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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檢 확실한 수사만이 저축銀 특검 막는다

    저축은행 비리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특위를 구성할 때부터 논란이 됐던 증인 채택문제에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08년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같은 해 12월 쌀 직불금 문제로 실시된 국정조사에 이어 18대 국회 들어 열린 세 차례의 국정조사가 모두 증인 채택에 실패한 꼴이 됐다. 국회 스스로 국정조사 권능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저축은행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국정조사를 결의한 것 자체가 정치권에 쏟아지는 연루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라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여야는 특위 활동기간의 절반 이상을 증인 채택 여부로 허비한 후 뒤늦게 시작된 현장조사 및 기관보고에서도 책임 떠넘기기, 네 탓 공방만 되풀이했다. 정치권은 벌써 특검 도입 필요성을 들먹이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수사 부진을 질타하면서 “특검이든 뭐든 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발언을 특검 도입 당위론인 양 해석하는 듯하다. 물론 검찰의 수사결과가 미흡하면 특검 도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 확인되듯 특검을 도입하더라도 검찰 수사결과 이상의 성과물을 내놓은 적이 별로 없다. 따라서 정치권은 국정조사 활동시한 마감일까지 의혹 규명에 매진하되 피해자 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는 현재 진행 중인 감독당국의 검사가 마무리되면 추가 퇴출과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검으로 매듭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자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중수부를 엄호하는 상경투쟁까지 벌인 바 있다. 검찰이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국정조사 증인 채택까지 무산시킨 ‘실세’ 측근들의 연루의혹 역시 빠짐 없이 규명해야 한다. 대통령조차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겁날 게 뭐가 있느냐.”고 채근하는 마당에 주저해야 할 이유가 없다. 검찰 수뇌부 교체에 따른 인사로 상층부는 바뀌게 될지라도 수사팀은 그대로 존속시켜야 한다. 행여 수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특검을 불러들이게 된다면 그것은 검찰의 치욕이다.
  • [문화마당] 시대의 우울/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시대의 우울/주원규 소설가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최근 반값 등록금 시위에 참가한 어느 대학생의 탄식이다. 이 학생은 투쟁이니 집회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광우병 사태로 인한 촛불집회 때에도 영어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거리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자신을 시위 한복판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대체 그 불안과 공포는 무엇인가. 대학 졸업반인 4학년의 이 학생은 졸업 직전 학기까지 2000여만원 가까이 학자금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소위 비인기 인문계열 학부 출신인 자신은 졸업 후 취업은 막막하지만 대출금 상환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했다. 때문에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전공, 적성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뭐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학생의 아버지는 대기업 조선소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데 벌써 6개월째 임금체불이 되어 노동부와 법원을 오가며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이는 중이었고, 어머니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매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다가 지금은 만성천식이란 병마를 끌어안고 투병 중이라고 했다. 그의 누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정규직 취업은 고사하고 오히려 나이, 학력이 걸림돌이 되어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자신의 가족사를 말하던 중 울먹이던 학생의 얼굴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학생의 말 한마디에서 필자는 시대의 우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대가 극도의 우울증에 빠져 있음을 나타낸 상징적 방증인 것이다. 시대의 우울은 특정 세대에서만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세대가 삶을 걱정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군가들은 이러한 시대의 우울을 과소평가하거나 장밋빛 이슈, 선심성 정책 몇개 늘어놓는 것으로 대충 봉합하려 한다. 정책을 집행하고, 법안을 추진하고, 경제를 선도하겠다며 그야말로 반세기 넘게 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내려오지 않는 그 누군가들에게 시대의 우울은 나약한 인종들의 자기변명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회복 불가능한 중증의 우울증을 유발시킨 보균자임을 좀처럼 시인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무유기, 탐욕이란 전염성 병균의 산파임을 인정하지 않는 암묵적 카르텔로부터 발화된 설익은 정책들은 그야말로 공허하다. 시대의 우울에 대한 근본적 자각이 선행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거세한 상태로 시대의 고통을 해결하려 드는 허망한 발작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시대의 우울이 가져오는 고통, 그 고통의 심연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최소한 그것을 공론화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발발하는 자기반성을 긍정할 수 있을 때 정책의 고민, 법안수립의 고민, 제도의 고민이 진정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문은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기만 한다. 자기반성에 대한 고민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표가 되지 않는다며 도외시한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려 하고 있다. 모두가 미치광이가 되어서야 뒤돌아 볼 것인가. 이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투명해진다. 외치거나 주저앉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주저앉음은 단순한 자포자기가 아니다. 이 사회의 집단적 아픔을 단순한 애국주의나 몇몇 이슈를 통해 물타기하려 드는, 부패한 타성에 젖은 선동적 추진력에 근본적으로 제동을 거는 것이다. 그 주저앉음이 광장이건, 학교건, 파업의 현장이건 상관없으리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외침을 쏟아낼 수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소통의 통로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 이런 사람들로 대학구조조정 할 수 있나?

