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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찾아 울먹이며 사죄한 김종인 “너무 늦게 찾아”

    광주 찾아 울먹이며 사죄한 김종인 “너무 늦게 찾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사죄했다.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에 나선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감정이 다소 격앙된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쉽게 어루만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 백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첫걸음을 뗐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안 나아가는 것보다 낫다는 빌리 브란트의 충고를 기억한다”며 “5·18 묘역에 잠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빌리 브란트는 197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독일 통일 전 서독일의 총리를 지낸 반나치 운동가다. 김 위원장은 “1980년 5월 17일 저는 대학연구실에 있었지만 시위를 중단할 것이라는 방송을 듣고 강연에 열중했다”며 “광주에서 발포가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됐다.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을 감은 행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에서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행동에 우리 당은 엄정한 회초리를 들었다”며 “일부 정치인들까지 편승하는 태도는 표현의 자유란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주장했다.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 2차 대전 이후 식민지 해방국 중 제국주의 국가와 대등하게 어깨를 견주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세계 어느나 국민보다 성실하게 노력하고 정의롭게 행동한 국민의 땀과 눈물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과거 신군부가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에 대해 “그동안 여러 번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서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 발언을 하는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였고, 원고를 든 손이 떨리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후 추모탑에 헌화하고 15초가량 무릎 꿇고 묵념했으며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역과 행방불명자 묘역에 헌화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 발언에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학생들은 “통합당 망언 의원부터 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그는 이어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민 통합, 모두 함께 미래로’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에서 “미래통합당이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5·18 가족과 영령들에 사죄하고 5·18망언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성숙됐을 적에 만남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회동 의제로는 “당면한 현안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어떻게 슬기롭게 잘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다만 “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국민이 가장 관심 있고 아픈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명분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면서 “형식적으로 모양만 갖추는 만남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야생동물 무차별 수입, 허술한 관리… 또 다른 감염병 나올 수 있다

    야생동물 무차별 수입, 허술한 관리… 또 다른 감염병 나올 수 있다

    귀여운 라쿤, 광견병 바이러스 감염원사스·메르스·코로나19도 동물서 유래사람과 동물 간 상호전파 감염병 급증국내 유입 야생동물 63% 허가 안 받아“밀림서 보는 동물 서울선 만질 수 있어”동물카페서 무분별 접촉… 감염병 우려아메리카너구리인 ‘라쿤’은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귀여운 캐릭터로 관심을 끌면서 애완·관람용으로 200마리 넘게 국내로 들어왔다. 서식지 기후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생존 능력도 뛰어나 잘 적응하고 있다. 사실은 너무 잘 적응해서 문제다. 환경부는 지난 6월 1일 ‘라쿤’을 ‘생태계위해우려생물’로 지정했다. 지난해 10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시행에 따른 제도 도입 후 첫 지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라쿤은 생태계 유출 시 토종 삵·오소리·너구리 등과 서식지 다툼이 우려된다. 더 치명적인 문제도 있다. 라쿤은 ‘광견병’ 바이러스 등의 감염원이다. 우리나라가 관리하는 위해종 가운데 감염병을 고려해 지정한 것은 라쿤과 광견병·코로나 바이러스 매개 위험이 있는 ‘흡혈박쥐’ 등 2종이다. 코로나19로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 유입되는 야생동물 관리는 생태계 파괴 및 교란에 집중됐다. 그러나 사스·메르스·코로나19 등 야생동물로 인한 치명적 감염병을 겪으면서 ‘공포’의 대상으로 대두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에서 유래됐고 이 중 72%는 야생동물을 통해 발병했다. 과거에는 야생동물의 가축화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현재는 서식자 파괴와 접촉, 거래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후변화도 위험도를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신종 감염병 60%가 인수공통전염병 18일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신종·재출현 감염병의 60%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성 질병이다. 2003년 사스는 박쥐와 사향고양이, 2015년 메르스는 박쥐와 낙타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돼 우리나라에서만 36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피해는 훨씬 심각하다. 한국에서만 벌써 1만 5000명 넘게 발병했고 300명 넘게 숨졌다. 더욱이 사람 간 전파로 알려진 것과 달리 해외에선 감염자와 관련된 반려동물 등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일까지 있었다. 홍콩에서는 개와 고양이, 미국에서는 사자와 호랑이 등에서도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사람·동물 간 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서식지·환경 파괴(니파·헨드라 바이러스), 야생동물 섭식(사스·에볼라·코로나19 바이러스), 야생동물 거래(에볼라·항아리곰팡이병), 야생동물 관광산업(메르스·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등이 거론된다. 최근 동남아 국가에서는 야자수액 생산을 위해 박쥐 서식지에 침입해 채취한 야자수액을 마시고 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사람과 동물에서 큐열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큐열은 소·양·염소 등에 붙어 있던 진드기가 사람을 물어 전파되는데 지난해 16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가축 피해도 144마리에 달했다. 지난 12일 국내에서는 응급환자 심폐소생술을 했던 의료진 5명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걸렸다. SFTS는 야생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질병으로 고열과 구토, 혈소판 감소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면 사망할 수 있어 ‘살인 진드기병’으로 불린다. 환자의 혈액 및 체액에 접촉한 의료진이나 가족의 2차 감염 사례가 국내외에서 보고됐다. 기후변화로 고온다습해지면서 질병 확산이 용이한 환경도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코로나19 변종이 야생 생태계로 돌아가 야생동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새로운 숙주동물을 찾아 또 다른 형태로 인류에게 돌아올 위험성을 갖고 있다”면서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상시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황주선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팀 전문위원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숫자는 적지만 증가 추세이고 확산 속도가 빠르다”면서 “가축과 달리 야생동물은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병원체가 많아 접촉으로 인한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매개체 박쥐·사향고양이도 반입 모든 동물은 저마다 몸속에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있고 접촉을 통해 상호 이동한다. 특히 바이러스는 종을 따지지 않고 전파한다. 이로 인해 유럽은 동물원에서는 염소 등 일부 가축을 제외하고는 만지거나 먹이 주는 것조차 제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관리가 지나치게 허술하다. 관세청의 2018년 해외 야생동물 국내 유입 동향에 따르면 야생동물의 63%가 수입허가 없이 반입됐다. 수입 동물의 96%(약 50만 마리)를 차지하는 양서류와 파충류는 검역 대상도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거북이 중 13%에서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있지만 건강 상태는 확인하지 않는다. 인수공통감염병의 매개체인 박쥐(127마리)와 사향고양이(16마리)도 들어왔다. 정부는 2020년 2월 코로나19 발생 후에야 이들의 수입을 금지했다. 멸종위기종이나 생태계교란생물(243종), 위해우려생물(1종), 유입주의생물이 아니면 방사나 유기해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야생동물 관리 실태는 더욱 심각했다. 동물원·수족관법에 10종, 50개체 이상 보유해야 동물원으로 등록된다. 2019년 12월 기준 110곳이다. 기준 이하로 등록 대상이 아닌 동물카페는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밀림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을 서울시내에서 만질 수 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동물을 만지거나 동물 옆에서 음식물을 섭취한다. 철창에 갇힌 박쥐나 뱀도 있다. 이동식 동물원은 이동식 카트로 동물을 옮긴다. 동물 복지는 차치하고 스트레스로 병원체 관리가 안 돼 위험할 수 있다. TV에선 부모와 함께 이동식 동물원이나 동물카페를 찾은 어린이들이 야생동물을 만지고 안아 주는 모습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질병 예방 차원에서 야생동물 접촉을 최소화하는 실용적인 대책과 함께 접촉 위험성을 정확히 알려 위생 관리와 안전 수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사람·동물·환경 공존… ‘원 헬스’ 관심 감염병 대응은 사람·가축·야생동물 연계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방역체계는 야생동물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야생동물질병 관리 전담기관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10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환경부는 사람과 야생동물 간 공존, 안전환경 전환을 위해 전 과정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유통 야생동물 현황 및 질병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비롯해 주요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검역 절차도 마련키로 했다. 동물원 이외 시설에서의 야생동물 전시 금지와 판매업 및 동물원 허가제 전환 등을 통해 전시·판매 규정을 강화한다. 맹수류 등의 실내 사육 제한도 추진한다. 코로나19로 ‘원 헬스’가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건강정책 패러다임으로 ‘선 발생 후 대응’이 아닌 감염병의 근본적 원인을 제한·조절하는 선제적 대응이다.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환경과학원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인수공통감염병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정보·대응 방안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후승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자원에너지평가실 부연구위원은 “야생동물 매개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종의 서식환경과 이동경로, 먹이자원 등 생태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기반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해남산 바나나’ 첫 수확, 한반도 작물 지도가 바뀐다

