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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내진 모르는 건축사가 내진설계한다

    “비전문가가 설계 유일한 나라”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 배제 2~5층 건물 사실상 ‘사각지대’ 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으로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건물을 설계하고 감리하는 건축사 상당수가 내진설계에 문외한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래전부터 “건축사만 내진설계를 맡도록 한 현행법규를 고쳐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건축사들의 반발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2층 이상 건물에는 의무적으로 내진설계를 도입하게 돼 있다. 하지만 내진설계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들은 6층 이상 건물에 한해 건축사를 돕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2~5층 건물은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전담한다. 문제는 건축사들이 내진설계에 있어 비전문가라는 데 있다. 건축사는 5년제 건축학 인증대학에서 건축구조에 대한 교육을 이수한 뒤 시험에 합격한 설계 전문가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건축학과는 대부분 디자인 등 시각적 설계 위주로 교과 과정이 짜이다 보니 내진설계 등 구조공학 분야는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지진에 대해 잘 모르는 건축사가 내진건물을 설계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5층 이하 건물은 사실상 내진설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김한수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는 “현재 건축사는 전공을 하지 않아 내진설계에 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6층 이상 건축물에서만 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를 검토하게 돼 있는 것을 모든 건축물로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건축사법에 따르면 건축물의 설계뿐 아니라 감리도 건축사가 중심이 돼 수행한다. 구조기술사는 초고층 건물이 아닌 이상 감리에 참여하는 게 배제돼 있다. 이 때문에 건축사가 내진설계에 대한 상세사항을 모른 채 지진건물 감리를 진행하게 된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내진설계를 비전문가가 수행하고 법적 책임까지 지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내진설계를 철저히 했다 해도 실제 시공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감리 단계에서 검증하기도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내진 전문가인 구조기술사는 전국적으로 1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전문인력 확충이 단시일에 이뤄지지 않는 만큼 건축사(1만 2000여명)와 구조기술사 간 협업을 강화해 내진설계의 실효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구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교수도 “지진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이들이 건물 내진설계를 맡고 있는 모순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건축업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덕수궁 돌담길의 진실

    [노주석의 서울살이] 덕수궁 돌담길의 진실

    “대한문 앞에서 덕수궁 돌담을 끼고 정동 골목을 쑤욱 들어가노라면 … 경성지방법원 앞까지 와서, 본래 같으면 이화학당 앞을 지나 서대문으로 나가는 길로 들어섰을 것을 … 그 둘은 기약지 않고 좀더 은근한 방송국 넘어가는 길을 택하려 들었다.” 1930년대 경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모던보이 구보 박태원이 단짝 이상을 모델로 쓴 단편소설 ‘애욕’에서 읊은 덕수궁 돌담길 풍경이다. 소설 속 경성지방법원이 대법원을 거쳐 서울시립미술관, 이화학당이 이화여고, 경성방송국이 덕수초등학교로 변했을 뿐 으슥한 길을 찾는 연애 풍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그 옛날에는 덕수궁 담 뒤에 있는 영성문 고개를 사랑의 언덕길이라고 일러 왔다. … 남의 이목을 꺼리는 젊은 남녀들은 흔히 사랑을 속삭이고자 찾아왔던 것이다. … 오늘날 이십대의 젊은이들은 영성문 고개가 사랑의 언덕길이었던 것조차 모르게 되었다.” 1954년 정비석이 서울신문에 연재한 ‘자유부인’에도 돌담길이 등장한다. 영성문은 신문로에서 덕수초등학교를 거쳐 미국대사관저까지 이어지는 고갯길이었다. 덕수궁(경운궁)의 북쪽 대문이고 왕의 어진을 모신 선원전이 있어서 사람들은 경운궁을 ‘영성문 대궐’이라고 불렀다. 선원전은 옛 경기여고 터, 덕수초등학교, 구세군중앙회관에 걸쳐 있었다. 덕수궁 돌담길은 어쩌다가 사랑길의 대명사가 됐을까. 멀게는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 강씨가 남긴 불멸의 러브스토리가 기원이다. 이성계는 금기를 깨고 경복궁에서 고개만 들면 보이는 곳에 애처의 무덤을 만들었다.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가 능침 자리다. 태종 이방원은 계모의 능을 파헤쳐 지금의 정릉동으로 옮기고, 석물은 사람들이 밟고 다니도록 광통교 바닥에 깔았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사라지지 않고 정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았다. 600년 묵은 원조 사랑길이다. 개화기 서양 문물의 첫 정착지였던 정동에 자유연애의 유전자가 이어진 것도 자연스럽다.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이 정동제일교회 예배당을 중심으로 들어서면서 남녀칠세부동석의 엄혹한 윤리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두 학교 청춘들의 애틋한 만남과 헤어짐의 사연이 덕수궁 길에 깃든 것이다. 이별을 강조하는 속설은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 본래 독일영사관이 있던 자리에 경성재판소가 들어선 것은 우연의 일치였다. 실제 그 시절 이혼 재판정이 돌담길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힘들다. 시대를 앞서가는 청춘들의 연애를 시샘하는 사회적 우려와 질투가 만들어 낸 아포리즘이 아닐까. 최근 서울시민이 뽑은 ‘가장 잘생긴 서울’ 1위에 덕수궁 돌담길이 올랐다. 누구나 이 길을 좋아한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돌담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길에 얽힌 스토리보다 궁 안팎을 넘나드는 절묘한 동선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돌담길 주변은 모두 옛 경운궁 구중궁궐이었다. 고종의 집무실이자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이 담 밖에 나와 있는 이유도 덕수궁을 관통하는 남북 간 도로가 궁을 쪼갰기 때문이다. 덕수궁 돌담은 1921년에 놓인 이 신작로의 부산물이다. 정비석이 말한 덕수궁 돌담길, 영성문 고갯길의 선원전이 복원된다고 한다. 영국대사관 소유 미완성 돌담길 70m도 뚫릴 날이 머지않았다. 다만 덕수궁 돌담길은 우리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황제국 대한제국이 남겨 준 값비싼 선물이란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나라 잃은 대가로 누리는 아픈 길이다.
  • 주택 내진설계 8.2%뿐…부실 필로티, 벽·철골 보강을

    주택 내진설계 8.2%뿐…부실 필로티, 벽·철골 보강을

    건물 꼭대기까지 기둥 연결시켜야 “기존 필로티에 내진설계 의무화를” 내진설계가 안 돼 있는 기존 ‘필로티 건물’(벽 없이 기둥만으로 이뤄진 구조물)도 보강 작업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벽이나 철골을 더 박으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주차장 등으로 활용 못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들어 건축주가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아예 정부가 기존 필로티 건물에 대해서도 내진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17일 정부와 건축업계에 따르면 필로티 건물은 이번 포항 지진에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4층 다세대 필로티 건물은 1층 주차장 기둥 8개 가운데 3개가 크게 부서졌다. 벽이 없이 4~8개의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는 상하진동, 좌우진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번 포항 지진이나 지난해 일본 구마모토 지진 때도 피해 건물의 상당수가 필로티 구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만 해도 2015년 기준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만 3933단지 중 1만 2321단지가 필로티 구조다. 1층을 시원하게 뚫어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이런 구조방식은 2002년 다세대·다가구 주택 1층 주차장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1988년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만㎡ 이상인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했다가 지난해 경주 지진을 계기로 올 2월부터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대상을 강화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모든 주택,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소급적용이 안 되는 기존 건물이다. 필로티 주택뿐 아니라 올 7월 기준으로 전국 주택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비율은 8.2%에 불과하다. 오상훈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필로티 건물은 수직, 좌우로 철근을 좀더 촘촘하게 넣어야 한다”면서 “이런 내진설계 방식으로 짓고 기둥을 건물 꼭대기까지 연결시키면 지진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신축 건물은 필로티 구조여도 대부분 이런 방식을 택한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예전에 지어진 국내 필로티 구조물은 대부분 기둥과 건물이 분리돼 있어 지진에 매우 취약한데 이 경우에도 벽과 철골 브레이스를 더 박으면 어느 정도 지진에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주차장이나 1층 공간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고 금적적 부담도 커지게 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필로티 건물의 이점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축비인데 건축주가 손해를 감내하고 자발적으로 보강 설계를 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유인책을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내진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신축 건물에 대해서도 지진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제대로 설계됐는지 추후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디자인 전문가인 건축사 손에 점검을 맡기지 말고 구조 전문가인 건축기술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첫째 아이는 의사? 둘째는 기자?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첫째 아이는 의사? 둘째는 기자?

    매년 이맘 때쯤이면 돌아오는 대학수학능력평가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입시험날은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가슴 졸이게 되는 하루입니다. 희한하게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대입의 결과가 취업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이 때문에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우리 아이가 커서 뭐가 될까’하는 생각반 고민 반에 빠져 아이들을 쳐다보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스웨덴 공동연구진이 아이들 출생순서와 대입, 그리고 이후 수입의 상관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통계조사연구소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공동연구진이 아이들의 출생순서와 대학의 전공선택과 관련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사회심리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적 영향력’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자녀가 둘 이상인 스웨덴 가정을 대상으로 1982~1990년에 태어나 2001~2012년에 대학에 입학한 스웨덴 학생 14만 6000명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첫째일수록 의사나 변호사처럼 경제적 보상이 큰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둘째나 셋째 등 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첫째에 비해 소득이 낮은 직업으로 진출하는 전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공과 향후 직업을 분석한 결과 장기적 소득차이에 대한 상관관계가 무척이나 높았다고 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첫째들이 둘째보다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는 27% 정도 높았고, 셋째와 첫째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54% 가까이 났다고 합니다. 반면 둘째나 셋째 아이가 예술분야를 전공하는 경우는 첫째와 비교해 각각 27%, 36%나 높았다고 합니다. 물론 의사나 변호사보다 수익이 더 높은 예술가들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예술가보다는 의사가 소득이 높기 때문에 비교대상을 이렇게 정했다고 합니다.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단순히 첫째가 둘째보다 공부를 더 잘했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선호도를 형성하는데 성적보다는 가정환경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라는 말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서 문득 외동아들, 외동딸이 많아지고 있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의사나 변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많은 뇌과학자와 아동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은 자연을 보며 뛰어놀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도록 하는 것이 뇌발달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 곳만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꼭 ○○이 돼야 해’라고 강요하고 다른 사람이 쓰러지지 않으면 내가 쓰러진다는 무한경쟁, 제로섬 게임의 처절한 현장 가르칩니다. 사실 무한 생존경쟁, 각자도생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과 좌절감, 열패감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과되는 것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체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단순히 입시 제도만 바꾼다고 약육강식의 동물의 왕국 같은 ‘헬조선’이 사리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나이 든 분들께서는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불편해 하며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 때는 지금보다 더 살기 힘들었다’ ‘세상이 편해져서 그렇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대한민국 현재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경쟁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전을 위한 적절한 경쟁이 아닌 국가경쟁력을 깎아먹을 정도의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경쟁을 지양하자는 것입니다. 1만원도 안되는 시급을 받으며 힘겹게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들에게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훈계하는 것은 또다른 형태의 폭력입니다. ‘나 때는 그러지 않았다’는 훈계보다는 격려를, 그리고 지금보다 약간만이라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참, 동물의 왕국이라는 단어는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릴라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들의 사회도 서로 함께 살기 위해 돕고 양보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와있거든요. edmondy@seoul.co.kr
  • ‘필로티 구조’ 원룸·빌라, 지진에 취약…포항 지진 피해로 안전 문제 ‘비상’