     부실 사립대 퇴출과 국공립대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주도할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1일 발족했으나 위원들이 대부분 대학 관계자들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나 학생·학부모 대표 등은 아예 배제됐으며, 산업·경제계 인사들도 대학을 경영 중인 대기업 관계자들이 많았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아무래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의중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위원회가 이런 형태라면 이는 대학 구조개혁을 물타기하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벌써부터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각계 대표 20명으로 구성된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고 1일 밝혔다. 위원장은 홍승용(영산대 명예총장) 녹색성장해양포럼 회장이 맡았다. 5일 오후 첫 회의를 열 예정인 위원회는 사립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부실대학 판정기준, 판정 절차, 인수·합병 및 퇴출 등을 심사하고 국립대학 선진화와 통폐합 등을 논의하게 된다. 위원회 산하에 사립대분과위원회와 국립대분과위원회를 설치해 분야별 구조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교과부는 “부실 사립대의 경영진단과 실태조사, 구조개선 계획과 합병·해산, 국립대 선진화와 통폐합 등을 전문가적 관점에서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들의 면면은 이같은 교과부의 설명과 어울리지 않는다.  우선,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교육단체 수장들이 대거 위원으로 위촉됐다. 대학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법인협의회 회장 등이 모두 포함됐다. 각 단체의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지만 각 대학 형편에 따라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 외에도 대학교수 7명이 따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명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뒤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교육 분야를 담당하기도 했다. 법률분야 대표로 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이 임명된 것도 논란이다. 사분위는 비리 등으로 물러난 대학 재단 등의 복귀를 잇따라 승인하는 등 분쟁조정이 아니라 사학분쟁을 증폭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대표적 기구다. 산업·경제계 인사로는 직접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관변단체 인사도 구색맞추기에 동원됐다. 경제계 몫으로 참여한 한 위원은 현 교육과학강국실천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이 단체는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자문 등을 맡았던 전직 장관과 대학 총장 등이 참여해 결성한 단체로, 현 이사장도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맡고 있다.  시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대학구조 개혁을 주도할텐데, 이런 인사들로 얼마나 공정하고 근원적인 구조개혁이 이뤄질지 실망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운(22)씨도 “등록금 사태로 시작된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결국 무산시키려는 저의가 엿보이는 인선”이라며 “국민의 뜻을 대변할 수 없는 이들로는 결코 이해관계가 얽힌 대학 구조조정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7000원 치킨 1시간 줄서 구입… 음료·소스 사니 1만원 넘어

    7000원 치킨 1시간 줄서 구입… 음료·소스 사니 1만원 넘어

    대형마트들 사이에서 ‘통큰 ○○’, ‘착한 ○○’ 등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운 제품들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경쟁 업체에서 값싼 제품을 내놨다는 소식이 들리기가 무섭게 유사 제품들을 내놓으며 ‘물타기’에 나서곤 한다. 그렇다면 과연 각 업체의 대표 미끼 제품들은 얼마만큼의 효용이 있을까. 서울신문이 각 대형마트의 대표 미끼 상품들을 직접 구입해 보고 득실을 따져봤다. ●이마트 피자, 피클·음료 등 별도 구매 지난 5일 서울 목동의 이마트(목동점)를 찾아가니 이마트의 대표 미끼 제품인 ‘이마트 피자’가 기자를 반겼다. 통상 15인치(33㎝) 크기인 일반 피자보다 큰 18인치(45㎝)임에도 가격은 절반 수준인 1만 1500원에 불과해 최근까지만 해도 번호표를 받고도 몇 시간씩 기다려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도 잇따라 비슷한 크기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지금은 가장 인기가 많은 ‘치즈 디럭스’를 빼고는 즉석에서 살 수 있다. 피자 가격 자체만 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1회용 피클(300원)은 따로 사야 했다. 피자 위에 뿌려 먹는 파마산 치즈는 1회용 제품이 없어 별도로 85g짜리 제품(4750원)을 구입해야 한다. 가족이 1~2잔씩 마시기에 적당한 1.5ℓ들이 콜라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1.8ℓ짜리 콜라(1630원)도 집어야 했다. ‘만원의 행복’을 기대하고 마트를 찾았다면 최대 1만 8180원이 드는 현실이 다소 서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피자가 얇다 보니 제품을 받은 지 20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피자의 온기가 사라져 아쉬웠다. 집이 마트와 아주 가깝거나 가족들을 마트에 모두 데리고 가서 먹지 않는 한 갓 구운 피자의 맛을 느끼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홈플러스 ‘착한 시리즈’ 하늘의 별따기 지난 3일 문래동 홈플러스(영등포점)에 찾아가니 ‘착한 한우 불고기’를 판다는 전단을 볼 수 있었다. 쇠고기를 시중 가격보다 최대 63% 할인해 100g당 1480원까지 낮춰 판매했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달리 1주일 안팎으로 품목을 바꿔 가며 ‘착한 OO’라는 이름으로 미끼 상품을 판매한다. ‘착한 불고기’ 직전에는 ‘착한 콩나물’을 마련해 일반 콩나물의 절반 가격인 봉지당 1000원에 선보이기도 했다. 서민에게는 ‘착한 제품’들이 그야말로 단비 같은 존재지만, 매장마다 배정되는 물량이 너무 적어서 실제 이를 손에 쥐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한 소비자는 “착한 제품을 사러 마트를 찾았다가 결국 착하지 않은 제품만 사 간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롯데마트, 흑마늘치킨도 추가비용 지난달 30일 영등포동의 롯데마트(영등포점)를 찾았을 때 ‘제2의 통큰 치킨’ 논란을 빚었던 ‘흑마늘치킨’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었다. 통상 650g 안팎인 일반 치킨보다 30% 이상 많은 900g에다 가격도 시중 치킨의 절반 가격인 7000원에 불과해 인기가 많았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서야 치킨을 받을 수 있었다. 이마트 피자와 마찬가지로 7000원이라는 가격은 분명 ‘통 큰 가격’이지만, 가족들이 치킨을 조금 더 폼 나게 먹으려면 돈이 조금 더 들었다. 치킨무(500원)와 각종 소스(4종·각 500원)를 따로 사야 했고, 1.8ℓ짜리 콜라 페트병(1630원)도 추가로 구입해야 했다. 결국 콜라 한 병에 치킨무 한 상자, 소스 두 개를 추가하니 실제 치킨 가격은 1만 130원이 됐다. 여기에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적 기회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일반 배달 치킨 대신 마트 치킨을 사서 집에 가져와 가족과 즐기는 게 합리적인 선택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정치권 “철저수사”속 사정 거세지나 긴장

