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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우주] 영화 속 ‘웜홀 여행’ 정말 가능할까?

    [아하! 우주] 영화 속 ‘웜홀 여행’ 정말 가능할까?

    -두 세계를 연결하는 ‘시공간의 터널’​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폴 셔터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의 ‘웜홀이 과연 있을까?(Could Wormholes Really Work? Probably Not)’라는 제목의 칼럼이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에 지난 1일자(현지시간)로 게재되었다. 대중이 큰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내용을 재미있게 다룬 것으로 보여, 아래 기사는 이 칼럼 내용을 자료로 해서 약간의 가공을 해 소개한 것이다. 다른 은하계로 통하는 지름길, 웜홀이 과연 있을까? 대담한 우주 여행자가 광속 로켓을 타지 않고도 한 항성계에서 다른 항성계로 폴짝 뛰듯이 건너갈 수 있는 시공간 터널이라고 일컬어지는 웜홀. 이 웜홀이 특히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 곧잘 등장하는데, 이는 스토리를 흥미롭게 끌고갈 수 있는 편리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긴, 순전히 과학적으로 입증된 물리법칙만이 가득한 소설이나 영화라면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웜홀이란 게 있기나 한 걸까? 시공간을 구부려서 다른 세계로 통하는 터널이란 게 과연 존재 가능한 것일까? 그런게 정말 있다면 우주를 탐험하고자 하는 인류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시공간의 터널 웜홀의 개념은 빈 대학의 물리학자 루트비히 플람이 최초로 주장했고, 뒤에 아인슈타인과 나단 로젠이 블랙홀이 길게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웜홀로,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서 블랙홀에 대한 해를 구할 때 웜홀과 화이트홀 개념이 자연스럽게 예측되었다. 블랙홀이 사건 지평선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질을 짐어삼키는 것과는 반대로 화이트홀은 모든 것을 뱉어내는 구멍이다.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된다. 웜홀은 블랙홀이 회전할 때 만들어지며, 그 속도가 빠를수록 만들기 쉬워진다. 수학적으로만 웜홀을 통한 여행이 가능하다. 블랙홀은 빨리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웜홀을 만들기 쉽고 전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웜홀을 만들 수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웜홀(벌레구멍)이라는 이름은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갈 때 파먹은 구멍으로 가면 표면을 기어가는 것보다 더 빨리 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수학적으로 도출된 블랙홀이라는 존재는 보너스까지 하나 덤으로 내놓았는데, 모든 블랙홀은 특이점을 경유해 화이트홀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예측이다. 이것이 바로 시공간의 터널인 웜홀이다. 그런데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넘치도록 많지만, 화이트홀은 순전히 수학적인 픽션으로, 그 존재가 증명된 바 없다. 처음에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 웜홀이라고 추측되었으나, 화이트홀의 존재가 부정됨으로써 이제 그러한 의미로 쓰이진 않는다. 화이트홀이 부정되었다고 웜홀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에서 유도되는 웜홀의 해가 아주 순간적인 부분에서만 존재하므로 불안정하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되어 무한도의 밀도로 특이점을 만드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웜홀이란 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또한 존재하더라도 웜홀을 통한 여행이 가능하겠는가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의문을 표하며, 다만 웜홀 여행이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라고 믿고 있다.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은 거대 질량의 별이 중력 붕괴를 한 결과, 모든 질량이 한 점으로 응축되는 특이점이 만들어짐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이 메커니즘의 진행과정에서 화이트홀이 형성될 수 있는 여지는 완벽히 제거된다. 만약 화이트홀이 어쩌다 형성된다 하더라도(그럴 리도 없지만) 극도의 중력을 행사하는 특이점이 그 즉시로 웜홀을 잡아채어 엿가락처럼 무한히 늘려버릴 것이다. 어떤 것도 웜홀을 통과할 수 없다. 웜홀로 가기 전에 죽는다 이처럼 웜홀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과학은 판정을 내렸지만, 대중의 호기심까지 금지시킬 도리는 없다. 대중은 여전히 ‘만약 웜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만약 월홀을 통해 여행할 수 있다면...’, ‘만약 화이트홀을 블랙홀에다 부착해 웜홀을 만들 수 있다면...’ 등등 상상의 날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웜홀 여행이 불가능한 이유를 우선 하나만 들어보자. 일단 웜홀까지 접근해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웜홀이 있다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쪽에 있을 텐데, 이 사건 지평선이란 게 무엇이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면 결코 뱉어내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만약 당신이 웜홀을 발견하고 거기로 들어가기 위해 사건 지평선을 넘었다고 치자. 그 즉시로 당신의 몸은 엄청난 블랙홀의 기조력에 의해 국수가락처럼 한없이 늘어나면서(‘스파게티화’라 한다) 특이점을 향해 떨어져내릴 것이다. 그리고 특이점은 극한의 중력으로 당신의 영혼까지 물질의 최소단위로 으깨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웜홀에 들어가 다른 세계에서 온 외계인과 차를 한 잔 나눈다는 것은 숫제 꿈도 꾸지 못할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웜홀 여행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물리학자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킵 손으로, 특정한 조건에서 웜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이것을 통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이론은 더욱 발전하여, 웜홀의 한쪽 입구를 아주 빠르게 이동시켰다가, 다시 돌아오게 하면 ‘시간지연 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까지 나왔다. 현재 이론적으로 웜홀은 10-33㎝ 정도의 크기에서 존재하는 양자 웜홀로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 그것을 시간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확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많은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어쨌든 킵 손은 웜홀 여행에 관한 이론과 주장으로 유명해지면서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에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힉스 입자 발견, 그 생생한 모험 속으로

    힉스 입자 발견, 그 생생한 모험 속으로

    신의 입자/리언 레더먼·딕 테레시 지음/박병철 옮김/휴머니스트/736쪽/3만원 대담한 가설로만 여겨졌던 책이 놀라운 예언서가 되었다. 전 세계 과학 독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은 책 ‘신의 입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물리학자들은 우주 탄생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표준모형’이라는 이론을 만들었으나 결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가 바로 힉스입자다. 힉스입자는 물질의 기본을 이루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존재로 질량의 근원과 우주 생성 비밀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단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힉스입자의 별칭인 ‘신의 입자’라는 말은 198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리언 레더먼이 1993년 과학저널리스트 딕 테레시와 함께 이 책을 내면서 붙여졌다. 레더먼이 원래 원했던 제목은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였다. 그만큼 감지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탓에 붙인 제목이지만 편집자가 언어 순화를 위해 ‘damn’을 빼면서 새로운 별칭을 얻게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93년 당시 레더먼은 우주의 작동 원리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곧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더욱이 미국 페르미 연구소가 힉스입자를 감지할 초전도초충돌기(SSC)라는 강력한 입자가속기 공사를 한창 추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신의 입자’가 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의회에 막혀 건설계획이 완전히 무산되면서 힉스입자 발견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졌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힉스입자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결국 2012년 7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는 대형하드론충돌기(LHC)를 통한 힉스입자 발견을 선언했다. 당시 ‘신의 입자’는 출간과 동시에 비극으로 끝났지만 현재 놀라운 예언서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한국어판은 2006년 발간된 개정판을 번역했다. 레더먼은 기원전 600년경 시작된 입자물리학의 역사와 물리학의 마지막 과제인 힉스입자의 존재와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물리학자들의 노력을 전한다. 더이상 쪼갤 수 없는 만물의 최소단위 ‘아토모스’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부터 아이작 뉴턴, 마이클 패러데이, 어니스트 러더퍼드를 거쳐 20세기 양자역학과 힉스입자 등 입자물리학 2600년의 역사를 개괄한다. 힉스입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학자들의 생생한 모험의 여정을 좇다 보면 마치 역사의 현장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일반인이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는 과학 서적에 필자의 유쾌한 입담이 더해져 읽는 맛도 쏠쏠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지구는 46억년 전 폭발한 별 껍질에서 왔다”

