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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가 인사이드] 물먹은 국토부… 물만난 환경부

    [관가 인사이드] 물먹은 국토부… 물만난 환경부

    “4대강 보가 부정적 측면이 많지만 물을 가두는 기능은 있다고 본다. 가둔 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의 ‘핵심정책토의’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보의 저수 효과’ 발언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환경부가 보고한 ‘녹조·가뭄 등에 대응하는 물관리 강화’ 토론 중 가뭄 대책을 놓고 참석자들의 의견이 잇따르자 이같이 지시했다.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4대강 6개 보 개방이 시늉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다는 대통령의 질의에 “양수제약수위(농업용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 개방으로 녹조를 해소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보 개방으로 녹조 발생 시점이 지연되거나 녹조의 양이 줄었고 전반적인 수질 개선에 일부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 文 대통령 “4대강 보 가둔 물 활용법 찾아야” 그동안 4대강 ‘재자연화’ 등을 역설했던 것을 감안할 때 파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4대강 물 활용”, “공약 수정”, “4대강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재자연화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4대강 16개 보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활용처를 찾기 힘들 것이 뻔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거나 평가를 이유로 시간을 잃지 말고 서둘러 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자연화를 위한 전면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 발언에 대해서도 “하천이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수위만 낮추는 방식으로 수질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면서 “올여름 녹조가 심하지 않았던 것은 일조량 감소와 강수량 증가로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완화됐을 뿐이지 4대강 보가 하천에 존재하는 한 녹조가 창궐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토론 참석자들은 이런 반응을 과잉 해석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이) 의도되거나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면서 “4대강 물을 활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가뭄으로 고통받는 지역이 있다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번 토론에서 환경부로의 물 관리 통합이 더욱 확실해졌다고 덧붙였다. # “4대강 물 활용” “재자연화 수정” 해석 분분 충남 서북부 지역에서 해마다 가뭄 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원인과 대책 논의 과정에서 남재철 기상청장이 “기후변화로 기상 패턴이 국지적 호우 등으로 변화돼 수자원 확보가 더 어려워지고, 집중호우로 인한 가뭄·홍수 피해 등이 심화돼 국가 물관리 정책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까지 감안한 강수 패턴 전망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연간 강우량은 부족하지 않은데 비가 올 때와 오지 않을 때 편차가 커 어려움이 있기에 내린 비의 활용도 제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4대강 보에 가둔 물의 활용 방안을 언급한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국토의 젖줄인 4대강 불씨는 여전히 잠복돼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수(水)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지목된 4대강 16개 보 상시 개방 및 종합평가를 거쳐 재자연화를 공약했다. 취임 후인 6월 1일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 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등 4곳과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총 6개 보를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까지 개방했다. 정부는 농업용수 사용이 끝나는 10월부터 6개 보의 개방 수위를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방하지 않은 10개 보는 안전성과 수자원 확보, 양수장 시설 개선 등을 거쳐 내년 말 개방 수위를 결정하고, 16개 보 전체 양수장 취수구를 낮추는 계획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2018년 말까지 환경 보강 대상과 보 철거, 재자연화 대상 선정 등 처리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대책은 명확하지만 변수가 산적하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보의 완전 개방을 주장하나 수량 부족과 하천 건천화를 우려하는 농민과 지자체들의 반발이 여전하다. 봄 가뭄과 녹조, 여름 집중호우 등 이상 기온이 복잡하게 발생하면서 4대강 보의 유용성에 대한 재평가가 제기될 수도 있다. 보를 허물거나 수문을 전면 개방할지, 자연상태 생태계를 유지하되 물공급 기능을 일부 유지하는 ‘재자연화’ 방식을 놓고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정부 “2018년 재자연화·철거 대상 등 선정” 물관리 토의에 국토부 역할은 없었다.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 확인되면서 국회 협의도 탄력이 붙게 됐다.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후유증 등으로 수량·수질 관리 일원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맑고 깨끗한 물 공급을 전제로 빠른 시일내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4대강을 관장하는 수자원국이 통째로 환경부로 옮겨 가야 하는 국토부는 “환경부의 4대강 검증 및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과 오명을 고스란히 안은채 수량 업무를 아무런 저항(?) 없이 환경부로 넘긴 수뇌부에 대한 불만과 원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영국박물관 일본실의 백제관음

    [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영국박물관 일본실의 백제관음

    지난해 런던에 있는 영국박물관을 찾았다. 덴마크국립박물관 객원연구원으로 2년 동안 유럽에 머무르면서 한 번은 가보리라 작정했던 터였다. 세계 문명을 보여 주는 전시실 사이를 거닐다가 일본실에 들어서면서 예기치 못한 만남에 놀랐다. 전시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아 주는 늘씬하고도 우아한 자태의 부처님, 일본 호류지(法隆寺)의 백제관음이 아닌가. 오래전 일본 나라현 한적한 동네의 유서 깊은 절에서 만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 불상이 틀림없다. 설명문을 보니 한자로 백제관음입상(百濟觀音立像), 영어로 구다라 관음상이라고 정확하게 이름이 적혀 있다. ‘구다라’는 일본에서 백제를 부르는 말이다. 어떻게 일본이 자랑하는 국보급 불상이 영국박물관 일본 상설실에 전시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영국박물관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박물관이라 해도 그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의문은 설명문을 읽으면서 허망하게 풀렸다. 이 불상은 ‘진품’이 아닌 ‘복제품’이었다. 비록 1930년쯤에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가짜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영국박물관은 일본실에서 만나는 첫 작품으로 이 복제품 불상을 전시했을까. 일반적으로 박물관의 본질은 유물에 있다고 한다. 진짜 유물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전시의 정수를 맛보게 해 주고 전시의 명성을 좌우한다. 유럽에서도 수준 높은 일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진 영국박물관이다. 백제관음은 누가 어디에서 제작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불상을 전시실 입구에 전시함으로써 이러한 제작지에 관한 논란을 뛰어넘어 고대 일본의 문화가 아시아 주변국과의 교류와 영향 속에서 성립했음을 선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백제관음 앞에는 18세기에 만들어진 나전칠기 시계도 전시돼 있었다. 이는 일본의 근대문화가 고대 아시아 대륙과의 교섭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의 토대 위에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여 이루어진 것임을 보여 준다. 전시실 입구의 두 전시물은 일본 문화가 세계와의 교류 속에서 성립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전시의 기본 의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선택인 셈이다. 소위 ‘일본적인’ 아우라를 발산하고 있는 미술 명품을 진열하던 과거의 일본실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다. 이 도입 전시물을 지나면 일본의 역사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다양한 유물을 통해 다차원적으로 펼쳐진다. 외국 박물관 일본실이나 중국실에 비해 빈약한 한국실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수준 높은 한국 문화를 보여 주기에는 유물의 양과 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박물관 일본실의 사례를 보면 우리 문화를 해외 박물관에서 외국인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꼭 여러 점의 국보급 진품이 동원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박물관 전시는 전시물을 통해 맥락을 만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육적이고도 정치적인 장이다. 유물이 주인공인 전시회도 있지만 유물이 보조 수단인 전시도 성공적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우리라면 한국 미술 전시회에 중국에서 만든 논란이 있는 불상을 전시회 프롤로그에 내세울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영국박물관 일본실 전시를 보고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면 높였지 ‘일본 문화는 한국의 아류’라고 생각한 관람객은 아마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문화 중심주의는 박물관의 전시 기획자들이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국박물관 전시도 일본인이 아니라 아마도 영국인이 기획했기에 객관적일 수 있었을 것이다.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인간 탐욕이 부른 ‘침수의 공포’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인간 탐욕이 부른 ‘침수의 공포’

