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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오역 논쟁이 번역시장 발목 잡아…번역가는 독자에 맞게 개작 권한 있어”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오역 논쟁이 번역시장 발목 잡아…번역가는 독자에 맞게 개작 권한 있어”

    조의연 동국대 번역학연구소장이 말하는 AI 번역과 오역“제가 번역학연구소장이라고 소개하면 ‘앞으로 인공지능(AI)이 다 번역해줄 텐데, 굳이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학생들은 외국어학과에 진학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언론이 인간 번역가의 위기 프레임을 조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 번역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 역할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가 번역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기에 찾아가 도발한 질문이다. 올겨울 첫 최강 추위가 서울을 강타한 7일 칼바람을 맞으며 동국대를 찾아갔다. 동국대 번역학연구소장인 조의연(60) 영어영문학과 교수(영어통번역 전공)는 “인간 번역가의 위기론은 언론이 만든 허구”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언론이 만든 위기론의 대표적인 예로서 ‘진화하는 번역기, 사라지는 번역가?’ ‘내가 이러려고 영어 배웠나. AI가 번역 다해주네’ ‘목에 걸면 외국어가 술술 … 통역사 필요없는 웨어러블’ 등의 기사 제목을 보여줬다. 이어 “언론들이 구글의 기계번역을 상업적 목적이든, 다른 동기든 계속하니깐 인간 번역가는 앞으로 존재할 가치가 없어지는 그래서 시장에서 소멸할 것이라는 센세이셔널한 기사를 쓰다 보니 잘못된 선입견이 생긴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장착한 AI는 번역에서 계속 진화하겠지만, 인간의 감성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인간 번역가 위기론은 언론이 만든 허구인간 번역가 소멸하지 않아…역할 고도화” ‘현재의 AI 번역의 완성도가 높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조 소장은 “기계 번역은 반복되는 상황에서 기술 매뉴얼처럼 고정되어 있는 어휘와 고정된 문장패턴에서 유용성이 많다”면서도 구글 번역기의 몇 가지 오역 사례를 보여줬다. 구글 번역기로 “조성은”이라는 사람 이름을 번역하면 “Composition is”로, “공항공사”는 “Airport Construction”, “나는 똥을 싸고 있습니다”가 “I am wrapping up shit”라는 식으로 기상천외한 오역한 사례를 보여줬다.그는 반대로 영어를 한글로 잘못 번역한 사례도 들었다. “Getting check in/out was a breeze, and there were so many ~” 문장은 “체크인/체크아웃 하는 것은 산들바람이었고, ~”로 오역했다. ‘산들바람’은 ‘매우 쉬웠다’는 관용 표현을 잘못 전달한 것이다. 또 “there are some quick bites outside which was convenient.”는 “밖에서 빠른 물기가 있었다”고 가벼운 식사를 의미하는 quick bites를 빠른 물기가 있다고 잘못 썼다. 특히 “존은 사과를 좋아해. 그러나 사지는 않을 거야”는 “John likes apples. But I will not buy it”이라고 주어를 존에서 나(I)로 바꿔버렸다. “이런 오역 사례에서 보듯 기계 번역의 속도는 인간보다 빠를 수는 있어도 품질 면에서 기계 번역은 인간의 손을 거쳐야 합니다.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재미난 현상으로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어 가는 경우 주어 생략이 발생하지만 현재 기계어 번역은 무조건 나(I)로 옮기고 있습니다. 주어가 3인칭이라도 무조건 I로 번역하는 것이죠. 가장 쉽다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오역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는 그렇지만 번역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번역가 하면 인간을 의미했죠. 그런데 이제는 기계에도 번역가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번역 회사들이 기계 번역도 제공합니다. 고객이 요청하면 인간을 선택할지 기계를 선택할지를 선택할지 묻습니다. 미국의 번역회사들 홈페이지를 보면 인간 번역가(Human Translator)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기계 번역가(Machine Translator)인지를 묻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일부 영역의 번역을 두고 인간과 기계가 경쟁한다는 것으로 들렸다.“AI 번역, 고정된 패턴에서 유용…오역 많아주어 생략된 문장에선 무조건 나(I)로 바꿔인간-기계 번역서 경쟁 시대 돌입 사례도”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인간 번역가는 소멸할 가능성이 하나도 없다고 장담했다. “학생들이 번역프로그램 즉 AI 번역의 발전에 우려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기계번역을 직접 돌려보라고 수업합니다. 실제로 돌려본 학생들은 ‘번역은 아직도 인간이 할 역할이 맞네’라고 희망을 가집니다. 기계 번역의 진화, 산업의 변화, 기술의 변화 등에 맞춰 번역가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이렇게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인간 번역가를 ‘기계번역 후 편집(machine translation post editing) 작업, 즉 기계번역 결과물의 데스크 내지 감수를 보는 것이요. 언어서비스 제공자가 이런 작업을 위해 인간 번역가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학 번역은 기계 번역이 다루지 않고 있죠.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숙박시설의 경우 이용자들이 후기를 올리면, 그 후기를 보고자 하는 지역의 언어로 빠르게 번역돼 올라갑니다. 이런 글은 ‘숙박시설이 찾기 쉬웠다거나 어려웠다’. ‘좋았다거나 쾌적했다, 불편했다거나 불친절했다’는 등으로 패턴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기계 번역 개발업체들이 문학 번역은 멀기도 하지만 상업성이 없다고 생각한듯 개발에 적극 뛰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문학 번역을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번역가의 숙련도뿐 아니라 그가 가진 감수성과 미학, 인간의 역사에 대한 이해 이런 것들은 고부가가치로 인식하고 평가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게 되지 않으니 단편 한편 번역하면 겨우 몇백 만원 받습니다. 이게 척박한 현실입니다.”“문학, AI 번역 시도하지 않아…갈 길 멀어번역가 숙련도·감수성 고부가가치 인식을단편 한편 번역에 겨우 몇백만원…이게 현실” 그가 번역학에 뛰어든 것은 대학시절 ‘노동야학’을 하다 1980년대 초에 미국유학에서 의미론과 화용론을 공부하면서 비롯됐다. 이것이 바탕이되어 2000년대 초부터 번역학에 뛰어들었다. “영국에서도 번역학이 독립된 학문으로 대학원 석박사 과정이 개설되기 시작한 것도 불과 40여년 전입니다. 어찌보면 신생학문인데, 학부 단위에서 번역학을 전공으로 둔 것은 동국대가 국내 처음입니다. 한 15년쯤 됐지요.” 번역의 고질적 문제인 ‘오역 논란’에 대해 묻자 조 소장은 작심한 듯 말했다. “한국 번역시장의 발목을 잡는 것이 오역 논쟁이고, 이런 부분에서 비평과 인식이 시급합니다. 지금까지 번역을 지배해온 통념은 번역 작품이 원본 작품인 원천 텍스트에 근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원본 작품에서 어긋난 것들은 오역이다 그렇게 처리하고, 또 논쟁해 왔습니다. 일반 번역도 그렇지만 특히 문학 번역에서 그 정도가 심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학 번역에서 중요한 점은 번역가가 누구를 독자로, 대상으로 삼느냐이지요. 예를 들면 소설가 한강의 작품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했고, 한강은 작가로서 내 작품의 독자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한강의 작품을 번역하지만 데보라 스미스에겐 자신의 독자는 한국인이 아니라 영국 독자와 서구인들입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맞는 리라이팅(rewriting) 즉 개작이 발생해야만 그건 그쪽 독자를 대상으로 한 번역이라 볼 수 있습니다.”“오역, 원전 독자 아니라 번역가 독자 고려원전 스토리·플롯 훼손 없다면 개작도 가능오역 논쟁 그만…번역가는 작가 지위도 가져” ‘번역자가 개작을 해야 한다고?’라고 되묻자 조 교수는 계속했다. “번역에서 원전의 전체적 충실성을 가져가야 하겠지만, 스토리와 플롯의 훼손이 없는 한에서는 미세한 부분까지 굳이 충실히 따라야 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그래서 번역은 재창작이란 말도 하는 겁니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독자입니다. 예컨대 아무리 한국 정서를 이야기하는 문학이 있다 할지라도 서구 독자에게 이것이 ‘폴리티컬리 인코렉트(politically incorrect·특정 인종, 종교, 여성, 장애인 등 근현대사에서 소수의 위치에 있던 이들에게 한 부적절한 말이나 행동 태도)하거나 너무 많은 여성혐오적 요소 등이 있으면 번역가는 자기 독자들에게 맞게 적절하게 변형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을 원전에서 어긋난다는 즉 오역의 시각에서 보면 그건 계속 ‘오역이다’ ‘아니다’는 소모적 논쟁만 하는 것이죠. 그러나 데보라 스미스에게는 자신의 독자들을 위해 일정 부분, 전체 이야기의 플롯과 등장 인물의 구분을 손상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 서구 독자들을 위해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한 번역가는 작가의 지위도 갖는다 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오역논쟁에서 조금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통 인문학생에 ‘디지털 휴매니티스’ 교육도 시급디지털 전공자에 인간 이해 돕는 인문학 교육도 필요” ‘번역자의 감수성 측면에서 교육도 중요하겠다.’고 하자 조 소장은 대학교육의 변화에 대해서 강조했다. 번역도 인문학의 한 핵심 부분이니 그의 말을 전한다. “미국에선 전통적인 문과대학도 ‘디지털인문학’이라고 디지털 휴매니티스(Digital Humanities)로 바뀌고 있습니다. 문과대학에 빅데이터, 데이터 분석, 코딩 교육을 접합시키고 있습니다. 융복합 교육이 그냥 말로서 필요성 차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는 말로만 4차산업시대를 맞아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너무 늦습니다. 인문학도들에게 융합전공 트랙을 열어줘야 하는 시대라고 봅니다.” 조 소장은 잠시 숨을 돌렸다. “소프트웨어 공학 교수들이 제게 하는 이야기인데요, 인문학이 죽는다고 해서 인문학도에게 소프트웨어 공부를 시켜야 된다고 방향성과는 결이 약간 다르지만 음미할 대목이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빅데이터나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이들에게 인문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AI도 인간을 닮으려고 하잖아요. 컴퓨터사이언스, 빅데이터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인문학 공부를 시키자는 겁니다. 인문학이 공학 쪽으로 가야 기술 진화가 갖는 맹점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아홉 살의 첫 친구, 슈슈를 잃고

