - 자동차는 정부가 길을 닦아줬는데, 활주로는 어떻게. “도로 건설 비용으로 활주로 충분히 낼 수 있습니다. 자동차 길은 산도 뚫고 강도 메워야 하지만 경비행기 활주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짧아도 됩니다. 경비행기 활주로는 길이 200m 이내면 충분하지요. 민간영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관제 문제 해결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도 비행기 제조에서 제일 어려운 게 계기판인데…. 경비행기에 장착될 계기판과 관련해 인증기관 설립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제조와 정보통신(IT) 기술이 우리가 세계 최고이니 계기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분야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이걸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받아야 합니다. 인증기관 만드는 것만 해도 정부가 크게 도와주는 겁니다.” - 정부 할 일도 많다. “통용항공은 정부가 관심을 두고 집중하지 않으면, 민간에만 맡겨서는 ‘대장간’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작은 싱가포르도 올해부터 비행기 택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도 전국을 지역별로 어디에 어떻게 비행기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지 준비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비행기는 로봇이 못 만듭니다. 거의 전부 사람 손이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집약적이면서도 일자리 창출도 많은 분야인 셈이지요. 그러기에 서둘러야 할 일입니다.” “‘中기술 먹튀’ 우려? …‘당연’안주 말고 경쟁력 확보 노력도中과 교류 확대로 신뢰 쌓아야”- 협회가 할 일은. “현재 국내에 경비행기 제조와 관련된 업무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곳이 없습니다. 이게 우리 협회가 할 일이지요. 각 분야의 전문 기술과 지식을 엮어서 하나의 토대를 만들고 또 협회에서 구축한 기반을 토대로 회사를 세우거나 합작 회사를 만들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정부나 중국을 비롯한 대외 창구 역할도 하고. 제조·정비·조종사 양성·부품공장 계열화 등 꿰맬 일이 많습니다. 현재 20개 기업이 등록돼 있는 데 협회가 출범했다고 하니 문의가 많아. 그리고 경비행기 제조에는 대략 6000개의 부품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후방산업 효과도 막대합니다. 그리고 중국 조종사들을 교육도 우리가 하게 할 계획입니다. 중국에서 딴 조종사 자격증으로 외국에서는 경비행기를 몰 수 없거든요. 한국에서 딴 자격증은 국제운전면허증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다 인정해 줍니다. 중국인들이 그걸 노리고 있습니다.” - 통용항공, 다른 활용 가능성은 많겠다. “사실, 이국종 교수가 말하는 ‘닥터 헬기’는 갖췄다고 해도 평상시엔 사고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입니다. 응급헬기를 지역별 비행기 택시회사에 위임사항으로 주는 겁니다. 이걸 중국 시 주석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읍급 콜’이 들어오면 이 회사에서 바로 출동하는 겁니다. 중국은 한국 기술로 병원 응급실이 탑재된 헬기를 만들고, 의료진이 탑승하는 한중일 3국 해상재난 체계를 갖추자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중국이 그런 해상재난 헬기를 다 사주겠다는 겁니다. 이거 한대 가격이 얼마인줄 아세요? 600억~700억원입니다. 중의학이라는 게 응급상황에서 별로 쓸모없고, 한국 의료기술은 세계 수준인 것을 중국이 잘 알기에 이런 제안을 한 겁니다.”- 중국의 ‘기술 먹튀’가 우려된다. “중국의 항공 기술은 세계적입니다. 군사용이나 대형 항공기 제조 수준은 거의 미국이나 유럽 수준의 90%에 달했습니다. 드론은 오히려 더 앞섰고요. 다만, 경비행기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뒤처졌져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특허가 다 끝나 단종된 ‘세스나’를 만드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비행기 기술도 중국이 금방 습득할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잡힐 우려도 있지만, 우리도 끊임없이 노력해서 경쟁력을 갖춰야지, 여기에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산업을 막 시작하던 시절, 현대나 기아차가 미국에 공장을 지어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습니까. 경비행기도 미국에 진출할 날이 올 겁니다.” - 그래도 너무 중국 의존적이다. 중국, 과연 믿을 만 한가. “시진핑 정부가 확실하게 밀고 있으니, 통용항공은 시간만 지나면 궤도에 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요한 경비행기를 한국이 생산하면 다 사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제품이 완성도가 높고 안전하면서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조건에서 말이죠. 이런 제안을 한 파트너인 쉬창둥(徐昌東·67) 중국 협회장은 시 주석이 애지중지하는 인재입니다. 그의 부친이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운동하던 이승만 전 대통령과 같이 한 인쇄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충남 예산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참배합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일부러 찾아가 아들과 손자까지 3대가 함께 고개 숙여 참배했습니다. 