    “지구는 46억년 전 폭발한 별 껍질에서 왔다”

    약 46억 년 전, 태양보다 6배쯤 큰 거대 질량의 별이 강렬한 폭발로 그 외각층을 우주공간으로 날려버렸으며, 그 우주먼지로부터 태양계의 행성들이 만들어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우주먼지의 기원을 밝힌 새 연구가 발표되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주먼지를 이루는 알갱이들은 지금도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 속에서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주 먼지의 기원을 추적한 끝에 오래 전 어떤 거대 질량의 별이 우주에 흩뿌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자들은 천문학의 오랜 퍼즐을 풀기 위해 거성 안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의 효과를 규명해냈다. 중소 질량(0.6-10 태양질량)의 별이 일생 말기에 진입하는 과정인 점근거성가지(Asymptotic Giant Branch/AGB)에 있는 별은 그들의 외각층을 우주공간으로 분출시킬 때 엄청난 양의 우주먼지를 생산한다. 그러나 지구상에 떨어진 운석 속 우주먼지의 화학조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AGB의 화학조성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운석 속 우주먼지의 화학조성은 우주먼지를 형성하는 별 속의 핵반응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갖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생각한다.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논문에서 루나(Luna - Laboratory for Underground Nuclear Astrophysics) 소속의 저자들은 우주먼지의 기원이 AGB 별의 껍질이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루나는 이탈리아의 그란 사소(Gran Sasso) 산 지하 1km에 위치한 핵물리학 실험실이다. 연구진은 별 속에서 일어나는 양성자와 산소 동위원소 17O(사람이 숨쉬는 산소보다 좀 무겁다)와의 핵융합반응이 종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2배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핵물리학자에 따르면, 이 같은 반응이 우주먼지 알갱이에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고 한다. LUNA UK 연구진 대표 마리아루시아 알리오타 교수는 "오랜 퍼즐이었던 우주먼지의 기원을 알아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성과"라면서 "우리의 연구는 별 속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을 보다 정확하고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우주먼지 알갱이들은 우리 태양계가 생성되기 오래 전에 만들어졌으며, ​연구자들은 이 우주먼지 알갱이들이 어떻게 진화해왔는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콘콜리 관측소의 마리아 루가로 박사는 "별이 폭발했을 때 나온 잔해들이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것은 오래된 의문으로 과학자들을 괴롭혔다"면서 "이번 루나 팀의 연구로 이 우주먼지의 진화과정이 최종적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새 영화] ‘컨택트’

    [새 영화] ‘컨택트’

    새달 2일 개봉하는 ‘컨택트’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오는 10월 만나게 되는 ‘블레이드 러너 2049’ 때문이다.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내놓은 사이버 펑크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이 35년간 고대하던 프로젝트에 요즘 한창 잘나가는 라이언 고슬링에다가 황혼의 해리슨 포드가 나온다. 그런데 제작자로 한발 물러선 리들리 스콧 감독 대신 메가폰을 잡은 인물이 바로 드니 빌뇌브다. ‘컨택트’에서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분위기를 미리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프리즈너스’(2013)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에서 진공 상태 같은 묵직한 느낌의 연출력을 보여준 드니 빌뇌브 감독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컨택트’는 SF물이지만 광활한 우주나 스펙터클, 액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가 딸과 보낸 행복한 시간과 이별의 순간을 압축해 보여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업’(2009)처럼 관객들의 가슴을 일단 먹먹하게 만들며 출발하는 이 영화에는 SF의 클리셰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어느 날 전 세계 열두 곳에 거대한 조약돌을 절반으로 쪼개어 놓은 듯한 거대한 물체가 나타난다. 가깝게는 ‘인디펜던스 데이’(1996)나 ‘브이’(1984)에서 보아 오던 설정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고전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등장하는 검은 돌기둥 모노리스의 느낌도 주는 과묵한 구체에 인류는 접촉을 시도하고, 도대체 왜 온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동원된다.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언(제러미 레너)도 그중 한 명. 외계 생명체와 의사소통을 하려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1977)가 떠오른다. ‘미지와의 조우’에서 소통의 도구가 음악 코드였다면 ‘컨택트’에선 로고그램(표어문자)이다. 루이스와 이언은 외계 생명체가 공기 중에 먹으로 그린 듯한 둥근 형태의 로고그램을 해석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로고그램은 드니 빌뇌브 감독 등이 직접 고안해 냈다고. 지난한 의사 소통 과정 속에 세계 곳곳에서는 공황 상태가 발생하기도 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일부 나라들은 외계 생명체를 적으로 간주하고 군사 행동을 취하려 하는 등 위기가 고조된다. 이야기는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상당히 잔잔하게 전개되는데, 감독은 딸에 대한 기억의 단편들을 중간중간 끼워 넣는 방법으로 시간을 뒤섞으며 조금씩 반전의 발판을 쌓아 올린다. 원래 제목은 도착을 의미하는 ‘어라이벌’이다. 원작 소설 제목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2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In&Out] 기초과학과 과학 외교/정우성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POSTECH 물리학과 교수

