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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론 잔혹한 때론 은밀한 물속 하모니

    때론 잔혹한 때론 은밀한 물속 하모니

    지구 3분의2 거대 생태계바닷가재·해달 내밀한 사생활부터인간 주도 ‘골드러시’ 폐해 지적까지바닷속 유영하듯 저자 경험 펼쳐“해양 파괴 땐 산소 고갈” 지적도바닷가재 암컷이 수컷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목적은 하나다. 강한 녀석을 고르는 것. 마음에 드는 수컷이 생기면 암컷 바닷가재는 수컷의 동굴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마에 있는 분비선으로 오줌을 눈다. 짝짓기 신호다. 그렇다고 곧장 잠자리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이들은 먼저 더듬이에 있는 화학수용체를 이용해 서로를 꼼꼼하게 더듬는다. 이 과정이 며칠 동안 이어질 때도 있다. ‘케미’가 맞는다고 판단되면 그제야 함께 동굴로 들어간다. 짝짓기가 시작되면 암컷은 껍데기를 벗는다. 이후는 보통의 생물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껍데기를 벗어 허약해진 암컷은 며칠 더 수컷의 동굴에 머물며 벗었던 갑옷이 다시 단단해지기를 기다린다. 사랑꾼 수컷은 세심하게 암컷을 보살핀다. 물론 여기엔 다른 수컷으로부터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려는 의도도 있을 터다.우리는 바닷가재의 이 같은 삶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아는 거라곤 어쩌면 식탁에 오른 바닷가재의 몸맛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다른 해양 생물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3분의2가 바다이고, 그 속에 가장 거대한 생태계가 있지만, 우리가 아는 건 극히 일부다. ‘바다 생물 콘서트’는 이처럼 우리가 잘 몰랐던 바닷속 놀라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일종의 해양 개론서다. 크고 작은 바다 생물들의 사생활부터 이들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지구의 천적’인 인간의 탐욕스런 바다 자원 개발에 이르기까지, 바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짚어 낸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탁월한 현장감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바다 위 아래에서 체득한 경험들이 잔뜩 담겼다. 이 덕에 내용 하나하나가 바닷속을 유영하듯 생생하다.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역시 동물의 은밀한 사생활이다. 마냥 귀엽기만 한 해달 수컷은 사실 ‘악당’이다. 암컷과 짝짓기를 하며 폭력을 쓰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자신만의 하렘을 구축하지 못한 해달 수컷은 난데없이 바다표범 새끼들에게 성폭행을 일삼고, 새끼 해달을 납치해 어미가 가져온 먹이와 맞바꾸기도 한다. 펭귄도 어두운 비밀을 갖고 있다. 매춘이다. 산란철이면 둥지를 짓는 재료인 자갈이 품귀현상을 빚는데, 암컷은 돌을 얻기 위해 짝 몰래 이웃 동네의 독신 수컷에게 몸을 판다. 아델리 펭귄은 부상당한 암컷을 성폭행하거나, 죽은 펭귄을 능욕하는 변태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울러 몸통 8배 길이의 생식기를 가진 따개비, 고환 하나의 무게가 70㎏에 달하는 ‘생식기의 제왕’ 대왕고래 등 해양 생물들의 내밀한 세계가 섬세하게 펼쳐진다.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남획, 어족자원 고갈, 플라스틱 쓰레기 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게다가 지금 바다 깊은 곳에선 ‘골드 러시’가 한창이라고 한다. 많은 나라들이 망간단괴 등의 자원을 캐내기 위해 혈안이다. 재난영화에서처럼 철없고 무책임한 개발지상주의자들이 금단의 땅을 두드리고 있는 형국이다. 저자는 “우리가 숨을 쉴 때 두 번 중 한 번은 바닷속 미세 조류가 생산한 산소를 들이마신다”며 “해양생태계 멸종이 이어진다면 지구에 인간의 삶을 유지할 만큼의 산소는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윤석년의 소통 가게] 반려동물 프로그램 전성시대/광주대 교수

    [윤석년의 소통 가게] 반려동물 프로그램 전성시대/광주대 교수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것으로, 광고 마케팅에 이른바 3B 법칙이 있다. 광고 모델로 ‘Beauty(미인), Baby(아기), Beast(동물)’를 활용하면 소비자들이 광고에 호감을 느끼게 되고, 마케팅 효과가 나타난다는 법칙이다. 이런 광고 법칙은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인간에게 친숙한 반려동물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에 전이됐다. 본격적으로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은 SBS의 ‘TV 동물농장’이다. ‘TV 동물농장’은 무려 20년 동안 일요일 아침 프로그램으로 동 시간대 10% 내외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의 교감과 여러 야생 동물들의 신기한 장면까지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유기견의 실태를 사회성 있게 다루고, 파양된 유기견의 분양 등 재미는 물론 유익성도 두루 갖춘 장수 프로그램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동물들의 매력에 빠지게 한다. 지난해 12월 1000회를 돌파하는 등 SBS의 레전드급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EBS는 2015년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제작해 반려견의 이상 행동을 교정하는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까지 시즌 3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EBS는 2018년 애묘인들을 위한 ‘고양이를 부탁해’를 새로 제작해 올해 시즌 7까지 방영 중이다. 이것 또한 반려묘의 이상 행동을 전문가가 개선하는 교육 위주로 구성된다.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의 시청자들이 즐겨 시청하는 프로그램들이다. KBS 2TV는 2019년 11월 가정에서 키우는 개의 이상 행동을 견주들이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설정한 프로그램으로 ‘개는 훌륭하다’를 월요일 밤 11시에 편성했다. 매회 고정으로 출연하는 연예인과 전문가가 나오는 이 프로그램은 일부 견주의 무책임한 행동과 전문가의 견해에 대한 시청자들의 댓글 논란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아 일단은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2TV는 올해 5월엔 ‘류수영의 동물티비’를 새로 제작했는데, 반려동물을 포함해 인간과 친숙한 가축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보여 준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성격이지만 아직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다소 덜하다. 지상파 방송의 반려동물 프로그램이 일정한 성공을 거두면서 MBC플러스는 연예인 반려견의 어질리티 훈련을 소재로 ‘달려라 댕댕이’를 제작했다. MBC플러스의 여러 채널을 통해 수차례 방영됐으나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종방됐다. 이미 국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명을 넘어섰고, 이에 편승해 방송국은 다양한 반려동물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고 있다. 더욱이 요즘 유튜브에서 반려동물의 귀여운 일상을 공개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반려동물 동영상은 마냥 긍정적인 시선만을 주로 보여 준다. 하지만 뒤이어 제작 방영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의 입질과 할퀴기, 큰소리로 짖기, 하울링, 하악질 등 이상 행동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이를 개선하는 교육적 내용에 머물러 있다. EBS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견주와 묘주를 위해 소통과 교감 중심의 특화된 포맷으로 운영되고 있어 별 문제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KBS 2TV의 ‘개는 훌륭하다’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특정 시청자들에게는 적합할지 몰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하는 시청자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상대적으로 덜한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개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 줄 가능성도 있다.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환기하는 데는 제작진의 노력과 함께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글로벌 In&Out] 여가부 폐지 논쟁 속 잘못된 논쟁 문화/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여가부 폐지 논쟁 속 잘못된 논쟁 문화/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나는 그동안 한국의 좋은 점들을 칭찬하는 글들을 써 왔는데, 이번 주는 좀 쓴 이야기를 쓸 생각이다. 그동안 예쁘게 봐 준 독자들이 이번 주 양해해 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제일 많이 논의된 이슈는 ‘여성가족부 폐지’이다. 나는 이번 이슈를 보고 엄청 답답해했다. 한국에서 산 지 거의 18년차이고, 한국시민이 된 지도 3년이 넘었는데 한국에서 살면서 제일 답답했던 것들 중 하나는 논의의 방식이다. 문제의 핵심을 가지고 논의하고 장단점을 핵심에서 찾아야 하는데, 여가부 폐지 논쟁에서 그 누구도 폐지의 정당성이나 부당성을 그 핵심에서 찾지 않고 주변적인 소재만을 논의한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토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몇 가지 예시를 해 보겠다. 중요한 것은 논쟁이고, 인물 자체가 아니니까 되도록 인물의 이름은 쓰지 않고, 발언 위주로만 예시를 보여 준다. 여가부 폐지 논쟁에서 제일 많이 언급된 것이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 말이 맞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다만 한국 내각에서 몇몇 장관직을 제외하면 전리품인 행정부처가 여가부뿐인가. 대통령의 임기가 안 끝났는데, 장관들을 이렇게 빈번하게 변경하고 내각이 개편된 나라가 또 있을까. 문제는 여가부를 전리품으로 주는 것 자체가 아니고, 한국 정치권이 장관직을 보는 시선이 문제이다. 또 이러한 말도 있었다. “최근 들어 여성가족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 이 비평은 여가부의 존재가 아니라 여가부의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한때 댓글 사건 때문에 한국 국가정보원도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국정원 폐지”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그 기관을 폐지해야 하나? 사람이 죄를 지으면 모두 죽여야 하나? 여가부 폐지 논쟁은 일단은 세계적인 흐름에서 봐야 한다. 여성부는 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 선진국을 위주로 탄생했다. 다음에 개도국들이 따라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에서 여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일부 나라에서 여성부가 축소되고 부에서 청 혹은 국으로 개편됐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여성부가 담당한 업무인 여성 문제부터 시작해서, 다문화, 아동, 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추가해서 부처 이름을 가정부나 동등기회부 혹은 사회부로 바꾸고 기관의 역할을 확대했다. 현재 뉴질랜드 말고는 여성부란 이름으로 부처가 존재하는 주요국은 없다. 여성부란 이름으로 부처가 존재하는 나라들은 주로 여성 차별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나라들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네팔, 인도 등이 대표적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한국에서 여가부 폐지는 최근 정치권에서 다룬 ‘젠더 갈등 시즌 2’가 아닌가 싶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면 여가부 폐지를 이야기할 때는 사람들이 초점을 젠더 갈등에 두고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논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가부 폐지는 정부부처 개편 문제이지 젠더 갈등 문제와 관련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에서 여성 차별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얼마나 심각한지와 여가부의 폐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논쟁을 다시 정리하자면, 한국의 여성차별 문제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해결된 상황이 아니고, 여전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 속에서 젠더 갈등이 심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여가부의 존재 여부와 다른 문제이고, 여가부의 폐지 문제를 그 기관의 업무 내용 그리고 국가의 행정적 역할 속에서 토의해야 한다. 나에게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다면, 얼마 전 선진국으로 지정된 대한민국이 선진국들의 선례를 검토하고 토론해 건설적으로 정답을 찾았으면 한다.
  • 괴산군, 미선나무로 건강기능식품 개발 추진…결과 주목

