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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훈처, ‘5·18 투입’ 軍 11공수여단 전남도청 퍼레이드 계획 철회

    보훈처, ‘5·18 투입’ 軍 11공수여단 전남도청 퍼레이드 계획 철회

    국가보훈처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인 옛 전남도청 앞에서 제11공수특전여단(11공수여단)이 참여하는 제66주년 6·25 기념 시가행진을 계획했다가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11공수여단은 1980년 5월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됐던 부대이다. 19일 5·18기념재단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5·18역사왜곡대책위원회 참가자들은 ’2016 호국보훈 한마음 퍼레이드’ 개최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긴급 안건으로 올려 의결했다. 퍼레이드는 6·25전쟁 66주년을 맞아 참전 유공자, 시민, 학생, 군인, 경찰이 오는 25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옛 전남도청까지 도심 1.4㎞를 행진하는 행사이다. 광주지방보훈청, 육군31보병사단, 광주시가 공동 주관한다. 광주지방보훈청이 관계 기관에 발송한 협조 요청 공문의 계획안에 따르면 행진에는 육군 31사단 소속 장병 150명과 11공수여단 요원 50명 등 군인 200명이 참여한다. 전남 담양군으로 이전하고 ‘황금박쥐 부대’라고 알려진 제11공수특전여단은 5·18 당시 금남로에서 집단 발포하고, 주남마을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전력이 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광주가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보훈처가 6·25 기념행사를 명분 삼아 5·18을 조롱하려 한다”며 “민주의 거리에 군홧발이 들어오는 것은 광주 시민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광주지방보훈지청 관계자는 “11공수여단의 퍼레이드 참여 계획을 철회했다”며 “행진 경로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5·18역사왜곡대책위는 또 20대 국회의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 추진을 환영하고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다음달 중 5·18단체, 시민사회, 전문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지원하기로 했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바뀌면서 없어진 옛 전남도청 건물의 총탄 자국 복원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책위는 ‘입장문’을 내고 “5·18의 역사적 현장인 옛 전남도청 보존공간의 원형을 없애고 예술관으로 변모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옛 도청 상황실과 방송실,건물 내·외부 총탄 자국을 복원하지 않으면 임시개관을 포함한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로 축구 잉글랜드와 러시아 2차전 앞둔 랑스와 릴에서는?

    유로 축구 잉글랜드와 러시아 2차전 앞둔 랑스와 릴에서는?

     팬들의 폭력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잉글랜드와 러시아가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러시아(1무)가 우리 시간으로 15일 밤 10시 프랑스 북부 릴에서 슬로바키아(1패)와 B조 2차전을 벌인다. 16일 같은 시간에는 랑스에서 잉글랜드(1무)와 웨일스(1승)가 대영제국의 전통적 앙숙으로서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다른 날, 다른 곳에서 경기하는데 무슨 걱정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경기를 펼치는 랑스는 릴에서 남서쪽으로 30여㎞ 밖에 떨어져 있다. 많은 잉글랜드 팬들이 훨씬 큰 도시인 릴을 찾아 묵을 것으로 예상된다. 릴은 랑스로 가는 길에 들러야 하는 곳이다. 프랑스 당국은 이에 따라 릴에 배치되는 경찰 인력을 4000명으로 늘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술을 판매하는 가게들은 17일까지 문을 닫고 350곳의 주점은 이날 오전부터 다음날까지 폐업하기로 했다. 방송에 따르면 전날부터 거리 곳곳에서 경찰에게 항의하는 축구 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릴 도심의 한 바 앞에서 러시아 서포터들이 의도적으로 잉글랜드와 웨일스 팬들에게 시비를 걸어 격분한 남성이 의자를 집어던지며 다투는 장면도 목격됐다.    BBC의 한 기자는 릴의 분위기가 폭풍 전야처럼 고요한데 이날 정오를 넘겨 러시아 서포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영국 당국은 자국민들에게 가급적 릴이나 랑스에 가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러시아는 나흘 전 선수들이 잉글랜드와 1-1 극적인 무승부를 이룬 것보다 경기장 안에서 거칠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서포터들을 폭풍처럼 진압(?)해 유명세를 떨쳤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러시아 서포터들이 또다시 그 같은 폭력 사태를 일으키면 자동으로 실격패를 선언,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러시아축구협회는 자국 팬들에게 “법에 복종하고 상대 팀과 팬들을 존중하라”고 당부했다.    옛소련은 1960년 초대 대회 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는 단 4팀만이 본선을 치렀다. 최근 대회 성적 중 가장 뛰어났던 것이 2008년 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것이었다.    체코와 분리된 이후 처음 유로 대회에 나선 슬로바키아는 첫 승이 간절한 상황이다. 두 나라는 진땀 나는 명승부를 연출한 최근의 흐름을 갖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예선 두 경기 모두 무승부를 이뤘고, 6년 뒤 유로 2012 예선에서도 각자 원정 경기를 1-0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2년 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슬로바키아를 1-0으로 꺾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미얀마 농촌에 새마을노래…“다른 마을 안 부럽죠”

    미얀마 농촌에 새마을노래…“다른 마을 안 부럽죠”

     “새마을, 아웅 민 파 세이(성공).”  지난 7일(현지시간) 미얀마 수도인 네피도 외곽에 있는 칸타르 마을 입구에서는 주민들의 힘찬 구호가 울려 퍼졌다. 우기를 앞두고 마을 길을 새로 깔기 위해 주민들이 모인 자리였다. 한글로 ‘새마을’이란 문구가 새겨진 녹색 조끼를 입은 주민들은 자갈길 위에 모래를 흩뿌리고 불도저로 길을 다졌다. 길옆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한국어로 ‘새마을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곳은 미얀마 전국에 지정된 100개의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중 하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4년부터 미얀마의 새마을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체가 돼 사업을 발굴·진행하는 방식으로 농촌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2019년까지 이 사업에 총 2200만 달러(약 257억원)를 투입한다. 칸타르 마을은 올해 새로 사업을 시작한 곳으로 주민들의 참여 열기가 상당히 뜨거웠다. 새마을회장인 우 뉜 쉐(54)는 “새마을운동을 하며 협동력도 높아지고 생활도 발전하고 있다”며 “다른 마을 대표들도 여길 와 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새마을운동은 박근혜 정부 들어 공적개발원조(ODA) 모델로 수출되면서 국내의 정치적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미얀마에서는 효율적인 농촌공동체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담당자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문상원 코이카 미얀마사무소 부소장은 “중요한 건 개발의 중심을 외국 전문가가 아닌 마을 주민들에게 뒀다는 것”이라며 “이 사업을 꼭 새마을운동이라 부르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미얀마 신정부의 국가개발 프로젝트인 ‘100일 계획’에도 포함됐다. 코이카의 미얀마 ODA 사업은 농촌 개발에 집중돼 있다. 인구 5500만명의 70%가 농민인 이 나라에서 농촌 개발은 곧 경제개발을 뜻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네피도 농업기술연구국 부지 내에서 착공식을 개최한 ‘수확후 관리기술연구소’도 농가소득 확대가 목표다. 미얀마는 농산물의 저장 및 가공 기술이 미미해 쉽게 썪는 과일이나 채소는 유통 과정에서 상당량이 버려진다. 윤기호 코이카 자문관은 “내년 6월 연구소가 완공돼 관리기술이 개발되면 버리는 농산물의 양이 줄어 결과적으로 농업 생산력이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이카는 미얀마 바간에서는 ㈔푸른아시아와 함께 숲 조성 사업을, 양곤에서는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사업의 일환으로 여성능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얀마는 지난해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하며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ODA 분야에서도 주요 사업 대상국으로 부상해 일본의 경우는 전체 ODA 예산의 10%를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얀마를 ‘중점 협력국’으로 지정하고 올해 2358만 달러(약 276억원)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일본의 10분의1 수준밖에 안 된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봉사단원들의 평균 활동 기간이 22개월로 일본 등에 비해 길어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게 강점이다. 또 미얀마도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 우수한 현지 인재들이 코이카에서 활동하며 양국 협력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인 코이카 전략기획이사는 “지난 20년간 베트남이 우리의 원조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면 이제는 미얀마가 ‘넥스트 베트남’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글·사진 양곤·네피도·바간(미얀마)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굶주린 아이 생명 구할 옥수수 부자 식탁 오를 가축이 먹었나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굶주린 아이 생명 구할 옥수수 부자 식탁 오를 가축이 먹었나

