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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 사람·현대 한국인의 성과 사랑

    신라 사람·현대 한국인의 성과 사랑

    인간의 성모럴을 담아낸 소설 두권이 나란히 나왔다. 심윤경(사진 왼쪽·36)의 ‘서라벌 사람들’(실천문학사)과 김경원(오른쪽·46)의 ‘와인이 있는 침대’(문학의문학). 이들 두 작품은 시대적 배경이 고대와 현대라는 현격한 시차를 두고 있지만, 인류 보편의 가치인 사랑 혹은 성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서라벌 사람들’은 신라시대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신화적 상상력을 덧입혀 태어난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런 만큼 선덕여왕은 다이애나비, 화랑은 비보이, 무열왕은 카우치 포테이토(TV나 보면서 빈둥거리는 사람), 원효대사는 서태지로 그려졌다. 신라시대의 이야기이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상상력 덕분에 신라인들이 눈앞에서 놀이 마당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우리 전통문화의 근간이 되는 유교와 불교가 낯설고 참신한 외래문화였던 시점, 다시 말해 기존의 토착종교와 충돌하던 시점을 조명해보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그런 시대를 찾다가 신라시대 순교자 이차돈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잘 알려진 이차돈과 맞서는 토착종교 세력의 상징적인 인물이 없을까 고민하다 지증왕의 부인인 여걸 연제부인을 만나게 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난 연제부인에 좀더 카리스마를 부여, 이차돈과의 불꽃 튀는 충돌을 그린 게 단편 ‘연제태후’였고, 이를 좀더 폭넓게 다루다 보니 연작소설로 이어졌습니다.” 소설에는 ‘연제태후’ 외에 신라 제일의 미소년 준랑 이야기를 다룬 ‘준랑의 혼인’, 백성들이 우러러 섬겼던 선덕여왕과 왕자 인문을 다룬 ‘변신’, 엄숙하기까지 했던 교합례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 ‘혜성가’, 헤드스핀(머리를 땅에 대고 물구나무 선 채 회전하는 것) 모습을 보여주는 원효대사를 등장시킨 ‘천관사’ 등이 실렸다. “우국충정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화랑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고 싶었어요. 한데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우리 젊은이들의 비보잉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기사를 보고, 그 맥이 전통문화에 닿아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사물놀이나 농악 등에 화랑의 피가 섞여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소설은 성에 관한 묘사가 너무나 대담해 문예지 ‘실천문학’ 연재 당시 ‘선데이 서라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작가는 남녀의 성행위 모습이 장식된 토우장식 장경호 등 유물과 삼국유사의 행간을 읽으면서 소설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말했다. “현대물에서도 굳건한 입지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현재 산동네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경치가 좋은 아랫동네에는 부자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경계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9800원. ‘와인이 있는 침대’는 결혼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서른세살의 프리랜서 기자 다현과 주변 인물의 농도 짙은 사랑 이야기이다. 작가는 “와인을 매개로 쉽게 산화하지 않는 현대인의 ‘불멸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다현은 어느 날 ‘21세기 유망직업’이라는 기사를 쓰기 위해 항공관제사 ‘연우’를 취재하면서 그에게서 남다른 매력과 신비감을 느낀다. 와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늘 와인을 옆에 두고 있는 연우와 다현의 사랑은 그윽하게 숙성된 와인을 닮았다. 반면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적당히 즐기는 사랑에 익숙한 잡지사 편집장 ‘은혜’ 등 주변인물의 사랑은 산화하기 쉬운 와인과 같다. 그는 “사랑과 와인을 나란히 놓는다면 주인공들의 사랑은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불멸의 와인 ‘마데이라’와 같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풍부한 와인 상식을 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와인 입문서처럼 흥미롭게 읽힌다. 작가는 “와인에 대해 따로 공부한 적은 없고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와인에 대해 배웠다.”며 “항상 침대 옆에 와인을 두고 즐기지만 소설을 쓰는 동안은 와인보다 폭탄주를 즐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품격 있는 문학을 하고 싶다.”며 “장편 하나와 중편 하나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1만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정신병원을 가다

    정신병원을 가다

    쇠창살, 감금, 폭언…. 정신병원 하면 으레 연상되는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국내 정신질환자는 200만명에 이르지만 정신병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언덕위의 하얀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여전히 고칠 수 없는 병으로 여기며, 정신질환자를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요즘 정신병원의 세계는 어떠할까.1박2일 동안 정신병원에서 함께 생활을 해봤다. 지난 19일 오후 2시쯤,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의 작은 산자락에 있는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점심식사 시간이 끝난 뒤라 고립된 방에 갇혀 지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환자들이 병원 마당에 모여 잡담을 하거나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생활과 놀이, 치료가 되다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 가겠죠. 어려서 꿈 꾸었던 비행기 타고∼.” 병원 5층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댄스그룹 ‘거북이´의 흥겨운 노래 가락에 맞춰 40여명의 환자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사이코드라마(심리극)를 시작하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어 여러명의 환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 놓더니 30대 남성인 박모씨에게 박수가 쏟아진다. 심리극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 심리극은 환자들에게 재미있는 ‘놀이´이지만, 이를 주관하는 의사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의사들은 재빨리 등장 인물의 발언과 표정을 살피며 머릿속으로 환자의 상태와 극의 진행 방향을 수시로 체크한다. 심리극 책임자인 레지던트 장형윤(27)씨는 “심리극은 병원에 오기 전에 경험했던 정서적 상흔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치료과정”이라면서 “환자들은 서로를 지지해 주기도 하고, 과거 경험을 떠올리면서 억눌려 있던 감정을 올바로 잡아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박씨는 너무 엄격한 아버지 탓에 정신분열이 생겨 병원에 온 케이스. 그는 10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역을 맡은 환자에게 “당신을 부둥켜 안고 울고 싶었다.”고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박씨는 다시 아버지역을 맡아 “말은 안 했지만 너를 사랑한다.”라고 당시 자신이 꼭 듣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이 병원 김어수(36) 교수는 “일반인들이 주로 떠올리는 상담, 약물치료는 수많은 치료과정 가운데 매우 작은 영역에 불과하다.”면서 “의료진과 환자의 공동생활이 곧 치료”라고 설명했다. ●감금치료는 옛말 폐쇄병동의 문은 환자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열쇠를 겹겹이 채워 놓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단추 몇 개만 누르면 열리는 ‘도어록´ 시스템으로 돼 있다. 출입문의 재질도 금속이 아닌 나무. 의사와 간호사가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흔히 영화에 등장하는 철창감옥과 같은 구조는 오히려 불편하다. 사무실 한쪽에서 펜대나 굴리고 있을 것 같은 의사들은 1∼3일 간격으로 환자와 뒤섞여 모임을 갖는다. 바로 환경치료를 뜻하는 ‘밀류 테라피´(milieu therapy)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집단치료 방식은 단순한 ‘수용´의 개념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바뀌었다. 의료진은 환자와 수시로 대화를 나누면서 치료가 잘 진행되는지 평가한다. 폐쇄병동 환자 최모씨가 “날 감시하고 있는 안기부장이 이 병원이 속해 있는 연세대 출신이라지.”라고 말을 건네자 김어수 교수는 “아니에요. 잘못 아시는 겁니다.”라고 가볍게 받아 넘긴다. 곁에 앉아 있던 환자 김모씨가 기자를 보고 대뜸 “당신 날 조사하러 온 것 아니냐.”라고 묻자 김 교수가 대신 “이분은 병원을 둘러보러 오신 분”이라고 웃으며 대답해 준다. 의료진이 이들에게 늘 친절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난 나가야 한다. 정상인인 나를 왜 잡아 두느냐.”라고 고성을 지르는 조증(병적으로 들뜨고 흥분하는 증상) 환자에게 의료진은 “이제 나도 지쳤다. 뭐가 되든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환자의 다음 대답을 살펴 감정을 잘 조절하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정신상담과 집단치료는 재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든 치료는 환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즉석에서 실제 사회활동을 지도하기도 한다. 직장생활법에서부터 돈을 관리하는 요령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교육한다. 재활을 담당하는 사회사업사 최유경(27)씨는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도 언젠가는 치료를 받고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면서 “그들이 직업을 갖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병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으로 무장하다 고소공포증이나 대인기피증, 알코올 중독증 환자에게 실제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교육하기란 쉽지 않다. 고소공포증 치료를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라고 환자의 등을 떼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가상현실´(VR)을 통해 현실에서 재연할 수 없는 상황을 실제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보여 준다.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가상현실을 통해 친구가 술을 권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기자가 특수 제작된 고글을 쓰자 눈앞에 친구가 등장해 “야 술 한잔 하자. 왜 술을 먹지 않니.”라고 반복적으로 권유하는 화면이 보였다. 이 상황에서 환자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 것. 대중공포증인 경우 교실에서 수업하는 상황을 설정하기도 한다. VR 치료실을 담당하는 박일호(35) 교수는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없는 수백가지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면서 “사회복귀 연습과 평가에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환자 스스로 가상현실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 반응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은 최근들어 극복할 수 있는 병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병훈(57) 병원장은 “정신질환자 중에 병이 만성화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완치됐거나 증상이 대부분 좋아진 뒤 사회로 복귀한 환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정신병원 오해와 진실 병동마다 인권위 진정함 갖춰… 환자인권 보호 국내에 있는 정신병원은 종합병원 정신과 병동을 포함해 1000곳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 해 정신병원을 찾는 환자는 2001년 134만 3900명에서 2006년 180만 7762명으로 35%나 증가했다. 한 해 정신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진료비도 2001년 4474억원에서 2006년 8635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렇지만 정신병원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30∼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정신병원을 단순 감금시설로 여기는 편견 탓이다. ●감금방의 진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들어가면 일반인들에게 악명 높은 ‘감금방’이 보인다.2∼3개의 ‘보호실’이 바로 그 곳이다. 하지만 기자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에 이틀간 머무르는 동안 보호실은 비어 있었다.24시간 상태를 관찰해야 할 환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죽을 것처럼 심하게 난동을 부리는 ‘혈기 왕성한’ 환자도 안정제를 투여하고 30분이 지나면 대부분 정신을 되찾는다고 한다. 전신을 구속한 상태로 며칠 밤을 보낼 일은 더더욱 없다. 안정을 찾고 1∼2시간이 지나면 의료진이 직접 일반 병실로 돌려 보낸다. ●약에 얽힌 오해들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항정신병약을 먹으면 정신이 흐리멍텅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20여년 전까지 정신병 치료에 주로 사용했던 ‘클로르프로마진’과 같은 일부 항정신병약은 간혹 안면근육이 마비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해 환자들의 표정이 멍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고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들이 개발돼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환자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는 일도 많이 줄었다. 약을 입에 넣고 삼키지 않는 환자의 경우, 입에 넣자 마자 녹는 약이 개발됐기 때문에 투약에 어려움이 별로 없다. ●의사도 때론 환자가 된다 담당 주치의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여기는 의심 많은 환자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의사들도 2∼3일 간격으로 서로 ‘정신분석’을 받기 때문이다. 올바른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지 의료진 스스로가 의식 구조를 평가한다. 아무리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고 해도 환자의 인권은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 각 병동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함이 놓여져 있어 가족이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환자의 인권을 지켜낼 수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정신질환 치료 사례 “지속적인 대화로 먼저 마음의 門 열게해야” 서울에 사는 윤진현(가명·20)씨는 고등학생 때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대학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다툼이 잦았다. 결국 대학진학 후에도 음악활동을 계속하다가 아버지에게 수차례 매를 맞게 됐고,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주변 사람을 공격하는 이상징후를 드러냈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에 입원,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고 안정을 찾은 그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부담감과 강압적인 말투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면서 “치료를 받으면서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됐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울먹였다. 매일 환자와 생활하는 의료진의 역할도 컸다. 딸 하나를 둔 이미영(가명·33·여)씨는 지방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급성 조증과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이씨는 병원에 올 때만 해도 “전 남편과 국가정보원의 음모”라면서 한사코 치료받기를 거부했다.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상황이었다. 그러나 담당 주치의는 끈질기게 상담한 끝에 환자가 대학에서 전공한 ‘플루트’ 연주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악기를 구해준 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주해 달라고 졸랐다. 이씨는 기자에게 “어렵게 플루트를 가져다 준 의사가 고마워 약을 먹기 시작했다.”면서 “매일 감시만 한다고 생각했지, 나를 진심으로 대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 놨다. 상황이 많이 좋아진 이씨는 빨리 퇴원해서 사랑하는 딸이랑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했다.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노수정(가명·여·28)씨는 전형적인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노씨는 주변에 말 한마디 건네는 법이 없었고, 눈짓이나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표현도 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한달동안 끈질기게 “우리는 당신 편이다.”라고 설득하자 그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매일 ‘말을 걸면 상대가 죽는다’는 환청이 들린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치료 경과를 들은 어머니가 느닷없이 화를 내며 “딸을 안정시키라고 했더니 오히려 정신병자를 만들었다.”고 말하곤 환자를 집으로 데리고 가버려 치료에 실패하기도 했다.. 정신질환은 만성질환처럼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보호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가족과 의료진의 역할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이 병원의 이강수(35) 교수는 “가족과 의료진이 환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180도 달라진다.”면서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사회로 복귀하는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교과부 간부 자녀학교에도 ‘나랏돈’

