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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서울의 낮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올랐던 지난 4일, 덕수궁 근처의 식당에서 만난 김도연(64) 포스텍 총장은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전에는 진짜로 190㎝였는데 나이 먹더니 좀 줄어든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는 그에게 척박했던 국내 공학연구의 토양을 개척하고, 교수와 행정가의 길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두뇌집단인 포스텍을 이끌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 봤다. -“헤이, 무슈(미스터) 김. 여기 신문 좀 봐봐. 너네 나라 얘기 맞지?” 얼마 전에도 그러더니 기숙사에 같이 있는 녀석이 또다시 아침부터 자존심을 긁었다. 기사 제목이 대략 ‘한국은 세계에서 아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였다. 버려진 한국 아기들의 해외 입양에 대한 특집기사였다. 그 프랑스인 학생이 아시아 후진국에서 온 유학생을 조롱할 목적으로 기사를 보여준 건지, 단순히 관심을 나타낸 것뿐인데 내 자격지심이 옹졸하게 받아들인 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1976~79년에 걸친 3년 반의 프랑스 유학생활 동안 나는 ‘해외에 나가면 자기 나라 국력만큼 대접받는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절감해야 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결심했다. “열심히 배워 한국으로 돌아가서 너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만들어 다시 돌아오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석사를 마친 1976년 초,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해외 유학은 당초 나의 인생 로드맵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를 마치면 돈을 벌고 싶었다. 어려서 나의 장래희망은 ‘과학자’도 ‘선생님’도 아닌, 오직 ‘부자’였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박사과정에 진학할지, 취업을 할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 졸업생 중 프랑스로 유학하는 학생들에게는 프랑스 정부에서 특별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당시 대한항공이 자국산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해 준 데 대한 프랑스의 정부 차원의 보답이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그때 나와 같은 케이스로 프랑스 유학 길에 올랐다. -“돈을 벌려고 해도 석사보다는 박사 학위를 받고 와야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겠나.” 당시 프랑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우리는 달에 못 가는 게 아니라 가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미국의 달 착륙을 평가절하했던 프랑스였다.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나중에 한국에 수출한 초고속 열차 ‘TGV’,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기술 등이 다 프랑스의 대학과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6개월의 프랑스어 랭귀지 스쿨을 거쳐 그해 가을 미셰린타이어 공장으로 유명한 소도시 클레르몽페랑의 블레즈파스칼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자원했기 때문에 유학 생활의 대부분을 파리에 있는 르노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보냈다. 산학협력 과정을 택했던 건 기술의 현장 응용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현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생존 차원의 절박함 때문이기도 했다. 유학 시작 6개월 만에 한국에서 아내가 건너 왔는데, 프랑스 정부가 주는 장학금으로는 나 혼자 살아가기도 빠듯했다.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하면 르노자동차에서 추가로 연구비와 생활비를 줬다. 자동차 생산공장에 딸린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어떻게 특허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생산라인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실용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평안도의 기독교 집안이었던 우리 가족은 북한 정권의 종교 탄압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나는 1952년 피란지인 부산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왔다. “공부는 반에서 중간 정도만 해라. 대신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라.” 아버지는 중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왜 다른 집들처럼 공부하라고 얘기를 안 하시지?’ 어린 마음에 섭섭함까지 들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말씀만큼은 참 잘 지켰다. 경기고 우리 교실 60명 중에 30등을 왔다 갔다 했다. 동창 중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며 천재 소리를 듣던 친구가 나노 분야 최고 전문가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우리 학교의 임지순(65) 석좌교수다. -197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마치고 카이스트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 당시 카이스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대단했다. 20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병역 의무가 면제됐고, 석사 과정인데도 나라에서 당시 직장인 평균 월급(4만 5000원)의 3분의1이나 되는 1만 5000원을 다달이 생활비로 보조해 줬다. 카이스트 교수들의 월급은 서울대 교수의 3배였고, 아파트도 나왔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면 대통령이 공항까지 관용차를 보내 줬을 정도였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1979년 7월 돌아옴과 동시에 아주대 기계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그때 나이 27세. 아주대는 1971년 우리나라와 프랑스 정부의 한·불 기술초급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 이행을 위해 설립된 학교였는데, 1977년 당시 김우중 대우실업 사장이 인수를 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을 교수로 많이 채용했다. -아주대에서 나는 ‘빡빡이 교수’로 불렸다. 병역은 면제받았지만 3주 군사훈련은 필수였다. 귀국하고 얼마 후 훈련소에 들어갔는데, 지금과 달리 그때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박사님이 그 정도밖에 못하나.” 남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고 들어온 나를 훈련소 조교들이 얼마나 괴롭히던지. 훈련소를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그해 9월 1일 첫수업을 하러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내가 교수라고 하자 처음에는 믿지를 않았다. 군인 머리를 한 멀대 같은 청년이 허여멀건 얼굴로 다니면 먼 발치에서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교수 임용 2개월도 안 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는 ‘10·26사태’가 일어났다. 이듬해 5월까지 대 학이 문을 닫았다. 계엄령 초기에는 교수들까지 완전히 통제했는데, 얼마 후 교수들은 연구실 출입이 허용됐다. 학교 정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연구실로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어느 날 버스에 올라온 계엄군이 출입증을 검사하더니 내 직위에 ‘조교수’로 돼 있는 걸 보고는 “야, 조교는 내려. 교수도 아닌 게 왜 여기에 타고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옆에 있는 다른 동료 교수가 ‘조교’가 아니라 ‘조교수’라고 말해 줘서 들어갈 수 있었다. -1982년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학과 졸업생을 교수로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덕에 1969년 재료공학과 창립 이후 2회 입학생이었던 나는 서울대 교수로 옮길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이외 대학 이공계에서는 인문사회 계열처럼 그냥 강의만 이뤄졌다. 실험실이 갖춰진 대학이 거의 없었다. 절삭공구 하나 변변한 걸 찾기 힘들었다. 아주대에 있을 때도 학교에서 연구를 위한 실험은 거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견기업과 손잡고 기술 실용화 연구를 함께 했었다. 사실 아주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기술회사를 창업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꿈을 버렸다.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좋은 논문을 쓰는 공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비로소 하게 됐다. -당시 연구환경이 얼마나 척박했는지는 상상도 못 한다. 요즘에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국내에서 연간 5만건 넘게 나오지만 서울대에 부임하던 해에는 전체 100건이 안 됐다. 제대로 된 첫 논문은 일본 정부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1984년 일본이 전 세계 청년 학자들을 초청해 일본 문화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졌는데, 나는 2개월 반 동안 일본무기재료연구소에 갔다. 거기서 현지 연구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다. 그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1986년에 처음 SCI급 논문을 낼 수 있었다. -우리 사회 전체에 민주화 바람이 불던 1980년대, 대학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학생과 전투경찰이 아침에 캠퍼스에 같이 등교하던 시절이었다. 1987년 부교수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배 교수가 연구실에 찾아와 종잇장 하나를 꺼내 놓았다. “김 교수, 여기에 사인해. 나만 믿고 그냥 하면 돼.” 그 선배가 시키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흔쾌히 사인을 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서울대 교수 4·13 호헌반대’ 성명이었다. 사인을 한 다음날 모든 신문 1면을 그 기사가 장식했고, 해당 교수들 이름이 모두 실명으로 게재됐다. -아침부터 연구실 전화가 불이 났다. 가족이며 친척, 친구들이 “큰일 난 거 아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걱정은 됐지만 특별히 겁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잘리면 잘리는 거지. 그런데 해직교수가 되고 나면 나는 뭘 먹고살아야 하지? 당초 꿈대로 돈이나 벌까?’ 그러나 6·10항쟁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민주화의 물결 아래 우리 서명 교수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 같은 것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수시로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현실을 한탄하며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교내에 경찰이 들어와 제자들을 폭력적으로 체포해 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던 나는 30대 나약한 젊은 교수일 뿐이었다. 마음이 참담했고 학생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4·13 호헌반대 성명에 서명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의 괴로움은 한층 더 컸을 것이다. -조용히 연구나 하던 사람이 2005년 갑자기 동료 교수들의 추천으로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으로 뽑혔다. 1990년대 초에도 학생 담당 부학장이라는 보직을 맡기는 했는데 공대 학장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과학 행정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2007년까지 공대 학장을 했었는데 졸지에 2008년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합친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됐다. 6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두고 울산대 총장으로 갔다. 그러다 다시 2011년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도 않지만 일이 주어지면 싫다고 거부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학생들에게 ‘과학’과 ‘기술’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당연히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역할도 다르다. 과학자는 ‘새로운 지식과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엔지니어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만들어 돈을 벌게 해주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노벨상은 엔지니어들이 받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의 영역이다. 그런 개념도 없이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이 되면 기술을 전공한 공학자들에게 “왜 노벨상을 받는 연구를 못 하느냐”고 질타하는 사람들이 있다.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얘기다. -충북 감곡에서 주말농장을 하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과학기술은 농사 짓는 것과 비슷하다. 씨를 뿌리고 움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빨리 채소나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씨를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계속 흙을 뒤적이거나 이제 막 싹이 텄는데 키를 키우겠다고 잡아 늘이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노벨상 수상자가 당장 몇 년 안에 나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을 넘어서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우지 못하는 교육을 시키는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과학기술 정책이나 교육시스템을 지금처럼 운영해도 문제 없구나’ 하는 착각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술이 적당히 센 편이다. ‘논어’의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이란 말을 자주 인용한다. 내가 좇는 공자의 주도를 압축한 말이다. 공자의 주량은 거의 무한대였는데, 어지러운 데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 역시 실제로 이른바 ‘필름’이 끊겨 본 기억은 없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클레르몽페랑 제1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는 재료공학 중 무기재료(세라믹) 공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발표한 논문이 200편이 넘는다. 세라믹은 전자재료, 내열재료뿐만 아니라 강철을 절단하는 재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연구자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행정가로서 경험이 풍부하다. 다양한 이력 때문에 고든리서치 콘퍼런스를 포함해 세계적인 학술회의에 40회 이상 초청받아 강연자로 나섰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시절에는 공대 학생들의 결혼식 주례를 도맡다시피 했다. ▲1952년 부산 출생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공과대학 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울산대 총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포스텍 제7대 총장
  • 뇌는 왜 주름졌을까? AI만큼 중요한 뇌 연구 쾌거

