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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세 말랄라 최연소 노벨상

    파키스탄 여성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 아동인권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가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만 17세인 유사프자이는 평화상은 물론 전 분야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유사프자이 이전 최연소 수상자는 1915년 25세의 나이로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인 로런스 브래그였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맞서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해 투쟁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유사프자이에 대해 “수년 동안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싸워 왔으며 어린이와 청소년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설명했다. 사티아르티에 대해서는 “마하트마 간디의 전통대로 평화적으로 투쟁하며 아동 노동 착취에 맞서 싸웠다”고 밝혔다. 유사프자이는 여성 교육을 탄압하는 탈레반에 맞서 온 10대 인권운동가다. 영국 BBC 방송 홈페이지에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녀들의 삶에 대해 글을 올려 주목받았다. 2012년 10월 9일 통학버스에서 탈레반 대원이 쏜 총에 두개골을 맞아 중태에 빠졌으나 영국에서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난 이후 교육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사티아르티는 1980년대부터 아동노동 저항운동을 벌였다. 그가 설립한 인도 아동구조재단 ‘바치판 바차오 안돌란’(Bachpan Bachao Andolan·아이들을 구하자)은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 8만여명을 구조했다. 부모의 빚을 대신해 팔려 가는 어린이를 구조하는 데도 힘썼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노벨상 과학분야’ 일본 올해도 3명… 한국은 또 빈손 왜?

    ‘노벨상 과학분야’ 일본 올해도 3명… 한국은 또 빈손 왜?

    114주년을 맞은 올해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 발표가 8일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은 올해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학술정보 제공 업체인 톰슨 로이터가 지난달 올해 노벨상 유력 수상자 리스트에 찰스 리 서울대 초빙석좌교수(생리의학), 유룡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화학상)을 올려놓으면서 어느 때보다 과학계의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에 실망도 크다. 특히 이웃 일본이 3명의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19(일본) 대 0(한국)’이라는 조롱까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노벨 과학상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과거의 업적으로 수상을 기다리기보다는 획기적인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전략기획실장은 9일 “톰슨 로이터의 리스트는 뛰어난 업적을 낸 학자들을 통계적으로 찾아내는 것이고, 실제 수상자는 노벨위원회의 가치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둘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두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을 수준의 연구 업적을 쌓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톰슨 로이터는 지난 5월 한국에서 행사를 개최하면서 향후 노벨상 수상이 가능한 16명의 한국 과학자 리스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웃 일본의 수상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연구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1980년대 학계에서 ‘불가능’으로 여겨지면서 다들 포기했던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연구를 그 후로도 10년 이상 계속해 결국 성공했다. 물리학계의 한 교수는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한국 연구 풍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노벨상 수상 업적이 대부분 1990년대 초반 이전에 이뤄진 만큼 현재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성재영 중앙대 화학과 교수는 “노벨상은 기본적으로 젊은 시절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획기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대학가에서는 젊은 교수들이 연구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젊은 교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상이 과거 ‘원천’ 위주에서 최근 ‘응용연구’ 비중을 높여 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차 실장은 “응용 분야에서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 온 만큼 이 분야 과학자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재단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노벨위원회가 대상자를 물색하고 심사하는데, 한국 과학자들은 비교적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라며 과학외교를 언급한 바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노벨물리학상에 ‘청색 LED 발명’ 아카사키 등 일본인 3명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고효율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조명기술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온 아카사키 이사무(85) 메이조대(名城大) 종신교수 등 일본 출신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 올해 물리학상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새 광원인 청색 LED를 발명한 아카사키 교수와 나고야 대학의 아마노 히로시(54) 교수, 미국 국적인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샌타바버라) 나카무라 슈지(60) 교수 등 3명에게 수여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연구 업적에 대해 이들의 청색 LED 개발로 백색광도 가능해졌다며 “LED 램프의 등장으로 기존 광원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더 효율적인 대안을 갖게 됐다. 이들이 조명기술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세 과학자가 1990년대 초 일본에서 반도체를 이용해 밝은 청색광을 만든 것은 관련 학계와 조명 산업계가 수십년 동안 풀지 못한 과제를 해결한 쾌거로 꼽힌다. LED를 이용해 효율성 높은 백색광을 만들려면 적색과 녹색, 청색 LED가 필요하지만 1950∼1960년대 개발된 적색, 녹색 LED와 달리 청색 LED를 개발하려는 전 세계의 연구는 1990년대 초까지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나 아카사키 교수 등 3명은 질화갈륨(GaN)을 재료로 만든 반도체를 여러층 쌓는 방식으로 수천번의 실험을 거듭한 끝에 1992년 처음으로 밝고 푸른 빛을 내는 LED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계와 산업계가 이처럼 청색 LED 개발에 매달린 것은 적·녹·청 LED가 만들어내는 백색 LED가 기존 백열등이나 형광등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월등히 높고 사용 기간이 길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백색 LED가 내는 단위 전력당 빛은 백열전구보다 18배 이상, 형광등보다 4배 이상 밝다. 또 LED 조명은 사용 기간이 최대 10만 시간으로 1000 시간에 불과한 백열등이나 1만 시간인 형광등보다 월등히 길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의 발명은 혁명적이었다”며 “전구가 20세기를 밝혀줬다면 21세기는 LED 램프가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또 “LED 램프가 전기 사용이 어려운 전 세계 15억 인구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청색 LED는 발명된 지 20년밖에 안됐지만 아주 새로운 방식의 백색광 생산에 기여, 우리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카사키 교수는 수상자 선정 발표 후 “연구를 시작할 때 (청색 LED 개발은) ‘20세기 중에는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연구를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조금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여기까지 온 것은 함께 일한 그때그때의 동료가 버팀목이 돼 주었기 때문”이라며 공을 동료 연구자들에게 돌렸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물리학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10명으로 늘었다고 노벨위원회는 전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6일과 7일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이 발표된 데 이어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노벨상 상금 800만 크로네(약 110만달러)를 3분의 1씩 나눠 받게 된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벨 물리학상에 日 아카사키 이사무 등 3명 공동 수상

