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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 물리학자, 비키니 모델, 그리고 코카인 가방

    천재 물리학자, 비키니 모델, 그리고 코카인 가방

    산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 낸 스웨덴 화학자 칼 셸레(1742~1786)는 모든 화합물의 맛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셸레는 결국 독극물인 비소의 맛을 보고 죽었다. 영국의 수학자인 고드프리 하디(1877~1947)는 수많은 난제를 풀어낸 당대의 꽃미남 천재였지만 거울 혐오증이 있었고 크리켓과 일광욕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삶을 좇다 보면 ‘광기 어린 천재’ 또는 ‘고독한 천재’로 표현되는 불행한 인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천재들이 ‘괴짜’의 수준을 넘어 주변과 단절되면서 자신의 시대에 제대로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미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헨리 캐번디시(1731~1810)는 자신과 얼굴을 마주친 하녀는 곧바로 해고할 정도로 여성 기피증이 심했고 연구실 서랍에 평생 연구 결과를 쌓아놓기만 했다. 아이작 뉴턴(1643~1727)은 남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귀찮게 여겨 만유인력의 법칙을 담은 ‘프린키피아’를 일부러 어렵게 썼다. 과학사 연구자들은 근본적으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논리적이거나 의식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이 결국 인류사를 바꿀 업적을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사회성이 결여된 천재 과학자’의 계보는 오늘날에도 진행형이다. 러시아 수학자 야코블레비치 페렐만은 2002년 ‘100년의 난제’로 불리는 ‘푸엥카레의 추측’에 대한 해답을 인터넷 논문 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 문제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페렐만은 상금을 거부하고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노모와 함께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페렐만은 2006년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역시 나타나지 않았고 ‘은둔의 수학자’로 불린다. 최근 역사에 기록될 만한 해프닝을 겪고 있는 ‘기이한 천재’ 한 사람이 과학계와 외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폴 프램튼. 18세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올해 70세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학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살아 있는 학자 중 노벨상 수상자와 3편 이상의 공동 논문을 쓴 사람은 모두 11명으로 이 중 6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프램튼은 나머지 5명 중 한 명이다. 이론적으로 프램튼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확률은 55%에 이른다. 프램튼은 최소한 14개의 ‘기념비적인’ 물리학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68세의 프램튼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메이트1닷컴’에서 체코의 비키니 모델 데니스 밀라니를 만났다. 채팅창의 여성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D컵 사이즈의 가슴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첫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다. 강의와 연구 시간을 제외하고 둘 사이의 달콤한 인터넷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프램튼은 자신이 밀라니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7년 ‘미스 월드 비키니’인 밀라니는 “어떻게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 있냐”면서 전화 통화조차 거부했다. 오랜 설득이 이어졌고 밀라니는 자신의 화보 촬영이 예정된 볼리비아의 라파스에서 만날 것을 허락했다. 2012년 1월 7일 프램튼은 라파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프램튼은 돌아오는 길에 밀라니와 함께할 것으로 믿었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와 칠레 산티아고를 경유하는 일정 중에 밀라니가 그에게 보낸 티켓은 취소된 상태였고 4일이나 지나 라파스에 도착했을 때 밀라니는 다음 촬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난 뒤였다. 밀라니는 브뤼셀로 가는 새로운 티켓을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우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티켓이 도착했다. 밀라니는 메신저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에 가방을 놓고 왔다”면서 프램튼에게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프램튼을 만난 물리학자 겸 변호사 존 딕슨은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가 프램튼에게 “그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프램튼은 웃어넘겼다. 다음 날 허름한 뒷골목에서 프램튼은 커다란 이민가방을 넘겨받았고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밀라니를 만나자마자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프램튼은 일정이 늦어지면서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곧 미국으로 밀라니를 불러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공항에서 자신과 밀라니의 가방을 부친 프램튼은 카운터에서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세계적 학자의 좌석을 승급해 주려는 항공사의 배려’라고 여겼다. 하지만 잠시 후 프램튼을 둘러싼 것은 수많은 경찰이었다. 밀라니가 맡긴 가방 바닥에는 4㎏이나 되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프램튼은 가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아르헨티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프램튼에게 코카인을 미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4년 8개월의 금고형에 처했다. 데보토 교도소에 수감된 프램튼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밀라니를 찾아나섰다. 실제 TV 화면에 등장한 비키니 모델 밀라니는 30대의 유부녀로, 프램튼을 알지도 못했다. 프램튼은 교도소 TV를 통해 자신이 철저히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비키니 모델과 68세 노인의 사랑.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프램튼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을까. 프램튼의 전처인 앤 마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정신연령은 세 살에 불과했다”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항상 물리학 용어로 된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그가 어떻게 감옥에 들어갔는지를 들었을 때도 놀랍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램튼의 기이함은 이혼 직후의 행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64세였던 그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성을 찾겠다며 인터넷에 “18~35세의 여성을 구함”이라는 광고를 올렸고,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간 그는 1시간 뒤 여성을 만난 다음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는 다른 교수를 만나고 돌아왔다. 단지 “그 여자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뿐이었다. 감옥에서도 프램튼의 기행은 계속됐다. 그는 자신이 교수직을 잃거나 연구비가 끊길 것을 끊임없이 걱정했고 이를 ‘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또 변호사에게 “하버드대 총장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석방을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변호사조차 하루에 서너통의 전화를 하는 프램튼의 과대망상에 지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 법에 따르면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프램튼은 병보석을 허가받아 이 변호사의 집에서 남은 형기를 보내고 있다. 유일한 위안은 이제 그가 현실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물리학 연구를 위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세계 최고 英 물리학자, 아르헨티나 감옥에 갇힌 사연은

