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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와이프 종영,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하며 대단원의 막 ‘연기구멍 없었다’

    굿와이프 종영,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하며 대단원의 막 ‘연기구멍 없었다’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가 뜨거운 관심과 호평 속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7일(토) 저녁 8시 30분에 방송된 ‘굿와이프’ 최종회는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가구 시청률 기준 평균 6.7%, 최고 8.5%까지 치솟으며 전편 16회 연속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의 주요 타겟인 2049남녀 시청층에서 평균 3.1%, 최고 4.1%를 기록했으며, 남성 30대부터 50대까지, 여성 1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모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이 날 방송에서 김혜경(전도연 분)은 판사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 받고 있는 서중원(윤계상 분)을 변호하며 이태준(유지태 분)과 정면대결을 펼쳤다. 이태준의 성격과 수사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김혜경은 태준의 미끼 수사를 역으로 이용해 승소했다. 이후 이태준은 김혜경을 찾아 “이혼 안돼. 나 당신이 필요해. 권력에 마비 되어가면서도 그나마 인간적일 수 있었던 건 당신 때문이다”라며 “난 당신 없으면 안돼. 당신 일에도 내가 남편인 게 도움이 될 거야. 나 이용해도 괜찮아”라 고백했지만 혜경은 “그렇겐 안돼. 당신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알려고 노력해봐”라며 태준을 거절한 것. 시간이 흘러 이태준은 총선에 나섰고, 김혜경은 대외적으론 태준의 곁에서 총선을 지지해주면서 자신이 필요한 자료들을 전달받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서중원, 김단(나나 분)과 함께 당당히 법정에 들어서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여자이자 변호사로 김혜경의 성장이 고스란히 느껴져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8일 첫 방송한 ‘굿와이프’는 국내 최초로 미드 리메이크에 도전해 종영까지 원작의 재미와 한국적 정서를 잘 살린 웰메이드 작품으로 꾸준히 호평 받았다. 캐릭터와 에피소드 소재들은 원작과 동일하지만, 법정에서 배심원이 없는 부분을 김혜경과 연관된 사건들로 꾸미거나, 국민 참여 재판 형식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법대에서 우수한 인재로 촉망 받던 김혜경이 왜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부터 시작해 원작에는 없는 15년 전 혜경과 이태준의 교통사고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보다 짜임새 높은 스토리를 선보인 바 있다. 무엇보다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김서형, 나나, 이원근 등 명품 배우들의 연기력과 참신한 웰메이드 드라마를 선보여온 tvN의 만남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11년만에 성공적인 드라마 복귀식을 치룬 전도연, ‘쓰랑꾼’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인 유지태, ‘인생연기’라 불릴 정도로 섹시한 로펌 대표를 연기한 윤계상, 흠잡을 수 없는 연기력을 선보인 김서형, 국내 첫 연기도전으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 찍은 나나, 당찬 매력으로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춘 이원근 등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 향연이 이어진 것. 또한 참신한 소재와 양질의 콘텐츠로 일명 ‘믿고 보는 드라마’들을 선보이고 있는 tvN의 만남이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마냥 ‘굿 캐릭터’가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작품의 몰입도를 더했다. 김혜경(전도연 분)은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의 스캔들과 부정부패 의혹에 15년만에 변호사로 복귀했다. 이후 뒤늦게 여러 진실들을 알게 되고 사랑을 재정의 하게 되고 법조인으로의 성장해 나가면서 ‘이유 있는 변화’를 겪게 된 것. ‘굿와이프’ 속 캐릭터들은 각자 숨은 사연을 갖고 있고 장점과 단점, 비밀과 약점들을 갖고 있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의 좋은 사람, 선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김혜경의 변화와 성장에 더욱 공감하고 응원을 보내며, 때로는 이태준의 입장이 되고, 때로는 서중원의 입장이 되어보면서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이 밖에도 주체적 여성의 성장 드라마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동시에 법정 장르물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으며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선보였다. ‘굿와이프’ 제작진은 “원작은 총 7시즌으로 약 160개의 에피소드로 완결되었다. 우리는 원작 완결까지 전부를 담지는 않고 시즌3 중간쯤 내용으로 마무리 지었다. 원작을 보신 분들에겐 같은 듯 다른 재미가,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도 눈여겨볼만할 결말이라 생각하기에 시즌2를 향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그간 ‘굿와이프’를 향한 뜨거운 사랑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며 무더운 여름 함께 더위를 이겨내고 최고의 연기를 선보여준 배우분들에게도 감사 드린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한편 후속작으로는 오는 9월 23일(금) 저녁 8시에는 전쟁 용병 출신의 보디가드 김제하(지창욱 분)와 그를 고용한 대선 후보의 아내 최유진(송윤아 분), 그리고 세상과 떨어져 사는 소녀 고안나(윤아 분)의 이야기를 그린 보디가드 액션 드라마 ‘THE K2’가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W 이종석 한효주, ‘자유의지’ 진범의 소름 전개 “시청률 9회 연속 1위”

    W 이종석 한효주, ‘자유의지’ 진범의 소름 전개 “시청률 9회 연속 1위”

    ‘W(더블유)’ 이종석과 한효주가 진범이 지배하게 된 ‘웹툰W’에서 도망자 신세로 전락하며 위기에 몰렸다. 또한 총상을 입은 긴장감 백배 상태에서 이종석을 치료한 한효주가 눈물의 키스를 통해 현실 세상으로 귀환하는 모습이 그려져,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궁금증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W(더블유)’(송재정 극본/ 정대윤 연출/ 초록뱀미디어 제작) 10회에서는 창조주이자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 분)의 얼굴을 빼앗은 진범이 ‘웹툰W’에서 활개 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25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W’ 10회는 수도권 기준 15.3%로 9회 연속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17.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유의지를 갖게 된 진범은 오성무의 얼굴을 빼앗은 데 이어 의식마저 지배했다. 오성무는 진범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고, 이에 진범은 신에 가까운 능력을 얻게 됐다. 총기난사를 시작으로 ‘웹툰W’에 새로운 설정값을 부여한 진범은 강철(이종석 분)의 해피엔딩을 막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범은 강철의 오랜 숙적이자 국회의원 한철호(박원상 분)가 위기에 몰리자 그에게 연락을 취했고, 대통령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웹툰 세계로 소환된 오연주(한효주 분)는 현실로 돌아가지 못한 채 성진병원을 방황했다. 총기난사 부상자들을 돌보던 오연주는 자신을 의심하는 의사를 피해 도망쳤고, 옥상에서 의도치 않게 강철을 만났다. 강철이 혼자 술을 마시는 오연주에게 다가와 한 모금만 달라고 부탁한 것. 오연주는 “왜 날 그렇게 봐요?”라고 묻는 강철에게 남편이랑 닮았다고 털어놨지만, 기억을 잃은 강철은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웹툰 세계에 머물게 된 오연주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윤소희(정유진)의 집을 찾아갔다. 라면 물을 올린 오연주가 한숨 돌린 순간 강철이 나타났다. 강철은 오연주를 추궁했고 경찰을 불렀다. 이어 배고픔을 호소하는 오연주를 외면하지 못한 강철은 라면을 끓여주고 상처에 약을 발라줬다. 오연주는 다정한 강철에 “그만하라고요 좀. 사람 미련 남게 왜 그래요”라며 버럭 했다. 오연주의 정체에 의심을 갖게 된 강철은 경찰을 돌려보냈고, 오연주를 자신의 곁에 두기로 했다. 강철은 병원에 입원 중인 손현석(차광수 분)을 만나러 갔다. 손현석은 강철에게 10년 전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며 음성 파일을 들려줬다. 당시 총격 사고 현장 파일에는 강철이 범인이라고 믿을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철은 손현석에게 “조작입니다”라고 외쳤다. 이때 손현석을 향해 총알이 날아왔고, 강철의 손에 갑자기 총이 나타났다. 진범에 의해 손현석을 죽인 범인으로 몰린 강철은 경찰을 피해 달아났다. 총을 맞은 강철은 자신의 차를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뒤늦게 오연주의 존재를 깨달았다. 오연주는 총을 맞은 강철을 모텔로 데려가 치료했다. 진범을 없애려던 강철과 아빠의 계획이 실패한 것을 깨달은 오연주는 누명을 쓴 강철에게 “어떻게 된 건지 어떻게 해결해야 될 지 알아볼게요”라며 현실 세계로 돌아갈 것임을 알렸다. 하지만 강철은 오연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오연주는 자신의 정체를 묻는 강철에게 “강철 씨 인생이 해피엔딩이길 바라는 사람”이라고 밝힌 뒤 강철에게 입을 맞췄다. 오연주의 애절한 눈물 키스는 강철의 감정을 동요시켰고 오연주는 ‘계속’이라는 글자와 함께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이처럼 ‘W(더블유)’는 ‘인생의 키’ 오연주가 또 한 번 강철을 구해내며 애절한 로맨스를 그려내는가 하면 설정값을 넘어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 진범이 창조주를 집어삼키고 웹툰 세계를 지배하는 모습으로 소름 끼치는 전개를 이어갔다. 매회 예측 불가한 맥락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는 ‘W(더블유)’가 어떤 설정값과 미친 상상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W(더블유)’는 현실세계의 초짜 여의사 오연주가 우연히 인기절정 ‘웹툰W’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 강철을 만나면서 이로 인해 스펙터클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할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로, 오늘(25일) 밤 10시 11회가 방송된다. 사진=SBS ‘W(더블유)’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오늘 별똥별 어디서 보지?’ 서울 별관측 명당 10곳