    ‘해남산 바나나’ 첫 수확, 한반도 작물 지도가 바뀐다

    전남 해남에서 재배된 바나나가 첫 수확됐다. 해남군은 13일 북평면 와룡마을 신용균(74) 씨 농가에서 땅끝 바나나 수확 축제를 열었다. 신씨 농가는 지난해 0.2㏊ 면적에 470여주의 바나나 나무를 식재, 1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올해 해남에서는 신씨 농가를 포함 2농가 0.4㏊면적에서 바나나 12t를 수확할 예정이다. 군은 바나나 재배를 위한 고측고형 내재해 하우스를 1㏊까지 확대하고, 연간 25t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바나나는 정식 후 1년생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생육이 좋을 경우 보통 2년에 3회 정도 딴다. 국내산 바나나는 충분히 성숙한 뒤 따기 때문에 맛과 향이 뛰어나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돼 검역시 살균 과정을 거치는 수입산에 비해 소비자 선호도도 매우 높다. 바나나는 전체 수입과일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산 비중은 0.3%에 불과해 고품질 바나나의 안정적인 생산과 지역 브랜드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군은 8m 높이의 고측고형 시설하우스를 통해 바나나 무름병을 예방하는 등 재배관리 매뉴얼을 확립하고 있다. 전남농협 등과 연계해 연중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친환경 학교 급식 등 판로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해남산 바나나 수확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열대 작목 생산기반을 구축해온 해남의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의 최대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륙에서의 바나나 재배 가능성을 입증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해남의 아열대작물의 재배 면적은 무화과 23㏊를 비롯 참다래와 부지화, 여주 등 125㏊로 전남 최대 규모다. 명현관 군수는 “기후 변화로 아열대 작목이 향후 경쟁력 있는 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농가의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육성해 나가는 것은 물론 해남을 우리나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연구의 고장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남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지구를 보다] 위성으로 본 모리셔스 日선박 기름유출…11㎞ 이상 확산

    [지구를 보다] 위성으로 본 모리셔스 日선박 기름유출…11㎞ 이상 확산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 해안에서 좌초한 일본 화물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11일 오후 3시쯤까지 11㎞ 이상 확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브스와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위성분석업체 ‘어서 스페이스 시스템스’(Ursa Space Systems)가 기름유출 범위를 탐지하는 데 특히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핀란드 아이스아이 위성의 합성개구레이더(SAR) 데이터를 사용해 모리셔스에서 일어난 기름유출 사고 현황을 분석했다.그 결과, 일본 해운회사인 상선미쓰이가 대여해 운영하는 화물선 엠브이(MV) 와카시오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지난 11일 오후 3시쯤(이하 현지시간)까지 모리셔스 동부 해안을 따라 11.5㎞ 이상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 사진 속 기름띠는 다양한 희귀 생물이 사는 것으로 유명한 블루베이 해양공원부터 현지 관광 섬인 일오세프(Ile Aux Cerfs)까지 퍼져 있었다.엠브이 와카시오호는 지난달 25일 모리셔스 남동쪽 산호초 바다에 좌초했다. 지난 6일부터는 화물선 연료 탱크에서 기름이 유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된 1000t 이상의 기름은 이날 관광 섬인 일오에그레트(Ile aux Aigrettes)와 마헤부르항(Port of Mahebourg)을 중심으로 면적 3.3㎢로 추정되는 해역을 뒤덮었지만, 5일 만인 11일 그 10배에 달하는 면적 27㎢의 해역으로 확산했다는 것이 이번 분석에서 확인됐다. 또 이번 분석에서는 마헤부르 만의 대부분에 있는 기름은 얇게 퍼져 있고 적은 양의 기름이 블루베이 해양공원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름띠는 일오세프를 조금 넘어 북쪽으로 확산할 것으로 추정됐다. 맨눈으로는 기름이 유출된 바다가 선명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번 분석에서 감지된 기름띠는 해수의 표면 장력과 여러 화학적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 기름은 해수면을 떠다니며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적으로 얇게 퍼져 나간다. 기름이 퍼지면서 그 층은 점점 얇아지고 그 색은 흑갈색에서 무지개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은색이 된다. 지난 9일 마헤부르항 근처 바다를 보여주는 위성 사진에서는 무지개 같은 기름 오염군도 볼 수 있다. 이런 기름층은 거의 투명해 보일 수 있지만, 해양 생물의 건강에는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산호초와 맹그로브, 바닷새, 어류, 거북, 돌고래, 고래 그리고 조개류 등 해양 생물의 건강에 여러 영향을 줘 호흡 기관과 면역체계 그리고 심지어 생식 기능에도 악영향을 주고 해양 포유류들 사이에서는 다발적인 장기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에 유출된 기름으로 현재 자원봉사자들은 수작업으로 기름을 걷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선미쓰이가 11일 기준으로 밝힌 기름 제거 양은 약 460t으로 유출된 기름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그나마 다행인 점은 좌초된 화물선에 남아있던 기름 대부분을 2차 유출 전에 빼냈다는 것이다. 프라빈드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는 12일 “저장고에서 연료 대부분을 펌프로 빼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다만 100t가량의 기름은 배 어딘가에 남아있다고 밝혔다.사고 선박에는 유출된 기름을 포함해서 약 4000t의 기름이 실려있었다. 모리셔스 정부는 선박 좌초 사고가 난 뒤 즉각 배에 있던 연료를 빼내는 조처를 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모리셔스는 우리나라 제주도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큰 섬나라로, 아프리카 인도양의 청정 휴양지로 손꼽힌다. 인구는 130만 명으로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심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 곁의 뽕나무가 내일도 있을 거란 착각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 곁의 뽕나무가 내일도 있을 거란 착각