    교육과학기술부 간부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간부의 모교뿐 아니라 간부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특별교부금을 전달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교과부 간부들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과부는 26일 저녁 학교에 교부금을 지원한 2명의 실국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진상 파악을 해본 결과 학교 방문을 한 실국장은 모두 7명이며 이 가운데 2명은 모교가 아닌 자녀 학교를 방문한 후 특별교부금 지원 약속을 하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국장들의 모교 방문 지원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5일 만에 장관이 진상에 대해 뒤늦게 실토를 한 것이다. 장관은 2000만원, 차관은 1000만원, 실국장은 500만원 증서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김 장관은 “모교를 방문하는 것만 해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을 일인데 자녀 학교를 방문했다는 것은 더욱 문제”라며 “이들이 스스로 인사조치를 받겠다고 요청해 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일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학교 방문 행사는 김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을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과부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려보낸 ‘학교 현장 방문 독려’ 공문에도 방문 학교 대상에 ‘모교 또는 자녀학교’라고 명시돼 있다.자녀 학교를 방문한 실국장은 이런 지침에 따른 것이지만, 내신 성적이 입시 등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간부의 자녀 학교 방문은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김 장관이 문책 인사를 검토하면서 모교를 방문한 실국장은 빼고 자녀 학교를 찾아간 간부에 대해서만 조치하려는 것도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풀 위의 생명들/한나 홈스 지음

    미국의 환경작가 한나 홈스는 어느 날 평범하면서도 당혹스러운 퀴즈 하나를 접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텃새와 철새 종류를 각각 다섯 개씩 적어보라는 문제다. 환경 전문작가임에도 홈스는 제대로 답을 쓰지 못했다. 집 주위엔 동물들이 늘 존재했으나, 존재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홈스가 미국 메인 주 사우스 포틀랜드 근교의 자기 집 주위를 관찰하게 된 계기다. ‘풀 위의 생명들’(한나 홈스 지음, 안소연 옮김, 지호 펴냄)은 홈스가 800㎡ 넓이의 잔디밭에서 알아차린 생명들에 관한 이야기다. 홈스의 관찰은 처음부터 목적이 분명했다. 지식을 얻기 위한 관찰이 아니라 관계 맺기를 위한 관찰이었다.“땅에 사는 구성원들인 얼룩다람쥐, 미국 꾀꼬리, 스컹크, 하찮은 이끼까지 최대한 잘 살도록 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터득하고 싶었다.”고 홈스는 적고 있다. 그가 존재를 알아차린 순간부터 익명의 ‘동물들’은 각각의 개성을 지닌 이름을 부여받는다. 욕심 많은 까마귀 ‘까악’, 한쪽 다리가 없는 다람쥐 ‘뭉툭이’, 크고 뚱뚱한 마못 ‘뚱보 엄마’, 아름다운 줄을 짜는 거미 ‘바베트’…. 책에서 지적하는 외래 동식물의 생태계 파괴와 로드킬, 한 사람 한 사람이 배출하는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은 진정한 관계 맺기를 위해 제거해야 할 걸림돌들이다. 널찍널찍한 대지 위에서 동물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미국의 도시 근교와 혼탁한 도시의 잔해 속에서 뭇생명이 신음하는 좁디좁은 한국의 근교는 전제조건부터 다르다. 다만 관계망 밖에 동떨어져 있던 별개의 종족을 자신의 관계망 안으로 끌어들여 종간(種間)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저자의 시선이 따뜻하다.“우리는 가장 강력한 종(種)이 되는 대가로 다른 모든 종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돼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분명히 사람들은 동물과의 교제를 열망한다.”1만 7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인천전문대 이번엔 선거 비리

    교수 재임용 비리 의혹(서울신문 4월29일자 보도)을 받고 있는 시립인천전문대 민철기 학장이 지난해 학장 선거와 관련해 각종 물의를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이 대학 교수들에 따르면 민 학장은 2006년 12월6일 교수회의에서 유모 교수 등 7명에게 표창과 함께 자신의 업무추진비로 사들인 다섯 돈짜리 황금열쇠를 수여했다. 이에 유 교수는 금열쇠를 반납하고, 교내 인터넷 사이트에 이같은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인천전문대 교수협의회는 민 학장이 학장 선거를 앞두고 교직원들에게 유흥업소 등에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이 학교 교직원들은 민 학장이 학사 운영을 투명하게 진행하지 못함으로써 구성원간에 고소·고발이 남발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 학장이 취임 이래 교수 등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사례는 지금까지 모두 5건에 이른다. 이모 교수는 “민 학장이 취임한 이래 한시도 바람잘 날이 없었다.”면서 “인천시가 교수 임용권 회수를 추진하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민 학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민 학장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학교측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요청키로 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이마트 꽁치통조림서 기생충

    신세계 이마트 꽁치 통조림에서 생선 기생충이 발견돼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해당 제품이 회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신세계 이마트 순천점에서 판매된 ‘이마트 등푸른 꽁치’ 통조림에서 2∼3㎝ 길이의 분홍빛 이물질이 발견됐다. 식약청에서 제품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이 이물질은 생선 내장에서 기생하는 ‘구두충’이라는 기생충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은 통조림 가공 과정에서 생선 내장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 기생충이 혼입될 수 있지만 생선과 함께 충분히 익혀져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생충이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 같은 날 생산된 통조림 1만 8000여개를 전부 회수하도록 지시했다. 이마트측은 28일 현재 제품의 70%가량을 수거했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회수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을 뒤늦게 게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상처입은 자연에 생명의 메시지