    [김유민의 노견일기] 아홉 살의 첫 친구, 슈슈를 잃고

    아홉살이던 2001년,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이 데려온 작고 하얀 친구, 슈슈. 8년을 살다간 녀석을 생각하면 그저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17살이 되던 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집의 공사기간 때문에 한 달을 집 없이 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되었고, 슈슈는 동물병원에 머물게 됐습니다. 아빠의 지인이 하는 동물병원에 맡기느라 집과는 거리가 멀었고, 고등학생인 저는 자주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또한 일하느라 자주 가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한 달이 지나 새 집으로 데려오려고 동물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은 슈슈가 밥을 거의 먹지 않았고, 그게 주인이 너무 오래 두고 가서라고 하셨습니다. 한 달 동안 동물병원 작은 케이지 안에서 먹고, 싸고 너무 힘들었던 슈슈는 새 집에 와서도 일주일간 밥을 먹지 않고,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그냥 계속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되던 일요일 아침 슈슈는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동안 새 공간이 낯설어서 안 먹었구나 싶었습니다. 혹여 잘못될까 싶어 데려간 병원에서는 하루 정도 지켜본 뒤에 검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슈슈야, 검사 잘 받고 내일 데리러 올게.” 문을 나서려는데 ‘왈왈’ 두 번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드디어 힘을 내는 구나 싶어 안도했는데 다음날 의사선생님은 슈슈가 간이 안 좋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슈슈는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곁에 아무도 없어 무섭고 외로웠을 텐데, 마지막으로 짖은 건 가지말라는 뜻이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때 우리가 이사를 안 갔더라면, 공사를 빨리 마쳤더라면, 먼 동물병원이 아닌 가까운 동물병원에 맡겼더라면... 많은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가족 모두 서툴러서, 처음이어서 슈슈의 마음을 몰라줬던 것 같습니다. 슈슈와 같은 말티즈 백군이를 키우는 지금, 그 마음을 헤아리며 마음이 미어집니다. 사춘기를 함께 보냈던, 첫 반려견이었고 친구였던 슈슈야.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너에게 미안함뿐이야. 너의 이름만 보아도, 쓰고, 듣기만 해도 아직도 울어 나는. 어린 내가 너를 잘 챙기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미안해.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울면서 기억할게. 너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너는 좋은 짝꿍이었어. 그립고 또 그리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슈슈야. 고마워. 보고 싶다. 부모님도 아직 너를 그리워 해. 우리 다음에 또 만나면 그 땐 떨어지지 말자. 하늘에서는 아프지 마. - 슈슈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식물과 함께 연말을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식물과 함께 연말을

    식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들을 관찰해야 하고, 관찰을 위해 나는 식물이 있는 곳에 가거나 식물을 내 곁에 데려오기도 한다. 산과 들의 자생식물을 그릴 때에는 내가 그들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도시의 원예식물은 씨앗이나 모종으로 가져와 텃밭에서, 혹은 작업실의 분화로 직접 재배하며 관찰하는 일이 많다.그렇게 내 집과 작업실에 자리를 잡은 화분은 서른 개 정도가 된다. 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지금 내 앞의 해국 화분은 한 식물학자가 우리나라 해국의 형태 변이를 연구하고 싶다며 내게 관찰해 그리라고 가져다준 것이고, 작업실에 온 향기를 내뿜는 라벤더 화분은 4년 전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허브 식물도감을 만드느라 농장에서 가져와 재배한 것이다. 그 옆의 작은 두 화분은 한 농민이 우리나라에 아직 유통이 안 된 로즈마리 두 품종을 시험 삼아 증식해 내게 보내 주었다. 이들은 모두 그림 기록 작업을 위한 목적으로 오게 됐지만, 지금은 내게 정서적, 신체적 안정과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됐다. 인류가 식물을 재배해 온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먹기 위한 식용식물이나 건강을 위한 약용식물을 얻기 위해, 그리고 식물의 아름다움을 관상하기 위해서다. 내가 식물을 재배하는 건 관상을 위한 목적에 가깝다. 그리고 그저 우리가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식물을 재배하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사치’라고도 여겨지는 이 관상용 ‘화훼’ 식물의 소비 패턴은 식물 문화가 얼마나 활발한지의 지표가 된다.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시장일 것이다. 식물 문화가 발달한 영국 외의 여러 유럽 나라와 우리와 가까운 일본, 싱가포르의 재래시장에 가면 채소와 과수를 파는 상인뿐 아니라 비슷한 비율로 화훼식물을 파는 상인을 볼 수 있다. 마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일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마트와 시장에 들러 요리할 식재료를 사듯 식탁 위에 놓을 튤립 한 다발을 산다. 시장의 중심부엔 ‘꽃’ 매대가 있고,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는 곳보다 화훼 매대에 손님이 많을 때도 있다. 생각해 보면 화훼도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농작물일 뿐인데, 우리나라에서 화훼식물은 여유 있는 사람만 누리는 사치라는 이미지가 늘 안타까웠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화훼식물의 80%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용 장식이거나 입학식과 졸업식 꽃다발, 어버이날의 카네이션과 같은 기념일 선물용이다. 일상적으로 꽃을 사는 사람은 소수인 데다, 경조사용 식물조차 재사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화훼 농가의 사정은 점점 힘들어지고, 작물을 과수나 채소로 바꾸는 일도 많다. 그나마 희망을 가져보는 건, 젊은 세대가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화훼 소비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식물 문화를 즐기는 연령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11월, 나는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포인세티아 화분을 받아 그렸다. 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화훼식물이다. 꽃처럼 보이는 붉은 잎과 초록색의 잎 대비로 유명한데, 다른 식물들이 자취를 감추는 겨울에 주로 볼 수 있어 이들의 원산이 추운 한대 지방이라고 떠올릴 수도 있으나, 이들의 고향은 더운 남미의 정글이다. 세계 포인세티아의 1년 판매의 80%가 크리스마스 전후 6주 동안 이루어져 지금이 딱 제철인데, 미국에서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잎이 붉은색뿐만 아니라 흰색, 연두색, 검은색 외에도 고기의 단면 무늬라든지 벽돌 무늬와 같은 독특하고 다채로운 색으로 많이 육성됐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플레임’이라는 품종을 그렸고, 몇 번의 수정 끝에 그림을 완성했다. 그림 파일을 보내고 남은 건 책상 위에 덩그러니 있는 포인세티아 화분과 해부하느라 자른 줄기 몇 개뿐이었다. 나는 그 줄기를 모아 물이 든 유리컵에 담아 책상 위에 두었고, 화분은 평소 내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테이블에 얹어두었다. 포인세티아를 보면서 작년 겨울을 났다. 작업실에 온 지인과 친구들은 꼭 포인세티아 화분 이야기를 했다. 화분 하나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며 좋아했다.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보는 화려한 장식에는 못 미치지만 화분 하나가 주는 심미적, 정서적 효과를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포인세티아 외에도 꽃이 화려한 구근식물인 아마릴리스와 로즈마리, 아로우카리아와 같은 식물도 이맘때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집안에 두기 좋은 식물이다. 로즈마리는 미세먼지와 추위에 환기가 힘든 실내에서 항균 효과를 준다. 올 연말을 이 식물과 함께 지내는 건 어떨까.
  • [아하! 우주] 태양계 비밀 풀어라…美日 소행성 탐사선의 무한도전

