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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美 첫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하늘로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가 2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61세. AP에 따르면 ‘샐리 라이드 과학 재단’은 웹사이트를 통해 “샐리는 활력과 왕성한 호기심, 지식과 열정, 헌신,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다.”면서 “그녀는 한계를 모르는 정신력의 소유자였다.”고 밝혔다. 라이드는 1983년 6월 18일 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7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 탑승해 우주 공간에 진출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인 1978년에 우주인으로 선발돼 미 항공우주국(나사) 지상 요원으로 일하면서 2호, 3호 우주왕복선 통신 담당으로 활동했다. 2개의 통신 위성을 우주 공간에 배치하고 우주 공간에서 약학 실험을 수행하는 임무를 띤 챌린저호에 탑승해 사상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로봇 팔을 작동시켜 위성을 회수한 여성 우주인이 됐다. 라이드는 1984년 다시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에 나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시시콜콜 인적사항도 고객 신용평가 반영

    시시콜콜 인적사항도 고객 신용평가 반영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A은행 지점을 찾았다.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창구 직원은 ‘대출(상담) 신청서’ 한 장을 내밀었다. 대출받는 것과 관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세한 인적정보를 요구하는 서류였다. 결혼 여부, 동거가족, 맞벌이 여부, 심지어 결혼기념일까지 적게 돼 있었다. “이런 것까지 적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정보를 빠뜨리면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급한 돈이 필요한 소비자는 은행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직장 자주 옮기면 신용 위험 커 불이익” 최근 감사원은 신한은행이 고객의 학력을 신용평가에 반영해 대출금리를 차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돈을 빌려줄 때 학력까지 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은행들은 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의 시시콜콜한 인적사항을 수집해 신용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직장인 신용대출은 말 그대로 소득과 금융거래이력 등을 바탕으로 돈을 빌리는 것인데도, 은행은 신청자가 얼마나 넓은 집에 사는지, 배우자의 소득은 얼마인지, 고급차를 타는지 등의 정보를 대출 승인 및 금리 산정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날 국민·우리·신한·농협 등 4개 은행의 대출신청서를 받아 살펴보니 결혼 여부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은행은 한 곳이었다. 하지만 4곳 모두 배우자의 소득, 배우자의 주택소유 여부를 물었다. 사실상 결혼 여부를 신용평가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많은 배우자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환능력이 좋다고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은 아파트, 주택, 오피스텔, 기숙사 등 주거형태를 표시하게 한 뒤 면적과 거주기간 정보도 요구했다. 자동차 소유정보를 물어본 은행은 3곳으로 보유 차종의 배기량을 적도록 하고, 이 가운데 1곳은 몇년 식인지도 물었다. 전 직장 정보는 필수기재 사항으로 분류돼 있었다. 전 직장의 이름과 최종직위, 재직기간 등을 요구했다. 은행 관계자는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은 신용위험이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평가체계 불투명해 대출거부 설명 못해” 은행들은 대출신청서상의 개인정보가 모두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참고용일 뿐이고 금융거래 실적과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등을 주로 따져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신용평가 항목과 가중치 여부는 영업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은행들이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거나 대출이 거절된 고객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주지 않는 것은 자체 신용평가체계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높은 금리를 물리기 위해 사사로운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금융의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한국 국제물리올림피아드 종합4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 15일부터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제43회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 대표단이 종합 4위를 차지했다고 24일 밝혔다. 81개국에서 378명의 학생이 참가한 이번 올림피아드에 5명의 학생을 파견한 우리나라는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김수신(경기과학고 3)·이원석(서울과학고 3)·임재모(서울과학고 2) 학생이 금메달을, 권우진(서울과학고 3)·최수연(서울과학고 3) 학생이 은메달을 땄다. 중국과 타이완이 금 5개씩으로 공동 1위에 올랐고 싱가포르가 3위, 러시아와 미국이 한국과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부산 해수욕장도 ‘금주 해변’ 되나

    부산 해수욕장도 ‘금주 해변’ 되나

    강원 경포해수욕장이 금주 해변을 선포한 가운데 부산 지역 해수욕장에서도 음주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김길용 의원은 24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강원 강릉시는 올해 경포해수욕장을 금주 해변으로 선포함에 따라 고성방가나 각종 사고 및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산시도 해변의 건전 문화 조성을 위해 해운대해수욕장 등에 대해 금주 해변 지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피서객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면 ‘클린컬처티켓’을 나눠 줘 영화의 전당·영화관·해수욕장 시설에서 할인 혜택을 받게 하는 등의 방안도 깨끗한 해수욕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부산 지역 해수욕장은 ‘부산시 금연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금주에 대해서는 법제도가 없어 강제 규제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여름철 관광지로 시민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부산 지역 해변에 음주로 인한 쓰레기 발생과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 등이 발생하는 등 해변 환경 훼손과 함께 유명 관광지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피서철 성수기인 7, 8월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하루 평균 8.5t의 쓰레기가 발생하며, 이를 처리하고자 170명의 인원과 예산 4억 8600만원이 투입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뉴질랜드 일부 해변은 음주 적발 시 최대 1820만원을, 미국 대부분 주에서도 해변 등 공공장소에서 술 마시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적발 시 110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수욕장 금주 분위기가 일자 부산해운대구도 관련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은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오래전부터 봉사단체 등이 건전해수욕장 유지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백사장 음주 규제 등을 위한 조례 제정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런던올림픽 D-2] 집밥 먹고 태릉에서 훈련하는 듯