    ‘오늘 별똥별 어디서 보지?’ 서울 별관측 명당 10곳

    12일 밤 10시부터 13일 0시 30분까지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의 ‘우주쇼’로 시간당 150개의 별똥별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는 뚫어져라 밤하늘을 쳐다봐도 보이는 건 인공위성뿐. 그렇다고 당장 한적한 시골로 갈 수 없다면 서울에 숨은 ‘별자리 명당’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서울시는 지난 2010년에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의 조언을 얻어 ‘서울에서 별보기 좋은 장소 10곳’을 선정해 발표한 적이 있다. 이곳들은 주위가 탁 트여 있고 주변 건물의 조명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별이 잘 보이고 가볍게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10곳은 다음과 같다. ▲종로구 동숭동 낙산공원: 대학로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낙산공원은 주위 건물이 많지 않고 조명도 세지 않다. 산책로를 따라 조용히 걸으며 별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 ▲양천구 신정동 계남공원: 맑은 날 계남공원에 가면 망원경을 들고 별을 관측하는 아마추어 천체관측 동호회원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과 대성사: 서울에서도 공기가 맑기로 유명한 곳이다. 예술의 전당 야외 마당 등을 산책하다 뒤편 우면산에 올라 대성사까지 가면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서대문구 연희동 안산공원: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북쪽에 있는 안산에 오르면 하늘의 별뿐만 아니라 서울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산이 높지 않아 오르는 시간은 15∼20분이면 충분하다. ▲성북구 돈암동 개운산 공원: 성신여대와 고려대 옆 개운산에 오르면 넓은 운동장이 있다. 가로등이 켜 있기는 하지만 가로등을 비켜서 하늘을 보면 넓게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 ▲성동구 응봉동 응봉산 공원: 정상의 정자에 오르면 서울숲이 내려다보이고 한강을 따라 흐르는 자동차 행렬도 볼 수 있다. 야경이 좋아 사진찍기 명소로도 유명하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거나 산책하면서 별을 보기 좋은 곳이다. 주위 아파트 불빛만 잘 피하면 별을 볼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 한강공원: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천체망원경을 들고 별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잔디밭에 누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별을 감상하기 좋다.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ㆍ난지지구: 상암동 일대에서 가장 어두운 난지지구는 별 보기 좋은 명당이다. 노을공원은 해가 지고 1시간 후 출입이 제한되니 노을공원에서 노을을 보다 난지지구로 옮겨 별을 보는 것이 좋다. ▲종로구 북악산 팔각정: 별을 보는 동시에 남산 아래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차를 타고 갈 수 있어 편리하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新전원일기] 암이 선물한 특용작물 세계 실패 속에서 삶을 재배한다

    [新전원일기] 암이 선물한 특용작물 세계 실패 속에서 삶을 재배한다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없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이자 의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7년)는 인간의 몸을 하나의 천체로 보았다고 한다. 인간의 몸이 우주라는 말이다. 또한 우주는 스스로 자정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나 역시 우주의 섭리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별들의 생성과 소멸을 해석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이 섭리이지 않을까. 그리고 막연한 믿음이지만 우주가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 회복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몸도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 회복하려 하지 않을까. 그 회복을 도와주는 게 음식이라는 게 히포크라테스의 생각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그게 진실이 아니라 해도 음식을 잘 골라 먹는 일만으로도 질병을 막고 치유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을까. 동양의 사고도 비슷하다. 의식동원(醫食同源). 중국 고대 사람들도 음식을 먹는 것과 병을 치료하는 것은 그 근원이 같다고 생각했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하나라는 말이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한마디로 잘 먹으면 병은 멀리 있다는 말일 것이다. #다믈이라니… ‘다믈’은 ‘옛 땅을 다시 돌이킴’이라는 의미가 담긴 우리나라 고유어다. 쉽게 쓰는 이름이 아닌데 이 이름을 자식 이름으로 가져다 쓴 사람이 있다. 최창학(57)·이윤경(51·여) 다믈농장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이 부부의 아들 이름이 ‘다믈’인데 그 이름을 가져와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의 이름으로 삼았다. 최 대표는 경기도 평택에서 한때 유명한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었다. 경기도 수능 모의고사 문제 등을 출제했고 언어 영역의 논술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어느 날 학교 선생님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청주사대를 졸업한 아내 이씨를 만나 한눈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상견례 다 하고 결혼 자금이라고 통장을 줬는데, 통장 안에 든 돈으로는 무허가 건물 같은 살림집밖에 구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 집에선 무척 반대를 했었어요.” 이씨의 설명이다. 아무렴 딸 가진 부모가 고생길로 들어가는 줄 뻔히 아는데 그 길로 가라고 등 떠밀 사람 없지 않겠는가. 부부는 결혼한 후 아끼고 아껴 2년 만에 집 장만을 한 지독한 자린고비들이었다. 10년이 지나도 집 장만 같은 건 꿈도 꾸기 힘든 요즘에 2년 만이라니 실로 존경할 만한 일이었다. “집 생기고 나서 앞으론 잘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죠. 딸과 아들 낳고 넷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죠. 그런데 2005년, 그러니까 딸애가 열여섯 살이 되고 아들이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유방암 3기라는 판정을 받은 거예요. 이제야 좀 살만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암이 의지가 되어 이씨는 유전력과 가족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너무 열심히 살아온 탓이었을까. 더군다나 검진을 받으러 다니며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여섯 차례인가 병원을 다녔죠. 병원에서 하나같이 지방이 뭉쳐 있는 거라 괜찮다는 거예요. 그래도 계속 덩어리가 만져지고 느낌이 이상해서 마지막으로 대학병원에 한 번 더 가서 검사를 받아 보자 해서 갔는데 암이었던 거죠.” 그녀는 선고를 받은 후 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했다. 자신의 짐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고 남편과 아이들을 불러 유언도 남겼다고 한다. 요즘은 의술이 더 좋아져서 치료 후 생존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암은 여전히 죽음과 삶의 경계를 긋는 슬픈 병이다. “아이들에 대한 염려, 남편에 대한 걱정. 도저히 이대로는 갈 수 없었어요. 죄라면 너무 열심히 산 거밖에 없었거든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담당 의사를 붙들고 살려 달라고 하염없이 울었다고 했다. “그때 남편이 선생님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돈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보니 남편이 제 병간호를 해야 했거든요.” 부부가 특용작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항암치료가 끝난 후부터였다. 항암치료가 끝난 후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을 처방받았는데, 당시 그 약의 부작용이 자궁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 약을 어떻게 먹겠는가. 최씨는 아내의 병구완을 위해 암에 좋다는 특용작물이나 몸에 좋은 음식이 있다면 그 작물의 재배지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9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그 덕에 아이들에게 소홀했고 생활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과외도 하고 학원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몸을 이롭게 하는 식품들 찾아다니며 성분은 무엇인지, 어떻게 재배를 하는지, 어떻게 복용하면 좋은지 등 노하우도 생겼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씨가 완치 판정을 받은 2013년에 본격적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현재의 자리에 농장을 올렸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작물들이 있어요. 그냥 종자만 가져와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래 가지고는 재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농업기술지원센터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그분들에게 배우고 와서 하나둘 종자를 심거나 묘목을 심었죠.” 부부가 몸에 좋은 특용작물을 찾아다닌 9년 가까운 시간이 곧 귀농을 위한 준비였던 셈이다. “처음엔 심어 놓고 실패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땐 그냥 우리 식구들 먹는 정도였고요. 집 옥상에서 쉬쉬하며 양봉도 해보고 각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원에서 하는 귀농 수업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20년간 교사 생활만 해 온 우리가 귀농하고 싶다고 해서 당장 뭔가 이루어질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죠.” 부부 두 사람만의 노동력으로 꾸려 나가기에는 좀 벅찬 규모의 농장이지만 그렇다고 사람 손이 크게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많은데 직원을 쓸 수도 없었다. 그건 우리나라 농장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대부분의 농장들이 그렇듯 필요한 작물을 재배할 때 일당제로 사람들을 불러다 쓰곤 한다. 지금은 1만 4850㎡(약 4500평) 규모의 크기에 매출액이 8000만원 정도 된다. 이 돈은 다시 인건비나 종자 비용, 시설비 등 재투자로 들어가는데, 남은 돈은 네 가족 살아가는 데 별 불편함 없는 정도의 벌이라고 한다. 농장 수입의 3분의2가 꿀벌에서 나온다. 꿀벌부터 시작해서 스테비아, 마카, 작두콩 등 수십종의 특용작물과 블루베리, 구스베리 등 베리류 과일이 사시사철 농장을 풍성하게 만든다. #농작물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특용작물은 유행을 타요. 지금은 스테비아에 열광하지만 언제 열기가 식을지 모르죠. 그래서 특용작물 하나에만 올인하면 유행 탈 땐 괜찮지만 어느 순간에 폭삭 주저앉을 수도 있죠. 그래서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여러 수입원을 두어야 해요. 그래서 우린 벌꿀을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어요.” 여러 수입원을 두는 대신 1년 내내 바쁘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수입원의 다변화를 위한 노력의 하나다. 부부는 체험이 현장에서 끝나지 않도록 모종 심는 방법을 알려 주고 이를 집으로 가져가 가꾸도록 권유한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은 물론 기업에서도 봉사 활동이나 예비 은퇴자를 위한 체험으로 이곳을 찾는다. 입소문을 타면서 방과후 수업을 개발하는 업체의 제안으로 초등학교에 스테비아 모종을 납품하고 함께 교재도 개발했다. 최씨는 앞으로 체계적인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현재 경기농업대학 농업강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인근 중학교와 연계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농장 체험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는 분들을 위해서 ‘농장 카페’를 만들어 볼 생각도 하고 있고요. 아이들부터 은퇴자들까지 농장에서 해 볼 수 있는 게 많아요. 우리 부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걱정이죠.” 그러나 특용작물은 쌀이나 보리같이 일반 작물에 비해 수요가 극히 적기 때문에 이를 유통하는 판로가 딱히 없는 것이 현실. 부부는 농작물을 평택의 로컬푸드 매장이나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00% 직거래로만 판매하고 있다. 간혹 암 환자 분들이 찾아와 이씨를 만나 위로를 얻어가는 농장이기도 하다. 그처럼 건강을 위해 특용작물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직접 농장을 찾아와 농장의 생산품들을 구입해 가는 덕에 농장이 유명해졌다. 부부는 농장에 가공시설을 갖춰 놓고 특용작물을 말리거나 가루나 즙으로 만들어 포장하는 작업까지 하고 있다. 요즘 부부가 주력하는 상품은 스테비아다. 당도는 설탕의 200~300배에 달하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고 혈당 수치까지 낮춰 준다. 아닌 게 아니라 맛을 보니 너무 달아서 쓸 정도였다. 부부는 전 세계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스테비아가 슈퍼푸드로 각광받으리라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스테비아에 올인하는 건 아니다. “농사를 오래 지은 건 아니지만 농사에는 대박이 없는 거 같아요. 땀 흘린 만큼만 되돌려 받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1년 동안 태풍, 질병, 경기 등 변수가 너무 많아서 수익을 예측할 수 없어요. 특용작물로 귀농하시려는 분들은 기존의 농업인들이 해보지 않은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경험이 적은 만큼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해 보면서 조심스럽게 투자해야 해요. 고정 수익을 두고 다른 한편으론 수확기가 다른 여러 작물을 재배하면 1년 내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직장인들이 하루 8시간씩 일하듯 농사꾼들도 1년 내내 열심히 일하면 농사가 돈 안 된다는 말은 나올 수 없을 겁니다.” 부부가 이곳에 처음 정착했을 땐 주변 농가에서 “저 부부는 만날 공부만 한다”, “이상한 것만 가져다 키운다”며 의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고 한다. “평생 한 가지 작물만 재배해 본 이웃 농민들이 하나둘 특용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같은 작물을 키우다 보면 정보도 교류할 수 있고 판로도 더 넓어질 거예요. 마을 전체가 특용작물의 ‘특화 농촌’이 되는 거죠. 농사 지어 우리만 부자 될 생각은 없어요. 우리 이웃들, 다믈농장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농사를 짓는 거죠.” 다믈은 절망에 빠져 있던 이씨를 다시 삶의 최전선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든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이름이었다. 글쓴이 소설가 전민식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불의 기억’, ‘13월’, ‘9일의 묘’ 등.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고갯마루 정감 품은 벽돌 외벽…고급진 연희동 닮은 연보랏빛…골목길 동선에 맞춘 지그재그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고갯마루 정감 품은 벽돌 외벽…고급진 연희동 닮은 연보랏빛…골목길 동선에 맞춘 지그재그