    [아하! 우주] 태양계 비밀 풀어라…美日 소행성 탐사선의 무한도전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풀기위해 소행성을 향해 떠났던 두 대의 탐사선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해 본격적인 탐사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목적지인 소행성 ‘베누’(Bennu) 상공에 무사히 도착했다. 지난 2016년 9월 발사된 지 2년 여 만으로 총 비행거리는 20억㎞ 넘는다. 이에앞선 지난 6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선 탐사선 ‘하야부사2’는 목적지 소행성인 ‘류구‘(Ryugu)에 도착해 이미 탐사에 들어갔다. 지난 2014년 12월 발사된 지 3년 6개월 만으로 현재 류구 표면에 소형로봇까지 풀어놓아 미국보다 한발 앞선 상태다.두 나라가 탐사에 나선 소행성 베누와 류구는 놀라울 정도로 닮은 원시 소행성이다. 먼저 베누는 지름이 500m 정도인 작은 소행성이지만 태양계 생성의 굴곡진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 나아가 생명의 기원인 유기물의 출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류구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에서 화성 쪽으로 2억8000만㎞ 떨어진 곳에 위치한 류구는 지름이 870m로, 태양계 형성 당시의 물질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 탐사선이 다가가 포착한 두 소행성의 외관 또한 다이아몬드 모양의 각진 모습을 하고있어 언뜻보면 구별하기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더 있다. 두 탐사선의 미션 또한 비슷하다는 사실. NASA의 오시리스-렉스는 단순히 소행성의 궤도를 돌며 연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표면까지 하강해 로봇팔을 쭉 뻗어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온다. 2020년에는 표면의 샘플을 60g이상 채취하며 이듬해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지구 도착은 2023년 9월로 샘플을 담은 캡슐은 낙하산을 이용해 미국 유타 주에 떨어진다. NASA에 따르면 오시리스-렉스는 최대 2㎏까지 샘플을 채취할 수 있는데, 이는 아폴로 우주인들이 1960~1970년대에 달 암석 등을 지구로 가져온 이래 가장 많은 우주 물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반해 우리말로 ‘송골매’라는 뜻을 가진 하야부사 2호는 세계 처음으로 소행성 ‘이토카와’의 미립자를 가져온 하야부사의 문제점을 보완, 개발됐다. 현재 하야부사 2호는 류구 표면에 소형로봇을 내려보내 탐사활동을 한창 진행 중이며 역시 샘플을 채취해 2020년 지구로 귀환한다. 왕복으로 총 52억㎞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NASA 측은 "베누와 같은 원시 소행성은 '우주의 타임캡슐'이라 볼 수 있다"면서 "소행성에서 가져온 물질을 분석하면 45억 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시론] 경애의 마음/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시론] 경애의 마음/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팀킴’이라 불리던 평창올림픽 겨울동화의 주인공들이 스스로를 잔혹 동화의 피해자였다고 세상에 밝혔던 그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내 컬링 1세대의 한 명으로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후배였다. 술을 좀 했는지 평소보다 말이 엉긴다. “결국 터질 게 터졌네요. 제자들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큰 용기를 낸 선수들이 다치지 않게 좀 도와주세요.”예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김경두 교수의 컬링협회 전횡에 대해 내게 고해성사를 하듯 얘기해 온 후배라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서글프고 답답한 심경은 그와 마찬가지였다.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스포츠심리학 전문가로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만나 온 나로선 이번 팀킴(이라고 쓰고 ‘팀킬’이라고 읽는다) 사태를 두고 화들짝 놀라는(또는 놀라는 척하는) 이들이 더 놀랍다. 정말 몰랐다면 눈앞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들을 못 봤다는 것이니 눈을 감았거나 눈이 멀었다는 뜻이고, 아는데도 몰랐던 것처럼 놀라는 척하는 것이라면 뻔뻔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일 테다. 정말 이런 협회 지도자들의 전횡을 몰랐단 말인가? 이번 사태가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유별나게 많은 컬링협회에서만 일어난 특별한 일일까? 단언컨대 이번 팀킴 사태는 경상북도 의성에 있는 컬링장에서 발생한 독점적 권력을 가진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에 만연된 지극히 낯익은 풍경이다. 똑같은 얘기를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반복해 들어왔다. ○○연맹에도 ‘김경두’가 있고, ○○원에도 ‘김경두’가 있다. 문제가 드러나 알려진 단체 이외에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쉬쉬하면서 덮고 있는 전횡과 비리는 차고도 넘친다. 비슷한 문제가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뿐 아니라 잘 모르는 비인기 종목, 심지어 장애인 스포츠의 밑바닥에까지 깊게 스며들어 있다. 얼마 전 논란 끝에 관리단체로 지정된 한 연맹에도 김경두 교수의 ‘데칼코마니’가 있다. 연맹의 대부로 불렸고 무소불위의 힘을 오랫동안 행사했다. 유능했고 능숙하게 자신의 힘을 행사했다. 그 힘을 갖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고,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때론 처절할 정도로) 노력했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혹은 가족)들은 요직으로 등용하고 저항하는 세력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의성 컬링장 같은 특정 시설을 기반으로 꿈나무부터 국가대표까지 모든 레벨의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무리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가해도 그들에게는 메달이란 면죄부가 있다. 한 예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단체 지정에 저항하던 해당 분야 원로들은 대한체육회에 자발적(이었다고 믿고 싶다)으로 관리단체 지정을 반대하는 연명 서명서를 제출했다.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고 잘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대학교 3학년 금메달리스트가 골방에 갇혀 무차별 폭행을 당해 가해자였던 대표팀 코치가 감옥을 가도 그냥 놔두라는 협회 원로들의 볼멘 목소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금희의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한 대목은 거대 권력에 눌려 숨죽이며 지내는 수많은 엘리트 선수들의 마음을 잘 설명해 준다. 주인공 경애를 ‘경애’하는 상수는 재수 시절 기숙학원 생활조교의 얼차려를 받으면서 마치 ‘팝콘 터지듯 온갖 감정들이 터지곤 했다’고 고백한다. 거기에는 모멸감, 분노, 혐오와 슬픔이 있었지만, 이상한 방식의 갈구가 생겨났고 가해자에게 분노를 느끼다가도 끝내는 완전한 약자가 돼 그의 선처와 용서, 동정과 연민을 바라며 투항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포츠 약자들에겐 두 가지 선택만 존재했다. 괴물의 하수인으로 투항해 그를 닮아 가거나 철저히 이용되고 버려지거나. 간혹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다가 결국 자기 발로 더러운 판을 떠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었다. 공교롭게도 소설의 주인공은 팀킴의 서드 김경애와 이름이 같다. 기자회견장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평소에는 스킵 김은정 언니에게도 거침없이 작전을 이야기한다는 경애의 마음이 또다시 부서지지 않기를. 그래서 숨죽여 팀킴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경애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기를 경애의 마음으로 빌어 본다.
  • [최세일의 건축이야기] 중정이 있는 집