    [In&Out] 기초과학과 과학 외교/정우성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POSTECH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자는 교과서를 믿지 않는다. 교과서가 수정할 것이 하나도 없는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한다면, 더이상 과학의 진보와 신기술 개발 같은 건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진리와의 투쟁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시험 답안지를 채우기 위한 암기를 했다. 이제야 교과서의 한 문장을 적는 과정에 숨겨진 학자들의 수많은 땀과 열정을 생각하게 됐다. 비단 필자의 전공인 과학 과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시간에 배웠던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의 현실은, 연구 현장에서 느꼈던 선진국의 거대한 벽과 국제공동연구의 어려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경제적 지위는 많이 상승했다. 과학기술 역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어떤 분야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학자와 대학, 연구소도 여럿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선진국이라 불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기가 되면 과학 선진국을 부러워한다. 우수 인력을 양성하거나 해외 학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그나마 많은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거침없는 과학기술 투자를 보면 주변 강대국과의 경쟁이 더욱 두려워진다. 반도 국가여서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가 과학기술에도 적용되나 싶다. 예전보다 더 많은 견제가 있을 것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우수한 인력과 튼실한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먹여 살릴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단지 경제성장의 도구에 불과한 건 아니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 봤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사회에서의 관계 등에도 과학기술은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흔히 중국의 문호를 연 계기가 ‘핑퐁외교’로 대표되는 스포츠 외교라 생각한다. 과학기술도 민간 외교를 담당한다. 다만 스포츠만큼의 대중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인지,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한다. 과학기술계가 과학대중화에는 신경 쓰지 않고 연구개발에만 매진한 탓도 있다.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의 역할을 산업 발전으로 좁혀서 바라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전 시절 동유럽과 서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 소련 등이 영구중립국인 오스트리아에 공동연구소를 만들어서 교류했다. 이탈리아에는 제3세계와 선진국을 연결하는 국제이론물리센터가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핵개발 문제로 갈등을 겪는 미국과 북한도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함께 연구하며, 민간 교류의 문은 닫지 않았다.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단지 과학자들의 공동연구로 제한되지 않는다. 보다 다양한 과학외교 활동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나라도 선진 기술을 수입해 산업에 적용하는 데 치우쳤던 후진국의 위치를 벗어나, 중견국 외교 차원의 글로벌 과학 활동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은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거나, 개도국을 지원하며, 지역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게 해 줄 수 있다. 특히 국가 간의 이해 대립이 덜한 기초과학은 우리나라의 과학외교 지평을 넓혀 갈 좋은 출발점이다. 동북아의 연구개발 허브를 구축하고, 아시아·태평양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며, 나아가 국제사회를 이끄는 과학기술 글로벌 강국 구축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됐다. ‘과학외교’의 역할과 중요성을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 [금요 포커스] 네트워크 시대, 부정청탁금지법의 가치/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금요 포커스] 네트워크 시대, 부정청탁금지법의 가치/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작년 한 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던 부정청탁금지법이 이제 시행 넉 달을 맞았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경계를 가늠하는 직무연관성이라는 개념은 아직도 어렵고 불분명한 부분이 있지만, 이 법이 우리 사회를 크게 바꾸고 있고 그 변화의 방향 또한 긍정적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 않을까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는 지난해 11월에 이 법의 시행 이후 효과와 사회변화를 살펴보는 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공직자, 정치인, 교원, 언론인 등 법적용 대상집단만이 아니라, 일반국민, 기업인, 농축산화훼업 등 매출영향 업종 등을 망라한 약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데 그 결과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숱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 시행에 찬성하는 전체 여론은 85%로 압도적으로 높다. 법이 무난하게 정착되리라는 의견도 73%로 높았다. 청탁금지법이 사회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반면에 법 시행 이후 매출감소 등을 경험한 비율은 전체 조사대상(612개)의 41%였는데, 농수축산화훼업이 54%로 높았고, 식품접객업은 37%, 유통업은 32%를 기록했다. 그러나 동시에 더치페이, 가족 단위 소비 등 우리 사회의 소비방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업주들의 응답도 55%를 넘어서고 있고 이 법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응답도 63%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법적용 대상을 둘러싼 헌법소원 제기, 다양한 직무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저인망식 규제라는 지적, 캔커피나 카네이션 등 소소한 일화가 언론 지면을 가득 채우는 등의 소란을 겪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 법이 우리 사회를 선진화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리라고 확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이 조사의 시기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언론보도 이후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흔들리는 충격을 겪으면서도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만약 청탁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진작부터 존재했다면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정유라씨의 입시 관련 부정청탁을 관련자들이 단호히 거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전직 검사장이 기업인으로부터 거액의 공짜 주식을 받고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도 청탁금지법이 있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법을 단순한 개인 간 부정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식의 이해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의 미래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 요즈음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과 네트워크 기반의 혁명이라는 속성을 갖는다. 네트워크라는 단어는 예전에는 그저 멋있는 수사(레토릭)에 불과했을지 몰라도 지금부터는 사회의 핵심구조로 이해해야 하는데 사회 네트워크의 건강함은 이러한 법제도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촛불과 광장의 논의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물리학자 강병남 교수는 세상은 이제 한두 사람의 리더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네트워크로 연결된 모든 이들이 함께 만드는 강력한 패턴에 의해 움직이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러한 주장에 적극 동의하는데, 그렇다면 사회적 네트워크가 건강하고 활력을 갖추는 것이 사회발전의 핵심적 요인이 아니겠는가. 건강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핵심은 이 관계망의 모든 참여자들이 서로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연줄에 의해 부분적으로 뭉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네트워크가 건전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법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모든 법과 제도는 시대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은 법을 무조건 지키라는 윽박지름이 아니라 법제도라는 것이 사회적 공유와 공감의 산물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에 대한 개선의 노력과는 별개로 이 법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 모두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 <새영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12개의 쉘…‘컨택트’ 메인 예고편

    <새영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12개의 쉘…‘컨택트’ 메인 예고편

    지구 상공을 점령한 외계 물체를 소재로 한 영화 ‘컨택트’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컨택트’는 전 세계에 12개의 쉘이 날아든 후, 그들이 보내는 의문의 신호를 밝혀야 하는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개된 예고편은 갑자기 지구에 찾아온 의문의 쉘로 인해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가 미국 CIA 특별팀에 차출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후 넓은 평야 위에 거대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은 쉘에 접근한 루이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쉘에게서 “무기를 주다“라는 위험한 답변을 얻은 루이스는 세계적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자 “저들은 무기와 도구의 차이를 이해 못 할지도 몰라요”라는 신선한 의견을 꺼낸다. 이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루이스가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시도하는 모습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궁금케 한다. 이렇게 영화는 일반적인 SF 장르의 화려한 시각효과와 속도감 있는 전개 대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12개의 쉘과 그들이 보내는 의문의 신호를 해석하려는 루이스의 특별한 소통을 선보인다.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는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소설을 접한 뒤 원작이 가진 강렬함과 아름다움에 단숨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다층적인 구조를 가진 원작에 매력을 느꼈고, 삶과 죽음의 신비로운 면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든다”며 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대해 극찬했다. 한편, ‘컨택트’는 다음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촬영상, 프로덕션디자인상, 음향상, 음향효과상)에 노미네이트되어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는 오는 2월 2일 개봉 예정이다. 12세 관람가. 116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아하! 우주] 암흑물질 비밀 풀 왜소은하군 최초 발견