    한국 아파트 역사를 이해하는 여러 관점 중 하나는 거리형과 단지형 간의 대립과 복합이라는 구도다. 이것은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가 주변 지역, 특히 거리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을 배경으로 한다. 상가 아파트는 거리형 아파트의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길에 면한 건물의 저층에 주거 보다는 상가를 넣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층부 거주 환경이 더 좋은 단지형에서 상가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 상가동을 따로 두는 방식으로 해결하지만 예외가 있다. 즉 거리형과 단지형이 복합된 경우다. 대표적으로는 이미 소개했던 반포 주공 1단지(1974)나 앞으로 소개할 동부 이촌동 한양맨션(1971) 등이 그렇다. 둘 다 대규모 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들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단지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발견된다. 고은 아파트, 연화 아파트, 그리고 홍파 아파트가 바로 그런 경우다. # 모래내로 고개에 이름도 예쁜 고은 아파트 무악재를 따라 놓인 통일로는 홍제동을 둘로 나눈다. 지난번에 소개한 유진 상가, 원일 아파트, 안산 맨숀은 모두 통일로 북동쪽, 즉 인왕산 쪽의 홍제동에 있다. ‘고은 아파트’가 있는 곳은 통일로 너머 반대쪽, 즉 안산 쪽 홍제동이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과 무악재역 사이에 있는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모래내로에서 답사가 시작된다. 안산 중턱을 가파르게 경사져 오르다가 다시 홍제천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그 고갯마루에 이름도 예쁜 고은 아파트가 있다. 외벽이 벽돌로 된 정감 있는 건물이다. 1975년 6월 17일에 사용승인을 받았고 2개 동 139가구의 오붓한 단지형 아파트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가동과 나동의 2개 동 중 상가가 있는 것은 가동이다. 전면 도로를 따라 건물이 ‘ㄴ자’로 꺾여 있는데 그 부분에 상가가 있다. 상가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세탁소, 실버용품 상점, 염색 전문점, 신발 가게, 전자제품 상점 등 일상적인 삶을 위한 가게들이다. 마침 그 앞은 버스 정류장이다. 아파트단지 주민뿐 아니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쉽게 상가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인접한 광산 아파트가 역시 소규모 단지형 아파트이면서도 가로에 일체의 상가가 없는 것과는 대조된다. 벽에는 ‘고은 아파트’라고, 관리실에는 ‘고은 맨숀’이라고 씌어 있어서 이 당시 두 단어가 서로 약간의 긴장감을 이루며 함께 사용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일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모래내로라는 정식 도로명 대신에 화장터길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찾아보니 고은 아파트 고갯마루 바로 아래에 홍제동 화장장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에 세워졌으나 점차 이 지역이 개발되면서 1970년 9월 1일 경기도 벽제로 이전한 ‘시립장제장’이 바로 그것이다. 화장장이 있던 시절에는 인근 안산의 나뭇잎에서 그을음이 묻어났었다고 하니 인근에 공동 주거가 들어서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고은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1975년으로 이미 화장터가 옮겨간 지 몇 년이 지난 후였다. 새로운 지역에 일어나는 변화 뒤에는 항상 이렇게 사연이 있다. # 네 그루의 가로수가 리듬 맞춘 연화아파트 상가아파트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종종 이런저런 제보를 받는다. ‘연화 아파트’도 그런 경우였다. ‘1970년대 지어졌고 이전에는 고급이었던 상가아파트가 연희 삼거리 근처에 있다’는 것이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고은 아파트에서 모래내로를 타고 오면 자동차로는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연희동의 중심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길이 연희로와 증가로인데 이 두 길이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연희 삼거리다. 연화 아파트가 이 삼거리 북쪽 증가로 변에 들어선 것은 1975년 12월 6일이었다. 안산 너머의 고은 아파트가 지어지고 난 지 약 반년 후의 일이었다. 연희동은 원래 조선 시대 이궁의 하나였던 연희궁이 있던 곳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의 연가구학교 자리로 전해진다. 궁은 사라졌지만 그 존재는 거기서 다소 떨어진 궁동산(宮洞山)이라는 이름에 아직 남아 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울을 수복하는 과정에서 치른 저 유명한 연희 104고지 전투가 벌어진 바로 그 산이다. 연가구학교 신촌 캠퍼스가 있어 이전부터 학생 인구가 많았고 또한 한국한성 화교중학교의 존재로 짐작할 수 있듯이 화교 인구도 상당하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교수, 외국인 등을 위한 고급 주택지가 많은 것도 연희동의 큰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서울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약간의 이국적 분위기가 감도는 고급 동네, 이것이 연희동의 일반적인 이미지다. 그러면서 상업과 주거가 적절하게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맛집 거리, 사러가 쇼핑 등의 존재가 이를 입증한다. 연화 아파트는 이러한 연희동의 다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의식하고 자리잡은 것 같은 모습이다. 비록 세월의 무게가 다소 내려앉았지만 기본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가로의 스케일을 전혀 거스르지 않는 적절한 높이와 폭, 보행자의 접근을 최대로 배려한 1층 상가, 정갈하고 차분한 외관. 특히 일반적으로 건물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저 연보라색이 주는 독특한 느낌까지. 한마디로 참 깔끔한 아파트가 아닐 수 없다. 의도인지 모르지만 증가로변 정면의 가로수 네 그루는 마치 건물과 함께 리듬을 맞추는 것 같다. 정면에서 보면 그냥 단독 건물처럼 보이지만 연화 아파트도 엄연히 배치상으로는 단지형이다. 다만 한 동이 ‘ㄱ자’로 구부러지면서 마당을 품고 있는 형태다. 마당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포니 1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열린 것이 바로 다음해 초인 1976년 1월 26일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계획을 한 셈이다. 총 38가구의 매우 아담한 연화 아파트는 지상 5층, 지하 1층 건물이다. 현재 가로에 면한 지하실은 미용실로 사용되고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방공대피시설 안내판이 아직 붙어 있다. 평수 16평, 수용인원 96명, 심지어 관리 책임자의 이름도 보인다. 이런 안보 관련 시설들을 둔감한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많으나,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남침 땅굴 발견,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들이 이 무렵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던 것을 감안하면 이런 시설의 필요성은 당시로서는 현실이었다. 민간의 공동 주거 또한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 태권도장? 주차장? 홍파아파트 지하 정체는 이 연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거리형 상가아파트는 특정 지역 몇 군데에 몰려 있다. 충정로를 포함한 서대문 일대가 그렇고 홍제동이 또한 그렇다. 나중에 소개할 용산 지역 또한 예외가 아니다. 물론 사대문 안에도 여러 개가 존재한다. 반면 이 패턴에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동대문에서 한참을 더 간 제기동 길가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홍파 아파트’가 그런 경우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파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 제기로를 따라 고려대 쪽에서 접근하면서 보면 홍파 아파트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면이 강조된 디자인이지만 한쪽 면이 좀처럼 보기 드문 ‘지그재그’ 형이다. 꺾이는 곳마다 창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형과 실내 공간 계획을 정확히 일치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건물 주변을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홍파 아파트의 정면은 제기로라는 넓은 도로지만 그 측면은 좁은 골목길이다. 서쪽 골목길은 제기로 13길로 불리는데 이 길은 45도 방향으로 비스듬히 나 있다. 이 골목길에 아파트의 배치를 맞추다 보니 지그재그형의 특이한 조형이 나온 것이다. 그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파트가 주변 지역, 특히 좁은 도로와의 관계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기 몸을 만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정면뿐 아니라 골목길에도 1층에 상가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지만 아마도 좁은 골목길에는 상권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래서 담장을 쳐서 골목과 단절해 놓은 것은 다소 아쉽다. 다만 저층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골목길을 따라 나름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놓여 있는 모습은 지금 봐도 인상적이다. 주 출입구는 오른쪽 골목으로 형성된 마당 겸 주차장 쪽으로 나 있다. 즉 상가와 주거의 입구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가능하다면 이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지만, 정면에만 도로가 있는 경우는 불가능하다. 홍파 아파트는 대지의 깊이 덕분에 뒤에 마당을 만들 수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면에서 바라본 홍파 아파트는 폭 대 높이의 비가 거의 1대1로 상당히 홀쭉한 비례다. 그 덕분에 실제보다 높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제기로 남쪽 일대는 홍파초등학교, 경동시장 등 기본적으로 낮은 건물들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6층이라는 그리 높지 않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역의 망루 같은 존재감을 갖는다. 입면을 보면 창호와 벽체 그리고 발코니가 이루는 독특한 리듬감이 있다. 6개 모듈로 좌우 대칭 구성을 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재미있다. 내부 평형과 측면 가구의 구성을 위한 고민의 결과다. 홍파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6층이다. 48가구가 입주해 있으니 작은 규모의 아파트다. 특이한 것은 지하층의 용도다. 겉보기에는 주차장이고 실제로 차량이 들고 날 수 있는 램프가 두 군데나 있지만 건축물관리대장 상에는 주민운동시설인 태권도장으로 되어 있다. 공부상의 용도와 실제 용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흔하지만 홍파 아파트의 경우 이미 건립 당시부터 지하층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더구나 이 아파트의 사용승인일이 1971년 10월 7일로 앞서 소개한 고은 아파트나 연화 아파트보다도 시기적으로 몇 년 앞선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하 공간은 만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만들어 놓으면 시대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데 홍파 아파트도 그런 경우의 하나인 것이다. 홍파 아파트는 장흥식이라는 사람이 지은 것이라고 한다. 회사가 아닌 개인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거대 자본이 아닌 개인 자본으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당시 아파트들의 규모가 지금보다 작고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것은 동원된 자본의 규모와 성격과도 관계가 깊다. 일부러 다양한 디자인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에 다양성이 있었던 것이다. 거대 자본에 의한 거대 단지로 공동 주거를 공급해 온 그간의 상황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 더블유 한효주 이종석, 현실세계 접선 ‘예측불허’ 전개 “시청률 수직상승”

