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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함·께 차·차·차

    다·함·께 차·차·차

    “커피하고 차요? 음… 커피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하는 마취제라면 차 한잔은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마나(초자연적 힘)라고 할까요?” 도심의 거리에 다향(茶香)이 진해지기 시작했다. 커피에 중독된 젊은층에도 차(茶)가 은밀하고도 조심스럽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다향을 좇아 나선 취재길에 만난 직장인 김모(28·여)씨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커피가 ‘긴장’을 상징한다면 차는 ‘여유’를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차 열풍이 한국에 상륙했다. 한때는 커피의 대용품으로 취급받으며 생존을 걱정했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일반인들이 전문 티 소믈리에 과정에 참여하고 대기업들도 앞다퉈 차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전통차와 선을 긋는 변신도 활발하다. 전 세계에 있는 차나무의 종류만 500가지가 넘으니 블렌딩해서 만들 수 있는 차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쌀쌀해지는 날씨와 더 어울리는 차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중국 재료인 기문홍차와 운남홍차를 비교해 보죠. 일단 건조된 차의 향부터 맡아 보세요. 어떻게 다르죠?” 지난 13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성동구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서울숲센터에서 김원전(50) 교육이사가 티 블렌딩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물었다. 한 수강생이 “운남차는 솔향기가 느껴진다. 기문차는 풀 비린내 비슷한 게 나는데 먹 냄새나 진한 나무향 같은 게 있다”고 답했다. 이날은 홍차 블렌딩 수업에 모두 24명이 참여했다. 수강생 대부분이 여성이었지만 남성도 4명 있었다. 4명으로 이뤄진 조마다 다르질링, 아삼, 수마트라 등 11가지 종류의 차가 담긴 유리병과 테이스팅 컵, 보온병 등이 제공됐다. 티 블렌딩은 차를 적절히 섞어 새로운 맛과 향, 효능을 가진 차를 개발하는 작업이다. 간혹 차 외에 식물의 뿌리, 껍질, 잎, 과일, 에센스오일(착향료) 등을 섞기도 한다. 저마다 자신만의 차를 개발하는 데 열중했다. 티 블렌딩을 취미로 하는 이도 있었고, 새로운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젊은층, 다도보다 ‘자신만의 편한 방식’으로 즐겨 7살 딸을 둔 엄마 이윤주(38)씨는 친구를 따라왔다가 차 섞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했다. “차 마시는 걸 좋아했는데 알고 마시는 것과 그냥 마시는 게 다를 것 같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차도 와인같이 재료에 얽힌 문화나 역사를 알면 다양한 방식으로 음미할 수 있더군요.” 직장인 강한결(37·여)씨는 “대학 다닐 때 전공이 원예였는데, 꽃과 차는 공통점이 많아 좋아한다”며 “지금은 일반 사무직에 근무하지만 취미로라도 나만의 꽃향기가 나는 차를 만들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한희수(23)씨는 “지난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티 블렌더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상대적으로 차 문화가 덜 보급돼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을 하고 진로를 이쪽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는 “차의 종류나 즐기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 일반인은 외려 차 문화를 어렵게 느끼기도 한다”며 “하지만 집에서도 얼마든지 블렌딩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집에 선물받은 차가 있다면 같은 타입의 차끼리 배합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혹은 티백끼리 겹쳐 우려서 새로운 맛을 탄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향과 맛을 찾아가다 보면 차를 즐기는 시간이 훨씬 다채로워질 겁니다.” 기존에는 다도(茶道)를 중요시하는 녹차 문화가 명맥을 잇고 있었다면 최근 번화가에는 자신만의 편한 방식으로 홍차를 즐기는 문화가 등장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홍차 전문점 ‘오후의 작은 선물’을 운영하는 박혜정씨는 “3년 전부터 1주일에 한 번씩 6명이 모여 차 수업을 진행하는데, 50대 남성들도 참여할 정도로 홍차를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요즘에는 아예 차 전문점을 차리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차 문화의 유행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차 관련 상품을 파는 ‘부티끄살롱’의 김영아 대표는 “애프터눈 티세트(오후 3~4시 무렵 간식과 함께 차를 즐기는 것)가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차 문화가 급격히 퍼졌고, 이에 따라 차를 테마로 하는 여행 상품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1박 2일간 충북 제천에 있는 펜션 등에서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등을 시음하고, 차를 접목한 술이나 음료를 마시며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식이다. 큰 기업도 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초 차 전문 브랜드 ‘티바나’를 선보인 뒤 이번 달 13일까지 270만잔을 판매했다. 업체 관계자는 “그간 차 음료 판매 비중은 5%에 불과했지만 차 브랜드를 내놓은 이후 커피 비중이 80%에서 70%로 줄고 차 음료가 14%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은 프리미엄 홍차 타라(Tara)를 내놓았다. 아모레퍼시픽이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오설록 티뮤지엄’은 2001년 개관 당시 방문객이 연간 3만 1000명이었지만 매년 20%씩 늘어 지난해엔 16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명동, 대학로, 인사동 등 도심에서도 찻집을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서 ‘붐’… 茶 테마 여행 상품도 음료업계는 국내의 사교 음료 시장이 커피에서 주스로 옮겨갔고, 지금은 차로 이전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건강과 여유를 동시에 충족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커피의 카페인과 주스의 당분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차 열풍 역시 주된 배경의 하나다. 원광디지털대 차문화경영학과 곽재명 교수는 “차는 원래 다도라는 이름으로 어렵고 고루하게 느껴졌지만, 전 세계 75% 국가에서 즐기는 홍차와 허브차가 들어오면서 젊은이들이 차를 마시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에도 커피처럼 정신을 각성시키는 카페인이 있지만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차의 테아닌 성분이 카페인과 반대로 이완시켜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준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과 변청자 교수도 “스타벅스가 커피로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냈듯, 차를 즐기는 것도 또 다른 구별 짓기 문화로 정착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손쉬운 ‘티 블렌딩 홈 레시피’ 재료 : 티 4.5g ·물 400㎖ (온도 95도) 홍차(케냐) + 말린 우엉 (비율 7:3) 케냐 홍차 특유의 볶은 땅콩 같은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에 우엉의 달달함이 어우러져 떫은맛을 잡는다. 홍차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우엉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풍부해 혈액순환을 도와 환절기에 특히 좋다. 홍차(스리랑카 누와라엘리야) + 말린 도라지 (비율 8:2) ‘실론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누와라엘리야 홍차는 맛이 깔끔하다. 여기에 쓴맛을 제거해 달달한 도라지차를 섞으면 부드러운 밤꿀맛이 난다. 도라지는 밝은 오렌지빛의 홍차색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감기, 기침 등 호흡기 질환에도 좋다. 홍차 + 커피 (비율 6:4) 홍차와 커피는 각각의 풍미와 향을 가지고 있어서 보통 단독으로 즐기지만 둘의 만남도 의외의 궁합을 자랑한다. 커피의 강한 향 속에 은은하게 감도는 홍차의 고소함과 달콤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제공
  • [新국토기행] 대나무숲 걷노라면 竹我一體

    [新국토기행] 대나무숲 걷노라면 竹我一體

    전남 담양군은 ‘한국의 죽향(竹鄕), 대나무 고을’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담양은 예로부터 대나무가 유명하다. 마을 있는 곳에 어김없이 대밭이 펼쳐져 있고 댓잎 바람 소리 들리는 곳에 마을이 있다. 대나무와 관련한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녀 군 전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평가받는다. 조선 중기 국문학사를 찬란하게 꽃피도록 한 송순을 비롯해 송강 정철, 석천 임억령 선생 등 수많은 문인들이 터를 잡고 주옥같은 가사문학 작품을 남겼다. 한국가사문학관을 만들어 관련 유물과 유적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한다. 군은 죽세공예품으로만 인식하던 대나무를 환경·인문학·산업 가치 등으로 부각시켜 관광자원화하며 담양의 브랜드를 높이고 있다. 지구적 과제인 기후변화대응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한국대나무박물관을 만들었고 지난해 지구촌 최초의 대나무 소재 박람회이자 군 단위 첫 국제박람회인 ‘2015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를 개최해 관람객 104만명이 찾았다.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대숲맑은 생태도시’로 거듭나며 연간 7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볼거리 ●탁 트인 호수 품은 ‘추월산 용마루길’ 담양호 지붕 위로 난 수평마루 같은 둘레길이다. 탁 트인 호수가 품 안에 쏙 들어오고, 나무데크와 흙길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여름에는 절벽폭포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린다. 용마루길은 담양호의 수려한 전경과 추월산, 금성산성 등의 경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수변산책 코스다. 추월산은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다. 추월산 주차장 맞은편이 용마루길 입구다. 길이는 3.9㎞다. 이 가운데 나무데크가 2.2㎞, 흙 산책로가 1.7㎞다. 왕복 2시간가량 걸린다. 행정자치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고 39억원을 들여 조성된 길로 2012년 착공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담양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용마루길과 연계한 등산로 ‘수행자의 길’ 3.48㎞를 개설해 관광객들이 산행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구간마다 특색 있는 편의시설 및 안전시설 등을 설치했다. ●담양의 작은 유럽 메타프로방스 마을 담양읍 학동리 일대 13만 5000여㎡에 오는 12월 전체 개장을 목표로 추진되는 마을이다. 상가와 펜션, 음식점, 가족호텔 등이 들어선다. ‘메타’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바 있는 메타세쿼이아에서 땄고,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 지역 이름이다. 주황색 지붕과 하얀색 건축물, 알록달록한 벽과 창틀 등 건물마다 유럽풍 건축 디자인과 색감, 그에 더해진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몄다.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건물들이 메타세쿼이아 풍광과 연결돼 ‘담양 속의 작은 유럽마을’로 각광받는다. 메타프로방스는 농촌의 정서를 체험하며 유럽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문화체험 공간이며 자연과 어우러진 휴양시설이다. 드라마 ‘가면’의 촬영지로 방송과 신문, 잡지 등 각종 매체에서 소개되면서 일부 개장했는데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다. ●3대 자연유산 삼인산·추월산·담양호 최근에는 체험위주의 관광에서 스토리를 찾아가는 여행이 트렌드다. 담양군도 이에 맞게 관광자원 가운데 전해 내려오는 설화나 민담 등과 같은 내용이 담긴 ‘삼인산’, ‘추월산’, ‘담양호’ 등 지역의 대표적인 3대 자연유산에 스토리를 입히고 있다. 삼인산은 수북 들녘에서 바라다보면 뾰족한 산의 형상이 피라미드를 닮았다 해서 ‘담양의 피라미드’로 통한다. 추월산(731m)은 능선이 누워 있는 부처를 닮았다 해서 와불산으로도 불린다. 추월산은 가을에 올라야 참맛을 볼 수 있다는 이름 그대로 한국관광공사가 ‘10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한 곳이다.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뒤덮였고 정상 언저리 절벽에는 제비집처럼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보리암이 있다. 고려 때 보조국사가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가 나무로 만든 매 세 마리를 날려 보내 앉은 자리에 사찰을 지었다고 하는데 그 세 곳이 바로 장성군의 백양사와 순천시의 송광사, 담양의 보리암이다. 전남도 기념물 4호다. 추월산과 용추봉을 흘러내린 물이 만든 담양호는 1976년에 완공한 거대한 인공호수다. 제방길이 316m, 높이 46m로 담양평야와 장성군 진원면, 남면의 농토를 적셔주는 농업용수원으로 영산강의 시원이다. 담양호는 달그림자가 드리울 만큼 깨끗하고, 형상은 용을 닮았다. 추월산 관광단지와 금성산성, 가마골 등 울창한 숲과 수려한 아름다운 경관을 함께 볼 수 있어 여행객의 발길이 잦다. ●이국적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담양은 이국적이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드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로도 유명하다. 멀리서 보면 옹기종기 줄을 서서 모여 앉은 요정들 같기도 하고 장난감 나라의 꼬마열차 같기도 하다. 길 가운데에서 쳐다보면 영락없는 영국 근위병들이 사열하는 모습이다. 질서정연하게 사열하면서 외지인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메타세쿼이아는 중국이 원산지이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개량됐고 담양군에서는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내무부의 시범 가로수로 지정되면서 3~4년짜리 묘목을 심은 게 지금은 하늘을 덮는 울창한 가로수로 자라났다. 2002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한 곳이다. 초록빛 동굴을 통과하다 보면 이곳을 왜 ‘꿈의 드라이브코스’라 부르는지 실감한다. 무려 8.5 ㎞에 이르는 국도변 양쪽에 자리잡은 10~20m에 이르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저마다 짙푸른 가지를 뻗치고 있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묶어둔다. 메타세쿼이아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기에 매료돼 꼭 삼림욕장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택시기사 김상경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댓잎 사각사각… 힐링 원하면 ‘죽녹원’ 관방제림과 영산강 시원인 담양천을 끼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에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죽림욕장으로 인기가 많다.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며 굳었던 몸을 풀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바람이 일상에 지친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준다.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노라면 어느 순간 빽빽이 들어선 대나무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이 보이고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내는 기분 또한 신선하다. 죽녹원 안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가 자생한다. 죽로차 한 잔으로 목을 적시고 대나무와 댓잎이 풍기는 향기를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 교류의 장 ‘소쇄원’ 우리나라 대표 원림인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 선비 양산보가 은사인 정암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능주로 유배돼 세상을 떠나게 되자 출세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 숨어 살기 위해 꾸민 별서정원이다. 1981년 국가 사적 304호로 지정됐으며 민간 정원의 원형을 간직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와 순응, 도가적 삶을 산 조선시대 선비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서 경관의 아름다움이 가장 탁월하게 드러난 문화유산의 보배다. 주요한 조경수목은 대나무와 매화, 동백, 오동, 배롱, 산사나무, 측백, 치자, 살구, 산수유, 화매화 등이 있다. 초본류는 석창포와 창포, 맥문동, 꽃무릇, 국화 등이 있다. 조경물로는 너럭바위, 우물, 탑암과 두 개의 연못이 있으며, 계곡을 이용한 석축과 담장이 조화롭다. 정유재란 때 건물이 불에 탔지만 복원 중수하고 15대에 걸쳐 후손들이 잘 가꾸는 조선 최고의 민간 정원이다. 담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먹거리 ●댓잎으로 키운 담양 한우 떡갈비 댓잎과 대 숯으로 키워 독특한 향이 매력적인 담양 한우로 만든다. 갈비에 붙은 살을 떼어낸 후 채 치듯 다져 동그랗게 만들어 다시 뼈에 얹어 굽는다. 인절미 떡을 연상하는 모양의 떡갈비를 입 안에 넣으면 살살 녹을 것처럼 부드러운 맛과 씹히는 맛이 조화를 이룬다. 인절미 치듯이 칼로 쳐서 만들어 연하고 부드럽다. 당근, 수삼, 밤, 양념장 등에 구운 떡갈비를 넣고 윤기나게 조려 찜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나무 향이 솔솔나는 대나무통밥 대통에 멥쌀과 찹쌀, 흑미, 검은콩에 대추, 은행, 밤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 물을 부은 뒤 압력솥에서 20~30분간 쪄 낸다. 향기가 은은하면서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죽통밥이라고도 불린다. 3년 이상 자란 왕대를 잘라 쓴다. 대나무의 죽력과 죽향이 밴 밥은 몸의 열을 식혀 기력을 보강하고 정신과 피를 맑게 해주며 스트레스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비타민C 풍부한 죽순요리 식이섬유, 비타민C가 풍부하고 아삭아삭한 질감과 담백한 맛이 새콤달콤한 초고추장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쫄깃쫄깃한 우렁이살을 넣는 게 죽순회의 포인트이며 담양 토속음식의 대표적인 별미다. 죽순회는 임금 수라상에 오르던 음식이다. 죽순은 대나무의 어린줄기로 봄철 비가 온 직후에 40~50㎝ 정도 자랐을 때 채취한다. 죽순, 우렁, 미나리에 고추장, 설탕, 식초, 깨소금 등 양념을 넣고 버무려 먹는다. ●전남 10대 고품질 쌀 ‘대숲맑은 쌀’ 영산강 시원지로서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 담양에서 생산되는 대숲맑은 쌀은 윤기가 좋으며 단단하다.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 쌀이다. 구수한 맛과 찰기가 뛰어나 현재 생산되는 모든 쌀이 전량 판매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 특히 농협과 생산 농가뿐만 아니라 담양군의 기술지도와 엄격한 품질 검사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준다. ●담백한 국수·한약재 넣고 삶은 ‘약계란’ 옛날 대나무 제품을 사고팔던 죽물시장이 문을 닫고 하나둘 생긴 국수집들이 유명해지면서 국수거리가 생겼다. 국수거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200~400년 된 나무 200여 그루가 2㎞에 걸쳐 서 있다. 담백한 맛의 비빔국수, 멸치와 야채로 우려낸 진한 국물의 물국수, 대나무 잎과 각종 약재를 넣고 삶은 달걀은 별미로 각광받는다. 약계란은 약수로 만든 멸치육수에 오가피와 두릅나무 등 10여 가지 한약재를 함께 넣어 삶아낸 계란이다. 멸치육수 간이 배어 짭조름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담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英식의약청, 대마초 의학적 효과 첫 인정…합법화되나?