    뇌는 왜 주름졌을까? AI만큼 중요한 뇌 연구 쾌거

    인간의 뇌 기능을 학습한 인공지능(AI) 열풍이 뜨겁다. 알파고는 그저 인간과 바둑 다섯 판을 뒀을 뿐이었지만, 걷잡을 수 없이 뜨거운 후폭풍을 몰고 왔다. 한편에서는 인간의 뇌의 구성과 역할, 기능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는데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두려움 등 가공할 미래는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다. 호두껍데기 속 알맹이를 닮은 인간의 뇌 주름은 한정된 두개골에 더 크고 강력한 일종의 처리장치를 장착하기 위한 자연의 해결책이었다. 평평한 사각형의 종이를 이보다 작고 둥근 구멍에 넣으려면 구겨야 하는 것과 같이 뇌에 주름이 생기면 신경세포들 사이의 접합부를 더 짧고 가깝게 만들어 정보 전달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이렇듯 대뇌피질이나 회백질로 불리는 뇌의 바깥층에 주름이 존재하는 이유는 예전부터 밝혀져 왔지만, 그러한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는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다. 인공지능 못지않게 뇌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뇌 주름은 유전적 신호나 생물학적 신호, 혹은 화학적 신호 등으로 발달하는 것인지 아니면 물리적 힘으로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연구 대상이었다. 이런 의문에 미국과 핀란드, 프랑스의 공동 연구팀이 뇌 주름이 형성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발표했다. 이는 특정 뇌 질환들을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발견이라고 한다. 특히 정준영 박사가 한국인으로서 연구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인간 태아의 뇌는 처음에 주름이 없고 부드러운 상태인데 수정란이 생성되고 20주가 지난 무렵부터 뇌 주름 형성이 시작돼 생후 18개월이 될 때까지 진행된다. 이번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미 하버드대의 락시미나라야난 마하데반 교수는 “뇌 주름 구조를 이루는 대뇌피질의 표면적은 만일 같은 크기의 뇌에 주름이 없을 때의 표면적보다 3배 정도 더 크다”면서 “대뇌피질은 뇌 안쪽에 있는 대뇌수질(백질)보다 뇌 성장 시기에 신경세포의 수, 크기, 모양, 위치가 모두 급격한 팽창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이 현상은 대뇌피질에 압력이 가해져 발생한 역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뇌에 국부적으로 주름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런 간단한 진화적 혁신이 뇌 주름 형성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주름이 없는 태아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스캔한 데이터를 사용해 특수한 ‘젤’을 소재로 입체 모형을 제작했다. 이어 대뇌피질을 나타내기 위해 모형 표면에는 탄성이 있는 젤을 얇은 층으로 코팅했다. 뇌 성장을 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 모형을 특수한 용액에 담갔다. 그러자 모형의 외층 즉 대뇌피질 부위가 그 액체를 흡수해 내층 즉 대뇌수질 부위보다 팽창했다. 그리고 몇 분 뒤 모형의 크기와 모양이 진짜 뇌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또한 모형에 어떤 생체 조직도 포함하지 않은 실험에서도 같은 과정으로 뇌 주름이 생성되는 것도 확인됐다. 실제로 이번 실험에 참여한 하버드대의 정준영 박사는 “모형은 실제 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마하데반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 과정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가장 많은 주름을 갖고 있다. 실제로 뇌에 주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침팬지와 돌고래, 코끼리, 돼지 등 동물들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뇌 주름에 관한 물리적인 설명은 사실 40년 전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제창했었다. 그리고 이제 이번 연구팀이 입증한 연구결과는 뇌 주름이 물리적 과정이 아니라 순전히 생물학적 과정으로 생성된다는 사회적인 통념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 박사는 “뇌는 모든 사람이 똑같지 않지만 건강해지려면 주요 주름은 모두 같아야 한다”면서 “우리 연구는 뇌 일부가 적절히 성장하지 않거나 전체적인 기하 구조가 중단됐을 때 적당한 위치에 큰 주름이 생성되지 않으면 잠재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논문을 살펴본 미국 스탠퍼드대의 엘렌 쿨 생물공학부 부교수는 논평에서 “뇌 주름이 훨씬 많거나 적으면 발작, 운동기능장애, 지적 장애, 발달 지연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결과는 그런 신경질환을 진단·치료·예방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하버드대(위), 네이처 피직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IQ 162’ 아인슈타인보다 똑똑한 11세 소년의 꿈은?