    무분별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이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환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먹거리가 부족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전 지구에 식량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식량 위기는 더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 산하의 인도적 식량 원조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세계 인구의 6분의1에 이르는 1억 2000만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렸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먹거리가 부족하게 된 상황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데, 그중 하나로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꼽힌다. ●사상 최악 슈퍼 엘니뇨, 작황에 직접 영향 특히 올해 사상 최악의 슈퍼 엘니뇨 현상(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발생하는 기후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는 물 부족난뿐만 아니라 쌀과 옥수수 등의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량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해수면 온도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태풍이나 폭우 혹은 극심한 가뭄을 야기하고, 이러한 이상기후가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동남아를 포함해 이미 세계 곡물시장에도 엘니뇨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홍수로 대두 수확량이 줄었고, 옥수수 최대 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옥수수를 수입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엘니뇨 직격탄 공습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전문가들은 올여름 라니냐의 공습을 예보하고 나섰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달리 뜨거워졌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뜻하며, 마찬가지로 세계 농수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출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인류의 고기 사랑·곤충 수 급감도 원인 식량부족 사태의 원인을 인류의 지나친 육류 소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소에게 옥수수 10㎏을 먹여야 한다. 돼지와 닭 역시 해당 고기를 얻는 대가로 그만큼의 곡물을 소비해야 한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먹거리를 위해 기르는 닭과 돼지, 소 등 가축의 수는 500억 마리를 웃도는데, 이는 유엔이 정한 ‘지구에서 기를 수 있는 가축 수’ 기준치의 2배가 넘는다. 일각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식량을 부자들의 식탁에 오를 가축들이 먹어 치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인류의 ‘고기 사랑’이 곡물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식량부족 사태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무분별한 삼림 개발 및 환경오염으로 인해 곤충 개체수가 급감하는 현상 역시 식량부족 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의 마크 윈스턴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사라진 벌들의 경고’에서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벌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면서 “독성 물질이 함유된 농약이 벌의 생태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 2006년 미국 양봉장에서 벌의 25∼40%가 자취를 감추는 ‘군집 붕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양봉의 규모가 커지고 기계화되면서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식량자원의 3분의1은 곤충에 의해 수정이 이뤄지는데, 그중에서도 80~90%는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의 벌의 급감은 곧 작물 생산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앗 저장소 만들어 곡물 종자 보존 노력 식량부족 사태가 소행성 충돌이나 기후 변화, 핵전쟁 등과 함께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인류는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특정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씨앗을 보관한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다. 노르웨이의 북극권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는 일종의 씨앗 금고다. 2004년 유엔은 급변하는 세계 위기에서 후손과 자연을 위해 다양한 곡물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세계곡물다양성재단(GCDT)을 설립하고 씨앗 저장소를 운영해 왔다. 일명 ‘최후의 날 저장고’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총 120개국 이상이 이용 중이며, 식물 종자 총 42만종, 82만 5000개의 씨앗 샘플이 빼곡하게 저장돼 있다. 두께 1m의 콘크리트로 축조돼 있고 영하 18℃의 일정한 기온으로 유지되며 모든 알루미늄 상자는 방수 기능이 있어 씨앗을 보호한다. GCDT의 전문가인 메리 하가는 “다양한 종의 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곡물의 생산 및 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특히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및 생산 중단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의 공통적인 이슈 중 하나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굶주림이다. 만약 이대로 계속 간다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식량 생산 감소 빛 식량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기아에 신음하는 사태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영국의 한 연구소는 인류의 4대 주식 작물 중 하나인 감자의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하며 유전체라고도 한다)지도를 완전히 해독하는데 성공했으며,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 연구소는 실험실에서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을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모든 인류는 연령과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식량을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인 식량이 충족되지 않아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래의 후손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식량위기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흔히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그만큼 성장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런 신문 광고 카피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은 미래를 위해 가장 값진 투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우유의 폐해를 지적하는 가설과 지론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유는 생각처럼 정말 몸에 좋을까, 혹시 다른 부작용은 없을까,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인 셈이다. ‘완전식품’이라는 과장된 용어(엄밀하게 말해 지상에 완전식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용어는 미국 낙농협회가 소비 촉진을 위해 지어낸 광고 카피였는데, 여기에 미국 농무부가 가세하면서 한 순간에 정설로 포장됐다.)에서 보듯이 우리는 지금 우유에 대한 상반된 견해의 중간에서 다소 어정쩡하게 우유를 대하고 있다. ‘어쩌면 완전식품이 아니라 독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부류가 있는가 하면 ‘우유만한 게 어딨어?’라거나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엄존한다. 이런 논란은 의료계에서도 진행형이다. 한 쪽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우유를 섭취할 경우 유방암 등 특정 암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아는 우유의 효능은 과장됐다.”는 지견이 있는 반면 “그래도 마셔서 얻는 건강상의 이점이 마시지 않아서 잃을 수 있는 문제를 상쇄하므로 마시는 게 이득이다”고 주장한다. ●우유에 대한 기억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 질서는 이전의 서유럽 중심에서 미국과 소련(러시아)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이른바 냉전시대의 시작이다. 이런 냉전 실서는 세계의 각국을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이해했고, 미국과 소련은 적극적으로 내 편 만들기에 나섰다. 이 와중에 미국이 우리에게 베푼 시혜 중에 ‘탈지분유 무상지원’이라는 게 있었다. 자기 편 우방국을 위해 자국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는 가공 우유를 나눠주는 일종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이었다. 탈지분유란 우유의 지방 성분을 상당량 제거한 뒤 가루 형태로 가공한 우유를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셨다. “내일부터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등교할 때 개인 컵과 소금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엄명이었다. 그 날부터 내 책보자기에는 낡은 양철 필통과 함께 소금 봉지를 넣은 양철컵이 같이 싸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교생이 반별로 줄을 지어 소사(小使) 아저씨가 운동장 한 켠에 큰 가마솥을 걸고 끓여낸 우유를 한 컵씩 받아들고는 삼삼오오 흩어져 후후 거리며 마셨다. 닝닝해 시쳇말로 ‘엣지’가 없는 맛이니 가져온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마셨다. 선생님들도 함께 마셨다. 첫 날 오후, 몸에 좋다는 우유를 받아마셨는데, 교실에서는 난리가 났다. 낯빛이 노랗게 떠서 배가 아프다며 뒹구는 놈, 참다 못해 화장실로 달려가 물찌똥을 쏟아내는 놈, “뱃속에서 ‘구라파전쟁’이 벌어진 것 같다”며 연신 방귀를 뀌어대고 트림을 해대는 놈 등등 한 마디로 희한한 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한 시간 45분 수업에 담임 선생님도 너 댓 번을 들락거렸는데, 모르긴 해도 변소행이었을 것이다. 다음날도 학교에서는 끓인 분유를 학생들에게 나눠줬으나 대부분이 마시는 척 하고는 돌아서서 땅바닥에 쏟아버렸다. 선생님이 “우유 안마시고 버리는 놈은 다 가려내 청소 시킨다”고 엄포를 놨지만, 아이들은 배앓이에 설사 벼락을 맞는 것보다 청소가 낫다고 여겨 굳이 그걸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이 어림잡아 열에 여덞, 아홉이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본 어른들은 우유에 쇠기름이 많아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유병’의 원인은 ‘락타제 결핍’ 우유에는 쇠기름이 많아서 설사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정설로 통했다. 우유에서 기름을 뺀 탈지분유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이런 생각은 1965년 미국의 존스 홉킨스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그랬다. 사실, 존스 홉킨스병원에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국의 원조 담당자들의 불평이 적지 않았다. 우방국을 굶주림과 집단 영양실조 상태에서 구제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해 우유를 원조하는데, 설사니 배앓이니 하며 불평한다고 못마땅해 한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우유가 기아나 영양실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인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유를 소화 흡수하지 못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마당에 ‘우유를 마시면 나타나는 설사나 복통 등 특이한 장애는 우유에 포함된 당분을 소화시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는 존스 홉킨스의 연구 결과는 많은 것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락토우즈’라고 불리는 이 다당류는 거의 모든 포유동물의 젖 속에 들어있는데, 분자 구조가 너무 복합적이어서 소장에서 흡수rk 안 된다. 소장에서 정상적으로 혈관에 흡수되어 대사 과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분비하는 소화효소에 반응해 단당류인 ‘글루코즈’와 ‘갈락토즈’로 분해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작용하는 젖당 분해효소인 ‘락타제’가 부족하거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백인은 전체의 20% 가량이 락타제 결핍이고, 흑인은 무려 75%가 부족하다. 한국인의 경우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제 효소가 충분하게 분비되는 사람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며,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유 한, 두 잔 정도 감당할 수 있는 락타제를 가진 사람은 2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먼저 미제 분유가 공급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예외 없이 말썽이 생겨 ‘우유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보다 앞서 미국 정부가 제공한 우유와 분유를 섭취한 인디언보호구역의 인디언들도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으나 정부 관리들은 “우유는 문제가 없다. 아마도 그들이 우유를 섞어 마신 물이 문제였을 것이다.”며 딴전을 부렸으나, 그 관리들이 악의를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 원인을 모르기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가공된 신화 ‘완전식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류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마빈 헤리스 교수는 그의 저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미국의 낙농업자와 농무부, 미국의사협회가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 과정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하루에 1쿼트(약 1.14ℓ)의 우유를 마셔라. 모든 학교의 점심 급식에 우유를 넣어라. 식사 전에, 식사를 하면서, 식간에, 그리고 밤참으로 우유를 마셔라. 우유를 살 때는 마개가 달린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을 갤런 단위로 사라.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우유를 마셔라. 위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설사를 그치게 하기 위해, 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리고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유를 먹어라. 우유는 절대로 해롭지 않다.’ 이 같은 우유에로의 유인 정책이 범사회적으로 이뤄졌고, 당연히 다른 나라에도 전파됐다. 다른 나라 전파는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흉내내기를 해대는 후진국의 정책 관계자와 미국 유학생들이 주도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숙면을 위해 자기 전에 적당량의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아무리 우유의 효능과 순기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근거를 밝히지도 않고 정부부처나 의사단체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하기도 하다. 미국 사례의 데자뷰 같은 의아함이라고 해두자. 이렇게 해서 우유는 ‘영양상의 이점이 많은 식품’에서 졸지에 ‘완전식품’으로 둔갑했다. 프랑스의 대중적인 저널리스트인 티에라 수카르는 그의 저서 ‘우유의 역습’에서 이런 맹목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과학적인 증거와 신뢰할 수 있는 연구들을 통해 보건 당국에서 권장하는 대로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만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우리 식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우유가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는커녕 되레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암과 당뇨병, 심근경색 등을 유발한다. 물론, 이런 논의는 다양한 시각의 한 가지이고, 많은 주의·주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검은 해봐야 한다. 식탁과 먹거리에 대한 우유의 지배력이 말 한, 두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우유는 정말 좋은 식품일까-2’가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세계가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송혜민의 월드why] 세계가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무분별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이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환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먹거리가 부족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지구에 식량부족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식량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 산하의 인도적 식량 원조 기구인 세계 식량 기구(WFP)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이르는 1억 2000만 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렸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먹거리가 부족하게 된 상황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데, 그중 하나는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꼽힌다. 특히 올해 사상 최악의 슈퍼 엘니뇨 현상(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발생하는 기후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는 물 부족난뿐만 아니라 쌀과 옥수수 등의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량부족현상이 심각해졌다. 해수면 온도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태풍이나 폭우 혹은 극심한 가뭄을 야기하고, 이러한 이상기후가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동남아를 포함해 이미 세계 곡물시장에도 엘니뇨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홍수로 대두 수확량이 줄었고, 옥수수 최대 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옥수수를 수입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엘니뇨 직격탄 공습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전문가들은 올 여름 라니냐의 공습을 예보하고 나섰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달리 뜨거워졌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뜻하며, 마찬가지로 세계 농수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출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식량부족사태의 원인을 인류의 지나친 육류소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쇠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소에게 옥수수 10㎏을 먹여야 한다. 돼지와 닭 역시 해당 고기를 얻는 대가로 그만큼의 곡물을 소비해야 한다. 세계 식량 기구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먹거리를 위해 기르는 닭과 돼지, 소 등 가축의 수는 500억 마리를 웃도는데, 이는 UN이 정한 ‘지구에서 기를 수 있는 가축 수’ 기준치의 2배가 넘는다. 일각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식량을 부자들의 식탁에 오를 가축들이 먹어치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인류의 ‘고기 사랑’이 곡물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식량부족사태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무분별한 삼림 개발 및 환경오염으로 인해 곤충 개체수가 급감하는 현상 역시 식량부족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의 마크 윈스턴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사라진 벌들의 경고’에서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벌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면서 “독성물질이 함유된 농약이 벌의 생태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 2006년 미국 양봉장에서 벌의 25∼40%가 자취를 감추는 ‘군집 붕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양봉의 규모가 커지고 기계화되면서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한 결과로 보여진다”면서 “식량자원의 3분의 1은 곤충에 의해 수정이 이뤄지는데, 그중에서도 80~90%는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 때문의 벌의 급감은 곧 작물 생산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부족사태를 대비하는 방법 식량부족사태가 소행성 충돌이나 기후 변화, 핵전쟁 등과 함께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인류는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특정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씨앗을 보관한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다. 노르웨이의 북극권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는 일종의 씨앗 금고다. 2004년 UN은 급변하는 세계 위기에서 후손과 자연을 위해 다양한 곡물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세계곡물다양성재단(GCDT)을 설립하고 씨앗 저장소를 운영해 왔다. 일명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총 120개국 이상이 이용 중이며, 식물 종자 총 42만종, 82만 5000개의 씨앗 샘플이 빼곡하게 저장돼 있다. 두께 1m의 콘크리트로 축조돼 있고 영하 18℃의 일정한 기온으로 유지되며 모든 알루미늄 상자는 방수 기능이 있어 씨앗을 보호한다. GCDT의 전문가인 메리 하가는 “다양한 종의 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곡물의 생산 및 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특히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및 생산 중단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의 공통적인 이슈 중 하나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굶주림이다. 만약 이대로 계속 간다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식량 생산 감소 빛 식량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기아에 신음하는 사태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2011년 영국의 한 연구소는 인류의 4대 주식 작물 중 하나인 감자의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하며 유전체라고도 한다)지도를 완전히 해독하는데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연구진 역시 당근의 게놈 해독에도 성공하면서 인류가 직면할 수 있는 먹거리 과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모든 인류는 연령과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식량을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조건인 식량이 충족되지 않아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래의 후손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식량위기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문 열어보니 개 276마리가 한 공간에…동물학대 충격

