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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준법틀내 초강력 대처” 與 “의원 총동원 가결” 정면충돌

    野 “준법틀내 초강력 대처” 與 “의원 총동원 가결” 정면충돌

    검찰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30일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과의 전면전’을 외치며 ‘박 원내대표 사수를 위한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당력을 총결집하며 다음 달 2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박지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비해 표 단속에 나서는 등 여야가 정치적 배수진을 치는 모양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공작에 응하지 않겠다.”며 ‘박지원 사수’에 총력 대응할 뜻임을 거듭 확인했다. 이 대표는 “유신 때나 군사독재 때 권력에 붙어 기생하던 검찰이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할 것인가. 검찰의 정치 공작에 민주당도, 국민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공을 폈다. 민주당 지도부는 총궐기 태세다.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소속 의원들을 접촉하며 ‘집안 단속’에 나서는 한편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체포동의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통합진보당과 선진통일당 등 야당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개별 접촉하며 설득 작업을 벌였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체포동의안이 직권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 등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할 것이며 검찰이 기소하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환 불응 방침에 따라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를 신속히 소집하고 체포동의안 부결책은 원내 지도부에 일임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의총에서는 검찰 수사를 표적·물타기 수사라며 소환 불응 찬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김동철·황주홍 의원 등은 “당당하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직언했다. 의총에서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뒤 무죄 판결이 났던 한명숙 전 총리 등이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박 원내대표의 수첩을 통해 그의 고민도 노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수첩에 ‘⑴방탄국회, ⑵물리력 대응, ⑶출두해야’라고 자필로 메모했다가 가운데 줄을 그었다. 체포동의안 본회의 처리가 예상되는 2일이라고 쓴 날짜 옆에는 민주 128, 진보(통진당) 13, 선진 5로 야당을 모두 합친 의석수인 ‘146명’이라고 썼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또 본회의 전략인 듯 백지투표라는 문구와 의총결론이라는 단어 옆에는 자필로 엑스(X) 표시를 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당과 함께 내가 취할 태도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하겠다.”는 심경만 짧게 밝혔다.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대로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본회의 일정 및 의결정족수 점검에 착수했고, 민주당과 박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불체포 특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스스로 법질서를 부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방탄국회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일갈했다. 새누리당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되면 의총을 열기로 했다. 대선 후보로 현역 의원인 박근혜·김태호 의원도 본회의 표결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지난 27일부터 런던올림픽을 방문 중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선교 위원장 등 소속 의원 5명도 31일 귀국하도록 일정을 조율했다. 안동환·허백윤기자 ipsofacto@seoul.co.kr
  • ‘박지원 체포안’ 새달 2일 표결 유력… 여야 사활 건 수싸움

    ‘박지원 체포안’ 새달 2일 표결 유력… 여야 사활 건 수싸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해 검찰이 30일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여야가 이후 수순인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은 여러 차례 공언한 대로 다음 달 1~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인 반면 민주당은 어떻게든 체포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30일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31일쯤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체포동의안은 1일 개최될 본회의에 보고되고 이튿날인 2일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표결에 돌입할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가결시키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사실상 외길 수순이다. 다만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과반(151명)에서 2명 모자란 149명인 만큼 가결 여부를 속단할 상황은 아니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여야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때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나오는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가 재연될 경우 민심의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9일 “일부가 기권표를 던질 것에 대비해 표 단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표결 때 퇴장하거나 아예 본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통합진보당의 협조를 얻어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를 채우지 못하도록 해 ‘표결 불성립’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표결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이 경우 새누리당이 선진통일당,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 등과 함께 독자적으로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출장 자제령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당으로서는 표결 자체를 저지하는 방안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우선 지난 5월 개정된 국회법에 담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1(100명) 이상이 요구하면 발동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128명)을 감안하면 무리수가 아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체포동의안 처리를 완전히 무산시키는 수단은 아니다.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되고, 그 다음 회기에는 무조건 표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체포동의안 처리 시한인 다음 달 4일 8월 임시국회 소집과 동시에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표결이나 본회의를 물리력을 동원해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당론 채택’이라는 전제를 넘어야 하고 ‘비판 여론’이라는 후폭풍도 감내해야 한다. 민주당이 1일 본회의를 생략하고 2일 본회의만 열자고 요구할 수도 있다.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 처리해야 하는 데다, 2일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점을 감안하면 표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새누리당이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 본회의 개최를 추가로 열자고 역으로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감안할 때 반드시 가결돼야 한다.”면서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차단할 목적의 8월 방탄국회 개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전형적인 표적 수사이자 야당 탄압으로, 무리하게 상정하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 공중부양·최루탄·망치 땐 의원직 박탈?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의원에 대해 의원직을 박탈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새누리당 국회 폭력 처벌 강화 태스크포스(TF)는 최루탄 투척과 ‘공중부양’, 쇠망치와 전기톱 등으로 상징되는 18대 국회에서의 폭력 행위가 19대에서는 더 이상 재연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 아래 국회 내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TF팀장인 권성동 의원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가벼운 벌금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로 국회 폭력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자행하는 폭력에 대해 의원직 박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헌법상 자율권이 보장돼 있고 수사기관 역시 고발이 없을 경우 삼권분립의 원칙을 존중해 국회 폭력에 관대한 편이다. 고발이 있어도 검찰이나 법원의 처벌 수위가 약해 벌금 2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에 그친다. 의원직도 유지된다. 권 의원은 “절차가 있는데도 마지막 법안 상정 단계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회 폭력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없애고 징역형만 둬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으로 처벌함으로써 의원직을 상실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단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 경과를 지켜보고 효과가 없을 때 처벌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국회 폭력 처벌 강화 TF는 오는 25일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국회 내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이석기·김재연 “독재정권서나 있을 정치살인”

    이석기·김재연 “독재정권서나 있을 정치살인”

    “독재정권의 사법부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적 살인행위다.” 통합진보당 서울시 당기위원회가 6일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하자 이·김 의원과 조윤숙(7번)·황선(15번) 비례대표 후보가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계엄하에 있는 군사재판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국가보안법으로 재판을 많이 받았는데 시국재판도 변론 기일을 연기하거나 방어권과 해명, 소명 기회를 준다.”면서 “진상조사특위의 조사 결과를 보고 진실이 밝혀지면 정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급하게 처리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항변했다. 김 의원 등도 국회 정론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 재판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향후 법적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4명은 당기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로 대응할 방침이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작은 흠도 크게 책임지는 것이 정치”라며 “시간을 끌기 위해 중앙당기위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지금이라도 국회의원직을 던진다면 당원으로 남아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길을 선택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의신청 기간은 오는 20일 밤 12시까지로,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면 중앙당기위가 재심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국회의원 신분인 이·김 의원을 제명하려면 이와는 별도로 정당법에 따라 의원단총회 찬반 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당원 자격이 정지되는 이·김 의원을 제외하면 제명에 반대할 구당권파 의원은 4명, 신당권파 의원은 5명이기 때문에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은 시민사회계의 김제남·정진후 의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통진당 관계자는 “최근 김선동 의원이 독단적으로 의원단 총회를 소집하는 등 무리수를 두자 김·정 의원도 구당권파에 대한 호의적인 입장을 거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통진당은 지난달 7일 중앙위 폭력사태를 유발한 당원 16명을 당기위에 제소하고 이 중 물리력을 행사한 13명에 대해 엄중한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이날 구당권파가 제기한 강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중앙위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기각해 구당권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오늘의 눈] 흡연단속 유감/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흡연단속 유감/이영준 사회부 기자