    노벨 물리학상에 日 아카사키 이사무 등 3명 공동 수상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기름램프, 백열등, 형광등에 이은 ‘제4의 빛’으로 불리는 발광다이오드(LED) 상용화를 이끈 일본인 과학자 3인방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업적은 노트북, 컴퓨터, TV, 스마트폰, 신호등, 자동차 헤드라이트 등에 활용되며 전 세계의 조명을 바꿔 가고 있다. 스웨덴 왕립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7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아카사키 이사무(85)·아마노 히로시(54) 일본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60) 미국 UC샌타바버라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들이 ‘청색 LED’를 개발함으로써 인류는 완벽히 새로운 빛을 갖게 됐다”면서 “가장 효율적이기도 해 에너지 시장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일본 태생의 미국 국적인 나카무라 교수까지 포함하면 올해까지 일본인(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19명이다. 문학상과 평화상을 포함하면 22명에 이른다. LED는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다. 빨간색 LED와 녹색 LED는 1960년대에 이미 개발됐지만 청색 LED는 효율성이 낮아 상용화되지 못했다. 임현식 동국대 반도체과학과 교수는 “빛의 3원색인 빨간색, 녹색, 청색이 모두 있어야 흰색 조명을 만들 수 있고 1600만 종류에 이르는 색상의 빛을 낼 수 있다”면서 “이들이 효율이 높은 청색 LED를 만들어 내면서 LED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제지간인 아카사키 교수와 아마노 교수는 1980년대 후반 갈륨질소화합물(GaN)로부터 청색 빛을 얻을 수 없다는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인 ‘P형 도핑의 딜레마’를 풀어냈다. 당시 니치아공업에서 일하고 있던 나카무라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청색 LED를 만들어 냈다. 나카무라 교수는 2010년부터 서울반도체의 기술고문으로 매년 한두 차례 한국을 찾고 있다. LED는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효율과 다양한 색으로 인류의 빛을 바꿔 놓았다. 같은 전력으로 백열등을 1000시간, 형광등을 1만 시간 밝힐 수 있으면 LED는 10만 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백열등이나 형광등과 달리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LED로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빛의 양은 형광등 70개, 일반 전등 16개를 함께 켜 놓은 것과 같은 밝기다. 전문가들은 21세기 중으로 전 세계의 모든 조명이 LED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노벨물리학상 일본인 3명은 시대 앞서간 LED 연구자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카사키 이사무(赤崎勇, 85) 메이조대(名城大) 종신교수,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60)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샌타바버라) 교수, 아마노 히로시(天野浩, 54) 나고야대(名古屋大) 교수 등 3명은 발광다이오드(LED) 중에서도 20세기 안에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여겨진 ‘청색 LED’를 개발해 일찌감치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카사키 교수는 1986년, 푸른 빛을 내는 데 필요한 고품질의 질화갈륨을 결정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이어받아 나카무라 교수는 1993년 자체 개발한 장치를 통해 극도로 밝은 청색 LED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해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아카사키와 아마노 교수가 청색 LED의 ‘개발자’라면 나카무라 교수는 ‘상품화’에 성공한 인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LED의 실용화 가능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단(短)파장의 푸른색을 내는 기술은 저장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블루레이디스크 개발로도 연결됐다. 가고시마(鹿兒島)현 출신인 아카사키 교수는 교토(京都)대학을 졸업한 뒤 마쓰시타(松下) 전기 연구소 연구원, 나고야대 교수를 거쳐 나고야 메이조대 종신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시절인 1973년, 질화갈륨을 이용한 청색 LED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한 그는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이 ‘20세기 안에는 어렵다’는 통설 속에 연구를 접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열매를 거뒀다. 아카사키 교수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이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온화하고 배려가 세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고 교도통신이 소개했다. 타 연구원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편지지에 빽빽하게 쓴 답례글을 보내 선물을 보낸 사람이 황송해할 정도라고 통신은 전했다. 80대의 고령에도 메이조대와 나고야대 연구실을 자주 방문해 학생들의 논문을 읽고, 연구 관련 상담에 응하는 열정의 소유자다. 시즈오카(靜岡)현 출신인 아마노 교수는 나고야대 공학부 시절 아카사키 교수의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를 했다. 나고야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2002년∼2010년 메이조대 교수로 일한 뒤 2010년부터 나고야대에 재직하고 있다. 에히메(愛媛)현 출신인 나카무라 교수는 도쿠시마(德島)대학 대학원에서 반도체 연구를 한 뒤 도쿠시마현내 화학기업 근무 등 경력을 거쳐 2000년부터 UC샌타바버라에서 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인 ‘니치아(日亞) 화학공업’에서 이번 수상을 안긴 핵심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입지전적이다. 도쿠시마대에서 석사학위를 딴 나카무라 교수는 1979년 니치아화학공업에 입사한 뒤 반도체 개발에 참여했지만, 한계에 봉착하자 회장과 담판해 1년간 미국 유학에 나선 것이 노벨상의 출발점이었다. 유학에서 돌아온 그에게 니치아도 2억 엔(약 20억원) 대의 고가 장비를 구입해 주며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보장했다. 2000년 더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 나카무라 교수는 현재 LED의 발광 효율을 높이는 연구와 함께 소형 프로젝터 개발의 열쇠가 될 ‘녹색 반도체 레이저’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카사키 교수와 나카무라 교수는 1998년 세계 전자공학계의 뛰어난 연구자에게 주는 ‘잭 A·모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2002년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 메달’도 받았다. 아마노 교수는 1998년 일본 응용물리학회상, 2002년 일본에서 특별한 성과를 낸 공학자에게 주는 다케다(武田)상을 각각 수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벨상 결과, 존 오키프·모저 부부 공동수상…상금 얼마?