    ‘필로티 구조’ 원룸·빌라, 지진에 취약…포항 지진 피해로 안전 문제 ‘비상’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뒤 1층 기둥이 휘고 부서진 한 원룸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필로티 구조’ 건물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필로티 구조란 건물 1층에 벽이 없이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얹는 형식을 말한다. 최근 도심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룸 건물의 모습이다. 1층을 주차장으로 쓰거나, 주차장 대신 유리로 문을 만들고 편의점이나 상가를 운영하는 형태가 많다. 필로티 구조는 지진에 취약한 대표적인 건축 방식으로 꼽힌다. 통상 건축물의 하중은 1층이 가장 크게 받는다. 그 중량의 대부분이 기둥과 벽에 분산되는데, 필로티 구조는 벽이 없다. 4∼8개의 기둥이 벽면이 나눠 받아야 할 건물 하중까지 모두 떠안는 구조다. 상하진동, 좌우 진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때 피해 조사를 다녀온 오상훈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구마모토 지진의) 진원지 인근에서 무너진 노후주택과 목조 주택을 제외하고 시내 철근 콘크리트 건물도 몇십 동이 피해를 봤는데 이 중 80∼90%가 필로티 구조”라면서 “필로티는 굉장히 약한 건물”이라고 연합뉴스를 통해 말했다. 필로티 건물은 구조적 위험성에도 2002년 주택의 주차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1층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도 맞았고 크지 않은 평수에 건물을 간편하게 지을 수 있어 중소 건설업자의 구미에도 딱 맞아 유행처럼 번졌다. 오 교수는 내진 설계 없는 필로티 건물의 확산이 법의 허점 속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소급적용 되는 것은 아니어서 올해 7월 기준 내진 설계 대상 중 실제 내진 설계가 확보된 건축은 20.6%에 그친다. 필로티 건물도 3층 이상이면 당연히 내진 설계 대상이지만 오 교수는 사실상 내진 설계가 안 된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3층 이상 건물의 내진 설계를 의무화해놓고 정작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6층 이하 건물은 구조전문가가 아닌 디자인 전문가인 건축사가 내진 설계를 점검하도록 하는데 이들이 특별 지진하중에 맞게 필로티 건물이 설계됐는지 검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조전문가인 ‘건축기술사’가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필로티 건물의 내진 보강작업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 교수는 “벽이나 철골 브레이스를 더 박으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주차장이나 1층 공간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금전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쉽게 개선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재앙으로 다가오는 지진, 여전한 안전불감증

    어제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 북쪽에서 규모 5.4의 지진과 여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일어난 규모 5.8의 경주 지진 이후 1년 2개월 만이며 경주 지진에 이은 두 번째의 강진이다. 진원의 깊이가 얕아 수백㎞ 떨어진 서울 광화문에서도 건물의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피해 규모도 경주 지진보다 작지 않았지만 전 국민의 위험 체감도는 훨씬 더 컸다. 남의 나랏일로만 여겨졌던 지진이 이제 우리에게도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우리의 대비 태세는 여전히 허술하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정부도 국민도 그새 지진의 공포를 잊은 듯하다. 초대형 지진이 도미노처럼 지구를 덮치고 있는데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다. 지진 대책은 하루아침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십년, 수백년도 모자란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전국 공공시설물의 내진율(규모 6.0~6.5의 지진에 견디게 설계된 건축물 비율)은 43.7%에 불과하다. 민간 건축물 내진율은 단 7%에 그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는 신축 주택은 층수나 면적에 상관없이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주택이 아닌 건축물은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이 연면적 200㎡ 이상으로 강화됐다. 문제는 이미 지어져 있는 건축물이다. 정부는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개축해서 내진 설계를 하면 재산세 등에서 세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실적이 미미하다. 더 큰 유인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은 예산 배정에서도 나타난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지진 관련 올해 예산 250억원 중 77%인 194억원을 삭감했었다. 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내진 보강 예산 155억원은 전액을 없애 버렸다. 의원들도 경제성 없는 도로 건설을 위한 쪽지 예산 확보에는 혈안이 돼 있으면서도 큰 지진이 일어난 직후에 편성한 예산에서도 지진 대책을 무시했다. 그만큼 내진 증강 일정은 늦어진 것이다. 내년의 지진 대비 인프라 구축 예산이 143억원 증액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교육이 백년대계이듯 지진도 백년을 내다보며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은 이미 경주와 포항의 두 차례 강진에서 확인됐다. 지난 12일 발생해 432명이 숨지고 8000여명이 다친 이란 지진에서뿐이 아니라 큰 지진은 인간이 겪는 최고의 재앙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지진 연구 수준은 수준 이하다. 국가기관의 지진연구센터가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한반도 아래의 지층 상황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부지의 지질 조사도 거의 주먹구구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찬반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포항 지진을 계기로 다시 한번 중장기적인 대책을 점검하기 바란다. 안전을 말로만 외치고 대선 공약으로 떠들어 봐야 허사다. 지진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기찻길 따라 뻗은 서교 365 신성장동력 문화창작발전소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기찻길 따라 뻗은 서교 365 신성장동력 문화창작발전소

    ‘홍대 앞’이라는 지명 속에는 숱한 미래유산이 함축돼 있지만, 실제 볼 수 있는 서울미래유산은 마포구 서교 365와 당인동 당인리발전소 단 2곳이다.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2개의 미래유산은 홍대 앞의 과거와 미래를 증언하고 책임질 비중을 갖고 있다.서교 365는 말 그대로 서교동 365-2번지에서 26번지까지 23개 필지에 들어선 낡은 건물군을 말한다. 높이나 재료가 각각인 2~3층짜리 건물이 약 250m에 걸쳐 가늘고 길게 늘어서 있다. 홍대 앞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거니와 가장 의미 있는 건축물이다. 홍대 앞의 메인스트림 주차장길과 뒷길 서교시장이 이 건물의 앞면과 뒷면이다. 용산에서 당인리발전소까지 이어진 석탄을 실어 나르는 기찻길을 따라 지어진 건물들이다. 1976년 화력발전소의 연료가 석탄에서 가스로 변경되면서 쓸모가 없어진 철둑을 따라 건물이 들어섰다. 본래는 서교시장 쪽이 앞면이었고 주차장길이 뒷면이었지만 2000년 이후 주차장길이 주 통로가 되면서 쓰임새가 바뀌었다. 주차장길에서 보이는 건물의 ‘떠 있는 V자 계단’이 30년 세월에 의해 변형된 흔적이다. 건물은 2007년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조성계획에 따라 철거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건물 입주자를 중심으로 ‘서교동 365번지 나는 이 건물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는 철거 반대 전시회를 2006년 2달 동안 열어 건물의 의미를 부각한 끝에 살아남았다. 작가와 상인, 주민이 합심해 일궈 낸 예술저항운동의 쾌거였다. 홍대 앞 예술혼의 상징이다. 당인리발전소(서울화력발전소)는 1924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이자 서울 유일의 발전소다. 한때 서울 전력소비량의 75%를 공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3% 정도에 그친다. 설계수명 종료에 따라 2012년 폐쇄될 예정이었으나 발전소 부지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오랜 논의 끝에 발전소는 지하 30m 아래로 옮기고, 지상에 8만 8500㎡ 규모의 공원과 21세기 신성장동력인 문화창작발전소를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서교동 홍대 앞에서 시작된 대중문화예술 생태계가 합정동과 상수동, 동교동, 연남동, 망원동을 거쳐 당인동까지 지평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방치된 발전소를 개조,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난 영국 테이트모던을 능가하는 명물이 탄생할 날이 머지않았다.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래유산팀
  • 포항서 5.4 지진…건물 외벽·유리창 ‘와장창’, 마트 진열대 상품 ‘와르르’

    포항서 5.4 지진…건물 외벽·유리창 ‘와장창’, 마트 진열대 상품 ‘와르르’