    [최세일의 건축이야기] 중정이 있는 집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는 주로 ‘ㄷ’자와 ‘ㅁ’자 형태주택의 중정이다. 그 크기에 따라 중정의 역할은 바뀐다. 저층의 넓은 중정은 마당의 역할이고 고층의 좁은 중정은 빛 우물과 환기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간혹 벽으로 막힌 문과 작은 창으로 숨구멍만 낸 중정도 있기는 하지만, 주택보다는 뭔가 신성시하는 종교시설이나 극적인 연출을 위한 전시공간 또는 빛을 차단해야 하지만 환기가 필요한 시설에 주로 쓰인다. 이슬람 성당인 모스크에서는 기도하는 장소로서의 대중정이 대부분 반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는 일본의 안도 다다오 라는 작가도 물을 이용한 외부공간과 함께 중정을 많이 사용하는데 제주의 본태박물관과 원주의 뮤지엄 산에는 삼각형의 중정을 이용하여 상징적인 공간을 연출한다.주택에서의 중정의 의미는 소통이다. 현대의 주거시설은 가족구성원의 프라이버시는 중요시 하는 반면 소통에 대한 장치들은 많지 않았다. 그 소통의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중정이다. 중정을 통해 마주보는 공간들은 가족들의 동선을 서로 알 수 있고 눈을 마주칠 수 있다. 실제로 중정이 있는 집에서는 서로 마주보며 손짓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요즘은 마주보며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 일들이 많다. 작은 우물형 중정 건너에서 애교춤을 추는 어린 딸과 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아름답든지. 밖으로 향한 외향적 정원과 반대로 중정은 가족만의 내향적 정원으로 그 구성원 간의 결속을 다지는 상징적 의미로도 존재한다. 도심의 비싼 땅값에 마당의 역할을 하는 큰 중정은 어렵지만, 빛 우물과 대면활동의 역할을 하는 중정으로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중정을 원하는 가족들은 대부분 구성원 간의 친밀도가 높다. 프라이버시보다는 가족 간의 소통과 친밀감을 더 선호한다. 오늘 소개할 주택도 많다면 많은 3대의 대가족을 위한 중정이 있는 집이다. 개인주택은 옷으로 치면 맞춤복이다. 무엇이든 맞춘다는 의미는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이다. 나만의 것을 만들려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 만드는 사람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이 중정이 있는 집의 건축주는 딱 필요한 만큼의 정보와 요구사항을 제공했던 것 같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이 집은 단독 주택임에도 경관심의를 시행하던 곳이라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대개는 건축주의 일정이 여유 있지 않기 때문에 심의에서 한번 부결이 되면 건축주는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건축주의 세부 요구사항은 중정을 가지고 싶으며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나중에 사무실로 쓸 수 있으니 외관이 너무 주택 같지 않게 디자인 해줄 것. 가족은 두 형제가 어머니를 모시는 3세대 주거형태이며 외부공간이 풍부했으면 좋겠고 거실은 두 개 층 높이로 디자인 해 줄 것. 두 가족이 어느 정도 독립적인 공간 분리가 되었으면 좋겠고 가족 구성원 외에 방이 하나 정도 여유 있으면 좋겠다. 어머니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승강기박스를 미리 만들어 두고 싶다. 옥상 정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옥상은 어머니가 제일 많이 쓰게 될듯하니 엘리베이터는 옥상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 언급했듯이 이 집은 각자 가정을 이룬 두 형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자 지어졌던 집이다. 정방형 평면 가운데 위치한 중정은 다양한 역할을 한다.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정원의 역할은 물론 집의 중앙부에 빛을 끌어들이는 빛 우물의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 요즘 집에 오면 각자의 방에서 자기 볼 일을 보는 소통이 부족한 가족의 형태를 벗어날 수 있는 요소로서 중정을 택했다. 증정을 둘러싼 복도에 나서면 집안의 모든 곳이 다 보인다. 계단실은 북쪽으로 두어 열손실을 막는 범퍼공간의 역할을 하게 하였다. 1층에는 방 2칸에 가족실 겸 미니 주방이 하나 있다. 메인 주방과 거실은 2층에 있지만, 어느 정도 독립성을 확보했다. 주차장은 3대의 주차구획과 추가로 1대의 주차를 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용도가 바뀔 경우를 대비하였다. 출입 역시 2층으로 진입하는 메인 현관과 별개로 만들었으며 내부계단으로 2층과 연결된다. 처음부터 두형제의 독립과 다른 용도의 사용을 고려했기 때문에 주택보다는 사무공간에 가까운 느낌으로 계획되었다. 지금은 건축주의 서재 겸 작업실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응접실의 기능으로도 훌륭하다. 우리의 전통 주거형태로 보면 사랑채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2층은 거실, 주방, 식당과 어머니 방, 여분의 방이 하나 있다. 어머니 방과 거실 사이에는 작은 외부공간이 하나 있어 ㅁ자로 막힌 공간에 숨통을 텄다. 거실은 3층까지 트여서 3층 복도에서 2층의 거실과 대화가 가능하다. 면적이 넓은 거실은 아니지만 높은 층고에서 느끼는 공간감은 이곳이 이 집의 중심공간임을 쉽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거실의 중정 맞은편은 주방식당이다. 인접 대지 쪽은 이웃집과의 공간이 협소하여 환기 위주의 창이 있고 중정으로의 채광만으로 충분히 밝다. 거실과 중정을 사이에 두고 있어 대나무 사이로 서로를 살필 수 있고 식사준비가 끝나면 거실에 있는 식구들을 손짓으로 부를 수 있다. 주방식당에는 큰 발코니를 두어 주방에서 활용이 가능토록 하였다.3층은 아이들 방과 부부의 침실이 있으며 부부의 방도 함께 있다. 부부의 방과 아이들 방 사이에는 마당이 하나 있으며 마당에 나가면 멀리 관악산까지 트여있어 현재는 그네 겸 흔들의자를 만들어 놓고 가족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다.거실상부의 복도는 양면이 트여있어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다. 한쪽은 중정의 커튼월이고 한쪽은 2층의 거실이 내려 보인다.거실과 3층 복도의 난간에는 빛 좋은날 가끔 이불을 널어놓고 햇볕으로 소독을 하고 있다.옥상은 전체가 정원이다. 장독이 있고 고추 널고 빨래 널기 좋은 마당이다. 다른 층에서는 중정으로 하늘을 보지만 옥상정원에서는 중정을 통해 집안과 마당의 바닥을 내려다보인다.사무공간으로서의 변경은 라이프사이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설계 당시 아이들이 어렸지만 성장하여 외부로 나가고 집안의 구심점인 어머니가 안계신 때에 부부만의 공간으로 사용하기엔 좀 널찍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꽉 막혀 보이는 ㅁ자의 각층 평면에 일부를 외부공간으로 만들어 숨통을 트게 한 것은 작은 중정만으로 외부를 차단한 매스는 자칫 폐쇄적으로 보이고 실제로 공간 내에서 밖으로 뚫린 공간이 없을 경우 갑갑함이 있기 때문이다. 층별로 밖을 향한 작은 마당을 만들어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고 난간 등으로 매스감은 유지 하였다. 유리면이 많아 열효율이 높은 유리와 자재를 사용하고 열 교환 장치와 기계 환기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최대한 잡고자 하였으나 한여름에 햇볕이 잘 드는 부분은 보완이 좀 필요할듯하다. 텃밭에 다녀오는 길에 들러 어르신을 뵈니 공기가 혼탁해 지는 것을 많이 걱정하셔서 산소 공급기를 권해드렸다. 단열필름이나 썬스크린에 대한 설명도 드리고 왔으니 필요하면 연락하시겠지. 지나는 길목에 있어 자주 보니 더 애정이 가는 집이다. 글: 최세일 한건축사 대표 사진: 한건축사 사무소 (02-541-7886)
  • ‘킹덤’ 티저 포스터 공개, 주지훈 강렬 눈빛 ‘기대감 UP’

    ‘킹덤’ 티저 포스터 공개, 주지훈 강렬 눈빛 ‘기대감 UP’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티저 포스터가 공개됐다.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과 드라마 ‘시그널’ 김은희 작가, 배우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의 만남으로 2019년 기대작으로 떠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티저 포스터가 3일 공개됐다. 시즌 1이 공개되기 전, 이례적으로 시즌 2 제작을 확정 지으며 화제작으로 급부상한 ‘킹덤’이 강렬한 드라마를 예고하는 티저 포스터를 공개했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티저 포스터는 끔찍한 괴물의 정체와 그들로부터 나라를 구해야만 하는 왕세자 창(주지훈)의 대립을 단 한장에 집약하며 왕세자로 변신한 주지훈의 색다른 모습을 기대케한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강렬한 눈빛에서는 비장함과 함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칼에 비친 괴물로 변한 백성의 모습은 조선에 불어닥친 역병에 대한 공포심은 물론 이들과 맞서야 하는 왕세자 이창에 대한 궁금증도 무한 자극한다. 나라를 덮친 역병과 피에 굶주린 자들로 들끓는 조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껏 보지 못한 극강의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편, ‘킹덤’은 오는 2019년 1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문화유산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문화유산

    이번 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곧 이코모스(ICOMOS)의 연례총회와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전 세계에서 모인 문화유산 전문가들이 문화유산 보호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는 문화유산 보전 관련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가장 큰 규모의 비정부 국제 조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110개국에 국가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에서는 필자를 포함해 9명의 회원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 그리고 2021년 연례총회를 유치하고자 하는 경주시에서도 참관인을 파견했다.오는 7일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전문가들이 여러 분과로 나뉘어 문화유산의 보호·관리·홍보·활용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유튜브로도 중계되는 이 학술 심포지엄은 문화유산과 관련한 최신의 세계적인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학술 심포지엄의 주제는 ‘지속가능성: 문화유산과 지속가능한 발전’인데, 발표 주제들을 살펴보니 문화유산의 보호 관리와 도시계획을 통합하는 방법론을 모색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델리에서 열린 연례총회의 학술 심포지엄에서 ‘유산 관련 다양한 공동체의 참여를 통한 유산과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의 통합’이 주요 주제의 하나였음을 생각하면 문화유산과 도시계획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 특히 문화유산은 지속가능한 개발 과정에서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1990년대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대두됐을 때 환경·사회·경제가 그것을 구성하는 축이라고 생각했으나 근래에 그것들을 통합하는 또 하나의 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것이 바로 문화다. 2015년 9월 유엔은 17개의 지속가능한 목표((SDGs)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이루어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의제2030’을 채택했는데,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인간 정주지 조성”이라는 목표 아래 “세계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호하는 노력을 강화한다”는 세부 목표가 제시됐다. 국제 헌장에서 문화와 유산이 인간의 발전 혹은 개발에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표명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리고 2016년 10월 에콰도르 키토에서 개최된 ‘유엔 해비탯Ⅲ’에서 앞으로 20년간 도시 개발의 방향을 설정한 ‘새로운 도시 의제’를 채택했는데,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문화유산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으로 2030년까지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 목표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코모스는 지속가능 발전 목표 특별위원회(SDGs Working Group)를 구성해 ‘문화유산과 지속가능 발전 목표 지역화’라는 제목의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학술행사 개최와 정책문서 발간 등을 통해 유산의 측면에서 이러한 추세를 확산시키려는 노력, 특히 각 도시의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개발하려 애쓰고 있다. 여전히 문화유산을 개발과 발전의 장애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유산의 보호 관리와 도시 발전을 같은 방향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층 건물의 지하에 유구를 그대로 보존해 현장 박물관으로 조성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들어간 비용과 손실은 건물의 용적률 상한을 완화해 줌으로써 보상했다. 이같이 문화유산의 보호가 도시개발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손실이 되지 않고 나아가 득이 되도록 하는 정교한 정책과 실행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제에 대한 해법들을 다양하게 만나길 기대하며 아르헨티나행 비행기에 오른다.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파란눈으로 바라본 건물, 그 이상의 공간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파란눈으로 바라본 건물, 그 이상의 공간