    상처입은 자연에 생명의 메시지

    “처음 지리산에 들어와서는 많이 후회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죠. 이제 10년 넘게 지내고 보니 오히려 이곳이 편합니다. 다람쥐, 산토끼 같은 산짐승들과도 친구가 됐지요.” ‘지리산 시인’ 이원규(46)가 오랜 침묵을 깨고 두 권의 작품집을 펴냈다.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실천문학)와 산문집 ‘지리산 편지’(대교베텔스만). 작가의 여섯번째 시집인 ‘강물도 목이 마르다’에는 생명의 강을 되찾기 위한 도보순례 체험이 담긴 67편의 시가 실렸다. 강원도 황지연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생명의 젖줄을 따라가며 목도한 신음하는 자연의 실체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시커먼 폐수의/얼굴 뭉개진 사내들이 지나간 자리마다/우는 돌이 있고/우는 여자가 있고/우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내 그림자에게 길을 묻다’ 중에서) 고행의 행군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문명에 의해 상처 입은 자연의 아픔을 피부로 느꼈다.“먼 길을 걸어보면 알리라/길이 오히려 길을 막고 있다는 것을/고속 질주의 도로에 사람의 길이 막히고/사람의 길에 야생동물의 길이 막히고 있다는 것을/그대의 마을까지/걷고 걸어서 가려면 위험천만/먼저 목숨부터 내놓아야 하나니”(‘길이 길을 막다’ 중에서) 자연과 하나 돼 지내는 만큼 그의 시 속에는 계절에 대한 감각과 뭇 생명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다.“으름덩굴 짙푸른 그늘 아래/한 평짜리 대나무 평상/에프킬라를 버리고/구례 장터에서 사 온 모기장을 쳤다/닭장에선 암탉이 울고/얼마나 울었는지/토끼장의 토끼는 두 눈이 빨갛다” (‘산중문답’ 중에서) ‘지리산 편지’는 낙동강 1300리와 지리산 850리의 ‘길’ 체험이 담긴 ‘발로 쓴’ 산문집.“오월 지리산의 산빛을 보노라면 눈이 맑아지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산벚꽃이며 산복사꽃들이 지고 마침내 연초록의 바람이 산을 뒤덮으면 시력은 배가되고, 세상이 너무 잘 보이다 못해 문득 어지러울 정도이지요.” 작가가 실어 보내는 오월의 산빛은 정신이 아뜩해질 정도로 푸르르지 않은가. 작가는 종교인·문인 등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일원으로 지금도 대운하 건설 반대 순례 행진을 벌이고 있다.“대운하라는 한반도 유사 이래 가장 무서운 ‘얼음배’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운하는 희망이 아니라 죽음의 행렬일 뿐입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 얼음배는 마침내 봄이 오고 꽃이 피면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져버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봄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오는 봄을 향해 먼저 걸어가자고 제안한다.“세상사 모든 일이 그러하듯, 능동적으로 맞이해야 또한 잘 보낼 수 있습니다. 봄을 잘 맞이한 이는 아쉬운 봄을 배웅하지만 ‘봄날은 간다’는 탄식조의 노래나 부르며 애상에 젖지는 않지요.” 오는 5월24일 생명의 강을 모시는 도보순례 행진이 끝난다는 작가는 “이번 행사가 끝나면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가 2∼3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연에 파묻혀 지낼 작정”이라고 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20&30] 이런 직장동료, 정말 꼴불견

    [20&30] 이런 직장동료, 정말 꼴불견

    직장인들은 삶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마음이 맞지 않는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함께 힘을 합쳐도 모자랄, 같은 연배의 동료에게서도 큰 ‘상처´를 받기 일쑤다. 혈기 왕성한 20∼30대 직장인을 힘들게 하는 동료는 누구일까. 헛소문을 퍼뜨리는 동료, 귀찮은 일을 떠넘기는 동료, 자기만 잘난 동료, 남녀를 차별하는 동료, 겉과 속이 다른 동료…. 얄궂은 동료 때문에 열받은 직장인들의 ‘뒷담화´를 들어봤다. 이모(27·여)씨는 늘 남의 말을 이상하게 소문내고 다니는 직장동료 K씨만 보면 이가 갈린다.K씨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일을 자기 마음대로 각색해 여기저기 소문을 낸다. 얼마 전엔 이씨도 K씨의 ‘소설´에 톡톡히 당했다. 나이 차가 여덟 살이나 나는 데다 애가 세 살인 유부남 직상 상사와 사귄다는 소문이 나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들이 한동안 자신을 쌀쌀맞게 대하기에 알아봤더니 K씨가 “둘이 서로 불륜 관계더라. 둘의 데이트 장면을 봤다.”는 뜬소문을 냈다는 게 파악됐다.“너무 놀라서 K씨에게 따졌더니 미안한 기색도 없이 ‘아님 말고.´식의 태도더군요. 결국 소문을 들은 유부남 상사가 K씨를 불러 공개적으로 꾸지람을 주고서야 착각이라고 인정하더라고요.”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김모(30·여)씨는 툭하면 눈물을 뚝뚝 흘려대는 여성 동료 A씨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상사 지시를 잘못 헤아려 단체로 야단맞는 자리에서 A씨만 유독 ‘눈물의 힘´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 상사 앞에선 가만 있다가, 남자 상사 앞에서만 ‘울음 전법´을 쓰는 점도 눈에 확 드러난다.“그렇게 울면 다른 동료들에게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던 상사도 곧 수그러들고 오히려 달래기까지 해요. 여자 상사에게는 울었다간 혼만 더 날 거라는 걸 아니까 그 앞에선 울지 않죠.” ●뜬구름 잡는 소문 퍼뜨리는 ‘소설가´가 미워요. 지난해 공기업에 입사한 신모(29·여)씨는 일이 바쁠 때마다 상사에게 몸이 아프다고 말하는 입사 동기 강모(28·여)씨만 보면 눈을 자연스레 흘기게 된다. 강씨는 특히 야근해야 할 때면 구토 증상이 있다면서 의자에서 못 일어나는 시늉을 한다. 하지만 좋은 곳으로 떠나는 해외출장이나 야유회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벼르고 있던 신씨는 지난달 미국 출장 얘기가 나오자 일부러 부원들 앞에서 강씨에게 “넌 몸도 약한데 미국 출장을 못 가지 않겠니.”라고 물었다. 하지만 강씨는 “아무리 아파도 회사 일인데 최선을 다해서 해내야지.”라고 뻔뻔스레 말했다. 이런 강씨의 업무 스타일 때문에 부서 잡일은 거의 신씨에게 돌아온다.“아직은 참고 있지만 언제 폭발할지 몰라요. 몇 번이고 지적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신입사원이라 위에서 동기애도 없냐는 평을 들을까봐 그냥 혼자 삭이고 있습니다.” 직장인 남모(30)씨는 귀찮은 일이 생길 때마다 요리조리 피해가는 동료 Y씨를 볼 때마다 인상을 찌푸린다.Y씨는 희생이 필요한 회사 행사는 무조건 피해간다. 핑계도 흘러 넘친다. 늦게까지 팀원 모두 야근을 해야 할 때면 ‘어머님이 아프시다.´,‘머리가 아프다.´,‘집안에 제사가 있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댄다. 때문에 직장에서 Y씨는 ‘미꾸라지´로 불린다.“누군들 일찍 퇴근하고 싶지 않겠어요. 모두 다 핑계대며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죠. 하지만 남 생각 안 하고 매번 그런 행동을 하는 Y씨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니까요.” 무역회사에 다니는 한모(32)씨는 술자리만 되면 술을 못 마시는 동료 B씨가 증오스럽다. 바이어들과 술자리가 많은 직종이지만 B씨는 이미 술을 거의 못 마신다고 회사에 공언한 상태라 늘 대충 버티다 일찍 집으로 간다. 때문에 업무상 술자리는 거의 한씨의 몫이 됐다. 결국 한씨는 속된 말로 ‘죽을 때까지´ 술을 마셔야 한다. 아침이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은 마냥 울렁거리지만 B씨는 멀쩡하게 업무에만 매진한다. 더욱 화가 난 건 B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B씨와 함께 아는 대학 동창이 있는데 대학 땐 두주불사로 술을 마셔댔다는 거예요. 게다가 혼자 다른 부서로 옮기겠다고 공부까지 하고 있단 얘기를 들으니 안 그래도 울렁거리는 속이 확 뒤집어질 거 같습니다.” ●남녀 동료 차별대우하는 사람 눈꼴시어요. 한 물류회사에 다니는 정모(31)씨는 남자와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로 다른 여자 동료 C씨만 보면 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C씨는 여자 동료들과는 별로 얘기도 하지 않고 사무적으로만 대한다. 때문에 여자 사원들은 C씨를 따돌림하지만 C씨는 그마저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남자 동료들과 있을 땐 태도가 달라진다. 애교도 부리고 툭툭 건드리며 스킨십을 하기도 하고 슬쩍 일을 떠넘기면서 친한 척하기도 한다. 게다가 후배를 가르칠 때도 여자 후배에겐 사사건건 트집을 잡지만 남자 후배에겐 상냥한 천사가 돼 이것저것 자세하게 일을 가르쳐준다. “사람이니까 개인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할 순 없을 거고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 친구는 심하게 말하면 ‘그저 남자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구나.´란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회사원 임모(29·여)씨도 자기 손익과 위치에 따라 사람을 전혀 다른 태도로 대하는 한 동료만 보면 고개가 돌아간다. 그 동료는 함께 일하다가도 옆에 있는 동료가 자신의 일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대놓고 무시하며 태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사람이 나타나면 보기가 역겨울 정도로 치근덕거린다.“일도 결국 사람이 함께 하는 거잖아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이해득실로만 대하는 계산적인 사람은 회사에서 함께 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사사건건 잘난 척 좀 하지 마시죠. 직장인 최모(25·여)씨는 늘 자기 행동에 대해 지적하며 “네가 아직 사회생활을 덜해봐서 그런가 본데….”라고 무시하는 ‘무개념´ D씨를 볼 때마다 숨고 싶어진다. 나이도 별 차이 없고 직장 경험도 얼마 차이 나지 않으면서 말끝마다 ‘사회생활´ 운운하며 잘난 척하기 때문이다.“D씨가 제 행동을 지적할 때마다 전 개가 멍멍 짖는 모습을 연상해요. 자기 자신의 행동은 어떤지 모르면서 남을 가르치려 드는데 사실 짜증도 나지만 얼마나 할 일이 없었으면 저럴까 싶어 그냥 무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원 박모(29)씨도 늘 자기만 일한다고 생각하는 직장동료 E씨를 보면 혀만 찬다. 최근 팀원 모두 고생하며 결과물을 낸 프로젝트에 대해 E씨는 자기가 가장 핵심적인 일을 했다며 다른 팀원들을 무능력자 취급했다. 사실 E씨의 업무능력을 칭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한 거래처 술자리에서 자신이 망쳐놓은 일에 대해 혼자 일처리를 다했다며 떠벌리는 데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결국 E씨는 회사에서 ‘잘난척 대마왕´,‘왕따 미스터E´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고 말았다.“E씨만큼 얼굴이 두꺼운 사람은 처음입니다. 그 근거 없고도 끝이 없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해요.” 교육 관련 기업에 다니는 유모(40)씨도 혼자 튀며 잘난 척하는 동료가 밉상이다. 최근 상사가 유씨 등 동료 4명에게 동종업계 시장현황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각자 담당 기업을 배분한 뒤 조사에 착수했다. 일주일가량 야근하며 고생했다. 그런데 상사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 동료가 불쑥 일어나 자신이 혼자 다 한 것처럼 말했다. 다른 동료의 노력까지 가로챈 것이다. 그 사람은 평소 동료들 사이에서 ‘뒤통수의 달인´으로 통한다. 동료들과 있을 때는 회사나 상사의 잘못된 점을 집중 성토하며 자신이 나서서 바로잡겠다고까지 공언한다. 하지만 정작 윗사람 앞에서는 꿀먹은 벙어리다.‘회비어천가´(회사 칭송)에까지 이르는 데는 할 말이 없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동료의 공까지 가로채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주어지는 일은 나몰라라 합니다. 그 친구를 보면 ‘저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란 회의감이 들 정도예요.” ●상사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당신, 조심하세요!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최모(29·여)씨는 상사가 있을 때만 일을 잘하는 척하는 동료가 어이없다. 동료 이모(30·여)씨는 평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손님이 와도 모르는 척하고 테이블 정리와 사무실 청소 같은 일은 할 생각조차 않는다. 하지만 윗사람만 있으면 솔선수범형으로 돌변한다. 사무실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웃으며 차를 내오거나 테이블을 깔끔하게 치우는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출근시간도 가관이다. 최씨의 회사는 업무상 상사의 출장이 잦다. 이씨는 상사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면 느지막하게 회사에 나오고, 상사가 출근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나와 분주하게 움직인다. 때문에 상사는 곧잘 최씨와 다른 동료들에게 이씨를 본받으라고 훈계까지 한다. “윗사람은 그 동료의 실체를 몰라요. 가끔 상사에게 말하고 싶지만 ‘질투 나서 그러느냐. 칭찬받으려면 너도 열심히 하라.´고 할까봐 말도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답니다.” 한 방송국 PD 이모(34·여)씨는 업무 협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얄밉다고 말했다. 이씨는 음향, 카메라, 소품 등 많은 파트를 조화시키는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 중 한 파트라도 신경을 덜 쓰면 전체적인 조화가 깨져 방송을 망치고 만다. 하지만 일부는 “대충해도 월급은 나온다.”는 식으로 일을 해 이씨를 분통터지게 한다. “둔감한 척하면서 슬쩍 손을 놓는 사람이 최악이죠. 결국 그런 사람도 설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좋은 말로 충고도 하지만 자존심만 세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요. 제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사건팀 nomad@seoul.co.kr
  • 삼성, 이건희 회장 퇴진

