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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탑승 막힌 전장연 “매일 기습 시위”… 출근길은 예고된 아수라장

    탑승 막힌 전장연 “매일 기습 시위”… 출근길은 예고된 아수라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따른 물리적 충돌이 이틀째 이어졌다. 특히 전장연은 4일부터 오전 8시에 집회 장소를 공지하는 ‘기습 시위’를 강행하기로 했고, 서울시는 강경 대응으로 맞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전장연은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승차를 제지하는 경찰·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6시간 넘게 대치했다. 전날도 전장연과 경찰·공사는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승차를 둘러싸고 13시간 동안 대치했고, 공사는 특정 시간대에 삼각지역을 무정차로 통과시켰다. 이날도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전장연 활동가들의 전동휠체어를 경찰과 공사 직원들이 막아서면서 양측은 서로 밀치거나 멱살을 잡는 몸싸움을 벌였다.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경찰과 공사 직원들은 열차 출입문을 온몸으로 봉쇄했고 전장연 활동가들은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오전 8시쯤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한 전장연은 당초 삼각지역으로 이동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이려고 했으나, 기습적으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내렸다. 이규식 전장연 상임대표 등 일부 활동가들은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동시다발적으로 선전전을 벌였다. 충돌이 격해지면서 부상자들도 나왔다. 전날 경찰 1명이 전동휠체어에 부딪혀 병원에 이송된 데 이어 이날은 삼각지역장이 다리를 다쳐 병원에 이송됐다. 시위에 참여한 노들야학의 한 활동가는 손가락뼈가 골절됐다. “출근 좀 하자“며 비난하는 시민들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 다만 전날부터 이어진 경찰 봉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함께하러 가자’며 연대의 뜻을 밝힌 시민들도 있었다. 우정규 전장연 조직국장은 “현장에 찾아와 응원의 말을 건네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5분’은 장애인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며 서울중앙지법의 조정안을 거부한 서울시와 공사를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전장연이 열차 지연 시간 5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공사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안에서 전장연이 요구했던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안이 삭감되자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 전장연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며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장소는 매일 오전 8시에 기습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가영, 최연소 챔피언 김예은 상대로 LPBA 투어 최다승에 도전

    김가영, 최연소 챔피언 김예은 상대로 LPBA 투어 최다승에 도전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최다 우승자 김가영(40)이 ‘최연소 챔피언’ 김예은(24)을 상대로 5회 우승에 도전한다.김가엉은 3일 경기 고양 소노캄고양 호텔에서 열린 LPBA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전에서 팀리그 소속팀 동료인 김진아를 3-1(11-9 6-11 11-7 11-4)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최연소 챔피언’ 김예은도 또 다른 4강전에서 이우경을 3-1(9-11 11-9 11-5 11-6)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합류했다. 김가영은 첫 세트를 10이닝 접전 끝에 11-9로 먼저 가져왔다. 김진아도 2세트를 6-11로 빼앗아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김가영은 3세트 4이닝째 4득점으로 만든 7-2의 격차를 유지하며 9이닝 만에 또 한 세트를 가져와 승기를 잡았고, 4세트는 넉 점만 내주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가영은 이날 승리로 통산 8번째 LPBA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미래(TS샴푸∙푸라닭), 임정숙(SK렌터카)과 더불어 개인 투어 최다 우승(4회) 동률을 기록중인 김가영은 이번 결승 진출로 단독 최다 우승(5회)에 도전하게 됐다.김예은은 다른 4강전에서 이우경을 상대로 첫 세트를 9-11(11이닝)로 내줬으나 이후 집중력을 되찾고 내리 3개 세트를 11-9(6이닝) 11-5(15이닝) 11-6(16이닝)으로 따내며 개인 통산 세 번째 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김예은은 두 차례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했다. 2010~21시즌 개막전 결승에서 21세 7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컵을 품었던 김예은은 다음 시즌 4차전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예은은 “최근 개인 투어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 결승 진출로 자신감을 찾았다”면서 “김가영 언니는 결승전은 물론 많은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와 대처능력이 좋다. 심리적으로도 대담하고 여유롭다. 배운다는 자세로 결승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토끼의 해인데, 제가 토끼띠다.(99년생) 꼭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우승 후에는 껑충껑충 뛰는 세레머니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7전4선승제로 치러지는 결승전은 4일 밤9시 30분부터 열린다.
  • 상주(喪主) 머리핀 김가영, 골프 스커트 김진아 제치고 통산 8번째 LPBA 투어 결승행

    상주(喪主) 머리핀 김가영, 골프 스커트 김진아 제치고 통산 8번째 LPBA 투어 결승행

    ‘상주(喪主)’ 김가영(40)이 여자프로당구(LPBA) 정규 투어 첫 4강전을 치마를 입고 치른 김진아(31)를 제치고 통산 8번째 결승에 올랐다.김가영은 3일 경기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LPBA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전(5전3선승제)에서 데뷔 이후 첫 4강에 진출한 김진아를 3-1(11-9 6-11 11-7 11-4)로 제쳤다. 64강, 32강 서바이벌 예선을 각각 1, 2위로 통과한 김가영은 이숙영, 오지연을 16강과 8강에서 제압한 뒤 이날 만난 김진아까지 돌려세우고 시즌 두 번째 결승행을 확정했다. 김가영의 결승 진출을 이번이 투어 개인 통산 여덟 번째다. 지난해 10월 4차 대회인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임정숙을 제압하고 우승, 통산 4승째를 신고한 김가영은 이제 5번째 우승컵에 도전한다. 결승 상대는 이우경(26)을 3-1로 물리친 김예은(24)이다. 김가영과 김예은의 투어 대회 상대 전적은 1승1패로 나란히 1승씩을 나눠가졌다.김가영은 머리에 상주임을 알리는 검은 머리핀을 꽂고 4강전에 나섰다. 강원 원주에 살던 자신의 친할머니가 경기 이틀 전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이날이 고인의 발인일이었지만 김가영은 장례식에 참석을 하지 못하고 대신 ‘4강 큐’를 들었다. 그는 “돌아가신 친할머니께서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시고 경기도 빠짐없이 보시면서 응원해주셨다. 덕분에 항상 큰 힘을 받으며 경기를 잘 할 수 있었다”면서 “힘든 상황이었지만 할머니를 위해서 경기를 준비하고 나섰다. 결승까지 오르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김가영은 4강전을 마친 직후 장례식 이후 가족들의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부랴부랴 경기장을 나섰다.올 시즌 데뷔 이후 처음 4강에 진출했지만 김가영의 벽에 막힌 김진아는 바지가 아닌 스커트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복장이 자유화된 PBA 투어에서 여자 선수가 치마를 입고 출전한 것은 ‘베스트 드레서상’을 수상했던 ‘에버콜라겐 챔피언십@태백’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 이 대회는 정규 투어에 포함되지 않아 스커트를 입고 정규투어 대회에 출전한 사례는 이날 김진아가 처음이었다.
  • 전장연 지하철 탑승 제지에 충돌 격화·부상자 속출···“4일부터 기습 시위”

    전장연 지하철 탑승 제지에 충돌 격화·부상자 속출···“4일부터 기습 시위”

    전장연 지하철 시위 두고 갈등 격화이틀째 물리적 충돌···서울시 “강경”골절 등 양측에서 부상자도 속출“‘5분 내 시위’ 조정안 수용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따른 물리적 충돌이 이틀째 이어졌다. 특히 전장연은 4일부터 오전 8시에 집회 장소를 공지하는 ‘기습 시위’를 강행하기로 했고, 서울시는 강경 대응으로 맞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전장연은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승차를 제지하는 경찰·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6시간 넘게 대치했다. 전날도 전장연과 경찰·공사는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승차를 둘러싸고 13시간 동안 대치했고, 공사는 특정 시간대에 삼각지역을 무정차로 통과시켰다. 이날도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전장연 활동가들의 전동휠체어를 경찰과 공사 직원들이 막아서면서 양측은 서로 밀치거나 멱살을 잡는 몸싸움을 벌였다.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경찰과 공사 직원들은 열차 출입문을 온몸으로 봉쇄했고 전장연 활동가들을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오전 8시쯤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한 전장연은 당초 삼각지역으로 이동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이려고 했으나, 기습적으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내렸다. 이규식 전장연 상임대표 등 일부 활동가들은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동시다발적으로 선전전을 벌였다.충돌이 격해지면서 부상자들도 나왔다. 전날 경찰 1명이 전동휠체어에 부딪혀 병원에 이송된 데 이어 이날은 삼각지역장이 다리를 다쳐 병원에 이송됐다. 시위에 참여한 노들야학의 한 활동가는 손가락뼈가 골절됐다. “출근 좀 하자“며 비난하는 시민들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 다만 전날부터 이어진 경찰 봉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함께 하러 가자’며 연대의 뜻을 밝힌 시민들도 있었다. 우정규 전장연 조직국장은 “현장에 찾아와 응원의 말을 건네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5분’은 장애인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며 서울중앙지법의 조정안을 거부한 서울시와 공사를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전장연이 열차 지연 시간 5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공사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 보인다. 올해 예산안에서 전장연이 요구했던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안이 삭감되자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 전장연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며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장소는 매일 오전 8시에 기습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CES 2023]올해 CES도 디스플레이·TV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

