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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가을 안방 ‘다큐 풍년’

    초가을 안방 ‘다큐 풍년’

    제4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이 27일 오후 7시 50분 도곡동 EBS 본사에서 막을 올린다. 방송인 정재환과 하경민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는 개막식은 EBS TV에서 생방송될 예정이다. 페스티벌은 ‘사람과 사람, 공존을 위한 대화’를 주제로 새달 2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린다. EBS TV는 이 기간 어린이 방송을 제외한 모든 정규 방송을 접고 다큐멘터리만 하루 평균 10시간씩 집중 방영한다. 상영작품은 35개국에서 초청된 58편. 극장에서도 상영하는데, 서울 도곡동 EBS 스페이스를 전용상영관으로 꾸려 26편을 상영하는 한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와 연세대학교 CJ-inD, 대안공간 루프, 아트스페이스 카메라타 등에서도 상영한다. 개막식에서는 ‘다큐멘터리 최전선’과 ‘가족의 의미’ 등 총 9개에 이르는 섹션을 소개하고,7일간의 다큐 축제를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영상 가이드를 제시한다.EIDF의 개막 축하 공연도 함께 열린다.‘사람과 사람, 공존을 위한 대화’라는 주제에 걸맞게, 국악기와 서양악기들의 만남을 보여주는 신세대 해금 연주자 ‘꽃별’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개막식이 끝난 후에는 개막작 슈테판 슈비테르트 감독의 ‘영혼의 메아리’가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 ‘영혼의 메아리’는 3명의 스위스 보컬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소리의 세계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27일 오후 7시50분에 EBS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개막식 후 상영된다. 이 밖에도 ‘거울 앞의 소녀’,‘신의 물방울, 몬도비노’,‘망명자 올스타 밴드’등 인간 사이의 갈등과 공존을 다룬 작품들이 많이 선정됐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구관서 EBS 사장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현장 상영관을 2곳에서 5곳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직접 감독을 만나는 기회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정규호 제작본부장은 “내년부터는 각 지자체와 연관해서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외부 상영을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밖의 행사로 호주, 태국,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네팔 등 아시아 태평양 5개국의 문화체험전과 한국 방송·영화인들이 제작 현장에서의 고민을 풀어내는 포럼도 마련된다. 또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제프리 길모어 선댄스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8일 ‘미국 독립다큐,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강연하는 것을 비롯해 스티브 프렌치 감독, 애니 골드슨 감독 등 거장의 마스터 클래스도 마련된다. 경쟁부문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올랐고 상금은 대상에 미화 1만달러 등 총 2만 5000달러가 시상될 예정이다. 상영일정과 예매 등은 홈페이지(www.eidf.org)를 통해 알아볼 수 있으며, 온라인 이벤트인 시청자상 투표·20자평 쓰기 등에도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제공한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다시 ‘시인과 농부’

    [한승원 토굴살이] 다시 ‘시인과 농부’

    대나무는 뿌리를 수직으로 뻗지 않고, 옆으로, 옆으로 뻗어가서 죽순들을 밀어올림으로써 자기 영역을 한없이 넓히는 식물이다. 농민은 이웃의 솜대 밭에서 자기네 밭으로 뻗어온 뿌리들을 파서 내던져 버린 다음, 다시는 그 뿌리가 뻗어 건너오지 못하게 하려고 자기네 밭과 대밭의 경계에 무릎이 잠길 만큼의 기다란 참호를 팠다. 인근에 사는 시인은 그 대나무 뿌리 여남은 개를 가져다가 자기 서재의 서편 창문 앞 울타리에 줄줄이 심었다. 밤이면, 서쪽으로 기우는 달빛으로 말미암아 서창에 드리워질 수묵화 같은 대나무 그림자를 완상할 생각으로, 또 속이 텅 비고 올곧게 살아가는 대나무 속으로 내가 들어가고 내 속으로 대나무가 들어오게 할 생각으로. 그리고 사철 내내, 바람에 사각거리는 그들의 싱싱하고 풋풋한 속삭임과 꾸밈없는 음악소리를 들을 생각, 새들이 깃들어 우짖게 할 생각으로. 두 해 뒤부터 시인은 뜻한 바대로, 늦은 밤 서창에 드리워지는 그윽한 솜대나무 그림자와 그들의 속삭임과 새들의 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삼사년 뒤, 서편 울타리에서 서너 걸음 떨어진 금잔디 깔린 마당 안쪽에서 죽순 하나가 솟아 나왔을 때 시인은 경계를 허물고 있는 그놈을 용납할 수 없어서 잘라냈다. 그 이듬해 5월에는 마당 한 가운데서 솟아 오르는 죽순들을 잘라 주어야만 했다. 십년이 지난 어느 날 서재 서편 구석의 바람벽과 장판의 구비 사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갈색 창끝 같은 머리를 들이밀었다. 소스라쳐 놀라 살펴 보니 죽순이었다. 시인은 염치없는 무뢰배가 생각나서 으스스 소름이 온몸에 돋았고, 그 놈과 동거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당장에 절두의 처형을 했다. 그 놈들의 폭력적인 태도에 대한 두려움과 살생을 한 듯한 생각으로 인하여 우둔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 채 밖으로 나가서 하늘을 쳐다보며 심호흡을 했다. 나 죽고 나면 내 집 울안은 이삼 년 사이에, 무성한 대나무 밭이 되어버릴 것이다. 시인은 비로소 경계에 참호를 파던 농민의 심사를 이해했다. 세상은 인자하지 않고 잔인하다. 한 시인이 ‘경계에서 꽃이 핀다’고 노래한 것은 슬픈 희망일 뿐이다. 그날 밤, 꿈인 듯 꿈 아닌 꿈속에서 시인은 생각했다. 평소에 무위자연을 내세우곤 하는 장자가 공자를 공격했다.“세상에 어짊(仁)이란 것이 있을 수 있소이까? 자연은 물방울 몇 개로서 사람들을 죽이는데요? 자기들의 신과 더불어 사는 오만한 사람들은 자기들의 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하여 다른 신을 죽여 없애려고 들고, 강대국은 약한 나라의 땅을 빼앗으려 하고, 약한 나라 사람들은 자기 땅과 자기의 신을 지키기 위하여 적을 죽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인질로 잡아 잔인하게 죽이기도 하고, 포로가 된 동료와 바꿈질하자고 흥정하기도 하는데요?” 그러자 공자가 장자를 공격했다.“그대가 찬술한 책의 양생(養生)이란 대목을 보면, 무위자연을 강설한답시고, 백정의 칼이 살코기와 뼈 사이를 지나 다니기만 할 뿐 뼈에 부딪치지 않기 때문에 칼을 갈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소이다. 그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하는 그대는 전혀 지긋지긋해 하지 않는데, 그대처럼 잔인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들을 순화시킬 자격이 있기나 할까요?” 옆에 있던 새까만 긴 머리의 성자가 말했다.“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나의 신의 절대적인 권능이 필요합니다.” 그 옆의 터번 쓴 성자가 말했다.“나의 신의 뜻에 따라!”……. 그들의 입씨름을 지켜본 문수사리가 석가모니에게 달려가서 물었다.“저들의 말은 모두 옳은 듯하지만 사실은 모두 옳지 않구나, 하고 저는 생각하였는데 제 생각이 어떻습니까?” 석가모니가 눈을 거슴츠레하게 뜬 채 대답했다.“나는 너에게서 아무 말도 듣지 않았느니라.” 슬프다, 종교, 어떻게 해야 우리들의 경계에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날 수 있을까. 소설가
  •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슬럼. 짧게는 ‘도시의 빈민굴´, 길게는 ‘도시사회 병리현상의 하나로 빈민이 많거나 주택환경이 나쁜 지구´라 정의되는 곳. 경기 성남 건설에 ‘광주대단지 사건’(1971년)의 상흔은 왜 불가피했을까? 서울 신림동 난곡 주민들은 왜 ‘낙골(落骨)’이란 자조적인 별명을 지어 불렀을까? 88올림픽 유치와 동시에 상계동은 왜 철거됐고,2005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노숙인은 왜 격리수용돼야 했을까? 올해부터 추진되는 월 사용료 70만원짜리 ‘30평 임대주택’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2003년 이후 노숙인들을 기겁하게 만든 쪽방 월세의 상승 배경엔 정부의 영등포1가 철거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왜 뉴스조차 되지 못했을까? 화훼마을·구룡마을·포이마을·아래성뒤마을 등으로 대표되는 비닐하우스촌 사람들은 왜 주소 하나 부여받지 못해 ‘있어도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을까? 물음표투성이다. 한국에서 슬럼은 분명 정치적 현상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길이 없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돌베개 펴냄)는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현상을 진단한 책이다. 용도변경 주택, 야영 및 노숙, 난민수용소, 무허가 토지개척, 해적형 분양지, 슬럼 지주들의 셋집 등 세계 곳곳의 슬럼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각 나라가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슬럼 형태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도 분석했다.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역사학 교수인 지은이는 전지구적 슬럼화 이면에 도사린,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정치’와 국경 안의 ‘국민국가 정치’의 상호공조를 폭로한다.1976∼1992년 사이에 19개 국제통화기금(IMF) 채무국에서 146건의 폭동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나, 국내 정치경제 엘리트들이 사회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은 슬럼화의 원인을 국경 안팎에서 동시에 찾는 지은이의 시각을 반영한다. 지은이의 지적은 한국 상황에 빗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저자 또한 세계 슬럼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에 각별히 주목한다.“가난한 주택소유자·세입자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적 진압이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이루어진 것은 단연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거나 “한 가톨릭 NGO는 남한이야말로 ‘강제퇴거가 가장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나라, 남아공보다 나을 것이 없는 나라’라고 했을 정도”라는 등의 서술은 한국의 슬럼화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예견하는 슬럼화의 앞날은 가히 ‘묵시록적 미래’라 할 만하다.2030∼2040년이면 슬럼 인구가 20억에 육박하고,“경제적 지구화에 전지구적 공중보건 인프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파국이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슬럼, 준슬럼, 슈퍼슬럼, 이것이 도시진화의 결과”라는 도시계획전문가 패트릭 게디스의 섬뜩한 말도 아예 책 첫 장에 인용했다. 2006년 연말 경남 함안에서 근무력증 독거 장애인 조모씨가 얼어 죽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단칸방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피하지 못해 꽁꽁 얼어버렸다는 소식에 평범한 장애인들은 ‘거리의 투사’가 됐다. 한국 철거민들이 왜 그토록 전투적인지도 저자의 지적 한 마디면 충분히 설명된다.“한 사람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은 그가 사는 주택의 위상에 따라 형성된다.” 슬럼화는 주거공간을 넘어 인간의 삶 전반을 파괴하고, 파괴된 삶 속엔 독기만 남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와인 열풍 끝이 없네