    노벨상 결과, 존 오키프·모저 부부 공동수상…상금 얼마?

    노벨상 결과가 발표됐다. 2014 노벨상 생리의학상은 미국 태생의 영국인 신경과학자 존 오키프와 노르웨이 국적의 부부 과학자 마이 브리트 모저·에드바르 모저가 공동으로 받게 됐다. 당초 노벨 생리의학상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한국계 캐나다인 찰스 리(45) 서울대 석좌초빙교수의 수상은 아쉽게도 좌절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상 위원회는 6일(한국시간) 이 같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세 명의 학자가 두뇌 위치정보 처리 시스템을 구성하는 세포를 발견하는 데 공을 세웠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연구가 오랫동안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난제인 ‘뇌가 어떻게 주변 공간의 지도를 만들고 어떻게 복잡한 환경에서 길을 찾아낼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이들이 밝혀낸 뇌 위치정보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식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괴롭히는 ‘공간 기억 상실’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에게는 800만 크로네(약 13억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노벨상 위원회의 공적 평가에 따라 존 오키프가 상금의 절반을 받고, 나머지 반을 모저 부부가 받게 된다. 노벨상은 6일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잇달아 발표된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GPS·내비’ 역할 뇌세포 발견에 노벨상

    ‘GPS·내비’ 역할 뇌세포 발견에 노벨상

    114주년을 맞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광은 사람의 뇌에서 장소와 경로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GPS와 내비게이션 세포를 찾아낸 미국과 노르웨이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6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 출신의 존 오키프(75) 영국 런던칼리지 센스버리웰컴센터 신경회로 및 행동분야 소장과 노르웨이의 부부 과학자인 마이브리트 모세르(51)·에드바르드 모세르(52)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오키프 소장은 ‘장소 세포’를, 모세르 부부는 ‘격자 세포’를 발견해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원리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세르 부부는 마리·피에르 퀴리(1903년 물리학상)와 프레데리크·이렌 졸리오 퀴리(1935년 화학상) 등에 이어 노벨상 역사상 다섯 번째 부부 공동 수상자가 됐다. 오키프 소장은 1971년 사람의 뇌 신경계의 ‘해마’에 있는 ‘장소 세포’를 발견해 과학저널 ‘브레인 리서치’에 발표했다. 이 세포는 사람이 이동할 때마다 활성화돼 위치를 기억한다. 김진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사람이 넓은 운동장의 가운데에 서 있는지 구석에 서 있는지에 따라 장소 세포가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뇌 속의 GPS인 셈이다. 모세르 부부는 2005년 쥐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일종인 ‘격자 세포’를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다. 격자 세포는 동물의 움직임에 따라 서로 반응해 출발점에서 얼마나 멀리 지났는지, 어느 시점에 어느 쪽으로 방향을 바꿨는지 등을 기록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특히 모세르 부부는 격자 세포의 활동은 주변의 모든 빛을 차단해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어두운 공간에서도 동물이 장소를 찾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과학자들은 사람에게도 이 같은 격자 세포가 있는지 알기 위해 애써 왔고, 지난해 미국 드렉셀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 공동연구진이 사람의 격자 세포를 발견했다. 이들의 성과는 특정 장소와 연관된 나쁜 기억이나 충격적 사건을 지우는 등의 방식으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또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신경 질환에서 생기는 ‘공간 기억 상실’ 현상을 해결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노벨위원회는 오키프 소장이 수상 업적의 절반을 기여하고 모세르 부부가 나머지 절반을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전체 8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1억 8000만원)의 상금을 나누어 지급했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교황·무퀘게·스노든…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

    교황·무퀘게·스노든…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

    교황궁 대신 게스트 하우스를, 벤츠 대신 중형차 포커스를, 프라다 대신 낡은 싸구려 구두를 애용하는 남자. 동성애자에겐 “내가 뭔데 당신을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어루만지면서도 마피아에겐 단호히 “파문”을 선언한 남자. 세월호와 분단의 아픔까지도 함께했던 남자. 진정성 어린 행보로 즉위 1년 반 만에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프란치스코(위·77) 교황이 올해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에 올랐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노벨평화상위원회는 오는 10일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콩고의 드니 무퀘게(아래·56) 박사, 반기문(70) 유엔 사무총장,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1)을 포함해 개인 231명과 단체 47곳을 올해의 후보로 공개했다. 온라인 베팅업체 윌리엄힐과 패디파워는 이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을 수상 1순위로 점쳤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특히 빈곤 퇴치와 경제 불평등 해소 등에 앞장선 공로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베팅업체들이 2순위로 꼽는 후보는 무퀘게다. 의사인 그는 1999년부터 콩고 동부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내전 중 성폭행을 당한 수많은 피해 여성들을 치료해 왔다. 2008년 ‘올해의 아프리카인’, 2013년 미국 트레인재단의 ‘용기 있는 시민상’ 등을 수상했다. 정부기관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스노든도 눈여겨볼 후보다.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 옹호에 힘썼다는 여론이 적잖다. 파키스탄에서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다 탈레반의 총에 머리를 저격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10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도 지난해에 이어 이름을 올렸다. 단체 가운데 러시아 반정부 성향 언론 ‘노바야가제타’도 주목할 만한 후보로 꼽힌다. 한편 올해 노벨상은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된다. 문학상은 관례에 따라 일정이 미리 공개되지 않았지만 9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썩는 걱정은 이제 끝…마법같은 ‘無부식 페인트’ 개발