    마녀사냥 같았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강남대로변에서 이뤄진 흡연 단속의 모습이 그랬다. 구청 단속 요원들이 담배를 피우는 시민에게 몰려들었다. 카메라로 채증한 뒤 몰아세웠다. 물리력 행사는 아니었지만 정신적 집단 폭행이나 다름없었다. 3분 만에 경찰차가 달려왔다. 경찰의 신원조사가 이뤄졌다. 순식간에 범죄자 신분이 됐다. 행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는 더 궁지로 내몰았다. 흡연 과태료 5만원 딱지를 뗐다. 깡패들이 ‘삥 뜯는’ 것 같았다. 서울시가 흡연 없는 ‘청정구역’을 선언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 절대적인 흡연량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단속 이외 지역의 흡연만 부추기는 꼴이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출구 앞 금연거리 경계선에 마련된 작은 공간은 ‘흡연의 전당’이 돼 버렸다. 2일 아침 청소부가 혀를 찰 정도로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뒷골목에서는 보란 듯이 담배 연기를 내뿜는 시민들도 늘었다. 금연거리 단속은 “거기서만 안 피우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규제의 반작용이다. 강남대로변에서 담배 연기를 퇴출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단속에 걸린 흡연자들이 수긍하지 못하는 만큼 좀 더 세심한 설득과 홍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끽연행위를 범죄처럼 다그치는 광경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좀 더 사회적 동의 과정을 거치면 어땠을까 싶다. 흡연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듯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판매해 놓고 못 피우게 단속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게 옳은지 따져보자.”는 흡연자들의 항변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은 마땅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흡연은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흡연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캠페인도 한 방법이다. 대증요법은 정책의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 “일단 과태료 확인증을 받으시고 나중에 이의제기하면…”이라는 단속요원의 작은 목소리가 한창 귓가에 맴돌았다. 길거리 흡연이 단속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배려 차원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apple@seoul.co.kr
  • [통진당 압수수색 후폭풍] 檢 “하드 빼돌린 건 의도적 증거인멸 공권력 유린 철저하게 분석해 엄단”

    [통진당 압수수색 후폭풍] 檢 “하드 빼돌린 건 의도적 증거인멸 공권력 유린 철저하게 분석해 엄단”

    검찰은 통합진보당 온라인 투표 관리 업체인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엑스인터넷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상당 분량의 자료가 이미 통진당 측에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22일 “공권력 유린행위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 엄단하겠다.”고 밝혀 증거인멸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엑스인터넷정보는 지난주 통진당 측 요청으로 일부 서버의 하드디스크를 떼어 내 당에 넘겼다. 검찰은 “통진당 오모 실장이 ‘우리 당 관련 자료가 하나도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는 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상당 분량의 자료가 이미 삭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버 기록을 통해 ‘유령당원’의 존재 여부와 중복투표 의혹 등을 수사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진당의 의도적인 증거인멸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와 함께 물리력을 행사하며 영장 집행을 방해한 당료와 당원들에 대해서도 증거인멸이나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당 서버 관리인이 압수수색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당의 연락을 받고 협조를 거부한 점에 비춰 사실상 당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압수수색 방해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본류’는 경선 부정 사건이고, 증거인멸과 공무집행 방해 수사 등은 ‘지류’”라면서도 그대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증거인멸 및 공무집행 방해 부분을 맡았다. 중앙지검 공안1, 2부 전체가 통진당 수사에 ‘올인’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해 형사입건 여부 등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17년만에 진보가 꺼낸 정당폭력

    통합진보당 대표가 당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정당 역사상 최악의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정치시계를 17년 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정당 역사에서 집단 폭력이 등장한 것은 1995년 5월 민주당 경지도지사 후보 경선대회 이후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장경우·안동수 후보는 투표 과정에서 장 후보 측의 돈봉투 살포 여부를 놓고 날 선 대립을 이어갔다. 급기야 안 후보 측 지지자들은 경선 무효를 주장하며 대회 진행을 맡았던 이규택 의원을 단상에서 강제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폭언과 발길질 등 집단 폭력이 이어지면서 이 의원은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 배경에는 이종찬 고문 추대 문제를 놓고 감정 싸움을 벌이던 이기택 총재 측(장 후보 지지)과 동교동계(안 후보 지지)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94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신민당 전당대회에서는 각목이 등장하기도 했다. 각목을 든 청년들이 대거 난입해 전당대회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당시 김동길 의원이 주도하던 국민당과 박찬종 의원이 이끌던 신민당, 김종필 의원의 자민련이 합당하는 과정에서 새 총재를 누가 맡느냐를 놓고 치열한 자리 다툼을 벌인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번 통진당 사태가 빚어지기 전까지 17년 동안 주요 정당 행사에서 폭력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른바 ‘난닝구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 당시 러닝셔츠 차림의 남성이 난입해 ‘민주당 사수’를 외치며 몸싸움을 벌였고, 이 사건의 당사자는 지난해 12월 야권 통합을 위한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 또다시 나타나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인에 의해 이뤄진 개인 폭력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와 차이가 있다. 또 2007년 열린우리당이 전대를 열어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을 결의할 때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의 순간을 타협 대신 물리력으로 모면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와 대비된다.한편 이번 사태를 1987년 통일민주당의 창당대회를 방해하기 위해 폭력배를 동원했던 이른바 ‘용팔이 사건’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용팔이 사건은 권력과 연계된 정치 폭력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 당권·비당권파 갈라서나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 당권·비당권파 갈라서나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키면서 통합진보당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비례대표 경선 당선자 총사퇴 등 혁신결의안과 과도기 지도체제인 비상대책위원회 안건을 논의하려던 중앙위원회가 폭력 사태로 파행되면서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와 비당권파인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가 모두 지도부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후속 집행기구인 비대위 구성마저 최종 무산되면 통진당은 지도부 공백 상황에서 정파 간 내전이 격화될 수 밖에 없다. 비당권파는 13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중앙위를 속개했다. 물리력 행사가 불가능한 온라인을 통해 혁신결의안 및 비대위 인준을 정면돌파한다는 포석이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중앙위원회 개회 직전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전격 사퇴했다. 그는 “세상에 다시 없는 우리 당원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믿고 화합해 통진당을 다시 국민 앞에서 세워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장원섭 사무총장 중징계해야”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는 회의가 시작된 뒤 대표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유 공동대표는 “중앙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며 경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심 공동대표는 “중앙위를 마지막으로 공동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사퇴가 어느 시점부터 효력을 갖느냐다. 일단 12일 파행으로 끝난 중앙위를 비당권파는 ‘정회 상태’로 규정했다. 중앙위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비당권파 공동대표 3명의 직위는 아직 유지되고 있고, 특히 심상정 대표의 중앙위 의장직 역시 유효하다는 게 비당권파 측 주장이다. 비당권파인 천호선 대변인은 “중앙위가 무산되면 당은 대표단도 없고 과도기를 담당할 비대위도 무산돼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붕괴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소한 심 대표 주재 중앙위를 통해 비대위 구성 등의 안건을 처리해야 지도부 와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당권파는 지난 4~5일 전국운영위원회가 당권파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로 무산되자 ‘온라인 전자투표’를 통해 지도부 및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안을 의결한 방식을 재도입했다. 이날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비당권파측 중앙위원들이 혁신결의안 및 비대위 구성안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당권파는 심 공동대표의 중앙위 의장직 및 전자투표 의결 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장원섭 사무총장은 이날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를 ‘전직 대표’라 부르며 “대표직을 사임하여 평당원으로 돌아갔으며 당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점유할 지도집행권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중앙위 의장으로서의 지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위의 전자투표 의결에 대해서도 실효성과 정당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이상규(서울 관악을) 당선자도 “합의 정신을 파괴한 전자회의는 또 다른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결과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당권파는 장 총장에 대해 “당 대표 위에 군림하는 하극상 행위”로 규정했다. 유 공동대표는 “장 사무총장을 당헌 파괴 행위로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중징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권파 중심의 임시 지도부 모색 일명 ‘사무총장의 난’으로 불리는 장 총장의 등장은 당권파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지적이다. 당권파는 ‘정치적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는 국회의원 임기 개시일인 30일까지 당권을 거머쥔 채 버티기 전략을 펴고 있다. 중앙위를 무산시키고 자파 소속인 장 사무총장 체제로 임시 지도부를 구성해 30일까지 당권을 존속시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당권파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국회의원 신분을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다음달 지도부 선출을 통해 당권파인 김선동 당선자를 원내대표로 옹립해 당을 장악한다는 복안이다. 당권만 쥐고 있으면 당이 쪼개져도 지역 및 비례대표 당선자 6명으로 원내에서 독자적 세력 구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열린세상] 반성없는 정치권력, 그래서 아직은 5년 단임제다/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前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열린세상] 반성없는 정치권력, 그래서 아직은 5년 단임제다/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前 한국지방자치학회장