    소방청 “오후 5시 기준 대구·경북서 경상자 10명” 15일 오후 2시 29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나 포항은 물론 전국에서 지진이 감지됐다. 이날 지진으로 포항 시민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주민들이 놀라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이날 지진은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 중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 포항에 있는 한동대 건물은 지진으로 외벽이 크게 떨어져 나갔고, 건물의 유리창도 ‘와장창’ 소리와 함께 깨졌다. 포항 북구 환호동에 있는 한 빌라는 건물 외벽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일부 외벽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건물 밖에 세워둔 차가 부서지기도 했다. 포항 두호동의 한 마트에서는 지진이 일어나자 진열대에 있던 상품들이 ‘와르르’ 바닥에 쏟아졌다. 포항의 한 초등학교 건물은 기둥과 벽 일부에 금이 갔다. 북구 양학동, 두호동 등 일부 포항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멈춰 주민이 걸어서 집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오후 3시 현재 도내에서 포항 지진으로 경상 4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그러나 오후 5시 기준으로 경상자가 1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포항 시민 이소영(44·여)씨는 “지진이 난 이후에는 무서워서 차 안에서 대피했다”고 말했다. 주민 정병숙(69·여)씨는 “한동안 계속 흔들려서 급하게 집 밖으로 뛰어 나왔다”며 “작년 경주 지진 때보다 훨씬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도 지진이 발생해 학생과 직장인 등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충북 괴산군의 송면중학교의 경우 지진이 느껴지자 전교생과 교직원들이 운동장으로 피했다. 포항과 가까운 부산에서도 문현 국제금융단지(BIFC)에 근무하는 공기업과 금융기관 직원들이 지진에 놀라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군함도는 되고 위안부 기록은 안 되고… 세계유산 ‘錢의 전쟁’

    [글로벌 인사이트] 군함도는 되고 위안부 기록은 안 되고… 세계유산 ‘錢의 전쟁’

    “일본 정부가 신청한 군함도는 세계유산으로 실어 주고 일본 측이 싫어하는 위안부 기록물은 내치는 작태를 볼 때 유네스코에 공정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 지난달 31일 유네스코(UNESCO)가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 8개국의 14개 민간단체가 신청한 위안부 기록물에 대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적으로 보류하는 결정을 내리자 격분한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유네스코는 보류 결정에 대해 일본과 주변국의 관계를 해칠 수 있는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는 좀더 관련 당사자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결정하자 이스라엘도 동반 탈퇴를 밝혔고, 이에 질세라 중국은 유네스코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9년부터 유네스코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교육과 과학, 문화 교류를 맡은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왜 세계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었는지 짚어 보았다.지난해 서울의 한양도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오르는 데 실패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물론 문화재청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서울시는 2012년 문화본부에 한양도성도감과를 설치하고 매년 60억원씩 그동안 약 300억원의 예산을 한양도성 복원에 쏟아부었다. 박원순 시장은 재작년 서울시 출입 기자들과 함께 한양도성을 직접 걸으며 세계유산 등재를 자신했다. “최대한 빨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재신청을 하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세워지지는 않았어요. 세계유산 등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미국의 탈퇴나 중국의 영향력 강화와 같은 내부 정치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서울시 한양도성도감과 관계자의 말이다. 세계유산이 됐다고 해서 유네스코로부터 유산 보존과 관련한 재정 지원을 받지는 못한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내는 분담금은 위기에 처한 유산에 먼저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는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국가 예산을 받는 데도 유리하고, 관광객을 모으는 효과도 크다. 한양도성처럼 역사적으로 중립적인 문화유산이 아니라 위안부 기록물이나 난징대학살 문건처럼 역사적으로 첨예한 기록유산의 등재 여부를 심사할 때는 관련국가들이 치열한 외교전쟁을 펼치게 된다.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한 이유도 다분히 정치적이다. 미국은 그동안 두 차례 유네스코를 탈퇴했는데 1984년 표면적으로는 사무국의 방만한 운영을 들었지만 소련의 영향이 커지자 영국, 싱가포르와 동반 탈퇴했다. 소련 붕괴 이후 18년 만인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유네스코에 재가입했다. 미국은 이번에도 다시 팔레스타인 친화적이란 정치적 이유를 들어 이스라엘과 같이 탈퇴했다.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유네스코는 2011년 팔레스타인을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팔레스타인과 오랜 분쟁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유네스코의 팔레스타인 정회원 승인에 반발해 연간 7000만 달러가 넘는 분담금 납부를 끊어버렸다. 납부를 중단한 분담금은 체납금이 되었고 미국은 5억 5000만 달러의 체납금에 대한 책임을 남겨 두고 유네스코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분담금 미납으로 2013년부터 총회 투표권을 상실했다. 미국의 탈퇴에 대해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다자외교의 상실’이라고 강조하며 “글로벌 각지의 충돌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사회를 찢어 놓고 있으며 미국이 이런 시점에 교육을 보급하고 평화를 촉진하며 문화를 보호하는 유엔 기구에서 탈퇴하는 것은 깊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1984년 미국의 탈퇴로 닥친 재정 위기를 당시에는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이겨냈다. 6년 전부터 미국이 분담금 납부를 중단하자 유네스코가 다른 회원국에 분담금을 빨리 내 달라는 독촉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유네스코로부터 분담금 협조를 요청받은 나라는 알려지지 않았다. 1999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일본인 마쓰우라 고이치로가 유네스코 사무총장직에 오른다. 이후 10년간 고이치로는 사무총장직을 수행했고, 이 기간에 일본은 미국을 대신해 유네스코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국가였다. 유네스코 분담금은 유엔과 똑같은 기준으로 각 나라에 배분되는데 한 국가가 최대한 분담할 수 있는 비율은 22%다. 미국의 재가입 이후 일본의 분담금 비율은 줄어들어 세계 2위 수준이 됐다. BBC는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와 중국의 반응에 대해 “점점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방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중국의 유적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잇따라 선정됐다. 유엔,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는 미국의 주도로 세워졌고 미국의 세계 최강국 지위를 뒷받침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국제기구가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을 때는 탈퇴를 불사했다. 20세기 이후 미국의 자리였던 세계 최강국 지위를 넘보는 중국은 지난달 끝난 제19차 당 대회를 통해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결정이 일본의 뜻대로 이뤄진 것은 한·중·일 3개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결국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강력한 무기는 탈퇴를 선언한 미국(22%)의 절반가량인 분담금이었다. 유네스코 전체 분담금의 10% 수준으로 일본 정부는 거액의 자금줄을 틀어쥔 ‘유네스코의 큰손’이다. 일본은 매년 4~5월에 내는 분담금 38억 5000엔(약 376억원)을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국제기구에 내는 모든 분담금과 기부금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유네스코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에도 2015년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물이 중국의 신청으로 세계기록유산이 되자 항의 차원에서 분담금 지급을 미뤄 연말에야 겨우 냈다. 미국이 탈퇴를 선언한 시점에서 일본이 쥔 분담금을 유네스코가 더욱 무시할 수 없게 되면서 일본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유네스코가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이 약해져 만약 일본이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빈사 상태에 놓이는 것을 일본 측은 뻔히 알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위안부 기록물 심사 과정에서 일본은 분담금을 강력한 무기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분담금과 회원국 탈퇴는 미국, 일본과 같은 강대국이 국제기구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단골로 써먹는 카드이기도 하다. 국제기구가 강대국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은 유네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국가의 분담금에 의지하는 현재의 국제기구 체제로는 강대국의 의사에 따라 결국 국제기구 운영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선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 굴기(?起)하면서 분담금을 최대 비율만큼 내겠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한국 유네스코 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하자 중국 측 대표가 2019년부터 중국이 분담금을 22%씩 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중국 푸단대의 장궈홍 교수는 “중국은 힘이 커질수록 유네스코를 포함한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의 분담금은 유엔과 마찬가지로 각국의 국민소득, 외채 등 객관적 경제지표에 근거하여 산정된다. 어떤 국가의 분담률도 22%를 넘지 않으며 최빈국의 분담률도 0.001%보다 낮지 않다. 결국 국제기구 분담금은 그 나라의 국력을 보여 주는 지표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유네스코도 태생적으로 상당한 정치적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고 미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며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현재의 국제기구 시스템으로는 결국 강대국의 목소리가 중요한 결정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발효 음식 이야기] 고소함 살아있네, 다같이 치~~즈