    삼성그룹은 22일 이건희 삼성 회장직 퇴진을 골자로 한 대국민 사과문과 삼성그룹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본관 1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사과 및 퇴진 성명’을 직접 낭독했다. 그는 “오늘 삼성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나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다.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년전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모든 영광과 결실은 삼성 여러분의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정말 미안하다.”며 고별사를 대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다.”며 “앞으로 더 아끼고 도와 주셔서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 주시기 바란다.”는 부탁을 남겼다. 이어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하게 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 고객총괄책임자(CCO)직에서 사임한 후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 역시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 회장의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계좌(재산)는 실명전환한 뒤 개인 이익이 아닌 사회환원 등 유익한 일에 쓰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저와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은 잔무처리가 끝난 후 일체의 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또 이번 쇄신안을 통해 삼성그룹의 비리의혹에 관여했다고 알려진 전략기획실은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하여 해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고 오직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기업으로 키우는데 매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순환출자 문제 해소에 대한 여론을 감안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한편,특검 수사에서 물의를 일으킨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의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 회장의 퇴임 이후 삼성을 대외적으로 대표할 인물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임명하고,사장단회의를 실무 지원하고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의 창구와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될 업무지원실을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전략기획실 해체와 임원 사임 등 가능한 부분은 6월 말까지 관련된 법적 절차와 실무 준비를 모두 마치고,7월 1일부터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 발표한 것으로 삼성의 쇄신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며,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칠 것이 있으면 적극 고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의 이같은 입장발표에도 불구하고 재계와 학계 등에서는 이건희 회장에서 아들 이재용 전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의 기본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영상 /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8) 강원 화천 광덕산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8) 강원 화천 광덕산

    광덕산은 한강의 북쪽을 따라 흐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 위에 솟은 해발 1046m의 산이다. 강원도의 서북쪽 끝을 차지하며 강원도 철원군, 화천군과 경기도 포천군의 경계를 이룬다. 봄꽃이 많기로 이름난 곳이면서도 해발 600m에서 꽃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게 봄꽃 탐사를 할 수 있어 식물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포천군 이동에서 광덕고개를 넘어 강원도 화천군으로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나 있는 골짜기 일대가 광덕산에서 봄꽃이 많이 자라는 지역이다. 정상의 동쪽 일대로서 행정구역으로는 화천군 사내면에 속한다. 이곳에는 삼각형 모양의 펑퍼짐하고 넓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는데, 습기가 많고 땅도 기름져 봄꽃이 생육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나도양지꽃 등 60~70종 곳곳에 군락 광덕리 버스정류장에서 탐사를 시작해 골짜기를 따라 해발 900m 지점까지 올라가면서 꼴짜기 주변에 살고 있는 봄꽃들을 관찰하면 좋다. 출발하자마자 귀한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데,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에도 길가 여기저기에 꿩의바람꽃, 나도양지꽃, 병꽃나무, 앉은부채, 회리바람꽃 같은 귀한 봄꽃들이 나타난다. 마을을 벗어나도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큰 길이 정상 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골짜기가 끝이 날 때까지 올라가며 많은 꽃을 볼 수 있다. 나도양지꽃은 주로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에 자라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양지꽃 종류들과는 달리 겹잎을 이루는 작은 잎이 다시 잘게 갈라지는 특징으로, 양지꽃들과는 서로 다른 속(屬)으로 구별한다. 북방계식물이기 때문에 방태산, 설악산, 태백산 등 강원도 높은 산에서는 곧잘 발견되지만 경기도 이남의 산에서는 매우 드물다. 출발하자마자 계곡 옆 길가에서 무리지어 나타나기 시작해 계곡 중간지점까지 올라가는 동안에 여러 곳에서 군락을 만날 수 있다. 광덕산에서 피는 봄꽃은 대략 60∼70여 종이다. 서울근교에서 봄꽃이 많기로 유명한 천마산이나 축령산에서 만날 수 있는 종류가 40∼50종쯤이니, 이곳에 훨씬 많은 봄식물이 자라고 있는 셈이다. 고깔제비꽃, 금강애기나리, 노랑제비꽃, 덩굴꽃마리, 만주바람꽃, 미치광이풀, 붉은병꽃나무, 붉은참반디, 산민들레, 선괭이눈, 얼레지, 연복초, 조팝나무, 족도리풀, 피나물, 큰괭이밥,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들이 때를 달리하며 골짜기마다 피어난다. 광덕산의 봄꽃 가운데는 금강애기나리, 금강제비꽃, 나도양지꽃, 모데미풀, 백작약, 애기금강제비꽃, 연령초처럼 수도권 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봄꽃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나도양지꽃처럼 북방계식물로서 강원도 등지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것들이다. 광덕산 식물 가운데는 유난히 북쪽에 고향을 둔 북방계식물이 많은 것은 광덕산이 위도 상으로 북쪽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북한 쪽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한북정맥이 북방계식물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노랑미치광이풀 광덕산에만 서식 애기금강제비꽃은 전국을 통틀어서 생육지가 두 곳밖에 없는 귀한 식물이다. 광덕산과 설악산에서만 자생이 확인된 바 있는데, 일본에만 자라는 일본특산식물로 알려져 오다 불과 몇 해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자줏빛 꽃이 피는 고깔제비꽃과 잎 모양은 비슷하지만 흰 꽃이 피어 다르다. 광덕산에서만 발견되는 식물도 있다. 이곳에서 발견되어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기록된 이래, 아직까지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는 노랑미치광이풀이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오직 이곳 광덕산에만 자라는 식물이라 할 수 있는데, 검붉은 보랏빛 꽃이 피는 미치광이풀과는 달리 노란 꽃을 피우고, 잎과 줄기의 색깔도 미치광이풀에 비해서 연하다. 두 식물의 꽃빛깔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색깔의 꽃을 피우는 개체들도 발견되므로, 이들을 서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광덕산은 물기가 많은 계곡 부근의 기름진 땅에서 봄꽃이 많이 자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산이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짧은 기간 동안에 피고 지는 것도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봄철에 1∼2주 간격으로 찾아가 식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매우 빠르게 숲 속의 주인공들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는 동안, 나도 모르는 새에 식물들이 보여주는 습성을 이해하게 되고, 생동감 넘치는 봄꽃들의 축제가 내 마음속에 스며들어 벅찬 감동이 되어 뭉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동북아식물 연구소장
  • 정부·전문가 “경기 내리막” 한목소리인데 처방은 딴목소리

    경기가 심상치 않다. 성장, 물가, 고용, 경상수지 등 모든 지표에 빨간 불이 켜졌다. 고유가 등 해외 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6% 성장은 고사하고 5% 성장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행 국가재정법이 불허하는 세계잉여금으로 추경예산 편성까지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진작 효과에 대한 논란은 벌써부터 뜨겁다. 목표치에 연연해 단기 부양책을 쓰면 경기의 변동성을 키우면서 물가만 띄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물가에 괘념치 말고 당장은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문도 만만치 않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라고 한다. ●정부, 내리막 경기 잡기 위한 총력전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계잉여금 15조 3000억원 가운데 10조여원을 경기 부양에 쓰려고 한다.5조여원은 지방교부세로,4조 9000억원은 추경예산으로 돌릴 계획이다. 한국은행에는 금리를 내리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시장에는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려고 환율을 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연일 흘리고 있다. 최중경 재정부 1차관은 “모든 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예산의 당위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고용 사정은 3년 1개월만의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런 추세라면 새정부가 내세운 일자리 창출 목표 35만명은 한낱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 있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처 차관급을 지낸 전직 관료는 17일 “성장 목표치에 연연해 경제를 운용해서는 탈만 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삼 연대경제연구소장은 “물가압력이 해외로부터 오는데 총수요 진작책을 펴면 물가 전이가 빠르게 될 수 있다.”면서 “성장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인 트렌드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면서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을 우려하지만 하반기에는 둔화될 것이고 3∼6개월 후에는 물가보다 경기에 대한 걱정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리인하나 재정확대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며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의 부양은 인위적인 게 아니라고 했다. ●물가 폭등, 고유가 지속 전망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도매물가 상승률은 폭등 수준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월 ‘가공단계별 물가’에 따르면 원재료 물가는 지난해 3월보다 52.4%가 급등했다.1998년 1월 57.6% 이후 10년 2개월만의 최고치다. 한은은 “국제 곡물의 재고가 줄었고 국제 원유 가격의 상승과 철광석·고철 등이 한꺼번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3월 평균 두바이유는 배럴당 96.9달러로 1년 전보다 64.6%나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서도 찾을 수 있다.3월 평균 환율은 979.86원으로 지난해 3월 943.23원보다 3.9% 올랐다. 이같은 환율 상승분은 수입 물가에 반영됐다.4월 환율도 1000원대를 향해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4월 평균 환율이 930.95원인 점을 감안하면 수입물가 상승폭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 권순우 실장은 “경기 선행지표들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선제적 경기부양 차원에서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일자리가 많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적인 부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하방의 위험이 있지만 무리하게 경기부양을 하면 과수요를 유발해 4%에 육박한 물가상승 압력을 증대시키는 등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반대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감세를 이슈로 당선됐다.”면서 “돈이 남았다고 추경하는 것은 감세정책에 맞지 않고 큰 정부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입장도 달랐다. 권 실장은 “현재 5%인 금리를 내려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결과적으로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 교수는 “현재 물가가 약 4%인데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상승 등으로 실질 이자율이 ‘0% 시대’에 돌입,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은 증가할 수 없다.”면서 “물가가 안정되는 시점까지 금리를 유지하며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문일 문소영 김재천기자 mip@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내 손목을 쥐여이다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내 손목을 쥐여이다