    세계 곳곳이 폭우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상륙한 태풍 하비는 1300㎜가 넘는 비를 뿌리며 도시 여럿을 침수시켰다. 남아시아 여러 나라도 폭우 피해가 만만치 않다. 인도 뭄바이에는 하루에만 300㎜라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숱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며칠 동안 계속된 폭우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에서 홍수로 인한 사망자만 1200명이 넘었고, 이재민 수는 무려 4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반도 역시 최근 무시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제 세계 어디든 비를 피할 곳은 없는 듯 보인다.사실 폭우와 이상고온 등 이상기후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 환경을 무분별하게 착취하는 인간의 무지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지구가 더워지고 추워지고를 반복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거나 오늘날의 지구온난화는 인간에게 큰 지분이 있다. 반복되는 가뭄과 기근, 폭우에 이은 홍수, 해수면 상승 등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함에도 탐욕에 눈먼 인간에게는 제동장치가 없다. 폭우와 홍수는 확연하게 눈에 띄는 현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경각심을 갖는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은, 같은 지구온난화의 결과이면서도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해수면 상승의 위험은 네덜란드처럼 육지보다 해수면이 낮은 나라 혹은 도시의 문제로만 치부한다. 하지만 미국의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은 ‘바다의 습격’에서 “바다가 야기한 파괴” 목록을 제시하며 해수면 상승이 멀지 않은 장래에 인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해수면 상승도 역사 이래 끝없이 반복된 현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무지와 탐욕은 해수면 상승을 부채질했고, 인간은 바다의 습격에 맞서 ‘이주’와 ‘방벽’으로 맞서왔다.문제는 방벽이 오래갈 리 만무하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방벽을 세워 관광상품으로까지 발돋움했지만, 네덜란드의 방벽 뒤 바닷물은 언제든 육지로 밀려들 태세다.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오래전부터 ‘모세 프로젝트’를 발동했지만, 이미 2012년 도시의 70%가 물에 잠기는 수난을 겪었다. 퇴적 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베네치아는 40년 내에 최대 20㎝ 정도 바닷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중국 상하이도 위기다. “도시 주변 해안선 절반이 침식 상태”인데 만약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하면 상하이는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방벽은 해수면 상승이라는 바다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 아닌 것이 분명해졌다. 이주도 뾰족한 대책은 아니다. 태평양과 인도양 일부 섬들이 주변 나라로 이주 계획을 세워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인류를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그린란드 빙하가 완전히 녹으면 해수면은 7m 상승하는데, 남태평양 대개의 섬은 물론 뉴욕과 런던 등 세계 대도시들도 침수된다. 이번 세기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남극, 그중 동남극 빙상이 만약 전부 녹으면 해수면은 50m가량 상승한다. 극단의 민족주의와 자국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집단 이주를 받아줄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저자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2100년까지 2m 상승을 전제로 미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구가 생긴 이래 해수면은 낮아지고 높아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지구 착취로 인해, 이제는 해수면이 상승할 일만 남은 듯 보인다. 해수면 상승을 피해 이주하느냐, 맞서서 방벽을 세우느냐의 문제는 이미 사후약방문이다. 자연의 작용에 의해 높아지는 해수면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인간에 의한 해수면 상승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쉽게도 인간의 탐욕은 점점 늘어만 가고, 하여 해결책은 요원해 보인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김유민의 노견일기] 유방암 판정…토미의 눈은 ‘위로’였다

    [김유민의 노견일기] 유방암 판정…토미의 눈은 ‘위로’였다

    반려동물 ‘토미’ 엄마의 부치지 못한 편지7년 전 이맘때 한 손에 폭 들어오는 작은 토끼를 안았다. 보살펴야하는 아기 같기도 하고 종알종알 이야기하게 되는 친구 같기도 했다. 늘 집에 혼자 있던 내게는, 그런 존재였다. 지난해 8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 힘든 시간 속에서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가슴속 말들을 토미에게는 할 수 있었다. 비어버린 가슴에 토미를 안고 펑펑 울면 따뜻한 온기가 깊은 위로가 됐다. 서로 의지했던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고 토미는 나이가 들었다. 늙은 토끼는 아픈 엄마가 걱정됐나보다. 먹지도 않고 놀지도 못하는 몸으로 암 치료가 끝날 때까지 옆에 있어주었다. 버텨주었다. 힘이 빠져버린 몸을 이끌고 무릎 위로 올라와 ‘아프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맑고 슬픈 눈빛. 그렇게 토미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 마지막 모습이 쉽게 잊혀지질 않아서 슬픔으로 떠오른다. 토미야. 잘 지내고 있니? 엄마는 치료 잘 받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다만 토미가 정말 많이 보고 싶을 뿐이야. 그곳에서는 더 걱정하지 않아도 돼. - 토미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지방 적게 먹으면 조기 사망 위험↑…탄수화물이 더 문제”(연구)

    “지방 적게 먹으면 조기 사망 위험↑…탄수화물이 더 문제”(연구)

    저지방 식사가 조기 사망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마흐쉬드 데그한 박사팀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회의에서 위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 최신호에도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십여 년간 사람들에게 지방을 줄이도록 설득해온 식이요법 지침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대해 지방은 인간 건강에 있어 실제로는 보호 효과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아메리카와 유럽,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18개국에 거주하는 35~70세 성인남녀 13만5335명의 식단을 7.4년간 추적 조사해 지방을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히 지방을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들이 젊을 때 사망할 가능성은 지방을 가장 많이 섭취한 이들보다 2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조기 사망할 가능성은 탄수화물을 가장 적게 섭취한 이들보다 무려 28% 더 높았다. 즉 지방을 적게 먹는 대신 빵과 파스타, 쌀, 그리고 감자와 같은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데그한 박사는 “인체는 지방이 필요하다. 이 영양소는 비타민을 운반하고 필수 지방산을 제공하는 등 인체에서 할 일이 있다”면서 “당신이 지방을 매우 적게 섭취하면 이런 중요한 성분이 부족해져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지방을 제한 없이 섭취해서는 안 되며 필요한 에너지의 35%까지만 지방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가장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사는 “당신이 저지방 식이요법을 강조하면 사람들은 지방을 탄수화물로 대체하게 되면서 심장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지방의 섭취를 제한하면 건강을 개선할 수 없다. 에너지의 60% 이상을 탄수화물로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사망 위험은 더 커진다”면서 “포화지방 등 모든 지방의 섭취를 높이면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앤드루 멘테 박사는 “모든 필수 영양소는 적당히 먹는 것이 가장 좋으며, 포화지방 등 다양한 종류의 지방이 다르다는 것을 믿을 이유는 없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적당함이다”면서 “우리의 자료는 저지방 식이요법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화지방 등 모든 지방의 제한을 완화해 섭취량을 적당한 수준으로 맞춰 탄수화물에 제한을 두는 것이 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가 발표되자 그 즉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여전히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기존 조언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연구 논문이 실린 랜싯에서 사설을 작성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 몇 년간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결과는 기존 식이요법과 질병에 관한 가르침에 도전장을 던지고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것에 불확실성을 더한다”면서 “이 불확실성은 잘 설계한 무작위 통제 실험이 완료될 때까지 만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까지 영양학적으로 가장 좋은 약은 적당히 먹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영국 정부에서 비만 문제 고문을 맡았던 옥스퍼드대학의 수전 젭 교수는 이번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번 분석에 쓰인 여러 나라의 식단은 서로 다르다”면서 “또 거기에는 건강 상태와 사망 원인의 차이 등 많은 비(非) 식이요법 관련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지방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반대해온 영국의 심장 전문의 아심 말호트라 박사는 “이제 식이요법 지침을 완전히 바꿔야 할 때”라면서 “이를 빨리할수록 당뇨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아 건강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심장재단의 제러미 피어슨 교수는 이제 국가는 탄수화물과 관련한 공식 식이요법 지침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우리가 식이요법에서 예전보다 탄수화물 섭취량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지침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포화지방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진=ⓒ fotofabrika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나홀로 보다, 나를 만나다

    나홀로 보다, 나를 만나다

    평소 같았으면 수백 명이 앉아 있었을 공연장에 당신만 홀로 앉아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또 객석에 앉아 무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대 뒤편 낯선 공간을 발견하는 게 극의 전부라면. 29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개막한 ‘천사-유보된 제목’은 독특한 주제를 가진 한 사람만을 위한 한 시간짜리 공연이다.매 회 단 한 명의 관객만 입장한다. 10분 간격으로 하루 40명만 받아, 새달 3일까지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은 240명뿐이다. 공연은 객석이 아닌 남산예술센터 입구에 마련된 간이 부스에서 시작된다. 안내원에게 MP3플레이어와 가상현실(VR) 고글을 건네받아 부스에 앉으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제 문 손잡이를 잡습니다. 지금, 문은 나의 작은 힘에도 저항 없이 열립니다. 문 너머에 섭니다.” 극장으로의 낯선 여행이 시작됐다.고글을 벗은 뒤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B구역 9열 1번에만 조명이 들어와 있다. 그곳에 앉으라는 신호다. 암전 후 불이 다시 들어오면 맞은편에 흰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홀로 앉아 있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온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손전등의 불빛으로만 인도한다. 무대 뒤 분장실부터 소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폐허 같은 복도를 지나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깜깜한 방, 남산타워가 보이는 건물의 맨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어떤 방에서 소녀는 알 수 없는 몸짓을 하고 아무 말 없이 책을 읽는다. 방에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음악과 추상적인 단어들로 구성된 내레이션은 꿈속을 걷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소녀가 쪽지를 건넨다. “이것은 작고 먼 세계로부터의 선물입니다. 나의 소리 나의 이미지 나의 음악, 나는 당신의 시간까지 살아남기 위해 나의 시간을 버텨야 합니다.” 속으로 문장을 읽으며 그 뜻을 가만히 음미하고 있을 때쯤 소녀는 종착지인 텅 빈 공간으로 이끈다. 다시 빈 객석에 혼자 남았다. 처음처럼 VR 고글을 쓰면 그동안 지나온 공연장과 방들의 영상이 펼쳐진다. 찰나의 기억을 더듬는 시간으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천사-유보된 제목’이라는 제목은 나치의 위협을 피해 다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베냐민의 ‘역사철학테제’에서 인용했다. 베냐민은 글 속에서 자신이 아끼던 파울 클레의 그림 ‘새로운 천사’를 떠올리는데, 천사의 얼굴에서 구원의 의지보다는 비애와 애수, 공포를 읽는다. 구원의 메시지 대신 희미한 가능성을 비추기만 하고 멀어진 천사의 이미지는 이 작품의 영감이 됐다. “우리나라가 지나온 절망 속에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술할 것인지,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소환할 것인지 직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광장에서 다같이 촛불을 들었지만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는 소통의 한계가 있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모순적으로 공공의 공간인 극장을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고독의 깊이를 홀로 느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관객들이 그 시간의 질감을 오롯이 체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석 연출가는 서울 세운상가 일대를 돌아다니는 ‘헤테로토피아’, 영등포 시장 일대를 무대로 삼은 ‘영혼매춘’ 등 모더니즘의 흔적이 남은 장소를 생경하게 바라보는 장소특정 퍼포먼스를 즐겨 해 왔다. 텅 빈 극장에서 홀로 연극을 본 경험이 있다는 서 연출가는 혼자서 공연을 보는 경험이 선사하는 신선한 충격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혼자 공연을 볼 때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어요. 조금 더 자유롭고 저 자신에게 충실해지고 그래서 더 마음을 열게 되죠. 그러면 별것 아닌 것들도 낯설게 느껴지고 새로워 보일 수 있거든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E형 간염 임신부에 위험… 건강한 성인은 자연회복