    어릴 적 엄마는 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곧잘 들려줬다. 짤막한 시부터 널리 알려진 전래동화까지. 아주 어릴 때라 온전히 떠오르는 건 몇 없지만 그중 또렷하게 기억하는 얘기엔 뽕나무가 나온다.“옛날에 뽕나무가 살았는데 어느 날 뽕나무가 ‘뽕이오’ 했더니 옆에 있던 대나무가 ‘대끼놈’ 하고 혼냈고, 그러자 옆에 있던 참나무가 ‘참아라’ 했다는” 아주 짧은 이야기. 그때 처음 뽕나무의 존재를 알았다. 어린 내가 느끼기에도 ‘뽕’이라는 이름은 너무 강렬했다. 게다가 대나무와 참나무에게 먼저 시비를 건 셈이니 그리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나는 바로 그 뽕나무를 실제로 처음 봤다. 경기도의 한 농촌에 자연체험을 하러 갔을 때다. 플라나리아를 관찰하러 산속 계곡으로 가던 길 옆, 작고 까만 열매가 열린 나무가 있었다. 누군가 선생님께 “이 열매 먹어도 돼요?” 하고 소리쳤다. 선생님은 한 사람당 하나씩만 먹자며 나무 이름은 뽕나무, 열매는 오디라고 알려 줬다.열매를 입에 넣고 씹으니 살짝 단맛이 돌았다. 오디를 먹어 까매진 서로의 혓바닥을 보고 놀리며 숲속을 지나던 어린 시절. 내 기억만큼 뽕나무는 우리 삶 곳곳에서 널리 이용돼 온 나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뽕나무는 8종 정도다. 산뽕나무, 돌뽕나무, 몽고뽕나무, 섬뽕나무, 좁은잎뽕나무, 꼬리뽕나무 등 여섯 종은 산과 들에 자생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냥 ‘뽕나무’와 처진뽕나무는 우리의 필요로 오래전에 식재됐다. 잎은 누에 먹이로, 열매는 약용하거나 식용하는 것이다. 식물세밀화를 그리는 것이 일이다 보니 자연스레 식물 기록에 관심이 생겨 옛 식물 고서를 모으고 있다. 며칠 전 다녀온 고서점에서 우연히 1949년 우리나라 문교부에서 발행한 ‘뽕나무 가꾸기’라는 책을 발견했다. 손으로 쓴 듯한 표지 제목 아래에는 뽕나무 잎이 흑백으로 그려져 있었다. 식물 연구가 힘들던 시절인데도 뽕나무만을 다루는 책이 출간됐다는 것은 뽕나무가 당시 중요한 식물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 표지의 잎 그림은 뽕나무 부위 중 잎이 가장 유용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 누에를 치는 농가가 많았고, 뽕나무 잎은 누에를 키우기 위한 사료로 쓰였다. 잎이 귀하다 보니 큰 잎이 나도록 오래된 나무 대신 어린나무를 반복해 심는 일도 있었다. 만약 지금 같은 책이 출간된다면 표지 잎 그림이 있는 자리에 잎 대신 열매인 오디가 그려져야 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우리가 뽕나무를 재배하는 것은 누에의 사료인 잎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매를 약으로 쓰거나 생과, 즙, 잼 등으로 먹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요 약용식물을 그리면서 뽕나무속 중 우리나라 산에 자생하는 산뽕나무를 관찰해 그렸다. 산뽕나무는 뽕나무와 닮았지만 잎끝이 유난히 길게 뾰족하고 암술머리는 두 개로 갈라져 있다. 자생하는 것이기에 아무래도 뽕나무보다 약으로서 더 귀한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식물을 그리다 보면 이 종이 속한 가족을 컬렉션으로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고, 그렇게 산뽕나무를 그리면서 우리나라의 뽕나무속 식물 기록을 완성하고 싶다는 의지가 굳건해졌다. 뽕나무에 관한 나의 오랜 기억만큼 긴 시간 우리에게 유용하게 이용된 식물이다 보니 조상들은 마을 곳곳에 뽕나무를 심었고, 그중에는 현재까지 남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는 개체도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올해 2월 천연기념물 559호로 지정된 상주 두곡리 뽕나무의 나뭇가지 일부가 집중호우로 훼손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는 나무가 살아온 긴 시간과 큰 키만큼 앞으로도 그들이 강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그간 일으켜 온 산불과 벌목, 공기와 물의 오염은 긴 자연의 순환과 질서를 깨뜨릴 만큼 강력하다. 며칠 전까지 멀쩡하던 천연기념물 뽕나무는 집중호우로 훼손되고, 세계 곳곳에서 산사태와 방사능 유출, 지진으로 수백년 된 나무들이 죽어 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유독 마음이 다급해졌다. 우리 곁에 있는 식물들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해야겠다는 다급함. 올해 코로나로 인한 이동의 어려움과 장기 집중호우에 의한 식물의 훼손을 경험하며, 그간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식물을 기록하고자 했던 계획을 좀더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벌어지고 난 후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발 밟은 사람, 밟힌 아픔 몰라”… 자국에 경종 울린 日신문

    “발 밟은 사람, 밟힌 아픔 몰라”… 자국에 경종 울린 日신문

    일본 도쿄신문이 “남의 발을 밟은 사람은 밟힌 사람의 아픔을 모르는 법”이라며 과거 식민지배의 역사에 대해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자국 정부와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렸다. 이 신문은 일본 주요 일간지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신문이다. 도쿄신문은 오는 15일 ‘종전기념일’(광복절)을 앞두고 11일 자에 게재한 전후 75주년 특별사설 ‘일본과 한국: 역사의 그림자를 잊지 말아야’에서 “일본이 (한국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역사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설은 첫머리에서 “역사에 어두운 부분이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그 나라의 도의적 입장을 강하게 만든다”라는 구리야마 다카카즈(1931~2015) 전 외무차관의 발언을 소개한 뒤 “모든 나라의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지만, 일본에서는 ‘빛’만 골라서 말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한국을 포함해 주변국에 깊은 상처를 남긴 러일전쟁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언급한 것을 잘못된 사례로 들었다. 일본 정부가 올봄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군함도’ 관련 전시내용이 물의를 빚고 있는 것도 비슷한 범주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일 갈등의 중심에 있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한다”며 “그러나 법률이나 협정을 이유로 외면하기 앞서 당시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전후 75년이 지났는데도 역사를 둘러싸고 또다시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폭우가 소환한 4대강…文 “홍수조절 효과 분석할 기회”(종합)

    폭우가 소환한 4대강…文 “홍수조절 효과 분석할 기회”(종합)

    “4대강 보의 영향, 깊이 있는 평가 당부”통합당 “4대강 확대했다면 더 잘 방어”민주당 “보 때문에 낙동강 강둑 터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을 두고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50일이 넘는 최장기간 장마와 폭우로 발생한 전국적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이 저지돼 폭우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에 대한 반박 성격으로 풀이된다. 전국적 폭우 피해로 4대강 사업이 새삼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불붙고 있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면 물난리를 더 잘 방어하지 않았을까”라고 썼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해 여러 말이 많았다. 섬진강이 사업에서 빠진 것에 대해 ‘굉장히 다행’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잘못된 판단 아니었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대로 환경단체 등은 보 설치 후 상·하류 수위 차가 생겨 수압이 증가한 탓에 제방이 붕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낙동강 강둑이 터진 가장 큰 이유는 4대강으로 건설한 보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강 둑이 못 견딜 정도로 수압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당이 ‘이명박 정부 때 섬진강도 했으면 물난리를 막았을 것’이라고 하는 등 4대강 예찬론을 다시 끌고 오면서 수해마저 정부 비방 소재로 쓴다”고 비판했다.문 대통령 “많은 인명 피해 발생해 송구”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아시아의 폭우, 시베리아와 유럽의 폭염 등 전 지구적 기상 이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에 우리나라도 적극 참여하면서 앞으로의 기상변화까지 대비해 국가의 안전 기준과 관리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집중호우로 희생되신 분들과 그 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가슴 아프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풍 ‘장미’의 북상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 지난 7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경기 안성 등 7개 시·군 외에 추가로 피해를 본 지역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데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씨줄날줄] 샘 오취리의 ‘절규’/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샘 오취리의 ‘절규’/김상연 논설위원

