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물림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AI 직무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AI 시대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70
  •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WINE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붉은 빛 가득한 레드 와인의 향연. 메독의 가을은 마녀가 빚어낸 사랑의 묘약처럼 유혹적이고 향기로웠다. 메독의 8개 아뺄라씨옹으로 떠난 일주일의 여정 동안 매일 조금씩 다채로운 메독 와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1 수확을 모두 마친 포도밭. 하나둘 낙엽이 지고 있다 2 중세시대 고성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샤또 라스꽁브 3 전통과 현대 기술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샤또 씨싹 4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의 숙성고. 오크통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품격 스펙트럼을 지닌 와인 성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북쪽, 지롱드Gironde 강 서쪽 하구에 형성된 메독 지역Medoc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보르도 공항을 벗어나 처음 만난 메독의 첫인상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 이었다. 이미 수확을 마친 포도밭은 무척 한가로워 보였고 듬성듬성 낙엽마저 지고 있었다. 포도밭 너머로 드문드문 서 있는 고성古城들이 그나마 심심한 풍경에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메독은 원래 중세시대 귀족들의 사냥터로 숲과 늪지대, 거칠고 메마른 황야가 펼쳐진 별 볼일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토양은 포도를 재배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고 16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본 귀족과 상인들이 하나둘씩 포도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포도 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점차 고품질 와인들이 생산되었고 1855년 등급 제정과 해외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메독 와인은 단번에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샤또 마고, 무똥 로칠드 같은 스타급 와이너리들이 이 지역에 속해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이너리도 수없이 많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메독 와인이 월드 클래스 와인으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메독와인협회의 까뜨린 블리망Catherine Vlimant은 무엇보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모래와 자갈, 점토질이 고루 섞인 특별한 떼루아’를 그 비결로 꼽았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경작하는 품종은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yvignon으로 메독의 척박한 토질에 완벽히 적응해 그 어느 곳보다 수확량이 높고 품질 좋은 열매를 생산해 낸다고. 진한 색상과 약간 떫은 맛이 특징인 까베르네 쇼비뇽은 메독 와인의 특징 중 하나인 풍부한 타닌과 꽉 짜인 구조감을 만드는 데 주효하게 쓰인다. 특히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 빈티지(생산년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메를로Merlot로 부드럽고 풍부한 과일향이 까베르네 쇼비뇽과 조화를 이루며 강한 타닌 맛을 좀더 편안하고 온화하게 순화시켜 준다. 두 품종을 주원료로 와이너리마다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까르므네르Carmenere 등을 소량 블렌딩하는데 그 비율과 양조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와인이 탄생된다. 몇몇 와이너리에서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이용해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로 메독에서는 100% 레드 와인을 빚어내고 있다. 메독 와인이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물론 ‘떼루아Terroir, 포도 재배의 모든 조건’ 덕이 크지만 그 뒤에 감춰진 1%는 바로 ‘사람’이다. 몇 세대에 걸쳐 대물림되어 온 숙련된 양조 기술과 최상급 와인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메독 와인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또 다른 공신이다. 까다로운 규제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지켜 나가고 있는 AOC원산지 통제 명칭를 토대로 메독의 와인은 와이너리마다 서로 다른 스펙트럼으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메독의 8개의 AOC가 닮은 듯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1, 2, 3 와인 시음을 통해 각 와이너리 특유의 향취와 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시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와인과 와인잔 4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에서는 시음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5 뽀이약 마을의 포도밭 전경 6 포도밭을 누비며 가는 기계차 7 포도밭 토양에 따라 재배되는 포도 품종이 달라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 마고 Margaux 뽀이약 Pauillac 언젠가 한껏 분위기를 낸다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한 적이 있다. 와인 이름도 빈티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 하나가 ‘마고Margaux’다. 와인에 대해선 생초짜였던 시절, 그래도 유명한 와인 한번 마셔 보자고 고른 게 바로 마고 와인이었던 거다. 마고는 메독에서 가장 유명한 AOC이다. 최상급 와인에 주어진 그랑크뤼 끌라쎄 등급을 획득한 와이너리가 21개로 가장 많다 보니 자연히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마고 하면 많은 이들이 샤또 마고Chateau Margaux만을 떠올리는데 이곳에는 약 74개의 와이너리가 운영되고 있다. 샤또 마고가 톱클래스 와이너리이긴 하지만 이 이외에도 가볼 만한 와이너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샤또 라스꽁브Chateau Lascombes는 중세시대 지어진 아름다운 고성에서 숙박하며 그랑크뤼 끌라쎄 2등급에 빛나는 고품격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특별한 와이너리다. 마고에서는 드물게 메를로 비율이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더 높은 와인을 선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매년 가을 100~150명 정도 인부들이 일일이 손으로 포도알을 따는데 방문했을 때엔 이미 수확을 마친 터라 그 장관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다. 대신 성에서 보낸 하룻밤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새벽녘 창문을 열고 내려다본 이슬에 촉촉이 젖은 포도밭 전경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니 말이다. 합리적 가격대의 마고 와인으로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Chateau Haut-Breton Larigaudiere도 가볼 만하다. 다만 지갑 단속은 단단히 해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해 몇 번 시음하다 보면 자꾸만 지갑이 열린다. 일행 중 4명이나 지갑을 연 것이 비단 분위기 탓만은 아니었을 거다. 메독 중앙부에 있는 뽀이약에도 마고와 견줄 만한 걸출한 와이너리들이 많다. 그중 샤또 랭츠 바즈Chateau Lynch-Bages는 1855년 등급 제정 당시 그랑크뤼 끌라쎄 5등급을 받았지만 2등급에 비견할 만한 품질을 갖춘 와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리 예약하면 가이드가 동행해 와이너리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고 시음도 준비해 준다. 연간 48만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대규모 와인 양조장과 저장고도 볼 만하지만 옛 양조 도구들을 빠짐없이 전시해 놓은 박물관 같은 공간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와이너리 투어 후 주변 바즈 마을Village de Bages을 산책하는 즐거움도 꽤나 쏠쏠하다. 예쁜 카페에서 식사하고 앙증맞은 소품들이 가득한 기념품 숍에서 쇼핑하는 동안 여행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1 샤또 퐁레오에서 생산된 와인들 2 비밀 창고처럼 꾸며진 양조장 입구 3 닭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 레드 와인 4 신식 스테인레스 큐브를 이용하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 5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멋진 샤또 건물 반짝반짝 빛나는 메독의 보물 리스트락 Listrac 물리스 Moulis 생줄리엥 Saint-Julien 리스트락에 있는 샤또 퐁로Chateau Fonreaud와 레스따즈Lestage는 와인도 와인이지만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름다운 고성에서 빚어낸 와인은 어떨까. 자신을 ‘포도 농사꾼’이라 소개하는 오너는 정말 평범한 시골 아저씨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와인은 결단코 평범하지 않았다. 입 안 가득 상큼함이 퍼지면서 남아 있던 아침잠을 한달음에 모두 날려 버렸다. 이런 와인이라면 아침부터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이날 점심은 물리스 AOC에 속한 두 명의 여성 와이너리 오너와 함께했다. 