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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 물리학상 펄머터·슈밋·리스 “우주 점점 빠르게 팽창” 밝혀내

    노벨 물리학상 펄머터·슈밋·리스 “우주 점점 빠르게 팽창” 밝혀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초신성(超新星·supernova) 연구를 통해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천체 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솔 펄머터 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 브라이언 슈밋 웨스턴크릭호주국립대 교수, 애덤 리스 존스홉킨스대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빛내는 초신성 연구 위원회는 “이들은 미지의 대상인 우주의 장막을 걷어내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1948년 러시아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와 랄프 알퍼가 발표한 ‘빅뱅(대폭발) 이론’이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면서 과학자들은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해 왔고, 어떤 종말에 이르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슈밋과 리스 교수는 1990년대 초 하이(High)-Z 연구팀을 꾸려 초신성을 관측해 우주의 팽창 속도를 규명하기 시작했다. 초신성은 항성의 마지막 단계로 늙은 별이 폭발하면서 많은 양의 에너지(빛)를 뿜어내는 현상이다. 두 교수는 초신성 중 다른 별을 삼키면서 폭발하는 ‘1a형 초신성’의 밝기가 모두 같다는 점에 착안, 그 밝기로 거리를 추정했다. 1a형 초신성들의 밝기를 관찰해 비교하면 우주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펄무터 교수는 미 로렌스버클리 국립 연구소에서 이들과 별도로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 그룹(SCP)을 만들어 허블망원경을 이용해 1a 초신성들을 관측했다. ●“우주 장막 걷어냈다” 평가 1998년 두 팀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과거에 비해 계속 빨라지고 있다는 논문을 비슷한 시기에 발표했다. 관측한 초신성의 밝기가 예상보다 훨씬 어두웠던 것이다. 이는 초신성이 점점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우주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의 계산에 의하면 현재의 우주는 70억년 전에 비해 15%가량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이들의 발표 이전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에 의해 우주팽창 속도가 점차 느려진다고 여겨져 왔다. 특히 우주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은 중력보다 더 큰 힘이 우주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이 힘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생 일대의 실수’라고 지칭했던 우주상수(宇宙常數·Λ)의 존재가 사실은 맞았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아인슈타인은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면서 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계산 결과가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의 진공공간에 알려지지 않은 에너지가 있다는 의미의 우주상수를 도입했다. ●우주상수 실존도 입증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박사는 “아인슈타인은 이후 우주상수를 철회했지만,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이들의 연구를 시점으로 우주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상금 1000만 크로네(약 17억 2000만원)의 절반은 펄머터에게, 나머지 절반은 슈밋과 리스에게 지급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노벨상 타면 2년 더 산다”

    “노벨상 수상 효과는 수명 2년 연장에 280억원 투자유치” 이번 주 노벨상 발표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수상자가 실제 얻는 이득이 노벨상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네(약 17억원)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벨상 수상과 수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다. 영국 워릭대 연구진에 따르면 1901~1950년 노벨 물리학상·화학상을 실제 수상한 과학자와 후보에는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한 학자들의 수명을 비교해 보니 수상자들이 1~2년 더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맡은 앤드루 오스왈드 워릭대 교수는 “수상자들이 받는 상금이 아니라 명예의 가치 덕에 수명 연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92년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직접 겪은 ‘노벨상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강의를 훨씬 더 많이 요청하고 의견에도 훨씬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돈이 더 되는 강의 요청도 더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수상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조지아주립대(GSU) 연구진이 지난 5월 학술지 ‘연구정책’(Research Policy)에 발표한 연구가 주목된다. 이들은 생명공학 신생 벤처기업이 초기에 투자를 받으려면 노벨상 수상자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벨상을 탄 과학자가 회사에 참여하면 2400만 달러(약 282억원)의 투자유치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성과를 원하는 시기에 접어들면 이 같은 효과는 사라진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한편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4일), 화학상(5일), 경제학상(10일)을 잇따라 발표한다. 평화상 수상자는 오는 7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따로 발표한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검증안된 민간자격증 판친다

    검증안된 민간자격증 판친다

    ‘제8회 퀀텀(양자)에너지 관리사.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이화여대 물리학과 이모 교수는 최근 학생이 가져온 전단지 한 장을 보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자들조차 미지의 영역으로 여기는 양자에 대한 관리사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광고로 생각했던 이 교수는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고 깜짝 놀랐다. 자격증이 실제로 존재하는 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돼 있어서다. 이 교수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수맥을 찾는다’, ‘신물질’이라는 식으로 실제 양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과후 학습’ 관련 66개… 모두 비공인 2007년 민간자격증 등록제가 시행된 이후 검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이 범람하고 있다. 단체나 기업은 물론 개인도 서류신청만으로 등록할 수 있다. 관리·감독 규정이 전혀 없는 탓이다. 심지어 미등록 상태에서 자격증을 발급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2167개에 이른다. 지난 3월 184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300개 넘게 늘었다. 그러나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국가공인민간자격증은 한국어능력시험, 텝스, 한자능력검정시험, 회계관리사, PC관리사 등 84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등록만 한 비공인민간자격증인 것이다. ●교과부 “민간자격증 규모 몰라” 교육과학기술부 측은 “1997년 민간자격증제가 도입되면서 시대상황과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요건을 두지 않고 자율에 전적으로 맡겼다.”면서 “소비자 피해와 사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2007년 자격기본법이 도입됐지만, 이 역시 민간자격증이 얼마나 되는지 규모를 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피해도 급증세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자격증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08년 1531건에서 지난해 2094건으로 급증했다. 소비자원 측은 “국가 공인이라거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수십만~수백만원을 내고 자격증 시험을 보고 난 뒤 비공인 자격증이라는 점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피해 보상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각광받는 점을 노려 100만원 이상의 수강료를 받고 ‘억대 연봉 SNS 자격증’을 발급한다는 단체와 학원이 난립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경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방과후학교 제도가 도입된 뒤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방과후 학습’ 관련 자격증도 66개에 이르지만 모두 비공인 민간자격증이다. 특정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친 뒤 자격증을 발급하거나 ‘웃음’ 등 한 가지 소재로 수십건의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도 많았다. ●감독 강화 법안 법제처 계류 중 정부는 민간자격증의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자격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 측은 “자격증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미등록이나 부실 자격증에 대해 벌칙을 부과하게 될 것”이라면서 “수강료나 시험에 대한 지도 및 감독 권한을 마련하고 자격증 범람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판치는 민간자격증에 소비자 혼동

     ‘제8회 퀀텀(양자)에너지 관리사.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이화여대 물리학과 이모 교수는 최근 학생이 가져온 전단지 한 장을 보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자들조차 미지의 영역으로 여기는 양자에 대한 관리사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광고로 생각했던 이 교수는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고 깜짝 놀랐다. 자격증이 실제로 존재하는 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돼 있어서다. 이 교수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수맥을 찾는다’, ‘신물질’이라는 식으로 실제 양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7년 민간자격증 등록제가 시행된 이후 검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이 범람하고 있다. 단체나 기업은 물론 개인도 서류신청만으로 등록할 수 있다. 관리·감독 규정이 전혀 없는 탓이다. 심지어 미등록 상태에서 자격증을 발급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2167개에 이른다. 지난 3월 184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300개 넘게 늘었다. 그러나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국가공인민간자격증은 한국어능력시험, 텝스, 한자능력검정시험, 회계관리사, PC관리사 등 84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등록만 한 비공인민간자격증인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측은 “1997년 민간자격증제가 도입되면서 시대상황과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요건을 두지 않고 자율에 전적으로 맡겼다.”면서 “소비자 피해와 사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2007년 자격기본법이 도입됐지만, 이 역시 민간자격증이 얼마나 되는지 규모를 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피해도 급증세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자격증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08년 1531건에서 지난해 2094건으로 급증했다. 소비자원 측은 “국가 공인이라거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수십만~수백만원을 내고 자격증 시험을 보고 난 뒤 비공인 자격증이라는 점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피해 보상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각광받는 점을 노려 100만원 이상의 수강료를 받고 ‘억대 연봉 SNS 자격증’을 발급한다는 단체와 학원이 난립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경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방과후학교 제도가 도입된 뒤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방과후 학습’ 관련 자격증도 66개에 이르지만 모두 비공인 민간자격증이다. 특정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친 뒤 자격증을 발급하거나 ‘웃음’ 등 한 가지 소재로 수십건의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도 많았다.  정부는 민간자격증의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자격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 측은 “자격증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미등록이나 부실 자격증에 대해 벌칙을 부과하게 될 것”이라면서 “수강료나 시험에 대한 지도 및 감독 권한을 마련하고 자격증 범람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주말 영화]