    괴산군, 미선나무로 건강기능식품 개발 추진…결과 주목

    충북 괴산군이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미선나무로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추진해 결과가 주목된다. 8일 괴산군에 따르면 군 미선나무사업단 의뢰를 받은 원광대학교 한방병원이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험은 지원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시작됐다. 50명은 알약 형태로 만들어진 미선나무 추출물을 12주간 먹고, 나머지 50명은 먹지 않은 뒤 각자의 몸 변화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원자들은 본인은 물론 누가 미선나무 추출물을 먹었는지 모른다. 동물대상 실험을 통해 체중감소 등의 효과를 얻은 군은 이번 실험에서 체중 8%, 체지방 12%, 허리둘레 6%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군은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면 식약처에 미선나무 잎 추출물의 건강기능성식품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체지방감소 건강기능식품 원료 대부분을 수입해 이번 임상실험의 의미가 크다”며 “미선나무 잎 추출물이 식약처 인증을 받게되면 외국원료 대체는 물론 수출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선나무는 열매 모양이 부채를 닮아 ‘미선(尾扇)’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지구촌에서 한반도에만 자생하는 세계 1종 1속의 희귀식물이다. 현재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괴산지역 미선나무 군락지는 장연면 송덕리와 추점리, 칠성면 율지리 등 3곳이다. 충북 영동, 전북 부안 등에도 군락지가 있다.
  • 與 대선 예비후보 2차 토론회 난타전

    與 대선 예비후보 2차 토론회 난타전

    민주당 대선 후보 1차 토론회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던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지사가 2차 토론에서도 여타 후보들의 집중 공세에 시달렸다. 특히 정세균 전 총리는 배우 김부선씨와 이 지사의 스캔들을 언급하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李지사 질문받던 중 얼굴 굳어지기도 5일 JTBC와 MBN이 공동 주최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2차 토론에서 이 지사가 여타 후보들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았다. 이 지사는 질문을 받던 중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스캔들 해명을 회피하고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가족 간의 다툼이 녹음돼서 물의를 일으킨 상태인데 자주 말씀드린 것처럼 불찰이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전 총리가 “다른 문제, 스캔들을 말한 것”이라고 되묻자 이 지사는 “제가 바지 한 번 더 내리면 되나.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고 되받았다. 이 지사가 거칠게 반응하자 정 전 총리는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페이스북에 “개인 사생활이 아니다”라며 “공인으로서 검증이며 정권 재창출이 걸린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밝혔다. 정세균 캠프 조승래 대변인은 “스캔들과 의혹에 대한 야권과 여론의 검증 폭탄을 이겨 내지 못하면 민주당은 필패한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는 이낙연 전 대표를 추궁하고 나섰다.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향해 “당시에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여긴 것이냐. (반대한 이유를) 뚜렷이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의 그런 결정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그걸 수용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았나”라며 공세를 이어 갔다. 이에 이 전 대표가 “제가 국회에서 여러 번 경고했고 과도한 수사라고 했다”고 답하자 추 전 장관은 “별로 기억이 나는 바가 없다”며 말을 끊었다. 이 지사가 ‘미 점령군’ 발언을 한 것을 두고는 토론회 바깥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은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하는 것이 좋다”면서 “지도자는 자기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 1일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리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발언했다. ●이재명, 강금실 후원회장 위촉해 친노 공략 한편 이 지사는 이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 영입 결정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당내 외연 확장 차원에서 ‘친노(친노무현) 지지층 끌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5월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했다.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전 총리가 이 지사를 측면 지원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 안무가 장현수, 1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서 패강가(浿江歌) 공연

    안무가 장현수, 1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서 패강가(浿江歌) 공연

    들숨 무용단이 장현수 안무가와 함께 당대 연인들의 춘심 (春心)을 아름답게 담아낸 ‘패강가(浿江歌)를 선보인다.패강(浿江)은 대동강의 옛 이름으로, 패강가(浿江歌)는 대동강 강가에서 부르는 노래를 의미하고 있다. 16세기 중반 조선시대 문인이었던 임제(林悌)의 시조에 한국 춤과 한국음악이 만나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는 여인의 애틋한 정(情)과 한(恨)이 서린 이별의 마음을 ‘패강가’에 담았다. ‘패강가’는 자연과 하나 되어 사랑의 이치를 달관한 듯한 임제 선생의 낭만적 인생관도 담겨있다. 임제의 시조를 원작으로 한국 춤을 정가(正歌)와 결합시켜 임을 떠나보낸 여인의 정과 한이 서린 슬프고 아름다운 이별가라는 평가받는 ‘패강가’는 상처 입은 모든 이들의 이별을 슬픔을 위로해주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들숨 무용단은 ‘청안’, ‘여행’, ‘둥글게둥글게’, ‘상상력’, ‘생수’, ‘목멱산59’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소재로 관객과 소통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장현수 안무가는 한국 음악과 한국 무용, 클래식 음악과 한국 무용, 한국적 이야기의 현대적 표현 그리고 파격적이며 몽환적인 무대와 조명으로 이목을 끄는 한국 무용계의 대표 안무가로 높은 인지도를 축적하고 있다. 5세 때부터 한국무용을 하며 국립무용단에서 주역, 수석무용수, 훈련장까지 여전히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는 장현수 안무가는 2018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대상, 국회문화체육관광 위원장상, 2017 국립무용단 표창장-문화체육부장관 표창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목멱산59’, ‘둥글게둥글게’, ‘상상력’, ‘만남’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무용을 어려워하는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등 다양한 시도로 한국 무용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그녀가 이번에는 ‘패강가’를 통해 대동강을 소재로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는 여인의 애틋한 정(情)과 한(恨)을 표현할 예정이다. 패강가 1막은 층층이 쌓인 성곽 위로 푸른 나무들이 무성하고, 자연을 벗 삼아 즐기는 풍류 소리는 강 언덕을 넘어 멀리 퍼져 간다. 일체의 구속과 고뇌 등을 초월하고 영원함과 무한을 향해 절대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백호를 엿보며 평안하면서 온화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2막에서는 꿈결 같은 상상 속에서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조용히 펼쳐가는 설화적 감동을 주며 아기자기한 동선을 갖고 물의 무게를 다리 위에서 흩뿌리며 기쁨과 무거움을 전달한다. 3막에서는 생활과 생계의 전부인 농업을 통해 백성들의 배고픈 현실을 걱정하며, 한편으론 힘과 열정을 표현하는 자연적 숨결로 노동의 힘으로 태평성대를 이뤄낸 그 시절을 그려본다. 4막에서는 백성들의 권리가 침해하는 외국세력의 무모함, 나라걱정이 앞서는 아픔을 그려낸다. 5막에서는 헤어져야 하는 님과 여인의 애타는 심정을 그려낸다. 6막에서는 대동강에 놀러나간 아가씨가 버들을 보며 임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애틋함에 젖었던 시간을 그리며 애끊는 슬픔에 빠져든다. 패강가 전반에 등장하는 버들은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을 상징한다. 7막에서는 이별의 장소 대동강 나루터에서 떠나는 임에게 가는 길 평안하고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버들가지를 꺾어주던 일을 회상한다. 8막에서는 헤어질 때가 되어도 차마 헤어지지 못하고 다시 만날 다짐하며 나누던 버들가지를 보며 그녀들은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녀들이 흘리는 눈물과 한숨은 안개가 되어 대동강을 자욱하게 만든다. 9막에서는 이별을 전제로 한 사랑에서 남자는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여인은 비련을 품고 남게 된다. 애틋한 사랑과 이별의 사연을 낳은 대동강은 이별의 노래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10막에서는 대동강, 미련 없이 떠나는 님을 그리며 사랑의 무게를 0으로 맞춘다. 장현수 안무가는 “패강가는 나에게 상징적 춤이 아닌 예술의 춤을 출 수 없을까는 의문에 대답을 주는 작품이자, 많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강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영역을 확장시킨 공연이다”라며 “한이 서린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가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패강가(浿江歌)는 오는 1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전 수(10수) 공연을 진행한다.
  •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플라스틱 쓰레기 ‘불가역적’ 상황에 이르렀다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플라스틱 쓰레기 ‘불가역적’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상황이 1년 반이 넘도록 계속되면서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과 같이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폐기물 처리나 재활용 프로세스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 스톡홀름대, 노르웨이 국립지구기술연구소,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 독일 헬름홀츠 극지해양연구센터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 라인 베스트팔렌 아헨대 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전 세계가 플라스틱을 배출할 경우 2~3년 뒤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생태 환경을 파괴해 더이상 원상복구가 어려운 ‘불가역적’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는 분석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7월 2일자에 발표했다.각종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은 사하라 사막, 에베레스트산은 물론 북극까지 지구상 모든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배출량은 분해 및 재활용 시스템의 처리 한계에 턱밑까지 올라온 상태이다.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플라스틱 폐기물들은 자연에 버려지고 풍화현상으로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되기 쉽다. 이런 미세·나노플라스틱은 지속적으로 자연에 축적되고 결국은 생태 환경을 회복 불가능한 불가역적 상태로 만든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에 축적되기 쉽다. 동물들이 자신도 모르게 섭취·흡입해 체내 독성을 일으킬 우려도 크다. 이 모든 과정이 인류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의 플라스틱 배출 속도가 유지될 경우 2025년경이 되면 전 지구 배출량은 연간 1800만~4600만t에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이 같은 배출량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돼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한 2020년 이후는 계산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연구를 이끈 스웨덴 스톡홀름대 매튜 맥리드 교수(환경오염 동역학)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 프로세스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조차 재활용이나 분해가 불가능한 불가역성 플라스틱 쓰레기 증가율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리드 교수는 “획기적인 처리 방법 개발과 함께 사용을 줄이지 않을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인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메탄을 내뿜는 소들이 플라스틱 제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오스트리아 자연환경·생명과학대 환경생물공학연구소, 국립 공업생물공학연구센터, 국립 물리·재료과학연구소, 인스브루크대 공동연구팀은 소의 장에 있는 박테리아 중 하나가 플라스틱을 쉽게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생물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생명공학기술’ 7월 2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소, 양 같은 반추동물의 위와 장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들은 식물의 섬유소들을 분해해 소화를 돕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소의 네 개 위 중에서 두 번째 위 ‘벌집위’ 속 장내 미생물을 추출해 페트(PET)로 알려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생분해성 플라스틱 PBAT, 식물성 물질로 만든 재생 가능한 PEF 세 종류의 플라스틱과 섞은 뒤 관찰했다. 연구 결과, 장내 미생물과 섞인 플라스틱 조각들은 분해 속도가 훨씬 빠르고 완벽하게 분해됐다. 특히 PET도 쉽게 분해시키는 것이 관찰됐고,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일 미생물에 섞은 것보다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에 노출시키는 것이 플라스틱 분해력을 높인다는 점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이를 통해 소의 장에서 추출한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빠르고 확실히 분해시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예측했다.
  • ‘퍼스트독’ 곰이 7마리 출산…찡찡이·토리 근황은 [김유민의 노견일기]

