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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팜 빅데이터로 키운 토마토, 일반농가보다 77%나 더 주렁주렁

    스마트팜 빅데이터로 키운 토마토, 일반농가보다 77%나 더 주렁주렁

    농진청 ‘한국형 스마트팜’ 박차 2020년 3세대 수출형 모델 개발 지난달 19일 전남 화순에 있는 한울농장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완숙 토마토’의 생산성 향상모델 평가회가 열렸다. 스마트팜 10개 농가에 축적된 온도, 습도, 일사량, 수량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토마토 생산량이 얼마나 증산됐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2014년 8월부터 축적된 빅데이터와 스마트팜이 만나 일궈낸 시너지 효과는 놀라웠다. 토마토 생산량이 일반 농가에 비해 77%나 늘어났다. 일반 농가가 3.3㎡당 평균 101㎏을 생산한 데 비해 스마트팜 농가에서는 179㎏이 나왔다. 농장 관계자는 “스마트팜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3.3㎡당 200㎏ 수확량과 비교해서도 별 차이가 안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농촌진흥청이 빅데이터를 접목시킨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 2020년부터는 ‘스마트팜 플랜트’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기업과 대학, 민간연구소, 농업인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스마트팜 종합연구단을 출범시켰다. 올해는 딸기와 참외, 파프리카 등 고소득 시설원예 작물의 빅데이터를 정교하게 수집하기 위해 스마트팜 참여 농가를 기존 10곳에서 30곳으로 늘린다. 이를 통해 생육 시기별로 최적의 온도와 습도, 일사량, 수분 등의 빅데이터가 축적된다. 내년까지 원격 제어와 원격 모니터링 등 편의성에 중점을 스마트팜 1세대 기술을 작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2세대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정황근 농진청장은 1일 “내년에는 생체 정보와 생육 모델에 대한 인공지능(AI)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스마트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2세대 모델을 내놓고, 2020년에는 3세대 모델인 수출형 스마트팜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2세대 모델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작물별로 최적의 생육관리 기술을 응용한 것이라면 3세대 모델에서는 복합 에너지 관리, 스마트 농작업 시스템이 적용된다. 빅데이터와 만난 스마트팜 기술에는 대기업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KT의 경우 딸기 생산 빅데이터와 스마트팜 기술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딸기 시장은 지난해 농가 판매액 기준으로 1조 2000억원 규모다. 소매시장 규모는 그 두 배에 이른다. 조용빈 농진청 농업빅데이터팀장은 “농업과 축산 등에서 빅데이터 기술이 축적될수록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우리나라의 농업수출 선진국 도약 시점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대선이슈 집중분석]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정책은 봇물… 내용은 ‘미흡’

    [대선이슈 집중분석]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정책은 봇물… 내용은 ‘미흡’

    文 “민간 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洪 “헌법에 ‘동물보호’ 조항 명시” 安 “유기견 입양… 개 식용 반대” 劉 “진료·치료비 기준 법제화” 沈 “상업적 이용 현 동물법 개정”우리나라 인구 5명 가운데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5년 기준 21.8%로 3년 전인 2012년(17.9%)보다 3.9% 포인트 높아졌다. 약 2조원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도 2020년에는 현재의 3배를 넘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000만명을 위해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멍멍이’와 ‘야옹이’ 등을 위한 정책을 앞다퉈 내는 이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12년에 이어 올해 대선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풍산개인 마루와 지순, 길고양이였던 찡찡이와 뭉치를 키우고 있는 애견·애묘인이다. 그는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과 반려견놀이터 확대,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TNR) 사업 확대 등을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현재 동물 사보험을 보완한 ‘반려동물 종합 의료보험제’를 도입해 반려인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의 치료비가 동물병원마다 들쭉날쭉하고 지나치게 고가라는 판단에서다. 또 홍 후보는 “헌법에 ‘동물보호’ 조항을 명시해 민법과 형법상 물건과 차별화된 동물의 지위를 인정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동물학대 처벌 강화와 반려동물 판매업 관리 강화, 유기동물 30% 감소 정책 단기적 추진 등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30일 당선되면 유기견을 꼭 입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개 식용에 반대한다. 단계적으로 금지돼야 한다”면서 “개 식용을 찬성하는 분들을 설득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반려동물 진료, 치료비 기준을 법제화하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반려동물에게는 연 1회 기본 예방접종비 지원을 공약했다. 반려동물 절도·학대 시 죄질에 따라 징역형까지 검토하는 등 동물보호법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개 식용문화의 점진적 근절을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동물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동물원 및 수족관법과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는 민법 및 동물보호법 등을 개정하기로 했다. 특히 헌법에도 동물의 권리를 담기로 했다. 또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 산출, 동물 의료보험과 공공 동물화장장 도입 등을 제안했다. 다만 대선 후보들의 반려동물 정책이 동물보호단체 등이 강조하는 개 식용 금지와 강아지공장과 같은 동물 상품화, 증가하고 있는 동물학대, 동물실험 등의 문제를 모두 다 구체적으로 담고 있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인 박창길 성공회대 경영학부 대우 교수는 “현재 동물에 관한 업무는 농림부와 환경부 등으로 분산돼 이뤄지다 보니 증가 추세인 반려동물에 대한 대책이 제각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전담 부서 설치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청년들, 왜 조국 떠나 낯선 땅 떠도는가

    청년들, 왜 조국 떠나 낯선 땅 떠도는가

    헬조선 인 앤 아웃/조문영 외 6명 지음/눌민/288쪽/1만 6500원“그렇게 나는 한국을 떠났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지, 한국이 날 밀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긴, 똑같은 말이다.” 심재천 작가의 소설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속 인물의 말이다. 토익 590점으로 취업의 첫 단계인 서류 전형마저 통과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결국 호주 어학 연수를 떠난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지, 한국이 날 밀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그의 뇌까림에는 요즘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이동의 양면성이 깃들어 있다.단적인 예가 한국 유학생 절반이 처음 거치는 미국 커뮤니티칼리지의 청년들이다. 이곳 한인 유학생들의 궤적을 연구해 온 인류학자 김수정씨는 이들이 대학 측으로부터 ‘봉’이자 ‘현금인출기’ 취급을 받으며 정치경제적 난민이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목적은 대부분 커뮤니티칼리지를 다닌 뒤 미국 대학에 진입하기보다 4년제 서울 대학에 편입하는 것. 유학을 통해 ‘루저’라는 낙인을 지우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를 얻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학업의 어려움, 재정의 어려움으로 분투하는 이들은 이 목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깨달아 간다. 그러면서 목표는 재설정된다. 한국에 돌아가 ‘잉여’로 전락하느니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유령’ 취급을 받고 미국 한인 커뮤니티에서 ‘존재감 없는 소수자’로 살기를 원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들과의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이들이 실은 한국의 정치, 경제 분야의 권력 집단으로부터 내몰림을 당한 것이란 생각이 점점 또렷해졌다”고 말한다. 2014년 1월 외국 비즈니스 대표단과의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저자는 이 발표는 곧 한국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을 염려하기보단 국내 및 주요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탈나라 기업국가’로 전락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시민들이 자신의 학력, 직업, 연령과 관계없이 자신이 언제든지 폐기 처분될 수 있는 ‘부속품’이라는 집단적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이런 체제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책은 21세기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이동이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갖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젊은 인류학자 7명은 인도 요가마을, 아일랜드 레스토랑, 미국 커뮤니티칼리지, 케냐 슬럼 지구 등 지구촌 각지에 퍼져 있는 한국 및 한국계 청년들의 고민을 바통 터치하듯 이어받는다. 초점은 ‘정주’가 아닌 ‘부유’에 있다. 청년들이 왜, 어디로 떠나며 그곳에서 뭘 하는지, 이후 어떤 귀환이나 새로운 이동을 준비하는지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이들의 여정은 국민을 보듬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과 신자유주의 세계질서가 내던진 인간 존엄을 되돌아보게 한다. 책 속에서 ‘글로벌’이란 “평범한 청년을 국제 난민으로 만드는 신자유주의 교육 체제의 다른 이름”(2장)이자 “헬조선의 일시적 해독제”(1장)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도피하듯 떠난 해외에서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에 따른 구조적 착취를 새롭게 경험”(3장)할 때 ‘글로벌’과 ‘내셔널’의 차이는 또 무의미해진다. 청년들의 ‘헬조선 탈출’을 철모르는 투정으로만 넘겨서는 안 되는 질문 앞에 우리는 섰다. ‘그나마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으로 전환한 이들은 다행이지만, 전환에 실패한 이들, 한국 사회에 얽매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점점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살로, 이민으로, 여행으로 이탈해 나가는 한국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57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스포츠&스토리] 40일간 40개 마라톤 ‘철녀’… 물의 소중함 전한 1687㎞