    질병관리본부는 27일 국내 E형 간염(HEV) 발생 규모와 중증도, 감염원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관리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발표한 예방수칙에 따르면 E형 간염은 임신부에게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형 간염의 위험성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Q. E형 간염은 어떻게 전파되나. A. 주로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몽골, 네팔 등 아시아와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 북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서 오염된 식수로 전파된다. 감염자의 대변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서 확산되는 형태다. 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돼지, 야생동물의 충분히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서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멧돼지 담즙, 노루 생고기를 먹고 발병한 사례가 보건당국에 보고된 바 있다. 건강보험 진료통계에 따르면 한 해 100여명이 E형 간염 바이러스로 진료받고 있다. 수혈을 통한 감염, 임신부와 태아 수직감염 등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Q. E형 간염의 증상은. A. 15~60일(평균 40일)의 잠복기를 거쳐 피로, 복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 뒤 황달, 진한 색의 소변, 회색 변이 보인다.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계속 몸속에 바이러스가 남는 만성질환인 B·C형 간염 바이러스와 달리 급성 간염이 나타난 지 2~6주 뒤 증상이 대부분 사라진다. 보통 황달 발생 후 14일, 오염음식 섭취 후 4주까지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Q. E형 간염은 중병인가. A.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E형 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000만명이 감염되고 330만명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2015년에는 전체 환자 중 4만 4000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3.3% 수준이었다. 다만 임신 9개월 이상의 임신부는 치명률이 최대 2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따라서 임신부, 간 질환자, 장기이식 환자와 같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감염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Q. E형 간염 예방법은. A. E형 간염은 A·B형 간염과 달리 국내에 허가된 백신이 없다. 해외에서는 중국만 자체 개발한 백신을 쓰고 있다. 돼지, 사슴 등의 육류나 가공육류, 어패류를 충분히 익혀 먹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기저귀를 간 뒤, 음식을 조리하기 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꼼꼼히 손을 씻는 생활 속 위생수칙 준수가 중요하다. 해외여행을 할 때도 안전한 식수와 충분히 익힌 음식을 먹어야 한다. 아울러 E형 간염 환자는 설사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음식 조리, 보육을 중단하고 임신부 등 고위험군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책꽂이]

    거장의 은밀한 식탁(피오나 로스 지음, 김민수 옮김, 이론과실천 펴냄) 살바도르 달리, 앨프리드 히치콕, 마이클 잭슨, 조지 오웰 등 먹는 것을 사랑한 위대한 예술가 45인의 음식 이야기를 소개한다. 476쪽. 2만 3000원.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옮김, 사회비평 펴냄)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청년 시절 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면 쓴 기사들을 모았다. 256쪽. 1만 6000원. 시인 신경림(이경자 지음, 사람이야기 펴냄) 소설가 이경자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 신경림의 유년기부터 현재까지의 삶과 문학 세계를 풀어썼다. 168쪽. 1만 2000원. 냉전, 분단 그리고 도시화(장세훈 지음, 알트 펴냄) 한국전쟁이 남북한 도시 경관 변화에 미친 영향과 남북 간 체제 경쟁 과정에서 파행적으로 진행된 도시화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628쪽. 3만원. 레고 건축가(톰 올핀 지음, 김은지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신고전주의, 아르데코,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 각 건축 양식에 해당하는 대표 건축물의 실제 사진과 전 세계 레고 아티스트들이 레고로 만든 작품 50가지를 소개한다. 192쪽. 2만 5000원.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자학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슬픔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자학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슬픔

    부모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일까.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다시금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되뇌게 한다. 영화는 자식을 앞세워 보낸 어미가 세상과 담을 쌓고 살다가 다시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과정을 담고 있다.주인공 줄리엣(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으나 갈 곳이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여동생 레아(엘자 질버스테인 분)의 집에 머물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자매는 서먹하고 어색하다. 레아네 식구들에게 줄리엣은 미스터리하다. 그녀의 비밀을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 같은 제부의 부자연스러운 행동,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모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조카, 레아의 친구 등 주변 인물에 이르기까지 줄리엣은 관심의 대상이다. 이들은 줄리엣을 향해 호감을 동반한 일반적 관심이 아니라 불현듯 등장한 그녀에게 경계를 품은 호기심을 보인다.감옥을 벗어났지만 줄리엣은 여전히 15년이란 시간 속에 갇혀 있다. 줄리엣은 시종일관 쌀쌀맞다. 누구에게나 직설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며 꾸밀 줄 모른다. 세상과 불화하는 줄리엣의 냉담한 이미지는 영화를 이끌어 가는 축이지만 보는 이들은 조금 참기 어렵다.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녀의 이런 자세는 의지할 곳 없는 아픈 상처를 지닌 그녀가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달래 줄 것을 요청하는 일종의 구원 신호였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관심, 그리고 도움이었던 것이다. 가족과 사회의 격리, 그리고 스스로 닫아 건 마음의 빗장은 감옥을 나왔지만 여전히 자신을 감옥 안에 가두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줄리엣은 자신이 아들을 죽인 살인죄로 15년간 복역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아들을 죽인 어미는 이유와 동기를 불문하고 괴물이 되고, 돌멩이를 맞는 마녀가 된다. 언니의 살인 동기를 알지 못하지만, 언니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려고 레아는 노력한다. 영화는 줄리엣의 진짜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레아는 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줄리엣을 향해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세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 관객들 스스로가 상상하며 개입할 여지를 준다. 관객들은 아들을 죽인 동기가 제일 궁금할 테지만 영화는 아들을 죽인 줄리엣을 향한 상반된 시선을 다루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단정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생각 속에서만 그런 경우가 많다. 줄리엣은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일일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설명하려고 들면 이해해 달라는 게 될 테니까.’ 자신을 향한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시간뿐이다. 비록 진실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말이다.영화를 만든 필립 클로델은 사실 우리에게 소설가로 더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회색 영혼’과 ‘무슈 린의 아기’를 통해 르노도상을 수상한 인기 작가로 영화는 ‘무슈 린의 아기’와 구조가 같다. 영화에서 줄리엣과 세상의 화해를 암시하는 극적 전환은 낭시미술관에서 일어난다. 레아의 동료이자 줄리엣을 가장 잘 이해하는 미셀(로랑 그레빌 분)과 함께 미술관에 간 그녀는 에밀 프리앙(Emile Friant·1863~1932)의 ‘슬픔’(La Douleur·1898)을 만난다. 남편인지 자식인지 모를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땅에 묻는 여인의 마른 눈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모두가 비통해하는 가운데 울 힘조차 없는지 그녀는 구덩이를 내려다보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사실적이며 비극적 묘사가 뛰어난 이 그림을 아들을 떠나보낸 줄리엣의 모습과 교차하면서 그녀의 아픔과 외로움을 강조한다. 특히 검은색의 상복은 슬프고 비통한 아름다움으로 승화한다. 이 작품은 프리앙의 출세작 ‘만성절’(La Toussaintm·1888)과 맥을 같이하는 걸작이다. 프리앙은 영화의 배경이기도 하고 감독인 클로델의 활동 무대였던 낭시에서 가난한 열쇠 수리공 아버지와 옷을 짓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부잣집에 입양되어 자랐다. 15세 때 그림에 재능을 보인 그는 낭시의 살롱전에 입상을 할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타고났다. 이 시절은 고전주의와 사실주의풍의 그림이 주를 이루던 시기로 부모에게서 손재주를 물려받은 그에게 사실주의적 경향의 작품은 어려울 것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17살이 되던 해 장학금을 받아 파리로 유학을 간다. 파리에서 유명 화가 카바넬을 사사하며 아이메 모로와 교류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화풍에 질린 그는 파리 생활을 접고 낭시로 돌아와 두 도시를 오가며 작업을 계속했다. 프리앙은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의 그림에는 살냄새 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일을 마치고 고단하게 벤치에 기대어 앉아 있는 사람, 식사를 만드는 어머니와 이를 기다리는 아이들, 사랑에 빠진 연인들, 씨름에 열중인 아이들. 그는 인물의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상태까지 포착해냈다. 마음까지 그리는 사실주의 화가였던 셈이다. 감독은 프리앙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단절한 줄리엣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미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암시한다. 깊은 한숨과 불안, 무관심과 슬픔 그리고 순간순간의 분노와 놀람을 표출하는 줄리엣의 얼굴은 프리앙의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과 다르지 않다. 불치병에 걸린 6살의 어린 아들을 두고 의사지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어미의 애통함이 ‘잃어버린 15년’의 이유였다. 그 세월은 제 손으로 자식을 보낸 어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식이 죽는 일보다 더 끔찍한 감옥은 없어. 그 감옥에는 영원히 석방이라는 게 없는 거야.” 석방 없는 감옥에서 살아야 했던 줄리엣의 고통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이 영화의 대미는 “여기에 있어요, 바로 여기에”라는,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줄리엣의 자기 선언이다. 어떤 이유로든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아프고 저릴 것이다. 원망을 하거나 위로받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오롯이 살아 여기 있는 나의 몫이다. 피할 수 없어 더 아픈.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근현대사의 역사적 인물 흔적들 곳곳에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근현대사의 역사적 인물 흔적들 곳곳에