    세계 최고 英 물리학자, 아르헨티나 감옥에 갇힌 사연은

    산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 낸 스웨덴 화학자 칼 셸레(1742~1786)는 모든 화합물의 맛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셸레는 결국 독극물인 비소의 맛을 보고 죽었다. 영국의 수학자인 고드프리 하디(1877~1947)는 수많은 난제를 풀어낸 당대의 꽃미남 천재였지만 거울 혐오증이 있었고 크리켓과 일광욕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삶을 좇다 보면 ‘광기 어린 천재’ 또는 ‘고독한 천재’로 표현되는 불행한 인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천재들이 ‘괴짜’의 수준을 넘어 주변과 단절되면서 자신의 시대에 제대로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미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헨리 캐번디시(1731~1810)는 자신과 얼굴을 마주친 하녀는 곧바로 해고할 정도로 여성 기피증이 심했고 연구실 서랍에 평생 연구 결과를 쌓아놓기만 했다. 아이작 뉴턴(1643~1727)은 남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귀찮게 여겨 만유인력의 법칙을 담은 ‘프린키피아’를 일부러 어렵게 썼다. 과학사 연구자들은 근본적으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논리적이거나 의식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이 결국 인류사를 바꿀 업적을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사회성이 결여된 천재 과학자’의 계보는 오늘날에도 진행형이다. 러시아 수학자 야코블레비치 페렐만은 2002년 ‘100년의 난제’로 불리는 ‘푸엥카레의 추측’에 대한 해답을 인터넷 논문 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 문제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페렐만은 상금을 거부하고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노모와 함께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페렐만은 2006년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역시 나타나지 않았고 ‘은둔의 수학자’로 불린다. 최근 역사에 기록될 만한 해프닝을 겪고 있는 ‘기이한 천재’ 한 사람이 과학계와 외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폴 프램튼(왼쪽). 18세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올해 70세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학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살아 있는 학자 중 노벨상 수상자와 3편 이상의 공동 논문을 쓴 사람은 모두 11명으로 이 중 6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프램튼은 나머지 5명 중 한 명이다. 이론적으로 프램튼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확률은 55%에 이른다. 프램튼은 최소한 14개의 ‘기념비적인’ 물리학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68세의 프램튼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메이트1닷컴’에서 체코의 비키니 모델 데니스 밀라니(오른쪽)를 만났다. 채팅창의 여성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D컵 사이즈의 가슴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첫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다. 강의와 연구 시간을 제외하고 둘 사이의 달콤한 인터넷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프램튼은 자신이 밀라니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7년 ‘미스 월드 비키니’인 밀라니는 “어떻게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 있냐”면서 전화 통화조차 거부했다. 오랜 설득이 이어졌고 밀라니는 자신의 화보 촬영이 예정된 볼리비아의 라파스에서 만날 것을 허락했다. 2012년 1월 7일 프램튼은 라파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프램튼은 돌아오는 길에 밀라니와 함께할 것으로 믿었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와 칠레 산티아고를 경유하는 일정 중에 밀라니가 그에게 보낸 티켓은 취소된 상태였고 4일이나 지나 라파스에 도착했을 때 밀라니는 다음 촬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난 뒤였다. 밀라니는 브뤼셀로 가는 새로운 티켓을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우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티켓이 도착했다. 밀라니는 메신저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에 가방을 놓고 왔다”면서 프램튼에게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프램튼을 만난 물리학자 겸 변호사 존 딕슨은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가 프램튼에게 “그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프램튼은 웃어넘겼다. 다음 날 허름한 뒷골목에서 프램튼은 커다란 이민가방을 넘겨받았고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밀라니를 만나자마자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프램튼은 일정이 늦어지면서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곧 미국으로 밀라니를 불러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공항에서 자신과 밀라니의 가방을 부친 프램튼은 카운터에서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세계적 학자의 좌석을 승급해 주려는 항공사의 배려’라고 여겼다. 하지만 잠시 후 프램튼을 둘러싼 것은 수많은 경찰이었다. 밀라니가 맡긴 가방 바닥에는 4㎏이나 되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프램튼은 가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아르헨티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프램튼에게 코카인을 미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4년 8개월의 금고형에 처했다. 데보토 교도소에 수감된 프램튼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밀라니를 찾아나섰다. 실제 TV 화면에 등장한 비키니 모델 밀라니는 30대의 유부녀로, 프램튼을 알지도 못했다. 프램튼은 교도소 TV를 통해 자신이 철저히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비키니 모델과 68세 노인의 사랑.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프램튼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을까. 프램튼의 전처인 앤 마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정신연령은 세 살에 불과했다”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항상 물리학 용어로 된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그가 어떻게 감옥에 들어갔는지를 들었을 때도 놀랍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램튼의 기이함은 이혼 직후의 행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64세였던 그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성을 찾겠다며 인터넷에 “18~35세의 여성을 구함”이라는 광고를 올렸고,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간 그는 1시간만 여성을 만난 다음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는 다른 교수를 만나고 돌아왔다. 단지 “그 여자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뿐이었다. 감옥에서도 프램튼의 기행은 계속됐다. 그는 자신이 교수직을 잃거나 연구비가 끊길 것을 끊임없이 걱정했고 이를 ‘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또 변호사에게 “하버드대 총장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석방을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변호사조차 하루에 서너통의 전화를 하는 프램튼의 과대망상에 지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 법에 따르면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프램튼은 병보석을 허가받아 이 변호사의 집에서 남은 형기를 보내고 있다. 유일한 위안은 이제 그가 현실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물리학 연구를 위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수학계 “조용민 ‘밀레니엄 난제’ 못 풀었다”

    수학계 “조용민 ‘밀레니엄 난제’ 못 풀었다”

    미국 클레이 수학재단(CMI)이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건 ‘밀레니엄 7대 난제’ 중 ‘양-밀스(Yang-Mills) 이론과 질량간극 가설’을 입증했다는 조용민 건국대 석학교수의 ‘피지컬 리뷰 D’ 논문<서울신문 4월 17일 29면 보도>에 대해 국내 수학계가 공식적으로 반박을 제기했다. 해당 논문이 문제의 취지를 잘못 이해했다는 것이다. ‘2014 세계수학자대회 서울’ 조직위원장인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21일 “조 교수의 논문은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양-밀스 이론은 물리학에서는 이미 각종 계산에 사용되고 있는 가설이고, 이를 수학적으로 입증하라는 것이 클레이 재단의 과제”라면서 “조 교수팀은 논문의 전제에서 ‘수학적으로 타당하다’는 식으로 핵심을 건너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학계의 공식 입장은 이 논문 자체가 클레이 재단의 문제와 관련조차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수학계의 입장은 “클레이 재단이 곧 검증에 나설 것이고, 2년 내에 통과를 자신한다”는 조 교수의 주장과 배치된다. 이론 물리학계의 거장인 조 교수와 수학계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상민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물리학자는 ‘도구로써의 수학’을 사용하며, 어떤 수학 개념이 100% 엄밀하게 정의돼 있는지 상관하지 않고 일단 이론을 전개한다”면서 “예를 들어 아이작 뉴턴이 미적분을 처음 만들어서 사용할 때 근본을 이루는 극한(limit)의 개념에 대한 의심이 있었지만, 뉴턴은 이론을 전개했고 미적분이 수학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그 후로 100년 이상이 지난 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양-밀스 이론은 1950년대에 처음 도입됐고, 1970년부터 입자물리학의 기본틀로 물리학에서 사용되고 있다”면서 “클레이 재단은 이를 수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검증을 요구했지만 조 교수팀은 수학적 방법이 아닌, 물리학 연구성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조 교수팀의 접근방식이 추후 이 가설을 입증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뮤지컬 두 남자의 매력에 푹 빠지자~

    뮤지컬 두 남자의 매력에 푹 빠지자~

    무대 위에는 단 두 명뿐이다. 화려한 앙상블이나 엄청난 무대장치가 없어도 공연시간 100분이 지루하지 않다. 탄탄한 이야기에 귀에 쏙 꽂히는 노래를 얹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멋진 두 남자가 있다. 여기 관객의 혼을 빼놓는 ‘두 남자’ 뮤지컬 세 편이 있다. 천재 물리학자가 뱀파이어의 유혹에 빠져 파멸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연일 유료 객석 점유율 70% 이상을 보이면서 흥행몰이 중이다. 지난달 9일 개막 이후 지금까지 재관람 관객이 400여명에 이른다. 프로페서 브이 역할을 맡은 배우(허규·송용진·임병근)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두려운 순진한 남자에서 뱀파이어에게 물려 야수처럼 변해 가는 연기 변신이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뱀파이어 역할을 맡은 고영빈과 장현덕의 관능적인 몸짓과 손짓도 여성 관객이 반할 만하다.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토록 한 형식도 독특하다. 초연에서 ‘멀티맨’ 역할을 하던 극중 여자 역할을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이 대신 한다. 프로페서 브이는 무대에서 내려가 객석에 있는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고백을 하며 목걸이를 주는 등 즉흥연기를 펼친다.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5월 26일까지 공연한다. 2만 5000~5만원. 1577-3363.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하는 ‘트레이스 유’는 몸이 들썩이는 록 음악과 재미있으면서도 심오한 이야기가 뒤섞이며 매력을 발산한다. 록 클럽 ‘드바이’를 운영하는 이우빈(최재웅·이창용·김대현)과 인디록밴드의 보컬리스트 구본하(이율·손승원·윤소호)가 주인공이다. 매일 클럽을 찾아오는 한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본하의 심리 상태를 따라가면서 두 남자의 미묘한 갈등을 드러낸다. 배틀을 하듯 노래하고 객석을 누비는 배우, 노래에 열광하는 관객의 모습 등을 무대 좌우에 설치한 스크린으로 보여 주면서 극은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형식을 띠기도 한다. 커튼콜까지 록콘서트를 펼치는 출연진의 열정이 관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28일까지 이어진다. 3만 5000~5만 5000원. 070-7519-9734. ‘두 남자의 이야기’라면 가장 먼저 떠오를 법한 뮤지컬 ‘쓰릴 미’는 새달 17일부터 넉 달 동안 관객을 만난다. 2007년 초연 이후 매 공연마다 객석 점유율을 90% 이상 유지하는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두 남성의 관계를 깊숙이 조명했다. 섬세한 내면 연기가 필수라 배우에게는 스타 등용문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 더 스테이지. 4만 4000~5만 5000원. (02)744-4033.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스티븐 호킹 “1000년 내 지구 못떠나면 인류 멸망”