    썩는 걱정은 이제 끝…마법같은 ‘無부식 페인트’ 개발

    어떤 제품이든 녹이 슬거나 부식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꿈의 페인트’가 곧 등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과학전문매체 네이처 월드 뉴스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을 이용, 어떤 제품이든 부식되지 않도록 하는 마법 같은 페인트를 개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2차원 상에서 벌집모양의 배열을 이루면서 원자 한1개의 두께를 가지는 전도성 물질로, 쉽게 말해 흑연에서 가장 얇게 한 겹을 떼어낸 것이라 보면 된다. 그래핀은 0.2nm에 불과한 미세두께에도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도성이 높고 강철보다 200배 이상 내구력이 강하며 다이아몬드의 2배에 달하는 열전도성을 가져 ‘꿈의 나노물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그래핀을 최초로 흑연에서 분리해낸 공로로 지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앙드레 가임 교수가 이끄는 맨체스터 대학 연구진은 최근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래핀과 산소를 결합해 여기에서 추출되는 산화물질로 부식을 막는 첨단 코팅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진은 그래핀에 산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페인트로 구리 금속, 유리 표면을 코팅한 후 부식을 가속화하는 강한 산성 물질에 투입하는 실험을 수행했고, 결과적으로 코팅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그래핀이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표면에 생성되는 수백만 개의 나노 크기 입자가 물, 증기, 가스, 액체를 비롯한 강한 산성 화학 물질의 투과를 막는 산화 방지막을 제품에 형성시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 그래핀 페인트는 대부분의 금속, 플라스틱에 코팅이 가능하며 의료, 전자, 원자력, 조선 등 제품 부식에 민감한 산업분야에 모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돼지고기로 코피 치료… 올해의 ‘이그노벨상’

    코피를 흘리는 어린이의 콧구멍에 돼지고기 조각을 넣으면 코피를 멎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연구진 등 괴짜 학자들이 올해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수상자로 선정됐다. 24회를 맞은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IR)가 매년 노벨상 발표에 앞서 재미있고 기발한 과학 연구를 내놓은 연구진에게 주는 상이다. 의학상을 받은 미국 디트로이트 의료센터 연구진은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코피를 쏟는 어린이의 코에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조각을 넣은 결과 출혈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어린이는 출혈이 멈추지 않는 혈소판무력증을 앓는 환자였다”면서 “돼지고기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리학상은 ‘바나나 껍질의 마찰계수’라는 논문을 통해 바나나 껍질을 밟았을 때의 위험성을 풀어낸 일본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연구에 참여한 기요시 마부치는 “바나나 껍질의 마찰계수는 사람을 넘어뜨릴 만큼 충분히 낮다”고 밝혔다. 체코·독일·잠비아 공동 연구진은 개들이 지구의 남북 방향 자기장선에 일직선으로 몸을 맞춰 배변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로 동물상을 받았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무엇이든 썩지 않게 하는 ‘꿈의 페인트’ 나온다

    무엇이든 썩지 않게 하는 ‘꿈의 페인트’ 나온다

    어떤 제품이든 녹이 슬거나 부식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꿈의 페인트’가 곧 등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과학전문매체 네이처 월드 뉴스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을 이용, 어떤 제품이든 부식되지 않도록 하는 마법 같은 페인트를 개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2차원 상에서 벌집모양의 배열을 이루면서 원자 한1개의 두께를 가지는 전도성 물질로, 쉽게 말해 흑연에서 가장 얇게 한 겹을 떼어낸 것이라 보면 된다. 그래핀은 0.2nm에 불과한 미세두께에도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도성이 높고 강철보다 200배 이상 내구력이 강하며 다이아몬드의 2배에 달하는 열전도성을 가져 ‘꿈의 나노물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그래핀을 최초로 흑연에서 분리해낸 공로로 지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앙드레 가임 교수가 이끄는 맨체스터 대학 연구진은 최근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래핀과 산소를 결합해 여기에서 추출되는 산화물질로 부식을 막는 첨단 코팅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진은 그래핀에 산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페인트로 구리 금속, 유리 표면을 코팅한 후 부식을 가속화하는 강한 산성 물질에 투입하는 실험을 수행했고, 결과적으로 코팅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그래핀이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표면에 생성되는 수백만 개의 나노 크기 입자가 물, 증기, 가스, 액체를 비롯한 강한 산성 화학 물질의 투과를 막는 산화 방지막을 제품에 형성시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 그래핀 페인트는 대부분의 금속, 플라스틱에 코팅이 가능하며 의료, 전자, 원자력, 조선 등 제품 부식에 민감한 산업분야에 모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1일 게재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웃는 히틀러와 근엄한 아인슈타인…역사에 색을 입히다