    ‘IQ 162’ 아인슈타인보다 똑똑한 11세 소년의 꿈은?

    인류를 대표하는 천재 중 한 명인 아인슈타인보다 지능지수(IQ)가 더 높은 11세 소년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웨스트미들랜드에 사는 키안 해머(11)는 이미 전 세계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Mensa)의 회원이며, 최근 진행한 IQ테스트 결과 162를 기록했다. 해머의 지능지수는 아인슈타인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의 지능지수 160보다 2점 더 높다. 멘사 측은 지난 주 해머에게 ‘전 세계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지능지수 보유자’라는 내용의 인증서를 전달했다. 평소 도전을 즐긴다는 11살 천재 소년의 꿈은 비교적 소박하다. 해머는 “얼른 나이가 들어 프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지금도 12세 이하 축구 클럽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관으로 일하는 해머의 아버지 리치(43)는 “해머가 똑똑하긴 하지만, 아들에게 절대 ‘천재’라고 부르진 않는다. 나는 해머가 꾸준히 축구장 위에서 뛰어놀 수 있길 바란다”면서 “나와 아내는 이번 IQ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아들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성인의 평균 IQ는 100이며, 140 이상이면 천재로 분류한다. 천재들의 모임으로 불리는 멘사는 전 세계 11만 명의 ‘천재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8%는 8세 이하, 35%가 여성이다. 해머가 받은 ‘IQ 162’는 18세 이하 멘사 회원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며, 18세 이상의 최고점은 161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컴퓨터, 13년 후면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

    “컴퓨터, 13년 후면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

    “뇌 이식 나노로봇 새 감각 창조… 유전자 편집해서 병 고칠 수도” 미국의 유명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먼드 커즈와일(68)이 2029년쯤 컴퓨터가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하거나 이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커즈와일은 미국 뉴욕의 문화센터 ‘92번가 Y’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행사 무대에서 천체물리학자인 닐 더그래스 타이슨(57) 헤이든 플라네타륨 소장과 대화하면서 이렇게 예측했다고 CNN머니 등이 전했다. 그는 13년 후면 컴퓨터가 감정과 개성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커즈와일은 “내가 ‘컴퓨터가 인간 수준의 지성에 이를 것’이라고 얘기할 때는 논리적 지성에 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남을) 웃길 줄 알고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 지성의 최고점”이라고 말했다. 타이슨이 “컴퓨터가 언젠가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소설을 써서 그런 면에서도 인간을 능가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자 커즈와일은 “이를 달리 표현해야 한다”며 “우리가 그 지성과 결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즈와일은 사람의 두뇌에 세포 크기의 나노 로봇이 들어가서 지구 전체의 인터넷에 연결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것처럼 필요한 기술을 그때그때 내려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치 컴퓨터 코드를 편집하듯이 유전자를 편집해 병을 고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커즈와일은 전망했다. 커즈와일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부자들만 이런 두뇌의 놀라운 능력과 건강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휴대전화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도 “나노 로봇 역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져 기술의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뇌에 이식된 나노 로봇은 새로운 육체적 감각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현재 귀가 음악을, 좋은 음식이 미각세포를 즐겁게 하듯 우리의 다른 감각을 위해 새로운 예술과 의례를 창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아하! 우주] 주변 행성 최소 15개 ‘먹어 치운’ 백색왜성

    [아하! 우주] 주변 행성 최소 15개 ‘먹어 치운’ 백색왜성

    영국 워릭대학교의 보리스 갠시크(Boris Gansicke) 교수 연구진은 최근 연구를 통해 같은 궤도를 맴돌고 있는 별들을 산산조각 내는 ‘죽어가는 별’의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WD 1145+017’이라고 명명된 이 별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고밀도의 죽은 별로, 백색 난쟁이별 혹은 백색왜성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별은 불규칙하고 불확실한 에너지를 모두 발산한 뒤 가장 중심부의 핵만 남게 된다. 고온의 핵이 점차 식으면서 결국 이것은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되고, 백색왜성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관측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에너지를 잃게 된다. 현재 WD 1145+017은 지구에서 57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지구 크기 정도의 중심부 핵이 남은 상태다. 별의 주변은 우주먼지와 가스 및 부서진 바위 조각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별은 현재 자신의 궤도를 이동하며 마지막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는데, 연구진이 지난해 이 백색왜성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뒤 수개월 동안 이 백색왜성 주변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백색왜성의 에너지와 충돌해 산산조각이 난 주변 행성의 부스러기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근 관찰을 통해 적어도 15개의 행성이 백색왜성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파괴된 뒤 백색왜성에 흡수된 것을 확인했다. 즉 백색왜성이 약 15개의 행성을 ‘먹어 치웠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갠시크 교수는 “우리는 지속적으로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백색왜성을 탐색할 예정”이라면서 “아마도 우주 안에서 주변 행성을 파괴하고 흡수하는 백색왜성이 수 개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태양이나 지구 역시 언젠가는 백색왜성이 된다. 하지만 백색왜성과 같은 ‘죽음의 별’이 되기까지는 적어도 50억~60억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천문학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천체물리학회지(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 2월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커버스토리] 알파고의 아버지 “인공지능, 인간 창조성·의식까지도 이해할 것”

    [커버스토리] 알파고의 아버지 “인공지능, 인간 창조성·의식까지도 이해할 것”

    “인공지능은 조수… 결정은 인간의 몫 강력한 기술… 책임감·윤리의식 필요” “다른 모든 강력한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도 도덕적이고 책임감 있게 사용돼야 합니다. 인간의 수준에 도달한 인공지능은 아직 수십년도 더 먼 이야기지만 지금부터 토론을 시작해야 하겠죠.” 바둑을 정복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전 세계를 ‘AI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의 서막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11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본원에서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40)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간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건 기술을 통해 도움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을 조수처럼 활용하고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리면 됩니다.” “인간은 더이상 스스로 선택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가 내놓은 대답이다. 허사비스는 이날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주최한 석학 특별초청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섰다. 최근 며칠 사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인물로 떠오른 그답게 수백명의 학생과 교수, 취재진이 몰렸다. 강연이 열린 정문술빌딩 드림홀은 발을 딛고 서기도 힘들 정도였고, 강연장 밖에는 안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이 줄지어 선 채 강연을 들었다. ‘인공지능과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그는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의 설립과 성장 과정, 연구 성과들을 발표했다. 그는 딥마인드의 연구 목표를 “첫째는 지능이 무엇인지 풀어내는 것, 둘째는 그 지능을 통해 모든 문제를 푸는 데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딥마인드가 개발하는 것은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모두 탐색해 답을 내리는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이 아닌, 스스로 지식을 학습함으로써 유연성과 창조력을 갖춘 ‘범용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며 터득해 나가는 ‘딥러닝’ 기법을 적용해 컴퓨터가 스스로 픽셀 게임을 반복하며 ‘고수’가 된 실험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의료와 로봇, 스마트폰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그는 “인공지능을 실제 세계에 적용하면 빅데이터와 기후, 질병, 유전학, 물리학,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간의 다양한 수수께끼들, 정신과 꿈, 창조성, 어쩌면 의식까지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허사비스는 13세 때 ‘체스 신동’으로, 17세 때 게임 개발자로 이름을 날렸다.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해 컴퓨터공학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한 그는 2010년 인공지능 기술 회사인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딥마인드는 2014년 구글에 4억 달러(약 4322억원)에 인수됐다. 독특한 이력 탓에 ‘괴짜 천재’라 불리는 그는 유머 감각도 수준급이었다. 연단 앞에 서기 전 활짝 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청중들의 사진을 찍는가 하면, 강연 마지막에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채용중!’(We’re hiring!)이라는 제목과 함께 구글 채용 공고를 띄우며 학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대전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수영하며 사냥할 줄 아는 ‘신종 거미’ 호주서 발견