    [CES 2023]올해 CES도 디스플레이·TV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

    세계 최대규모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3년 만에 정상 개최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디스플레이·TV·모니터 혁신 기술을 대거 공개한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가전 매출에서 큰 타격을 입은 삼성과 LG는 약 10만명이 현장을 찾을 CES를 계기로 다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해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폼팩터(물리적 외형) 혁신을 선도해 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도 현지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스 하이브리드’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미래를 보여 주는 혁신 제품을 대거 선보인다. ‘파괴적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연다’는 주제로 고객사 대상 전시회를 통해 폴더블과 슬라이더블 두 가지 혁신 기술이 하나로 집약된 플렉스 하이브리드를 세계 최초 공개한다. 플렉스 하이브리드는 화면 왼쪽에 폴더블 기술이, 오른쪽에 슬라이더블 기술이 적용됐으며 왼쪽을 펼치면 10.5형 4.3 비율의 화면을, 오른쪽 화면까지 당기면 16:10 화면비, 12.4형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영화나 유튜브 영상 등을 즐길 수 있다. 접힌 왼쪽 패널을 펴고, 오른쪽은 안쪽으로 감긴 패널을 늘리듯 당기는 형태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해 9월 ‘2022 인텔 이노베이션’에서 깜짝 공개한 17형 대화면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는 이번 CES에서 정식으로 소개된다. 이 제품은 평소 13∼14형 태블릿 사이즈로 휴대 또는 사용하다가 멀티태스킹이 필요하거나 영화나 게임 콘텐츠를 즐길 때는 17.3형 사이즈로 화면을 확대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메인 전시관과 차량용 디스플레이 전용 전시관을 각각 운영하며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 메인 전시관에서는 중소형 폴더블 OLED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대거 공개한다. 17인치 폴더블 노트북용 OLED는 화면을 반으로 접었다 펼치면서 태블릿, 노트북, 휴대용 모니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접히는 부분에도 주름 현상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8인치 360도 폴더블 OLED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앞뒤로 모두 접을 수 있다. 20만번 이상 접었다 펴도 내구성을 보장하는 모듈 구조와 접는 부분의 주름을 최소화하는 특수 폴딩 구조를 적용했다. 아울러 플라스틱 OLED(POLED) 34인치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차량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화면과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계기판, 내비게이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주행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다.지난해 TV와 모니터 등 가전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게이밍 시장과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듀얼 UHD 게이밍 모니터를 필두로 미국과 유럽 게이밍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듀얼 UHD 해상도를 지원하는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네오 G9’ 모델을 비롯해 OLED 패널을 탑재한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OLED G9’, 5K 고해상도 모니터 ‘뷰피니티 S9’과 ‘스마트 모니터 M8’ 등을 이번 전시회 전면에 내세운다. 이 가운데 오디세이 네오 G9은 기존 모델(49형) 대비 면적이 약 37% 커진 57형, 1000R(반지름 1000㎜인 원이 휜 정도) 곡률의 커브드 디자인 제품으로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화질을 구현하는 모니터”라고 밝혔다. 뷰피니티 S9은 그래픽 디자이너나 사진작가 등 장시간 고화질 이미지와 영상 작업이 필요한 전문가를 위한 고해상도 모니터로, 색 왜곡의 표준편차인 델타E 값이 2 이하로 실제와 같은 정확한 색상을 구현한다. 또 화이트 밸런스 등 정교한 화질 교정이 가능한 기능과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화질을 교정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2013년 업계 최초로 TV에 OLED 패널을 적용한 LG전자는 ‘LG 올레드 TV’ 10주년을 맞아 2023년형 올레드 에보로 프리미엄 TV 시장 라인을 보강한다. 신제품은 영상 각 장면을 세분화해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독자 영상처리기술’, 보다 정밀해진 ‘빛 제어기술’로 기존 제품보다 더 밝고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65형 올레드 에보는 같은 크기 일반 올레드 TV 제품보다 최대 70%가량 밝아졌다. 기존 동급 제품에 비해 빛 반사와 화면 비침 현상은 줄였다. LG 올레드 TV는 이번 CES에서 최고혁신상 2개를 포함, 모두 12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 [포토] 한파가 빚은 겨울 비경 ‘역고드름’

    [포토] 한파가 빚은 겨울 비경 ‘역고드름’

    올 겨울은 혹한과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경기 연천군 고대산 폐터널 역고드름이 쑥쑥 올라오고 있다. 승빙(乘氷)이라고도 불리는 역고드름은 지난 2005년 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역고드름은 석회암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부터 위로 자라는 형태를 말한다. 터널 입구는 상부에서 맺힌 일반적인 고드름과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역고드름이 집중돼 있어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커튼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고드름은 두 가지 원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첫 번째 원인은 터널 지붕에서 떨어진 물이 지면에 얼어 있는 얼음 위에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고드름이 위로 커가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지면의 얼음 표면의 미세한 물 분자가 지표면 아래 물 분자를 솟아오르게 해 고드름이 자란다는 것이다. 지상은 대기의 찬 공기로 인해 얼음이 얼었지만 지하는 상대적으로 따뜻해 물이 얼지 않는다. 지상과 지하의 온도 차이에 의한 삼투압 현상으로 지하의 물분자가 지상으로 이동해 결빙 되는 것이다. 고대산 자락의 폐터널은 시대적 아픈 현실을 안고 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서울의 용산과 강원도 원산을 잇는 철도 공사가 진행되던 중 고대산 터널은 일본이 패망하며 중단되었다. 6.25전쟁 발발 당시 이북지역이었던 이곳에 북한군이 탄약 창고로 사용하면서 미군의 폭격을 받게 되었다. 폭격으로 인해 터널 위쪽에 생긴 틈과 독특한 자연현상이 맞물리면서 매년 겨울이면 역고드름이 생성되고 있다.
  • 새해 첫 출퇴근길 시위 막힌 전장연… 경찰과 한밤까지 대치

    새해 첫 출퇴근길 시위 막힌 전장연… 경찰과 한밤까지 대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에 대해 추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전장연 회원들은 이날 오전 삼각지역에서 숙대입구역 방면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하려고 시도했으나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이 이들의 지하철 탑승 자체를 차단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와 회원들은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해 계속 승차를 시도했으나 공사 측의 강경 대응으로 탑승에 실패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박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엘리베이터 설치’(공사)와 ‘시위 중단’(전장연)을 골자로 한 강제 조정을 결정했다. 법원은 전장연에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는 시위를 하지 말라며 이를 위반하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전장연은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장연 측은 시위 현장에서 “우리는 법원 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로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는 선전전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서울시도 조정안을 수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장연 회원들과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밤늦게까지 지하철 탑승을 두고 대치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전장연 활동가가 전동차 탑승을 막는 경찰관을 전동휠체어로 들이받아 경찰관 1명이 다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민 안전을 이유로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을 지나는 당고개행 열차 10여대를 이날 무정차 통과시켰다. 서울교통공사는 “민사소송에 대한 법원의 강제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법적 조치를 계속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싶다” 전장연의 몸부림…1박2일 시위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싶다” 전장연의 몸부림…1박2일 시위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려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승차를 저지하는 서울교통공사 측과 대치하고 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9시 13분쯤 삼각지역 상행선 승강장에서 첫 탑승 시도를 저지당한 이후 11시간 넘게 열차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전장연에서는 휠체어를 탄 활동가 70명을 포함해 최대 190여명이 역사 내에 모였다. 한복을 입은 박경석 대표와 전장연 회원들은 오전 8시 10분쯤 역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로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는 선전전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서울시도 조정안을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오전 9시 13분쯤 회견을 마친 후에는 1-1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열차에 탑승하려 했다. 공사 측은 박 대표가 기자회견을 할 당시부터 1분 간격으로 발언을 끊어가며 시위 중단과 퇴거를 요구하는 안내방송을 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교통공사 첫 본격 저지, 경찰 기동대 투입박 대표를 비롯한 전장연 회원들이 탑승을 시도하자 스크린도어 앞에 있던 공사 직원이 직접 탑승을 저지했다. 공사 측이 본격적인 승차 저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전장연 회원들은 4-4 승강장으로 이동하면서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장애인도 지하철에 타고 싶다”면서 휠체어에 탄 채 탑승을 시도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을 방패 등으로 막아섰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삼각지역에 기동대 8개 부대를 투입한 데 이어 오후에는 기동대 11개 부대 등을 투입했다. 오후 3시 2분에는 시민 안전을 이유로 당고개행 지하철 4호선 1대가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퇴근길 삼각지역 아수라장오후 6시부터 퇴근길이 시작되면서 지하철에서 내리려는 시민들과 전장연 활동가, 경찰 등이 뒤엉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은 전동차가 도착할 때마다 시위가 벌어지는 승강장에서 하차하려는 시민들에게 다른 칸으로 이동해 내리라고 안내했다. 물리적 충돌이 심해지면서 전장연 활동가를 막아서던 경찰관 1명이 다리를 다쳤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용산소방서에는 삼각지역과 관련해 총 5건의 구급출동 신고가 접수됐다. 4명은 현장에서 응급 처치됐고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에바다장애인자립센터 관계자는 “센터 소속 비장애인 활동가 1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통공사는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전장연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 삼각지역장은 이날 마이크를 잡고 수십 차례 “역 시설 등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등은 철도안전법에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철도안전법 50조는 이러한 행위를 한 자를 퇴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전장연, 1박 2일 시위 예고전장연은 지난달 20일 지하철 시위를 중단한 지 13일 만인 이날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면서 지하철 시위에 나섰다. 전장연은 3일 오전까지 역사 내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지하철 탑승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통상 지하철 역사가 오전 1시쯤 문을 닫는 만큼 교통공사는 밤새 역사 내에 머무는 전장연 측의 ‘유숙’ 행위에 어떻게 조치할지 고민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이 단체 박경석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강제 조정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전장연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오 시장은 같은 날 한 방송에서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씩이나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일부터 무관용”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공사는 전장연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로 출근길 지연을 초래한 전장연 회원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 일본 박사만 뽑는 아이돌 프로젝트…한국 안테나와 비교하면?

    일본 박사만 뽑는 아이돌 프로젝트…한국 안테나와 비교하면?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만 뽑는 아이돌그룹이 탄생해 주목받고 있다.  야후 재팬은 지난 28일 멤버 전원이 박사학위를 소지한 아이돌그룹 ‘PhD48’를 만든 물리학자 히로키 다케다를 인터뷰했다.  PhD48은 “멤버 전원이 박사 학위를 가진 아이돌 그룹을 만들자”는 다케다의 트위터 제안을 바탕으로 탄생한 아이돌 그룹이다. 온라인 상으로 아이돌 멤버를 인터뷰하고 선발했다.  다케다는 “연구자들의 다양한 개성을 서로 나눠 학문과 연구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한다는 계획”이라며 지난해 봄부터 많은 연구자와 박사과정 학생 중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를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4월쯤 “연구는 수익성이 없으니 박사 학위만 있는 아이돌 그룹 PhD48을 만들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 트위터에 이런 생각을 올렸을 때 반응이 있어서 아이돌 그룹 결성에 나섰다고 밝혔다.  PhD48이 진짜 아이돌처럼 노래하고 춤추는 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박사학위 지원자들은 아이돌 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음악 활동에 익숙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희망자가 있다면 실제 아이돌처럼 노래하고 춤추는 활동도 할 수 있다고 다케다는 말했다. 일본 여성 아이돌 시장의 중흥기를 연 ‘AKB48’과 비슷한 이름에 대해 다케다는 AKB48 그룹의 운영 회사에 허가를 요청했고 동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박사 학위를 받은 가수로 기획사 안테나의 루시드 폴이 있다. 루시드 폴은 스위스에 있는 로잔연방공과대학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3년 제5회 유재하 가요제에 출전해 동상을 수상하면서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안테나에는 루시드 폴 외에도 프랑스 파리고등사범음악원 영화음악·작곡 석사학위를 받은 정재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서바토리를 휴학한 이상순 등 고학력 유학파 뮤지션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또 다른 박사학위 소지 가수로는 홍진영이 있었다. 하지만 홍진영의 학위는 취소됐는데, 2020년 언론의 문제 제기 이후 학위를 수여한 조선대 측에서 논문이 표절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홍진영은 2009년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조선대 무역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2012년에는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나 모두 표절로 취소됐다.
  • 주호영 “이태원 국조 연장, 野와 협의”…용혜인 “도촬 주장은 與 파행 의도”