    스티븐 호킹 “1000년 내 지구 못떠나면 인류 멸망”

    영국 출신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71)가 향후 1000년 내에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호킹 박사는 미국 LA에 위치한 루게릭병 치료법을 연구하는 줄기세포 연구소 ‘세다스-시나이 메디컬 센터’를 방문해 이같이 밝히고 인류의 미래는 우주 탐사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호킹 박사는 “우리는 계속해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 면서 “점점 망가져 가는 지구를 떠나지 않고서는 인류의 새천년은 없다.”고 밝혔다. 호킹 박사는 그간 꾸준히 제 2의 지구를 찾는 우주 탐사 계획에 대한 지지를 밝혀왔다. 그 이유는 향후 지구가 환경오염, 전쟁, 소행성 충돌 등으로 상처받아 인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 2010년에도 호킹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호킹 박사는 “앞으로 지구는 수 백 년 내에 엄청난 재앙에 맞닥뜨려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외계로 대피해야만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부고] ‘원자력계 대부’ 윤세원 박사 별세

    한국 원자력 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물리학자 윤세원 박사가 16일 오후 9시 폐렴으로 별세했다. 91세. 1922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3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광복 후인 1947년 서울대 문리대 물리학과와 대학원을 나왔다. 1951~58년에는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조교수와 부교수를 지냈다. 윤 박사는 원자력 분야의 국내 첫 국비유학생으로 발탁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부설 국제원자력학교를 1957년 수료하고 귀국해 국내 원자력 연구를 이끌었다. 1972년 경희대에서 이학박사를 받은 뒤 한국물리학회 회장, 경희대 부총장, 선문대 총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국민훈장 동백장과 무궁화장 등을 받았으며 1991년부터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로부장이던 1959년, 고인과 이승만 대통령의 일화도 유명하다.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도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느냐. 연구소를 지을 장소는 진해도 좋고 더 나은 곳이 필요하면 찾아 보라”고 했다는 사실이 윤 박사의 개인 비망록을 통해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아들 일선(LIG넥스원 연구위원)·호선(호선공간도예 원장)·문선(참좋은교회 목사)·관선(아마텍 대표이사)씨와 딸 은선(미국 버클리대 임상병리학과 연구원)·혜선(YWCA 이사)·경선(유아보육교사)·기선(경희대 교수)씨, 사위 이강현(전 동아대 교수)·오준호(KAIST 대외부총장)·최유창(LIG넥스원 상임이사)·이중정(연세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8시 30분. (02) 3010-2631.
  • 폭풍전야?…NASA “태양흑점 폭발” 경고

    폭풍전야?…NASA “태양흑점 폭발” 경고

    태양 흑점들의 폭발이 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2013년, 하지만 뜻밖에 태양은 매우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전문가는 오히려 이러한 고요가 무언가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나사가 지난 2월 28일 촬영한 태양 사진에 의하면 태양은 주변에 몇몇 작은 흑점들만 관찰될 뿐 매우 저조한 활동을 보여 전문가들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나사 고더드 우주센터의 태양물리학자 딘 페네넬은 “그것은 오히려 태양 내부가 꽉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폭풍 전야의 고요함을 의미한다는 것. 페네넬은 1989년과 2001년 사이에도 태양은 두 번이나 절정(peak)을 이룬 적이 있으며 2011년과 2012년 사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주로 2년을 기점으로 수축과 팽창을 보이는 태양 활동은 14주기와 24주기로 반복되며 이러한 태양 흑점 활동이 20세기 초반에 한번 동시에 최대 점을 이룬 바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다시 한번 주기가 겹쳐 최대 점을 이룰 수 있다며 태양은 지금 폭풍 전야의 고요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나사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대체의학자 ·생명융합운동가 10일부터 ‘생명운동·음식’ 강연

    세계적 대체의학자인 미국의 디팩 초프라와 물리학자이자 생명융합 운동가인 메나스 카파토스 미국 채프만대 석좌교수가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청담동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와 조선호텔 등에서 열리는 생명문화융합운동인 ‘프뉴마 터치(Pneuma Touch Korea) 2013’ 행사에 참가해 동서양의 생명운동 등에 대해 강연한다.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이세민 총재)와 공동으로 열리는 행사는 10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서울 일우생명문화융합센터에서 생명운동과 음식을 주제로, 11일 오후 6시부터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디팩 초프라와 메나스 카파토스의 강연 등이 이뤄진다. 디팩 초프라는 미국 하바드대 의과대학을 나와 마음과 육체의 연관성에 기초한 심신상관의학과 대체의학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문의는 (02)540-6640, (02)391-2379.
  • “거부 못할 작품의 매력, 대체 난 무슨 짓 한 건가”

    “거부 못할 작품의 매력, 대체 난 무슨 짓 한 건가”

    순수한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사랑을 갈구하다가 뱀파이어로 변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2010년 초연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소재와 구성이 독특했고, ‘콘서트형 록 뮤지컬’답게 100분 정도 되는 공연시간 동안 강렬한 비트의 음악 22곡이 이어졌다. 입소문이 퍼져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고, 공연기간을 연장했다. 공연은 단 한 사람이 이끌어간다.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멀티맨이 하나 있지만, 모노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무시무시한 배역’을 뮤지컬 경력이라고는 고작 한 작품밖에 없던 배우가 맡았다. 원래는 더블캐스팅이었는데 공연을 2주 앞두고 성대 이상을 느낀 배우가 하차했다. 부랴부랴 다른 배우를 섭외했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바로 무대에 투입할 수 없었다. 개막 후 2주 정도 한 회도 쉬지 않고 공연했다. 배우는 연습을 하면서, 공연 내내 끊임없이 되뇌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어떻게 했나 싶다. 그래도 애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배우는 그래서 다시 공연하기로 했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또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초연에 이어 재공연에서도 프로페서V가 된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허규(35)의 얘기다. 그는 검은색 셔츠에 바지, 가죽재킷을 입고 페도라를 쓴 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한 카페에 나타났다. 밝은 갈색 곱슬머리와 뽀얀 얼굴, 여린 몸매가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캐릭터 같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돌변한다. 힘이 넘치는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그래서 ‘마마, 돈 크라이’에서 순수청년이 기괴한 매력을 뿜는 프로페서V로 옮겨 가는 역할이 그렇게 잘 어울렸던 건가 싶다. “지금까지 활동을 끌어온 발판은 이 한마디였을지도 몰라요. ‘네가 필요해’. 장점이자 단점이죠. 이 말에 선뜻 몸을 움직이고, 제안을 받아들이거든요.” 뮤지컬 ‘오디션’(2009) 무대에 올랐던 것도 ‘노래 잘하고 기타 잘 치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였다. ‘마마, 돈 크라이’ 초연에서도 같은 이유로 손을 내밀기에 덜컥 잡았다고 했다. 당시 김운기 연출가와의 대화를 재구성하면 이렇다. “콘서트형 뮤지컬이라 노래만 잘하면 돼.”(김 연출) “춤이 안 되거든요.”(허규) “콘서트에서 하듯 흔들면 되지.”(김 연출) “저 연기도 못 해요.”(허규) “콘서트에서 노래 중간에 말하는 것처럼만 하면 되거든.”(김 연출) 그런데 웬걸. 무대에서 내내 혼자였다. 대본 두께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됐고, 전곡을 혼자 소화했다. 연습기간 40여일, 공연 기간 50여일을 거치면서 주변 사람들도 ‘강철성대’로 인정하던 목에 물혹이 생겼다. 그래도 그때 그 무대에서 공연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 “관객이 나만을 집중해서 봐주는 데에 희열을 느꼈죠. 대학 밴드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 10개월 동안 공연 준비를 하고 단 30분 무대에 오른 뒤에 무대 세트를 정리하면서 굉장한 공허감이 밀려왔거든요. 그 공허를 채워 주는 만족감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마마, 돈 크라이’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밴드 브릭의 멤버로서, 또 영화 ‘국가대표’와 ‘R2B: 리턴투베이스’ OST에 참여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광화문연가’, ‘파라다이스 티켓’ 등 뮤지컬 경력도 차곡차곡 쌓았다. 자신감이 붙을 법도 한데, 다시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초연 때와 많이 달라졌어요. 프로페서V가 소화할 곡은 한 곡 줄었지만, 뱀파이어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부르는 노래가 5곡 추가돼 관객이 만나는 음악은 더 풍성해졌죠. 하지만 매혹적인 뱀파이어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는 더 커진 거예요. 게다가 뱀파이어(고영빈·장현덕)가 늘씬하고,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그는 하고 싶은 작품으로 ‘모차르트 오페라 락’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꼽는다. 록이라는 음악이 있어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아직 세우지 못했어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가수로서 확실한 색깔을 구축할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죠.”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마마, 돈 크라이 9일~5월 26일.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김운기 연출, 극·작사 이희준, 작곡 박정아. 5만원. 1577-3363.
  • ‘진공거품’이 우주 집어삼킨다?