    英식의약청, 대마초 의학적 효과 첫 인정…합법화되나?

    영국 의약품안전청(MHRA)이 대마초가 갖고 있는 의학적 효과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마초의 합법화의 길이 열린 셈이다. 현지 매체인 인디펜던트는 10일(현지시간) 단독입수한 의약품안전청 보고서를 인용해 'MHRA는 과학적인 자문과 사례들을 고려해서 검토한 결과, 대마초에 들어 있는 카나비디올(CBD) 성분이 신체복원, 치료, 수정 등 의학적 역할을 하며 신진대사의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로써 대마초 합법화 캠페인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MHRA의 보고서에 따르면, CBD는 마리화나 추출물의 40%를 차지하는 성분으로 향정신성 성분(THC)을 함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성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영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의문의 여지 없이 개인과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며, 이번 MHRA의 발표가 정부의 결정을 곧바로 뒤집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현지 언론 및 대마초 합법화 캠페인을 펼치는 이들은 "이제 대마초의 유해성 우려가 없어진 만큼 합법화의 가능성도 커졌다"고 반색했다. 대마초와 관련 국내에서는 당연히 불법이다. 현재 대마초가 합법, 혹은 사실상 합법인 나라는 우루과이, 네덜란드, 방글라데시, 북한과 미국의 4개주(알래스카, 워싱턴, 오레곤, 콜로라도)에 불과하다. 이밖에 환자들의 식욕 자극제, 녹내장 치료제, 진통제 등 의료용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나라들이 있긴 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스스로 구하라… 구조 전까지 내 가족 살아남을 방안 마련을”

    “스스로 구하라… 구조 전까지 내 가족 살아남을 방안 마련을”

    지난주 울산과 부산 등을 강타한 차바 태풍, 앞서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등은 우리나라가 재난에 얼마나 준비되지 않았는가를 보여줬다. 해마다 태풍과 지진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46년간 재난 대비와 복구 업무에 종사한 키무라 타쿠로(65) 일본재해정보학회 겸 (사)감재·부흥지원기구 이사장에게서 재난 대비법을 들어봤다. →지난달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450여 차례의 여진 등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생각이 깨졌다. 한국인도 지진 공포를 실제적으로 처음 느끼게 됐다. 지진과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책이 있나. -일단 ‘지진은 반드시 엄습한다’는 절박한 가정 아래에서 대책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큰 지진이나 재난이 발생하면 통신, 연락 수단이 끊어진다. 도로와 철도도 불통이 된다. 나를 구해 줄 구조대와 소방대원 등이 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첫 번째 대책은 ‘스스로 구한다’는 자조(自助)라는 덕목이다. 구조대를 기대하기 전에 나와 가족을 구할 방안을 생각하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집 안, 방 안에서 쓰러질 것들, 넘어지기 쉬운 것들, 가구 및 시설들을 흔들리지 않게 벽 등에 고정하고, 정비하는 것에서부터 지진 대책은 시작된다. 크고 무거운 책장이 침대 옆에 있는데,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지진으로 집이 흔들려 그 책장이 침대 쪽으로 넘어져 자는 사람을 덮친다면? 이런 가정 아래 대책들을 마련하라. 간단한 조치 하나로 나와 가족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스스로 집과 주변을 살펴보라. 지진이 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나와 가족이 다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일본은 국가적으로도 준비가 잘된 대표적 방재 국가로 꼽힌다. -지진과 재난, 대책을 흔히 3박자라고 말한다. 개인의 자조, 이웃과 지역 공동체의 공조(共助) 즉, 협력이다. 국가의 공조(公助), 공적 지원이 그것이다. 화재가 나고 집이 무너졌거나, 건물 밑에 깔렸을 경우 주변과 공동체의 신속한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는 행정적으로 물과 식량, 필요한 물건 등을 지원해 주거나 무너진 집과 피해를 보전할 금전적 지원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국가는 지진 등 재해 성격과 피해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평소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그런 일을 통해서 국민이 스스로 대책과 계획을 세우도록 이끌어야 한다. 국민 각자가 자신의 범위에서 지진과 재난에 대비하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도록 하는 일이 국가의 첫 번째 역할이다. →경주 지진은 주변에 원전들이 몰려 있는 곳이어서 걱정을 더 키웠다. -원전 관계자들은 ‘절대 안전하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기술 구조물에는 ‘절대 안전’은 없다. 안전하다고 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도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당시 쓰나미가 방파제를 넘어 들이닥쳤고, 희생자 상당수는 방파제를 믿고 빨리 피신하지 않아 발생했다. 지자체와 국가도 이를 믿고 안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설적으로 방파제가 없었다면 지진 직후 쓰나미에 대한 피난이 더 기민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방사능 누출이 일어났을 경우에 대한 가정과 대비가 있어야 한다.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신속하게 주변 주민들이 피난할 수 있는 그런 준비까지 마련돼야 한다. 구조물의 안전성이라는 하드적 부분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약의 사태에 대한 피난 등 소프트한 대책까지 마련돼야 한다. →지진 빈발국인 일본은 이런 점에서 많은 준비를 해 왔을 텐데. -1981년을 기점으로 건물 내진 기능 등이 대폭 강화됐다. 건물이 많이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게 하는 기술적 복원력 측면에서의 보강도 강화됐다. 현재 오래된 건물 진단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과 관측기술 등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는 뚜렷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지진과 재난이 엄습할지 여전히 알 수 없다. 막연하게 모호한 지역을 예상할 수 있을 뿐 구체적으로 장소와 상황을 알 길이 없다. 개인으로는 지진이 엄습했을 때 지체하지 말고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겨 몸을 지키는 것 등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을 벌면서 버틸 수 있어야 한다. 3일 정도의 물과 식량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1995년 고베를 강타한 한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근년에도 일본은 큰 지진을 많이 겪었다. 이 같은 대지진이 행정 차원에서의 대비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텐데. -방재라는 표현은 있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재해의 피해를 줄이고, 작게 할 뿐이다. 그러나 그런 큰 재해에도 불구, (일본의) 행정적 대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재해는 늘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엄습하고, 행정은 핑계를 찾는다. ‘지진은 긴 역사의 주기를 갖고 발생하는데, 데이터는 최근 것밖에 없다. 데이터가 없어 대비가 어렵다’는 식이다. 재난의 경험은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를 확인시키고, 새로운 대비를 하도록 자극했다. 많은 나라의 재난대책 관계자들이 재해 대국이라며 일본에 와서 지진 대비, 재해 대책 매뉴얼을 가져간다. 그러나 자기 나라의 상황,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매뉴얼은 실제로 쓸모없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이 경주 지진 및 한반도 지진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있나. -결론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지진은 지구의 구조가 미묘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일어난다. 그 과정 속에서 (핵실험이) 작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말이다. →한국에 지진과 재해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한국은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대비하도록 하는 자조부터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범죄자, 도둑에게 자기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펴보는 대비와도 같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준비하는 자조, 정부와 지자체 등의 국가적인 대비 등 역할 분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국가적으로도 재해 대책은 갑자기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빨리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지식과 마음의 준비가 없으면 피해가 크게 는다. 2004년 인도네시아의 반다아체 등을 휩쓴 쓰나미도 주민의 무지가 피해를 키웠다. →일본은 현재 수도권 직하 지진 등에 대비하고 있는데. -수도권 직하 지진 등 대형 재해가 무서운 것은 삶과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라이프라인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통신, 도로, 가스·전기와 물 공급이 끊어지는 등 도시기능 자체가 마비된다. 외부에서 지원이 오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연명하고 버틸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고, 대비해야 한다. 도쿄의 경우 아직도 오래된 주택이 무척 많다. 지진과 대형 재해로 인한 연쇄 화재가 1929년 간토 대지진 때처럼 여전히 큰 위험으로 남아 있다. 일부 기업과 기관은 직하 지진 등으로 도쿄가 마비될 것을 우려해 오사카에 거점을 마련하기도 했다. 재해대책은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어서 어느 수준까지 대비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정책 판단의 영역이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키무라 타쿠로 이사장은 키무라 타쿠로(65) 이사장은 1971년 도호쿠공대를 졸업한 뒤 줄곧 방재 현장과 대책 수립에 종사한 일본 방재업무의 일인자로 꼽힌다. 공학박사로 한신·아와지 대지진, 니가타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 등의 주요 지진 및 재해의 부흥 작업에 참가했다. 간사이 가쿠인대학 재해부흥제도연구소 연구원, 사회안전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시즈오카현 방재대책추진 전문위원, 일본 재해부흥학회 부회장, 국토교통성 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휩쓸었던 미야기현 이시노마키가 고향으로 부모님 집이 쓰나미에 휩쓸린 비극을 직접 겪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민관의 각종 재해 방지대책 수립과 재해 후 사회적 부흥작업 등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재앙 독본’(아사히신문사), ‘한신·아와지 대지진 재해지역: 고베의 기록’(교세이), ‘재해 부흥’, ‘재해 위기 관리론 입문’, ‘화산 재해 부흥과 사회’등이 있다.
  • KAI, 복합재 기술로 한국형 전투기 사업 속도낸다