    ●호우시절(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건설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와 기적처럼 재회한다. 낯섦도 잠시. 둘은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다. 키스도 했었고,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다는 동하와 키스는커녕 자전거는 탈 줄도 모른다는 메이.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사이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이별 직전 동하는 귀국을 하루 미룬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첫사랑의 느낌. 이 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시절을 알고 온 걸까. 누구나 한번 쯤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음 직한 “그때가 아니고 지금이었더라면.”이란 사랑에 관한 진부한 질문에 대해 상큼한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 ‘호우시절’을 만나 본다. ●메밀 꽃 필 무렵(EBS 일요일 밤 11시 40분) 장돌뱅이 허생원은 장이 서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타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다. 평생을 함께 지내온 조선달, 윤봉운과 함께 오늘도 봉평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죽음을 눈앞에 둔 나이에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하루에도 몇 십리 길을 다녀야 하는 처지다. 평생을 장돌뱅이로 지내다 보니 모아 놓은 재산조차 변변치 않은 이들. 신세를 한탄하며 술이나 한잔 하기 위해 충주집에 들른 세 사람은 충주댁이 젊은 장돌뱅이인 동이와 놀아나는 것을 보게 된다. 괜스레 마음이 뒤틀린 허생원은 동이의 뺨따귀를 후려치고는 내쫓아버리고 만다. 한편 메밀꽃 밭을 지나던 세 사람은 우연히 옛 추억을 떠올리다 허생원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천군(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남북한 공동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핵무기 비격진천뢰가 미국 측에 양도되기로 결정된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장교 강민길은 핵 물리학자 김수연을 납치하고, 비격진천뢰를 연구소에서 빼내 탈출을 시도한다. 지구를 지나는 엄청난 혜성이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고, 강민길 일행과 그를 추적하던 남한장교 박정우 일행은 압록강에서 대치 중인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회오리 돌풍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정신을 차린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여진족들의 도끼와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이다. 일행은 본능적으로 총을 들게 된다. 최첨단 현대무기의 위력에 놀란 여진족은 물러가고 일행은 동굴로 숨어든다. 그날 밤 동굴로 잠입해 무기들을 훔쳐가는 괴사내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 이순신. 그들이 만난 이순신은 그해 무과에 응시했다 낙방한 채 허랑방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내였다.
  • 모형비행기로 펜타곤 공격 기도… 美 자생적 테러 공포

    모형비행기로 펜타곤 공격 기도… 美 자생적 테러 공포

    원격조종 모형 비행기로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와 의사당을 공격할 음모를 세운 미국 시민권자가 체포됐다. 미국 내 자생적 테러에 대한 미 정부 당국의 경고가 현실화된 셈이다. 보스턴 연방검찰은 28일(현지시간) 플라스틱 폭탄을 채운 항공기를 리모컨으로 조종해 펜타곤과 의사당에 테러를 저지르려 한 혐의로 미국 국적의 레즈완 퍼도스(26)를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엄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알카에다 조직과 연계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퍼도스는 지난해 초부터 테러를 계획했으며 지난 5월 워싱턴 DC를 찾아 펜타곤과 의사당 사진을 찍었다. 지난달 6500달러를 주고 실물 크기 10분의1인 F4 팬텀과 F86 사브르 모형 전투기를 플로리다에서 구입해 프레이밍엄의 임대 창고에 보관했다. 그는 가명을 썼으며 아들에게 줄 선물이라고 비행기 구입 목적을 판매자에게 밝혔다. 그리고 이날 비행기에 실을 폭탄(C4) 25파운드와 수류탄 3개, AK47 소총 6정을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위장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부터 넘겨받으려다 창고 앞에서 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FBI는 지난해 그의 테러 계획을 포착,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위장해 접근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퍼도스는 올 초 알카에다로 위장한 FBI 요원을 만나 테러 계획을 밝혔다. 또 FBI 요원들에게 이라크 등 해외 주둔 미군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라며 급조폭발물(IED) 전기 스위치용으로 개조한 휴대전화도 전달했다. 퍼도스는 매사추세츠주 애슐랜드의 51만 8500달러짜리 집에서 살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는 엔지니어, 어머니는 병원 호스피스로 일하는 등 비교적 유복한 가정 출신이다. 그는 무슬림으로 알려졌으며 이름으로 미뤄 그의 가족은 중동 이민자 출신으로 짐작된다. 퍼도스는 2003년 애슐랜드 고교를 우등으로 졸업했고 고교 시절 축구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학교 옥상에서 성조기를 태운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그는 고교 졸업 앨범에 마하트마 간디의 “나는 당신에게 평화, 사랑을 준다.”는 글을 적었다. 그는 2008년 노스이스턴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하드(성전)에 심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밴드 드럼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뚜렷한 직업이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퍼도스는 재판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2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 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 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기계를 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자동차를, 누군가는 컴퓨터를 얘기할 수도 있고, 어떤 주부는 전자레인지나 진공청소기를 먼저 꺼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생각해 낸’ 최고의 기계를 꼽는다면 후보는 좁혀진다. 이미 현실화된 기계는 당연히 제외된다.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더 많은 기대가 걸려 있다. 여기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신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선언할 수 있을 만한 두 개의 기계가 있다. 미래의 일을 먼저 볼 수 있거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타임머신. 그리고 남의 생각이나 꿈을 읽을 수 있는 드림머신(혹은 드림스캐너)이다. 유사 이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온 이 기계들이 2011년 올해, 그것도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과학의 상식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을 깨는 것’에서 어느 새 ‘가설과 상식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현실에 안주해 온 과학계가 뿌리째 흔들릴 만한 일이다. ■ 과학상식 위협하는 ‘타임머신’ ‘과거나 미래로의 여행’이라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법한 호기심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공상과학(SF)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5년 소설 ‘타임머신’을 출간하면서부터다. 웰스는 소설에서 빛보다 빠른 회전운동을 일으키는 ‘타임머신’을 4차원 공간의 시간축 방향으로 밀어 미래로 움직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후 ‘터미네이터’ ‘12몽키즈’ ‘백 투 더 퓨처’ 등 수많은 영화와 소설, 만화에서 타임머신이 등장해 이야기의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그 후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껏 타임머신은 상상 속에 갇혀 있다. 실제 타임머신을 만들려는 시도도, 결과물도 알려진 바 없다. 우선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시간을 거스르는 순간, 곧바로 기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또 과거에 자신의 조상을 만나거나, 인과관계가 있는 물건에 손을 대면 그 후의 모든 일이 바뀌어 현재에 타임머신을 만드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에 생길 일을 알아 과거에 전달하면 그 미래는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와 원인이 뒤엉키는 상황은 철학이나 논리의 영역에서조차 설명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수많은 미래와 과거와 존재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필요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논리가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모순을 피하기 위한 장치다.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 역시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타임머신의 발명이 가능하다면 언젠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시간 여행객들이 주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타임머신이 불가능하다는 증거”라는 것이 호킹의 논리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타임머신에 대한 과학적 상상이 불가능하도록 족쇄를 채워 놓았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 또는 그 이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기본적인 전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이나 장치 중 어떤 것도 빛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고, 결국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빛의 속도에 가깝거나 이보다 빠른 물질이 존재한다면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구체화하면 초속 29만 9900㎞로 날아가는 우주선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지구상의 50분의1에 불과하고, 1년을 우주에서 여행하면 50년 후의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영화 ‘혹성탈출’에서 주인공 일행이 우주선을 타고 여행한 후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미래의 지구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현대 물리학의 진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그 위에 서 있는 타임머신이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뉴트리노)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간단한 발표를 놓고 물리학계에는 흥분과 패닉이 공존하고 있다. 아직까지 성격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번 사태가 ‘실험 오류’로 밝혀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수십만명의 물리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이론 위에서 하나씩 벗겨 온 우주와 자연의 신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들에겐 ‘추구해 온 삶의 의미’를 부인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타인의 생각 읽는 ‘드림머신’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 분)에 비해 남의 꿈을 훔치는 영화 ‘인셉션’의 주인공 돔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는 훨씬 더 현실에 가까이 다가왔다. 의학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게재된 잭 갤런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기계를 통해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그대로 화면에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직접 그 사람의 두뇌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심장의 움직임이나 맥박 등을 통해 사람의 진실을 측정하는 ‘거짓말탐지기’와는 차원이 다른 실험이 성공한 셈이다. 당초 갤런트 박사가 연구를 시작한 목적은 뇌졸중이나 언어장애 등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사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갤런트 박사는 여러 명의 피실험자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기계를 통해 꾸준히 그들의 두뇌를 스캔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상태에서 화면에 집중해야 하는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실제 영화에서 나타난 인물이나 동물 등의 장면이 2시간 후 피실험자들의 두뇌를 스캔한 화면에 나타났다. 이렇게 재구성된 영상은 조잡한 모습으로 형태와 움직임을 흐릿하게 흉내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영화와 비교하면 어느 장면을 피실험자들이 보고 있는지, 또는 생각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재구성한 영상만으로 영화 주인공이 ‘스티브 마틴’이라는 점을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영화인지를 알면 장면을 찾아내는 것은 가능했다. 연구팀은 fMRI의 기능을 개선하면 사람들의 실제 생각을 그대로 읽어 내거나 저장하는 일도 가능하고 꿈 속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실험은 갤런트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의 두뇌활동을 분석한 fMRI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어떤 장면이나 자극에 두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알고 있으면 결국 그 사람의 두뇌 움직임을 통해 장면이나 자극을 거꾸로 추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아직까지 극히 일부만이 알려져 있는 두뇌 활동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정확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행동의 동기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의 역할을 과학이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 “160여명 연구진 대부분 실험결과 인정했다”