    신윤복의 그림 ‘손목’이다. 그림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자. 장소는 으슥한 후원이다. 왜냐고? 오른 편에 허물어진 담장이 있지 아니한가. 담장 위에 풀까지 듬성듬성 자라 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양반가의 으슥한 후원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양반가인가. 아낙네의 손을 잡아끄는 사내의 얼굴을 보자. 아직 수염도 안 자란 앳된 사내다. 그런데 사내는 사방관을 쓰고 있다. 지난번 ‘우물가의 사랑’에서도 말했지만, 사방관은 점잖은 양반네들이 주로 실내에서 쓰는 관이다. 집 주변은 쓰고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렇다 해서 먼 곳으로 나들이할 때 쓰는 것은 아니다. 이 젊은 사내는 지금 후원 으슥한 곳에서 여자를 꼬드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누구인가. ●“봄의 생명력은 곧 성적인 힘이다” 여자의 신분 처지를 아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여자의 입성이다. 위에는 흰 저고리를, 아래는 푸른 치마를 입었다. 이 역시 앞의 ‘우물가의 사랑’에서 나온 옷차림이다. 삼회장은 어림도 없고 다만 고름만 자주색으로 했을 뿐이다. 여기에 신발을 보라. 짚신이 아닌가. 입성으로 보아 보잘것없는 양반가의 계집종인 것이다. 하기야 입성을 따지지 않아도 후원에서 남정네에게 손목을 잡힌 사람이라면 알 만하지 않은가. 아무리 간 큰 양반이라 해도 같은 양반 부녀자의 손목을 이렇게 거만한 얼굴로 덥석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여자는 앳되고 고운 얼굴이고, 손목을 잡히자 엉덩이를 뒤로 잔뜩 빼고 얼굴에는 수줍음이 가득하다. 손목을 잡는다는 것은 성적 행위의 시작을 알리는 징표다. 남녀의 사랑은 결국 성행위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그 단계는 어떤 동물보다도 복잡하다. 얼굴을 바라보고 눈을 맞추다가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껴안고 가슴에 손을 대고, 그리고 최후로는 관계를 맺는다. 즉 손을 잡는 행위는 최후의 행위에 도달하기 위한 최초의 행위다. 말하자면 그것은 애정의 시작이요, 상징이다. 예컨대 이미 상대에게 익숙해진 연인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보라.‘우물가의 사랑’에서 소개했던 고려가요 ‘쌍화점’은 예외 없이 손목을 잡는 것으로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 첫 부분을 모아서 읽어보자.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가고신댄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여이다 삼장사에 불 혀러 가고신댄 그 절 사주 내 손목을 쥐여이다. 두레우물에 물을 길러 가곡신댄 우물 용이 내 손목을 쥐여이다 술 팔 집에 술을 사러 가고신댄 그 집 아비 내 손목을 쥐여이다 과연 사랑은 손목을 잡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다시 그림을 보자. 그림의 오른쪽 하단과 왼쪽에는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봄은 일시 죽었던 천지에 다시 생명의 기운을 돌게 하는 계절이다. 봄이 되면 처녀 총각이 바람이 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그림의 오른쪽 상단의 화제를 옮기면 이런 뜻이 된다.“빽빽한 잎사귀 푸른 빛을 쌓아가고/ 무성한 잎사귀에 붉은 꽃잎 조각조각 떨군다(密葉濃堆綠,繁枝碎剪紅)” 봄의 생명력은 곧 성적인 힘이다. 꽃은 식물의 성기다. 그런 고로 그림 속에 붉은 봄꽃을 그린 것은 성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신윤복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자, 이제 배롱나무 옆에 있는 거대한 괴석을 보자. 괴석을 정원에 두는 것은 오래된 풍습이지만, 이렇게 거대한 괴석은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그림 속에서 괴석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크다. 거기다 괴석은 땅에 뿌리를 박고 위로 치솟아 있다. 직선으로 솟은 것이 아니고, 왼쪽 뿌리 부분이 옆으로 불룩 나와 있다. 그리고 괴석의 윗부분의 몸체는 무언가 흰 액체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나게 그려 놓았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것은 남성의 성기다. 그렇다면 이 그림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 그림의 꽃과 괴석은 각각 여성과 남성의 성욕을 상징하는 것이다. ●서얼의 탄생을 알리는 그림 현실로 돌아오면, 양반 남성이 자기 집안의 계집종을 건드리는 것은 허다하게 있는 일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자란 그렇게 해서 나는 것이었다. 즉 양반 남성이 정식 아내가 아닌 양인의 여성과 관계하여 자식을 낳으면 서자가 되고, 만약 관청이나 사가의 여성과 관계하면 얼자가 된다. 그 둘을 합쳐서 서얼이라 한다. 조선시대의 무수한 서얼들은 바로 그렇게 세상에 나왔던 것이니, 이 장면은 바로 그 서얼의 탄생을 알리는 그림이기도 한 것이다. 양반들은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성여학이 지은 ‘속어면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떤 선비가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능란했는데, 어느 날 아내에게 들키고 말았다. 선비는 계집종을 건드리고 그 흔적을 감추고자 하였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오래된 친구에게 그 고충을 토로하였다. “한밤중에 종년을 덮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이 없지만, 마누라에게 들킬까봐 이게 가장 큰 걱정이야.” “묘한 방법이 있으니, 한 번 시험해 보지 그래.” “그래, 제발 좀 일러 주어.”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열 가지 격식이 있어. 첫째, 굶주린 범이 고깃덩이를 탐하는 격이니, 계집종을 건드리겠다는 마음을 먹는 단계지. 둘째, 해오라기가 물고기를 엿보는 격이니, 목을 빼고 계집종을 몰래 살피는 단계지. 셋째, 늙은 여우가 얼음 아래 물소리를 듣는 격이니, 마누라가 잠이 들었는가를 살피는 단계지. 넷째, 매미가 허물을 벗는 격인데, 이불 속에서 몸을 빼는 단계지. 다섯째는 영리한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격이니, 여러 방법으로 계집종을 희롱하는 단계지. 여섯째는 푸른 매가 꿩을 덮치는 격이니, 재빨리 계집종을 덮치는 단계지. 일곱째는 옥토끼가 약을 찧은 격이니, 그 환희의 순간을 형용하는 단계지. 여덟째는 용이 여의주를 토하는 격이니, 비유컨대 정(精)을 토하는 단계지. 아홉째는 소가 달을 보고 헐떡이는 격이니, 피곤하여 숨을 몰아쉬는 단계지. 열 번째는 지친 말이 집으로 돌아오는 격이니, 몰래 자기가 자던 방으로 돌아오는 단계지.” ●수신 교과서 ‘소학´은 남녀 분리 강조 다음날부터 선비는 이 방법을 써서 다시는 들키지 않았기에 마음속으로 무척 다행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다시 신윤복의 그림 ‘봄날’을 보자. 나뭇가지에는 연녹색 잎이 솟아나오고 있다. 그림 왼쪽의 남자와 여자를 보자.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은 철릭이다. 주로 무관이 입던 옷이니, 이 남자는 무반에 속한 양반으로 보인다. 여자는 짚신을 신고 앞치마를 두르고 봄날 나물을 캐러 갔으니, 양반이 아닌 계집종이거나 민간의 여염집 여자다. 그런데 웬일인가. 사내가 나물바구니에 슬쩍 손을 대고 있지 않은가. 사내의 얼굴을 보라. 벌겋다. 이 사내는 낮술에 취해 있다. 봄날 어디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가 아는 계집종(혹은 동네 여자)을 만났다. 캔 나물을 보자며 말을 붙이고 손을 바구니에 댄다. 여자가 해사하게 웃고 있으니 싫지 않은 눈치다. 이 둘은 이미 감정의 교환이 일어난 상태다. 남녀의 일은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철석같이 믿고 따랐던 수신교과서 ‘소학’은 남자와 여자의 분리를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물건을 건넬 때도 직접 주고받지 않는다. 남자가 물건을 내려놓고 가면 여자가 와서 그것을 집어가야 한다는 것이 ‘소학’의 주문이다. 한데 어떤가. 이 그림을 보면 양반은 후원에서 계집종의 손을 덥석 잡고, 낮에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나물 뜯는 아낙네의 바구니에 손을 대면서 수작을 건다. 어떤 것이 양반의 리얼리티인가.‘소학’의 지시를 따라 사는 것이 양반의 실제 모습의 한 축이라면, 그 축이 배제했던 욕망의 지시대로 사는 것도 한 축이다. 다만 나는 후자가 보다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 도덕은 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욕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새영화] ‘GP506’