    KAI, 복합재 기술로 한국형 전투기 사업 속도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경남 사천에서 첨단 항공기에 적용되는 복합재 구조물을 생산하는 복합동 준공식을 가졌다고 10일 밝혔다. 복합동은 1만 1000㎡ 규모로 한국형 전투기(KF-X), 소형 민수·무장헬기(LCH·LAH)의 동체, 날개, 블레이드 등의 복합재 개발 및 제작을 맡게 된다. 복합재는 탄소, 유리섬유 등을 고온 상태에서 만든 신소재로 기존 알루미늄 소재보다 약 75% 가볍다. 무게가 줄면 그만큼 연료 효율이 높아진다. KAI는 민수 분야에서 보잉 B787과 에어버스 A350 등 차세대 대형 민항기 공동개발 참여로 대형 복합재 일체형 구조물의 설계 및 제작 기술을 확보했다. 국산 소형 민항기 KC-100 동체 전체를 복합재로 개발한 경험도 있다. 군수 분야에서는 수리온 기동헬기 개발 시 복합재 기술의 핵심인 블레이드를 개발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세계 열 번째 블레이드 개발국으로 올려놨다. 현재 T-50 계열 항공기의 수평·수직 꼬리날개 등 다양한 구조물을 복합재로 개발 중이다. KAI 관계자는 “이번 복합재 시설을 기반으로 LCH·LAH의 블레이드를 비롯한 복합재 부품을 개발하고, KF-X 전투기 개발에 적용되는 복합재 제작 신기술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합동 옆에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주로터 블레이드 동적 밸런싱 훨 타워’를 구축했다. 그동안 해외 또는 외부 연구기관에 의뢰해 오던 테스트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하성용 KAI 사장은 “복합동은 최첨단 복합재 기술 개발과 생산의 산실로 KFX, LCH·LAH 등 국가 전략사업 성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향후 KAI 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의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증가하는 ‘나홀로족’ 공략한 오피스텔 ‘각광’

    증가하는 ‘나홀로족’ 공략한 오피스텔 ‘각광’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즐기는 이른바 ‘혼술·혼밥’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는 사회를 구성하는 세대별 인원 수 변동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 2010년 23.9%에서 3.3%p 증가한 27.2%를 기록, 가장 많은 가구 형태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대학생 타지 유학 등으로 1인 가구가 꾸준히 늘었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대별 인원 수가 줄어듦에 따라 굳이 20~30평형 대 아파트를 구입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멀지 않은 미래에는 아파트를 대체할 다양한 주거시설이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 같은 주거시설의 첫번째 주자로 오피스텔이 주목받고 있다. 주요 도심지에 들어서 접근이 쉽고 사통팔달 대중교통망을 갖췄다면 아파트를 대체할 동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수익형 부동산에 속하는 오피스텔 건물의 특성 상 우수한 입지를 차지한 기존 건물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신규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내부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최근 오피스텔 분양에 나선 주요 건설사들이 내부 공간 구성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같은 흐름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오피스텔이 아파트를 대체할 주거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입지와 내부 공간 특화를 통해 임차인 수급에 유리한 우량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300m 거리에 짓는 ‘역삼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17㎡~39㎡, 지하 7층~지상 18층의 오피스텔 1개 동으로 지어지며 오피스텔 736실과 부대시설 등으로 조성된다. 건물 반경 1km 내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극장, 병원이 밀집해 있어 주거 인프라가 우수하며 낙산공원·도곡공원도 가깝다. 특히 역삼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에는 ‘팬트리’, ‘가변형 유리 파티션’ 등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던 공간특화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오피스텔은 통상 59㎡ 이상으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비하면 전용면적이 10㎡~30㎡대로 작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빌트인 시스템 적용으로 공간효율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대우건설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던 팬트리 공간과 가변형 벽체 등을 활용한 특화평면 구성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 단지는 전용 39㎡F 타입에 ‘ㄷ’자형 주방과 팬트리 공간을 제공해 수납 효율을 높였다. 또 개방감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거실과 침실 사이 벽체를 유리 파티션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용 27㎡C 타입에는 가변형 벽체를 적용, 다양한 공간 구성이 가능하며 32㎡D 타입은 소형 아파트처럼 거실과 방을 분리한 2룸 구조로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들 가구(전용 27㎡C, 32㎡D)에는 세면공간이 욕실과 분리된 스마트 욕실도 적용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0일 “우리나라도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많아지는 등 사회구조가 변동되고 있어 투자 시 이런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역삼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는 테헤란로라는 우수한 입지에 자리잡은 공간특화 오피스텔로 연간 100만명 규모로 추산되는 지역 내 임차수요 흡수에 유리한 상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08년엔 8조 손실… 해상·철도·육상물류 첫 동시 마비 우려

    2008년엔 8조 손실… 해상·철도·육상물류 첫 동시 마비 우려

    화물연대가 오는 10일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해상과 철도에 이어 육상 물류까지 동시에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하늘길’만 빼고는 모두 경색이 되는 것으로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이 큰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전망이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화물연대 소속 컨테이너 운반 차량은 7000대로 우리나라 전체 컨테이너 차량(2만 1757대)의 32.2%를 차지하고 있다. 많게는 컨테이너 차량 10대 중 3대가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의 하루 평균 컨테이너 처리량은 지난해 기준 1만 2112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육상 물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예상 피해 규모는 당장 가늠할 수 없지만, 과거 세 차례의 파업 사례를 보면 최소 2억 2000만 달러(약 2400억원)에서 최대 73억 달러(약 8조 10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국가 신뢰도 하락을 포함한 무형의 피해는 포함돼 있지 않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에 더해 비조합원들까지 운송 거부에 참여하면 피해액은 한층 더 커진다. 2008년 화물연대는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현실화와 표준운임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7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비조합원들도 운송 거부에 나서면서 파업 4일차가 되자 전체 참여율이 71.8%까지 치솟았다. 당시 정부는 수출입 화물의 수송 차질 등으로 73억 달러 정도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했다. 2012년 파업 때에는 참여율이 26.4%에 그치면서 피해액도 2억 20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를 선언함에 따라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해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했다”면서 “물류수송 차질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시작된 철도 파업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파업 10일째인 이날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83.9%로 떨어져 여객과 화물 운송의 차질이 계속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는 평소와 같이 100% 운행됐지만, 수도권 전철은 하루 2074대에서 1880대로 줄어 운행률이 90.6%에 그쳤다. 특히 화물열차는 247대에서 101대로 줄며 운행률이 40.9%로 떨어졌다. 경기 의왕 컨테이너 기지와 중부권 시멘트 공장을 중심으로 화물운송 차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서 비롯된 물류 차질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화물의 75%가량을 처리하는 부산항에서는 한진해운 선박들이 싣고 있던 컨테이너들이 대량으로 하역된 탓에 장치장(수출입 물품의 통관을 위해 임시로 두는 곳)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항의 한진터미널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놓은 비율)은 한계치인 80%를 넘나들고 있고, 북항의 감만터미널도 83%에 이른다. 또 하나의 돌출 악재는 항만에서 각종 선박에 기름을 공급하는 급유선 선주들의 단체인 한국급유선선주협회까지 오는 10일 오전 10시를 기해 부산과 울산, 여수항에서 동맹 휴업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도 못했는데 화물연대 파업에다 급유 중단까지 겹치면 피해가 엄청나게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ICT, 농부가 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휴가지에서도 농사… 습도 조절까지 척척”

    [ICT, 농부가 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휴가지에서도 농사… 습도 조절까지 척척”