    주호영 “이태원 국조 연장, 野와 협의”…용혜인 “도촬 주장은 與 파행 의도”

    국민의힘이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7일 종료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활동 기한 연장을 더불어민주당과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보좌진의 이른바 ‘도찰 의혹’ 논란에 국민의힘이 비교섭단체 몫 특위 위원 교체를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조사 기한 연장 문제에 대해 야당과 논의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간 민주당의 연장 요구에 소극적 태도를 유지했으나, 물리적 시간 압박에 다소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예산 처리가 늦어져서 기간이 줄어든 책임은 대부분 민주당에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국정조사 보고서를 채택할 시간이 좀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당 특위 위원들과 협의해 더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등의 의견을 들은 다음 민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2차 기관보고 당시 발생한 용 의원 보좌진의 도촬 의혹 갈등이 계속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시 용 의원 보좌진이 기관보고 정회 중 특위 위원들인 전주혜·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대화를 몰래 촬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보좌진이 용 의원의 부재 속에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적 대화를 촬영했다며 기관보고 중단과 함께 용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고, 용 의원 측은 통상적인 기록 행위였다며 맞섰다. 용 의원은 이날도 의혹을 거듭 부인하며 국민의힘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해명과 함께 유감 표명의 입장을 밝혔는데도,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특위 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이날 용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저로서 억울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명과 유감 표명 의지를 밝혔는데, 오해를 풀고 필요한 조치들을 하는 게 아니라 특위에서 배제시키고 무조건적으로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건 국정조사 파행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국조특위는 오는 4일과 6일 국정조사의 하이라이트인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및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포함한 경찰·소방 관계자 등 44명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 소설, 시간을 저버리지 않는 -정지돈, 박솔뫼, 윤해서의 작품에 나타나는 시간관을 중심으로-/이근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평론]