    [아하! 우주] 암흑물질 비밀 풀 왜소은하군 최초 발견

    2000억에서 4000억 개의 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와 달리, 몇십 억 개의 별을 가진 작은 은하를 왜소은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왜소은하 여러 개가 중력으로 결합해 있는 ‘왜소은하군’이 사상 처음으로 관측됐다고 천문학자들이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이런 은하가 모여 우리 은하와 같은 커다란 은하를 형성하고 이때 수수께끼의 암흑물질이 작용한다는 유력한 이론을 뒷받침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실린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왜소은하군은 이미 이론화돼 있지만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최근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SDSS)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탐사 자료에서 발견됐다. 이 자료는 2008년 발표된 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됐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왜소은하군은 총 7개. 각각 3~5개의 왜소은하로 구성돼 있다. 그 크기는 우리 은하의 1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정도까지 다양하다. 왜소은하의 특징은 우리 은하와 달리 새로운 별의 생성을 오래전부터 멈추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국립전파천문대(NRAO)의 천체물리학자 사브리나 스티어월트 박사는 “이런 은하군은 중력으로 묶여 있어 미래에는 융합돼 하나의 큰 중간질량 은하를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발견으로 초기 우주에서 은하 등 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해명하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하 형성에 관한 유력한 이론은 약 137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뒤 더 작은 은하들이 생겼고 이들이 결합해 더 큰 은하를 형성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융합 과정이 왜소은하 정도의 작은 규모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지금까지 답답할 정도로 거의 없었다고 스티어월트 박사는 말한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로 왜소은하의 관측이 어렵다는 것을 꼽고 있다. 참고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왜소은하는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가 유일하다. 천문학자들은 10년 전 시점에서 왜소은하를 몇십 개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망원경의 대형화로 발견 횟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왜소은하는 고립된 낱은하(Field galaxy)나 더 큰 은하에게 잡아먹힐 위성은하(satellite galaxy) 중에 한 유형일 뿐이었다. 이에 대해 스티어월트 박사는 “우리가 발견한 것과 같은 저질량 은하로만 구성된 독립적인 은하군은 우리 은하와 같이 더 큰 은하들이 만들어지게 되는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에서 2억~6억5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이번 은하군에 대해서는 “거리가 매우 먼 것처럼 생각되지만 우주의 엄청난 크기를 생각하면 비교적 가까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확인하기 위해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 있는 발터바데 망원경 등 세계 각지의 망원경으로도 관측을 시행했다. 이제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우주의 4분의 1을 구성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암흑물질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다른 천체에 미치는 중력을 통해서만 감지되는데 미지의 소립자로 구성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왜소은하에는 이보다 큰 은하보다 훨씬 더 많은 암흑물질이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고 스티어월트 박사는 말한다. 이는 이런 작은 은하군이 암흑물질의 중력에 영향을 더 잘 받는다는 것. 또한 왜소은하는 비교적 나이가 오래돼 있어 가스나 먼지 같은 파편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 방해 없이 암흑물질을 조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왜소은하군은 이런 암흑물질을 이해하기 위한 탐구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천체라고 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하고 있다. 사진=Kelsey E Johnson, Sandra E Liss, and Sabrina Stierwalt(위) Nature Astronomy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영하 30도에 뜨거운 물을 뿌린다면?

    영하 30도에 뜨거운 물을 뿌린다면?

    영하 30도에서 뜨거운 물을 공중으로 뿌리면 어떻게 될까? 이 같은 호기심이 발동한 해외의 한 남성이 직접 실험에 나섰다. 결과는 흥미롭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카메라를 고정해 놓은 채 한 남성이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를 들고 눈밭을 달린다. 눈 한가운데 선 그가 공중을 향해 힘껏 물을 뿌리자 조금 전까지 펄펄 김이 났던 물이 연기처럼 흩날린다. 물의 입자가 순식간에 얼면서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이 영상은 최근 발칸 반도에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진행된 실험 장면으로 지난 8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 속 이 현상은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라고 불린다. 고온의 물이 저온의 물보다 더 빨리 어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최초 발견한 사람은 탄자니아의 에라스토 음펨바로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이 그의 이름을 따서 붙인 특이한 현상이다. 사진 영상=Sport, News Videos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별별 이야기] 켄타우루스 외계인, 24년 후 만날까/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켄타우루스 외계인, 24년 후 만날까/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

    지난해 8월 ‘네이처’에 ‘켄타우루스자리 알파’에서 지구 크기의 행성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실렸다. 바로 ‘프록시마 켄타우리 b’(프록시마 b)다. 발견 즉시 생명체 존재 여부에 천문학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달을 비롯한 태양계의 모든 행성에 탐사선이나 착륙선이 발사됐지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태양계를 벗어난 우주 공간에는 생명체가 존재할까. 외계행성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라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별이 남반구 하늘에서 보이는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다. 한 별자리에 속한 별들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을 알파라고 표기하는데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는 켄타우루스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란 뜻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깝다곤 하지만 광속으로도 가는 데만도 4.3년이 걸린다. 켄타우루스 알파는 세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는 삼중성이다. 이 중 가장 어두운 별이 ‘프록시마 켄타우리’다. 이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이 ‘프록시마 b’로 너무 어두워 직접 관측은 어렵지만 프록시마 켄타우리는 관측이 가능하다. 프록시마 켄타우리의 관측을 통해 프록시마 b의 최소 질량은 지구 질량의 1.3배이며, 지구와 같이 암석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할 경우 행성의 반지름은 지구 반지름의 1.1배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 중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질량과 반지름을 가졌다. 별의 주변에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생명체 거주 가능 지역’이라 부른다. 태양 가까이에 있는 수성은 온도가 높기 때문에,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목성은 온도가 낮아서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계에서는 금성에서 화성 사이의 공간이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거주 가능 지역으로, 여기에 지구가 존재하고 있다. 프록시마 b 행성도 프록시마 켄타우리 별의 거주지역에 놓여 있다. 프록시마 b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밝히기 위해 물리학자이자 사업가인 러시아의 유리 밀러가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참여한 ‘스타샷’이라는 획기적인 계획이 세워졌다. 크기가 수㎝로 작은 우주 탐사선 1000여개를 켄타우루스자리 알파 방향으로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켄타우루스자리 알파에 성공적으로 도착한 탐사선은 프록시마 b 행성을 근접 촬영하고 사진을 지구로 보내게 된다. 작은 탐사선은 켄타우루스자리 알파까지 가는 데만 20년 정도 걸릴 예정이며, 이곳에서 탐사선이 보낸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 4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내가 죽기 전에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이광식의 천문학+] 2022년 초신성 폭발한다 - 400년 만의 우주드라마