    저축은행 로비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정치권을 향하면서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추가 연루설이 나도는 등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숨을 죽이고 있다. ●“정치공세 자제해야” 검찰은 최근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과 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 등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이미 구속 기소된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고위 공직자와 금융당국 관계자로 한정됐던 수사 초점이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부산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 등에서 정·관계 로비를 담당했던 브로커들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면서 상당수 정치권 인사가 가슴을 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안팎에서는 “부산지역 의원 4~5명이 연루됐다.”, “로비를 위해 뭉칫돈을 건넸다.”, “매달 수백만원씩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등의 소문이 떠돈다. 게다가 검찰이 정치권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에 반발하고 있는 데다 ‘봐주기식 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입법 로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리 여부를 떠나 저축은행과의 유착 관계만 드러나도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여야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한목소리로 촉구하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저축은행 비리 관련 인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면서도 “혐의 사실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확실하게 나올 때까지 정치 공세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檢, 야권 표적으로 물타기” 이번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몰아가던 민주당도 임 전 의원의 연루설로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검찰이 전·현 정권, 여야 구분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하면 될 일인데 권력 실세들의 개입 의혹을 물타기하고 야권 인사들의 이름만 흘리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재선 의원은 “괜히 벌집을 건드린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 여·야, 남북비밀접촉 일제히 질타

    여·야, 남북비밀접촉 일제히 질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3일 남북 정상회담 비밀 접촉 논란과 관련,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면 적대적 대북 강경책부터 버리고, 쌀 지원 등 인도적 지원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 없는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6·15 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남북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이뤄진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비밀 접촉 논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정부가 지난달 베이징 접촉에서 교통비 등의 실비로 1만 달러를 북측에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돈 봉투와 정상회담 구걸 등 지난 정권의 행태를 따라하고 있다.”면서 “‘도루묵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이것이 회담이라면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대통령이나 장관의 임명장 발부가 있어야 했다. 이를 발부하지 않은 것은 정부 스스로 불법을 자행한 셈”이라면서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 및 대통령실장이 사표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다만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은 “남북이 기 싸움으로 시간을 끌지 말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면서 “남북 대화는 1인 독재인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상이 만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유도해 북한이 명분 있게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북한이 밝힌 내용은 왜곡됐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애걸하거나 돈 봉투로 매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북한의 폭로 의도는 남한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야가 입장 차를 노출해 온 북한인권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6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요구한 북한민생인권법을 함께 논의키로 한 것과 관련, “‘희석 폭탄용 법안’을 급조해 북한인권법 속에 섞어 물타기로 없애 버리려는 전술”이라면서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북한인권법은 선언적 의미 외에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면서 “북한인권법보다 북한인권결의안이 현실적, 실질적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저축銀 수사 정치권 공방에 흔들리지 마라

    저축은행 부실과 비리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이 청와대의 일부 인사를 겨냥해 비리의 ‘몸통’인 양 공세를 펴자 청와대는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맞받아치고 나섰다. 여권은 저축은행 부실과 비리의 90% 이상이 전 정권의 책임이라고 규정하는 반면, 민주당은 현 정부가 특권과 반칙에 휘둘려 부실을 제때 정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서민의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국회 청문회 때 벌어졌던 여야의 ‘네탓 공방’이 청와대까지 가세하면서 한층 증폭되는 형국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사생결단식의 공방을 벌이는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사법처리된 데 이어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도 퇴출 구명 로비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얽히고설킨 저축은행 복마전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아전인수식으로 이 사태를 재단하려는 정치권의 공방은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상대편을 물고 늘어짐으로써 수사의 물줄기를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서민들을 피눈물나게 만든 비리 가담자를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비호하려 해선 안 된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감사원장 재직 시절 저축은행과 관련해 압력을 받았다는 ‘오만 군데’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 여야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국정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정치권에 특검 도입이나 물타기 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면 검찰 수사는 어느 때보다 엄정해야 한다. 존폐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욕심에서 무리를 해서도 안 된다. 자칫 한치만 어긋났다가는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검찰은 오로지 국민과 역사 앞에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본연의 자세를 끝까지 견지해야 한다.
  • [저축은행 로비 파문] 민주당 ‘추가 공세’

    민주당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사원에 확인한 결과 김 전 원장이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을 만나 ‘감사원이 저축은행 감사를 하는 게 적절하냐. 금감원의 권위가 약해진다’는 동냥성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김 전 원장의 발언 배경과 김 전 원장을 움직인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면서 “은진수 전 감사위원, 김 전 원장에서 꼬리 자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청와대에 의혹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는 “야당에 뒤집어씌워 물타기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특위를 통해 청탁·압력의 실체를 다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의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에서는 불협화음도 일고 있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은 금품·로비를 받지 않고 (청탁) 전화를 받았더라도 관계없다고 끊으실 분이고, 김두우 기획관리실장도 그런 일에 개입할 성격이 아닌 훌륭한 분”이라며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권 수석과 김 실장에 대해 저축은행 사태 연루 의혹을 제기했으나, 박 전 원내대표가 이를 뒤집은 셈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 워크숍에서도 “공격 대상을 펼치면 안 되고 한 놈(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만 패야 한다.”면서 사실상 이들에 대한 국정조사 배제를 시사했다. 그는 정 수석에 대해 “신삼길 전 저축은행 명예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서울 역삼동에 있는 경복아파트 사이의 고깃집에 가 보면 신씨와 얼마나 많이 나타났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 진상조사위 소속 의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 전 원내대표의 발언이 사전 조율 또는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초 이달 말 이뤄질 저축은행 국정조사에서 청와대 참모진을 대거 증인으로 세워 정권 핵심부와 저축은행 비리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 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박선숙 의원은 “대통령과 감사원장 간 일정을 잡는 게 민정수석인데 어떻게 권 수석이 연관이 없을 수 있느냐.”며 “청와대 의혹 대상자들을 증인으로 안 부르면 국정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이젠 ‘이발소 그림’도 그려 보고파”