    봉주르 한국 건축/강민희 지음/안청 그림·사진/아트북스/356쪽/1만 8000원그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것을 찾아 한국에 왔을 테지만,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나라의 건축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프랑스 건축가 25인을 따라다니며 주워 듣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대해, 현대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2013년 열흘 코스로 한국의 현대건축을 보러 방문한 ‘일드프랑스건축협회’의 외국 건축답사 프로그램의 기록이다. 외국인의 눈과 전문가의 눈은 이중의 창을 낸다. 우리가 우리 땅의 건축물을 다른 각도에서 내다볼 창. “우리는 살갗을 통해 감각을 느낀다. 옷이 두 번째 피부라면, 공간은 세 번째 피부이자 우주와 접하는 첫 번째 피부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공간을 통해 우주를 접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아주 예민하고 아름다운 살갗이다. 미메시스를 몸에 두르면 외부를, 공간을, 우주를 좀더 깊이 감각할 수 있다.” 이 책은 감각적이다. 단순히 건물의 연혁이나 건축가의 경력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건축물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기와 같은 ‘이야기’를 호흡하며 자리잡는지 보여 준다. 주변의 옛 도시와 잘 어울리는 현대적 공간을 만들려고 겸재 정선의 그림 ‘장안연우’를 참조했다는 네델란드와 중국 출신의 건축가들. 전곡선사박물관을 짓고자 풍수지리를 공부하고 배산임수를 적용해 설계했다는 프랑스의 건축가들. 그들은 단지 평평한 땅에 네모난 건물을 지어 올리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그 땅에 제대로 스며들 수 있도록 살피고 더듬는다. 그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고 해도, 그렇게 지어진 건물은 그 땅의 건물이다. 저자는 ‘서울 역사의 한복판을 가르는 유서 깊은 장소를 차지한’ 엄청난 규모의 이질적인 건물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앞에서 이 땅의 건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다. 스타 건축가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지어진 건물, 서울이라는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설계. 이 건물이 가지는 의미는 뭘까. 도시라는 거대한 유기체이자 모든 것들이 뒤섞여 들어가는 용광로 속에 DDP는 자기만의 자리를 만들고 들어앉는다. 서울의 이미지가 된다. 열흘은 길지 않은 시간이다. 서울과 경기도, 제주만 둘러보기에도 빠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둘러본 건축물의 목록이 알차다. (구)공간 건축사무소 사옥, 송원아트센터, DDP, 청계천, 쌈지길, 메종에르메스, 오두산 통일전망대, 리움, 이화여자대학교 ECC, 길상사, 포도호텔, 지니어스로사이명상센터 등. 스물네 곳의 이름을 기억하고 찾아가 보자. 이 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차(茶) 한 잔, 여유로운 - 보성 한국차 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차(茶) 한 잔, 여유로운 - 보성 한국차 박물관

    “차(茶)는 삶의 길을 알려주는 종교다.” 서양 문화의 광풍이 몰아치던 메이지 유신 시절 동양 정신은 음다(飮茶) 문화에 있다고 강조한 오카쿠라 덴신(1863~1913)은 영어로 다서(The Book of Tea)를 출간하여 동양의 차 문화를 서양에 알리고자 노력하였다. 그에게 있어 차는 종교였다. <생활의 발견>이라는 책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이 꽤나 알려진 중국의 린위탕(林語堂: 1895~1976) 역시 유교의 덕을 차에서 찾았으며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걸명소(乞茗疏:차를 애걸하는 글)’라는 해학과 애정 가득한 시마저 썼을 정도였다. 이렇듯 차에 대한 애정은 동북아시아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여기에 더해 동양의 차는 서양에까지 전파되었는데 영국 홍차가 바로 그것이다. 홍차는 녹차 잎이 자연 발효된 차로 네델란드 상선이 적도를 지나자 찻잎이 발효되었고, 유럽에 도착한 후에는 온통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를 '블랙티(Black Tea)'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하기 시작해 1800년대 중엽에 이르러서는 홍차는 영국 사교 문화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 1904년에는 뉴욕의 토마스 설리반이라는 상인이 실크 주머니에 찻잎을 넣어 샘플로 보내기 시작한 것이 현재 티백의 기원이 되었고, 같은 해 여름 미국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장에서 한 직원이 뜨거운 홍차에 얼음을 넣어 만든 것이 최초의 아이스 티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차와 관련된 일화들은 많다. 한국 차의 일화를 가득 담고 있는 보성의 한국차 박물관으로 가 보자.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와 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원료의 차이다.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인 생두를 볶은 후 갈아서 음료를 추출하는 데 비해 차는 차나무 ‘잎’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하기에 커피가 원산지, 로스팅의 방법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처럼 차 역시 찻잎의 채취시기에 따라 우전, 곡우, 세작, 중작, 대작으로 구분한다. 또한 찻잎의 색에 따라 백차, 녹차, 황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와 같은 흑차로 나눌 수 있다. 즉 우리가 흔히들 녹차로 부르는 것은 차를 빛깔에 따라 분류한 이름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외에도 발효정도, 가공방법, 모양에 따라 차는 다채롭게 제 이름과 맛을 지니고 있어 진정한 차 애호가가 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듯 하다.우리나라에 차는 다성(茶聖)인 초의 의순(1786∼1866)이 쓴<동다송(東茶頌)>에 "우리나라 장백산(長白山)에 백산차의 일종인 식물의 잎으로 차를 만들었다."고 언급한 데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 또한 '차' 전래에 관한 공식적인 최초의 문헌은 <삼국사기>로 흥덕왕 3년조 기록에 의하면 차가 들어온 것은 선덕왕(632∼647) 때이지만, 차 종자의 본격적 파종은 흥덕왕(828) 때에 이르러서라고 전해진다. 당시 불교문화의 융성과 더불어 귀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에게도 차는 다점(茶店)에서 돈이나 베를 주고 사 먹을 만큼 기호음료로도 인기를 누렸다. 또한 각종 제(齊)를 올릴 때도 차를 올리는 제반 의식인 진다의식(進茶儀式)이 행해졌고 이는 곧 백성들의 제례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오늘날 ‘차례 (茶禮)’의 어원이 되기도 하였다.그러나 조선에 접어들자 일반 가정의 제례에서는 제주(祭酒)로 술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일상생활에 담배와 술 같은 기호품의 성행과 숭늉을 많이 마시는 등 한국인의 생활습관의 변화로 인하여 차 문화는 급격히 쇠퇴하였다. 여기에 더해 차 산지 백성들에 대한 다세 부과로 차 생산지가 줄고 지방 관리들의 다공(茶貢)에 대한 지나친 수탈은 기호음료로서 차가 일본과 달리 조선에는 정착되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커피 등의 서양의 차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보성에 위치한 한국 차 박물관은 이러한 차의 역사를 잘 소개하고 있다. 2010년 9월에 개관한 한국차박물관은 연면적이 4,598.22㎡에 이르며 지하1층, 지상 5층 규모로 수장고와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1층에는 차문화관, 2층 차역사관, 3층 차생활관을 테마로 보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과 다례 등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한국의 차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차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보성 한국차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보성지역은 우리나라 차생산의 주요한 거점이다. 보성지역에 간다면 필수 코스.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식물원과 공원이 있어 반나절 여유를 누릴 수 있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75 (봉산리 1197번지) - 대중교통이 용이하지는 않아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홈페이지 참조 4. 감탄하는 점은? - 한국차의 다채로움. 차문화공원의 넓은 풍광.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접근하기가 용이한 곳은 아니다. 단체관광을 제외하고는 조용한 편. 6. 꼭 봐야할 것은? - 식물원, 차 체험관, 녹차밭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꼬막정식 ‘국일식당’, ‘거시기꼬막식당’, ‘외서댁꼬막나라’, ‘특미관’, ‘꼬막회관’, 녹차아이스크림 ‘대한다원’, 간단한 전라도 백반정식 ‘실비식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boseong.go.kr/tea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보성 녹차밭 대한다원, 보향다원, 태백산맥 문학관, 대원사 티벳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차(茶)의 미학은 비움이다. 차는 과학적 효능보다 인문학적 정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올 겨울 녹차밭에서 한 해 묵은 마음도 차 한 잔 들면서 잘 비워내는 것도 좋을 듯.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세종로의 아침] 지하 ‘시한폭탄’, 안보 불감증 심각/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지하 ‘시한폭탄’, 안보 불감증 심각/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서울 마포구 아현동 KT 통신구 화재를 계기로 지하시설물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건물 화재를 놓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사고를 단순한 화재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시 기반시설물을 안전을 넘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우리나라 도시 지하에는 많은 시설물이 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통신시설은 물론 전기·가스·상하수도관·열 수송관 등이 지나고 있다. 도시 기반시설 대부분이 지하에 묻혀 있는데,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동맥과 같다. 거대 도시를 떠받치는 원동력이 바로 지하에 매설된 도시 기반시설이다. 하지만 소홀히 관리하면 ‘시한폭탄’으로 변하는 게 이들 시설물이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사고가 서울 일부 지역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발생했는데도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었다. 만약 국가 전체 통신망을 연결·제어하는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국가 행정·국방 서비스까지 마비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찔하다. 피해가 이 정도에 그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도시 기반시설에서 사고가 나면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병목현상이 생겨 도시가 바로 암흑으로 변한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1994년 3월 서울 종로5가 동대문역 인근 지하 KT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수도권의 유무선 전화가 먹통이 됐었다. 무선호출기 60여만대와 팩스가 끊겼고, 언론사 라디오 방송도 일시 멈췄다. 은행 전산망도 마비되는 큰 사고였다. 크고 작은 통신사고는 여러 번 있었지만, 국가 재난까지 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땅파기 공사를 하거나 공사 중 대형 가스관을 건드리면 도시가 불바다로 변한다는 것도 서울 마포구 공덕동 도시가스 폭발에서 경험했다. 대형 광역상수도관을 건드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대형 싱크홀 사고도 이따금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하시설물 관리 실태를 들여다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하시설물 통합 지도가 완벽하지 않다. 복합하게 얽힌 통신·전기·가스·상하수도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가 없다. 최근 개발한 신도시에서나 지하 통합시설물 지도가 있을 뿐이다. 인프라를 깔았던 기관이 알아서 작성한 지도가 전부다. 지하시설 공동구가 없다 보니 전기·통신·가스관 등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지하시설물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통신시설을 묻으려면 일시적으로 전기·가스관을 자르거나, 꼬불꼬불하게 돌아가는 일이 생긴다. 관리도 제각각이다. 민간이 설치한 지하시설물은 아예 관리 사각지대다. 통신시설 공사를 하다가 전기·가스관을 건드리고, 전기 매설 공사를 하다가 통신시설을 끊어 버리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툭하면 지하시설물 사고가 터져 큰 사고로 번지고, 대처 능력도 떨어지는 이유다. 지하 도시 기반시설 사고는 단순 도시 서비스 중단에 그치지 않는다. 생활서비스의 불편을 넘어 행정서비스는 물론 국방서비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하시설물을 단순한 ‘안전’이 아닌 ‘안보’ 차원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chani@seoul.co.kr
  • 도난당한 조선시대 승탑 부재·석조 불상 되찾았다