    지난달 20일 찾은 전남 화순군 도곡면의 파프리카 농장은 네덜란드 첨단 유리온실의 축소판 같았다. 보통 네덜란드 온실 한 개의 규모가 10㏊(약 3만평)에 이르는 데 비해 이 농장 온실의 크기는 1.3㏊(약 4000평)지만, 6m 높이의 유리벽이 농장을 둘러싸고 있고 온실 앞 컨테이너 건물 안에 첨단 환경제어시설이 구비돼 있는 모습은 네덜란드 스마트팜 못지않았다. 축구장 두 개를 합친 넓이였지만 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온실 앞 컨테이너 안에 첨단 환경제어시설 온실 앞에 마련된 사무실에 들어가야 사람을 구경할 수 있었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농장주 정흥기(37) 대표가 큰 모니터 두 대를 들여다보며 적정 온도와 습도, 영양분 공급량 등을 설정하고 있었다. 농장 운영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된 까닭이다. 한낮에 온실 온도가 치솟으면 지붕 위 차양이 드리워지고 분무기에서 안개 같은 작은 물방울이 뿌려지면서 온도를 떨어트린다. 또한 유리지붕이 개방돼 온실 내 온도를 유지하고 환기를 시키는데 비가 올 경우 자동으로 지붕이 폐쇄된다. 영양분이 섞인 물(양액)은 온실 내 온습도와 계절 및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 양과 농도로 파프리카 뿌리에 공급된다. 정 대표는 농장에 설치된 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온실 환경을 제어했으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온실 내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며 농장 상황을 확인했다. 정 대표는 “일반 비닐하우스를 운영하신 아버지께서는 여름철에 비가 올까 봐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옆 동네도 가지 못 하셨다”며 “하지만 나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지 농장을 관리할 수 있기에 1주일간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휴가를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등으로 온실 환경·농장 상황 확인 이 농장은 정 대표를 포함해 6명이 관리하고 있었다. 이 농장에서는 파프리카 순을 치고 작물을 수확하는 데만 주로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만으로도 1년 중 9개월간 쉼 없이 돌아가는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나머지 3개월은 파종하고 줄기를 길러내기 위해 수확을 잠시 멈춘다. 귀농 이전에는 회사에 다녔다는 정 대표는 2014년 농업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노하우 없이 귀향해 파프리카 재배에 나섰다. 농사 초보였던 그는 자동화 설비를 적극 활용하고 농사 노하우를 부지런히 익혀 적용하면서 초기부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농사 첫해인 2014년 초부터 다음해 초까지 1년간 파프리카를 평당 70㎏ 수확했는데 이는 한국 평균 수확량인 평당 약 50㎏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 대표는 “재배 환경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비교적 넓은 재배 지역을 적은 노동력으로 관리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네덜란드의 스마트팜과 비교했을 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온실을 설립할 때 네덜란드 업체 프리바의 스마트팜 설비를 도입했지만 이 설비를 제대로 다루는 데 2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프리바 등 네덜란드 업체의 설비는 복잡한 만큼 값을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어 온실 환경을 재배에 최적인 상태에 정확히 맞출 수 있지만 한국 업체의 설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평가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농장을 방문해 설비 이용 방법과 농장 운영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사설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도움을 받고 있다. ●‘정교한’ 네덜란드 설비 다루는 데만 ‘2년’ 농사 노하우와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점도 정 대표가 어려움을 겪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 특히 스마트팜 도입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기존에 농사를 오랜 기간 지었던 사람이더라도 스마트팜 운영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현재 ICT가 접목된 자동화 설비는 사람이 설정한 값대로 재배 환경을 유지하는 역할만 한다.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통해 재배에 최적인 값을 찾아내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이에 정 대표는 자신의 온실에서 온습도, 영양분 공급량 등 재배 환경에 따라 파프리카의 생장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나 데이터 수집 장비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수집 역부족… 정부의 투자 절실”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 스마트팜 설비를 더 도입하지 못하는 것도 정 대표의 고민거리다. 정 대표는 최근 파프리카가 심어져 있는 라인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하고 싶어한다. 이 카메라로 24시간 원격으로 작물의 생장 정도, 병충해 감염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파프리카를 고사시키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가 온실 내부에 전염되는 것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전년 대비 수확량이 57%로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온실 초기 투자금 40억원 중 82%를 설비를 담보로 대출받고 나머지는 자부담한 상황에서 추가 설비를 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 대표는 소규모 영농이 절대 다수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스마트팜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농가가 이러한 스마트팜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농사를 지을 의지와 자질이 있는 젊은 사람을 엄선해서 그들에게 확실히 투자한다면 스마트팜 보급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정이 열악한 농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대신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스마트팜의 운영비를 낮출 수 있는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중앙정부가 전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대신 지자체가 나머지를 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그 돈조차 지불할 여력이 없어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화순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기고] 시대변화에 대응한 역발상 창조농업/최인태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기고] 시대변화에 대응한 역발상 창조농업/최인태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프랑스 사상가인 장자크 루소는 “대다수 국민이 굶주리고 있는데 국부가 무슨 소용인가”라며 인간의 존엄성 유지를 위한 필수적 생명산업인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시대이자 문화와 감성의 시대를 맞이해 농업도 IT와 문화를 융복합한 농업 6차산업화를 이루어야 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시대 변화에 대한 진화적 적응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빙하기가 찾아왔을 때 네안데르탈인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멸종했지만, 현생인류의 조상인 신인류는 동물의 뼈를 갈아 바늘을 만들어 동물의 가죽들을 꿰매어 입음으로써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변혁의 시기에 농업을 토지, 노동, 자본의 합(合)의 경쟁력 관점에서 벗어나 IT와 문화 등 감성 디자인을 통한 곱하기(乘)의 경쟁력으로 승화시켜 고부가가치 산업화로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혁신의 노력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우리나라 농업의 창조적 6차산업화를 위해 농업인들은 도시민들의 소비 트렌드가 양, 영양분, 기능성 등에서 맛, 신선도, 안전성, 색깔과 모양 등 감성의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와 문화를 입힌 시장 지향적인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둘째, 충청도 만한 영토에서 전 세계 0.2%인 770만명의 인구로 전 세계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배출하고,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미국을 제외한 기업의 40%를 차지하는 이스라엘의 유연하고 도전적인 창조정신 ‘후츠파정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물이 부족한 나라에서 역삼투압의 원리와 넥타핌 기술을 개발해 사막을 옥토로 바꾼 역발상의 창조정신과 끈기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셋째, 농업 분야 연구원들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 및 로봇, 드론 등 첨단 과학기술의 융복합화를 통해 생산토지 현황과 영농계획 등의 빅데이터를 구축해 작물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여 가격 불안정을 해소하고 농작물 생장환경의 최적 제어를 하는 스마트농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의 후생을 증진하는 창조농업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넷째, 농촌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정, 전통문화 등 풍미 있고 농도 짙은 어메니티를 발굴해 도시민들에게 맞춤형 힐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농촌관광산업의 전후방 연관산업 간 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농촌이 돼야 한다. 도시민에게 여유를 주고, 가고 싶은 농촌이 돼 지속적인 농촌 방문을 촉진하고 농산물 가공·유통 등 농업 융복합화를 통한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농업이 1차산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가공과 유통을 겸영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출을 확대하려는 절박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 연구소, 기업, 농업인 간의 상호 협력적 연구개발(R&D) 활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공진화의 화학반응이 일어나 총요소생산성이 증대돼야 국민 모두의 소득이 증가하며 경제성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 [식품 속 과학] 농약, 단순한 위해물질이 아닙니다/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기획관

    [식품 속 과학] 농약, 단순한 위해물질이 아닙니다/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기획관

    인류는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농업이 싹튼 무렵부터 광물질이나 식물독과 같은 자연물을 농약으로 사용해 왔다. 본래 식물은 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 해충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각종 화학물질을 품고 있거나 내뿜는다. 그 능력을 타감작용(알레로파시·Allelopathy)이라고 한다. 타감작용이 강한 식물은 약용식물 또는 유독식물로 분류하기도 하며, 그 성분은 약이나 독으로 이용된다. 기원전부터 독성식물 ‘해총’이 살서제(쥐약)로 이용된 것은 스테로이드배당체 성분 때문이며 ‘제충국’이 살충제로 쓰인 것은 피레스로이드(pyrethroid) 성분 때문이다. 그러나 농업이 근대화된 이후에는 천연 농약만 사용해서는 음식물의 대량 소비에 대응해 필요량을 확보하거나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현재는 피레스로이드의 다양한 유도체를 합성해 각국에서 살충제로 이용하고 있다. 합성화학물질을 최초로 농약으로 실용화한 것은 1938년 디디티(DDT)의 살충 효과가 발견되고서부터다. 스위스 가이기사(현재 노바티스사)의 파울 헤르만 뮐러가 합성염료의 방충 효과를 연구하다가 DDT의 살충 효과를 발견하고 이를 대량으로 합성해 살충제를 만들었다. 그는 농업에 혁신을 일으킨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 이 발견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살충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안전사용 규제 없이 사용된 화학농약은 환경변화를 일으켜 새들의 개체 수를 감소시켰다. 1962년 여성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출간해 화학적 농약의 과잉 사용에 의한 환경파괴를 고발했다. 이를 계기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미국은 1970년에 환경보호청(EPA)을 설립하고 농약의 규제체계를 갖췄다. 우리나라도 현재 농약관리법에 따라 농약 사용을 규제하고 있으며 식품위생법으로 식품섭취에 따른 잔류 농약의 안전성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 잔류 농약의 기준 설정은 먼저 화학물질별로 급성독성, 반복투여독성, 발암성, 유전독성 등의 각종 독성 실험을 통해 평생 매일 섭취해도 건강에 나쁜 영향이 없다고 추정되는 하루 섭취 허용량(ADI)을 정한다. 이를 근거로 식품을 통한 농약 섭취량이 ADI를 초과하지 않도록 식품별로 기준을 설정한다. 특정 식품을 평생 매일 먹지는 않으므로 잔류 농약 섭취량이 ADI를 초과할 우려는 없다. 시중에 유통되는 유기농산물이나 친환경농산물이 전체 유통 농산물의 10%에 미치지 않는 우리나라의 농업 현실을 고려할 때 농약 등 화학물질을 단순히 위해물질로 보는 것보다는 어떻게 잘 사용할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실패한 도시 유토피아… 재생의 길로 ‘다시 세운’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실패한 도시 유토피아… 재생의 길로 ‘다시 세운’