    [스포츠&스토리] 40일간 40개 마라톤 ‘철녀’… 물의 소중함 전한 1687㎞

    나일강 등 대륙별 대표 강변 달려… 수자원에 대한 경각심 알리기 초점 작년엔 7대륙 사막 1688㎞ 대장정… “모두 충분한 물 공급받는 세계 되길” 호주의 여자 울트라마라톤 마니아 미나 굴리(46)가 40일 동안 6대륙의 40개 마라톤 대회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영국 BBC가 2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굴리는 다음달 1일 영국 런던의 템스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1687㎞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변호사 출신 환경운동가인 그는 지난해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에 의해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리더 50인에 뽑힌 인물. 2012년에 젊은이들에게 물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글로벌 자선재단 ‘서스트’(thirst·갈증)를 출범시켜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7주 동안 7대륙에 걸쳐 사막 1688㎞를 횡단하며 물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처럼 올해 ‘40일-40마라톤 프로젝트’도 수자원의 소중함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먼 거리를 달리는 데 목표를 맞춘 게 아니라 고통에 맞먹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굴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쁜 나날만은 아니었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이겨냈다”며 “즐기려고 달린 게 아니라 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싶어 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가정에서 소비하는 물은 우리에게 주어진 양의 5%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물의 족적’에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발에는 온갖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신발을 벗으면 발톱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양말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고 방송은 그의 몰골을 전했다.그는 세계 물의 날인 지난달 22일 출발해 미국과 멕시코를 흐르는 콜로라도강, 브라질 아마존강, 호주 머리강, 중국 양쯔강, 이집트 나일강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마지막을 런던 템스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으로 장식할 생각이다.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이 물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약속인 유엔의 ‘글로벌 골 식스’를 알리는 계기로 활용했다. 사실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지난해 성탄절 뜻밖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출발 3주 전까지 하루 15분 이상 달리지 못했다. 굴리는 “처음 몇㎞를 뛰고 나니 완전히 늙은 할망구처럼 보이더라”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찡그려지고 다리를 엄청 절뚝거렸다. 우리 지원팀에게 얼마나 나쁜 상태인지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처음 몇몇 대회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냈다”고 덧붙였다. 휴식 시간도 많지 않았다. 달리지 않을 때는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하느라 비행기를 타거나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대회에 참가할 땐 늘 토착민 지도자들, 관광업 종사자들, 농민들과 만나 물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굴리는 많은 나라들이 자연이 보전해 주는 것보다 훨씬 빨리 물을 써버리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점점 힘들어지는 건 다음 세대”라며 “난 모든 이들이 영원토록 충분한 물을 공급받는 세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40일-40마라톤 완주를 달성한 뒤 아이스크림 하나만 주어지면 축하의 의미로 충분하다”며 웃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40일 동안 40개 마라톤 완주한 미나 굴리 “물의 소중함 알리려 달렸다”

    40일 동안 40개 마라톤 완주한 미나 굴리 “물의 소중함 알리려 달렸다”

    호주의 울트라마라톤 마니아 미나 굴리(46)가 40일 동안 육대륙의 40개 마라톤 대회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어 놀라움을 안긴다. 굴리는 다음달 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템즈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1687㎞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라고 BBC가 27일 전했다. 변호사 출신 환경운동가인 그는 지난해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리더 50인에 뽑혔던 인물. 2012년에 젊은이들에게 물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글로벌 자선재단 ‘더스트’를 출범시켜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7주 동안 칠대륙의 사막 1688㎞를 횡단하며 물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처럼 올해 40일-40마라톤 프로젝트도 수자원의 소중함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엄청난 거리를 달리는 데 목표를 맞춘 것이 아니라 고통에 맞먹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굴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쁜 나날만은 아니었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이겨냈다”며 “즐기려고 달린 것이 아니라 물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길 원해 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가정에서 소비하는 물은 우리가 갖고 있는 양의 5%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물의 족적’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세계 물의 날에 출발해 미국과 멕시코을 흐르는 콜로라도강, 브라질 아마존강, 호주의 머리강, 중국의 양쯔강, 이집트 나일강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마지막을 런던 템즈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으로 장식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이 물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약속인 국제연합(UN)의 ‘글로벌 골 식스’를 알리는 계기로 활용했다. 사실 준비는 충분히 하지 못했다. 지난해 성탄절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해 하루 15분 이상 달려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굴리는 “처음 몇 ㎞를 뛰고 나니 완전히 늙은 할망구처럼 보이더군요“라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찡그려지고 다리를 엄청 절뚝거렸다. 우리 지원팀에게 내가 얼마나 상태가 나쁜지 보여주고 싶지 않아 처음 몇몇 대회는 나혼자 모든 것을 해냈다“고 털어놓았다. 휴식 시간도 많지 않았다. 달리지 않을 때는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하느라 비행기를 타거나 운전을 해야 했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늘 토착민 지도자들, 관광업 종사자들, 농민들과 만나 물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굴리는 많은 나라들이 자연이 보전해주는 것보다 훨씬 빨리 물을 써버리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었다고 했다. 굴리는 ”점점 힘들어지는 건 다음 세대“라며 ”난 모든 이들이 영원히 충분한 물을 공급받는 세계가 됐으면 하고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40일-40마라톤 완주란 목표를 달성한 뒤 아이스크림 하나만 주어지면 축하의 뜻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In&Out] 좋은 농산물이 나오기 위한 세가지 조건/오세득 셰프·고려직업전문학교 교수

    [In&Out] 좋은 농산물이 나오기 위한 세가지 조건/오세득 셰프·고려직업전문학교 교수

    “어떻게 하면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나요?” 요리사들이 자주 받는 질문 중의 하나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맛있는 음식의 시작은 좋은 식재료를 찾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외국의 요리학교에서 공부할 때 요리사들이 지역에서 공급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연구하고 조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식재료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오너 셰프로서 레스토랑을 연 이후에는 한국의 제철 채소와 해산물, 육류, 장류 등을 전공인 프랑스 요리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지역 농산물들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7년 전부터 제주도에서 영농조합원으로서 작게나마 농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몸소 깨닫게 됐다. 그러나 우리 농산물이 좋은 품질에 비해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산 농산물이 식재료로서 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최근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농가와 셰프 간 직거래 교류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예컨대 셰프들이 ‘이런 사이즈와 모양으로 만들어 주면 쓰기 편하다’고 전달하면 농가는 해당하는 식재료 사양에 맞게 맞춤형 생산을 해주는 것이다. 고려닭과 청리닭 등은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토종닭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우리만의 특색 있는 닭고기다. 직거래를 통해 이런 소규모 고품질 식재료들이 더 많이 공급된다면 셰프들의 다양한 프리미엄 요리를 보다 쉽게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판매 시스템을 시도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상품성이 떨어지는 채소나 과일도 버리지 말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못생긴 채소와 과일의 소비를 촉진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대형 레스토랑과 연계하는 방법도 있다. 몇년 전 양파 파동 때처럼 갑자기 공급량이 늘어나면 식자재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형 레스토랑에서 양파 메뉴를 개발해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원상태 그대로의 채소가 아니라 볶은 양파, 볶은 당근 등 한 차례 가공을 거쳐 파는 것도 많은 식당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바람이 있다면 소비자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못생긴 무나 당근은 상품성이 없어 대부분 수확한 밭에서 버려진다. 그러나 깍두기를 담그고 볶음밥에 넣는 재료로 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약을 쳐서 키운 것들이 겉모양은 예쁘지만 우리 몸에는 좋지 않다. 고기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대부분이 소고기는 등심과 안심만,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목살 부위만 찾는다. 외국에서는 육류의 부위별 가격이 적정한 차이를 유지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정 부위에 대한 선호도가 너무 뚜렷해 어떤 부위는 지나치게 비싼 편이다. 거꾸로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특정 부위는 가격이 너무 낮아지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돼지 목살을 주문하니 어깨살 부분까지 함께 파는 것을 봤다. 특정 부위의 쏠림 현상 때문에 도축 단계부터 붙여서 거래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를 국내에서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정부나 관련 기관들이 연구해 보면 좋겠다.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할 때다. 농산물이 가치를 인정받아야 우리 땅에서 좋은 품질의 다양한 농산물이 계속 나올 수 있다. 여기에는 생산자의 노력뿐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 변화 그리고 합리적인 유통과 판매 시스템이 필요하다. 좋은 농산물의 생산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시작이자 활기찬 농촌,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본이라고 믿는다.
  • “혁신의 방향은 국민 행복…‘코디네이션 타워’ 만들자”

    “혁신의 방향은 국민 행복…‘코디네이션 타워’ 만들자”