    더블유 한효주 이종석, 현실세계 접선 ‘예측불허’ 전개 “시청률 수직상승”

    ‘더블유(W)’의 충격적 진실을 마주한 이종석이 자신의 창조주인 김의성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현실세계로 넘어온 ‘웹툰 W’의 히어로 이종석은 그 순간 만화가의 설정값을 넘어섰고, 향후 전개까지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소름의 60분’을 선사했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충격적 독대라는 파격적인 스토리 전개를 이어가며 매회 마지막 회 같은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한 괴물드라마 ‘더블유’는 시청자들의 열광 속에서 변함없이 시청률 1위를 거머쥐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더블유’(송재정 극본/ 정대윤 연출/ 초록뱀미디어 제작) 5회에서는 ‘웹툰 W’ 속 주인공임을 알게 된 강철(이종석 분)이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창조주 오성무(김의성 분)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4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더블유’ 5회는 수도권 기준 17.8%로 시청률이 수직상승하며 4회 연속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서 강철은 현실 세계의 서점으로 향했고, 자신의 인생이 기록된 ‘웹툰 W’를 보고 헤어나올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강철은 오연주(한효주 분)의 병원을 찾아갔고 약혼자로 자신을 소개해 연주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란 연주에게 강철은 “있는 현금 다 털어서 ‘더블유’ 33권을 다 보고 오는 길이에요”라면서 “오연주 씨 그때 침묵이 날 얼마나 생각한 건지 안다. 그래서 왔다.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날 배려해줘서 정말 고마워요”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자신을 걱정하는 연주를 끌어당겨 로맨틱한 키스를 건넸다. 이후 강철의 발걸음은 자신의 창조주인 웹툰 작가 오성무에게로 향했다. 강철은 오성무의 작업실에서 오성무와 연주가 함께 찍힌 사진을 보고 두 사람이 부녀 지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모든 퍼즐을 맞추게 됐다. 그리고 자신이 창조된 공간에서 분노와 회한을 쏟아냈고,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감정 속에서 창조주 오성무를 기다렸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오성무는 메시지를 남긴 연주에게 전화를 걸던 찰나, 강철을 마주했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현실 세계에 나타난 강철을 죽이기 위해 칼을 들었고, 강철은 이를 저지하며 두 사람의 육탄전이 벌어졌다. 강철은 오성무를 제압한 뒤 “따님에게 감사해라. 당신이 날 죽이려고 했을 때 당신 딸은 날 살리려고 안달했으니까”라고 일갈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모든 걸 듣고 있던 연주는 택시를 타고 오성무와 강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신의 손에 묻은 오성무의 피를 본 강철은 “이게 정상이지”라고 읊조렸다. 앞서 강철은 연주를 웹툰 세계로 잡아채기 전 오성무를 끌어당겼고, 오성무는 도움을 요청하는 강철을 칼로 찌른 사실이 밝혀졌다. 강철은 자신을 죽이려는 오성무에게 반격했지만 아무런 상처도 입힐 수 없었다. 이는 강철이 연주가 총을 맞아도 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오성무는 “넌 허상이야. 넌 내가 만든 캐릭터야. 내가 만든 설정 값. 날 쏘겠다고? 넌 절대 못 쏴. 넌 애초에 살인을 할 수 없는 캐릭터거든. 내가 널 정의로운 놈으로 설정했다”라고 강철을 도발했다. 그런 오성무에게 강철은 처음 계획대로 자신이 죽는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웹툰 속 친구들을 비참하게 내려둘 수 없었던 것. 결국 강철은 엔딩을 위해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진범의 정체를 요구했다. 그러나 오성무는 진범이 없음과 주인공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설정이었음을 털어놨고, 강철은 그 모든 것이 설정이었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분노하며 “알량한 손가락으로 아무 책임도 없이.. 나는 그 고통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는데”라며 울부짖었다. 강철은 작가의 업이라고 변명하는 오성무에게 “너는 내가 살아 숨 쉬는 걸 보면서도 죽이려고 했어. 그게 네 본질이야. 잔인하고 칼 대신 펜대를 잡아서 드러나지 않았던 것뿐. 넌 이미 살인을 한 것이나 다름없어”라고 총을 겨눴다. 하지만 이내 총을 거둔 강철은 “방법을 생각해내. 어떻게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운 좋은 줄 알아”라며 뒤돌아 섰다. 하지만 오성무는 강철에게 조소를 보냈고, 강철은 결국 그의 ‘설정값’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유의지로 오성무를 향해 총을 쐈다. 오성무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강철은 히어로에서 살인범이 되며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이처럼 자신이 웹툰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이어 가족들의 죽음조차 설정 값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강철의 허탈함과 분노, 오열은 마치 설정값을 벗어난 이종석의 미친 연기력으로 극강의 몰입도와 절정의 희열을 선사했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로 인해 정신적 혼란을 느끼는 오성무의 복잡한 감정 역시 걸출한 중견배우 김의성의 소름 돋는 연기가 빛을 발했다. 여기에 더해 웹툰 주인공 강철과 웹툰 작가 오성무의 독대는 마치 인간과 신의 대화를 떠올리게 만들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더블유’는 현실세계의 초짜 여의사 오연주(한효주)가 우연히 인기절정 ‘웹툰 W’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만나면서 이로 인해 스펙터클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할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로, 오늘(4일) 밤 10시에 6회가 방송된다. 사진=‘더블유’ 방송화면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차 막히는 휴가철에도 호젓한 파주·연천

    차 막히는 휴가철에도 호젓한 파주·연천

    때로는 호젓한 경기 북부로 발길을 돌릴 일이다. 휴가객들로 도로가 몸살을 앓는 이맘때는 더욱 그렇다. 파주와 연천이 대표적이다. 최전방 도시로 인식되지만 이들 지역에 늘 전쟁의 기운만 감도는 건 아니다. 몇 가지 조심할 것들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절정의 휴가철에도 한결 여유롭게 쉬다 올 수 있다. 콩 볶는 소리가 이방인을 맞는다. 어느 부대에선가 사격훈련이 있는 게다. 가끔 포 쏘는 소리도 들린다. 역시 전방도시답다. 파주, 연천 등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을 여행할 때는 몇 가지 조심할 게 있다. 꼭, 그리고 늘 기억해야 할 건 목함지뢰다. 임진강 줄기를 따라 종종 발견된다. 피하는 방법이야 간단하다. 임진강변엔 아예 발 딛지 않는 거다. 또 있다. 사격훈련 표시 붙은 곳은 얼씬대지 않는다. 그러면 위험할 게 없다. 종종 탱크 같은 철갑차량들이 도로를 오가는 경우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이런 장면 보려면 박물관이나 가야 한다. 한데 이 일대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후방’ 지역에 사는 이들에겐 이마저 진기한 볼거리에 속한다. ●현대식 건축물·조형물의 조화 ‘헤이리’ 파주 여정의 들머리는 헤이리다. 현대식 건축물과 조형물들이 어우러진 곳. 구불구불 미로 같은 길을 따라 갤러리와 카페, 공방, 서점, 레스토랑 등이 빼곡해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임진각 평화누리는 이미 수도권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여행지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무거운 분위기가 짓누르던 최전방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여느 관광지와 다름없이 밝고 평화롭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분수 주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바람의 언덕’ ‘음악의 언덕’ 등에선 시원하고 상큼한 평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파주를 대표하는 인물은 율곡 이이(1536∼1584)다. 임진각을 지나 북녘땅을 향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파주의 진면목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이 이이와 연계된 공간들이다. 파주는 이이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외가인 강원도 강릉이지만, 본가가 있던 곳은 파주였다. 자신의 호 또한 파평면 율곡리 지명을 따 지었다고 전해진다. 5세 때인 1541년 처음 파주 땅을 밟은 이후, 자주 파주를 찾아 은거했다. 그만큼 파주엔 그의 흔적 남은 곳이 많다. ●자운서원 등 율곡 이이 유적지 곳곳에 대표적인 곳이 법원읍 동문리 율곡 유적지다. 자운서원과 율곡의 가족묘, 율곡기념관 등이 한곳에 모여 있다. 자운서원은 1615년 율곡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지방 유림들에 의해 조성됐다.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소실됐다가 1970년 복원됐다. 2013년엔 국가 사적(제525호)으로 승격됐다. 서원의 규모는 크지 않은 편. 하지만 오래된 나무들이 뿜어내는 묵은 향기는 건물의 크기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자운서원 옆은 가족묘다. 이이의 묘, 어머니 신사임당과 아버지 이원수의 합장묘 등 13기가 조성돼 있다. 화석정은 이이가 자주 찾아 시상을 떠올렸다는 정자다. 율곡 유적지에서 9㎞ 정도 떨어져 있다. 건물 정면의 ‘花石亭’ (화석정)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썼다고 전해진다. 안쪽엔 율곡이 8세 때 처음 지었다는 시 ‘팔세부시’(八歲賦時)가 걸려 있다. 무엇보다 화석정의 자랑은 탁월한 전망이다. 정자 앞에 서면 임진강과 DMZ 일대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임진강·DMZ 풍경 한눈에 보는 화석정 화석정에 얽힌 이야기도 전한다.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몽진하던 선조 일행이 임진나루를 건널 때 화석정을 태워 불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이가 선조의 몽진을 예견하고 정자 기둥에 기름을 발라두라는 예언을 남겼다는 게 이야기의 요지인데, 지나치게 부풀려진 느낌이 없지 않다. 임진나루와 화석정은 거의 1㎞ 가까이 떨어져 있다. 화석정 불빛이 닿기엔 먼 거리다. 주변 관아 건물을 태워 불을 밝혔다고 적은 징비록이 좀 더 현실적이지 싶다. 전설의 진위는 논외로 하더라도 ‘십만양병설’을 내세운 이이와 이를 무시한 선조의 악연이 얽혀 있는 곳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선조 이야기 깃든 임진나루는 아쉽게도 들어갈 수 없다. 허가받은 어부 외에 민간인은 일절 출입할 수 없다. 화석정에서 임진강변으로 나가면 율곡습지공원을 만난다. 공한지를 활용해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규모는 작아도 연꽃정원과 조롱박터널, 호박 터널 등 다양한 볼거리와 만날 수 있다. 배경 삼아 사진 찍기 좋은 설치미술 작품들도 조성돼 있다. 율곡습지공원 인근에 장산전망대가 있다. 민통선 안쪽의 초평도와 굽이돌아가는 임진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은 없고, 적당한 공간에 차를 대고 300m 정도 산길을 걸어가야 나온다. 인적 드문 데다, 전망도 빼어난 만큼 꼭 찾아보는 게 좋겠다. 율곡수목원은 아직 정식 개장하지 않았다. 정비가 끝난 지역에 한해 부분 개방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입소문을 덜 탄 만큼 한적하게 쉬다 올 수 있다. 조선 세종 때의 명재상이었던 황희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임진강 옆 반구정(伴鷗亭)이다. 1449년, 당시 87세였던 황희가 18년 동안이나 재임했던 영의정에서 물러난 뒤 갈매기(鷗)를 벗 삼아(伴) 여생을 보냈다는 곳이다. 6·25전쟁 때 허물어진 걸 1967년 옛 모습대로 복구했다. 반구정도 빼어난 풍경 전망대다. 맑은 날 오르면 멀리 북한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다소 떨어져 있긴 하나 ‘용미리마애이불입상’도 잊지 말고 찾는 게 좋겠다. 거대한 암벽에 2구의 불상을 우람하게 새겼다. 투박한 생김새에서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웃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도 이채롭다. ●1500년前 삼국시대 영토 전쟁 흔적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임진강 유역은 예부터 전쟁의 땅이었다. 1500년 전인 삼국시대에도 임진강을 끼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당시 흔적들이 임진강변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특히 고구려의 자취가 많은데, 이는 당시 신라·백제연합군에 밀려 한강지역에서 패퇴한 고구려가 임진강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연천 호로고루성과 당포성, 은대리성 등 이른바 ‘고구려 3성’이다. 이들 3성을 두루 관통하는 특징은 삼각형의 현무암 절벽을 타고 앉았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 볼거리이기도 하다. 절벽 바깥쪽, 그러니까 임진강과 접한 부분은 높이 20m에 이르는 주상절리 지대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흐른 흔적이다. 화구에서 흘러나온 마그마가 급격히 식으면서 생긴다. 이 주상절리 절벽이 자연적인 방어선 노릇을 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서 보면 이 같은 특성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세 성 모두 물살이 약해지는 여울목에 자리잡았다는 것도 동일하다. 이런 지형은 대개 포구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당시에도 포구들이 있었고, 3성은 이를 방비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고구려 3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건 호로고루성이다.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은 고구려 기와가 발견되기도 했다. 오는 12~21일 ‘통일바라기축제’도 열린다. 수천 그루의 해바라기들이 호로고루성 일대를 노랗게 물들인다. 당포성은 접근성이 좋다. 주변도 깔끔하게 정비됐다. 성에 오르면 임진강과 파주, 동두천의 산군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은대리성은 주변 소나무숲과 삼형제 바위 등이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글 사진 파주·연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 자유로를 통해 접근하는 게 가장 알기 쉽다. 율곡습지, 수목원, 반구정 등을 하나로 묶고 다소 떨어진 율곡유적지와 용미리마애이불입상을 묶어 도는 게 효율적이다. 호로고루성 인근에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재위 927∼935)의 능이 있다. 당포성 인근에서는 숭의전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에 고려 태조와 7왕을 제사지내던 곳이다. →맛집 화석정이 있는 임진나루 주변에 민물고기 매운탕집들이, 반구정 주변엔 장어집들이 몰려 있다. 대부분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이다. 해마루촌(www.haemaru.org)에서는 장단콩으로 만든 각종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민통선 안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 연천 쪽에선 불탄소가든(834-2770)이 유명하다. 참게와 메기, 배가사리(동자개) 등을 넣어 끓여낸 매운탕이 맛있다. 재인폭포 인근에 있다. 한탄강오두막골(832-4177)은 가물치구이와 민물새우탕으로 이름난 집이다. 전곡읍내에서 가깝다.
  • [단독] [공직자 비상장주식 보유 실태] 액면가 신고 ‘재산 축소’ 허점… 사적 창구로 정보 입수 ‘돈방석’