    수영하며 사냥할 줄 아는 ‘신종 거미’ 호주서 발견

    수영도 할 줄 알고 자신 몸집보다 세 배 큰 먹잇감을 사냥할 수도 있는 신종 거미가 호주에서 발견됐다. 영국 인디펜던트 등 해외 언론의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신종 거미의 학명은 돌로메데스 브라이언그리네이(Dolomedes briangreenei)로, 최근 호주에서 열린 과학관련 행사인 월드사이언스 페스티벌(World Science Festival)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이 거미의 이름은 페스티벌 설립자이자 컬럼비아대학교의 유명 이론물리학 교수인 브라이언 그린 박사의 이름을 따 붙인 것이다. 몸 크기는 성인 손바닥 정도로 비교적 크며, 육지나 물 위에서 먹잇감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해 사냥한다. 가장 큰 특징은 물에서 수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거미는 수면 위를 떠다니며 다리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수영을 하며, 물속에 완전히 몸을 담그는 잠수도 할 수 있다. 사냥능력도 매우 뛰어나서 수영을 하면서도 먹이를 잡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거미는 곤충만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거미는 수영능력을 이용해 물고기나 올챙이, 커다란 두꺼비를 사냥하기도 한다. 이렇게 물에서 잡은 먹잇감은 물 밖으로 끌고 나온 뒤에 잡아먹는다. 이 신종거미를 연구한 퀸즐랜드박물관의 거미학 전문가인 로버트 라벤은 “이 거미는 호주의 동쪽 해안가에서만 발견되고 있으며, 독특한 식성과 수영 및 파동감지를 통한 사냥방식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거미에 물렸었는데, 특별히 위험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세돌 vs 알파고 대결’ 알파고가 이기면 로봇이 인간 지배한다? ‘헉’

    ‘이세돌 vs 알파고 대결’ 알파고가 이기면 로봇이 인간 지배한다? ‘헉’

    세계 최강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9일 바둑 대결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것은 이번 대국이 인공지능(AI)이 발전 정도를 가늠할 척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마저 인간을 압도한다면 언젠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종말론적 전망도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글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지난 1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중국의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 5대 0으로 승리했을 때 세계 과학계는 기존에 예측한 인공지능 발전 속도를 10년쯤 앞당긴 것이라며 열띤 반응을 보였다. 바둑에는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컴퓨터 두뇌로도 정복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쯤으로 여겨졌는데 당시 승리로 인공지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세계 챔피언마저 꺾는다면 인간이 인공지능에 맞서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지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주인이 되는 날도 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 교수는 AFP통신에 “알파고가 이긴다면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아직 바둑은 컴퓨터에는 풀기 어려운 영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공지능의 위협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영국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난해 5월 영상 메시지에서 “향후 100년 안에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금융시장에서 인간을 뛰어넘고, 인간 지도자들을 조작해 결국 인간은 알지도 못하는 무기를 이용해 우리는 정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킹과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은 지난해 7월 인공지능 무기 발전이 화학, 핵무기에 이은 ‘제3의 전쟁 혁명’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의 군사목적 사용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진짜’ 지능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가나시아 교수는 “상식이나 유머 등은 복제할 수 없는 능력”이라며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 인지능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 ‘레이저’로 막는다 (연구)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 ‘레이저’로 막는다 (연구)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구를 스쳐가는 소행성의 존재가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무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물리학자인 필립 루빈 박사 연구진이 개발중인 이것은 ‘DE-STAR’(Directed Energy System for Targeting of Asteroids and exploRation)으로, 일종의 레이저빔이다. 이 레이저는 지구를 접근하는 천체(Near-Earth objects, NEOs)를 타깃으로 하는 일종의 ‘무기’다.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을 발견하면 우주정거장에 장착한 레이저가 빔을 발사해 소행성의 무게 평형을 깨뜨리면서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거나 소행성 자체를 파괴하는 원리다. 이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DE-STARLITE’는 ‘DE-STAR’와 같은 원리지만 크기가 작아 소행성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궤도를 향해 직접 이동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소행성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갑작스럽게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소행성을 발견했을 때에는 작은 ‘DE-STARLITE’ 보다는 ‘DE-STAR’의 활용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출력의 이 레이저는 소행성이나 커다란 우주바위 등을 녹이거나 깨뜨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녔으며, 이러한 기술은 현재 상당부분 현실화 된 상황이지만 문제는 크기다. 연구진은 “크기가 큰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거나 파괴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레이저의 크기가 커진다면 소행성을 막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더욱 짧아질 것”이라면서 “예컨대 20kW의 출력을 가진 ‘DE-STARLITE’가 지름 300m 소행성의 진로를 왜곡하기 위해서는 약 1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크기가 매우 작은 소행성의 경우 1년 이내에 소행성의 진로를 바꿀 수는 있지만, 실제로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거대한 소행성을 막기 위해서는 더 큰 레이저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수학·물리학 분야 논문 초고 사이트(arxiv.org)에 게재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작물 30% 키워 몸값 700조원… 내가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져요