    0. ‘그림자 개’와 소설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가자고 요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시간과의 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림자 개’가 누군가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인 셈인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했음을 깨닫지 못하고 이를 단지 희한하고 우스운 하나의 에피소드로 여겨 버린다. 따라서 그 경고 신호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림자 개’의 특성을 파악해 두어야 하는데….(박솔뫼,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문학과사회’ 2021년 가을호, 88쪽) 대뜸 이렇게 시작하는 박솔뫼의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에게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래, ‘그림자 개’라는 것이 있다고 하자. 언뜻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튼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시간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거지? 그 연결이 약해지는 것이 왜 위험한 거지? 어쩌면 이와 같은 질문은 근대 이후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잊힌, 혹은 불필요한 질문이 돼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똑똑한 그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 질문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어떤 성과나 효용이 발생하느냐고. 그런 것이 산출되지 않고 어떤 답도 도출해 낼 수 없다면 애초에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그러니 그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라고. 시간이니, 마음이니, 관계니, 믿음이니,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한 시간 더 일하거나 한 시간 더 잠을 자 두라고. 그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생산적이라고. 더이상 자신들이 지나온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근대인은 ‘시간과 인간의 관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호한 것 대신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이성과 과학’을 손에 쥐고 더 나은 내일, ‘발전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이는 파멸의 길이기도 해서, 인간이 이성의 힘으로 이뤄 낸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인간을 파괴하는 전쟁과 야만의 시대를 불러오게 된다. 그럼에도 반성 없는 근대의 열차가 질주의 고삐를 멈추지 않던 20세기 초,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발터 베냐민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베냐민에 따르면 근대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삼분법적 시간관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최종 목적지인 미래를 위해 과거를 망각하고 현재를 폐기시킨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폭력으로 스러지고 잊힌 과거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이때 과거는 단순한 사실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 의한 ‘기억의 형식’이 되며, 이는 과거가 현재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때 “균질하고 공허”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연속적·진보적 시간의 흐름을 폭파한 후 그 ‘정지의 상태’에서 스쳐 가는 찰나의 기억을 붙잡는 일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인식하지 않는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지금 “현재와 더불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정지의 변증법’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이 토대를 두고 있는 계속해서 앞으로만 발전해 가는 변증법이 아니라 오히려 일단 멈춰야만 한다는 것, 그 정지의 순간에만 가능한 무엇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기존의 지배적인 시간의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이상 발터 베냐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최성만 옮김, 길, 2008, 331~345쪽 참조)해 새로운 서사를 (재)구성해 내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자연의 시간은 서사적 방식으로 진술되는 한에서 인간의 시간이 되며, 이야기는 “시간 경험의 특징”을 그리는 한에서만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 폴 리쾨르의 말(폴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1’, 김한식·이경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9, 25쪽)은 베냐민의 역사철학적 사고와 근대 이후 서사의 주요 장르가 된 소설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소설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찰나라도 멈춰 세운 후 그 정지의 시간 속에서 잊힌 한 존재를 기억의 그물로 건져 낼 수만 있다면 이는 인간 삶의 새로운 서사-의미를 만들어 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인간이 시간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설은 ‘그림자 개’와 닮아 보인다. 앞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그림자 개’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하나. 그림자 개는 그림자로 된 개다. 둘. 그림자 개는 산책을 한다. 셋. 그림자 개는 짖는다.”(‘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88~89쪽) 하나. 소설은 허구로 쓰인 글이다. 둘. 소설은 시간과 마음의 연결을 돕기 위해 이리저리 떠돈다. 셋. 소설은 짖는다. 이 ‘짖음’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알리는 다급한 신호라면 우리는 소설을 그저 상상력으로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로,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진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가벼이 여기고 지나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다루는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로서의 시간을 어떻게 구축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고 따져 보는 실천이 된다. 여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형상화하는 세 편의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글은 그들과 함께 산책을 나서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1. 소진됨으로써 발생하는 이미지 - 정지돈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정지돈, ‘모든 것은 영원했다’, 문학과지성사, 2020.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27년 하와이, 독립운동가이자 공산주의자인 ‘현앨리스’의 아들로 태어난 ‘정웰링턴’은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자신의 신념인 공산주의가 실현된 나라를 보기 위해 1948년 체코로 떠난다. 허나 공산주의 사회의 실상은 그가 그토록 꿈꿨던 이상과 달랐고, 정작 그 사회에서 그는 자신이 “열외자”(54쪽)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그는 체코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비밀경찰에 협조하지만 공산주의자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정신적 고향으로 여겨 온 북한에서는 현앨리스를 비롯한 그의 지인들이 숙청당한다. 그는 미국과 체코, 북한 그 어느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다. 1963년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는 그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정웰링턴은 꿈을 꿨고 꿈을 기억하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고 두 세계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 꿈속에서 정웰링턴은 두 번째 삶을 살았다. 또는 세 번째, 네 번째. 인간은 매일 꿈을 꾸지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정웰링턴은 그 사실을 깨달은 이후 다시 잠들지 못했다.(7쪽) 인간은 매일 잠을 자고 꿈을 꾸지만 대부분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허나 이날 그는 자신의 꿈을 기억해 낸다. 이후 다시는 잠들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준 “오래된 기억”으로서의 꿈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으나 떠올린 순간 “인생 전체가 쏟아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꿈을.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그는 무엇을 망각해 왔던 것일까? 근대는 위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 위기는 사실상 ‘위기’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고대 그리스에서 위기는 선택을 의미했다. 옳음과 그름, 구원 또는 심판, 삶 혹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상황, 찬성이냐 반대냐를 요구하는 시대. 그게 바로 ‘위기’라네. (…) 재밌는 건 그럼에도 최근 지나온 10년을 프랑스혁명 이후 유일하게 위기가 없었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네.(97쪽) 근대 이후 빠르게 변모해 가는 세계에서 위기는 ‘일상적’인 것이 된다. 그럼에도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대립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던 지난 10년은 오히려 위기가 없었던 시대였다고 ‘이지’는 말한다. 정웰링턴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죽음의 위기를 수시로 겪어 온 자신과 가족, 동지들의 삶이 위기가 아니었다고?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깨닫는다. 그들은 죽을 상황에 처하거나 심지어 죽었다고 하더라도 ‘위기’를 겪지는 않았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애초에 무언가를 택한다는 선택권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들은 선택을 내릴 권리 자체를 박탈당한 사람들, 처음부터 “예외적인 존재”(100쪽)였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을 이렇게 배제한 것이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 두 체제 모두가 그렇게 했다는 것, 즉 두 체제 모두가 ‘근대의 쌍생아’로서 그들을 사회에 포섭하는 동시에 배제시켜 온 공모자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믿었다. 공산주의는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다. 자본주의는 반대다. 자본주의는 상이한 욕망과 능력을 먹이로 성장하고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나누고 계급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게 변했고 그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 정웰링턴은 생각했고 책에 불을 붙였다. 바삭하게 굳은 ‘레탕모데른’은 잘 타올랐다.(8~9쪽) 1963년의 잠에서 깨어난 뒤 그가 깨달은 것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실상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 둘 다 최종 목적지를 ‘발전된 미래’에 두고 ‘진보적 시간관’이라는 동일한 연료로 달리는 기차였다는 뼈아픈 진실이었다. 이제 겉무늬만 다를 뿐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근대의 두 기관차 모두에 “비상 브레이크”(“마르크스는 혁명이 세계사의 기관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쩌면 사정은 그와는 아주 다를지 모른다. 아마 혁명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비상 브레이크일 것이다.”(‘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56쪽))를 걸기 위해 그는 이들이 공유한 시간관 자체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가 ‘레탕모데른’(les temps modernes), 즉 ‘근대의 시간’이라는 잡지를 불태우는 것은 마땅한 수순으로 보인다. 1848년 7월 혁명 발발 당시 파리 곳곳의 여러 사람들이 “시계탑의 시계”를 향해 동시에 총을 쐈던 것처럼(위의 책, 346쪽) 근대 이후 ‘혁명’은 기존 시간관과의 투쟁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거대한 근대의 시간에 맞서 “지연된 순간들”을 좋아하고 “목적지가 없”는 이동과 “결과가 없는”(102쪽) 실험을 추구하는 정웰링턴은 무력하게만 보인다. 차차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혼자가 돼 간다. 그에게 남은 대화 상대는 과거뿐인 듯하다. 윌리(정웰링턴의 애칭-필자)는 과거가 떠올랐다. 꿈을 기억한 이후 처음 체코에 온 시절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시간은 기억 속에서 거리를 상실했고 종이를 반으로 접어 펜으로 구멍을 뚫은 것처럼 의식의 지평 위에 14년 전과 14년 후가 겹쳐졌다.(29쪽) 과거를 떠올리는 그에게 처음 체코에 도착했던 14년 전과 14년 후인 지금 현재는 “겹쳐”진다. 시간의 흐름을 건너뛰어 먼 과거의 특정 시기와 현재가 연결된다. 과거의 어떤 선택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었다. 체코 비밀경찰의 협조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면?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갔다면? 북한으로 갔다면? 아니, 애초에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꿈을 기억한 1963년의 그날 그가 꿈속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삶을 살았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어떤 꿈도 그를 받아 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삶이 가능했더라도 그것들이 모두 ‘진보의 꿈’으로 귀결될 뿐이었다면. 공간적으로도(“체코와 북한 모두에 거절당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135쪽)), 시간적으로도(“정웰링턴의 문제는 자신이 어느 시간대에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데 있었다.”(16쪽))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하나의 장르를 발명해 낸다. “침묵”(16쪽)이 바로 그것. 이는 소설 속의 그가 행하는 유일한 ‘선택’으로, 그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허먼 멜빌, ‘허먼 멜빌’, 김훈 옮김, 현대문학, 2015, 22쪽)라며 ‘하지 않음’을 택하는 허먼 멜빌의 바틀비와 극 중간중간 긴 침묵에 골몰하는 사뮈엘 베케트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들뢰즈는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한 글에서 “피로한 인간은 단지 실현을 소진했을 뿐이다. 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라고 둘을 구분한다. 그러니까 ‘피로한 인간’은 오늘의 할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가며 피곤해하지만, 밤새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 다시 일을 하며 무언가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진된 인간’에게는 이 내일의 실현 가능성이 더이상 없다. 그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를 남김없이 불태워 버렸기에 오늘이든 내일이든 먼 훗날이든 더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4쪽 참조) 하와이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체코로, 끊임없이 어떤 가능성을 따라 살아온 정웰링턴에게 이제 남은 것은 ‘소진된 가능성’뿐이다. 가능성을 탕진해 온 삶. 그의 “시계는 정지”(96쪽)한다. 윌리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세계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을 것이고 사람들이 이를 자살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고 나의 선택은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는 것이다.(132쪽) 삶이 정지하는 죽음의 순간 정웰링턴은 가능성 자체의 소진이 무엇인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외치는 진보의 폭력성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자살이라 부를 것임을 알지만,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한 후 맞는 마지막 순간의 정지 속에서 그는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는 중이다. 바로 “더이상 가능한 것은 없다”는 이미지.(위의 책, 44~45쪽 참조) ‘진보적 시간’이 주장하는 모든 허황된 것들을 끝장낸 후에야 비로소 발생할 이미지. “죽음과 혼돈의 순간”이 “생성과 창조의 순간”과 동시에 존재하는 “카오스모스의 시간”(위의 책, 119쪽), 그것은 결코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을 것이다. 2.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산책 -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박솔뫼, ‘미래 산책 연습’, 문학동네, 2021.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82년 3월 18일,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 미국문화원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일으킨 것은 당시 고신대 학생이었던 문부식, 김은숙 등으로, 그들은 1980년 5월 광주항쟁 때 자행된 군부의 학살을 비판하고, 또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미국은 즉각 이 땅에서 물러갈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21년 박솔뫼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미래 산책 연습’을 발표한다. 그런데 작가는 같은 소재로 ‘매일 산책 연습’이라는 단편소설을 이미 쓴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한 번 다뤘던 소재를 왜 다시 써야만 했을까. 두 소설에서 소설을 쓰는 ‘나’의 서사는 거의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은 장편인 ‘미래 산책 연습’에는 ‘나’ 외에 ‘수미’의 서사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이때 두 서사가 지닌 시간축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 즉, ①‘나’의 서사가 현재의 시점에서 80년대 과거를 돌아보는 회상의 형식이라면, ②수미의 서사는 80년대 과거로부터 현재로 다가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①‘나’는 부산의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난 ‘최명환’과 친해지면서 그녀가 과거에 김은숙을 알았으며, 방화 사건 당일 우연히 김은숙을 목격했음을 듣게 된다. ②광주에 사는 학생인 수미는 감옥에서 출소한 친척 언니인 ‘조윤미’를 맞이하게 되는데, 서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건 조윤미가 부산 미국문화원에 불을 지른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①과 ②의 서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이 장편소설에서 ①의 김은숙과 ②의 조윤미는 서서히 겹쳐지게 된다. 단편에서는 이름으로만 회상됐던 김은숙이 장편에서는 1980년대 당시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인 조윤미로서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총 12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의 전체 구조도 주목을 요한다. 서사의 흐름을 따르자면 이 소설의 1장은 소설의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놓여야 한다. 마지막인 12장은 어른이 된 수미가 아픈 윤미 언니를 배웅하며 끝나는데, 이를 이어받기라도 하듯 1장에서의 수미가 좀 전까지 같이 있었던 아픈 윤미 언니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2장 다음에 1장이 오는 것이 인과관계상 자연스럽다. 그러나 1장의 수미가 “그렇다면 어떻게 처음 언니와 만나게 되었는지를 써둬야겠다”(12쪽)고 마음먹은 뒤 써 내려간 것이 바로 다음 장에서부터 전개되는 이 소설의 내용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1장은 분명 이 소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소설은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과거로부터 다가오는 현재(②)와 현재에서 뒤돌아보는 과거(①)가 서로 물고 물리는 것을 전체적인 구조로 형상화하고 있다.1) 이제 소설의 형식에서 보이는 이러한 시간적 특성이 내용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김은숙-조윤미’는 1982년 당시 88올림픽 준비를 중단하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가 ‘82년도에 생각한 88년도’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88년도는 그 모습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겉으로는 ‘화합과 전진’이라는 올림픽 슬로건이 내세워졌지만, 실상 이면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집을 빼앗기고 사회에서 배제돼야만 했다. 국가는 이를 은폐한 채 “성공적인 88올림픽”(97쪽)을 홍보해 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제와 폭력은 그 후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나라에서 쓸어 버려도 좋다”거나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은 흐름에서 탈락되어 죽어 버려도 좋다”는 말, “손이 없는 자가 빵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148~149쪽)와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도는 것이 지금 이 사회의 모습 아닌가. 이러한 모습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쩌면 거듭되는 기득권의 지배와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흐름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고문당하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193쪽) 지워 버리는 기차 소리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금-현재에 하나의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미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미래를 연습하였을지는 알 수 없었다. 