    웃는 히틀러와 근엄한 아인슈타인…역사에 색을 입히다

    항상 검은색, 흰색만이 존재하는 흑백사진으로만 지켜봐왔던 역사 속 유명 인물들을 컬러로 생생히 복원해낸 이미지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미국 흑백사진 컬러복원 전문 아티스트 다나 켈러(27)가 색을 입힌 역사 속 인물들의 모습들을 9일(현지시각) 소개했다. 1921년. 빛의 입자를 기초로 광전효과에 관한 탁월한 해석을 해낸 연구결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던 당해의 패기만만한 천재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모습에 컬러가 입혀지자 거의 100년 전의 흰색 머리와 살짝 지어진 미소 그리고 갈색 양복이 뚜렷하게 되살아난다. 컬러는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에도 또 다른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로 추정되는 독일 나치 총통 아돌프 히틀러의 환한 웃음이 담긴 사진은 흑백에 색이 입혀지면서 기존 독재자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기존 히틀러의 사진들은 찡그리거나 심각한 표정으로 연설에 집중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기에 이런 미소가 담긴 사진은 극히 드물다. 설명에 따르면, 당시 히틀러는 독일군의 영토가 새롭게 확장됐다는 보고를 받는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흑백 스크린을 넘어 천연색으로 재현된 세기의 연인 오드리 햅번의 모습은 소탈한 모습도 이색적이다. 아침식사를 준비 중인 이 벨기에 출신 은막의 스타의 모습은 영화배우 보다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최초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공로로 1903년, 1911년 2차례에 걸쳐 노벨 물리학상·노벨 화학상을 받은 현대 핵물리학의 어머니 마리 퀴리의 컬러 모습도 인상적이다. 미국 보스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켈러는 흑백사진의 컬러화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색을 입힘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검은색과 흰색만 존재하는 흑백사진 속 세상은 분명 존재했던 과거임에도 어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너무 먼 것처럼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컬러를 주입함으로써 과거의 세계를 현실로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켈러는 주로 역사적 사진의 컬러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다른 평범한 일상사진들의 컬러화 작업 역시 함께 수행 중이다. 사진=다나 켈러 공식 홈페이지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경관, 공간에 남은 삶의 흔적(정기호 지음, 집 펴냄) 조경학자인 저자가 독일 유학시절이던 1986년 지도교수였던 하노버 대학 건축학과의 란트체텔 교수와 함께 답사했던 이야기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전통 마을을 란트체텔 교수가 찍은 사진들을 곁들여 보여준다. 저자는 고민 끝에 우리 도시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마포대로와 가든호텔 인근 청암동에서 답사를 시작해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남산에 올라가 지형 지세를 설명한다. 경복궁, 창덕궁과 같은 궁궐과 종묘를 답사하며 유교 이념이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보여주고, 조선의 대표적인 계획도시인 수원화성, 차경의 교과서인 안압지, 인공과 자연의 교직이 만들어낸 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석굴암 등으로 답사는 이어진다. 1986년은 아시안게임이 임박하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며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목표로 활기차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당시의 모습과 현재의 우리 모습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를 더한다. 236쪽. 1만 4000원.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강신주 지음, 동녘 펴냄) 직설적 화법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철학자 강신주가 무문 스님이 정리한 화두집 ‘무문관’(無門關)에 나오는 48개의 화두를 놓고 나름의 해석을 붙였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을 두고 바람이 움직이네, 깃발이 움직이네 다투는 제자들에게 “움직이는 것은 마음뿐”이라고 가르친 육조 혜능의 고사 등 곱씹을수록 의미가 다가오는 흥미로운 화두들을 소개한 뒤 그 안에 담긴 불교의 핵심 사상을 동서양 철학을 종횡하며 설명한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화두에 대해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려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 같은 것”이라며 독자들에게 “계단이나 사다리에 의존해 절벽에 매달려 있을 것인지, 그 계단과 사다리를 걷어차고 스스로 설 것인지” 고민하라고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법보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다듬어서 엮었다. 480쪽. 1만 9500원. 그리스 신화의 변천사(김봉철 지음, 도서출판 길 펴냄) 서양 정신문화의 기원이자 근원인 그리스신화는 원래의 그 모습이 아니라 장시간 시대별 축적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서양사학자인 저자는 그리스 신화의 시대별 변천과정을 시대와 신화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폴리스 성립 이후 그리스의 역사를 상고기, 고전기, 헬레니즘 시대로 구분하고 그리스 신화의 주요자료를 시기별로 구분한 뒤 각 시기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그리스 최고의 신 제우스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 곡물경작을 주관하는 대표적인 농경신 데메테르의 신화가 어떻게 전승됐는지를 살핀다. 신들의 출생, 양육, 결혼과 자녀, 출현과 모습, 주요 신성, 호칭과 수식어, 특별행적을 꼼꼼히 분석했다. 762쪽. 4만 5000원.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자연의 섭리를 알고자 했던 위대한 과학자들은 인간의 삶과 철학, 종교를 파고들었고 신과 절대적 존재까지 끝없는 사유를 펼쳤다.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최고로 손꼽히는 과학자 13명을 만나 그들의 전공에 따라 아름다움, 세계의 시작과 끝, 이타심, 인간 유전체, 역사의 우연과 필연, 과학과 종교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이유다. 저자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이자 자연철학자인 스티븐 와인버그,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독일 최고의 신경생물학자 한나 모니어,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까지 시대와 분야를 불문한 대화의 장을 펼친다. 추상적 개념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대신 색다른 관점과 삶에 관한 통찰을 건네면서 우리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328쪽. 1만 7000원.
  • 강수진 감독, 獨 주정부 공로훈장

    강수진 감독, 獨 주정부 공로훈장

    강수진(47)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다음 달 3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가 수여하는 ‘바덴뷔르템베르크 공로훈장’을 받는다고 국립발레단이 7일 밝혔다. 강 예술감독은 ‘캄머탠저린’(궁정무용가·독일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주는 칭호)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수훈자로 선정됐다고 주정부는 설명했다. 1974년에 제정된 이 훈장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정부 수상이 수여하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그림동화 작가 에릭 칼(2010),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볼프강 케털리(2002),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1999) 등이 있다. 강 예술감독은 루드비히스부르크 궁에서 열리는 수여식 참석을 위해 4월 말에 출국할 예정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씨줄날줄] 미세먼지와 뇌기능/정기홍 논설위원