    21세기 들어 우리 정부는 ‘정부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다양한 방식의 개혁 작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대통령 탄핵 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낮아진 지금 정부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차기 정부는 우리의 현주소를 냉정히 따져 보고 앞으로 혁신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갈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에 서울신문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새로운 정부혁신의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오영교(69)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김병섭(63) 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오철호(58)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 윤종수(53)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해 깊이 있는 토론을 가졌다. 사회는 김성곤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맡았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정부 혁신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오 전 장관 정부가 혁신하는 이유는 국민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런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한다. 국민과 한 몸이 될 수 있도록 소통과 통합,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이 만족할 정책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국민을 더이상 서비스 대상으로 보지 말고 국민이 정부의 주인이 돼 스스로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정책을 입안할 수 있게 ‘개방과 참여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김 전 위원장 지난해 촛불 집회에서 봤듯 지금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생각한다. 다음 정부는 반드시 난세(亂世)를 치세(治世)로 바꿔야 한다. 플라톤이나 노자 등 여러 철인(哲人)이 주장해 온 이상국가의 핵심은 바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금껏 여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선거에서 표를 얻고자 사탕발림처럼 말만 했을 뿐이다. 차기 정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정말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에서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끌고 가겠다는 발상 버려야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열풍이 거센데 우리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오 교수 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 ‘융합’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의 구분도 사라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나눠 생각하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정부는 민간 기업이 모든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고 서둘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민간은 정부가 만든 새로운 틀 안에서 서로 경쟁하며 혁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앞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돼 서로 협업해야 한다. -윤 변호사 정부가 더이상 모든 것을 끌고 가겠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의 방식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그간 우리 정부는 산업의 틀을 미리 정한 뒤 여기에 민간업자를 끼워 맞추는 ‘사전 규제’를 선호해 왔다. 이는 매우 쉬운 통제 방식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버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려면) ‘사후 규제’로 패러다임을 교체해야 한다. 사후 규제는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고 민간의 움직임에 늘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상당한 역량을 쌓아야만 가능하다. →현재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오 교수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주먹구구식 행정’에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주요 정책을 마련할 때 반드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내려 “정부 데이터를 개방하라”고 했다. ‘21세기 민주주의’가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개방하는 데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도 이들 나라의 4차 산업혁명 적용 노력을 배워야 한다.→정부 혁신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윤 변호사 정부가 생각하는 혁신과 민간이 원하는 혁신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정부는 정보화 등에 기반해 ‘빠르고 신속한 일처리’를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들은 소통과 개방을 통한 ‘투명성 확대’를 혁신이라고 여긴다. 사실 행정 서비스 분야만 놓고 보면 이미 우리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잘하는 것만 더 잘하려고 할 뿐, 투명성 확대 같은 부분은 좀체 개선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비난은 비난대로 받는’ 우리 정부가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부 혁신의 최고 책임자는 누가 돼야 하는가. -오 전 장관 기업이든 정부든 혁신이 이뤄지려면 리더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대통령의 관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정부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거시적 문제를 다룰) 제대로 된 논의 구조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무회의 등에서) 형식적으로 논의를 해도 실효성 있는 해법이 안 나오면 의미가 없다. 국가 전체를 아우를 비전과 청사진을 그린 뒤 많은 기회비용을 따져 보고 단 하나의 목표를 선택할 수 있는 이는 대통령뿐이다. 대통령이 제대로 판단하고 각 부처가 이에 맞춰 분야별로 실행해 간다면 정부 혁신이 가능하다. -김 전 위원장 이명박 정부 때무터 정부 혁신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도 ‘정부 3.0’을 말했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구현하고자 노력하진 않은 것 같다. 왜 우리는 ‘정부 혁신’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늘 정부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것인가. 지방 분권 시대가 열렸지만 과연 지방은 행복해졌는가. 왜 우리 정부는 늘 구성원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혁신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구성원 스스로가 주체가 돼 스스로 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정할 수 있게 가야 한다. →새 정부의 혁신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까. -오 교수 정부는 총괄 업무를 할 때 ‘컨트롤타워’라는 용어부터 쓰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이에 도움을 주려는 ‘코디네이션 타워’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발생한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정부 부처가 서로 협업해 이를 해결해야지 지금처럼 청와대가 모든 일에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식으로 간섭해선 안 된다. 청와대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나서면 정부 부처는 이를 과제로 인식하게 된다. 국민은 체감을 못하는데 부처만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지금의 폐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 전 장관 우리 정부가 혁신이 잘 안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품위제에 기반한 ‘대면결재 시스템’이다. 사무관이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정책안을 내도 실제로 구현되려면 6~7단계의 품위를 거친다. 정책을 구상하는 것보다 품위를 받는 데 시간과 노력이 더 든다. 이 과정에서 상관의 생각이 보태져 원취지가 변형되기도 한다. (공개오디션 방식으로) 공무원과 민간인이 모두 모인 공개된 자리에서 사무관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장관과 실·국장이 그 자리에서 투명하게 평가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이 아닌 직속 상관만 설득하면 (실효성이 떨어져도) 국가의 정책이 되는 시스템은 없어져야 한다.●공직자 거짓말 엄격히 처벌해야 →늘 정부의 소통 부족이 지적된다. 국민 불신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윤 변호사 우리 정부도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여러 아이디어를 올리는 등 소통에 애를 쓰지만 솔직히 효과는 없다. 사실 소통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그냥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 ‘정부가 하나도 숨김 없이 모두 까는구나’고 느끼면 국민과의 소통은 저절로 된다. 시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정부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김 전 위원장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공직을 맡는 사람들조차 공공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최순실 사태’ 등을 보면서 최고위직 공직자들조차 공적 의식이 없는 것을 보며 크게 놀랐다. 거짓말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지금처럼 공직자가 예사로 거짓말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는 안 된다. 공직자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공직사회 전체가 도덕적으로 무너진다고 간주해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무원은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사회 분위기를 갖춰야 한다. →정부 혁신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한다면. -오 전 장관 선진국 정부가 우리보다 잘하는 것은 바로 ‘국민과의 소통’이다. 하나하나 다 듣고 어떻게든 해결해 주려고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아직 우리 정부는 준비가 덜 돼 있다. 총론적 접근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이 없다. 미국은 민간이 자본과 기술을 주도하고 있고, 일본이나 중국은 국가가 시장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도 우리만의 적절한 민관 협업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에 난제 해결 맡긴‘18층 프로젝트’ -김 전 위원장 4차 산업혁명이 국민의 바람이 구현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고객 만족’ 정도의 뻔한 이야기로는 안 된다. 국민의 삶의 질과 사회 전체의 질, 정부의 질 등이 모두 나아지는 쪽으로 가야 한다. 또 새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어두운 측면도 냉철히 들여다봐야 한다. (무인 자동차 때문에 택시 운전사가 설 자리가 없어지듯) 기술 사회가 계속 발전하면 비인간화의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양극화 문제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정부가 이를 잘 살펴보고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오 교수 지금 이 시기에 좋은 정부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 발전단계에서 보면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나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1960~1970년대에는 ‘잘살았으면 좋겠다’. 1980~1990년대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지금은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살고 싶다’는 단계까지 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논의의 키워드는 ‘시민’에게 둬야 한다. 정부의 운영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윤 변호사 여러 정부 부처에서 민간 위원회를 맡아 봤지만 보람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다른 민간인도 2~3번 정도 위원회에 참여하면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는다. 정부가 이미 결론을 내놓고 구색 맞추기용으로 민간을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시민 참여 플랫폼을 갖춰 작은 것이라도 시민이 스스로 바꿀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한 건물의 18층에 민간 인재들을 모아 정부의 난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결케 하는 ‘18층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도 했다. 우리도 이런 건 한 번 해 볼 필요가 있다. 정리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고고학적 현대 건물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고고학적 현대 건물

    서울 도심의 청진동 일대에 최근 지어진 높고 멋진 현대 건물에 들어갔다가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 고고학 발굴 현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장면과 마주친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 장면은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이 실은 한 나라의 수도가 된 지 623년이나 된 세계적인 역사 도시임을 새삼 일깨워 주었을 것이다. 역사가 남긴 물체, 곧 유구(遺構)를 내포한 그러한 ‘고고학적 현대 건물’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앞으로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역사 도시에서 더욱 자주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를 개발하느라 땅을 파다가 유구가 나오면 문화재 전문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그 가치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 높은 점수를 받으면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유구를 보존해야 한다. 방법은 현지보존, 이전보존, 기록보존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문화재를 실제로 보존하는 방법은 현지보존뿐이다. 이전보존은 엄밀히 말하면 보존이 아니라 옮겨서 재현하는 것이다. 유구는 대지 위에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옮기는 것 자체가 파괴다. 또한 모든 역사적 장소는 특정한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유구의 자리를 옮기면 문화재로서의 진정성이 왜곡되거나 사라진다. 얼마 전까지 현지보존 결정이 내려지면 개발자는 지뢰를 밟은 심정으로 유구를 노려보곤 했다. 유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발굴 전 상태로 복토(覆土)해 보존하거나 외부에 노출해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구를 다시 덮고 그 위에 보호층을 만드는 복토보존을 하면 그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으나 지하층은 만들 수 없다. 도심의 고층 건물에서 지하층은 대개 1, 2층 다음으로 임대료가 비싸서 그것은 큰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유구를 노출해 보존할 경우 새 건물의 공간 활용이 제약받기 쉽다. 그동안 도시 개발자들은 문화재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현지보존을 가장 난감하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 생각은 신축 건물의 바닥 면적이 넓을수록 경제적 이득을 많이 보았던 개발시대의 산물이다. 경제 저성장이 이어지고 도시화가 정점에 이른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 짓기만 하면 분양이나 임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실률을 줄이고 임대료 하락을 막기 위해 인접한 건물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새로운 건물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거주환경과 매력도다. 거주환경은 친환경 성능 등을 갖추는 건축 기술로, 매력은 좋은 건축 디자인으로 확보된다. 그런데 건축 기술과 디자인의 수준은 점차 상향평준화돼 이 두 측면에서 건물이 차별성을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떤 건물에 오래된 역사의 흔적인 유구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은 큰 관심거리가 되어 건물에 특별한 매력과 품격을 더해 주고 건물주의 이미지까지 상승시켜 준다. 이러한 매력과 좋은 이미지는 분양가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그 건물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 문화유산과 도시 개발을 서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다. 작년 10월 에콰도르의 키토에서 열린 유엔 해비탯3 회의에서는 앞으로 20년간 도시 개발의 방향을 설정한 ‘새로운 도시 의제’를 채택했다. 그중 한 항목은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문화유산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오는 12월 인도의 델리에서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총회와 함께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심포지엄은 ‘유산과 민주주의’라는 주제 아래 네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소주제가 ‘다양한 공동체의 참여를 통한 유산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통합’이다. 이 소주제에 일백수십 편의 논문 발표가 신청됐다. 필자는 방금 논문 초록 심사를 끝냈는데 전 세계에서 문화유산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통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나라의 역사 도시에 등장하고 있는 고고학적 현대 건물이라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건물 유형이다. 이제 문화유산은 도시 개발의 지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조상이 준 선물이다.
  • [생태 돋보기] 생물의 효율, 그들에게 배우자/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생물의 효율, 그들에게 배우자/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지난번 생태돋보기에서는 생물다양성과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들이 소비하는 것이 전 지구 생산량의 40%라고 밝혔다. 오늘은 지혜로운 소비를 위한 현명한 생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8억년 전이라고 한다. 그 모습을 나타낸 순간부터 생명체들은 자연의 혹독함을 견디며 적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도구를 진화시켜 왔다. 다섯 번의 대멸종으로 여러 생물종이 사라지고, 또 그 빈자리를 살아남은 생물의 후손들이 메워 오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900만종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해마다 새로운 종들이 계속 발견되는 걸 보면 우리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생물들이 엄청나게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2015년 국립생물자원관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약 4만 5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이 생물들이 각자의 생활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적 적응이란 바로 에너지 효율이라는 측면일 수 있는데, 먹이를 가장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도구, 가장 빨리 도망칠 수 있는 도구, 가장 밝게 볼 수 있는 도구,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 독물질 등 자연의 섭리 속의 생물체의 다양한 적응양식은 한없이 펼쳐진다. 이렇듯 모든 생물은 주변의 자원을 조금이라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자신을 변형시켜 왔다. 인간도 주변의 자원이 필요하다. 다만 그 자원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에서 우리는 다른 생물과 매우 다르다. 최근에야 비로소 우리는 개선을 시도한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나도 파괴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1차산업과 2차산업으로 인간은 풍요를 얻었다. 물질의 풍요와 그 물질의 목적이 종료된 시점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풍요다. 쓰레기의 풍요는 적당한 표현도 아닐 뿐더러, 한정된 자원이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자. 생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도 필요하다. 이 말은 생물들이 자연을 이용하는 모습을 이해한다면 우리 인간은 이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자연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일게다. 이러한 관심은 화학, 재료공학, 생물학 등 여러 학문분야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생물학 분야에서 자연모사는 전 분야의 10%에도 못 미친다. 물론 생물에서 모든 것에 대한 공학적 해답을 얻을 필요는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형태가 더 효율적인 것도 매우 많다. 다만 우리가 공학적 난제에 부딪혔을 때, 또 전에 없던 새로운 생각을 얻고자 할 때 생물들은 그 결정적인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혁명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과 그 뒤에 찾아올 5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그 어디에도 생물에게서 배우는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시쳇말로 이제 더 배울 것이 없으니 하산할 때인가. 아니다 이제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이다.
  • 항만도시 외래식물 급증…7년 새 12%P 이상 늘어