    ‘진공거품’이 우주 집어삼킨다?

    지난해 12월 ‘마야 달력’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종말’(終末)은 전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다. 인류가 공룡처럼 지구상에서 절멸하거나 전 우주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는 흔치 않다. 그러나 넘쳐나는 시나리오의 대부분은 ‘과학적 진실’보다는 ‘종교’나 ‘미신’에 가깝기 때문에 무시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과학진흥협회 연례총회(AAAS)에서 발표된 유명 물리학자의 종말론이라면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AAAS 발표장에서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조지프 린킨 박사는 “현재의 물리학 지식으로 계산한 결과, 나쁜 소식이 있다”고 화두를 꺼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극도로 불안하며 어느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린킨은 지난해 7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검출한 ‘신의 입자’ 힉스의 질량을 근거로 우주의 구조를 계산했다. 힉스는 빅뱅(우주 대폭발) 직후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이다. CERN 연구팀은 힉스가 양성자 질량의 126배에 해당하는 126기가전자볼트(GeV)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입자와 달리 ‘전하’나 고유한 ‘스핀’(회전)을 가지지 않는 유일한 입자인 힉스는 지금까지 다른 입자를 위해 존재하는 ‘지루한 입자’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린킨의 결론은 달랐다. 린킨은 힉스를 이용해 계산해 본 결과,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이 ‘안정화’와 ‘준(準)안정화’의 경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이런 안정성은 무너지기 쉽다. 그 결과,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일종의 거품에서 새로운 우주가 생겨나고 이것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현재의 우주를 집어삼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비눗방울이 서로를 터뜨리지 않으면서 서로 합쳐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이 같은 현상은 빛의 속도로 일어나고, 와이퍼로 우주를 닦아내는 것처럼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까지는 우주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 소요된 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 린킨의 예상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37억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린킨은 디스커버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공거품 현상이 우리 우주뿐 아니라 외부의 다른 우주에서 발생할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계와 외신들이 린킨의 주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린킨 이전에 이미 이런 주장을 했던 저명한 과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중우주론’으로 유명한 이론 물리학자 마이클 터너와 프랭크 윌첵은 1982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미 이런 진공 버블이 우주를 삼킬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외계생명체 존재 가능성 가장 높은 곳 ‘여기’

    큐리오시티가 탐사중인 화성보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Europa)가 훨씬 더 유력한 우주 내 거주가능지역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1610년 발견된 유로파에는 얇은 두께의 얼음과 물 뿐 아니라 산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이하 NASA)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측은 유로파가 척박한 사막으로 뒤덮인 화성보다 인류가 거주하기에 훨씬 적합하며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트추진연구소 로버트 파파라르도 박사는 최근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연례 컨퍼런스에서 “유로파는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행성 중 하나” 라면서 “큐리오시티를 내세운 화성 탐사에 버금가는 새로운 탐사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NASA가 발표한 목성-유로파 탐사 프로젝트는 ‘유로파-클리퍼’(Europa-Clipper)라 부르며, 목성의 궤도에 우주선을 보내 유로파를 접근 관찰할 예정이다. 2021년 시작될 이 프로젝트의 예상 비용은 20억 달러 가량이며 존스홉킨스대학 물리학자들과 함께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ASA는 지난 해 “더 이상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산이 없다.”고 밝힌 만큼, ‘유로파-클리퍼’ 프로젝트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한편 3.5512일을 주기로 공전하는 유로파는 표면에 덮인 100㎞두께의 얼음 때문에 흰색으로 보이며, 그 아래에는 암석이 채워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얼음으로 덮여있기 때문에 깊은 계곡이나 화산이 터진 자국 등은 확인되지 않으며, 여러 차례의 관찰을 통해 지표면 아래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인슈타인 보다 똑똑한 ‘IQ 162’ 3살 천재 소녀

    3살 짜리 소녀의 아이큐가 천재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 박사보다 높다면 믿을 수 있을까? 러시아 출신의 3살 소녀가 무려 아이큐 162를 기록해 최연소 멘사회원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화제의 소녀는 현재 영국 서리카운티 길포드에 사는 클레버 엘리스 아모스(3). 아모스는 러시아에서 측정한 아이큐 테스트 결과인 162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최근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의 정식 회원이 됐다. 이는 아이큐 160으로 측정된 아인슈타인과 호킹 박사보다도 높은 수치. 그러나 뜻밖에도 아모스의 천재성은 태어날 때 부터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아모스의 아빠는 “아모스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하기 등이 더딘 편이었다.” 면서 “단지 무엇인가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순식간에 능력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고 밝혔다. 특히 아모스의 부모가 놀란 것은 아이의 스폰지 같은 기억력으로 산수를 가르치면 순식간에 외우는 것은 물론 2살이 넘었을 때 이미 5살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을 완독했다. 아빠는 “아이가 지금은 동생인 18개월 된 케이티를 가르친다.” 면서 “무엇인가 배우고자 하고 욕구가 너무나 큰 아이”라며 놀라워 했다. 인터넷뉴스팀 
  • 北 우라늄탄 1~2개 보유 추정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무기를 1~2개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함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탄 보유 수준에 관심이 쏠린다. 동북아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헤커 박사는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숨겨 놓은 시설이 있어 HEU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핵 억지력을 질량적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생산이 한정된 플루토늄을 더는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라 우라늄을 더 만들게 될 것이고 소수의 폭탄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HEU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말은 천연 우라늄을 핵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농축시킬 수 있는 기술력과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2010년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은 매우 정교하고 현대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에 대해 헤커 박사는 “인공위성 발사 자체에는 성공했으나 ICBM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요하고 수차례 발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군 관계자는 6일 “북한의 우라늄탄 등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추정하고는 있으나 농축시설 규모나 시설 등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보유 개수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다만 북한이 양질의 우라늄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약 2600만t으로 플루토늄과 달리 충분한 자원 확보가 가능하다. 북한이 2010년 2000대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만큼 이에 근거해 연간 40㎏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라늄탄 한 개를 만드는 데 HEU 15~20㎏이 필요한 만큼 산술적으로 1~2개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플루토늄탄의 경우 북한이 지난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6~7개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부고] 中 민주화운동 대부 쉬량잉 교수

    중국의 ‘민주화운동 대부’이자 저명한 핵물리학자인 쉬량잉(許良英) 전 중국과학원 교수가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명보 등 홍콩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93세. 쉬 전 교수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王丹)의 정신적 스승으로,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톈안먼 사태 뒤 과학자와 반체제 인사들의 서명을 받아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 정치범 석방, 사상의 자유 허용 등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에게 전달했다. 민주화 운동 등과 관련해 당적을 두 차례 박탈당하고, 노동교화형도 여러 번 받았다. 중국의 아인슈타인 연구를 이끌어 2006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베이징의 아인슈타인’으로 묘사하며 그의 민주화 투쟁 이력을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연구원은 외교관급 파격 지원… 우주 근원 찾아 수백개 연구 동시진행