    문 열어보니 개 276마리가 한 공간에…동물학대 충격

    애완견을 향한 잘못된 사랑으로 학대를 이어 온 부부로부터 무려 276마리의 개가 구출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동부 뉴저지주에 사는 찰린 핸드릭스와 요셉 핸드릭스 부부는 일명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로 불린다. 동물을 잘 돌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현지 동물보호단체는 핸드릭스 부부의 집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뿐만 아니라 개가 짓거나 벽 또는 문을 긁는 소리가 심하게 난다는 제보를 접한 뒤 집을 방문했다. 보호단체가 집에 들어갔을 때 집안 전체는 개의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으며, 환기가 되지 않아 공기의 질도 매우 나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 집에서 키우고 있던 애완견의 상태였다. 무려 276마리에 달하는 개가 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태어난 직후부터 최근까지 단 한번도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개들은 우리에 갇혀 있거나 침대 아래의 좁은 공간에 갇힌 채 지내다시피 했으며, 위생 및 건강상태도 우려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호단체 측은 곧장 200여 마리에 달하는 개를 집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는데, 이 작업은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됐다. 이 중에는 임신 중기 혹은 초기에 있는 어미개들도 있어 전문가들의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했다. 보호단체 측은 “충격적인 수준의 상황에 놓인 개들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다행스럽게도 건강이 악화되거나 아예 죽은 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개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었으며 사람과의 접촉 자체가 거의 없어 보이는 개들도 있었다”면서 “현장에서 즉시 산고공급을 받기도 했으며 현재는 보호센터로 이동돼 수의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핸드릭스 부부가 비인도적인 거주환경에서 동물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대가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당신이 잘 모르는 ‘천연 진통제’ 음식 6가지

    당신이 잘 모르는 ‘천연 진통제’ 음식 6가지

    일 하느라 혹은 공부 하느라 너무 자리에 오래 앉아 있게 되면 허리는 물론 목과 같은 부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오래 전 운동을 하다가 다친 뒤로 그 부위가 수시로 아플 수 있으며, 나이가 들면서는 온몸이 쑤시고 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같이 느껴지는 통증을 줄이고자 매번 진통제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진통제를 오랜 기간 복용하면 여러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영양학자 살마 칸 박사는 특정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이런 음식은 또한 여러 진통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마저 없다고 말한다. 다음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살마 칸 박사가 소개한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음식 6가지다. 대부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니 진통제에 의지하기 보다 평소 이런 음식을 섭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체리=강력한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을 포함한다. 이는 염증을 줄이고 아스피린 등 일부 진통제처럼 통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여러 연구는 운동 선수들이 운동 경기에 앞서 정기적으로 타르체리 주스를 마신 경우 근육통을 덜 경험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블루베리=체내에서 열충격단백질(HSP)이라는 화합물 수치를 높이는 효능이 밝혀진 뒤, 통증 완화 특성을 인정 받았다. 여기서 열충격단백질은 온도나 여러 형태의 스트레스가 갑자기 증가했을 때, 자연적으로 세포에서 일시적으로 합성되는 단백질을 말하며, 이는 열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구실을 하며 생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구실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런 반응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또한 블루베리는 항염증 효과가 있으며 부종을 줄여주는 탄닌을 포함하고 있으며 강력한 항상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의 원천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스웨덴 연구자들은 블루베리가 대장염의 고통스러운 증상과 대장 일부인 결장의 통증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부분적으로 블루베리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의 공급원이라는 사실에 기인할 수 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내에 그대로 남아 수분을 보충하고 원활한 장운동의 촉진을 돕는다. ◆셀러리 씨앗=아피제닌 성분을 포함한 여러 항염증 물질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때문에 셀러리 씨앗은 관절염과 통풍으로 인한 통증에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셀러리 씨앗은 두 가지 방식으로 통풍과 싸울 수 있는데 첫째는 염증 감소이며, 둘째는 종종 통풍 통증의 주된 원인이 되는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것이다. 요산을 낮추는 약물도 존재하지만, 이는 종종 메스꺼움이나 구토, 궤양, 출혈과 같이 불쾌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생강=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 유망한 연구에서는 생강 추출물을 주사하면 관절염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생강에서는 특정 통증을 완화하는 물질이 발견됐으며, 여기에는 진저롤, 파라돌, 쇼가올, 진저론이 포함된다. 이런 물질은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과 비슷한 특정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강은 염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효소를 통해 주된 염증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을 줄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강황=인도와 태국의 카레 요리에 흔히 쓰이는 이 향식료는 항염증 특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한 연구는 커큐민이 고통스러운 붓기를 줄여 관절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태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강황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크게 줄이며 이는 이부프로펜만큼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카옌페퍼=고추의 일종으로, 향신료로 쓰이는데 캡사이신으로 불리는 강력한 항염증 성분을 포함한다. 여러 연구에서는 캡사이신이 각 신경계에서 뇌로 통증 신호를 보내는 주요 화학물질을 감소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카옌페퍼는 우리가 흔히 먹는 고추처럼 날 것이나 가루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고추 역시 캡사이신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늘 여기저기 아프다면? 진통제 역할하는 6가지 음식