불을 붙인 이후의 시간을 미래라 생각하였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는 알 수 없지만 끝을 내고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91~92쪽)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나의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1980년 광주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자들의 목소리, 그 외에 다른 원천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곳곳에서 수수께끼처럼 제시되는 대목들, “내가 갖고 싶은 미래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과거로 여겨”(18쪽)진다거나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91쪽)라는 부분에 대한 해석도 가능하겠다. 즉,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미래는 ‘발전된 미래’라는 진보적 시간관으로서의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이 꿈꿨던 미래,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것이기에 “슬픈 과거”(140쪽)인 미래, 그렇기에 지금 여기로 가져와야만 하는 미래-과거가 된다. 이때 우리는 ‘미래 기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았던 사쿠라이 다이조의 연극 중에는 ‘미래 기억’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연극이 있었다. (…) 그러니까 다른 시간을 살 수 있었다. 미래를 살고 와야 할 것을 살아 낸다면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153쪽) 현재의 내가 과거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꿈꿀 때 미래는 꼭 다음에 오는 일이 아니고 과거 역시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시간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이 꿈꾼 미래를 지금 여기서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따라서 ‘미래 기억’은 바라는 일이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일이 실현될 오늘을 살아가는, 일종의 수행적인 행위가 된다. 1980년에 기억하는 2000년처럼. 1980년 겨울, 광주 전남 지역의 미술인들은 ‘2000년을 위한 파티’를 연다. ‘2000년’은 광주의 진실이 알려진 미래로,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아직 오지 않은 “민주적인 미래”(193쪽)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아니라 “과거의 완결되지 않은 사실”에 발을 딛고서 다른 “미래로의 문”(에밀 앙게른, ‘역사철학’, 유헌식 옮김, 민음사, 1997, 242쪽)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 문 너머의 세계는 우리에게 예상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153쪽)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흔히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당시 그대로의 완벽한 복원을 바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그 자체의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함을, 과거를 예상하고 짐작하는 나의 생각이 “착각일 수 있음”(193쪽)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1980년 5월 27일 아침,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는 도청 앞의 “그 냄새와 공기와 광경을 모르고 모르고 모”(192쪽)르기에. 과거에 대한 ‘살아 있는 기억’을 지닌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그러한 기억을 지니지 않은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적 기억’으로의 전환(박순석, ‘5,18과 도청’ 토론문, ‘5.18 41주년 기념 학술대회’, 5.18기념재단, 2021, 95~97쪽 참조)은 가능할까? 최명환은 ‘나’에게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14쪽)라고 묻는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묻는, 그래서 ‘미래 기억’적인 이 질문은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유효할까. 과거를 현재로부터 가차 없이 떼어 내 버리는 ‘기억의 위기’인 이 시대에 대응해 예술은 기억을 위한 어떤 “새로운 형식을 창안”(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 변학수·채연숙 옮김, 그린비, 2011, 16~26쪽 참조)해 낼 수 있을까? ‘미래 산책 연습’은 이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럼 보인다. 소설에는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자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 인물들을 따라 먹고 마시고 걷게 된다. 그 식당과 목욕탕과 빵집과 카페와 골목의 어디쯤에서, 소설 밖의 독자와 소설 안의 인물이 만난다. 그리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①과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아가는 ②가 하루하루 서로 교차될 때 독자는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된다. 물론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나 스스로를 사건 당사자의 자리에 놓아 보는 것, 자신을 “한 사람의 시민”이나 “인류의 일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드문 상태”(14~15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 소설을 읽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상태가 된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럴 수는 없”(112쪽)는 것이다. 과거 사람들이 바랐던 ‘미래’를, 그들에 대한 ‘생각하기’와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래 산책 연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끝날 수 없을 것이다. 3. 눈사람을 만드는 일 -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윤해서, ‘0인칭의 자리’, 문학과지성사, 2019.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앞의 두 소설에는 각각 ‘1960년대 체코의 정웰링턴’, ‘1980년대 부산의 김은숙’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의 인물이 제시돼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그 인물을 바라보는 현재 작가로서의 ‘나’가 있었다. 반면 이제 살펴보게 될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에는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이나 인물, 그리고 작가로서의 ‘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앞의 두 소설에 이어 놓아 보는 이유는 이 소설이 동시대를 역사적으로 사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소설이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를 사유하고자 했다면 이 소설은 동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동시대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특정한 플롯이나 줄거리가 없어 보이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실험적이다. 소설 전체에 걸쳐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여러 인물들(혹은 공간들)은 *을 사이에 두고 매번 달라진다. 행갈이가 되어 마치 시처럼 보이는 이탤릭체의 대목들(대체로 현재형)이 정서체로 쓰인 인물들에 대한 객관적 묘사(대체로 과거형) 사이사이에 흩뿌려져 있다. 예컨대 소설의 첫 문장부터 15쪽까지가 이렇다. * 언제나 사람들은 어딘가에 앉아 있었을 것이고, 어쩌다 일어나 서둘러 걷거나 뛰었을 것이고, (…) * 사는 게 재밌네, 재미있어 사는 게. 그는 혼잣말을 했다. (…) *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 * 그녀는 6번 출구로 나왔다. 출구 앞에는 영종도에 들어설 오피스텔 분양 (…) * 큰눈물버섯이라는 버섯이 있다. 큰눈물버섯은 눈물버섯속이다. (…) * 그가 후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화재해설사는 궁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 작가는 왜 이런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일까? 만약 작가가 “어떤 한계”에 의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모든 것은 영원했다’, 150쪽) 이런 기법으로 소설을 쓰도록 만든 그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계속 변화하고 움직이는 현재, 좀처럼 파악되지 않는 그 현재의 수많은 삶들, 바로 이를 포착해 드러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윤해서가 직면한 어떤 한계가 아니었을까. 마치 한글 문서창의 커서가 깜빡이며 “살았다, 죽었다, 살았다, 사라졌다”(85쪽)를, 어둠 속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며 “반짝, 어둠”(67쪽)을 반복하듯, 매순간 ‘있다-없다’를 반복하는 이 현재를 도대체 어떻게 붙잡아 그려 낼 것인가.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소설은 위와 같은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정서체(과거형)의 대목 사이사이로, 갑자기 나타나 서사-시간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이탤릭체(현재형)의 대목을 등장시켜, 끊임없이 교차되는 시간의 움직임을 매순간 형상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내용적으로 ‘미래 산책 연습’에서 얼핏 보였던 동시대 사회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더욱 전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람을 넘어뜨려 죽이고도 태연해하고(18쪽), ‘만남의 광장’이라는 식당에서 마주 앉아 밥을 먹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 채 자기 식사에만 골몰하고(157쪽), PC방에 앉아 무기를 고른 후 각자의 전장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죽인다(169쪽).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오직 돈과 휴식만을 원할 뿐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61~63쪽).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인 것만 같고,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대의 사회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의 또 다른 몇몇 대목은 그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들이 실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이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한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집단적으로 백혈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어떠한 진상 규명이나 보상도 없이 해고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지켜보며 45일째 단식 투쟁을 하다 공장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람이 있다(52~53쪽). 과거에 자신들이 행한 잘못이 명백함에도 죽어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일본대사관 앞에는 지금도 소녀상이 있다(117~118쪽).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가 어디로 가는 중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두려움에 떨면서도 믿고 의지할 것이 없어 서로의 작은 손만을 잡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132~135쪽).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읽기 어려운 이 대목들은 결코 자연스러워지지 않는다. * 어떤 시간도 공평하게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 시간이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가만히 있는 것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황홀한 삶을.(199~200쪽)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의 한 화자는 “감자에 싹이 나고, 물 밖의 고기가 썩고, 방충망에 뿌옇게 먼지가 낀다”는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에 “비는 내리다 그치고 /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온다”는 자연적 흐름을 더해 가며 섭리 같은 시간을 말한다. 그저 가만히 있는 존재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공평무사한 자연의 시간을. 그런데 화자는 이 시간을 무섭다고 여긴 “적이 있다”고, 마치 지나간 일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화자는 시간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지만 또한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는, “가능한 것이 사라지게 하는 바로 그 순간에 가능한 것을 창조”(54쪽)할 수도 있는 시간. 이제 200쪽에 이르는 이 소설에서 무심히 세 번 내리는 눈(雪)을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 * 눈이 내린다. 눈이 내려 쌓인다. 쉼 없이 쏟아지는 눈송이들. 골목, 골목에. 모든 기억의 눈꺼풀 위에. 잠잠하라. 잠잠하라.(20쪽) * 눈은 내려 쌓이고, 아무도 밟는 사람이 없어서 발자국 하나 없이 끝내 하얗고.(88쪽) * 죽을 때 죽더라도. 어느 때나 눈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눈은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는데.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건 사람의 일. 눈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같아. (…) (174~175쪽) 시간이 공평히 흘러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사라지게 하듯, 눈 역시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면서 땅 위의 존재들을 하얗게 지울 수 있다. 시간은 흐르면서, 눈은 쌓이면서 여기 존재하던 무언가가 더이상 여기 있을 수 없게 한다. 그곳은 새하얀 무(無)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무언가를 사라지게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태어나게도 하듯, 눈 역시 그럴 수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충족됐을 때. 즉, 우리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사람의 일”을 수행할 때. 한 사람을 기억하며 만들어 가는 눈사람은, “모든 눈꺼풀의 기억 위에” 쏟아지면서 “잠잠하라”고, 이제 그만 잊으라고 명령하는 ‘눈-시간’에 저항하는 일이 된다. 어쩌면 이때, “기둥도 뿌리도 없이, 잎도 열매도 없이”(200쪽) 이 지상 위를 떠도는 이들도 저 눈사람 위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계절의 끝에, 아이들의 침대 맡에, 깊은 꿈속”(175쪽) 곳곳에 눈사람이 놓여 있듯, 이 소설의 곳곳에는 누군가를 간절히 기억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이 땅에 없는 사람을 향해 “하늘에도 지도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118~119쪽), 낚시터에 나란히 앉아 주말마다 이곳에 앉아 있던 한 남자를 기다리는 엄마와 딸(179쪽),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다 문득 바다 위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되는 그녀(20~21쪽) 등. 이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깊은 고통과 상심을 겪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그 한 사람을 끈질기게 기억하고 바라보고 있다. 문득 떠오르는 소설 앞부분의 한 대목.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9쪽) 화병의 목록이 꽃 이름만큼 많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국화꽃, 진달래꽃, 봉숭아꽃, 목련꽃, 벚꽃 등 각각의 꽃에는 저마다 그에 맞춤한 꽃병이 있다는 말일까. 그래서 화병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더이상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 같은 보편적인 명사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현무암일 뿐인 평범한 돌이 어떤 특정한 꽃을 담아내는 순간 고유한 이름을 가진 화병이 된다. 여기서 ‘화병’을 기억되는 사람으로, ‘꽃’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때 기억되는 사람은 기억하는 사람만큼 생겨나게 된다. 과거 속에서 이름을 잃은 채 무명(無名)의 상태로 떠돌던 이들을 누군가 기억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과거의 누군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를 기억하는 동시에 그 자신 또한 상대방에 의해 고유한 존재로, ‘이 화병’에 담긴 ‘이 꽃’이 된다. 이처럼 이 둘은 따로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을 때 자신 역시 존재할 수 있는,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는 관계가 된다. 마치 한국어에서 “자음과 모음”이 합해져야 하나의 글자가 되는 것처럼.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존재케 하는 것처럼(186쪽). ‘0인칭의 자리’는 더이상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어떤 미래도 떠올리지 않는, 단절된 현재만을 살아가는 동시대를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또한 이 소설은 공허하게 흐르는 시간과 무심히 내리는 눈을 거슬러, 그것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금도 어딘가에는 눈사람이 놓여 있지 않느냐고 우리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므로 폐허 속 잔해들을 그러모아 새로운 무언가를 (재)구성하는 것은 ‘역사의 천사’뿐 아니라 “미약한 메시아적 힘”(‘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32쪽)을 지닌 바로 우리, 인간의 몫이기도 할 것이라고. * ‘0인칭의 자리’에는 한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장을 정리하다 ‘수학’이라는 책을 펼쳐 보는 대목이 있다. “378쪽. 거기에 유일한 밑줄. 존재성 증명은 정의되는 성질을 가진 물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는 과정이다.”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존재성 증명에는 ‘구성적 증명’과 ‘비구성적 증명’ 두 가지가 있는데, ‘구성적 증명’은 명확한 숫자로 답이 존재한다. 1+1=2처럼. 그런데 방정식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답이 존재하기는 한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을 밝히는 증명도 있다. 명확한 숫자로서의 답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무언가 “존재하기는 한다”고, 답으로서의 무언가가 “있기는 하다”(109~110쪽)고 증명하는 것이 바로 ‘비구성적 증명’이다. 아들은 궁금하다. 아버지가 밝히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앞에서 살펴본 세 편의 소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다루는 와중에 이 ‘비구성적 증명’을 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웰링턴을 기억하냐는 ‘나’의 물음에 ‘야넥’은 그의 죽음이 자살인 건지, 그의 목소리나 성격이 어떠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당신이 물으니까 병원 담벼락 안쪽 “그곳에 남자가 있었다”(‘모든 것은 영원했다’, 200쪽)는 것만은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산의 김은숙과 동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고민하던 ‘나’는 그들이 생각한 것은 “그들 자신이 광주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미래 산책 연습’, 92쪽)는 과거의 사실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어머니의 눈빛, 그때까지 자신이 알던 어머니의 눈빛과는 전혀 다른 그 눈빛은 카메라도 아니고 카메라 너머의 자신도 아닌 어떤 것을 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을 찍어 왔다는 한 사진가. 그러나 그 어머니의 눈빛은 “그날 그 자리, 거기 없던 어떤 것”(‘0인칭의 자리’, 30쪽)이었음을 이제는 안다는 그의 고백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없는 모든 곳에 당신이 있어.”(위의 책, 150쪽) 그러므로 위 소설들의 끝에서, 우리는 뜻하지 않은 하나의 초상(肖像)과 마주하게 된다.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잊힌 존재에 대한 자료를 읽고 그를 상상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어떤 사람의 수그러진 뒷모습을. 여기서 우리는 80년대에 태어난 이 젊은 세 작가가 왜 2020년을 전후로 이 작품들을 써야만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글쓰기는 지금 이 시대의 시간관-과거는 하루 빨리 잊을수록 좋고, 미래는 상상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며, 그저 하루하루의 현재만 생존하라고 명하는-에 대한 하나의 투쟁이자 경고 신호로서, 지금 여기에 도착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작가 개인의 글쓰기는 그를 뛰어넘어 이 시대의 공동체를 위한 글쓰기가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교차하는 곳에, 희미하게 명멸(明滅)하고 있는 한 존재가 있다. 지금-여기에는 없지만 그때-그곳에는 있었던 누군가를 증명해 내는 일은, 내일-저곳을 이미 기억해 내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과 같다. 그리하여 만약 소설이 지금-여기에 그들을, 그때-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림자 개’의 특성을 하나 더 추가해 볼 수도 있겠다. 넷. 그림자 개는 그림자 개가 되기 전의 개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개다. ‘그림자 개’의 다른 이름이 ‘믿음의 개’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 비록 그것이 한낱 그림자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그림자 개’-소설은 끝내 시간을, 그 속의 한 존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므로. ——————————————————————————————————————————— 1)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은 영원했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웰링턴이 자신의 꿈을 기억하는 소설의 첫 페이지는 1963년으로, 서사의 흐름상 그의 유언이 등장하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와 연결된다. 또 작가로 추정되는 ‘나’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의 시간대를 이 책의 출판 연도인 2020년으로 생각해 본다면 1960년대의 과거(정웰링턴)와 2020년의 현재(‘나)가 마주 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한양 수복 도모, 삭녕군 주둔 중 왜적 기습에 순절 [서동철의 임진왜란 열전]