    “160여명 연구진 대부분 실험결과 인정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지난 23일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뉴트리노)를 관측했다.’는 오페라(OPERA)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세계 물리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유럽에서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 뒤에는 한국 과학자들의 땀이 배어 있다. 11개국 국제공동연구인 오페라 실험에 2006년부터 참가 중인 한국측 연구 책임자 윤천실(55·물리학) 경상대 박사는 “160여명 연구진 대부분이 실험 결과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오페라 프로젝트에서 한국팀의 역할은. -오페라 실험은 뮤온 중성미자가 타우 중성미자로 진동변환(한 종류의 중성미자가 다른 종류로 바뀌는 현상)하는 것을 직접 관측하는 게 주목적이다. 한국팀은 실험 중 발생하는 타우 입자를 탐색하는 일에 참여한다. 우리가 제작한 입자의 궤적 연결 장치가 이탈리아 그란 사소 지하 실험실에 설치돼 있다. 이 실험 과정에서 속도 측정을 담당한 프랑스팀이 예상 밖으로 중성미자가 빛보다 60나노초(1억분의6초) 빨리 도착했다는 것을 측정한 것이다. →내부적으로 이번 연구 결과가 언제 알려졌고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 -프랑스 연구진이 올 초 리옹대의 박사 논문을 통해 ‘뉴트리노가 빛보다 빨랐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알았다. 너무 충격적인 결과라 외부 유출을 차단하면서 세미나 등을 열어 격론을 벌였고 데이터를 재차 검토했다. 실험 오차 등을 감안했을 때 해석을 떠나 데이터 자체는 의미 있는 것으로 생각해 발표를 결정했다. CERN에서는 지난 23일 해당 논문을 발표하기 전 연구 참여자들에게 “(의심스러워서) 사인 못하겠다는 사람은 (논문에) 서명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160여명 중) 사인을 거부한 사람은 5명도 안 된다. →일본과 미국에서 진행된 같은 실험에서도 중성미자가 광속보다 빠르다는 결론이 난 적이 있나. -4년 전 미국에서 중성미자를 730㎞가량 쏘는 실험을 했을 때 중성미자 속도가 광속을 넘어섰다는 결론이 나왔고 논문도 펴낸 바 있다. 문제는 오차 범위가 100나노초 정도로 커서 신뢰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CERN의 실험에서는 오차 범위가 10나노초 정도로 줄었다. 60나노초보다 오차범위가 적기 때문에 우리 데이터는 신뢰할 수 있다. →중성미자의 속도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건가. -우리와 비슷한 시설을 갖춘 미국 시카고 페르미국립연구소에서 같은 실험을 해 동일한 결론이 나오고 우리도 같은 실험을 반복해 똑같은 결과를 얻는다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110번째 노벨상 영광은 누구에게

    110번째 노벨상 영광은 누구에게

    ‘110번째 노벨상(1901년 제정)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10월 3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4일), 화학상(5일), 평화상(7일), 경제학상(10일)을 잇달아 발표한다. 문학상은 관례에 따라 위원회가 일정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족집게처럼 맞혀온 글로벌 학술정보 서비스업체 ‘톰슨 로이터’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점찍어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관련 학계의 논문 인용 횟수와 주목도 등을 분석했다. 지난 20년간 이 업체가 꼽은 후보 중 21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의학:백혈병 치료 vs 줄기세포 톰슨 로이터의 노벨상 예측 전문가인 데이비드 펜들버리는 먼저 올해 의학상 수상 전망을 내놓으며 ‘백혈병 치료제와 줄기세포 연구의 싸움’으로 압축했다. 우선 ‘마법의 탄환’으로까지 칭송받는 약품인 ‘이매티닙’과 ‘다사티닙’을 개발한 브라이언 드러커 오리건 건강·과학대 교수 등 3명이 후보 명단에 올랐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이매티닙은 ‘글리벡’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환자의 5년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린 제품이다. 다사티닙은 ‘스프라이셀’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펜들버리는 “드러커 교수 등은 암 치료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점에서 수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줄기세포 연구자들도 올해의 의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줄기세포를 통해 척수 손상 치료법을 개발한 ‘재생의학의 권위자’ 로버트 랭어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또 지난해 유력 후보였던 줄기세포 연구자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 역시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물리학:실험 통해 양자현상 보고 물리학상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 중에는 ‘양자 얽힘’ 현상을 연구한 알랭 아스펙트 프랑스 광학연구소 박사 등 3명이 눈에 띈다. ‘양자 얽힘’은 광자, 전자 등 입자가 물리적으로 수 ㎞ 떨어져 있어도 서로 동기화된 양자 상태를 지니는 것을 뜻하는 물리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던 양자 얽힘 현상은 초고속 양자 컴퓨터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아스펙트 박사 등 후보들은 1970~1990년대 양자 현상을 정밀한 실험을 통해 확인해 보고했다. ●경제학:크루거 vs 다이아몬드 경제학상 후보 중에서는 금융 중계 기관을 연구하고 그 감시 방법 등을 분석한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가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특히 금융 위기 연구에도 열을 올려 2008년 이후 계속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국면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지대추구행위’ 개념을 세운 앤 크루거(여) 존스홉킨스대 교수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전미경제학회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를 맡았던 그는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자원 배분과 관련된 법·제도적 환경을 바꿔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지대추구로 규정하고 그 영향을 연구했다. ●화학:바드·프레셰 교수 등 물망 이 밖에 화학상 수상 후보로 앨런 바드 텍사스대 교수, 진 프레셰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 교수 등이 꼽혔다. 박건형·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물리학 바이블 뒤집는 엄청난 충격”