    와인 열풍 끝이 없네

    13일 오후 1시30분 제6회 서울 와인전문가(소믈리에)대회 결선이 열린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결선에 오른 8명은 차례로 5분안에 화이트와인 1종류와 레드와인 2종류의 지역과 품종, 빈티지(생산연도), 서빙온도를 정확히 맞혀야 한다. 소믈리에들은 와인 빛깔을 살펴보고, 향을 맡아본 뒤 입안 구석구석으로 와인을 음미하며 품종과 빈티지, 지역을 알아내려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블라인드 테이스팅 현장이다. 와인 열풍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와인 소비와 함께 와인 관련 업종도 호황을 이어가는 중이다. 세계 각국산 와인시음 행사가 잇따르고 와인 이벤트도 셀 수 없다. 와인바도 계속 생기고 있다. 와인 이야기를 다룬 일본의 애니메이션 ‘신의 물방울’의 인기에 와인 관련 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와인바 고객 30대서 20대로 확산 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소펙사)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는 1명을 뽑는 데 200명이 몰렸다.1회 대회 때는 출전자가 수십명 정도였다. 이날 대회에서는 쉐라톤워커힐호텔 ‘델비노’의 유영진(31)씨가 1위를 차지했다. 소믈리에는 호텔·레스토랑에서 와인 및 음료를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사람이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했던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와인 열풍과 함께 새로운 전문직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선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4회와 5회 대회에 출전해 각각 4위와 3위에 올랐던 김용희(35)씨. 광화문 근처 와인바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는 그는 “와인바를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고, 와인을 마시는 층도 30대에서 20대로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수입 3년새 2배 급증 지난해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올해에는 35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하이트와 롯데,SK 등 대기업과 디아지오코리아 등 외국의 대형주류업체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특히 외국산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수입와인 시장규모는 2003년 4500만달러에서 2006년 8390만달러로 두배가량 급증했고, 올해에는 1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칠레산 와인의 선전이 돋보인다.2003년 수입와인 시장의 53.2%를 차지했던 프랑스 와인은 2006년 38.3%로 떨어졌고, 대신 칠레산이 6.2%에서 17.3%로 약진했다. 미국산이 14.1%로 뒤를 잇고 있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시장 판도를 장담하기 어렵다. 와인 관련 이벤트도 쏟아지고 있다. 코레일은 ‘와인 트레인’ 이용객이 늘자 최근 서울∼영동 전용열차 전용객실 2량에 원목 테이블과 소파가 설치된 고급 와인바 객실 2량을 추가로 개조해 전용열차로 운행하고 있다. ●CEO들의 와인 사랑 국내 와인 열풍의 저변에는 대기업들이 한몫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강좌와 동호회 활동이 유행이다. 국내 대기업 회장이 좋아하는 와인이 어떤 것인지가 화제가 될 정도다. 얼마전 한 신문사가 대기업 CEO 33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조사한 결과 1위는 프랑스산 고급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가 뽑혔다고 한다. 와인 소비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최대 불만은 턱없이 비싼 수입 와인값이다. 와인을 마시는 게 아니라 세금을 마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Seoul In] 여름철 레지오넬라균 조심해야

    은평구(구청장 노재동) 본격적인 여름철에 들어섬에 따라 냉방장치 사용시 우려되는 제3군 법정전염병인 ‘레지오넬라증’ 예방을 당부했다. 레지오넬라증은 냉방장치를 가동할 때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된 냉각수의 물방울이나 먼지가 호흡기로 들어가 기침, 고열, 설사, 의식혼란, 가슴 통증 등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주변에 감염시킬 수 있으며, 폐렴을 동반하게 되면 치사율이 30%대로 올라간다. 보건소 의약과 350-3600.
  • [신나는 과학이야기] 잠수함 공기방울은 수증기

    [신나는 과학이야기] 잠수함 공기방울은 수증기

    슬슬 날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찾지만, 전력 소모도 많고 환경 문제가 염려돼 부담이 간다. 역시 더위를 식히는데는 선풍기가 친근하다. 선풍기를 돌리는 프로펠러의 원리를 이용하면 비행기로 하늘을 날 수도 있고,CSI 마이애미편에서 나오는 것처럼 배를 만들어 물 위는 물론 풀, 늪지 위에서 떠 다니며 이동할 수 있다. 배와 잠수함을 물 속에서 이동시킬 수 있다. 선풍기가 회전하면 바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회전에 의해서 날개깃이 공기나 물을 뒤쪽으로 밀어젖히고, 그 반동으로 선박을 전진시킨다. 그런데 배나 잠수함이 이동하는 것을 보면 잠수함의 스크루가 돌면서 무수히 많은 물방울이 생긴다. 이 물방울은 무엇이며 왜 생기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우리가 물 속에서 숨을 쉴 때 나오는 것과 같은 공기 방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기포들은 그러한 공기 방울이 아니라 물이 끓어서 생긴 기포, 즉 수증기 방울이다.‘스크루가 너무 빨리 돌아 많은 열이 발생해서 그렇겠지.’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은 열에 의해 물이 끓는 현상이 아니라 ‘압력’에 의해서 물이 끓는 현상이다. 그러면 압력이 낮아지는 것과 물이 끓는 것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간단한 실험을 통해 알아보자. 실험을 위해 500㎖ 둥근 바닥 플라스크, 히터 또는 알코올 램프, 온도계, 물을 준비한다. 먼저 플라스크에 3분의1정도 물을 채우고 알코올 램프로 가열하고 물이 끓는 모습을 관찰한다. 물이 끓는 것을 보면 플라스크 밑바닥에서 기포가 올라와 마침내 부글부글 끓는다. 물이 끓으면 섭씨 100도 정도의 온도가 될 것이다. 다음엔 약 80∼85도 정도로 식힌다. 이 온도는 분명히 물이 끓는 온도가 아니다. 물을 식혔으면 플라스크 구멍을 잘 막은 후 거꾸로 삼발이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찬물을 부어 본다. 그러면 아까 알코올 램프로 물을 끓이던 것과 같이 물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실 원리는 간단하다.‘끓는다’는 것은 액체의 증기 압력이 외부 압력과 같아졌을 때를 말한다. 그리고 이 때 외부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우리가 관찰한 부글거리는 모습이다. 보통 물의 끓는점이 100도라고 하는 것은 외부 압력을 우리가 생활하는 이 환경, 즉 1기압으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증기 압력은 물이 증기가 될 때 나타나는 압력이다. 물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기체가 되는 입자가 많아지게 되고 증기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이 압력이 대기 압력과 같아지게 되면 물이 끓게 된다. 그런데 식힌 물이 왜 10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 것일까? 물이 끓으면 플라스크 안에 있는 많은 공기 분자들이 수증기에 의해 밖으로 빠져나간 상태가 된다. 앞서 실험에서 플라스크 안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낮은 온도로 식히면 플라스크 안에 수증기가 물로 바뀌고 순간적으로 플라스크 안의 기압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면서 플라스크 안의 물이 끓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높은 산에 올라가면 100도가 되지 않았는 데도 물이 끓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배나 잠수함의 스크루에서 나타나는 기포도 압력의 차이로 생겨나는 현상이다. 배의 스크루가 돌아가면 물이 밀려나오면서 스크루 뒷부분의 압력이 낮아지게 된다. 주변보다 압력이 낮아지면 물 속에 녹아 있던 공기가 기화돼 부글부글거리며 눈에 보이는 것이다. 홍준의 한성과학고 교사
  • [김석의 Let’s wine] 와인다움을 찾아주는 작은 배려 디캔팅