    연구원은 외교관급 파격 지원… 우주 근원 찾아 수백개 연구 동시진행

    스위스 제네바역에서 프랑스 국경 쪽으로 15분쯤 차를 달리면 소도시 메이런에 도착한다. 하얗게 눈으로 덮인 전원도시 한가운데에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지구 모양의 ‘더 글로브’가 우뚝 솟아 있다. 지난해 ‘힉스 입자’(Higgs bosson·137억년 전 우주대폭발 직후 우주 만물에 질량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진 신(神)의 입자)의 발견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상징이다. 글로브를 둘러싼 둥근 원형고리는 이 지역 일대 지하 50~100m에 묻힌 27㎞ 길이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터널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지난 23일(현지시간) 글로브 내 전시관 초입에 들어서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쓰여진 도전적인 질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주의 근원을 찾는 CERN의 존재 이유가 어렴풋하게 다가왔다. 글로브를 제외하면 메이런은 겉으로는 평범한 시골마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낮게 이어진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거닐다 보면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인 물리학 석학들과 쉽게 마주칠 수 있다는 점에서 CERN이 가진 힘이 여실히 느껴진다. 1954년 설립된 CERN은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온 유럽 과학의 상징이다. 메이런 일대에는 전 세계에서 온 1만여명의 물리학자와 가족 등 4만명이 거주한다. CERN 소속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은 획기적이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어느 한 가지라도 구사할 수 있으면 연구와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CERN 소속 과학자들은 외교관 신분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세금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입자물리학자의 50%가 CERN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본관 건물에 들어서자 역대 CERN 소장(디렉터)들의 사진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들 중 카를로 루비아, 펠릭스 블로흐, 시몬 판데르메르 등 상당수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다. CERN에서 소장이 갖는 권한은 막강하다. 임기가 있지만 사실상 한번 맡으면 종신직으로 이어진다. 현재 소장인 롤프 디터 호이어 박사는 10조원 이상이 투입된 LHC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종신직을 예약한 상태다. CERN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막대한 예산을 따오기 위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고,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연구소 내 팀 간 의사 소통을 조절하는 것이 소장의 역할”이라며 “유능한 과학자 중에는 유능한 정치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라고 밝혔다. CERN은 철저히 과학자들을 위한 도시다. CERN 내부 거리마다 마리 퀴리, 볼프강 파울리 등 유명 과학자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세계에서 몰려든 단기 체류 과학자들을 위해서는 연구소 내 숙소가 제공되고, 호텔과 콘퍼런스룸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식당은 각국 과학자들의 기호에 맞춰 요리사들이 눈앞에서 조리하는 10여 가지의 메뉴가 끼니마다 제공된다. 미래 과학자들을 위한 문도 열려 있다. 유럽 각지에서 견학 행렬이 끊이지 않고, 학생들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 연구자 겸 학생으로 머물 수 있다. CERN을 소개할 때 관용어구처럼 쓰이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지대’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CERN 본부 내부로 국경선이 지나간다. LHC 역시 국경에 걸쳐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LHC가 지나가는 3m 직경의 총 길이 27㎞, 지름 8㎞에 이르는 원형터널은 2008년 LHC 건설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원래 거대 전자-양전자 가속기(LEP)가 설치돼 있던 공간을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CERN에서 연구하고 있는 유희동 미국 퍼듀대 교수는 “LEP 역시 힉스 입자 발견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검출에 실패했고 그 뒤 LHC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면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훨씬 더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학계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페르미연구소 테바트론의 경우에는 지상에 가속기가 지나가는 흔적이 나타나지만, LHC는 주택가를 지나는 부분도 많아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설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LHC에는 ATLAS, CMS, LHC-b, ALICE 등 4대의 대형 검출기가 있다. 이 중 ATLAS와 CMS는 힉스 입자 검출에 사용된다. 본부에서 5㎞가량 떨어진 CMS는 한적한 시골 연구소를 연상케 했다. 가건물 3개 동으로 이뤄진 CMS연구소는 지하 100m 깊이에 설치된 CMS를 모니터하는 10평 남짓한 주조종실과 압축기·통풍시설·전자제어·플랜트 냉각 등 보조시설로 구성돼 있다. 주조종실에는 미 페르미연구소, 독일 중이온가속기연구소(GSI) 등 전 세계 입자물리연구소 내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CMS 감시장치가 설치돼 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양성자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의 가속기가 쓰인다. 1960년대부터 설치된 CERN의 소형 가속기 몇 대를 거치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일정 수준 이상 빨라진 양성자들이 LHC로 들어오면 LHC 주조종실이 검출기 4곳에서 이들이 충돌하도록 미세조정한다. 충돌한 양성자들의 흔적은 눈이나 카메라로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기를 띤 실리콘에 입자가 지나간 흔적을 살피거나, 바깥쪽 벽에 부딪힌 입자를 통해 충돌 직후의 모습을 거꾸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ATLAS와 CMS는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를 갖고 있지만 ATLAS가 훨씬 크다. 당초 CERN은 힉스 입자 검출을 위해 ATLAS 1대만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정확성 확보를 위해 건설 과정에서 CMS가 추가됐다. 데이터양은 ATLAS가 많지만, 뒤늦게 설계된 CMS가 효율성에서 더 낫다는 것이 물리학계의 평가다. ATLAS와 CMS에는 각각 3000명 이상의 전세계 과학자들이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90여명의 한국 연구진은 대부분 CMS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 이후 치열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힉스 검출은 확실한 것일까. 최종 검증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CERN 측 입장이다. 유 교수는 “지난해 말 ATLAS에서 힉스 입자 두 종류가 나왔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는데, CMS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지만 외부로 발표는 되지 않았다”면서 “전 세계 연구진이 모이다 보니 발표 여부나 발표문의 문구 하나까지도 치열한 토론이 일주일 이상 이어질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봄과 여름에 예정된 입자물리 관련 학회에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ERN이 힉스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힉스는 CERN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CERN에서는 수백 가지 이상의 연구과제가 동시에 진행된다. 소설 ‘천사와 악마’의 소재가 됐던 반물질과 힉스는 CERN의 자금줄이다. 유 교수는 “입자물리처럼 실용성과 거리가 먼 연구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대중성이 확보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힉스나 반물질은 CERN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영업수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경제 위기로 매년 수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CERN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9년에는 1959년부터 CERN에 참여해온 오스트리아가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가 전 세계 과학계의 탄원서를 받고 이를 철회하는 소동도 있었다. CERN은 근본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인류에 기여하기는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CERN의 부산물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와 같은 인터넷의 원조인 ‘월드와이드웹’(WWW)이다. WWW는 영국의 팀 버너스 리가 CERN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공유하기 위해 1989년 제안한 연구소 내 정보처리 시스템에서 출발했다. CERN은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 데이터를 나눠 보관하고 접근하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상용화하기도 했다. 세계 수천 개의 대학과 연구소에 LHC에서 얻어진 데이터가 보관된다. 한국에도 경북대와 대전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LHC의 데이터가 보관된다. 유 교수는 “전 세계가 LHC 연구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렇게 큰 규모의 연구소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입자라는 점이 과학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글 사진 메이런(스위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은 다양성 부족… 싸이처럼 틀 깨는 사람 있어야”