    [발효 음식 이야기] 고소함 살아있네, 다같이 치~~즈

    치즈는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발효식품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는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딸 헬레나에게 치즈와 와인과 달콤한 꿀을 먹여 기른 덕분에 헬레나가 최고의 아름다움과 지성을 갖게 됐다’는 구절이 나오기도 한다. 치즈가 인간의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인 칼슘과 단백질, 비타민, 지방을 두루 갖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와 신화, 진실과 상상을 넘나든 위대한 시인의 찬양이 결코 허풍만은 아닐 것이다.치즈란 우유 등 포유동물의 젖을 응고시켜 만든 발효 유제품이다. 원유에 젖산균 또는 기타 응유 효소를 첨가해 단백질을 응고시킨 다음, 유청(응고물을 제외한 수용액)을 제거하고 숙성·발효하는 과정을 거친다. 영어 ‘치즈’(cheese)의 어원은 라틴어 ‘카세우스’(caseus)에서 유래했다. 한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치즈를 각각 ‘프로마주’(fromage), ‘포르마지오’(formaggio)라고 부르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치즈를 만들 때 유청을 제거하는 데 사용했던 통을 지칭하던 라틴어 ‘포르모스’(formos)에서 비롯된 것이다. 치즈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기원전 3000년쯤 지금의 그리스 크레타섬 일대에서 발달했던 미노아 문명의 점토판에 치즈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기원전 6000년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치즈와 비슷한 식품을 섭취한 흔적이 발견된다. 본격적인 근대식 치즈 제조가 이뤄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다. 1850년대 이전까지는 살균하지 않은 원유로 치즈를 만들었지만, ‘미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화학자 파스퇴르가 저온살균법을 개발한 이후 안정적인 치즈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지역마다 고유한 치즈 특산품들이 자리잡게 됐다. 국내에 치즈가 처음 소개된 것은 일제 때인 1920년대 들어서다. 주한 외국인과 부유층을 위주로 해외에서 치즈를 소량 수입해 즐겼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치즈의 직접 제조가 시작된 것은 1967년 무렵이다. 전북 임실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한 벨기에 출신 디디에 세스테베스(한국명 지정환) 신부가 농촌지역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가난한 농가에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본국에서 치즈 제조기술을 들여온 데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산양을 농민들에게 나눠줘 산양유로 치즈를 생산했으나, 젖소가 보급되면서 우유로 치즈를 제조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즐기는 치즈의 종류는 2000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치즈는 크게 ‘자연 치즈’와 ‘가공 치즈’로 분류된다. 자연 치즈는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응고시켜 제조한 기본적인 형태의 치즈다. 가공 치즈는 자연 치즈에 다른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등을 추가한 뒤 유화시켜 만든 치즈를 의미한다. 최초의 가공 치즈는 1911년 스위스에서 등장했다. 당시 제조업자들은 에멘탈 치즈의 보관 기간을 늘려 열대지방에 수출하기 위해 치즈에 유화제를 첨가해 열처리한 뒤 다시 냉각시켜 반고형 상태의 가공 치즈를 개발해냈다. 미국에서는 1916년 식품회사 크래프트가 유럽의 가공 치즈와는 별개로 체다 치즈를 증기 또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 유화시킨 뒤 통조림캔에 넣어 밀봉하는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했다의 초기의 가공 치즈는 통조림이나 은박지에 싸인 형태로 출시돼 필요할 때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소형 포장에 적합하지 않고 내부의 곰팡이 생성 유무를 파악하기가 힘든 데다, 가공 치즈에서 나오는 산성물질 때문에 은박지가 변질돼 수축포장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얇은 종이와 같은 형태의 슬라이스 치즈다. 변질을 막기 위해 수분과 공기의 투과도가 낮고 수축률이 좋은 포장재를 사용했다. 특히 식빵이 보편화되면서 함께 먹기 편한 슬라이스 치즈는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치즈는 원산지에 따라서도 종류가 나뉜다. 18세기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카망베르 마을에서 만들어진 카망베르 치즈, 프랑스 파리 근교의 브리 지방이 원산지인 브리 치즈, 네덜란드 고다 지역에서 탄생한 고다 치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치즈는 제조 방식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리코타 치즈는 ‘두 번 데운다’는 이름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우유를 데우고, 이 과정에서 모인 유청을 한 번 더 데워 만든다. 이렇게 열을 가한 유청이 작은 덩어리를 이룬 것이 리코타 치즈가 되며, 새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블루 치즈는 독특한 향을 가미하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푸른곰팡이의 일종인 ‘페니실륨로케포르피’를 이용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치즈는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A·B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소고기에 비해 단백질은 약 1.5배, 칼슘은 약 200배 많아 ‘흰 고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치즈의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다른 식품보다 높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불린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치즈 소비량은 2010년 1.8㎏에서 지난해 2.8㎏으로 56% 증가했다. 특히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치즈 소비연령이 낮아진 데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국내에 소개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자연 치즈의 소비량이 1.3㎏에서 2.1㎏로 62%나 뛰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공 치즈 생산에 비중을 두던 국내 치즈업체들도 자연 치즈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다. 주로 요리에 넣는 식재료로 활용되던 것에서 최근에는 큐브형, 막대형 등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돼 독립된 간식으로 즐기는 ‘스낵 치즈’ 시장이 새롭게 형성된 것도 특징이다. 캠핑, 여행 등 여가시간에 외부로 나들이를 가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이 같은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대표적인 국내 치즈 생산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우유로 만든 프리미엄 자연 치즈 ‘목장나들이’ 2종(구워구워·스트링)을 선보였다. 일단 공기에 노출되면 신선한 보관이 어려운 자연 치즈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 최소 중량인 80g으로 출시했다.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976년 1월 ‘서울 자연치즈’ 생산을 시작으로 1977년 8월 블록 형태의 가공 치즈를 선보인 데 이어 1988년 얇게 잘라 낱개 포장한 ‘서울우유 체다슬라이스 치즈’를 내놓는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국내 치즈 시장을 견인해왔다. 특히 서울우유 체다슬라이스 치즈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기존의 체다 치즈보다 짠맛을 낮춰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소비되는 치즈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원재료의 신선한 맛을 살린 자연 치즈가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말했다.매일유업은 전북 고창군 상하면 공장에서 생산되는 치즈 전문 브랜드 ‘상하치즈’를 통해 다양한 치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상하치즈의 자연 치즈 5종(까망베르 치즈, 브리 치즈, 후레쉬 모짜렐라, 스트링 치즈, 리코타 치즈)은 엄선한 국내 축산 농가에서 짠 원유를 사용하며, 보존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남양유업은 연령에 따라 성인용과 어린이용 치즈를 구분해 출시했다. 지난 3월 선보인 성인용 치즈 ‘드빈치 365일 자연방목 치즈’ 3종(체다, 모짜렐라, 고칼슘)은 호주의 청정한 자연에서 방목하며 목초를 먹고 자란 젖소의 우유로 만들어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1대4로, 이상적인 오메가 지방산 비율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또 유기농 아이 치즈는 6~18개월 아기를 위한 ‘유기농 시작부터 아기치즈 1단계’와 19~36개월 아기를 위한 ‘유기농 튼튼탄탄 아기치즈 2단계’, 4세 이상을 위한 ‘유기농 쑥쑥클때 어린이치즈 3단계’로 구성돼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그래픽 이다현기자 okong@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멸종된 강치, 일제 ‘독도 수탈’ 증언하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멸종된 강치, 일제 ‘독도 수탈’ 증언하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짧게, 별다른 돌출행동 없이, 한국을 다녀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명분을 얻고, 트럼프는 실리를 챙겼다’는 뉴스 사이로 일본 각료 몇이 한·미 양국 정상의 국빈만찬 메뉴를 트집 잡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가자미구이와 한우 갈비구이 등이 식탁에 올랐지만 그들이 트집 잡은 건 ‘독도 새우’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베트남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강경화 외무장관에게 “독도 새우를 사용한 메뉴가 포함된 것”을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외국 정부가 타국의 요인을 접대하는 것에 대해 코멘트하지는 않겠지만, 왜 그랬을까 싶다”며 독도 새우가 만찬에 오른 것을 불쾌해했다. 독도, 아니 다케시마가 엄연히 일본 땅이라는 ‘어필’을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만찬에 초대된 것도 그네들로서는 못마땅했을 게다.일본은 요즘 부쩍 ‘독도’ 이야기만 나오면 발끈한다. 정치적 노림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어종은 물론 독도 인근에 산재하는 지하자원 등 경제적 잇속도 독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를 차지할 명분이 없다.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일제강점기 독도에서 처참하게 살육당한 동물들이 그들을 독도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살육당한 동물들이란 ‘독도 강치’를 말한다. 해양문명사가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독도 강치 멸종사’에서 “집단학살극”이라는 원색적 단어를 써 가면서 독도에서 강치의 씨를 말린 일본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일본은 ‘다케시마 영토론’의 주요 근거로 독도에서의 강치잡이를 자랑스럽게 떠벌린다. 하지만 주 교수는 당시 일본의 강치잡이가, 그것을 통한 독도 경영이 사실상 “반문명적 범죄행위”라고 일갈한다. “적어도 수만 마리 이상 살아가던 환동해 최대의 강치 서식지를 피비린내 나는 집단학살의 장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강치는 값나가는 동물이었다. 가죽은 가죽대로, 짜낸 기름은 기름대로 비싼 값에 팔렸다. 기록에 따르면 강치 한 마리 값이 황소 열 마리 값에 버금갔다고 한다. 일본은 가죽과 기름을 일본으로 싣고 가 막대한 부를 형성했다. 한 줄 기록조차 없어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강치가 집단학살되었는지 알 수 없다. 독도 경영이 아니라 사실상 독도 멸종, 즉 한반도 수탈의 일환일 뿐이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일본이 저지른 독도 강치 멸종사는 “생태사적 범죄이자 죄악”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독도는 “환동해의 생태적 보고”였고 강치는 “그 중심 중의 중심”이었다. 더구나 희귀종이었다. 그런 강치를 멸종시키고도 강치잡이를 근거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몰염치를 넘어 인간이기를 포기한 처사라는 것이다. 놀라운 일은 독도와 가까운 시마네현 오키 제도의 일단의 어부들은 여전히 “독도 출어의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법상 독도 어장에 관한 법적 권한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독도강치를 끝장냈던 사람들이 여전히 호시탐탐 독도의 바다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그래서인지 주 교수는 해양영토 영유권만 들먹일 것이 아니라 “문명사적 차원”의 문제로 독도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밑에 잠긴 일제강점기의 감춰진 역사들은 드러날 때마다 아픔을 수반한다. 독도 강치도 그중 하나다. 독도 새우가 독도 강치를 떠올리게 하고, 오늘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족처럼 덧붙인다. “독도 새우, 참 고소합디다”라고 말씀하신 이용수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홍종학 청문회…야당 “과도한 부의 대물림” vs 여당 “과도한 공세”

    홍종학 청문회…야당 “과도한 부의 대물림” vs 여당 “과도한 공세”

    10일 국회에서 열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증여세 납부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과도한 부의 대물림’이라고 지적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과도한 공세라고 홍 후보자를 옹호했다.먼저 자유한국당의 김정훈 의원은 “부의 세습을 비판하면서도 ‘쪼개기 증여’로 부의 세습을 했다”면서 “홍 후보자의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윤한홍 의원은 “자신은 지키지도 못할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 것은 코미디”라면서 “평범하게 살 때는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장관이 되고 싶으면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권칠승 의원은 “처음부터 여러 사람에게 증여할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면 ‘쪼개기 증여’라는 것은 과도한 공세”라고 홍 후보자를 감쌌다. 홍 후보자는 “당시 현직에 있어서 증여세를 더 납부하는 일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세법에 따라 납부해달라고 했었다”면서 “저 자신에 대한 관리를 소홀하게 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공적인 영역에서 중산층, 서민이 잘 살아야 좋은 나라가 된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표리부동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 자신도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고, 이웃을 잘 살게 해야겠다고 어린 시절 가졌던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덧붙였다. ‘2013∼2016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홍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재산은 2012년 21억 7000만원에서 2016년 49억 5000만원으로 늘었다. 재산 급증에는 부동산 증여가 큰 몫을 했다. 홍 후보자는 2013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신현대아파트 전세에 살다가 다음 해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를 증여받았다고 신고했다. 홍 후보자는 장모로부터 이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이 아파트의 당시 평가액은 8억 4000만원으로, 홍 후보자와 아내가 지분을 절반씩 가졌다. 2015년에는 배우자와 딸이 홍 후보자 장모로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5가에 있는 상가 건물 일부를 증여받으면서 재산이 1년 만에 19억원이나 늘었다. 해당 건물의 원래 소유자는 홍 후보자의 장모로, 홍 후보자 딸은 초등학생 때 건물 일부를 증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당 10억원이 넘는 증여의 경우 증여세를 40% 내야 하는데 홍 후보자 가족이 이를 피하고자 ‘쪼개기 증여’ 방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이에 홍 후보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고 증여세를 모두 납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후보자는 “장모님의 건강 악화로 국회의원 재직 중 재산을 정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특히 “절차에 따라 증여세를 정상적으로 모두 납부한 후에 증여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후보자의 중학생 딸이 어머니에게 2억원이 넘는 채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홍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중학생 딸이 어머니, 즉 홍 후보자의 부인에게 2억 2000만원의 채무가 있다고 신고했다. 당시 중기부 관계자는 “증여세 납부를 위한 채무”라고 설명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美, 성매매 방치 사이트 처벌…‘SNS 포주·음란물’ 사라지나