    “물리학 바이블 뒤집는 엄청난 충격”

    “상대성이론은 과학계의 ‘바이블’(성경)이다. 만약 깨진다면 그 여파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김수봉(51)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뉴트리노)를 관찰했다’고 발표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라면서 “실험적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뉴트리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물리학계에서는 뉴트리노가 빛보다 빨리 운동할 수 있을 가능성이 예견돼 왔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제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빛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는 이메일이 와 있더라. 믿을 수 없는 일이라 스팸메일인 줄 알고 읽지도 않았다. 아직 해당 연구 내용에 대해 자세히 검토하지는 못했다. 중요한 것은 뉴트리노라는 특정 물질의 속도가 아니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만약 CERN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 여파는. -아인슈타인의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주장은 물리학계에서 일종의 바이블이었다. 1905년 이 이론이 등장한 뒤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검증이 됐고 모든 물리학이 특수 상대성 안에서 이상한 점 없이 잘 맞아떨어졌다. 여러 연구의 시작이었던 만큼 (만약 이 이론이 깨진다면)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물리학계에서는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는 것 정도의 충격일 것이다. →CERN의 발표에 오류 가능성은 없나. -검토하기 전이라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본과 미국에서 CERN과 같은 실험이 진행됐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실험은 하나의 뉴트리노가 다른 종의 뉴트리노로 변환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뉴트리노는 세 종류가 있는데 만약 서로 간 변환이 가능하다면 이 소립자가 질량을 갖는다는 뜻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빛보다 60나노초 빨라… 이론상 시간여행 가능

    빛보다 60나노초 빨라… 이론상 시간여행 가능

    “만약 당신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 과거로도 전보를 부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세상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현대 물리학계의 ‘진리’로 통했던 아인슈타인(1879~1955)의 특수상대성이론을 깨뜨릴 수 있는 도발적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적 권위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905년 세워진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106년 동안 통했던 이론이 깨져 ‘초광속’으로 날아가는 물질이 등장한다면 이론상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인식 전환)의 기로 앞에 세계 물리학계는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길리스 CERN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믿기 어렵지만 빛보다 빠른 소립자 중성미자(뉴트리노)를 측정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결과가 너무 놀라워 오류를 찾으려 노력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CERN 측은 23일 관찰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전날 논문 초고를 온라인 사이트인 ‘ArXiv.org’에 올렸다. 다른 학자들의 비판을 듣기 위해서다. 길리스 대변인은 “실험 관련 정보를 자세히 공개해 다른 연구소에서 동일한 실험을 재현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뉴트리노를 스위스 제네바의 연구소에서 진공 상태인 땅속으로 732㎞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실험실까지 보내는 3년여의 실험 과정에서 얻었다. 실험을 주도한 ‘오페라’ 팀 소속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뉴트리노는 빛의 속도(초당 29만 9792㎞)보다 60나노초(nsec·10억분의1초)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국적 연구팀인 ‘오페라’에는 윤천실 경상대 물리학과 교수팀도 속해 있다. 이 작은 차이가 만들어 낼 변화는 혁명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우선 광속을 뛰어넘는 물질이 있다면 ‘타임머신’의 제작이 가능해진다. “과거로 간다면 메릴린 먼로를 만나고 싶다.”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꿈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CERN의 발표가 맞다면 대표적 우주탄생 이론인 ‘빅뱅이론’(우주가 점 같은 상태에서 137억년 전에 대폭발이 일어나 팽창,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도 다시 써야 한다. 이 이론이 상대성이론에 기초해 세워졌기 때문이다. 또 ‘원인이 항상 결과에 앞서야 한다.’는 상식도 재검토해야 한다. ‘빛보다 빠른 입자’로 지목된 뉴트리노는 아원자입자(원자보다 작은 소립자) 가운데 ‘가장 기이한 입자’로 꼽혀 왔다. 마치 바람이 그물망을 빠져나가듯 벽과 행성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으며 3개의 다른 종이 서로 변환되는 특징을 갖는다. 한때 질량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빛의 속도로 여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1998년 실험을 통해 무게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아인슈타인의 속도계’가 깨질 위기에 놓이자 세계 과학계는 패닉에 빠졌다. CERN의 발견 내용이 알려진 22일 밤부터 물리학자들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대부분 “너무 충격적인 결과여서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2007년 미국 시카고의 페르미 연구소에서도 빛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측정 실수로 밝혀지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씨줄날줄] 소형 원자로/이도운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유엔 원자력 안전 고위급회담에서 “현재의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원자력의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원자로에 대한 지구촌의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최근 원자력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소형 원자로다. 현재 개발 중인 소형 원자로는 용량 1㎿부터 330㎿까지 다양한 크기를 갖고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건설되는 원자로의 용량은 1000㎿이다. 소형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보다 열을 덜 발산하고,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자체적인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 또 수명이 다한 기존의 원전이나 화력발전소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어 건설 비용 및 기간 역시 기존 원자로와 비교해 훨씬 싸다. 발전용수가 적게 들어 해안이 아닌 내륙에도 건설할 수 있다. 다만 원자로는 크기와 관계없이 가동 비용은 비슷하기 때문에 소형 원자로 가동에 소요되는 단위비용이 현재의 대형 원전보다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주요국들은 이미 소형 원자로를 차세대 원자로로 간주,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원자물리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소형 원자로 기술을 적극 장려하겠다.”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미 에너지부와의 회의에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설계를 공개하고, 적극적인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소형 원자로 활용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일본은 남극의 지구과학 조사기지에서 에너지원으로 소형 원자로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소형 원전 개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다목적 SMR을 투명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미래기술 후보로 선정하기도 했다. 소형 원자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군사적인 활용도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등에서 소형 원자로를 이용한다. 중국과 일본 등 다른 강대국들도 소형 원자로의 군사적 활용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에너지원과 대량살상무기라는 두 얼굴을 가진 원자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인류는 원자력의 ‘악마성’을 달래가며 사용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아인슈타인 틀렸다…빛보다 빠른 물질 발견”