    [이광식의 천문학+] 2022년 초신성 폭발한다 - 400년 만의 우주드라마

    천문학자들이 2022년 지구 밤하늘에서 초신성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발표해 지구촌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중성(二重星) 전문가인 한 천문학 교수는 조만간 이중성 하나가 서로 합병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중성이란 중력으로 서로 묶인 두 개의 별이 서로의 둘레를 도는 항성 시스템을 말한다. 문제의 이중성은 서로 충돌하여 폭발함으로써 별의 일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 폭발로 인해 엄청난 빛을 우주공간으로 쏟아내게 된다. 이것을 바로 초신성 폭발이라 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별이 아니라 늙은 별의 임종인 셈이다. 옛날 사람들이 보이지 않던 별이 갑자기 엄청난 밝기로 빛나는 것을 보고 초신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초신성 폭발이 일어날 때 그 밝기는 예전 별에 비해 거의 1만 배 이상이 된다. 한 은하가 내놓는 빛 전체보다도 밝을 때도 있다. 그야말로 우주 최대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초신성이 나타나면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 등극할 것이다. 초신성 폭발은 이처럼 두 별이 충돌할 때도 일어나지만, 엄청난 크기의 거성이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맞는 임종의 한 형식이기도 하다. 팽창하던 적색거성이 자체 중력으로 붕괴를 일으킴에 따라 대폭발로 별의 일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지구에서 수백만 광년 떨어진 거리일지라도 초신성을 볼 수 있지만, 미리 초신성 폭발을 예측할 방법은 없다. 통계적으로 한 은하당 100년에 초신성 폭발이 1회 꼴로 일어나는데, 우리은하에서 최근 일어난 초신성 폭발은 약 400년 전 튀코 브라헤와 케플러가 발견한 이래 아직까지 없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튀코와 케플러 같은 위대한 천문학자들이 있을 때만 초신성이 폭발한다는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한다. 미국 미시건주의 캘빈 대학 교수 래리 몰나르 박사는 이중성의 충돌로 일어날 초신성 폭발을 최초로 예측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초신성 폭발은 2022년 전후에 일어날 것이라 한다. 이 별까지의 거리가 1800광년이니까 현장에선 벌써 터졌다는 얘기다. 문제의 이중성은 백조자리에 있는데, 북십자성으로 알려진 백조자리의 십자 모양 부근에 새로운 별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있다. 몰나르 교수가 KIC 9832227 이라는 이름의 별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동료 천문학자인 카렌 키네무치가 회의에서 밝기가 변하는 어떤 별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그 별이 과연 맥동성인지, 아니면 이중성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중성 역시 서로의 둘레를 돌면서 동반성의 별빛을 가림에 따라 광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몰나르 교수는 이 별을 연구한 결과 이중성계 중에서도 접촉쌍성임을 확인했다. 접촉쌍성이란 두 별이 대기층을 공유하는 이중성이란 뜻이다. 이어 접촉쌍성의 궤도주기를 계산한 결과, 11시간 안쪽으로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2022년쯤 가면 결국 두 별이 충돌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던 것이다. 초신성 폭발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종결되지만, 과학자들은 거기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초신성 중에는 일정한 광도로 폭발하는 별이 있어 우주에서 거리를 재는 잣대로 쓰인다. 이를 표준촛불이라 하는데, 얼마 전 표준촛불을 이용해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두 그룹의 물리학자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초신성이 폭발할 때 철 이후의 중금속들이 생성되는데, 지구와 우리 몸을 이루는 중원소들은 초신성이 만들어 우주에 흩뿌린 것이다. 초신성 폭발이 없었다면 지구도, 우리 인간도 존재할 수 없었을 거라는 얘기다. 어쨌든 몰나르 교수의 예측이 맞다면 우리 지구촌 사람들은 400년 만에 초신성 폭발이라는 우주 최대의 드라마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 생성의 비밀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구 행성인들이여, 2022년 초신성 폭발을 놓치지 말자.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의학이 공학을 만났을 때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의학이 공학을 만났을 때

    언론과 학계에서 ‘100세 쇼크’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 표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2026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20.8%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인공 장기, 장기 이식, 재생의학 등의 생명공학과 의공학 기술이 새로운 질병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의공학 산업은 연평균 6.3%씩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성장이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이라는 용어는 생명의료공학, 생체공학, 의료공학 등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단어 그대로 풀어보면 ‘의학’과 ‘공학’이 합쳐진 용어이고 학문적으로 정의하자면 ‘공학, 과학, 기술의 원리 및 방법을 도입해 생물학과 의학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학문’이다. 인체와 생명현상을 이학적 원리를 근간으로 공학적 기술을 적용해 체계화시킨 실용학문이라 할 수 있다. 네덜란드 과학자 레이우엔훅이 발명한 ‘현미경’,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최초로 발견한 ‘엑스(X)선’, 네덜란드의 생리학자 에인트호벤이 심장 박동 시 발생하는 생체 전기신호인 ‘심전도’를 기록한 것이 의공학의 시초다. 공학적 발견이 결국 의학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는 점이 의공학의 매력이다. 이렇게 진단과 치료를 돕는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 생체와 인체의 특성을 고려한 인공장기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생체의 기능을 모방하기 위해 각종 실험을 하는 전문가를 우리는 의공학자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의공학 산업이 많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 기준으로 2013년과 2014년 미국 내 최고의 선호도를 자랑하는 직업이 바로 의공학자였다. 직업 만족도, 사회적 혜택, 직무 스트레스 분야에서 모두 최고등급 A를 받으며 2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경제전문지 포보스에서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대학 전공으로 의공학이 꼽혔다. 미국 의공학자의 연봉은 우리 돈으로 평균 9000만원에 이른다. 앞으로 10년간 미국 내 고용 성장률이 61.7%로 예측된 점을 감안할 때 성장 여지가 많은 산업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앞서 의공학은 의학과 공학의 상호 협동이 필수적인 학문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의공학자 대부분은 공학을 전공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술 개발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수요가 어떤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외국에서 상용화된 기기를 뒤늦게 개발하는 사례가 많고,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의료시장에서 수요가 적은 기기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서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들은 많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의료 환경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의공학 산업이 많이 발달한 미국은 의사가 의공학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의사를 찾기 쉽지 않고 간단한 자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의공학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 계획에 따른 방향성 없는 지원보다 의사와 공학자의 상호 협동 및 의공학 연구의 임상 적용을 위한 중개연구 지원이 필수적이다. 의료 현장에 꼭 필요하고 원천기술이 확보 가능한 미개척분야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다면 의료산업 강국의 꿈도 머지않을 것이다.
  • 칸 국제광고제에서 황금사자상 받은 물리학자가 한국에 왜?

    칸 국제광고제에서 황금사자상 받은 물리학자가 한국에 왜?

    12만년 전 기후를 분석해 인류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지구과학자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화를 만들어 칸 국제광고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양자물리학자가 국내에서 기후변화와 양자컴퓨터 연구를 시작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가 액슬 티머먼(47) 미국 하와이대 교수와 안드레아스 하인리히(48)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각각 기후물리연구단과 양자나노과학연구단 단장으로 임명했다고 4일 밝혔다. 기후물리연구단 단장인 티머먼 교수는 독일계 과학자로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를 거쳐 하와이대 해양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해양기후학 분야에서 대표적인 석학이다. 지난해에는 12만5000여년 전 기후변화를 추적해 초기 인류의 이동경로를 밝힌 연구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해 학계는 물론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바 있다. 티머먼 단장은 엘니뇨 상호작용과 기후변동, 고(古)기후역학 등을 중점 연구하면서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모델을 만들고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할 계획이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 단장으로 임명된 하인리히 교수도 독일계 과학자로 지난해 이화여대에 임용되기 전까지 IBM 알마덴 연구소에서 20여년간 고체물리학과 광학연구를 해왔다. 특히 주사터널링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STM)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STM은 전자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이용해 물질 표면의 이미지를 원자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장비다. 수평 방향으로는 0.1㎚(나노미터), 수직으로는 0.01㎚ 가량의 고해상도를 보이기 때문에 원자를 하나씩 보거나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하인리히 단장은 2013년 구리 기판 위 일산화탄소 분자들을 하나씩 옮겨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소년과 그의 원자’라는 작품으로 칸 국제광고제 황금사자상을 받고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화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인리히 단장은 원자 단위의 양자적 특성을 연구해 양자컴퓨팅의 정보 기본단위인 큐비트의 원자 수준 제어를 목표로 연구할 예정이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있는 슈퍼컴퓨터로도 1000년이 걸리는 계산을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해 4분 만에 답을 낼 수 있는 미래형 컴퓨터로 구글은 물론 MS 등에서도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 인력과 자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두철 IBS 원장은 “이번에 새로 만든 신규 연구단은 사회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기초과학을 연구하게 될 것이며 연구단을 이끄는 과학자들도 독창적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최고 수준의 학자들”이라며 “한국의 기초과학이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개척하고 전 지구적 이슈에 대응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2개의 연구단이 신설되면서 IBS는 총 28개의 연구단을 갖추게 됐고 이 중 외국인 연구단장은 10명(한국계 4명 포함)으로 늘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암흑물질 연구’ 개척 여성천문학자, 우주로 돌아가다