    미국이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방치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포털에 책임을 묻는 법안을 만든다. 특히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다국적 사이트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사법 당국과 성매매 피해자가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방치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기소하거나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성매매업자조력방지법’(SESTA)을 가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법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된 만큼 조만간 상원 본회의 등을 거쳐 입법 절차를 끝낼 전망이다. SESTA는 온라인을 매개로 성매매가 이뤄지면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에도 법적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포가 성매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인터넷상 음란물도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한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WSJ 등은 현행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반사회·반윤리적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으며 급성장 혜택을 누려온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이 SESTA 제정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은 원칙적으로 인터넷상 외설물 배포만을 금지했을 뿐 제3자의 외설물을 게재한 웹사이트들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이 이끄는 인터넷협회는 지난주 성명을 통해 법안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당초 인터넷협회는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훼손하는 법안이라며 로비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국민 여론과 여야 의원들의 강력한 의지에 백기를 든 것이다. 한편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활용한 성매매와 음란물 유포는 우리나라에서는 법적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와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미 포털 야후의 소셜미디어 ‘텀블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을 받자 “우리는 미국 국내법을 따른다”며 거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 美대통령 방한…건배주 ‘풍정사계 春’, 만찬메뉴 가자미구이·한우갈비

    트럼프 美대통령 방한…건배주 ‘풍정사계 春’, 만찬메뉴 가자미구이·한우갈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국빈 방문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국빈만찬의 메뉴에도 관심이 쏠린다.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함께 국빈만찬을 한다. 두 정상의 건배 제의에 사용될 공식 만찬주는 국내 중소기업에서 제조한 청주인 ‘풍정사계(楓井四季) 춘(春)’으로 알려졌다. ‘풍정사계 춘’은 충북 청주시 청원군 내수면 풍정리에 위치한 ‘풍정사계’라는 중소기업이 제조한 청주다. 지난해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축제의 약주·청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청와대는 건배주를 비롯해 이날 국빈만찬 테이블에 오를 메뉴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만찬 메뉴는 한국이 가진 콘텐츠로 우리만의 색깔을 담으면서도 미국 정상의 기호도 함께 배려하려는 의미를 담았다”며 “음식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우리 문화를 전하면서도 첫 국빈을 위한 정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만찬 메뉴로는 크게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니타 등 4종류로 구성됐다.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은 어려울 때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준 값싼 작물이었으나 시대가 변해 지금은 귀하게 주목받는 건강식인 구황작물의 의미처럼 한미동맹의 가치가 더욱 값있게 됨을 상징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1인당 정갈한 소반 위에 올려진 백자 그릇 안에 옥수수 조죽과 고구마 호박범벅, 우엉조림, 연근튀김, 국화잎을 올린 상추순 무침을 담아내 그 재료들의 색감과 식감의 조화로움을 나타내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해 왔던 음식 이야기와 함께 음식 가치가 귀하게 바뀌는 동안 동맹의 가치는 더욱 값지게 됐음을 돌아보는 의미다. ‘동국장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요리이자 6월 백악관 만찬에서 문 대통령을 위한 메뉴이기도 했던 가자미구이를 활용해 만든 요리다.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 가자미로 만들었다. 거제도산 가자미는 다른 나라 가자미보다 좀 더 쫄깃한 식감이 있고, 흔한 서양 조리법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나라 최초 된장이라고 알려진 한안자 명인의 동국장을 사용해 여러 갑각류를 넣고 만든 시원하고 구수한 맑은 동국장국과 함께 곁들여 국빈의 입맛을 배려하는 동시에 한식의 특별한 맛을 선사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와 한국 색깔을 조화시킨 요리다. 기순도 간장 명인의 보물인 360년 넘은 씨간장을 이용한 갈비소스로 전북 고창 한우를 재워 구워냈다. 우리 토종쌀 4종으로 만든 밥을 송이버섯과 함께 돌솥에 지어내고 쫄깃한 식감을 가진 독도 새우를 넣은 복주머니 잡채와 함께 반상을 차린다.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니타’는 한국과 미국의 맛을 대표하는 수정과와 초콜릿이 조화를 이루는 디저트다. 바닐라의 고소한 맛과 트리플 초콜릿의 풍부한 맛의 어우러짐 속에 산딸기의 새콤하면서도 달콤함이 맛의 오감을 완성한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순수국내 중소기업인 한스케익에 특별 주문해 만든 케이크와 함께 수정과를 얼려 케이크와 어우러지는 그라니타를 선보이며, 감속을 이용해 만든 조그마한 감을 표현해 입동을 맞는 계절감을 나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식품 속 과학] 식품과 알레르기/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기획관

    [식품 속 과학] 식품과 알레르기/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기획관

    최근 아토피 등 알레르기성 질환과 더불어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금속이나 곰팡이독은 누구에게나 같은 유해성을 갖기 때문에 기준으로 규제하지만 알레르기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기 때문에 식품 자체를 규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가 스스로 피할 수 있도록 식품표시를 강화하고 있다. 식품 알레르기 반응은 왜 일어날까. 우리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가 들어오면 이들을 제거해 몸을 지키는 면역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면역기능이 식품이나 꽃가루 등에 과잉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알레르기 반응이다. 기원전 로마의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는 그의 저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서 “식품은 사람에 따라 독이 된다”고 기술했다. 1902년 프랑스의 샤를 리셰는 어부가 해파리에 쏘여 고통받는 문제를 연구하면서 개에게 해파리독을 소량 주사했다. 며칠 뒤 독을 다시 주사하니 개가 호흡곤란으로 죽었다. 그는 이것을 ‘과민증’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1906년 오스트리아의 의사 피르케는 알레르기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은 소화과정을 통해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영양소로 흡수된다. 그러나 소화기능이 미숙하거나 면역반응 조절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음식물을 이물로 인식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몸이 이물로 인식한 음식물 성분이 장에서 흡수돼 혈액을 통해 눈, 코, 목, 폐, 피부, 장으로 이동하면 그곳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식품 알레르기는 해파리독 실험처럼 우선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몸에 들어와 항체가 형성돼 있어야 일어난다. 때문에 식품 알레르기는 선조 때부터 흔히 먹어 왔던 식품에서 유발된다. 어린이에게 식품 알레르기가 많은 것은 소화기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단백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미흡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성장하면서 소화기능이 성숙하면 완화된다. 반면 성인이 돼 나타나는 식품 알레르기는 아직까지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은 식품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가금류의 알, 우유, 메밀, 땅콩, 대두, 고등어, 게,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호두, 닭고기, 소고기, 오징어, 조개류 등의 식품과 식품첨가물인 아황산류가 표시대상이다. 다만 알레르기를 피하기 위해 무조건 식품 섭취를 피할 경우 영양불균형도 우려된다. 또 표시대상이 아닌 식품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식사 중 입 주변이 붉어지거나 이유 없이 토한다면 가족이 잘 관찰해야 한다. 먹은 식품과 증상이 나타난 시간을 기록해 두고 전문의와 상담하면 정확한 원인식품을 알 수 있고 불필요한 편식도 줄일 수 있다.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성리학의 나라 조선, 왕릉 옆엔 왜 사찰이 있을까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성리학의 나라 조선, 왕릉 옆엔 왜 사찰이 있을까