샤또 라 갸릭Chateau La Garricq의 마르띤느 까즈뇌브Martine Cazeneuve와 샤또 뒤쁠레스Chateau Duplessis의 마리로르 뤼르똥Marie-Laure Lurton 두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 여성 와이너리 오너 가운데서도 여러모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른바 ‘메독의 여인들’이다. 음식에 곁들여 나온 두 종류의 샤또 와인은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에 갖가지 아로마를 쏟아내는 것이, 식사 내내 끊임없이 수다를 풀어내는 두 여인과 꼭 닮았다. “물리스 와인은 구조감이 강해 양조 과정이 좀 까다롭죠. 와인이 너무 무겁지 않도록 발효부터 숙성, 블렌딩 비율까지 늘 신경써야 하거든요. 대신 나이가 들수록 마시기 좋은 와인이랍니다. 안타까운 건 와이너리 규모가 작아 브랜드화 시키는 게 늘 어려운 숙제죠.” 마르띤느 까즈뇌브 오너의 설명에 마리로르 뤼르똥씨는 작은 끄덕임으로 동조했다. 아닌게아니라 물리스는 메독에서도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없는 물리스의 와인은 알고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자랑하는 메독의 숨은 보석이다. 사실 이번 와인 여행에서 큰 수확을 꼽자면 물리스 와인의 발견이다. 샤또 브라나스 그랑 뿌조Chateau Branas Grand Poujeaux에서 맛본 와인은 물리스 와인의 매력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소박한 여주인처럼 어떤 꾸밈이나 장식도 하지 않은 단아한 여인네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에는 마치 포인트를 준 듯 작은 반짝거림이 느껴졌다. 이곳은 포도를 발효시킬 때 뭉쳐진 껍질을 위에서 눌러 으깨 주는 전통적인 방법을 쓴다는데 이런 양조 기술의 차이가 모두 맛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물리스 와인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생줄리엥에 있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에 닿았다.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Chateau Leoville Poyferre는 루이 13세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포도알을 알콜 발효시키기 전 일정 기간 저온 상태에서 유지시켜 둡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진한 색과 풍부한 과일향을 얻을 수 있지요.” 오너인 디디에 꾸블리에Didier Cuvelier씨가 자신있게 설명했다. 직접 시음을 해보니 과연 자랑할 만했다. 와인에서 품격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안쪽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더 재미난 와이너리 투어가 기대된다. 1 크뤼 브루주아인 샤또 뚜르 까스띠용의 2009년산 와인. 맛이 아주 부드럽다 2 음식을 곁들인 특별한 시음회 3 오크통에서 햇 와인을 뽑아내고 있다 4 먼 옛날 역사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허물어진 망루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전원 풍경에 담긴 뜻밖의 선물 생떼스떼프 Saint-Esteph 메독 Medoc 오메독 Haut-Medoc 크뤼 아르띠장은 메독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 명칭이다. 소유주가 와인의 전 과정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운 좋게도 여정의 마지막 즈음 생떼스떼프에 있는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인 샤또 라 뻬르Chateau La Peyre를 방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크뤼 아르띠장이 그렇듯 이곳도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다.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마침 바람결에 실려 시큼한 향이 코끝으로 전해져 왔다. 햇와인이었다. 이제 막 발효를 마친 2012년 산 와인이 아담한 저장고 안에 꽉꽉 채워져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규모가 큰 와이너리에는 없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시음을 마쳤다. 와인은 산도가 좀 높은 편이었다. 신기한 건 같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빈티지에 따라 신맛의 정도가 달랐다. 와인 애호가들이 왜 그토록 빈티지에 열을 올리는지 직접 체험해 보니 그 차이가 느껴졌다. 메독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한 덕에 오래 둘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알수록 더 매혹적인 와인이다. 메독과 오메독은 서로 반대쪽 끝에 자리해 있다. 지롱드강 상류 지역에 펼쳐진 광활한 오메독에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샤또 씨싹Chateau Cissac도 그중 하나.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식 양조 기술을 적접히 배합한 이곳의 운영 철학은 와인에서도 그대로 배어난다. 입 안을 꽉 채우는 구조감과 그 위에 덧입혀진 다양한 향미가 메독 와인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도 멋스럽다. 메독에 있는 샤또 뚜르 까스띠용Chateau Tour Castillon은 이번 여행길에 방문한 마지막 와이너리. 가이드인 송현주 선생이 “지금까지 본 풍경보다 훨씬 시골 같을 거예요” 하고 미리 귀띔했다. 정말 그러했다. 시골스럽다 못해 야생의 언저리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거칠 것 없는 시야, 거리감 없는 강가, 언덕 위로 넘어가는 포도밭…. 시골집 식탁에서 이뤄진 와인 시음은 오히려 만찬(?)에 가까웠다. 와인은 음식과 궁합을 맞춰 봐야 한다며 몇 가지 음식이 푸짐히도 차려졌다. 와인에 취한 건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한 건지, 이제껏 쥐고 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려 나갔다. 와인을 테마로 피크닉, 산책, 콘서트 등 여러 가지 투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니 이를 어쩐다. 여행의 마지막에 메독을 다시 와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정은주 취재협조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www.sopexa.co.kr ▶Travel to Medoc 항공 에어 프랑스(www.airfrance.co.kr)를 이용해 파리를 거쳐 보르도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인천에서 파리까지는 약 11시간, 파리에서 보르도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또는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기차(www.raileurope-korea.com)도 운행된다. 약 3시간 30분 소요. 보르도에서 메독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숙소 메독에서 묵어 갈 만한 숙소로는 골프 뒤 삐앙 메독Golf du Pian Medoc과 를레 드 마고Relais de Margaux, 꼬르데이양 바즈Cordeillan Bages를 추천한다. 골프 뒤 삐앙 메독과 를레 드 마고 두 곳은 골프 코스 안에 자리한 호텔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샤또 랭츠 바즈에서 멀지 않은 꼬르데이양 바즈는 외관은 오래된 고성 느낌이지만 심플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인테리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외부에 야외 풀장과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를 갖추고 있다. spot 또넬르리 나달리에 Tonnellerie Nadalie 메독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크통 제조회사로 1902년 설립돼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프랑스 산림청 나무 경매를 통해 참나무를 공수해 오며 미국산 참나무도 소량 사용한다. 오크통에 사용되는 나무는 오랜 기간 젖고 마르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 작업만 2년 넘게 걸린다. 또넬르리 나달리에는 메독 지역을 비롯해 보르도 등 프랑스 전역과 해외 유명 와이너리에 오크통을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일반인 방문도 가능하며 가이드 안내에 따라 오크통 제작 과정을 둘러볼 수 있다. www.nadalie.fr spot 라 와이너리 La Winery 프랑스 와인은 물론 전세계 와인을 취급하는 숍과 전문 시음 공간, 레스토랑, 피크닉과 공연장 등을 갖춘 와인 예술의 메카다. 와인셀러에는 보르도 지역이 50%, 프랑스산이 40%, 세계 와인이 10% 비율로 진열되어 있다. 1년에 5만5,000명 정도 방문하는데 그중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메독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와인을 사거나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아도 야외 피크닉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메독에 가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www.winery.fr 와인 등급 그랑크뤼 끌라쎄 메독 와인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메독을 포함해 보르도 최고급 와인에게 주어지는 그랑크뤼 끌라쎄(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뉜다)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메독에는 60개의 그랑크뤼 끌라쎄 와이너리가 있으며 이 등급 순서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딱 한 번 1973년 샤또 무똥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바뀐 적이 있다). 이에 반해 크뤼 부르주아는 매년 심사를 통해 품질 좋은 와인들을 선별해 등급을 매긴다. 가장 독특한 카테고리는 크뤼 아르띠장. 아르띠장Artisan이란 우리로 치면 ‘장인匠人 정도 되는데 이 명칭을 단 곳은 소유주가 포도 재배부터 양조, 판매까지 직접 맡아서 해야 한다.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는 메독에서도 44곳밖에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학대당한 나처럼 살까봐… 아들 죽였다”