    [단독] [공직자 비상장주식 보유 실태] 액면가 신고 ‘재산 축소’ 허점… 사적 창구로 정보 입수 ‘돈방석’

    구속기소된 진경준(49) 검사장의 ‘주식대박 사건’을 통해 새삼 부각된 ‘비상장 주식’은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장외(場外) 주식이라고도 한다. 금융권에선 위험하지만 매력 있는 일종의 ‘나쁜 남자’로 통한다. 국내 비상장 회사는 약 60만개. 상장이 되면 주식이 오르면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기업에 대한 분석과 정확한 정보만 있다면 처음부터 ‘이기는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장외 주식 투자의 성공 케이스인 삼성SDS와 다음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진 검사장도 2005년 4억여원에 매입한 넥슨 주식을 상장 이후 팔아 120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거둬들이며 논란이 됐다. 그러나 모두에게 이런 특별한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에겐 공개된 시장 외의 정보가 부족해 적절한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공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대박 날 정보가 있으니 믿고 투자하라’며 사기를 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잘못된 정보로 한순간에 ‘쪽박’ 신세에 내몰리는 것이다. 비상장 주식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증권사 신탁상품도 있지만 사실상 비상장 주식은 사적인 창구를 통해 정보를 얻고 거래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고급 정보를 소유하는 이들은 주로 사회 각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사들이다. 정보 자체가 곧 로비의 수단이 되면서, 주식을 일종의 뇌물로 바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들도 비상장 주식의 대박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대표적인 비상장 부호로 통한다. 삼성생명이 2010년 상장하며 이 회장의 상장법인 주식 가치는 4조원 이상이 불어났다. 정 회장 역시 현대글로비스 상장으로 100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정보 접근성이 취약한 일반 투자자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악용 가능성이다. 비상장 주식은 현행법상 액면가로만 신고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실제 재산 규모보다 액수를 축소하게 돼 재산신고 축소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것이다. 액면가가 아닌 공정가액이나 순 자산가액을 반영하거나, 가액 평가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비상장 주식은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도입된 지 24년째를 맞은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진 검사장의 사례와 같이 문제점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현재 재산공개 의무자들은 토지, 건물, 예금, 유가증권, 채권, 채무 등을 신고하면서 비상장주식도 유가증권의 한 종류로 등록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회사이름 ▲주식 수 ▲현재가액 항목을 신고하는데 액면가를 기준으로 현재가액을 산정한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비상장 회사의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비상장 주식의 가치는 액면가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재산공개 의무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들인 돈보다도 가격이 축소돼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상장 주식의 현재 가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종가로 계산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기준 가격을 산정할 수 없어 액면가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재산공개 의무자들이 업무 연관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백지신탁심사제도’에도 허점이 있다. 백지신탁심사제도는 공개 의무자들과 가족 등이 보유한 주식 총액이 직무관련성이 있으면서 3000만원을 넘는 경우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취득한 뒤에 주식백지신탁위원회의 심사를 받았지만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위원회는 해당 주식이 일본 상장주이기 때문에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해졌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진 검사장은 결국 이 넥슨 주식 때문에 구속됐다.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상 이 주식이 뇌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시장거래가 많지 않은 비상장 주식의 경우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팔리지 않기 때문에 공직자가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관련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백지신탁 주식이 매각되지 않으면 해당 기업 관련 직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한 직무회피제도다. 그러나 진 검사장의 경우에서 보듯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주식이 뇌물로 활용되는 상황까지 차단할 수는 없는 방안이다. 김재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자의 부실한 재산 공개로 공직자 윤리에 대한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과잉 논란을 빚더라도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경쾌하게·박력있게·스릴있게…韓·美·日 애니 삼국지

    경쾌하게·박력있게·스릴있게…韓·美·日 애니 삼국지

    여름 극장가는 블록버스터 외에도 가족 관람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전쟁이 발발하는 시기다. 7월 마지막주 박스오피스 톱 10 중 ‘도리를 찾아서’, ‘아이스에이지: 지구대충돌’, ‘극장판 요괴워치’, ‘빅’ 등 애니메이션이 네 편이나 차지하고 있다. 8월, 애니메이션 전쟁이 더 뜨거워진다.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대거 개봉할 예정이다. 한·미·일 대결이 펼쳐지는 것도 관전 포인트. ●북미 극장가 휩쓴 ‘마이펫’·日 ‘코난’ 오늘 개봉 맞불 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전체 관람가)은 올해 ‘주토피아’, ‘도리를 찾아서’의 흥행 바통을 잇고 있는 작품이다. 최근 SF ‘스타트렉 비욘드’가 개봉하기 전까지 2주간 북미 극장가를 휩쓸었다. ‘슈퍼배드’ 시리즈와 ‘미니언즈’를 선보이며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일루미네이션에서 제작했다. 애완동물들의 일상을 사람이 아닌 동물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새 입양견 때문에 평화로운 일상에 금이 간 반려견 맥스가 뜻밖의 사고로 주인 곁을 떠나게 된 뒤 동물 친구들과 겪게 되는 모험담이 경쾌하다. 물량 공세를 앞둔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명탐정 코난: 순흑의 악몽’(12세)이 눈에 띈다. ‘마이펫…’과 같은 날 극장에 걸린다. ‘명탐정 코난’의 20번째 극장판이다. 만화는 아오야마 고쇼가 1994년 처음 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그리고 있으며, 1996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시작됐다. 극장판은 1997년 첫 편이 나온 뒤 해마다 한 편씩 제작되고 있다. 극장판에서 코난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급 모험을 펼친다. 관객 몰이가 큰 작품은 아니지만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국내에서는 6번째 극장판 ‘베이커가의 망령’이 2008년 처음 상륙한 뒤 일본색이 짙은 네 작품을 제외하고 19번째 ‘화염의 해바라기’까지 모두 개봉했으며 누적 관객이 430만명에 달한다. ●이성강 감독 ‘카이’ 17일·연상호 감독 ‘서울역’ 18일 개봉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는 연상호 감독의 좀비물 ‘서울역’(15세)과 이성강 감독의 판타지 ‘카이: 거울호수의 전설’(전체)이 빅카드다. 18일 개봉하는 ‘서울역’은 연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부산행’보다 앞선 이야기(프리퀄)를 담고 있다. 공유 부녀가 KTX에 탑승하기 전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진 서울역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부산행’ 도입부에서 KTX에 돌연 탑승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자로 특별 출연한 심은경이 류승룡, 이준과 함께 목소리 연기를 한 점이 흥미롭다. 심은경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유아용을 제외하곤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서울역’이 ‘부산행’의 열기에 힘입어 흥행 열차에 탑승할지 주목된다. ‘서울역’보다 하루 앞선 17일 스크린에 걸리는 ‘카이…’는 2002년 국내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축제인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마리 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이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소년 카이와 눈의 여왕 하탄의 대결이 하이라이트다. 연상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끈다. ●세계 최고 佛안시영화제 석권 ‘보이 앤 더 월드’ 4일·‘리우 2096’ 11일 첫선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맞아 브라질 애니메이션을 맛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도 마련됐다. 안시를 2년 연속 석권했던 작품들이다. 먼저 2014년 그랑프리 수상작 ‘보이 앤 더 월드’(전체)가 4일 개봉한다. 도시로 일자리를 구하러 간 아빠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를 동화적인 감성으로 그려내며 한편으론 도시화와 세계화, 자본주의와 미디어의 범람, 인간 소외를 풍자한 수작이다. 11일에는 2013년 그랑프리 수상작인 ‘리우 2096’(19세)이 개봉한다. 영원한 생명을 지닌 인디언 전사와 끊임없이 환생하는 여인의 600년에 걸친 사랑을 그린 대서사 판타지물이다. 1500년대 프랑스·포르투갈 식민 지배, 1800년대 노예제 폐지 투쟁, 1960~70년대 군부 독재 등을 거쳐 2096년 물 부족 사태로 인한 소요까지 실제 역사와 앞으로 일어날 법한 역사까지 만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한방으로 잡는 건강] 자기 전 스트레칭 다리 쥐 줄여줘요