그 전에도 두어번 와서 참배했지요.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과 감정을 갖고 있지요. ‘한국 사람은 중국 사람을 못 믿고, 중국 사람은 한국 사람을 안 믿는다.’라는 말은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교류를 통해 서로 확인했고, 신뢰를 쌓아가고 있지요.” “베이징대 박사학위 조기졸업에 한문 실력 발휘어릴 적 가난해 서당 3년 다녀…高2때 군 입대도‘봉이 김선달’ 놀림감 생수도 산업화 성공 전력” - 중국에 대해 얼마나 잘 아나. “개인적으로 내가 박사학위가 2개인데 하나는 중국 베이징대에서 딴 겁니다.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지고 2000년 중국에 갔지요. 가서 지내보니 ‘밥값보다 통역비’가 더 들어요. 그때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 과정 모집을 보고 ‘저기 들어가면 말은 배울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지원했지요. 중국정부론을 전공했는데, 이게 사실은 중국 공산당을 연구한 겁니다. 옛날에 서당에서 한문 공부한 게 큰 효과를 봐서 2년 반 만에 조기졸업했습니다. 고생도 무척 많이 했는데…. 학위 수여식에 총장이 불러서 가니 나 혼자입디다. 총장이 ‘100년 역사에 정식 조기졸업한 학생은 두 번째’라고 하더라고요. 2004년 한국 돌아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고, 그해 7월 졸업식장에 갔습니다. 중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공부할 때 직접 베이징대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요. 파견교수 자격으로 학생들 점수를 직접 매겼습니다.”- 서당을 다녔다고? “난 화전민의 아들로,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안이 너무 어려워, 할아버지가 하시던 서당에서 3년간 한문을 배웠습니다. 그게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 밟을 때 정말 요긴하게 쓰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다 세 살 아래 동생들과 중학교, 고등학교에 같이 들어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소집영장’이 나와 군대 갔습니다. 군 제대하고 3학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고…. 25살이던 대학교 2학년 때 국회의원 출마한다고 1500만원 싸들고 선관위 등록하러 갔었습니다. 그때 소 한 마리 값이 30만원이던 시절이야. ‘나이가 적으니 대학교 졸업하고 출마하라.’면서 후보 등록을 안 받아줬어….” 비행기 택시 서비스가 어찌 보면 황당무계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사서 마시는 생수 판매도 당초에 허무맹랑한 사업처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생수 판매도 조 협회장이 양성화에 앞장섰던 사업이었다. “1990년대 초쯤이었는데, 생수 판매를 허가하자고 하니 ‘봉이 김선달’이니 ‘국민 위화감 조성’이니 하면서 엄청 반대가 많았습니다. 당시 수출용으로 생수를 판매하는 것은 괜찮다고 허용된 상태였습니다. 주로 미군 PX에 들어갔지요. 업체는 물통 배달료만 받고, 허가 품목도 아니어서 정부가 수질 검사를 못 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맹점이어서 수질이 엉망이었던 것이지요. 결국 판매를 양성화·산업화시켰고, 국민은 더 깨끗한 물을 마시게 됐습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중국학생에 영어쓰라 한 美 듀크대 교수 사임

    중국학생에 영어쓰라 한 美 듀크대 교수 사임

    미국 듀크대 교수가 중국 학생들에게 학교 안에서 영어를 쓰라고 했다가 비난을 산지 하루 만에 사임했다고 중국신문망이 28일 보도했다. 메간 닐리 듀크대 생물통계학과 조교수는 26일 자교에 재학중인 유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른 두 명의 교수로부터 학교 안에서 중국어로 매우 크게 이야기하는 1학년생 두 명을 목격했다면서 그 학생들이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교수는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요구했는데 그 이유로 만약 중국 학생들이 인턴십이나 석사 과정에 지원하면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다른 동료 교수로부터 이와 같은 요구를 접한 닐리 교수는 석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항상 영어를 100%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학생들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 무례하다고 느껴 교수진들이 매우 화가 났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닐리 교수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모르고 유학생들이 이룬 성과에 대해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학교 내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내에서 영어가 아닌 모국어를 사용하면 교수들이 영어를 열심히 배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취업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닐리 교수의 이메일을 캡처한 사진은 지난 26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공유됐으며 여러 학생들이 학교의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닐리 교수의 조사을 요청한 1900여 명의 학생들은 그가 명백하게 외국인 유학생을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학생들은 트위터를 통해 ‘듀크대 교수가 중국인들이 중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글과 함께 닐리 교수의 이메일 사진을 퍼뜨렸다. 