    생후 36개월 된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뒤 저수지에 버린 최모(37)씨의 범행 이면에는 최씨가 불우한 어린 시절에 경험한 ‘학대의 대물림’과 아들이 자신처럼 살게 될까 두려워한 ‘비뚤어진 모정’이 있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는 4일 최씨가 “범행 한 달 전부터 내가 살아온 것과 비슷한 처지의 아들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학대받으며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경찰에서 “평소 아들(박군)이 자주 울거나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 등으로 가족의 미움을 샀다고 생각해 집에 남겨두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지난 9월 가출할 때 세 아들 중 둘째만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최씨는 부모의 가정 폭력을 지켜보며 자랐고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 또 아버지가 사고로 숨지자 친척 손에 맡겨져 고아처럼 살았다. 최씨는 결혼한 뒤 남편과 자주 다투는 등 결혼 생활도 순탄치 못했다.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서는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한 지인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최씨는 1주일에 3~4차례씩 아들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가 지인 집에 얹혀살면서 정서 불안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처럼 아들도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거나 ‘학대받는다’고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도 최씨의 범행이 과거 학대 경험과 현재의 정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시선집중] (8) 중랑구 ‘문병권표’ 교육정책

    [시선집중] (8) 중랑구 ‘문병권표’ 교육정책

    ‘교육 발전 없이는 지역 발전도 없다’는 문병권 중랑구청장의 소신은 ‘꿈을 키우는 역동의 교육도시-중랑’이라는 슬로건에 고스란히 담겼다. 3연임 규정에 묶여 다음 기초지방자치단제장 선거엔 나서지 못하지만 그는 29일 “남은 2년 임기에도 줄곧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발표된 ‘서울시 자치구 주민 교육환경만족도’ 조사에서 중랑구는 2005년 25위에서 2011년 9위로 16계단이나 솟구쳤다. 문 구청장이 교육에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문 구청장은 “최근엔 집안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대물림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경향을 띤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으로 기존 장학사업을 두고도 ‘중랑장학기금 111기부운동’에 눈을 돌리게 됐다. 무엇보다 정성을 쏟는 부분이다. ‘1가정 1년에 1만원씩’ 거들자는 뜻이다. 지난 9월 첫발을 떼 3개월도 되지 않아 4억 7000만원을 모았다. 문 구청장은 “17만 4470여 가구 가운데 30%만 참여해도 5억원이라는 큰 정성이 모인다.”면서 “길게는 교육 문제 탓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지 않는 중랑구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해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을 비롯해 청·장년층에서 노년층까지 각계각층의 개인과 단체, 업체, 업소 등 1만 1000여명이 동참했다. 구는 2020년까지 100억원 모금을 목표로 삼았다. 민선 3기 취임 초기인 2003년 2억원이던 교육경비 지원도 해마다 거의 2배씩 늘려 10년 사이 392억원을 쏟아넣었다. 2010년 면목고 기숙사 건립에 40억원을 보태 서울 시내 첫 기숙형 자율형공립고로 우뚝 서도록 도왔다. 특히 성적 상위 2% 이내인 중학생이 지역에 있는 고교로 진학하면 매년 180만원씩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명문대 진학 고교생에게도 1인당 200만원을 지급한다. 성적우수자, 저소득층 자녀, 특기생 등 다양한 형태의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이다. 2008년엔 ‘교육경비보조에 관한 조례’ 중 보조금 지원 비율을 세수 총액의 5%에서 8%로 높였다. 덕분에 전체예산 대비 교육투자 비율이 4.55%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강남구(6.17%)와 성남시(4.67%)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되기도 했다. 방과후 학력증진 특별반도 자랑거리로 빼놓을 수 없다. 우수 중학생의 유출을 방지하고 고교 학력 신장과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지난해 묵1동 태릉고와 망우1동 송곡여고, 망우3동 혜원여고를 거점 학교로 지정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최고 수준의 외부 강사와 우수 교사를 초청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있다. 올해 4억 8000만원을 지원해 고교 성적 상위 5%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8개교 총 649명 규모로 편성했다. 성적 향상도에 비춰 첫 대상인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내년 초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낼 전망이다. 상봉동 신현고 양재현(18)군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이공계 장학생 전국 100명에 뽑혀 4년 전액 국비 지원을 보장받은 데다 서울대, 일본 공대 7개교 중 선택해 입학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용산 저소득층 자녀 120명 교육지원

    서울 용산구는 저소득가구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수강권과 교재비를 지원하는 ‘2012년 Hope Up Dream Up’ 사업을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공부할 열의는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 탓에 학습 기회가 적은 저소득가구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중부보습학원연합회,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자로 나섰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복지급여자, 기타 저소득가구 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 내 89개 보습학원 중 25개가 이 사업에 참여해, 38만원 상당의 종합반, 24만원 상당의 단과반 무료 수강권을 학생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이다. 공동모금회는 1인당 5만원의 교재비를 지원한다. 구는 지난해 같은 사업으로 60명을 지원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올해는 지원 규모를 2배로 확대했다. 접수는 새달 5일까지다. 동 주민센터에서 접수할 수 있으며, 신청서, 성적증명서, 재산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수강은 내년 1월부터 가능하다. 성장현 구청장은 “이 사업을 통해 교육기회 부족 탓에 가난이 대물림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민관이 협력해 후원에 나서는 학원이 대폭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선택 2012 D-20] “文, 국방강화 현실성 부족” vs “朴, 남북 신뢰쌓기 방법론 없다”

    [선택 2012 D-20] “文, 국방강화 현실성 부족” vs “朴, 남북 신뢰쌓기 방법론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상대 측 대선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서로 날카롭게 비판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8일 내놓은 ‘상대 후보에 대한 상호검증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朴캠프가 보는 文공약 모순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의 소중함에는 동의하지만, 제시된 실천 방향이 부족하다. ‘성장-복지-국민’의 순환 관계에 대한 비전 제시가 약하다. 국방 문제에서 문재인 후보는 미군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시작전권 전환을 계기로 국방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고 했는데 현실성이 부족하다. 중국·일본과의 영토 및 역사 분쟁에 대해 조용한 외교로만 대처하지는 않겠다고 하지만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회담은 필요하지만, 당선 직후로 시기를 구체화하면 북한의 협상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 한반도 평화구상에서 선후관계가 불확실하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이자율 25% 제한’은 제2금융권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30%를 넘고 대부업 조달 금리가 30% 후반대인 현 상황에서 서민층을 보호하기보다는 저신용자들을 불법 사채시장으로 몰아낼 가능성이 크다. 획일적이고 전면적인 전·월세 상한제는 분양가 상한제에서 보듯 시장 왜곡이나 가격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 곡물 자급률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징용자 피해 보상에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은 청구권협정 내용과 충돌되는데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文캠프가 보는 朴공약 모순 저성장 시대에는 성장 과실에 의존하는 개인 복지 증진이 불가능하다. 대형 토건사업에 대한 예산을 줄이지 않고 어떻게 세출을 절감할 것인지 의문이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원론만 있을 뿐 실질적 추진 전략은 없어 보인다. 남북문제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하지만 북한과 신뢰를 어떻게 쌓을 것인지의 방법론은 없다. 정보통신 기술 등 새로운 과학기술도 기존 대기업의 유통관련 인력 절감 등 비용절감 효과만 가져올 뿐 ‘신성장동력’과는 무관하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않으면 집주인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대책의 실효성이 없다. 하우스푸어의 집 지분을 재정을 투입해 시가로 매입하겠다는 방안은 무주택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과도한 경쟁을 해소하는 교육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단순히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금융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금융 정책의 기능 수행과 금융감독 기능이 분리돼야 하는데 ‘금융기관 간 경쟁 강화를 통한 금융강국 지향’은 이 방향과 배치된다. 석유 의존형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 대체에너지 중시형으로 전환하는 대안이 미흡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朴 “70%가 중산층 되는 나라 만들겠다”

    朴 “70%가 중산층 되는 나라 만들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6일 “70%가 중산층이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밤 경기 고양시 킨텍스 임시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2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도 못 해 노년층 빈곤율이 최고 수준에 달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 가난의 대물림 원인이 되는 사교육비 완화,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문제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교과서만으로 학습이 가능한 ‘교과서 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고 했으며 “소득과 연계한 반값등록금을 2014년까지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또한 “가정 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등 사회악을 근절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려고 한다.”면서 “귀가하는 자녀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 음식을 먹을 때 따져 봐야 하고, 학교 가는 게 두려운 나라는 선진국이 돼도 선진국이 아니다. 그런 문제부터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후보는 ‘재원 마련이 불투명한 장밋빛 약속 아니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은 제쳐 놓았으니 절대적으로 믿어주셔도 된다. 약속한 것은 정치 생명을 걸고 지켜 왔다.”면서 “자산관리기금 등 1조 8000억원으로 10배에 달하는 행복기금을 마련하면 저소득층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TV토론은 지난 21일 문재인 통합민주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에 맞대응하는 차원으로 이뤄졌다. TV토론이 밤 12시를 넘겨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로 이어진 만큼 사실상 선거운동의 ‘첫 단추’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토론회 명칭도 ‘국민면접 박근혜’로 잡았다. 유권자 앞에서 면접시험을 보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취지다. 박 후보는 이날 외부 일정 없이 토론 준비에 몰두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안 후보의 사퇴 이후 부동층이 늘어나는 등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TV토론이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중파 3사 등을 통해 전국에 생방송되는 만큼 박 후보의 취약 지지층인 수도권 유권자와 20~40대 등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이어 유세 첫날인 27일 서울~대전~부산~광주를 잇는 전국 동시 발대식을 열 계획이다. 이는 박 후보의 국민 대통합 행보와 맞물린 것이다. 이를 위해 박 후보가 대전을 직접 찾는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朴 “성폭력·학교폭력 등 4대 사회악 발본색원 최우선 순위”