    [런던올림픽 D-2] 집밥 먹고 태릉에서 훈련하는 듯

    아침으로 쌀밥에 김치를 얹어 먹고, 다른 종목 선수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런던의 첫날이 밝았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흠뻑 땀을 흘렸고 익숙한 훈련 파트너의 깃을 잡아 메쳤다. 짧고 굵은 훈련에도 땀은 비 오듯 흘렀다. 지난 24일 영국 런던에 도착한 ‘금메달 0순위’ 왕기춘(포항시청)과 김재범(한국마사회) 등 유도대표팀이 숨가쁘게 현지 적응을 마쳤다. ●핸드볼 등 7종목 마음껏 연습 11시간의 비행과 8시간의 시차에 몸은 축났지만 걱정할 건 없다. 런던에 또 하나의 ‘태릉선수촌’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KOC)가 브루넬 대학에 현지 훈련캠프를 차려 놓은 덕에 태극전사들은 결전지 분위기에 금세 녹아들었다. 지금까지 태릉에서 해 오던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든든한 훈련 파트너와 깔끔한 매트, 정갈한 한식과 물리치료사의 정겨운 마사지까지. 남자 유도의 정훈 감독은 “내 집에 온 것 같은 편한 마음으로 런던에 왔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기분이 좋았다.”고 여유를 보였다. 유도뿐이 아니다. 브루넬 대학은 핸드볼·복싱·펜싱·태권도·레슬링·육상 등 7개 종목이 훈련할 수 있도록 체육관을 비웠다. 하키·수영·탁구·배드민턴 연습장은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마련됐다. 핸드볼 훈련은 나뭇바닥을 뜯어내고 올림픽 규격에 맞춘 새 바닥을 깔았고, 레슬링도 실전과 같은 매트를 설치했다. 10개 종목 115명의 한국 선수가 여기서 마무리 훈련에 한창이다. 태릉에서부터 호흡을 맞춰 온 각 종목 훈련 파트너 60명도 ‘금빛 마무리’를 착실히 돕고 있다. 올림픽선수촌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한국 유학생 30여명을 자원봉사자로 배치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밥심’도 무시할 수 없다. 캠프에는 9명의 조리사가 머물며 영양이 듬뿍 담긴 한식과 영양식을 차려 낸다. 복싱·역도·레슬링 등 체급 종목들은 사골국, 전복죽 등 특식도 제공받는다. 4명의 물리치료사도 의무실에 대기하며 힘을 보탠다. 그야말로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시간 안 쫓기고 마음 편하고 사실 그동안 올림픽 때마다 우리 선수들은 고생했다. 연습장을 다른 나라와 쪼개서 써야 하는 데다 그마저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여기에 시차까지 적응되지 않으면 컨디션 유지는 꽝. 특히 이번 런던대회의 올림픽선수촌부터 훈련시설까지는 자동차로 80분 이상 걸리고 체증까지 심해 까딱하면 차에서 왕복 서너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전진기지’ 브루넬 선수촌 덕에 선수들은 불편함 없이 막판 담금질에만 집중하고 있다. 당연히 반응도 좋다. 태권도 김세혁 감독은 “선수촌에 들어가면 훈련장 배정을 하루 한 시간밖에 받을 수 없는데, 여기는 태릉에서처럼 마음껏 훈련할 수 있다.”며 만족해했다. 여자핸드볼 강재원 감독은 “스케줄을 고려해 맞춤 훈련을 하는 데 최고인 것 같다.”고 했고, 탁구 현정화 감독도 “선수들이 확실히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10-10’(금메달 10개-종합 10위)을 향한 꿈도 영글고 있다. 훈련캠프를 총괄하는 박찬숙 단장은 “우리 때는 빵에 고추장을 발라 먹어 가며 고되게 준비했는데 여기선 편안하게 훈련할 수 있다. 이런 말은 좀 이르지만 우리 선수들이 뭔가 사고를 칠 것 같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인사]

    ■관세청 ◇승진 △관세청 정보기획과장 김용식 ■한국학중앙연구원 △해외한국학연구소장 김종명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가속기부장 전동오△SCL팀장 김형진△IF·고주파〃 김종원△빔물리·입사기〃 홍인석△실험장치부장(ISOL팀장 겸임) 김용균△스펙트로미터팀장(응용장치팀장 겸임) 윤종철△운영관리부장(건설시설부장 겸임) 김왕근△사업관리팀장(건설팀장 겸임) 정연세△운영관리부 기획운영팀장 김래회△정보협력팀장 박창호 ■금융결제원 ◇선임 △상무이사 박광헌 ■군인공제회 △감사 우국석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원장 유필화
  • 명왕성, 위성이 무려 5개… 태양계 9행성 지위 되찾나

    명왕성, 위성이 무려 5개… 태양계 9행성 지위 되찾나

    태양계에는 몇 개의 행성이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누구나 저절로 머릿속에서 ‘수·금·지·화·목·토·천·해’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세어 보게 마련이다. 현재 태양계의 행성은 모두 8개.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이 아직은 어색할 수 있다. 입버릇처럼 ‘해’ 다음에 따라나오던 ‘명’, 곧 명왕성을 애써 지워야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행성이 9개에서 8개로 줄어든 것은 2006년 8월이었다. 지구와 동등한 자격을 잃고 왜행성(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격하된 명왕성의 현재 공식 명칭은 ‘소행성134340’이다. ●새롭게 조망받는 ‘쫓겨난 행성’ 명왕성이 다시 천문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2일 “허블우주망원경이 명왕성 주위를 돌고 있는 또 하나의 위성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다. 달보다 작고, 행성 지위에서 쫓겨난 명왕성이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무려 5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성·금성은 위성조차 없고, 지구는 하나, 화성은 두 개에 불과한데 말이다. 과학전문 뉴사이언티스트는 “명왕성의 다섯 번째 위성은 명왕성의 지위 격하를 둘러싼 논란에 신선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죽음의 신 ‘플루토’(Pluto)에서 따온 이름만큼이나 명왕성의 운명은 기구했다. 1930년 2월 18일, 23살의 천문대 조수 클라이드 톰보가 미국 애리조나주의 로웰천문대 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명왕성을 발견했다. 명왕성의 발견은 천문학계의 놀라움이자 기쁨이었다.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행성X’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가 태양계 별의 족보를 정리한 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기까지 15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태양계의 별은 태양을 포함해 7개뿐이었다. 천지개벽으로 여겨졌던 지동설조차도 별의 숫자가 아닌 중심축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기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망원경의 발달로 1781년 3월 영국의 윌리엄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하면서 이 같은 상식이 무참히 깨졌다.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한 뒤 물리학자들은 뉴턴 물리학을 기반으로 천왕성의 궤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관찰한 천왕성은 뉴턴의 공식을 완벽하게 따르지 않았다. 프랑스의 위르뱅 르베리에는 천왕성 외부에 또 다른 행성이 있어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위치를 계산해 1846년 베를린 천문대의 요한 갈레에게 보냈다. 편지를 받은 그날 밤 갈레는 르베리에가 지목한 장소에서 정확히 새로운 행성, 해왕성을 찾아냈다. 명왕성의 발견 역시 해왕성의 궤도가 계산대로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1890년 퍼시벌 로웰은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천문대를 세우고 해왕성 이외에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행성 즉, ‘행성X’를 찾고자 했다. 논점을 이탈하는 얘기지만 천문학자이자 외교관, 실업가였던 로웰은 한국 역사에도 등장한다. 1876년 일본을 찾았다가 조선의 첫 미국 사절단의 통역을 맡았다. 오랫동안 한국을 뜻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로웰이 조선을 다녀간 뒤 쓴 책의 제목이다. 로웰은 노월(越)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고종의 사진을 처음으로 찍어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로웰이 예언하고, 그토록 찾고자 했던 행성은 그가 사망한 지 15년 뒤에야 발견됐다. 톰보가 발견한 행성은 11세 소녀 베네티아 버니의 제안에 따라 미지의 영역인 태양계의 끝에 있다는 의미로 플루토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공교롭게도 첫 두 글자 P와 L는 퍼시벌 로웰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뉴호라이즌스호의 2015년이 기대되는 이유 명왕성 발견 당시 아마추어 천문학자에 불과했던 톰보는 일생 동안 혜성 하나와 초은하단 하나, 성단 6개, 소행성 750개를 발견했다. 1992년 NASA는 톰보에게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한 위성 ‘뉴호라이즌스’호 탐사계획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1997년 세상을 떠난 톰보는 결말을 보지 못했다. 대신 2006년 1월 발사된 뉴호라이즌스호에는 톰보의 유골이 실렸다. 톰보는 2015년 7월 명왕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반세기 넘게 태양계의 막내로 인정받았던 명왕성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 태양계에서 소행성을 비롯한 미확인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부터다.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들이 여럿 등장하자 국제천문연맹(IAU)은 이들을 모두 행성으로 인정할 것인지(당시 발견된 것들을 모두 포함하면 태양계의 위성은 12개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아니면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할 것인지에 대한 의논을 시작했다. 논의 끝에 2006년 8월 24일 IAU 총회는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한다.’ ‘충분히 큰 질량을 가져 자체 중력 때문에 둥글어야 한다.’ ‘자신의 공전궤도면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강력한 존재여야 한다.’라는 행성의 세 가지 정의를 발표했다. 지름이 지구의 5분의1, 질량이 500분의1에 불과한 명왕성은 앞의 두 조건은 충족하지만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명왕성의 궤도는 찌그러져 있어 공전 중에 해왕성보다 더 태양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자신의 위성인 카론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이 때문에 명왕성은 왜행성으로 격하되면서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해 미국에서는 몰락을 뜻하는 신조어인 ‘그 친구 명왕성 됐어.’(He’s plutoed)라는 문장이 올해의 문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76년간의 믿음, 그것도 과학적 사실이 변하는 것은 그만큼 전 세계에 충격이었다. 명왕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꼬마 행성인 명왕성의 위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하나가 추가되면서 5개로 늘었고, 명왕성이 에리스와 쌍둥이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가까이 가면 얼마나 많은 위성이 새롭게 밝혀질지 모른다.”면서 “명왕성에 다시 행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새로운 근거가 마련되기를 많은 학자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왕성은 행성일 당시 유일하게 미국에서 발견한 행성으로, 미국 천문학계의 자존심이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백지영, 자기 쇼핑몰 비난 계속되자 갑자기…