    대통령의 5년 단임제 임기 말이 가까워질수록 그동안 잠복해 있던 권력형 비리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파이시티로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수학용어인 파이(π)는 무한히 진행되어 나눠지는 수로, 지금까지도 계산이 끝나지 않은 수를 말한다. 이처럼 양재 파이시티는 영원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한국 최고의 건물로 남을 것이라는 의미로 작명되었다고 하는데, 작금에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발전을 거듭하기보다는 오히려 비리의 파이(π) 구조로 치달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권력과 비리, 대통령의 임기와 비리 구조의 표출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그동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항상 마지막이 불행한 과거로 점철되어 왔다.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은 헌법이 명시한 임기를 국민들의 눈높이를 외면한 채 자신들과 측근들에게 맞추다 한 분은 부정선거와 4·19혁명에 의해 강제로 하야되는 운명을 맞이하였고, 다른 한 분은 유신헌법으로 임기를 연장하였으며 민주주의를 한동안 후퇴시킨 부작용으로 인하여 10·26 궁정동 사건으로 갑작스러운 비운을 맞이하였다.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운명은 민주주의 부활의 신호탄으로 여겨졌으나 또 다른 물리력에 의해 헌법이 왜곡되는 현상을 경험하였으며, 이는 전두환 정권이 출범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두환 정권은 5년 단임제로 헌법을 개정하였고, 이후 5년마다 권력지형이 바뀌는 구조가 되었다.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출발한 전두환 대통령은 집권기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각종 비리로 인하여 수감되었고 깊은 산사에서 영어(囹圄)의 신세로 전락하였으며, 아직도 1760억여원의 불법자금을 미납하고 있다. 또한 노태우 대통령도 천문학적인 비자금 운영 등으로 임기 후 국민들의 지탄 대상이 되었으며, 전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수감생활을 하였다. 5년 뒤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도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는 아픔을 겪었다. 또 다른 5년 뒤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구속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말에도 별다른 권력형 비리가 표출되지 않았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향해 온 클린 대통령과도 깊은 연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당선된 이명박 정권이 등장한 지 2년여가 경과한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하향한 고향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최후를 맞이하였다. 기업 회장과 연루된 자녀들의 비자금 문제가 도화선이 되었다. 금년 12월은 또 다른 권력의 출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은 이미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이 대통령의 정치멘토라고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구속되었고, 왕차관이라 불린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구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모두가 파이시티란 후폭풍이고, 앞으로 이 폭풍이 어디까지 휘몰아칠지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권력형 비리의 표출, 요즈음 회자되고 있는 파이시티라는 권력형 비리도 전두환 대통령의 공로(?)가 아닐까? 만약 5년 단임제가 아니고 4년 중임제라면 모든 권력이 재임을 위해 총력 매진할 테니 비리가 드러나기는 더욱 어렵고, 재임기간이 길어질수록 권력비리의 폭과 깊이는 넓어지고 공고화됨으로써 비리가 표출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5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이 현상에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한동안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고,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의 헌법 개정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언젠가는 바뀌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여겨진다.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권력형 비리의 표출은 아직도 여전히 5년 단임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4년 중임제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5년마다 발생하는 권력형 비리구조의 모습이 사라질 때가 아닐까. 지금 이즈음 미래의 권력들은 대국민 선언을 해야만 되지 않을까. 진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미래의 권력을 위해 함께 뛰는 자들은 권력을 얻은 뒤에도 어떠한 공직에도 진출하지 않고 정치권력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 ‘총사퇴안 찬성’ 당권파 강기갑 쓴소리 “확인된 것만으로도 백배사죄해야”

    ‘총사퇴안 찬성’ 당권파 강기갑 쓴소리 “확인된 것만으로도 백배사죄해야”

    지난 5일 새벽 비례대표 부정 경선 조사결과에 대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가 진행되던 국회 의원회관 128호. 전 민주노동당 대표였던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정희 공동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 의원은 지난 6일 “통합진보당은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한때 경기동부연합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 자리에까지 올랐던 ‘당권파’ 강 의원은 그날 밤 운영위 전자회의에서 대표단 및 경선 비례대표 총사퇴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강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부 확인이 안 된 조사결과가 있는 등 보고서에 대한 비판은 나름대로 이유 있는 항변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확인된 사안만으로도 진보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환골탈태하는 결단을 내려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순위 경쟁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자 사퇴 주장과 관련, “국민의 눈높이에서 결정해야 한다. 하루빨리 대국민 고해성사를 하고 쇄신과 혁신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진상조사위 발표가 부실하다며 재검증을 요청한 당권파 이 공동대표에게 “잘 풀어야 한다.”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강 의원은 당권파가 회의 진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데 대해 “(부실 선거와 대치에) 큰 충격을 받았다. 소수 입장에서 물리력으로 저지해 봤던 사람으로서 곤혹스럽지만 당내에서 이런 사안을 두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건 좋지 않다. 괴롭고 참담하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분당(分黨)에는 절대 반대했다. 강 의원은 “이정희와 유시민, 통합할 때는 누구보다 의견이 잘 맞았던 분들 아니냐. 분당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당권’ 신경전이란 지적에는 “선거보다 사안 수습이 우선이다. 이래 가지고는 야권연대를 말하기도 어렵다.”고 답답해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통합진보 내분 격화] 기득권 앞에 민주주의도 헌신짝… 코너몰린 당권파 결국 버티기

    [통합진보 내분 격화] 기득권 앞에 민주주의도 헌신짝… 코너몰린 당권파 결국 버티기

    2000년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지 12년이 흘렀지만, 진보당은 여전히 과거의 폐쇄성을 벗지 못한 ‘늙은 운동권 조직’이었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으로 수세에 몰린 진보당 당권파는 지난 5일 전국운영위원회 속개를 막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했고, 이성적 논리보다는 고성을 동원한 시위로 스스로 정당민주주의를 부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6일에는 운영위가 ‘전자회의’를 통해 결정한 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 사퇴 권고안을 전면 거부했다. 당권을 지키기 위한 사활을 건 전쟁에 나선 것이다. 진보정당이 표방한 민주주의 실현 가치는 사라졌고 패권만이 남았다. 4·11 총선에서 청년몫 비례대표(3번)로 당선된 경기동부연합 소속 김재연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비례대표 선거는 부정·부실 선거 논란과 관계가 없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비례대표 2번)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사퇴 압박에 몰린 이정희 공동대표도 이날 측근들에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30일까지만 버티면 이들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할 당 차원의 수단이 사라진다. 1번 윤금순(구 민노당, 비주류) 당선자가 이미 사퇴의 뜻을 밝혔는데도 당권파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이유다. 진상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경기동부연합의 실력자로 알려진 이 당선자와, ‘제2의 이정희’로 점찍은 김 당선자의 원내 입성 실현이 이들의 진짜 의도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당권파가 이 공동대표를 사퇴시키더라도 이 당선자만은 남기려고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마찬가지다. 운영위는 차기 중앙위원회가 비대위를 구성하고, 비대위는 6월 말까지 새 지도부를 선출한 뒤 해산하도록 결정했지만, 당권파는 이 역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권파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저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당권파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이야말로 당에 해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당권파는 이에 대해 “당의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 것도 당 주류의 자리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현재 진보당 지분은 구 민주노동당(55):참여당(30):진보신당 탈당파(15)로 나뉘어져 있지만, 구 민노당계 내에 경기동부연합 지지세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비당권파 측 관계자는 “인천·울산연합 등이 이번 일을 거치며 당권파와 틀어졌다.”며 “인천·울산 연합이 비당권파와 뜻을 같이할 경우 당권파가 비대위를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의 ‘패권주의’는 고질적 문제로 여겨져 왔다. 자주계열인 이들은 2001년 당에 대거 입당, 지역구를 장악해 가며 빠르게 당 주류로 부상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대리투표 등 부정선거 논란은 당시에도 제기됐던 문제다. 구 민노당 출신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부정선거 정황은 있었지만 조직 논리로 덮고 지나간 적이 많았다.”며 “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당도 변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시위대 피해 화약 해상운반… 6시간 동안 6차례 발파작업