    항만도시 외래식물 급증…7년 새 12%P 이상 늘어

    국제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외래식물 유입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해우려종이나 생태계교란생물 등이 확산되기 전 외래식물의 기능과 생태계 영향 평가를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4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주요 항만 도시의 전체 식생에서 외래식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36.3%에서 지난해 48.6%로 확대됐다. 국립수목원은 2008년부터 인위적인 외래식물 유입과 확산 경로 파악을 위해 목장, 산업도로 및 항구 지역에서 외래식물상을 정기 조사하고 있다. 항구도시는 인천·군산·울산 등으로 부둣가와 도로 및 철로, 개발지, 빈터 등이다. 최근 10년간 이들 지역에서 발견된 국내 미기록종은 마크로카르파달맞이, 오피키날리스갈레가, 갈퀴지치, 미국풀솜나물 등 8종으로 항구가 외래식물 유입 경로로 확인됐다. 특히 항만의 도로·철도·제방 등 외래식물이 정착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 ‘나지’가 형성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다만 외래식물 증가가 자생식물 멸종이나 생태계 교란 등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무조건 제거보다 기능 평가 및 유입 후 자생종과의 상호작용을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유입이 확인된 외래식물의 귀화 여부에 대한 평가 분석도 요구된다. 국립수목원 정수영 박사는 “꽃이 크고 화려한 외국식물은 유용성과 함께 관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무분별한 유입,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외래식물의 주요 이동 경로에 기존 나무를 심는 것보다 자생 잔디나 뱀딸기 등 피복식물을 심어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물의 진면목 정확히 담으려 애쓰죠”

    “사물의 진면목 정확히 담으려 애쓰죠”

    전남 해남의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김영택(72) 화백의 대웅보전 펜화를 보고 “사진으로도 표현되지 않는 미황사의 미(美)가 그림으로 전해진다”고 벅차했다. 갤러리 학고재의 우찬규 대표는 그의 펜화에서 “조선백자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1인 ‘0.03㎜ 선’이 창조하는 미학. 일본인 비평가는 그의 작품을 가리켜 독자적 일가를 이룬 장인에 빗대 ‘김영택류(流)’라고 평가했다.20년 넘게 펜으로 국내외 전통 건축 문화재의 미를 담아온 김 화백이 최근 ‘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책만드는집)을 펴냈다. 책에는 담양 소쇄원 광풍각,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영주 소수서원 취한대, 경주 안강 독락당 계정, 순천 선암사 승선교, 고창 선운사 내원궁 등 우리 건축 유산에 얽힌 이야기와 펜화 96점을 담았다.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화실에서 만난 김 화백은 루페(확대경)를 보며 펜촉을 갈고 있었다. 김 화백이 쓰는 펜은 직접 만든 수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는 0.1㎜ 펜촉을 다시 사포로 갈아 먹을 찍어 그린다. 그가 작품당 긋는 먹선 수는 50만~70만개. 곱게 치고, 둥글게 치고, 깍아 치다 보면, 그의 주름진 손을 따르던 ‘선’은 ‘면’이 되고, 어느새 화폭 밖으로 뛰쳐나올 듯 본연의 기세를 품은 펜화가 된다. ‘책을 보는 순간 공력이 범상치 않다고 느꼈다’고 건네자 김 화백은 “20년어치의 세월이 담긴 작품들을 담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며 “친구인 출판사 사장이 ‘당신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고, 느껴야 하지 않겠느냐’며 책에 그림을 최대한 많이 싣자고 한 결과”라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였던 그는 1995년 세계 디자인 비엔날레에 참석했다가 프랑스에서 본 펜화에 매료돼 펜화가로 전업했다. 그동안 그린 작품은 300점. 1점당 가격이 2000만원에 달하는 작품이 적지 않지만 상당수가 그를 떠나 주인을 찾았다. 그만의 화법은 무엇일까. 김 화백은 ‘순천 선암사 승선교’ 작품을 꺼냈다. “장대석인 승선교 아치뿐 아니라 쌓아 올려진 돌 하나, 사이 사이 끼어넣은 잡석 개수까지 실제와 똑같아요. 사물이 가진 진면목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는 주의죠. 그러면 ‘김영택의 승선교’가 아닌 그 자체가 승선교인 그림이 됩니다.” 그는 채식주의자다. “대상이 가진 본질 이외의 ‘삿된 기운(氣運)’을 작품에 더하지 않으려고 펜화를 시작한 후 단 한번도 육식을 한 적이 없어요.” 그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되, 배경의 잡스러운 건 쳐낸다. 이를테면 건축물의 본질을 가리는 잡목이나 보호 시설들은 삭제하는 식이다. 대신 역사적 고증을 거쳐 유실되거나 손실된 부분은 그림에서 복원한다. 김 화백이 가장 애착하는 작품은 ‘황룡사 9층 대탑’ 복원도 2점. 그는 “1억을 준다고 해도 팔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죽고 남은 작품은 모두 미술관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펜화 기행문이지만 우리 건축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그가 이야기꾼이 돼 풀어낸 ‘입담’이기도 하다. 그는 경북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가리켜 화려함보다 윗길인 ‘조선 맏며느리의 미’에 빗대고, 인근 성혈사 나한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살창’이 있다고 소개한다. 또 병산서원 만대루의 ‘천장 보’를 눈여겨보라며, 특유의 파도치는 형상이 조선 목수들의 심성을 닮았다고 눙친다. 김 화백은 현재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 1호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전시회에 걸 작품이다. 그는 “앞으로 6개월 동안 파르테논을 끝내고 나면 현대 서울의 전경을 묘사하는 대형 펜화 작품을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백제 불교 중심서 ‘천자의 땅’으로… 내포 1500년史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백제 불교 중심서 ‘천자의 땅’으로… 내포 1500년史