    늘 여기저기 아프다면? 진통제 역할하는 6가지 음식

    일 하느라 혹은 공부 하느라 너무 자리에 오래 앉아 있게 되면 허리는 물론 목과 같은 부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오래 전 운동을 하다가 다친 뒤로 그 부위가 수시로 아플 수 있으며, 나이가 들면서는 온몸이 쑤시고 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같이 느껴지는 통증을 줄이고자 매번 진통제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진통제를 오랜 기간 복용하면 여러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영양학자 살마 칸 박사는 특정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이런 음식은 또한 여러 진통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마저 없다고 말한다. 다음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살마 칸 박사가 소개한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음식 6가지다. 대부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니 진통제에 의지하기 보다 평소 이런 음식을 섭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체리=강력한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을 포함한다. 이는 염증을 줄이고 아스피린 등 일부 진통제처럼 통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여러 연구는 운동 선수들이 운동 경기에 앞서 정기적으로 타르체리 주스를 마신 경우 근육통을 덜 경험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블루베리=체내에서 열충격단백질(HSP)이라는 화합물 수치를 높이는 효능이 밝혀진 뒤, 통증 완화 특성을 인정 받았다. 여기서 열충격단백질은 온도나 여러 형태의 스트레스가 갑자기 증가했을 때, 자연적으로 세포에서 일시적으로 합성되는 단백질을 말하며, 이는 열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구실을 하며 생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구실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런 반응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또한 블루베리는 항염증 효과가 있으며 부종을 줄여주는 탄닌을 포함하고 있으며 강력한 항상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의 원천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스웨덴 연구자들은 블루베리가 대장염의 고통스러운 증상과 대장 일부인 결장의 통증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부분적으로 블루베리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의 공급원이라는 사실에 기인할 수 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내에 그대로 남아 수분을 보충하고 원활한 장운동의 촉진을 돕는다. ◆셀러리 씨앗=아피제닌 성분을 포함한 여러 항염증 물질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때문에 셀러리 씨앗은 관절염과 통풍으로 인한 통증에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셀러리 씨앗은 두 가지 방식으로 통풍과 싸울 수 있는데 첫째는 염증 감소이며, 둘째는 종종 통풍 통증의 주된 원인이 되는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것이다. 요산을 낮추는 약물도 존재하지만, 이는 종종 메스꺼움이나 구토, 궤양, 출혈과 같이 불쾌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생강=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 유망한 연구에서는 생강 추출물을 주사하면 관절염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생강에서는 특정 통증을 완화하는 물질이 발견됐으며, 여기에는 진저롤, 파라돌, 쇼가올, 진저론이 포함된다. 이런 물질은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과 비슷한 특정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강은 염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효소를 통해 주된 염증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을 줄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강황=인도와 태국의 카레 요리에 흔히 쓰이는 이 향식료는 항염증 특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한 연구는 커큐민이 고통스러운 붓기를 줄여 관절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태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강황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크게 줄이며 이는 이부프로펜만큼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카옌페퍼=고추의 일종으로, 향신료로 쓰이는데 캡사이신으로 불리는 강력한 항염증 성분을 포함한다. 여러 연구에서는 캡사이신이 각 신경계에서 뇌로 통증 신호를 보내는 주요 화학물질을 감소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카옌페퍼는 우리가 흔히 먹는 고추처럼 날 것이나 가루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고추 역시 캡사이신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침내,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침내,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5·18을 배경으로 발표한 소설, '소년이 온다'(2014)에 나오는 내용 일부이다. 맨부커상 선정 선임기자인 보이트 턴킨의 표현처럼, '압축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아름답게 그린' 이 짧은 문장들은 어떤 매체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5·18 의 의미를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 작품 속 15살 소년, '동호'의 눈에 비친 태극기와 흐느끼던 애국가는 핏빛이고 의문이고 아픔이었다.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인간의 잔혹함에 맞서는 또 다른 인간의 고귀한 능력과 뜨거운 공존욕구'를 그리고자 하였다. 그리고, 결국, 작가는 5·18 민주화운동 가운데서 '인간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다. '인간은 구원해주는 존재가 없어도 스스로 고귀함을 찾을 수 있는 뜨거운 존재'라는 것을.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3년 3월부터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면서 거의 매일 울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무자비한 폭력조차도 어찌 할 수 없었던 인간 스스로의 존귀함은 '소년이 온다'가 드러내고픈 작가의식의 고갱이일지도 모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2007)에서 시각장애인 나주댁(나문희 역)은 죽은 자신의 아들을 끌어 안고 둥개면서, '얜 창수 아니여. 우리 창수는…코도 오똑하고 잘 생겼어. 애는 창수 아니여'라며 잡아떼는, 그러면서 아들임을 직감하는, 억장 무너진 모정(母情)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 기막힌 스토리는 실제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상무관의 충격적이면서도 흔한 풍경을 옮긴 것이다. 머리가 으깨어져버린 ‘인간’의 모습을 앞에 두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없어져버린 얼굴들을 '인간'으로 기억하려 노력하였다. 형체가 일그러진, '식은 몸뚱아리'을 끝까지 '사람'으로 대하고자 한 것이다. 생사를 넘는 인격체로서의 존귀함을 찾기 위해. 어떻게든 죽음의 의미를 찾아내어 삶을 증명하기 위해. 작가가 눈물을 쏟은 이유다. 바로 이런 눈시린 기억의 몸짓들을 보관, 갈무리하고 곧추려는 곳이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다. 유월의 초입에 그 날의 '오월'을 배웅하는 문턱에 서 본다. ● 뽕뽕다리와 차고약 별장을 기억하라!! "이적지 질로 살면서 맴에 늘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양동시장, 그니까 뽕뽕다리라고 지금은 발산다리인데, 그기하고 배고픈 다리하고…그 앞에서, 큰 차 위에 창아리가 막 쏟아지는 사람들을 실고, 고것을 수피아 여고생들이 붕대로 막 감고 하는 것이 눈에 선하지요. 차고약 별장이라고, 광주사람들은 다 아는데 공수부대가 나타났다고 소문듣고 시민들이 얼싸덜싸 전부 막 시내로 나올 때 였는디…그 다음에 일이 터져버렸지…시방 아무리 말 해도 사람들은 안 믿지…사진이 있나, 아무것도 없으요…' 김천성(67)씨의 오월은 이렇듯 무섭고, 억울하다. 또한 그때의 기록이 남지 않았던 것도 못내 안타깝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관통하는 공수부대의 총알자국이 여전히 남아있는 광주의 투명한 상처, 무던한 사람조차도 눈물부터 훔치게 되는 오월. 지금도 핏물 선명했던 대인시장 골목골목, 중앙초등학교 옆길, 금남로와 방림동 골목길 걷는 것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살고 있는 오월의 '광주(光州)'다. 그리고 이곳, 금남로 한 켠에, 낯선 군인들의 발길질을 그대로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을 기록한 건물이 있다. 잠겨진 오월의 틈바구니에 겨우 겨우 손가락 하나 넣어 비집고 만든 뜨거운 이야기의 집. 없어지고 흩어져버려 안타까운 그 날의 시간을 모아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5·18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를 위해 2015년 5월 13일, 금남로 221번지(옛, 카톨릭센터)에 문을 열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지하1층 지상7층 규모로, 지하는 지상1층과 통하는 계단을 만들어 휴게공간 등이 있는 시민공간으로 조성했다. 그리고 지상1층에는 방문객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광주의 관광지를 안내하는 방문자센터도 운영해서 관람 편의를 돕고 있다. 우선 기록관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지상1층부터 3층까지는 ‘항쟁 5월의 기록, 인류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이 있다. 이 공간에서 주로 관람객들은 남겨진 5·18기록물들을 통해 당시의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층은 민주인권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자료, 교양도서 등 1만여 점을 비치한 열람실로 운영이 된다. 이 곳에는 어린이 자료실, 일반자료실, 간행물실이 있다. 5층은 세계기록유산과 원본 기록물을 보존한 수장고, 6층에는 윤공희 전 천주교 광주대교장의 집무실 복원과 구술영상 스튜디오, 7층에는 세미나실과 다목적 강당을 갖췄다. 기록관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영구 보존하고 분류, 수집하게 될 대표적 기록관을 개관, 민주·인권·평화 도시인 광주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다.”라며 “앞으로 세계가 인정하고 후손에게 계승할 5·18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감안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기록관에 전시된 그 날의 오월을 들여다보면서, 도청 옆 방림동 딸기꽃 내음의 아늑함과 상무관 가득 들어서 있던 눈물의 짠내가 공존하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기록관에 소장된 사진과 글을 읽어 가노라면, 도저히 얼추라도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의 순박한 죽음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보는 내내 눈물짓게 만든다. 한국현대사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오월의 상처는 해답없이 늘 지나가고 또 다가온다. 슬픈 일과 아픈 일의 차이는 경험이다. 매년 오월의 광주는 슬픔을 넘어, 아픔을 겪어낸다. 대개의 역사는 한 30 여 년 지나면, 늘 그렇듯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서지만 오월의 광주는 도무지 '옛날 이야기'가 될 수 없는 ‘우리 이야기’로 남아있다. 현대사를 정리하려는 실감기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날의 소년은 아직도 실타래를 내려 놓지 못한 채 금남로 한 가운데에 서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에 대한 여행 20문답> -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20문답입니다. 1. 광주에 가면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 5·18 민주화운동에 관련한 방문이라면 5·18 민주화묘지 참배가 제일 우선. 그 다음 아시아문화전당 가기 전 무조건 1순위. 2.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을까요? - 누구라도 괜찮다. 한국 현대사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3. 교통편은 어때요? - http://www.518archives.go.kr/?c=5/23/59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1(금남로 스탠다드 차티드 은행 맞은편 건물) - 지하철 1번 출구를 나와서 금남로4가역 4번 출구에서 30m이동 후 리틀차이나 중국어전문학원 앞에서 지하보도 이동 후 왼쪽길로 136m 이동하면 보인다. 4. 관람 안내? - 운영시간 평일 : 오전 09:00~18:00 / 토·일·공휴일 : 09:00~18:00 - 휴관일 1월 1일, 설날, 추석 - 매주 월요일. 다만, 월요일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일 때에는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평일 - 관장이 자료의 정리, 기록물·장서점검 및 보수공사 그 밖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날 -관람료 무료 (상설전시실) ※ 특별·기획전시는 유료로 진행될 수 있음 5. 유명세에 비하여 실제 모습은 어때요? - 유명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유명해져야 한다. 6. 여행객 응대 수준은 어떤가요? - 당연히 친절하다. 모르는 것이 있어 물어보면 언제든지 답변을 잘해준다. 1층 방문자센터에서 물어보면 된다. 7. 여행지가 지니고 있는 전문성은 어떠한가요? 공부를 많이 하고 가야 하나요? 조심할 것이 있나요? -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 열람 공간이다. 이 곳에서 공부를 하는 곳이니 편하게 가면 된다. 일반 관광지가 아니니 엄숙한 마음으로. 8. 전체 여행 경비는? - 당연히 무료다. 9. 가장 감탄하는 점은 어떤 것인가요? - 사라지는 역사를 보존하려는 인간의 노력. 10.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좀 더 넓은 장소였으면 좋을 듯 하다. 동선이 좁다. 11. 운영진에게 한마디 한다면? - 좀 더 많은 홍보가 이루어지면 좋을 듯. 12.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518archives.go.kr/ 13. 꼭 추천하고픈 공간은? - 3층 전시실. 세계 각국의 역사적 인물들의 기록들. 14. 여행을 비추하고픈 사람과 이유는? -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하여 애시당초 관심이 없는 사람들 15. 먹거리 정보와 식당 정보는? - 호남의 중심, 광주에서 맛집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건물 뒤, 예술의 거리와 대인 시장 주변에 많은 식당들이 있다. 16. 어떤 코스를 도는 것이 좋을까요? 추천코스는? - 시킨 대로. 차례로 17. 도움되는 다른 사이트? - 5·18 기념재단 http://518.org 18. 광주에 이와 유사한 다른 공간도 있나요? - 5·18 민주화묘지에 추모관이 있다. - 5·18 사적지 : 전남대학교 / 광주역광장 / 시외버스터미널 / 금남로 / 구도청 / 상무관 / 광주YMCA / 5·18 민주광장 / YWCA옛터 / MBC옛터 / 녹두서점옛터 / 전남대학병원 / 광주기독병원 / 구)적십자병원 / 조선대학교 / 배고픈다리 / 주남마을 / 광목간 / 농성광장 / 상무대옛터 / 무등경기장 / 양동시장 / 광주공원광장 / 5·18최초발포지 / 광주교도소 / 국군광주병원 / 5·18 구묘지 / 남동성당 / 505보안부대/ 들불야학 19. 숙소정보는? - 광주는 광역시다. 숙소는 원하는 만큼 있다. 하지만, 518을 즈음하여 숙소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20. 총평 및 당부사항 - 5·18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알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곳에서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팩트를 만날 수가 있다. 1층 방문자센터는 꼭 들리시길!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해외여행 | Healing Alberta 알버타②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해외여행 | Healing Alberta 알버타②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시차 탓인지 새벽 5시도 안 돼 잠에서 깼다. 동이 틀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른 새벽의 밴프 타운과 로키를 보고 싶었다. 아침 7시, 어둠이 걷히자마자 동네 산책을 나선다. 어제 스키를 타다 탈이 난 다리를 어기적어기적 끌고 가듯 걸으면서도 설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밴프는 언젠가 한 달쯤 살아 보고 싶은 동네다. 해발 1,583m의 밴프 타운은 로키의 동쪽 비탈면에 위치한다.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참여한 인부 세 명이 우연히 밴프 인근의 설퍼산Sulphur Mountain에서 온천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밴프는 1885년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자연 원시림의 장엄한 풍광을 가진 밴프국립공원은 로키의 심장이다. 시간이 없어 미처 가보지 못했지만 밴프 스타벅스에서는 커다란 흑곰을 볼 수 있고, 머그컵You Are Here Collection에는 그리즐리곰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타벅스다. 세계적인 관광지 로키산맥 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라 북적북적한 분위기와 세계적인 브랜드 호텔 등을 떠올리겠지만 밴프 타운은 아주 소박하다. 흔하기 짝이 없는 브랜드 호텔 하나 없다. 메인 도로에서 부러 한 블록을 벗어나 걸었다. 관광지가 아닌 로컬의 일상적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로키산의 모습이 아니라면 여느 캐나다의 작은 타운과 다를 게 없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걷다 보니 밴프 기차역이 나왔다. 1885년 완공된 대륙횡단철도 구간의 한 기차역이다. 철로 끝에 로키산이 눈부시게 하얗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밴프와 인근의 레이크 루이스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시작한 지 어느 새 백년이 훌쩍 더 지났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밴프와 레이크 루이스의 명성은 전혀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해만 간다. 여름철에 밴프에서 방을 구한다는 건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로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와 알버타주 경계에 위치한다. 만년설이 쌓여 있는 로키의 준봉들은 가슴이 서늘해질 만큼 아름답다. 간단히 말하면 로키는 돌산이다. 로키의 90%는 퇴적암이다. 의문이 든다. 로키에서 자라는 수많은 나무들은 뭔가? 놀랍게도 바위를 뚫고 자라는 나무들이다.북미대륙의 줄기라 할 수 있는 캐네디언 로키의 길이는 1,500km, 너비는 80km에 달한다. 대자연의 파노라마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호수와 빙하, 폭포를 만날 수 있는 캐네디언 로키 안에는 4개의 국립공원과 3개의 주립공원이 있다. 천여 마리의 그리즐리곰과 흑곰이 산다고 알려져 있다. 로키 여행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로키를 따라 남에서 북으로, 또는 북에서 남으로 이동한다. 캘거리에서 서쪽으로 100km, 1시간 30분 거리에 자리한 밴프국립공원은 로키 최고의 관광지다. 면적은 6,600km2, 우리나라 충청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조금 작다. 1985년 유네스코는 밴프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큰 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파라다이스가 밴프다. 여름철에는 1,500km에 달하는 밴프국립공원의 온갖 트레일을 걸으며 엘크와 무스, 곰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로키를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밴프 온천Banff Upper Hot Spring이다. 철도 인부들이 발견한 밴프 온천은 설퍼산 중턱에 위치한다. 로키를 바라보며 1년 내내 온천욕을 즐긴다. 이 세상 온천 중에서 이보다 더 좋은 뷰를 가진 곳이 있을까? 로키의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로키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보려면 낮에 가야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여행자들은 온천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른 새벽 밴프를 산책하는 동안 내 눈을 확 잡아 끈 정보가 있다. 밴프 인터내셔널 호스텔 현관에 붙어 있던 메모다.‘당신을 위한 특별한 요금, 1주일 숙박은 CAD185, 한 달은 CAD600(세금 포함), 아침식사와 와이파이 포함.’ 날이 따뜻해지자마자 밴프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밴프 온천Banff Upper Hot Springs10:00~22:00 연중 개방 어른 CAD7.5, 아이 CAD6.3 +1 403 762 1515 www.hotsprings.ca ●Spring Ski3월에 떠난 스키 여행샴페인 같던 꿈의 스키장 여기는 어디일까? 전나무, 가문비, 소나무숲 사이 새하얀 눈밭에 나 홀로 서 있다. ‘말로만 들었던 ‘샴페인 파우더’ 눈밭이다. 주변에는 어떤 인적도 없다. 내가 캐나다의 스키장에 있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밴프의 노퀘이 스키장Mt. Norquay Ski Resort 슬로프에는 오직 나뿐이었다. 이런 순간이 또 올까 하는 황홀한 기운에 홀려 발목 위가 푹 패일 정도로 부츠에 짓눌리고, 넘어져 눈밭을 구를 때조차 화상을 입었는지도 몰랐다. 두터운 양말을 빼먹은 거야 경솔했다 해도 부츠가 꽉 끼는지는 왜 알지 못했을까. 나는 로키에서 정신이 나갔던 게다. 그만큼 이곳은 꿈의 스키장이다. ‘황제 스키’ 같은 세속적인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내가 노퀘이를 ‘꿈의 스키장’이라고 한 건 스키장을 독점해서가 아니라 설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스키장에서 로키라는 위대한 자연과 교감하는 순간이 황홀했기 때문이다. 아, 정말 좋아! 스키를 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렇게 내뱉곤 했다. 노퀘이 스키장은 밴프에서 가장 가까운 스키장이다.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28개의 슬로프를 갖고 있다. 로키의 여느 스키장이 그렇듯 11월부터 장장 5월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 노퀘이는 흔히 밴프에서 가장 좋은 ‘가족 스키장’이라고 불린다. 밴프국립공원에서 유일하게 야간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스키장에서 스키어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리프트 대기 시간’ 같은 말이 이곳에는 없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이들은 스노튜빙을 즐길 수 있다. 스노튜브파크에서 커다란 튜브를 타고 슬로프를 빠르게 내려오는 액티비티다. 밴프 노퀘이9:00~16:00리프트 종일권 어른 CAD65, 청소년 CAD50, 아이 CAD25, 스노슈즈 일일 대여 어른 CAD15, 아이 CAD10(야간 스키는 1~2월 금, 토, 일요일만 운영) +1 403 762 4421 winter.banffnorquay.com 탐험가처럼 걷기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는 밴프에서 북쪽으로 56km 떨어져 있다. 보우 밸리Bow Valley를 거쳐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빙하호인 레이크 루이스는 캐나다의 영원한 보석이란 찬사를 받아 왔다. 호수 너머 빅토리아 빙하Victoria Glacier는 로키의 보석이다. 느닷없이 시야 안으로 들어온 거대한 빙하산의 위용은 보고 또 보아도 대단하다.호수 인근의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Lake Louise Ski Resort은 로키산맥 최고의 하이킹 및 크로스컨트리 스키 장소이자 북미에서도 가장 넓은 스키 리조트 중 하나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스키가 아니라 스노슈잉Snowshoeing을 하기 위해서다. 아직 많은 사람에겐 낯선 말이지만 리프트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 누구나 곧바로 즐길 수 있는 게 스노슈잉이다. 마치 서부 캐나다를 찾아온 초기 탐험가들의 흉내를 내는 것 같은 액티비티다. 순록이나 토끼, 스라소니 같은 동물의 발은 넓적하다. 스노슈잉 때 신는 신발은 이들의 넓적한 발과 닮았다. 깊은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을 막아 주기에 손쉽게 눈길을 헤쳐 갈 수 있다. 스노슈잉을 할 때 방수신발은 필수다. 스노‘슈즈’라고 했지만 원래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스노슈즈를 신는 게 아니라 신발 위에 납작한 스노슈즈를 끼워 넣기 때문이다. 스노슈즈를 신자 내 발은 크고 넓적한 발바닥으로 변신했다. “이제 곧 문을 닫을 거예요.” 스키장 직원이 말했다. 스노슈잉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던 참에 나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은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야생동물이 출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야간 스키’라는 말은 낯설다. 낮이 아닌 어두운 밤에 위험하게 스키를 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키에 관한 한 캐나다는 파라다이스다. 스키루이스9:00~16:00 리프트 종일권 어른 CAD92, 청소년 CAD72, 아이 CAD35, 가이드 투어, 스노슈즈 렌탈, 리프트권이 포함된 2시간짜리 스노슈잉 패키지는 CAD69 +1 403 497 6932 www.skilouise.com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에어캐나다 www.aircanada.co.kr, 캐나다 알버타관광청 www.travelalberta.kr
  • 北 ‘삐라’에 모란봉악단 CD 함께 보냈다