    ‘퍼스트독’ 곰이 7마리 출산…찡찡이·토리 근황은 [김유민의 노견일기]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의 새끼 7마리를 공개했다. 곰이는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한 쌍(곰이·송강) 중 암컷이다. 문 대통령은 3일 SNS를 통해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와 사이에 새끼 7마리를 낳았다”며 “새끼가 태어난 지는 4주 정도 됐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모두 건강하게 자라 벌써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난산으로 태어난 한 마리가 아직 잘 먹지 않아 따로 우유를 조금씩 먹이고 있다”라며 “7마리나 되니 이름 짓기가 쉽지 않다”라며 꼬물거리는 강아지들과 약하게 태어난 새끼에게 직접 우유를 먹이는 모습을 공개했다. 아프고, 나이 들어도 끝까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생활 5년차에 접어든 ‘퍼스트독(First Dog)’ ‘퍼스트캣(First Cat)’들은 최근 노화로 인해 활동력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문 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면서 경남 양산 사저에서 키우던 풍산개 ‘마루’와 유기묘 출신 ‘찡찡이’를 함께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갔다. 마루는 올해로 15살, 찡찡이는 17살이 됐다. 사람 나이로 치면 90대가 되는 노령견, 노령묘다.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는 의미에서 입양한 유기견 ‘토리’도 어느새 8살이 됐다.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는 ‘마루’와 사이에서 새끼를 낳았다.문 대통령은 ““다들 나이들이 많다. 점점 활동이 줄어들고 있어서 안쓰럽다. 시간이 나는대로 산행도 시켜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토리와 찡찡이는 주로 실내에서 생활한다. 김정숙 여사는 “토리가 처음 왔을 때 관절이 안좋았는데, 산책을 많이 시켜줬더니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찡찡이가 예전에는 창틀까지 단숨에 뛰어 올랐는데, 나이가 들어서 지금은 안 된다”며 “의자를 딛고 올라서야 하기에 아예 의자를 놓아 주었다”고 말했다. 찡찡이가 나이가 들수록 더 문 대통령에게 기대는 바람에 관저에서 뉴스를 함께 본다는 일화도 소개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관저 내 책상에서 일을 할 때는 책상 위에 올라와서 방해도 한다. 찡찡이가 나이가 들다보니 책이나 서류가 책상 바깥으로 삐져나간 게 있을 때 그걸 딛었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을 뜨면 찡찡이 밥을 챙겨주고,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라고도 덧붙였다.한국에서는 해마다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동물의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 [여기는 남미] 11세 친딸에 성매매 강요한 母, 징역 45년 선고

    [여기는 남미] 11세 친딸에 성매매 강요한 母, 징역 45년 선고

    어린 친딸을 매춘부로 만든 비정한 엄마가 징역 45년 형을 선고받았다. 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사법부는 미성년 딸에 대한 성적 착취 혐의로 기소된 엘리사벳 로페스에게 징역 45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볼 때 제기된 혐의가 모두 사실로 인정된다"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징역과 함께 재판부는 벌금 459만4201페소, 피해자인 딸에 대한 피해배상금 9만3150페소를 피고에 부과했다. 형이 집행되는 기간 중 여자에겐 친권 등 각종 민법상의 권리 행사도 금지된다. 주민으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엄중한 법의 심판으로 마무리된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멕시코주(州) 에카테페크에서 11살 딸, 동거남과 함께 살던 여자는 2017년 3월 비밀 성매매업소를 열었다. 여자는 여기에서 11살 딸에게 남자들을 상대하게 했다. 친딸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포주가 된 셈이다.  여자의 인면수심 행각은 해를 넘겨 2018년 5월까지 지속됐다. 에카테페크 가정보호센터는 친딸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여자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영장을 발부받아 여자를 체포, 구속하는 한편 지옥 같은 매춘부 생활에 시달리던 11살 딸을 구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여자는 딸에게 성매매를 시켜 번 돈을 마약 구입 등에 탕진했다.  멕시코 사법부가 여자에게 중형을 내린 건 아동 성매매의 심각성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멕시코는 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아동 성매매 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멕시코의 상원의원 호세피나 바스케스 모타는 지난 1월 발간한 책 '부러진 날개'에서 이런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모타 의원은 당시 책에서 성폭력이나 성적 착취에 시달리는 멕시코의 미성년자를 500만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하기 위한 관광까지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의 아동 포르노도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에서 유통되는 아동 포르노물의 70%가 멕시코에서 생산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사진=멕시코 검찰
  • [씨줄날줄] 열돔 현상과 늦은 장마/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열돔 현상과 늦은 장마/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요즘 ‘열돔(Heat Dome) 현상’이라는 기상 용어가 회자된다.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아주 서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이다. 뜨거운 공기가 마치 돔(반구형 지붕)에 갇힌 듯 지면을 둘러싸기 때문에 열돔이라고 부른다. 열돔 현상은 미국과 아시아 등 중위도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 현상이 생기면 예년보다 5∼10도 이상 고온이 계속되면서 ‘폭염’을 불러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압력솥 같은 효과를 내는 기후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여름철마다 접하는 가마솥더위의 가마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캐나다와 미국 서부에는 열돔 현상으로 최고기온이 42~50도에 이르는 날이 이어진다. 병원 응급실을 찾는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망자도 하루 수십 명씩 발생하고 있다. AP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이후 닷새 동안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486명의 사망자 가운데 300여명은 폭염 탓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더구나 캐나다 서부 밴쿠버와 미국 오리건, 워싱턴주 일대는 평소 폭염이 흔치 않은 곳이라 미처 대비하지 못한 주민들의 희생이 컸다고 분석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지구적인 폭염으로 대규모 참사가 초래될 수 있다는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최근 알려지기도 해 두려움마저 자아낸다. 내일이나 모레쯤 제주도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전역이 장마권에 접어든다는 게 기상청의 예보다. 평년보다 열흘에서 2주가량 늦었다. 7월에 시작된 장마는 1982년 이후 39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주말 동안 중부지방에는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다고 예상되는 데다 최근 산발적인 요란한 소나기로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장마의 강도나 전체 강수량은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열돔 현상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캐나다, 미국의 서부 지역과 우리나라가 위도 또한 비슷해 폭염까지 동반되는 게 아닌지 괜스레 걱정이다. 지난해 장마와 태풍이 겹치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46명 사망, 1조 3000억원 피해 추정)가 발생했다. 당시 유실된 산림 등 시설물의 상당수는 아직 복구를 끝내지 못했다. 태양광 시설물로 인해 발생한 산사태 지역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어쩌면 늦게 온 장마가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열돔 현상으로 인한 폭염이든, 장마 때 내리는 폭우이든 모두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우리의 대비책을 요구하고 있다.
  • 진심 어린 사과 없이… 해외 진출 괜찮나

    진심 어린 사과 없이… 해외 진출 괜찮나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학폭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재영(왼쪽)·다영(오른쪽)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 흥국생명이 이들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면서 이들은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 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구단과 계약이 어려워 해외진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흥국생명은 2021~22시즌 정규리그 선수등록 마감일인 30일 박춘원 구단주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이재영·다영의 선수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구단주는 입장문에서 “두 선수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와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했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두 선수가 현재 선수로서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선수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직전 흥국생명과 각각 총액 6억원과 4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이재영과 이다영은 1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벗게 됐다. 흥국생명이 권리를 포기하면서 쌍둥이 자매는 한국배구연맹(KOVO) 규약에 따라 자유신분선수가 돼 올 시즌 3라운드까지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있지만 쉽게 새 둥지를 찾는 건 어려워 보인다. 흥국생명이 이들을 포기한 것은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을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벌어졌을 정도로 여론이 나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초 흥국생명은 팀의 주축 선수인 이재영은 팀 복귀, 다영은 그리스 리그 진출로 가닥을 잡고 물밑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비난여론이 거세진데다 피해자와 법적 다툼을 벌인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급격히 여론이 악화됐다. 결국 구단주가 직접 나서 ‘백기 투항’을 하면서 비난여론을 잠재우는 선택을 했다. 이들의 국내 활동이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해외 이적은 가능성이 있다. 해외 이적을 위해서는 두 나라 배구협회, 국제배구연맹(FIVB)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소속팀이 없는 만큼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하면 이들의 해외진출은 가능하다. 다만 배구협회 관계자는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게 ITC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배구협회가 ITC를 발급하지 않더라도 선수가 FIVB에 직접 이적요청을 하고 FIVB가 이를 받아들이면 이적이 가능하다. 또 다른 배구관계자는 “둘은 자유신분선수가 된 만큼 이적동의서는 필요없게 됐다”면서 “사실상 모든 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리그 상하이 유베스트와 계약한 김연경(33)은 선수 등록을 하고 임의해지 신분이 된다.
  • 거리 이름 보면 그 나라 문화가 보인다