    격렬한 운동을 하다 보면 갑자기 장딴지 근육이 굳으며 극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쥐가 난다’고 말하는 증상이다. 근육 경련의 일종으로 근육이 멋대로 수축하면서 생긴다. 근 경련을 ‘쥐가 난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과거 죄인을 심문하며 주리를 틀 때 다리가 오그라드는 모습이 근 경련과 흡사해 ‘주리’가 ‘쥐’의 어원이 됐다고도 하고, 경련이 생길 때 근육이 단단해지고 멍울이 생긴 모습이 쥐를 닮았다 해서 ‘쥐가 난다’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95%가 살면서 한 번쯤 쥐가 나는 증상을 경험할 정도로 근 경련은 흔한 질환이다.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잠을 자다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야간성 하지 근 경련’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성인의 50~60%, 특히 50세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심혈관계질환, 간경화, 척추관 협착증, 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에게서 잘 발생하고, 특정 이뇨제, 철분주사제, 결합형 에스트로겐 등 일부 약물의 부작용으로 밤에 쥐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한의학에서는 외부의 습열(濕熱)이 다리에 침범하거나 내부에서 습열이 만들어지면 다리가 뒤틀리고 경련이 일어난다고 본다. 실제로 1900년대 초반 증기 기관선이나 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다리 경련이 많았다는 보고가 있다. 덥고 습한 환경, 탈수, 전해질 이상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하체 순환이 안 돼 다리 근육에 충분한 기혈이 공급되지 않아도 쥐가 날 수 있다. 또 노화로 활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폐경으로 호르몬 분비량에 변화가 생기면 열기는 위로 뜨고 냉기는 가라앉는 상열하한(上熱下寒) 상태가 계속돼 하체 순환이 부족해지면서 다리에 쥐가 나게 된다. 체온과 기온이 모두 떨어지는 밤에는 양기가 잘 순환되지 않아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장딴지 근육에 주로 경련이 일어난다. 쥐가 나는 것을 예방하려면 자기 전 종아리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주무르면 된다. 또 평소에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한다. 그래도 다리에서 계속 쥐가 난다면 가까운 한방 병·의원을 찾아가 하체 순환을 돕는 진료를 받아 보는 게 좋다. 한의학에선 침, 뜸 치료로 하체 순환을 돕고 작약감초탕이나 영강출감탕, 우차신기환과 같은 한약 치료를 한다. ■도움말 이승훈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침구과 한의학박사
  • [문화 마당] 공감 흉내/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 마당] 공감 흉내/김재원 KBS 아나운서

    ‘뷰티풀 마인드’는 잘 만들어진 의학 드라마다.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를 떠올리며 달달한 사랑 얘기에 큰 관심 없는 중년 남성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주인공 이영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앓는 신경외과 의사다. 자신을 입양한 의사 아버지의 도움으로 장애를 숨기고 보통 사람처럼 살려고 노력한다.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없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다른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해 학습한 대로 감정을 읽는다. 입 모양, 눈꼬리, 손의 위치, 표정의 세밀한 변화까지 살펴서 환자와 공감하고 사랑을 느끼는 반응을 보인다. 공감을 흉내 내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는 늘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저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흉내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처럼 말이에요.” 공감(sympathy)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심 파토스’(sym pathos)로 함께 고통을 느낀다는 뜻이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가까운 경쟁자의 고통은 분명 내게는 달콤한 그의 약점이다. 또한 길거리 약자의 어려움은 옆 사람만 없으면 팽개치고 싶은 부담스런 짐짝이다. 그나마 짐으로라도 느끼면 적어도 공감 능력은 있는 사람이다. 한 고위 공무원이 국민을 동물에 비유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보면 그들은 어쩌면 서민의 고통 따위는 아무 상관없는 모양이다. 그 고위 공무원은 고향 어르신들이 개, 돼지, 소를 얼마나 아끼고 식구처럼 지내는지도 모르는 채 그런 망언을 뱉었다. 그의 공감 대상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지난 11일 인구의 날 기념식을 진행했다. 각종 표창과 공모전 시상식이 이어졌다. 긴 시상의 끝 무렵 포스터 공모전에서 수상한 어린이가 무대에 올라 상을 주는 차관 앞에 섰다. 시상자는 아이와의 거리를 직감하고 얼른 무릎을 꿇었다. 눈높이를 맞춘 것이다. 긴 시상식에서 잦아들었던 박수 소리가 유난히 커졌다. 그 무릎은 아이가 상을 다 받고 등을 돌린 다음에야 펴졌다. 물론 무릎 꿇어 눈높이를 맞춘 비슷한 상황은 영상을 통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무릎 꿇은 시상자의 진심의 진위를 떠나 적어도 공감을 표현했고, 그 행동은 큰 박수를 불렀다. 나도 ‘6시 내 고향’을 진행하면서 고향 어르신들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위로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줄곧 도시에서 살아온 내가 그분들의 마음을 얼마나 알겠는가. 청년 시절 농촌 활동 몇 년 다닌 것으로는 턱도 없다. 그래도 나는 진심 어린 흉내를 낸다. 그 흉내가 작은 위로가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방송을 하고 나니 이제야 서서히 진심을 담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아침 방송의 장수 진행자가 교체되면서 시청자들이 무척 아쉬워했다. 그녀야말로 경청과 공감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일상에서 보여 주는 공감도 비교적 훌륭하지만 생방송 때만큼 열렬하지는 않다. 과도한 동작과 가식적인 표정으로 일부 비난도 받아 왔던 그녀도 아마 공감을 흉내 내고 있었으리라. 흉내라 해도 시청자들의 감동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세금 안 내는 부자들에게 사기를 치는 드라마 ‘38사기동대’가 인기를 끌고, 조선시대 탐욕에 찌든 관리에게 사기를 치는 ‘봉이 김선달’이 관객을 꽤 모았다. 그만큼 우리는 사기꾼을 통해서라도 그들을 혼내 주고 싶은 모양이다. 그들이 도무지 우리들과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정 우리와 공감할 수 없다면 흉내라도 내 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분명 겨자씨만 한 진심이라도 담길 날이 올 것이다. 보통 사람들처럼 말이다.
  • 프로야구 KIA 유창식 경찰 조사서 승부조작 한건 더 드러나

    프로야구 KIA 유창식 경찰 조사서 승부조작 한건 더 드러나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를 받는 KIA 타이거즈의 좌완 투수 유창식(24)이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2건의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창식은 25일 오전 9시쯤 구단 관계자와 함께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출석해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4년 4월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개막전 승부조작 가담 혐의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7시간 동안 받았다. 유창식은 이날 조사에서 삼성과의 대전구장 홈 개막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초 2아웃 후 상대 3번 타자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준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첫 이닝 볼넷’을 조작하려는 의도에서 내준 고의사구로 드러났다. 유창식은 이 경기 승부조작에 가담해 브로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 A씨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유창식이 자진 신고한 경기 외에 다른 승부조작이 더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한 끝에 같은 달 19일 LG전에서도 똑같이 1회에 타자 조시벨을 상대로 고의사구를 던져 진루시키고 100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현재 유창식 이외,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더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곧 브로커 A씨와 A씨로부터 승부조작 관련 정보를 넘겨받아 불법 스포츠도박에 참여한 혐의를 받는 일반인 3명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KBO 통보를 받기 전 유씨의 승부조작 관련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으나 유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되면서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중 유창식이 승부조작 사실을 자수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유창식은 영구 실격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승부조작 자진신고를 독려한 KBO의 약속에 따라 자수한 첫 선수다. 유창식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먼저 팬들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양심에 찔리고 승부조작 경기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심리적 부담을 갖게 돼 자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안락사 앞둔 반려견…함께 지낸 17년을 돌아보다

    안락사 앞둔 반려견…함께 지낸 17년을 돌아보다

    한 여성이 안락사를 앞둔 반려견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사진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미국 동물전문 매체 ‘더 도도’는 19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LA) 동물구호단체 ‘홈도그 LA’가 공개한 헤수시타와 반려견 솔로비노의 사연을 소개했다. 스페인 출신으로 LA 에코파크에 사는 헤수시타는 17년 전 자택 현관문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던 솔로비노의 모습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그녀는 길을 잃고 헤매다 자신을 찾아온 어린 강아지의 표정을 떠올리며 “자신을 구해달라고 말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헤수시타 역시 혼자 살면서 형편이 녹록지 않고 영어도 잘 못했지만, 이런 점은 불쌍한 강아지를 구하는데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헤수시타와 솔로비노는 함께 살게 됐고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깨우쳤다. 강아지는 그녀와 함께 살며 언제나 곁에 있으려 했다. 이 때문에 그녀는 강아지에게 스페인어로 ‘머무른 자’라는 의미를 가진 ‘솔로비노’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솔로비노는 헤수시타와 함께 산책하려고 집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렇게 지난 17년간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하지만 행복은 영원하지 않았다. 솔로비노는 나이가 들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했고 관절염까지 생기고 말았다. 게다가 노인성 질환까지 더해져 통증이 심해졌다. 그래도 솔로비노는 헤수시타와 함께 다니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솔로비노는 결국 더는 걸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문제는 솔로비노의 나이가 너무 많고 노쇠해 이제 이렇다 할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솔로비노는 괴로워했다. 헤수시타는 그런 솔로비노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인도적 안락사를 통해 그만 솔로비노를 떠나보내기로 했던 것이다. 인도적 안락사는 솔로비노와 같이 나이가 너무 많고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린 반려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 사실 헤수시타와 같이 가난한 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 같은 이유로 그녀는 인도적 안락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도그 LA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주 홈도그 LA의 한 담당자 샌드라 새딕이 헤수시타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들의 이별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날 이들은 함께 햄버거를 나눠 먹고 이별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솔로비노를 떠나 보내기 위해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사진=홈도그 L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앗, 내 전화기’…지하철·버스 분실물 하루 435개