    삼각산의 정기가 어린 땅, 수유리 일대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민족혼이 집결했다고 할 만큼 역사인물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미래투어팀은 이 중 국립4·19민주묘지, 4·19 시비, 4·19 기념관, 윤극영 가옥, 삼각산 재미난 마을, 근현대사기념관 등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6곳을 찾았다.국립4·19민주묘지에는 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 김주열 열사’의 가묘를 비롯, 모두 358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고, 유영봉안소에는 꽃다운 영정사진이 모셔져 있다. 애초 4·19 묘지로 불리다 1995년 4·19 35주년을 맞아 1만 7000평에서 4만 1000평으로 확장,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참가자들은 다세대주택이 빽빽하게 둘러싸인 인수봉로 84길 5에서 단출한 단층 주택을 만났다. 1924년에 완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반달’이 흘러나오는 이곳은 윤극영 선생이 1977년부터 세상을 떠난 1988년까지 살았던 집을 생전 모습 재현관과 유품 전시관, 시민 문화공간 등으로 꾸몄다. 윤극영 가옥은 서울시 미래유산 제1호이다. 삼각산 재미난 마을은 1998년 공동육아 협동조합에 아이를 보내던 부모들이 모임을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학교 갈 때가 되자 부모들은 새로운 대안학교를 만들기로 했고, 지역 단체와 교육활동가들이 결합하면서 2004년 3월 초등 대안학교가 탄생했다. 또 마을 사랑방 공간이 필요하게 되면서 ‘재미난 카페’, ‘재미난 밴드’, ‘마을극단 우이동’, ‘요술 항아리’ 등 각종 동아리가 이어졌다. 근현대사기념관은 동학혁명부터 3·1운동, 4·19혁명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이끈 민중사를 집중 조명하는 국내 유일한 공공기념관이다. 독립운동과 민주화·통일운동이 숨 쉬는 수유동에는 손병희, 이준, 여운형, 김창숙, 양일동, 유림, 김도연, 조병옥 등 순국선열 16위 묘역과 국립4·19민주묘지는 물론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문익환 목사가 20년을 산 ‘통일의 집’이 있다. 비록 서울미래유산은 아니지만 ‘초대길’은 북한산 순례길 구간의 애국순국선열 묘역 중에서도 우리나라 초대(初代), 즉 최초라는 상징성을 가진 분들의 묘역에 대한 별칭이다. 초대 국회의장 신익희, 제1호 검사 이준,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초대 부통령 이시영, 우리나라 최초의 국군인 광복군 18위 합동묘역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래유산팀
  • [단독] “여성 경력단절 예방·재교육 종합 지원”

    [단독] “여성 경력단절 예방·재교육 종합 지원”

    “여성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에 집중되다 보니 대학 전공 선택부터 경력단절에 대한 예방과 이후 재교육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여성 창업에 대해서는 마땅한 지원 방안이 없어 사회적기업, 대학과 연계하는 등 급변하는 기술의 발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일자리와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예방대책을 수차례 언급했다. 정 장관은 “육아나 자녀교육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여전히 많다”며 “여성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경력단절을 막는 예방이 더 절실한 이유”라고 말했다. 여가부의 ‘2016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을 경험한 비율은 48.6%다. 특히 앞으로 일자리 증가가 기대되는 전문·과학 기술서비스에 종사하는 여성은 36만 7000명으로 남성의 절반 수준이다. 정 장관은 기술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 새로 일하기센터’(새일센터)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여가부는 현재 150곳인 새일센터를 올해 말까지 155곳, 내년까지 160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정 장관은 “정보기술(IT), 디자인, 빅데이터 등 고부가가치 직종의 직업훈련 비중을 높이고 창업 매니저 30명을 통한 교육도 새로 진행할 방침”이라면서 “40~50대 여성이 많은 소도시, 20~30대 전문직 여성이 많은 서울 종로구 등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교육 내용을 달리하는 등 질적으로도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군·경찰 등 유독 여성 진출이 어려운 공공부문에 대해 여성 비율을 늘리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현재 7% 수준인 여성 장교, 5% 수준인 부사관의 비율을 높이고 경찰대 입학정원의 12%로 제한된 여학생 비율 규정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앞으로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과 긴밀하게 논의해 다음달쯤이면 추진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돌보미 사업의 강화, 공동육아 나눔터 확산도 강조했다. 맞벌이 부모의 자녀를 집에서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2012년 4만 3947가구에서 지난해 6만 1221가구로 이용 가구가 급증했다. 그는 “올해 추경예산(11억 3000만원)이 확보돼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시간제 돌봄의 정부 지원 시간을 연간 480시간에서 600시간으로 늘렸다”며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내년에도 예산을 확보해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을 줄이고, 돌보미 급여를 올리는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부모들이 함께 아이를 돌보고 육아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공동육아 나눔터 확산과 관련해 다음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도시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는 “공동육아 나눔터 형태는 단지 내 사람들이 육아에 필요한 노동력을 함께 부담하기 때문에 공간 제공 외에 큰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복수 동영상(리벤지 포르노),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신종 젠더폭력과 관련해서는 “근본적 예방을 위해서는 성평등 의식 확산이 필요하다”며 “성평등 의식 확산 태스크포스(TF), 성평등에 대한 남성의 목소리를 내는 ‘성평등 보이스’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젠더폭력을 시도하는 남성 가운데 일부는 실업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낙오된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직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제대로 챙기겠다는 정 장관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더이상 한·일 양국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라면서 “지금 당장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조사 연구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위안부 박물관의 구성 및 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무엇보다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필요한 자료는 전산화해 청소년을 비롯한 후대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료를 어느 정도 모은 이후에는 역사교육에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제 박물관 외에 온라인상에서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사이버 박물관 개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한 민간단체 지원 등의 방안도 언급했다.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9개국 15개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신청이 완료된 상황이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화해·치유재단의 설립 및 운영 과정에 대한 점검에 대해서는 “다음달쯤 점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일 전북 새만금이 제25회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것에 대해 “전북에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는 여가부 입장에서도 이번 대회 유치는 큰 경사”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대표단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해 참가국 대표들에게 일일이 유치 홍보책자 등을 나눠 주는 등 다양한 유치 활동을 했다. 장관이 대표단 자격으로 총회 유치 활동을 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대담 전경하 정책뉴스부장 lark3@seoul.co.kr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하백의 신부 종영, 남주혁♥신세경 비주얼이 열일한 드라마

    하백의 신부 종영, 남주혁♥신세경 비주얼이 열일한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이 종영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 최종화에서는 신의 종 소아(신세경 분)와 물의 신 하백(남주혁 분)이 마침내 신과 종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이루는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베일에 가려져있던 소아 아버지의 행방이 밝혀지는 것은 물론 극적인 부녀 상봉이 안방극장을 눈물짓게 했다. ‘하백의 신부 2017’은 지난 2개월동안 소아, 하백의 비주얼 케미는 물론 매회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상초월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눈물, 감동과 공감을 안기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에 올 여름을 설렘으로 물들인 이 드라마가 남긴 3가지 선물을 정리해봤다. 1. ‘구멍 없는 비주얼’ 신세경-남주혁, 신과 인간의 환상 케미 신세경과 남주혁은 비주얼 케미의 정석을 보여줬다. 신세경은 하백과의 절절한 멜로 연기부터 사랑스러운 코믹 연기까지 윤소아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벽 소화했다. 남주혁은 수국 왕위계승자의 오만방자함과 로맨틱함, 시크함과 귀여움을 오가는 츤데레 캐릭터로 변신해 여심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이 펼친 주종 케미는 매력적인 비주얼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몰입도를 높였다. 이들과 함께 임주환, 정수정, 공명 또한 입체적인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소화해 재미를 더했다. 특히 임주환은 ‘반신반인’ 후예 역을 맡아 카리스마와 슬픔, 고뇌 등을 다채롭게 표현하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드러냈다. 2. 엔딩이 다했다! 은총키스부터 담벼락 눈물 재회까지 ‘심쿵’ 매회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게 남는 엔딩으로 시청자들의 리모컨을 사수하게 만들며 몰입도를 높였다. 1회에서 하백이 소아에게 “신의 은총을 내리니 깨어나라”는 로맨틱한 대사와 함께 입맞춤을 건넨 은총키스, 3회에서 두 사람이 운명으로 맺어진 관계를 엿보게 해준 하백의 수룡 변신, 12회에서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 확인과 함께 두 사람의 감정이 폭발한 담벼락 눈물 재회 등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엔딩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심쿵 엔딩 드라마’라는 말이 쏟아졌을 만큼 안방극장을 매료시켰다. 3. 김병수 연출X정윤정 작가 환상 하모니가 선사한 ‘신므파탈 로맨스’ ‘하백의 신부 2017’은 김병수 김독과 정윤정 작가의 완벽한 호흡으로 안방극장에 끊임없는 설렘을 선사했다. 정윤정 작가는 매회 심쿵을 유발하는 명대사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의 설렘 지수를 상승시켰다. 또한 후예의 반인반신 정체, 염미의 꿈 등 무수한 복선과 반전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김병수 PD는 섬세한 연출력으로 빚어낸 명장면들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특히 설렘 포인트를 제대로 자극하는 연출의 힘은 소아와 하백의 케미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시청자들이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은 은총키스, 오직 두 사람의 손길에 몰입하게 만든 만취 포옹, 한 편의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노을키스 등 매회 무한 캡처 본능을 유발하는 장면들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내며 아낌없는 지지를 받았다. 한편 ‘하백의 신부 2017’ 최종회는 평균 시청률 3.3%, 최고 시청률 3.6%를 기록했고 tvN 타깃인 2049 시청률에서는 평균 2.1%, 최고 2.4%를 기록했다. 사진=tvN ‘하백의 신부 2017’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만초천은 살아 있다