    北 ‘삐라’에 모란봉악단 CD 함께 보냈다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를 시도한 지 일주일여 만에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가운데 서울 시내에서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전단물이 발견됐다. 또 군이 올해에만 약 100만장가량의 전단물을 수거했다고 밝히면서 속칭 ‘삐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은평구 역촌초등학교 후문 근처에서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풍선이 전깃줄에 걸린 채 발견됐다. 오전 3시 4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군 당국은 대형풍선 밑에 매달려 있던 전단지 154장과 CD 59개 등을 수거했다. 전단지에는 청와대를 ‘똥와대’로 표현하는 등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고, CD에는 모란봉악단의 ‘달려가자 미래로’ 등의 노래가 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면서 풍선을 터뜨리는 타이머는 장착돼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일부 시민단체도 여전히 대북 선전물을 풍선에 실어 보내고 있다. 북한의 선전물이 우리나라 지도자에 대한 원색적 비방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려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면, 우리나라의 선전물은 피겨선수 김연아를 소개하고 미화 1달러 지폐를 동봉하는 등 ‘회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삐라’의 살포 시기는 남북관계 변화보다는 단순히 풍향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매일 공군의 항공기상청 자료를 모니터링하는데 선전물을 미리 준비했다가 바람의 방향이 맞아떨어지는 날 바로 띄운다”고 말했다. 북서풍이 부는 겨울철(11월~2월)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북한이 선전물을 보내기 유리하다. 반면 남서풍이 불기 시작하는 봄철(4~6월)은 우리나라가 대북 선전물을 보내기 좋다. 박 대표는 “지난 3월에 3번, 4월에 5번, 5월은 4번 등 총 12번에 걸쳐 대북 선전물을 살포했다”고 말했다. 다만 풍속에 따라 선전물의 도달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풍속은 폭발물 타이머를 설정하는 데 고려 대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격한 비방이 담긴 북한의 대남 선전물은 남북관계의 경색과 압박 일변도인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내용이 바뀐다기보다 북한의 삐라 살포 자체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강인, 폭행·음주운전·예비군 불참까지 끊임없는 물의… “아직 정신 못차렸단 말 들어”

    강인, 폭행·음주운전·예비군 불참까지 끊임없는 물의… “아직 정신 못차렸단 말 들어”

    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31·본명 김영운)이 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은 이전에도 음주운전과 폭행, 예비군 훈련 불참 등으로 거듭 물의를 빚었다. 강인은 지난 2009년 10월 음주운전 사고로 벌금 800만원에 약식 기소된 바 있다. 새벽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하다 정차돼 있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도망친 것이다. 강인은 사건이 일어난 지 6시간 뒤 강남경찰서를 찾아 사고 사실을 자수했다. 당시 강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2%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에 앞서 같은 해 9월 강인은 강남의 한 술집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여기에 음주운전 사고까지 겹치자 강인은 자숙의 의미로 활동을 중단하고 슈퍼주니어 멤버들 가운데 가장 먼저 군 입대를 결정했다. 그러나 제대 이후에도 한 차례 논란이 빚어졌다. 강인은 2년 동안 부과된 72시간 예비군 훈련 중 단 한 차례도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9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더욱이 당시에는 강인이 병영생활을 체험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MBC ‘일밤-진짜사나이’에 출연했다. 강인은 지난 4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자리에서 예비군 훈련 불참 논란에 대해 “제가 전역하고 바로 슈퍼주니어 활동을 하다보니 한 달에 몇 번씩 해외에 갔다”면서 “그러다보니 자동으로 예비군 훈련이 연기가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강인은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면 자동 연기가 돼 있다고 했는데, 어느 날 폭탄을 맞은 것”이라고 말해 MC 김구라로부터 “‘폭탄’이라는 표현은 안 된다. 강인 아직 정신 못 차렸다는 말 나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찰, 강남역 묻지마 살인에 “전형적인 정신질환 범행”…대체 왜 그랬나 보니?