    ‘암흑물질 연구’ 개척 여성천문학자, 우주로 돌아가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는 천문학과 깊은 관련이 있는 날처럼 보인다. 1642년 12월 25일에는 아이작 뉴턴이 태어났고,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천문학계의 또 다른 영웅 베라 루빈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88세.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은 현대 우주론의 한 분야인 암흑물질 연구에 선구적인 업적을 남긴 과학자로, 그의 업적은 30년대 이후 주목받지 못하던 암흑물질 가설을 되살려 이론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천문학 발달사에 큰 분수령을 이루는 암흑물질에 대한 최초의 예측은 스위스 출신 물리학자인 프리츠 츠비키 칼텍 교수가 1933년에 '정체불명의 물질이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우주 안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주장이었다. 우주론 역사상 가장 기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주장은 간단히 무시되었고, 세월과 함께 묻혀진 채 망각되었다. 오래 잊혀졌던 암흑물질을 다시 무대 위로 올린 주인공이 바로 베라 루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도움으로 천문학의 매력에 빠진 루빈은 1948년 배서대학을 졸업한 후, 프린스턴대학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이 대학원은 천문학 과정의 여성 입학을 허용하지 않아 그는 다른 대학원들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코널 대학에서는 리처드 파인만, 한스 베테 같은 거물들에게 배웠다. 츠비키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1962년, 베라 루빈은 1950년대 애리조나에 있는 키트피크 천문대에서 은하 내 별들의 회전 속도를 측정하면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발견했다. 은하 중심부에 가까운 별들이나 멀리 떨어진 별들의 공전속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것은 케플러의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였다. 이 법칙에 따르면, 바깥쪽 별들의 속도가 당연히 한참 느린 것으로 나와야 한다. 태양 둘레를 도는 행성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초당 공전속도를 보면, 수성은 47km, 지구는 30km, 해왕성은 수성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5km다. 만약 해왕성이 수성의 속도로 공전한다면 애시당초 태양계를 탈출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은하는 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가? 이미 한 세대 전 츠비키가 예언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루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학계에서 묵살당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여자라는 성(性)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남녀차별은 천문학 동네의 뿌리 깊은 관습법이었다. 그러나 전세는 대역전되었다. 암흑물질 이론의 근거가 될 만한 관측 증거들이 잇달아 발견됨에 따라 현재는 암흑물질이 우리 우주의 운명을 결정할 거라는 데 반기를 드는 학자들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 것은 중력렌즈 현상의 발견이었다.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져 진행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되었고,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의 일식 관측으로 증명되었다. 질량이 큰 천체는 주위의 시공간을 구부러지게 해서 빛의 경로를 휘게 함으로써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를 일컬어 중력렌즈 현상이라 한다. 이 중력렌즈를 통해 보면, 은하 뒤에 숨어 있는 별이나 은하의 상을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신 성과가 말해주는 암흑물질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우주 안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은하나 별 등의 물질은 단 4%에 불과하고, 나머지 96%는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이다. 그중 암흑물질이 23%이고, 암흑 에너지는 73%를 차지한다. 이것은 어찌 보면 허블의 팽창 우주에 버금갈 만한 우주의 놀라운 현황일지도 모른다. 성차별에 시달리긴 했지만 루빈은 츠비키와는 달리 보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뒤인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국가과학메달’을 받았으며, 이듬해인 1994년에는 암흑물질 연구에 관한 공로로 미국 천문학회가 주는 최고 상인 헨리 노리스 러셀(H-R그림표를 만든 천문학자) 상을 받았다. 그녀는 2000여 명의 과학자들이 모인 앞에서 수상 강연을 한 후, 엉뚱스럽게도 '은하수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TV드라마 주제가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 많은 과학자들도 그녀의 노래에 맞춰 합창을 했다는 사실이다. 천문학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리라.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을 크게 바꾸어놓은 베라 루빈.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우주로 돌아가 평화로이 영면하기를 기원한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놀라운 발견 중력파… 뜨거운 인기 포켓몬고

    놀라운 발견 중력파… 뜨거운 인기 포켓몬고

    올 한 해 과학계도 다사다난하기 그지없다. 새해 벽두부터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가 검출되면서 전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이어 바둑천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벌인 대결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올해 과학계를 뜨겁게 달군 ‘2016년 과학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① 국제 연구진 중력파 발견 미국과 한국, 독일 등 13개국 1000여명의 연구자로 구성된 ‘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 연구단은 올 1월 중력파 탐지 결과를 발표했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의 정체를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봤고, 중력장에 따른 파동인 중력파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9월 지구에서 13억 광년 거리에서 태양 질량의 29배, 36배인 블랙홀 2개가 합쳐지면서 만들어낸 중력파를 관측했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꼬박 100년 후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② 이세돌 vs ‘딥러닝’ 알파고 3월 초 서울에선 세기의 대결이 있었다. 이세돌 9단과 구글 AI 알파고의 대국이다. 알파고는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로 바둑을 익혔다. 알파고가 4대1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이 대국은 ‘인공지능 발전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③ 사상 최악의 폭염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올해는 연초부터 매달 관측 이래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여름 미국 48개주에선 평균 기온이 32도가 넘는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고, 동남아시아는 44.6도를 넘는 기록적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우리나라도 7~8월 전국이 폭염과 열대야로 들끓었다. ④ 파리기후변화 협약 협정 발효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197개국이 참여해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21세기 말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0)’를 목표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난 11월 초에 발효됐다. ⑤ 4대강 사업지역 녹조 발생 올여름 무더위가 빨리 시작되면서 4대 강 사업 지역인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 유역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주로 여름철에 발생하는 녹조가 봄과 가을에도 나타나면서 오염이 특히 심각한 4급수에서나 사는 실지렁이나 큰빗이끼벌레 등이 출현하기도 했다. 낙동강, 한강 등 식수원 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⑥ 포켓몬고…VR·AR 주목 지난 7월 나온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는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를 강타했다. 출시 5개월이 지난 12월 초 포켓몬고를 하는 이들이 걸은 거리는 지구 20만 바퀴에 달한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⑦ 한국인 유전체 지도 완성 지난 10월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와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 11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팀이 가장 정밀한 한국인 맞춤형 표준 유전체(게놈) 지도를 처음 만들었다. 한국인의 유전질환이나 각종 질병에 대한 연구와 신약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⑧ 혈액기반 치매조기진단 기술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혈액 몇 방울만으로도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받았다. 현재는 인지기능검사, 뇌영상 검사 등으로 진단을 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⑨ 외계행성 ‘프록시마b’ 발견 지난 8월 영국 퀸메리대 길렘 앙글라다, 에스쿠데 교수팀은 지구에서 4.2광년(약 40조㎞) 떨어진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변을 11.2일 간격으로 공전하는 외계행성 ‘프록시마 b’를 발견했다. 질량과 구성 성분이 지구 환경과 가장 유사한 행성으로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⑩ KIST 설립 50주년 KIST는 선진 기술을 빨리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도입해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선도형 과학혁신 체계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한양도성(신희권 지음, 북촌 펴냄) 도성 전문가인 고고학자가 백악산, 낙산, 흥인지문, 남산, 숭례문, 인왕산 등 6개 구간으로 나눠 성곽길 곳곳에 담겨 있는 한양도성의 가치를 풀어냈다. 352쪽. 2만 3000원. 파크애비뉴의 영장류(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 사회평론 펴냄) 뉴욕의 0.1% 최상류층이 모여 사는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 사람들의 세계를 인류학 전공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생태계 관찰기. 372쪽. 1만 4000원.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폴 핼펀 지음, 김성훈 옮김, 플루토 펴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에르빈 슈뢰딩거, 두 물리학자의 지적 분투와 여성 편력 등 삶을 담아냈다. 500쪽. 2만 2000원. 유전자 사회(이타야 야나이·마틴 럴처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인간 사회와 비슷한 협동과 희생, 반전의 배신과 경쟁이 난무하는 유전자들의 비밀을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344쪽. 1만 5000원. 그가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류위즈·바이잉위 지음, 시그마북스 펴냄) 외과의사인 저자들이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활용해 역사 속 중요한 사망 사건을 분석하며 죽음의 비밀을 파헤쳤다. 304쪽. 1만 5000원. 냉소 사회(김민하 지음, 현암사 펴냄)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냉소주의의 여러 사례를 통해 무한경쟁 체제와 끝없이 열등감을 강요받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전한다. 320쪽. 1만 5000원.
  • 네이처가 뽑은 2016년을 빛낸 과학자… 하사비스 외 누구?