    백지영, 자기 쇼핑몰 비난 계속되자 갑자기…

    가수 백지영이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논란이 된 인터넷 쇼핑몰 ‘아이엠유리’의 공동 운영에서 손을 뗀다. 아이엠유리 측은 23일 “백지영씨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수익 배분은 물론 경영과 모델 활동 등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백지영과 쿨의 유리 및 지인 2명이 공동 대표로 참여한 아이엠유리는 최근 직원이 작성한 글을 소비자 사용 후기로 위장해 게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받아 도마에 올랐다. 지각 등 근무수칙을 어긴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인기있는 이유를 알겠어요.’ 등 가짜 사용자 후기를 5건씩 올리도록 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에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사과 공지문을 2주 동안 게시하도록 한 공정위 명령의 이행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불거졌다. 7월 9일 시정명령을 받은 것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 2주가 될 수 없는데도 아이엠유리 측이 “2주 동안 사과공지문을 게재했다.”고 주장하자 소비자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아이엠유리 측은 “본사는 4명이 공동 대표로 회사를 꾸렸고 연예인인 백지영 씨와 유리 씨는 의류 모델 및 스타일링을 맡았다.”면서 “분업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됐기에 백지영 씨는 직원들이 허위 후기를 남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구당권파 “중앙위서 결정하자”… 李·金제명 26일로 연기

    구당권파 “중앙위서 결정하자”… 李·金제명 26일로 연기

    비례대표 부정 경선 논란을 빚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23일 제명안 처리가 극심한 진통 끝에 26일로 연기됐다. 통진당 신당권파 측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밀어붙였지만 구당권파 측과 일부 중도파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제명 처리를 공언했던 심상정 원내대표 등 신당권파 지도부의 리더십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원내대변인인 박원석 의원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의총을 통해 이·김 두 의원에 대한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결정문에 합의했다.”며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26일 의총에서 이·김 두 의원의 제명을 일괄해 최종 의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차기 의총에 구당권파 의원 6명도 전원 참석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통진당은 오전 8시 의총에서 두 의원에 대해 제명 처리를 신속히 확정하기로 했지만 구당권파 이상규 의원이 25일 예정된 중앙위원회 이후로 제명안 처리 연기를 요구하고 중도파인 김제남 의원이 소속 의원 전원 참석을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표결 처리는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의총은 3차례 정회됐고,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의총에는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노회찬·강동원·박원석·정진후·김제남·서기호 의원 등 7명이 참석했고,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비롯한 구당권파 측 의원들은 불참했다. 정당법에 따라 현역인 두 의원이 제명되려면 소속 의원 13명 중 7명이 찬성해야 한다. 김 의원은 정회 때 이석기 의원을 만나 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철회하는 대신 이 의원이 자진사퇴하는 방안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의원은 이를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구당권파 측은 이날 의총에서 제명 결정이 날 경우 25일 중앙위를 열어 두 의원의 복당을 심사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당권파는 출당과 복당을 이틀 만에 번복할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예 중앙위를 먼저 열어 비례대표 총사퇴와 비례대표 경선을 부정·부실로 판단한 제1, 2차 진상조사보고서를 폐기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당권파는 중앙위(전체 86명) 구성이 46대40으로 자신들이 우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구당권파 측은 의총이 열리는 시각 국회 앞에서 제명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일부 진보진영 원로들은 피켓을 들고 의총 현장을 항의 방문하려 했으나 당 지도부가 국회 사무처에 이들의 국회 진입금지를 요청해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강주리·송수연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ICT 거버넌스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ICT 거버넌스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지난 2006년 초에 아프리카 남부 4개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짐바브웨·잠비아·보츠와나를 방문하는 여정이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한 3개국에 입국할 때는 입국비자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세계 3대 폭포 중의 하나로 꼽히는 빅토리아 폭포의 80%가 짐바브웨 영토에, 20%가 잠비아 영토에 있기 때문에 짐바브웨는 1인당 30달러를, 잠비아는 10달러를 비자비용으로 받았다. 반면에 사파리 투어가 가능한 초베 국립공원을 보유한 보츠와나는 130달러를 비자비용으로 받았다. 보츠와나가 짐바브웨나 잠비아보다 훨씬 높은 비자비용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자연환경을 단순하게 보여주기보다는 동물의 왕국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는 꿈을 파는 데 있다. 마치 높은 화장품 가격에 예뻐지고 싶다는 사람들의 기대가 포함되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오는 12월 19일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명박(MB)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거버넌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ICT 거버넌스 개편이 화두가 되고 있다. 논의되고 있는 개편 방안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된 ICT 규제와 진흥 기능을 독임제 부처로 통합하고 일원화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독임제 부처를 신설해도 방송통신 관련 규제 중 정치적인 고려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별도의 합의제 위원회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다만 이를 부처 내에 둘 것인가 아니면 외부로 독립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분산된 ICT 규제와 진흥 기능을 통합하되 통합의 범위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에 따라 일정부분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 MB정부의 분산형 ICT 거버넌스를 ICT 전담부처 체제로 다시 전환하는 것은 마치 빅토리아 폭포의 20%를 갖고 있는 잠비아가 80%를 갖고 있는 짐바브웨로 바뀌는 물리적인 변화나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 물론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구분이 어렵고 모든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지식경제부에서 소프트웨어 기능을 떼어내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ICT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진흥 기능 역시 ICT 전담 부처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ICT 전담부처 체제로 전환하여도 부처 간의 갈등이나 업무중복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청와대에 ICT 수석을 신설하여 국가 전체적인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ICT 거버넌스를 전담할 독임제 부처의 등장이 과거 정보통신부의 부활로 간주되지 않으려면 ICT 전담부처에 반드시 콘텐츠 관련 규제와 진흥 업무가 통합돼야 한다. 전통적인 ICT 거버넌스가 소통에 역점을 두었다면, 새로운 ICT 거버넌스는 소통에 문화를 덧입혀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ICT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보츠와나가 사파리 투어라는 콘텐츠를 무기로 인접국가보다 몇 배나 높은 입국비자 비용을 청구하듯이 우리나라 ICT 생태계가 한류 콘텐츠를 중심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체질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5년 만에 다시 손을 댄다는 부담은 있으나 ICT와 관련한 MB 정부의 실정을 감안할 때 ICT 거버넌스 개편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개편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곤란하다. 즉, ICT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우리나라 ICT 생태계가 물리적인 제품이나 네트워크를 파는 제조업 모델에서 꿈을 파는 문화산업 모델로 진화하는 것이 ICT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논의와 의사결정 그리고 집행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소통이 문화를 만났을 때 보츠와나는 잠비아나 짐바브웨와는 다른 모델을 추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ICT가 잠비아나 짐바브웨의 모델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보츠와나 모델로 변신할 것인가, 정치권이나 국민의 선택이 궁금하다.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1)조선 천주교 개척 이벽&황사영