    세계 3대 폭포인 나이아가라 폭포수에는 건강에 좋은 음이온 성분이 포함돼 있다. 폭포수가 바닥에 부딪힐 때 발생한 음이온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고 한다. 폭포가의 엷은 물안개의 운치도 천하제일의 경치로 유명세를 탄다. 음이온 원리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독일 필립 레너드 박사가 규명했다고 해서 ‘레너드 효과’로 불린다. 이런 예는 우리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호숫가나 강가의 물안개가 절경인 곳은 전국 도처에 있다. 자연의 선물인 셈이다. 이런 사례가 무색할 만큼 요즘 한반도의 하늘이 온통 미세먼지로 자욱해진 상태다. 먼지가 풀풀 나는 공사장들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이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총총걸음을 걷는 도시의 풍경이 낯설지 않다. 얼핏 마스크를 쓴 동남아 국가들의 오토바이 행렬을 보는 듯하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규정한 1급 발암물질. 초미세먼지는 이보다 더 작아 폐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등 치명적 질병을 일으킨다. 입자가 작아 코와 목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가래를 뱉어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심각성을 그동안 깨닫지 못했다. 한 방송 매체가 최근 서울의 미세먼지를 조사한 결과는 다소 의외로 와 닿는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31~80㎍/㎥)이었을 때, 자동차 안의 농도는 ‘매우 나쁜’ 수준인 256.3㎍/㎥를 보였고, 엘리베이터 안은 232.2㎍/㎥이었다. 도로에 둘러싸인 한강둔치에서는 205㎍/㎥를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생활 속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였다. 고등어 한 마리를 구울 때 발생한 일산화탄소 등의 미세먼지(1000㎍/㎥)는 황사가 심한 날의 4배로 기록됐다. 농도가 162㎍/㎥일 때 한 시간을 산책하면 담배 한 개비 연기를 1시간 반 동안 맡는 셈이라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쥐를 통한 실험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미세먼지 농도가 10㎍/㎥인 상황에서 10년을 거주하면 뇌의 인지기능이 2년 빨리 퇴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기준으로 10년을 살면 오염 스모그로 악명이 높은 영국의 런던보다 5년 더 빨리 뇌가 퇴화한다고 한다. 한반도의 하늘을 뿌옇게 오염시킨 범인이 중국인 줄만 알았는데 우리의 일상 행위에서 수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사투를 벌여야 할 엄중한 상황이다. 정부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과 위험도 등을 조사, 연구해 시급히 알려야만 한다. 정부나 국민이나 그동안 미세먼지에 대한 대처가 너무 안일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노벨상 수상자 27명 푸틴 反동성애법 항의 서한

    역대 노벨상 수상자 27명이 러시아가 지난해 채택한 반(反)동성애법의 폐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인디펜던트가 14일 전했다. 서한에는 200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존 쿠체,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에릭 코넬,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영국인 해럴드 크로토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서명했다. 수상자들은 “국제 학술계 유력 인사들이 러시아 정부의 반동성애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정치인, 예술가, 체육인 등에게 연대를 표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다”며 “러시아의 새 법률에 반대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힘들게 쟁취한 인도주의적, 정치적, 민주적 원칙들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6월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선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했다. 이를 어기면 최소 4000루블(약 13만원)에서 최대 100만 루블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2013년 달군 말말말] “비정상의 정상화” “안녕들 하십니까” “안중근은 범죄자” “귀태”

    [2013년 달군 말말말] “비정상의 정상화” “안녕들 하십니까” “안중근은 범죄자” “귀태”

    ■ 국내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박근혜 대통령, 3월 19일 7대 종단지도자 면담에서 북핵 해결의 당위성 언급하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박 대통령, 5월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단 만찬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새 정부의 개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박 대통령, 6월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거위 깃털을 고통 없이 뽑는 것처럼 창의적 방법으로 개선안 내놓은 것이다.”(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8월 9일 정부 세제 개편안이 봉급생활자에게 ‘세금 폭탄’이 될 것이란 비판에 대해 해명하면서) “저항세력에 굽히지 않는 것이 불통이라면 임기 내내 불통 소리 들을 것이다. 원칙대로 하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12월 19일 박 대통령 당선 1년 평가 브리핑) “귀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고 해서…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사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 7월 11일 현안 브리핑) “하루에 수십 건의 각종 보고서와 정보지가 난무했는데 그중에서 지라시 형태로 대화록 중의 일부라는 문건이 들어왔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11월 13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검찰 조사받고 나오면서) “낙하산이라 부채가 없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낙하산 논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11월 14일 공공기관장 초청 조찬간담회) “안녕들 하십니까.” (주현우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 12월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에서 철도파업과 밀양 송전탑 등 사회 이슈를 거론하며)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 (김윤상 전 대검 감찰1과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으로 사임한 뒤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 하려거든 내가 사표 쓰면 하라’는 답을 들었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 10월 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며 오만불손하게 행동했다.”(북한 장성택 처형 판결문, 12월 13일 장성택 처형 이유로 ‘건성건성’ 박수 지적 “야 이 도둑놈들아, 국정원 조작이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9월 5일 수원구치소에 입감되면서) “사천대왕 듣기 싫었다.”(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4월 이임사에서) 부처종합 ■ 국제 “나는 반역자도 영웅도 아니다. 나는 미국인이다.”(미국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 미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도·감청 의혹을 폭로한 뒤 6월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3월 즉위 이후 자신의 연설과 글을 모은 ‘사제로서의 훈계’라는 문서에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경고하며) “호랑이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꺼번에 척결해야 한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1월 22일 공산당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하며) “수천 권의 책을 읽고 지식으로 스스로 힘을 키우겠다. 펜과 책은 테러리즘을 물리칠 무기”(파키스탄 10대 여성 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9월 2일 영국 버밍엄에 문을 연 유럽 최대 공공 도서관 ‘버밍엄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서)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부디 그렇게 불러 달라.”(아베 신조 일본 총리, 9월 25일 미국 뉴욕 방문 중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은 그동안 안중근에 대해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혀 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11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힉스 입자 못 찾았다면 물리학 더 재밌었을 텐데.”(영국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11월 12일 런던과학박물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힉스 입자’를 예견한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명예교수와 프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대해 농담을 섞어 언급하며) “지난밤 제네바에서 이뤄진 것은 역사적 합의가 아닌 역사적 실수였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전날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의 핵협상 합의를 비난하면서) “다행히도 엄마를 닮았다. 나보다 숱이 많다.”(영국 윌리엄 왕세손, 7월 25일 첫 아들 조지 왕자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아이를 안고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 문을 나서며 아이가 누구를 닮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세상을 바꿔 놓았고 기록에 남는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우리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퇴임 전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9월 27일 주주, 고객,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아이들은 독일 히틀러 정권 시절 독일에 살던 유대인 가족과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 있다. 온 세상이 적들로 둘러싸여 있다.”(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 11월 7일 이탈리아 언론인이 저술한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세금 횡령 유죄 판결이 사법부의 박해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세계 56개국 중계… 화려한 참석자 면면에 서구 사교계 ‘최고 행사’