    샘 오취리의 지적이 없었다면 나도 그 사진을 보고 그저 ‘킥킥’ 웃었을 것이다. ‘녀석들, 준비 많이 했네’라며 짓궂었던 고교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올해도 의정부고 학생들은 재미난 졸업사진들을 찍었다.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관짝소년단’ 패러디 사진도 그것이다. 관짝소년단은 아프리카 가나의 한 장례식에서 상여꾼들이 관을 들고 유쾌하게 춤을 추는 영상이 세계적으로 퍼진 이후 한국에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의정부고 3학년생 5명은 올해 졸업사진에서 해당 영상에 나온 관짝소년단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 냈다. 완벽한 모방을 위해 얼굴에 검은 칠도 했다. 그 사진이 나온 직후 일각에서 ‘블랙페이스’(black face)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블랙페이스는 흑인을 흉내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는 것으로, 1960년대 미국 인권 운동 영향으로 중단됐고 현재도 인종차별로 금기시된다. 논란은 가나 출신 연예인 오취리가 가세하면서 폭발했다. 오취리는 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국인’들은 오취리의 과거 행실까지 끄집어내며 “니네 나라로 가라”고 들고 일어났다. 역풍이 거세자 오취리는 7일 “물의를 일으킨 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의 사과문을 보면서 승리감보다는 열패감이 들었다. 그를 비판했던 한국인들도 마냥 속시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찜찜함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사실 오취리는 맞는 말을 했고, 우리는 우리의 아픈 곳을 찔려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우리’ 중 일부는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해야 겠는데 그의 메시지 자체는 틀린 게 없으니 그가 말하는 태도를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오취리가 한글 메시지와 함께 올린 영어 메시지를 끄집어 낸 뒤 거기에 담긴 무지(ignorance)라는 단어가 한국인을 비하하려는 의도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무지는 문맥상 한국인이 어리석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행위가 인종차별인지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결국 오취리의 주장은 한국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좀더 민감하게 여겨 달라는 호소,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무심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잘 가르쳐달라(educate)는 호소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 살면서 한국 사람들의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할 외국 출신 연예인이 무슨 이득이 있어서 한국 사람들을 대놓고 비하하겠는가. 우리 사회는 학력차별, 지역차별, 성차별에는 민감하지만 인종차별에는 둔감하다. 오랫동안 ‘단일 민족’ 국가였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에서 인종차별은 가장 심각한 차별로 간주된다. 미국에서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한 명(조지 플로이드)을 위해 아무런 관련도 없는 유럽의 축구장이 애도를 표할 정도다. 우리가 못 먹고 못살 때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해도 외국에서 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에 케이팝 등 문화강국으로 선진국 대접을 받는다. 길거리에서 쉽게 외국인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국제화됐다. 모두가 주목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취리의 지적을 꼭 기분 나쁘게 들을 필요는 없다. 우리를 선진국으로 간주하면서 우리에게 선진국 국민다운 수준 높은 매너를 요구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취리의 비판을 “이번 기회에 인종차별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며 쿨하게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오취리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국 사람들,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네.´ carlos@seoul.co.kr
  • [이슈픽] 샘 오취리와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선 넘은 건 누구였을까

    [이슈픽] 샘 오취리와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선 넘은 건 누구였을까

    ‘의정부고 졸업사진’ 비판했던 샘 오취리, 결국 사과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던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결국 사과했다. 지난 6일 샘 오취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올린 뒤 “우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발단은 ‘관짝소년단’ 재현한 학생들의 ‘검은 분장’ 해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독특한 졸업사진을 찍어온 것으로 유명한 경기 의정부고의 올해 졸업사진과 관련해 인터넷에서 유행한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학생들을 놓고 인터넷 상에선 최근 설왕설래가 오갔다.‘관짝소년단’이란 가나에서 장례식 중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들이 관을 어깨에 올려놓고 춤을 추는 동영상을 가리킨다. 무거워 보이는 관을 어깨에 살포시 올려놓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끈 바 있다. 의정부고의 일부 학생들이 이 영상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는 분장을 했는데, 이를 두고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얼굴을 검게 분장해서 흑인을 표현하는 것을 ‘블랙 페이스’라고 해서 인종차별적 행위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검게 분장해서 흑인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샘 오취리 “흑인 입장에서 불쾌한 행동” 지적샘 오취리는 6일 올렸던 인스타그램 글에서 “2020년에 이런 걸 보면 슬프다”면서 “제발 하지 마세요!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 돼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 문화를 존중하는 게 가장 좋다”면서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한국에선 얼굴을 검게 칠하면 웃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방송가 안팎에서 너무 많았다”면서 “이런 행동은 한국에서 중단돼야 하며 이런 무지가 계속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종차별 의도 없었다” vs “의도 없어도 비판 가능” 일단 의정부고 학생들의 해당 패러디가 인종차별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다시 불 붙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인종차별적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해당 동영상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분장했을 것이라는 옹호론이 제기됐다. 한편에선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인종차별로 인식되는 행위를 했다면 지적받아 마땅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해외에서 일제시대 욱일기가 아시아에서 전범기로 인식된다는 것을 모르고 사용했다면 무지에서 나온 행동이라도 지적하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학생들의 얼굴 분장을 둘러싼 논쟁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볼 만한 주제였다. 역풍 맞은 샘 오취리…과거 ‘눈 찢기’도 도마에그러나 샘 오취리가 문제를 제기한 방식 때문에 역풍이 더욱 거셌다. 일단 샘 오취리가 학생들의 사진을 아무런 처리 없이 그대로 올린 점이 지적됐다. 공인도 아닌 학생들이 교내에서 벌인 활동을 행사 자체가 유명하다고 해서 유명 방송인이 비판을 위해 그대로 공개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또 그가 올린 글 중 일부 단어가 논란이 됐다. 우선 ‘무지하다’는 뜻의 ‘ignorance’라는 단어를 쓴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샘 오취리는 비판글을 올리며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작성했는데 한국어로 올린 글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없었다. 게다가 이번 사안과 관련 없는 ‘teakpop’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것도 논란이 됐다. teakpop은 티타임과 K팝의 합성어로 ‘K팝과 관련된 가십’이라는 뜻인데 대체로 K팝과 관련해 부정적인 뒷이야기라는 뉘앙스가 강하다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즉, K팝과 관련 없는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비하하거나 비판할 때 종종 쓰이는 해시태그를 붙인 것은 결국 한국 비하의 뜻이 깔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샘 오취리가 과거 JTBC 예능 ‘비정상회담’에서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포즈를 한 것이 동양인을 비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재차 불거졌다. 샘 오취리 “의견 표현 과정서 선 넘어서 죄송” 사과이에 샘 오취리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올린 사진과 글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날 올렸던 학생들의 사진과 비판글을 삭제했다. 그는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내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고, 학생들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려서 죄송하다. 나는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로 쓴 부분은 한국의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국의 교육을 언급한 것이 아니었는데, 충분히 오해가 생길만한 글이었다”며 “‘teakpop’ 자체가 K팝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인 줄도 몰랐다. 알았으면 이 해시태그를 전혀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일들은 좀 경솔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재차 사과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9900만년 전 개미의 ‘최후의 만찬’…호박 공개