    빛보다 빠른 물질이 존재할 수 있을까. 1905년 앨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년)이 발표했던 특수상대성 이론에 입각하면 그런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 최근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뒤집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CERN의 연구진들은 23일(현지시간) 빛보다 빠른 아원자입자의 속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CERN 주장에 따르면 제네바 인근 입자가속기(LHC)에서 두 개의 양자를 충돌시킨 뒤 730km 떨어진 이탈리아로 뉴트리노(중성미립자)를 발사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측정한 결과 한 개가 60나노초(10억분의 1초)의 빛의 속력 장벽이 깨졌다. 이번 발견은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뒤집는 내용이다. 현대 물리학 대부분의 이론들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결과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CERN은 이번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서 이미 외국 과학자들에 검증을 요청한 상태다. 연구진들은 불변의 진리라고 믿었던 이론을 과학적으로 반박했다는 데 대단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안토니오 에리디타토 연구원은 “우리는 실험 결과를 거듭 확인했기 때문에 결과를 왜곡시킬 만한 그 어떤 요소도 없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과 에너지가 같기 때문에 두 물리량은 언제든지 상호 변환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질량은 늘어나고 이 속도를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무한대로 필요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에너지 대란을 막은 선인들의 지혜/김경운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에너지 대란을 막은 선인들의 지혜/김경운 사회2부장

    선사시대에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동력은 자신의 몸밖에 없었다. 고대 문명기에 접어들자 비로소 인간은 가축의 힘을 빌려 수레를 움직였다. 말은 산업혁명기에 증기기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2000년 동안 인간에게 헌신적이고 절대적인 동력이었다. 겁 많은 동물이 용케 길들여져 잔혹한 전쟁터에도 하릴없이 내몰렸던 것이다. 오늘날의 동력은 주로 석유와 원자력 등으로부터 얻고 있다. 원자력은 효율성에서 다른 에너지 자원을 능가한다. 미국 핵 항공모함의 경우 축구장 3배 넓이와 20층짜리 건물 높이의 함정에 사람 5000여명과 비행기 100여대를 싣고 다니는 데 필요한 동력이, 20년간 원료 공급이 필요없는 원자로 2기뿐이라니 대단한 일이다. 이를 석유로 대체한다면 아마 항모 크기만 한 유조선이 늘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석유나 원자력은 일상생활에서 편리성이 떨어지고 위험성은 높은 편이어서, 전기를 만들기 위한 원천 에너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편리하고 위험하지 않아야 할 전기가 나라 전체를 마비시킨 사건이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이다. 근본적으로 따지면 미리 만들어둔 전기가 부족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하니, 여기서 에너지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전기 아까운 줄 모르고 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거침없이 만든 원자력발전소 덕분이다. 이게 산업발전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지켜보면서 원전을 더 짓자는 말은 감히 못한다. 더구나 친환경 재생에너지라던 다른 동력 자원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 무주에서는 풍력(風力) 발전단지 조성사업이 소음과 그림자, 저주파, 상수원 오염 등 피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반대로 휘청거리고 있다. 인천 강화와 충남 서산에서는 조력(潮力) 발전소가 갯벌 파괴를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파력(波力) 발전소를 짓겠다던 제주 해군기지도 이런저런 이유로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 수력(水力) 발전은 이미 물건너 간 지 오래고, 태양광 발전은 패널 설치과정에서 숲이 파괴된다고 한다. 반대하는 각각의 이유에는 수긍이 가지만, 하나하나 이유를 대는 게 어떨 때에는 너무하다 싶다. 에너지는 더 많이 필요할 텐데, 도대체 어디서 추가적으로 얻어야 하는가. 완벽에 가까운 에너지라는 핵융합발전은 전 세계가 아직도 꿈에서나 그리는 단계일 뿐이다. 옛 사람들은 처한 환경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능했다. 고구려 찰갑기병은 중앙아시아 유목부족에게서 배운 등자(말에 탄 채 두 발을 걸 수 있는 고리)를 채택, 동시대의 로마제국 기병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확보했다. 전통 활인 각궁은 둥글게 휘어진 박달나무 두 개를 그 반대로 힘껏 휜 뒤 중간마디를 물소 뿔로 이어붙임으로써, 작고 가벼우면서도 다른 민족들이 사용한 활보다 몇 배나 강력한 힘을 구사했다. 돛단배(범선)의 경우 중국인들은 2개의 크고 작은 돛을 사용,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작은 돛과 큰 돛에 스치는 바람의 양이 서로 다르면 그 차이만큼 물리학적인 역추진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비행기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의 원리와 유사하다. 당시 서양인들은 오로지 사람(노예)의 힘으로 노를 젓거나 뒤에서 바람이 불 때에만 전진하는 돛을 사용했을 뿐이다. 온돌은 부여와 고구려를 거쳐 오늘날에도 전해지는 대표적인 에너지 효율 1등급 난방설비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쉽게 달궈지는 돌 통로를 따라 열기가 멀리 떨어진 방안을 돈 뒤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원리다. 우리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자연에서 배운 과학적 원리가 무한동력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찾는 일만큼 현재의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아껴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kkwoon@seoul.co.kr
  • [WHO&WHAT] 올 110주년 맞는 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WHO&WHAT] 올 110주년 맞는 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전 세계의 관심이 노르웨이와 스웨덴으로 모이는 ‘북유럽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1901년 제정돼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10월 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발 아래 둔 바로 그 상입니다. 오죽하면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고, 프리츠커상은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겠습니까. 매년 10여명씩, 800명이 넘는 사람과 단체에 수여됐지만 아직도 단 한 개를 받지 못해 속을 태우는 나라가 대다수입니다. 왜 모두들 노벨상에 목을 매고 염원하는 걸까요. 18k 금을 순금으로 도금한 메달과 1인당 평균 5억원씩 돌아가는 상금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노벨상의 영광 뒤에 숨겨진 사연을 보내 주세요. 상금이나 시상식은 없습니다. 대신 마음 속에 꾹꾹 담아 왔던 얘기들을 널리 알려드립니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2011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노벨상 수기 공모전’을 열기로 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노벨상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세계 곳곳에서 답지했다. 눈에 띄는 작품 중에서 1위부터 3위까지와 특별상을 선정했다. 수기 한편, 한편을 읽으면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살아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인류사에 이름을 남기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 위대한 상이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다. [금메달] 이브 퀴리(1904~2007) “부모·남편·언니 모두 노벨상… 종군 기자로 엄친딸 극복했죠” ‘엄친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존경받는 집안에서 홀로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엄친딸 수백명이 주위에 있는 것만큼 이상한, 미운 오리새끼가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제 아버지는 피에르 퀴리(1903년 노벨물리학상), 어머니는 마리 퀴리(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입니다. 제 언니 이렌과 형부 프레데리크 졸리오 퀴리도 1935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저는 제게 없는 과학적 재능 대신 책을 쓰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길을 택했죠. 어머니의 전기를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2차 세계 대전 때는 종군 특파원으로 리비아, 러시아, 미얀마, 중국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국제기구 활동을 하던 중 미국의 외교관 헨리 리처드슨 라부이스 주니어를 만나 결혼했죠. 남편도 1965년 유니세프 대표로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의 진정한 영예는 노벨상이 아닙니다. 방사선에 노출되면서도 인류를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어머니, 막대한 가치를 가진 기술의 특허를 일부러 출원하지 않은 아버지의 인류애가 제 핏속에 흐른다는 것에 무엇보다 행복함을 느낍니다. 6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가문이 인류사에 공헌한 가치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연구에 바빠 노벨상 수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은 마리 퀴리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부와 명예를 초월한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가문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터를 누빈 평화주의자이면서 국제기구 활동에 앞장섰던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 이브 퀴리에게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은메달] 장 폴 사르트르(1905~1980) “수상 거부 진정한 이유?… 질투 아닌 자유”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이라는 노벨상의 대전제는 틀렸다. 왜냐?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내가 그 증거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쓴 책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과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은 읽는 독자 입장에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독자들을 ‘바람직하지 않은’ 압력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노벨상 선정자 발표에서 나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쓰인 ‘자유’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란 ‘최소한 한 켤레 이상의 신을 가지고, 굶주리지 않는 자유’에 불과하다. 노벨상은 문학적인 영예에 거액의 상금을 줌으로써 수상자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있다. 난 내 모든 친구들이 공유하고 있는 원칙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호사가들이 퍼뜨리는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나는 결단코 내 필생의 라이벌인 알베르 카뮈(1957년 노벨 문학상 수상)가 나보다 먼저 상을 받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둔다. ‘작가는 스스로 제도화되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당사자가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사르트르의 노벨상 수상 거부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110년의 노벨상 역사에서 자의로 수상을 거부한 사람은 샤르트로와 1973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레 둑토 북베트남 총리뿐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후일 금전적인 이유로 ‘상금만 받을 수도 있다.’며 입장을 바꿔 웃음거리가 됐다. 은메달에 머문 이유다. [동메달] 로절린드 프랭클린(1920~1958) “도둑맞은 DNA 연구성과… 지하에서 울었죠” 노벨상 최고의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1962년 생리·의학상일 겁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일이죠. 이후 유전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만들어졌고, 인류는 영생을 꿈꾸게 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노력의 대가를 받은 걸까요?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두 개의 대학이 같은 연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X선을 이용해 DNA의 구조를 연구하는 일은 제가 있던 킹스칼리지의 몫이었고, 캐번디시연구소의 왓슨과 크릭은 제 연구에 접근할 수 없었죠. 하지만 1962년 노벨상의 공동수상자인 우리 대학의 모리스 윌킨스가 그들에게 제가 찍어낸 X선 사진들을 넘겨줬습니다. 1952년 5월, 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X선으로 명확하게 찍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부족함을 느꼈던 저는 발표를 미뤘고, 사진은 몰래 두 사람한테 전해졌죠. 결국 왓슨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성과는 그들의 것이 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일까요. 저는 세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1958년에 난소암으로 이미 연구성과 도둑 따위는 없는 세상으로 왔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살아있었다면 윌킨스 대신 제가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왓슨이 저에 대해 그랬다죠. “깐깐하고 욕심많은 여성”이라고요. 진짜 욕심이 많은 건 누구일까요. ‘과학의 전당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낮은 지위의 상징이 돼 버린 다크레이디’ 프랭클린을 이보다 잘 나타내는 수식어는 없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끝까지 연구를 놓지 않았던, 유전공학의 진정한 어머니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특별상] 더글라스 프레이셔(1951~ ) “해파리 연구 헌납하고 셔틀버스 기사로 헌신” 2008년 노벨 화학상 발표가 있던 날, 저는 16년 전을 떠올렸죠. 1992년 당시 미국 우즈홀의 해양생물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해파리에서 발견된 형광단백질(GFP)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GFP를 유전자에 넣으면 신경세포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암세포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해냈습니다. GFP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했고, 해파리의 DNA에서 GFP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연구비 지원이 중단됐고, 저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했지만 금방 해고됐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를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모든 결과물을 컬럼비아대 마틴 찰피 교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로저 치엔 교수에게 넘겼습니다. 2008년 노벨 화학상이 찰피와 치엔, GFP를 처음 발견한 일본의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에게 주어졌을 때 저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었습니다. 도요타 매장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셔틀버스를 모는 일이 제 직업입니다. 만약 우즈홀이나 나사에서 해고되지 않았다면, 그들의 자리에 제가 있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인생이겠죠. 일생일대의 연구를 인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나눈 프레이셔의 숭고한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노벨상 발표 이후에도 본인의 공헌을 전혀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물이고, 진정한 평가는 사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번외로 특별상을 수여한다. ●참고문헌 퀴리가문(데니스 브라이언·전대호/지식의숲)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DNA(브렌다 매독스·나도선/양문)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노벨재단·이광렬/바다출판사) 위대한 여성과학자들(송성수/살림) 과학사의 빛나는 순간(마농 바우크하게·이수영/웅진주니어) ‘노벨상 위의 사르트르’(르 몽드 1964년 10월22일자)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
  • [W&W]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수상작