    세계 56개국 중계… 화려한 참석자 면면에 서구 사교계 ‘최고 행사’

    세계 최대의 가구기업 이케아, 통신장비의 명가 에릭손, 비행기 엔진에서 시작해 자동차 업계에 큰 획을 그은 볼보와 사브. 인구 900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은 인구 대비 글로벌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성냥, 지퍼, 몽키스패너, 종이 위에 필름을 덮은 우유팩도 스웨덴이 자랑하는 발명품이다. 잉그리드 버그먼과 그레타 가르보 같은 세계적인 배우, 팝의 전설인 아바 역시 스웨덴 출신이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에게 ‘스웨덴 최고의 브랜드’를 물어보면 대부분 ‘노벨상’을 첫손에 꼽는다. 노벨 시상식과 만찬에 초대받았다고 하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초청자들에게는 아낌없는 편의가 제공된다. 특히 노벨재단의 주최로 열리는 노벨 만찬은 호화로움과 참석자들의 면면 덕분에 스웨덴은 물론 서구 사교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행사다. 많은 언론이 노벨 만찬의 메뉴를 놓고 예상기사를 내보내고, 노벨 만찬을 주관한 요리사는 평생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준만큼 재단의 콧대도 높다. 주최측인 노벨재단 관계자들과 수상자들을 제외하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초청을 받고도 만찬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저녁 한끼에 1인당 2500크로나(약 40만원) 수준. 참석자들의 드레스코드는 남성은 연미복과 보우타이, 여성은 이브닝 드레스다. 만찬장 앞은 수많은 관람객들로 마치 영화제를 연상케 한다.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시상식과 노벨 만찬은 스웨덴 국영 SVT와 로이터통신 주관 아래 전세계 56개국에 생중계됐다. 오후 7시.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 부부를 시작으로 스웨덴 왕족들과 올해 노벨상 수상자 부부들이 파이프오르간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의 메인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만찬이 열렸다. 1901년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된 첫 노벨 만찬 참석자는 113명. 올해 노벨 만찬에 초청된 사람이 1250명이라는 점만 봐도 노벨상의 명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만찬이 열리는 블루홀은 실제로는 붉은색 벽돌로 덮여 있다. 설계를 담당한 건축가 라그나 오스트베리가 당초 푸른색으로 구상했지만, 붉은 벽돌색에 반해 생각을 고쳐먹고 이름만 남겨뒀기 때문이다. 행사 참석자들의 가이드와 연사 소개는 스웨덴 대학생들이 맡았다. 스웨덴 외교부의 마들렌 브로넨은 “학생들이 꿈과 목표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주기 위한 오래된 전통”이라며 “평범한 학생들 중에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은 국왕 부처와 수상자들이 앉는 메인 테이블을 비롯해 모두 62개의 테이블로 꾸며졌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참석하다 보니 요리사 43명, 서빙을 담당하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 270명이 동원됐다. 이날 행사에 사용된 접시는 7000여개, 잔은 5000여개, 식기는 1만벌에 이른다. 노벨 만찬은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스웨덴 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전 세계에 자랑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노벨재단 관계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마다 각 나라가 자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애쓰지만, 스웨덴 입장에서는 매년 기회가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만찬 행사는 3명의 소프라노로 구성된 오페라 그룹 ‘디바인’이 주도했다. 디바인은 19세기 실존했던 스웨덴의 전설적인 소프라노 제니 린드(1820~1887)를 기리는 창작뮤지컬 ‘나이팅게일’을 3막에 걸쳐 공연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만찬 메뉴는 세 가지 코스로 구성된다. ‘최고’를 지향하는 노벨 만찬은 원래 두 개의 전식과 두 개의 메인요리, 디저트 등 다섯 가지 코스로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참석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줄어 이제는 전식, 메인, 디저트 등 세 가지로 진행된다. 올해 전식은 ‘당근으로 장식한 꾀꼬리버섯과 송로버섯 모자이크’, 메인요리는 ‘노르웨이산 랍스터와 가자미, 크림치즈와 시금치로 장식한 랍스터, 아몬드와 감자 퓨레’, 디저트는 ‘노벨 얼굴을 그린 초콜릿과 산자나무’ 등이 준비됐다. 와인은 프랑스산 샴페인 및 레드와인, 이탈리아산 디저트와인이 제공됐다. 만찬이 끝나자 수상자들의 소감 발표가 이어졌다. 노벨 시상식은 수상만 한 뒤 만찬이 끝난 뒤에 소감을 말하는 특징이 있다. 물리학상은 피터 힉스 교수, 화학상은 마이클 레빗 교수, 생리의학상은 랜디 셰크먼 교수, 경제학상은 유진 파마 교수가 각각 공동수상자들을 대표해 단상에 올랐다. 힉스 교수가 조용히 감사의 말만 전한 데 반해 레빗 교수는 유창한 스웨덴어로 감사인사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가 소감 발표를 위해 스웨덴어를 한 것은 이 나이에도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셰크먼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과학연구 지원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3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된 만찬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전체가 금박으로 장식된 시청사 2층의 ‘골든 홀’로 자리를 옮겨 무도회를 밤늦게까지 이어갔다. 수상자들을 비롯해 백발이 성성한 참석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신문, 113년 전통의 노벨상 시상식에 가다