    네이처가 뽑은 2016년을 빛낸 과학자… 하사비스 외 누구?

     중력파 발견, 세기의 대결로 주목받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지카바이러스,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호의 백화현상, 세 부모 아이, 국제학술지의 접근 제한성에 대항한 해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19일 올 한해를 뒤흔든 과학계 10대 인물을 선정해 발표했다.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사람은 가브리엘라 곤잘레즈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물리학과 교수다. 지난해에 이어 올 초 중력파를 관측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 관측소(LIGO) 연구단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곤잘레즈 교수는 지난 2월 중력파 검출 공식 발표 당시 “이번 검출 성공에 따라 중력파 천문학은 천체 연구에 있어서 실제적 연구분야가 됐다”고 선언하는 등 중력파 연구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두 번째로는 올해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성사시킨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가 꼽혔다. 바둑에서 인공지능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고 4대 1로 승리함으로써 AI 발전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역이면서 세계자연문화유산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해수온도 상승으로 인해 백화현상이 발생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산호소멸이 나타나고 있음을 밝힌 테리 휴즈 호주 제임스쿡대학 교수도 올해의 과학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해 남미지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된 지카바이러스에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소두증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병리학자 셀리나 투르키 브라질 오스왈도크루즈 재단 박사도 선정됐다.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엄마가 둘, 아빠가 한 명인 ‘세 부모 아이’를 탄생시킨 주역인 존 장 미국 뉴욕 뉴호프산부인과 박사도 이름을 올렸다. 장 박사팀은 중추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의 난자에서 세포핵을 추출한 다음 핵을 제거한 다른 여성의 건강한 난자에 주입해 만든 난자를 환자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켜 아이를 낳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슈퍼온실가스로 불리는 수소불화탄소(HFC) 금지를 골자로 한 국제협약 기반을 마련한 거스 벨더스 네덜란드 국립공중보건환경연구소 박사, 폐쇄적인 논문열람시스템을 갖고 있는 대형 저널에 대항해 약 5800만건의 학술논문을 자유롭게 보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사이허브(Sci-Hub) 설립자인 28살의 카자흐스탄 출신 대학원생 겸 해커인 알렉산드라 엘바카얀도 올해의 10대 과학계 인사로 꼽혔다. 또 유전자 교정기술의 일대 혁신이라고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 케빈 에스벨트 미국 MIT 교수,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형 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발견한 길렘 앙글라다-에스쿠데 영국 퀸메리대 교수, 성적 소수자인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과학자의 과학계에서 소외문제를 제기한 미국 핵물리학자인 엘레나 롱 박사도 이름을 올렸다.  리처드 모나스터스키 네이처 뉴스부문 에디터는 “올해 선정된 10명의 과학자는 천문학에서 생물학, 과학계 내 소수자 인권 옹호자까지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들은 과학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중요한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인슈타인은 ‘신’을 믿었을까? 전보로 답했다

    아인슈타인은 ‘신’을 믿었을까? 전보로 답했다

    '스피노자의 신' 상대성이론을 만들어 세계를 보는 인류의 시각을 극적으로 바꿔놓은 20세기 최고의 과학 천재 앨버트 아인슈타인. 이 최고의 과학자가 과연 신이란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은 사람들의 커다란 관심사였다. 과연 아인슈타인은 신을 믿을까? 만약 신을 믿는다면 그 신은 어떤 신일까? 이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아인슈타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돌직구를 날린 사람이 나타났다. 질문은 전보문으로 날아들었다. 1929년 미국 뉴욕의 유대교 랍비인 골드슈타인이 아인슈타인에게 전신으로 보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50단어로 답해 주십시오. 회신료는 선불되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독일어 25단어로 된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냈다.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법칙적 조화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은 믿지만, 인류의 운명과 행동에 관여하는 신은 믿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위의 전보문 내용을 어느 편지에서 더욱 자세하게 부연 설명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신관이다. "두 종류의 신이 있다. 우리는 굉장히 과학적이어야 하고, 정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만약 신이 우리와 함께 하는 인격적 신이라면, 그리고 바닷물을 가르고 기적을 보이는 신이라면, 나는 그러한 신은 믿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에 자전거를 사달라는 ​기도를 들어주시는 신, 이런저런 소원을 들어주시는 신이라면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질서와 조화, 아름다음과 단순함 그리고 고상함의 신을 믿는다. 나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 왜냐하면 이 우주는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스피노자는 우주는 신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피노자란 어떤 사람인가? 아인슈타인과 같이 유대인인 바뤼흐 스피노자는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로 범신론자이다. 범신론이란 '자연의 밖에 존재하는 인격적인 초월자를 인정하지 않고, 우주,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이며, 신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고 있는 그 자체다'라는 관점이다. 세계 내의 '모든 것이 하나'라고 믿는 스피노자는 "우주는 신이다"라는 말까지 했다. 스피노자의 철학에 따르면 우리는 대상으로서의 초월적 신이 아니라, 바로 '신' 안에 살고 있는 셈이다. '유신론자' 아인슈타인​ 이같은 스피노자의 철학은 유대교에서 이단으로 찍혀 추방되었고, 인격적인 초월신을 부정하는 그의 '우주교'는 기독교로부터 일종의 무신론이라고 비난받았으며, 이 같은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는 아인슈타인에게는 무신론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신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견해를 들으면 그러한 비판에도 나름 근거가 있는 듯이 보인다. 아인슈타인은 또 어느 편짓글에서 인간이 믿는 신에 대해 "내게 신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표현과 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성서'에 대해서는 "훌륭하지만 상당히 유치하고 원시적인 전설들의 집대성이며, 아무리 치밀한 해석을 덧붙이더라도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나아가, "유대교는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가장 유치한 미신들이 현실화된 것에 불과하며, 유대인은 결코 선택된 민족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아인슈타인이 확고한 무신론자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신의 개념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어쨌든 아인슈타인에게도 종교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가 믿는다고 말한 신은 스피노자의 신이며, 스피노자의 신은 '우주'이다. 따라서 삼단논법로 보자면 아인슈타인의 신은 '우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우주와 신의 본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우주가 이해 가능하고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은 경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조화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신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우주는 유한하나 끝은 없다' 참고로,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우주의 모습은 '유한하나 경계가 없는 우주'였다. 그는 무한한 우주가 불가능한 이유로, 중력이 무한대가 되고, 모든 방향에서 쏟아져들어오는 빛의 양도 무한대가 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공간의 한 위치에 떠 있는 유한한 우주는 별과 에너지가 우주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아무런 것도 없기 때문에 역시 불가능하며, 오로지 유한하면서 경계가 없는 우주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이 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그래서 우주 전체로 볼 때 우주는 그 자체로 완전히 휘어져 들어오는 닫힌 시스템이다. 따라서 유한하지만, 경계나 끝도 없고, 가장자리나 중심도 따로 없는 우주다. 이것이 바로 깊은 사유 끝에 아인슈타인이 도달한 우주의 모습이었다. 독일 물리학자 막스 보른은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우주의 개념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세계의 본질에 대한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의 하나"라고 평했다. 이 같은 우주가 아인슈타인에게는 그의 말마따나 '신'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종교인이 자신의 신앙 대상에 대해 갖는 경외감보다 더 깊은 경외감을 우주에 대해 갖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그 신을 알기 위해 도정에 자신의 평생을 오롯이 바쳤다. 죽기 직전까지 그는 종이 위에서 우주의 본질을 꿰뚫는 대통일장 이론 방정식을 이리저리 매만졌다.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그의 열망은 다음 말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나는 신의 생각을 알고 싶다. 나머지는 세부적인 것에 불과하다." 아인슈타인은 무신론자가 아니었다. 그의 신은 우주였고, 종교는 '우주교'였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아하!우주] ‘베들레헴의 별’은 별이 아니었다!