    시위대 피해 화약 해상운반… 6시간 동안 6차례 발파작업

    해군이 7일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서 발파작업에 나서자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재확산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시공업체는 오전 11시 20분쯤 해군기지 건설 부지 내 구럼비 바위 서쪽 200m 지점에서 첫 발파 작업을 했다. 이날 발파작업은 오후 5시 20분까지 6시간동안 모두 6차례 벌어졌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주민들과의 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구럼비 해안 발파작업 일시 정지를 요청했지만 해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파작업을 강행했다. 해군기지 시공업체는 이날 발파작업을 위해 15㎞가량 떨어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한 업체에 보관하고 있던 발파용 화약 800㎏을 반대 시위를 피해 해상을 통해 구럼비 해안으로 옮긴 뒤, 발파작업을 진행했다. 해군 관계자는 “구럼비 해안에서 시범 발파작업을 실시했고 조만간 방파제 기초 구조물인 케이슨 제작장을 만들기 위한 바닥 평탄화 작업을 하기 위해 구럼비 바위 발파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앞으로 기지 조성에 필요한 구럼비 바위 일부지역은 발파하고 해안 노출암 일부는 자연상태로 보전, 주변을 수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등은 구럼비 바위 전체 보존과 공사중단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전 3시 23분쯤 마을 회관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하나둘 제주 해군기지 공사현장 주변으로 집결하며 공사 저지 의지를 불태웠다. 수백명의 마을주민들과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경찰과 공사 차량 등의 공사현장 진입을 막기 위해 공사현장 입구 도로에 20여대의 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쇠사슬로 몸을 감는 등 ‘인간띠’를 형성하며 저항했다. 하지만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해 차량들을 치웠고 30여분만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강제 해산했다. 경찰은 강정항과 해군기지 건설 현장 주변에 제주에 파견한 경기지방청 소속 경력 510여명과 제주도 내 전·의경 560여명 등을 투입,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과의 대치과정에서 문정현 신부, 현애자 전 국회의원, 김영심 제주도의회 의원 등 19명이 연행됐다. ●구럼비 바위 화산 폭발로 바다로 흘러간 용암과 바다에서 솟아난 바위가 한 덩어리가 된 것으로 일반적인 바위들과 달리 넓고 평평한 모습을 갖고 있다. 해안을 따라 1.2㎞에 걸쳐 있으며 너비가 150m에 이른다. 구럼비라는 이름은 제주말로 구럼비 나무를 뜻하는 ‘구럼비낭’이 이 일대에 많아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공정위 조사 방해하면 형사처벌

    오는 5월부터 물리력을 행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활동을 방해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담합 등 불공정행위의 처분시효가 최장 12년까지 늘어난다. 공정위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행위의 처분시효를 행위 종료 시부터 7년으로 연장하고, 공정위가 뒤늦게 조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최장 12년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조사가 오래 걸리는 국제카르텔 등에 대한 적발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폭언이나 폭행, 현장진입 지연·저지 등 조사방해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이 강화됐다. 공정위는 또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사업자의 과징금 부과기준’을 고시하고, 대형 유통업체가 판촉사원 인건비를 납품 업체에 떠넘기거나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한 경우 상품권 강매나 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한 경우 등에는 원칙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과징금 액수도 대폭 상향 조정됐다. 지금까지는 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납품대금 또는 연간 임대료의 20~60% 범위에서 부과한다. 위반 기간이 1년 이상이면 산정된 과징금에서 10~50%가 가산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세상] 재판은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재판은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재판은 경찰과 교도관 또는 집행관을 통하여 실현되니 본질적으로 물리력의 발동이다. 따라서 민주적 정당성의 뒷받침을 받아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폭력이 된다.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르는 것은 정당한 재판이라고 인정받기 위한 기초적 요건일 뿐이다. 나아가 재판은 대중의 심정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 ‘양심에 따라’ 심판하라고 할 때의 양심은 주관적인 도덕관념이 아니고 일반인의 상식이다. 남의 양심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는가. 재판에서 이긴 자는 당연히 자신의 권리가 실현되었다고 생각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패소한 당사자는 불만을 터뜨리고 쉽게 ‘피해자’로 동조화한다. 물론 현명한 법관이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여 합당한 결과를 낸다는 신화가 재판의 제3자들인 일반 대중 사이에 존재한다면, 법원은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라면, 존경받아야 마땅한 법관에 대하여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라는 막말 뱉기나 폭력행사에까지 동정적인 여론이 압도하는 상황이 생긴다. 1988년 인질사건을 일으킨 탈옥수들이 남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시정의 속된 말로 뿌리내렸다. 사실 그럴 만한 계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수천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람을 경제발전에 공이 있다는 이유로 석방한 사례가 있는 반면, 그 만분의 일 정도 되는 신용카드 대금을 내지 못한 자에게는 쉽게 사기죄가 인정되었다. 대기업의 임원이 직무상 어쩔 수 없이 한 연대보증은 간혹 효력이 부인되었지만, 채권추심인이 신용불량자의 가족을 압박하여 서명을 받아낸 연대보증에 대하여는 불공정하니 무효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 채무자가 신청한 파산절차가 별 이유 없이 지연되는 현상에 대하여, 그들은 자신들이 ‘덜 평등’한 처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예외적 사례라고 하더라도 대중은 쉽게 일반화한다. 부패 스캔들이 발생하면 어느 집단에나 변종은 있게 마련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대중이 권력 없는 부자와 엘리트들에게 이유 없는 반감을 가지게 마련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6일 국민과의 소통을 위하여 개최한 국민과의 대화 행사조차도 방청객의 호평을 받았다는 말이 안 들린다. “사실은 전혀 다르다.”는 주장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파시스트의 거짓말을 믿지 않았음에도 대중이 열광하였던 역사를 보면 분명하다. 또 19세기 말 프랑스의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가 조작된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고 몇 년 뒤 진범이 밝혀졌음에도 원상회복되지 못한 채 수십년간 당파 간에 구태의연한 무죄 주장과 반론이 계속되어 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재판이라는 것은 정치적 갈등을 해결할 수 없고 국민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제 법원은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학식과 덕망이 증명된 우리 시대의 현인들인 노련한 법관들이 적절하고 충분한 절차를 진행하여 준다는 믿음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미 중요 형사사건에 시행되는 배심제는 대중의 지지를 얻고 사실인정의 부담을 대중과 나누어 법관의 부담을 덜어주니 속히 거의 모든 민·형사 재판에 확대하여야 한다. 전임 검찰총장이 제안한 바 있는 기소배심제도 공소를 제기하기 위하여는 배심의 승인을 받아야 하니 정치적 동기로 제기된 사건을 법원이 떠안는 부담을 제거해 줄 것이다. 우리 헌법의 기초자들은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정하였다. 소통과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리라. 탈락의 동기에 관하여 이런저런 소문과 변명이 있겠지만, 젊은 법관에 대한 적용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조직은 능력을 필요로 하고 젊은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생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랜 기간 재판에 전념해 온 법관들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기에는 너무나 늦게 된다는 점에서 평생법관제는 바른 방향인 것 같다. 대중은 퇴직한 법원장, 대법관이 대형로펌이나 대학에 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 미디어렙법 與 단독처리

    미디어렙법 與 단독처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5일 밤 전체회의를 열어 ‘1공영 다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 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앞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 구성안도 단독 의결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이 미디어렙 관련 법안과 KBS 수신료 처리를 연계하려 한다.”며 소위 구성을 반대하면서 “날치기 처리”라고 비난했다. 지난 1일 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안은 ▲종편의 미디어렙 편입 3년간 유예 ▲1공영 다민영 ▲방송사 1인 최대지분 40% ▲이종매체(신문과 방송) 간 교차판매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5월 사이에 승인을 받은 4개 종편은 앞으로 최장 2년 4개월간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KBS 공영성 강화를 위한 소위’는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의 2월 처리를 목표로 KBS 지배구조 개선, 수신료 산정위원회 구성 등을 함께 논의하게 된다. 당초 여야는 이날 미디어렙법안의 전체회의 의결 방침을 결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미디어렙법안과 KBS 수신료 인상안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이 크게 반발하며 파행이 계속됐다. 한나라당 소속 전재희 문방위원장은 밤 10시 35분 회의 속개를 선언하자마자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위한 소위 구성안을 가결시켰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소위 구성이 이뤄지자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격하게 항의했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며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문방위는 미디어렙법 처리를 앞두고 약 10분간 정회했다. 그러나 속개한 회의에서도 미디어렙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아 사실상 여당의 일방처리를 묵인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 종언의 시대를 살아가기/이강진