    “이젠 ‘이발소 그림’도 그려 보고파”

    조금 당황스러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딱히 화가의 집이라 할 만한 게 눈에 띄지 않아서다. 민중미술을 했던 사람이라 예술적인 작업실 같은 걸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파트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방 한 칸이 작업실의 전부일 줄은 몰랐다. 한국 근·현대사 시리즈, 중산층 시리즈, 갑돌이와 갑순이 시리즈처럼 대작을 그려 온 작가인데 말이다. 신학철(68) 작가를 만나기 위해 지난 25일 서울 장안동 자택을 찾았다. 개다리소반에 과일과 커피를 손수 내왔다. →오랜만에 신작을 내신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 -아휴. 난 시간 딱 정해 놓고 작품 못 한다. 이렇게 저렇게 준비는 계속하고 있는데 어찌 될는지 모르겠다. 집사람도 누워 있고(부인은 9년째 투병 중이다). 하긴 하는데 언제 할지 알 수 없죠. →원래부터 작품의 양 자체가 많지는 않았는데. -그러니까. 그리다 적당히 모이면 전시하고 그런 식이다. 그러다 보니 대충 10년에 한 번 정도 전시를 하게 되더라. →시대가 다시 작가를 다시 불러내는 건가. -그런 면이 없다곤 말 못 한다. 요즘 뉴스 보니까 현대사학회인가 하는 게 있더라. 예전에 이미 다 끝난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모양인데 그걸 보고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그런 부분이 작품 구상에 영향을 주나. -그렇다. 그래서 4·19혁명을 한번 다뤄 보고 싶다. 잠시 말을 멈추고 작품을 위해 모으고 있는 이런저런 사진 자료를 보여 줬다.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내놓은 뒤 시민들이 시내에 들어와 있는 탱크 위에 올라가 환호하는 4·19혁명 당시의 사진이다. 탱크 위에 올라가 있는 걸 찍은 사진이다 보니 그가 한국 근대사 시리즈에서 보여 줬던 강렬한 수직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반복된다. 이번엔 수직적으로 쓰지 않고 파노라마처럼 옆으로 길게 펼쳐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시대가 작가를 불러낸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빠지기 어려울 것 같은데. -맞다. 안 다룰 수가 없다. 작업실에 들어간 김에 다른 작품도 봤다. 하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노 전 대통령이 비행기 안에서 공기압 때문에 귀가 멍해지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코를 막고 있는 사진을 골랐다. 사진 속 노 전 대통령의 한쪽 팔에 십자가를 끼웠고, 그 주변에 작가가 좋아하는 화가 보스(15세기 네덜란드 화가로 초현실주의의 선구자)의 그림에서 따온 기괴한 인물들의 형상을 채워 넣었다. ‘그를 죽게 만든 건 현 정권이 아니라 보통의 일반 사람들’이라는 게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따봉’을 비롯한 중산층 시리즈로 중산층의 위선을 통쾌하게 비웃었던 작품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한국 근대사-종합’이 삼성 리움미술관(6월 5일까지 ‘코리안랩소디’전)에 걸렸더라. 기분이 묘했다. -그러게 말이다. 그거, 가나아트인가에서 사 갔던 건데 삼성으로 넘어간 것 같더라. 아마 ‘행복한 눈물’ 때문에 삼성과 미술관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졌으니 그걸 만회하고 바꿔 보기 위해서 그런 전시를 기획하고 내 그림도 전시한 게 아닌가 싶다. 가 봤더니 나 말고도 민중미술 쪽 작품들이 꽤 있더라. 물타기 아니겠나. 그를 말할 때 ‘모내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87년 작 ‘모내기’를 두고 검찰은 북한을 찬양한 이적 표현물이라 보고 1989년 그를 구속했다. 표현의 자유 문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재판은 10여 년을 끌다 1999년 결국 유죄 판결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유엔에서 이 사건을 문제 삼으면서 작품을 폐기하지 말라고 권고해 아직 작품은 남아 있다. →그 뒤로 ‘모내기’를 봤나. -2000년 초엔가 우연히 한 번 보고 못 봤다. 재판하는 동안 늘 법정에 걸어 놨었는데, 어느날 보니 들고 올 때 돌돌 말아서 찌그러뜨리거나 테이프로 찍 붙여 놨더라.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고 항의했더니 다음부터는 정중하게 잘 보관한답시고 네모반듯하게 접어서 서류봉투에 넣어 가지고 다니더라. 유화물감으로 그린 작품을 말이다. 어이가 없었다.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 같은 존재일 텐데. -그러게 말이다. 서류봉투 안에 접혀 있으니 오죽 답답하겠나. 유엔에서 뭐라 하는 바람에 정부가 잘 보관하겠다고 했으니 어딘가 있겠거니 할 뿐이다. →이젠 좀 가벼운 작품을 그려 보고 싶지 않나. -그런 생각도 많이 한다. 흔히 말하는 ‘이발소 그림’이란 것도 한번 해 보고 싶다. 집 안에 자그맣게 걸어 놓을 수 있는 그런 그림 말이다. 예전엔 그런 게 싫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그게 정말 민중미술 아닌가 싶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국책사업 좌절 지자체 대응책