    [W&W]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수상작

    공고 “전세계의 관심이 노르웨이와 스웨덴으로 모이는 ‘북유럽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1901년 제정돼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10월 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발 아래 둔 바로 그 상입니다. 오죽하면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고, 프리츠커상은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겠습니까. 매년 10여명씩, 800명이 넘는 사람과 단체에 주지만 아직도 단 한 개를 받지 못해 속을 태우는 나라가 대다수입니다. 왜 모두들 노벨상에 목을 매고 염원하는 걸까요. 18k 금으로 도금된 메달과 1인당 평균 5억원씩 돌아가는 상금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노벨상의 영광 뒤에 숨겨진 사연을 보내 주세요. 상금이나 시상식은 없습니다. 대신 마음 속에 꾹꾹 담아 왔던 얘기들을 널리 알려드립니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2011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노벨상 수기 공모전’을 열기로 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노벨상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세계 곳곳에서 답지했다. 그중 눈에 띄는 작품을 1위부터 5위까지 선정했다. 수기 한편, 한편을 읽으면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살아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인류사에 이름을 남기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 위대한 상이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다. 특별상 더글라스 프레이셔(1951~) 2008년 노벨 화학상 발표가 있던 날, 저는 16년 전을 떠올렸죠. 1992년 당시 미국 우즈홀의 해양생물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해파리에서 발견된 형광단백질(GFP)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GFP를 유전자에 넣으면 신경세포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암세포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해냈습니다. GFP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했고, 해파리의 DNA에서 GFP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모든 과학자들의 꿈인 최고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도 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연구비 지원이 중단됐고, 저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했지만 금방 해고됐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를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모든 결과물을 컬럼비아대 마틴 찰피 교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로저 치엔 교수에게 넘겼습니다. 2008년 노벨 화학상이 찰피와 치엔, GFP를 처음 발견한 일본의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에게 주어졌을 때 저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었습니다. 도요타 매장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셔틀버스를 모는 일이 제 직업입니다. 만약 우즈홀이나 나사에서 해고되지 않았다면, 그들의 자리에 제가 있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인생이겠죠. 심사평 일생일대의 연구를 인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나눈 프레이셔의 숭고한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노벨상 발표 이후에도 본인의 공헌을 전혀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물이고, 진정한 평가는 사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번외로 특별상을 수여한다.   동메달 로절린드 프랭클린(1920~1958) 노벨상 최고의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1962년 생리·의학상일 겁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일이죠. 이후 유전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만들어졌고, 인류는 영생을 꿈꾸게 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노력의 대가를 받은 걸까요?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두 개의 대학이 같은 연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X선을 이용해 DNA의 구조를 연구하는 일은 제가 있던 킹스칼리지의 몫이었고, 캐번디시연구소의 왓슨과 크릭은 제 연구에 접근할 수 없었죠. 하지만 우리 대학의 모리스 윌킨스, 1962년 노벨상의 공동수상자인 그 윌킨스가 두 사람과 친했죠. 윌킨스는 그들에게 제가 심혈을 기울여 찍어낸 X선 사진들을 넘겨줬습니다. 1952년 5월, 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X선으로 명확하게 찍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부족함을 느꼈던 저는 발표를 미뤘고, 사진은 몰래 두 사람한테 전해졌죠. 결국 왓슨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성과는 그들의 것이 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일까요. 저는 세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1958년에 난소암으로 이미 연구성과 도둑 따위는 없는 세상으로 왔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살아있었다면 윌킨스 대신 제가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왓슨이 저에 대해 그랬다죠. “깐깐하고 욕심많은 여성”이라고요. 진짜 욕심이 많은 건 누구일까요. 심사평 ‘과학의 전당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낮은 지위의 상징이 돼 버린 다크레이디’ 프랭클린을 이보다 잘 나타내는 수식어는 없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끝까지 연구를 놓지 않았던, 유전공학의 진정한 어머니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은메달 장 폴 사르트르(1905~1980)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이라는 노벨상의 대전제는 틀렸다. 왜냐?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내가 그 증거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쓴 책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과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은 읽는 독자 입장에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독자들을 ‘바람직하지 않은’ 압력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노벨상 선정자 발표에서 나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쓰인 ‘자유’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란 ‘최소한 한 켤레 이상의 신을 가지고, 굶주리지 않는 자유’에 불과하다. 노벨상은 문학적인 영예에 거액의 상금을 줌으로써 수상자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있다. 난 내 모든 친구들이 공유하고 있는 원칙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단호하게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호사가들이 퍼뜨리는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나는 결단코 내 필생의 라이벌인 알베르 카뮈(1957년 노벨 문학상 수상)가 나보다 먼저 상을 받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둔다. 심사평 ‘작가는 스스로 제도화되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당사자가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사르트르의 노벨상 수상 거부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110년의 노벨상 역사에서 자의로 수상을 거부한 사람은 샤르트로와 1973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레 둑토 북베트남총리뿐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후일 금전적인 이유로 ‘상금만 받을 수도 있다.’라며 입장을 바꿔 웃음거리가 됐다. 은메달에 머문 이유다.   금메달 이브 퀴리(1904~2007) ‘엄친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존경받는 집안에서 홀로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엄친딸 수백명이 주위에 있는 것만큼 이상한, 미운 오리새끼가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제 아버지는 피에르 퀴리(1903년 노벨물리학상), 어머니는 마리 퀴리(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입니다. 제 언니 이렌과 형부 프레데리크 졸리오 퀴리도 1935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저는 제게 없는 과학적 재능 대신 책을 쓰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길을 택했죠. 어머니의 전기를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2차 세계 대전 때는 종군 특파원으로 리비아, 러시아, 미얀마, 중국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국제기구 활동을 하던 중 미국의 외교관 헨리 리처드슨 라부이스 주니어를 만나 결혼했죠. 남편도 1965년 유니세프 대표로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의 진정한 영예는 노벨상이 아닙니다. 방사선에 노출되면서도 인류를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어머니, 막대한 가치를 가진 기술의 특허를 일부러 출원하지 않은 아버지의 인류애가 제 핏속에 흐른다는 것에 무엇보다 행복함을 느낍니다. 심사평 6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가문이 인류사에 공헌한 가치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연구에 바빠 노벨상 수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은 마리 퀴리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부와 명예를 초월한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가문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터를 누빈 평화주의자이자 국제기구 활동에 앞장섰던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 이브에게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퀴리가문(데니스 브라이언·전대호/지식의숲)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DNA(브렌다 매독스·나도선/양문)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노벨재단·이광렬/바다출판사) 위대한 여성과학자들(송성수/살림) 과학사의 빛나는 순간(마농 바우크하게·이수영/웅진주니어) ‘노벨상 위의 사르트르’(르 몽드 1964년 10월22일자)
  • 구글 “검색 때마다 탄소 0.2g 배출”