    거리 이름 보면 그 나라 문화가 보인다

    거리에 여성 이름 가장 많이 붙은 곳은 빈… 파리엔 4%뿐뉴욕은 9·11테러 이후 소방관·피해자들 이름 주로 쓰여많은 나라가 신성장동력 발굴과 지역 활력 회복, 노후 주거지 개선, 구도심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도시재생에 나서고 있다. 오래된 도시들이 많을수록 이런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 도시공학자, 도시사회학자들은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만의 소프트웨어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거리에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거리 이름이 도시의 스토리텔링을 돕거나 도시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분석된 연구가 없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영국 노키아 벨 연구소, 킹스 칼리지 런던대 도시과학·발전연구센터(CUSP), 독일 뮌헨기술대, 덴마크 코펜하겐 IT대 공동연구팀은 거리경제학 방식으로 거리 이름을 다각도 분석하면 도시의 문화적 가치와 각종 지표를 수량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7월 1일자에 실렸다. ‘거리경제학’(streetonomics)은 컴퓨터과학과 빅데이터 기법으로 거리 이름을 정량 분석해 인간의 행동과 문화적 트렌드를 파악하려는 계량사회과학의 새로운 분야이다. 연구팀은 정성적 요소인 문화를 계량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영국 런던, 미국 뉴욕 4개 도시의 거리, 특히 사람 이름을 딴 4932개 거리를 ‘텍스트 마이닝’했다. 텍스트 마이닝은 세상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형 데이터, 그중에서도 기본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요소인 텍스트를 언어학, 수학, 통계학, 컴퓨터과학 등으로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찾는 것이다. 연구팀은 거리에 헌정된 이름의 성별(性), 국적, 해당 인물의 직업과 생존 시기 등에 주목했다.분석 결과, 거리에 여성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붙인 도시는 빈으로 확인됐다. 전체 거리의 54%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은 40%, 뉴욕은 26%의 거리에 여성 이름이 붙여졌으며 문화의 도시로 알려진 파리는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리의 대부분 거리는 19세기 파리를 유럽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세운 나폴레옹 3세의 지시를 받았던 도시계획가 조르주 유진 오스망 남작과 친분이 있는 1860년대 인물들의 이름이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빈에는 1900년대까지 살았던 사람들의 이름이 붙여졌고, 런던은 런던 대화재로 런던 재건 계획이 시행된 이후인 1700~1800년대 인물의 이름이 주로 붙여졌다. 뉴욕은 거리 대부분이 1950~2000년대 살았던 사람들의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나타났다.직업적 측면에서 파리는 예술가, 작가, 과학자, 군인, 빈은 예술가, 법률가, 사회적 명망가의 이름이 붙여졌다. 런던은 왕족과 정치인, 군사전문가, 뉴욕은 예술가는 물론 9·11테러 이후 소방관, 경찰관, 구조대원과 테러 피해자들의 이름이 주로 붙여졌다. 또 외국인의 이름이 거리에 가장 많이 사용된 도시는 빈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영국 노키아 벨 연구소 사회역학연구실 마리오 콘스탄트니데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거리 이름이 한 도시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종교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토리텔링이란 차원에서 거리 이름은 생각 외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도시개발이나 재생에 관심이 있다면 이 부분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토 최북단 철원군, 최남단 신안군 상생의 손 잡았다

    비무장지대(DMZ)를 끼고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 강원 철원군과 1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최남단 전남 신안군이 상생과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철원군은 30일 철원군청에서 상생·번영·미래를 향한 상호협력 자매결연 체결식을 가졌다. 자매결연식은 박우량 신안군수가 직접 철원군을 방문해 채결됐다. 이번 자매결연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최북·최남단의 양 지자체간 상생과 협력을 통해 극복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원과 자매결연을 맺은 신안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곳으로 인구 3만 8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천일염과 김, 홍어 등 수산물이 특산품이다. 또 신안군은 섬 없는 지자체에 명예 행정구역을 부여하는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자매결연으로 철원군도 ‘명예의 섬’ 행정구역으로 부여돼 앞으로 철원군 홍보 상징물의 제막은 신안군 명예행정구역 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자매결연으로 두 지자체는 지역문화·관광·농특산물 홍보·행정시책 및 우수정책 공유 등의 분야에서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환경이 다른 두 지자체와의 만남이 시너지 효과를 내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국내외 자매결연 도시와 우호 협력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면서 더 넓은 분야의 새로운 교류 영역을 확대해 상생발전의 토대를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철원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SBS드라마 ‘라켓소년단’ ‘펜트하우스’가 해외 팬에게 사과한 이유

    SBS드라마 ‘라켓소년단’ ‘펜트하우스’가 해외 팬에게 사과한 이유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현상이 되면서 한국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해외 팬들에게 사과를 하는 일도 늘고 있다. 특히 전세계에 걸쳐 방송되는 인터넷 텔레비젼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민감한 사안에 대한 편견섞인 방송 내용이 물의를 빚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에서는 배드민턴 경기를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간 팽 감독(안내상 연기)의 대사가 물의를 일으켰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팽 감독은 “숙소도 엉망이고 자기들은 돔 경기장에서 연습하고 우리는 에어컨도 안 나오는 다 낡아빠진 경기장에서 연습하라 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팽 감독은 또 선수들이 묵는 숙소 시설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자 보조 코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맞장구친다.또 다른 장면에서 보조 코치는 인도네시아 배드민턴 팬들이 자국 선수들만 응원한다며 무례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팽 감독은 인도네시아 팬들이 매너없이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배드민턴은 국가의 자존심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드라마 속 장면은 트위터 등을 통해 큰 반발을 샀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SBS 방송의 인스타그램에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인도네시아 팬들은 다를 나라를 비하하지 않는데 팽 감독이 한 대사에 대해 해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세계 최대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에서 ‘라켓소년단’에 10점 만점에 평점 1점을 몰아주었다. 한때 드라마 제목을 ‘라켓소년단’에서 ‘라켓인종차별주의자’로 바꿔놓기도 했다.인도네시아 팬들은 “배드민턴 관객들이 시끄럽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선수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인종차별주의자에 다른 사람을 깎아내기기 좋아한다고 치면, 그걸 꼭 많은 시청자들에게 과시해야 하나?”라고 항의했다. SBS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떤 국가가 관객도 모독할 이유가 없었다고 사과했다. 앞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박은석도 미국 흑인에 대한 묘사로 사과를 해야만 했다. 박은석은 드라마에서 사망한 로건리의 친형 알렉스로 등장하면서 굵은 흑인 레게머리와 문신을 하고 나왔다. 폭력적인 행동 묘사와 과장된 분장에 ‘인종차별’이란 비난이 불거지자 박은석은 자신의 틱톡 계정을 통해 사과했다. 박은석은 “‘펜트하우스3’ 속 알렉스 캐릭터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 해를 끼치거나 조롱, 모욕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걸 알리고 싶다”며 “조롱이라기 보다는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접근한 것이었으나 잘못된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 아귀찜·복국 잡솨봐… 갯장어샤부 빼면 섭합니데이