이후 닐리 교수는 석사 과정 학장직에서 사임했으며 조교수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는 지난해 중국 인민대와 6년간 유지하던 연구 및 교류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인민대가 노동자와 함께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노동운동을 한 학생들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 숫자를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비자 심사가 강화되어 항공학과, 로봇공학과 등 첨단 제조업 분야 전공 중국인 대학원생들은 비자 유효기간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매사츄세츠 공과대학(MIT) 등 미국 명문대 등은 중국 유학생의 입학을 배제하는 등 미국 대학에서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관가 블로그] 환경부 물분야 조직개편 ‘상하수도 분리’ 시끌

    [관가 블로그] 환경부 물분야 조직개편 ‘상하수도 분리’ 시끌

    학계 “취수→재생 효율적 이용 저해” 업계도 “총괄 국장 부재… 홀대 우려” 정부 “확정된 것 없다”… 해법 촉각환경부가 추진 중인 물 분야 조직 개편을 놓고 학계와 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개된 ‘개편안’(검토안)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것은 물관리 일원화 후 첫 조직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통합 물관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분산된 수량·수질 기능 연계 강화와 중복 기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기능과 명칭을 재설계했다는 후문입니다. 기존 ‘2국 1관 10과’를 증원 없이 ‘3국 10과’로 개편할 계획입니다. ‘물통합정책국’(가칭)이 선임국으로 물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기능을 맡게 됩니다. ‘물환경정책국’은 물환경 보전과 수질을, ‘수자원정책국’은 기존 댐·보에 상수도를 포함해 수량 관리를 담당합니다. 과거 국토교통부의 광역상수도와 환경부의 지방상수도를 통합해 물공급 부서로 일원화하고, 하수는 처리 수단으로 물환경(수질) 조직에 재배치했습니다. 논란은 상하수도 조직 개편에서 불거졌습니다. 대한상하수도학회는 “먹는물 공급과 오염된 물을 처리해 지속 가능 구현이라는 염원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물관리의 효용성을 위해서는 취수·공급·사용·재생·재이용으로 이어지는 물 순환을 다루는 상하수도가 단일 조직 내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4일 “환경부로 물관리를 일원화한 것은 효율적 이용 취지를 담고 있는데, 개편안은 균형 문제뿐 아니라 수자원 중심이라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업계는 상수도·하수·지하수를 총괄하는 ‘상하수도정책관’이 없어지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총괄 국장 부재로 상하수도정책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관계자는 “부서 명칭에 상하수가 빠지고, 분리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환경부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상하수도를 홀대하면서 환경산업 육성과 녹색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환경부는 ‘확정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자세입니다. 그러면서도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능 조정은 불가피하다. 내부 논의를 거쳐 다음주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환경부가 어떤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올겨울, 똑똑하게 촉촉할래

    올겨울, 똑똑하게 촉촉할래

    한겨울 수은주와 함께 뚝 떨어지는 게 습도다. 특히나 보일러나 난방기구를 사용하면 습도는 더 급격하게 떨어진다. 실내 습도는 40~50%를 유지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 아무 가습 대책이 없으면 습도는 20% 중반을 오간다. 난방을 하면 20% 밑으로 떨어지는 일도 잦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이 마르고, 콧속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안쪽이 갈라져 코피를 흘리기도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널어 둔 젖은 수건이나 빨래가 몇 시간 뒤 마르고 나면 오히려 습도는 더 빠르게 떨어진다. 집에 아이가 없더라도 가습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다른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가습기 역시 종류가 다양하고 쓸 때 유의할 점도 많다.가습기는 크게 초음파식, 기화식(자연증발식), 가열식으로 나뉜다. 이 중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초음파식 가습기다. 가습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들이 대체로 초음파식이며 요즘 사무실 책상에 두고 쓸 수 있도록 작게 나오는 제품들도 거의가 그렇다.