    [아하!우주] ‘베들레헴의 별’은 별이 아니었다!

    예수가 팔레스타인의 유다 땅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을 때, 동방박사 세 사람이 별을 따라와 예수를 경배했다는 내용이 성서에 나온다. 이 별이 과연 어떤 별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과학자와 신학자들이 골머리를 앓아왔지만 뚜렷한 정설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크리스마스 별'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별은 사실 별이 아니라는 주장이 천문학적 연구를 통해 제기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에 따르면 역사적, 천문학적, 성서적 자료나 기록들을 종합적으로 검토·연구한 결과, 기원전 6년에 일어난 이 천문현상은 사실 태양과 목성, 달, 토성이 양자리에 위치해 만들어진 희귀한 행성들의 정렬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천문학에서 별이라 할 때는 태양과 같은 항성, 곧 붙박이별을 가리키며, 떠돌이별인 행성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지구는 별이 아니다. 미국 노트데임대학 천문학부의 이론천체물리학자인 그랜트 매튜 교수는 '베들레헴의 별'에 대해 10년 이상 연구해왔다. 매튜 교수는 "크리스마스 별에 대한 많은 천문학자들과 신학자, 역사가들이 여러 해 동안 숙고해왔지만, 언제 어디서 그 별이 나타났는지, 어떻게 보였는지 알지 못했다"면서 "수십억 개의 별들 중 어떤 별이 그 옛날 그렇게 빛날 수 있었을까. ​현대 천문학이 역사적인 그 천문현상을 밝힐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예수 탄생일 밤 베들레헴에 나타난 천문현상은 태양과 목성, 달, 토성이 양자리에 정렬하고, 금성은 물고기자리, 수성과 화성은 반대편인 황소자리에 있었던 일종의 희귀한 행성 정렬이다. 기원전 6년에 이 같은 행성 정렬이 일어났을 때, 양자리는 춘분점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고대 바빌론과 메소포타미아의 조로아스터교 사제인 세 명의 동방박사들은 이 같은 천문현상을 유다 땅에 새로운 왕의 탄생을 알리는 징조로 받아들였다. 매튜의 해석에 따르면, 목성과 달은 특별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왕의 탄생을 상징하며, 토성은 생명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리고 양자리가 춘분점에 위치하는 것은 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는 "동방박사들은 이 같은 천문현상을 동쪽에서 보고는 유다 땅에 새 왕의 탄생을 알리는 징조로 보고 별을 따라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성들의 정렬은 아주 드문 천문현상으로 1만 6000년 후에나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춘분점이 양자리에 위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50만년 안에는 '크리스마스 별'과 같은 천문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밝히는 매튜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책으로 내기 위해 집필하고 있는 중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콘돔·GMO는 미국의 음모”…사이비과학에 무너져가는 ‘노벨상 대국’ 러시아

    “콘돔·GMO는 미국의 음모”…사이비과학에 무너져가는 ‘노벨상 대국’ 러시아

    최근 러시아에서 전통적 반미감정과 사이비과학이 결합해 “유전자변형식품(GMO)은 러시아인의 불임률을 높여 인구를 줄이려는 미국의 음모다”, “파충류가 미국 등 세계 주요 정부를 접수해 지구를 파멸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심지어 정부 정책에까지 반영된다고 외교전문매체 포린 폴리시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월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과학원의 거듭된 반대에도 유전자변형식품(GMO) 생산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주요 근거에는 GMO가 불임 위험을 높여 러시아인 수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음모라는 주장도 있었다. 러시아에서 매년 에이즈 환자 증가율이 10~15%에 달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에이즈 예방 수단인 콘돔 사용에는 소극적이다. 콘돔이 러시아 인구를 줄이려는 미국의 수단이라는 음모론이 퍼져 있어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관변 학자들이 “에이즈의 유일한 예방법은 이성 간 성관계”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과학 분야에서만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 대국이다. 그럼에도 민족주의와 반서방주의 등에 기댄 사이비 과학자들이 정통 과학 연구 성과를 대놓고 부정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이비 과학에 연구자금을 몰아주고 정치적 권력까지 부여하고 있어 이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속 과학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리나 예르마코바는 TV 방송 등에 출연해 GMO가 미국의 인종학살용 생물무기라는 음모 이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과학 자문관인 핵물리학자 미하일 코발추크는 세계 정부를 장악한 글로벌 엘리트가 미국의 감독 하에 인간과 유전적으로 다른 하위 인종을 개발해 노예로 쓰려 한다는 보고서를 러시아 상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푸틴의 비서실장에 깜짝 발탁된 안톤 바이노는 2012년 학술논문을 통해 우주를 탐색해 사회 및 경제 동향을 예측할 수 있는 ‘누스코프’를 발명했다고 주장해 비웃음을 샀다. 생화학자 아나톨레 클리오소프는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가 아닌 러시아 북부에서 기원했다며 자신의 학문을 “애국 과학”이라고 밝혔다. 이반 안드리예프스키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 공격에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사건과 관련, 크렘린 궁을 돕기 위해 국영 TV에 출연해 해당 여객기가 러시아 측이 아닌 우크라이나 공군기에 격추됐다는 증거라며 조작된 인공위성 사진을 제시해 비난을 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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