    “한국은 다양성 부족… 싸이처럼 틀 깨는 사람 있어야”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을 발휘하는 기술자를 양성한다면 한국식이 최고지요. 정해놓고 닦달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건 과학에는 맞지 않습니다. 정말로 슬픈 건 대입 논술이죠. 입시에 논술을 넣은 건 주입식 사교육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이었는데 논술 잘쓰는 법을 학원에서 사교육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객관식 시험이 낫습니다.” 오랜 외국생활로 약간 어눌한 말투지만 거침이 없었다. 질문에 잠깐 생각을 가다듬은 후엔 핵심을 찌르는 답변이 이어졌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통찰력이 느껴졌다. 16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장하석(46)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과 석좌교수는 한국 과학과 교육의 현주소에 대해 “다양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2007년 라카토슈상을 수상한 과학철학·과학사의 세계적 권위자다. 고등학교 1학년때 유학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스탠포드대에서 학위를 받았고 런던대 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케임브리지대에 몸담고 있다. 고등과학원의 초학제연구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6일 한국을 찾았다. 장 교수의 집안은 대표적인 한국의 명문가로 꼽힌다. 아버지는 장재식 전 산자부 장관이고 형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다.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는 사촌간이다. 장 교수는 성공한 가족의 비결로는 “알려지지 않은 가족들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겸손해했다.   →초학제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학문간 장벽없이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 보자는 시도다. 올해 주제가 ‘과학과 예술에서의 이미지’인데 홍성욱 서울대 교수가 주도한다. 영미권에서는 이미 여러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사례를 많이 알고 있는 내가 참여하게 된 것 같다. →과학과 예술이라는 개념이 잘 와닿지 않는다. -과학은 이성과 사실에 기반해서 모든 지식을 추구하는데, 예술은 감성적이고 객관성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전혀 상반된 개념에 대한 도전적인 주제다. 이 둘을 연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이미지다. 예술은 시각화가 기본적인 요소고, 과학에서도 최근 들어 이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 두가지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찾아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목표다. →학문간 융합 시도는 왜 중요한가. -일상적인 학제, 분과만으로 접근해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기상이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이나 화학, 기상학만 알아서는 원인과 현상 밖에 모른다. 대책을 마련하려면 경제학과 행정학도 필요하고 일반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나 심리학도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융합의 이유다. 초학제프로그램의 롤모델은 영국 더램대다. 더램대는 매년 주제를 바꿔가면서 다양한 학문 분야 연사들을 모은다. 나도 몇 년전에 ‘물’이라는 주제에 참여해 ‘물에 대한 화학의 역사’를 강연하기도 했다. →한국의 융합 시도는 결과물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초학제는 결과물을 내놓기보다는 단계를 뛰어넘어 문제의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그림을 그릴 기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학문을 모아서 뭉뚱그려 보자는 시도조차 없었다. 어떤 방향으로 진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1950년대에 초학제를 다루기 위해 세워진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은 현재도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이다. 결과물이 없다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겠는가. 모든 학문이 정답과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과학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영국의 페러데이는 전자기학의 아버지다. 모든 현대문명이 그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치가들은 “페러데이는 쓸데없는 연구를 한다”고 비난했다. 기초과학에 목표를 묻는 것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어린아이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촉망받는 물리학자에서 갑자기 과학철학으로 분야를 바꿨다. -지금도 가끔 아쉬운 부분이다. 대학 시절에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은 물리학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빅뱅이론을 배우다가 교수한테 “빅뱅 이전에는 뭐가 있었습니까”라고 질문하면, “뭘 그런걸 물어보냐”고 답변했다. 어떤 교수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빅뱅에서 생긴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물리학과 교수한테 가서 물어봐라. 그럼 시간을 설명하는 모든 종류의 공식과 이론은 있지만, 정답은 말하지 못한다. 이런 답은 과학이 아닌 철학의 영역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철학도 다양한 해법을 주지만 정답을 주진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얻지 못하긴 했다.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기는 없었나. -학문적인 영역에서 보면 물리학에서 철학으로 넘어갈 때가 힘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꿈을 키웠다. 그런데 내가 사랑했던 물리학이 내가 생각했던 물리학은 아니었다. 놓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도 철학 같은 쓸모없는 학문을 한다고 반대가 심하셨다. 개인적으로는 결혼할 때가 힘들었다. 국제결혼을 했는데 어머니가 반대하셨다. →차기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에 기술과 과학을 묶어놓은데 대한 우려가 있다. -사실 둘을 묶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에서 대중에게 과학지원을 정당화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나치게 편한 발상이고, 안일한 발상이다. 왜 과학을 하느냐고 대중이 물으면 과학에 투자를 해야 원자폭탄을 만들고, 농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순수과학이 너무 현실감 없이 독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견제는 필요하지만, 과학과 기술을 너무 붙여놓으면 순수과학은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과학이 기술과 있으면 과학은 다른 학문과의 카테고리가 끊어진다. 과학과 과학자가 사회와 소통할 통로가 사라지는 것이다. 과학은 원래 교류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학문이었다. 서양에서는 자연철학으로 불렸다. 과학은 철학, 의학, 신학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미래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난 경제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에 있어서도 이제 목표를 세워서 달성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한 속성이 있다.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럼 미래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인간 개개인은 유연성에 한계가 있다. 결국 다양성을 길러야 한다. 다양성 있는 사회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획일적인 교육은 절대 안된다. 형(장하성 교수)이랑도 하는 얘기지만 누가 한국이 이렇게 잘 살게 될 것으로 생각했나. 박정희 대통령도 이 정도로 발전할지는 상상 못했을거다. 이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전세계 최고의 히트상품은 싸이인데, 이걸 누가 짐작했겠나. 결국 다양성을 키우면 무엇이든 생긴다는 거다. →고등학교 때 유학을 갔다. 한국의 교육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는 더 잘살게 됐는데 사람들은 더 불안해하고 여유가 없다. 한국은 쏠림현상이 너무 심하다. 사회에서 선호나는 직종이 몇 개 안된다. 모두가 의대, 법대를 가면 다양성은 없다. 심지어 영국에서 한국 학생들을 상담하면 “법대, 의대를 가야한다”고 말한다. 우수한 학생들인데 한가지만 생각한다. 틀을 깨는 사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류학을 소신있게 전공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 틀을 조금은 깰 수 있다고 본다. 사실 한국의 문제는 전체의 문제다. 틀에 짜인 교육이 싫다고 조기유학을 보내고는 다시 방학때는 귀국해서 학원을 다닌다. 그런 식의 유학은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자식을 자유롭게 해주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에서는 과학철학이나 과학사, 과학커뮤니케이션 등 ‘과학학’이 각광받지 못한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과학학을 쓸모없는 학문으로 본다. 과학을 제대로 못하니까 철학을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은 결국 문화의 일부다. 현재 한국에서 접하고 있는 교과서의 과학은 이미 완료형이자 결과물이다.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학생의 의무고, 넣어주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다. 그럼 과학이 왜 필요하겠나. 과학자들이 알아서 하면 되지. 우리가 갖고 있는 과학의 이미지는 학교다닐 때 배운다. 우리가 과학을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배우면 과학은 주입식이 된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탐구하고, 계속 수정해 가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과학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평소 틀과 측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현대과학은 모든 것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려고 한다. 그런데 측정의 결과는 무조건 믿을 수 있는가. 온도계를 보고 온도를 얘기하지만 그 온도계가 정확하냐고 물으면 측정 자체의 신뢰가 깨진다. 과학자 입장에서는 이 온도계가 맞는지 어떻게 알아요라고 물어보는 것보다 골치아픈 일이 없다. 답이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기준도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행복’ 얘기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사회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정권 이전과 이후에 사람들의 행복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까. 여기에도 뭔가 도구가 있어야 한다. 무조건 행복해지자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인데,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 알 수 있는 측정방법이 없다면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가족 얘기를 안할 수 없다. 한국의 명문가로 평가받는데 특이한 교육법이 있었나. -집안 분위기는 보수적이었다. 다만 아버지(장재식 전 장관)는 이유가 명확해야 했다. 왜 원하고 절실한지를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설득해야 했다. 아무렇게나 그냥 하고 싶기 때문은 이유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나와 형만 주목받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에 초등학교 교사를 했던 누나가 있다.(장 교수의 매형은 PD수첩 광우병 사건을 담당했던 임수빈 전 부장검사) 누나와 어머니가 집안에서의 역할이 없었다면 형과 나의 성공은 없었다. 성공한 사람에게만 관심이 쏠리는건 솔직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노벨상 콤플레스는 어떻게 보는가. -사실 나도 학부때 물리학 전공하면서 노벨상 받겠다는 꿈도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를 보면 성과가 나온지 대부분 20~30년 뒤에나 수상한다. 동료 연구자들조차 가치를 곧바로 모를 정도로 창의적이고 뚱딴지 같은 연구라는 얘기다. 기초과학은 경제계획하듯이 목표를 세워서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한국 학생들이 올림피아드 수상을 수없이 하지만 시험 잘보는 것으로는 노벨상 못 받는다. 국가가 계획을 세워서 투자하고 노력하면 올림픽 금메달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은 다르다. 한국은 노벨상 생각을 아예 하지 말고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오히려 노벨상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무덤에서 큰 부자 무슨 소용있겠는가…죽기 전에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무덤에서 큰 부자 무슨 소용있겠는가…죽기 전에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명상 수행가 아잔 브라흐마(62) 스님이 한국에 왔다. 10일 개막해 16일까지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에서 열리는 ‘세계명상힐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스님은 ‘선정체험과 실체 깨침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고대 불교명상을 과학적 명상체계로 복원한 자신의 집중수행을 즉문즉설과 실참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캠프 개막에 앞서 10일 조계사에서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명상을 하나. -(앞의 찻잔을 들어 보이며)이 잔을 1분을 넘겨 5분가량 들고 있으면 팔이 저려 오고 고뇌에 빠지게 된다. 30초만 내려놓았다가 다시 든다면 훨씬 쉽게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명상을 하는 이유이다. 명상은 마음의 고요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알게 해 준다.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를 그만두고 출가한 이유는. -출가 전 모든 종교를 탐색해 보았다. 일종의 시장조사를 먼저 한 셈이다. 불교가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처음 명상을 배웠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명한 과학자들, 특히 물리학자들 가운데 불교신자가 많다. 대학시절 존경했던 교수들과 지금도 교류하고 있다. →불교신자 물리학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주 세계는 여러 번의 빅뱅이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빅뱅은 가장 최근 것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생겼다가 소멸하는 이 우주현상을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도 출신인 불교도의 입장에서 굳이 불교와 과학을 분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불교 명상에 편승한 힐링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2500년 불교의 역사는 마음 탐색이 핵심을 이룬다. 마음 작용이 어떻게 용서와 평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구 의학계는 지금 불교와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몸의 건강에 마음 건강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성과도 숱하다. 한국사회의 힐링 열풍도 그런 맥락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아잔 스님의 명상과 한국불교 간화선의 수행법은 어떻게 맞닿아 있나. -다른 종류의 명상이라고 해서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이든 기아차이든 목적지에 가 닿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명상의 방편에 상관없이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중요하다. 명상 자체를 떠나 평화롭고 친절하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이 안고 사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요즘 사람들은 빨리빨리 서두를 줄만 알았지, 가만히 고요하게 머물지 못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갈수록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오래 살 수 있다. 무덤에서 큰 부자로 있다는 게 무슨 소용 있나. 죽기 전에 편하게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더 높은 경지의 깨달음을 경험하고도 초기의 선정으로 돌아간 이유는 뭔가. -수행자들을 해탈의 경지로 데려다 주는 일종의 운송수단이라고 봐야 한다. 부처님 자신도 초선에서 경험한 환희심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제자들이 그 초선의 환희심을 궁극의 깨달음으로 연결하도록 이끈 방편이 아닐까 한다. →명상센터나 스승을 만나지 않고도 일상에서 명상 수행을 할 수 있나. -요리를 배울 때 일단 요리법을 먼저 배운다면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명상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된다면 굳이 스승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양 사람들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 나쁜 악업을 많이 쌓았다. 그 악업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로의 종교를 존중했으면 한다. 한국의 문화와 정서는 아름답다. 굳이 서구문화를 좇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아잔 브라흐마 스님은 1951년 영국 런던 태생. 케임브리지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중 불교에 심취했으며 태국에서 아잔차의 제자로 출가했다. 호주 보디니야나 수행센터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명상수행법을 전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명상 에세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저자이며 근간으로 ‘성난 물소 놓아주기’, ‘놓아버리기’, 명상안내 요약집 ‘멈춤의 여행’을 내놓았다.
  • 지구와 가장 비슷한 태양 도는 ‘슈퍼 지구’ 발견