    아귀찜·복국 잡솨봐… 갯장어샤부 빼면 섭합니데이

    [이우석의 미시 여행] <3>‘경남의 명동’서 먹거리 타운으로… 옛 마산의 기개 오롯한 창원 창동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일대, 오늘은 창원이 아니고 ‘마산’이다. 2010년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 전, 구 마산시의 원도심 지역이다. 마산에서 창동은 서울 명동보다 컸다. 명동과 종로, 무교동, 남대문시장 등을 모두 합친 개념이 창동이었다. 실제 면적이 큰 것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도심이라 그렇다. 1990년대 초반까지 마산에서 “시내 나가자”고 하면 창동으로 갔다. 대표적 문화시설인 극장이나 나이트클럽에 가려면 마산밖에 없었다. 창동 길을 걷다 보면 그날 외출한 사람들을 죄다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마산어시장, 부림시장, 유흥가인 오동동과 이어져 밤낮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특구를 이뤘다.창동(倉洞)은 조선시대 대동법 시행 이후(1760년) 조창이 생겨났대서 붙은 지명이다. 인근 농산물과 건어물 등 세곡이 여기에 모였다가 한양으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이미 돈이 돌던 지역이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시기에도 수출자유지역으로 번성했다. 경남 최대 어시장인 마산어시장에 물건을 떼러 온 상인들과 제수용 생선을 사러 멀리 산청, 함양, 진주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 한일합섬 등 섬유산업에 종사하던 여성 직장인들도 주말이면 창동에 나와 도심 나들이를 즐겼다. 당연히 술집, 식당, 찻집 등 외식산업이 발달하고 세련된 옷가게와 서점, 금은방 등이 창동 거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곳간이 차면 예술혼이 무르익는 법. 조각가 문신, 시인 김춘수, 이은상, 천상병, 정진업 등이 마산에서 자라며 감성을 키웠다. ‘경남의 시내’였던 창동은 주거지역의 이동과 대체상권 형성 등으로 인해 한때 상권을 잃어버리며 빛이 바랬다. 하지만 창원시가 십여 년 전부터 진행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덕에 과거의 영화를 되찾아가고 있다. 창동은 단지 법정동 ‘창동’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마산어시장 일대부터 복집골목, 오동동 아귀찜골목, 창동 예술촌, 부림시장을 잇는 원도심 벨트를 의미한다. 마산어시장부터 들른다. 엄청나게 크다. 아쿠아리움이 따로 없다. 요즘은 제철인 갯장어가 나온다. 갯장어는 개(犬)장어란 뜻이다. 이빨이 날카롭고 하도 잘 물어댄대서 개장어다. 갯장어는 육수를 팔팔 끓여 샤부샤부로 찰방찰방 슬쩍 익혀 먹으면 된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어시장 바닷가 쪽에 장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몰려 있다. 붕장어도 판다. 고추장 양념이나 소금구이로 구워 파는데 싱싱한 놈은 ‘부산식’(마산 사람들이 화를 낼 테지만)으로 다짐 회를 썰어 달래도 된다. 출입구가 여러 곳인데 입구 쪽엔 반드시 식당가가 있다. 들어오거나 나갈 때 뭔가를 꼭 먹게 되는 이유다. 젓갈이나 건어물 코너에는 이것저것 살 것도 많다. 딱 어시장만 이리저리 둘러봐도 반나절은 족히 지나간다.길을 건너 오동동 쪽으로 오르면 복국 골목이 있다. 곳곳에 ‘복’이라 쓰인 간판 일색이다. 왠지 복 받는 느낌이다. 복매운탕이나 복맑은탕이 아니라 복국이다. 시원하게 끓여 한 뚝배기씩 내 준다. 집집마다 조금씩 메뉴가 달라 전골을 파는 집도 있다. 마산만에서는 복어가 많이 잡힌다. 일찌감치 복국이 발달한 이유다. 가장 오래된 ‘남성복집’은 양복을 파는 집이 아니다. 일제가 패망하던 1945년 개업한 유서 깊은 복국집이다. 3대째 운영하고 있다. 미나리를 넣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라 아침이나 늦은 밤 해장거리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창동 어귀에 접어들면 장을 보러 온 행인이 많이 지난다. 부림시장에서 푸성귀를 사고 어시장에서 생선을 사 저녁상을 차리려는 마산 시민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과거 경남의 대표적인 전통 재래시장답게 주전부리도 푸짐하다. 이미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날 대로 난 6·25떡볶이는 물론 명태 한 마리를 통째로 지져 주는 명태전, 참기름 냄새 고소한 꼬마김밥집 등 시장 안에는 ‘뭔가 살 일 없는’ 내가 가도 한참을 머물 수 있다. 6·25떡볶이는 시장 좌판 노점으로 시작해 어엿한 점포를 이루며 ‘전국구’ 떡볶이 맛집으로 소문났다. 1970년대까지도 좌판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모여 쭈그리고 앉아 떡볶이를 먹었다. 그 모습이 한국전쟁 당시 배급장 풍경 같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떡볶이 그릇을 받치는 화분받침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쫀득한 떡에 진한 어묵의 풍미가 배어난다. 후루룩 허기 때우기 좋은 맹숭한 잡채도 판다.부림시장 입구 쪽에서 나오면 창동에서도 가장 중심가가 펼쳐진다. 분식점이 많다. 성지여고 학생도, 한일합섬 여공도 주말이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호호 웃음보를 터뜨리며 먹던 분식들이다. 우동과 메밀국수를 잘하는 만미정, 떡볶이와 팥빙수 명가 복희집, 새로 생긴 짬뽕맛집 울트라반점 등에서부터 전통의 고려당 제과 등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1970년대 초반 문을 연 창동복희집 팥빙수는 정말 예스럽다. 들들 갈아 낸 통얼음에서 쏟아진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장비의 장팔사모처럼 순식간에 혀를 베며 냉기를 집어넣는다. 직접 쑨 고소하고 달달한 통팥이 “내가 진정한 팥빙수요”라고 외치는 듯하다. 떡볶이와의 궁합도 ‘최수종·하희라 커플’처럼 딱 맞아떨어진다.1959년 개업한 마산 고려당은 오랜 세월 마산시민의 입맛을 지켜 온 노포 베이커리다. 걸핏하면 싹 갈아엎는 서울과 달리 마산은 그리 바뀌지 않았다. 맛 좋은 ‘빠다빵’으로 소문난 고려당 빵집도 그대로 남았다.초밥 노포도 당당히 세월을 거스른 채 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창동 신라초밥은 신라시대보다는 ‘좀 많이 늦은’ 1977년 개업한 집이다. 서울 강남처럼 세련된 ‘오마카세’(주방장에게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 일식집은 아니다. 호주머니 사정 가볍던(지금도 뭐 별반 나아지진 않았다) 필자의 어린 시절, 창문으로 흘끔흘끔 엿보던 그 옛날식 초밥집 분위기 그대로다. 주방장이 정성껏 깔끔하게 빚어내는 초밥은 이미 일본의 ‘스시’가 아니다. 우리 입맛이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김치를 얹은 김치초밥이 이 집의 간판 메뉴다.창동에는 예술촌이 있다. 화가, 디자이너, 공예 등 예술인이 상주하며 작업을 하고 작품을 판매한다. 관광객들은 50여개 입주시설과 12개 체험공방에서 마산의 우수한 ‘예술 유전자’를 일부 수혈받고 갈 수 있다. 예술에 관심이 있든 없든 골목을 거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리의 뒷골목에 온 듯하다. 곳곳이 포토존이라 인증샷 투어의 재미도 쏠쏠하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마산시민의 오랜 약속 장소인 ‘학문당 서점’과 시민극장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문당 서점은 여전히 영업 중이나 시민극장은 영화관 대신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했다. 개관 100년, 문 닫은 지 20여년 만에 시민극장이란 이름으로 지난 4월 다시 문을 열었다. 물리적 공간은 좁지만 넓고 깊은 예술 세계가 담긴 창동 예술촌을 차근차근 둘러보고 문신미술관이 있는 ‘가고파 꼬부랑길’을 걸어 보면 마산의 야경과 그 안에 숨은 멋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다.창동과 오동동 사잇길에는 ‘상상길’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에게 응모를 받아 그들의 이름을 타일로 새겨 조성했다. 국내 딱 한 곳 창원 창동밖에 없다. 멀리 외국에 자신의 이름이 박힌 길이 있다면, 게다가 주변에 아름다운 예술촌까지 있다면, 어찌 가 보고 싶지 않을까. 색색 타일로 수놓은 길은 창동 예술촌의 중앙을 지나 여러 테마의 골목을 연결한다. 조만간 역병이 물러가고 나면 이곳에서 ‘창원’과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먼 길을 떠나온 각국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창동에서 좁은 찻길을 건너면 바로 오동동이다. 오동동 타령의 가사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에 나오는 바로 그 유명한 동네다. 오동추야(梧桐秋夜)는 오동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 밤을 뜻한다. 가을 밤 운치나 동동주 한 사발의 흥겨움, 기생의 장구 치는 소리, 한량들의 술놀음 등 이 모두가 오동동으로 귀결된다. 오동동은 그런 곳이다. 전국을 통틀어 이토록 술집 골목을 흥겨이 노래한 적이 있었나. 아마도 오동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 유흥가일 것이다. 지금 기생집의 흔적은 아예 사라지고 없다. 다만 달빛 아래 좁은 골목에서 비틀거리며 튀어나오는 나카오리(중절모) 차림 시인의 환영이 보일 듯하다. 오동동 골목 어디선가 상을 때리는 젓가락 장단이 들려올 듯도 하다.지금의 오동동은 아귀찜과 통술거리로 더욱 유명하다. 창동에서 이어진 골목엔 통술집이 줄을 섰고, 복국골목으로 내려가는 길엔 아귀찜 식당들이 가득하다. 마산 특유의 술문화인 ‘통술집’은 통영 다찌집, 진주 실비집, 전주 막걸리집과 비슷한 방식이다. 사실 통술은 예전 우리나라의 술문화였다. 안주를 따로 팔지 않고 술을 주문하면 먹을 만한 안주를 해 주는 것이다.이젠 통술집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이야 예전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도 아니고 관광객들이 몰려와 안주만 바라니, 지금은 대부분 ‘한 상에 얼마, 몇 인 상에 얼마’ 하는 식으로 영업한다. 아무튼 제철 재료나 특별한 안주를 한상 가득 깔아 주니 물가가 턱없이 높은 서울에서 온 이들로선 눈이 휘둥그레진다.제철 안주를 찌고 볶고 삶아서, 때론 생으로 내온다. 호래기(참꼴뚜기)부터 멍게, 부침개, 냉채, 전복회, 오만둥이찜, 미더덕찜, 가오리, 오징어볶음, 소고기 장조림, 생선구이, 찌개, 회까지 줄을 이어 한 상에 연착륙한다. 어떠한 입맛에도 맞출 수 있는 구성이다. 아, 물론 집집마다 계절마다 구성은 달라진다.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술을 많이 주문할수록 안주는 더 나온다. 그래서 필자는 통술집에서 거의 ‘국빈급’ 환대를 받는다. 통술골목에서 거나하게 취하면 안 된다. 아직 아귀찜이 남았다. 역시 마산은 아귀찜이 가장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아귀찜집 간판에는 보통 ‘마산’을 쓴다. 흉측하게 생겨서 어부들이 죄다 버렸다던 아귀다. 자연적으로 말라비틀어진 아귀를 주워다 불려 콩나물을 얹어 찜을 했더니 그게 맛이 좋아 지금의 ‘값비싼’ 안줏거리가 된 신데렐라 생선이다. 아귀는 투실하고 시원하면서도 비린내가 없어 칼칼한 양념의 찜은 물론 수육이나 전골도 좋다. 특히 부드럽고 녹진한 간과 쫄깃한 껍질 등 버릴 것도 없다. 영화 ‘타짜’에서 나온 ‘전라도 아귀’(김윤석 분)와 조금 헷갈리지만 사실 마산에선 ‘아구’라 부른다. 아귀찜의 원조로 유명하니 아귀라 쓰고 아구라 읽는 것이다. 아귀찜 골목에는 식당마다 특색이 있다. 구수한 맛, 칼칼한 맛, 매콤한 맛 등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아귀찜뿐 아니라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의 아귀탕과 부드럽고 담백한 아귀 수육도 별미다. 생아귀와 건아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투박하지만 현지의 맛을 즐긴다면 건아귀를, 좀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을 찾는다면 생아귀찜을 주로 취급하는 집으로 가면 된다. 오동동아구할매집처럼 둘 다 취급하는 집도 있다.마산 창동은 놀고 먹기에만 좋은 곳이 아니다. 근현대사에서 마산은 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민중항쟁이 두 번이나 일어난 저항의 도시다. 그 중심에 창동이 있었다. 1960년 3·15 당시 마산 시내 중고교생이 창동에 모여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대한 저항에 나섰다. 그중 한 명이 전북 남원 출신의 김주열 열사다. 당시 명문이었던 마산상고(현 용마고)에 진학하기 위해 창동을 찾은 김 열사는 시위에 참가하다 행방불명됐고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시신으로 떠올랐다. 이는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1979년 10월에는 유신독재에 항거한 부마민중항쟁이 펼쳐졌다. 마산 시민들의 저항정신을 보여 주는 두 가지 사건이다. 마산 사람들은 거침없는 다혈질 성향으로 인식된다. 그 혈기가 정의감과 애국심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의 날을 제정하자 마산시의회(현 창원시의회)는 곧바로 대마도의 날을 만들어 맞대응했다. 전국 최초다. 날짜는 6월 19일. 이종무 장군이 대마도 정벌을 위해 마산포에서 출정한 날을 골랐다. 얼마 전인 19일, 창원시의회는 제17회 대마도의 날 기념식을 진행했다. 대단한 기개가 아닐 수 없다. 지방 여러 도시가 있지만 이토록 원도심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은 드물다. 한때 경남을 대표했던 도시 마산. 지금 그 이름은 창원특례시 안에 묻혀 있지만, 적어도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만큼은 창동의 무궁한 매력과 함께 나란히 오랫동안 기억될 듯하다. 글 사진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마산 창동여행 체크리스트 어떻게 가나 : KTX 마산역에서 800번 좌석버스를 타면 마산어시장, 창동까지 간다. 동마산병원 앞에서 승차하고 삼성생명 맞은편 정류장이나 상호신용금고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무엇을 볼까 : 굿데이뮤지엄은 ‘무학소주’를 만드는 무학에서 운영하는 주류 박물관이다. 전 세계 5대륙 권역별로 주류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어디서 잘까 : 마산어시장 인근의 호텔 레이지 헤븐과 스카이뷰 호텔이 평점이 좋다. 창동 쪽엔 퍼스트클래스 호텔이 있다.
  • 신이 빚은 삼라만상, 내 손안에 있소이다