    작물 30% 키워 몸값 700조원… 내가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져요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도 4년 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중 71개 작물의 가루받이(수분·受粉)를 돕는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꿀벌은 소와 돼지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가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꿀벌과 나비 등 가루받이를 돕는 생물종의 개체 수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50년 사이 유럽 벌 개체 수 37% 감소 생물다양성협약(CBD)의 과학적 자문을 위해 2012년 설립된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제4차 총회를 열고, 첫 번째 성과물인 ‘수분 및 수분매개체 평가서’를 발표했다. IPBES는 기후변화협약 부속 과학자문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조직이다. 안동대 식물의학과 정철의 교수를 포함해 전 세계 80여명의 전문가들이 만든 이번 평가서에 따르면 전 지구적으로 벌과 나비 같은 수분 매개체 곤충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나비는 4%가 멸종 위기, 5%가 멸종 위협 상황에 놓여 있으며 야생벌은 2.8%가 멸종 위기, 1.2%가 멸종 위협에 처해 있다. 특히 벌의 경우 전체 종의 56% 이상에 대해서는 명확한 통계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멸종 위협 정도는 추정치의 2배를 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50년 전보다 벌의 개체 수는 37%, 나비는 31%나 감소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40% 이상의 벌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처럼 꿀벌을 비롯한 수분 매개 동물이 급감하는 이유는 뭘까. 보고서는 서식지 감소, 병해충, 기후변화, 농약사용, 외래종 유입, 환경오염 등 6가지를 핵심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도시개발이 확대되면서 곤충들이 서식할 수 있는 장소가 줄어들고 있으며 집약적이고 수확률을 높이기 위해 쓰는 농약이 해충뿐만 아니라 일반 곤충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분매개 곤충에 의해 재배되는 작물의 생산량은 전체의 30%에 이르고 있으며 전 세계 농산물 생산액의 5~8%에 이른다.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2350억 달러(286조 2000억원)에서 최대 5770억 달러(702조 7000억원) 정도다. 국립생태원과 정 교수팀은 작물 재배면적, 생산 농작물의 시장 가치, 화분매개 의존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벌과 나비 등이 농업생산에 기여하는 시장 가치가 6조 6000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특히 국내 농업은 곡류보다 과일과 채소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곡물 중심의 외국보다 꿀벌과 나비의 개체 수 감소는 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버드 “곤충 사라지면 매년 142만명 사망” 가루받이 곤충 감소는 작물 생산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8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에 꿀벌 등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매년 142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과일 생산량은 22.9%, 채소는 16.3%, 견과류는 22.3% 줄면서 임산부와 어린이에게 필수적인 비타민A, 비타민B, 엽산 등의 영양소 공급이 감소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급속히 늘 것이란 분석이다. ●오바마, 꿀벌 등 보호 국가 전략 발표 상황이 점점 심각하게 돌아가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꿀벌 등 화분매개체 보호를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운영 중에 있다. 미국은 2007, 2008년에도 벌과 나비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한 바 있지만 지난해 수정된 전략은 관련 정부기관 14곳과 민간이 총동원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백악관은 이 전략을 바탕으로 10년 내 꿀벌의 집단 폐사율을 15% 미만으로 떨어뜨리고 모나크나비 개체 수를 2020년까지 2억 2500만 마리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곤충, 특히 벌에 치명적인 네오니코노이드 성분의 농약에 대한 영향 평가와 사용 제한을 고려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간 2만 8327㎢에 이르는 꿀벌과 나비 등의 서식지를 복원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놨다. ●국내 벌 개체 수, 세계서 가장 많은 수준 외국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의 수분 매개 곤충 감소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양봉벌의 개체 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하지만 재래종 꿀벌의 숫자는 급감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며 “국내에서도 수분 매개 곤충의 연구개발(R&D)과 보호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최용수 박사는 “국내에 있는 벌통 수는 170만~200만통(1통당 꿀벌 3만~5만 마리 서식) 정도로 추정되는데 전 세계에서 벌의 수가 가장 많다고 평가받고 있는 만큼, 미국이나 유럽처럼 벌 개체 감소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벌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꿀벌 생존 환경 변화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꿀벌 생존력을 강화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우주를 보다] 우리 은하계 중심을 엿보다

    [우주를 보다] 우리 은하계 중심을 엿보다

    우리 은하계 중심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블랙홀과 그 주변부로 대답할 수 있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질량의 400만 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존재한다. 우리 은하에서 물질의 밀도가 가장 높은 장소인 만큼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블랙홀 주변에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모여 형성된 강착 원반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강착 원반 주변으로 안쪽 고리(inner ring)라고 불리는 8광년 정도 크기의 가스의 고리가 있다. 여기에는 많은 가스와 먼지, 그리고 수천 개의 별이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주변을 빠른 속도로 공전한다. 다시 그 밖에는 중심 분자 지역(CMZ, Central Molecular Zone)이라는 거대한 가스의 구름이 존재한다. 중심 분자 지역은 대략 지름 700광년 정도의 거대 가스 구름으로 수천만 개의 태양을 만들 만큼의 수소 가스가 존재하지만,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 초속 수백km의 속도로 움직이는 탓에 대부분 가스가 별을 형성하지 못하는 장소이다. 크기는 우리 은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나 과학자들은 중심 분자 지역이 우리 은하의 고밀도 가스의 8%를 차지할 만큼 질량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 물리학 연구소의 카라 배터스비(Cara Battersby)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호주의 모프라 전파 망원경(Australian Mopra radio telescope)을 이용해 중심 분자 지역을 상세히 관측했다. 은하 중심을 관측할 때 문제점은 지구에서 2만7000 광년이나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스와 먼지, 별이 밀집한 지역이라 가시광 영역에서는 거의 보이는 게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파나 X선 영역 등에서 주로 관측이 이뤄졌으나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 연구팀은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서 풀민산(HNCO)을 비롯한 물질(N2H+, HNC)들의 분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중심 분자 구역이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사진) 예를 들어 이 지역에는 두 개의 물질의 흐름이 있었는데, 아마도 나선 팔과 비슷한 구조일 수도 있다. 그리고 과거 초신성 폭발의 흔적으로 보이는 껍질 같은 구조도 있다. 하지만 가장 미스터리한 사실은 이 은하 중심 지역의 가운데에 블랙홀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강력한 중력을 생각하면 Sgr A*라는 약자로 표시된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에 대칭으로 가스가 공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대칭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 우리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대해서 모르는 사실이 더 많다. 우리 은하와 그 중심 블랙홀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아하! 우주] 천체들의 크기는 왜 제각각일까?

    [아하! 우주] 천체들의 크기는 왜 제각각일까?

    천체들의 크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지름 몇 미터의 소행성에서부터 거대한 가스 행성까지 천차만별이다. 태양계만 보더라도 지름이 지구의 109배나 되는 태양이 있는 반면, 그 3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성 같은 행성도 있다. 소행성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같은 천체들의 크기 차이는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천체들의 다양한 크기가 중력의 인력작용을 완화해 스스로를 뭉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같은 크기의 천체들이 뭉쳐지는 것보다 다양한 크기의 천체들이 뭉쳐지는 게 훨씬 쉽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열역학 과학자인 애드리언 베잔 교수에 따르면, 자연계에서 최적의 적응 형태를 만들어가기 위한 형상법칙(Constructal Law)이 이 천체들의 형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 이 법칙은 가뭄으로 인한 논바닥의 거북등 모양 갈라짐이나 인간의 폐와 눈송이 모양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의 모든 디자인 형태를 결정한다. 인력으로만 작용하는 중력은 질량이 큰 물체로 하여금 작은 물체들을 끌어들여 덩치를 점점 더 키워가게 한다. 그러나 천체들이 왜 이같이 다양한 크기를 이루고 있는가를 설명하려면 중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의문이 지금까지 간과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라고 토로한 베잔 교수는 비슷한 크기를 가진 천체 시스템은 중력으로 인한 장력의 강한 작용을 피할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비슷한 덩치들이 서로 싸우면 쉽게 판가름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이유로 우주공간에는 다양한 크기의 천체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우리 태양계만 하더라도 이 형상법칙에 따라 거대한 몇몇 천체들과 자잘한 수많은 천체들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자연계의 시스템은 장력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베잔 교수는 행성들 역시 형상법칙에 따라 장력을 최소화하는 길을 따라 진화해간 것이라고 밝혔다. 베잔 교수는 이 형상법칙을 우주론에 적용해서 천문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만물은 진화한다. 형상법칙이 그 진로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우리는 탐험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응용물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cs)’에 발표되었다. 끝으로, 큰 천체들이 모두 둥근 구형을 하고 있는 이유 역시 중력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천체는 크기가 커지면 자체 인력 때문에 내부가 찌그러지게 되는데, 그 결과 천체의 지름이 100km를 넘으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내부 물질은 모두 찌그러지고, 천체로서 되도록이면 적은 체적을 가지려고 구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소행성이나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나 데이모스는 크기가 작아 감자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아하! 우주] 소행성 충돌 막아줄 ‘레이저 무기’ 나올까