    부처가 깨달음을 이룬 인도 동북부 비하르주의 보드가야로 가려면 13㎞ 남짓 떨어진 거점도시 가야를 경유하기 마련이다. 가야에는 정각(正覺) 이후 부처가 처음으로 설법한 브라마주니 언덕이 있으니 보드가야에 버금가는 성지(聖地)다. 주변에는 팔리어(語)로 가야시사라는 산이 있어 부처 당시 초대형 사원이 지어졌다. 꼭대기가 코끼리 머리를 닮았다고 중국에서는 가야시사를 상두산(象頭山)으로 의역(意譯)하기도 한다. 코끼리는 석가모니 부처를 상징한다.가야산(伽倻山)이라면 경남 합천의 해인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충남 내포(內浦)의 가야산 역시 합천의 가야산을 뛰어넘는 한국 불교 역사의 중심지였다. 합천 가야산 정상은 해발 1430m 상왕봉(象王峯)이다. 내포 가야산 줄기 북쪽에도 해발 310m의 상왕산(象王山)이 있다. 조선시대 사찰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왕산 개심사는 가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합천 가야산과 내포 가야산의 작명 원리는 다르지 않다. 인도의 가야와 보드가야, 가야시사는 부처의 수행과 깨달음, 그리고 설법이 이루어진 곳이다. 인도에서 실크로드, 중국을 거쳐 불교를 받아들인 우리 조상들도 같은 상징성을 가진 성지를 갖고 싶어 했음을 알 수 있다. 내포는 가야산을 중심으로 주변의 10개 남짓한 살기 좋은 고을을 가리킨다. 삽교천을 따라 바닷길이 깊숙하게 내륙으로 들어왔다는 지형적 특징이 고유명사가 됐다. 가야산 서쪽 서산시 운산면에는 개심사와 함께 ‘백제의 미소’로 잘 알려진 서산 마애불과 백제 사찰 보원사의 옛터가 있다. 가야산 동쪽 예산군 덕산면에도 백제 거찰(巨刹)로 알려진 가야사가 있었다. 이름으로만 보면 가야사는 과거 보원사를 뛰어넘어 내포 가야산을 대표하는 사찰이었을 수도 있다. 가야사 옛터에 흥선대원군이 아버지 남연군의 무덤을 쓴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대에 걸쳐 천자(天子)가 나올 길지(吉地)’라는 지관의 말에 헌종 10년(1844) 경기도 연천에 있던 아버지 무덤을 옮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2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는 흥선대원군의 아들과 손자가 고종황제와 순종황제에 오른 이후 퍼진 말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황제가 불과 2대에 그치고 나라가 망했으니 흥선대원군이 ‘2대천자지지’를 제대로 해석했어야 했다는 씁쓸한 우스개도 있다. 어쨌든 남연군 무덤에 서면 풍수지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과연 명당이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원군이 가야사를 불태우고 아버지 무덤을 썼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대원군은 훗날 아들 명복이 보위에 오르자 건너편 산기슭에 새 절을 짓고 부처의 은덕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보덕사(報德寺)라 이름 지었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퍼졌다. 하지만 가야사는 이미 폐사(廢寺) 상태였던 듯하다. 다만 남아 있던 석탑과 석등 같은 석물의 일부 훼손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한말의 개화파 문인 김윤식의 ‘속음청사’(續陰晴史)에서도 ‘남연군묘를 가야사의 빈터에 썼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대원군은 단순히 불교에 호의를 가진 데서 그치지 않고 적극 후원한 인물이었다. 집권 이전에도 영종도 용궁사를 원찰로 삼은 것은 물론 쇠퇴한 흥천사, 화계사, 보광사를 중창했다. 대원군은 ‘불교를 즐겨 좇았다’거나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우리라’는 글귀가 새겨진 인장을 즐겨 썼다고 한다. 조선 후기를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친(親)불교적 인사가 유서 깊은 대찰(大刹)에 불을 지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대원군이 불교를 잘 아는 인물이었다는 것은 보덕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구니 수도도량이어서 일반인 출입을 막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개방한다. 보덕사는 한마디로 남연군 무덤의 원찰이다. 대원군이 아버지의 극락왕생과 후손의 발복(發福)을 빌고자 지은 절이다. 이름처럼 자식을 왕으로 만들어 준 부처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뜻이 아주 없지는 않았겠지만, 부수적이었을 것이다. 큰법당은 무덤의 원찰이니 서방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이다. 큰법당 앞에 바짝 붙여 지은 디귿자 모양의 대방(大房)은 충청도에서는 이례적이다. 폐쇄적인 구조의 대방은 내부에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두고 있다. 왕실 여인들의 출입을 전제로 한 공간이다. 대방은 서울 근교의 왕실 무덤을 수호하는 사찰에 주로 지어졌다. 보덕사는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껏 지었다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비구니 사찰답게 아주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어 절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절의 들머리에는 가야사 터에서 가지고 왔다는 화사석(火舍石)으로 다시 세운 석등이 있다. 가야사는 백제시대 겸익이 창건했다고 전하지만, 유물로 증명되지는 않았다.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발굴조사에서는 통일신라 시대 기와가 쏟아져 나왔다. 머리 부분이 없는 소조 불상도 10점 남짓 출토됐다. 고려와 조선 시대 건물 유구도 찾아냈다고 한다. 가야사 역사의 본격 재구성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발굴조사에서는 절의 흔적뿐 아니라 남연군묘의 제각(祭閣)이었던 명덕사(明德祠)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었다.특히 ‘가량갑’(加良岬)이라고 새겨진 통일신라 시대 기와가 눈길을 끌었다. ‘가량’과 ‘가야’(伽倻)는 과거에는 같은 발음이었던 듯하다. 가야국과 관련된 역사 기록에서도 ‘가량’과 ‘가야’를 혼용한 사례가 보인다. 가야사라는 이름은 ‘고려사’에 처음 나온다. 창건 이후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사이 어느 시점에 가야사로 이름이 바뀌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또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는 가야사와 ‘가야갑사’(加倻岬祠)의 기록이 함께 보인다. 그런데 발굴조사에서는 일정한 두께로 깎은 돌로 조성한 유구가 확인됐다. 절의 시설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삼국시대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명산(名山)에 제사 지내던 흔적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계룡산 산신에 제사 지내던 중악단(中岳壇) 역시 사찰인 신원사 곁에 두었다. 잘 알려진 대로 남연군 무덤은 대원군에게 통상을 요구하고자 오페르트가 저지른 도굴 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독일 상인 에른스트 오페르트는 1868년 행담도에 1000t급 차이나호를 정박시킨 뒤 작은 배로 삽교천을 거슬러 구만포에 상륙한다. 일당은 덕산 관아를 습격해 무기를 탈취한 뒤 가야산으로 향했지만 남연군이 안장돼 있는 무덤의 회곽은 단단하기만 했고, 결국 간조 시간에 쫓겨 퇴각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다. 국사 교과서에도 서술돼 있으니 역사적 의미는 각자 새기면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연군 무덤을 방문한 길이라면 오페르트 일행이 상륙한 예산 고덕면의 구만포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삽교호 방조제에 물길이 가로막혀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삽교천 중류의 구만포는 내포의 중심 포구의 하나였다. 남연군 무덤에서는 자동차로도 20분 이상이 걸린다. 이 길을 걸어서 오갔을 오페르트 일당은 매우 조급했을 것이다. 구만포는 지금 한때 포구였다는 사실조차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황량하다. 그래도 내포의 역사를 더듬기에 구만포만 한 곳이 없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이덕일의 역사의 창] 세종 같은 대통령이 나오려면

    [이덕일의 역사의 창] 세종 같은 대통령이 나오려면

    조선 최고의 임금으로 평가받는 세종. 많은 국민은 왜 세종처럼 훌륭한 대통령은 나오지 않는지 아쉬워한다. 그러나 부왕 태종이 없었다면 세종이란 명군이 나오기 힘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태종은 무엇보다 스스로 악역을 담당함으로써 조선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군주다. 여러 물의를 일으킨 세자 이제(양녕)를 폐출하고 이도(충녕)를 임금으로 발탁한 이도 태종이었다. 당시 세자는 이미 명나라에서도 사신을 보내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갈아치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태종은 결단을 내렸다. 세자 개인보다 국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종이 왕위에 오른 서기 1400년은 조선 개국 8년째였다. 개국 초에 감찰(監察) 김부(金扶)가 좌정승 조준의 집 앞을 지나다가 “비록 큰 집을 지었지만 어찌 오래 살게 되겠는가? 뒤에 반드시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될 것이다”라고 풍자하고, 태조 이성계가 “이는 조선 사직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라며 사형시킨 것은 조선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으로 개국공신 외에 정사공신(1차 왕자의 난)과 좌명공신(2차 왕자의 난)이 더 책봉돼 모두 삼공신이 됐다. 개국 초 개국공신들은 개경의 왕륜동(王輪洞)에 모여서 “(태조께서) 천명을 받으셨고, 신 등이 힘을 합하고 마음을 같이해서 함께 큰 대업을 이루었다”는 ‘회맹문’을 발표했다. 조선은 태조 이성계와 개국공신들이 함께 세워서 함께 다스리는 나라라는 뜻이었다. 정사·좌명 공신들은 태종의 왕위를 공동의 것으로 생각했다. 태종의 처남 민무구·무질은 1·2차 왕자의 난 때 자형을 위해 칼 들고 싸운 인척이자 공신이었다. 그러나 태종은 재위 8년(1408) 민씨 형제를 유배 보낸 후 재위 10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 민씨 형제들의 죄상을 기록한 교서에는 “양인(良人·자유민) 수백 명을 억압해서 자기 집의 노비로 만들었다”는 대목이 있다. 민씨 형제에 의해 노비로 전락한 백성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국왕의 처남이자 왕비의 동생인 민씨 형제들은 법 위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마지막으로 신문고를 쳤고 태종이 힘없는 백성들의 원한을 풀어 주었다. 정사·좌명 공신 이숙번은 태종의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태종은 이숙번도 재위 17년(1417) 함양으로 유배 보낸 후 평생 도성을 밟지 못하게 했다. 친처남들을 사형시키고, 최측근을 종신 유배 보낸 태종의 조치에 조야가 벌벌 떤 것은 당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선은 그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못하는 법치국가가 됐다. 세종 때 선조(先朝·태종) 때의 일을 묻기 위해 이숙번을 도성으로 불렀는데, 재상들이 모두 다투어 절했다는 ‘용재총화’의 기사는 태종이 이숙번을 종신 유배 보낸 이유를 잘 말해 준다. 태종은 재위 18년(1418) 왕위를 세종에게 물려주고 세종의 장인 심온을 새 왕의 등극을 명나라에 알리는 사신으로 보냈다. 그러나 심온은 두 처남이 죽고, 이숙번이 종신 유배 가는 것을 보고도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했다. 심온의 아버지 심덕부는 위화도 회군 때부터 이성계를 좇은 데다가 심온의 동생 심종이 이성계의 둘째 딸 경선 공주의 남편인 점을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심온은 북경으로 떠날 때 “영광과 세도가 혁혁하여 이날 전송 나온 사람으로 장안이 거의 비게 되었다”(‘세종실록’ 즉위년 9월 8일)는 거창한 전별식을 치렀다. 태종은 세종의 안정된 왕권을 위해 심온을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심온 역시 자살해야 했다. 이처럼 태종이 강력한 공신세력을 정리하고, 모두가 법 아래 존재하는 법치국가를 만들었기에 세종은 안정적인 왕권으로 내치와 외치에 전념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대통령은 태종 같은 인물이다. 해방 이후 친일청산에 실패한 데다 개발독재가 가세하면서 우리 사회 상층부 구석구석을 장악한 부패, 특권 카르텔은 나라를 망하게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카르텔을 해체하려면 태종처럼 악역을 감내하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그 이후에야 세종처럼 안정된 상태에서 선정을 펼칠 수 있는 성공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 태종 없이 세종 없다는 역사의 교훈이다.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천재들의 브로맨스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천재들의 브로맨스