초음파 가습기는 초음파 진동자가 물을 미세한 방울로 쪼개 날려 보내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수증기처럼 보이는 뿌연 기체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는 증기가 아니라 물방울과 공기의 혼합물로 안개와 비슷하다. 단시간에 실내 습도를 올릴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전력소모도, 소음도 적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대부분 물을 쪼개서 직접 뿜어내기 때문에 물속에 섞인 물질이 그대로 공기 중에 뿌려지기 때문이다. 만약 가습기 물통에 담긴 물에 세균이나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다면 사용자가 그걸 들이마시게 된다. 초음파 가습기의 이런 성격과 관련, 가장 충격적인 예는 2011년에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다. 초음파 가습기에만은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 물질인데 업체가 아무런 주의나 구분 없이 생산·판매해서 그런 비극이 일어났다.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미세한 물방울에 섞여 그대로 흡입된 것이다. 해당 살균제를 초음파식이 아닌 기화식이나 가열식 가습기에만 사용했다면 이런 피해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독성 물질이 아니라도 물은 본질적으로 수용성 세균이나 곰팡이 등을 증식시키기 좋은 환경이다. 물통 안에서 이런 세균이 증식하면 초음파 가습기를 켰을 때 물방울과 함께 공기 중에 살포된다. 방금 받은 신선한 물이라도 미량 녹아 있는 미네랄은 초음파 가습기를 통해 물방울과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니다 TV 등 정전기를 일으키는 물건 표면 등에 달라붙어 허옇게 얼룩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백분현상’도 초음파 가습기의 단점이다. 그럼에도 초음파식 가습기가 가장 널리 쓰이는 건 역시 가습 효율성과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하는 공간이 넓을 경우 기화식이나 가열식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다행히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구조나 기능적으로 자체적인 항균·위생 대책을 탑재하고 있다. 백분현상을 줄여 주는 필터를 내장하고 있는 제품도 있다. 그래도 내부를 자주 청소하고 소독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빨래나 젖은 수건을 널어 놓는 것과 같은 원리로 실내 습도를 높여 주는 게 기화식 가습기다. 물통의 물을 부직포 등 섬유재질 필터로 빨아올리고 필터가 머금은 습기를 자연 그대로, 혹은 기계적 장치로 바람을 불어 증발시키는 방식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습도를 올려 주는 기화식 가습기의 최대 장점은 ‘안전’이다. 만약 물에 오염물질이나 세균 등이 섞여 있다 해도 초음파 가습기처럼 사용자가 습기와 함께 직접 들이마실 염려가 없다. 필터를 통해 공급되는 습기는 순수한 물이다. 집에 아기가 있거나 가습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집에서 쓰기에 좋다. 실내에 습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증발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과도한 가습으로 인한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람을 불어 가습효율을 높여 주는 보조장치를 쓰지 않을 경우 전기료와 소음이 아예 없다. 하지만 기화식은 가습능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넓은 공간에서 사용할 경우엔 효과가 미미하다. 대용량 제품도 있지만 값이 비싼 편이다. 또 필터에 물때나 수돗물의 미네랄이 쌓이게 돼 자주 청소를 해 주지 않으면 가습 효율이 더 떨어진다. 보조장치를 탑재한 제품을 구입해 아기방이나 침실 등 넓지 않은 공간에 각각 두고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가열식 가습기는 내부에서 물을 끓여 실내로 뿜어내는 방식이다. 기화식 다음으로 자연스러운 가습 방식이며, 마찬가지로 물속 불순물이 공기 중으로 뿌려지지 않는다. 가습효율은 기화식과 초음파식의 사이에 해당한다. 반면 전기로 물을 끓이는 전열 방식이라 하루 종일 사용할 경우 전기료를 걱정해야 한다. 소음도 세 종류 가습기 중 가장 크다. 특히 수증기를 뿜어내는 부분은 상당히 뜨겁다. 요즘엔 안전대책을 구비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에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수돗물을 바로 쓸 경우 수조 안에 물이 증발하고 남은 찌꺼기가 많이 쌓인다. 가습기는 종류를 불문하고 내부 물 저장공간을 자주 청소하고 살균소독을 해 주는 등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화식 가습기의 경우 수조에 전용 살균제를 넣거나 락스를 조금 타면 필터를 청소하는 것 외에 따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수돗물을 사용하느냐, 정수된 물이나 끓인 물을 쓰느냐를 두고 주장이 엇갈렸는데 최근엔 정수나 끓인 물을 쓰는 게 낫다는 쪽이 힘을 얻고 있다. 수돗물의 소독 성분이 세균 번식을 막아 준다고도 하지만 염소도 물을 받아 두면 날아가기 때문에 이런 효과도 물을 자주 갈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정수된 물을 쓰면 초음파 가습기 백분 현상을 줄일 수 있다. 과하게 가습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가습 효율이 좋은 초음파 가습기를 계속 돌리면 기관지 점막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습기를 배출하는 부분에 얼굴이나 코를 대는 것도 좋지 않다. 초음파식의 경우 물에 포함된 불순물을 그대로 들이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와 초음파 가습기를 함께 쓰는 것도 좋지 않다. 초음파 가습기를 통해 나온 미세 물방울은 이보다 더 미세한 공기청정기 필터에 걸리고 만다. 그럼 가습 효과가 없어질 뿐 아니라 공기청정기는 물방울을 미세먼지로 인식, 자동모드를 사용할 경우 굉음을 내며 최대 출력으로 돌아갈 것이다. 게다가 종이를 여러 번 접은 것 같은 형태의 필터가 가습기를 통해 나온 물기를 잔뜩 머금으면 수명이나 성능이 떨어질 수 있고, 이 상태로 장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도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수능 고사장은 ‘흡연 자유지대’