    지구와 가장 비슷한 태양 도는 ‘슈퍼 지구’ 발견

    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크기의 행성이 발견돼 가장 유력한 ‘슈퍼지구’(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보다 큰 지구형 행성)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8일(현지시간)미국 SETI 연구소는 케플러 망원경으로 관찰한 새로운 행성 후보 461개를 공개하고 이중 한 행성이 태양계 밖에서 관찰된 것 중 가장 작다고 밝혔다. ’KOI 172.02’로 임시 명명된 이 행성 후보는 지구 크기의 1.5배로 우리의 태양같은 별을 242일 만에 돈다. 또한 이 행성 후보는 별(태양)과의 거리가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에 3/4 정도로 여러모로 지구와 유사해 가장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으로 추측된다. 천체물리학자인 마리오 리비오는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 행성 후보는 역대 발견된 것 중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가졌다.” 면서 “지구처럼 바위와 물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똑똑한 돌고래가 살지도 모를 일”이라고 재치있게 설명했다. SETI 크리스토퍼 버크 박사는 “지구처럼 태양을 도는 첫번째 슈퍼지구의 발견”이라며 “점점 더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의 행성이 발견돼 흥분된다.” 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 행성 후보의 정확한 위치와 지구까지의 거리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사진=그래픽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CEO칼럼] 공부하는 ‘잡종’이 성공한다/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CEO칼럼] 공부하는 ‘잡종’이 성공한다/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시대가 원하는 인재는 한 분야에만 숙련된 전문가가 아닌 한 문제를 입체적으로 볼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다. 누구든 공부하는 ‘잡종’이 돼야 한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잡종강세’(雜種强勢)라는 이론을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순수 혈통보다는 잡종이 그 부모 세대보다 우수한 성질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맛있게 매워 입에 군침이 돌게 만드는 ‘청양고추’는 우리 고유의 품종이 아니라 제주산과 태국산 고추를 교배해 만든 것이다. 맹견 중의 맹견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핏불테리어’도 불도그와 테리어의 혼혈 종이다. 잡종강세 현상은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잘 나타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이다. 그의 전매특허인 폭발적 에너지는 흑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강한 어깨와 탄력 있는 허리, 튼튼한 허벅지 근육 덕분이다. 그의 핏줄은 매우 복잡해 3대 위로 올라가면 여덟 가지의 피가 섞였다고 한다. 요즘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국이 100년 넘게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론으로 설명된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답게 순수 혈통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버락 오바마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피터 드러커 등 세계적 인물들이 모두 혼혈이다. 5대양 6대주에서 모인 세계인들이 만들어가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다. 더 이상 하나의 이론이나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안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루는 수천 수만 가지 기술이 집적돼 있다. 하지만 그 기술 위에는 인문학적·예술적·경영학적 통찰력이 모두 망라돼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이제 못하는 게 없는 세상이 됐다. 상상만 하던 일들이 현실이 된 것은 바로 전혀 다른 지식들을 잘 묶어낸 융합의 힘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을 만드는 경영자였지만 ‘소크라테스와 식사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과도 바꿀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인문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애플 제품은 디자인에 기술을 입히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식견도 탁월했다. 통상 ‘숫자로 보이는 실적만 잘 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경영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예술가로 잘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훌륭한 공학자였으며,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 역시 바이올린 연주자로 유명했다. 시대를 앞서 간 인재들은 이처럼 융합의 힘이 얼마나 큰 성과를 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이제 ‘수학을 잘하면 이과에 가고 영어를 잘하면 문과에 간다’는 식의 편협한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자신의 영역을 너무 일찍 한정 지어 폭넓은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통섭’이라 불리는 학문 간 융합 시도가 각광 받으면서 폭넓은 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들이 늘어나고 있어 다행스럽다. 앞으로 다양한 지식의 융합을 통한 창조적인 발상 능력이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며, 기업의 미래도 이러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특히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전기차, 나노 기술 산업 등에는 이러한 다양한 상상력을 갖춘 인재들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시대가 원하는 인재는 한 분야에만 숙련된 전문가가 아닌 한 문제를 입체적으로 볼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다. 지금까지 마케터에게는 시장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가장 중요했다. 연구 개발자에게는 치밀한 분석력이, 디자이너에게는 예술적 감성이, 기획자에게는 사안을 조정하고 설계하는 기획력이 가장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앞서 말한 능력들을 종합해 새로운 창조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융합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누구든 공부하는 ‘잡종’이 돼야 한다. 꼭 어렵고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업무 외에 취미 활동 또는 개인적인 관심과 의지만으로도 얼마든지 이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2012년, 과학을 돌아보다