    朴 “성폭력·학교폭력 등 4대 사회악 발본색원 최우선 순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6일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나라, 행복한 국민이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비전을 밝혔다. 그러면서 “잠재력과 소질, 끼를 마음껏 발휘하고 땀 흘려 일하면 보상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나라, 최소한의 생활과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18일 비전선포식을 통해 발표했던 ‘중산층 재건을 위한 국민행복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전체 토론회 가운데 4분 동안 주어진 정책비전 스피치 시간을 통해 박 후보는 ▲가계부채 해결 ▲성폭력·학교폭력 등 4대 사회악 근절과 ▲사교육비 완화 ▲일자리 창출을 우선순위에 두고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꼽았다. 박 후보는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데 이것은 개인의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방치되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322만명에 달하는 저신용 서민 대출자들에 대한 이자 부담을 낮춰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박 후보는 성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근절과 관련, “귀가하는 자녀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 음식을 먹을 때 따져 봐야 하고 학교에 가는 게 두려운 나라는 선진국이 되더라도 선진국이 아니다.”면서 “그런 문제부터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국민안전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 공권력을 총동원해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찰청에 폭력범죄 전담 차장직을 도입하고, 폭력 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높이고 폭력 전과자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박 후보는 아동·성범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21일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상영한 뒤 “성범죄자 등은 사형을 포함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책비전 스피치 시간에 이 부분을 설명한 것도 안전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또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려고 한다.”면서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도 못 하고 맞벌이를 열심히 해도 남는 게 없는, 가난의 대물림 원인이 되는 사교육비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70%의 국민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Q. 사교육비 줄일 방법은 A: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 추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6일 TV토론에서 사교육비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등과 관련한 방청객들의 즉석 질문을 받아 답변했다. ▲두 아이 키우는 주부-계약직으로 일하며 야간대학 다닌다. 사교육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박-우리나라 노년층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노후 준비를 못 하는 것도 사교육비가 원인이다. 가난의 대물림도 사교육비가 큰 이유다. 결국 공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을 만들어 사교육의 원인이 되는 선행학습을 방지하고, 초·중·고교 시험이나 대학 입시에서 교육 과정을 뛰어넘는 출제를 금지시키려 한다. 이를 어기면 강력한 불이익을 줄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교과서 혁명이다. 학원을 다니거나 참고서를 가져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교과서만으로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교육 체계의 근간을 바꾸겠다. 그래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학생-등록금에 관심이 많다. 새누리당 공약에 반값등록금, 무상교육, 무상보육, 경제민주화 등이 있다.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박-정책이라는 것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해 진정성 있게 재원도 생각하면서 노력할 때, 그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반값등록금 등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 할 수 없는 부분은 제쳐 놨다. 믿으셔도 된다. 여지껏 실천할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았고 약속한 것은 정치 생명을 걸고 지켜 왔다. 반값등록금은 2013년까지 반드시 실천하겠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의 고통이 심하다. 모든 분들에게 반값등록금을 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소득과 연계해 등록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출 이자도 실질적으로 ‘제로(0)’ 금리가 되도록 하겠다. 재원 마련 계획도 있다. ▲1남1녀 가장-비정규직에 대한 박 후보의 약속을 듣고 싶다. ▲박-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차별 폐지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경제민주화에서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 공시제도 의무화하겠다. 파견근로자가 얼마나 되는지 전부 제시하도록 하겠다. 또 비정규직을 차별할 경우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대표가 차별 시정을 대표로 요구할 수 있는데, 차별이 반복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금전적 손해배상을 10배 정도 해야 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위기의 한국호 해법-전문가에게 묻다] (3)양극화

    [위기의 한국호 해법-전문가에게 묻다] (3)양극화

    ‘승자 독식’, ‘부의 쏠림’ 등으로 표현되는 양극화 문제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어떤 일자리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소득은 물론 계층까지 나뉘는 현실이다. ‘대기업 귀족’, ‘중소기업 평민’ 등의 표현까지 등장한다. 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 실업 등 위기에 처한 노동의 현실이 대물림되는 현상도 우려된다. 교육은 양극화가 시작되는 진원지이자 악순환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첫 단추로 꼽힌다. ■기업양극화 진단과 제언 기업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복잡한 퍼즐을 짜 맞추는 것과 같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는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14일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1990~2009년 20년간 제조업 출하액은 중소기업이 연평균 10.8%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1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도 중소기업(9.8%)이 대기업(8.7%)을 앞질렀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성과가 더 커서 양극화가 확대됐다는 주장은 편견인 셈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집단적 성과를 뜻하며, 이는 활발한 진입의 결과”라면서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급여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급여 증가율은 대기업이 9.7%, 중소기업이 8.3%다. 이에 따라 1990년 대기업 직원의 급여는 중소기업 직원에 비해 1.48배 높았으나, 2009년에는 1.89배로 확대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에서 자본집약적 생산방식이 확대되면서 종사자 수가 감소했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의 1인당 노동생산성 격차를 확대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적인 창업 지원은 경쟁 심화라는 역효과를 불러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갑을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이 시장에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고, 기업의 인력 관리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낙인 효과를 없애고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화두인 경제민주화만으로 기업 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업 투명성 강화는 물론, 기업 경쟁력 확대, 중소기업·자영업자 혁신 등 경제 이슈를 세분화한 뒤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천식 KDI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양극화는 경쟁력 선도 부문과 낙후 부문 간 성과 격차가 확대되는 동시에 낙후 부문의 고용 비중이 증가되면서 분배 구조가 악화되는 양상”이라면서 “이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자생·혁신 능력을 키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재적인 공급 능력을 확대시키는 총수요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10~20년 단위의 ‘내셔널 프로젝트’ 형태로 추진하면 진행 과정에서 경기 진작 효과와 생산기반 강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자영업에 무작정 뛰어드는 ‘하드 랜딩’을 차단하려면 스스로 학습 조직화할 수 있도록 하고, 기술·자금 지원 외에 사업 실패에 대비한 사회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렇듯 자영업자 대책은 기업·일자리·민생 차원의 ‘융합정책’ 형태로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교육양극화 진단과 제언 “계층이동 가로막는 가장 큰 벽… 입시중심 교육 해소” “사회계층 간 이동 수단이 되어야 할 교육이 오히려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 양극화의 한 축은 ‘교육 양극화’라 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대학입시 경쟁을 위한 사교육 격차가 벌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대학진학과 취업, 소득 격차로까지 이어지는 ‘사회 양극화의 첫 단추’가 바로 교육 양극화라는 것이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4일 “서울과 지방 6대 도시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는 지난해 2배가 넘었고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10분위로 나눴을 때 상하위 분위 간 30위권 대학 진학률은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런 경향은 1990년대에 비해 2배 이상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경제적 상류층과 취약계층, 서울과 지방 간 교육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통계치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의 우수한 인재들이 입시과정을 거치며 ‘체계적으로’ 누락되고 있다.”면서 “진학 격차 확대는 사회통합 측면에서도, 인재양성과 국가경쟁력 확충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경제적 격차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균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특수 목적고와 일류 대학 위주의 입시·성적 중심 교육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특목고 교육이 영재교육 형식으로 대학교육 입시경쟁의 본산이 되고 있다. 본래의 설립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재력 있는 학생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입학사정관제가 오히려 돈이 더 드는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사정관제를 겨냥한 족집게 학원교육이 등장하는 등 부유층 자녀를 위한 전형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근본적으로는 중·고등학교 학업 성취도 위주의 대학입시에 대한 근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상대평가나 자격고사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현재도 기회균등선발제가 있긴 하지만 사회 형평성 차원에서 지역·계층 균등선발이나 사회적 배려 전형 비율을 확실하게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및 취약계층 학업지원 대책으로는 EBS 교육방송 강화, 방과후 학교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김 연구위원은 “학원 선행학습에 대한 규제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력 차별주의와 이에 따른 취업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장기적인 제도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 정책위원장은 “공공 부문이 인력 채용 때 블라인드 테스트, 지역할당제 등을 선도하고 민간기업에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대학 간판 우선주의를 철폐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교회·목회 세습 좌시 않겠다”