    도난당한 조선시대 승탑 부재·석조 불상 되찾았다

    도난당한 조선시대 불교 문화재인 울산 신흥사 승탑 부재와 경남 창원 상천리 석조여래좌상을 되찾았다. 문화재청은 2000년 10월 사라진 신흥사 승탑 부재와 2013년 1월 상천리 절터에서 도난당한 불상을 27일 오전 회수했다고 밝혔다. 두 문화재는 개인 자택 등지에서 은닉되고 있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두 유물을 불법으로 취득한 뒤 보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지속적으로 수사해 문화재를 회수했다.신흥사 승탑 부재는 사각형 돌로, 겉면에 ‘康熙四十辛□愚堂大師□□巳三月日’(강희사십신□우당대사□□사삼월일)이라는 한자가 새겨져있다. 청나라 강희제 제위 40년인 1701년에 조성된 승탑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승탑 부재에는 연꽃을 돋을새김한 부분이 있는데 울산 신흥사의 승탑석재와 동일하다. 이 부재는 현재 비지정문화재이나, 조선 후기 울산·경남 지역의 승탑과 비교 검토가 이루어진다면 당시 석조물의 양식을 규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석조여래좌상은 후대에 불두(佛頭·부처의 머리)를 붙인 불상이다. 양쪽 어깨를 모두 덮는 옷을 입고 가부좌를 했으며 둔중한 체구에 결가부좌한 양발이 모두 드러나 있다. 옷을 잡은 손가락의 형태 등으로 보아 조선시대 지방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불상을 창원대박물관에 이관했고, 승탑 부재는 울산시·신흥사와 논의해 인계할 방침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덩치가 커졌다’고 오만불손하게 구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덩치가 커졌다’고 오만불손하게 구는 중국

    남의 나라 장관실에 무단 난입하고, 회의 도중 박차고 나가질 않나, 국제행사 진행을 가로막거나, 만찬장에서 술주정을 하질 않나, 그리고 토론회에서는 깽판을 치고…. 중국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잇따라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는 바람에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AF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지난 17일 오후 폐막을 앞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 외교관 4명이 공동성명 초안에 불만을 품고 개최국 파푸아뉴기니의 림빈크 파토 외교장관실에 난입하는 APEC 사상 초유의 소동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이날 파토 장관에게 2분만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며 막무가내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서 장관실에서 나오는 추태를 보였다. 파토 장관은 여러 차례 중국 대표단과의 만남을 거부했다며 “(의장국) 외교장관으로서 중국과 단독으로 협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중국 측 관리들도 이것을 안다”고 말했다. 파푸아뉴기니 외교관들은 “협박을 하고 있다”며 중국 외교관들의 행태에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공동성명 초안의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 관행 등을 포함해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는 문장 중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라는 대목을 문제로 삼았다. 이 대목은 미국이 자신들에게 사용한 용어라고 주장하며 공동성명 채택을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뺀 20개국 정상들은 모두 찬성했다. 미·중 간 갈등 때문에 1993년 APEC 정상회의 창립 이후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앞서 9월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에서 중국 외교관들이 연설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스 주재 중국대사를 지낸 두치원(杜起文)은 회의 도중 기후변화와 관련해 연설하려고 나섰지만, 회의를 주재한 바론 와카 나우루 대통령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중국 대표단은 회의장을 떠나기 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시끄럽게 회의장 주변을 성큼성큼 걷기도 했다. 분이 꼭두까지 난 와카 대통령은 중국 대표단이 “무례했다”며 힘으로 작은 섬나라를 위협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큰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우리를 협박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구 1만 3000여명, 면적이 서울시 성동구(16.8㎢)보다 조금 큰(21㎢) 소국 나우루는 중국 측의 갖은 회유에도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은 회의를 앞두고 비자 문제로 나우루와 중국 간에 이미 한 차례 신경전이 벌인 바 있다. 나우루 정부는 PIF 회의에 참석하는 중국 대표단에 외교관 자격으로 비자를 주는 대신 개인 자격 비자를 발급받으라고 해 중국 측을 분노케 했다. 중국 대표단은 지난해 5월 호주 퍼스에서 열린 국제회의인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 개막식에서도 대만 대표단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데 불만을 품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중국 대표단은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이 소개되고 원주민식 환영행사가 진행되려는 순간 자신들의 앞자리에 놓인 마이크를 이용해 회의 진행을 가로막았다. 중국대표단은 대만 대표단을 겨냥해 회의장에 공식 초대받지 않은 인사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문제를 제기한 뒤 한동안 항의해 회의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아프리카국가 대표들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대만 대표단의 참석을 계속 문제삼자 회의는 차질을 빚었다. 현장에 있던 호주 참석자들은 중국 대표단이 행위에 대해 “정말 역겨웠고 놀라웠으며, 아주 부적절했으며 무례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호주 외교부 대변인은 호주가 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선례에 따라 대만 기업을 초청했다며 “중국과 다른 나라 대표단의 반대로 대만 측 초청을 철회해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막 행사에서 계속된 혼란은 유감스러운 일로 호주 정부의 우려를 호주 주재 중국대사에게 전했다”라고 강조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내전 중인 아프리카 국가에서 채굴돼 불법거래되는 다이아몬드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업계 관계자가 참석하는 회의로 2003년 처음 열렸다. 중국 외교관 출신인 사쭈캉(沙祖康)은 2010년 9월 유엔 사무차장(경제·사회 담당) 재임시절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술주정을 부리는 바람에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휴양지 알프바흐에서 진행된 만찬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는 순간 술에 만취해 반 총장과 행사 관계자들에게 술에 만취해 막말을 내뱉어 물의를 빚었다. 이를 목격한 유엔 관계자들은 당시 사 사무차장은 “반 총장이 나를 제거하려 했으며, 또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을 향해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뉴욕에 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가, 다시 유엔을 사랑하게 됐으며 반 총장에 대해 몇 가지는 존경하게 됐다고 말하는 등 15분 가량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당시 10여분이 마치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때 반 총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의 술주정을 받아주며 만찬을 계속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사 사무차장이 이와 관련해 반 총장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했다며 그가 반 총장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을 불공정하다고 여겨 바로잡으려고 하다가 실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 전 사무차장은 2006년 B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입 닥치고 조용히 있는 게 훨씬 낫다”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등 외교관답지 않은 거친 화법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 기자도 나서서 막무가내식 행태를 보였다. 지난 9월말 영국 런던 버밍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와 영국 NGO 홍콩워치가 공동 주최한 ‘홍콩의 자유, 법치, 자치의 약화’라는 주제의 토론회는 기자가 깽판을 치는 바람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홍콩워치 공동 설립자인 베네딕트 로저스가 “중국은 홍콩반환 때 (중국과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라고 했던 것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 행사를 취재하러 온 중국 중앙방송(CCTV) 쿵린린(孔琳琳) 런던특파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은 거짓말쟁이, 반중(反中)분자다. 당신은 중국의 분열을 바란다”고 고함쳤다. 이어 행사에 참석한 리주밍(李柱銘) 홍콩 민주당 창당 주석, 우산혁명 주역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교수 등 홍콩 인사들을 향해 “나머지도 모두 반역자이자 꼭두각시”, “가짜 중국인들”이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사회를 맡았던 피오나 브루스 보수당 의원이 쿵 특파원의 모욕적인 발언에 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당신들은 (나를 퇴장시킬) 권리가 없고 영국엔 민주주의가 없다”, “나는 기자이고 항의할 권리가 있다”고 외치며 한사코 퇴장을 거부했다. 뭄싸움이 벌인 에녹 류는 트위터에 “그를 데리고 나가려 했더니 ‘자신을 침묵시키려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내 뺨을 두 차례 때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쿵 특파원은 출동한 현지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돼 일반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과 CCTV는 성명을 통해 “언론 자유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단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자가 이런 봉변과 모욕을 당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보수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심해저 노다지’ 개발이 CO2 흡수하는 박테리아 파괴 (연구)