    서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깜빡하고 두고 내리는 물건이 하루 평균 43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물건은 휴대전화였다. 10명 중 8명꼴로 분실물을 돌려받았고, 지하철, 버스, 택시 순으로 되찾을 확률이 높았다. 최판술 서울시의원(국민의당·중구1)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교통수단별 분실물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버스·택시에서 습득한 분실물은 총 15만 8천812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18% 증가한 수치다. 교통수단별로는 지하철에서 습득한 물건이 12만 4천627개로 전체의 7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버스 분실물이 3만 2천592개로 21%를 차지했고, 택시 분실물은 1천593개(1%)로 나타났다. 분실물 발생은 지하철에서 전년보다 9% 증가했고, 버스는 76%나 크게 늘었다. 택시 분실물은 전년보다 6% 줄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물건은 단연 휴대전화·통신기기였다. 지하철 승객 분실물의 25%, 버스 분실물의 33%, 택시 분실물 52%가 휴대전화·통신·전자기기였다. 그 뒤를 가방, 지갑, 쇼핑백 등이 따랐다. 물건을 잃어버린 시민이 물건을 되찾은 비율은 82%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전년과 같았다. 교통수단별로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시민이 물건을 돌려받은 경우가 85%로 가장 높았고, 버스는 72%, 택시는 59%였다. 지하철에서 분실물을 되찾은 비율은 전년보다 1%포인트 높아졌고, 버스와 택시는 각각 3%포인트, 5%포인트 낮아졌다. 가장 많은 분실물이 발생하는 지하철의 경우 분실물을 습득하면 즉시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서울시메트로9호선 등 해당 홈페이지에 등록해 알리고 있다. 분실자 신원을 확인할 수 있으면 본인에게 연락해 전달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유실물센터로 넘겨 보관한다. 유실물센터는 시청역, 충무로역, 왕십리역, 태릉입구역, 동작역에 운영하고 있다. 택시에 물건을 놓고 내렸을 땐 택시 영수증에 있는 차량 번호와 사업자 전화번호를 이용해 분실물을 찾을 수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seoul.go.kr)의 대중교통 통합분실물 센터에서도 기사가 올린 분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인택시(☎ 02-2033-9200), 개인택시(☎ 02-2084-6300) 등 전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 나향욱 파면 의결… “가장 센 공무원 징계”

    중앙징계위원회가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향욱(47·국장급)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파면을 의결했다. 인사혁신처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징계위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처분에 불복할 땐 30일 이내에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소청심사위는 청구를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리되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소청심사위 결정에도 불복할 땐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중앙징계위는 의결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징계 의결을 하게 돼 있지만 사건의 파장을 감안해 6일 만에 회의를 열었다.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징계위엔 나 전 기획관도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고위공무원이 품위유지의무 위반(부적절한 언행)을 이유로 파면이라는 중징계 의결을 받은 건 처음이다. 중앙징계위는 위원장인 인사혁신처장과 민간위원 5명을 포함해 9명으로 이뤄졌다. 중앙징계위는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점, 고위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점 등을 고려해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에 대한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가운데) 가장 무거운 징계처분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징계위는 의결 결과를 20일 교육부에 송부한다. 교육부 장관은 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징계처분을 내려야 한다. 교육부에서 파면이 확정되면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공무원연금과 퇴직수당도 절반으로 깎인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김영탁의 시식남녀] 가난과 억척의 맛, 부산

    [김영탁의 시식남녀] 가난과 억척의 맛, 부산

    부산의 전철 안에는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이 가사 없는 선율로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곳곳에서 시끌시끌한 경상도 사투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처럼 느껴졌다. 목련 빛 바바리를 걸친 영화배우 같은 김종미 시인을 비롯해 최영철, 김종미, 고명자, 김다희, 김성배, 김요아킴, 김예강, 정온, 신정민 시인 등 부산에서 시 쓰는 이들이 많이들 모였다. 박효운 사장이 15년 째 운영한다는 '부광돼지국밥'은 부산시인들의 단골식당이라 한다. 투박하고 오래된 뚝배기국밥에 국물보다 돼지고기를 수북하게 쌓아 내온다. 큰 스테인레스 함지박에 담은 부추를 함께 내준다. 아무쪼록 국밥은 뜨거운 김 후후 불어가며, 입천장도 살짝 데어가며 먹어야 제맛이다. 국밥이 입으로 들어오는지 코로 들어오는지 모르쇠로 퍼먹다가 국그릇이 바닥이 보일 때쯤 소주잔을 채워 건배를 했다. '야성을 연마하려고 돼지국밥을 먹으러 간다/ 그것도 모자라 정구지 마늘 양파 새우젓이 있다/ 푸른 물 뚝뚝 흐르는 도장을 찍으러 간다/(중략)/ 히죽이 웃는 대가리에서 야성을 캐다/ 홀로 돼지국밥을 먹는 이마에서 야성은 빛나다'(최영철, '야성은 빛나다') '전쟁 직후 검은 솥바닥 같은 부산/ 산을 타고 오르는 좁은 골목엔/ 피난민의 눈물로 끓여낸/ 국물이 있다// 뜨거운 돼지국밥과/ 차가운 가야밀면이/ 온도가 똑같다면// 그것은 눈물의 온도/ 버리고 온 피의 온도'(김종미, '슬픈 음식') 야성에 유혹되지 않고 야성을 연마함으로써 극복하는 행위로 국밥을 먹는 최 시인이야말로 진짜 부산 사내인 듯하다. 또한 돼지국밥 한 그릇에서 눈물과 피를 건져내는 김 시인은 민족과 지역의 역사를 견뎌온 사람들의 슬프고도 힘겨운 삶을 고스란히 시에 담았다. 부산 중앙동은 옛 냄새가 났다. 거리 곳곳에 문화유산이나 유적지를 잘 복원하였다. 국밥집 곁에는 나선 형태라 이름 붙여진 '소라 계단'이 있다. 층층이 나가는 길이 있고, 사람과 오토바이도 함께 다니는 조심스럽지만, 재미있는 계단이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탄생한 부산은 산과 바다 사이의 땅이 좁으미 산을 깎아 집을 지었고, 그러다보니 중간중간 도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계단을 다 올라와 ‘40계단 문화관’으로 들어갔다. 아련한 근현대의 역사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유산을 모아 낳은 보물창고라 할 만하다. 갖은 옛 음식들이 모형으로 즐비한 음식 코너에는 꿀꿀이죽이 눈길을 끈다. 일명 ‘유엔탕’이라고 불린 것은 이름으로나마 격을 높게 부르고 싶은 탓일 테다. 먹을 것이 너무나 귀한 시절, 유엔군 병사들이 먹다 남긴 음식과 난민구제회에서 나눠주던 강냉이가루를 함께 넣고 끓인 게 꿀꿀이죽이며 ‘유엔탕’이었다. 어쩌다 기름진 쇠고기 살점이 나오는 날이면 운수 좋은 날이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부산은 계단의 도시다. 아래위를 잇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계단이 곳곳에 산재한다는 것은 부산이 그만큼 경사진 도시라는 얘기다. 땅만 경사진 것이 아니라 부산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칠 할이 경사라는 게 최영철 시인의 설명이다. 작은 포구였던 시절부터, 일제의 수탈을 거쳐 한국전쟁의 아수라까지 한몸에 받아낸 지역이니 부산은 언제나 늘 가파랐고, 사람들의 삶 역시 자칫 발을 헛디딜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승과 하강을 거듭했다. '그냥 엎어질 걸 그랬다// 그날 밤 꽃무늬 팬티를 내릴까 말까/ 망설이다 돌아선 젊은 그 밤/ 식은 밥처럼 굳은/ 계단을 내려오며 골목을 돌며/ 여전히 여관 이름만 만지작거렸지// 지금은 모처럼 화창한 봄날/ 황급히 여관을 빠져나오다 엎어진 여인의/ 코피처럼/ 맞은편 철쭉이 비리다/ 아니 쌉싸름하다'(정온, '화춘장') 정온 시인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귀화했다. 그가 발견한 ‘40계단’ 초입에 화춘장여관이라니. 사실 우리는 여관 앞 화단에 흐드러지게 핀 붉은 철쭉을 바라보며 탄성을 연발했다. 부끄러워 급하게 여관을 빠져나오다 엎어진 여인의 코피 맛은 비리고 쌉싸름하다. 활달하고 분방한 시는 진퇴(進退)를 잘 알고 있다. 정 시인은 화춘장과 철쭉을 식재료로 한편 맛있는 시를 버무렸다. 터벅터벅 걸어갈만한 거리에 보수동 헌책방골목이 있다. 어림잡아 보니 쇠락해 가는 서울의 청계천 헌책방보다 대여섯 배나 많은 헌책방들(47개)이 즐비했고 책을 사거나 팔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책 안 읽는 한국인이라고 세계 독서통계에도 부끄러운 낙인이 찍혔지만 최소한 이곳은 책에 대한 갈증과 아름다운 책 향기로 가득했다.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6․25전쟁이 터지면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함경북도에서 피난 온 부부가 최초로 헌 잡지 등을 팔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보문서점(현 글방쉼터)을 시작으로 1970년대 70여 점포가 들어설 정도로 흥성했다. 피난 온 예술인들은 용두산을 오르내리는 게 일과였고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단골로 드나들었다. 하여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문화와 추억의 거리로 기억됐다. 헌책이 새 주인을 만나 재탄생되는 창조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집 한 권을 반값에 사고/ 나머지는 보수동 헌책방골목/ 소문난 찹쌀도너츠를 책장에서/ 방금 튀겨 나온 향기를 따라/ 문장 곱씹은 시가 오물거린다'(김성배, '헌책과 찹쌀도너츠')한참을 걸어서인지 약간의 시장기를 느끼고 있던 차에 김종미 시인이 찹쌀 도넛을 사서 일행들에게 나누어준다. 이 골목에서 도넛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명물집 '유진스넥'이다. 김성배 시인이 시 한편을 뚝딱 토해낸 배경이다. 용두산 공원 밑 광복동에 위치한 40년 된 고갈비집 '남마담'이 있다. 고갈비는 큰 고등어를 숙성하여 구워서 먹는데 고등어도 뼈가 있으니 갈비라 할 만하다.80년대까지만 해도 고갈비로 알려진 고등어구이는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던 '소박한 호사'였다. 고갈비는 자갈치에서 막 들여온 고등어에 소금간을 하고 숙성을 한 다음 연탄불에 올려서 바싹하게 굽는데, 요즘은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남마담'이란 애초에 남자가 요리를 하고 마담 구실을 했다는 뜻이다. 고갈비의 원조로 고갈비 골목을 형성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할매집'과 두 곳만 남았고 사람들의 왕래도 뜸해 보였다. '날 선 세상에 저 멀리 잘려나간/ 한 줌의 희망마저 그려보지 못한 창백한 아가미/ 파르르 저며 떠는 잔비늘들의 서걱거림/ 끝내 버둥거렸던 긴 꼬리의 외마디 침묵'(김요아킴, '자갈치 횟집에서') 김요아킴 시인의 목을 메이게 한 건, 우리들에게 바다의 쫄깃한 맛으로 허기진 저녁 뱃속을 위로할 회 몇 점이었다. 아마도 김 시인은 수족관에서 유영하는 그 맑은 두 눈을 마주쳤을 것이고, 회를 뜨는 광경을 목격했을 터. 그러나 날 선 세상에 저 멀리 잘려나간 한 줌의 희망은 시인의 몸으로 들어오면서 연민과 함께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 줌의 희망과 외마디 침묵은 김 시인에게 육화되면서 시로 살아났다. 자갈치시장 안팎은 싱싱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부두와 밤바다를 불빛으로 몸을 나타내는 묵직한 배의 윤곽들이 그림 같다. 다음날 영도다리를 보기 위해 택시를 탔다. 영도다리엔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버스와 사람들로 보슬비가 내리는데도 북적였다.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를 듣다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우람한 몸체를 뽐내며 상판 일부를 끄떡 들어 올린 영도대교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경계라인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경비는 연신 호루라기를 불었다. 가장 큰 유산이었던 다리 난간의 낙서들, 거기 베인 눈물과 한숨, 그리운 이름들을 애타게 부르던 흔적들은 사라지고 이제는 관광객만 몰려오고 있다. 여기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민족의 비극 6․25전쟁과 가난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래도 값진 유산일 것이다. 가난과 눈물, 흥청거림과 억척스러움, 그리고 돼지국밥과 간밤에 남긴 회 몇 점을 뒤로 하고 부산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naver.com
  • “맨발의 아프리카 아이에게”…운동화 3만켤레 기부한 독지가