    “교회·목회 세습 좌시 않겠다”

    ‘한국교회를 죽이는 교회·목회 세습,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개신교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연대기구를 발족해 정면 대응에 나서 개신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명동 청어람 소강당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가진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그것. 이 연대기구 출범은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있었던 개별 교회나 목회자 차원의 선언과는 달리 세습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첫 집단행동인 만큼 큰 파문이 예상된다. ●교회 개혁운동 단체 대거 참여 세반연에 참여한 단체는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바른교회아카데미 등 그동안 교회 개혁운동에 앞장섰던 곳들이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와 경상대 백종국 교수, 두레교회 오세택 목사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김북경(전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총장) 목사, 손봉호(서울대 명예교수) 장로,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가 고문으로 가세해 힘을 실었다. 세반연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교회 세습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다. 자기 조직만의 안정과 유지를 위한 이기적인 탐욕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교회 세습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반대 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도 격려사에서 “기독교가 돈, 명예, 권력에 대한 탐심으로 우상을 섬기고 있다.”며 “세습의 유혹을 받는 젊은 목회자들이 불명예스러운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습 반대운동을 하는 게 하나님께 영광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습 반대 서명·서약운동도 함께 세반연은 세습 반대 이유를 먼저 알리고 세습 금지법 제정 운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세습 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세습에 대한 여론 조사와 함께 ▲세습 관련 단행본 출간 ▲교회 정관에 세습 금지 내용 추가 운동 ▲세습 반대 서명·서약 활동 등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요 교단에 속한 노회들이 내년 봄 정기 노회에서 세습 방지법 헌의안을 의결하고, 가을 총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요구하는 운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대활동에 동참할 단체와 교회를 계속 모집하기로 했다. ●‘담임목사 대물림 방지’ 헌의 결의 한편 이와 관련, 예장통합 평양노회는 최근 가을노회에서 ‘담임목사 대물림 방지법’(세습방지법)을 차기 총회에 헌의하기로 결의했다. 예장통합 평양노회는 이 교단 산하 노회 중 가장 규모가 큰 만큼 총회 결정에 따라 개신교계의 세습 반대운동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곧 그대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얼핏 들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 아닐까 싶다. 생각을 프랑스 ‘코냑’으로 옮겨본다. 프랑스의 코냐크 지방의 주민은 불과 1만 9000여 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작은 읍 규모이다. 그런데 여기에 코냑 회사가 3000여 개가 있고 세계 200여개국에 수출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잘사는 고장으로 소문나 있다. 그럴 것이, 국제공항이 있고 매년 영화제도 열릴 만큼 문화적으로도 풍요롭다. 왜? 단지 ‘코냑’이라는 술이 세계인들의 가슴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술꾼이든 아니든 코냐크 지방은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코냑’을 안 마신다. 대신 주변 지역에서 생산하는 값이 싼 포도주를 마신다. ‘코냑’이 세계적인 명품주가 됐기 때문이다. 좀 더 외국인들에게 많이 마시도록 하는 수출전략과 배려의 차원이기도 하다.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코냑을 몇 년, 몇십 년씩 오랜 세월 숙성시켜 세계인들에게 그 ‘가치’를 선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코냑이나, 스카치 위스키, 포도주처럼 오랜 세월 숙성된 ‘빈티지’를 가진 우리의 전통술이 있을까. 결론은 ‘없다’라는 게 대체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없다’를 ‘있다’로 바꾸는 사람이 있다. 국내 유일이자 대한민국 술박사 1호로 알려진 정헌배(57) 중앙대 교수가 그 일에 매진하고 있다. 때마침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맞아 정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이 축제에서 자문역할을 하며 우리술을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을비가 쏟아지는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안성에 있는 ‘정헌배 전통주 연구소’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연구소 안에는 누룩이 익어 술이 발효되는 냄새로 가득했다. ●“名酒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자부심” “여기는 술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술을 만들어내는 방앗간입니다. 술을 숙성시키는 것을 연구하고 분석해내는 곳이지요. 술을 좋아하고 또 특정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빈티지가 있는 스토리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지요. 술은 살아 숨 쉬는 옹기나 오크(참나무)통 속에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며 맛과 색상, 향기와 성분 등도 변합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숙성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알코올을 ‘천사의 몫’이라고 찬양을 합니다. 까닭에 숙성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의 술도 이제는 ‘빈티지’로 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술 가운데 예를 들어 막걸리는 대개 10여 일 안팎의 숙성과정을 거쳐 시중에 나오지만 코냑이나 위스키는 17년, 21년, 30년 그리고 심지어는 100년 등 오랫동안의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그만큼 ‘명품주’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술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저장성도 뛰어나 금방 팔리지 않아도 큰 걱정이 없다.”라면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반영하기에도 좋은 제품이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부가가치의 상품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젠 우리의 전통술도 숙성연한을 길게 해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명품주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그런 명품주 생산과 함께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갖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명주(名酒)라는 것은 전통적 가치를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대표적인 명주를 갖고 있고 후손들에게 물려줍니다. 프랑스의 코냑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내로라할 만한 주종이 없어요. 이제는 우리도 100년 묵은 술과 아름다운 술 문화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런 생각에 4년 전부터 우리의 전통 특산물인 인삼과 안성 지방의 쌀을 원료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부부가 결혼식 30주년을 4~5년 앞두고 미리 주문하는 술, 자식이 부모 회갑 기념식 때 선물로 준비하는 술, 결혼 후 첫 자식을 낳은 부부가 나중에 자녀의 결혼식 때 줄 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노사모’에서 주문한 술, 대학입학을 기념하기 위한 술 등 제각기 사연이 많다. 얼마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때 사용하고자 위스키 60병을 미리 만들어놓는 일도 이와 같은 것이다. 주문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인삼주 술도가에서 직접 술을 담그는 행사를 하는 때도 있다. 담근 술은 지하 숙성고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과정을 거쳐야 찾아갈 수 있다. 요즘 들어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담근 ‘빈티지 인삼주’(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는 인삼주는 소주에다 인삼을 담는 것이지만 이곳 인삼주는 인삼을 쪄서 홍삼화한 다음 누룩과 함께 위스키나 코냑처럼 오랜 시간 숙성시킨다.) 술독은 모두 2000여 통. 지하숙성고에 내려가 봤더니 이 술독들은 대금과 가야금 등 우리의 전통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숙성되고 있었다. 술독마다 각 사연을 담은 내용과 술 주인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방송인 주병진씨 등 알 만한 인사들의 이름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대학교수인 그가 어떻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어릴 적 그의 꿈은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대구 경상중학교와 고교 시절만 해도 트럼펫을 불며 그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음악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영남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장차 멋진 군인의 길을 걷고자 학군단(ROTC)에서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만에 시력미달로 중도에 하차했고 바로 민방위에 편입됐다. 이 무렵 그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학금을 받게 됐다. 국가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 그는 수출 보국에 도움되는 일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술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수출이며 농산물 가공품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때 명주는 그 나라의 사회, 문화적 자부심이며 술은 전통적 가치와 사랑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문화는 국적과 민족성이 뚜렷해 나라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대학 3,4학년 때 프랑스어 공부를 했으며 졸업 후 1년 동안 직장 다니며 유학자금을 마련한 뒤 ‘생각했던 대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남부 프랑스 몽펠리에 있는 폴 발레리 대학에서 6개월간 프랑스어 공부를 할 때 폴 발레리의 명언을 접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이후 파리 9대학 박사과정(술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는 이때 ‘프랑스 포도주 시장 제도 및 유통연구서’ ‘맥주의 중장기 소비예측’ 등 발효주 중심의 연구에서 세계적인 소비량을 자랑하는 럼, 보드카, 위스키, 코냑 등 증류 숙성주 연구로 점차 확대시켜나갔다. 아울러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 지역을 다니면서 논문 자료를 수집했다. 결국 ‘세계 주류시장의 국제 마케팅 전략과 전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상이 빚은 名酒는 후손들과 뜨겁게 이어주죠” “프랑스에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알고 지내던 친구가 저를 집으로 초대하더군요. 식사를 마치더니 친구가 ‘파라다이스에 갈래?’라고 제의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룸살롱 같은 술집인가 했어요. 그런데 지하의 술 저장고에 데려갔습니다. 술통이 많이 있더군요. 친구는 한 통을 가리키면서 ‘우리 아버지가 내가 태어난 것을 기념해서 담그신거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어 마시라고 하셨지’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더니 그 친구의 조상과 잠시 연결되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정 교수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음복하는 이유도 조상과 만나는 일이며 특히 조상이 빚은 명주는 후손들과 또 한 번 뜨겁게 연결되는 일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의 꿈은 ‘우리 술의 세계화’이며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삼주 숙성 등과 관련해 특허 4개를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또 대학에서 아름다운 음주문화와 술은 인류가 아닌 동물이 먼저 마셨다, 소주는 아랍의 향수 제조법에서 유래했다는 등의 술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 등도 강의한다. 또 ‘술나라 헌법’과 ‘술나라의 십불출(十不出)’ 등의 흥미로운 내용도 가끔 설파한다. 술 안 마시고 안주만 먹는 사람, 남의 술로 제 생색을 내는 사람, 술잔 잡고 잔소리하는 사람, 술 먹다가 딴 곳에 가는 사람, 술 먹고 따를 줄 모르는 사람, 남의 술만 먹고 제 술을 안 내는 사람, 술자리에서 축사를 오래한 사람 등이 십불출에 포함된다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헌배 교수는… 1955년 구미에서 태어났다. 경상중과 경북사대부고를 나온 뒤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79년 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폴 발레리 대학에서 어학공부를 마치고 파리9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1984년 이 대학에서 ‘술 마케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재무부 세제발전심의위원, 농림부 전통주심사위원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 자문교수로 활약하면서 우리나라 주류산업 정책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술이 제조, 판매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청소년 대학생의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중앙대에 교양과목으로 ‘명주와 주도’라는 과목을 개설해 직접 강의하면서 음주문화시민연대를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술 세계화를 위해 2003년 ‘정헌배 인삼주가’를 설립,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 안성에 ‘세계명주마을’을 포함한 우리 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류제조 특허4개와 옹기독 실용신안 등 다수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술나라 이야기’(2011) 등이 있다.
  • [영화프리뷰] ‘나쁜 피’ 엄마를 강간한 아버지 대물림된 성폭력 상처 영혼 파괴의 복수까지