    최근 국책사업 유치에 실패한 자치단체들이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광주·전북·경북지역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 실패에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사업 반납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와 도의회는 17일 과학벨트 선정 결과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지역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 및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공사 중단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5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경북지구JC(청년회의소)와 경북교통단체협의회, 쌀전업농 도연합회, 농촌지도자 경북연합회, 양계협회 대구경북회, 양돈협회 경북협의회, 한우협회 대구경북회 등 사회직능단체의 동조 단식도 이어졌다. 경북도의회는 오전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2013년 설계수명이 다하는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반대하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은 집단탈당을 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지원이 방폐장 공정 수준인 70% 이상 이뤄질 때까지 방폐장 건설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광주지역 의원들은 대책회의를 열어 과학벨트 탈락에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호남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영진 의원은 “국회 차원의 과학벨트 예산 지원 중단은 물론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와 도의회는 국가 지방균형발전 책임 조항(헌법 제123조 2항)을 근거로 LH의 경남 일괄이전에 대한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혁신도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LH가 분산배치 대신 경남에 일괄배치됨으로써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논리다. 반면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이 같은 반발이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지만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지역에서는 “통합된 공기업을 분산배치해 달라고 요구한 전북도의 유치 전략이 애초부터 정부 방침과 엇나간 것”이라며 “강공책으로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은 책임론을 물타기 위한 술수로 행정력과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전국종합 shlim@seoul.co.kr
  • 모호한 ‘전관예우 금지법’… 혼란·물타기 우려

    모호한 ‘전관예우 금지법’… 혼란·물타기 우려

    판·검사 등의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조만간 마련될 ‘시행령’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법원, 검찰 등 전체 공직으로 확대되다 보니 논의가 안 된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빨리 시행령을 만들겠다.”면서 “파견이나 겸임 발령 등 모호한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는 시행령이 법 시행 이전에 나오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행령에 수임 제한 범위를 축소시킬 경우 법 개정 취지가 퇴색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변호사법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판사와 검사 이외 군법무관, 공무원으로 재직한 변호사는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했던 지역의 법원, 검찰청, 군사법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찰관서 등의 사건을 1년 동안 맡을 수 없게 된다. 또 변호사가 아닌 퇴직 공직자가 법무법인 등에 취업할 경우 명단과 업무 내역서를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공포안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법무법인 등의 구성원이 되려면 6개월 이상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연수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다음 주쯤 효력이 발생한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시행령은 모(母)법 범위 내에서 개정하기 때문에 크게 바뀔 수는 없다.”면서도 “위반할 경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지혜·이민영기자 wisepen@seoul.co.kr
  • 日요청 ‘맞춤식 지원’ 중요 이미지 마케팅이용 경계를

    절망에 빠진 일본 돕기가 과열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해 기업·언론·대학들까지 ‘인류애’를 내세워 성금 모금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본은 구호물품을 사양하고 있다. 각계에서 맹목적인 물타기식 지원보다는 일본 정부가 공식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 맞춤식 지원을 해야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일본 피해지역에 구호물품으로 ‘햇반’을 지원하기로 했던 CJ그룹은 지난 14일 일본적십자사로부터 사양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CJ 관계자는 “지금 일본이 도로 유실 등으로 유통망이 원활하지 않아서 고생하는 것이지 물품이 부족할 만큼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구호물품을 사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혁태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절실히 원하는 것을 도와줘야 일본도 고맙게 느낄 것”이라면서 “연예인과 기업들이 일본의 상황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돕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미지 마케팅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련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일본을 돕자는 열기가 뜨거운데, 이는 높은 수준의 복지의식은 아니다.”라면서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습관적으로 후원하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동물 구호에 힘쓰는 사람들에게 동물 도와줄 돈으로 사람부터 도우라고 말할 수 없듯, 일본을 위한 성금 모금을 편협한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고통을 당하는 일본인들을 돕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라면서 “국경을 넘어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최대한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금 그 자체는 높은 인권 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지만, 뉴스가 24시간 내내 일본의 자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마취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며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이영준·김진아기자 apple@seoul.co.kr
  • ‘막장 신입생 환영회’ 세종대, 사과문이 역효과?

    ‘막장 신입생 환영회’ 세종대, 사과문이 역효과?

    세종대가 남녀 학생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선정적인 신입생 환영회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총학생회 등 관계자들이 사과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논란만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대학교 OT, 이래도 되는 건가요?’라는 글과 함께 남녀 학생들이 엉켜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사진 속 학생들이 세종대의 한 학과 신입생들이며 선배들이 이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겨주는 게임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학생들은 남녀가 커플을 이뤄 과자를 물고 누운 여학생 위에 남학생이 올라가 과자를 먹는가 하면 서로 부둥켜 안은 채 떨어지지 않고 오래 버티는 게임을 하는 등 민망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글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네티즌들은 “거의 포르노 수준의 행동”, “아직도 저런 신입생 환영회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학교는 건전한 신입생 환영회를 외치고 있는데 학생들의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당시 참여했던 학생들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정말 하기 싫었지만 선배들의 강요때문에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는 등 수준 이하의 신입생 환영회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논란이 커지자 총학생회는 지난 1일 교내 게시판을 통해 “신입생들이 느꼈을 성적 수치심과 학생회에 대한 실망감에 대해 크게 통감하고 반성한다.”며 “학생회 행사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통하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그 동안 여러 학생들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고 느낄만한 게임들이 답습된 것은 사실”이라며 “학생회 스스로도 이런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학생회는 “최소한의 인터뷰나 취재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여러 언론사의 황색 저널리즘에 유감을 표한다.”며 “황색언론과 누리꾼들로 인해 해당 학과 및 학생회장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신상까지 밝혀지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같은날 자신을 세종대 전 학생회장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도 세종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사과글을 올렸다. 02학번이라고 밝힌 송 모씨는 “신입생 여러분들이 했던 게임들은 모두 제가 학생회장을 했던 당시 제안하고 기획했으며 실행했던 게임들”이라며 “모든 잘못은 저와 몇몇 사람이 안고 갈 테니 현 학생회장과 후배들은 너무 자책하거나 힘들어 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그랬는가(제보했는가)를 찾는 것을 그만 해주시길 바란다. 누가 그랬는지를 찾아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것은 학장의 뜻”이라고 밝혓다. 송 씨는 “이번 사태는 우리 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세종대 학생회장 박모씨도 이날 사과문을 올리고 “신입생 환영회를 총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며 “수치심을 느낀 학우들에게 정말로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의 시작이 누구인지 찾지 않기를 부탁한다.”며 “이런 일 때문에 과를 포기하거나 행사를 하지 않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이 연이어 사과에 나섰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네티즌들은 물론 세종대 학생들까지도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세종대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죄송한 마음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보인다.”, “자신들의 잘못을 사회 전체의 문제로 떠넘기면서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등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들도 “애초에 저런 전통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입에 발린 사과만 하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손학규 ‘증세 없는 복지’ 확고부동?