    [선택! 역사를 갈랐다] (21)조선 천주교 개척 이벽&황사영

    1779년(정조 3) 겨울. 남인의 젊은 학자들이 천진암에서 강학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벽(李蘗)은 눈발이 날리고 호랑이가 출몰하는 100여리의 밤길을 내달려 강학회에 참여했다. 이벽의 등장으로 유학을 강마하던 모임은 대번에 서학과 천주교에 대한 토론장이 되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784년. 이벽의 권유를 받은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하자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천주교(가톨릭)가 싹텄다. 천주교는 지식인을 비롯한 중인, 평민과 천민, 여성 등 각양각색 인물들에게 퍼져갔다. 정조가 승하하고 반 년 정도가 지난 1801년 1월. 대대적인 박해가 시작되었다. 정약용의 조카사위 황사영(黃嗣永)은 서울을 빠져나와 충청도 제천의 산골짜기 배론(舟論)에 숨어들었다. 배론의 토굴에 숨어지내며 그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편지는 북경 교구장 구베아(Gouvea) 주교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편지 말미에서 황사영은 조선 교회의 재건을 위해 전대미문의 요청을 했다. 편지는 그가 잡히면서 공개되었고 조선 조정은 뒤집어졌다. 이른바 ‘황사영 백서(帛書) 사건’이었다. 한국 천주교는 진리를 찾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택했지만 그 선택은 박해가 예고된 고난의 여정이었다.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은 진정 하늘에 오르는 사다리를 발견했던 것일까. ●18세기 중국 통해 서학·천주교 유입 17세기 초 조선 사람들은 ‘유럽’이란 또 하나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18세기에 접어들자 서양의 천문, 역법, 수리, 의학에 관한 서적과 기물에 더욱 익숙해졌고, 북경에 간 사신들은 으레 선교사가 거주하는 천주당을 방문하였다. 그 결과 저들도 나름의 진리가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당시 서양과 그들의 학문에 대해 가장 해박했던 인물은 이익(李瀷)이었다. 그로 인해 서학(西學)이 일세에 풍미하게 되었고, 그의 문하에서 이른바 ‘친서파’(親西派)로 일컬어지는 이가환, 권철신, 정약전·정약용 형제, 이승훈 등이 배출되었다. 이익 문하의 학자들은 여전히 ‘서학 수용’에 머물러 있었다. 서학은 새로운 지식일 따름이지, 유교의 가르침에 상응하는 새 가르침이 아니었다. 그런데 홀연 학문에서 신앙, 신념으로 건너뛴 인물이 나왔다. 이벽이었다. 이벽은 어려서부터 ‘하늘의 도리’에 뜻을 두었다. 20세쯤 서학서에 충격받았고, 25세 전후에 서학 서적을 망라해 읽고는 드디어 마음을 바꾸고 천주교를 신봉하였다. 이 시기 전후에 그는 조선 최초의 호교서로 평가받는 ‘성교요지’(聖敎要旨)를 집필한다. 그것은 천지를 주관하는 천주(天主)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의 선언은 성리학의 근본 원리인 천리(天理)에 대한 도전이었다. 성리학에서 하늘은 천리이다. 천리는 우주 질서의 원리, 사물의 물리, 사회의 윤리이다. 천리는, 우리가 ‘하늘’을 들을 때 떠올리는 ‘하느님’, ‘푸른 하늘’ 같은 인격성과 자연성이 약하고, ‘질서·조화·바름’과 같은 추상성과 윤리성이 강한 개념이다. 천리는 유교 왕국 조선에서는 모든 질서의 원천이자 가치의 근원이었다. 이벽은 ‘천리는 현실에서 공허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천리에 비해 천주는 인격적 존재로 현실감이 있고 내세관마저 채워주는 존재였다. 그는 양 개념이 대립적이라고 여기지 않고 서로 보완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대다수 조선인들은 천주 선언을 유교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으로 보았다. ●관대하던 정조 사후, 1801년 대대적 박해 시작 천주교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지식인들은 ‘천리’와 ‘천주’의 대결이 가져올 파장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서로 대결한다면 그것은 문명 사이의 가치관 전쟁이자, 그에 동반한 사유와 많은 개념들을 재조정하는 일이 될 터였다. 16세기 천주교를 동양에 전파했던 예수회 선교사들은 이 점을 알고 있었고, 두 문명 사이의 대화와 상호 이해를 도모하였다. 선교사들은 ‘Deus’(God의 라틴어)를 유교 경전에 등장한 상제(上帝)와 유사한 천주로 번역했고, 또 천주를 천지의 대부(大父)·대군(大君)이라고 소개하였다. 천주교 설명에 유교의 텍스트와 개념을 빌린 것이다. 이 같은 설명 방식은 중국에서보다 조선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교적 이상 사회를 가장 진지하게 고민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은 천주교에서 유학과 일치하거나 때론 유학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았다. 예컨대 한때 천주교 신자였던 정약용은 인격적 상제관에 기초한 새로운 유학 틀을 구상하였다. 정약용에게 영향을 미쳤던 이벽 또한 천주교를 축으로 유학의 미비점을 보완하려 하였다. 그러나 사회, 윤리 측면에서 문제는 매우 복잡하였다. 천주교인들은 천주 공경이 대효(大孝), 대충(大忠)이므로 유교 윤리는 천주교에서 완성되고, 유학자들이 오히려 천지의 군주와 부모를 모른 체한다고 역공했다. 물론 그 논리는 유교 윤리의 소멸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더 위험한 것은 천주 앞에서 군(君)·신(臣), 부(父)·자(子)의 수직적 위계가 사라지는 일이었다. 천주교인들이 자신들은 충성과 효도를 어긴 적 없다고 아무리 강변해도, 대다수 지배층은 ‘천주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논리 속에 잠재한 현실적 파괴력을 알고 있었다. 백성 하나하나가 박해를 감내하면서 자신이 신앙을 결단했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유교적 명분 질서가 사라진 무부, 무군의 미래였다. ●“서양군 통해 유교 압박”… 황사영 백서 큰 파장 1785년(정조 9) 형조의 적발로 최초의 천주교 모임이 발각되었다. 신부도 없이, 지식인들이 서로 성직을 맡아 진행한 모임이었는데, 정조의 관대한 처분으로 그럭저럭 무마되었다. 모임의 주동자였던 이벽은 사건 이후 얼마 안 되어 30대 초반의 나이로 요절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도 전해진다. 본격적 박해를 경험하지 않은 이벽은 차라리 행복했다. 1801년에 터진 대대적 박해는 일부 신자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있었다. 그 와중에 황사영의 백서 사건이 터졌다. 백서의 내용 대부분은 순교자들의 전기이다.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 논란을 부르는 부분은 후반부이다. 