    서울에서 불과 50분 거리지만 아무나 들고 날 수 없는 곳,GP(Guard Post). 영화 ‘GP506’(제작 보코픽처스)은 비무장지대의 최전방 경계초소 GP에서 일어난 소대원 몰살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수사극이다. 베트남 밀림을 배경으로 한 ‘알 포인트’를 연출했던 공수창 감독은 이번엔 비무장지대 GP라는 제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핏빛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아내의 장례식 날 밤,‘GP506’사건의 수사를 맡은 노성규 원사(천호진). 군 최고의 정예요원인 그는 이튿날 새벽 6시까지 몰살된 소대원들의 시체속에서 현역 군 참모총장의 아들인 GP장의 시체를 찾아 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소대원의 숫자와 동일한 21명의 수색대가 GP506에 파견되지만, 외부의 침투 흔적을 비롯한 사건의 단서는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노원사는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강진원 상병(이영훈)의 캠코더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해 나간다.“나는 지금부터 우리 부대원을 모두 죽일 것이다. 이것이 발견되었을 때 우린 모두 죽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강 상병이 남긴 유일한 메시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 들던 사건은 발전실에서 살아 있는 유정우 중위(조현재)를 발견하고 급물살을 타는 듯 보이지만, 유 중위는 단서들을 은폐하고 본대 복귀만을 요구한다. 한편 노 원사는 수색대원 사이에도 GP506 소대원들에게 발견됐던 이해하기 힘든 현상들이 퍼지는 것을 목격한다. ‘GP506’은 6·25전쟁 이후 50년간 고립되고 폐쇄되었던 GP라는 공간적인 특수성과 단 하룻밤에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명제가 긴장감과 공포심을 자극하는 영화다.‘하얀전쟁’,‘텔 미 썸딩’,‘링 한국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공수창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한국형 공포물의 전형을 보여 준다. 극전체에 미스터리적 요소를 강조하긴 했지만, 요즘 관객들이 열광하는 영상미와 속도감이 강조된 ‘미국드라마’(미드)식 스릴러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깨끗하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100% 공감이 가지 않는 주인공들의 선택 등 드라마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마니아적 장르영화로서의 미덕은 충분히 갖췄다. 공수창 감독은 “보석처럼 빛나는 젊은 시절에 군대에 가야 했던 젊은이들의 애환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21세기 유일한 냉전국가의 상징인 GP는 어딘가에 절박하게 내몰리고 있는 우리사회를 표현하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이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세븐데이즈’‘추격자’로 이어지는 스릴러 열풍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실화소재 영화의 흥행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특정사건을 극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일련의 휴전선 비무장지대 총기난사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추격자’에 이어 ‘GP506’을 배급하는 쇼박스의 한 관계자는 “DMZ 최전방 GP는 관객들에게 더욱 현실감을 줄 수 있는 소재이고, 선악의 본질에 대해 좀더 깊숙하게 접근한 작품이기 때문에 ‘추격자’와는 또다른 색깔의 매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18세 이상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정책 중심의 정당보도 관행 만들자/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옴부즈맨 칼럼] 정책 중심의 정당보도 관행 만들자/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부재자 선거는 이번 주, 본 선거는 다음 주다. 하지만, 모두가 말하듯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느니 거대정당뿐이요, 온갖 잡음을 만들어내는 인물들뿐이다. 국회에 들어가는 정당이 우선 갖추어야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머릿수나, 목소리 큰 인물이 아니다.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다. 정책 중심으로 정당이 돌아갈 때에만 정치를 통해 여러 사회갈등과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고, 그 과정이 눈앞에 보일 수 있다. 정치무관심에 대한 해소도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 1위 정당의 정책 관련 움직임을 살펴보자. 국민 대다수가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반값등록금 정책은 총선공약에서 슬그머니 빠졌다.‘하겠다고는 했지만, 언제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는 후문이 있고 보면, 애초에 등록금 2000만원 시대가 와야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속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 건설사업 역시 총선공약에서 빠졌지만, 내년 5월부터 착공에 들어간다고 하니 어떤 기준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 알 수 없는 것은 정책이 이리 바뀌어도 지지율 1위요, 저리 바뀌어도 1위라는 사실이다. 모른 척하지 않기를 바란다. 언론도 공범이다. 여론수렴 기능과 여론형성 기능은 언론의 양날개다. 평소에 언론은 정당에서 내놓은 자료들을 받아적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당에 질문을 던지고 이슈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등록금 문제 등이 서민들의 민생을 위협하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 각 정당이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대안을 갖고 있는지 수시로 물어 확인해야 한다. 정책이 없으면 없다고 비판하고, 훌륭하다면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정책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계시를 받아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에 민생문제에 별 생각이 없던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훌륭한 정책을 만들어 낼 리 만무하다. 선거철의 여론조사에도 정책중심 보도원리는 적용되어야 한다. 인물과 정당으로 물어서 그대로 보도하는 관행은 유명정당, 유명인물의 대세론을 강화시켜 줄 뿐이다. 정당의 외형에 따른 지지를 물을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따른 지지를 물어야 한다.‘정책1, 정책2, 정책3 중 어느 쪽을 지지하십니까?’ 라고 묻고, 어느 정당의 정책이 높은 지지를 받았는지를 알려주는 방식의 여론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인물·정당 중심의 여론조사와 정책중심의 여론조사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 언론은 선거에 앞서 독자들에게 선택 가능한 일련의 대안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선거기간 동안 서울신문의 지면은 연일 거대 양당의 공천잡음으로 채워졌다. 거대 정당의 공천문제는 물론 중요하다. 거대 정당의 공천이 소수 당지도부의 의향에 따라 이루어지고, 더 나아가 거대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보증 수표인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나, 그와 같은 기사가 차고 넘쳐 여타 군소 정당에 대한 기사를 밀어내 버린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유권자는 결국 밥상 위에 차려진 반찬 중에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지율 1,2위 정당의 기사를 많이 다룬 것이 무어가 문제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선거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유권자는 선거를 앞두고 선택 가능한 모든 대안들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언론의 존재이유는 바로 이러한 알 권리의 실현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정당은 애써 찾아낸 그 줄기다. 줄기가 건강하지 못하면 꽃도 활짝 피어날 수 없다. 한국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율이 보여주듯 시들해져 가고 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를 실행해 나가야 할 때이다. 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3) 봄날의 과부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3) 봄날의 과부