    손학규 ‘증세 없는 복지’ 확고부동?

    ‘복지’에 대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책 앞에 ‘무상’ 자를 붙일지 말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절충점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손 대표의 ‘증세 반대’에 맞서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증세 불가피’로 입장을 밝히는 파열음까지 냈다. 손 대표는 회의에서 “재정지출 구조개혁과 부자감세 철회,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해 충분히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며 ‘증세 없는 복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부유세 신설’을 내세운 정동영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며 “복지는 돈이고 성장기반”이라고 반박했다.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손 대표의 ‘증세 반대’ 견해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신념과 확신이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사회복지세를 주장한 천정배 최고위원 역시 “보편적 복지를 증세 없이 할 수 있다는 건 곤란한 얘기”라고 가세했다. 조배숙 최고위원도 ‘쥐덫 위의 공짜 치즈’를 언급한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을 거론하며 “세금 문제를 들어 나쁜 복지라 하는 건 여권의 물타기”라고 증세에 동조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만이 “부자감세 철회만으로도 재원을 상당부분 감당할 수 있다.”며 손 대표를 거들었다. 이렇게 되자 손 대표는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도 “복지를 중장기적 담론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복지 재정정책 등을 위한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도부 간 이견 속에 당내 ‘보편적 복지재원조달 기획단’은 30일 재원 규모·조달방향 등을 포함한 재정개혁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3(무상 급식·의료·보육)+1(대학 반값 등록금)’에서 일자리·주거 복지를 더한 ‘3+3’ 복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北 대화 제의 유연 대응하되 원칙은 지켜야

    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수용 의사를 밝힘에 따라 조만간 예비회담이 열리게 된다. 우리는 예비회담이라도 가져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촉구한 만큼 대화 재개를 적극 환영한다. 사사건건 티격태격해 오던 정치권이 환영 논평으로 입을 모으고, 미국도 반기는 등 나라 안팎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시발로 북핵 회담은 물론 금강산·백두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등 남북 화해와 협력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남북 간의 모든 군사적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모든’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의제로 해서 지난해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모처럼 성사된 맞대좌에서 밀고 당기기만 계속된다면 해결을 위한 회담이 아니라 회담을 위한 회담이 되고 만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북의 진정성 있는 변화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며, 핵심은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여야 한다. 그러나 표현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대화 분위기를 끊는 것보다는 북측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면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군사적 대결국면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북측의 회담 전략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남북 대화를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우려와 경고를 했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장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비핵화 회담도 마땅히 열려야 한다. 그러나 예비 군사회담이 대화 재개의 출발점이 된 이상 이 문제부터 성사시키는 전략적 선택도 필요하다.
  • 김영란 권익위원장 기용 참신… 종편 파장 물타기 지적도

    김영란 권익위원장 기용 참신… 종편 파장 물타기 지적도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마지막 날 쫓기듯 개각을 단행했다. 1월 초 개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지만 해를 넘기지 않았다. 당초 개각대상은 네 자리(감사원장, 문화·지경부장관, 국민권익위원장)였다. 장관급에서만 두 자리(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가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장관급 여섯 자리의 얼굴이 바뀌면서 인사폭도 예상보다 컸다. 청와대는 2011년부터는 새로운 분위기에서 진용을 갖추고 일하기 위해 연내 개각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연초까지 개각설이 이어지면, 자칫 일하는 분위기가 깨진다는 점을 의식해 인사시기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신설된 국가위기관리실장 등 청와대 인사까지 한꺼번에 연내에 끝낸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날 발표한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의 파장을 우려해 ‘물타기’를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등에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전격적인 개각 발표로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종편·보도채널 사업자에는 보수·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매체만 모두 선정됐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인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종편발표와 이것(개각)은 전혀 연계 요인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개각 내용 자체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홍준표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2012년 총선·대선 일정을 감안해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측근인사를 배격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요구해 왔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청와대 전·현직 수석을 비롯해 이른바 ‘MB맨’들이 청와대에 대거 입성하거나 또는 입각했다. ‘돌려막기 인사’, ‘측근인사’의 전형이다. 이명박 정부의 인재풀이 그만큼 협소하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그나마 김영란 전 대법관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참신한 인사로 꼽을 만하다. 김 전 대법관은 수차례 위원장직을 고사했지만,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삼고초려를 하자 막판에 어렵게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는 기획관리실장(김두우) 자리를 수석급인 기획관으로 올렸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에 새로 만들어 놓고 16개월째 비워 두었던 인사기획관 자리를 이번에 아예 없애버렸다. 그간 청렴하고 공정하게 인사 검증을 할 적임자가 없어서 공석으로 뒀다고 청와대가 밝혀왔던 만큼 결국 이 정부에는 그런 인물이 없다고 보면 될 듯하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서울광장] 대북정책 강온 포트 폴리오 다시 짜야/구본영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대북정책 강온 포트 폴리오 다시 짜야/구본영 수석논설위원