    [아하! 우주] 소행성 충돌 막아줄 ‘레이저 무기’ 나올까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구를 스쳐가는 소행성의 존재가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무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물리학자인 필립 루빈 박사 연구진이 개발중인 이것은 ‘DE-STAR’(Directed Energy System for Targeting of Asteroids and exploRation)으로, 일종의 레이저빔이다. 이 레이저는 지구를 접근하는 천체(Near-Earth objects, NEOs)를 타깃으로 하는 일종의 ‘무기’다.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을 발견하면 우주정거장에 장착한 레이저가 빔을 발사해 소행성의 무게 평형을 깨뜨리면서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거나 소행성 자체를 파괴하는 원리다. 이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DE-STARLITE’는 ‘DE-STAR’와 같은 원리지만 크기가 작아 소행성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궤도를 향해 직접 이동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소행성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갑작스럽게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소행성을 발견했을 때에는 작은 ‘DE-STARLITE’ 보다는 ‘DE-STAR’의 활용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출력의 이 레이저는 소행성이나 커다란 우주바위 등을 녹이거나 깨뜨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녔으며, 이러한 기술은 현재 상당부분 현실화 된 상황이지만 문제는 크기다. 연구진은 “크기가 큰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거나 파괴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레이저의 크기가 커진다면 소행성을 막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더욱 짧아질 것”이라면서 “예컨대 20kW의 출력을 가진 ‘DE-STARLITE’가 지름 300m 소행성의 진로를 왜곡하기 위해서는 약 1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크기가 매우 작은 소행성의 경우 1년 이내에 소행성의 진로를 바꿀 수는 있지만, 실제로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거대한 소행성을 막기 위해서는 더 큰 레이저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수학·물리학 분야 논문 초고 사이트(arxiv.org)에 게재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우주를 보다] 처녀자리 은하서 ‘5배 긴’ 가스 꼬리 첫 포착

    [우주를 보다] 처녀자리 은하서 ‘5배 긴’ 가스 꼬리 첫 포착

    처녀자리에 있는 한 유명 은하에 엄청나게 긴 ‘가스 꼬리’가 달린 것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프랑스 마르세유 천체물리학연구소(LAM) 알렉산드로 보셀리 박사가 이끈 국제 연구진이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처녀자리에 있는 나선은하 NGC 4569에는 길이가 30만 광년에 달하는 가스 꼬리가 있으며 이는 은하 자체의 5배에 해당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서호주대(UWA) 국제전파천문학연구센터(ICRAR)의 루카 코르티스 박사는 “이 은하(NGC 4569)의 가스가 예상보다 적은 현상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었지만, 잃어버린 가스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은하 뒤에 대량의 가스가 이끌리듯 존재하는 모습이 처음 발견됐는데 이 가스 꼬리의 질량을 측정하면 은하 원반에서 잃어버린 양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가스 꼬리가 은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메시에 목록에 속해 M90으로도 알려진 이 은하는 우리 은하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하며 그 안에서 초속 1200km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코르티스 박사는 “은하가 움직이게 되면 주변에서 압력을 받게 된다”면서 “따라서 이 은하에 있는 물질이 벗겨져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연구진이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지름 3.6m의 캐나다프랑스하와이망원경(CFHT)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NGC 4569를 관측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코르티스 박사는 “이번 발견은 첫 번째로, 앞으로 긴 가스 꼬리를 가진 많은 은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이런 천체는 은하단에 속한 은하의 진화를 해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천문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최신호(2월19일자)에 실렸다. 사진=긴 가스 꼬리(은하 오른쪽에 성장 중인 붉은 영역)가 발견된 은하 NGC 4569(ⓒ2015 CFHT/Coelum)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천문학자·물리학자… 세계 석학들이 풀어본 우주의 비밀

    천문학자·물리학자… 세계 석학들이 풀어본 우주의 비밀

    우주의 통찰/앨런 구스 외 지음/존 브록만 엮음/김성훈 옮김/와이즈베리/528쪽/2만 2000원 우주의 기원·구조·생성·변화에 대한 과학을 다루는 우주론은 1980년대부터 30년간 황금기를 이어오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고감도 위성망원경 관측이나 대형 강입자 충돌기 실험과 같이 우주가설을 검증할 강력한 기기와 데이터가 등장한 데 이어 2012년 7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대형강입자충돌기 실험으로 힉스 입자를 발견하면서 그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우주의 통찰’은 우주론의 황금기를 이어오고 있는 대표 석학들이 직접 자신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우주 과학의 핵심 쟁점들을 논하며 여전히 풀리지 않는 우주의 난제 등에 대한 입체적인 지식과 통찰을 전해 주는 책이다. 인문과학 도서 편집인인 존 브록만이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1996년 창립한 지식공유모임 ‘엣지재단’의 지적 성과를 다룬 ‘베스트오브엣지’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책은 이론물리학, 천문학, 천체물리학, 응용수학, 양자공학 등 각 분야 21인의 주요 연구와 핵심 이론을 아우르면서 우주를 해석하는 다양한 결을 보여준다. 대표 저자 앨런 구스는 가장 강력한 우주론으로 주목받는 급팽창이론을 설명한다. 우주는 왜 지금의 모습이 됐으며, 우주의 구성법칙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면서 현대우주론의 개념적 기둥을 세워 준다. 급팽창이론의 경쟁 이론으로 주목받은 순환우주론의 선구자 폴 스타인하르트와 닐 투록은 우주의 진화가 순환적으로 이뤄지는 원리를 설명한다. 물질의 최고 구성단위를 진동하는 끈으로 보고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밝히려는 끈이론의 선구자 레너드 서스킨드는 끈이론이 현대우주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이론물리학자 로런스 크라우스는 급팽창이론과 순환우주론에서 우주가속팽창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암흑에너지 등 우주과학의 난제들에 대해 설명한다. 응용수학자이자 카오스이론의 거장인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반딧불이 무리가 별다른 소통 수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동시에 빛을 내뿜는 현상을 수리생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질서가 없던 자연계와 우주에서 자발적으로 질서가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설명해 준다. 우주론은 시간, 공간, 인류를 포함한 모든 것의 기원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에 물리학, 생물학, 공학, 천문학 등 다양한 과학분야뿐 아니라 철학, 인류학, 종교학 등 인문사회 분야와의 통섭이 이뤄지는 학문이다. 통섭의 스파크가 튀는 책 속의 내용들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현기증남 김형욱, 고급 승용차로 여성 번호따기 도전