황사영은 교회 재건을 위해 몇 가지 방책을 제시했는데, 그중 ‘조선을 청에 내복(內服)시킴, 서양 군함과 병사를 통해 압박함’이 들어 있었다. 그 방책은 반국가, 반민족적 구상이라고 줄곧 비판받았다. 교회 재건이라는 동기와 박해라는 정황을 인정하더라도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였다. 백서의 청원은 너무나 대담하고 몽상적이어서 교인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었고, 당시 북경 교회가 그대로 감행하기도 어려웠다. 황사영 역시 실제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그 방책들을 제시하였다. 그가 반정부, 반국가 의지가 강했다면 가장 쉬운 길은 교인들의 무력 봉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반란에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 보자. 황사영은 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종교의 보편 진리를 꿈꾼 그는 서양의 도리를 신뢰했던 듯하다. 예수회가 전한 서양은 안정된 생활, 인정이 넘치는 풍속, 약한 자에 대한 배려와 형제애가 실현된 ‘이상적 사회’였다. 현실의 고통이 강할수록 이상적인 바깥 세계에 대한 동경과 기대는 증폭되기 마련이다. 기독교적 형제애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전통적인 유교 윤리, 혈통 의식, 국제 관계 등은 무력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였을 법하다. 선교사가 청 황제, 기독교 국가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싶었던 지나친 기대감은 그의 판단력을 가려버렸다. ●지금도 유교문화 속 기독교 신자 수 동아시아 1위 천주교와 유교의 보완을 꿈꾸었던 이벽의 노력은 정약종, 정하상 등으로 맥을 이어갔다. 일부 교인들은 동서양의 이상적 인간상을 투영하여 그를 되살렸다. 19세기 후반 천주교 공동체의 염원이 담긴 예언서 ‘니벽전’에서 그는 학문에 능통한 선비, 득도한 신선, 승천하는 예언자로 그려졌다. 황사영은 대역부도죄로 체포되어 능지처사되었다. 비극은 그의 개인과 가족, 당대 교인들에게만 끝나지 않았다. 지배층과 일반 백성은 백서 사건을 계기로 천주교인들을 정말로 무부무군의 무리, 나라를 팔아먹는 무리로 여기게 되었다. 두 사람의 선택은 현재의 우리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은 유교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으면서도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 신자 수가 1위인 동아시아의 특이한 국가이다. 전근대의 보편 가치와 근대의 보편 가치를 상징하는 두 종교 사이에 현재의 우리가 놓여 있다. 예수회 이벽의 선택은 ‘내 안의 가치’와 ‘타인 안의 가치’를 동등하게 존중하고 서로 대화하는 자세와 통한다. 그리고 종교, 문명,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조화에 힘쓰는 이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그러나 인정과 대화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겸손에서 대화는 출발하지만, 나·우리 혹은 타자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고정해 버리면 성찰과 다양한 해석이 설 자리는 사라져 버린다. 그 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황사영은, 박해라는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외재(外在)하는 기준을 절대화해 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원을 긍정하고 독선에 빠지지 않는 자세야말로 언제나 곰곰이 생각해 볼 덕목이었다. 세계화, 다문화, 정보화가 가속하는 지금에서는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이경구 (한림대 한림과학원 HK교수)
  • 이석기·김재연 이틀만에 복당쇼?

    이석기·김재연 이틀만에 복당쇼?

    통합진보당이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비례대표 부정 경선 논란을 빚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구당권파 측은 이틀 뒤인 25일 중앙위원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복당 안건을 올릴 것으로 알려져 신·구 당권파 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통진당은 이·김 의원의 출당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의원총회를 23일 오전 8시 국회에서 열어 표결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의총에는 김미희·이상규·오병윤 등 구당권파 측 의원들은 전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중도파인 김제남·정진후 의원은 참석 가능성이 높다.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당권파 측 의원들은 의원 13명 가운데 과반인 7명의 표를 확보했다고 판단, 출당 표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구당권파 측은 의총에서 제명 결정이 나면 오는 25일 중앙위에 현장 안건으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복당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이 의원 측은 중앙위원 86명 가운데 구당권파 측 46명, 신당권파 측 40명으로 구당권파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제명 이틀 만에 두 의원이 복당되는 ‘정치쇼’가 벌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규 의원 등 구당권파 측은 이날 제명 반대 기자회견을 연 뒤 “의총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당규상 중앙위 결의가 이뤄지면 이론상 즉각 복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당권파 이정미 대변인은 “중앙위에서 복당 안건 자체가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구당권파를 지지하는 원로사회단체, 노동계, 지방의원 등이 제명 반대 기자회견을 5차례나 잇따라 열기도 했다. 구당권파 김미희 의원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는 보수 언론과 한편에 서서 동료 의원을 정치 살인하는 당사자가 돼서는 안 된다.”며 심 원내대표에게 제명 의총 취소를 촉구했다. 원로사회단체는 의총에도 항의 방문한다는 계획이어서 물리적인 마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올림픽과 나 - 이병효] 개최국, 대박이냐 쪽박이냐