    신이 빚은 삼라만상, 내 손안에 있소이다

    국내에서 관상용 수석이 가장 많이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전남 순천시 조례동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이다. 순천시의원을 지낸 박병선(71) 관장이 입대 전 우연히 들른 충북 충주 남한강에서 주은 돌의 매력에 빠진 후 40년 넘게 수집한 8000여점이 있다. 세계 최대의 수석박물관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세상의 희귀한 돌들은 모두 모았다. 아직 정식 개장하지 않았는데도 알음알음 전국에서 구경 오고 방송 등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다. 박 관장은 “명품 수석은 내 손에 다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수석 기인’으로 불린다. 세상에 없는 희귀한 돌을 보려면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순천으로 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지난 19일 오전 11시 조례동 도심 4차선 도로 옆 부지. 충주에서 왔다는 정동주(54)씨 등 2명이 철골 좌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십t 이상 나가는 돌을 받치기 위해서다. 보통 나무좌대를 사용하지만 수석을 야외에 전시할 경우 비가 오면 균형을 잃지 않도록 철골로 제작하는 것이다. 정씨는 “철근으로 좌대를 만드는 것이 나무로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철골 좌대는 세계 최초일 것 같다”며 “박 관장의 돌 사랑은 수석 관련 사람들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엄지를 척 세웠다. 정씨는 “7m 높이의 돌 무게 60t을 받치는 가로 4m 70㎝, 세로 2m 40㎝, 높이 70㎝ 좌대를 만드는 데 꼬박 10일 걸렸다”며 “철근 좌대만 만드는 데 몇 억이 들었을 거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 관장은 순천시청에서 27년간 근무한 후 사무관으로 명예퇴직했다. 이어 주민들의 추대로 지방의회에 진출, 2002년 순천시 4대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2005년 한국전력공사순천전력소(조례동 변전소)이설을위한특별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최대 민원 사항이었던 변전소를 옥내화시킨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1936년에 설치돼 66년 동안 운영되면서 주민들은 고압선으로 인한 피해를 수십년 동안 호소해 왔다. 박 관장은 수석을 비싼 가격에 팔라는 유혹이 많았지만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아직 한 개도 내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석 등을 모으는 데 들어간 비용이 18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임야와 전답이 순천 신도심 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여유가 생긴 덕이었다. 한 개에 수십억원을 웃도는 돌도 있다고 한다. 이날 만난 박 관장은 전날 너무 설레 밤잠을 설쳤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토록 원했던 높이 2.9m의 호랑이 조각상을 보고 흥분해서 한잠도 못 잤단다. 그는 “섬세한 붉은 털, 포효하는 표정, 날아갈 듯한 포즈 등 이렇게 생동감 있게 살아 있는 모습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전주, 대전, 부산, 대구, 충주 등 전국 방방곡곡으로 돌아다니며 돌을 구입한다. 사진을 보고 판단이 서면 직접 확인하러 간다. 좋은 돌을 수집하는 데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석 산지인 중국 쓰촨·류저우·베이징 등까지 간다. 중국에만 10회 이상 다녀왔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까지 날아간다. 박 관장은 “사람이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 작품을 한데 모아 세계 최고의 수석박물관을 만들겠다”며 “오묘한 자연미를 풍기는 돌을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모습이 돌에 표현돼 있다”며 “아무 움직임도 없는 단순한 돌이지만 우주의 삼라만상을 보는 것 같다”고 수석에 의미를 부여했다. 박 관장은 뛰어난 수석을 ‘신의 작품’이라고 부른다. 박물관은 현재 660㎡(약 200평) 규모로 천장에까지 돌이 쌓여 있어 걸어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곳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무늬를 가진 문양 수석이 많은 게 특징이다. 전시실은 4군자 등 화려한 꽃과 ‘십이지신’ 12동물, 아라비아숫자 1부터 10까지 새겨진 진기한 돌로 가득 차 있다. 태극기와 우리나라 지도, 무궁화도 150여점 있다. 순천만을 상징하는 순천만 갯벌과 철새, ‘S자’ 수로, 갈대밭과 칠면초 모습도 보인다. 토끼가 달에서 방아 찧는 모습,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 나는 모습,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낙안읍성과 각종 과일 문양, 강태공이 낚시하는 모습 등 경이로운 수석들이 끊임없이 보인다. 화가가 돌 위에 그림을 그린 듯 새겨진 각양각색의 문양들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로움마저 준다. 태아부터 무덤까지 성장 단계, 십자가, 4계절, 바다, 동물 등 각종 생태계가 돌 안에 총집합해 있다. 돌 위에 그린 것 같아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도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실감 난다. 테마별로 나뉜 돌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도 문양이 선명해 쉽게 알아볼 수 있어 더 재미있어 하고 신나는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물론 성인들만 볼 수 있는 ‘19금’ 수석도 200여점 있다. 박 관장은 “이런 돌들이 물속과 땅속에서 수억만년을 보내며 파도와 물, 모래에 씻겨 닳고 닳아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이냐”고 수석 예찬론을 펼친다. “돌에도 나이가 있고 이름이 있고 생명이 있다”, “이것들을 보고 있으면 활력소가 팍팍 솟는다”, “한 편의 그림이다”, “재미가 있고 기운이 넘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등등 그의 수석 예찬은 끝이 없다. 박 관장은 “폭포를 보면 물소리가 들리고, 새를 보면 새소리가 들리고, 동물을 보면 동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만큼 수석과 함께 살아왔다”며 “이 나이에 힘들게 수석박물관을 지으려고 하냐는 우려도 많지만 100세 인생인데 앞으로 30년 넘게 돌과 함께 인생을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 관장은 새로 지을 박물관에 대해 묻자 눈이 빛났다. 그는 9만 9000㎡ 부지에 주제별로 구성된 박물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실외에는 호랑이, 사자, 각종 새 등 200여개의 동물 돌 조각상 공원을 갖춘 어린이동물공원 등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1관 풍경관에는 산등성이마다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운무를 갖춘 산수화와 풍경화, 낚시풍경 등의 문양석 등 200여점이 전시된다. 2관 민속관, 3관 동물관, 4관 식물관, 5관 민족관, 6관 종교관으로 채워진다. 7관 음식관, 8관 행복관, 9관 보석관, 10관 폭포관, 11관 기쁨관, 12관 성인문화관까지 다양한 형상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열정과 수석의 매력에 빠져 동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4년 전 수석을 보러 오면서 인연을 맺은 영화 ‘취권’에 출연했던 황정리(76) 세계무술협회 총재가 대표적이다. 세계 발차기 1인자로 영화배우 청룽을 가르치기도 했던 황 총재는 수석박물관 인근에 체육관을 건립, 세계무술경연대회와 세계무술인영화제를 개최해 관광객 유치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협객 시라소니 아들 이의현(61)씨는 고문으로 합류한다. 그들은 “이런 놀라운 자연의 신비가 존경스럽다”며 “감탄 또 감탄 이외는 달리 표현을 못 하겠다”고 한다. 박 관장은 수석 알리기에도 노력하고 있다. 사비를 털어 통일을 위한 수석전시회를 10여 차례 개최했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 대상과 2015년 비정부기구(NGO) 전국녹색 시민단체가 선정한 ‘올해의 닮고 싶은 인물’ 대상을 받았다. 박 관장은 “자연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수석에 새겨진 숲의 향기는 시들지 않고 변함없이 항상 그 모습대로 있다”며 “우리들도 소처럼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수석박물관이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인 순천만국가정원과 함께 우리 고장의 관광명소가 되는 데 힘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 사진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노동·생명·언어 담은 청주 공예축제… 코로나 세계인에 ‘힐링’ 선사