    [노주석의 서울살이] 만초천은 살아 있다

    얼마 전 용산 주한미군기지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종종 드나들었지만 기지를 돌려받는다는 전제가 없는 ‘남의 떡’이었기에 눈여겨보질 않았다. 한국 속 이국 풍경을 그저 심드렁하게 쳐다보았을 뿐이다. 찬찬히 기웃거린 뒤에야 용산기지 곳곳에서 풍기는 묘한 이국 정서의 정체가 파악됐다. 왜색이었다. 일본군의 상징인 오각별 문양이 뚜렷한 빨간 벽돌 건물은 일본이 모방한 서구 건축물의 전형이다. 자료를 뒤져 보니 기지 내 1245개 건물 중 무려 132개가 일본군이 지어 사용하던 건물을 재활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백범 암살범 안두희가 수감됐던 일본군 감옥이 의무대로 둔갑했다. 여기가 미군 기지인지 일본군 기지인지 얼른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들 어떠리. 1906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11년 만에 반환받는 마당에 까짓것 눈감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용산은 고려 때 몽고군, 임진왜란 때 왜군, 청일전쟁 이전 위안스카이의 청군까지 7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외국군의 점령지로 얼룩져 있질 않은가. 서울의 한가운데 알토란 같은 100만평의 땅을 내 세대에 되찾게 된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남산만 한 크기의 땅이다. 아파트의 사회문화사가 말해 주듯 우리의 근대화와 산업화는 ‘주거와의 전쟁’이었다. 그린벨트보다 백배 강력한 미군부대였기에 용산과 둔지산 일대가 이렇게 온전할 수 있었다. 자존심 상하지만, 남의 나라 이름으로 부어 놓은 적금을 찾는 셈 치자. 무엇보다 반가운 건 만초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으로 보던 만초천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살아 있었네!”라는 환호성이 나왔다. 구불구불하던 자연하천 만초천은 일본군에 의해 직선화된 상태로 300m가량 노출돼 있었다. 서울 땅 아래 35개의 하천 대부분이 복개돼 도로 아래로 들어갔다. 무악재(안산)에서 발원해 서대문 영천시장~서울역 뒤편 청파로~용산 전자상가~한강으로 흘러드는 만초천 7.7㎞ 구간 대부분도 1967년 이후 깜깜한 도로 밑을 흐른다. 조상들이 불을 밝히고 게를 잡던 용산팔경(龍山八景)의 모래밭 만초천은 태종 때 용산강에서 남대문을 관통하는 운하가 될 뻔했다가 일제강점기 욱천(旭川)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름으로 개명당했다. 봉준호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영화 ‘괴물’에서 괴물의 은신처로 나오는 원효대교 북단 하수도가 한강 쪽 출구다. 만초천의 옛 이름 넝쿨내를 살리자는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만초천 물줄기를 찾아다니는 팬덤도 있다. 복개된 뒤 이름 없이 사라진 다른 하천에 비하면 복받았다. 용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만든다고 한다. ‘국립공원’도 아니고, 새로 생기는 공원의 개념이 얼른 와 닿지 않는다. 정부가 만든 용산공원조성 특별법을 읽어 봐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옮겨 올지도 모르고, 자기 건물이 없는 정부기관 그리고 한미연합사와 미국대사관이 들어설 ‘국가의 공원’이라는 뜻인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관할 자치단체인 서울시, 용산구가 티격태격하는 걸 보면 뭔가 탈이 난 것 같다. 남산이 자신의 품에 안긴 용산기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해방 후 남산 공원용지를 이 기관, 저 기관, 이 학교, 저 학교에 선심 쓰듯 내주어 오늘날 ‘벌레 먹은 남산’을 만든 전과가 있다. 미군 통신기지가 차지하고 있는 남산 제1봉수대 자리도 반환 대상에서 빠져 있다. 어렵사리 되찾은 용산과 만초천도 또 그렇게 망칠 작정인가.
  • 동반자이자 메신저, 정치인의 반려동물

    동반자이자 메신저, 정치인의 반려동물

    청와대에는 문재인 대통령만큼이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받는 입주견과 입주묘가 있다. 바로 문 대통령의 반려견 ‘토리’와 ‘마루’, 반려묘 ‘찡찡이’다. 취임 100일을 넘긴 문 대통령은 ‘동물사랑’이 남다르다.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 자택에서 10년 이상 기른 풍산개 마루와 길고양이 출신인 ‘찡찡이’를 청와대에 데려왔다. 이후 대통령 후보 시절 방문한 유기견보호소에서 유기견 ‘토리’를 입양했다. 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들의 근황을 간간이 전하고 있다.‘퍼스트도그’에 대한 높은 관심은 때아닌 ‘학대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토리가 목줄을 맨 채 바깥에 앉아 있는 사진이 공개되자, 과거 목줄에 묶여 학대당했던 개를 또 묶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에 문 대통령은 “토리는 아주 예쁘고 사랑스러운 개입니다. 왼쪽 뒷다리 관절이 좋지 않은데도 관저 잔디마당을 뛰어다니고 쓰다듬어 주면 배를 드러내고 눕습니다”라는 글을 직접 SNS에 올렸다.●이명박·박근혜 ‘진돗개’ 김대중 ‘풍산개’ 문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도 ‘퍼스트도그’에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진돗개 ‘송이’와 ‘서리’를 키웠다. 이들은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압류 재산에 포함돼 경매 대상으로 나왔다. 감정사 조회 결과 순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낙찰가 40만원에 각각 팔렸으나 이후 낙찰자가 전 전 대통령에게 돌려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암수 풍산개를 선물 받았다. 입양 당시 이름은 ‘자주’와 ‘단결’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한이 함께 잘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우리’와 ‘두리’라는 새 이름을 붙여줬다. 이들은 2000년 11월부터 서울대공원으로 이주해 살다가 2013년 자연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다.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로 귀향했을 때 보더콜리종인 ‘누리’를 선물 받아 키웠다. ‘누리’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스스로 집을 나갔다고 한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부터 키우던 진돗개가 낳은 ‘청돌이’와 함께 청와대에 입주했다. 이 전 대통령은 청돌이와 아침 운동을 함께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퇴임 후에는 논현동 사저에 데리고 갔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삼성동 이웃주민들로부터 진돗개 ‘희망이’, ‘새롬이’를 선물 받았다. ‘희망이’와 ‘새롬이’는 이후 7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청와대에서 나오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새끼 5마리는 혈통보존단체 등을 통해 입양이 됐다. 그러나 청와대에는 여전히 두 마리의 진돗개 태극과 리오가 남았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로 비선실세 논란이 일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고양이·도마뱀… 애정대상도 제각각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아 정치권에도 ‘반려동물’ 열풍이 불고 있다. 정치인의 ‘댕댕이’(강아지를 부르는 신조어)는 어느덧 유권자들과의 소통의 도구로 자리잡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SNS상에서 ‘이오비 집사’로 유명하다. 이오비는 브리티시쇼트헤어와 러시안블루가 섞인 민 의원의 반려묘로 이제 갓 한 살이 됐다. 고양이의 ‘이’자와 오비작거리는 모습을 본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민 의원은 트위터에 한 줄 논평과 함께 이오비의 사진을 올려 누리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지난 15일 72주년 광복절에는 “민족 최고의 가치는 평화와 통일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를 향해 꼬리를 흔드는 이오비의 사진을 올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나 야당 등을 비판하는 글에는 심기가 불편한 듯 카메라를 쏘아보는 이오비의 사진이 덧붙여져 있다. 민 의원은 “이전에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이오비 사진을 올리면서 논평에 우호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오비를 두고 ‘공(公)묘’, ‘국묘’라고들 부르는데 ‘깨묘’(깨어 있는 고양이)라고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민 의원은 반려동물 의료보험 제도 개선에 관심이 많다. 그는 “정무위에서 합리적인 동물 의료보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구립 경로당을 동물 호텔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며 “이렇게 되면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우리에게 익숙한 개나 고양이가 아닌 이색 동물을 기르는 국회의원도 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에 도마뱀 ‘꿈바’를 키우고 있다. 집에서는 육지 거북이 ‘구돌이’와 도마뱀 ‘존트라볼타’를 기른다. 금 의원은 “꿈바는 저희 집에서 부화시켜 태어난 도마뱀인데 주로 돌보던 아들이 군대를 가는 바람에 의원실로 오게 됐다”며 “손이 가는 것도 적고 깨끗해서 의원실 식구들이 심심하면 밥도 주고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다.●여야 50여명 ‘동물복지국회포럼’ 국회 차원의 동물복지 강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19대 국회에서 시작돼 20대 국회까지 이어진 ‘동물복지국회포럼’에는 여야 의원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포럼은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여야 의원이 한데 모여 입법 활동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포럼의 공동대표단(민주당 박홍근·자유한국당 이헌승·국민의당 황주홍·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오는 23일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 동물복지 정책을 점검한다.바른정당은 당 차원에서 반려동물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반려동물특위는 지난달 경기 고양시의 동물보호센터를 찾아 유기견 봉사활동을 했다. 삽살개, 진돗개, 리트리버 등 개 16마리를 키웠던 정병국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정 의원은 현재 반려견을 키우지는 않지만 지역구인 경기 양평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파파’로 불린다. 정 의원은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아 이제 동물보호 이슈는 특정한 그룹만의 문제가 아닌 일반적인 문제가 됐다”며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에도 다방면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유기 방지 시스템 강화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는 “병원비를 감당 못해 유기가 늘어나는 등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버리는 게 아니라 맡겨 놓았다가 다시 재분양할 수 있도록 유기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의당도 동물복지에 적극적이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토리’를 위한 방석을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알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을 인용하며 “문 대통령에게 동물권 강화 공약을 이행해 달라는 의미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8년부터 3년간 반려묘 ‘나비’를 키웠다.●동물보호법안 심사는 제자리걸음 현재 국회에는 10여건의 동물의 생명 보호 및 복지 증진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해 해당 동물의 소유권 등을 제한하거나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민주당 한정애 의원 대표발의)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동물실험 이후 정상적으로 회복된 동물은 일반인에게 분양·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물을 인간과 물건이 아닌 제3의 객체로 인정하는 ‘민법개정안’, 매년 1주간을 동물복지주간으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등도 계류 중이다. 개식용·도축 금지 논의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대표는 “개 식용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안하려고 한다”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농장의 단계적 폐쇄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동물보호법 심사는 정작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다른 주요 법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낫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36건의 동물보호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된 4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워 판매하는 소위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성과로 꼽힌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당집 뒷마당서 나온 고대 유물… 동아시아 교류·해양 제례 흔적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당집 뒷마당서 나온 고대 유물… 동아시아 교류·해양 제례 흔적