    [올림픽과 나 - 이병효] 개최국, 대박이냐 쪽박이냐

    이달 초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런던올림픽을 둘러싼 거품이 꺼져들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으로 몰려올 것이라 기대했던 예약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호텔 방값이 대폭 할인되고 일부 VIP 패키지는 반값에 나오고 있다. 또 축구를 비롯한 많은 종목의 티켓이 안 팔린 채 남아 있는데, 애초 관람권 판매율 목표가 82%였다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런던올림픽 미국 중계권을 2년 전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함께 묶어 22억 달러를 주고 사들인 NBC 방송도 적자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의 재정적 성패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지만 영미 언론들은 지나간 올림픽 역사를 되짚으며 ‘대박이냐 쪽박이냐’(Boom or Bust)는 식의 기사를 잇따라 싣고 있다. 미국 CNBC는 1976년 몬트리올대회 이래 84년 LA와 88년 서울, 92년 바르셀로나와 96년 애틀랜타, 2008년 베이징대회를 성공한 올림픽으로 꼽고, 몬트리올과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를 망한 올림픽으로 지목했다. 필자는 64년 도쿄와 88년 서울,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성공한 대회의 대표격으로 기억하고 있다. 모두 아시아 국가에서 열렸을 뿐 아니라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 아래 신흥국가가 세계무대에 본격 데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50년대 ‘일본제’(Made in Japan)는 지금의 중국제처럼 싸구려의 대명사였다. 도쿄 거리는 우리네 총알택시를 뺨치는 가미카제 택시가 누비고 있었고, 빵빵대는 클랙슨 소리로 늘 시끄러웠다. 올림픽을 거쳐 도쿄는 우리가 아는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났고 일본이란 나라를 선진국의 일원으로 우뚝 세웠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약 120년의 대세 상승을 경험했다면 한국은 서울올림픽 이후 IMF사태를 비롯한 숱한 시련과 위기를 넘어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이어 이제 남북통일을 향해 내닫고 있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소련·중국, 동구권과의 수교가 본격화 됐고 1987년 6·29선언을 끌어내는 배경이 돼 민주화의 촉매제 노릇을 했다. 이 대회는 국제 올림픽운동에도 큰 공헌을 했다. 68년 멕시코시티 대회가 학살과 블랙파워 경례 등으로 얼룩진 것을 시작으로 72년 뮌헨 대회는 ‘검은 9월단’의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로 상처를 입었고, 몬트리올 대회는 중앙 정부의 지원이 부족한 가운데 주경기장이 대회가 끝난 지 11년이 지나서야 완공되고 시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80년 모스크바와 84년 LA 대회는 ‘반쪽 올림픽’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올림픽대회의 실패가 잇따른 상황에서 서울대회는 재정적 성공의 선례를 만든 것은 물론 ‘온전한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차후 올림픽운동의 디딤돌이 됐다. 필자는 서울올림픽 당시 한 신생 신문의 기자로 취재한 경험이 있다. 멕시코시티와 몬트리올의 예를 들어 올림픽 이후 불경기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여의주가 될 것’이란 장밋빛 낙관론을 삼가야 한다고 짚었는데 결과적으로 틀린 예측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건 들어맞지 않아 ‘즐거운 오류’였지만 필자로선 균형 잡힌 사고와 정확한 방향감각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런던올림픽이 대박을 칠 것인지, 아니면 쪽박을 찰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04년 아테네대회처럼 나라를 들어먹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점이다. 오히려 파리, 뉴욕, 모스크바, 마드리드 등의 경쟁도시를 물리치고 개최권을 차지한 데서 드러나듯 유럽의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경제사회적인 활력소가 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스포츠칼럼니스트 bbhhlee@yahoo.co.kr
  • 소나기 잦은 여름철, 비 덜 맞는 비법있다?

    소나기가 잦은 여름철에 우산을 깜빡하고 나갔다 비를 만나면 어떻게 피하는 게 좋을까. ‘비의 나라’ 영국에서 ‘비를 덜 맞는 방법’에 관한 최신 연구가 발표돼 화제가 되고있다고 BBC 뉴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리학자들은 그간 비를 덜맞는 방법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계속해 왔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마디로 말하면 ‘빨리 달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프랑코 보치 교수는 유럽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글에서 “물론 뛰는 것이 최선이지만 바람의 방향과 개인의 자세를 계산에 넣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의 연구들은 빨리 달리라는 단순한 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것”이라면서 각 개인의 체형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사람이 맞는 비의 양은 키와 몸의 너비 비율, 바람의 방향과 빗방울 크기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보치 교수는 “빨리 뛰면 비를 맞는 시간은 줄지만 더 많은 빗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라며 최상의 속도를 선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람이 뒤에서 불 경우에는 가능하면 바람과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970년대 이후 이 논쟁은 계속되어 왔지만 더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지며 자신은 이제 더이상 이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 [책꽂이]

    ●시민참여 감사의 길 (송기국 지음, 구상 펴냄) 감사원 공직감찰부장을 지낸 저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시민 참여를 감사 영역에도 접목해 보기 위해 고심했다. 시민단체가 공공감사 과정에 참여하는 정부 사업과 정책에 대한 새로운 감사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1만 5000원.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 (이정식 지음, 경희대출판문화원 펴냄) 뉴라이트판 해전사라 불리며 2006년에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2권에 실린 저자의 논문을 대중 강연 형식으로 풀어냈다. 부동항 확보를 위한 스탈린의 세계 전략을 충실히 설명한다. 1만 3000원. ●영혼의 식탁 (이원종·이소영 지음, 청림라이프 펴냄) 한 명은 농사짓는 교수이고 한 명은 가정 폭력 연구자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대안으로 슬로 푸드를 넘어 솔 푸드로 밥상을 채우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1만 3000원. ●중국에게 묻다 (이광재·김태만·장바오윈 지음, 학고재 펴냄)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2002년부터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 그룹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이 스터디에 참가한 학자들을 만난 기록이다. 중국 최고위층에 국가 전략을 조언해 왔던 이들의 목소리가 실려 있어 중국의 전략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된다. 1만 8000원. ●날씨과학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안성철 옮김, 옥당 펴냄)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지역에서 항상 변화하는 대기 상태의 종합’, 날씨를 재미있게 풀었다. 전반부가 대기, 태양, 구름, 빛, 기압 등 학교에서 배우는 물리학과 지구과학으로 채워져 학습서에 가깝다. 후반부는 날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의 원인과 역사, 지구 기후의 미래 등 궁금한 이야기를 담았다. 1만 6000원.
  • 국회 폭력의원 刑종료 후 10년간 피선거권 박탈