    서울에 사는 익명의 사업가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달라며 운동화 3만 켤레를 내놓았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 아동을 돕는 단체인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후원회’는 한 달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신발을 만드는 한 업체의 사장이 맨발로 다니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와달라며 기부한 운동화 3만 켤레를 후원회에 전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직원들은 후원회가 만들어진 1994년 이래 접수된 가장 큰 기부 규모에 놀랐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구리의 한 창고에 신발이 도착하던 날 직원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신발 상자를 가득 실은 25t 트럭 두 대가 도착한 뒤 나머지 신발 10t을 실은 트럭이 한 대 더 들어오고 나서야 기부 물품을 다 접수할 수 있었다. 운동화 20켤레가 들어있는 신발 상자는 모두 1천500개에 달했다. 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 익명의 사업가는 이미 여러 차례 비영리단체에 물품을 기부한 적이 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데 관심이 많은 분이어서 현지를 방문해 직접 아이들을 돕기도 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업체 홍보를 위해 회사명을 공개할 법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기부 활동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한사코 이름 등을 밝히지 않았다고 공동모금회는 전했다. 후원회는 이 사업가가 기부한 신발을 이달 말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공화국으로 보낼 계획이다. 후원회 회장인 권이종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1950년대 맨발로 논두렁길을 걸어 초등학교를 다니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며 “감사한 마음에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독 광부 출신으로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인물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권 교수는 “지도자의 꿈을 품은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돕는 데 기부 물품이 쓰일 것”이라며 “교육을 통해 아프리카의 변화를 이끄는 후원회 활동에도 더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국내 반발 높은데 또?...주한 日대사관, ‘자위대 행사’ 올해 12일 연다

    국내 반발 높은데 또?...주한 日대사관, ‘자위대 행사’ 올해 12일 연다

    과거 국회의원 등 참석으로 물의 주한 일본대사관이 오는 12일 서울 시내의 모 호텔에서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주한 일본대사관 측은 최근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우리 정부 당국자를 비롯한 국내 각계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주한 일본대사로 임명된 나가미네 야스마사 대사가 행사 당일까지 부임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져 기념행사는 스즈키 공사가 대사대리 자격으로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일본대사관 측은 그동안 1954년 7월1일 일본 자위대 창설을 기념하는 ‘자위대의 날’ 기념행사를 매년 개최해왔다.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서울 시내 호텔에서 하는 것은 3년 만이다. 주한일본대사관은 자위대 창설 60주년이던 2014년 7월에는 당초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내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롯데호텔 측에서 행사 하루 전에 장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주한일본대사 관저로 장소를 바꿔 개최했다. 주한일본대사관 측은 지난해에도 전년도의 논란을 의식한 듯 자위대 창설 61주년 기념행사를 대사 관저에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5년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삼성전자 등 25개사, 최하위 ´보통´ 홈플러스 등 21개사

    2015년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삼성전자 등 25개사, 최하위 ´보통´ 홈플러스 등 21개사

     동반성장위원회가 30일 발표한 2015년 동반성장지수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25개 기업이 최상위 등급인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홈플러스·하이트진로·금호석유화학 등 21개사는 최하위인 ‘보통’ 등급이 매겨졌다.  동반성장위는 이날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제41차 회의를 열고 133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5년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동반성장지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생을 위한 대기업의 노력 지수를 각 항목별로 평가해 계량화 한 지수다. 가장 높은 등급 ‘최우수’부터 ‘우수’ ‘양호’, 최하위인 ‘보통’ 등 네 등급으로 나뉜다.  이번에 최우수 등급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콤 등 25곳이고, 가장 낮은 등급인 보통은 홈플러스, 하이트진로, 금호석유화학 등 21곳이다.  최우수 등급은 전년(19곳) 대비 2곳이 늘었고 ‘보통’ 등급은 작년(14곳)에 비해 7곳이 늘었다. KCC가 두 단계 등급이 상승했고, CJ제일제당, 롯데백화점 등 26개사는 한 단계 등급이 올라갔다. 에스앤티모티브와 태광산업, 한국쓰리엠, 한솔테크닉스 등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가장 낮은 등급인 ‘보통’을 받았다. 올해 발표 대상 기업 중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대형마트 3사 중 롯데마트는 공정위로 부터 감점을 받은 기업이 ‘우수’이상의 등급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우수’에서 ‘양호’로 강등됐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해에도 ‘양호’와 ‘보통’ 이어서 등급이 유지됐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협약이행 실적을 동반위에 제출하지 않아 최하등급인 ‘보통’을 받았다. 이번에 동반성장지수 대상 기업에 처음 포함된 네이버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 식품 부문에서는 지수 평가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CJ제일제당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또 백화점은 4곳 가운데 3개사가 ‘우수’ 등급을 받았고, 홈쇼핑사는 4곳 가운데 1곳이 ‘우수’, 3곳이 ‘양호’ 등급을 받는 등 유통 부문에서도 상생 노력이 돋보였다고 동반위는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백화점의 경우 1곳이 ‘우수’ 등급을 받았고 홈쇼핑사는 ‘우수’ 등급이 없었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은 “동반성장지수는 ‘패널티’ 개념이 아닌 동반성장문화를 확산하는데 장려하고 격려하자는 취지”라면서 “사회적 물의나 범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다섯번째 등급인 ‘미흡’을 신설해 사후 강등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강신명 청장, 대국민 사과 “국민께 송구···여고생 성관계 경찰 2명 면직 취소”

    강신명 청장, 대국민 사과 “국민께 송구···여고생 성관계 경찰 2명 면직 취소”

    경찰청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에 퇴직한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 2명의 의원면직 처리를 취소하기로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2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비위 조사를 받는 사람은 의원면직이 될 수 없으므로 이날 오전 (의원)면직 발령을 취소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재직 시 중대한 하자를 범하고도 이를 속이고 이뤄진 면직은 취소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 판례를 토대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경찰청은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부산 사하경찰서 SPO 김모(33) 경장(지난 15일 퇴직)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환수하기로 했다. 부산 연제경찰서 SPO 정모(31) 경장(지난달 17일 퇴직)의 퇴직금은 주지 말도록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요청했다. 강 청장은 물의를 일으킨 해당 경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사건과 관련있는 경찰에 대한 형사처벌 및 징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SPO의 윤리·행동 강령이 정확하게 (일선에) 자리잡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전면 재교육 등도 약속했다. 다만 “여자 대상자(학생)에겐 여성 경찰관을 (배치)하는 게 맞지만, 현재 전국 고교 중에 남녀공학이 87%에 달한다”면서 “가급적이면 남녀 혼성 (SPO) 편성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이날 강 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강 청장은 사과문을 통해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사건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어린 학생을 돌봐야 할 경찰관이 책무를 어기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성관계 경위와 보고 과정에서의 은폐 의혹 등 관련한 모든 사안을 원점에서 철저히 조사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경찰은 전날 김 경장과 정 경장을 출석시켜 이 사건을 조사했다. 이들은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제성이나 대가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아직 이들을 입건하지 않은 채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의원면직 처분이 취소되면 공무원 신분이 회복되므로 대기발령을 내리고서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물어 징계하겠다는 것이 경찰청의 방침이다.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최고 ‘파면’까지 가능하다. 한편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이달 초 연제경찰서 정 경장 사건을 인지하고도 경찰청장과 감사관에게 보고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강 청장은 이 사건이 페이스북에 폭로된 이후인 지난 25일에야 전후 사정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담당관은 “당시 판단이 소홀했다”며 “곧바로 보고하지 않아 저도 감찰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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