    신윤복의 그림 ‘봄날의 과부’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그림을 기법 차원에서만 독해한다면 그림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다. 사실 이 그림은 사회사적 독해를 요한다. 먼저 그림부터 꼼꼼히 챙겨 보자. 이 그림이 만들어내고 있는 공간. 기와를 얹은 담장이 에워싸고 있는 마당이다. 담장은 장방형의 돌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기와를 덮었으니, 예사 집이 아니다. 권세 깨나 있고 돈 좀 주무르는 그런 집안이 분명하다. 그림 왼쪽 상단에는 담장 너머 흰 꽃, 붉은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배나무 꽃인가, 벚나무 꽃인가, 배롱나무 꽃인가. 어쨌든 좋다. 이런 꽃으로 계절이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의 짝짓기 그림에 담은 신윤복의 파천황적 발상 봄은 생명의 계절이고, 생식의 계절이다. 곧 봄은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인 것이다. 하여 그림 아래 부분의 마당에서 개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그림에 개의 짝짓기라니, 조선시대에 신윤복이 아니면 불가능한 파천황적인 발상이다. 한데 짝짓기를 하는 것은 개만이 아니다. 개로부터 시선을 조금 위로 올려보면 참새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또 그 위로 참새 한 마리가 더 있어 파닥거린다. 바야흐로 봄은 짝짓기의 계절인 것이다. 식물의 꽃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식물의 성기가 아닌가. 꽃이 피고 수정이 되어 열매를 맺는 것은 식물의 짝짓기 행위다. 생명력이 충만한 봄은 어디서 왔는가. 당연히 담장 밖에서 왔다. 담장을 넘어오는 붉고 푸른 꽃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봄은 개구멍에서도 온다. 개 두 마리는 바로 담장 아래의 개구멍으로 들어온 것이다. 참새들이야 저 허공을 통해서 왔을 터이고. 그런데 담장 안은 어떤가. 이제 시선을 오른쪽 두 여인네로 옮겨보자. 두 여자는 비스듬히 누운 나무에 기대어 서 있다. 그런데 그 나무가 문제다. 나무는 소나무로되, 이미 꺾어진 소나무고, 살아 있다는 증거는 아래쪽의 빈약한 잎을 단 가지 둘뿐이다. 소나무는 죽어가고 있다. 집 밖은 생명력이 충만한 봄인데, 여기 돌담 안의 집은 죽어가고 있는 풍경이다. 이제 여자 둘을 보자. 오른쪽 여자는 삼회장저고리를 제대로 차려 입고 있고, 머리를 길게 땋아 댕기를 묶고 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귀한 집의 규수다. 왼쪽 여자는? 구름 같은 가체를 올리고 있는데, 옷은 모두 흰색, 즉 소복이다. 이 여자는 결혼을 한 여자이고, 또 상중에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남편이 죽은 여인이다. 왜 신윤복은 과부를 그림에 배치했는가 궁금하다. 여자 둘의 시선은 개의 짝짓기에 가 있다. 그런데 둘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처녀의 표정은 쌀쌀맞고 차갑고 무심하다. 하지만 과부는 배시시 웃는다. 무언가를 안다는 눈치다. 과부의 웃음에 신윤복의 의도가 있다. 신윤복은 과부의 소외된 성욕을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성적 욕망 철저히 억압한 가부장제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여성은 젊어서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재혼, 곧 개가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려시대에는 남편이 죽어도 여성은 개가, 삼가(三嫁)할 수 있었고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선 건국 이후 성리학의 가부장적 윤리관은 여성의 재혼을 윤리적 타락으로 규정했다. 성종 때 ‘경국대전’의 편찬을 완료하면서, 남성의 가부장제는 마침내 법으로 여성이 개가해서 낳은 자식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좋은 벼슬자리를 얻을 수 없도록 제한하였다. 이런 판국이었으니, 양반가의 여성은 사실상 재혼의 길이 막혔던 것이다. 이런 조치와 함께 남성의 가부장제는 남편이 죽고도 재혼하지 않은 여성을 절부(節婦)라 부르고, 남편을 위해 자기 신체를 자해하거나, 대신 죽거나, 남편이 죽었을 때 즉시 따라죽은 여성을 열녀라고 불러 정문을 내리는 등 사회적 명예를 부여하였다. 이런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어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 여성의 수절은 양반만이 아니라,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퍼졌다. 양반 상인 할 것 없이 남편이 죽으면 예사로 수절하였고, 남편을 따라 목숨을 끊는 경우가 속출하였다. 신윤복의 이 그림은 이런 사회적 배경을 깔고 있는 것이다. 젊은 여성이 수절할 경우 그 내면의 성욕을 처리할 방법이 묘연하였다. 조선조의 가부장제는 여성의 성을 출산과 쾌락으로 분리하고, 후자를 음란함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남편이 죽은 뒤 홀로 남은 여성의 성은 출산이 배제된 성이기에 쾌락만이 남았고, 그것은 자동적으로 음란함이 되었다. 홀로 된 여성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발설할 수가 없었으니, 이것은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가한 가장 큰 폭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성은 이와는 반대로 아내가 죽으면 속현(續絃)이란 그럴 듯한 말로 재혼을 할 수 있었고, 기생제도와 축첩제도 등을 통해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사실 개가를 금지하는 것은, 한 남성이 자신이 죽은 뒤에까지 여성의 성을 독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곧 조선의 가부장제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억압하고, 남성의 성적 욕망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욕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변형될 뿐 가부장제가 아무리 여성의 성욕을 억압하는 담론을 유포해도 여성의 성욕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성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변형될 뿐이다.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의 서문은 한평생 밤이면 동전을 굴리면서 지새운 과부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과부는 이렇게 말한다.“무릇 사람의 혈기는 음양에 근본을 두고 있고, 정욕은 혈기에 모이며, 생각은 고독한 가운데서 생겨나고, 아프고 슬픈 감정은 생각하는 데서 우러나겠지. 혈기가 때로 왕성하면 어찌 가부라고 정욕이 없겠느냐?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 그림자를 조문(弔問)하며 외로운 밤 지새기가 괴롭고, 게다가 처마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든지 창에 달빛이 환히 들어올 때, 오동잎 하나 뜰에 날리고, 외기러기는 하늘에서 울고 가고, 멀리 닭의 울음소리 들리지 않고, 어린 종년은 쿨쿨 코를 고는데 혼자 잠 못 이루는 이 고충을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느냐?” 어떤가. 과부의 성욕을 억압하는 것이 어떤 형벌인지 짐작이 가는가. 양반가의 이 여인은 자신의 성욕을 억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았고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다. 조선후기의 문헌인 ‘기문’이란 책에는 과부의 이야기가 둘 실려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한 과부가 계집종을 데리고 수절하며 사는데, 계집종 역시 남편을 잃고 수절하였다. 어느 날 동네에 송이버섯 장수가 왔다. 과부는 송이버섯이 남성의 성기와 같이 생긴 것을 보고는 계집종을 시켜 값을 따지지 않고 모두 사오게 하였다. 용도야 뻔하다. 두 여자는 송이를 ‘덕거동’이라 부르고 욕망이 솟을 때마다 덕거동으로 욕망을 달랬다.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여기서 멈추자. 또 다른 이야기 역시 과부의 것이다. 어느 날 과부가 이웃에 사는 기생이 잘 생긴 사내와 온갖 성희(性戱)를 즐기는 것을 보고 치솟아 오르는 욕망을 누를 길이 없어 집으로 돌아와 자위 행위에 빠진다. 이게 너무 심하여 마침내 말을 못하게 되었다. 이웃에 사는 할미가 무슨 일로 찾아왔다가 여자가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는 한글로 필담을 한 끝에 자초지종을 알아내고는 동네의 장가를 들지 못한 사내를 불러와 짝을 맺어준다. 사내와 한바탕 거창한 방사를 치른 후 과부는 다시 말을 하게 되었다. 적지 않게 전하는 이런 이야기의 존재는 과부의 성적 욕망이 은폐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조선의 가부장제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억압하고 은폐하는 데 성공했을 뿐, 그 내면의 욕망을 소멸시킬 수는 없었다. 신윤복의 그림은 바로 그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복을 입은 과부가 개의 짝짓기를 보고 배시시 웃는 그 장면은 그 젊은 과부의 내부에도 성적 욕망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이야말로 조선시대 최고의 그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같은 신윤복의 그림을 베낀 모방작도 더러 남아 있다. 신윤복의 그림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것이다. 물론 수준은 원작에 한참 못 미친다. 작자 미상의 ‘봄날의 과부 모방작’만 해도 전반적으로 필치가 원작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하고, 개의 짝짓기 장면이 아주 천박하게 느껴지는 등 전반적인 수준이 확연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머리채 끌고 발로 차고…女초등생 납치될 뻔

    머리채 끌고 발로 차고…女초등생 납치될 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이 5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뒤 납치를 당할 뻔했는데도 경찰이 사흘이나 지나서야 수사에 착수, 물의를 빚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 26일은 경찰청이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해 아동·부녀자 실종사건에 대한 종합치안 대책을 발표한 날이라 경찰이 말로만 민생치안을 앞세우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3시 44분쯤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S 아파트에 사는 A(10)양이 자기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납치될 뻔했다. 집으로 가는 A양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이 50대 남성은 A양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억지로 끌어내리려 했다.A양은 “살려 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발로 차고 흉기까지 휘두르는 남자의 손에 붙잡혀 결국 3층 복도로 끌려 나갔다. 다행히 A양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주민이 3층으로 올라가자 이 남성은 아이를 놔둔 채 계단을 통해 4층으로 달아났다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유히 도망갔다. 이같은 모습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다.A양의 가족은 곧바로 인근 경찰지구대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사흘이 지나도록 CCTV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단서가 없다며 단순폭행사건으로 분류해 목격자 증언조차 확보하지 않았다. 그러자 A양의 부모들이 직접 범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힌 전단지를 아파트 주변에 돌리고 범인 색출에 나섰다. 경찰은 사건발생 사흘이 지난 29일에서야 피해학생 부모와 경비원을 만나는 등 뒤늦게 탐문수사에 착수했다. 관할 일산 경찰서 관계자는 “기초수사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는 모른다.”면서 “용의자는 정신이상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수사 소홀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자 문책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유영규 황비웅기자 whoami@seoul.co.kr
  • 이번엔 미국산 ‘생쥐 야채’

    이번엔 미국산 ‘생쥐 야채’

    최근 들어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산 유기농 냉동야채 제품에서 ‘생쥐’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경위 조사에 나섰다. 식약청은 야채볶음 등에 재료로 쓰이는 수입식품 ‘유기농 야채믹스 베지터블’(제조사 미국 컬럼비아푸드)에서 생쥐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제보를 접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28일 발표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제품 수입·판매업체인 ㈜코스트코코리아 할인매장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소비자의 불만사항이 접수됐고, 회사측은 26일 식약청에 자진 신고했다. 식약청은 곧바로 현장조사에 나서 해당 제품을 확보했으며, 확인 결과 이물질은 길이 4㎝ 정도의 생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현재까지 2.27㎏단위 4092봉지가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은 이 중 판매되지 않고 남아 있는 3404봉지(83.2%)에 대해 판매금지 및 압류조치를 지시하고, 시중 유통 제품에 대해서는 긴급 회수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회수 대상 제품의 생산일자는 2008년 3월5일, 유통기한은 2009년 6월19일까지이다. ‘유기농 야채믹스 베지터블’은 국내에서 코스트코코리아 6개 매장에서만 판매되고 있으며, 이물질이 발견된 것과 같은 날 생산된 제품은 서울 양재점, 양평점, 상봉점 및 대구점에서만 판매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현재 이물의 종류와 혼입 원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적 ‘물 파동의학’ 연구가 에모토 마사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적 ‘물 파동의학’ 연구가 에모토 마사루