    경찰, 강남역 묻지마 살인에 “전형적인 정신질환 범행”…대체 왜 그랬나 보니?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피의자 김모(34·구속)씨를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심리면담해 종합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3~2007년 “누군가 나를 욕하는 것이 들린다”고 자주 호소하며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고, 2년 전부터는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으로 변했다. 그는 서빙 일을 하던 식당에서 지난 5일 위생 상태가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이틀 뒤 주방 보조로 옮겼다. 경찰은 김씨가 자신이 주방 보조로 옮겨진 것이 여성의 음해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 이번 범행을 촉발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김씨의 망상 증세가 심해진 상태였고 표면적인 동기가 없다는 점,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 요인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묻지마 범죄 가운데 정신질환 유형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보자마자 바로 공격한 점으로 미루어 범행 목적성에 비해 범행 계획이 체계적이지 않아 전형적인 정신질환 범죄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외동으로 자라면서 부모와 거의 대화 없이 지내는 등 가족과 단절된 생활을 해왔고 청소년 때부터 앉고 서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8년부터는 1년 이상 씻지 않는다거나 노숙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자기 관리 기능을 잃었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자신의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중학생일 때부터 비공격적인 분열증세를 보였고 2008년 조현병을 진단받은 뒤 4차례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1월 마지막 퇴원을 한 뒤 약을 끊어 증세가 악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려고 19일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약 1시간 30분 김씨를 1차 면담하고, 다음날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권일용 경감 등 프로파일러 2명을 추가 투입해 4시간 동안 2차 면담을 해 심리 검사를 했다. 그는 지난 17일 0시 33분쯤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남성 6명을 보내고 난 뒤 같은 날 오전 1시 7분 화장실에 들어온 첫 여성인 A(23)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00주년 소록도 병원 “오늘만 같아라”

    총리 등 방문… 역사적 의미 기려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및 제13회 한센인의 날 기념식이 17일 소록도병원 복합문화센터에서 열렸다. 한센인의 한과 피, 눈물의 역사를 기억하는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한센병 박물관 개관식도 함께 진행됐다. 기념식에는 5000명의 한센인과 황교안 국무총리, 이낙연 전남도지사, 양승조·황주홍 국회의원, 박병종 고흥군수, 소록도병원에서 40여년간 봉사한 뒤 11년 전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가 최근 소록도를 다시 찾은 명예 고흥군민인 마리안느 수녀 등이 참석했다. 황 총리는 치사에서 “새로 개관한 한센병 박물관이 소록도가 가진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인권교육의 장으로서 온 세계에 생명과 사랑을 전하는 기념비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축사에서 “소록도를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정부의 결단과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 지사는 이어 “소록도는 한센인들의 피와 눈물이 배었기에 아프도록 아름답고, 마리안느 수녀님 등의 사랑과 땀이 스몄기에 눈부시게 아름답다”며 “‘세계의 소록도’로 가꾸자”고 호소했다. 전국에서 온 한센인과 가족들은 병원 앞 잔디밭에 모여 앉아 음식을 먹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소록도병원이 365일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염원도 전했다. 고흥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책은 스승이다… 명사 5인이 꼽은 ‘내 인생의 책’ 인생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찾기 힘들 때 나도 모르게 읽는 그런 책이 있다. 우리는 ‘책의 힘’을 쉽게 잊곤 한다. 그래도 책은 지루한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준다. 영화감독 이준익, 연극연출가 김광보, 소설가 정유정과 편혜영, 출판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등 5명은 ‘세상의 모든 책’을 가리켜 스승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둔 ‘내 인생의 책 스승’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영화감독 이준익 / 박석무 ‘다산 정약용 평전’ ‘내 인생의 스승이 된 책’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타이틀이라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주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을 꼽아 달라면 ‘다산 정약용 평전’이 있다. 외국의 화폐 인물들은 근현대 인물이 많은데 우리는 맨날 조선 시대 인물들이다. 근대 인물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식민사관의 피동적 근대성보다는 능동적 근대성을 남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런 인물 중 정약용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다산 정약용 평전’은 조선의 주체적인 근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근대를 주체적으로 이룩하지 못한 공동체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갈팡질팡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대는 근대로부터 이어진 건데 피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 능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래에 대한 방향성은 과거 근대성에 대한 관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수천년 누적된 문화의 잠재력을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 재구성, 재생산해 내는 근간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약용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싶기는 한데 장담할 수 없다. 영화로 만들 만한 사건이 부족하다. 정약용의 형제들이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것들이 있기는 한데 픽션을 함부로 가미하면 본질이 호도되고, 지나치게 사실에 근거하면 영화적으로는 불리해 고민이 많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영화로 만든 까닭도 능동적 근대성의 연장선에서다. 연극연출가 김광보 / 파드마 삼바바 ‘티벳 사자의 서’ 1998년 소설가 박상륭의 작품 ‘뙤약볕’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소설을 정독하는 과정에서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정신이 티베트 불교라는 걸 알게 됐다.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경전인 ‘티벳 사자의 서’를 읽게 됐다. 사람이 죽기 직전이나 죽은 후 49일 동안 읽어 주는 경전으로, 생의 근본 진리를 설파하며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해 준다. 처음엔 무척 어려웠다. 난해함이 가실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삶의 본질과 맞닿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동안의 삶도 성찰하고 앞으로 가야 할 올바른 길도 모색했다. 여러모로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엔 삶도 팍팍했고 앞만 보고 가기에 급급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엔 한 작품이 끝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됐는지 돌아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계획을 세우게 됐다. 무대에 올린 작품들을 검증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게 됐다. 성찰을 토대로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에 담긴 정신은 소설 ‘뙤약볕’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뙤약볕’은 말(言)을 숭배하는 한 섬에서 말을 잃어버린 배경과 말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온갖 유형의 인간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뙤약볕’ 이후 무대에 올린 작품들에도 ‘티벳 사자의 서’의 정신이 요소요소에 깔려 있다. 한 작품에 통째로 담겨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작품에 반영돼 왔다. 소설가 정유정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 인생에 스승이 된 책은 유대인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예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의 태도를 결정해 주는 책이죠.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던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다 그곳에서 잃었어요. 자신은 살아남았는데 느낀 게 하나 있었죠. 프랭클 박사는 누가 수용소에서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 관찰해 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사람들이었죠. 나치들이 아침에 멀건 커피 한 잔을 줘요. 물도 제대로 없는 상태라 보통 사람들은 그걸 홀라당 마셔 버리겠죠.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수를 했던 거예요. 그 더러운 데서 인간의 얼굴을 깨끗이 유지한다는 것, 그게 바로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고 밑바닥까지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죠. 배가 너무 고파도 더 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조그만 빵 한 조각을 양보하는 이들도 살아남았어요. 저자가 얻은 결론은 인간으로서 품위와 위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의지대로 이끌더라는 거예요.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힐링’(치유)이란 건 누군가에 의해서나 여행으로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인간으로서 존엄을 되찾을 때 가능하다는 걸 일러줘요. 2014년 2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일간 걸으며 밤에 힘겨울 때마다 이 책을 읽었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를 완전히 던질 수 있고,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제 인생이 이런 자유의지가 필요했던 인생이었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소설가 편혜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게다가 스승으로 삼을 만한 책이라니, 근사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재밌거나 진중하기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 좀 더 망설였다. 엄히 꾸짖는 책이 아니라 격려해 주는 책, 철없는 질문과 한탄을 어리석게 여기지 않는 책, 패턴을 벗어나라고 말해 주는 책, 질서에서 자유로운 책, 세상을 의심하고 인간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부추기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어떤 부분은 밑줄을 치며 읽고,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잘 모른다. 과학은 매번 스스로를 교정한다거나 과학적 사고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잊지 않지만 행성이나 은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물리학의 설명은 늘 막연하다. 삶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때,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여느 날보다 울적할 때 무척이나 커다란 백지에 아주 작은 점으로 놓인 나를 상상할 때가 있다. ‘나’는 더 작아지고 세계와 우주는 끝없이 팽창한다. 그런 상상을 반복하면 인간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헤아리게 되고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싶어진다. 물론 그 방법을 ‘코스모스’라는 책이 가르쳐 주었을 리 없다. 오래전의 친구가 말해 준 방법이다. 그러나 우주와 세계의 질서를 헤아리다 보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변덕스럽고 미약한 존재여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출판인 장은수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무엇을 했을까. 베르길리우스를 읽었다. 그리고 ‘신곡’을 썼다.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 삼아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올라서는 길을 열었다. 재미없고 무료하게 살아가던 이달고는 무엇을 했을까. 이야기책을 읽었다. 그리고 돈키호테가 됐다. 기사 소설을 모범 삼아 타락한 세상을 정의가 널뛰는 모험의 무한 공간으로 발명했다. 세속보다 오히려 타락한 종교에 분노한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 성서를 읽었다. 거룩한 서기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모든 이가 사제 없이 직접 신을 만나는 혁명을 이룩했다. 쫓겨 간 혁명가 마르크스는 무엇을 했을까. 대영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자본’을 발표했다. 결국은 인간 자신마저 괴멸할 돈의 무차별한 전진을 폭로해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꿈꾸도록 했다. 아아, 나는 이 모든 책을 읽었다. 말씀으로써 스승이 무명을 깨쳐 제자의 지혜를 꽃피우듯, 책은 삶의 갈래마다 선바위로 서서 내 안의 길을 일으켰다. 모든 책은 수업이다.‘읽기 중독’이 내 정체성이다. 나는 책에서만 길을 찾는다. 나는 문자로 이뤄졌다.
  • 해를 처음 만나다, 동해 그곳에서