    한양 수복 도모, 삭녕군 주둔 중 왜적 기습에 순절 [서동철의 임진왜란 열전]

    류성룡은 ‘징비록’에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켰지만, 이순신을 제외하면 아마도 가장 공들여 서술한 인물이 경기 감사 심대(沈岱·1546~1592)가 아닐까 싶다. 심대는 세자를 교육하는 세자시강원의 종3품 보덕(輔德)이었다. 이후 경기 감사에 임명된 그는 사방에 왜적이 들끓는 상황에서도 숨어들기는커녕 깃발을 앞세우고 풍악을 울리며 당당하게 행차하곤 했다. 나아가 ‘한양 수복’을 공언하면서 도성 내부의 호응을 이끌었으니 왜적에게는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었다. 심대는 오늘날의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에 걸쳐 있던 삭녕에 머물고 있다가 왜적의 기습으로 순절했다. 심대는 1572년 문과에 급제하고 홍문관 요직을 섭렵한 대표적 문관이다. 그럼에도 경기도 용인에 있는 무덤 앞의 안내판조차 ‘심대 장군 묘역’이라 적어 놓았다. 선조실록을 보면 임진년 7월 17일 보덕 심대는 정3품 좌부승지로 승진해 임금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하게 된다. 이후 7월 25일 ‘경기 감사 심대에게 가자(加資)하라’고 했으니 일주일 만에 종2품 관찰사에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삭녕에서 전사한 것이 9월 1일이니 감사 재임 기간은 한 달을 조금 넘는다. 한양 수복을 위해 군사를 정비하던 그의 의기(義氣)는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류성룡 “출전하면 어떤 위험도 안 피했다” 왜란 당시 심대의 행적은 류성룡이 쓴 글을 가감없이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징비록’은 심대를 두고 ‘대단히 정의로운 사람인 까닭에 왜란이 발발하자 분을 참지 못했다. 그때부터 명령을 받아 출전하게 되면 어떤 위험도 피하지 않았다’고 했다. 류성룡은 심대를 용기 있는 인물을 넘어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심대에 대한 깊은 애정마저 느껴진다. 조정의 핵심 요직에 있었던 두 사람은 실제 친분도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임진년 5월 3일자 선조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이때 전라도 관찰사 이광이 병사들을 이끌고 올라오다가 공주에 이르러 경성이 벌써 함락되고 대가(大駕)가 서쪽으로 거둥했다는 소문을 듣고 드디어 병사들을 철수하여 본진으로 돌아갔다. 선조는 날마다 남쪽을 바라보며 원군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충청도 관찰사 윤선각 역시 오지 않았으므로 개탄한 지 오래다. 보덕 심대가 자신이 남쪽으로 떠나 이광에게 명을 전달하겠다고 자청하자 선조가 매우 기뻐하면서 당상관으로 승직할 것을 명하니 심대는 울면서 굳이 사양했다.’ 심대는 왜군에 육로가 모두 끊긴 상황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심대는 결국 이광을 만났고 임금의 뜻을 전하며 질책하자 이광이 비로소 윤선각과 더불어 병사를 합쳐 다시 북상을 시작했다. 심대가 평양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전하니 선조와 조정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북상한 이광의 전라도, 윤선각의 충청도, 김수의 경상도 등 하삼도(下三道)의 대군이 용인 광교산에서 소수의 왜군에게 패퇴했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삼도 근왕병이 허무하게 무너지자 서울 수복의 꿈은 깨지고, 조정의 희망도 사라져 갔다.이런 상황에서 심대가 아무도 입에 올리지 못하던 ‘한양 수복’을 다시 외치면서 어두워졌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류성룡은 가능성이 없는 듯해도 대의(大義)에 합당하면 기꺼이 뛰어드는 지사적 기질을 심대에게서 읽었다. 하지만 류성룡은 ‘징비록’에 심대의 한없는 자신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우려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숨기지 않았다. ‘징비록’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해 가을, 심대는 권징의 후임으로 경기 감사에 임명되어 출발했다. 가던 길에 안주에 머물고 있던 나를 백상루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이야기 끝에 심대는 적을 만나면 직접 나가 싸우고야 말겠다는 뜻을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를 달래며 말했다. “옛말에 밭을 가는 일은 종에게 시키라고 일렀네. 그대는 선비라 싸우는 일에는 서투를 테니 그만두게. 대신 양주 목사 고언백이 대단히 용감하고 뛰어나니 그에게 군사를 넘겨주게. 그가 병사를 이끈다면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네. 부디 조급하게 덤비지 말게.”’ 제주 출신 고언백(?~1608)은 훗날 도성 탈환에 공을 세운 명장이니 류성룡의 판단은 정확했다. 당시 양주는 태조의 건원릉을 비롯한 능침이 밀집한 고을이었다. 그러니 조선의 역대 양주 목사에게는 왕실의 중요한 능침을 지키는 엄중한 역할이 주어졌다. 고언백은 양주로 침입하는 왜적을 물리치는 전과를 여러 차례 거두며 경기도 방어사에 올랐다. 정유재란 때도 경기도 방어사로 전공을 세웠고, 선무공신 3등에 책록됐다. 선조실록에도 ‘경기 관찰사 심대가 조경을 대장으로 삼고, 최몽성에게 동로병마를 지휘케 하고, 고언백에게 서로병마를 지휘케 했다’는 대목이 보인다. 심대가 류성룡의 조언을 아주 허투루만 들은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하지만 류성룡의 충고에 심대는 ‘듣는 둥 마는 둥 건성으로 “예, 예” 했을 뿐 별로 마땅치 않은 눈치였다고 ‘징비록’은 적었다. 류성룡은 혼자 떠나는 그가 걱정되어 활에 능숙한 군관 장모를 딸려 보냈다. 전쟁의 와중이라고는 하지만 경기도 관찰사에 임명된 인물이 혈혈단신으로 임지로 떠나려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류성룡이 심대에게 딸려 보낸 군관 장모(張某)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쉽다. 그는 삭녕에서 심대를 보호하다 장렬하게 순국했다. 번암 채제공(1720~1799)이 지은 심대 신도비 비명에도 ‘장성(張姓) 군관’이라고만 적혀 있다. 이후 류성룡은 말단 군관 장모와 연락병을 통해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한번은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경기도는 왜적의 피해가 극심합니다. 하도 불을 질러대고 약탈을 일삼아 성한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전에 감사나 관원들은 깊은 곳에 숨어 지내거나, 다닐 때도 평복을 입어 왜적의 공격을 피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감사는 왜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순시할 때 공문을 띄워 알리는 것은 물론 깃발과 나팔을 앞세웁니다.’ 이런 소식을 들은 류성룡은 심대에게 부디 조심하라는 편지를 여러 차례 띄웠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심대는 “한양을 회복할 것”이라면서 군사를 모았다. 한편으로 심대는 도성 내부에 사람을 침투시켜 공격이 이루어졌을 때 내응할 사람들을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도성 내부 사람들은 나중에 왜적에 부역했다는 죄를 뒤집어쓰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됐다. 연명부에 이름을 적어 보낸 도성 내부 사람이 하루에 1000명을 넘기도 했다. 경기 감사가 도성 내부와 소통하며 이곳저곳을 거리낌없이 내왕하니 왜적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들도 활개칠 수밖에 없었다. 심대가 삭녕군에 머물러 있을 무렵 정보를 수집한 왜군이 밤을 이용해 습격했다.●피신 권유에 “여기가 죽을 곳”이라며 활쏴 심대의 최후는 채제공의 신도비명에 자세히 적혀 있다. ‘그때 철원의 적이 얕은 여울을 몰래 건너 한밤중에 들이닥쳤다. 장씨 성을 가진 군관이 곧장 장막 안으로 들어가 “상황이 급박합니다. 빨리 나가서 뒷날을 도모하소서”했다. 공은 천천히 객사에서 나가 큰 나무에 기대어 앉아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라며 왜적에 활을 쏠 뿐이었다. 왜적은 “감사는 어디에 있는가” 했다. 군관은 “내가 감사다”하고 외쳤고 왜적은 그의 목을 베어 갔다. 하지만 역적의 편에 선 자들이 감사가 아니라고 하자 마침내 심대와 삼종사관 윤경원, 강수남, 양지를 살해했다.’ 이후의 이야기는 다시 ‘징비록’을 인용한다. ‘왜적이 물러가자 경기도 백성들이 심대의 시신을 거두어 삭녕의 임시 무덤에 모셨다. 며칠이 지나 왜적이 다시 나타나 시신의 머리를 베어 갔다. 그러곤 서울로 가져가 종로 한복판에 매달아 놓았는데, 두 달이 지나도록 얼굴빛이 산 사람처럼 빛났다. 그의 충심에 감동한 사람들은 재물을 모아 왜병을 매수한 다음 머리를 찾아 강화도로 옮겼다가 왜적이 완전히 물러간 다음 시신과 함께 고향에 보내 장사 지냈다.’ 심대는 이조판서에 추증되고 호성공신에 책록되었으며 청원군에 봉해졌다. 시호는 충장(忠壯)이다.
  • ‘쌍둥이 사령탑’ 더비… 동생 조동현, 2전3기 끝 웃었다