    [영화프리뷰] ‘나쁜 피’ 엄마를 강간한 아버지 대물림된 성폭력 상처 영혼 파괴의 복수까지

    성폭력 범죄가 피해자 개인은 물론 다음 세대의 삶까지 얼마나 처절하게 짓밟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영화 ‘나쁜 피’. 영화는 한국 사회 도처에 만연한 성폭력 실태와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때론 격앙된 어조로 때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편한 마음으로 감상할 소재의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적인 성격과 스릴러물을 방불케 하는 극적 긴장감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영화의 얼개는 복잡하지 않다. 교환 학생 자격으로 스페인으로 떠날 준비를 하던 주인공 인선(윤주)은 어머니가 강간을 당해 자신이 태어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물학적 아버지인 방준(임대일)을 찾아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어렴풋하게 기대했던 아버지의 존재가 강간범이라는 충격은 한 엘리트 여대생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자신의 존재와 핏줄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인선은 생부 전처의 친척 동생으로 위장해 그와의 위험한 동거를 시작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한순간도 인선을 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털어놓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이유 없이 미움을 받고 급기야 자신의 피에 대한 저주를 퍼붓는 딸. 영화는 대를 이어 계속 되는 성폭행 피해자들의 시각에서 극을 이끌어 가며 그들의 절규에 주목한다. 이 영화의 의미는 아동 성폭행을 비롯해 부녀자 납치·강간 등 점차 흉악해져 가는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데 있다. 영화는 초반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잘못된 욕망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들을 보여 주면서 성범죄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을 꼬집는다. 특히 “누가 당하라고 했어?”, “본능에 충실한 것뿐, 남자라서 다 이해하지 않습니까?” 등 등장 인물들의 대사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에 관대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중간 부분의 호흡이 길어지면서 다소 늘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은 긴 여운을 남긴다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는 강효진 감독은 “인간이라는 고귀한 존재가 사랑으로도, 끔찍한 범죄로도 탄생할 수 있다는 엄청난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데뷔작에서 충격적이고 복잡한 캐릭터를 맡아 강도 높은 수위의 노출과 파격 연기를 감행한 윤주의 당찬 연기가 눈길을 끈다. 11월 1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경제민주화 정책 대해부] (2) 고속성장의 그림자-재벌 문제점은

    [경제민주화 정책 대해부] (2) 고속성장의 그림자-재벌 문제점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집단(그룹)이 경영 세습과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시가총액 290조원에 달하는 초거대·우량 기업의 후계자로 올라서는 데 들인 돈은 고작 16억원대였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서 받은 60억원에 대한 증여세 명목이다. ●적은 돈으로 경영권 세습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사장의 ‘후계대로’는 탄탄대로였다. 이 사장은 이 종잣돈으로 매입한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주식은 그가 사자마자 상장되면서 막대한 시세차익(550억원)을 안겨주었다. 여기서 나온 돈으로 1996년 삼성에버랜드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인수한 뒤 주식으로 전환, 에버랜드 지분 25.1%를 획득하면서 사실상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달랑 에버랜드 지분만으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른바 재벌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그 비결이다. 순환출자는 A, B, C 등 세 기업이 있을 때 A가 B에, B는 C에, C는 다시 A에 출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A는 적은 지분으로 B와 C를 장악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는 기업. 이 때문에 에버랜드 대주주인 이 사장이 사실상 삼성그룹 전체를 휘하에 두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재벌그룹이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를 해온 배경에는 부와 경영권을 보다 쉽게 대물림하겠다는 편의주의가 작용했다. 삼성은 현재 15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롯데가 가장 많은 19개의 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현대차 2개, 한진그룹 6개 등이다.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 비난 이렇게 자리를 잡은 후계자들에게는 또 다른 지원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일감 몰아주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벌어들인 수익은 ‘기네스감’이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소유한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01년 1985억원에서 2011년 5조 8340억원으로 10년 새 29배나 뛰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01년과 2002년 총 30억원을 출자한 게 전부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2004년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서 850억원을 벌었고, 10년 동안 389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재 그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2조원에 달한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이른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촉발시킨 ‘사건’으로 이 두 가지를 꼽는다. 1~2세 경영인들은 경제발전과 궤를 함께해 왔다는 측면에서 어지간한 편법 행위는 국가와 국민의 암묵적 용인을 받았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최근 삼성 사장단 강연에서 “역사적으로 재벌이 이만큼 커 온 데는 국가 차원의 보호와 지원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재벌가의 자녀들 중 일부는 가족의 돈과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사업체를 하나씩 꿰차면서 최근 몇 년 새 대기업 계열사가 급격히 늘었고, 손대는 업종 또한 증가했다. 1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2005년 4월 347개에서 올해 4월 583개로 늘었다. 7년 새 236개, 한 해 평균 33.7개씩 급증했다. 진출한 업종 또한 2001년 39개에서 2011년 말 56개로 10년 만에 43.5%가 늘었다. ●“미국이라면 기업분할 명령 내려져” 박승록 착한자본주의연구원 대표는 “2~3세 세습이 계속되는 동안 범삼성·현대·롯데·LG 등 4대 재벌 가문이 상장사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50%를 넘어섰을 정도로 경제력 집중도가 심화됐다.”며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오래전에 기업분할명령제(계열분리청구제)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업적 연관성이 없는 무차별 ‘문어발’ 확장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삼성, 롯데, 현대, LG, SK 등 웬만한 대기업은 커피·빵집, 떡볶이, 순대 등을 파는 외식업에 진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낳았다. 또 명품과 자동차 등 소비재 수입에만 열을 올려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워런 버핏이 가문의 부를 이어받은 이들을 ‘운 좋은 정자클럽의 멤버들’(lucky sperm club)이라고 폄하하면서 미국은 능력 위주의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 더 들어맞는 얘기다. 재벌의 시장 지배력이 커 가는 사이 기회를 박탈당한 서민들의 삶은 쪼그라들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의 절반은 창업한 지 3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소득은 창업 전보다 평균 16.2% 줄어들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공정 경쟁이다.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로 일자리 창출 등의 낙수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3~4세들이 한참 앞선 출발선에 있다는 사실은 반감을 낳기에 충분하다. 박 대표는 “3~4세 경영세습 이후 재벌그룹의 성과들이 계열사 내에서만 돌고 다른 하청기업으로 이전되거나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며 “재벌개혁을 통해 낙수 효과를 회복하고 다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회복지사·아랍 전문가·수의사·미술관 큐레이터… 민간경력자 103명 사무관 됐다