    # 세운상가의 ‘복권’ 세운상가에 2016년은 어떤 해였을까. 아마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처럼 ‘참 좋은 해’(It was a very good year)였을 것이다. 일단 오세훈 시장 당시 등장했던 ‘전면 철거 후 재건축 및 녹지축 조성’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들어갔다. 내부적인 우여곡절도 있었고 세계 경제의 영향도 받았지만, 이 지역이 고층화되면 종묘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해제해 버리겠다는 유네스코의 엄포 또한 강력한 지원사격이었다. 그 와중에 세운상가의 가장 북쪽 끝인 현대상가가 철거되기는 했다. 지금의 세운상가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 재생 사업의 중요한 한 축이다. ‘다시 세운’라는 프로젝트 이름은 적어도 당분간은 이 건물의 미래가 상당히 밝을 것임을 보여 준다. ‘입체적 복합문화 산업공간으로 재생’한다는 취지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철거될 뻔했던 세운상가는 졸지에 도시의 문화적 아이콘이 됐다. 2016년은 세운상가의 보행자 데크, 즉 공중가로를 다시 살리는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세운상가 건립 당시의 취지, 즉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공중 보행자 가로로 연결하는 개념을 다시 되살린다는 것이다.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이스케이프(김택빈, 장용순, 이상구) 건축사사무소의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이 최종 선정됐고 3월 4일 공사가 시작됐다. 한국은 건축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지극히 부족한 사회다.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게다가 문화재도 아닌, 민간 건물의 당초 설계 의도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다시 살리려는 노력은 사실상 전례가 없다. 건물이 워낙 크고, 주변 지역이 워낙 넓으며,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하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설계자가 한국 근현대 건축 대표주자의 하나인 김수근과 그의 후예들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연재를 통틀어 이렇게 설계자의 아우라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건물의 사례는 단연코 없다. 세운상가가 각종 전시나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흔해졌고, 세운상가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7~8월에는 ‘도시는 선이다’라는 제목으로 세운상가의 산파역이었던 ‘불도저’ 김현옥 시장에 대한 전시회가 시립역사박물관에서 열렸고 세운상가는 그 핵심적 전시물의 하나였다. 2016년은 세운상가의 ‘복권’이 시민사회에서 공식화된 해로 봐도 좋을 것이다. 세운상가에 대한 글은 넘치도록 많다. 다만 그 물리적 실체에 대한 기초 정보는 그리 넉넉하지 않다. 자료의 축적과 차분한 관찰보다는 해석과 의미 부여에 더 많은 관심이 기울어진 듯하다. 현재까지는 2010년 서울 시립역사박물관에서 펴낸 ‘세운상가와 그 이웃들’이라는 책이 가장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비매품으로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세운상가 도시재생을 추진 중인 서울시는 이제 자료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세운상가는 1967년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라고 하지만 이 숫자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전체 건물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게다가 공식 기록이란 측면에서 세운상가가 과연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지난번 좌원 아파트 편에서 제시한 바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세운상가가 들어선 자리는 일제강점기 후반 태평양전쟁이 격렬해지면서 공습에 대비해 만들어진 소개공지대다. 그 자리가 슬럼화되자 당시 서울시장 김현옥은 대형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다는 아이디어를 대통령 박정희에게 제출했다. 내친김에 ‘세(世)계의 운(運)이 모인다’는 지극히 자기현시적이고 개발시대다운 이름까지 지어 올렸다. 설계를 의뢰받은 건축가는 김수근이었다. 당시 상당한 규모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던 김수근은 휘하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실무를 맡겼다고 전한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 들어갔을 때 건설사들이 제각각으로 시공하는 바람에 보행자 통로 등 핵심 설계 의도가 잘 구현되지 않았다. 결국 아무도 설계자를 자처하지 않는 기묘한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됐다. 완공 당시에는 상가와 아파트 모두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나 반짝 인기가 식고 건물이 낡아 가면서 도시의 흉물로서 받을 만한 비난은 모조리 받는 처지가 됐다.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부터 시작해 ‘서울의 도시구조를 망친 주범’이라는 것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날 선 비난들이었다. ‘한국의 아파트 연구’의 저자인 프랑스 출신 발레리 줄레조는 세운상가를 한마디로 ‘완전한 실패작’으로 규정했다. # 실패한 유토피아? 세간의 논의는 일단 그렇다 치고 세운상가의 면모를 간단히 파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북쪽부터 시작해 각각 현대상가(2008년 철거), 세운상가 가동(혹은 아세아상가. 현 세운전자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현 삼풍 넥서스), 풍전호텔(현 PJ호텔), 신성상가(현 인현상가), 진양상가까지 총 8개의 건물이 있다. 전체 길이는 945m로 종로와 청계천로, 을지로, 마른내길, 그리고 퇴계로에 걸쳐져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완공된 것은 세운상가 가동으로 1967년 11월 17일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가장 나중에 완공된 것은 풍전호텔로 사용 승인일은 1982년 12월 31일이다. 그 격차가 무려 15년에 가깝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풍전호텔은 나머지 건물들과 사뭇 다른 점이 있다. 지하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는 것이다. 주차장법이 제정된 해가 1979년이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처음으로 신문 지면에 ‘세운상가의 개관’을 알리는 기사가 실린 것은 1967년 7월 26일이었다. 하오 2시라고 시간까지 밝히고 있다. 당시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와 김현옥 시장이 참석했다. 이때 개관한 건물은 세운상가 가동으로 당시 광고가 아직 남아 있다. 사용 승인일은 그보다 몇 개월 후인 11월 17일이었으나 1, 2층 상가만 먼저 개관하는 바람에 개관일이 한참 앞당겨진 것이다. 이때 상부의 아파트는 아직 건설 중이었다. 이름이 말해 주듯이 건물마다 건설사가 제각각이었다. 이들 중 현대나 대림, 삼풍은 잘 알려진 이름들이다. 그중 비교적 덜 알려진 신성건설은 거대 주상복합 건설의 경험을 되살려 1971년 7월 6일 홍은동에 유진상가를 완성한 바로 그 회사다. 그러나 이처럼 건설사가 서로 다르다 보니 공통의 개념을 구현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의 하나였던 보행자 데크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마른내길 위, 즉 풍전호텔과 신성상가 사이는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이후 청계천로의 데크가 2004년, 이어 삼풍상가와 풍전호텔의 데크가 2006년 리모델링 당시 철거됐다. 결국 보행자 데크의 전체적인 연속성은 처음부터도 완전치 않았고 그나마 만들어진 것도 상당 부분 사라진 지 오래됐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 장대하고 사연 많은 복합 건물군을 ‘세운상가’라는 이름으로 단일화해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낳는지 알 수 있다. 차라리 서로 다른 건물로 파악하고 역으로 공통분모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유익한 태도일지 모른다. 세운상가에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역시 보행자 데크, 즉 공중가로 부분이다. 지상은 자동차가 다니고 보행자는 그 위를 걷는다는 공중가로의 개념은 물론 세운상가만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당시는 세계적으로 거대 건물을 통해 구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고 전쟁의 상처를 복구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야망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일본은 메타볼리즘 건축을 통해 생명체의 신진대사 시스템을 도시와 건축에 적용하려고 했다. 공중가로라는 개념도 이미 1960년대에 영국의 신브루탈리즘 계열 건축가인 앨리슨과 피터 스미슨 부부에 의해 ‘스트리트 인 더 스카이’(street in the sky)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바 있었다. 이것은 사실상 런던의 교통사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었는데, 당시 한국이 같은 문제를 제기할 상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김수근은 누구보다도 세계 건축계의 동향에 민감했고, 또한 그것을 자신의 경력에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았던 인물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한 층 위로 올라가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유인 동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제공되지 않은 공중가로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1960년대에 시도된 런던의 공중가로 네트워크인 페드웨이(Pedway)도 결국 실패했다. 세운상가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불법 음란물 말고는 사람들을 데크로 올라오게 하는 별다른 ‘유인 동기’가 없다는 불명예를 얻고 말았다. 세운상가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사실상 이렇게 버려진 공중가로의 탓이 크다. 종종 ‘건물 전체가 슬럼화됐다’고 하지만 정작 건물의 내부, 특히 아파트의 중정 부분은 지금도 상대적으로 환경이 더 양호하다. 답사 과정에서 만난 몇몇 세입자들은 임대료가 오르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즉 수요가 있는 것이다.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 삼풍상가나 풍전호텔은 불명예스러운 루머가 무색하리만큼 아주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아예 처음부터 공중가로를 건물 양옆이 아니라 중앙에 설치해서 여러 개의 중정을 거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즉 중정을 지금처럼 입주민들만이 전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공공장소로서 보행자에게 개방했더라면? 즉 다른 상가아파트들이 길과 맺고 있던 밀접한 관계를 공중가로에서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 세운상가가 던져준 건축의 역할 영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세운상가가 이제 새로운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기약하고 있는 지금 건축과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세운상가를 가리켜 실패한 유토피아라고 비난하는 것은 결과론적인 시각에서는 근거 있는 행위일지 모른다. 동시에 아주 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자칫하면 미래에 대해 꿈을 꾸고 상상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패배주의를 낳는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가 그렇듯이 건축 또한 해 오던 방식을 더 세련되게 반복하는 것만으로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도전해야 하고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어디 다른 나라에서 선례를 수입해 우리의 미래를 해결하려는 습관 또한 그 효용성의 한계에 다다랐다.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따라서 그만큼 외로운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실패한 유토피아의 상징, 그러나 어떻게든 세월의 무게를 이겨 온 세운상가가 우리에게 주는 역설의 교훈이다.
  • 한해 40억개 우편물 배달하고 ‘포스트 페이’로 경조금 보내고

    한해 40억개 우편물 배달하고 ‘포스트 페이’로 경조금 보내고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인터넷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인 시대다. 상대방에게 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관계가 소원해지기 십상이다. 어디든지 최소 하루 이상 걸리는 편지가 우리 곁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푯값이 얼마인지, 동네 우체통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게 신기할 정도다. ‘우체국은 곧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는 연간 40억개의 우편물을 도서 지역까지 배달하는 보편적 서비스부터 알뜰폰 사업, 핀테크 서비스인 ‘포스트 페이’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금과 보험 등 금융사업에 힘입어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보편과 변화가 공존하는 우체국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우표는 크게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로 나뉜다. 보통우표는 우편요금의 납부를 주목적으로 하는 우표로 우체국에서 상시적으로 판매하는 우표를 뜻한다. 기념우표는 국내 중요 행사나 사건, 인물 등이 들어가며 발매 기간이 정해져 있다. 현재 보통우표의 가격은 25g짜리 통상우편 기준으로 300원이다. 보통우표의 발행량은 2006년 2억 500만여장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6000만여장으로 뚝 떨어졌다. 약 10년 만에 4분의1이 된 셈이다. 이렇게 수치로만 보면 우표 발행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일종의 ‘문화’로서 기능은 여전하다. ‘우취’, ‘까세’ 등 우표 수집 용어들은 아직 건재하다. ‘우취’란 우표를 수집하는 취미를 줄인 말로 우표 수집가는 우취인이라고 부른다. ‘까세’란 우편봉투에 그려진 도안을 의미한다. 보통 기념우표 발행에 맞춰 해당 우표와 디자인을 맞춘 그림이 들어가 있는 봉투가 만들어진다. ●우표 속 정치·경제·문화·역사 등 담겨 우표 속에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이 담겨 있다 보니 우표는 시대의 기록을 담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표의 크기는 통상 가로, 세로 2~4㎝이지만 담을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우표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인쇄상 오류로 탄생한 우표가 희귀 우표가 되기도 한다.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5월 6일 영국 여왕 즉위식 때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을 넣어 발행한 흑색의 1페니 우표(페니 블랙)다. 그로부터 이틀 후 청색의 2펜스 우표가 발행됐다. 우리나라 최초 우표는 ‘페니 블랙’보다 44년 늦은 1884년 11월 첫선을 보였다. 신진 개혁파 정치인이던 홍영식이 중심이 돼 우정총국을 설치하고 업무를 시작하면서 ‘문위우표’를 발행했다. 문위란 이름은 당시 화폐 단위가 ‘문’(文)이어서 나중에 붙여졌다. 원래 5문, 10문, 25문, 50문, 100문짜리 등 모두 다섯 종을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 의뢰해 인쇄했지만 우정총국 업무 개시일까지 5문 우표와 10문 우표 두 종만 도착했다. 결국 나머지는 갑신정변으로 우정총국이 폐쇄된 후에 도착되는 바람에 사용되지 못했다. 우표에 얽힌 사연들도 다양하다. 세계 희귀 우표로 꼽히는 ‘뒤집힌 제니’ 우표도 그중 하나다. 1918년 미국 최초로 발행된 항공우표로 원래 우편용 비행기인 ‘커티스 제니’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는데 제작 과정의 실수로 파란색 부분이 뒤집힌 채 인쇄됐다. 당시 이 우푯값은 24센트였지만 현재 100만 달러(약 11억 450만원)를 호가하고 있다. 우표는 정치적 공방을 넘어서 국가 간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1933년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간의 ‘그란 차코 전쟁’은 ‘우표전쟁’이라고 불린다. 당시 두 나라는 서로 차코 지방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라과이가 차코 지방을 그린 우표를 내자 볼리비아도 뒤질세라 우표를 발행했다. 우표에서 유발된 양국의 싸움은 전쟁으로까지 번졌다. 우표 디자인은 시대를 따라 큰 변화를 겪었다. 정부 수립 때부터 1960년대까지는 인쇄 기술이 떨어져 단색 분판을 통해 도안이 됐다. 1970~1994년에는 60년대 후반 도입된 컬러 인쇄기계의 힘으로 다양한 색상이 재현됐다. 당시 우표는 핸드 드로잉에 의존해 아날로그적인 멋을 가지고 있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는 컴퓨터그래픽의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면서 이미지를 합성·변형하거나 특수 시각효과를 넣은 디자인이 대다수였다. 2000년 이후의 우표는 핸드 드로잉이 주는 감성적 장점과 다양한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의 장점을 합친 ‘디지로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시변각 우표, 향기우표, 야광 우표, 스티커 우표 등 이목을 끄는 우표들도 나온다. ●우체국 예금 1905년·보험 1929년부터 시작 일반인이 아는 것보다 꽤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예금과 보험 업무를 해 왔다. 우편 업무의 시초가 1884년이었다면 예금과 보험 업무는 각각 1905년과 1929년에 시작됐다. 1977년 농협에 예금·보험 업무를 넘겼다가 경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1983년 다시 가져왔다. 전국 3500여개 우체국의 절반이 넘는 약 55%가 도시가 아닌 시골에 위치해 우체국예금과 보험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아 민간 금융기관에서 서비스 제공을 기피하는 농어촌이나 도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현금 입출금, 생명보험, 공과금 수납, 해외송금 등 보편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가장 큰 업무는 여전히 우편 서비스지만, 일감이 되는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정사업본부의 물동량은 일반우편물, 등기, 소포·택배, 국제우편 등을 합쳐 2002년 55억 3677만개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2006년 48억 4185만개, 2014년 42억 8434만개, 지난해 40억 2051만개으로 가파른 감소세를 타고 있다. 2011년부터는 예금·보험을 제외한 우편사업은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우체국의 물류망, 금융망, 전산망 등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3년에 시작한 알뜰폰 수탁 판매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농어촌 지역 특산물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우체국 쇼핑 사업도 활발하다. 우체국망과 온라인 쇼핑을 통해 김, 멸치, 과일, 한과 등 479개 품목 9200여종의 농수산물을 판매해 지난해 19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체국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올 3월부터 핀테크 서비스인 ‘포스트 페이’를 출범시켰다. 포스트 페이는 우체국의 특화 서비스인 경조금 배달 서비스를 핀테크와 접목한 간편송금·간편결제 서비스로 휴대전화 번호만으로도 경조사비를 보낼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 소속된 정부 기관으로 고위공무원 가급(1급 상당)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이나 포스트 페이처럼 국가 시책에 부합하면서 우수한 중소기업도 도울 수 있는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영보정 등 복원 본격화… ‘충청수군의 본거지’ 위용 되찾을까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영보정 등 복원 본격화… ‘충청수군의 본거지’ 위용 되찾을까