    얼마 전 런던에서 만개를 앞둔 봄꽃을 보며 잠시 망중한을 누린 런던대학 근처의 공원 이름은 러셀 광장이었다. 이 공원 옆 드모르간 하우스는 수학적 귀납법을 체계화한 영국 수학자의 이름을 땄다. 이 건물의 주인은 런던수학회이고 건물 안에서 가장 큰 회의실은 하디 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러셀과 하디라는 두 이름을 한 골목에서 보는 호사를 누렸다.하디는 최근 개봉됐던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에서 인도 수학 천재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친구로 나와 국내에 알려졌다. 인도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며 교육도 변변히 받지 못한 라마누잔을 케임브리지대학에 초청해 천재성을 꽃피게 해 준 바로 그 사람이다. 하디 자신도 수학적 엄격함을 영국에 도입한 훌륭한 수학자였지만, 자기 평생의 가장 큰 성취는 라마누잔을 발견한 것이었다고 털어놓곤 했다. 그래서 천재와 교수의 브로맨스를 다루는 이 영화는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굿 윌 헌팅’의 실화 버전에 가깝다. 버트런드 러셀은 할아버지가 영국 총리를 두 번 역임한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논문을 쓴 수학자였고, 칸토르 집합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러셀 패러독스를 창안한 논리학자였으며, 화이트헤드와 함께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를 저술한 철학자였다. 하지만 정작 그의 1950년 노벨상은 정력적인 저술 작업에 대한 문학상이었다. 러셀과 하디와 라마누잔은 5년의 기간 동안 영국에서 여러 갈래로 얽힌다. 라마누잔이 인도를 떠나 케임브리지에 도착한 건 1914년이었고 박사 학위를 받은 건 1916년, 영국왕립학회의 역사상 최연소 펠로로 선출된 건 1918년인데 같은 해에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의 펠로가 됐다. 교수가 된 것이다. 러셀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평화운동을 벌이다 1916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 직에서 해임됐다. 하디는 러셀 구명 운동에 나서지만, 결국 라마누잔이 1919년에 인도로 돌아가자 옥스퍼드로 자리를 옮긴다. 하디가 트리니티를 떠난 이유는 분명치 않다. 러셀이 없는 곳, 라마누잔도 떠난 곳에 더 머무르기 싫어서였을까. 하지만 1931년에 하디는 케임브리지 교수로 되돌아간다. 런던수학회는 왜 학회 건물에서 가장 큰 방을 하디 룸이라고 했을까. 대개 학문 분야에서는 학자들의 결사체가 있어서 학문적 진전의 확인과 기록, 그리고 난제 해결을 위한 생각의 교환 매체 역할을 한다. 수많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논문지를 발간해서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리하고 드러낸다. 보통은 각 나라 수학자들의 모임이라는 성격 때문에 미국수학회나 대한수학회처럼 국가 이름이 앞에 붙는다. 반면에 영국은 런던수학회나 에든버러수학회같이 도시명이 붙은 수학회가 몇 개 있다. 오랜 영연방 역사의 산물인데, 통상적으론 런던수학회가 영국수학회 역할을 한다. 하디는 70세의 나이로 1947년 사망할 때까지 독신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재산을 런던수학회에 기부했다. 덕분에 수학자들이 내는 연회비에 의존해서 근근이 살림을 꾸려 나가던 런던수학회는 건물을 샀고 건물 내 일부 공간을 타 학회에 대여해 안정된 재정 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학술지 발간 등의 활동에서 세계적으로 드문 규모와 수준으로 성장하는 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런던의 어느 작은 골목에서 본 학자들의 선의와 지적 우정의 흔적은 러셀 광장의 봄꽃만큼이나 여운이 남았다.
  • 아빠, 친구는 3D 프린터로 숙제해요… 2024년 한국의 일상

    아빠, 친구는 3D 프린터로 숙제해요… 2024년 한국의 일상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의료기술 등 모든 사물과 서비스는 일반에 보편화되기 전에 초기 태동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것이 발전을 거듭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순간, 그것을 흔히 ‘티핑 포인트’라고 부른다. 티핑 포인트의 예측은 어렵다. 정교하게 예측한다고 해도 근사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예측은 사회적·기술적으로 적절한 대응을 가능케 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펴낸 미래 전망서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순간’을 통해 유망 기술의 티핑 포인트들을 17일 정리해 봤다.●지능형 로봇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계획하고 동작하는 로봇을 말한다. 지능형 로봇의 한 종류인 소셜로봇의 경우 1997년 미국 MIT에서 사람의 얼굴과 목 부분을 모방해 개발한 ‘키스멧’(Kismet)이 시초다. 국내에서는 201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마루’(Maru)가 가정에서 음식을 준비해 서비스하는 데 성공했고, 201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휴보’(Hubo)가 미국 국방부 로봇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2024년, 국내에서는 2028년에 티핑 포인트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때쯤이면 네트워크 기반 지능형 로봇의 일반가정 보급률이 8%를 돌파할 것으로 본 것이다. ●초고속 튜브 트레인 터널을 아진공(진공에 가까운 수준의 공간) 튜브 상태로 만들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캡슐형 차량이 공중에 뜬 채로 시속 1000㎞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는 초고속 교통기술을 말한다. 아직 시속 1000㎞ 이상의 상용화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12년 미국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진공 튜브 안에서 캡슐 형태의 고속열차가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나르는 시스템인 ‘하이퍼루프’를 제안한 바 있는데, 하이퍼루프는 지난해 5월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시험용 1㎞ 구간에서 1.1초 만에 시속 186㎞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미국에서 2028년, 국내에서 2033년에 티핑 포인트를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때가 되면 시속 1000㎞ 이상으로 운행하는 상용화된 초고속 튜브 트레인의 첫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3차원(3D) 프린팅 제품 형상을 디지털로 스캔하고 설계한 뒤, 다양한 소재를 얇은 층으로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입체 구조물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되면서 건축·제조·의료 분야의 일부 제품이 3D 프린팅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1년에, 국내에서는 2024년에 티핑 포인트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때쯤이면 3D 프린터의 일반 가정 보급률이 3%에 다다를 것이라는 점에서다. ●롤러블 디스플레이 자유롭게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원기둥 형태로 말아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펼쳐서 사용할 수 있는 화면장치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어 2023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티핑 포인트가 도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롤러블 컬러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에 최초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둘둘 말아서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자율주행 자동차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위험을 판단하고 주행 경로를 계획해 운전자가 제동 등에 관여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구글은 시각 장애인을 동승자 없이 단독으로 자율 주행차에 태워 시험 운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벤츠, BMW,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자율 주행기술을 겨루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티핑 포인트는 미국 2023년, 국내 2028년으로 전망됐다. 이때가 되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자동차 신차 판매의 12%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 활용 개인맞춤형 의료기술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내는 빅데이터 정보의 분석을 통해 개인별 질환 발생 예측이 가능하고, 개인에게 특정한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적절한 선제적 조치를 설계하고 적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 IBM은 2011년 인공지능 ‘왓슨’의 연구성과를 공개하며 빅데이터 활용 맞춤형 의료의 장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에서 종양학 빅데이터를 학습한 ‘왓슨 포 온콜로지’가 최초로 도입됐다. 이 기술은 미국에서 2021년, 국내에서 2025년에 사회적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10만명 이상의 개인별 의료정보가 국가적으로 통합돼 실제 진료현장에 활용되는 시점이다. ●유전자 치료 질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전자를 이식하는 등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첨단 치료 기술이다. 유전성 희귀질환의 치료제가 2012년 최초 시판승인을 받은 이후 희귀질환은 안과질환, 혈우병, 선천성 면역질환, 일부 혈액종양, 신경질환 등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임상 단계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젠의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 간암치료제 ‘펙사벡’에 대해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4년, 국내에서는 2028년에 티핑 포인트(복합질환의 치료를 위한 2가지 이상의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 등 허가기관으로부터 의약품 범주의 시판 허가를 얻는 시점)를 맞을 것으로 예측됐다. ●줄기세포 기술 자체 증식을 통해 몸의 다양한 조직 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분리하거나 배양하고, 분화를 유도하여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파킨슨, 류머티즘, 루푸스, 노인성 황반변성, 척수손상 등 기존의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난치병 극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6개국 이상에서 10여건의 배아 줄기세포유래 망막상피세포를 이용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신경 질환과 당뇨질환 치료제의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성체 줄기세포의 경우 세계적으로 500건 이상의 관련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2024년, 국내에서 2028년에 티핑 포인트(특정 난치병 10종 이상에 대해 줄기세포를 활용 치료법이 개발돼 치료에 적용되는 시점)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 장기 인간의 신체 장기를 대용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제작한 장기로, 줄기세포·생체조직·동물의 장기(이종장기)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 인공장기와 전기 및 기계공학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전자기기 인공장기로 구분된다. 미국은 2024년, 한국은 2029년이 티핑 포인트(인공신장 이식 건수가 전체의 16%가 되는 시점)로 예상된다. 김현철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인공 장기는 턱없이 부족한 장기 수급 불균형을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산업인 전기·기계, 세포·바이오 분야도 동반 성장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주 미래부 미래전략기획과장은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면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티핑 포인트를 알면 개인뿐 아니라 기업, 연구소, 정부도 규제를 개혁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공직체험] 벚꽃엔딩… ‘꽃길’ 위의 ‘흙길’ 걷다