    수줍음이 유독 많은 꼬마 아이에게 자신감을 갖는 법을 일깨워주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 한복판으로 향한다. 그 순간 아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멈칫하지만, 어느덧 서서히 분위기에 맞춰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와인을 마시기 전,‘디캔터’에 와인을 따라 옮기는 ‘디캔팅’은 이런 것이다. 와인에서 당장 느낄 수 없는 내재된 그 무엇을 찾아주는 와인에 대한 ‘배려’다. ●디캔팅으로 다시 태어나는 와인 와인을 공부하다 보면 디캔팅이라는 말을 사진과 함께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러한 디캔팅의 정확한 의미는 위에서 간단히 언급했듯, 디캔터라는 독특한 용기에 옮기는 행위를 일컫는다.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서는 주인공이 명주실을 뽑듯 멋지게 ‘디캔팅’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디캔팅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와인다운 맛과 향을 선사하게 하는 이유는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순간을 되새겨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와인 향을 맡을 때 잔을 여러 번 돌리고 코로 가져가거나, 맛을 볼 때 한 모금 머금고 입 안을 적신 뒤, 입술을 모아 공기를 흡입하는데 이는 바로 ‘산소’와의 접촉을 통해 와인 속에 배어 있던 맛과 향의 성분들을 하나하나 일깨우기 위함이다. 보통은 와인마다 마시기 좋은 적정 시기가 있는데 아직 그만큼의 시기가 오지 않아 와인이 너무 어려(young), 향은 열리지 않고 타닌만 강한 경우, 공기와의 접촉을 늘려 향을 깨우기 위한 디캔팅을 진행한다. 이럴 때 디캔터의 좁은 병 사이로 폴폴 올라오는 풍부한 향에 디캔팅을 하던 이도 디캔팅을 보던 이도 함께 와인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또한, 묵은 와인의 병을 불빛에 비추어 가라앉은 이물질이 눈에 띌 때 거치는 디캔팅은 이물질을 깔끔하게 제거해주고 투명함을 갖춘 와인을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와인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침전물로 해가 되지는 않지만, 마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먼저 병을 불빛 아래에서 보고, 가라앉은 침전물이 눈에 띈다면 디캔팅을 할 준비를 하면 된다. ●시원하게 마시는 와인은 안해도 돼 그러나 디캔팅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와인이 디캔팅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실제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은 많지 않다.‘신의 물방울’ 만화가 큰 인기를 얻고, 디캔팅의 묘미를 만화를 통해 본 이들이, 레스토랑에서 디캔팅이 필요없는 와인에도 디캔팅을 굳이 요구하는 장면들도 종종 목격 될 정도다. 특히, 최고급 화이트 와인을 제외하고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은 굳이 디캔팅을 요하지 않는다. 디캔팅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먼저 침전물이 있는지 빛 아래에서 병을 비추어 확인하고, 근처에 조명등을 두고 조심스럽게 병을 연다. 디캔터를 와인의 병목에 대고 안정적으로 따르면서 와인을 거의 옮겼을 때쯤 침전물이 병목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이면 침전물이 흘려 나오기 전에 멈추도록 한다. 손쉽게 하기 위해서는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 모양의 도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병을 비스듬히 담는 도구로 병의 각도가 조절되어 손 떨림 없이 디캔터에 옮겨 담을 수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부회장 (금양인터내셔널 전무)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청자의 거장’ 도예가 혁산 방철주 옹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청자의 거장’ 도예가 혁산 방철주 옹

    총알에 날개를 달았다. 날카로운 부리도 있다. 어떤 계략이나 은폐·엄폐가 필요없다. 잔잔한 호숫가를 그저 바라보는가 싶더니 ‘쉬익∼’ 하고 날아가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기를 낚아챈다.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예술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파문과 현란한 날갯짓에서 펼쳐지는 청록색 향연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이 광경을 보고 아마 ‘비(翡)’라고 했을 터.0.002초의 승부사 물총새, 바로 그 색깔(翡)에 우리 조상들은 넋을 놓았을 것이다. 천년 세월을 이어온 ‘고려청자’가 세계의 으뜸인 까닭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형언할 수 없는 천하제일의 비색(翡色)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석의 비취색보다 더 고운, 태고의 신비감이 자랑이다. 그 비색을 좇아 살아온 40년 세월이다. 고려인의 비색청자를 가장 가깝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생동감 있는 문양창조로 청자의 품격을 한층 세련되게 끌어올려 한국을 방문하는 각국의 정상들로부터 ‘보물급’이라는 찬사를 듣는다.‘청자의 거장’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美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작품 영구전시 혁산(赫山) 방철주(85)옹. 경기도 이천의 ‘동국요’에서 나이를 잊은 채 여전히 ‘작업중’이다. 선생은 요즘 어느 때보다 ‘청자인생’에 보람을 느낀다. 다름 아닌 다음달 7일 선생의 작품 ‘지구무늬 항아리(Global Jar)’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영구 전시(등록번호 2043527)된다. 1998년 제작된 이 ‘지구무늬 항아리’ 표면에는 물방울 모양이 점점 확대되거나 축소되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듯한 현대적인 문양이 그려져 있다. 스미스소니언 측은 고려청자의 고전적인 아름다운 비색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표현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선생은 2000년 일본 도자기상이 연출한 희대의 고려청자 사기극을 밝혀내 국내외 언론에 대서특필이 된 바 있다. 지난 9일 도자기 축제가 벌어지는 경기도 이천시내를 거쳐 신둔면 수하리에 위치한 ‘동국요’를 찾았다. 마당 한가운데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지금까지 선생과 동고동락을 같이해 온 세월의 버팀목인 듯했다. 그 주위로 전시장, 작업실, 사무실 등이 그림처럼 이어진다. 낯선 기척에, 수제자이자 딸인 방문숙(43)씨가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이어 선생이 “멀리서 왔다.”며 손을 내밀었다.85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얼굴피부가 무척 젊고 고왔다. 아름다운 비색과 함께 살아서 그럴까. ●수제자인 딸과 함께 작업 작업실에 들어섰더니 마침 딸과 함께 작업중인 ‘지구무늬 항아리’가 있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될 작품과 똑같은 크기로 전체 작업단계 중 약 80%라고 선생은 설명했다. 이어 전시실로 들어섰다.40평 남짓한 공간에는 온통 비색으로 가득찼다. 가장 아낀다는 ‘벚꽃무늬 항아리’를 비롯한 각종 꽃들이 비색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또 주병(酒甁), 장경병(長頸甁) 등 여러 가지 병류와 매병(梅甁), 각종 주전자 등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진열대 중간 중간에 찰스 영국 왕세자, 미테랑 전 프랑스대통령,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일본의 나카소네·후쿠다·호소가와, 고이즈미 전 총리 등 혁산의 비색청자를 선물받은 각국 정상 12명의 사진과 관련 기사들이 액자로 쭉 놓여져 있었다. 그의 작품이 세계 정상들의 안방에 놓여져 있다는 생각에 경외스럽게 느껴진다. 잠시 그의 도록집을 살폈다. 도자사학가 강경숙씨는 “선생의 작품세계는 절정기의 비색청자의 모방과 재현에서 출발했으나 현대의 미감이 충분히 발현돼 있다.”면서 “기형은 전통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무늬는 젊고 생동감이 넘치며,4월의 등나무 꽃을 연상시키는 연이은 구슬무늬 등 현대인의 감각에 잘 와닿는다.”고 평가했다. 또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비색을 빚어내는 오묘한 기술은 단절되고 그 영롱한 아름다움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지금 같은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기법 또한 상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문숙씨는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에 주로 사용된 박지기법(백토를 문양 위에 바른 후 다시 얇게 벗겨내는 것)이 상감과 어우러지며 진사채(辰砂彩)와 함께 고고(孤高)하면서도 화사하게 아롱진다.”고 설명했다. ●계룡산 점술가 “평생 깨지는 물건 취급할 팔자” 선생의 도예인생은 어쩌면 숙명적이었다. 충남 논산 출생인 그는 27세때 우연히 계룡산 근처의 노(老) 점술가를 만난다. 이때 점술가한테 “자네는 평생 깨지는 물건을 취급할 팔자야.”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정말로 우연하게 유리사업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같이 일하던 중 1954년 서울 을지로2가에 ‘유리상회’를 차렸다. 이어 대전에 3000평 규모의 유리가공 공장을 설립했다. 일본을 오가며 기술개발도 하며 나름대로 번창했다. 그러던 어느날 건강이 악화되자 문득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다 때려치우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 옹기그릇을 잔뜩 이고 있던 할머니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 할머니는 우리 집에 와서 그릇을 다 줄 테니 곡식과 바꿔달라고 했거든요. 그 모습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1967년,45세 나이에 유리사업가에서 도예의 길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 4년 동안 유약과 흙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1971년 귀국해 현재의 ‘동국요’를 만들었다.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청자재현에 매진했다.1973년, 일본에 사는 지인이 가끔 왔다 가곤 하더니 하루는 5만달러를 불쑥 보내왔다.“부담없이 받고, 혹 (도자기)구워지는 거 있거든 하나 둘 보내달라.”는 짤막한 서신도 동봉했다. 빚 아닌 빚이 된 셈. 이후 일본으로 완성품 청자를 몇번 보냈다. ●1974년 고 이병철 회장과의 만남 1974년 봄이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갑자기 사람을 보내 잠시 만나자고 해 이 회장 집무실로 찾아갔다. 셋째 아들 이건희씨와 그의 장인이자 당시 중앙일보 사장인 홍진기씨 등도 함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지금 국내 어디에서 도자기를 팔고 있느냐.”고 물었고, 혁산은 단 한점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 회장은 “도자기는 여러 사람한테 보여주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 장소를 내줄 터이니 그곳에 전시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극구 사양하고 돌아왔지만 며칠 동안 사람이 찾아와 설득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신세계에 직매장을 설치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일본의 지인에게 보냈던 작품이 도쿄시내에 전시됐고 이 회장이 이를 우연히 보고 혁산을 부르게 됐다. 선생은 평소 ‘도자기의 생명은 흙이라는 단미(單味)에 있다.’는 말을 항상 가슴에 품었다.1975년 전남 강진군 일대를 샅샅이 답사하던 중 또 한번 숙명적으로 고려시대의 ‘태토’와 만났다. 고려청자에 가장 근접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미 800년의 긴 세월 동안 단절돼 버린 그 전통기법의 맥은 과연 무엇이며, 과연 이를 살려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 저를 괴롭힌 숙명적 화두였지요.”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2년 논산 출생 ▲65∼70년 일본의 세토(瀨戶), 교토(京都), 마쓰자카(松阪) 등지에서 도예 수학 ▲71년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수하리 현 위치에 ‘동국요’ 설립 ▲73∼2007년 일본에서 개인전 80여회 ▲73년∼현재 12개국 정상들에게 해외 수교예술품으로 증정 ▲75년 전남 강진에서 최고의 청자용 태토 발견, 채취에 성공 ▲76∼79년 신세계백화점 내 미술관에서 개인전(4회) ▲84∼88년 미국, 남미 등지 순회그룹전 ▲85년 한국의 전승공예도예 5대 작가 초대기획전 ▲97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 주최 한국 전승 도자전(한국학과 설립 100주년 기념) ▲97∼2002년 한국 이천 도자기 축제에서 한·중·일 작가 특별전 ▲02년 프랑스 파리 한국도자전 ▲05년 청자 초대전(롯데 에비뉴엘 갤러리) ▲06년 한국도자기 런던 특별전 ▲07년 6월 ‘지구무늬 항아리’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영구전시
  • [한승원 토굴살이] 봄날,광기를 읽는다