    “물에도 감정이 있을까요?” “???” 일단 ‘있다’로 답을 정해보자. 흥미로운 광경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물이 어떤 메시지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물의 결정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물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전하면 아름답고 예쁜 모양으로, 그렇지 않은 부정적인 메시지에는 나쁘게 반응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따지는 것은 차후의 문제로 접어두면 더욱 신기해진다. 하기야 사람은 어머니의 양수에서 자라고 또 인체의 구성 자체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으니 물에도 어느 정도의 감정은 있지 않을까. ■“예쁘다, 사랑한다 말해주면 물도 감정있어 알아들어요” 이른바 ‘물과 파동의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에모토 마사루(江本勝·65)는 이같은 연구에만 14년째 몰두해오고 있다. 인간의 생각이 물에 전달되면 물이 얼었을 때 그 결정의 모양이 아름다워지거나 추해진다는 이론을 처음 제기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의 주장은 물에 기도를 하거나 종이에 글자를 적어서 물을 담고 있는 용기에 두르면 얼마든지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사람의 말이나 그림 등 외부 조건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까닭에 물에는 뭔가 정보를 기억하는 장치가 있다고 설파한다. 그는 1999년 물 결정의 사진을 촬영한 ‘물이 주는 메시지’라는 사진집을 펴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물 관련 서적만 ‘물은 사랑을 원한다’ 등 모두 10여권을 펴냈다. 특히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80여개국에서 50개국 언어로 번역, 판매되고 있을 만큼 과학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그동안 40여개국 1000여곳에서 이 내용에 관한 초청강연을 했으며, 향후 2년 동안의 강연 일정이 잡혀 있을 만큼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2년 전 대구에서 열린 ‘생명의 근원 물’에 대한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했을 때에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많은 청중들 앞에서 5㏄가량의 물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려주거나 특정 그림을 보여주고 영하 25도로 얼렸다가 녹는 20∼30초 동안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어쨌거나 그의 연구노력의 결과로 유엔(UN)이 지난 2005년 ‘생명을 위한 물 10년 계획’을 선언하고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물의 결정 사진집 등을 배포하는 ‘에모토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도 전적으로 에모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각국의 어린이 6억 5000만명을 대상으로 물의 결정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알린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 에모토가 배포하는 물 결정 사진집에는 백두산 천지와 한강 등 한국의 물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재일교포 2세인 부인 에모토 가즈코(江本和子·59)를 향한 각별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가즈코의 부모는 전남 고흥 출신이다. ‘물에 감정이 있다’는 그의 이론은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받은 것이 아닌 까닭에 과학자들에게 종종 황당무계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이때마다 그는 “많은 과학적 사실이 가설을 거쳐 확인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이 문제 역시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다. 매년 3월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만큼 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물의 날’을 맞아 잠시 방한한 에모토를 만났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목적은. “1968년 처음 한국에 온 이후 이번이 15번째 방문이다. 물의 날을 맞아 대학로에서 열린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퍼포먼스를 관람도 하고 ‘물은 답을 알고 있다’ 한국어판(더난출판사) 출간기념도 할 겸 해서 왔다. 또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이교원 교수와 만나 태아양수에 대한 연구논의도 가졌다.” ‘양수연구’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양수를 이용,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양수연구인가. “인간이 태어나기 전 최초의 상태를 연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인간은 태초 물속(양수)에서 이루어진다. 태아의 움직임에 따라 양수의 결정체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양수 안에는 성분이 워낙 많아 흥미로운 연구가 될 것이다. 태교연구만 하더라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다시 물 이야기로 넘어갔다. ▶일본과 한국의 물을 비교한다면. “일본의 수돗물은 그냥 마시지 못한다.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일본에서 ‘물아 고맙다’라고 씌어진 증류수를 주로 마신다. 그럴 때마다 항상 ‘물아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부부싸움을 할 때만 빼놓고는 말이다.(웃음)” ▶물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졌나. “어느 날 내리는 눈을 보다 특이한 생각을 하게 됐다.‘눈도 물인데 물을 얼리면 결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그 작업에 착수했고 결국 1994년 물 결정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에모토는 이때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좋은 말과 나쁜 말, 음악의 고저장단에 따라 각각 물의 결정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면 ‘사랑’‘감사’ 같은 좋은 말을 들려줄 때 물 결정이 깔끔하고 예쁜 모양을 보인 반면 나쁜 말을 들려줄 때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그날 이후 이 신비한 현상에 푹 빠져 버렸다. ▶물에는 왜 결정이 생기는가. “물의 기운과 파동 때문으로 추정한다. 소독을 많이 하는 수돗물에는 결정이 잘 나타나지 않는 반면 생수는 결정체가 아주 크다. 또 급류, 순류, 하천의 상·중·하의 위치에 따라 결정모양이 전부 다르다. 나는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은 못하지만 물이 정보를 기억하고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에 강연을 갈 때마다 과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텐데. “현대과학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닌 무기질인 물에서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뭔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의 연구가 비과학적이라고 할지라도 분명 과학자들과 나는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으며 2,3년 후면 자연스럽게 비판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물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어려운 일일 지 몰라도…, 물 연구로 아직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없다.” ▶한국계 부인과는 어떻게 만났나. “40년 전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결혼하려고 장인한테 인사드렸더니 전쟁이 나면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며 극구 반대했다. 나는 ‘절대 전쟁이 안 난다. 또 평화운동을 펼치겠다.’고 여러번 설득을 했다. 당시 장인은 도쿄에서 운수업을 하시고 장모는 라면집을 운영했는데 고집이 무척 세신 분이었다. 결국 장인과의 약속을 지켰다.‘에모토 프로젝트’가 바로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앞으로의 활동을 묻는 질문에 “에모토 프로젝트와 별도로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물이 전하는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면서 그들에게 물의 소중함과 긍정적이고 착한 마음씨를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를 ‘카오스의 시대’라고 전제한 뒤, 혼돈과 복잡한 세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답은 ‘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는 90%가 물이며, 성인이 되면 70%, 죽을 때는 50%가 물이라는 것.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에모토 마사루는 1943년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요코하마시립대학 국제관계학과를 졸업했다.1992년 ‘오픈 인터내셔널 유니버시티’에서 대체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에서 공명자장분석기와 ‘마이크로 클러스터 물’을 알게 된 후 물과 파동의학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해왔다. 현재 ‘IHM(파동기기 등을 연구하는 회사)종합연구소’ 소장과 IHM국제파동회 대표 등을 맡고 있으면서 세계 각지에서 물과 결빙 결정에 관한 강연을 하는 등 ‘사랑과 감사’의 힘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파동시대의 서막’‘파동의 인간학’‘물이 전하는 말’‘물은 답을 알고 있다’ 등 10여권이 있다.
  • “생쥐튀김 몸에 좋다” 여성장관 발언 물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나라 전체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생쥐머리 새우깡’ 등 먹거리 안전 문제와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 사건 등 어린이 흉악범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생쥐머리, 그게 어떻게 들어가나?”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무교동 여성부 청사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서 “생쥐머리, 그게 어떻게 (새우깡에) 들어갈 수 있지?”라고 꼬집었다. 이에 변도윤 여성부 장관은 다소 부적절한 농담성 발언으로 “과거 노동부에서 직원이 몸이 안 좋다고 생쥐를 튀겨 먹으면 좋다고 하는 일이 있었는데….”라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쥐머리는 보기가 그렇지만 (참치캔에) 칼이 들어갔다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식품(범죄)은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 나쁜 것”이라면서 “결국 자기네들은 안 먹을 것 아니냐?”고 해당 기업들을 질타했다. 이날 변 장관의 ‘생쥐머리 발언’에 대해 이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재발방지대책을 세워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정부 각료가 혐오스러운 농담이나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여아 보호대책 제도적 검토 필요” 아울러 이 대통령은 최근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제도적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변두리나 농촌지역에서 이런 유사한 사례가 계속 나고 있는데, 여자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인가를 (정부 차원에서)제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겠지만 요즘 끔찍한 사건이 생기니 경제도 어려운데 국민들이 우울해지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요즘 제가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어린 아이들, 특히 여아들이 여러가지 사회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라며 거듭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여성부가 여성, 청소년 안전에 대해 제도적으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지시했다.이 대통령은 이날도 ‘공직사회 기강잡기’ 발언을 잊지 않았다. 특히 여성부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폐지 대상으로 선정됐다 살아난 점을 거론하면서 “과거의 역할에 한정되지 말고 실질적으로 여성을 위한 일을 찾아 달라.”고 새로운 역할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아울러 여성장애인 문제에 대해 “여성장애인 문제가 소홀히 되고 있는데 여성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4) 강원도 삼척시 덕항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4) 강원도 삼척시 덕항산

    위도가 높은 곳에 자리잡은 강원도 산들에는 봄이 늦게 찾아온다. 백두대간에 놓인 산들은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봄이 더욱 늦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몇몇 산지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봄꽃소식이 일찍 전해져 온다. 개복수초라고도 부르는 가지복수초는 삼척시 자생지에서 1월 중순부터 꽃을 피워 봄꽃인지 겨울꽃인지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설악산 자락에 사는 변산바람꽃도 3월 중순이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남부지방에 비해 겨울이 긴 강원도에서 봄꽃들이 이처럼 일찍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해양성 기후 덕분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사는 보춘화나 대흥란 같은 난초들이 강원도 지방까지 올라와 자라는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환선굴과 대금굴로 유명한 삼척시 덕항산에서도 이른 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덕항산은 백두대간에 솟은 높이 1073m의 산으로서 북쪽의 두타산과 남쪽의 함백산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금강산부터 줄곧 동해안을 따라 달리던 백두대간이 내륙 쪽으로 꺾여 들어가기 직전에 위치한 산으로서 동해바다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므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덕항산 같은 강원도 백두대간 산들에는 3월 하순이나 4월 초순에 눈이 내리는 일이 많다. 이런 곳들에서는 ‘눈을 녹이며 피는 꽃’이 아니라 ‘눈에 파묻힌 꽃’을 볼 수 있다. 이른 봄에 일찍 꽃을 피운 식물들이 때늦은 눈을 만나 그 속에 갇히는 상황이 벌어진다. 덕항산 산자락에는 일찍 피는 봄꽃이 많으므로, 이들이 눈 속에 파묻힐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3월 하순이 되면 이곳에서는 얼레지, 노루귀, 산괴불주머니, 생강나무 같은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몇 해 전 나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봄꽃들이 때늦은 함박눈을 만나 눈 속에 파묻힌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4월 초순에 갑자기 눈이 내려 ‘한겨울에 피어난 봄꽃’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덕항산에서 눈을 뒤집어쓴 모습을 보여주었던 봄꽃 가운데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민대극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귀한 식물이다. 새싹이 날 때 붉은빛을 띤 것이 많기 때문에 ‘붉은대극’이라고도 불린다. 꽃을 일찍 피우는 봄꽃들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솟아나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은데, 민대극의 에너지원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뿌리가 잘 생긴 6년근인삼을 2배쯤 확대한 모습인데, 무 뿌리 정도로 크기도 크고 생김새도 힘차 보인다. 산자락에 있는 환선굴과 대금굴이 석회동굴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덕항산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산 전체가 석회암 덩어리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흙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바위가 드러난 곳이 많고, 물 빠짐이 매우 좋은 게 석회암 지대의 환경적 특성이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식물이 많이 자란다. 석회암 지대를 좋아하는 식물들은 호석회식물이라 하여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들과 구분한다. 이름도 낯선 갈기조팝나무, 사창분취, 산토끼고사리, 자병취, 지치, 털댕강나무, 회양목 같은 것들이 그런 종류다. 석회암 지대에서 북방계식물이 많이 자라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2005년에 이루어진 한국교사식물연구회의 덕항산 조사에서 확인된 가는대나물, 개병풍, 만주바람꽃, 바위솜나물, 벌깨풀, 산새콩, 솔체꽃, 청닭의난초, 큰제비고깔 등이 이런 식물이다. 벌깨풀은 남한에서는 사는 곳이 한두 곳에 불과한 북방계 희귀식물이다. 남한에서 발견된 곳은 모두 석회암벽이 발달한 산이다. 연구회 교사들의 조사에서 이처럼 중요한 식물의 새로운 자생지가 밝혀진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석회암 지대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는 넓은잎제비꽃이나 바이칼꿩의다리 같은, 그동안 남한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온 북한 식물들도 발견되고 있다. 석회암 지역이 식물 생육지로서 다른 어떤 환경보다 중요한 곳이라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그곳에 살고 있는 희귀식물들에 대한 연구도 덜 된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석회암 지대는 대부분이 망가지고 말았다. 남은 석회암 산지라도 보전에 힘을 쏟아야 소중한 식물들을 살릴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석회암 지대처럼 귀한 식물이 많이 자라는 곳을 보전하는 일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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