    새누리당이 국회 폭력 근절을 위해 ‘폭력 의원’은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회 폭력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당 국회폭력처벌강화 태스크포스(TF) 팀장인 권성동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TF에서 논의한 결과 결국 충격적인 요법을, 극단적인 방법을 도입해야만 국회 폭력이 사라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국회법은 기본법이고 절차법이기 때문에 형사처벌 관련 조항을 넣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물리적 폭력이 추방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국회 내 물리적 폭력을 추방해 정치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TF에서 마련한 법안에 따르면 국회 회의장 건물 안에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벌금형을 배제하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했다. 또한 국회에서의 폭행 등에 관한 처벌은 ‘5년 이하’, 공무집행방해 등에 관한 처벌은 ‘1년 이상 7년 이하’, 중상해에 관한 처벌은 ‘2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기존 형법보다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국회의장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하고 그 고발을 취소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일반 범죄로 인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형 종료 시까지만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만 특별법에서 규정된 죄를 범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자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징역형 종료 후 10년간, 집행유예 선고 확정 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광장] 법의 낭비가 많은 사회/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의 낭비가 많은 사회/임태순 논설위원

    대한뉴스에 나오는 197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장면을 보면 우리에게도 저렇게 공권력이 서릿발 같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머리 스타일과 옷 입는 건 개인의 자유이건만 덥수룩한 장발의 젊은이가 머리를 조아리고 20대 아가씨들도 줄자를 재는 경찰에게 입도 벙긋 못하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것이 다반사인 요즘으로선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새만금 건설, 천성산 도롱뇽 사태를 불러온 KTX 건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격렬한 시위는 서로간의 시각이나 견해 차가 커서 빚어지는 일종의 양심범, 확신범의 영역이라고 쳐서 논외로 하자. 하지만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가동 위반업소를 단속하는 것만 해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문 닫고 영업하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데 어쩌란 말이냐며 종업원들이 단속공무원에게 눈을 부라리는 걸 보면 권한이 주어져 있다 하더라도 단속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이 간다. 공권력이 약화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과거 같으면 공권력에 대해 따지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만 높은 교육과 해외 견문 등을 통해 보고 듣는 게 많아진 시민들은 법 집행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또 환경·인권 등 부쩍 힘이 커진 시민단체들은 이론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조직력까지 갖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권이 보수·개혁으로 교체되면서 정부 정책의 가변성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얼마 전 실시한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검사만 해도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잡으면 폐지되거나 규모가 축소되지 않을까 싶다. 또 성장이냐 분배냐에 따라 금융·조세 등 경제정책은 물론 복지·노동정책이 180도 선회하기도 하니 정책의 정통성, 일관성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또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행정기관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공권력이 조롱당하고 희화화된다. 공권력이 약화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단속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한다. 처벌이 강화되면 법을 잘 지킬 것이라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일례로 얼마 전 행정안전부는 운전 중 담배꽁초 투기행위에 대해 벌점 10점을 부과하는 것 외에도 범칙금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했다. 꽁초 투기에 대해 평소 3만원의 범칙금을 꾸준히 물렸으면 질서가 잡혔을 텐데 범칙금 인상만으로 투기행위를 잡으려 하니 잘될지 의문이다. 이처럼 과태료, 벌금을 상향조정하고 형량을 높이는 법의 낭비 사례는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된다. 그러다 보니 법전은 누더기가 되고 법조문은 사문화되고 만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는 절전대책만 해도 장사를 하는 영세사업자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1차 적발 50만원, 2차 100만원, 3차 300만원을 물리는데 단속공무원이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라면 주의를 주는 선에서 그치지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위반행위에 대한 과중한 처벌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효력을 잃는다.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저항하면 공무원들도 단속에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죄에 대해서는 거기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하고 그 수위는 국민들이 공감하고 감내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과도한 처벌은 공권력에 대한 저항과 불신을 불러오고, 결국 공권력의 집행력이 약화된다. 공권력의 권위, 위엄이 손상됨은 물론이다.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책 집행의 사회적 비용만 커지는 고비용-저효율의 악순환 늪에 빠진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시대에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고효율-저비용 사회로 전환할 때가 아닌가 싶다. stslim@seoul.co.kr
  • 전설의 완결 ‘다크나이트 라이즈’ UP&DOWN

    전설의 완결 ‘다크나이트 라이즈’ UP&DOWN

    마블(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등)과 더불어 미국 코믹북 시장의 양대산맥인 DC코믹스의 간판 영웅 배트맨이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89년 팀 버턴 감독에 의해서다. ‘배트맨’은 제작비 3500만 달러의 10배가 넘는 4억 1134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버턴의 바통을 이어받은 조엘 슈마허 감독은 시리즈의 품격을 망쳐 놨다. ‘배트맨 포에버’(1995)와 ‘배트맨과 로빈’(1997)은 혹평을 면치 못했고 흥행도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8년 만에 배트맨이 부활했다. 당시로선 신출내기에 가까웠던 크리스토퍼 놀런은 태초로 돌아가 영웅 설화를 다시 썼다. 리부트 전략인 셈. ‘배트맨 비긴즈’(2005)로 몸 풀 듯 3억 7271만 달러를 벌어들이더니 ‘다크나이트’는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놀런이 창조한 배트맨 트릴로지(3부작)의 완결편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19일 개봉했다. 배트맨과 조커의 끔찍했던 대결 이후 8년이 흐른 시점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전편에서 하비 덴트 검사를 영웅으로 만드는 대신 그의 죄를 뒤집어썼던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간다. 그러나 악당 베인이 등장하면서 고담시는 지옥으로 변한다. 자신을 거부했던 고담 시민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 없던 배트맨은 승패를 알 수 없는 마지막 전투를 시작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장단점을 분석해봤다. 지금껏 그처럼 비장미(悲壯美)를 품은 영웅은 없었다. 그만큼 위엄 있는 슈퍼 히어로도 없었다. 억만장자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봤다. 죽음의 문턱에서 스승을 만났고 고된 수련 끝에 고수가 됐다. 그러나 스승의 정체는 ‘어둠의 사도’. 문명을 파괴하려던 스승을 죽이는 것도 그의 운명이었다. 평생 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버림받았다. 그녀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죽음이 두렵진 않지만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다. 아이언맨 같은 유머감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니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그에게 끌리는 까닭은 가혹한 운명에 맞서 싸우고 쓰러지기를 되풀이하는 캐릭터에 대한 연민 때문일지도 모른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시리즈 내내 이어진 비극적 정서를 극대화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3편에 견줄 만큼 장엄하고 우아한 결말이다. 3부작 중 가장 긴 2시간 44분의 상영 시간조차 짧게만 느껴진다. ‘전설이 끝난다.’는 광고 문구가 과함이 없다. 러닝타임의 3분의2쯤을 브루스 웨인(혹은 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의 절망과 고독, 재기와 실패를 담아내는 데 할애했다. 틈틈이 캣우먼(앤 해서웨이), 미란다 테이트(마리옹 코티야르), 신참 경찰 존 블레이크(조지프 고든 레빗) 등 조연들을 튀지 않게 녹여낸다. 특히 흉포한 테러리스트이면서도 물리적 힘과 두뇌 모두 배트맨 못지않은 악당 베인(톰 하디) 캐릭터를 공들여 직조한 덕에 영화는 164분 동안 흡입력을 잃지 않는다. 마지막 40여분은 베인의 군대가 점령한 고담시를 배트맨과 경찰들이 탈환하는 시가전. ‘컴퓨터 속임수’를 싫어하는 놀런은 1만여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군중 격투 장면을 연출했다. 베인이 핵 물리학자를 납치하는 도입부의 공중 납치 장면과 더불어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보통 사용하는 35㎜ 카메라보다 선명도가 뛰어나고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아이맥스 숭배자인 놀런은 164분 가운데 72분을 아이맥스용 카메라로 찍었다.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봐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시즌 마지막으로 돌아온 영웅 배트맨은 해외 언론의 뜨거운 극찬과는 온도 차가 있었다. 아무리 고독한 슈퍼 히어로의 모습을 그렸다지만 전반적으로 어둡고 철학적인 분위기의 영화는 쉽고 화려한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가장 큰 단점은 긴 러닝타임과 초반의 지루한 전개를 꼽을 수 있다. 총 164분의 러닝타임 가운데 2시간 가까운 분량을 배트맨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성격 및 캐릭터 설명에 할애한다. 하지만 이 역시 1, 2편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동어반복과 같은 인상을 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배트맨과 악당 베인의 본격적인 대결은 40여분에 불과해 초반의 장황한 설명에 지나치게 힘을 뺀 듯하다. 전편 ‘다크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처럼 영화 전체를 장악하는 인상적인 캐릭터가 적다는 것도 단점. 악당으로 등장하는 베인(톰 하디)의 무게감이 덜해 극의 긴장감도 덜하고 발랄함을 강조한 캣우먼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도 어두운 분위기에서 홀로 튀는 등 주변 인물들과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고담시 폭발 장면이나 신무기의 등장이 눈길을 끌지만 액션 장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여타 블록버스터와 달리 화려한 전투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 가운데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배트맨과 베인의 육탄전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고 만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 역시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고 일부에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의 반전”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코믹북 원작 영화들의 공통점이지만 전작인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공감대나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이다. 고해상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3D(3차원) 입체영상이 아닌 2D로 관람해야 하는 점도 아쉽다. 시즌 마지막이라는 점에 마케팅 포인트가 맞춰져 있지만 다소 열린 결말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임일영·이은주기자 argus@seoul.co.kr
  • [저축은행 수사] 이석현 “민간사찰 폭로에 보복수사”