    전라북도 부안이라면 주민들 스스로가 ‘축복의 땅’이라고 일컬을 만큼 관광 자원의 보고다. 개암사, 내소사, 월명암 같은 고찰(古刹)도 그렇지만, 아름다운 서해 바다 그 자체가 무한대의 가치를 지닌 관광자원이다.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에 이어 최근에는 자연친화적 관광 붐을 타고 곰소염전도 각광받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반도(半島)인 부안군에서도 가장 서쪽에 자리잡은 변산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의 하나다.변산이라면 해수욕장과 함께 채석강과 적벽강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파란만장한 역사가 깃든 중국 명승의 이름을 딴 것은 그만큼 경치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붉은색 바위 절벽이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북쪽 적벽강과 수만권 책을 차곡차곡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진 남쪽 채석강이 경계를 이루는 곳이 격포 죽막동(竹幕洞)이다. 1992년 국립전주박물관의 발굴조사 결과 죽막동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큰 바다를 건너야 하는 뱃사람들의 기원이 담긴 국제적 해양제사유적이 확인됐다. 꼭 큰 바다를 건너지 않더라도 변산 앞바다를 삶의 밑천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과거든, 현재든 해신(海神)에 목숨을 의탁하기 마련인데, 민간신앙의 전통은 지금도 남아 있는 당집 수성당(水城堂)에서 활발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부안의 관광자원을 이야기한 것은 죽막동 유적의 가치가 아직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죽막동은 고대 한·중·일 세 나라의 해양 교류 및 해양 제례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보여 주는 동북아시아 유일의 유적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부안이 국내용 관광지였다면 죽막동 유적의 존재로 국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막상 죽막동 유적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관광객이 승용차를 몰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나서 변산에 이르는동안 유적을 알리는 이정표는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다. 다만 격포에 들어서면 수성당으로 가는 작은 이정표가 하나 보일 뿐이다. 변산의 자연과 묶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역사 관광 자원으로 죽막동 유적의 가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가장 많은 사람이 쓴다는 내비게이션에도 ‘죽막동 유적’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니 죽막동 유적에 가려면 ‘수성당’을 입력해야 한다. 수성당이 1974년 전라북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덕분일 것이다. 다행히 최근 문화재청이 ‘부안 죽막동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예고했다니 조만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바다로 내민 해발 57m의 죽막동 언덕에 서면 왜 옛사람들이 제사 지내는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망무제(一望無際)라는 표현이 실감이 나는데, 먼바다는 고사하고 변산 앞바다의 위도와 칠산바다에도 수많은 어민들의 고혼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수성당은 정면 두 칸, 측면 한 칸의 작은 기와집이다. 상량문은 1850년(철종 원년) 이전에도 신당이 있었음을 알려 준다. 1864년(고종 원년)에 3차로 중수한 것을 1940년에 다시 중수했는데, 지금의 신당은 1973년 다시 지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모습은 잊혀진 것으로 보인다. 수성당은 지금도 살아 있는 민간신앙의 현장이다. 당집인 수성당뿐 아니라 주변에 무속인들이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자리를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바다 쪽으로 앉힌 작은 고깃배 한 척이다. 쌍촛대와 향로를 올려 놓았으니 풍어와 안전은 물론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올리는 장소일 것이다. 죽막동 유적이란 수성당 바로 뒤편의 넓지 않은 마당이다. 전주박물관에 따르면 유적은 발굴조사 당시에 이미 상당 부분 파괴된 상태였다. 1980년대 이후 해안경비가 강화되고 참호, 막사, 창고, 철책 등 군사시설물이 설치되면서 유적의 상당 부분이 잘려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대로 원형이 남아 있는 면적은 가로 8m에 세로 13m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50일 남짓한 발굴조사에서 거둔 성과는 엄청났다. 유물은 30㎝ 남짓한 두께로 종류도 다양하게 집중 퇴적되어 있었다. 해신에게 제사 지내는 데 사용한 용구를 의도적으로 파쇄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에 해당하는 백제 유물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조선시대 유물도 그릇류를 중심으로 소량이 출토됐다. 규모가 큰 해양제사는 백제시대에 집중되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죽막동 유적의 출토 유물은 전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각종 항아리와 큰 독, 술잔, 기대(器臺)를 비롯한 토기와 무기, 마구, 갑옷, 거울을 비롯한 금속유물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수량도 많다.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에 집중된 유물의 양상은 같은 시기 수장급 무덤의 부장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제사의 주체가 지역 수장이거나 왕으로 대표되는 국가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 학계에 따르면 토기류는 백제 것과 함께 대가야나 왜(倭) 계통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도 적지 않았다. 금속유물도 대가야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돌로 만든 쇠도끼, 칼, 갑옷 등의 모조품은 일본 후쿠오카현 오키노시마 제사유적 출토품과 형태, 크기, 재질, 제작수법이 대부분 일치했다고 한다. 여기에 중국 남조(317~581)의 청자도 나왔다. 흙으로 빚은 말의 모형도 여럿 나왔는데 하나같이 머리와 다리는 떨어져 나간 채였다. 말을 바쳐 수신(水神)의 노여움을 푸는 의식은 과거 동아시아에서는 흔히 행해졌다고 한다. 따라서 말의 축소 모형은 해신에게 바치는 공물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와는 통일신라시대 이후 것만 나왔으니 백제시대에는 노천 제사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보를 종합하면 죽막동 유적이 국제적 성격의 제사터라는 것은 자명하다. 백제가 주도한 제사에 대가야, 왜, 중국 남조의 사신, 상인, 선원이 참여한 것인지, 각각의 세력이 별도로 제사를 지낸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런 의문과 관계없이 당시 죽막동이 동아시아 해양 교섭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죽막동 유적을 찾는다면 전주박물관도 여행코스에 넣는 것이 좋다. 발굴 현장과 출토 유물을 함께 보면 유적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격포에서는 닭이봉 전망대에도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채석강과 죽막동, 적벽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해용왕에게 제사 지내는 데 죽막동보다 더 영험 있는 곳은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몰래 대화 엿듣고, 편지 훔쳐보고… 장간의 계략은 죄가 될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몰래 대화 엿듣고, 편지 훔쳐보고… 장간의 계략은 죄가 될까