    종언의 시대를 살아가기/이강진 1. ‘저항’의 시대와 그 기원 누군가 제게 2000년대 문학에게 주어질 단 하나의 이름을 꼽으라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저항의 시대’라고 명명할 것입니다. 물론 이 저항은 여러분이 알고 있는 ‘저항’의 기표, 이를테면 세계에 대한 저항이나 주체를 둘러싼 폭력들에 대한 투쟁 등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최근의 문학이 보여주는 강렬한 ‘저항’들은, 오히려 역사적 투쟁이 끝났다는 저 냉엄한 현실과 맞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제 말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지난 몇 해간 문학은 끊임없이 그가 떠맡을 수 있는 정치적 가능성들에 대해 고민해왔고, 또 우리 앞에 그 실천적 노력을 내놓았으니 말입니다. 실은 저의 고민도 이곳에서 출발합니다. 최근 갑작스럽게 대두된 ‘시와 정치’에 대한 격렬한 저 논쟁의 배경에는, 과연 일반적인 평가에서처럼 단지 촛불시위나 용산참사와 같은 문학 외적인 요인만이 작용했던 것일까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진단은 문학이 예술적인 층위에 안주하면서도 대중적 관심을 추수하는, 일종의 권위적 시장주의를 드러냈다는 음울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관심사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반응이라고 보기에, ‘시와 정치’논쟁은 지나치게 끈질기고 또 적극적이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단순한 사회적 정세 이상의 무언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여기에, ‘저항의 시대’가 숨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2000년대 들어서 낯선 감각과 새로운 어법으로 무장한 젊은 시인들이 ‘집단적’으로 출현했다고 말한다. 이들의 출현과 반응, 이 집단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소통불능의 자폐적이고 이기적인 문학이라는 신랄한 비판이나 조금만 더 자아 밖으로 나오라는 애정 어린 충고에서부터, 여러분이야말로 ‘도래’할 문학적 민중이 될 거라는 뜨거운 격려에 이르기까지, 상이한 반응들의 폭발에 정작 시인들은 당황했다. 새로운 시들을 둘러싼 이 논의들은 여러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문제, 즉 문학과 윤리 또는 미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영원 회귀하는 질문들 그리고 그 대답들로 느껴진다.(진은영, ‘감각적인 것의 분배: 2000년대의 시에 대하여’, ‘창작과 비평’ 2008년 겨울호. 69쪽) 문학이 고민하는 정치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시와 정치’논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진은영의 ‘감각적인 것의 분배: 2000년대의 시에 대하여’에서부터 이미 드러납니다. 하지만 시가 미학적인 완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직접적으로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귀결은, ‘문학과 윤리 또는 미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영원 회귀하는 질문들’에 대한 당연한 정답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진부한 결론이 아니라, 오히려 ‘2000년대의 시에 대하여’라는 그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어째서 진은영은 특정한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낯선 시들의 출현으로부터 시의 정치성에 대한 고민을 읽어냈던 것일까요? 80년대와 결별한 후 정치에 대한 반동적인 면모를 보여 왔던 문학이, 촛불시위와 용산참사를 목격한 후 뒤늦게 정치성에 대한 필요를 느꼈다는 해석은 지나친 음모론같이 보입니다. 반면에 이 글의 출발점이었던 ‘젊은 시인’들을 주목하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진은영이 가진 문제의식이란 현실과 문학 사이의 괴리에 대한 즉흥적인 고민이 아니라, 포스트모던 담론 이후 등장한 새로운 시에 대한 오래된 고민이었던 것입니다. 랑시에르의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문학을 비롯한 예술 전반의 문제는 ‘감각적인 것을 분배하는’ 문제이며 그런 면에서 예술은 필연적으로 ‘정치’와 관계한다―책제목 ‘감각적인 것의 분배: 감성론과 정치’라는 말 자체에 이미 그의 문제의식과 결론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진은영, 앞의 글, 71쪽) 진은영이 소개한 랑시에르의 감성론은, 미적 자율성의 이름으로 정치를 함께 담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문단에서 이 이론을 열렬하게 환영했던 데에는, 혹시 ‘시와 정치’에 대한 고민과는 별개의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요? 저는 그것이 우리 문학이 직면했던 거대한 과제,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을 넘어설 방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어디까지나 ‘근대문학’이며, 근대의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일종의 상상적 권위에 불과하다는 이 충격적인 선언 앞에 당시 우리 문단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유령처럼 배회하던 ‘문학의 위기’에 대한 우울과 겹치면서, 가라타니의 종언론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탄으로 다가왔던 까닭이죠. 한참 후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른 비평가들은,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앞을 다투어 ‘문학의 종언-이후’에 대한 갖가지의 견해들을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나는 더 이상 문학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라는 가라타니의 태도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종언의 기표일 뿐이라거나, 그가 논의하는 내용이 일본문학만의 특수한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는 식의 비생산적인 사족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애초에 가라타니가 종언을 이야기한 맥락이 문학의 소멸을 말하는 비관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가라타니가 문학에 요구한 것은 종언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전개될 ‘종언의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였습니다. 이것은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표제를 내걸었음에도 실제로 그가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이 세계자본주의의 전개양상이었던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요. 따라서 문학에 대한 기대를 그만두겠다는 그의 말은, 철저하게 ‘근대문학’에 부여된 상상적 층위의 정치적 역할과 그 권위에 기대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가라타니에게 문제의 핵심은 ‘정치’에 있었지만, 당시 우리 문단은 그것을 성급하게 ‘문학’에 국한시키며 오해를 낳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렇게 급조된 대응담론이 아니라, 고진이 ‘종언’을 선언한 이후에 등장했던 우리의 문학 그 자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 ‘정치’의 자유, ‘정치’로부터의 자유 ‘근대문학의 종언’이 등장했던 해는, 우리 문단에서 ‘미래파’라는 새로운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처음 그 갑작스러운 등장에 대해 보내던 우려와 달리, ‘미래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을 환영하는 이들과 비판하는 이들 모두에게 중심담론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새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인들이 과거와 같이 (담론화하기 쉬운)특정 논의의 틀 안에 규정되는 일이 드물었던 까닭도 있었겠지만, 미래파 논의가 이토록 빠르게 문단의 중심담론으로 부상한 데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죠. 이후 전개된 ‘미래파 논쟁’의 주된 핵심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과연 ‘미래파’란 존재하는가, 둘째는 이들이 진정으로 우리 시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숨어있습니다. 논쟁에 참여한 거의 모든 이들이, 별다른 합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움’을 보여준다는 데에 동의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미래파 논쟁’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세가 한풀 꺾였던 것에 비해,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시적 ‘새로움’에 대한 믿음은 ‘미래파’라는 분류가 유명무실해진 지금까지도 굳건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단순히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적 작업을 분석하여 그것이 ‘미래파’의 증거가 되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우리 문단에 이러한 논의가 등장했고 또 불붙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일인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 시의 미래는 이들이 적어나갈 것이다. 이들에게는 80년대 시인들이 걸머져야 했던 역사와 시대에 대한 채무의식이 없고, 90년대 시인들이 내세운 그럴듯한 서정, 고만고만한 서정이 없다. 그 대신에 다른 게 있다. 그리고 이들의 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재미있다.(권혁웅, ‘미래파: 2005년, 젊은 시인들’, ‘미래파’, 문학과지성사, 2005. 149~150쪽) 가라타니는 문학의 종언을 가져온 중요한 전제로서, 이제 더 이상 문학이 현실의 ‘정치’나 ‘실천’을 대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반면에 권혁웅은 ‘채무의식’이 없어짐으로써 우리 시가 시적인 새로움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을 마련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두 사람의 차이로부터 시의 ‘새로움’이 가진 기원을 엿보게 됩니다. 이제 시는 80년대적인 ‘역사와 시대에 대한 채무의식’, 즉 ‘실천’이라는 기표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당당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의 현실이 80년대의 시가 직면했던 폭력적인 억압을 그대로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실의 억압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시는 더 이상 불가능한 실천을 상상적으로 담보하던 과거의 역할을 해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는 ‘우리에게/아무도 총을 겨누지 않는’(진은영, ‘70년대産’)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여전히 존재하는 폭력들과 맞설 것을 요구받습니다. 가라타니가 ‘정치의 자유’로 인해 발생한 이 모순적 상황을 종언의 원인으로 인식했다면, 우리는 이 모순된 상황을 ‘정치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한 후 겪는 일시적인 홍역으로 여겼습니다. 저는 바로 이 분기점이야말로 어째서 진은영이 랑시에르의 감성론을 급히 ‘수혈’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해준다고 봅니다. ‘시와 정치’에 대한 논의는 ‘정치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한 ‘새로운’ 시가, 어떻게 여전히 남아있는 저 정치에 대한 요구를 떠맡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직접적으로 정치적이면서도 첨예하게 미학적이’고 싶다는 진은영의 고백에는, 전자에 의한 ‘실천’의 획득과 후자에 의한 ‘새로움’의 향유를 동시에 소유하고픈 욕망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바로 이곳에서, 제가 진은영이 랑시에르를 소개한 배경에 ‘근대문학의 종언’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숨어있다고 말한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시적인 ‘새로움’에 대한 요란한 환영, 심지어는 강박적인 것으로마저 여겨지는 저 ‘새로움’에 대한 추수는 단순한 예술사조의 변천이나 시대적 흐름에 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의지로 얻어낸 것이 아니었던 ‘정치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강한 채무감에서 기인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논의들은 ‘채무의식’의 극복이 ‘새로움’의 원동력이라고 말해왔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던 셈이지요. 