    [한승원 토굴살이] 봄날,광기를 읽는다

    우주의 율동은 석가나 공자의 말처럼 자비로움도 어짊(仁)도 아니다. 우주는 문득 물방울 몇 개, 불 바람 몇 오라기로도 수만 명을 죽이는 광기를 발동하고, 다사로운 햇살로 만물을 키우곤 한다. 토굴 정원에 수많은 철쭉꽃송이들이 한꺼번에 피었다. 진홍색 선홍색 진달래색의 꽃들이 햇살 아래서 소리친다. 그 소리에서 광기를 느낀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한편으로 아름답고 자비롭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잔혹한 광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작은 광기가 발동하면 사냥을 나가 짐승들을 죽이고, 큰 광기가 발동하면 전쟁을 일으켜 사람을 죽인다. 사냥은 귀족들이 답답함을 풀고 몸 단련을 위하여 살상을 하는 광기 즐기기이고, 전쟁은 정의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사람들을 죽이고 승리를 즐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많이 잘 죽이는 영웅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골프장에서도 광기가 읽힌다. 광활한 산과 대지를 까 무너뜨려 잔디밭으로 만들고, 거기에서 골프공의 엉덩이를 두들겨 팬다. 야구, 축구, 럭비경기, 권투와 격투기, 씨름경기, 낚시질도 마찬가지이다. 로마 때부터 사람들은 스포츠를 통해 광기를 즐겼다. 앙드레 말로의 ‘인간조건’에서는 테러리스트가 모기장 속의 인물을 칼로 죽이며 손맛을 즐긴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되는 과정을 읽으면서 진저리친다. 정적을 국청에 끌어들여 죽이는 일은 우리의 광기 어린 역사의 한 단면이다. 안동 김씨는 임금이나 세자에게 가까워지려 하는 북학파인 김정희를 제거하기 위해 탄핵한다. 먼저 윤상도를 사주하여 김정희의 아버지 김노경을 탄핵하게 하는데, 그 상소문 가운데 순조 임금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내용이 들어 있다. 순조는,‘임금을 잘못 이끌었다.’는 부분을 짚으며 역모의 뜻이 들어 있다 생각하고, 이러한 말을 혼자서 할 수 있느냐, 안동 김씨가 뒤에서 사주 했으리라 한다. 발본색원하고 싶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말려들어 더 큰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추자도로 유배 보내라고 명한다. 안동 김씨는 순조의 말에 밑이 저린 나머지, 자기들이 사주한 윤상도를 끌어다가 국청을 열었다. 윤상도에게 너를 사주한 자가 누구냐고 하니,‘허성’을 댔고, 허성을 문초하니 대사헌을 지낸 김양순(김좌근의 하수인)을 댔다. 김양순을 문초하면 안동 김씨의 우두머리인 ‘김조순’이 나올 것이므로, 장살시킬 목적으로 곤장을 혹독하게 치게 하며,“만일 김정희가 그 상소문을 써주었다.”고 불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김양순은 “김정희가 그 상소문을 나에게 가지고 왔다.”고 불었지만 결국 장살되었다. 의금부는 김정희를 국청으로 끌어들이는, 소가 웃을 일을 저질렀다. 김정희는 “윤상도는 내 아버지를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는데, 아들인 내가 어떻게 내 아버지를 탄핵하는 상소문을 써주었다는 것이냐?”하고 따지고 들었다. 김정희의 벗인 권돈인(형조판서)이 “윤상도의 상소문을 가져다가 읽어보자.”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이에, 김정희의 또 다른 벗 조인영이 임금에게, 김정희를 제주도로 유배를 보내버리자고 간청했고, 김정희는 겨우 살아났다. 그 광기의 역사를 읽다가, 말을 잃게 하는 끔찍한, 한 젊은이의 광기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무기 재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자란 그가 누군가의 범죄를 모방하여 치밀하게 준비한 다음, 쌍권총 잡이처럼 사람들을 향해 난사하면서 손맛을 느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 중치가 막힌다. 사람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교육하는 일에서 가장 힘들여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어려서 미국 유학 보내는 일도, 지식을 전수해주는 일도, 논문을 잘 쓰게 하는 일도, 돈 버는 기술 습득하게 하는 일도 아니고, 다사로운 사랑을 먹고 마시며 자라게 하는 일일 터인데…. 한승원 소설가
  •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코트라 무역관이 자리한 칠레 산티아고 서부 프로비덴시아 지구의 셉티엠브레 11번가에는 기업체,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깔끔하게 꾸민 상점, 카페, 레스토랑은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산타아고시가 대대적으로 개발 중인 라스 콘데스 지구가 나온다. 하얏트, 메리어트 등 고급 호텔과 칠레 최대의 복합 쇼핑몰(아푸만케) 파르케 아라우코가 들어서 있다. 파르케 아라우코에서는 팔라벨라, 파리스 등 대형 백화점들이 패션의류·가전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붙든다. 삼성,LG, 대우의 전자제품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최숙영 산티아고 무역관 과장은 “평균 1%대에 불과한 초(超) 저관세가 이곳 사람들의 소비성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 놓았다. 칠레가 ‘세계의 테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칠레가 농업·수산업·광업(1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강중국(强中國)’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렛대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 첨단산업이다. ●1차 산업의 확실한 경쟁력 칠레는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의 비중이 17%(한국 28%)에 불과하다. 북부 아리카 지역 등 일부를 빼면 산업공단이 없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다. 제조업 수출도 표백펄프, 제재목, 포도주, 어분, 메탄올 등 농림수산물 가공제품이 태반이다. 산업의 원천은 세계 공급량의 40%에 이르는 구리다. 지난해 333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8%를 차지하며 최대 무역흑자를 견인했다.2004년 파운드당 1.30달러이던 국제 구리값이 지난해 2.27달러로 뛴 덕이다. 연어도 지난해 노르웨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포도·아보카도 등 농산물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유통과 통신, 금융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처럼 칠레에서도 카르푸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팔라벨라, 파리스, 리플레이, 리데르, 에코노, 알마크, 소디막 등 경쟁력 높은 토착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이동통신도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텔레포니카 모빌, 엔텔PCS, 클라로 등 3개 토착기업이 시장을 100% 차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칠레는 무역 빗장을 건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1970년대에 개방과 자유경쟁 시장체제를 구축했다.73년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는 ‘시카고 학파’를 대거 기용해 개방정책을 폈다. 그 결과,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은 몰락했지만 질 좋고 값 싼 공산품들이 들어와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졌고 1,3차 산업도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90년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져 2003년에는 모든 수입상품에 일괄적으로 6%의 단일관세만 적용하고 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체 평균 관세율이 1%대에 불과하다. 현재 56개국과 17건의 FTA를 맺고 있다. ●IT와 BT로 도약 칠레는 북유럽의 핀란드를 개발모델로 설정했다. 한선희 산티아고 무역관장은 “통신·화학·제약 등 IT와 BT를 강화하기 위해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IT기업에 최고 70만달러까지 지원하는 생산진흥청(CORFO)의 ‘이노바 칠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만든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로 가는 1시간 거리 고속도로에는 톨게이트가 없다. 과속감시 카메라처럼 생긴 장치가 도로 곳곳에 세워져 차량 안에 부착된 센서와 감응, 자동으로 요금을 기록한 뒤 매월 은행계좌를 통해 징수한다. 하지만 이런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 초 추진한 ‘트란 산티아고’(산티아고 교통개혁) 프로젝트는 오히려 대혼란을 가져와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투명성 높은 사회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칠레 외국인투자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칠레의 진정한 경쟁력은 대외개방 외에 정치·사회적 안정, 공공부문의 투명성과 청렴성, 선진국 수준의 치안 등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부패인식지수에서 세계 20위(한국 42위)에 올랐고 지난해 산티아고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율도 2명(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48명)에 그쳤다. 부가가치세율이 19%나 되지만 조세행정이 철저해 구멍가게에서조차 영수증을 내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다. 칠레 가톨릭대 학생 로만 조시프는 “부의 편중과 교육의 불균형 해소가 칠레 성장의 관건이라는데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 “중산층 이하 자녀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하지만 현재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칠리안’ 특징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산티아고 공항에서 미국인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가 따로 있다. 초강대국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별도의 입국세를 받기 위해서다.“미국이 우리 국민에게 비자를 요구하니 우리도 미국인에게 비자 발급비용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걷는다.”는 게 칠레 정부의 논리다. 칠레는 다른 나라보다 ‘반미감정’이 강하다.‘유럽의 후손’이라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미국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지원한 데 대한 반감이다.2004년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칠레 경호원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따라 만찬장에 들어가는 미국측 경호원들을 제지하다 싸움이 크게 붙었던 것은 유명하다. 중남미 다른 나라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역시 좋아할 리가 없다.“중남미에서 가장 잘 산다고 으스대고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질시를 받는다.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등 인접국들과 모두 사이가 좋지 않다. 일본에 대한 한국·중국의 국민감정과 비슷한 데가 있다.”(교포 장기현씨) 인구 중 백인이 29%로 아르헨티나와 함께 중남미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다.60%에 이르는 메스티소(원주민·백인 혼혈)도 상당수가 육안으로는 백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스페인계와 독일계가 많아 정치·사회·경제 제도를 유럽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이고 친분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중남미인들의 특징이 약한 반면 논리적·이성적이며 검소하고 신중한 편이다. 일부에서는 1800년대 중반에 대거 이주한 독일계의 영향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동양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지만 한국·중국 등의 빠른 성장에 대해 부러움도 갖고 있다. 이곳의 가족중심 문화는 유명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저녁에 서둘러 퇴근해 집으로 직행한다.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고 놀아주는 것이 남자들에게 관행화돼 있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잠시 쉬라는 뜻의 배려라고 한다. 이런 관행이 간혹 회사의 잔업 등 요구와 충돌하기도 한다. windsea@seoul.co.kr ■비즈니스 환경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높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꼭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특히 그렇다는 얘기다.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공통적 특징이긴 하지만 칠레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길거리나 상점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칠레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을 뿐 아니라 정규교육에 영어과목이 매우 빈약한 탓이다. 유럽을 종주국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특성도 작용한다.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스페인어가 기본이고 부득이하게 영어를 쓸 때에는 반드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칠레인들은 웬만해선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안전 위주의 신중한 거래가 철칙이다. 수입상의 시험주문의 개념도 다른 나라와 다르다.1회 시험주문을 해보고 품질이 확인되면 정식거래를 트는 게 보통이지만 칠레인들은 3회 시험주문이 보통이다. 기계·장비류는 통상 1∼2년간 시험해 본 뒤에 정식 거래를 시작한다. 오랜 철권통치의 여파로 사회에 아직 불신풍조가 강하다. 믿음을 주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설령 칠레인들이 미덥지 않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우리쪽에서 먼저 못 믿겠다는 식의 표정이나 몸짓을 하면 그걸로 거래협상은 끝이다. 코트라 산티아고 무역관 성기주 과장은 “구두로 협의한 내용은 나중에 번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거래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칠레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진다고 얕잡아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같은 데서는 혹시 먹힐지 몰라도 자존심 강한 칠레인들에게는 상종 못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교포 방민수씨·식당업) windsea@seoul.co.kr ■후안 코이만스 칠레카톨릭대 교수 인터뷰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 최고의 명문으로 통하는 칠레가톨릭대학 경제학부 4층 연구실. 후안 코이만스 교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코레아’의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면서 쉴 새 없이 설명과 주장을 쏟아냈다. 무엇보다도 칠레가 ‘제조업 없는 농산·광산물 수출국’이란 일부의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칠레의 포도와 아보카도가 왜 좋은지 아십니까. 단순히 기후 때문에 그런 게 아니지요. 우리나라 아보카도 농장에서는 물방울을 이용한 첨단농법을 씁니다.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우리만의 ‘과일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컴퓨터·네트워크 등 뉴 테크놀로지에서도 세계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칠레가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첨단 전자장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칠레 경제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로 ‘혁신적인 실험’을 꼽았다. 다른 어떤 중남미 국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개방경제를 1970년대에 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성장-위기-성장-위기의 악순환을 무역장벽 완화와 자유시장체제 도입으로 끊은 것이지요.80년대에 시작한 세제·재정 혁신과 사회보장제도·노동시장 개혁은 거기에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부문의 성공은 사회의 안정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빈곤계층 비율이 90년대 초반 전 국민의 절반 가량에서 지금은 18% 정도로 줄었고 생계 자체가 곤란한 극빈층은 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이 대목에서 ‘피노체트 17년 독재’를 언급했다.“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누가 뭐래도 국민을 탄압한 철권통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그의 통치기간에 나왔던 것도 일정부분 사실입니다. 자유경제, 개방경제, 관료사회 숙정 등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경제개혁의 완성작이었습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한국의 일부 산업분야는 FTA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농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칠레조차 FTA로 생과일 수출에서는 득을 봤지만 과일 통조림 수입에서는 큰 손해를 입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산업간 득실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상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沆瀣一氣(항해일기)