    서울신문, 113년 전통의 노벨상 시상식에 가다

    ‘지옥의 상인’으로 불린 알프레드 노벨은 1895년 11월 27일 유언장을 완성했다. 유언장에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면서 얻은 달갑지 않은 오명을 인류에 대한 공헌으로 극복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쳐 상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하지만 정작 노벨이 그해 12월 10일 협심증으로 숨지자 스웨덴 국왕과 언론은 “스웨덴의 재산을 나눠 주는 것은 비애국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당시 노벨의 유산은 3122만 5000크로나(2010년 기준 가치 2억 5000만 달러·약 2630억원)에 이르렀다. 우여곡절 끝에 노벨의 5주기인 1901년 12월 10일 스웨덴 왕립 음악 아카데미에서 첫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엑스선을 발견한 뢴트겐(물리학상), 적십자의 아버지 앙리 뒤낭(평화상)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113년째인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노벨재단은 시상식과 만찬에 전 세계 언론사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매년 12곳만을 초청한다.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평화상 시상식에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상 당시 공식 대표단이 참석한 바 있지만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시상식과 만찬을 포함한 메인 행사 전체에 국내 언론이 초청받은 것은 113년 노벨상 역사상 서울신문이 처음이다. 오후 4시 30분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행진곡 D장조(K.249)를 연주하는 가운데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단상에 차례대로 올랐다. 참석한 수상자는 모두 11명. 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 단편작가 앨리스 먼로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딸인 제니 먼로가 대신 수상했다. 시상식에는 스웨덴 국왕 부처와 왕족, 왕립 아카데미 회원들, 각국 대사 등 국내외 귀빈 1570명이 참석했다. 칼 헨드릭 헬딘 노벨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기아와 빈곤, 질병, 지구온난화 등 수많은 과제들이 인류 앞에 산적해 있지만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는 동시에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아무런 목적이 없어 보이는 기초과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고 강조했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1993년 평화상 수상)에 대한 추모사도 잊지 않았다. 시상식은 분야별 노벨위원장들이 스웨덴어 또는 영어로 올해 수상자에 대한 헌사를 한 뒤 노벨 메달과 증서를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이 수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상 순서는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경제학 순으로 나중에 추가된 경제학상을 제외하면 노벨이 유언장에 남긴 순서를 그대로 따른다. 라스 블링크 물리학 위원장은 ‘세상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크다’는 동화작가 토펠리우스의 150년 전 문구를 인용하며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의 짧은 논문은 갈 길을 잃었던 물리학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며 인류가 우주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선물했다”고 추어올렸다. 행사 내내 수상자들에 대한 존경과 축하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시상식장은 스웨덴의 사계를 형상화한 플로리스트 헬렌 마그누손의 꽃 작품으로 장식됐다. 노벨이 말년을 보낸 이탈리아 산레모시가 매년 보내오는 장미꽃 1만 7000여 송이의 향기가 가득했다.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오늘의 눈] 노벨상은 ‘과거’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노벨상은 ‘과거’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피터 힉스 영국 에든버러대 명예교수는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진행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연설에서 “내 이론이 입증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증명되기 위해서는 우주 탄생 직후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은 늘어났고, 슈퍼컴퓨터와 가속기가 개발되자 130억년 전 우주를 볼 수 있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등장했다. 힉스가 논문을 쓴 지 50여년 만인 올해 노벨상을 받은 것은 황당한 아이디어를 이어서 발전시켜준 후배들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카메라에 널리 쓰이는 고체촬상소자(CCD)를 발명한 윌러드 보일은 200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연설에서 “내 발명품이 나를 가장 감동시킨 순간은 CCD를 장착한 화성 탐사선이 찍은 화성 표면을 봤을 때”라고 밝혔다. 보일이 CCD를 발명한 것은 45년 전이니 자신의 연구가 화성 탐사에 사용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2000년 물리학상 수상자 잭 킬비가 집적회로(IC)를 발명한 것은 1958년이었고, 2007년 화학상을 받은 게르하르트 에르틀이 하드디스크의 원리인 ‘거대자기저항’을 발견한 것은 1980년대였다. 190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876명(두 차례 받은 사람을 제외하면 847명)의 노벨 수상자가 배출됐다. 노벨상은 백발의 노학자에게 ‘앞으로 잘하라’고 주는 상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상이다. 그가 한 일이 인류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했는지, 얼마나 많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였는지에 대한 보상이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당시 학계의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의 수상자가 최소한 20년에서 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수상하는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상 업적을 내고 10년 이내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DNA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과 로버트 크릭, 그래핀을 발견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앙드레 가임 정도에 불과하다. 노벨상을 염원하는 한국의 꿈은 최소한 향후 10년 내, 아니 20년 내에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특정 분야를 주도하는 한국인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도, 대학도 ‘노벨상’ 노래를 부르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벨상은 좀 더 잘 만들거나 개선하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텔레비전이고, 반도체는 아무리 고성능화해도 반도체다. 그건 산업경쟁력이지 노벨상의 과학은 아니다. ‘획기적인 전환점’은 정형화된 시스템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잘나가는 분야에서 연구를 잘하는 사람보다 괴짜나 황당한 학생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훨씬 높다. 물론 어려운 얘기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아무도 내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였다. 그래도 그들은 연구를 할 수 있었고 노벨상을 받았다. 스톡홀름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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