    ‘쌍둥이 사령탑’ 더비… 동생 조동현, 2전3기 끝 웃었다

    형 조상현 LG감독 상대 77-73 승현대모비스, 0.5경기차 2위로 도약 SK, 삼성 꺾고 서울더비 시즌 3연승프로농구 쌍둥이 사령탑 더비가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쌍둥이 동생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모비스가 1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프로농구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형 조상현 감독이 지휘하는 창원 LG를 77-73으로 제쳤다. 서명진이 3점슛 4개 포함 18점을 올리며 앞장섰고 게이지 프림(16점 13리바운드)과 장재석(16점 11리바운드)도 더블더블을 합창하며 거들었다. 2연패에서 벗어난 현대모비스는 16승11패를 기록, 2연패에 빠진 LG(15승11패)를 끌어내리고 0.5경기 차로 2위에 올랐다. 조동현 감독은 형을 상대로 2전3기 끝에 정규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컵대회 준결승전에서 처음 만나 이긴 바 있으나 정규시즌 들어서는 1, 2라운드 모두 무릎을 꿇었다. LG가 지난달 중순 이후 상위권으로 치솟으며 쌍둥이 더비는 2위 자리를 둘러싸고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외곽포와 리바운드에서 다소 우위를 보인 현대모비스는 2쿼터 후반 12점 차로 앞서기도 했으나 아셈 마레이(17점 15리바운드)를 앞세운 LG의 추격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현대모비스는 마레이에게 골밑을 점령당하며 4쿼터 종료 2분 27초 전 71-70으로 쫓겼으나 마레이가 5반칙으로 물러나 한숨을 돌린 데 이어 함지훈(6점)이 자유투 2개, 서명진이 레이업을 림에 얹고 장재석이 결정적인 가로채기를 보태 승리를 지켰다. 서울 SK는 S더비 원정에서 자밀 워니(25점 17리바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서울 삼성을 86-67로 제압했다.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1패 뒤 3연승한 SK는 4위(15승12패)에 자리했다. LG와는 0.5경기 차로 2~4위 간격이 매우 촘촘해졌다. 5연패에 빠진 삼성은 최하 10위(10승18패)에서 허덕였다. 60-49로 앞서 4쿼터에 돌입한 SK는 수비와 리바운드가 무너진 삼성이 5분가량 3점에 그친 사이 16점을 쓸어담아 승부를 갈랐다. SK는 24점 차까지 달아나자 주전 대부분을 밴치에 앉히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수원 kt도 원정에서 양홍석(24점 10리바운드)과 재로드 존스(24점 12리바운드)의 더블더블 합창에 힘입어 고양 캐롯을 90-77로 물리쳤다. 5연승한 kt는 12승15패로 7위, 4연패한 캐롯은 13승14패로 공동 5위. KBL 선수로는 역대 5번째로 10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올렸던 캐롯의 전성현은 19점에 그쳐 기록을 이어 가지 못했다.
  • 새해 첫날 또 도발 나선 김정은 “전술핵 다량 핵탄 기하급수” 위협까지

    새해 첫날 또 도발 나선 김정은 “전술핵 다량 핵탄 기하급수” 위협까지

    북한이 2022년 마지막 날에 이어 2023년 첫날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새해에도 군사적 긴장을 낮출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해에 전술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위협까지 내놨다. 합동참모본부는 1일 오전 2시 50분 북한이 평양 용성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이 동쪽으로 400㎞ 비행한 뒤 동해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인 12월 31일에도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해로 SRBM 3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이 12월 30일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을 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인 동시에 대외 강경기조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에 대해 새해를 맞아 600㎜급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신규 생산 배치했으며 최근 검수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방사포가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말하는 초대형 방사포가 400㎞에 육박하는 사거리와 유도 기능 등을 갖췄다는 점에서 SRBM으로 분류한다. 사실상 남 측만 겨냥하는 무기체계에 해당하고 전술핵 탑재가 가능해 상당한 위협이 된다. 북한은 특히 새해를 맞아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신규 생산 배치했으며 최근 검수사격을 했다고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6~31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며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 통신은 “신속한 핵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 체계를 개발할 데 대한 과업”을 언급하며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화성17형에 더해 고체연료 기반 ICBM까지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강대강 정면승부 대적투쟁 원칙에서 물리적 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긴급 지휘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장관은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을 자행하면 자위권 차원에서 주저하지 말고,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며 확고한 대비태세 유지를 강조했다. 통일부도 “주민의 곤궁한 삶은 외면한 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더욱이 같은 민족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훈련중인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특수임무여단, 일명 ‘참수부대’를 방문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 측보다 남 측에 ‘위험천만한 군비증강 책동 광분’, ‘대결적 자세’ 등 공세적 태도를 드러냈다”며 “연초부터 전술핵 다량 생산과 배치를 과시하며 20여회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맞춤형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남 대적투쟁 강화 선언은 남북 관계 파탄을 넘어 실제 전쟁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안보불안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해 굴복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伊 서커스 조련사 호랑이에 물려…보호단체 “법으로 금지해야”

    伊 서커스 조련사 호랑이에 물려…보호단체 “법으로 금지해야”

    이탈리아 한 서커스 공연장에서 조련사가 호랑이에게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31일(현지시간)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탈리아 남부 레체 지방 수르보에 있는 서커스 공연장에서 맹수 조련사 이반 오르페이(31)가 호랑이에게 물렸다.사고는 실제 공연 중에 발생해 관객들은 혼비백산했다. 소셜미디어(SNS)상에는 몇몇 관객이 촬영한 영상이 확산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오르페이는 사고 직전 동료에게 무언가를 얘기해주느라 공연에 동원된 호랑이와 사자들의 움직임을 놓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 호랑이 한 마리가 살그머니 그에게 다가가더니 순식간에 달려든다. 이 호랑이는 오르페이의 한쪽 다리를 입으로 물고 다녔고 급기야 그의 등으로 뛰어 올라가 목을 물었다. 이날 오르페이는 다리와 목 외에도 팔 등 신체 여러 부위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인근 대형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치명상을 피해 그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해당 병원에서 퇴원해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페이를 공격한 호랑이는 사고 직후 격리됐고 이상 증세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안락사 처분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사고가 난 서커스단 측은 다음 날인 30일 페이스북 성명에서 “이반(사고 피해자)은 매우 재능 있는 전문 조련사로 공연 도중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했으나 다행히 경상으로 끝나 그의 건강 상태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동물보호단체인 국제동물보호기구(OIPA)는 이번 사고는 야생동물과 관련한 서커스 공연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기구는 지난 몇 년간 동물을 단순히 오락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관한 법을 개정해줄 것을 여러 나라의 정부에 요청해 왔다. 마시모 콤파로토 OIPA 대표는 성명에서 “서커스 공연 배후에는 수개월간의 학대와 고통, 박탈이 숨겨져 있다. 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커스에 동원된 동물은 제한된 공간을 이용하고 감옥 같은 우리에 갇혀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본능과 반대되는 삶을 살게 돼 때때로 저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광식의 천문학+] 가장 멀리 간 우주 탐사선 5대…지금 어디쯤 있나?

    [이광식의 천문학+] 가장 멀리 간 우주 탐사선 5대…지금 어디쯤 있나?

    2023년 새해가 밝았다. 1972년 파이오니어 10호가 우주로 발사된 이래 인류는 50년 동안 쉼없이 먼 우주로 우주 탐사선을 쏘아 보내고 있다. 새해 첫날, 우주와 인간의 소통을 한번 더 터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현재 태양계 끝자락에 도달했거나 빠르게 접근 중인 우주 탐사선은 총 5대다. 파이오니어 10·11호와 보이저 1·2호, 그리고 뉴허라이즌스호가 바로 인류의 척후병인 셈이다. 이 탐사선 대부분은 예상되던 ‘죽음’(가동 종료)을 극복하고 원래 계획보다 오랜 기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애초 이 탐사선들은 지구의 이웃 행성들을 탐사할 계획이었지만, 임무를 마친 지금은 천문학자들에게 우주의 특별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태양계 밖으로 향하고 있다. 그들은 2022년 한 해 동안에도 많은 임무를 해냈는 데 그중 주요한 부분을 간추려본다. 보이저 1·2호 보이저 임무는 지난해 발사 45주년이라는 매우 특별한 기념일을 맞이했다. 행성에 대한 근접 비행에서 심우주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만든 피조물로서 역대 가장 먼 탐사 거리를 기록한 두 탐사선은 태양계에 대한 천문학자들의 이해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이제 주된 프로젝트는 태양의 영향이 끝나는 경계 영역과 다른 항성들의 영향이 시작되는 곳인 성간 공간을 탐사하는 것이다.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의 입자 흐름이 더 이상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계인 태양권계면을 최초로 돌파했고, 2018년에는 보이저 2호가 그 뒤를 따랐다. “보이저 1호는 이제 1년간 성간 우주에 있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항해하고 있으며 상태는 양호하다”고 보이저 프로젝트 과학자이자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행성 과학자인 린다 스필커는 밝혔다. 이 팀은 지난해 우주선이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지구로 보내기 시작했을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술자들은 즉시 원인을 찾아나섰다. 탐사선이 컴퓨터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할 때 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내고 복원 작업을 완수했다. 이 같은 종류의 사고는 오래된 탐사선에서 늘상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팀은 또 각 탐사선의 전원 공급 장치를 능동적으로 관리한다. 이 장치가 생산하는 전력은 탐사선의 방사성 발전기 기능이 점점 떨어짐에 따라 매년 줄고 있다. 올해 팀은 전력을 아끼고자 가혹할 만큼 온도가 낮은 우주 환경에서 탐사 기기들을 따뜻하게 유지하던 히터 장치의 전원을 껐다. 그러나 이 기기들은 지금도 놀랍게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카메라는 몇십 년 전 꺼졌을지 모르지만 탐사선의 다른 장비는 멀리 떨어진 태양으로부터 오는 플라스마와 자기자엥 대한 데이터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 태양에서 흘러나오는 전하를 띤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이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먼 거리에서 관측한 보이저 데이터는 과학자들로 하여금 태양의 변화가 우리와 가까운 우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또 보이저는 태양계의 가장자리도 놀라운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태양계 중심에서 멀어짐에 따라 태양으로부터 오는 플라스마가 더 희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놀랍게도 보이저호는 태양권계면을 지난 후 훨씬 밀도 높은 플라스마를 감지했다. 천문학자들은 아직까지 그 이유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스필커 연구원은 “이 모든 시간이 지난 후에도 성간 공간에서 태양의 영향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앞으로 보이저는 5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는 느끈하게 정상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238억㎞(159AU. 1AU는 지구-태양 간 거리) 떨어진 심우주에 있으며, 이는 빛으로도 22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보이저 2호는 198억㎞ 거리에 있다. 파이어니어 10·11호 파이어니어 탐사선은 개척자로서의 역할로 인해 우주 탐사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50년 된 두 탐사선은 안타깝게도 현재 작동을 멈추고 영면에 들어갔다. 파이어니어 10호는 2003년 통신이 끊겼고, 11호는 1995년 마지막 접촉 이후 침묵에 빠져든 상태다. ​하지만 두 탐사선은 모두 태양계에서 인류의 존재를 나타내는 증표다. 우리가 더는 명령을 보내지 않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심우주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일단 탐사선이 태양계 밖으로 진출한 이후에는 물리 법칙에 따라 어떤 외부의 힘이 진로를 바꾸지 않는 한 그 여정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 ​뉴허라이즌스호 ​명왕성 탐사선 뉴허라이즌스는 2006년 발사된 가장 신참인 탐사선이다. 2015년 유명 왜행성 명왕성 임무를 완료한 후, 이 탐사선은 초속 13.85㎞라는 기록적인 속도로 태양계를 주파해 2040년 태양권계면에 도달할 예정이다.  주요 임무를 완수한 뉴허라이즌스는 2019년 첫 번째 추가 임무에 나서 작은 카이퍼 벨트 천체인 아로코스에 대한 근접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올해 초 이 탐사선은 다음 임무가 아직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동면 모드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제 팀은 2차 확장 임무(KEM2)를 앞두고 흥분하고 있다. KEM2는 지난해 10월 1일 시작됐지만, 탐사선은 오는 3월 1일까지 동면한다. ​천문학자들은 특히 해왕성 너머의 얼음과 암석 덩어리인 카이퍼 벨트 천체(KBO)에 대한 새로운 시각 자료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뉴허라이즌스는 원래 임무를 뛰넘는 모험에 도전한다. 이 탐사선은 우주에서 빛과 우주선(cosmic rays)의 배경에 대한 보다 나은 측정 데이터를 제공하고, 태양계 전체의 먼지 분포를 추적하며 보이저 1·2호에 도움이 되는 태양의 영향에 대한 주요 정보를 얻을 것이다. 뉴허라이즌스와 두 보이저 탐사선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구조의 불규칙성을 파악해 지도화할 수 있다. 심지어 뉴허라이즌스는 운이 좋게도 2040년대까지 쓸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미지의 영역을 향해 4억 8000만㎞씩 이동한다. 이는 지구-태양 간 거리 1억 5000㎞보다 3배가 먼 거리다.
  • 남북 새해부터 강대강…尹 “北도발 확실히 응징”