    사회복지사·아랍 전문가·수의사·미술관 큐레이터… 민간경력자 103명 사무관 됐다

    꼬박 26년을 사회복지시설에서 지낸 사회복지사, 아랍 전문가, 수의사, 미술관 큐레이터 등 모두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이들이 대한민국 사무관이 됐다. 행정안전부는 11일 민간경력자 5급 일괄 채용에서 이들을 포함한 103명의 최종 합격자 명단을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gosi.go.kr)에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경력자 채용은 부처별로, 수시로 진행됐으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파문 이후 지난해 처음 일괄 공채로 바뀌었다. 올해가 두 번째로 3109명이 지원해 평균 2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사회복지시설 관리정책 분야에 합격한 임동민(32)씨는 태어나자마자 아동양육시설에 들어가 꼬박 13년을 자랐고, 나중에 사회복지사가 된 뒤 역시 13년을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했다. 유년기와 청년기 26년 동안 사회복지의 수혜자이며 공급자로 살았던 만큼 복지정책의 허실과 과제 등을 몸으로 체험해 온 맞춤형 적임자인 셈이다. 아프리카, 중동지역 외교 분야의 유성재(38)씨의 삶 또한 이미 특화된 외교관의 삶을 향해 걸어 왔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그는 이집트에 어학연수를 갔다 왔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한국어-아랍어 통번역을 전공했다. 전문용어사전 편찬 사업에서 연구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지 언어만 구사하는 책상물림은 아니다. 졸업 뒤에도 코트라와 한화건설 사우디법인 등에서 시장조사, 플랜트 수주 영업, 관공서 인허가, 노무관리, 인력송출 등의 업무를 맡아 현지 실무경험도 탄탄히 쌓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손주영(33)씨는 영국의 정부장학생으로 선발돼 디자인과 미술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미디어, 영상,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융합 장르의 새로운 전시기획 방법론을 개발해 해외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명성을 다져나갔고, 20대 중반의 나이인 2005, 2006년 ‘한국의 차세대 디자인 리더상’을 거푸 받기도 했다. 국립미술관 큐레이터로서 국가브랜드가 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물질병 연구 분야에 합격한 유광수(39)씨는 바이러스학을 전공한 수의사로서 가톨릭대 세계보건기구 간염연구소, 국제백신연구소 등에서 일해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연구자로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내년 4월부터 2012년 공채 합격자들과 함께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10주 동안 기본 소양교육을 받는다. 민간경력 채용자들에게도 공직 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줌은 물론, 공채 합격자들과 대등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일진회, 전국에 600개

    중·고교 폭력 서클인 이른바 ‘일진회’가 전국적으로 6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개 중·고교 가운데 한 학교꼴로 폭력 서클이 있다는 의미여서 충격적이다. 일진회가 있는 학교와 지역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청이 25일 국회 학교폭력대책특별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에게 제출한 ‘학교 일진 관리 현황’에 따르면 이른바 ‘일진회’로 불리는 학교 폭력 조직이 전국 5339개 중·고교 가운데 11.2%인 597개교에서 활동하고 있고, 일진 조직원은 632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별로는 중학교 폭력 서클이 382개(3928명), 고교 215개(2397명)였다. 치안 당국 차원에서 학교 일진 현황이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경찰의 첩보 수집 및 탐문조사 결과다. 폭력 서클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로, 전체 707개 중·고교 가운데 83개교에 일진회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전남이 84개교, 경기가 78개교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 지역에서 고교보다 중학교에서 일진 조직이 더 많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0만명당 일진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충남(328명)으로 전체 28만 1869명 가운데 일진 학생수는 927명이었다. 이어 전남(212명), 강원(161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10만명당 일진 학생이 적은 지역은 경기(58명), 대전과 경남(각 61명) 등으로 조사됐다. 박 의원은 “학교 폭력 현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들이 협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학교 일진의 대물림과 성인 폭력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충남 일진 ‘최다’…교과부 조사와 ‘괴리’

    경찰청이 파악한 학교폭력 서클이 600개가량 된다는 것은 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학교 현장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다. 경찰이 처음 공개한 일진 현황에는 학교별로 일진 학생들이 들어 있어 향후 체계적으로 맞춤형 관리를 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또 수년에 걸쳐 자료를 업데이트하면 학교폭력의 재생산과 대물림, 성인 폭력 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더불어 학교폭력 실태 파악을 위해 교육 당국 등 관련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특히 학교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인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폭력 정책과 자료 관리에 대해 경찰과 교육 당국, 지역사회 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경찰의 이번 현황 조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실태 조사와 다소 거리가 있다. 교과부의 지난 4월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서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은 지역은 강원(28.8%)과 서울(26.9%), 대전(26.3%) 등의 순이었다. 경찰청이 파악한 일진 현황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 지역은 학생 10만명당 일진 학생 수가 각각 67명과 61명으로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선 학교들도 학교폭력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요구하고 있다. 충남이 학생 10만명당 일진 학생 수가 32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경찰청의 현황 조사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초 태안 등에서 학교폭력 서클에 속한 100여명 학생이 대대적으로 적발된 적이 있다. 이런 사건 때문에 충남 지역에 학교폭력 학생이 많은 것으로 집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태 조사에도 이미 지난 사건들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남 지역의 한 경찰관도 “학교폭력 첩보 수집을 열심히 한 지역에서 건수가 높게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사설] 소외계층 배려 대입전형 기준 왜 겉도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아무리 넓고 깊어도 지나치지 않다. 사회 양극화가 도를 더해가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서로가 서로에게 점점 더 낯선 존재가 되어가는 격차사회의 주범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육기회의 불균등이다. 교육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은 절망사회다. 2009년 대입전형에 기회균등할당제를 도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기회균등할당제는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 농어촌·도서벽지 학생, 특성화고 졸업자, 특성화고 졸업 후 산업체 근무 3년 이상 재직자 등 4개 분야에 걸쳐 정원의 11%까지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실적이 미미하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기회균등전형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12년도 서울대(5.8%), 고려대(6.0%)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경우 전국 181개 대학 평균치인 7.7%에도 못 미친다. 저소득층 전형 비율은 평균 1.2%에 불과하다. 무늬만 기회균등전형인 셈이다. 대학들이 기회균등전형에 이처럼 소극적인 데는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능력 있는 일반 학생의 기회를 박탈하는 ‘불평등’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경쟁하거나 진학하기 어려운 소외계층 학생들에 대한 ‘예외적’ 조치를 송두리째 부정할 근거는 희박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무작정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사설을 통해 기회균등전형은 “갈수록 고착화하는 계층의 대물림을 어느 정도 끊을 수 있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옳은 방향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정부는 정원외 입학 소외계층 자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또한 기회균등전형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상 확고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보다 내실 있는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저자와 차 한 잔] ‘골목사장 분투기’ 펴낸 前 커피숍 운영자 강도현