    [핵잼 사이언스] 9900만년 전 개미의 ‘최후의 만찬’…호박 공개

    9900만 년 전 지구상에 서식했던 독특한 개미가 사냥을 하는 모습 그대로를 생생하게 담은 호박이 공개됐다. 미국 뉴저지공과대학 연구진은 미얀마에서 발견된 호박(소나무 송진이 굳어져 만들어진 광물)에서 링구아미르멕스 블라드(Linguamyrmex Vlad)로 불리는 고대 개미가 ‘최후의 만찬’을 즐기기 직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옥 개미’(Hell Ants)로도 불리는 이 개미는 낫 모양의 치명적인 뿔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현존하는 바퀴벌레의 조상 격인 곤충을 잡아먹다 송진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개미의 존재는 2017년 당시 뉴저지공과대학의 필립 바든 교수와 동료들이 처음 발견했으며, 이를 포함해 총 16종의 링구아미르멕스가 존재한다. 무기로 활용되는 이 개미의 머리와 입은 주로 먹이를 잡는데 사용됐으며, 입과 머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연구를 이끈 바든 교수는 “(입과 머리의)통합 능력은 진화 생물학에서 매우 강력한 형태로 판단된다. 해부학적으로 봤을 때 입과 머리 등의 기관이 함께 움직임으로서 두 기능이 함께 진화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진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 호박에서 발견된 ‘링구아미르멕스 블라드’ 종의 머리에 달린 뿔은 먹이를 찌르고 사냥한 먹잇감의 영양분을 빨아먹는 데 사용됐다”면서 “현대 개미 중 머리에 뿔을 가진 것은 단 하나도 없지만, 일부 ‘지옥 개미’에게는 톱니 모양의 이빨로 이뤄진 뿔이 있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이 고대 개미의 뿔 표면은 금속 성분으로 이뤄져 매우 단단했을 것이며, 이는 고대 곤충의 매우 특이한 형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해당 개미는 6500만년 전 멸종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멸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지구가 여섯 번의 대량 멸종을 겪을 때, 개미만큼이나 흔하고 익숙한 생명체조차도 멸종됐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면서 “멸종된 생물의 다양성과 하나의 혈통이 멸종되는 동안 무엇이 다른 혈통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금요칼럼] 역사 갈등의 끝판/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역사 갈등의 끝판/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며칠 전 누군가 내게 물었다. “교수님,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는 언제쯤 해결될까요?” 답답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골똘히 생각하는데 20년 전 대학생들과 함께 만든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아버지, 난 누구예요’(궁리, 2000). 지금은 중년이 된 그 당시 청년들이 두 나라의 역사적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알려 주는 글도 여럿이었다. 책에서 어느 학생은 자기 집안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큰아버지가 일본으로 징용을 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비극이었다. 한 시골 마을에 일제의 파출소(‘지서’)에서 심부름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는 상부의 명령대로 일본어를 아는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었다. 얼마 후 그 명단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모두 일본으로 끌려갔다. 학생의 큰아버지도 그렇게 군수공장으로 잡혀갔단다. 세월이 흘러 해방은 왔으나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하필 그가 탄 귀국선이 침몰했단다. 얼마 전까지도 가슴 저린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책에서 다른 학생도 동의했듯,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일본의 악랄한 침략 행위를 고발하는 슬픈 이야기가 너무 많아 한국 사람이 일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했다. 동시대 일본의 시민들은 강점기에 한국인이 겪은 부당한 고통을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우리 책에는 서울로 유학 온 일본 학생도 등장한다. 그는 그런 역사를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 유학생은 대중매체를 통해 한국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전부였다며 매우 충격적인 한 가지 기억을 상세히 소개했다. 1990년대 초반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이었다. ‘위안부’ 문제로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하던 시민들이 이토 히로부미의 초상화가 그려진 1000엔짜리 일본 화폐를 불태우고, 이토의 얼굴을 짓밟았다. 지폐에 초상화가 등장할 정도면 대단한 위인인데 한국인들이 저렇게 함부로 모욕해도 되는가 싶었단다. 이렇듯 20년 전 한일 양국의 청년들은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그들이 미래에 거는 기대만은 똑같았다. 일본인 유학생은 과거사를 언급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불쾌감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양국이 공동의 역사 인식을 토대로 관계를 개선하기 바란다는 소망이었다. 한국 대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한일 양국 시민이 역사적 진실을 공유하게 되기를 소망했다. 세월은 흘러 우리 책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다. 그사이 양국 관계는 더 나빠졌다. 진실을 왜곡하며 양국의 화해를 가로막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근자에 서울의 교수 한 사람이 일본의 우익 잡지에 글을 실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징용 간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자원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또 위안부도 취업 사기를 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과연 역사의 진실이라는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에도 양심적인 역사연구자가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안부 문제만 해도 일제강점기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고려해야 본질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5년 5월, 16개의 일본 학술단체가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위안부의 강제연행은 이미 실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말 딴 세상의 이야기지만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의 20여년 전 발언이 주목된다(1999년 12월 17일). “독일 국가와 기업은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는 오늘 독일의 지배 당시에 노예노동, 강제노동을 강요당한 모든 사람을 기억하며 독일 민족의 이름으로 용서를 빕니다.” 라우 대통령은 나치 독일이 폴란드에 저지른 죄악을 고백하며 화해를 청했다. 언제쯤이면 일본에도 이처럼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들이 등장할 것인가.
  • 유럽진출 1호·월북… 화가 배운성을 만나다

    유럽진출 1호·월북… 화가 배운성을 만나다

    등록문화재 ‘가족도’ 등 작품 한자리에2001년 48점 첫 공개 이후 19년 만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는 1909년 일본 도쿄미술학교 서양학과에 입학한 고희동(1886~1965)이지만 서양화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유학하고, 현지 화단에서 활동한 1호 화가는 배운성(1901~1978)이다. 1922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40년 귀국 전까지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며 파리 ‘살롱 도톤느’ 등 여러 공모전에 입상했고, 수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귀국 후엔 홍익대 미술대 초대학장, 경주예술학교 명예학장으로 추대되며 한국 미술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6·25전쟁 직후 월북하면서 그에 대한 기록과 연구는 자취를 감췄다. 1988년 월북 예술인들에 대한 해금 조치 이후에도 배운성의 작품이 공개된 건 전무했다. 그러다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배운성이 유럽 체류 시절 완성한 작품 48점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불문학자인 전창곤 대전 프랑스문화원장이 파리에 유학하던 1997~98년 골동품상에게 두 차례에 걸쳐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가 그해 귀국하면서 들여온 것이다. 한옥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는 듯한 대가족의 모습을 그린 ‘가족도’, 이국적인 외모의 여인을 그린 ‘화가의 아내’ 등 인물의 초상과 한국 전통민속을 그린 그림들은 동양적인 선과 서양 기법을 조화시킨 그의 초기 작품세계를 엿보게 했다.19년 만에 그의 작품 48점을 한자리에서 다시 만나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웅갤러리·본갤러리·아트아리가 합심해 ‘배운성 전 1901-1978: 근대를 열다’를 기획했다. 작품 판매가 주업인 상업화랑에서 열리지만 순수하게 관람객 감상을 위한 전시다. “작품을 뿔뿔이 흩어지게 할 순 없다”(전창곤 원장)는 소장자의 신념과 “1년에 한 달 정도는 대중을 위한 전시를 하고 싶다”(최웅철 웅갤러리 대표)는 화랑주의 결단이 맞아떨어졌다. 한국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근대미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당대 주거와 복식 등을 생생하게 묘사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가족도’에는 화가 자신의 모습도 담겨 있다. 맨 왼쪽 수줍은 듯 다소곳하게 서 있는 젊은 남자가 배운성이다. 그림 속 가족은 가난 때문에 그가 열다섯 살에 서생으로 들어간 서울 갑부 백인기의 가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일본을 거쳐 독일로 떠난 것도 백인기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길에 동행한 것이었다. 남의 집 더부살이에서 유럽 진출 1호 화가로 명성을 떨치고, 이어 월북 화가로 금기시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배운성을 돌아보는 기회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입장료 3000원.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수천㎞ 떨어진 중동과 美서 ‘닮은꼴 화살촉’… 텔레파시 통했나