아마도 신형철은 이러한 진실에 일정 부분 닿아 있는 듯 보입니다. 그가 황지우의 시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야기하는 미학과 정치의 논의는, 앞선 것들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아주 엄밀한 의미에서,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한몸이었던 사례가 우리 시사(詩史)에 있는가? 물론 있었다. 예컨대 황지우의 시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그의 시가 대표적으로 보여준, ‘회의하면서 긴장하는’ 그 언어의 배후에는 권력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억압이라는 외적 상황이 있었다. 할 수 있는 말과 해야만 하는 말의 분열 속에서, 언어의 회의 혹은 언어의 긴장은 (시인 자신의 의지나 역량에 힘입은 바 못지않게) 상당부분 ‘역사적으로’ 성취되었다. 덕분에 그의 시는 첨예하게 미학적이면서 동시에 직접적으로 정치적일 수 있었다.(신형철, ‘가능한 불가능’, ‘창작과 비평’ 2010년 봄호, 375쪽) 과연 최근 우리 시는 80년대의 채무의식을 ‘극복’하였을까요? 신형철은 여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과거의 시가 정치를 떠맡을 수 있었던 원인이 현실정치의 불가능함에 있었다는 가라타니의 견해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날 ‘시’와 ‘정치’가 확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시인이 가진 분노의 감정이 미학의 이름을 통해 고스란히 정치적 정념의 형태로 분출될 수 있었던 역사적 맥락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형철 또한 이 이상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새로운 시와 비평에 대한 요구가 ‘아무도, 적어도 시에서는, 그 어떤 발화도 억압하지 않는’ 오늘날의 상황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가 제시하는 방향이란 ‘첨예하게 미학적인 시들에서 우선 그 미학적인 것의 핵심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그 이후에 거기에서 정치학적인 것까지를 읽어내는 일’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정치학적’인 것을 구분하는 신형철의 화법에서, ‘실천’의 강박과 ‘새로움’의 강박을 서로 다른 것으로 떼어놓으려는 시도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들이 지니는 동일성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또 인정하지 않는 이상, ‘시와 정치’는 영원한 제자리걸음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3.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정치를 ‘고유한 주체의 합리성에서 유래하는 특정한 행위 양식’으로, 시를 ‘주체가 스스로의 자유 안에서 건네는 내밀한 고백’이라고 정의할 때, 시와 정치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시인을 거부했던 이유는, 시가 가지는 본연의 속성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이었던 데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훌륭하게 완성된 공동체에게 시는 위협적인 존재가 됩니다. 왜냐하면 시가 가지는 힘이란 공동체의, 세계의 질서가 보지 않으려 하는 것들을 목격함으로써 얻어지기 때문입니다. 정치의 과정 또한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논의하던 랑시에르의 표현을 빌자면, ‘정치는 권력 행사가 아니’며, ‘정치는 그 자체로, 즉 고유한 주체 때문에 현실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세계의 상징체계 속에 ‘없음’으로 규정된 ‘자리-없음’(placelessness)들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실재의 공간이라고 말했던 라캉의 언명과 동일한 맥락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치란 처음부터 통치 과정(치안)의 바깥,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만이 가능한 행위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깥의 존재양식이야말로 시와 정치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입증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놓쳐버린 권위’라고 생각했던 과거 문학의 정치성을 되돌아보면, 그것들이 방금 이야기한 ‘정치’와는 사뭇 다른 층위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정치적인 시’라고 불러온 것들은, ‘정치’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인 것’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떤 것은 실체가 있는 폭력들에 맞서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였고, 다른 곳에서는 도래할 혁명을 향해 나아갈 것을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신형철도 이미 지적했듯이, 과거 우리 시들이 ‘정치적인 것’에 대한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정치적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 맥락에 기댄 결과였습니다. 때문에 이제부터 시가 추구해야 할 정치성이란 랑시에르의 진단과 같이 본래적인 의미의 ‘정치’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최근의 논의는 단순히 이전과 다른 ‘정치’의 정의에만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 경계할 것을 주장했던 전위적 언어에 대한 맹신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비평가들은 ‘감성의 분할’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것을 벌충하려 하였으나,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텅 빈 해체’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시 비평의 영역에서 그동안 관성적으로 제기되어온 ‘소통’에 대한 요구가 지닌 본질적 문제점은, 개인과 사물 세계를 ‘자명한 것’들로 번역하려는 ‘투명성’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오히려 시적 공간에서 보존해야 할 것은 개인과 사물의 불투명성이며, 빛의 언저리에 드리워진 기이한 그림자와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아닐까? (…) 그러므로 낯선 현전의 형식들에 직면해 여전히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비평이 우선 대결해야 하는 것은, 텍스트 자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의사소통 공동체의 지평에 나타난 저 낯선 얼룩을 깨끗이 지우고자 하는 순백을 향한 비평 자신의 욕망이 아닐까? (함돈균, ‘균열, 불면, 기화, 그리고 여백은 어떻게 정치적인 것이 되는가’, ‘얼굴 없는 노래’, 문학과지성사, 2009, 133쪽) 함돈균이 내놓은 ‘불투명성’의 문제의식은 이러한 오류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명한 것’과 ‘투명성’을 추구하는 질서란 개인과 사물을 명확하게 재단함으로써 그것들을 교정하고 규정지으려 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랑시에르가 ‘세계의 감성분할행위’라고 불렀던 것과 동일한 행위를 뜻하지요. 언뜻 생각하기에 이들에 대한 저항이란 혁명의 의지를 내포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규정들을 무화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저항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려한 수사와 문장들을 걷어내고 함돈균의 주장을 다시 읽어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그가 비평이 나아가야 할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비평 자신의 욕망’과의 대결이란, ‘낯선 얼룩’을 보존하고 ‘불투명성’을 획득하는 작업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함돈균이 이것을 결국 우리들이 직면한 ‘낯선 현전의 형식’에 대한 옹호를 위해 주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의 논리는 세계에 대한 전위의 저항을 제시한 이후에 실제로 태어나고 있는 ‘낯선 형식’들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새롭게 출현한 시들을 ‘낯선 현전’과 ‘낯선 형식’으로 명명한 뒤, 이들에게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는 태도의 반동성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비단 함돈균만이 보여주고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전반적인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공통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그의 논리적 모순을 합리화해줄 수는 없을뿐더러, 오히려 우리 문학담론 전체의 병폐를 폭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한마디로 해체나 전위를 통한 저항의 대부분은, 다분히 사후적인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정치성이었던 셈입니다. 백낙청은 자신의 글에서, 시의 정치성에 대한 논의들이 가지는 이러한 환원론적 오류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통상적인 의미의 윤리 내지 도덕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문학의 진정한 윤리임을 강조하는 데 머물 경우 그것은 구체적인 정치현실과 무관한 또하나의 정언명령을 발하는 것밖에 안 된다.’(백낙청, ‘우리시대 한국문학의 활력과 빈곤’, ‘창작과비평’ 2010년 겨울호, 20쪽)고 강조합니다. 그의 이러한 지적은 매우 정확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논의들이 가지는 정치성이 단지 제스처에 불과한 껍데기라는 것과 함께, 이제는 그러한 논의방식들이 하나의 새로운 정형이 되어가고 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백낙청은 그 너머로 논의를 이어가지 못한 채, ‘동아시아 전통에서 말하던 도덕, 즉 도(道)와 ‘도의 힘’으로서의 덕(德)에 대한 사유가 실종되고 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방향을 선회합니다. 그의 글에서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도(道)는 노자의 ‘道’ 개념으로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규정적 명명을 거절하는 상태로서의 이 개념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적 사고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부분이지요. 