    유교적 전통으로 조성된 조선 왕릉 무덤 지키는 ‘수호 사찰’과 짝 이뤄 능침사찰·능사·조포사 등으로 불려조선의 왕릉은 모두 42기다. 이 가운데 40기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일괄 등재됐다. 개성에 있는 태조의 원비 신의왕후 제릉(齊陵)과 두 사람의 둘째 아들로 제2대 왕에 오른 정종과 정안왕후의 후릉(厚陵)만 제외됐다. 조선왕조 27명의 왕과 왕비, 추존(追尊) 왕과 왕비의 무덤을 망라한 것이다. 한 왕조의 무덤이 이렇듯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은 조선은 왕릉 역시 유교적 장례 전통에 입각해 조성했다. 한편으로 전통적인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터를 잡고, 곽(槨)을 앉혔으니 자연과의 조화가 뛰어나다. 조선 왕릉은 능침(寢)과 능침을 둘러싼 무덤 영역이 전부가 아니다. 조선 왕릉은 안장된 인물의 명복을 빌면서 무덤을 돌보는 역할도 하는 사찰과 짝을 이룬다. 유교적 이념에 맞게 국가적 공력을 들여 무덤을 조성했다면, 불교신앙을 이어 가고 있던 왕실이 종교적 추모시설을 더한 것이다. 그러니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면서 원찰(願刹)을 제외시킨 것은 개인적으로 유감스럽다. 왕실 무덤의 수호사찰을 원찰이라 하는데 능침사찰이나 능사, 조포사(造泡寺)로도 부른다. 조포사란 ‘두부를 만드는 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두부’란 상징적인 표현일 뿐 제향에 필요한 대부분의 음식을 제공했다. 대신 원찰은 왕실이 제공한 토지로 사원경제를 유지했다. 원찰의 역사는 1397년(태조 6년)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貞陵)을 오늘날의 덕수궁 주변에 조성하면서 수호사찰인 흥천사(興天寺)를 함께 세운 것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덕수궁 뒤편의 마을 이름이 정동(貞洞)인 것은 바로 정릉이 있던 터이기 때문이다. 이후 정릉과 흥천사는 모두 조선시대 경기도 양주 땅인 미아리고개 너머로 옮겨졌다, 잘 알려진 왕릉과 원찰로는 호불대왕(好佛大王)이라 불릴 만큼 친불교적이었던 세조의 남양주 광릉(光陵)과 봉선사(奉先寺), 세종대왕의 여주 영릉(英陵)과 신륵사(神勒寺), 장조로 추존된 사도세자의 화성 융릉(隆陵)과 용주사(龍珠寺)가 있다. 그런데 원찰이 왕릉의 전유물은 아니어서, 영조는 파주 보광사(普光寺)를 친어머니 숙빈 최씨의 무덤인 소령원(昭園)의 수호사찰로 삼았다.오늘 찾아가는 서울 선릉(宣陵)과 정릉(靖陵) 그리고 봉은사(奉恩寺) 역시 조선시대 왕릉과 원찰의 관계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의 하나로 꼽아도 좋을 것이다. 선릉은 제9대 성종과 정현왕후, 정릉은 제11대 중종의 무덤이다. 지금은 서울 강남구에 속한 일대는 과거 경기도 광주 땅이었다가 1963년 서울 성동구에 편입됐다. 한양 도성에서 한강을 건너야 하는 흔치 않은 왕릉이었다. 성종은 재위 26년에 이른 1494년 12월 24일 창덕궁 대조전에서 승하했다. 나이 38세였다. 장례는 이듬해인 연산군 1년 4월 6일 선릉에서 치러졌다. 당시 지명은 광주 학당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36년이 지난 1530년(중종 25년) 10월 29일 정현왕후가 선릉의 동북쪽 언덕에 묻혔다. 선릉은 이른바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이다. 제각을 비롯한 능침 시설은 하나지만 각각 다른 봉우리에 쓴 두 기의 무덤을 이렇게 부른다. 한마디로 합장묘가 아니라는 뜻이다. 홍살문을 들어서면 제례가 이루어지는 정자각이 보이고 그 양쪽으로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수라간과 제사 용구를 준비하는 수복방이 있다. 그 왼쪽 언덕에 동남향의 성종대왕릉이,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언덕에 서남향의 정현왕후릉이 있다. 무덤을 이렇게 쓴 것은 정현왕후의 유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종의 첫 번째 왕비는 한명회의 딸인 공혜왕후 한씨였다. 성종 즉위 5년 만에 세상을 떠난 공혜왕후는 파주 순릉(順陵)에 묻혔다. 계비는 숙의 윤씨였는데, 성종보다 12세 많았던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다. 세 번째 왕비가 중종의 어머니인 정현왕후 윤씨다. 중종은 재위 39년 만인 1544년 11월 15일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인 인종 1년 2월 3일 당시에는 고양 땅이었던 파주의 장경왕후 희릉(禧陵) 옆에 묻혔다. 연산군을 몰아낸 반정(反正) 세력은 쫓겨난 임금의 처남인 신수근의 딸이 왕비 자리에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새로 들인 왕비가 장경왕후 윤씨다. 장경왕후는 9년 만인 1515년 세상을 떠났다. 중종의 무덤은 18년이 지난 1562년(명종 17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선릉을 처음 조성할 당시 수호사찰은 견성사(見性寺)였다. 통일신라 시대인 794년(원성왕 10년) 연회국사 창건설이 전하는 사찰이다. 봉은사도 절의 역사가 견성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본성에 곧바로 다가가 부처에 이르는 것’(見性成佛)은 선불교의 종지(宗旨)다. 연산군이 선종사찰을 선릉의 수호사찰로 삼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연산군은 작고 낡았을 견성사를 중창하고자 했다. 신료들은 유교국가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창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절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연산군일기’에는 이런 대목도 보인다. 1495년(연산군 1년) 12월 7일 기사다. ‘지금 견성사가 능 곁에 가까이 있어 중들이 불경 외는 소리와 새벽 종소리 저녁 북소리가 능침을 소란하게 하고 있으니, 하늘에 계신 성종대왕의 영이 어찌 심한 우뇌(憂惱)가 없으시겠습니까.… 그런데도 어찌 사찰은 새로 창설하는 것이 아니라 하여 철거하지 않고 재(齋) 역시 고례(古例)라 하여 굳이 지내십니까. 바라옵건대, 다시 깊이 생각하소서.”유신(儒臣)들은 선릉 영역 내부에 있었던 견성사를 멀리 옮겨 지으라고 압박했다. 그런데 연산군은 1498년 실제로 견성사를 옮겨 짓는 공사를 시작했던 것 같다. 이해 5월 23일 예조판서 박안성은 ‘신은 견성사가 능실과 너무도 가까워 만약 철거를 못 하겠으면 먼 곳으로 옮겨 지어야 한다고 했던 것인데 ‘대신이 주상의 뜻에 영합해서 그렇게 만든다’는 상소가 있었으니 곧 신을 이르는 것’이라면서 사직을 청한다. 신하들의 반대를 연산군은 새로운 절을 짓는 명분으로 역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세워진 절이 봉은사다. 선릉과 정릉은 임진왜란의 와중에 파헤쳐지는 참변을 겪었다. 성종과 정현왕후의 관은 왜군에 의해 불태워졌다. 중종의 시신 또한 찾지 못했다. 임진왜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선은 일본에 두 능을 파헤친 자를 잡아 보내라고 가장 먼저 요구했다. 일본은 마고사구(麻古沙九)라는 대마도인을 범인이라며 붙잡아 송환했지만 당사자는 부인했다. 마고사구는 ‘도주 군관의 노비로 나와 부산 선소(船所)에 머물렀을 뿐 서울에는 올라오지도 않았으니 능침을 범한 연유를 전연 알지 못한다’고 했으니 이 또한 웃지 못할 일이었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썰전’ 강형욱 “최시원 반려견 사건...너무 밉다”

    ‘썰전’ 강형욱 “최시원 반려견 사건...너무 밉다”

    ‘썰전’에 출연한 강형욱이 최근 발생한 최시원 반려견 사건과 관련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3일 전날 방송된 JTBC ‘썰전’에는 ‘개통령’이라 불리는 동물조련사 강형욱이 출연해 MC 김구라, 유시민 작가, 박형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은 최근 한일관 대표가 이웃인 가수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려 사망한 사건과 함께 반려견 안전 관리를 주제로 진행됐다. 강형욱은 이날 최시원 반려견 사건에 대해 “이 일이 너무나도 밉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 이후 ‘프렌치 불독이 원래 사납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어떠한 견종이 공격적이라는 말은 어떤 민족은 술주정뱅이고 어떤 민족은 항상 예의바르다는 말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용맹하고 특수한 성품과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견종은 있다”면서 “그런 견종을 알고 조심하면 된다”고 전했다. 덧붙여 “공격성은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다”며 “공격적인 개라면 어떤 기억과 경험을 하고 있었는지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함께 출연한 박형준 교수는 “엘리베이터에선 목줄을 해도 놀란다. 개가 갑작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다.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강형욱은 “얼마든지 사회화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며 “문제는 노력 없이 방임하는 보호자”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주면 다 (반려견) 입양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외국에서는 총기 소유와 비슷하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험한 친구는 능력을 지닌 보호자에게만 입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형욱은 이날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 시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 주변에 많은 보호자를 만나는데 이걸로 단속됐다는 분은 한 사례도 없다. 반려견을 사랑하고 키우는 사람들도 이 법이 시행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줄 미착용의 과태료는 1차 5만 원 2차 7만 원, 3차 10만 원이지만 1년이 지나면 리셋된다”며 “현행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고, 처벌 또한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범칙금을 올려야 한다”면서 “반려인이라면 범칙금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30일 유명 한식당인 한일관 대표 A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개에 물린 뒤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엿새 만에 사망했다. A 씨를 문 개는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가족이 키우는 반려견 프렌치 불독으로, 당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사진=JTBC ‘썰전’ 화면)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빛 물든 해 낭만 가득찬 海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빛 물든 해 낭만 가득찬 海