    수천㎞ 떨어진 중동과 美서 ‘닮은꼴 화살촉’… 텔레파시 통했나

    코로나19가 7개월 넘게 전 세계를 휩쓰는 이유는 숙주를 쉽게 옮겨 간다는 바이러스 특성도 있지만, 이전과 달리 사람들이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특성도 한몫하고 있다.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물류와 문화 등도 운송수단과 미디어의 발달 덕분에 지구 반대쪽에 있는 나라까지도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과 달리 운송수단이 발달하지 않고 미디어라는 것도 없을 때는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을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고고학연구센터(Inrap),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고고학과,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예멘과 오만 같은 아랍 지역 국가들에서 ‘플루팅 포인트’가 새겨진 화살촉과 창 같은 석기 유물을 발견하고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8월 6일자에 발표했다.플루팅 포인트는 돌로 화살촉이나 창을 만들 때 날카롭게 만들기 위해 가운데 부분을 불룩하게 만드는 기술로 고고학계에서는 석기 제작의 정교함을 보여 주는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플로팅 포인트 방식은 미국 원주민(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석기에서만 발견됐던 독특한 문양과 제작 방식으로 알려져 있었다.사실 미국 원주민들이 동아시아인의 후예라는 사실은 유전자 분석을 이용한 DNA고고학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2018년 미국 알래스카대 인류학과, 덴마크 코펜하겐대 지리유전학센터 공동연구팀은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1만 1500년 전 어린이 유골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한 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의 현생인류 167명의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미국 원주민의 조상은 3만 6000여년 전 동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이들 동아시아인은 빙하기시대에 걸어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거쳐 북미 지역으로 진출했고 이후 캘리포니아 북쪽 해안을 따라 수천 년 동안 이동해 남미로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팀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의 플루팅 포인트는 7000~8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미국 원주민들의 기술보다는 2000년 정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국 원주민들 고유의 기술이 멀리 떨어져 있는 중동 지역에서 어떻게 발견됐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연구팀은 중동 지역과 북미 지역에서 발견된 플루팅 포인트 유물을 정밀 분석한 결과 북미 지역에서는 화살과 창을 날카롭게 하기 위한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동 지역의 플루팅 포인트 유물은 기능성보다는 화려함 같은 미적인 부분과 기술의 정교함을 보여 주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석기시대 사용됐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도구를 이용해 중동식과 북미식 플루팅 포인트 창과 화살촉 제작을 시도했다. 그 결과 중동식 플루팅 포인트 화살촉과 창을 만드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마이클 페트라글리아 교수는 “중동과 미국이 수천㎞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측면에서나 유물의 세부적인 부분을 볼 때 이번 연구는 비슷한 문화나 기술이 다른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나타난 대표적인 ‘독립적 발명’의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페트라글리아 교수는 “비슷한 형태나 기능의 유물이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곳에서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됐다고 설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성추행 의혹’ 외교관 즉각 귀임 발령…뉴질랜드엔 “언론플레이 마”(종합)

    ‘성추행 의혹’ 외교관 즉각 귀임 발령…뉴질랜드엔 “언론플레이 마”(종합)

    뉴질랜드 항의 절차에 외교부 불쾌감 표출“언론 통한 문제제기 바람직하지 않아” “정상통화서 갑자기 문제 언급도 이례적”외교부가 뉴질랜드 근무 당시 현지 남자 직원에게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는 외교관에게 3일 귀국을 지시했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정부가 요청하는 당사자 조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 정당한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 등 뉴질랜드 요구에 협조할 방침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뉴질랜드가 양국 간 외교가 아닌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이른바 ‘언론플레이’ 부분이나 정상 간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갑자기 문제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사법 절차에 따라 요청하면 협조” 외교부, 주한뉴질랜드 대사에 전달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3일) 날짜로 외교관 A씨에 대해서 오늘 즉각 귀임 발령을 냈다”면서 “여러 물의를 야기한 데 대한 인사 조치”라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뉴질랜드 측이 제기하는 문제의 올바른 해결 방식은 공식적인 사법 절차에 의한 것”이라며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형사 사법 공조와 범죄인 인도 등의 절차에 따라서 우리는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필립 터너 주한뉴질랜드 대사를 불러 이러한 정부 방침을 설명했다. 터너 대사는 이번 사안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 입장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만 말했다. 한국 외교관 A씨는 2017년 말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대사관 현지 남자 직원의 엉덩이를 손으로 만지는 등 3건의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로 뉴질랜드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내용은 지난 25일 뉴질랜드 방송인 뉴스허브에 보도됐다. A씨는 2018년 2월 임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를 떠났으며, 현재 필리핀에서 근무하고 있다.“A씨 떠날 당시 피해자 문제제기 없어”“A씨 신체 접촉 인정, 감봉 1개월 징계” 외교부는 피해자와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난을 의식한 듯 그간 경과를 이날 상세히 설명했다. 피해자는 2017년 12월 주뉴질랜드대사관에 피해 사실을 제보했고, 대사관은 자체 조사 뒤 A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했다. 이후 A씨는 임기 만료로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났고, 당시에는 피해자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2018년 10월 외교부 감사관실이 주뉴질랜드대사관에 대한 현지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피해자와 A씨 모두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했으며, 외교부는 2019년 2월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고위당국자는 “법률 전문가와 외부 민간인을 포함한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것이어서 관련 내용을 충분히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한 것이 감봉 1월이었다”고 말했다.뉴질랜드, CCTV 미제출에 불만 표출외교부 “A씨 특권 면제 주장한 적 없다” 뉴질랜드 사법당국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한국 정부에 주뉴질랜드대사관의 폐쇄회로(CC)TV 영상 제공과 현장 조사 등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며, 정부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그러나 외교부는 주뉴질랜드대사관이나 현재 공관 직원들에 대한 특권 면제를 포기하지 않는 전제 아래 서면 인터뷰나 자료 제출 등에 협조할 의사를 뉴질랜드 정부에 제안했으나 뉴질랜드가 거부했으며, 이 방안을 다시 제안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위당국자는 “A씨 개인에 대한 (면책) 특권 문제와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 대사관 직원의 특권 문제는 분리돼야 한다”며 “외교부가 A씨 개인에 대한 특권 면제를 주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피해자에 인권위·고용부 진정 안내”현지 피해자 지원 노력 미흡 주장에 반박 또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대한 진정 방법을 피해자에 안내한 게 외교부라며 외교부가 피해자 지원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피해자는 2018년 11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에, 2019년에는 뉴질랜드 고용부에도 이 문제를 진정했고 외교부는 관련 절차를 안내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측면 지원했다. 피해자가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한 것은 2019년 10월쯤으로 현지 경찰은 주뉴질랜드대사관 등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청했다. 경찰이 요구한 폐쇄회로(CC)TV 자료는 시간이 많이 흘러 당시 피해 상황을 담은 영상이 없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는 또 피해자가 중재 협의를 요청해와 올해 초부터 약 4개월간 주뉴질랜드대사관이 피해자와 A씨 사이에 중재했으나, 피해자의 위자료 요구 등에 대한 입장차가 커 결렬됐다고 전했다.“피해자 정신적·경제적 피해 보상 요구”“조건 안 맞아 중재 결렬” 이후 언론 제기 피해자는 중재 결렬 이후 언론을 통한 문제 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고위당국자는 “피해자는 정신적, 경제적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며 중재 결렬 이유에 대해서는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이 양국 간 외교로 풀 수 있는 사안을 언론을 통해 공개 제기한 것도 지적하며 항의 절차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고위당국자는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전달할 것”이라면서 “양국 정상 통화에서 갑자기 문제를 제기한 것도 외교 관례상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경화 장관 취임 이후 성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며 “절대로 외교부 직원이라고 해서 감싸거나 내용을 축소하거나 감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뉴질랜드 매체 “아던 총리, 文 통화서 韓 특권면제 포기 안해 실망 표현” 뉴질랜드 온라인 매체 스터프의 지난달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총리의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이뤄진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간 통화 내용에 대해 “총리는 한국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특권 면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점에 실망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 정부가 다음 조치를 결정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도 이달 1일 “뉴질랜드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는 한국 외교관은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압박했다. 피터스 장관은 이날 뉴질랜드 스리텔레비전 뉴스허브 프로그램을 통해 제3국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한국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범죄 혐의를 받는 만큼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변호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피터스 장관은 “우리는 줄곧 양국 외교부 최고위급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면서 “혐의를 받는 범죄는 한국에서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범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피터스 “성추행은 면책특권 해당 안해”“정말 결백하면 와서 사법절차 따라라” 그는 “한국 정부는 그에게 외교관 면책특권을 포기하게 하고 우리나라(뉴질랜드)로 그를 돌려보내야 한다”면서 “그가 생각하는대로 정말 결백하다면 이곳으로 돌아와 이곳의 사법 절차를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교관 면책특권이라는 걸 가지고 있고 그것이 세계 어디에서나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이런 (성추행)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뉴스허브는 최고 징역 7년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 혐의에 대해 뉴질랜드 경찰이 조사하려고 했으나 한국 관리들이 이들 차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뉴스허브는 현재 A씨에 대한 체포 영장도 발부돼 있으나 A씨가 근무하는 나라와 뉴질랜드 간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도 체결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터스 장관은 한국에서도 이 사건이 큰 뉴스로 보도돼 ‘국가적 망신’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A씨가 옳은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이 문제는 이제 최고위급까지 올라가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있는 사안이다. 기다리는 것 외에 더는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미기록 식물’ 보고 제주·서남해 섬, 최근 30년간 새로운 150종 발견