    며칠 전 외신을 타고 온 한 장의 야경(夜景) 사진에 ‘필’이 꽂혔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지난 10월 말 촬영한 한반도 위성 사진이다. 중국과 일본의 환한 밤풍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남쪽 전역도 휘황한 불빛에 휩싸여 있었다. 이에 비해 북녘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다. 아스라이 먼 은하계의 별빛처럼 평양에서만 희미한 빛이 보일 뿐이었다. 분단 65년간 남북의 궤적을 극명하게 보여준 단면도였다. 하기야 불야성(不夜城)을 이루는 남쪽 도시엔들 어디 부조리와 문젯거리가 없으랴. 하지만 대한민국 밤의 조도는 세계 11∼14위권의 국내총생산에 필적한다. 반면 낮엔 강성대국의 깃발로 뒤덮이지만, 밤엔 전등 하나 켤 여력도 없어 암흑 천지로 변하는 게 조선인민공화국의 남루한 초상화다. 사실 북한식 주체경제는 이미 파산상태다.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을 포기한 마당에 더 이상 사회주의 체제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에너지와 식량 등 중국이 놓아주는 수액주사와 남한과의 경협으로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를 아예 모르진 않을 게다. 오히려 그런 절망적 상황 때문에 핵개발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했던 미국의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는 최근 “북한이 당장에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북을 상대로 통일을 추구해야 하는 게 남의 비극이다. 부시행정부 때 북한을 다뤘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 사람들이 이상하긴 해도 미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북 수뇌부의 입장에선 핵위협이나 대남 무력 도발도 세습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사력을 다한 곡예일 뿐이란 얘기다. 우리의 수병 46명을 수장시킨 북의 천안함 폭침이 그런 엄연한 현실을 일깨웠다. 생때같은 젊은 해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희생된 연평도 사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대북 접근법과 통일 전략을 전면 재점검하라는 경보음이란 점에서다. 그런 맥락에서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언급을 주목한다. 얼떨결이었는지, 작심한 건지는 모르나 필자는 사안의 정곡을 찔렀다고 본다. 당내 지지기반을 잃을까봐 그의 측근들은 “햇볕론의 포기가 아니다.”라고 곧 물타기에 나섰지만…. 햇볕정책은 본래 이솝우화를 빗댄 수사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찬바람이 아닌 따스한 햇볕”이란 함의는 남북관계 개선에 ‘일정 부분’ 주효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수조원을 들여 햇볕을 쪼였지만, 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진 못했다. 북이 개혁·개방을 택해 옷을 벗긴커녕 핵·미사일 개발로 겹겹이 갑옷을 껴입고 있는 형국 아닌가. 한 북한 전문가의 지적처럼, ‘선샤인(Sunshine) 정책’이 북을 무장해제하는 게 아니라 김정일의 구두 광을 내는 ‘슈샤인(Shoeshine) 정책’이 돼선 곤란한 일이다. 이쯤에서 서독이 주도한 독일 통일의 교훈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동서독 교류를 강조한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만을 통독의 견인차로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동방정책 이상으로, 시장경제 강화와 서방과의 결속을 통한 경제·군사력의 대 동독 우위를 추구한 아데나워 총리의 서방정책이 통일의 밑거름이었는데도 말이다. 까닭에 새로이 정립해야 할 대북 정책 패러다임도 단선적이어선 안 된다. ‘햇볕’(교류·협력)과 ‘찬바람’(힘의 우위·도발 억제), 즉 강온을 적절히 배합한 정책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개인의 자산관리 때도 분산 투자하면서 민족공동체의 명운이 걸린 남북관계를 다루면서 외골수 정책으로 위험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 전쟁이 아니라면, 가용한 모든 정책을 입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대북 지원을 하되 북한정권보다는 주민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북한체제를 변화시켜 나가는 데 주력할 때다. kby7@seoul.co.kr
  • [사설] 美 의회 FTA 협상력 키울 때 국회는 뭐했나

    한·미 FTA 추가 협상안을 놓고 국회 비준 정국이 험난하다. 한나라당은 조속한 비준을 외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불가론으로 맞서고 있다. 국회는 원 협상 타결 이후 3년 반이나 허송세월을 보내더니 지금도 여전하다. 미국 의회가 오바마 정부를 줄곧 압박하며 추가 협상력을 키울 때 국회는 싸움질 말고는 별로 한 게 없다. 국회가 아전인수식 손익계산에 빠질 때도, 정부를 편들거나 푸념만 할 때도 아니다. 정부를 제대로 감시·감독하는 본업에 소홀했다면 스스로를 탓할 일이다. 미국 의회는 비준 거부란 배수진을 치고 추가 협상을 유도해 왔다. 우리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쇠고기’를 협상 무기로 내세워 자국 이익을 최대화하도록 지원했다. 우리 국회는 어떠했는가. 민주당은 자기 부정을 서슴지 않았다. FTA 협상은 노무현정부 때,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이란 이름으로 여당을 할 때 체결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해머국회’라는 폭력 사태를 빚으면서까지 비준을 거부해 왔다. 민주당이 협조해서 일찌감치 비준을 마쳤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부는 미국 측에 원 협상안 이행을 요구하며 주도권을 쥘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일방 양보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추가 협상이 불가피했다면 양보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나라당도 정부를 독려하고 채찍질하는 데 소홀히 한 점을 부인해서는 곤란하다. 집권 여당이라고 해서 정부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태도는 현명한 게 아니다. 정부는 협정문 한 점도 고칠 수 없다고 했지만 결국은 국회나, 국민을 기만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나라당은 그때 짚고 넘어 갔어야 했다. 이를 외면하고 이번 일을 FTA 협정문 전체의 평가에 섞어 물타기하려는 태도는 당당치 못하다. 일부 양보했지만 더 큰 이익이라는 논리로 솔직해져야 한다.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주입시키려 들지 말고 공감대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당장 주한 EU 상의가 한·EU FTA 환경, 안전기준 부문의 재검토에 들어갔다. 진척이 느린 한·일 FTA 협상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양보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조속한 비준이 절실하다. FTA 이익을 극대화하는 후속 대책을 짜내도록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추가 협상의 손익 계산을 미래형으로 돌려야 한다.
  • ‘6자 제안’ 분주한 中 의도는