    현기증남 김형욱, 고급 승용차로 여성 번호따기 도전

    “저 혹시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전화번호 좀” 현기증남 김형욱(37)이 초호화 승용차 롤스로이스로 여성들의 번호 따기에 도전했다. 지난 14일 미라클캐스트의 유튜브 채널에는 “네부자들 프로젝트 1탄 - 갓형욱, 아싸 이희진 데이트편”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김형욱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고급 승용차를 세워놓고 한 시간 동안 여성들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그러나 여성들은 조금의 관심도 없다는 듯 김형욱을 본체만체하며 지나칠 뿐이다. 김형욱은 여성들에게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하더니, 자신감을 상실한 듯 “난 못하겠어. 아 창피해”라고 외치며 차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미라클인베스트 이희진 대표는 잠시 뒤 갓형욱에게 배턴을 넘겨받았다. 영상은 소형자동차를 이용해 번호따기에 나선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번호를 넘겨받고 기뻐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미라클캐스트 측은 해당 영상에 대해 “케미 확장 프로젝트 ‘네부자들’의 첫 번째 티저 영상”이라며 “곧 먹방까지 함께하는 전체 버전도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사진·영상=미라클캐스트/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재력 앞에 180도 태도 뒤바뀌는 여성…‘씁쓸한 실험’☞ 물속에서 자신에게 기관총 쏜 물리학자, 결과는?
  • ‘5차원 블랙홀’ 재현 성공…일반상대성이론 넘어서나

    ‘5차원 블랙홀’ 재현 성공…일반상대성이론 넘어서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뒤집을 수 있는 ‘5차원 블랙홀’이 실존한다면? 과학 전문매체 와이어드 영국판은 최근 과학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5차원 블랙홀이라고 불릴 수 있는 독특한 블랙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 퀸메리대 공동 연구진은 슈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얇은 고리 모양의 블랙홀을 구현했다. 이른바 ‘블랙링’이다. 공개된 시뮬레이션을 보면, 5차원 블랙홀은 전체적으로 팽창했다가 다시 조금 줄어들더니 회전을 한다. 그러면서 동서남북처럼 대칭을 이루는 네 방향의 일부분이 급격히 팽창하고, 각 부분과 연결된 각 부위는 상대적으로 가늘어지면서 독특한 블랙홀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모양을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물방울로 분산하는 구조에 비유하면서도 이런 형태의 천체는 5개 이상의 차원을 가진 우주에서밖에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리 모양의 블랙홀이 처음 이론화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2년이지만, 재현해내는 시뮬레이션에 성공한 사례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만일 이런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은 ‘노출 특이점’(naked singularity·물질 밀도가 무한대가 되는 점으로서 사건 지평선으로 둘러싸이지 않은 특이점)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노출 특이점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지지하는 원리와 방정식을 부정한다. 특이점은 중력이 너무 강해 시간과 공간, 물리학 법칙이 완전히 깨지는 점을 말하는 데 일반상대성이론에서 특이점은 블랙홀 내부에 존재하며 이는 중력이 너무 강해 탈출할 수 없는 한계선인 ‘사건의 지평선’에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번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마커스 쿠네시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 학생은 “특이점은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숨어있는 한 문제가 될 건 없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유효하다”면서도 “하지만 사건의 지평선에 둘러싸여 있지 않은 ‘노출 특이점’은 현재의 물리학 법칙을 부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저자인 사란 튜냐슈뷰나쿨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 학생은 “만일 노출 특이점이 존재한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은 깨지게 되는 것”이라면서 “만일 일반상대성이론이 깨지게 되면 모든 것이 뒤집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냐하면 일반상대성이론이 깨지면 인과율(원인과 결과) 법칙을 더는 논의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더는 없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물리학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2월 18일자)에 게재됐다. 사진=NASA/JPL(위) 케임브리지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주말 영화]

    ■리멤버 타이탄(EBS1 일요일 낮 2시 15분) 미국에서 고교 미식축구 열기가 뜨거웠던 1971년, 버지니아 주의 TC 윌리엄스 고교는 교육청 지시로 흑백 통합 학교가 된다. 또 우여곡절 끝에 백인 코치 빌(윌 패튼)과 흑인 코치 허먼(덴절 워싱턴)은 교내 미식축구팀인 타이탄을 함께 지휘하게 된다. 하지만 백인 학생들과 흑인 학생들은 서로 으르렁대기 바쁘다. 인종차별이 공공연하던 시절, 백인과 흑인 학생들이 미식축구를 매개체로 하나로 화합하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영화가 주는 짜릿함을 잃지 않는다. 경기 규칙을 자세히 몰라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이 영화를 연출한 보애즈 야킨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더 유명한다. 최근에는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2013)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2000년 개봉작. ■노잉(OBS 토요일 밤 10시 5분) 50년 전 땅에 묻힌 타임캡슐 속에서 알 수 없는 숫자들이 가득 쓰인 종이를 발견한 초등학생 캘럽(챈들러 캔터베리)은 천체물리학 교수인 아버지 테드(니컬러스 케이지)에게 전해준다. 테드는 종이에 적힌 숫자들이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재앙을 예고하는 숫자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참사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데…. 리샤오룽의 아들 브랜든 리의 유작으로 유명한 ‘크로우’를 통해 파격적인 데뷔를 알린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2009년 개봉작.
  • 스티븐 호킹, “미니블랙홀 활용, 100만㎿ 에너지 생산”

    스티븐 호킹, “미니블랙홀 활용, 100만㎿ 에너지 생산”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한 프로그램 강연을 통해 ‘미니 블랙홀’과 전력생산과의 관계를 설명해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호킹 박사는 최근 출연한 BBC 라디오 방송 ‘리스 강의(Reith Lecture)’에서 블랙홀의 입자와 성질을 고려해 봤을 때, 크기가 비교적 작은 ‘미니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이를 이용해 전 세계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을 만한 전기를 생산해내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호킹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수많은 ‘가상 미립자’(Virtual praticle)로 이뤄져 있으며, 이러한 가상 미립자는 블랙홀 안팎에서 합쳐지거나 서로 소멸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미립자는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입자 탐지기로도 탐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과학자들은 블랙홀에서 이 미립자들이 이동하다가 블랙홀에 의해 방사선이 방출되는 지점으로 미립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태양 수준의 질량을 가졌으며 매우 낮은 속도로 입자를 방출하는데, 이런 과정에서는 입자를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호킹 박사는 “산 정도 크기의 ‘미니 블랙홀’이라면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오거나 이동하는 입자와 방사선을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이 X선과 감마선을 방출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1000만 메가와트 정도로, 이는 전 세계에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다만 호킹 박사는 이처럼 미니 블랙홀을 이용해 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화할 수 있는 발전소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서는 이를 감당할 만한 발전소 건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지구를 집어삼키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블랙홀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러한 블랙홀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영국 이론물리학자로, 루게릭병에도 불구하고 블랙홀 연구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천재 과학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종교 초월한 경전 전문 번역가 정창영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종교 초월한 경전 전문 번역가 정창영