    형주를 점령한 조조는 오나라에 선전포고를 하지만, 삼국 제일의 수군 병법가 주유에게 막혀 패전을 거듭한다. 이때 조조의 식객으로 있던 장간이 친구인 주유를 설득해 조조의 편으로 만들어보겠다고 나선다. 장간은 주유의 침실에서 조조의 수군 사령관인 채모가 보낸 편지를 발견한다. 조조의 암살을 의미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에 놀란 장간은 이를 조조에게 가져간다. 또 한밤중에 주유와 부하의 대화를 엿듣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주유의 계략. 편지는 채모를 제거하려고 주유가 조작한 것이다. 주유와 부하의 대화도 사전에 짠 것이다. 그럼에도 장간은 철석같이 사실로 믿고 조조에게 보고 들은 내용을 이야기한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조조는 장간의 말을 듣고 수군 사령관 채모의 목을 벤다. 대신 모개와 우금을 수군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이로써 조조의 수군은 통제 불능이 되어 버린다. 결국 조조군은 적벽에서 오나라에 크게 패한다. 다른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편지를 훔쳐본 것이 결국 적벽에서 패하는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헌법은 제18조에서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멀리 있는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장간처럼 중간에서 통신을 가로채거나 내용을 알아내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상대방으로서는 비밀을 알아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간이 주유의 편지를 허락 없이 읽은 것에 대해서는 어떤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까. 또 주유와 부하 사이의 대화를 엿들어도 되는 걸까. ●봉함된 편지도 불빛에 비춰 본다면 무죄 지금은 이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누구나 쉽고 빠르게 통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통신수단이 대체로 한정돼 있었다.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바로 우편이다. 따라서 통신에 대한 비밀 보호도 우편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형법 제316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비밀침해죄가 바로 그것이다. 비밀침해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圖?)를 개봉’한 경우에 성립한다. 즉 보호받는 통신수단이 전통적인 편지, 문서, 그림 등에 그친다. 방법 또한 개봉 즉 열어 보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봉한 편지라도 햇빛이나 불빛에 비추어 보고 그 내용을 알아내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장간은 봉한 편지를 본 것이 아니다. 주유가 장간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가짜 편지를 뜯은 상태로 일부러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장간은 개봉된 편지를 보았을 뿐이다. 따라서 장간에게는 비밀침해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침이나 풀을 발라 편지 봉투를 봉했다. 그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봉함된 봉투를 열어 보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각종 기계를 이용해 봉함을 뜯지 않고 편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시대적·기술적 변화상을 반영해 형법에서도 제316조 제2항을 신설했다.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경우까지로 처벌 범위를 확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간이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내용을 알아낸 것은 아니다. 나중에 편지를 훔쳐 간 것은 논외로 하고, 탁자 위에 있던 편지를 읽어 본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장간은 결국 처벌되지 않는 걸까. 눈을 크게 뜨고 장간의 행위를 한번 더 들여다보자. 장간이 채모의 편지를 진짜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바로 주유와 부하 사이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다. 장간은 조조에게 가짜 편지를 전하면서 주유와 부하 사이의 대화 내용도 전달한다. 가짜 편지에 신빙성을 더해 채모의 목숨을 빼앗은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을 엿듣고 이를 발설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은 없을까.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 신설 새롭게 나타난 통신방법과 수단을 통한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 법에 의하면 법률의 근거 없이 우편물의 검열 등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할 수 없다. 원시적인 도청 방법의 하나로 속칭 ‘귀대기’라는 것이 있다. 문틈이나 벽에 귀를 대고 벽 안쪽의 대화를 몰래 듣는 방법이다. 장간의 행위는 여기에 해당한다. 장막 밖에서 주유와 부하가 하는 얘기를 엿들었기 때문이다. 법률의 근거 없이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한 것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장간의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 법 제14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자장치나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하는 경우만을 금지한다. 소리를 크게 만들어주는 기계를 통해 대화를 엿듣는다거나 마이크를 벽 안으로 몰래 넣어 대화를 듣는 경우가 해당한다. 아무런 기계적 도움 없이 사람의 귀를 이용해 엿듣는, 귀대기 같은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간이 조조에게 좀 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주유와 부하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명백히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한 가지 더 살펴볼 문제가 있다. 주유와 부하가 일부러 장간이 듣도록 대화를 한 것이므로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장간이 내용을 좀 더 확인하기 위해 다음날 아침 주유에게 어젯밤에 본 편지와 엿들은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치자. 이때 장간이 조조에게 확실히 보고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면 어떻게 될까.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한다. 즉 장간이나 주유는 타인 간이 아닌 대화의 당사자다. 이처럼 대화의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통화도 마찬가지다. 내가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그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감청이 아니다.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장간과 주유가 통화를 하고 있는데, 조조가 장간의 허락을 얻어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면 어떻게 될까. 조조는 통화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녹음을 하려면 통화의 한쪽 당사자인 장간의 허락만으로 녹음을 해선 안 된다. 주유와 장간 모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결국 장간이 편지를 몰래 훔쳐보거나 대화를 엿들은 것은 처벌되는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로 인해 조조가 채모를 제거하고 결국 적벽에서 크게 패했으니 처벌보다 더한 벌을 받은 셈이 아닐까.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이기원 “소녀상은 강간 대자보” 막말 제명에도 반성없는 궤변

    이기원 “소녀상은 강간 대자보” 막말 제명에도 반성없는 궤변

    이기원 바른정당 충남도당 창당준비위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과 관련해 “할머니가 강간당한 사실을 대자보로 붙여 놓는 꼴”이라고 막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이기원 위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충남 보령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소녀상과 부국강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위원은 “위안부가 자발적인 거냐 강제적인 거냐 논란이 있는데 논점은 이것이 아니다. 이와 비슷한 역사가 우리나라에는 아주 많았다. 고려에 공녀, 조선에 환향녀, 일정에 위안부 그리고 군정에 기지촌녀 등 모두 공통점은 한국 여성의 세계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역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별나게 위안부는 동상까지 만들면서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고 한다. 이것은 민족 자존심에 스스로 상처만 내는 일이다. 어느 가정 사회 국가든 비극과 감추고 싶은 게 있는 법”이라고 덧붙였다.이 위원은 또 “인생의 최대 기쁨은 적을 정복하고 그 적의 부인이나 딸의 입술을 빠는 데 있다는 칭기즈칸의 명언이 있다. 의례히 전쟁에선 부녀들의 대량 성폭행이 이뤄져 왔다. 베를린에 소련군이 진주했을 당시 헬무트 콜 수상 부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베를린 여자들이 비극을 당했다. 이 사람들의 상처가 한국 위안부의 상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외국 사람들에게 마이크 대주면서 소녀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면 겉으로는 비극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돌아서자마자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조선여자들을 비웃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가. 세계의 ♥집이라고 말이다”라고 적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됐다. 바른정당은 17일 “바른정당 충남도당은 18일 오후 3시 운영위원회를 열어 위안부 소녀상 막말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기원 전 충남도당 대변인을 제명 조치하기로 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은 당의 제명 조치가 알려진 뒤에도 페이스북에 “이왕 쓴 김에 소녀상 문제에 대해 더 적고자 한다. 소녀상을 전국에 세우면 우리는 그것을 매일 봐야 한다. 우리 국민은 트라우마를 항상 안고 사는 부담이 생긴다. 굳이 어린 유소년들에게까지 이런 부끄러운 일을 미리 알게 할 필요가 없다. 민족 자긍심을 형성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파란 하늘 벗 삼아 익어 가는 맛 따라 먼저 만나는 가을