    이름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곳이 있습니다. 충남 서천의 비인이 그런 곳입니다.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닌 데다, 어딘가 맑은 풍경을 가만히 숨겨 두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서천 위의 춘장대나 동백정, 홍원항 등은 이미 익숙하지요. 아래쪽의 장항, 신성리 갈대밭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 틈바구니에 있는 비인은 당최 생소합니다. 비인엔 뭐가 있을까요. 듣자니 해거름 풍경이 아름다운 포구가 있고, 싱싱한 갯것들과도 만날 수 있다더군요. 그것만으로도 비인행에 나설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고즈넉한 풍경, 마량포구·장항을 품다 위치부터 살피자. 비인만은 활처럼 휘었다. 어린아이가 그린 갈매기 그림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다. 날개의 한쪽 끝은 마량포구다. 전어축제로 이름난 홍원항, 초봄 붉은 동백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춘장대가 이 언저리에 몰려 있다. 반대쪽은 장항이다. 서천의 명물이자 ‘JSA’ 등의 영화 촬영지로 이름난 갈대숲이 이쪽에 있다. 그럼 갈매기의 몸통 쪽엔 뭐가 있을까. 여기가 바로 비인만이다. 바다 쪽으로 뻗은 월호리를 경계로 ‘3’ 자 모양으로 휘었다. 마량포구 산자락에 올라 굽어보면 이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비인만은 평화롭고 넉넉하다. 서해 바다가 대개 그렇다. 동해안처럼 고래라도 잡을 듯한 떠들썩한 흥분은 없다. 남해안처럼 짙푸른 바다 위로 수많은 섬들이 반짝이는 수려한 맛도 없다. 그래도 너른 갯벌, 낮게 찰랑대는 바다는 지친 가슴 안길 만큼 늘 넉넉하다. 차진 바다에 기대 사는 싱싱한 갯것들과 마주하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그러니 비인만은 서해의 특성이 오롯한, 그리고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비인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월호리 월하성 포구와 비인면 선도리 해변이다. 월하성은 이름 그대로 ‘달 아래 성’이란 뜻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비치는 달빛만큼이나 아름답다는 뜻의 낭만적인 이름이다. 월호리의 옛이름도 달포리라고 한다.기이한 풍경, 트레일러에 얹힌 어선 월하성 포구를 찾으면 다소 생경한 풍경과 만나게 된다. 어선들이 트레일러 위에 얹힌 채 주차장 여기저기에 서 있다. 이를 ‘주차’라고 해야 할지 ‘정박’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하다. 트레일러를 끄는 건 대개 경운기다. 드물게 트랙터를 연결한 경우도 있다. 경운기의 모습도 평이하지는 않다. 엔진 부위를 바퀴에서 한 뼘가웃이나 들어올렸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차체를 들어올린 지프차와 비슷한 모양새다. 경운기가 이처럼 희한한 형태로 개조된 이유는 아침 나절에 포구를 찾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어민들은 주차장에 ‘정박’한 트레일러를 바다로 끌고 들어가 어선을 띄운다. 갯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역시 바닷물 찰랑대는 선착장에서 배를 싣고 주차장까지 온다. 경운기의 엔진 부위가 들어올려진 건 이처럼 들고 날 때 엔진이 바닷물에 닿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어선을 굳이 주차장까지 끌고 오는 이유는 또 있다. 갓 잡은 갯것들을 배에 실은 채 작업장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다. 요즘처럼 꽃게 등이 많이 날 때면 이들을 어선에서 경운기로 옮겨 싣는 것도 큰 일이다. 그러니 어선을 통째 옮기면 이 수고를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월하성 포구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선도리 갯벌이다. 주말이면 갯벌 체험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곳이다. 갯벌 앞에는 무인도 2개가 나란히 떠 있다. 이른바 쌍도다. 나라 안 대개의 섬이 그렇듯, 쌍도에도 그럴싸한 전설은 전한다. 안내판이 전하는 내용은 이렇다. 오래전 선도리 갯벌 주변은 너른 해당화 밭이었다. 오월이 되면 해당화꽃 향기가 수십리 밖까지 번졌고, 향기에 이끌려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하필 가난한 어부의 아들과 천석꾼의 외동딸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내용은 대략 짐작이 간다. 둘은 다음 생을 기약하며 바닷물에 몸을 던졌고, 용왕이 이들의 사랑에 감동해 섬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필경 고래 모양의 큰 섬이 어부의 아들, 거북 모양의 작은 섬이 천석꾼의 딸이었지 싶다.광활한 풍경, 해거름 빼어난 선도리 갯벌 선도리 갯벌은 광활하다. 모래와 펄이 뒤섞였다. 해변을 걷는 운치도 월하성 쪽보다 낫다. 날물 때면 쌍도까지 모랫길이 열린다. 거리는 얼추 700m 정도. 섬을 한 바퀴 돌면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연인들이 즐겨 걷는다. 해거름 풍경은 더 빼어나다. 해가 월하성 포구 쪽으로 떨어지며 사위를 붉게 달군다. 하늘도, 바다도 죄다 짙은 주황빛이다.비인에서 가장 이름난 문화재는 성북리오층석탑(비인오층석탑, 보물 제224호)이다. 백제 때 세워진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을 모방해 고려 때 세운 석탑이다. 모방했다고는 해도 당당한 자태의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비례가 맞지 않아 어색한 느낌이다. 이는 4, 5층 사이의 탑신에 있어야 할 지붕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6.2m에 달하는 체구는 퍽 당당하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자태에서 무게감도 느껴진다. 비인 읍내 쪽에도 볼거리가 있다. 비인향교는 흰 외벽이 인상적이다. 향교 들머리의 하마비와 느티나무, 옛 장터 앞의 ‘독다리’(청석교), 25개에 이르는 관찰사와 현감 등의 선정비와 불망비 등을 통해서도 비인의 옛 영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장항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장항송림을 만나기 위해서다. 얼추 20m에 달하는 키 큰 소나무들이 1㎞ 정도 이어져 있다. 솔숲 위로는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가 들어섰다. 236m 길이의 철 구조물이다. 솔향기 맡으며 하늘을 걷는 듯 아찔한 재미가 있다. 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서면 금강하구와 서해, 그리고 장항제련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장항 일대에 나라에서 세운 전시관이 두 곳 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다. 국립생태원은 규모가 약 100만㎡(30만평)에 이른다. 축구장 90여개 정도의 크기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다양한 해양생물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5200여종에 달한다는 우리 바다생물의 표본을 모은 ‘시드 뱅크’ 등 볼거리가 많다. 판교면 현암리는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흔히 ‘서천 판교마을’로 불린다. 정미소나 양조장, 창고 등 일제강점기와 1950~70년대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이 영화 세트장처럼 여태 남아 있다. 옛것 즐기는 이라면 기웃댈 만하다. 이번 여정에선 작심하고 저물녘과 동틀녘을 노렸다. 비인만 일대에 해넘이 풍경 고운 곳이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다. 비인만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선도리 일대를 붉게 물들인 장면은 어느 일몰 명소에 견줘도 뒤지지 않았다. 마량포구는 기왕에 해돋이 명소로 입소문 난 곳이다. 반도처럼 바다 쪽으로 돌출돼 있어 비인만 위로 솟는 아침해를 맞을 수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서천으로 드는 서해안고속도로 나들목은 세 개다. 서천 위쪽의 홍원항과 마량포구, 춘장대를 거쳐 비인만을 훑어 보겠다면 춘장대 나들목으로 나온다. 신성리 갈대밭, 장항송림 등 서천 남쪽에서부터 홅어 오르겠다면 동서천 나들목이 빠르다. 비인 오층석탑은 비인 면소재지에서 춘장대 해수욕장 쪽으로 가다가 비인면 성북리 길가에 있다.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 놓치기 쉽다. 장항송림 스카이워크는 입장료가 2000원이다. 입장료는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인근 편의점은 물론 서천 시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맛집:할매온정집(956-4860)은 아귀찜으로 이름난 집이다. 가격은 다소 비싸도 재료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하다. 아귀탕도 맛깔스럽다. 장항역에서 5분 거리다. 수정식당(951-5573)은 냉면으로 이름났다. 옛 건물들이 몰려 있는 판교면 현암리에 있다. 홍원항은 해마다 전어축제가 열리는 곳. 올해는 전어 수확량이 적어 횟집 인심이 예년만 못하다. 마량포구 쪽에도 횟집들이 많다. →잘 곳:춘장대와 마량포구 일대에 숙박업소들이 많다. 마량포구 산자락에 있는 서천비치텔(952-9566)은 창문으로 비인만을 굽어볼 수 있다. 장항 송림마을에도 대규모 민박단지인 ‘휴 리조트 펜션’이 조성돼 있다.
  • [커버스토리] ‘좋아요’도 ‘리트윗’도 없다…SNS 유령들의 SOS

    [커버스토리] ‘좋아요’도 ‘리트윗’도 없다…SNS 유령들의 SOS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1848년 2월 24일 영국 런던 거리에 이런 문구로 시작하는 팸플릿을 뿌렸다. 이른바 ‘공산당 선언’. 그런데 2017년 우리나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도 수많은 유령들이 배회하고 있다. 오프라인보다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하는 것이 일상이 된 2017년 10월 현재 공직사회의 SNS 세상을 들여다봤다.# 대통령도 의원도 쏟아내는데… 공무원들은 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트윗을 날린다. 미 행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개인적 의견을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쏟아내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이끌어 간 것과 관련해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가 야당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톡, 블로그, 유튜브 등 SNS가 정치·사회적 의사 표현이나 정책 홍보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대통령부터 광역·기초자치단체 소속 지방의원까지 SNS를 통해 본인의 생각이나 활동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대중의 반응을 살핀다.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SNS를 통해 자신들의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린다. 정부 홍보를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앙부처의 SNS 홍보 활동을 독려한 지도 벌써 8년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SNS 공간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눈과 귀’는 있으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입’이 없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SNS의 유령’은 바로 공무원이다. 사실 공무원은 SNS에서 입만 없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트위터의 ‘리트윗’ 등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정치 중립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공무원에게 SNS란 퇴근 후 업무 지시의 공간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가을부터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공직사회에서는 대규모 ‘SNS 망명’이 빚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압수수색 등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가입한 것이다. 검찰이 2014년 포털 사이트의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카카오톡 검열이 이슈화됐고 텔레그램 가입자가 늘기 시작했는데 국정농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던 직후 대이동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도 공무원들의 텔레그램 가입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텔레그램에 가입한 기재부 A과장은 “특별히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공간이 필요해서 가입한 게 아니다”라면서 “일상적 대화일지라도 ‘누군가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 “누군가 지켜보는 듯”… 계정 만들고 십중팔구는 ‘눈팅만’ 경제 부처의 B국장은 2011년 해외근무 당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그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귀국 직후인 2012년 1월에 멈췄다. 해외 근무 당시 가족들과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마지막으로 올린 게시물이다. 이후로는 선후배 공무원들과 지인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 이에 대한 감사 인사 정도만이 여전히 계정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B국장은 “귀국 직후에 친한 후배 직원이 당시 타 부처가 발표한 정책의 실효성에 약간의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가 내부 감사를 받고 정보기관 요원들에게까지 시달리는 걸 봤다”면서 “물론 공무원은 정부 정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볼 수 있게 힘을 보태야 한다. 하지만 재탕 삼탕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속 좁은 처사라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동시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공무원의 십중팔구는 B국장처럼 SNS에 가입만 하고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 ‘리트윗’도 ‘좋아요’도 없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볼 수 있다는 이른바 ‘피포위 의식’ 속에 있기 때문이다. # “괜한 시빗거리 안 되게…” 맛집 블로거는 ‘현실적 선택’ 금융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하모(29·여)씨는 최근 부장으로부터 “맛집 파워 블로거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은 음식 사진들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하씨는 점심과 저녁은 물론 집 밖에서 돈 내고 사먹은 모든 음식을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다. 이런 그의 SNS 이용 형태는 입사 직후 선배가 알려 준 SNS 수칙에 따른 것이다. 선배는 “▲어지간하면 SNS를 하지 말 것 ▲그래도 하고 싶다면 술을 한 방울이라도 마셨을 때는 스마트폰을 꺼버릴 것 ▲정치, 사회, 일 이야기만이 아니라 신변잡기라도 아무런 글도 쓰지 말 것 ▲공유는 생활상식이나 공자님 말씀처럼 누구에게나 좋은 것만 ▲사진이라도 게시하고 싶다면 음식이나 아름다운 광경만 올릴 것”이라는 SNS 수칙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했다. 하씨는 “어떻게든 지인들과 소통하고 싶은데 마음속 이야기는 SNS에서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없다”면서 “나도 음식 사진만 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말했다. 나름 SNS를 많이 한다는 공무원들의 활동 패턴이 하씨와 비슷하다. 음식, 풍경, 가족과의 사진 등이 게시물의 대부분이다. 정치, 경제, 사회, 정책 등 민감한 이야기를 써 올려서 괜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 소신 발언 보는 두 시선… “너무 튄다” VS “뭐가 문제냐” 공무원 중 극히 일부는 SNS에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소신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들도 있다. 특정 정당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쓰여진 기사를 공유하면서 멘션을 남기거나 선심성 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SNS 게시물을 자주 올리는 사회 부처의 C서기관은 “처음에는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내 게시물을 본 과장님과 선후배들이 ‘용감하다’, ‘후련하다’고 격려해 주는 걸 보고는 용기를 얻었다”면서도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마다 트집 잡히지 않기 위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SNS의 ‘용자’(勇者) 공무원은 행정 부처보다 사법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개개인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법원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지난 7월에는 전주지법 군산지원 차성안 판사가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블랙리스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고, 8월에는 인천지법 오현석 판사가 ‘재판은 정치, 법관 독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칼 같은 규율을 자랑하는 검찰 조직에도 소신 발언을 하는 이들이 있다. 임은정(43·여) 서울북부지검 부부장이 대표적이다. 임 부부장은 각종 징계 시도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의견을 SNS에 피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검찰 조직 내에서는 “너무 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일부는 “당돌한 검사 1~2명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우호적인 의견도 있다. 물론 이렇게 판검사가 다른 공무원에 비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옷을 벗더라도 ‘변호사’라는 선망받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은 “다른 공무원과 달리 경제적으로 뒷감당이 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면서 “가끔 ‘소신 발언’이 정치권의 러브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이성원 기자 isw1469@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발표 음식 이야기] 시큼해? 시크해! 식탁 재주꾼