    해를 처음 만나다, 동해 그곳에서

    북방교역의 전진기지이자 환동해권의 중심 도시로 강원 동해시가 뜨고 있다. 인구 9만 5000여명, 면적 180.2㎢의 바닷가 작은 도시지만 이미 동해항에서 금강산 관광의 첫 뱃고동을 울렸다. 지금은 한·러·일을 오가는 크루즈 페리가 운항되고 있다.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를,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둘러 바다·산·계곡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갖춘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무릉계곡 명승지와 동해안 최대 백사장을 자랑하는 명사십리 망상해수욕장, 국내 유일의 석회암 수평 동굴인 천곡천연동굴, 추암 촛대바위,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 등이 대표 관광지다. 묵호항에서 대진항까지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어항에서는 곰치국, 대게, 산오징회, 물회, 해물찜뿐 아니라 수많은 횟감과 러시아산 동해 대게가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바닷가와 인접한 도로를 따라 줄곧 이어지는 명태·오징어 말리는 어촌 풍경 길도 드라이브하기에 제격이다. 전국 5대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북평민속장에 들러 다양한 지역 특산품과 민속 음식도 즐길 수 있는 정감 어린 동해시로 여행을 떠나 보자. >>볼거리 ●사진작가 사로잡은 일출 명소 ‘촛대바위’ 애국가 첫 소절 배경 화면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주변의 각종 기암괴석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는 촛대바위가 감탄을 자아낸다. 추암해변 북쪽 바다에는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형제바위·거북바위·코끼리바위 등 다양한 모양의 기암이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히 촛대바위는 떠오른 태양이 바위 꼭대기에 걸리면 마치 양초에 불을 붙인 것처럼 보여 장관이다. 사진작가들이 단골로 찾는 최고의 출사 장소로 손꼽힌다. 촛대바위 덕분에 추암해변은 동해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돋이 명소로 알려졌다. 해변 남쪽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해를 맞으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조선 세조 때 한명회는 강원도 제찰사로 있으면서 추암해변의 아름다움에 반해 ‘미인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능파대라 부르기도 했다. 인근에는 고려 공민왕 때 삼척 심씨 시조인 심동로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 후학 양성을 위해 건립한 지방문화재 해암정이 있다. ●묵호항의 역사 오롯이 배어 있는 ‘논골담길’ 논골담길은 1941년 개항한 묵호항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감성스토리마을에 있다. 논골담길은 묵호항에서 묵호등대로 올라가는 골목길 이름이다. 담 사이로 이어진 길이 좁고 길어 미로와 같다. 최근에는 지역 작가들이 골목길 담에 근래의 역사·문화·생활상을 담은 벽화를 그려 넣어 주목받고 있다. 담에 그린 벽화는 묵호항 개항 이후 판잣집, 어부의 애환, 지천을 이루던 명태·오징어 등 논골담길의 옛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해문화원이 주관한 2010 어르신생활문화전승사업 묵호등대담화마을(논골담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역 어르신들과 예술가들이 참여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제 잿빛 바다라 불리던 묵호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이곳의 사람들은 논골담길이란 이야기로 더 넓은 세상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논골담길을 따라 산비탈을 오르면 동해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묵호등대에 다다른다. ●금강산 구룡폭포도 부럽지 않은 ‘용추폭포’ 떨어지는 폭포가 바위를 기기묘묘하게 깎아 놓은 곳이다. 용추는 동서 방향의 절리로 형성된 절벽에 따라 소가 형성돼 특이한 경관을 연출한다. 무릉계곡에 나타나는 단애와 폭포 등이 전형적인 화강암 계곡의 침식과 퇴적 지형을 나타내고 있어 학술적 가치도 높은 명승지다.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양을 지닌 상탕, 옹기항아리 같은 형태의 중탕, 옥색의 큰 소를 이루는 하탕으로 구성돼 있다. 높이가 30m가 넘는 곧게 내리쏟는 폭포의 옆에 서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금강산 구룡폭포에 비견된다. 어느 묵객이 새겨 놓은 별유천지(別有天地)라는 대형 석각이 이곳의 자연경관을 대변해 주고 있다. 부사 유한준이 용추(龍湫)라 이름 짓고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 ‘무릉반석’ 무릉계곡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넓은 반석은 석장암동(石場岩洞)이라고도 불린다. 수백명이 함께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안반석은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또 암석에 새겨진 갖가지 석각이 이채롭다. 무릉반석 암각서는 동양의 근본 사상인 유불선 사상을 잘 나타내고 있고 인간 만남의 조화, 통일, 일체 화합을 의미하는 글귀로 잘 알려졌다. 반석 위에 새긴 초서체 글자는 높이 3m, 길이 10m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 글씨는 봉래 양사언이 강릉부사로 있을 때 이곳을 찾았다가 썼다는 설과 삼척부사 정하언이 무릉계곡을 찾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동해시는 오랜 세파에 글자가 희미해지고 마모되는 것이 안타까워 1995년 물길이 닿지 않는 곳에 모형 석각을 제작해 놨다. ●4㎞ 넘는 긴 백사장 자랑하는 ‘망상해변’ 얕은 수심, 청정 바닷물, 넓은 백사장, 울창한 송림 등 동해안 제일의 해변을 자랑하는 망상해변은 해마다 600만~700만명의 피서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1등급 관광호텔 등 숙박과 각종 편의시설 확충으로 사계절 관광지로 변모해 가고 있다. 4㎞가 넘는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 떼가 함께하는 조용한 가족 동반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인근에는 국내 최초로 조성된 자동차 전용 오토캠프장이 있다.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 맑은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 레저 공간으로 캐러밴, 프리텐트촌, 캐빈하우스, 아메리칸코테지 등 안락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상설캠프장은 자연경관 보존형 시설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가족 단위 휴양 여건이 훌륭히 갖춰진 새로운 레저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다. ●국내 유일 도심 속 석회동굴 ‘천곡천연동굴’ 천곡천연동굴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도심에 위치한 석회동굴이다. 높이 10m, 연장 1.4㎞ 규모의 천연 석회암동굴로 생성 시기는 4억~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동굴 내에는 국내에서도 으뜸인 석순과 석주 등이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아직 종유석이나 석순 등 2차 생성물이 있는 동굴 내부는 환상적인 지하 궁전의 세계를 방불케 한다. 동굴은 학술적 가치는 물론 관광 개발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총연장 1.4㎞ 가운데 800m만 단계적으로 개발해 개방하고 나머지 600m는 보존지구로 지정해 관리되고 있다. ●조선시대 문인들 마음의 휴양처 ‘만경대’ 척주팔경의 하나였던 만경대는 광해군 때 김훈이 벼슬을 사임하고 고향에 돌아와 창건한 정자다. 정자 서쪽으로는 동해시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두타산, 동쪽으로는 동해물류센터 거점 동해항, 정자 아래로는 동해시의 젖줄인 전천이 굽이쳐 흘러 삼척의 죽서루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시인과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삼척부사 허미수가 경관이 수려해 만경이라 불렀고, 이후에 만경대로 바뀌었다. 판서 이남식의 해상명구(海上名區) 현판이 있고 정면에는 향토명필 옥람 한일동 선생의 만경대 액판이 있다. ●전국 제일의 힐링시설 ‘동해무릉건강숲’ 동해무릉건강숲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고 교육하는 시설인 강원권역 환경성 질환예방센터다. 하루 100여명이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힐링 숙박동과 테마체험실, 자연식 건강식당, 어린이 건강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다. 무릉계곡에 위치해 최상의 환경 여건을 갖춘 곳이다. 환경성 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아토피, 천식 예방관리사업, 건강생활 실천사업 등 건강증진사업과도 접목해 운영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졸중, 스트레스 등을 유발하는 도심의 오염된 환경을 떠나 몸과 마음의 휴식을 통해 건강을 찾는 전국 제일의 힐링시설로도 운영되고 있다. >>먹거리 ●성인병에 좋은 산지 해산물의 유혹 ‘해물탕’ 동해 연안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며 대구 등 한류성 어종과 오징어, 꽁치, 고등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풍부하고 어패류도 풍족해 해물을 이용한 탕과 찜 요리가 발달했다. 다양한 어류와 어패류에 갖은 양념과 채소를 곁들여 요리한다. 해산물에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지방 함량은 적어 맛이 담백하고 소화도 잘된다. 또한 꽃게, 오징어, 조개류에는 타우린이 풍부해 고혈압, 심장병, 간장병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게에는 핵산이 많이 들어 있어 노화를 방지해 주고, 조개류는 글리코겐과 글리신이 풍부해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시원한 국물을 내는 데 제격이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함이 한가득 ‘활어회’ 활어회는 동해 청정 지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함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동해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주변은 물론 동해안을 따라 2㎞가량 형성된 묵호·어달회타운에서 즐길 수 있다. 대합은 동해에서 흔히 잡히는 조개로 주로 백합이라 불리며 요즘이 제철이다. 호박산이 풍부해 맛이 구수하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청정 동해에서 손낚시로 잡아 올린 가자미 등을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가 제격이다. 작은 생선을 뼈째 통으로 썰어 내면 까슬까슬한 식감과 뼈의 고소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칼슘까지 섭취할 수 있어 영양에도 좋다. ●한 그릇 후루룩 비우면 숙취 싹 ‘곰치국’ 심해 500m 청정 지역에만 산다는 곰치는 숙취 해소에 좋다. 곰치에 신김치를 같이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면 곰치국이 된다. 곰치는 워낙 살이 흐물흐물해서 씹기도 전에 후루룩 목으로 넘어가는데, 얼큰한 국물과 함께 전날 마신 술이 저절로 해장이 된다. 반찬으로 나오는 가자미회의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동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모나리자 미소’ 보이는 까닭

    [사이언스 톡톡] ‘모나리자 미소’ 보이는 까닭

    반가우이, 난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일세. 많은 사람들이 날 보고 ‘르네상스의 거장’이네 ‘시대를 앞서간 천재’네 하며 극찬을 하지만, 사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내 능력을 조금 더 썼을 뿐이라네. 미술은 물론 과학, 기술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엄청난 분량의 메모를 남겼지만, 되돌아보니 ‘왜 한 분야에 집중해 내 능력을 쓰지 못했을까’라는 회한도 좀 남는구먼. 그래서 죽기 전 내 조수 살라이에게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하기도 했었지.많은 작품들 중에서 내가 아끼는 작품은 바로 피렌체 공국의 거상 차노비 델 조콘도의 아내 라 조콘다를 그린 ‘모나리자’라네. 부인의 입과 눈에 은근히 남아 있는 미소에 매혹된 사람들이 그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많은 것 같더군. 사람들이 날 사람이나 사물의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천재 화가라고들 하지만, 난 입과 눈매를 그리는 것을 항상 어려워했다네. 솔직히 모나리자 그림의 입술과 눈꼬리는 유난히 그리기가 어려웠지. 사실 제대로 그리는 데 실패했다고 봐야 할 걸세. 그런데 그렇게 잘못 그린 부분 덕에 도리어 명작으로 대접을 받고 있으니 정말 재미있는 일 아닌가. 어쨌든 인물화를 그릴 때는 상대방 얼굴의 미세한 표정까지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네. 그 미세한 표정을 어떻게 멋지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명작과 졸작이 구분된다고 볼 수 있지. 최근 뇌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뉴로사이언스’ 최신호에서 아주 재미있는 논문 하나를 읽었다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전자 및 컴퓨터공학과 알레이스 마르티네즈 교수팀이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고 인식하는 뇌 부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거였어. 마르티네즈 교수팀은 대학생들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표정, 놀라며 좋아하는 얼굴, 화를 내는 모습 등 몇 가지 범주로 나눈 서로 다른 얼굴 표정을 한 1000여명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찾았다더군. 그 결과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뇌 영역이 ‘후부상측두구’(pSTS)라는 것을 알아낸 거야. 귀 바로 뒤쪽에 위치한 우뇌 부분인 pSTS는 사람의 감각 기능을 제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타적 행위까지 좌우하는 뇌 영역이라고 하더군.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여기부터라네. pSTS는 미간과 눈썹, 입꼬리의 변화에 활발하게 반응한다는거야. 사람들은 이 세 부분의 변화가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포착을 해내 상대의 감정상태를 파악해낸다는 말이지. 재미있지 않나. 사람의 뇌가 몇 가지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단서로 상대방의 표정이나 감정을 파악한다는 것 말이야. 이번 연구는 얼굴 표정을 읽어내는 뇌의 움직임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타인의 표정이나 감정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폐증 환자 등의 뇌 연구에도 도움을 줄 거라고 하더군. 그런데 말일세, 이 사람들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의 표정을 읽고 감정에 반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할 거란 거야. 만약 마르티네즈 교수가 사람의 표정을 읽고 반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낸다면 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뛰어넘는 ‘인공지능 천재 화가’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어. 사람의 고유한 영역인 예술까지 기계가 침범한다면…. 어이쿠, 이건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구먼.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강허리 꽃치장, 산머리 꽃단장… 어여쁜 대구