    [공직체험] 벚꽃엔딩… ‘꽃길’ 위의 ‘흙길’ 걷다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4월 1~9일)가 막바지로 향하던 지난 7일. 국회의사당 주변 윤중로 일대는 아침부터 몰려든 상춘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낮 기온이 20도를 넘었지만 아직 벚나무가 다 피지 않아 시민들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도 봄의 전령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부부와 연인, 친구들로 행사장은 활기가 넘쳤다. 이날 축제를 찾은 관람객은 약 100만명. 이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자 영등포구 환경미화원들과 거리청소에 나섰다.#시민에겐 ‘화려한 축제’지만 미화원에겐 ‘비상사태’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옆 한강공원에 마련된 미화원 쉼터에서 형광색 청소복으로 갈아입고 “일이 가장 많은 구간에 투입해 달라”고 졸랐다. 봄꽃축제 청소 관리차 현장을 찾은 김인문 영등포구 청소과장은 기자가 못 미더웠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린 뒤 국회의사당을 돌아 순복음교회를 거쳐 여의나루역을 다녀오는 장거리 코스를 제안했다. 힘들면 언제든 체험을 포기해도 된다는 ‘조언’과 함께. 거리청소팀의 기본 장비인 청소용 집게와 50ℓ짜리 비닐봉투를 들고 미화원 두 명을 따라 나섰다. 꽃이 활짝 피지 않아 떨어진 꽃잎은 많지 않았지만 담배꽁초와 홍보용 전단지가 거리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몸을 숙여 이들을 하나씩 집어내자 50ℓ짜리 봉투의 배가 불러왔다. 이렇게 1시간을 걸으니 땀범벅이 됐다. 무허가 노점이 즐비한 순복음교회 맞은편 인도에는 푸드트럭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기자와 동행한 이완희(37)씨는 “누군가 쓰레기를 하나만 버려도 우리가 바로 치우지 않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곳에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고 생각해 ‘산’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건물 주인이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지나가는 행인이 돌을 던져 나머지를 모두 깬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이 이곳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 쓰레기 30t과의 전쟁 환경미화원의 하루는 오전 4시쯤 시작해 오후 3시에 마무리된다. 아침·점심 식사시간(1시간씩)을 빼고 하루 9시간을 일하는데, 벚꽃축제 기간은 비상 시기여서 오후 11시가 넘어야 일이 끝난다. 행사장 주변 잔디밭에 널린 술병과 토사물을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집이 먼 미화원은 축제 기간 동안 퇴근을 포기하고 쉼터인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3~4시간 정도 쪽잠을 자고 새벽 근무에 나선다. 영등포구 미화원에게는 해마다 두 차례 ‘대목’이 있다. 바로 봄꽃 축제와 가을철 불꽃축제다. 올해로 13회째인 봄꽃축제는 해마다 600만명 이상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벚꽃행사다. 올해는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줄었지만 쓰레기는 30t으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월 초에 열리는 불꽃축제는 한술 더 뜬다. 열흘 가까운 봄꽃 축제 기간에 나오는 쓰레기보다 더 많은 양이 하루 만에 쏟아진다. 좋은 자리에서 불꽃놀이를 보려고 시민들이 새벽부터 자리를 잡고 하루 종일 먹고 마신 뒤 이를 버리고 가서다. 영등포구의 모든 미화원은 입에 단내가 나도록 쓰레기를 치우며 밤을 새운다. 일이 많다고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남겨두면 곧바로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재연되기 때문이다. 10년차 미화원 박영민(46·가명)씨에게 청소를 하며 두 축제를 보는 느낌을 묻자 “군대에서 눈 내리는 걸 보는 기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눈으로 보기는 좋지만 이 모든 걸 직접 다 치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피곤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벚꽃축제 기간 동안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담배꽁초와 각종 꼬치막대, 홍보용 전단지라고. 특히 여의나루역 일대에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전단지가 말썽이다. 박씨는 “비라도 오면 전단지가 아예 바닥에 눌어붙어 집게로 집을 수도 없다”면서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들이 직접 이곳에서 청소를 해 봐야 우리 마음을 헤아리고 지금처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미화원에게 축제는… 군대에서 눈 오는 걸 보는 느낌 하루 종일 도로변 먼지를 마신 탓에 오후 3시가 되자 목이 칼칼해졌다. 잠깐 커피숍에 들어가 인터뷰를 하자고 했더니 박씨의 얼굴이 파래졌다. 미화원이 커피숍에 들어오면 일부 손님이 대놓고 불쾌한 표정이나 언사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결국 실내로 들어가지 않고 도로 옆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이들의 사연을 들었다. 박씨는 원래 학술서적을 만들던 출판사의 사장이었다. 우리나라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자 야심차게 국내외 전문서를 여러 권 출판했지만 복사본이 만연한 우리 대학가에서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다고. 그는 “나이 마흔 가까워져 사업에 실패하니 적은 돈이라도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이 (이것 말고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옆에 앉아 있던 이씨도 3년 전 개인사업을 접고 미화원 일을 시작했다. 늘 새벽에 돼서야 집에 들어가는 일상이 계속돼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과감히 이 일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미화원 상당수가 우리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원래 직업을 정리하고 ‘제2의 삶’을 찾아 도전했다”면서 “몸이 고되긴 해도 내가 손품, 발품을 파는 만큼 거리가 깨끗해지는 아주 정직한 직업”이라고 자평했다. 예전보다 사회적 인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미화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고. 박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이름을 가명으로 써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내 일이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아빠는 환경미화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지 않을까 겁이 난다”며 고개를 떨궜다. #제2의 삶… 사회적 편견과도 싸운다 커피숍을 나와 마무리 청소를 하며 미화원 업무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자 교통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는 점을 꼽았다. 기자도 바람에 날려 차도로 굴러가는 쓰레기를 집으려다 자동차 ‘경적세례’를 여러 차례 받았다. 해가 뜨기 전에 미화 업무를 하다 과속으로 달리는 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례도 꽤 있다고 한다. 지금의 상암 일대가 ‘난지도’였던 시절부터 미화원 일을 했다는 베테랑 이운기(55)씨는 “쓰레기봉투가 터져 깨진 유리나 죽은 동물의 시체, 인분 등을 손으로 만져야 할 때가 무척 괴롭다”면서 “어슴푸레한 새벽에 미용용 마네킹의 머리나 팔 부분을 보면 진짜 사람인 줄 알고 놀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하다 시체를 발견한 적이 있냐고 묻자 이씨는 잠시 뜸을 들이다 “1993년쯤 서울 마포구 한 지역에서 검은 비닐봉투 안에 토막 살해돼 담겨 있던 시신 일부를 찾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털어놨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담담해졌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후배 미화원들은 충격과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하루 10~20차례씩 집 앞 골목 쓰레기를 치워 달라고 전화하는 악성 ‘민원왕’도 미화원에겐 애물단지라고. 오후 5시. 온종일 여의도 일대를 걸어다닌 탓에 배가 무척 고팠다. 미화원들은 식비를 아끼고자 인근 식당에서 음식을 ‘공동구매’해 나눠 먹는다. 이날 저녁 메뉴는 내장탕. 자신들이 먹기에도 많지 않아 보였지만 기자에게도 인심 좋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그릇을 푸짐히 떠 줬다. 혹시라도 봄꽃축제 관람객들에게 불쾌감을 줄까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기자는 이날 세상에서 가장 맛난 내장탕을 맛볼 수 있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아하! 우주] 지구 박테리아, 화성까지 묻어갈 수 있을까?

    [아하! 우주] 지구 박테리아, 화성까지 묻어갈 수 있을까?