    노동·생명·언어 담은 청주 공예축제… 코로나 세계인에 ‘힐링’ 선사

    1999년 시작 이후 올핸 온라인 전시 병행사람·도구·집단 하나되는 공생사회 초점美·日 등 23개국 99명 작가 380여점 전시주빈국 佛 34명 참여 ‘오브제-타블로’ 눈길국제공모전 총 874건… ‘청주 위상’ 재확인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국제행사가 충북 청주를 수놓는다. 오는 9월 8일부터 10월 17일까지 40일간 내덕동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펼쳐지는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다. 코로나19 여파로 1999년 시작된 이래 이번에 처음으로 온라인 전시가 병행된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다. ‘공예계의 베니스비엔날레’라는 극찬을 받는 등 전문가와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이제는 전 세계 공예인들의 한마당 축제로 자리잡았다. 청주시는 공예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매번 비엔날레 주제로 선정한다. 시는 이번 행사의 주제가 ‘공생의 도구’라고 22일 밝혔다. 사람과 도구, 집단이 하나가 되는 ‘공생사회’를 위해 책임 있는 도구 사용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시대에 공예가 어떻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의미도 담겼다.비엔날레의 메인프로그램은 4개 테마로 꾸며지는 본 전시다. 올해는 미국, 체코, 이스라엘, 태국, 일본, 핀란드, 남아공 등 23개국에서 총 9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 작품은 모두 380여점이다. 1부 주제는 ‘노동-사물의 고고학’이다. 노동을 사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인간과 삶에 대한 존중을 공예로 표현한 18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손목 위의 우주로 불리는 숙련의 결정체인 태엽시계 제작자인 현광훈 금속공예가, 수천번의 두드림과 수백 차례의 털 고름 과정을 거쳐 한 필의 붓을 매는 필장 유필무씨 등이 관객을 만난다.2부는 ‘생명-일상의 미학’으로 꾸며진다. 공예의 가장 본질적이고 보편적 기능인 도구의 실용성에 방점을 두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취향과 기호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공예를 제안한다. 곁에 두고 싶은 탐나는 공예작품들이 대거 포진된다. 테이블웨어 디자인부터 건축도자와 설치미술까지 아우르며 스펙트럼을 확장해 온 벨기에의 산업도자 디자이너 피에트 스톡만, 이탈리아의 저명한 디자이너 멘디니와 협업해 전 세계 주목을 받은 조각보 장인 강금성씨, 생각하는 손의 가치가 깃든 도예작품을 선보이는 김덕호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3부는 ‘언어-감성의 분할’을 탐색한다. 공예가 사회·문화·정치적으로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현수단이 됐는지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코바늘 뜨개질 기법으로 질감 있는 바다세계를 창조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손잡고 공생의 의미까지 담아낸 인도네시아 작가 물야나 등 국내외 작가 13명이 공예의 사회적 가치와 기능을 조명한다. 4부는 ‘아카이브-도구의 재배치’를 탐구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도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공예기법은 물론 과학기술사와 생활문화사, 사회경제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국내외 공예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이번 비엔날레 초대국가관의 주인공은 예술과 낭만의 나라 프랑스다. 프랑스가 주목하는 3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초대국가관 주제는 ‘오브제-타블로, 감촉의 프랑스’다. 사물의 의미를 가진 ‘오브제’와 하나의 풍경, 혹은 그림을 뜻하는 ‘타블로’가 조합된 주제처럼 프랑스 공예 특유의 감성을 선보인다. 의식주를 테마로 한 프랑스 공예를 엿볼 수 있는 초대국가의 날과 지역공예작가와 프랑스 작가가 함께하는 아트투어도 마련된다. 국제공모전도 펼쳐진다. 비엔날레 역사와 정통성을 대변하는 행사답게 마감 결과 2019 비엔날레보다 71건이 많은 874건이 접수됐다. 박혜령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팀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이 막히고 국제교류와 대면 홍보 역시 여의치 않은 역대 최악의 조건 속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라며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전 총시상금은 1억 4600만원이다. 비엔날레 입장료는 현장판매 기준 성인 1만 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온라인 전시는 일부만 하기 때문에 현장을 방문해야 더 많은 작품을 만나고 체험을 할 수 있다. 공예비엔날레의 메인무대인 문화제조창도 눈여겨볼 만하다. 1946년 청주연초제조창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뒤 수십년간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던 낡은 콘크리트 건물이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청주 연초제조창은 공정 현대화로 1999년 담배원료공장이 폐쇄되고 2004년 12월 다른 담배공장들과 함께 가동이 중단됐다. 청주시는 2011년 폐공장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해 극찬을 받았지만 침체된 내덕동 일대를 살리고 건물을 다양한 용도로 쓰기 위해 리모델링을 추진, 지금의 문화제조창을 만들었다. 담배 대신 비엔날레 등을 통해 문화를 생산하고 수출하니 문화제조창으로 불릴 만하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이사람이 사는 법…박병선 순천세계수석박물관장

    이사람이 사는 법…박병선 순천세계수석박물관장

    국내에서 관상용 수석이 가장 많이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전남 순천시 조례동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이다. 순천시의원을 지낸 박병선(71) 관장이 입대 전 우연히 들른 충북 충주 남한강에서 주은 돌의 매력에 빠진 후 40년 넘게 수집한 8000여점이 있다. 세계 최대의 수석박물관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세상의 희귀한 돌들은 모두 모았다. 아직 정식 개장하지 않았는데도 알음알음 전국에서 구경 오고 방송 등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다. 박 관장은 “명품 수석은 내 손에 다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수석 기인’으로 불린다. 세상에 없는 희귀한 돌을 보려면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순천으로 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조례동 도심 4차선 도로 옆 부지. 충주에서 왔다는 정동주(54)씨 등 2명이 철골 좌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십t 이상 나가는 돌을 받치기 위해서다. 보통 나무좌대를 사용하지만 수석을 야외에 전시할 경우 비가 오면 균형을 잃지 않도록 철골로 제작하는 것이다. 정씨는 “철근으로 좌대를 만드는 것이 나무로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철골 좌대는 세계 최초일 것 같다”며 “박 관장의 돌 사랑은 수석 관련 사람들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엄지를 척 세웠다. 정씨는 “7m 높이의 돌 무게 60t을 받치는 가로 4m 70㎝, 세로 2m 40㎝, 높이 70㎝ 좌대를 만드는 데 꼬박 10일 걸렸다”며 “철근 좌대만 만드는 데 몇 억이 들었을 거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 관장은 순천시청에서 27년간 근무한 후 사무관으로 명예퇴직했다. 이어 주민들의 추대로 지방의회에 진출, 2002년 순천시 4대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2005년 한국전력공사순천전력소(조례동 변전소)이설을위한특별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최대 민원 사항이었던 변전소를 옥내화시킨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1936년에 설치돼 66년 동안 운영되면서 주민들은 고압선으로 인한 피해를 수십년 동안 호소해 왔다. 박 관장은 수석을 비싼 가격에 팔라는 유혹이 많았지만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아직 한 개도 내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석 등을 모으는 데 들어간 비용이 18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임야와 전답이 순천 신도심 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여유가 생긴 덕이었다. 한 개에 수십억원을 웃도는 돌도 있다고 한다. 중국 동굴에서 나온 몇억만년 된 5m 크기의 종유석들도 자태를 뽐낸다. 종유석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에서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반출이 엄격하게 금지돼 지금은 구할수 없을 만큼 귀한 석회석이다. 20여년 중국에서 구한 이 종유석은 국내 최고 규모로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날 만난 박 관장은 전날 너무 설레 밤잠을 설쳤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토록 원했던 높이 2.9m의 호랑이 조각상을 보고 흥분해서 한잠도 못 잤단다. 그는 “섬세한 붉은 털, 포효하는 표정, 날아갈 듯한 포즈 등 이렇게 생동감 있게 살아 있는 모습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전주, 대전, 부산, 대구, 충주 등 전국 방방곡곡으로 돌아다니며 돌을 구입한다. 사진을 보고 판단이 서면 직접 확인하러 간다. 좋은 돌을 수집하는 데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석 산지인 중국 쓰촨·류저우·베이징 등까지 간다. 중국에만 10회 이상 다녀왔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까지 날아간다. 박 관장은 “사람이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 작품을 한데 모아 세계 최고의 수석박물관을 만들겠다”며 “오묘한 자연미를 풍기는 돌을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모습이 돌에 표현돼 있다”며 “아무 움직임도 없는 단순한 돌이지만 우주의 삼라만상을 보는 것 같다”고 수석에 의미를 부여했다. 박 관장은 뛰어난 수석을 ‘신의 작품’이라고 부른다.박물관은 현재 660㎡(약 200평) 규모로 천장에까지 돌이 쌓여 있어 걸어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곳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무늬를 가진 문양 수석이 많은 게 특징이다. 전시실은 4군자 등 화려한 꽃과 ‘십이지신’ 12동물, 아라비아숫자 1부터 10까지 새겨진 진기한 돌로 가득 차 있다. 태극기와 우리나라 지도, 무궁화도 150여점 있다. 순천만을 상징하는 순천만 갯벌과 철새, ‘S자’ 수로, 갈대밭과 칠면초 모습도 보인다. 토끼가 달에서 방아 찧는 모습,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 나는 모습,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낙안읍성과 각종 과일 문양, 강태공이 낚시하는 모습 등 경이로운 수석들이 끊임없이 보인다. 화가가 돌 위에 그림을 그린 듯 새겨진 각양각색의 문양들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로움마저 준다. 태아부터 무덤까지 성장 단계, 십자가, 4계절, 바다, 동물 등 각종 생태계가 돌 안에 총집합해 있다. 돌 위에 그린 것 같아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도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실감 난다. 테마별로 나뉜 돌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도 문양이 선명해 쉽게 알아볼 수 있어 더 재미있어 하고 신나는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물론 성인들만 볼 수 있는 ‘19금’ 수석도 200여점 있다. 박 관장은 “이런 돌들이 물속과 땅속에서 수억만년을 보내며 파도와 물, 모래에 씻겨 닳고 닳아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이냐”고 수석 예찬론을 펼친다. “돌에도 나이가 있고 이름이 있고 생명이 있다”, “이것들을 보고 있으면 활력소가 팍팍 솟는다”, “한 편의 그림이다”, “재미가 있고 기운이 넘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등등 그의 수석 예찬은 끝이 없다. 박 관장은 “폭포를 보면 물소리가 들리고, 새를 보면 새소리가 들리고, 동물을 보면 동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만큼 수석과 함께 살아왔다”며 “이 나이에 힘들게 수석박물관을 지으려고 하냐는 우려도 많지만 100세 인생인데 앞으로 30년 넘게 돌과 함께 인생을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박 관장은 새로 지을 박물관에 대해 묻자 눈이 빛났다. 그는 9만 9000㎡ 부지에 주제별로 구성된 박물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실외에는 호랑이, 사자, 각종 새 등 200여개의 동물 돌 조각상 공원을 갖춘 어린이동물공원 등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1관 풍경관에는 산등성이마다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운무를 갖춘 산수화와 풍경화, 낚시풍경 등의 문양석 등 200여점이 전시된다. 2관 민속관, 3관 동물관, 4관 식물관, 5관 민족관, 6관 종교관으로 채워진다. 7관 음식관, 8관 행복관, 9관 보석관, 10관 폭포관, 11관 기쁨관, 12관 성인문화관까지 다양한 형상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열정과 수석의 매력에 빠져 동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4년 전 수석을 보러 오면서 인연을 맺은 영화 ‘취권’에 출연했던 황정리(76) 세계무술협회 총재가 대표적이다. 세계 발차기 1인자로 영화배우 청룽을 가르치기도 했던 황 총재는 수석박물관 인근에 체육관을 건립, 세계무술경연대회와 세계무술인영화제를 개최해 관광객 유치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협객 시라소니 아들 이의현(61)씨는 고문으로 합류한다. 그들은 “이런 놀라운 자연의 신비가 존경스럽다”며 “감탄 또 감탄 이외는 달리 표현을 못 하겠다”고 한다. 박 관장은 수석 알리기에도 노력하고 있다. 사비를 털어 통일을 위한 수석전시회를 10여 차례 개최했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 대상과 2015년 비정부기구(NGO) 전국녹색 시민단체가 선정한 ‘올해의 닮고 싶은 인물’ 대상을 받았다. 박 관장은 “자연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수석에 새겨진 숲의 향기는 시들지 않고 변함없이 항상 그 모습대로 있다”며 “우리들도 소처럼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수석박물관이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인 순천만국가정원과 함께 우리 고장의 관광명소가 되는 데 힘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사진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기고] 신개념 하천기본계획이 필요하다/오윤근 유신 부사장