    충남 보령시는 조선시대 보령현과 남포현을 합친 지역이다. 오늘날 보령시의 중심부는 옛 대천시에 해당한다. 보령읍성은 북쪽의 주포면, 남포읍성은 남쪽의 남포면에 흔적이 남아 있다. 대천이라는 땅이름은 시내를 흐르는 한내, 곧 대천(大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서 보령군이 됐고, 대천은 당시 면(面)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뒤 1962년 읍(邑)으로 승격했다. 보령군은 1986년 대천시와 보령군으로 나눠졌다가 1995년 보령시로 다시 합쳐졌다. ●조선시대 군사·행정적 역할 컸던 충청수영성 고종 9년(1872) 그려졌다는 ‘보령부지도’를 보면 두 개의 성(城)이 보이는데, 보령읍성과 충청수영성이다. 고려시대 현(縣)이었던 보령은 조선시대 부(府)로 승격되었다가 다시 현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그런데 내륙의 보령읍성보다 바다에 면한 충청수영성이 훨씬 넓어 보이는 것은 물론 건물의 규모가 크고 숫자도 많다. 충청수영성이 수행한 군사적, 행정적 역할이 매우 중요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충청수영, 곧 충청도수군절도사영(忠淸道水軍節度使營)은 말할 것도 없이 충청수군의 본거지다. 관할 해역은 북쪽 아산만에서 남쪽 금강 하구 장항만에 이르렀다. 해안선 길이는 992.8㎞로 점점이 이어진 섬이 250개나 된다. 충청수영성은 관할 해안선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충남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에 있었다. 주꾸미 배낚시로 유명한 오천항이 충청수군의 옛 군항(軍港)이다. 충청도 앞바다는 고려시대 이후 남부 평야지대에서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도성(都城)으로 운반하는 조운선이 지나는 길목이었다. 왜구가 무리지어 침범했던 것도 양곡 탈취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따라서 고려시대부터 충청도 해안선에는 수군을 주둔시켰다. 조선시대에도 태조 5년(1396)에 벌써 ‘수군절도사의 병영이 보령현 서쪽 20리 지점에 있다. 수군첨절제사를 두어 방어케 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곳에 군영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세종 29년(1447)이다. 서해 바다의 운치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영보정을 지은 것은 연산군 10년(1504)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보정은 시인 묵객이 줄지어 찾는 대표적인 명승의 하나가 됐다. 수영을 둘러싼 석성(石城)은 중종 4년(1509)부터 16년 동안 쌓은 것이다. 비로소 방어성으로 제 모습을 갖추었을 것이다. 당시 충청수영의 군선은 142척, 병력은 8414명에 이르렀다. 충청수군의 역사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수군(水軍)이 가장 주목받은 임진왜란 때도 지원군 역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충청수군은 선조 29년(1596) 한산도로 남하해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의 지휘를 받다가 이듬해 칠천량해전에서 패전하기도 했다. 충청수군은 해전에 나선 것은 물론 안면도 소나무를 베어 삼도수군의 군선(軍船)을 건조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한다. 충청수영성은 안면도·원산도로 둘러싸인 천수만에서도 좁은 내만(內灣)에 깊숙이 들어앉아 있다. 앞바다의 수심이 깊은 데다 서해안의 심한 조수간만의 차이에도 다른 포구와는 달리 배가 드나드는 데 어려움이 없다. 주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동산의 자연 지형까지 감안하면 천혜의 해군 요새라 할 수 있다. 충청수영은 관할 수역의 움직임을 봉화로 신속하게 파악했다.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지형적 특성에 따라 자체적으로 권설봉수(權設烽燧)를 운영했다. 어청도 봉수에서 외연도, 녹도, 원산도를 거쳐 수영성 남쪽 1.2㎞ 지점의 망해정 봉수로 이어지는 정보 전달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다른 수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보령, 역사관광 도시로 발돋움해야 충청수영성은 병자호란 이후 수도권 방어가 가장 중요한 군사적 목표로 떠오르면서 이전론이 제기된다. 왜구를 막아 조운선의 안전한 운항을 도모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청나라와의 관계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왕실과 조정의 피난처인 강화도 일대를 보호하는 데는 적절치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결국 정조 3년(1779) 충청수사의 지휘소인 행영(行營)을 태안반도 서쪽 끝 안흥으로 옮겨 10년 남짓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의 충청수영성에서 전성기 위용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영보정 복원을 시작으로 옛 모습을 되찾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곽을 되살리려는 발굴조사도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문 밖 갈마진두(渴馬津頭)는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 신부 다섯 명이 순교한 현장이기도 하다. 보령이 대천해수욕장의 ‘머드 축제’를 넘어선 역사관광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충청수영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dcsuh@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일제에 유린당한 한서린 남산 기슭… 애국지사 동상 ‘혼’ 달래는 호국의 길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일제에 유린당한 한서린 남산 기슭… 애국지사 동상 ‘혼’ 달래는 호국의 길

    서울미래유산은 정치역사, 산업노동, 시민생활, 도시관리, 문화예술 등 5개 분과로 나뉜다. 정치역사분과 세부 선정 기준에 따르면 당시 흔적이 모두 사라지고 터만 남아 있는 경우 미래유산 선정보다는 표지석, 지도 표시 정도로 기념한다. 동상, 탑, 기념물의 경우 인물에 대한 평가보다는 예술적 가치만을 고려한다. 분묘의 경우 가옥에 비해 보존 중요도가 낮고 인물 평가에 따른 논쟁을 우려해 미래유산 선정에서 제외한다. 다음번엔 산업노동분과 세부 선정 기준을 알아본다. 서울시는 미래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서울신문·문화지평과 공동 주관으로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 확인과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다음 답사는 경희궁에서 모여 돈의문터, 경교장, 충정아파트, 아현동 가구거리, 성우이용원 등을 돌아본다. “제가 문화재청 문화지킴이 활동도 하고 순찰을 하면서 이 지역 문화재도 수시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서울미래유산 탐방답사 8회차 모이는 장소가 지하철 3호선 동국대입구역 6번 출구 장충파출소 앞이었다. 플래카드를 걸고 있자니 한 경찰관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플래카드 거는 위치가 잘못돼서 지적하러 나온 줄 알았더니 괜찮으니 계속하란다. 경찰관은 자신을 서울 중부경찰서 소속 위시환 경위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문화재 사랑은 물론 김성섭 중부경찰서장의 ‘우리 동네 바로 알기’ 시책까지 알려 준다. 거기다가 중부경찰서가 펴낸 ‘서중경(서울 중부경찰서)의 역사산책’이란 책자까지 한 권 건넨다. 책자는 지역 문화재와 동네마다 감춰진 이야깃거리를 140쪽 분량으로 소개한다. 김성섭 서장은 발간사에서 “동네 역사를 알아야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치안 시책을 펼 수 있다고 생각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치안에 인문학을 결합시킨 이런 발상이야말로 요즈음 말하는 융합인 셈이다. 1회차 정동 답사를 이끈 이필용(47) 서울미래유산해설사가 두 달 만에 기가폰을 목에 걸었다. 일제가 뽑아 버렸던 ‘장충단비’ 을미사변·갑신정변 때 희생된 영령 기려 이 해설사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매니저로 일하면서 짬을 내 한양도성 길라잡이 활동 등을 하는 베테랑 문화해설사다. 이 해설사가 일행을 처음 멈춰 세운 곳은 1900년(광무 4년)에 세워진 장충단비(서울시유형문화재 제1호) 앞이다. 장충파출소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이 비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인 을미사변을 비롯해 갑신정변, 임오군란 때 희생된 영령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을미사변 때인 1895년(고종 32년)에는 궁내부 대신 이경직과 시위대장 홍계훈 등 많은 병사들이 일본군에 의해 희생됐다. 고종은 이곳에 사전(祠殿) 1동과 부속건물 2채를 세워 장충단을 꾸몄다. 대한제국시절 봄, 가을 두 차례 지내던 제사를 일본의 통감부가 설치된 뒤 1908년 중단됐다. 1910년에는 장충단을 폐사하고 비석도 뽑아 버렸다. 항일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선총독부는 1919년부터 벚꽃을 잔뜩 심고 1920년대 후반에는 장충단공원을 조성했다. 뽑힌 장충단비는 1945년 해방과 함께 현 신라호텔 자리에 세워졌고 1969년 지금 자리로 옮겨졌다. 건물은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신라호텔 자리에는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1909년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된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기 위해 1932년 그의 이름을 딴 사찰 박문사를 들여놓았다. 이 해설사는 “일제가 박문사를 지으면서 경복궁 석재와 목재를 뜯어 왔고 경희궁 정문 흥화문을 가져와 정문으로 사용했다”면서 “심지어 상하이 사변 때 죽은 일본군 육탄 3용사 동상을 세워 대륙침략 정신교육 전진 기지로 삼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탄 3용사는 아사히신문이 2007년 6월 13일 당시 보도가 엉터리였다고 오보를 인정한 바 있다. 이 해설사는 “박문사를 지은 일본 다이세이(大成) 건설이 후일 신라호텔까지 지었다”며 “이 역사적 연결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덕꾸러기가 돼 버린 ‘수표교’ 청계천 공사로 옮긴 뒤 돌아가지 못 해 장충단에 박문사를 짓듯 일제는 원구단을 허물고 철도호텔(현 웨스턴조선호텔)을 짓고 창경궁을 동물원인 창경원으로, 경희궁(경덕궁) 자리에 경성중학교를 세우는 식으로 우리 문화재를 짓밟았다. 장충단비 지근 거리에 수표교(서울시유형문화재 제18호)가 보인다. 이 해설사는 일행을 다리 아래로 안내했다. 대부분 다리 밑을 처음 구경한다고 웅성거렸다. 다리 상판을 이고 있는 교각에는 경진지평(庚辰地平) 각자(刻字)가 있다. 1760년에 글자를 새겨 넣고 네 단계로 수위를 관리했다. 수표교는 원래 청계천에 있었는데 복개공사 때문에 1958년 옮겨졌다가 1965년 현 자리에 놓여졌다. 엉뚱한 곳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서 있는 수표교가 언제쯤 청계천으로 되돌아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장충단에는 유난히 동상이 많다. 이준 열사, 유관순 열사, 외솔 최현배 선생 등 모두 일제에 항거한 이들이다. 중구는 장충단비~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수표교~이준 열사 동상~이한응 선생비~최현배 선생 기념비~유관순 열사 동상~3·1독립운동 기념탑~국립극장~김용환 지사 동상~자유센터로 이어지는 길을 ‘호국의 길’로 이름 지었다. 일제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한 남산 기슭에 이들을 모셔 혼이라도 달래려 한 게 아닐까 추측한다. 조선 인조 때 만들어진 ‘국궁도장’활 쏘며 심신 수련하는 생활체육인 모여 남산 자락을 오르기 시작하다 보니 석호정 활터 표지석이 나타났다. 조선 인조 때인 1630년쯤에 만들어진 국궁도장이다. 1970년 서울시와 서울정도600년고증위원회의 배려로 표지석 자리보다 위로 올라가 남산순환도로 옆에 자리잡았다. 이날도 활을 쏘며 심신을 수련하는 생활체육인들이 여럿 나와서 국궁을 즐기고 있었다. 사대(射臺) 앞에는 습사무언(習射無言)이란 글이 보인다. 활을 쏠 때 말하지 말라는 궁도구계훈 중 하나다. 가로글씨지만 우에서 좌로 읽어야 한다. 표적까지는 145m, 쏘아 올린 살이 멀어지며 순식간에 육안에서 사라진다. 답사단은 남산순환로를 통해 서울 미래유산인 국립극장을 들른 뒤 자유센터, 반얀트리 서울 호텔을 지나 한양도성길을 제법 걸었다. 반얀트리는 과거 타워호텔이란 이름을 가진 자유센터 부속 숙박동이었다. 자유센터는 1962년에 열린 아시아반공연맹 임시총회의 회의장이었고 타워호텔이 숙박시설이었던 것이다. 이날 답사에 참여한 김수경(48) 소요재 대표는 “22살 때 타워호텔에서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인턴십을 했던 추억이 있다”며 “불의의 교통사고로 꿈을 접고 고향인 부산으로 귀향해 직조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직물공예와 자투리 천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예술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공방을 창신동에 두고 있다. 국립극장 내려오면 미래유산 ‘군락’ 테니스장·야구장·체육관·족발골목 등 이 해설사는 “이 두 건물 모두 근대 건축계 거장 김수근씨가 설계한 것”이라며 “김수근씨는 파괴된 한양도성에서 나온 성석을 기초석이나 옹벽으로 사용하는 저급한 역사 인식을 보여 줬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해설사는 서울KYC의 한양도성 목멱구간 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 도성 파괴를 늘 안타까워했다. 호국의 넋이 충만한 남산 기슭을 둘러보고 다시 원점으로 내려오는 장충단로에서 장충테니스장, 장충리틀야구장, 길 건너 장충체육관과 장충동 족발골목 등 서울미래유산 ‘군락’을 만났다. 인근에 있는 남산 1호 터널도 서울미래유산이다. 서울 요새화 계획에 따라 교통 기능보다는 방공호 목적으로 건립됐다. 이 터널로 인해 강남 개발이 가속화되는 등 건축사와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있다. 장충테니스장은 장호테니스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71년 지어진 우리나라 테니스 역사의 요람이다. 장충체육관은 우리 건축설계와 기술로 지어진 최초의 돔형 체육관이다. 남매와 함께 온 김연진 경기관광공사 과장은 “이런 프로그램이 서울에서만 이뤄지는데 도보길 역사탐방을 경기도에 접목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수경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참된 미래유산’인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로 전해 줄 보물지도를 그리는 일”이라며 “단순한 추억 찾기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지켜야 할 가치들을 들려주고 함께 보물지도를 그릴 때 서울미래유산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부터 이 지역 답사를 마치면 늘 태극당 제과점 쪽 먹자골목에 있는 ‘닭한마리 돼지한근’이란 곳을 들른다. 이날도 답사단 여럿이 푸짐한 김치찌개로 허기를 채웠다. 아쉽게도 70년 전통의 태극당은 아직 서울미래유산이 아니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풍물의 ‘흥’ 어우러진 ‘맛’ 부평의 ‘멋’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풍물의 ‘흥’ 어우러진 ‘맛’ 부평의 ‘멋’