    강허리 꽃치장, 산머리 꽃단장… 어여쁜 대구

    대구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여행주간 프로그램 지자체 공모’에서 2회 연속 1위에 선정됐다. 대구시에서 봄 여행주간 특별 프로그램으로 내놓은 건 ‘대구는 예쁘다’이다. 이맘때라면 어디를 찾아야 가장 예쁜 대구와 마주할 수 있을까. 문체부가 올해도 봄 여행주간 이벤트를 연다. 옛 ‘관광주간’에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여행주간 실시를 앞두고 각 지자체마다 운용 프로그램을 내놓는데, 문체부가 이를 모아 우열을 가린다. 이 과정을 거쳐 ‘대구는 예쁘다’가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여행주간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면 정부 지원금을 받게 돼 행사가 한결 ‘풍성’해 진다. 이는 프로그램 자체가 알차다는 뜻도 된다. 이맘때 대구를 찾으면 ‘예쁜 것’과 ‘예뻐지는 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금호강으로 먼저 간다. ‘예쁜 것’부터 만나자는 뜻에서다. 금호강 노곡섬(하중도)은 대구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수변 공간이다. 봄에는 유채와 보리, 가을엔 코스모스와 물억새 등이 색다른 풍경을 선보인다. 올해도 유채꽃(5만3000㎡) 등 대규모 봄꽃 단지와 청보리(5만 3000㎡) 등이 조성됐다. 싱그러운 강바람 맞으며 꽃밭 사이를 거니는 맛이 각별하다. 이즈음 ‘예쁜 대구’를 만드는 일등 공신은 비슬산 참꽃(진달래꽃)이다. 비슬산(琵瑟山·1083m)은 빼어난 산세로 사철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명산이다. 특히 암괴류(岩塊流·천연기념물 제435호)가 일품이다. 암괴류는 둥글거나 각진 바위 덩어리들이 산비탈이나 골짜기를 따라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일컫는다. 바위들이 강물처럼 흐른다 해서 ‘돌강’ 또는 ‘바위강’이라고도 부른다. 비슬산 암괴류는 해발 약 1000m의 산정에 터를 잡은 대견사 인근부터 시작돼 약 2㎞ 가까이 이어진다. 최대 폭은 80여m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오르다 보면 확연히 굽어볼 수 있다. 참꽃 군락지는 비슬산 정상 아래, 그러니까 1000m에 달하는 고위평탄면에 99만㎡(약 30만평) 규모로 펼쳐져 있다. 참꽃들이 절정을 이룰 때면 산 전체가 붉은 빛을 띨 만큼 거대한 규모다. 참꽃은 이번 주말부터 절정에 이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꽃 개화에 맞춰 23일~5월 1일 참꽃문화제도 열린다. 참꽃 군락지 아래는 대견사다. 개창 연대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다. 일연 스님이 주지로 22년간 주석하면서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한 사찰이기도 하다. 대견사는 일제강점기 때 폐사됐었다. 경내 일곱 건축물의 가람 배치가 일본의 대마도를 향하고 있는데, 산정에 높이 앉은 대견사가 째려보는 탓에 일본인의 기가 꺾인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100여년 동안 방치됐다가 2014년 복원 중창됐다. 화원읍 낙동강 변의 사문진은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온 곳이다. 1900년 3월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탐 부부가 미국에서 배편으로 피아노를 사문진 나루터까지 싣고 온 뒤 대구 시내 사택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귀신통 납시오’란 조형물과 피아노 장승 등을 세웠다. 사문진 나루터는 1932년 일제강점기 ‘조선의 3대 명화’로 꼽히는 ‘임자 없는 나룻배’ 촬영지이기도 하다. 나운규 주연의 영화는 민족정신과 리얼리즘이 결합된 우리 영화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기념하는 조각상이 나루터 초입에 세워져 있다. 나루터 뒤는 화원동산이다. 신라 35대 경덕왕이 가야산을 오갈 때 행궁을 두었던 곳이다. 대구 시민들에게는 ‘추억의 유원지’ 정도로 인식되는 곳. 관리 주체가 대구시에서 달성군으로 옮겨지면서 다양한 놀거리와 볼거리를 조성하는 등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화원동산 전망대에 서면 달성습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형성된 습지다. 낙동강 12경의 하나로 수달, 맹꽁이 등 좀처럼 보긴 힘든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대구에선 제법 알려진 해넘이 포인트이기도 하다. 시뻘겋게 달궈진 해가 가야산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인근의 도동서원(사적 488호)도 잊지 말고 찾길 권한다. 한훤당 김굉필을 향사하는 서원으로, 우리나라 5대 서원의 하나로 꼽힌다. 1604~1605년쯤 세워진 이후 여태 원형이 잘 살아 있다. 팔공산 쪽에선 순환도로를 돌아보는 맛이 각별하다. 벚꽃을 밀어내고 올라온 연분홍 새순이 주변의 연둣빛 신록과 어우러져 싱그러운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복사꽃도 꽃술을 열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쯤이면 절정에 이른 복사꽃들의 ‘진분홍 아우성’이 팔공산 곳곳에 메아리칠 전망이다. 이제 ‘예뻐지는 것’을 찾을 차례다. 대구시는 봄 여행주간 동안 한방화장품 만들기, 천연한방 맑은피부 관리 받기 등 다양한 뷰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웃한 패션주얼리타운에서는 커플 반지 만들기 등 이벤트가, 섬유박물관에선 에코백 만들기 등의 이벤트가 각각 진행된다. 대구시는 이 기간 내내 각종 뷰티 체험 프로그램을 50% 할인하는 등 대구를 찾은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예정이다. 5월에 열리는 몇몇 공연 프로그램도 눈여겨보는 게 좋겠다. 5, 13일은 아양기찻길에서 오후 7시부터 대구그랜드심포니의 공연이 열린다. 세미클래식 등을 연주한다. 아양기찻길은 대구에서도 경관 조명이 예쁜 곳으로 손꼽힌다. 아름다운 야경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봄밤이 펼쳐질 전망이다. 같은 날 오후 4시 대구수목원에선 신예 밴드 ‘소울 브리지’ 공연이 열린다. 대구의 아이콘 중 하나인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도 7일(오후 1시)과 14일(오후 3시) 신예 밴드 ‘EK뮤직’ 공연이 열린다. 주옥같은 김광석의 노래들을 들을 기회다. 한편 올봄 여행주간은 5월 1∼14일 진행된다. 이 기간 관광시설, 숙박, 음식점 등 전국 1만 2000개 여행 관련 업체가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무주 태권도원 등은 무료 개방하며 4대궁과 종묘는 50%, 농촌체험마을은 20% 입장료와 체험료를 할인한다. 숙박 부문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대명리조트 등을 비롯해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굿스테이’ 업소 등이 최대 70% 할인된다. 지역별 여행 콘텐츠도 마련됐다.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대구는 예쁘다’(대구), ‘기차 타고 떠나는 드림스토리 낭만 여행’(강원), ‘딱 내 스타일 버스여행’(충북) 등 전국 17개 시·도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 수첩(지역번호 053) → 가는 길:각 여행지가 대구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일정을 정교하게 짜야 효율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비슬산과 사문진 나루터, 화원, 도동서원 등은 서남부 코스, 팔공산과 하중도 등은 동북부 코스로 각각 나눠 돌아보는 게 낫다. 비슬산 대견사는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나들목으로 나가 비슬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이정표대로 따라가면 된다. 비슬산 휴양림에서 대견사까지는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오른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입구까지 5.8㎞를 운행한다. 요금은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상 편도)이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614-5481. → 맛집:뭉티기’로 통하는 소고기 육회는 송학구이(424-3889)와 왕거미식당(427-6380)이 이름났다. 안지랑 곱창골목엔 푸짐한 돼지곱창구이를 내는 집들이 길 양쪽으로 40여곳이나 늘어서 있다. 북성로 철물 공구 골목은 밤이면 포장마차촌으로 변한다.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연탄에 구워 먹는 불고기집들이 많다. 달성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곰탕이다. 현풍면 성하리 인근에 원조 현풍할매집곰탕(614-2031) 등 곰탕집들이 몰려 있다. 대구 근대문화거리를 찾았다면 반드시 서문시장을 함께 돌아봐야 한다. 납작만두, 누른국수(칼국수), 찜갈비 등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 야생 봄나물, 막 먹으면 탈?… 정답입니다

    야생 봄나물, 막 먹으면 탈?… 정답입니다

    하천·도로변 봄나물 ‘중금속’ 함유 깨끗이 씻어도 유해 성분 남아 박새·여로·동의나물 등 독초 식용으로 오인 쉬워 더욱 위험 향긋한 내음의 제철 봄나물은 영양소와 비타민이 풍부해 겨우내 떨어진 면역력을 강화하고 입맛도 돋우지만 함부로 캐서 먹다간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 야산이나 등산로 주변에서 자라는 박새와 여로 등 독성이 있는 식물을 식용 나물로 오인하거나 잘못 섭취해 식중독이 발생한 사례가 최근 5년간 9건에 이른다. 도심 하천변이나 도로변에서 채취한 봄나물에는 중금속까지 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봄나물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경험 있는 사람과 함께 가야 하며 봄나물을 닮은 독초를 식용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확실하지 않은 것은 채취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독초 섭취 시 대변·구토·설사 증상 봄나물로 오인하기 쉬운 대표적인 독초는 박새와 여로, 동의나물, 삿갓나물 등이다. 식용 나물과 겉모습이 매우 흡사하지만 독성이 강한 식물이다. 여로는 자세히 봐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식용 나물인 원추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원추리 잎은 60~80㎝로 여로보다 길다. 끝이 둥글게 젖혀지고 흰빛이 도는 녹색이다. 반면 여로 잎은 길이 20~30㎝ 정도의 좁은 피침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아래로 갈수록 밑부분이 좁아진다. 여로는 민간에서 살충제로 쓸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원추리도 성장할수록 독성분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어린순만 채취해 밥상에 올려야 한다. 삿갓나물도 식용인 우산나물과 유사해 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우산나물 잎은 한 줄기에 2~3개씩 달리며 잎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자라지만, 삿갓나물은 가장자리가 갈라지지 않은 잎이 6~8장 둥그렇게 모여 자란다. 독초인 박새는 식용 나물인 산마늘과 헷갈리기 쉽다. 이 나물들은 우선 냄새로 구분한다. 산마늘은 마늘 냄새가 강하고 한 줄기에 2~3장의 잎이 달린다. 반면 박새는 마늘 냄새가 나지 않고 잎이 여러 장 촘촘하게 자라며 잎의 아랫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또 잎의 가장자리에는 털이 나 있다. 산마늘은 해독제, 소화제로도 쓰이나 박새를 먹으면 피가 섞인 대변, 구토, 설사,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릅·냉이에도 미량의 독성 있어 독초인 동의나물과 식용인 곰취도 잎 모양이 유사하다. 두 식물 모두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곰취의 톱니는 거칠거나 날카롭고, 동의나물 톱니는 밋밋하거나 둔한 게 특징이다. 동의나물은 4~5월 꽃이 피기 때문에 이맘때쯤 꽃봉오리가 달렸다. 반면 곰취는 7~8월 꽃이 핀다. 따라서 잎 모양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면 꽃봉오리가 있는 닮은 식물을 피하면 된다. 식용 봄나물 중에도 미량이나마 독성분이 든 게 있다. 원추리순, 두릅, 냉이, 고사리, 다래순의 독성분을 제거하려면 반드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치고 차가운 물에 2시간 이상 담근 후 먹는다. 달래, 돌나물, 씀바귀, 참나물, 취나물, 더덕 등 주로 생채로 먹는 봄나물도 조리 전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수돗물에 3회 이상 깨끗이 씻어 식중독균이나 잔류농약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도시 하천변이나 도로 주변에서 캔 봄나물은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중금속이 남을 수 있어 먹지 않는 게 좋다. 식약처가 지난해 4월 도로·하천변, 공단 주변, 공원과 유원지 등 오염 우려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봄나물을 채취해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9.8%에서 농산물 중금속 허용기준보다 높은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 주로 도로변과 하천변에서 채취한 봄나물에 중금속이 많았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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