그리고 덕(德)을 일종의 공동체적 당위성, ‘세계-내-존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점으로 바라본다고 할 때, 우리는 백낙청의 이 진술이 포스트모더니즘 담론들의 한계를 재차 강조하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즉 ‘동아시아 전통에서 말하던 도덕’을 이야기함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이 도달할 수밖에 없는 허무주의가 앞뒤 없이 계속된 막무가내식 해체의 결과임을 꼬집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백낙청의 지적은 매우 합당함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 지적을 어디까지나 ‘모더니즘 논의’의 문제로 국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낙청은 (모순을 드러낸)이들과 달리 ‘다른 흐름’들이 있음을 주장하며, 그것의 구체적 성과로 자신이 전개해 온 리얼리즘 논의를 들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리얼리즘 논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 랑시에르의 감성론보다 훨씬 우리의 현실에 밀착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논쟁적인 문제제기를 피하기 위해 자세한 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역시, 마구 가거나 너무 가서는 잘 갈 수가 없다’는 경구적 발언을 인용하는 백낙청의 태도로부터, 우리는 자신이 발전시켜온 리얼리즘론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그의 함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오늘날 문학이 직면한 문제가 이전부터 계속되어온 리얼리즘 대 모더니즘의 구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전에 없던 시적 변화들은 문학이 직면한 고민을 그대로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더니즘 논의’로 한정짓는 태도는 여전히 ‘시’와 ‘정치’를 별개의 것으로 보려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강동호는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고 정치성의 논의를 상당 부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재현행위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한계를 오롯이 인정하고, 그 실패로부터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우회로를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여기까지인지도 모른다. 시의 잠재적 정치성을 긍정적 어법인 잠재성의 정치로 바꾸는 일은 오롯이 독자에게 남겨진 몫일 것이다. 아울러 저 시적 언어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찾아주는 것, 즉 시의 유물론적 조건을 탐사하고 그것을 현실의 언어로 변환시키는 ‘목숨을 건 비약’(salto mortale)을 감행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비평가의 몫이다. 이러한 작업은 오늘날의 미학과 사회적 현실 간의 상관도를 상세히 규명하는 사회학적 분석에 해당하며, 이를 근거로 이 세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던지는 복화술사의 정치에 속할 것이다. (강동호, ‘존재론적 비명으로서의 시적인 것’, ‘창작과비평’ 2009년 가을호, 312쪽) 시의 언어는 삶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그것이 처한 시공간을 써냄으로써 제 기능을 수행한다는 그의 주장이 기존의 ‘텅 빈 해체’와 결별할 수 있는 것은,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여기까지인지도 모른다’는 진실에 과감하게 다가서는 태도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궁극적으로 강동호가 ‘비평의 의무’라고 여기고 있는 ‘시의 유물론적 조건’을 탐색하는 행위란, 어디까지나 시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예외성 너머에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시가 세계에 대한 어떠한 물리적 강제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양식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전이 되는 순간, 그것이 이미 시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시인에게 ‘예술가의 의무’라는 이름하에 불가능한 것들을 요구하는 일이란 기만에 다름 아닌 셈입니다. 물론 제가 여러분에게 ‘시는 정치적일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가 가진 예외성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강동호가 지적했듯 오로지 시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초석이 됩니다. 왜냐하면 시의 예외적 속성에 대한 고의적인 망각이란, 시가 ‘정치적인 것’에 봉사할 것을 요구하는 논리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현실정치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는 시를 가지고 통치행위에 연관된 영향력을 고민하려다 보니, 우리 시는 필연적으로 스스로의 불가능성을 은폐하고 왜곡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신형철이 말한 ‘역사적 맥락’이 소멸한 지금, 더 이상 망각의 방법은 통용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문학은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자신을 첨예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조건’들을 낳았던 본래의 ‘정치’로 회귀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4. ‘상상적 대리자’에서 ‘상상의 대리자’로 앞서 저는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문학의 의무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이분법적 구분을 모두 넘어서는 것으로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은 모더니즘-리얼리즘의 이분법적 구도를 해체하자는 맥락의 이야기가 아니라, 분리된 담론으로 여겨져왔던 각각의 한계들을 한번에 조망하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극복할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가라타니는 자유로워진 ‘정치’의 시작이 ‘문학의 종언’을 가져왔다고 했지만,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기실 오늘날 우리 문학이 직면한 위기는 달리 보면 ‘정치’의 위기이기도 했습니다. 격렬한 투쟁의 시대가 이미 지나갔음에도, 우리에게 ‘80년대적 실천’은 커다란 그림자가 되어 여전히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두 가지 과제를 오늘의 정치에 요구합니다. 하나는 우리가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민주화를 달성했다는 승리의 착각을 극복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투쟁의 과정을 경험하며 우리에게 각인된 ‘실천’의 기표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두 과제는, 흥미롭게도 문학이 직면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의 유입 이후, 이제까지 문학은 더 이상 대문자로 적어야 할 정치행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를 내달려왔습니다. 지금에야 그 유행이 거의 수그러들었지만, 몇 해 전만 하더라도 ‘거대담론이 사라졌다’는 구호가 굉장한 인기를 얻었음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러나 80년대의 투쟁이 맞서왔던 억압의 구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의 깊은 이면에 내재된 채 현존하며, 오히려 더욱 교묘한 전술로 우리를 구속하고 있습니다. 허용된 자유의 형태로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자유는 문학이 겨냥할 만한 명확한 적대를 제공하지 않았지요. 이후 문학은 진퇴양난의 고민에 휩싸였던 것입니다. 해체주의의 대안적 담론을 추수하자니, 그것은 이미 ‘거대담론의 붕괴’라는 잘못된 필요조건을 요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고, 과거의 실천적 구호를 답습하자니 오히려 그 적대행위 자체가 초자아적 정언명법이 되어 주체를 구속할 뿐이었습니다. 확고한 결단이 불가능했던 문학은 결국 두 가지 사이에서 모호하게 표류하였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기형적인 ‘미래파’의 규정과, 그들의 부족한 정치성을 벌충할 ‘시와 정치’의 논의였던 셈입니다. 흑백논리의 모순을 회색이 되어 피해보고자 한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자기합리화는 문학의 생명력을 더욱 옥죄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며, 가라타니의 진단대로 문학은 독자들에게 더 이상 스스로의 권위를 내세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몇몇 비평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미적 모더니티의 운명’으로 설명해보려는 시도를 했지만, 그것이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들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었을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문학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방향성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문학이 철저하게 현실정치의 바깥에 존재하는,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의 역할을 재인식할 것을 주장합니다. 과거의 문학이 불가능했던 정치의 ‘상상적 대리자’ 역할을 통해 권위를 획득했다면, 이제부터 문학은 그것을 넘어서서 현실정치의 불가능한 감성을 떠맡는 ‘상상의 대리자’가 됨으로써 그것을 넘어서야만 하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벤야민은 이미 1929년에 이러한 개념의 기초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초현실주의자들이 그 ‘공산주의자 선언’이 오늘날에 내리는 지령을 파악한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들의 얼굴 표정을, 매분 60초 동안 째깍거리는 자명종의 숫자판과 맞바꾸며 짓고 있다. (발터 벤야민, ‘초현실주의’, ‘발터 벤야민 선집 5’, 길, 2008, 167쪽) 오늘날의 문학은 현실정치가 절대로 수행할 수 없는 두 가지의 역할을 짊어짐으로써 스스로의 정치성을 획득해내야 합니다. 우선 첫째는 ‘정치적인 것’들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정치를 대신하여 ‘정치’만의 고유한 미래적 지향을 상상하는 일입니다. 수많은 조건들의 제약을 받는 ‘실천’을 대신하여, 문학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통해 ‘정치’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아나키스트적 상상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억압의 구조가 주관적 폭력에서 객관적 합리성으로 이행된 이상, 현실정치의 조직적인 치밀함만으로는 저 합리성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문학은 이들에게 객관을 넘어설 상상력을 부여함으로써, 저 ‘정치’에 부재하는 ‘미래에의 의지’를 대신하는 역할을 부여받는 것입니다. 벤야민에게 ‘초현실주의자’로 상징된 예술가의 의무가 다음 시대로부터의 지령을 파악하는 것이었듯이, 시인이 세계를 조망하는 소실점들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란 처음부터 저 상상력을 지켜내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문학에 부여된 두 번째 역할은, 우리 주변의 ‘얼굴 표정’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바라보는 일입니다. 벤야민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역사는 한 번도 진보하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친부살해를 통해 권력구조를 뒤집은 형제는 결국 그들 중 한 사람이 아버지의 권좌에 앉음으로써 권력을 더욱 강하게 재생산하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혁명’을 자처했던 지난 역사의 모든 변화들은, 대개 그 결과가 새로운 지배구조를 낳는 반복을 가져왔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학이야말로 이러한 역사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최후의 희망이 됩니다. 이제까지의 혁명이 다시 권력이 된 까닭은, 그 전개과정 안에서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이들을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학은 현실정치의 과정이 미처 목격하지 못하는 그늘에까지도 자신의 시선을 가져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학이야말로 모두를 끌어안을 영구한 혁명, 벤야민이 희구했던 단 한 번의 진보를 완성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사명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어떠한 수식을 붙인다 하더라도, 문학이 감행하는 정치란 처음부터 예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문학이야말로 라캉적 ‘없음’이 된 자리들, 상징체계에서 추방된 이들과 초대받지 않은 미래를 세계 속에 드러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의 감성분할을 재분할하는, 상징계를 넘어설 ‘미학적 예술 체제’의 실재인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시와 정치’에 대한 논의가 이제 끝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 ‘공중부양’ 강기갑의원 벌금 300만원 확정