    인천 부평구 하면 공업도시나 상업도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곳곳에 공단이 산재해 있는 데다, 경인전철 부평역을 중심으로 인천에서는 가장 큰 상권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입구이다보니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평은 부평평야의 넓은 들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했던 곳이다. 이런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부평풍물대축제다. 농촌에서 번성했던 풍물을 주제로 20년의 역사를 지켜 온, 우리나라 유일의 풍물축제인 ‘부평풍물대축제’가 오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부평대로를 비롯한 부평지역 곳곳에서 펼쳐진다. 풍물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통 연희인 풍물의 원형을 찾아가는 축제, 전통의 창조적 계승으로 미래를 담아내는 축제인 부평풍물대축제는 3년 연속 ‘지역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돼 인천의 대표 축제로 자리를 굳혔다. 올해는 ‘풍물이랑 놀자!’를 주제로,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총체적 예술, 종합 연희’ 방식으로 공연을 펼쳐 대한민국 대표 공연예술축제로의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 축제는 공공자산인 도로를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심 한복판인 부평대로(8차선) 1㎞ 구간을 무대로 활용,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개방 공동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농촌도 아닌 도시에서 22개 동 단위로 만들어진 풍물단은 연중 연습을 하며 활동을 벌이다 축제기간에 공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특히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부평풍물단은 부평문화재단 소속 예술단으로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산동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두레풍물은 인천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돼 축제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작년 70만명 찾은 대표 공연예술제 부평풍물대축제는 1997년 9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6일 동안의 행사로 출발, 해가 갈수록 규모를 키우다 2011년 15회 행사 때는 축제 예산 삭감 정책에 따라 행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2014년 18회부터 3년 간 계속 지역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돼 국비 1억~1억 5000만원을 지원받음으로써 명성과 행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기간 중에 열린 2014년도 축제는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아시안게임 맞이행사’로 치러져 아시아인들에게 독특한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19회 행사에는 다양한 예술성을 지닌 국내외 90여개 단체가 환상적인 공연을 진행, 70만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올해 성년이 되는 20주년을 맞이한 부평풍물대축제는 크게 전통무대와 창작공연, 거리공연,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나눠져 진행된다. 메인 프로그램인 ‘전통공연 및 명인전’은 부평문화의 거리 인근 전통 오픈 스테이지에서 10월 1~2일 이틀간 열린다. 전통 두레굿에서 현대 연예풍물을 아우르는 대동풍물 공연, 각 지역의 특성과 기 예능을 잘 보존하고 있는 단체들의 공연, 풍물놀이가 가지고 있는 두레정신과 공동체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공연, 전국의 풍물인들이 함께해 전통 풍물의 맛과 멋, 흥이 어우러지는 대동 맘판놀이 등이 쉼 없이 펼쳐진다. 논산전통두레풍장, 평택농악, 밀양백중놀이, 강릉농악, 소금밭일노래, 고창농악, 빗내농악 등 전국적적으로 유명한 풍물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축제 20주년을 기념해 김동언, 김병천, 김선옥, 남기문, 류명철, 손영만, 신만종, 유지화, 윤종곤, 윤종만, 임광식, 임웅수, 지운하 등 15인이 참여하는 ‘대한민국풍물명인대전’도 개최된다. 10월 1일 오후 7시 30분에는 부평역 인근 메인 무대에서 부평풍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며 풍물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음악적 요소와 연희적 요소를 극대화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부평아리랑 풍물소리’가 펼쳐진다. 이어 논산전통두레풍물보존회, 부평구립합창단, 부평라인댄스시범단, 서도참배뱅이연구보존회, 스칼라합창단, 에스캄슈퍼밴드, 연희단비류, 평택농악무동팀 등이 함께하는 콜라보 공연으로 어울림의 하모니를 구현한다. 축제 마당공연으로는 10월 1~2일 인하대풍물패 한울, 경인교대 약동이, 부평문화재단 행복나눔풍물단, 부평노인복지관 신명풍물단, 인천교사전통문화연구회, 아리랑 전통연희단 등 풍물동아리 30개 팀의 풍물난장이 부평대로에서 펼쳐진다. 창작공연은 제일은행 인근 창작 오픈 스테이지에서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청배연희단, 연희집단 더 광대, 크리에이티브 그룹 노니, 여성연희단 노리꽃, 유희 컴퍼니 등이 참여하는 ‘창작연희초청페스티벌’과 함께 아프리카 전통 타악단 등 해외 2개 단체를 초청 공연하는 ‘세계전통창작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과 11일에는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풍물과 역사 이야기를 결합, 마당극 형식으로 풀어낸 ‘호동의 속사정!’을 제20회 부평풍물대축제 기획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 ●소원 담은 삼색기 앞세운 퍼레이드도 10월 2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부평대로에서 부평구 22개 동 마을상징 기, 연희자 및 풍물단의 장식용 기, 시민의 소원을 담은 삼색기 등을 앞세워 1000여명이 행진하는 대규모 참여형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거리공연으로는 2개소의 바스킹존에서 ‘거리에 나온 사기꾼’, ‘인천YMCA엔지안요들단’ 등 10여개 문화예술동아리가 공연을 진행한다. 이번 거리공연에는 중국 다이롄시 공연단과 일본의 거리공연팀도 유치, 풍물의 세계화 작업을 벌인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그동안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부평미군부대(캠프마켓)을 축제공간으로 임시 개방해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10월 2일 낮 12시부터 미군부대 내 은행나무 주변에서 지신밟기 등이 1시간여 동안 펼쳐진다. 부평구 관계자는 “캠프마켓이 시민들에게 행사 공간으로 개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전이 추진되는 미군부대를 미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 풍물체험교실, 전통문화체험, 예술놀이터 등을 마련,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문화예술동아리’의 참여의 장, 부평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기관·단체들의 축제 20주년 기념 플래시몹도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이를 위한 사물(북, 장구, 꽹과리, 징) 그리기, 소원지 적기, 8차선 대로에 그림 그리기, 타악 및 민속놀이 체험 등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부평풍물대축제가 인천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넘어 세계인이 한국의 풍물 역사를 배우는 행사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시민들이 GNH(국민행복지수)를 중시하는 행복도시 부평을 실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신통방통 기상] 슈퍼컴퓨터와 날씨는 무슨 관계일까/고윤화 기상청장

    [신통방통 기상] 슈퍼컴퓨터와 날씨는 무슨 관계일까/고윤화 기상청장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날씨의 변화는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기상예보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고액의 슈퍼컴퓨터를 앞다퉈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날씨와 슈퍼컴퓨터는 무슨 관계일까. 슈퍼컴퓨터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훨씬 빠른, 말 그대로 고성능 거대 용량의 컴퓨터를 말한다. 컴퓨터 연산처리 속도를 기준으로 세계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가 슈퍼컴퓨터다. 기상예보에서 슈퍼컴퓨터는 기상정보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존재한다. 전 지구를 대상으로 지금의 기상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수치예보모델이라고 한다. 수치예보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온과 바람, 구름의 양 등 방대한 양의 다양한 날씨 현상을 정해진 시간 내에 빠르게 계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계산에 슈퍼컴퓨터가 사용된다. 지구를 입체적으로 일정한 크기와 규모로 나눈 격자의 수평·수직 분해능이 조밀한 수치예보모델일수록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고기잡이 그물의 그물코가 촘촘할수록 좀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수치예보모델의 분해능을 무작정 높일 수는 없다. 수평·수직 분해능이 2배 조밀해지면 계산량은 10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격자가 늘어나면 기온, 기압, 풍향, 풍속 등 기상요소에 해당하는 자료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연산량도 많아져 더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1초에 연산할 수 있는 속도인 플롭스(FLOPS)로 평가한다. 지난해 기상청이 도입한 슈퍼컴퓨터 4호기는 ‘우리’, ‘누리’, ‘미리’ 등 3대의 컴퓨터로 구성되는데 종합성능은 6.2페타플롭스로 초당 6200조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개별 성능을 살펴보면 전 세계 슈퍼컴퓨터 중 누리가 36위, 미리가 37위, 우리가 394위 수준이다.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예보관의 능력 28%, 관측 자료의 품질 32%, 기상예보 소프트웨어인 수치모델 성능 40%로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기상예보 역량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을 수치예보모델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가 국가별 지형과 특성에 맞는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9년까지 전 지구 해상도 10㎞ 내외의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날씨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날씨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자연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와 기상 전문가들이 이 시간에도 노력하고 있다.
  • [김일수 樂山樂水] 부정청탁 금지가 말하는 것

    [김일수 樂山樂水] 부정청탁 금지가 말하는 것

    28일부터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이를테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이 법률의 다른 중요한 한 축이었던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잘려 나갔다. 나무의 큰 가지 하나가 잘린 셈이다. 하지만 용케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에서는 손상 하나 입지 않고 잘 견뎌 내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관계 있는 업계나 단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70%가 훨씬 넘는 민의의 지지를 받는 이 법률을 저지하거나 발목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법률에서 획기적인 것은 종전 공무원, 공직자에게만 적용되던 청렴과 투명성의 의무를 사립학교 교원 및 학교법인 임원 그리고 언론사의 대표와 그 임직원 등에게도 부과했다는 점이다. 이것을 놓고 과잉 입법이 아닌가, 평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투명성기구나 반부패기구들은 민간 영역에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머지않아 이와 유사한 적용 대상 기관으로 게임도박산업, 소셜미디어 부문, 스포츠문화 부문, 노조시민단체 부문 등이 추가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법률의 규율 대상은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 등의 수수 금지다. 먼저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는 인허가, 인사, 병역, 시험, 선발, 포상, 입찰, 계약, 행정지도, 평가, 중재, 수사, 재판 등 다양한 공공업무가 열거돼 있다. 하지만 부정청탁 금지가 핵심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법령을 위반해 이들 역무를 수행하지 말라는 데 있다. 준법정신과 정상을 추구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법률이 없더라도 법령에 따라 일을 성실히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이고, 법령을 틀어쥐고 일을 비틀지는 않을 것이다. 정의감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유의 부정청탁 시비에 휘말릴 틈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금품 등의 수수, 약속 등의 금지 부분이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이미 형법과 형사특별법이 규율해 온 영역이다. 물론 형법상 뇌물죄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같은 조건을 필요로 하는 데다 수사와 재판에서도 처분 불가능한 인신보호제도와 증거법상의 대원칙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은밀히 이루어지는 뇌물 수수를 단죄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판례에서 발전해 온 포괄적 뇌물 개념은 대가성을 완화하는 기제로 작용해 왔고, 최근 외국의 법제는 형법 개정을 통해 직무와 관련 없는 금품 수수를 뇌물의 일종으로 하여 그 외연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또 민간 부문과 관련해 우리나라도 올해 5월 말 형법 제257조(배임수증재)를 개정해 제3자를 위한 배임수재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부정청탁금지법은 이 법률 적용 대상자들에게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 요구, 약속하면 비록 형법상 수뢰죄의 형보다는 낮지만 비교적 중한 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접대 식대를 3만원, 선물을 5만원, 경조 시 부조를 10만원으로 제한한 시행령 때문에 이 법률의 권위가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 비슷한 위상에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아 보기에 안됐다. 오늘날 우리의 생활문화 수준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유의 기준은 실효성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행여 법률을 통해 이 땅에 서구식 더치페이를 조기 정착시킬 요량이라면 현명한 법 정책은커녕 ‘개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다. 이 법률상 주목할 또 다른 제도로 신고제를 들 수 있다. 신고제도의 대상에는 공직자나 공무수행사인(私人) 자신이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을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한다. 국가보안법에 있는 불고지죄 규정의 정신과 유사한 취지의 제도가 이 법률에 들어와 있어 이 법률의 기능이 과도하게 부풀어질 위험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가족의 비위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은 비상 상황이 아니면 법률로 강제하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벌써 이 법률의 취지를 피해 가기 위해 국토부가 공항 귀빈실 운영 규칙을 서둘러 손보았다고 한다. 이런 꼼수 개발이 공직자들 머리에 꽉 차 있는 한 청렴과 투명성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고려대 명예교수
  • ‘끝에서 두번째 사랑’ 김희애, 지진희에 고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