    ‘심해저 노다지’ 개발이 CO2 흡수하는 박테리아 파괴 (연구)

    깊은 바닷속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며 다른 심해생물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육수학과 해양학’(Limnology and Oceanography) 최신호(16일자)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하와이 동남쪽 ‘클라리온-클리퍼톤 단열대’(CCFZ·Clarion-Clipperton Fracture Zone)에서 사는 박테리아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스스로 바이오매스가 된다. 바이오매스는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식물, 미생물 등의 생물체를 말한다. 국내에서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으로 더 잘 알려진 CCFZ는 수심 5000m 내외 심해 지역으로, 첨단산업의 기초소재로 쓰이는 니켈과 코발트 그리고 구리 등 전략금속을 많이 함유한 망간단괴가 대량으로 존재한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가 이른바 ‘검은 노다지’로 불리는 망간단괴를 독점으로 탐사할 수 있는 구역을 저마다 확보해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심해 채굴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므로 각국의 연구팀은 CCFZ에서 생물다양성을 평가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CCFZ의 퇴적물에 관한 일련의 실험에서 박테리아들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발견됐다. 연구를 이끈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대학의 앤드루 스위트먼 박사는 “우리는 해저에 있는 박테리아들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바이오매스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바이오매스는 잠재적으로 다른 심해생물의 먹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 앞서 연구팀은 해저 바이오매스의 가장 큰 공급원은 죽은 물고기나 플랑크톤과 같은 유기물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들은 본격적인 채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스위트먼 박사는 “이번 결과가 전 세계 해양까지 확대 적용된다고 추정하면 연간 2억 t의 이산화탄소가 바이오매스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년 해양이 제거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10%에 해당하는 양이므로, 심해 탄소 순환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활동이 수백 ㎞로 분리돼 있는 여러 탐사 현장에서 발견됐으므로, 이런 현상은 동쪽 CCFZ는 물론 CCFZ 전체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또한 스위트먼 박사에 따르면, 각국의 심해 채굴 작업이 매년 수백 ㎢의 해저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각 심해 지역에서 수행된 여러 실험이 해양생물과 미생물의 회복력을 장기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심해 채광은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해저 미생물들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채굴 지역 내 미생물 집단이 매년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면 채굴은 의도치 않게 심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위트먼 박사는 이 같은 생태계를 방해하는 것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더 자세히 탐구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헤리엇와트대학(위), 육수학과 해양학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귤과 오렌지 그리고 레몬의 색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귤과 오렌지 그리고 레몬의 색

    지금까지 내가 그려왔던 식물 그림 중에는 펜에 잉크를 찍어 그린 흑백 그림이 많다. 식물세밀화란 당연히 채색 그림이겠거니 상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흑백 그림으로 주로 발전해왔고, 현재 이토록 과학기술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신종이나 미기록종을 발표할 때 학자들은 여전히 채색이 아닌 흑백의 선 그림으로 식물의 형태를 기록하고 이야기한다. 물론 대중에게 식물을 알리기 위한 교육과 전시 목적에서의 식물 그림은 대중이 식물을 이해하기 쉽고 주목하기 좋은 채색 그림으로 그려지는 일이 많다.역사적으로 식물세밀화가 흑백 그림으로 발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식물의 색은 기후나 토양 조건 등 환경, 시기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색상환을 다 기록하지 못하고 특정 색을 선택해 칠한다면 그 색만이 정답이라 여겨질 수 있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도감의 삽화로 주로 발전해 인쇄술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옛날엔 여러 색을 인쇄할 수 없거나 인쇄 과정에서 다른 색으로 바뀌는 일도 있어서 그 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틀린 정보를 제공할 바에 아예 색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물 그림 기록물의 대부분이 흑백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색을 넣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경우도 있다. 독일의 의사이자 화학자였던 쾰러는 1887년 두 권으로 된 약초 도감을 출간했고, 책의 모든 식물 삽화는 풀 컬러로 제작되었다. 몇 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이 도감의 초판본을 보았고, 내게 도감을 보여준 식물학자는 이 책이 다색 석판의 방법으로 인쇄되었다고 말했다. 다색 석판이란 이름 그대로 색을 다양하게 넣을 수 있어 기존 판화보다 대량 인쇄가 수월한 방법이다. 이 인쇄술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세기 말 당시 유럽 출판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나에게는 꽤 낯선 19세기 독일의 약용식물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다 레몬 그림 앞에서 나는 다색 석판의 능력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해온 가장 이상적인 레몬 고유의 색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가 오래돼 색이 바랬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속 식물은 특유의 연둣빛이 살짝 섞인 연노란색 껍질 색으로서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나는 식물이 가진 고유의 색을 잘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아예 색을 배제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기록물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더구나 귤과 오렌지, 레몬, 자몽, 라임, 유자처럼 두꺼운 껍질에 신맛의 과육을 가진 운향과 귤속 식물들은 이들 고유의 색이 오렌지색, 귤색, 레몬색 등 식물 이름 그 자체로 불릴 정도로 색에 민감하게 발전해왔다. 이들은 성숙기가 필요한 과일이고, 성숙도에 따라 색과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도 연구자들은 귤속 과실의 성숙과 착색, 맛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노란색을 띠는 건 껍질에 함유된 바이오플라보노이드에 의한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각각 뚜렷한 색 차이를 가진다. 라임은 초록에 가까운 연두색, 레몬은 연둣빛을 띠는 옅은 노란색, 귤은 그보다 짙은 노란색, 오렌지는 주황색, 그리고 자몽은 붉은빛이 도는 주황색. 이런 차이는 주로 붉은색에 관여하는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함량에 의해 결정된다. 이 함량은 성숙기 온도와 빛에 영향을 받아 늘 높은 기후대에서 자라는 자몽과 오렌지는 더 붉은빛을 띠게 된다. 레몬의 경우 안토시아닌이 꽃과 꽃눈에 색소 침착을 자극하지만 과실에는 작용하지 않아 과실이 더 붉은색으로 변하지 않고 옅은 노란색으로 유지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는 다양한 귤속 식물들이 재배된다. 온주밀감부터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그리고 하귤까지. 작년 나는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품종들을 그렸고, 품종에 따라 껍질의 색과 질감이 뚜렷이 차이가 나는 점이 흥미로웠다.현재 이들 주 재배지는 제주도지만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중남부, 더 나아가서는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우리는 더 다양한 색과 형태의 감귤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즈음이면 그림 기록 기술도 발전해 펜, 물감이 아닌 컴퓨터와 마우스만으로 이들을 그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식물이 가진 자연스러운 선을 컴퓨터가 재현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 귤속 식물을 기록할 때만큼은 나는 선화가 아닌 각각의 다채로운 색을 살린 채색 그림으로 기록할 것이란 거다.
  • 사법농단 그들에게는… ‘미스 함무라비’도 블랙리스트

    사법농단 그들에게는… ‘미스 함무라비’도 블랙리스트

    ‘판사유감’ 등 저서로 알려진 문유석 판사 세월호 특별법 기고하자 ‘물의 야기 법관’김동진·김예영·송승용 판사 등도 포함 檢, 고영한 전 대법관 23일 피의자 소환 박병대 “사법농단 보고받은적 없다”부인저서 ‘미스 함무라비’로 알려진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글을 기고한 이후 양승태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최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지난 2015년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를 확보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명단에는 음주운전, 성비위, 폭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법관들뿐만 아니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명단에 오른 문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한 언론사에 기고한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세월호 사태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문 부장판사는 기고글에서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며 “어느 나라의 법률가든 이런 경우 혹시나 모를 후속 비극의 방지를 최우선적 목표로 보고 예외적인 절차적 배려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김예영 인천지법 부장판사,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도 명단에 올랐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병대 전 대법관을 전날에 이어 두 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거나 “보고받았더라도 사후적으로 보고받았다”며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오는 23일 오전 고영한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부산법조비리 무마, 전교조 재판거래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 8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단독]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도 블랙리스트에…세월호 기고글 ‘미운털’