    남북 새해부터 강대강…尹 “北도발 확실히 응징”

    남북이 2023년 새해 첫날부터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북한은 2022년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남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 위협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군 지휘관들에게 철저한 대북 대비 태세 유지를 당부하며 적의 도발에 확실히 응징할 것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 군 지휘관들과 화상통화윤 대통령은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김승겸 합참의장을 비롯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지휘관들과 화상통화를 하며,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하기 위한 확고한 정신적 대비 태세와 실전적 훈련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김 합참의장에게 “지난해 대북 대비 태세를 유지하느라 수고 많았다”면서 “새해가 됐지만 우리의 안보 상황은 여전히 매우 엄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앞으로도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면서 다양한 대칭·비대칭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인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면서 “우리 장병들의 확고한 정신적 대비 태세와 실전적 훈련만이 강한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음을 유념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해 합참의장 예하 전 장병들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강군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임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南, 명백한 적”…핵무력 증강 의지지난해 꾸준히 미사일 등의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지난달 31일과 1일 연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31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이날 오전 2시 50분쯤 역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를 600㎜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히며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을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한 뒤 현 남북 관계에 대해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또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다.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밝혀 유사시 핵무기를 선제공격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를 기본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 남측을 겨냥한 핵무기 전력 강화가 올해 북한 국방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신냉전 체제 속 대화 가능성 줄어미국을 향해서는 “2022년에 각종 핵타격 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 수준으로 들이밀었다”, “일본, 남측과 3각공조 실현의 본격적인 추진을 통해 아시아판 나토같은 군사블럭 형성에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제관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됐다며 ‘강대강 정면승부 대적투쟁 원칙에서 물리적 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이 올해 각종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한편 올해 신년사를 갈음하는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나 남측을 향한 대화나 협상 여지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올해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신냉전 구도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확실한 우군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 역시 제재에 대한 부담 없이 국방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전망돼 결국 미국과의 협상 또한 성사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 커지는 경기둔화 우려…김주현 “위기 극복 역점”

    커지는 경기둔화 우려…김주현 “위기 극복 역점”

    김주현 “금융사 유동성 규제 유연화”김광수 “블랙스완 가능성…주의 필요”정완규 “해외 자금조달 경로 활성화”오화경 “부동산 PF 대출 연착륙 지원”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년 경기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권 협회장들은 모두 신년사에서 새해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30일 신년사를 통해 “새해 금융위원회는 취약계층이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도록 돕고 불안정한 거시경제 여건에 대비한 금융시장 안정 확립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높은 물가와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서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주요국 경기가 위축되고 유동성 축소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부동산 시장 리스크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응해 금융위는 회사채·기업어음(CP) 관련 시장안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금융사에 적용되는 유동성 규제를 추가로 유연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과 위기대응 역량을 확충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 활용 확대를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늘어난 부채의 연착륙도 금융권의 큰 과제다. 김 위원장은 “크게 누적된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의 큰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상환능력 기반 대출 관행 정착 및 분할상환 확대 유도, 취약차주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보완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협회장들도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내실을 다질 때라고 강조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내고 “대내외 거시경제의 변동성과 금융 시스템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블랙스완’(일어나지 않을 일의 현실화)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사소해 보이는 꼬리 위험도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과도할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자금조달 어려움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 제2금융권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여신전문금융채 매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 경로 활성화 등 어려움을 타개할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연착륙을 지원하고 저축은행의 유동성 관리 및 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 [취중생]해 넘기는 특수본 수사…변수로 떠오른 검경 갈등

    [취중생]해 넘기는 특수본 수사…변수로 떠오른 검경 갈등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경찰이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수사 결과 발표는 해를 넘긴 뒤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주요 피의자 신병 처리를 일단락지은 뒤 마무리 수순을 밟을 계획이었지만 검찰이 최 서장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수사 스케줄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특수본은 지난 27일 브리핑 때 “순차적으로 영장이 계속 발부됐으면 12월 초중반쯤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되면서 3주 이상 수사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수본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지금 대구쯤 지나고 있다”는 비유로 현재 수사 진척도를 설명했다. 지난 3주 동안 보강수사를 진행하면서 행정안전부, 서울시, 경찰청, 소방청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온 만큼 1차 신병 처리 대상자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윗선’ 수사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검찰이 하루 뒤인 28일 최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 남은 구간 속도를 내려고 했던 특수본 계획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 사건은 사회적 주목도가 높고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도 커 특수본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연될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두 달을 달려오면서 특수본에 파견된 수사관들 피로도가 많이 누적된 상태다.수사 초기 경찰 일각에선 검찰과 협업이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시행령 개정을 통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등 수사권을 둘러싼 큰 변화가 있은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아닌 경찰 내 수사본부가 꾸려진 만큼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발생할 경우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우려가 무색하게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꾸려진 특수본과 서울서부지검 간의 협업은 수사 초반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듯 했다. 검경이 갈등하는 모양새는 기관간 기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 서장의 영장을 놓고 검경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행안부, 서울시 등 윗선 수사로 갈수록 혐의 적용이 까다로워 검경 협업이 필수적인데 특수본은 이례적으로 공개 장소에서 검찰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 남은 수사에서도 제대로 협조가 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검찰 입장에선 최 서장의 영장 기각에 따른 후폭풍이 클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했을 수 있겠지만 특수본은 검찰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내용은 피해자 158명의 최종 생존 시각과 구조된 시간, 구조 후 방치된 시간 등을 특정해달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3주 동안 수사하면서 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다 했다”고 했다. 그 이상은 ‘신의 영역’인데 검찰이 특수본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부분에선 “검찰과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해 검찰의 입장이 달라졌음을 시사했다.특수본이 공개적으로 검찰의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했지만 검찰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날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구속기소하면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도 시작된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이임재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6일 구속된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조만간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재판에서 결국 혐의 인정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인데 특수본 수사를 지켜본 검찰이 얼마나 탄탄한 법리로 무장해 재판에 임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특수본의 주장대로 검찰이 무리한 요구를 했는지 여부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불로장생·화성 이주의 꿈 성큼… 인류미래를 엿보다

    불로장생·화성 이주의 꿈 성큼… 인류미래를 엿보다

    2018년 중국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 사법당국이 실험을 주도한 생물학자를 불법 의료행위로 사법 처리하긴 했지만, 유전자 편집이 현실화됐다는 점에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2020년엔 미국의 생화학자 제니퍼 다우드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크리스퍼는 인간 유전체를 편집·수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일 유전자 질환 치료에 이미 쓰이고 있고, 머지않아 유전 형질을 바꾼 ‘맞춤 아기’도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인류는 자연과 인공을 가르는 경계선을 훌쩍 넘어선 듯하다. ‘인류의 미래를 묻다’는 제니퍼 다우드나 등 여덟 명의 과학자를 통해 인류가 맞게 될 새로운 세계를 전망한 책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묻고 석학들이 답하는 대담 형식으로 꾸렸다. 노화와 유전 분야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진화인류학자 조지프 헨릭,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 등 여러 분야의 석학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노화를 질병으로 본다.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세포 안에서 젊었을 때 저장된 DNA 정보를 확인했는데, 현재 이를 복원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조만간 인류는 노화를 늦추는 기술을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르겠다. 영화 ‘트랜센던스’처럼 뇌를 데이터화해 저장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피와 살이 없어도 인간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은 남겠지만 어쨌든 더 전지전능해질 건 분명하다. ‘포스트 휴먼’에 대한 예측도 있다. 화성이나 목성의 위성 등으로 이주한 이후의 인류를 상정한 단어다. 과학계 일부에선 이번 세기에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급진적인 미래 정보가 당혹스럽게 여겨지겠지만 시간이 문제일 뿐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책이 전문 영역을 깊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새로운 과학기술 개요와 현황, 미래에 대한 가벼운 예측 정도로 구성됐기 때문에 누구나 별 어려움 없이 앎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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