    구글에서 한 번 검색할 때마다 0.2g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구글이 처음으로 공개한 탄소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 시청 10분당 1g, 지메일(Gmail) 사용 1년당 1.2㎏이며, 이에 따른 구글 이용자 1인당 평균 배출량은 연간 1.46㎏으로 추정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구글은 이러한 배출량이 동종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며, 지메일과 같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자체 서버를 운영할 때보다 환경오염을 8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구글 서비스가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는 각 이용자에게 네트워크를 통해 저장공간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말한다. 2009년 구글 검색 1회당 무려 7g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미 물리학자의 발표 이후 구글 서비스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지구 690광년 밖 ‘보이지 않는 세계’ 발견

    지구 690광년 밖 ‘보이지 않는 세계’ 발견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발사한 우주선 케플러가 지구에서 690광년 떨어진 지점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NASA 과학자들은 “거문고자리에 있는 항성 케플러-19를 공전하는 행성들을 조사한 결과 다른 행성들과 근소한 시간차를 보이는 행성 케플러-19c가 최초로 확인됐다.”고 미국 천체물리학 전문지 ‘아스트로피지컬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서 주장했다. 케플러-19c는 보이지는 않지만 근접한 지구 2배 크기의 다른 행성 케플러-19b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서 확인된 이른바 ‘보이지 않는 세계’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존재만 확인됐기 때문에 이 행성의 질량, 공전주기, 종류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사라 볼라드 연구원은 “케플러-19c는 현관문의 초인종을 눌리고 도망치는 장난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다른 행성보다 5분 정도 빠르거나 느리게 공전하는 탓에 우리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 존재만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케플러호는 계속해서 항성 케플러-19를 관찰해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이는 케플러-19에 대한 이해는 물론 보이지 않는 주변 행성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연구 지속성 보장… 국내 선호”

    “20년 가까이 임상에만 매달리면서 기초의학 연구에 대한 갈망이 컸다. 국내에서는 못 이룰 꿈이라고 여겼는데, 생각을 조금 바꾸니 어떤 해외 기관보다 좋은 연구 기회가 생기더라.” 고려대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인 신혜원(46·여) 교수는 연구년을 맞아 이달 초부터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연구센터로 출근하고 있다. 신 교수는 2007년부터 연구년을 잘 보낼 방안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자녀 문제와 학교 연구 때문에 해외로 떠날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국가과학자인 신희섭 KIST 센터장을 만난 뒤 ‘국내 연수’로 결심을 굳혔다. 신 교수는 “신 박사 연구실이 세계적 수준인 데다 고작 1년간 생활할 집을 구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 없이 곧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덕분에 해외 연수자들이 겪는 연구 지속성에 대한 고민까지 덜게 됐다.”고 덧붙였다. ●교수들 정부출연硏 발길 잇따라 국내 교수들의 안식·연구년 해외 러시 관행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소를 찾는 대학교수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해외 연수’ 대신 국내에 있는 세계 수준의 연구실을 찾아 ‘심도 있는 연구’를 하려는 현실적인 욕구 때문이다. 국내 출연연들도 산·학 협력 차원에서 유명 교수의 연구 유치를 환영하고 있다. 7일 KIST에 따르면 안식년을 맞아 이곳을 찾은 국내 대학교수는 2006년 1명에서 2007년 7명, 2010년 26명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0명에 이른다. 출신 학교도 연세대·고려대·가천의대·숭실대·포스텍 등 다양하다. 2000년 국내 대학교수로는 처음으로 KIST에서 안식년을 보낸 이긍원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연구할 경우 연구 성과가 해외 연구소에 귀속될 뿐 아니라 추후 연구의 연속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당시 산·학 협력 모델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성과, 해외연구소 귀속 이런 추세에 맞춰 기초과학지원연구원도 지난해부터 ‘방문연구원 지원제도’를 도입해 연구 교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준정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유인석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오창현 고려대 전자정보공학과 교수 등 지난해 9명, 올해 16명의 교수들이 기초연을 찾아 연구를 마쳤거나 진행하고 있다. 한의학연구원과 생명공학연구원 등에도 국내 교수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문길주 KIST 원장은 “과거처럼 해외에서 어학 연수를 하고 선진 연구문화를 체험하는 식의 안식·연구년에 대한 인식이 국내 과학기술 수준이 향상된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확실한 연구 성과를 얻고 이후에도 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선호도가 계속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신용카드·인터넷·화상통화 120년 전에도 있었다?