    당나라 희종 때 최항(崔沆)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한때 과거 시험관이 돼 시험을 주관했다. 그런데 그 과거에서 공교롭게도 최해(崔瀣)라는 사람이 예상을 깨고 급제를 했다. 최항과 최해는 성이 같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의 이름을 합한 항해(沆瀣)라는 말은 밤이슬 기운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사람들은 최항과 최해 사이에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했다. 전희백이라는 사람은 이런 글을 지었다. “좌주와 문생이 의기투합하니, 밤이슬 기운이 엉겨 물방울이 되는 것 같구나.(座主門生 沆瀣一氣)” 좌주는 과거 시험관, 문생은 과거 응시생을 뜻한다. 송나라 때의 문인 전이가 쓴 ‘남부신서(南部新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항해일기(沆瀣一氣)라는 말은 이처럼 시험관 최항이 최해를 합격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항해는 본래 부정적인 의미의 말이 아니었다. 당대(唐代)부터 항해일기라고 해서 서로 결탁해 나쁜 짓을 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비난여론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지만 본인은 물러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 “사적 모임에서의 발언을 공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는 게 버티기 논리의 요체다. 녹취록을 통해 이미 드러났듯, 강 위원은 특정 정당의 대선전략을 조언해주는 ‘정치 컨설턴트’일지언정 더이상 ‘방송위원’은 아니다. 그렇다면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 되지도 않는 항변을 늘어놓을수록 인격만 떨어질 뿐이다. 책임 중에 가장 무거운 책임이 ‘도의적’ 책임임을 그는 왜 모르는 것일까. 아직도 이런 ‘짝퉁’ 언론꾼이 버젓이 언론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항해일기는 함께 음모를 꾸미는 것을 가리키는 고사성어다. 강 위원을 비롯, 항해일기로 세상을 농락한 당사자들은 이제라도 뼈를 깎는 자성의 몸짓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최소한 동시대를 사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다. jmkim@seoul.co.kr
  • 스타킹에 봄바람… 꽃바람…

    지난겨울 반짝이는 ‘펄 스타킹’이 돌풍을 일으켰다면 올봄 스타킹은 더욱 과감하고 다양해진 게 특징이다. 무늬는 원형, 꽃무늬 등으로 여성스러워졌고, 색상도 검정 뿐만 아니라 핑크, 오렌지 등으로 다양해졌다.꽃무늬 레이스처럼 보이는 스타킹이나 세로줄무늬 망사 스타킹, 망사 사이에 작은 물방울무늬가 들어간 스타킹 등 디자인도 다양하다.●파격적이고 화려해져 비비안은 은은한 파스텔 색상에 넝쿨 느낌의 패턴을 가미한 디자인의 스타킹(2만 5000원) 신제품을 내놓았다.이밖에 큐빅스타킹(2만 5000원), 퍼플, 네이비 색상의 펄 스타킹(2만 6000원), 스트라이프 무늬 사이에 리본 무늬를 짜넣은 스타킹(1만 9000원), 사냥개의 이빨모양과 비슷한 체크 무늬를 짜넣은 스타킹(2만 2000원) 등 전반적으로 파격적이고 화려한 느낌이 난다.●다양한 색상의 펄 스타킹도 키슬렌은 세로로 꽃무늬가 이어진 레이스의 망사 스타킹(3만 3000원)을 봄 제품으로 내놓았다. 작은 망사 사이에 도트 무늬가 들어간 스타킹(3만원), 큰 꽃무늬의 스타킹(3만 2000원) 등 화사한 디자인이 많다. 앙코르는 다양한 색상의 펄 스타킹을 봄 컨셉트로 제안했다.전체적으로 보라색 펄을 넣은 스타킹은 2만 7000원. 이밖에 골드 컬러의 반짝이로 나비 무늬를 프린트한 화려한 디자인은 2만 3000원, 리본 무늬를 프린트한 캐주얼한 스타킹은 2만 1000원이다. 막스마라는 특히 고가다. 카키색으로 된 레이스 패턴의 망사 스타킹(5만 7000원)을 내놨다. 톤이 낮은 카키색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필드의 봄 화사하게 ‘굿샷’

    필드의 봄 화사하게 ‘굿샷’