    [저축은행 수사] 이석현 “민간사찰 폭로에 보복수사”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19일 검찰이 자신의 서울 거주지를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폭로에 따른 “보복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보좌관의 개인 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형식을 빌려 서울 서재를 압수수색했다. 보좌관을 핑계로 한 나에 대한 압수수색이며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4대 의혹 사건을 파헤치고, 특히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봉’ 5000만원의 출처를 폭로하자 검찰이 나에 대해 경고를 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후원회 통장과 컴퓨터에 들어 있는 의정활동과 관련한 모든 것을 열어 봤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정치검찰의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민주당에 대해 전방위 공격을 가해 오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소환 통보와 이 의원 보좌관 자택 압수수색이 연관성이 있고 검찰의 의도된 일로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야당 의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억압에 체념·단절… 촛불 꺼지자 ‘소통의 場’ 사라졌다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억압에 체념·단절… 촛불 꺼지자 ‘소통의 場’ 사라졌다

    광장이 사라지고 있다. 1987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해 분노한 시민들로 넘쳐났던 광장은 2002년 월드컵과 미선이·효순이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축제의 공간이자 소통의 마당으로 새옷을 갈아입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는 축제와 소통의 마당으로서 광장의 모습을 보여 줬다. 2002년 광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지 어언 10년. 지금 우리에게 광장은 무엇이며, 어떤 모습인지 살펴봤다.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2008년 촛불 이후에 겁이 좀 많아졌죠.” 평범한 은행원인 강형석(46·가명)씨는 2008년 촛불시위에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 정책이 있어도 입을 꾹 다물고 산다. 강씨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에게 소통하자고 광장에서 소리쳐 봐야 소용이 없다.”면서 “문화와 공연을 위한 광장이 아닌 소통을 위한 광장은 이제 없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물리적 공간으로서 광장은 활짝 열렸지만 그곳에 시민은 보이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과 미선이·효순이 사건 등은 ‘축제와 소통’이라는 키워드의 광장문화를 형성했다. 특히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은 사회적으로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주요 무대가 됐다. 이는 2008년 절정을 이뤄 같은 해 6월 10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100만 촛불 대행진’에 40만명(경찰추산 10만 5000명)의 시민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촛불이 꺼지자 광장에 섰던 시민들에게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시민들은 더 이상 광장에 서기를 꺼려 했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집회와 시위는 증가했지만 시민들은 모이지 않았다. 2008년 5만 3235건이던 서울 지역의 집회는 2009년 5만 6449건, 2010년 6만 8624건, 지난해에는 8만 5972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5000명 이상의 대규모 집회는 2008년을 기점으로 크게 줄었다. 2008년 49건이던 참가 인원 5000명 이상 집회는 2009년 33건, 2010년 20건, 지난해에는 14건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국민적인 관심을 모은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린 6월 10일 참가 인원은 3만여명(경찰추산 3500여명)이다. 적은 수는 아니지만 당시 국민적 관심을 감안하면 직접 광장의 정치에 참여하려는 시민의 숫자가 예전보다 감소했다는 게 중론이다. 4대강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도 트위터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지만 실제 행동하는 시민들은 적었다.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박모(39)씨는 “지난해 반값등록금 집회의 취지에도 100% 공감했지만 2008년 촛불집회 이후에 일반 시민들에게도 경찰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집회나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변 사람들도 과거에 비해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서 서울광장의 의미도 많이 퇴색됐다. 잔디밭으로 새롭게 단장한 2004년 5월 1일 이후 서울광장의 집회 신청·허가 건수를 살펴보면 2005년에는 104건의 집회가 신청됐고 이 중 단 1건만이 허가를 받지 못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공간으로서 광장이 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차츰 불허 건수가 늘어나면서 소통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던 광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2008년 촛불 이후 서울광장에서 집회불허 건수는 급속하게 증가했다. 2009년 117건의 집회 신청 중 12건(10.2%)이 불허되더니 2010년에는 23건의 신청 중 14건(60.9%)이 거부됐고, 지난해에는 신청된 60건 중 21건(35.0%)이 허가를 받지 못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2008년 촛불 이후 서울시와 경찰이 집회를 위해 서울광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면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연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과 소통의 장으로서 광장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2년 이후 형성된 ‘문화를 향유하는 놀이마당’으로서 광장은 여전히 의미를 갖지만 시민들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광장은 날로 쇠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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