    2012년, 과학을 돌아보다

     밀레니엄을 맞았던 1999년말 이후 가장 시끄러웠던 종말론 논란을 무사히 지나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종말의 날’, ‘휴거’, ‘둠즈데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들 종말론의 공통점은 정작 그 날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지워진다는 점이다. 이제 마야달력 따위의 소모적인 얘기는 잊어버리고, 올 한 해를 돌아볼 때가 됐다. 전세계 과학계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2012년 366일(2012년은 윤년)간 과학이 이뤄낸 성과들을 결산하면서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사이언스’는 10개의 과학적 돌파구를, ‘네이처’는 과학을 만들어낸 10명의 사람을 주제로 삼았다. 물론 과학은 ‘사람’의 영역이기에 두 저널이 다루는 내용이 완전히 다를 수는 없다.  사이언스는 올해 최고의 과학성과로 ‘힉스 입자의 발견’을 올려놓았다. 굳이 사이언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힉스 입자가 올 과학계 최고의 이슈라는데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1960년대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교수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이 그 존재를 예측한 이후 물리학계는 ‘세상 만물에 질량을 부여한 신(神)의 입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10조원 이상이 투입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올해 드디어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난 7월 CERN은 “힉스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를 찾아냈다.”고 공식선언했다. CERN은 현재 이 입자가 힉스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연말쯤 판명날 예정이었지만 이상징후들이 발견되면서 내년 3월로 발표가 미뤄진 상태다. 이 입자가 힉스든 아니든 인류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존재를 찾아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힉스보다 더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모습을 드러낸 물질도 있다. 1938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는 양자 이론을 토대로 ‘마요라나 페르미온’의 존재를 예측했다. 마요나라 페르미온은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과 보이지 않는 영역을 차지하는 반물질의 경계에 서 있으며 우주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주성분으로 추정된다. 올해 4월 네덜란드 델프트 대학 연구진이 특수 장치를 이용해 흔적을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마요나라 페르미온을 잡아둘 수 있으면 현재의 컴퓨터보다 수백~수만배 빠른 양자컴퓨터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각만으로 로봇 팔 조종하는 기술  ‘진화’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흔한 것이 ‘진화에는 일정한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늦게 생겨난 생물종일수록 고등동물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진화는 무수히 많은 가지를 뻗는 ‘생명의 나무’ 형태로 진행된다. 자연환경에 더 유리하게 적응한 동물이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한 ‘데니소바인의 게놈 해독’은 이같은 진화의 무방향성을 보여준다. 2008년 시베리아 남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은 3만~5만년전 현생인류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 학계에서는 이 당시에 최소한 4종 이상의 인류가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진은 올해 데니소바인 소녀의 손가락 뼈와 어금니 화석을 통해 또다른 인류의 정체를 밝혀냈다. 분석결과 데니소바인은 약 80만년전 현생인류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고, 호주 인근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사람들이나 동남아시아인과 유전적으로 아주 비슷했다. 그렇다면 왜 데니소바인은 호모 사피엔스 대신 지구의 주인이 되지 못했을까. 연구진은 “현생인류는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 각 지역에 맞게 살아남을 능력을 확보했다.”면서 “하지만 데니소바인은 짧은 시간에 시베리아에서 동남아시아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 적응에 실패하고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인류의 영원한 꿈인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은 올해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5월 미 브라운대 메디컬센터와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15년간 전신마비로 전혀 움직이지 못한 여성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조종하는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이 여성은 로봇 팔이 테이블에 있는 커피잔을 들어서 입으로 가져오게 해 빨대로 커피를 마신 다음 다시 커피잔을 테이블에 가져다 놓게 했다. 그는 이 같은 작업을 6번 시도해 4번 성공했다. 어린이용 아스피린만한 센서 칩을 뇌에 이식한 덕분이다. 환자가 팔을 움직인다고 상상하면 칩은 뇌세포 수십 개의 전자 활동을 포착한 다음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고 컴퓨터는 이를 로봇 팔에 보내는 명령어로 전환한다.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재활의학이나 로봇 분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한 것은 분명하다.  유전자조작 기술도 주목받았다. 생물학자들은 유전자의 역할이나 변이를 밝히는 단계를 넘어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거나 편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탈렌’(TALEN), ‘유전자 가위’ 등으로 불리는 이 기술들을 이용하면 단백질을 이용해 문제가 생긴 유전자의 일부분을 잘라내거나 이어붙이고,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고, 우수한 형질을 새롭게 심어넘을 수도 있는 ‘꿈의 기술’이라는 것이 사이언스의 평가다. 이 분야에서는 국내 연구진들도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허리케인 샌디 예측한 고담의 수호자  다시 힉스로 돌아가보자.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실험’으로 불리는 힉스 추적이 순탄했을리 없다.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의 예산이 동원됐고, “왜 이런 실험에 돈을 대야 하느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네이처가 올해 과학에서 주목받은 인물 중 첫 번째로 롤프 디터 호이어 CERN 소장을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이처는 호이어에게 ‘힉스 외교관’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호이어는 이론물리학자가 아니라 평생 가속기 설계에 매달려온 건축전문가다. 무엇보다 ‘달변가’다. 그는 CERN의 기자회견마다 등장해, 수많은 미사여부와 완벽한 비유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CERN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LHC실험에 참여했지만, 호이어가 없었다면 아예 실험진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인물은 올 10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미 동북부 지역의 피해를 12년 전에 미리 예측해 대비가 가능하도록 한 신시아 로젠츠베이그 박사가 꼽혔다. 네이처는 “로젠츠베이그는 허리케인으로 영화 베트맨 속 고담시가 될 뻔 했던 뉴욕의 수호자로 떠올랐다.”고 추어올렸다. ‘화성 습격’으로 불리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인 애덤 스텔츠너 박사는 정형적인 과학자의 틀을 깬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세계에 보여줬다. 스텔츠너는 기존 방식으로는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제대로 내릴 수 없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낙하산을 이용한 획기적인 착륙법을 고안했다. 스텔츠너 덕분에 ‘25억달러짜리 위험한 도박’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전세계로 중계된 큐리오시티의 화성착륙은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호응을 얻었다. 큐리오시티는 현재 화성 표면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새로운 샘플 분석 결과를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이 밖에 암 줄기세포를 발견한 세드릭 블랑팽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교수, 세계 최대 게놈 분석 기관인 베이징게놈연구소(BGI)를 이끄는 왕준 소장도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됐다.  과학계에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엘리자베스 아이런스 박사는 ‘과학계의 검은 이면’에 도전했다. 그는 2009년부터 실험을 통해 앞서 발표한 유명 연구들을 다시 실험해 실제로는 재연이 불가능한 조작된 결과들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알렸다. 바이엘 등 거대 제약사의 연구는 물론 유전자 연구의 이정표로 꼽히는 연구들에서도 조작이 발견됐다. 네덜란드 에라스뮤스 의대의 론 푸시에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인간 사이에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실에서 변종을 만들어 입증했다. 푸시에는 이후 “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미국 정부가 논문 일부를 삭제하도록 요청하면서 ‘검열’ 논란에도 휘말렸다. 조 핸델스만 교수는 과학 분야 교수들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2009년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대지진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금고 6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베르나르도 데 베르나르디니스 박사는 올해 가장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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