    “20xx년, 마침내 화성 탐사선이 화성 땅속에서 미생물의 증거를 발견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미생물이 진짜 화성의 생명체인지 아니면 지구에서 기원한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 화성 생명체 탐사를 가정한 가상 시나리오이지만, 사실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화성으로 여러 대의 착륙선과 로버를 보냈다. 다시 말해 지구 미생물이 여기 묻어서 갈 확률도 그만큼 증가한 셈이다. 물론 발사 전에 철저한 멸균 소독을 하지만, 그래도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지구 미생물 가운데는 극한 환경에서 적응해 사는 것들이 있고 극소량이라도 소독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카시니 탐사선이나 주노 탐사선 역시 만에 하나라도 유로파나 엔셀라두스 같은 위성에 충돌해서 이 위성을 지구 생명체로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토성과 목성 대기에서 태워 없애는 방법으로 임무를 종료한다. 물론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은 물론 목적지에 도달해도 강력한 방사선 환경에 노출될 뿐 아니라 기온 변화가 극심해서 보통 생명체는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더 자세한 검증을 위해 NASA의 과학자들은 풍선을 이용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거대한 풍선에 다양한 미생물이 든 배양기를 매달고 30.5km 상공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이 고도에서는 오존층의 보호를 못 받기 때문에 강력한 자외선이 그대로 도달한다. 물론 온도도 매우 낮다. 화성 표면과 비슷한 환경인 셈이다.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몇 시간 안에 미생물의 99.999%가 사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우주선 표면에 묻은 박테리아가 장기간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그래도 극소량은 살아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생존자의 DNA를 분석한 결과 강력한 방사선의 영향으로 이미 지상에 있던 대조군과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돌연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미생물이 화성 표면의 강력한 방사선 환경에서도 어쩌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문제는 그래도 멸균 소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무인 탐사선에서는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유인 탐사를 하는 경우다. 사람을 멸균 소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인 탐사 이전에 화성 생명체에 대한 충분한 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반대로 이렇게 생존력이 강한 박테리아를 이용해서 화성을 지구처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지구 박테리아가 얼마나 화성으로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지는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한 인류에게 중요한 질문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미생물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꽃을 사랑한 日무사들…벚꽃놀이의 숨은 진실

    꽃을 사랑한 日무사들…벚꽃놀이의 숨은 진실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조홍민 옮김/글항아리/256쪽/1만 5000원1594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나라의 요시노 산에서 지방의 영주 격인 다이묘 이하 5000여명을 모아 놓고 ‘요시노 산 벚꽃놀이’를 연다. 명분이야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출병한 병사들의 기분전환을 내세웠지만 사실 자신과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이 더 컸을 것이다. 1598년에는 자신의 후계자 탄생을 명분으로 교토의 다이고 사에서 ‘다이고 벚꽃놀이’를 연다. 요시노 산은 지금도 일본 내 벚꽃 명소로 꼽히고, 다이고 벚꽃놀이는 이후 일본 벚꽃축제의 원형으로 자리잡게 된다. 새 책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은 이처럼 센코쿠와 에도 막부 시대를 주름잡았던 무장들과 식물의 관계를 독특한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당대의 권력자였던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은 하나같이 식물을 사랑했다. 이들의 식물에 대한 애정은 곧 가문의 문장으로 이어졌다.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은 제비꽃이 모티브였고, 오다는 모과를 문장으로 썼다. 도요토미 가문의 오동꽃 문장은 현 일본 총리실의 문장으로 쓰이고 있다. 하급 무사들도 ‘승리의 풀’로 불리는 벗풀을 문장으로 쓰는 등 당시 식물은 여러 면에서 무인들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사실 식물학자가 쓴 책이니 그대로 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의 이야기라 해도 정치인과 연관돼 있다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를 액면 그대로 읽기란 무리다. 원예를 사랑한 무장들의 이야기라기보다 무장들이 원예에까지 정통했다는 인식의 단면이 느껴지니 말이다. 도요토미에서 비롯됐다는 벚꽃놀이 역시 비슷한 시각에서 읽힌다. 당대의 최고 권력자가 벚꽃놀이를 여는데 참여하지 않을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진나라의 환관 조고가 그랬듯, 설령 권력자에게 지록위마의 봉변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야 했을 터다. 식물을 좋아했던 도쿠가와는 에도 막부를 연 뒤 성 안에 전용 꽃밭을 마련하고 식물을 수집했다. 쇼군(將軍)의 취미는 그대로 아래로 이어졌다. 다이묘들은 꽃을 즐기는 자신의 ‘보스’를 위해 진귀한 식물을 재배한 뒤 이를 수확해 바쳤다. 혼돈의 시대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할 일이 없어진 무사들도 원예에 눈을 돌렸다. 특히 홋카이도에 펼쳐진 광활한 밭, 아오모리현 쓰가루 지역의 너른 사과밭, 차의 산지로 이름 난 시즈오카의 아름다운 차밭 풍경 등을 일군 이들이 무사들이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무사들은 여러 꽃을 키우며 부수입을 얻기도 했다. 나팔꽃 재배가 유행할 당시엔 이들이 개량한 변종 나팔꽃이 1000여종에 이르렀다고 한다. 책은 이 밖에도 성을 쌓거나 싸움을 하는 데 식물을 활용했던 무사들의 다양한 면모를 전하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팜클, 흰개미 방제 실내외용 ‘캐치맨트랩’ 출시

    ㈜팜클, 흰개미 방제 실내외용 ‘캐치맨트랩’ 출시

    생활환경 연구 개발 기업 ㈜팜클이 흰개미를 유인 및 살충할 수 있는 실내외용 트랩 ‘캐치맨트랩’을 출시했다. 흰개미는 나무를 갉아먹는 습성 때문에 목조건축물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으로 흰개미의 분포 지역이 확대되면서 흰개미에 의한 목조건축물의 피해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흰개미는 목조문화재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대되고 있으며 일반 가정집과 숙박시설의 목부재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캐치맨트랩’은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자 팜클이 국립산림과학원의 위탁연구과제를 수행하며 개발하게 되었으며, 최근 국립산림과학원(담당: 목재가공과 황원중 박사)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제품화되었다. ‘캐치맨트랩’은 흰개미 실내,외용 트랩으로 국내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지중흰개미가 수분을 좋아하는 점을 이용하여 트랩 내에 액체 약제를 오래 머금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장내 공생생물을 군체와 공유하는 흰개미의 습성을 이용하였다. 흰개미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성분을 사용하여 약제를 먹은 흰개미를 통해 유인되지 않은 개체까지 살충하는 연쇄살충효과가 특징이다.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한 설치 방법에 있다. 흰개미는 목조건축물에서 장판 밑, 벽지 뒤, 모서리 등 구석지고 목재가 있는 곳에 자주 나타나는데 기존에는 흰개미를 방제하기 위해 건축물 주변의 토양을 천공하고 흰개미 모니터링 장치를 설치하거나 목부재를 천공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캐치맨트랩’은 삼각트랩에 약제를 주입하여 흰개미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놓아두거나 부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설치가 가능하다. ㈜팜클 전찬민 대표는 “팜클은 약 17년 간 우리나라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문화재보존사업을 진행해왔으며, 금번에 출시한 잡스 ‘캐치맨트랩’ 또한 흰개미에 의한 목조건축물 피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자 정부와 협력하여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팜클은 우리 문화유산의 생명연장을 위해 다양하고 과학적인 보존처리를 실시하여 우리 문화재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In&Out] 하인리히 법칙과 세월호 참사/김대래 한국해양안전심판변론인협회 회장

    [In&Out] 하인리히 법칙과 세월호 참사/김대래 한국해양안전심판변론인협회 회장

    해상 운송은 부력을 이용한 가장 경제적인 운송수단이다. 그러나 그 특성상 기상 악화로 인한 침몰이나 다른 선박과의 충돌 혹은 좌초 등 여러 위험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화물과 선박의 특성으로 인해 화재와 폭발의 위험도 갖고 있다. 해난사고를 완전히 방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필자가 과거 상선사관으로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볼 때 해난사고는 안전에 대한 의식 고양과 충분한 주의로 사고 발생 빈도와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흔히들 사고는 우연히 발생한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고는 발생되기 전에 징후가 먼저 나타나고 그런 징후 중에 하나가 거대 사고로 이어진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300여개의 크고 작은 사전 징후가 있다면 그중 30여개는 재해에 근접하고, 또 그중 한 개는 매우 위험한 재해가 된다고 말한다. 온 국민을 우울하게 한 세월호 사건의 경우도 사전에 사고에 대한 징후가 분명히 존재했다. 선박은 사용 용도별로 설계기준을 적용해 건조하게 된다. 그러나 세월호는 일본에서 중고선으로 도입한 이후 선박의 후부상부에 추가적인 개조공사를 해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높아졌다. 선박의 무게중심이 원래 설계보다 높게 위치해 복원력이 약화됐다. 감소된 복원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하부에 평형수를 더 적재하고, 선박 상부에 선적할 화물량을 줄여야 했다. 그러나 적재 화물량의 감소는 선박 채산성의 감소를 초래한다. 안전보다는 채산성을 우선시한 것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됐다. 선박의 복원력은 정확한 적재 화물의 무게와 적재 위치를 입력해 계산해야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의 경우에는 정확한 화물량에 대한 자료도 사실상 없고, 같은 무게의 화물이라도 선박의 상부에 적재되느냐 아니면 하부에 적재되느냐에 따라 복원력이 변하게 되는데 정확한 적재 위치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제시된 여러 의견은 상당 부분이 가정에 의한 추측성 의견으로 판단된다. 화물의 과적과 조타의 잘못 등 추가적인 사고 원인이 다양하게 제기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선박의 복원력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조타의 사용과 선박의 급속한 선회에 의해 선박이 좌현으로 심하게 기울어 결국에는 침몰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세월호의 복원력 부족은 이미 사고 이전부터 징후를 나타내고 있었다. 하인리히의 법칙에서 말하는 사전 징후를 모두 무시한 결과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는 우리의 안전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안전에 관한 인식을 너무 추상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오랜 해난사고 조사와 관련 변론 업무를 맡으며 느낀 건 안전은 바로 ‘소통’이란 것이다. 선원, 선박회사, 정부기관 등 해운 관련자들의 밀접한 소통을 통해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문제점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해난 사고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문적인 의견의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구조협회 전문가위원회에서 고문으로 활동한 경험에 따르면 중국의 전문가위원회는 국가적인 해난 사고 발생 때 직접 현장에 투입돼 정부와 함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해난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수립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해난사고의 대처와 해양안전 정책 수립에 있어 아쉬운 점이 노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난사고 방지 및 해양안전 관련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이 적극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과 여건 조성을 위한 정책의 실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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