    [기고] 신개념 하천기본계획이 필요하다/오윤근 유신 부사장

    2022년은 우리나라 물관리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원년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하천관리 일원화로 27년간 논의돼 온 숙원 사업인 통합 물관리의 완성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하천 관리의 일원화는 오랜 기간 단절된 댐과 하천을 연결해 유역 내 물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인자의 통합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유역 차원의 물 문제가 국가 정책으로 연계된다면 진정한 통합 물관리의 실현을 앞당길 것이다. 이에 필자는 물관리의 기본 단위인 유역의 통합 물관리 성공을 위한 몇 가지 하천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관련 법령의 정비와 연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수자원법(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등)과 하천법(하천기본계획) 간 연계가 필수적이다. 또 통합 물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자원 이외의 환경 법령과 계획 등의 연계도 필요하다. 둘째, ‘댐 유역 관리’와 댐 상·하류 유역에 대한 ‘하천기본계획’을 접목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천 본래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한 하천 정비는 기본으로 하되 치수 안전성 확보와 생태·문화·하천환경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수계별·지역별 특성과 지역 발전 전략을 종합한 유역 맞춤형 하천 정비를 필히 추진해야 한다. 셋째, 치수(治水) 경제성 평가의 개선이다. 치수란 하천, 호수를 잘 다스려 범람을 막고 관개용 물의 편리를 꾀하는 것을 뜻한다. 사업 시행의 효과는 여러 영역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기존 치수 중심의 평가는 한계가 있다. 유역 통합에 따른 다양한 효과를 분석하려면 새로운 변화에 걸맞은 정성적·정량적 분석 기법을 제시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넷째, 시설물 유지 관리 강화를 위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댐과 하천을 연계한 스마트한 유역 통합 물관리 시스템을 준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다양한 수행 주체들의 상호 이해와 협조를 통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특히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핵심이다. 정부는 통합 물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민간은 물관리 조사·정보체계 점검, 전문인력 육성 등에 앞장서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진일보한 하천기본계획으로 댐과 하천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효과적인 재난대응 체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 770년 세월 견딘 목판이 말합니다… 이 순간, 우리도 이겨낼 수 있음을

    770년 세월 견딘 목판이 말합니다… 이 순간, 우리도 이겨낼 수 있음을

    장경판전 가는 길 계단 108개, 번뇌 상징글자는 혼자 새긴 것처럼 일정 수준 유지과학적 통풍 덕 뒤틀림·갈라짐 없이 보존“코로나 맞이한 국민들 힘내는 계기 되길”‘호국 불교’의 정수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오는 19일부터 ‘사전예약 탐방제’로 공개된다. 고려 고종 때인 1251년 몽골군의 침략을 불심으로 극복하고자 대장경판이 완성된 지 770년, 조선 태조 때인 1398년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옮겨져 보관한 지 623년 만이다. 지난 10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만난 팔만대장경은 장엄하고면서도 신비로운 700여년의 숨결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다. 사찰의 정문 격인 일주문을 통과하고 봉황문, 해탈문, 구광루, 대적광전을 지나면 국보 52호인 장경판전에 도달한다. 장경판전은 남쪽의 수다라장과 북쪽의 법보전을 비롯한 4개 동이 ‘ㅁ’ 자 형태로 구성돼 있다. 동행한 해인사 승가대학의 법장스님은 “순례 코스 각 문을 거치면서 밟게 되는 계단의 수는 108 번뇌를 상징하는 108개”라며 “위로 올라갈수록 가파르고 넓은데 부처님이 뜻을 어렵게 깨달아 큰 기쁨을 얻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08계단을 오른 뒤 길이 60m, 폭 8.7m인 법보전 안으로 발을 내딛자 5개 층으로 구성된 판가(板架)에 촘촘히 꽂혀 있는 대장경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장경판 보존국장 일한스님은 “각 경판에 번호가 새겨져 있어 현대 도서관과 같은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장경판전에 있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은 가로 70㎝, 세로 24㎝, 두께 3㎝의 목판이 8만 1350개가 있어 팔만대장경이다. 글자 행수는 23줄, 1행당 글자 수는 14자 정도 된다. 판에 새겨진 글자는 마치 숙달된 한 사람이 모든 경판을 새긴 것처럼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경판은 지금도 먹을 발라 한지에 찍으면 글자 한 자 한 자가 선명히 나타난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가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 내려와 쓴 것 같다”고 감탄한 게 이해됐다. 목판 양쪽 끝에는 손잡이 역할을 하는 ‘마구리’가 글자가 새겨진 부분보다 두툼하다. 일한스님은 “판가에 꽂힌 경판들이 서로 밀착해 있어도 통풍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판 8만 1350개를 전부 쌓으면 320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고, 나란히 이으면 60㎞나 된다. 경판 앞뒤로 새겨져 있는 글자를 모두 합하면 글자는 5200여만자로, 경(經), 율(律), 논(論) 등 불경 1496종 6568권을 담았다.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완성한 것인데 글자 수로 보면 500여년에 걸쳐 쓴 조선왕조실록에 필적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서지학자인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한 권에 합쳐져 있는 경전이라도 독립된 것으로 산정하면 1530종 6555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600여년간 목판이 뒤틀어지거나 갈라지지 않고 보존된 게 신기할 수밖에 없다. 항온·항습의 비결은 과학적 통풍 구조에 있다. 벽면의 아래위와 건물의 앞뒷면에 붙박이 살창 크기를 달리해 건조한 공기가 실내에 들어가서 내부에 골고루 퍼진 뒤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바닥은 깊이 땅을 파서 숯, 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를 뿌렸다. 비가 많이 오면 바닥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하면 바닥에 숨어 있던 습기가 올라와 습도 조절을 자동적으로 해 준다. 1974년 정부가 인근에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대장경판을 옮기려 시도했으나 장경판전처럼 습도 유지를 하지 못해 포기했다고 한다. 현응스님은 “지난해 12월 경남지역 초중고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개방했는데 반응이 좋아 이제 개방해도 좋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700년 전 외세 침략으로 어지러운 나라를 재건하려는 염원을 담았듯 이제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국난을 맞이한 오늘 국민이 팔만대장경을 보고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합천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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