    신용카드·인터넷·화상통화 120년 전에도 있었다?

    1951년 일본의 데쓰카 오사무는 2003년 4월 7일 탄생할 로봇을 그려냈다. 키 135㎝에 몸무게 30㎏인 이 로봇은 무쇠로 만들어진 단단한 팔과 레이저 빔을 발사하는 손가락을 갖고 있었다. 로켓 엔진을 단 다리로 하늘을 날 수 있었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엉덩이에서는 발칸포를 뿜었다. 바로 ‘우주소년 아톰’의 탄생이었다. 그 후 6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오사무가 그린 ‘미래’는 벌써 과거가 됐다. 하지만 현실 속에 아직 아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있지만 하늘을 날고 악당을 물리치기는커녕 뛰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다다르지 못한 목표다. 인간은 현실에 만족하기보다 할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존재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상상하고, 또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상상은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하나하나 정복됐고, 우리는 그 혜택 위에 살고 있다. 과학자들이 만화 속 아톰을 단지 허황한 상상으로만 치부하지 않는 것도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인류 발전의 속도를 바꿔놓은 이후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주도한 가장 큰 원동력은 ‘공상과학’(SF) 소설이었다. 과학자들은 SF작가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황당한 기계와 기술이 결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완성된 기계, 궁극적인 기술이 어떤 모습인지를 아는 것만큼 뚜렷한 목표는 없다고 여겼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SF는 미래의 사회학”이라고 단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SF작가들이 그린 미래는 오늘날 얼마나 이뤄졌을까. 미국의 ‘이노베이션 뉴스데일리’가 ‘실제가 된 SF의 예언’이라는 기사에서 이 같은 궁금증에 답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있는 작가들의 상상력은 마치 미래를 미리 보는 듯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1 달착륙 “미국 플로리다의 한 기지에서 세 명의 남성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캡슐에 앉아 달나라로 떠난다. 그들은 달에 도착해 달 표면을 걷는다. 돌아올 때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떨어져 미국 해군의 배가 이들을 건져낸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사진 위) 얘기가 아니다. 1865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 등장하는 달여행 시나리오다. 베른은 로켓은커녕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대포를 이용한 달여행을 상상했고, 소설 속 장면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현됐다. 아폴로11호의 귀환캡슐을 바다에서 찾아낸 미 해군 함정의 실제 이름은 ‘콜롬비아’였고, 베른의 배는 ‘콜롬비아드’였다는 점까지 비슷했다. 후세 과학자들이 가장 놀란 점은 베른이 소설 속에서 “우주인들은 우주 공간에서 몸무게를 느끼지 못한다.”고 묘사한 부분이었다. 19세기에는 이 같은 사실을 추정할 근거조차 없었던 때였다. 2 인터넷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1898년 ‘1904년의 런던타임스에서’라는 짧은 소설을 썼다. 트웨인은 ‘텔렉트로스코프’라는 전화선을 이용한 시스템을 소설에 등장시켰다. 전 세계를 연결하고 무한한 정보와 매일매일의 뉴스를 전달할 수 있으며, 쌍방향 논쟁도 가능했다. 심지어 각각의 정보는 카테고리에 의해 분류돼 있었다. 미 국방부가 초창기 인터넷의 모태로 불리는 ‘알파넷’을 구성하기 시작한 것은 1969년이었다. 3 원자폭탄 영국 작가 허버트 G 웰스는 1914년 ‘자유로워진 세계’라는 글에서 “1956년 세계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전쟁을 하는데 핵물리학을 이용한 새로운 폭탄이 등장한다.”고 적었다. 웰스는 “폭탄이 폭발하고 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땅은 복구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웰스는 당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주도로 막 태동한 핵물리학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지식만 갖고 있었지만, 30년이 지난 뒤 그의 상상은 일본(사진 아래)에서 그대로 현실화됐다. 4 레이더 젊은 시절 전기 기사로 일했던 미국의 휴고 건즈백은 1911년 ‘랄프 124C 41 플러스, 2660년의 로맨스’라는 책을 썼다. 현재의 지식으로 보자면 이 책은 미래학 사전이나 마찬가지다. 형광등, TV, 리모컨, 테이프 레코더 등은 물론 태양광에 대한 아이디어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일정한 파장을 가진 전파를 쏘면 반사돼 오는 전파를 관측해 금속 물질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살필 수 있으며, 비행체의 거리도 알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오늘날 광범위하게 쓰이는 레이더에 대한 정확한 묘사였다. 건즈백은 1926년 세계 최초의 SF전문지 ‘어메이징 스토리스’를 창간했고, 현재 가장 권위있는 SF상인 휴고상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5 온라인신문 영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SF작가로 꼽히는 아서 C 클라크는 1968년 대표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출간했다. 클라크는 “밀리초에 불과한 순간이면 어떤 신문의 헤드라인이든 금방 찾아볼 수 있다. 모든 뉴스는 매시간 자동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영어만 할 수 있는 사람도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썼다. 소설 속에서 이 모든 상황을 가능하게 한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뉴스 위성’이었다. 클라크는 인공위성을 정확하게 예측한 최초의 사람이기도 한 셈이다. 6 탱크 허버트 G 웰스는 미래의 원자폭탄뿐 아니라 전쟁용 기계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1903년 발표한 단편소설에서 웰스는 ‘랜드 아이론클래즈’라는 이름의 기계를 선보였다. 30m 정도 길이의 이 기계는 8쌍의 바퀴로 굴러가며 안에서 42명의 군인과 7명의 지휘관이 탑승했다. 자동으로 조종되는 포신은 전방위로 돌아가며 8쌍의 무한궤도 바퀴에 의해 굴러가도록 설계됐다. 13년 뒤 소설속의 기계는 탱크라는 이름으로 실제 전선에 등장했다. 7 가상현실게임 비디오게임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58년이었다. 그러나 2년 전인 1956년 아서 클라크는 이미 훨씬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은하제국의 멸망 후를 그린 소설 ‘도시와 별’에서 인류의 후손들은 중앙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 도시 다이어스퍼를 건설한다. 시민들은 만들어진 몸을 가지고 천년을 산 뒤 사후에는 의식이 기억은행에 저장되고 다시 몸이 만들어지는, 이를테면 부활하는 불멸의 생을 산다. 시민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꿈 속에서 마치 실제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 8 비디오 채팅 미국의 통신회사 AT&T는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세계 최초로 ‘영상전화’의 개념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보다 50년 전인 1911년 휴고 건즈백은 ‘랄프 124C 41 플러스, 2660년의 로맨스’에서 ‘텔레폿’을 설명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벽에 설치된 텔레폿의 커다란 화면 앞에서 몇 개의 단추를 누르는 것만으로 여자친구와 화상통화를 할 수 있었다. 9 신용카드 미국 소설가 에드워드 벨러미는 1888년 ‘2000년에서 1887년을 돌이켜보면’이라는 책을 썼다. 1888년 잠든 사람이 2000년에 깨어나 변한 사회상을 살펴보는 내용의 이 책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용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 카드로 모든 물건을 구매한다. 벨러미는 이 카드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상품은 물론 서비스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썼다. 10 스쿠버다이빙 19세기까지 사람이해저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거대한 모자를 쓰고, 크고 무거운 옷을 입은 뒤 배와 연결된 공기호스를 끼우고서야 가능했다. 그러나 쥘 베른은 ‘해저 2만리’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해저탐험을 제시했다. “철로 된 통에 압력을 가해 공기를 채운 후 등에 매고 내려가면 7~8시간 이상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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