    ‘미기록 식물’ 보고 제주·서남해 섬, 최근 30년간 새로운 150종 발견

    제주와 서남해 섬 등에서 지난 30년간 발견된 미기록 식물이 150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30년간 보고된 신종 및 미기록 식물의 발견 지역을 분석한 결과 제주도와 서남해 섬들에서 미기록 식물이 가장 많이 발견됐다고 2일 밝혔다. 30년간 발견된 미기록 식물은 모두 287종이다. 이 중 절반(52.3%)이 넘는 150종이 제주도와 서남해 섬에서 발견됐고 자연습지(28종), 석회암지대(15종), 동해안(14종)에서도 소수가 확인됐다. 제주와 서남해 섬에서 미기록 식물이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이유는 지리적 요인 때문이다. 6000~1만년 전 기후온난기에 우리나라까지 북상한 난방계 식물들은 약 200~400년 전 온난기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소(小)빙하기 때 대부분 소멸했다. 하지만 비교적 따뜻한 제주도와 서남해 섬 지역에 소수가 남아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AI, 조류학자를 돕다…사진만으로 새 구분하는 딥러닝

    [고든 정의 TECH+] AI, 조류학자를 돕다…사진만으로 새 구분하는 딥러닝

    불과 5년, 10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AI)은 먼 미래의 일이거나 기초과학의 한 분야처럼 생각됐습니다. 하지만 구글을 비롯한 거대 IT기업들이 앞다퉈 이를 서비스에 도입하거나 데이터 분석에 사용하면서 어느덧 시대의 대세가 됐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음성 비서나 검색엔진, 영상, 또는 상품 추천 알고리즘에 대부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됩니다. AI 기술 적용은 IT 서비스는 물론 제조업이나 과학기술 연구 분야까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최근 포르투갈, 독일,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나라의 다국적 조류학자들은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야생 조류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했습니다. 이제까지 새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새의 다리에 인식표를 달아 야생 조류의 이동이나 생태를 연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새나 과학자 모두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습니다. 야생 조류를 잡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새를 포획해서 인식표를 다는 과정에서 새가 다치거나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인식표 때문에 새의 행동 방식이 달라지면 연구 결과를 왜곡할 위험성도 존재합니다.연구팀은 새에 직접 붙이는 인식표 대신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로 각 개체를 판독하는 대안을 테스트했습니다. 카메라에 찍힌 깃털 패턴과 기타 신체 특징을 조합해 딥러닝 알고리즘이 개별 ID를 부여하고 자동으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테스트 대상으로 삼은 새는 반려동물로도 인기 있는 금화조(zebra finch)로 우선 새장에서 키운 후 먹이와 물을 주는 장소를 개방해 주변 환경을 자유롭게 왕래하도록 했습니다. 먹이와 물을 주는 장소에는 여러 개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 AI는 금화조 개체를 87%의 정확도로 분류했습니다. 금화조가 아닌 새와의 분류 정확도는 90% 이상이었습니다. 인식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새를 잡을 필요가 없고 단지 사진만 찍으면 되는 편리함을 생각할 때 앞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깃털 갈이나 계절적 변화, 성장에 따른 변화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후속 연구를 준비 중입니다. 아직 초기 연구 단계지만, 이번 연구는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이 앞으로 야생 동물 연구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과학자들이 야생 동물의 삶을 방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연구할 수 있다면 과학자에게도 좋고 야생동물에도 좋은 일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가져온 것처럼 앞으로 AI 기술의 발전이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금요칼럼] 정선군민이 일깨운 문화재 한 점의 가치/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금요칼럼] 정선군민이 일깨운 문화재 한 점의 가치/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강원도 정선에서 처음으로 하룻밤을 보낸 것은 1992년 늦가을이었다. 음악담당기자로 사북석탄회관과 고한석탄회관에서 잇따라 열린 ‘탄광촌 순회음악회’에 따라 나섰다. 정부의 이른바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 1989년이다. 그러니 탄광촌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글자 그대로 문화가 없다는 탄광촌을 울린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며 소프라노와 바리톤 선율은 취재기자의 객관적 시각에서도 감동적이었다. 그 장소가 아직도 있는지 인터넷을 뒤져 보니 석탄회관은 이제 카지노촌 고깃집 이름으로만 남았다. 이 고장의 정암사를 찾은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다. 흔히 영취산 통도사와 오대산 중대,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를 4대 적멸보궁이라고들 한다. 여기에 설악산 봉정암을 더해 5대 적멸보궁이라 부르기도 한다. 적멸궁은 불상이 없는 절집이다. 정암사 적멸궁의 부처님 자리에도 연꽃을 수놓은 붉은 방석만 놓였다. 적멸궁 뒤로 가파른 돌계단을 100m쯤 오르면 7층 수마노탑이 나타난다.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한다. 그러니 적멸궁은 부처 유골에 예배드리는 공간이다. 적멸궁은 우리나라에서 창안했다고 한다. 정선은 이렇듯 일찍부터 문화가 빛났다. 정선에 최근 경사가 생겼다. 지역의 유일한 보물이었던 수마노탑이 다시 유일한 국보로 승격한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정암사에서 국보 승격 기념식이 열렸다. 정선군수와 군의회의장, 지역 국회의원이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지정서’를 직접 전달받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강원 지역 유지도 여럿 참석했다. 이날 붓그림 퍼포먼스와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 공연, 수마노탑 탑돌이 행사가 있었다. 전날은 주민들이 고한읍내에서 정암사까지 길놀이 퍼레이드를 벌인 데 이어 지역예술단체가 대거 참여한 정암예술제가 열렸다. ‘미스트롯’을 비롯한 초청가수 공연도 있었으니 주민들도 신났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주치는 것이 국보며 보물이다. 하지만 강원도는 18곳의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1곳이 국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3곳은 보물도 없다. 갈수록 관광이 중요한 산업자원으로 떠오르고 있으니 해당 지역 주민은 서운하다. 국가지정문화재보다 가치 있는 문화유산도 얼마든지 있다는 위로도 그리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선 사람들이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을 떠들썩하게 환영하는 배경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기념식 축사처럼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이 앞으로 정선군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한 점의 국보를 갖게 된 것에 주민이 모두 나서 기뻐하는 모습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품인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이 경매에 나왔던 뒤끝이 아닌가. 우학문화재단이 갖고 있는 보물 제1796호 겸재 정선의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도 잇따라 경매에 나왔다. 간송재단은 불교 관련 유물의 매각 방침을 밝혔으니 두 불상이 유찰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국보 제72호 금동계미명 삼존불입상과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도 옥션 진열장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물론 국보나 보물이라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추세다. 그럴수록 정선군민이 한 점의 문화재에 한마음으로 자부심을 갖는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주민들이 바라듯 정암사 적멸궁과 수마노탑에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정선의 대표 관광 상품이 카지노가 아니라 정암사로 우리 뇌리에 각인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 과자에 맛들인 갈매기, 수년째 절도 행각…야생성 상실?

    과자에 맛들인 갈매기, 수년째 절도 행각…야생성 상실?