    골프의류가 확 젊어졌다. 경제력 있는 20∼30대 젊은 골퍼의 증가로 각 브랜드마다 이들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화이트가 대세였던 작년과 달리 색상은 한층 화려해졌다. 평상복으로 즐겨 입는 추세가 늘면서 디자인은 정형성을 탈피해 더욱 멋스러워졌다. 닥스 골프의 김수미 디자인 실장은 “이번 시즌 골프웨어는 마린이나 레트로풍을 모티브로 젊은 감각의 캐주얼 스포츠룩으로 디자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웨어지만 평상시 입을 수 있도록 심플하고 감각적으로 보여지는 의상이 많다는 것이다. # 핑크·옐로등 원색 두각 여전히 인기있는 화이트와 더불어 핑크, 옐로, 블루 등 원색이 이번 시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브라운과 옐로, 핑크와 그린 등 과감한 배색도 눈에 많이 띈다. 휠라골프는 여성복의 경우 물방울, 하트, 과일 등 다양한 문양을 사용해 발랄한 느낌을 한껏 강조했다. 노란색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검정색 코트는 그린 위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폼나게 입기에 손색이 없다. 스포티즘의 영향으로 스트라이프 패턴도 여전히 강세. 여성의 경우, 마린풍의 스트라이프 셔츠에 단색 스커트나 바지를 매치하면 경쾌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화사하고 선명한 원색의 사용은 남성복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성복의 경우, 다양한 프린트를 사용해 다채로운 느낌을 강조하거나 어깨나 옆선 등에 니트나 메시(그물) 등 다른 소재를 덧댄 ‘믹스앤매치’로 세련미와 활동성을 더한 제품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의상과 같은 계열의 컬러를 사용한 니트 소재 모자 등 다양한 액세서리도 눈에 띈다. 흰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빨간색 토드백도 의상에 포인트 주기에 알맞다. # 잘 겹쳐 입어야 멋쟁이 패션계 전반에 흐르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은 골프의류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주류 배색인 블랙&화이트는 얼굴색에 관계없이 누구나 잘 어울리며, 세련돼 보이는 장점이 있다. 빈폴골프는 블랙&화이트를 기본으로 작년보다 한층 간결해진 스트라이프와 아가일 패턴을 집어넣었다. 이런 옷차림은 단정·깔끔한 멋을 풍길 수 있으나 자칫 밋밋해 보일 수도 있다. 블랙&화이트로 상의를 입었으면 레드나 옐로 하의로 지루함을 던다. 모자나 장갑, 가방 등의 소품을 적극 활용해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또한 겹쳐 입기만 잘하면 멋쟁이가 될 수 있다. 통기성이 있는 깔끔한 화이트 긴팔 셔츠에 연한 핑크색 반팔 티셔츠를 위에 입으면 세련돼 보이고 새벽과 한낮의 기온차를 극복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 기능성 소재는 이제 기본 기능성 입체 패턴을 강조한 제품이나 햇빛을 차단하는 UV가공, 비타민 섬유, 단백질 코팅, 대나무 섬유 등 웰빙·천연 소재 사용은 이제 기본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강조되는 요소 중 하나가 청량감과 경량감이다. 빠른 땀 흡수·방출, 통기성과 방풍성을 갖춘 소재나 착용시 텁텁하지 않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쿨링 소재의 사용이 많아졌다. 항균처리, 자외선 차단, 땀냄새 제거 효과가 있는 소재의 사용이 늘어난 것도 골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경량감을 위해서는 고급스러운 실크와 리넨, 메시 소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주름이나 서커를 이용해 내추럴한 외관을 보여주는 아이템이 많으며 신축성이 있는 진 소재의 사용도 증가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골프웨어 체형별 코디 운동은 ‘폼’이다. 자세가 좋아야 운동 효과가 배가된다. 좋은 자세의 조건은 ‘폼나게’ 입는 데서 비롯된다. 그린 위에서 어떻게 하면 날씬하게 보일까. 단점을 보완한답시고 무조건 품이 큰 옷을 고집하면 오히려 더 부하게 보일 수 있다. 체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날씬해 보이는 방법이다. 금강제화 골프웨어 PGA TOUR의 윤은경 디자인 실장이 소개하는 코디법. ▲뚱뚱한 체형 체형이 드러나지 않는 박스 스타일보다는 허리 라인이 어느 정도 들어간 상의와 세로의 절개선이 들어가 있는 고밀도 폴리 스판바지가 좋다. 품이 크고 화려한 패턴과 원색적인 색상은 피하고 어두운 계열의 제품을 고를 것. 자칫 칙칙해 보일 수 있으므로 가방이나 모자, 장갑을 밝은 계열로 선택해 포인트를 주면 좋다. 얇은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도 추천할 만하다. ▲키가 작고 뚱뚱한 체형 상의와 하의의 색상을 대비시켜 입으면 좋다. 짧은 라운드 니트 볼레로에 짧은 미니 스커트를 연출하면 세련돼 보인다. 반양말은 피하고 타이즈나 레깅스를 입어야 날씬해 보인다. ▲상체가 뚱뚱한 체형 상의와 하의의 색상과 소재를 다르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남성에겐 재킷 느낌의 사파리 점퍼를 추천한다. 허리에 라인이 들어가 어느 정도 배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터보다는 티셔츠를 권한다. 바지는 상의보다 두께감이 있는 것으로 선택하고, 밝은 색상의 면바지나 화이트 팬츠를 매치하면 좋다. ▲마른 체형 색상의 선택이 중요한데 밝은 파스텔 계열의 색상(연한 핑크나 엘로우)과 대담하고 큰 무늬(굵은 스트라이프나 체크)가 좋다. 광택성 소재의 아이템을 선택하면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목이 짧은 체형 네크라인이 깊이 파인 상의를 선택한다. 터틀넥보다 라운드나 V넥,U자형 상의가 좋은데 칼라에 지퍼나 단추로 오픈시켜 연출이 가능한 상의가 좋고 셔츠를 입을 때는 단추를 1개 정도 풀어서 입는 것이 좋다. 머리 스타일은 짧은 머리가 좋고 여성의 경우는 업스타일이나 뒤로 묶어서 연출하면 목선이 길어 보인다. ▲어깨가 좁은 체형 어깨가 좁으면 얼굴이 커보이는 단점이 있다. 어깨의 볼륨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데 티셔츠만 입는 것은 피하고 어깨선이 살아 있는 재킷이나 조끼를 덧입는 것이 좋다. 하의는 슬림한 스키니 팬츠로 연출하고 통이 넓은 바지는 피하자. ▲팔이 굵은 체형 반팔이나 캡소매는 피하고 7부 소매나 통이 넓은 5부 소매가 좋다. 소매가 딱 달라 붙는 티셔츠보다 민소매 상의가 더 팔이 가늘어 보인다. 긴 소매 메시 티셔츠에 5부 반팔 티셔츠로 레이어드룩을 연출하면 더욱 멋스러우면서 날씬해 보인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선크림 잘발라야 필드미인 야외 활동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자외선이다.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주근깨·기미를 생성시킬 뿐 아니라 피부 노화를 촉진시킨다. 본격적인 나들이 계절을 맞아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은 제품들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랑콤에서는 햇빛은 물론 황사로부터 피부를 3중 보호해주는 ‘UV 엑스퍼트 DNA 쉴드’를 출시했다.12시간 지속되는 강력한 자외선 차단 효과와 더불어 각종 유해 환경 물질로부터 피부에 방어막을 쳐준다.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스킨 글로 성분이 피부 표면에 즉각적이고 심층적인 보습 효과를 선사해 피부를 더욱 생기 있게 해준다. 끈적임 없는 가벼운 질감에 보습 효과가 높아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켜준다. 차단지수 50·30, 두 가지로 나와 있다. 각 30㎖,5만 5000원. LG생활건강은 자외선에 따라 피부 반응을 고려한 기능성 자외선 차단제 ‘오휘 퍼펙트 선블록 레드&블랙’을 선보였다. 햇빛을 받으면 쉽게 빨개지는 홍반형 피부엔 선블록 레드를, 까맣게 타는 피부는 블랙을 선택하면 된다. 두 제품 모두 SPF50. 화학첨가물이 없어 피부 자극이 적고 물이나 땀에 잘 지워지지 않는다. 각 60㎖,3만 5000원. 코리아나 화장품은 저자극 선크림 ‘엔시아 마이 선플래져’를 내놓았다. 강력한 자외선 차단 지수와 내수성이 뛰어나 하루종일 지속력이 강하다. 또한 식물 추출물(녹두, 포도씨, 홍화씨)을 함유하여 피부 자극이 적고, 흡수가 뛰어나고 발림성이 좋아 사계절 내내 사용해도 부담 없다. 메이크업 베이스 겸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조약돌 모양의 슬림한 유선형 용기로 휴대가 간편하다.SPF50.30㎖,3만원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미스·동국대(東國大) 정수정(鄭秀貞)-5분 데이트(91)

    미스·동국대(東國大) 정수정(鄭秀貞)-5분 데이트(91)

    「미스·동국」 정수정양은 올해 18세의 풋나기 여대생. 연극영화과 1학년에 재학중. 사업을 하시는 정운달씨(鄭雲達·48)의 2남3녀중 맏딸. 처음으로 연극을 한 것은 서울사대부중(師大附中) 3학년때. 차범석(車凡錫)작 『불모지(不毛地)』에 주역으로 발탁된 이후부터란다. 고등학교때는 「아기별」극회 회원으로 KBS, CBS의 전속성우를 지내기도 했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연극반원으로 활약, 얼마전에는 「카페·떼아뜨르」에서 상연한 『아무도 모른다』에서 주역을 맡았다. 집안식구들은 정양이 연극을 하는 것을 찬성하고 적극 도와준다고. 그는 연극을 하는 이유를 『막이 내리고 끝나면 허전해지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또 연극을 하고…』 이렇게 어른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물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연극을 할 생각이란다. 제일 하고 싶은 역은 「토머스·하디」의 작품 『테스』의 여주인공 역. 하루중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세수를 하고 난 뒤 거울을 통해 물방울이 맺힌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때라고. 감명깊게 읽은 책은 『좁은문』. [선데이서울 70년 7월 19일호 제3권 29호 통권 제 94호]
  • [Metro] 경기사이버장터 ‘고로쇠 이벤트’

    경기도 농산물 인터넷 쇼핑몰인 경기사이버장터(www.kgfarm.gg.go.kr)는 27일 봄철을 맞아 고로쇠 판매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이버장터는 다음달 31일까지 ‘자연의 물방울 고로수액’ 이벤트를 통해 ‘가평 푸른연인 고로수액’과 ‘남양주 고로쇠마을 고로수액’을 판매한다. 사이버장터에 접속, 주문하면 5일 이내에 각 가정에 배달된다.(080)031-6699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만들기 ABC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만들기 ABC