    ‘공중부양’ 강기갑의원 벌금 300만원 확정

    ‘공중 부양’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1심과 2심의 유·무죄로 엇갈린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이번 확정 판결은 국회폭력도 사법부로 넘어오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표현으로 읽힌다. 특히 대법원이 1심에서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오판이고, 이를 바로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1월 선고된 1심 무죄 판결은 MBC PD수첩 무죄 판결 등과 맞물리면서 정치권과 보수단체 등에서 사법부를 난타했던 빌미가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이던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한 강제해산에 항의하며 국회 업무를 방해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 의원은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이 아닌 다른 법률을 위반한 때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의원직을 잃는다는 규정에 따라 의원직은 유지하게 된다. 강 의원은 2009년 1월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 경위과장이 미디어법 처리에 반대하며 농성 중이던 민주노동당 측에 ‘MB악법 저지’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제거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국회 경위들과의 충돌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집기를 쓰러뜨린 혐의도 포함됐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리며 관심이 집중됐다. 1심은 당시 발동한 질서유지권에 대해 “회의장 이외의 장소를 대상으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거나 본회의 등이 개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래 소란행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개연성만으로 사전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는 것은 질서유지권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당시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의 신문 읽기를 방해한 혐의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논란을 낳았다. 1심을 판결한 이동연 판사는 언론과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되는 등 위협을 받아 법원이 신변보호 조치를 하기도 했다. 반면 2심은 박 사무총장의 신문 읽기가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공무에 해당한다고 보는 등 강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국회 경위의 현수막 철거는 적법한 직무집행이었고 방호원의 멱살을 잡고 흔든 것은 폭행으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소수당인 민주노동당의 정당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강 의원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과정 등에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에 최루탄을 터뜨리는 등의 국회폭력이 사법부로 넘어올 경우 엄중히 판결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물리력을 이용한 소수당의 견제행위도 사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마을 한복판에 고속도로가 웬말”

    “마을 한복판에 고속도로가 웬말”

    경기 서북부 주민들의 최대 숙업사업으로 꼽혔던 서울~문산 고속도로(방화대교 북단~파주 자유로 내포IC) 건설사업이 착공을 앞두고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교통량이 포화상태인 자유로와 통일로 이용자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노선이 지나는 마을 주민들은 고속도로의 마을 관통과 녹지축 훼손 등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사업 시행자인 서울문산고속도로㈜에 따르면 GS건설 등 7개 건설사들은 2014년 1월 착공해 2018년 까지 해당 구간 32.9㎞를 왕복 6차로로 완공할 예정이다. 약 1조 4800억원을 투입, 내년부터 실시설계 등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고양시민들은 “실제 고속도로 이용자들은 파주와 서울시민인데, 소음·매연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마을 단절과 녹지축 훼손의 피해는 고스란히 고양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며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정문식 전 경기도의원은 “고양시는 고속도로 끝 지점과 너무 가까워 통행료를 내고 이용할 시민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마을을 양분하지 않도록 주거밀집 지역 등은 지하차도로 건설하고 생태가 우수한 임야는 우회하거나 터널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 월롱면 영태리 등 주민들도 “고속도로가 경의선 복선철도를 30m 이상 고가로 관통하게 될 경우 경관을 크게 훼손시킬 것”이라며 노선을 변경하거나 지하차도로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아동동 주민들 역시 “고속도로가 현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300여가구끼리 형제들처럼 살아가는 조용한 마을이 공설운동장 방향과 반대 쪽으로 절반씩 쪼개지게 된다.”며 주변 20여개 마을 이장단을 중심으로 ‘지상 관통 저지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고 나섰다. 파주시민들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문산고속도로㈜ 허기선 공사지원팀장은 “내년 1월 중 예정된 공청회 등을 거쳐 주민들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정치권 물갈이 시작] 홍정욱은 누구

    한나라당 내에서 쇄신파로 꼽혔던 홍정욱 의원이 11일 당 초선 의원들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 물갈이의 물꼬를 텄다. 향후 다른 의원들의 ‘불출마 도미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홍 의원은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 간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도 씻지 못했다.”면서 “직분을 다하지 못한 송구함이 비수처럼 꽂힌다.”며 자성을 쏟아냈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에 저서 ‘7막 7장’으로 유명했던 홍 의원은 2008년 총선 당시 ‘젊은 인재’ 차원으로 영입됐다. 그러나 홍 의원은 “지난 4년은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이후부터 자격이 없다며 금배지를 달지 않았다. 이후 국회 폭력을 막기 위한 활동을 주도해 왔고 올해 초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을 결성해 물리력을 동원해 법안을 처리할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일찌감치 약속했다. 홍 의원은 당내 ‘공천 물갈이’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순수한 제 결정이고 다른 분은 소신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정치권 물갈이 시작] 한나라 최다선 실세·초선 쇄신파, 불출마 도미노 ‘물꼬’

    [정치권 물갈이 시작] 한나라 최다선 실세·초선 쇄신파, 불출마 도미노 ‘물꼬’

    한나라당의 총선 물갈이가 시작된 양상이다.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내 최다선(6선) 의원 중 한 명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촉망받던 개혁성향의 초선인 홍정욱 의원이 11일 물꼬를 텄다.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는 과거와의 ‘단절’이란 성격이 짙다. 이 의원은 현 정권 내내 ‘형님’으로 불리며 뒤에서 인사 등을 조종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 최근에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보좌관 출신 측근들의 잇단 비리 연루로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었다. 이 의원의 불출마는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한 여권의 흐름이 완전히 끝났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친이계가 물갈이의 심판대에 올랐음을 뜻한다.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미래로 가기 위한 ‘돌파구’ 성격이 강하다. 고령의 중진의원이 후배의 길을 터준다는 명분으로 떠밀리듯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이 홍 의원의 불출마를 ‘개인 사정’에 따른 선택으로 몰아가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테지만, 지지부진한 쇄신론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삼으면 당의 체질과 인물을 확 바꾸는 ‘A급 태풍’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두 의원의 불출마는 예정된 일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불출마 압박을 받았으며, 대통령인 동생과 함께 정권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홍 의원도 이미 오래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물리력으로 처리되면 불출마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내에는 “이 의원의 사퇴는 존재감 없이 무조건 버티기만 하려는 다선 의원들에게 큰 압박이 될 것이고, 홍 의원의 사퇴는 당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소장파의 대규모 탈당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조만간 당을 ‘접수’해 개혁을 단행해야 할 박근혜 전 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기 위해선 친박계의 고령·다선 의원들이 ‘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6선 중진인 홍사덕(대구 서구) 의원을 거명하며 “홍 의원이 사석에서 ‘논개가 되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홍 의원이 다른 친박계 중진 몇 명과도 불출마에 관해 논의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의 충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방법이 친박답지 않다.”면서 “헛소문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한 친박계 의원은 “떠밀리듯 그만두는 모습은 당과 박 전 대표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지,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쇄신파와 친이계의 집단탈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쇄신파 중 일부는 그동안 탈당을 고민하다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재창당 작업을 하면 일단 그 일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은 박 전 대표가 재창당 작업을 과감하게 진행할 뜻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곧바로 탈당을 결행할 생각이다. 이와 관련, 정두언 의원은 “벌써부터 친박계 일부가 호가호위하려 한다.”면서 “박 전 대표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탈당을 고민했던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도 박 전 대표의 개혁이 ‘친이 학살’로 비쳐지면 살림을 따로 차리겠다는 입장이다. 쇄신파와 친이계가 각각 탈당하면 당내 물갈이 차원을 넘어 여야를 넘나드는 대규모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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