    수능 고사장은 ‘흡연 자유지대’

    고3 대부분이 치르는 대입수능 날쉬는시간 마다 학교 곳곳 담배연기담배 피우는 수험생에 학교 측 ‘난감‘ “학교가 아니라 너구리 소굴인 줄 알았습니다.” 지난 15일 2019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을 맡은 고등학교 교사 A씨는 1교시 시작 전 교내 순찰을 하다 깜짝 놀랐다. 화장실 안에 모여 담배 피우는 수험생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재수생 등 성인뿐 아니라 미성년자인 고등학교 3학년도 상당수였다.A씨는 “30분 동안 압수한 라이터가 23개나 됐다”면서 “감독관 지침에는 교사들이 향수도 못 뿌리고 구두 소리도 못 낼 정도로 철저하게 돼 있는데,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담배는 왜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침 소리, 발소리 하나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대학수학능력시험장에서 다수의 학생에게 피해줄 수 있는 담배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문제가 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학교는 절대 금연구역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와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사(校舍) 전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하지만 이 법은 수능 당일에는 효력이 없어지고 학교는 ‘흡연 천국’으로 변한다. 1년에 한 번뿐인 시험인 만큼 학생들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사 B씨는 “학생들이 가뜩이나 예민한 상태인데 ‘담배 피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감독관 때문에 시험 망쳤다’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B씨는 “흡연 자체를 막기는 어려워 임시방편으로 화장실에 물통을 설치하고 화재 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자들도 불만은 있다. “쉬는 시간에 학교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하는데, 어디서 담배를 피우냐”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험생은 본인이 선택한 모든 영역의 시험이 종료된 후에 시험장을 나갈 수 있고, 그 전에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 학교 내에 흡연 구역을 따로 설치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매년 수능을 앞두고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울 수 있느냐”는 질문이 올라오고, ‘수능 때는 괜찮다’는 답변이 달린다. 교내 흡연은 엄연히 위법행위이지만 수능 당일에는 화장실, 운동장 등에서 흡연하는 수험생들을 ‘못 본 체’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불편을 겪는 건 비흡연 학생들이다. 수능이 끝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핀 담배 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수능 당일 주의사항 리스트’에는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고 와 시험 내내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담배빌런’이라 일컬으며 이들을 최대한 피하라는 조언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이런 현실이지만 교육부와 교육청, 소방, 경찰 등 관련 기관은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자담배를 시험장 반입금지 물품으로 명시했다. 이름에 ‘전자’가 들어가 전자기기로 간주했다. 하지만 일반 담배나 라이터는 반입금지 물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내는 절대 금연구역이라 담배 반입이 안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흡연 수험생들에 대한 관리 감독 조치는 따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이터 등 인화 물질을 반입금지 물품에 포함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는 “단순히 라이터를 소지한 것만으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소방청은 화재 등 유사시 대피 유도를 위해 수능 날 전국 211개 시험장에 474명의 소방안전관리관을 배치했지만, 소방청에는 교내 흡연 단속 권한은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사장에는 여러 학교 학생들이 섞여 있고, 감독 교사도 다른 학교 출신이라 계도·감독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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