    과자에 중독된 갈매기의 범죄(?) 현장이 포착됐다. 29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영국 데번주 엑스머스시 신문잡화점에 문이 닳도록 매일같이 드나드는 갈매기 한 마리가 있다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 상점을 운영하는 캐슬린 고다드(19)는 “몇 년째 갈매기 한 마리가 가게를 드나들며 과자를 훔쳐 간다”고 밝혔다. 고다드는 “해마다 여름이면 갈매기가 나타나는데, 꼭 점심시간이나 오후 4시쯤 가게에 들른다. 내쫓아도 뻔뻔하게 과자를 들고 달아난다”고 설명했다.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과자를 입에 물고 뒤뚱거리며 가게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긴 하나 거리낌 없는 행동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보인다. 가게 밖에 자리를 잡은 갈매기는 가뿐히 과자 봉지를 뜯은 뒤 여유롭게 내용물을 쪼아먹었다. 고다드는 “갈매기는 특히 바비큐맛 과자를 좋아한다. 거의 매일 왔기 때문에 그간 쌓인 외상값도 꽤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번은 갈매기를 내쫓다가 바닥에 떨어진 지폐 한 장을 발견했다. 갈매기가 외상값을 갚고 갔나 보다며 아버지와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말했다.손님들도 그런 갈매기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가게를 자주 찾는 손님 한 명은 “갈매기가 매일 가게에 있다. 유유히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과자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너무 황당하다”고 밝혔다. 갈매기를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자 부스러기 등 사람들이 무심코 던져준 먹이에 얼마나 적응이 됐으면, 직접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 과자를 훔쳐 가겠느냐는 것이다. 야생본능 상실이 곧 생존력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갈매기는 잡식성으로 물고기나 해산물은 물론 벌레나 쥐, 작은 새, 식물의 열매, 곡물 등을 먹는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갈매기에게 새우맛 과자를 던져주는 행위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몇몇 전문가는 총 먹이량 중 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이 드라마에 그 꽃이 등장한 이유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이 드라마에 그 꽃이 등장한 이유

    인류는 식물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즐겨 왔다. 이것은 인류보다 오래 살아온 자연물에 대한 숭배와 미지의 대상을 향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우리나라 전설 속에 등장하는 식물 이야기는 식물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은 아닐지언정 우리가 식물을 더 오래도록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식물을 선물할 때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꽃말’을 찾고, 유적지의 오래된 나무에 대한 전설을 경청하듯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드라마와 영화, 웹툰과 같은 현대판 이야기 콘텐츠에 식물을 담아낸다. 특히 드라마는 일상을 가장 밀접하게 재현해 식물 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식물을 통해 식물 문화 흐름을 연구한 논문도 발표된 바 있다. 1990년대 드라마 속 난과 소철, 2020년대 율마와 마리모를 통해 우리 곁 식물종의 변화를 알 수 있다. 1990년대 드라마 재벌 회장의 집무실에 있던 소나무 분재부터 2020년 관엽식물 분화 변화까지 우리가 원예를 즐기는 형태의 흐름도 엿볼 수 있다. 요즘 식물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식물이 있는 식물원, 수목원의 장소 협찬도 잦아졌다. 최근 다녀온 경기도의 한 수목원 정문 앞에는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사립 식물원은 관람객을 유치해야만 운영이 가능하기에 드라마를 통한 홍보를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드라마 때문에 식물원을 찾을지라도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식물 문화를 경험토록 한다는 데에 있다. 드라마에서 식물의 역할은 대개 정해져 있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식물에 내포된 의미를 유추해 결말을 예상토록 하며, 보다 개연성 있고 풍부한 줄거리를 만든다. 식물을 선물한 상대를 떠올리게 하거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가끔 웹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식물 이름이 순위권에 오를 때가 있는데, 이건 어김없이 방송 중인 드라마에 해당 식물이 등장한 거다. 드라마에 나오는 순간 식물은 대중에게 알려지고, 드라마 속 이야기는 그 식물 이야기로 기억된다. 지난해 사랑받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은 동백나무의 속명이자 영명인 ‘까멜리아’라 이름 붙은 가게를 운영했다. 동백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동면에 들어가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띠는 늘푸른나무이며, 미혼모인 동백은 주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동백나무가 추운 겨울 화려한 꽃을 피우듯 동백은 결국 편견을 이겨내고 웃음을 찾는다.‘어쩌다 발견한 하루’에는 여름을 대표하는 꽃, 능소화가 등장한다. 판타지물로서 내내 청량함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지속되는 건 드라마의 계절이 여름인 이유가 큰데, 이 여름 풍경의 중심에는 능소화가 있다. 주인공이 처음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모든 순간 그들 곁에는 붉은 능소화가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능소화는 장면을 화사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계절의 아련한 기억까지로 확장시킨다.‘호텔 델루나’의 주인공 만월은 다른 주인공 찬성에게 매년 달맞이꽃 화분을 보낸다. 달맞이꽃은 다른 식물들과 최대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밤에 꽃을 피워 곤충을 불러들이도록 진화했다. 이 특성은 긴 시간 살아오며 지칠 대로 지친 만월의 표정과 꼭 닮았다. 달맞이꽃은 만월과 정체성을 같이한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만 해도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나무와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능소화, ‘호텔 델루나’의 달맞이꽃과 ‘사랑의 불시착’의 방울토마토 그리고 ‘남자친구’의 율마까지. 이들 드라마에는 모두 식물이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 식물 문화가 확산될수록 식물이 주 소재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자연을 오래도록 탐구해 온 유럽의 소설과 영화 속에서 식물은 자연물로서의 상징에서 더 나아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이끄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로맨스에 장미가 등장한다는 것은, 곧 주인공이 장미 가시에 찔리고 무뚝뚝한 성품의 다른 등장인물이 주인공이 흘리는 손의 피를 거침없이 입으로 빨아 주면서 그런 의외의 모습에 주인공의 사랑이 시작된다는 전형적인 전개를 예상하게 한다. 이는 결국 작가와 시청자 모두가 장미라는 식물의 특성, 줄기에 있는 뾰족한 가시의 존재와 그 위험성을 알고 있기에 펼칠 수 있고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 곁의 생물에 대해 더 친밀하고 깊숙이 탐구할수록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 또한 더욱 심도 있고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작가 혼자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드라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소녀상 앞 무릎 꿇은 남성 조형물…日 “한일 관계 결정적 영향” 반발

    소녀상 앞 무릎 꿇은 남성 조형물…日 “한일 관계 결정적 영향” 반발

    일본 정부가 한국의 한 식물원에 이른바 ‘아베 사죄상’이 설치된 것과 관련해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28일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 25일 한국자생식물원(강원 평창)은 ‘영원한 속죄’라는 이름의 조형물을 만들어 오는 8월 10일 제막식을 한다고 밝혔다. 이 조형물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상징하는 인물이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숙여 사죄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 “한국 측에 대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2015년 일한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계속 강하게 요구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국제사회에 국제 예양이라는 게 있다”며 “어느 나라건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 그런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 예양(international comity)은 국제법은 아니지만, 국가 간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관례로 하는 예의, 호의로 상대국 원수에 대한 경칭 사용과 예우 등을 포함한다. 민간 차원에서 만든 조형물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자 식물원 측은 예정됐던 제막식을 취소했다.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은 교도통신에 “아베 총리를 특정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사죄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남성을 상징한 것”이라며 “소녀의 아버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비를 들여 만든 식물원의 조형물로 정치적 목적은 없다”며 “‘아베 총리도 조형물의 남성처럼 사죄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한 것이 오해를 불러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도 통신은 “일본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조형물을 둘러싸고 “한국인의 격을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주장과 “개인 표현의 자유를 논란으로 만드는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이 맞서는 등 찬반논쟁이 뜨거웠다. 2016년 제작된 ‘영원한 속죄’는 식물원 내 잔디밭에 전시 중이며,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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