    성인들의 참뜻을 알고 싶어 경전을 집어 든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그냥 덮는다. 사전을 뒤적이며 읽어 보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아 쉽게 포기한다. 한글 번역본이지만 우리글이 아닌 것 같을 정도로 어려워서다.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종교·철학 전공자도 어렵다는 경전을 쉽게 번역하고 풀어 쓰는 데 몰두한 전문가가 있다. 종교 경전 10여권을 번역, 해석하고 저술한 정창영 선생을 충남 보령 성주산 계곡 전원주택 작업실에서 만났다. →신학대를 나왔다. 불교·동양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우연이었다. 신학대 3학년 때로 기억한다. 선택과목으로 종교학을 들었는데 개괄적으로나마 다양한 종교가 전하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었다. 불교 경전, 힌두교 경전을 처음 맛보았다. 이때 힌두교의 중요한 성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를 알게 됐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뿌리까지 기독교 신자였기에 바가바드기타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어리석은 얘기 같지만 ‘다른 종교에도 메시지가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에 확 와 닿는 무엇이 있었다. →가슴을 울린 그 무엇은. -나 스스로 특정 종교에 둘러싸인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 다른 종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바가바드기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말 경전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우리말로 번역된 경전이 없으니 영어 번역본이라도 구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렵게 불교 전문 서점에서 영어 번역본을 구했다. 인도 대통령을 지낸 저명한 분이 번역한 경전이었는데 문장이 참 수려했다. 그게 인연이 돼서 경전 연구에 빠지게 됐다. →당시 국내 번역본이 전혀 없었나. -함석헌 선생이 바가바드기타를 번역하고 강의했다. 반가워서 읽어 봤는데 사실 너무 어려웠다. 영문본보다 더 어려웠다. 번역본이 너무 어려워 공부를 더해 우리말로 옮겨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일상적인 언어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번역본을 내놓고 싶은 욕망이 굴뚝처럼 솟아올랐다. 이때가 신학대 4학년 때다. 경전의 참뜻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다. 이따금 나온 번역본은 원본보다 더 어려웠다. 이런 건 아니다 싶어 경전 번역에 뛰어들었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목회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안다. -목회 활동을 7년 정도 했다. 그러면서도 불교, 힌두교, 심지어 조로아스터교 등에도 관심을 가졌다. 아마 기독교 공부보다 이들 종교 공부에 더 빠졌던 것 같다. 다른 종교의 경전을 해석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그곳에도 주옥같은 메시지가 넘쳐흐른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목회 활동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목회는 남을 가르쳐야(설교) 하는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목회를 접고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분야에 파고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20대 후반~30대 중반이었다. 목회 활동을 접은 것은 저술과 경전 번역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목회 활동을 그만뒀으니 수입이 끊겼다. 그러던 차에 잘 알고 지내던 목회자가 기독교 잡지사를 소개해 줘 편집장 일을 맡았다. ‘몇 푼이라도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편집장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이때 성서 연구도 열심히 했는데 현대어 성서 번역팀에 합류했다. 신학자들이 번역해 오면 원본과 대조, 놓친 부분을 체크해 토론하고 보충하는 일을 3년 정도 했다. 그러나 성서 번역만으로는 먹고살 길이 없어 일반 번역도 병행했다. 조직 문화에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낙향해 경전 번역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전문 직업으로서 번역을 택했던 것이다. 열심히 했다. 원고지 쓰던 시절이었는데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손가락 마디가 45도로 휠 정도였다. →동서양을 넘나들고 종교를 초월해 경전을 번역했다. 경전이 주는 메시지는 다른가. -백그라운드는 개신교지만 종교 관계없이 경전에 손을 댔다. 수십 권의 번역·저술에 매달렸지만 특정 종교에 빠지지 않고 편협된 시각을 버리려고 했다. 그래서 특정 종교를 넘어 다양한 경전을 접할 수 있었다. 종교가 다르더라도 경전이 주는 메시지는 ‘비슷하다’가 아니라 ‘같다’고 해도 된다. 도덕경이나 붓다의 가르침이나 예수님의 메시지 등이 모두 한길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종교에 따라 강조점이 약간 다를 뿐이지 진리를 가르치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종교, 이념을 놓고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대화의 장벽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이라고 하는데 불교는 불성이라고 한다. 힌두교는 브라만이라고 하는데 같은 존재의 상태다. 다만 언어 표현을 놓고 오해가 생기고 분쟁으로 이어진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수준이 다 같지는 않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특정 층(수준)만 들어 종교를 이야기하다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아가 우월성을 따지고 싸움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종교라도 최상위층에 도달하는 정신이나 철학은 같다고 본다.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경전에 답이 있던가. -종교는 진리다. 근본을 가르치는 것이 종교다. 진리는 종교마다 다 있다고 본다. 흔히 종교가 주는 메시지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는 중간 단계의 계층이 추구하는 메시지다. 사랑에는 감정이 실린다. 하지만 종교의 최상위층은 감정을 초월한다. 부처나 예수의 말씀을 평면에 놓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려다 보니 저항이 생기고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불교 반야심경은 최고 수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지가 최고조에 오른 제자 사리자에게 주는 메시지였으니 일반인에게는 얼마나 어렵겠나. 불경 안에도 수많은 층의 메시지가 있듯이 모든 종교가 그렇다. 종교마다 서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손을 댄 경전이 있나. -법구경을 잡아들었다. 널리 회자되고 친숙해 불자가 아닌 사람이 번역한 법구경을 내려고 한다. 법구경은 부처의 가르침을 모은 책이다. 그 안에는 초등학생에게나 해당하는 도덕 같은 말씀부터 최상층의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말씀까지 들어 있다. 법구경 안에서 최상의 말씀은 전체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쉽게 풀어 쓰는 데 목적을 뒀다. →종교 경전에 매달리는 특별한 이유는. -그동안 나온 번역서는 대부분 교계에 있는 분, 아니면 철학자들이 번역했다. 그래서 표현 대부분에 그분들 세계의 언어를 사용했다. 일반인이 그 책을 읽으려면 또 공부해야 한다. 부처님이 활동할 당시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성립되지 않았던 때다. 일반인을 상대로 진리를 전파하려고 했던 분이다. 예수님 활동 당시에도 기독교는 없었고 복음서도 없었다. 성경도 없었다. 모두 일반인을 상대로 얘기한 것이지 않나. 그러니 일반인으로서 경전을 번역할 자격이 있지 않나. 수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씀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경전을 내고 싶다. 밑줄 그어 가며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본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경전이 주는 메시지를 모든 사람이 조금이나마 쉽게 받아들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 →종교 비교 관련 서적 출간이나 토론에 나갈 생각은 없나. -종교를 놓고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토론하다 보면 싸움으로 이어진다. 에피소드가 있다. 경전 번역서가 나오고 대학 강의를 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당시 한창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철학자 김모 교수와 토론을 붙여 보자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종교, 경전이 주는 메시지를 놓고 토론할 경우 진리를 도출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거절했다. →천문에도 관심이 많다. 미신이라는 비판도 있지 않나. -천문(天文)은 하늘의 글이다. 천체물리학(과학)을 천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천문 해석은 논리적인 통계 학문이라고 본다. 사주처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쉽게 풀어 쓸 생각으로 접근했다. 별은 한 곳에 박혀 있지 않다. 모든 행성이 다 그렇듯이 늘 움직인다. 천문은 맞다, 안 맞다의 영역이 아니다. 이해하는 영역이다. 별자리에 따른 인간 성격유형 분류는 통계로 증명한다. 칼 융(의사, 심리학자)도 천문을 기본으로 인간의 성격유형을 분류한다. 글 사진 보령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정창영은 경전 전문가, 천문 해석가로 유명하다. 1955년 충남 연기군 전동(세종시) 출생. 서울신학대 졸업. 어려운 경전을 일반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교와 나라를 넘나들며 고전을 쉬운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직업으로 여기고 있다. ‘바가바드기타’, ‘도덕경’, ‘열자’, ‘예언자’, ‘동양정신과 서양정신의 결혼’, ‘성경에 관한 논쟁’, ‘탈무드’,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티벳 사자의 서’ 등 20여권의 번역서와 저서가 있다. 동시에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책을 내면서 천문 해석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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