    [저자와 차 한 잔] ‘골목사장 분투기’ 펴낸 前 커피숍 운영자 강도현

    요즘 신문 경제·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 중 자영업과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 대부분 우울한 것들이다. 폐업, 자살, 빚더미…. 이런저런 통계만 대충 들여다봐도 자영업이 얼마나 험하고 힘든 영역인지 금세 알 수 있을 정도다. ‘자영업자 비중 경제활동 인구의 28.8%’,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원 이하’, ‘자영업자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창업 2년 내 50% 폐업’…. 최근 ‘골목 사장 분투기’(인카운터 펴냄)를 낸 강도현(34)씨 역시 그런 ‘우울한 영역’의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본 희생자다. “망하고 나서야 자영업 생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눈 뜸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커피숍을 2년 남짓 운영해 보니 겉보기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카페 하면 낭만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거품만 둥둥 뜬 아수라장인 셈이지요.” 카페 운영에 뛰어들기에 앞서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였다. 미국 리버티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파생 상품 트레이더로 남부럽지 않은 넉넉한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폐해를 봤단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고액 연봉을 팽개치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소셜 카페 운영자로 변신했던 것이다. 물론 철저하게 망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들어요. 십중팔구는 망합니다. 망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지요.” 카페 운영을 하면서 보고 느낀 충격이 컸단다. 무엇보다 공정하지 않은 조건들을 감수해야만 하는 토양과 환경이 문제다. 망하고 나서야 전직 컨설턴트의 생리가 작동했고 그 불합리와 부조리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넉넉한 사람이 자영업을 하나요? 먹고살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거나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미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위험한 시장에 뛰어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조건들이 기다린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임대료에 실체도 없는 권리금, 프랜차이즈 본사의 간섭과 요구…. 쉬지도 못 하고 밤낮으로 벌어 봐야 임대료며 인건비를 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 은행 대출까지 받으면 그야말로 숨 쉬기도 힘이 들 정도다. 불합리한 조건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자영업은 영원히 위험한 영역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자영업 쇼크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향후 30년가량 지속될 고용 충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대열의 대부분이 베이비부머잖아요. 앞날이 빤히 보이지 않습니까.” ‘자영업은 은퇴자의 무덤’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장기 충격에 대비한 정책과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단다. 지금의 고충을 자식 세대들에까지 대물림할 게 뻔한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닌 것이다. 자영업이 더이상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은퇴자의 무덤’이 아니기 위해 그는 지금 색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올해 초 서울 동교등 근처에 소셜 카페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 카페는 공의와 공동체의 삶이 살아 있는 실천의 공간이다. 큰 수익은 내지 못하지만 함께 나누고 공동의 목적이 실천되는 대안의 자영업이랄까. “당장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뜬 구름 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지금의 모순과 폐해를 답습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화려한 소비 차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치에 눈을 돌려 보자는 말이지요.”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정책 결정과 도깨비도로 함정/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열린세상] 정책 결정과 도깨비도로 함정/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도깨비도로란 올라가고 있는데 내려간다고 착각하게 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도로의 특정 구간을 일컫는 말이다. 도깨비도로 현상은 도로 주변의 지형 특성이 만드는 착시 현상이다.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리막인데도 오르막이라고 착각해 승용차 가속 페달을 힘껏 밟다가 차가 너무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거나 때로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도깨비도로 착시 현상은 그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혹은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면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종종 이러한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진다. 전후좌우를 따져볼 때 분명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정보와 비교해 빠르게 판단하도록 진화되어 온 뇌 구조, 개인 욕심이나 다른 이유로 인한 정보 수집 및 분석 오류, 더 크게는 그동안 형성해 온 좁은 관점 등등 때문이다. 자신의 확신이 크면 클수록 상대의 지적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도깨비도로와 달리 그 자리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그 현상을 어느 정도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국가 차원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참여자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초 한국교육학회 춘계 세미나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분석·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치는 ‘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었고, 기대하는 효과는 ‘국민이 만족하는 교육·가난의 대물림 차단’이었다. 그런데 자율형 사립고,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한 3단계 대입 자율화 등 그 구체적인 정책을 살펴보니 내건 기치와 달리 잘못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는 정책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내건 기치와 기대 효과가 ‘교육 만족 절반, 사교육비 두 배’, ‘고소득층이 만족하는 교육·가난의 대물림 강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즉 원래 내건 기치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의 견해도 동시에 피력하였다.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종종 내건 기치와 다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우를 범하는 이유는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후보 대선 공약을 보면 “대학입시 자율화가 입시부담, 학습부담을 줄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전형방법이 수없이 늘어나서 학부모와 학생의 준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정책 제안자가 고의로 혹은 무지해서 그러한 우를 범한 것이 아니라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져 있어서 그러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비록 힘이 들겠지만 그 집단과 다른 관점에서 그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논의를 진행하면 할수록 함정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공동 작업이 힘들다면 의도적으로라도 반대 관점의 연구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뿐만 아니라 반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입안 과정 참여자가 현상을 보다 큰 안목에서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일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분야별로 새로운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현 정부의 사람들이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또 다른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며 국가의 미래를 그려 가기 바란다.
  • [서울광장] 5·16과 역사이성/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5·16과 역사이성/김종면 수석논설위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60여년, 한국 현대사는 한마디로 격동의 역사다. 해방과 분단,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다. 그러나 한편 억압의 시대는 크나큰 고통을 안겨줬다. 숱한 정치적 사건들이 모자이크돼 있는 현대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학계에서도 현대사는 민감한 분야라는 이유로 기피 대상이 됐겠는가. 현대사는 ‘불신의 역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의 ‘5·16논쟁’을 보면 회의가 앞선다. 현대사 이해의 키워드인 5·16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정파적 진영논리를 내세우기 일쑤다. ‘그들만의 신념’에 사로잡힌 어설픈 역사몰이꾼들이 넘쳐난다.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노력이 아쉽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의 5·16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그는 5·16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역사논쟁을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요컨대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얘기다. 그 바탕에는 5·16은 쿠데타가 아니라 ‘구국의 혁명’이라는 도덕적 확신이 깔려 있다. 5·16 옹호 혹은 미화로 요약되는 그의 현대사 인식은 과연 온당한 것인가. 국가지도자에게 올바른 역사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역사의식이 필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참여정부를 출범시키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한 역사”라고 불렀다. 이 같은 ‘자학사관’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나. 다양한 역사해석의 문을 닫아버린 채 일면의 진실만을 강조하는 것은 비상식에 속한다. 5·16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주장 또한 상식적인 역사관에 기초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5·16은 불행한 쿠데타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박 후보는 요지부동이다. ‘개인사관’의 굴레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5·16관(觀)은 가히 제왕적이라 할 만하다. 최근 박 후보의 5·16 발언과 관련, 캠프 내에서도 국민이 공감할 수 없다면 표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5·16 발언 이후 이틀 만에 지지율이 4.5% 포인트나 떨어졌다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한갓 중원의 ‘들토끼’(중도층)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선거공학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너무 옹색하다. 국가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유력 대권주자라면 현실이 아니라 역사에 살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박 후보는 엊그제 제주 4·3사건을 언급하며 현대사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분히 5·16 발언의 역풍을 의식한 말이다. 어쨌든 본인에게는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현대사 인식에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면 반가운 일이다. 5·16 문제도 그처럼 좀 더 유연하고 공변된 자세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역사논쟁을 단순히 ‘과거와의 싸움’으로만 보는 건 단견이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말은 무책임에 가깝다. 역사에 대한 정당한 이해 없이 미래에 대한 구상은 불가능하다. 역사논쟁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다. 우리 현대사에 흉한 생채기를 남긴 5·16에 대한 판단을 언제 열릴지도 모를 ‘역사의 법정’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박 후보는 역사인식에 대한 검증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그의 주위에 진을 친 책상물림 정치이데올로그들의 ‘조언 아닌 조언’에 기댈 일이 아니다. 그들이 아무리 이로정연한 언설을 늘어놓은들 감동할 국민은 없다. 박 후보가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다시 한번 분명히 5·16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 헌정질서가 파괴되고 인권이 유린당한 ‘과정’은 어찌됐든 경제성장의 ‘결과’가 좋으니 혁명이라는 식의 5·16론은 누가 봐도 공소하다. ‘절반의 진실’에 불과한 5·16 발언의 완전 수정판을 보고 싶다. 대선이 코앞이다. 역사를 ‘이해’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역사적 이성을 발휘할 때다. jm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