    [단독]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도 블랙리스트에…세월호 기고글 ‘미운털’

    저서 ‘미스 함무라비’,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으로 알려진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글을 기고한 이후 양승태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양승태 사법부가 작성한 인사 불이익 ‘블랙리스트’를 확보했다. 지난 2015년 1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에는 음주운전, 성비위, 폭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법관들뿐만 아니라, 사법행정에 비판적이거나 진보 성향을 띈 법관들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20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해당 문건에는 문 부장판사의 이름도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한 언론사에 기고한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세월호 사태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문 부장판사는 기고글에서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며 “어느 나라의 법률가든 이런 경우 혹시나 모를 후속 비극의 방지를 최우선적 목표로 보고 예외적인 절차적 배려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출간된 ‘판사유감’을 통해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현직 법관의 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하던 양승태 사법부는 문 부장판사를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시켰다. 다만 2015년 문 부장판사는 인사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불이익을 받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옥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것을 비판한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실제로 명단에 오른 직후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이 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조작 사건 1심 판결을 두고 판사 내부망 ‘코트넷’에 사자성어 ‘지록위마’를 언급하며 비판한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명단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출신이자 진보 성향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회원인 김예영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2014년 법원장 등이 주도하는 사무분담지침규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포함됐다. 검찰은 전날인 19일에 이어 이날도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세계로 뻗은 철도 안전 기술… ‘유라시아 철도 시대’ 준비 끝

    [인터뷰 플러스] 세계로 뻗은 철도 안전 기술… ‘유라시아 철도 시대’ 준비 끝

    수많은 사람이 철도를 이용한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KTX를 타고 출장을 다닌다. 철도는 오랫동안 사람과 화물을 움직이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서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철도 계획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철도에는 많은 기술이 적용된다. 그중 승객과 화물의 안전을 지키는 기술과 차량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검사 기술은 사고 예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샬롬엔지니어링㈜는 철도 운용을 위한 차량·신호·운전·검수·훈련 분야와 첨단공학을 이용한 자동계측제어 기술 분야의 종합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1986년에 설립되어 독자기술로 신제품을 개발하며 한국 철도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기여해 왔다. 1987년에 기업부설연구소를 개설해 끊임없이 연구를 이어온 결과, 현재 100여 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샬롬엔지니어링㈜는 개발된 장치를 응용하여 ‘역 통과 방지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수동 운전 중인 지하철 차량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김봉택 샬롬엔지니어링㈜ 회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샬롬엔지니어링㈜는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자체 개발 기술이 있습니까.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크게는 ‘철도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KTX용, 일반철도용, 지하철용 솔루션을 모두 개발해서 공급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차상신호장치와 차상신호통합장치, 열차 무선방호장치, 전동차 종합자동검사장치, 일상검사장치, 레일 결함탐상시스템 등이 현장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많은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철도 시스템과 시설, 차량을 개량하는 일을 많이 합니다.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많이 하지요. 최근에는 베트남에 가서 신호개량 사업 MOU를 체결하고 협의 중입니다. 또 유럽에서 만들어져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차량의 경우에도 솔루션을 저희가 제공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일이 있습니다.→그만한 기술력을 갖추려면 연구 투자가 상당히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 직원의 3분의 2 정도가 연구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존에 있는 장치를 만들기보다 필요했던 것을 연구해 새로운 것을 만들기 때문에 연구 투자는 필수적입니다. 그 덕분에 지금처럼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된 것이죠. →현재 구상하시는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우선 Tag를 이용한 운전보조장치를 활용하여 분당선과 서울지하철 3·4호선에서 역 통과 방지 및 자동 운전 기술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지하철 노선들은 수동 운전 방식이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레일탐상장치를 전량 고액으로 수입하고 있는데, 저희 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수입 대체가 가능해졌습니다. 외화 절약 및 유지보수 용이, 향후 수출 전략 상품의 경쟁력 확보 등 검토해 볼 만한 이유는 충분합니다.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서 철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준비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저희는 이미 2004년부터 일부 개발을 시작해 왔습니다. 그 일들이 15년 가깝게 지난 요즘에 논의되고 있어요. 유라시아 철도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차상신호통합장치가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태기 객원기자 jtk3355@seoul.co.kr
  • “동물 모양·토기 등 세계 6000개 저금통 모아 놓았어요”

    “동물 모양·토기 등 세계 6000개 저금통 모아 놓았어요”

    국내 은행 역사 담은 사료 2만여점 전시 아이들은 경제 교육… 어른은 향수 불러 “내년 창립 120주년 근현대사 특별전시”“아이들이 예금과 적금의 차이를 배우고 박물관을 나가면서 저금통에 돈을 모아 통장 만들러 다시 오겠다고 얘기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건물의 지하 1층. 은행 영업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내려가면 한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은행 관련 사료 2만여점과 해외 각국의 저금통 6000여개를 소장한 은행사박물관이다. 일제강점기의 ‘월스트리트’였던 서울 남대문로와 중앙은행에서 영업점까지 수레로 현금을 실어 나르던 시절, 한국전쟁 때 피란 못 가고 예금 인출을 돕던 은행원들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13일 만난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의 이기정(34) 학예사는 “아이들에게는 경제와 역사를 배우는 곳이고 부모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2004년 개관한 은행사박물관은 하루 평균 100여명이 찾는다. 방학이나 학기 초에는 특히 단체 방문객이 많다.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공간은 뭐니 뭐니 해도 ‘저금통 갤러리’다. 개, 원숭이, 토끼 등 동물 모양부터 이탈리아에서 3세기에 쓴 것으로 알려진 토기 저금통까지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이 학예사는 “처음 온 분들은 해외 기념품 가게를 방불케 하는 규모에 놀란다”며 웃었다. 이 학예사는 “방학이면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용돈기입장 쓰는 법, 저축의 중요성 등을 알려 준다”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응답하라 1988’, ‘미스터 션샤인’ 등 드라마를 인용해 설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아빠’ 성동일이 다녔던 한일은행이 바로 현재의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1899년 고종 황제가 설립한 최초의 민족자본은행인 ‘대한천일은행’이다. 또 우리은행은 1959년 우리나라 최초의 ‘숙녀금고’를 만든 은행이기도 하다. 이 학예사는 “북한에 있던 점포들을 많이 상실한 옛 상업은행이 고객 서비스에 중점을 둔 결과 탄생했다”면서 “당시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자 여성들만 사용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창립 12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특별기획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학예사는 “우리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앞으로 기대되는 모습은 어떤지 등을 담을 예정”이라면서 “은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특별기고] 지진 공포를 이겨내는 3대 정책/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특별기고] 지진 공포를 이겨내는 3대 정책/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지난 9월 6일 새벽 3시 일본 홋카이도엔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온 지진으로 섬 전역이 암흑천지가 됐다. 교통과 통신 수단이 마비돼 섬이 고립됐다. 어떤 마을은 산사태로 무너진 흙더미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같은 달 28일 지진은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 팔루를 덮쳤다. 땅이 물처럼 출렁이며 마을을 빨아들였다. 발굴 시신이 2000구를 넘어설 즈음, 당국은 더이상 찾지 못한 이들을 실종자로 처리하고 수색을 중단했다. 땅속으로 사라진 마을은 집단 무덤으로 지정됐다. 인도네시아의 고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를 상황이다.‘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자연재해에 이골이 났을 인도네시아나 재난 선진국 일본조차도 이렇게 속수무책인데, 우리에게 저런 지진이 닥치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규모 5.4)은 홋카이도 지진 강도의 90분의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비틀려 부서진 필로티 건물 기둥과 통째로 기울어진 아파트를 보며 우리 국민은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우리나라도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년간 세 가지 지진 대책을 마련했다. 첫째, 2036년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전국의 단층 구조를 조사할 계획이다. 지진은 일어나는 곳에서 또 일어나는 법이다. 구조적으로 지진이 잘 일어날 만한 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 당초 조사 완료 시한보다 5년을 당겼지만 그래도 더딘 것이 사실이다. 예산과 전문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둘째, 해마다 3500억원을 투자해 2029년까지 모든 학교의 내진설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선 2층 혹은 면적 200㎡ 이상 건물·주택에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약 10% 정도만 내진 설계가 돼 있다. 초·중·고교 건물의 내진율은 28%에 불과하다. 셋째, 지난 6월부터 지진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CBS) 내용에 국민들의 행동 요령을 포함시켰다. 지진을 예측하는 건 지금의 과학 기술로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발생 즉시 그 정보를 빨리 알리기만 해도 사회는 훨씬 안전해진다. 지난해 포항 지진 당시 서울 시민들은 재난 문자를 받고 난 뒤 흔들림을 느꼈다. 진앙지로부터 약 30㎞ 이상 벗어나면 지진파보다 재난문자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주민들이 지진 정보를 먼저 접하면 공포심이 크게 줄어 상황을 좀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처럼 지진은 막을 수는 없어도 우리가 잘 대비하면 능히 이겨낼 수 있는 여러 재난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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