    “친구들과 함께 모여 초콜릿을 만들기로 했어.” 얼마 전 만난 후배의 밸런타인 데이의 계획이다. 국적불명의 기념일이라는 둥, 관련 업체의 상술에 휘둘리는 것이라는 둥.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2월 14일은 당당하게 ‘연인의 날’로 자리잡았다. 뭐든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DIY(Do It Yourself)시대. 비싸고 특별한 제품으로 마음을 대신하던 이들이 이제 삼삼오오 모여 수제 초콜릿에 열중하고 있다. 신라호텔 제과 ‘패스트리 부티크’(김복희 책임 조리장)를 찾아 집에서 별다른 도구나 기술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초콜릿 두 가지를 배워봤다. 좋은 초콜릿은 온도와 속도와의 싸움에서 탄생한다. 눈 깜짝할 새 녹았다 굳어진다. 굼뜨고 서툰 솜씨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민감하다. 초콜릿 만들기는 친구, 연인,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는 ‘협동작업’에 딱이다. 초콜릿은 그러니까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녹였다가 단단하게 굳혀주는 사랑의 결정체다. 한 입 베어 물면 함께한 시간만큼 그 진하고 달콤한 맛이 배가 된다. 초콜릿이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생초콜릿 ●준비물 다크 초콜릿(카카오 함량 55%) 360g, 생크림 300g, 데코 파우더, 콘플레이크 약간, 스테인리스 볼,18cm 무스림, 쟁반, 랩. ●만드는 방법 1. 쟁반 위에 랩을 깔고 그 위에 지름 18cm 무스 틀을 미리 준비한다. 2. 잘게 조각 낸 초콜릿에 뜨겁게 끓인 생크림을 조금씩 나눠 넣어가며 잘 섞어 완전히 녹인다. 이때 생크림을 한꺼번에 넣으면 생크림과 초콜릿이 혼합되지 않고 분리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3. 초콜릿이 덩어리 없이 완전히 녹으면 미리 준비한 틀에 가득 차도록 붓는다. 4. 냉장고에 넣어 하루를 굳힌 뒤 꺼내 원하는 크기로 잘라낸다.(칼을 뜨겁게 해야 자르는 데 용이하다. 뜨거운 물에 담갔다 닦은 뒤 이용한다.)시간이 없을 때는 냉동고에 넣기도 하나 온도 편차가 심해 물방울이 맺힐 수 있어 가급적 피한다. 5. 잘라낸 조각을 중탕으로 녹인 초콜릿에 담가 옷을 입힌 뒤 미리 준비해 놓은 데코 파우더나 콘플레이크에 버무려 주면 된다. 취향에 따라 코코아 가루나 잘개 부순 견과류를 입혀도 좋다. ■ 벨지엄 초콜릿(20개 분량) ●준비물 다크 초콜릿(카카오 67%)100g, 토핑용 견과류(헤즐넛, 피칸, 건포도, 건살구, 오렌지필, 피스타치오, 마카다미아), 사각 쟁반, 랩, 스테인리스 볼, 주걱, 온도계. ●만드는 방법 1. 넓고 편편한 쟁반에 랩을 깔아 놓는다. 견과류를 각각 용기에 담아 준비해 놓는다. 2. 뜨거운 물이 담긴 큰 볼에 초콜릿이 담긴 용기를 띄워 주걱으로 저어 녹인다. 이를 중탕이라 한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해도 되는데 시간은 40초에서 1분 정도가 알맞다. 3. 녹인 초콜릿의 온도가 50도를 넘을 때까지 뜨거운 물에서 중탕한다. 이후 꺼내서 27도가 될 때까지 식히고 다시 32도로 올려 맞춘다. 더운 물과 찬물을 오가며 녹이고 식히는 과정을 ‘탬퍼링’이라고 한다. 4. 랩이 깔린 쟁반에 녹인 초콜릿을 한 숟가락씩 떠서 밀전병을 만들듯 지름 4∼5cm 정도의 원 모양으로 놓는다. 5. 표면이 살짝 굳었을 때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올리고 실온에서 굳힌다. ■ 조리장의 팁-초콜릿 녹일땐 50℃ 이상 고온으로 초콜릿 만들기는 속도와 온도와의 싸움이다. 순식간에 굳어버리기 때문에 모든 재료와 도구를 다 갖춰 놓고 시작해야 한다. 초콜릿을 처음 녹일 때 50도 이상까지 온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는 초콜릿 안에 함유된 코코아 메스와 코코아 버터를 잘 섞이게 하기 위해서다. 일단 50도까지 올리고 나서 27도로 떨어뜨렸다가 다시 32도까지 올리는 ‘탬퍼링(Tampering)’ 과정이 초콜릿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의 온도를 잴 때 아랫입술 끝을 이용한다. 신체에서 가장 민감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초콜릿을 대서 차게 느껴질 정도가 27도다. 감잡기 힘들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온도계를 사용하라. 녹인 초콜릿이 굳어지면 중탕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이때는 탬퍼링 과정이 필요없다. 초콜릿과 물은 상극이다. 물기가 닿으면 초콜릿이 굳지 않는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공기 중 수분에 과다 노출됐을 경우에는 ‘블룸(Bloom)’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설탕 성분이 밖으로 빠져 나와 표면이 하얗게 일어나 모양과 맛을 떨어뜨린다. 김복희 신라호텔 제과 ‘패스트리 부티크’ 제과 담당 조리장 ■ 초콜릿 재료 구입은 이곳에서 초콜릿뿐 아니라 제과제빵에 관한 재료나 도구 등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는 곳이 서울시 중구 방산시장이다. 상품군이 다양해 구경 삼아 한번 가볼 만하다.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 역에 내려 7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신라호텔 김복희 책임 조리장은 초콜릿 원재료로 프랑스산인 ‘카카오 베리(Cacao Berry)’ 제품을 추천했다. 질 좋은 상품을 싼값에 구할 수 있으나 소량 포장이 적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발품을 팔 시간이 없으면 인터넷 쇼핑몰 이용이 상책. 상품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세트 제품이 많아 고민도 덜어준다. G마켓은 DIY초콜릿 관련 상품을 300여종 가까이 선보이고 있다. 주로 세트로 나와 있는데 초콜릿 원재료를 비롯해 아몬드, 땅콩, 젤리 등의 다양한 데코레이션 재료가 포함돼 있다. 더불어 초콜릿을 담는 용기, 낱개 포장용 비닐과 리본, 상자는 물론 쇼핑백에 예쁜 카드까지 들어 있다. 가격은 9900~3만원대 사이로 저렴하다. 홈베이킹 전문 쇼핑몰 브레드가든(www.breadgarden.co.kr)에서도 가정용에 적당한 재료와 도구를 구할 수 있다.‘DIY초콜릿 재료& 포장’ 코너도 마련돼 있는데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22가지 재료와 더불어 초콜릿레서피 책자까지 포함된 세트를 2만 9800원에 한정 판매한다. 좀 더 품격있는 포장을 원한다면 초콜릿 박스만 전문으로 파는 쇼핑몰 아르꼬(www.arcorosa.co.kr)를 찾아 가보자. 짙은 와인 컬러에 금박 글씨가 고급스러운 박스가 63구 특대형부터 9구,10구,25구,30구 등 다양한 크기로 나와 있다. 가격대는 2000∼1만 2000원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슈퍼컴, 너 눈떠”

    “슈퍼컴, 너 눈떠”

    ‘우리나라에 첫 황사가 발생했다.’(환경부) ‘목측(目測·육안 관측)이 우선이다. 목측 결과 황사가 아니라고 판정됐다.’(기상청) 지난 4일 오후 기상청이 ‘첫 황사 발생’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환경부가 “경기 강화도 석모리 측정소에서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 최고 농도가 436㎍/㎥를 기록해 황사주의보(500㎍/㎥가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발령) 수준에 근접하는 등 올 들어 국내 첫 황사가 발생했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확인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곧바로 관측 전문가의 눈으로 확인한 목측 결과를 묻기 위해 인천시 송월동 인천기상대에 연락했다. 하지만 인천기상대 측은 결국 “황사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기상청 전영신 황사팀장은 “관측기계 측정치로는 200∼300㎍/㎥ 사이에서 오염 물질이나 물방울, 수증기 등이 끼어서 오측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세계기상기수(WMO) 기준으로 기계 관측 외에 목측 결과도 함께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기계의 측정치보다 인간의 눈으로 황사 여부를 좌지우지해도 되는 것인가.’ 5일 이러한 궁금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천기상대를 찾았다. 인천기상대는 우리나라 황사 목측의 중심이다. 황사가 주로 중국이나 몽골 등지에서 흘러들어 오기 때문에 목측의 최일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식영(54) 기상대장을 중심으로 예보사 6명으로 구성된 기상대는 낮에 1명, 밤에 2명씩 4교대로 근무한다. 이들에게 황사 판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이다. 김 대장은 “황사는 대기오염과 산성비를 일으킬 수 있는 오염물질과 병원균을 고스란히 싣고 오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생산능력이나 활동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산업체에서도 집진기 공기 필터를 가동해야 하는데 예보가 틀리면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목측 황사 판정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예보사들은 목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훈련을 거듭한다. 목측 자체가 감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선배 예보사들과 동행하며 자주 황사를 살피고 관측 요령을 익힌다. 늘 습관적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매일 습도와 기압골의 변화 등을 눈에 익히는 것도 연습의 한 과정이다. “건조한 날에 대륙성 고기압이 왔을 때 하늘의 구름이 연무 같은 모양이 되면 황사 가능성은 아주 커지지요. 연한 미색이 하늘을 뒤덮고 습도가 매우 건조할 때는 뿌연 먼지가 황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예보사 경력만 20년이 넘는 김 대장의 노하우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판단에만 맡길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각 지역 기상대의 예보사들이 목측 결과를 내놓고 황사 판정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인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김석의 Let’s wine] 와인 액세서리의 세계