    파란 하늘 벗 삼아 익어 가는 맛 따라 먼저 만나는 가을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다. 벌써 가을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이 풍요로운 계절의 서막을 열 초가을 축제를 마련했다. 각종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게 마련됐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리에또 제공■ 영동 포도 축제알알이 영그는 가을이 주렁주렁 충북 영동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도 산지다. 포도 재배면적이 2209㏊로 전국 최대 규모다. 소규모 와이너리 투어를 즐길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도 구석구석 즐비하다. 영동군에선 해마다 노지 포도 출하 시기에 맞춰 포도축제를 연다. 올해는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동안 영동체육관과 와인코리아, 농촌체험마을 등에서 열린다. 포도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포도 농장에서 직접 포도를 따서 갖고 갈 수 있는 포도 따기 체험과 대형 세트장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포도 밟기 체험이 인기 프로그램이다. 포도 낚시, 포도 축구, 포도 다트 등 포도와 스포츠를 결합한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됐다. 와인 족욕, 포도 초콜릿 만들기, 와인 만들기, 포도비누 만들기 등 오감만족 포도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아울러 포도와 와인 등 영동 우수 농특산물의 시식 판매행사, 과일종합 전시 등의 전시행사가 진행된다. 축제 기간 중 26일과 27일은 댄스 배틀 퍼포먼스, 시원한 물총 배틀 등이 펼쳐져 늦더위를 날린다. 축제장에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7개의 도장을 받으면 경품도 준다. 볼거리는 역시 개막식 축하공연과 불꽃놀이다. 이 밖에 난계국악단 공연, 마술쇼, 레크리에이션게임, 어린이예술단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상설공연이 이어진다. 연계행사로 전국 영동포도 마라톤대회와 제14회 추풍령가요제도 열린다. 홈페이지(www.ydpodo.co.kr) 참조. 영동축제관광재단 (043)745-8918.■ 평창 효석 문화제소금 뿌린 듯 흐드러진 메밀꽃밭 평창효석문화제는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평창군 봉평면의 메밀꽃밭이 주무대다. 오는 9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열린다. 봉평은 가산 이효석의 고향이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이다. 해마다 9월이면 들녘을 덮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메밀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소설처럼 아름다운 메밀꽃’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 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성처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메밀꽃의 꽃말인 ‘연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축제는 4개 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문학마당에서는 문학 산책, 문학특강, 거리백일장, 독서토론회 등 다양한 문학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 이효석 문학의 향기가 오롯한 이효석문학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자연마당은 소설 속 주요 소재인 메밀꽃과 배경인 물가를 활용해 조성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메밀꽃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가장 인기다. 추억의 DJ 박스, 사랑의 엽서 쓰기, 소원 풍등 날리기 등의 프로그램도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소설 속 시골장터 분위기가 가득한 전통마당과 봉평장마당은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통 민속놀이를 즐기고, 메밀음식 먹거리촌에서 봉평 메밀 맛의 진수도 느껴볼 수 있다. 효석문화제의 압권은 역시 메밀꽃밭이다. 나귀를 타고 메밀꽃밭을 걷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메밀꽃 깡통열차를 타고 메밀꽃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소설 체험북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작가, 마을, 축제에 대한 소개와 축제장 곳곳에 숨겨진 기념 스탬프를 찾아 체험북에 도장을 찍어 가면 선물을 준다. 체험북을 사면 메밀꽃밭과 이효석문학관 입장료가 무료다. 홈페이지(www.hyoseok.com) 참조. 이효석문학선양회 (033)335-2323.■ 무안 갯벌 축제체험·축제로 가득한 황토 갯벌 무안황토갯벌축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습지보호지역인 무안 황토갯벌의 원시 자연 생태와 갯벌 해안문화의 풍요로운 삶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오는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전남 무안 해제면 무안생태갯벌센터 일원 및 어촌체험마을에서 열린다. 낙지잡기, 농게잡기, 운저리 낚시체험, 맨손 갯벌생물잡기, 즉석 요리체험, 황토갯벌 도장 찍기, 소금놀이터, 버블버블 비눗방울, 짚풀공예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무안 황토갯벌의 진수를 경험하는 시간이 될 듯하다.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꾸려진다. 풍어 깃발 퍼레이드와 풍요제를 시작으로 각설이품바 갈라쇼, 평양예술단 공연 등 공연행사와 갯벌 씨름대회, 갯벌 올림피아드, 갯길 생태탐방 걷기, 낙지 인형극, 낙지 생태문화 체험전시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무안갯벌은 자연생태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모래, 펄, 자갈갯벌 등으로 서식지가 다양하다. 이 갯벌에서 318종의 육상식물과 환경부 보호대상 종인 알락꼬리도요, 흰목물떼새 등이 깃들여 살아간다. 아울러 낙지와 숭어, 바지락, 감태 등의 갯것들이 일년 내내 생산된다. 특히 갯벌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유년기 갯벌로, 해양수산부가 2001년 연안습지로는 최초로 현경면과 해제면 일대 연안습지 약 42㎢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getbol.muan.go.kr) 참조.
  • [특별기고] 생물주권과 지속가능한 발전/김은경 환경부 장관

    [특별기고] 생물주권과 지속가능한 발전/김은경 환경부 장관

    저명인사의 의미 있는 장식용품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넥타이가 그런 사례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브리핑 자리에 바다사자의 일종인 ‘독도 강치’ 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과거 독도는 강치의 천국으로 불렸다. 정조실록에서 강치가 가지어, 독도가 가지도로 불린 것을 보면 그만큼 독도에 강치가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도 강치는 일제강점기 일본 어부들의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고 남은 소수의 개체도 보호받지 못해 결국 197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다. 생물종 보전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께 주권 침탈의 아픈 역사가 한 생물종을 절멸로 이르게 한 안타까운 사례다. 세계자연보전기금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1970년 이후 40년간 지구 척추동물의 개체군 크기가 52% 감소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우리에게 식량, 제약원료 등의 자원 공급과 함께 오염물질 정화, 기후조절 등 수많은 혜택을 준다.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현상은 인류의 생존도 위협당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다. 특히 생물자원에 대한 각 나라의 배타적인 권리가 인정되는 ‘생물주권의 시대’에 생물다양성 보전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세계 각국은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에 발맞춰 자국의 생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을 이용해 발생하는 이익을 생물자원 제공국과 이용국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는 국제협약이다. 우리나라도 8월 17일부터 나고야의정서의 98번째 당사국이 된다. 아울러 나고야의정서 국내이행을 위한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도 같은 날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국내 생물 유전자원을 보호하고 기업, 연구자 등이 나고야의정서를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해서 생물자원 제공국과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해외 생물자원 의존도가 50%를 넘는 국내 바이오산업계의 나고야의정서 이행 부담도 우려된다. 생물자원 제공국의 과도한 로열티 요구로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생물자원의 수입 지연, 특허 분쟁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각국의 제도를 면밀하게 분석해 정보를 공유하고 바뀐 국제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환경부는 캄보디아·미얀마·베트남 등 생물자원 부국인 개발도상국들과 생물다양성 관련 협력사업을 진행하면서 연구 과정 및 결과를 모두 협력국과 공유하고 있다. 그 나라 생물다양성 관련 전문가의 양성을 돕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지 생물도감 등 생물종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만들어 기증하고 있다. 이는 일부 선진국에서 해 왔던 일방적인 조사연구나 시설지원과 같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협력국과 신뢰를 쌓아가는 양방향, 즉 지속가능한 상생협력의 본보기다. 개도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는 국내 바이오산업계의 해외 생물자원 활용기반을 넓혀주고, 국제적인 수준에서 생물자원의 이용이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양립할 수 있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이용하는 것은 우리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행복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 땅은 물론 전 지구상에서 독도 강치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모두의 관심과 협력 속에 이제 막 출발하려는 나고야의정서 체계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우리나라가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앞장서는 모범국가가 되길 기대해 본다.
  • [포토 다큐] 마, 나도 대학병원 간다

    [포토 다큐] 마, 나도 대학병원 간다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다 하여 삼다(三多)의 섬으로 불린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말’이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예로부터 제주도는 우리나라 말 산업의 중심지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2016년 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사육되는 말은 모두 2만 7116마리. 이 중 절반이 넘는 1만 5261마리가 제주도에 있다.●총면적 1500㎡ 대형수술실·입원실 갖춰 최근 제주 말에게 반가운 일이 하나 생겼다. 지난달 13일 전국 대학에서 처음으로 말 전문 동물병원이 제주대에 문을 연 것. 말의 본고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제주도의 말 관련 의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했다. 1만 5000마리가 넘는 말을 10여명의 말 전문 개업 수의사와 마사회 제주육성목장의 의료진이 도맡았다. 그조차도 개업수의사는 농가를 방문해 간단한 진료와 부분마취수술 등 1차 진료만 했고, 큰 수술이 가능한 2차 진료 기관인 마사회도 의료 인력과 수용능력의 한계로 제주 지역의 말 관련 의료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대 말전문동물병원 개원은 말 사육 농가와 50여곳에 달하는 승마장에 더없는 희소식이다. 제주대 말전문동물병원은 1차 진료기관인 말 전문 개업수의사가 하기 어려운 수술·입원·재활 등 2차 진료를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총면적 1500㎡의 병원에는 몸집이 큰 말을 수술할 수 있는 대형 수술실과 엑스레이, 초음파 등의 영상진료실, 국내 유일의 냉난방 시설을 갖춘 입원마방 등이 마련돼 있다. 말전문동물병원은 9월 중 국내 최초로 말 전문 컴퓨터 단층촬영(CT) 장비를 도입한다. 연내 도입은 어렵지만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도입도 추진 중이다. 말 못 하는 동물의 아픔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과 일본 등 말 산업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이 같은 첨단 의료장비의 도입은 말의 부상과 질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 치료하는 것은 물론 국내 말 관련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말 직접 키우며 다양한 임상 실습도 가능 수의학 대학병원인 말전문동물병원의 개원은 진료와 치료 등 병원으로서의 기능 못지않게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수의학과 커리큘럼은 소, 돼지, 말 등 가축 중심의 대동물보다는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다루는 소동물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룬다.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말이 흔한 동물이 아니어서 전국 수의학과 학생 중 말 진료를 경험해 본 학생은 극히 적은 편이다. 심지어 제주대 수의학과 학생들조차도 말 관련 의료 실습을 해 본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척박한 교육 현실 개선을 위해서 말전문동물병원은 진료 이상으로 말 전문 의료인력 교육과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주대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 수의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임상 실습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현직 수의사를 대상으로 말 관련 전문 특화 교육도 진행한다. 지금까지 말 전문 수의사가 되려면 마사회에 취직하거나 말 전문 개업 수의사 밑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타 대학 출신인 서지윤(29) 수의사는 말 전문 수의사가 되고 싶어서 제주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말전문동물병원 설립에 구심점 역할을 한 서종필 교수를 도와 병원에서 실습 중인 서씨는 “제주대 말전문동물병원에서는 말 진료도 할 수 있지만, 병원에서 관리하는 말을 직접 키우며 임신과 출산 등 모든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등 다양한 임상 실습이 가능하다”면서 “열심히 배워 좋은 말 전문 수의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많은 이의 기대와 관심 속에서 출발한 만큼 제주대 말전문동물병원이 국내 말 산업 부흥과 말 관련 수의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하길 바라본다. 글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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