    ‘끝에서 두번째 사랑’ 김희애, 지진희에 고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

    ‘끝에서 두번째 사랑’ 김희애가 지진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25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번째 사랑’에서는 강민주(김희애 분)가 고상식(지진희 분)에게 눈물의 고백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고상식과 과거 약혼자의 죽음이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 강민주는 그를 찾아갔다. 강민주는 “제가 더 화가 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고상식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다”라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이에 고상식은 “난 받아들일 수 없다. 그 불, 나 때문에 났다. 촬영을 멈췄어야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강민주의 마음을 거절했다. 하지만 강민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죠. 지금의 나라도 충분히 그랬을 거니까요”라며 “죄가 있다면 그건 잘못이 아니라 실수였겠죠. 설마 불이 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실수요”라고 다독였다. 그럼에도 고상식은 “이해하려고 하지 마요. 그냥 원망해요”라며 마음을 눌렀다. 고상식은 ‘어른이어도 감출수록 들켜버리는 감정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만’이라며 괴로워했다. 강민주는 ‘이 사람은 그것이 죄인 것처럼 숨기고 있다. 결국 감출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것이 사랑인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결국 괴로워 하는 고상식을 위해 ‘나때문에 아프고 괴롭다면 떠나는게 맞겠지’라고 생각한 강민주는 떠날 결심했다. 반면 강민주를 멀리서 지켜보는 고상식은 ‘그녀를 보는게 고통스럽더라도 붙잡고 싶다’는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하고 돌아서는 강민주를 붙잡은 고상식은 키스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SBS ‘끝에서 두번째 사랑’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원전 대안 될까…英,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건설

    원전 대안 될까…英,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건설

    조력발전(tidal current power generation)은 빠른 해류의 흐름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다. 물론 해류의 흐름이 빠르게 나타나는 장소가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바다에서는 반영구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국가가 바로 영국이다. 영국의 메이젠 프로젝트(MeyGen project)는 269기의 조력발전 터빈을 설치해서 389MW급의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대규모 조력발전 프로젝트로 현재 1A 단계에 해당하는 4개의 조류 발전 터빈을 설치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 에너지부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협력으로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설치되고 있다. 첫 번째 설치되는 조력 터빈은 안드리츠 하이드로 해머페스트(Andritz Hydro Hammerfest)와 아틀란티스 리소스(Atlantis Resources)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이중 AR-1500 조력터빈은 무게 200t, 발전 용량 1.5MW에 달한다. (사진) AR-1500은 10년 이상의 연구 개발을 통해서 만들어진 최신 조력발전기로 앞으로 스코틀랜드의 물살이 거센 바다에서 그 성능을 검증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아틀란티스 리소스사는 AR-1000이라는 1MW급 조력 발전기를 개발해 2011년부터 장시간 안정적으로 조력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조력 발전기는 마치 풍력 발전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물의 밀도가 공기보다 매우 높으므로 작은 터빈으로도 발전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동시에 해류의 흐름은 항상 일정하지는 않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상황이나 밤에도 발전할 수 있어서 태양광 및 풍력 같은 다른 발전 방식과 연결될 경우 서로를 보완해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조력 및 파력 발전이 전체 전력 수요의 최대 20%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조력 발전 터빈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거센 물살이다. 풍력 발전기보다 밀도가 높은 물에 의해 거센 압력을 받다 보니 발전기가 큰 기계적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더구나 선박과 충돌을 피하고자 깊은 바다에 설치하는 만큼 사람이 직접 수리를 하기도 힘들다. 이런 이유로 발전기를 유지 보수하는 무인 잠수정이 개발되어 이미 사용되고 있다. 다만 거센 물결에서도 장시간 안정적으로 발전이 가능한 대형 조력 발전기 개발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동시에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다. 영국 정부는 2020년부터 국가 전력망에 메이젠 조력 발전소를 연결할 계획이다. 순차적으로 설치되는 발전기가 모두 전력을 생산하면 17만5000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다만 풍력, 태양광, 파력, 바이오매스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대비 경제성이 있을지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역시 울돌목에 소형 조력 발전기를 테스트하는 등 조력 발전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 대형 조력 발전기를 만들 기술력이 부족하고 투자 역시 충분하지 않다. 발전 잠재력은 있는 만큼 영국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동방정교 지원 업은 푸틴 동유럽 장악 新제국주의 ‘망령’

    동방정교 지원 업은 푸틴 동유럽 장악 新제국주의 ‘망령’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 하원(두마) 의원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64)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이 전체 의석의 76%를 차지하며 압승했다. 2000~2008년 러시아의 3·4대 대통령을 지낸푸틴은 헌법상 3연임 금지조항 때문에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5대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6대 대선을 통해 크렘린으로 복귀했다.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린 푸틴이 2018년 7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돼 현대판 ‘차르’(황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의 승리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내전, 시리아 내전 개입 등 잇단 제국주의적 행보로 서방과 대립하는 가운데 그의 ‘강력한 러시아’ 노선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보여 준다. 하지만 소련 시절처럼 동유럽의 패권적 지위를 다시 향유하려는 푸틴의 대외 정책 코드를 동유럽에서 2억명 이상의 신자를 보유한 동방정교의 힘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분석했다. ●러시아 제정 때부터 동방정교 유일 수호자 자처 동방정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근거지로 한 비잔틴 제국(동로마 제국·395~1453년)의 유산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몰도바 등 동유럽 대다수 국가의 제1 종교다. 1054년 로마 가톨릭과 갈라선 동방정교는 로마 교황청의 통제를 받는 가톨릭과는 달리 지역과 민족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용된다. 이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러시아는 제정 시절부터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와 동방정교의 수호자임을 자처해 왔다. 1억 4400만 러시아 국민의 70% 이상이 동방정교 신자로 분류된다. 16세기 러시아 수도사 필로테우스는 1453년 비잔틴 제국이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에 멸망당하고, 로마도 (러시아인의 관점에서 이단인) 가톨릭으로 넘어가자 유일하게 남은 순수한 기독교 정신(동방정교)을 보존하고 강화할 책임은 오로지 모스크바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러시아 황제는 이를 금과옥조로 여겼고 푸틴도 자신이 신자임을 밝히며 정교회의 정치적 후광을 받아 왔다. 리언 아론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2014년 6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보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제국을 확장할 때 문명의 사명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러시아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사용해 왔고, 이 모든 것이 푸틴의 세계관에 단초를 제공한 셈”이라며 “(크림반도를 합병한) 푸틴의 시각에서 보면 러시아는 유라시아를 통합하려는 역사적이고 정당한 임무를 수행하려 하는데 서구가 이를 좌절시켜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동방정교는 러시아가 서방에 대응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지난 5월 28일 푸틴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 방문 당시 동방정교회의 성지(聖地)이자 ‘성모 마리아의 정원’으로 알려진 아토스산을 찾았을 때 러시아와 그리스 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푸틴은 “아토스산은 도덕적 토대와 가치에 대한 중요한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35% “러시아 지지”… EU 지지 23%뿐 이날 푸틴의 아토스산 방문에는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 니코스 코치아스 그리스 외무장관 등이 동행했다. 푸틴은 앞서 5월 27일에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회동하고 서방의 제재 영향으로 급격히 줄어든 양국 교역을 복원하는 문제와 러시아 남부에서 지중해 해저를 거쳐 그리스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로 연결되는 가스 공급 파이프라인 ‘사우스 스트림’ 건설 재개 방안도 논의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인의 35%가 러시아의 지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EU의 지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23%보다 높다. 이는 최근 침체를 겪는 그리스인이 독일 중심의 EU 역할에 환멸을 느끼고, 문화·종교적 유대가 밀접한 러시아에 더 우호적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聖地 신부 “동방정교 구원 지도자로 푸틴 적합”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뿐 아니라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키프로스에서도 동방정교가 핵심 종교다. 이에 따라 정교는 EU 내부에서 EU의 대러시아 경제 재재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하는 기제도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몰도바에서는 러시아 정교회와 일체감을 갖는 신부들이 친서방 정책에 반대하고 있고, 발칸반도 국가인 몬테네그로의 신부들은 몬테네그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격렬히 반대해 왔다. 아토스산 카라칼로우 수도원의 넥타리오스 신부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운명은 4세기 기독교로 개종한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유사하다”면서 “푸틴은 당시 로마제국처럼 기독교가 박해받았던 나라(소련) 출신이라는 점에서 동방정교를 구원할 지도자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2011년엔 ‘마리아 허리띠’ 聖物로 푸틴 대선 도와 동방정교는 러시아 국내 정치에서 푸틴의 권력을 공고히 할 유용한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2011년 11월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이듬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의 도움 요청을 받은 그리스 아토스산 바토페디 수도원의 에프라임 신부는 동방정교에서 성물(聖物)로 여기는 ‘성모 마리아의 허리띠’를 지참하고 러시아로 날아가 러시아 각지에서 39일동안 이를 순회 전시했다. 이 기간 동안 300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불임여성도 잉태하게 한다는 이 성물에 참배했다. 공항에서 에프라임 신부를 영접한 푸틴은 자연스럽게 이 성물의 첫 번째 참배객이 됐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TV 중계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 방송됐고 푸틴은 국민에게 성물을 러시아로 가져온 주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줬다. 2012년 2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키릴 대주교는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러시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푸틴에게 감사한다”고 푸틴을 향한 지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했다. 푸틴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국내외 정치에서 기존의 강력한 권위주의적 통치 노선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가 소련과 같은 제국으로 성공하려면 소프트파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군사력과 경제력이 필요하다. 러시아군은 현대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군비지출은 664억 달러로 미국(5960억 달러)과 중국(2150억 달러)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842억 달러)보다 뒤졌다. 나토는 내년 5월부터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는 동유럽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병력을 증강하기로 하는 등 푸틴의 팽창주의 정책에 대응한 서방의 견제도 강화되는 형국이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원자재 가격 하락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침체해 왔다. 푸틴이 다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2년 경제 성장률은 3.5%였으나 지난해 -3.7%를 기록했고, 올해는 -1.8%로 예상된다. 이달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도 3950억 달러로 2013년 10월(5240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경제 침체에 군사력 뒷받침 부족… 팽창엔 한계 지난 총선의 투표율이 직전 선거의 60.2%보다 현저히 낮은 47.8%에 그쳤고 주요 대도시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30% 이하였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정치적 라이벌이 없는 푸틴 체제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반영한다. 블룸버그는 지난 19일 사설을 통해 “이번 총선은 푸틴이 대중과 점차 유리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경기 침체가 앞으로 러시아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푸틴의 제국주의적 노선이 탄탄대로만 걷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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