    [김석의 Let’s wine] 와인 액세서리의 세계

    #1오랜만에 부인을 기쁘게 할 마음으로 와인을 샀다. 코르크 스크루를 미처 챙기지 못해 포크, 젓가락 등 각종 도구를 동원해 코르크를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코르크가 병속으로 쏙 빠져버렸다. 또한 조심조심 따른 와인잔에 작은 코르크 부스러기마저 둥둥 떠다닌다. #2비싼 와인을 구입하고는 한번에 다 마시기 아까워 반병만 마시고 나머지 와인을 테이블 위에 놔뒀는데 며칠 있다 와인이 식초가 되어버렸다. 이런 에피소드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터이다. 와인을 즐길 때 액세서리를 꼼꼼히 준비하는 것은 더욱 간편하고, 우아하게 와인을 즐기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와인 액세서리에 대해 알아보자. 와인을 즐기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와인 글라스다. 세계 최고의 와인글라스 회사 ‘리델’은 와인 애호가의 필수품이라 불린다. 리델 글라스를 살펴보면 어느 하나 같은 모양의 잔이 없다. 이유는 와인이 각각의 독특한 향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와인전문가들은 와인 타입별로 보르도 레드, 부르고뉴 레드, 샴페인, 화이트의 네가지 타입에 따라 각각 다른 글라스를 갖출 것을 권장한다. 와인병을 오픈할 때 코르크가 병 속에서 부러지거나 해서 와인의 입구를 막아버릴 때는 다시 코르크 스크루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어 나머지 코르크를 뽑아내거나 코르크 리트리버(Cork Retriever)를 사용해 빼내면 된다.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신의 물방울’에서 주인공이 “소믈리에, 디캔터를”이라는 대사와 함께 주둥이가 좁고 아래가 가로로 긴 유리병에 와인을 멋지게 쏟아부었다. 그 병이 바로 디캔터(Decanter). 오랜 시간 병속에 머물러 있던 와인을 깨우면서 맛과 향을 최 대한 끌어내게 도와주고 장기간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와인에 생겼을 여러 침전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마시다 남은 포도주를 최상의 상태로 보관할 때 필요한 와인 진공 펌프와 와인스토퍼가 있다. 스토퍼(Stopper)는 먹다 남은 와인을 보관할 때 사용하는 마개다. 그냥 와인을 막아 놓는다면 병속에 남아 있는 산소들이 병안에서 활발하게 발효해 와인이 상할 수 있으므로 꼭 진공 펌프로 병 안의 공기를 다 뽑아 낸 뒤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와인을 잔에 따를 때 소믈리에들이 와인의 입에 끼워 사용하는 기구를 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포러(Pourer)다. 와인을 흘릴 때 도와주는 역달을 한다. 이 외에도, 와인의 온도를 측정할 때 사용되는 온도계도 있다. 와인을 마실 때 적정온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것은 일반 온도계와 비슷하게 생겨 와인 병안에 넣어 사용하기도 하고 다른 것은 와인을 열지 않고 병 밖을 감싸서 온도를 측정한다. 와인 잔 홀더는 벽에 설치하면 한번에 쉽고 편리하게 수납할 수 있으며, 와인랙은 와인을 눕혀서 보관하는 데 유용하다. 와인 액세서리는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의 와인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액세서리 전문 인터넷 쇼핑몰도 있어 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와인총괄 부회장 (금양인터내셔널 상무)
  • 관객과 소통 시도하는 미디어 아트

    폭포를 향해 손을 뻗으면 물방울이 손바닥에 맞고 산산이 흩어진다. 폭포는 미술관 벽에 설치된 스크린 속에 있다. 금호미술관은 오는 3월4일까지 미디어 아트전 ‘보다, 보여지다’를 연다. 컴퓨터,LCD(평판 디스플레이) 등을 사용한 미디어 아트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수천개의 빛 입자들이 관객과 닿으면 폭포 물방울처럼 흩어지는 변지훈의 ‘득음’을 포함해 7명의 미디어 아트 작가들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관객과 만나는 순간, 형태가 결정되는 디지털 아트의 특성을 활용한 작품이 대다수다. 이배경의 ‘셀프타임’ 앞에 서서 걸으면 스스로가 좀비나 유령인 듯 부유하는 선과 점의 결합체로 보인다. 작품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 만큼 사람의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자신을 거울처럼 똑똑히 보려면 적어도 1분 이상 머물러야 한다. 작가는 “사람에 따라 ‘잠깐만!’이라고 외치는 시간의 길이가 어떻게 다른지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유비호의 작품 ‘관계’가 설치된 스크린 앞에 서면 와인잔을 들고 신나게 수다를 떨던 선남선녀가 갑자기 말을 뚝 끊는다. 관객이 작품에서 물러나면 스크린속 사람들은 다시 대화를 시작하고 파티를 즐긴다. 작가는 “인간관계가 갑자기 끊기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의해 보여지며 미디어 아트를 완성시킨다.(02)720-5114.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문화마당] 지악무성(至樂無聲)의 역설/한명희 예술원회원·이미시문화서원 좌장

    오랜만에 삼한사온의 리듬을 되찾더니 엄동의 한 복판인 소한(小寒) 또한 제 구실을 해내고 있다. 때마침 흰눈까지 천지를 뒤덮으니 내 우거(寓居)인 교외의 한적한 계곡마을은 온통 침묵의 해일 속에 침잠되고 말았다. 새해 벽두의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며 곰곰 살펴 보니, 한겨울 특유의 침묵을 조장하거나 충동질하는 원인자들은 영락없이 뜨락의 나목(裸木)들이었다. 물론 지난해 가을 샛노란 볏짚으로 이엉을 올린 마당가 원두막 추녀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뽀얀 햇살을 받으며 떨구는 눈물방울에서도 무거운 겨울날의 침묵이 묻어나고, 때마침 중천의 명월이 온 누리를 천지백(天地白)으로 물들이는 교교한 겨울밤 삼경(三更)의 침묵 또한 여간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 단편적인 삽화들이 빚어내는 침묵의 무게는 울안에 총립(叢立)한 나목들이 빚어내는 깊고 넓은 침묵의 교향악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회양목, 향나무, 주목, 반송 등 검푸른 상록수들이 하얀 잔설을 이고 연출해 내는 청백대비의 시각적 침묵도 그러하거니와, 극명한 영욕의 성쇠랄까 그처럼 화사한 색채로 한철을 수놓던 진달래, 황철쭉, 백일홍, 불도화 등이 삭풍으로 바싹 마른 몇 줄기 가지로 그려내는 정적의 미세화는 여간 내밀하지가 않다. 그러나 역시 한 겨울 정적의 가없는 상념과 계시를 펼쳐 보이는 침묵의 교향곡 주선율은 아무래도 늠름하고 풍채 좋은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같은 거목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이들 우람한 덩치의 나목들이 마치 동안거(冬安居)의 절간 같은 적료(寂廖)의 가락으로 탄주해 내는 ‘무언의 합주(無聲之樂)’는 창해수보다 깊고 곤륜산보다 중후하고 구만리 창공보다 드넓다. 장면을 바꿔, 저만큼 재 너머 서울의 하늘밑을 생각해 본다. 음향의 홍수다. 도처가 불협화의 소음들로 아비규환이다. 인간의 청각기능에 불원간 돌연변이 현상이 나타날 지경이다. 소리를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음식물 쓰레기는 소각장에라도 가지만, 한번 뱉어낸 소음들은 일파만파로 퍼져가며 사람의 가슴에, 날짐승 길짐승에, 돌부리 풀포기에, 달과 별들에 날아가 꽂히며 독이 되고 비수가 된다. 이같은 소음의 대열에서 음악 또한 열외가 아니다. 특히 가을철만 되면 갖가지 음악회로 홍수를 이룬다. 얼마나 가며롭고 아름다운 일일까마는,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많은 경우가 억지춘향으로 생경한 소음들을 뿜어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음악이라는 추상의 베일 때문인지, 소리만 내면 음악이요 작품인양 호도하고 강변한다. 너무 인생을 알레그로로만 달리려 한다. 바삐 바삐 변죽만 울려대니 심금에 와닿는 음악이 나올리 없다. 뜸을 들이지 않으니 설익은 밥이 될 수밖에 없고, 외화(外華)의 거품만 좇다 보니 진수(眞髓)의 앙금이 고일리 없다. 그래서 확성의 기계음에 맞춰서 음악계가 춤추고, 난세지음(亂世之音)으로 사회가 요동치며, 망국지음(亡國之音)으로 나라가 위태롭다. 이쯤에서 우리는 잠시 선인들의 역설의 철학을 음미하며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겠다. 긴긴 겨울밤의 정적 속에서 왜 도연명이나 고려조의 이규보 같은 사람은 시흥이 도도해지면 차라리 줄을 끊어 줄 없는 무현금(無絃琴)을 탄주했으며, 노자 같은 현인이 왜 오색의 화려한 색채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의 영롱한 음향은 사람의 귀를 먹게 한다고 했는지도 반추해봄이 어떨까한다. 플라토는 음악의 순기능을 인간의 열정을 ‘진정(calming)’시키는 것으로 보았고, 앞서의 노자는 진정으로 위대한 음악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으며(大音希聲), 장자의 경우는 가장 훌륭한 음악이란 소리가 없는 세계로 설정하며(至樂無聲) 그 최고의 단계에 하늘의 음악(天樂)을 상정하였다. 과연 저간의 우리네 음악환경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목의 침묵 속에서 진지하게 길을 물어야겠다. 한명희 예술원회원·이미시문화서원 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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