    ‘6자 제안’ 분주한 中 의도는

    중국 외교라인이 분주해졌다.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일요일인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협의를 제안한 것은 그만큼 중국이 다급해졌다는 방증이다. 중국의 외교분야 최고위급 인사인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의 전격적인 방한길에 동행했던 우 특별대표는 귀국하자마자 이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천안함 사건 때와 달리 중국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양제츠 외교부장의 연쇄 전화외교, 다이 국무위원의 전격 방한, 우 특별대표의 6자회담 제의 등으로 이어지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런 신속한 대응을 통해 6자회담 카드를 꺼내든 것은 대내외적으로 분명한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한·중 고위급 접촉을 통해 천안함 사건 이후 조성된 한국 내 반중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한편 대내외적으로도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나아가 혈맹관계인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에 나서는 것이 자국 입장에서 결코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로 예정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 ‘북·중’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에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보면 연평도 포격에 따른 대북 제재라는 동북아 안보정국의 논의 틀을 6자회담 개최를 둘러싼 공방으로 전환함으로써 중국을 향한 대외 압력을 분산시키고 외교적 활동 공간을 넓히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행보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결속으로 동북아에서 중국의 발언 주도권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그동안 6자회담 의장국이라는 입지를 최대한 활용,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넓혀 나가며 적지 않은 외교적 이익을 챙겨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포격 이후 거세지는 한국과 미국·일본의 3각 압박에 끌려다니며 대외적 입지를 계속 좁히기보다는 거꾸로 6자회담 카드를 앞세운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통해 동북아 긴장의 책임을 북한과 한·미·일에 나눠 지움으로써 이번 사태에 대한 일종의 ‘물타기’를 도모하고, 자신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입지를 넓혀 가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성리학은 왕권 통제 장치이자 토호의 권력욕 충족 통로 역할”

    “성리학은 왕권 통제 장치이자 토호의 권력욕 충족 통로 역할”

    성리학 하면 으레 ‘이기’(理氣)론을 떠올린다. 꼬리표도 항상 붙는다. 좋게 말해 심오하고 나쁘게 말해 쓸모없다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이기론이 중요하지만 ‘관념론 vs 경험론’이라는 서구 철학에 대응하려다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이황의 주리론 vs 이이의 주기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조선 성리학사가 정리된 것도 서구 철학의 영향을 받은 일본 학계의 관점이 그대로 옮겨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렇다면 성리학의 진면목은 뭘까. 피터 K 볼 하버드대 중국사상사 교수의 ‘역사 속의 성리학’(김영민 옮김, 예문서원 펴냄)은 ‘학’(學) 개념에 집중한다. 볼 교수의 관점에서는 이와 기 중에 어떤 게 먼저 발(發)하고 어떤 게 그것 위에 승(乘)하든 간에, 혹은 기존 유불선을 종합한 것이든 단순히 유학에다 선불교를 적당히 물타기한 것이든 간에, 성리학의 역사적 의의는 ‘학’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볼 교수는 성리학이 성립된 송나라(960~1279) 시대에 주목한다. 이전까지 세상의 중심에는 중국이, 중국의 중심에는 천자가 존재했다. 관념상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송나라 때 이 관념은 처절하게 깨진다. 요-금-원나라 등 북방민족의 기세에 눌려 송나라는 중국 남부로 쪼그라든다. 국가재정의 80%를 국방비로 쏟아부었음에도 전·현직 황제가 나란히 붙잡혀 가는가 하면, 조공을 바쳐가며 국가를 근근이 유지했다. 중국이, 그리고 천자가 ‘예 있소.’라고 큰소리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남쪽으로 쪼그라들면서 거꾸로 중국 경제가 크게 일어났다. 왕조가 남하하면서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무덥고 습하다는 이유로 버려졌던 남부지역이 대대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60 00만명 수준을 유지하던 중국 인구가 마침내 1억명을 넘어선 것도 이때였고, 송나라 이후 중국 경제의 중심은 사실상 남부로 옮겨지게 된다. 상업경제로 볼 때 중국 경제의 최전성기가 송나라 때라는 주장도 있다. 성리학은 이때, 즉 권위를 잃어버린 황제와 부유해진 지방 유지들 사이에서 자라났다는 얘기다. 기존 권위의 힘이 떨어지고 새로운 권위가 등장했을 때 성리학은 “도덕적 권위의 궁극적인 근원은 정치·역사·문화의 바깥에 있는 것으로, 그 근원은 진정한 학(學)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귀속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성리학은 송나라의 성장과 함께 사회·경제적 지위는 높아졌으나 정치적 권력은 쥐지 못했던 지방 엘리트들을 북돋웠다. 다시 말해 “거대한 야망을 품었으나 그 실현전망은 낮았던 지방 엘리트들에게 교육과 사회적 관계, 자기 정당화의 계기, 지방 리더십의 기회 등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전까지 선비(士)라 하면, 글 좀 다룰 줄 아는 실무형 하급관리에 가까웠다. 황제나 제후가 정치적, 경제적 결정을 내리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 정도에 머물렀다. 그런데 ‘학’(學)을 통해 성리학이란 무기를 갖추게 된 선비들은 마침내 입을 열어 “무릇 왕의 덕이라 하면…” 운운하며 정치판에 끼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성리학은 전제왕권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인 동시에 지방 토호들의 권력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통로였던 셈이다. 볼 교수의 이런 양면적인 관점은 성리학을 극단적으로 부인하다, 다시 극단적으로 긍정하고 있는 요즘 널뛰기 분위기 속에서 균형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발은 개혁적이던 사상이 어떻게 교조화되어 가는지 보여주는 단초가 숨겨져 있어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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