    [발표 음식 이야기] 시큼해? 시크해! 식탁 재주꾼

    때로 우리의 생활을 바꾼 발명은 의외의 실패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인류 최초의 조미료’라고 알려진 식초는 사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에 먹다 남은 술이 변질돼 시고 달달한 액체로 발효된 것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주류로서의 본래 기능을 잃었지만 대신 독특한 맛과 각종 효능을 겸비한 식탁의 재주꾼으로 수천년 동안 사랑받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건강관리와 체중 감량 효과도 강조되면서 그 활동 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역사적으로 식초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5000년쯤 고대 바빌로니아의 고문서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대추야자 열매나 건포도를 발효시켜 식초, 와인, 맥주 등을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황하 문명에서도 기원전 1500년쯤 과실식초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와 철학자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도 식초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은 건강과 미용을 위해 식초를 애용했다고 전해진다. 중세 유럽에서는 식초가 흑사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흑사병이 창궐해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절도를 일삼았던 도둑들이 흑사병에 전염되지 않기 위해 식초로 목욕을 했다는 비법을 털어놓은 덕에 형벌을 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클레오파트라도 건강·미용 비결은 식초 동양에서는 고대 중국 위나라의 농업기술서인 ‘제민요술’에 식초 제조법 23가지가 소개됐으며, 남북조 시대 진강 유역에서 흑초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한치윤이 단군조선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역사를 서술한 ‘해동역사’에 고려시대 식초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또 조선시대에는 이미 술을 빚을 때 쓰는 ‘누룩’과 비슷한 ‘고리’라는 발효제를 첨가해 식초를 안정적으로 제조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1610년 조선시대 광해군 당시 허준이 지은 의서 ‘동의보감’에는 “초는 성이 온하며 맛이 시고 독이 없어 옹종을 없애고 혈운을 부수며, 모든 실혈의 과다와 심통과 인통을 다스린다. 또한 일체의 어육과 채소독을 소멸시킨다”고 식초의 효능을 서술한 부분이 있다. 식초는 크게 ‘합성식초’와 ‘발효식초’로 구분한다. 합성식초는 석유에서부터 인위적으로 분해·합성해 만든 산도 99%의 강산이다. ‘빙초산’이라고도 한다. 흔히 우리가 먹는 식초는 과일이나 곡류 등을 발효해서 만든 발효식초다. 발효식초는 다시 순수발효식초와 주정식초로 나뉜다. 순수발효식초는 주정이나 다른 성분의 첨가 없이 과일이나 곡류 등 원물 자체로만 온전히 발효한 식초다. 이때 사용된 원료에 따라 다시 과실식초와 곡류식초로 구분한다.곡류식초는 쌀, 현미, 보리와 같은 곡식으로 발효하기 때문에 각종 유기산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하다. 현미를 발효해 만든 흑초가 대표적이다. 과실식초는 좀 더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사과식초, 감식초, 포도로 발효한 발사믹 식초 등이 있다. 주정식초는 발효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옥수수, 타피오카, 고구마 등을 이용해 이미 만들어진 에탄올을 이용해 만든다. 희석 비율을 조정해 일반 식초보다 2배, 3배 정도 초산 함량을 높이기도 한다. 주정식초는 일반적으로 요리의 감미료로 사용되는데, 신맛을 내는 초산만 함유해 순수발효식초에 비해 유기산이나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의 함량이 낮다. ●피로회복 효능 60종 유기산 함유 식초에는 초산, 구연산, 아미노산 등 약 60종의 유기산이 함유돼 있다. 유기산은 피로의 원인이 되는 젖산을 분해하는 효능이 있어 피로 회복과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또 타액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를 돕고, 혈관을 넓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혈액의 생성을 돕기도 한다. 식초의 초산은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친화력을 높여 뇌에 산소를 공급해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역할도 한다. 식초는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유리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청소할 때 물 1ℓ에 작은 술잔으로 1잔 정도의 암모니아와 소량의 식초를 넣어 혼합한 뒤 스펀지나 헝겊을 이용해 닦으면 얼룩이 깨끗이 닦인다. 또 빨래를 할 때 식초를 약간 넣으면 천연 섬유유연제 역할을 해 의류를 부드럽게 해주고 정전기를 방지한다. 식초를 탄 물로 손을 씻으면 요리를 하면서 손에 밴 마늘 냄새나 생선 비린내 등 강한 냄새가 깨끗이 사라지며, 주방 도마에 밴 음식 냄새도 식초로 헹구면 손쉽게 없앨 수 있다. ●식초물로 씻으면 생선 비린내 쉽게 없어져 국내 식용 식초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92억 2600만원으로 추산된다. 2014년 564억 1500만원, 2015년 587억 4000만원 등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올 1~8월 430억 2100만원대를 기록하면서 연말에는 700억원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식초는 다양한 음식에 폭넓게 활용이 가능한 데다 최근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열풍’에 이어 다이어트에 식초가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는 오뚜기다. 1977년 처음 식초시장에 뛰어든 이래 사과식초, 현미식초, 화이트식초, 매실식초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견인해왔다. 그 뒤를 추격하는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순수발효식초를 내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자사의 식품 브랜드 백설을 통해 올해 ‘자연발효식초’의 매출을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백설 100% 자연발효 파인애플 식초’를 추가로 출시해 레몬, 백포도, 사과, 현미에 이어 5종의 프리미엄 발효식초 제품군을 갖게 됐다. 자연발효 파인애플식초는 800㎖ 한 병에 1㎏짜리 파인애플 1개의 영양 성분이 그대로 담겨 있고, 과일 자체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효숙 CJ제일제당 조미소스 마케팅담당 부장은 “자연발효식초는 속성 발효하 는 일반 식초와 달리 과일, 곡물 등의 원재료로 오랜 시간 발효시켜 최근의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대상 청정원도 원재료의 풍미와 영양을 보존할 수 있는 장시간 발효를 강조한 제품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순수발효식초는 두 번의 발효 과정을 거치는데, 청정원은 여기에 한 번의 발효과정을 더한 ‘순발효공정’ 기법으로 원재료의 영양성분을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대상 관계자는 “특허받은 ‘3단 발효방식’을 통해 모두 57일 동안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쳐 미네랄, 아미노산 등 영양성분의 함유량을 높였다”고 말했다. 기존 사과, 현미, 흑미, 파인애플에 이어 최근 ‘정통레몬라임식초’를 출시하며 제품군을 넓혔다. ●웰빙 열풍에 다이어트 효능으로 각광 대상 청정원은 음료수 형태로 마시는 음용식초 시장에서도 ‘홍초’를 앞세워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 약 55%를 차지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음용식초는 주로 물이나 탄산수, 술 등과 섞어 마실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청정원 홍초는 2005년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해 2011년 매출 500억원,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어린이 음료시장으로도 확대해 어린이용 음용식초 ‘홍초먹은 기운 센 어린이’ 3종(딸기, 청포도, 애플&소다)을 출시했다. 그런가 하면 샘표는 건강식품 브랜드 ‘백년동안’을 통해 흑초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2009년 7월 처음 선보인 백년동안 흑초는 통알곡 현미만을 100% 발효해 만들었다. 현재 과일맛 흑초 4종(산머루·복분자, 산수유·석류, 블랙베리·블루베리, 제주 한라봉)과 ‘純(순) 발효흑초-원액 100%’, 클렌즈 부스트 2종(그린파워, 옐로파워), 에너지 부스트 2종(레드파워, 블랙파워)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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