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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어진 지혜의 길

    밤 9시,제주도의 바람은 잠들어 있었다.절 뒤쪽 울밖에서바라보는 바다는 고요했다.저 멀리 수평선에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이 환하게 밝혀져 바다가 바다임을 알게 했다. 바람이 잠든 제주의 바다.그 시간은 바람이 바뀌는 시간이었다.낮에는 바다에서 더워진 산야로 바람이 불고,늦은 밤에는 차가워진 산에서 바다로 바람이 부는 제주도에서 나는바람이 바뀌는 시간대의 고요해진 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가끔씩 산을 내려가 바다를 찾아가는 일은 즐겁다.산에만살다가 바다에 나가면 탁 트인 시야의 자유를 만날 수 있다.가슴까지 열리는 탁 트인 바다의 전망.그러나 산속의 깊은침잠이 없었다면 바다의 전망은 그토록 생생하게 다가올 수없을 것이다.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바다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것은 산의 말없이 덤덤함을 어짊에 비유했고,바다의 거칠 것 없는 전망을 지혜에 비유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산에 있으면 참 많이도 어질어진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으면 산속에서의 삶은 가능하지가않다.아침 햇살이 찾아오는 시간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어야 하고,별이 돋는 시간에는 동심이 되어 별을 헤아릴 수있어야만 산중의 생활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마음 속에 무엇을 구함이 있다면 산과 함께 일어나고 산과 함께 잠드는 무위의 생활은 불가능하다.산의 변화를 기쁘게읽을 수 없다면 산은 그 사람을 더이상 품에 안지 않는다. 언젠가 노스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도회지에 나가 잠깐살다보니 산이 도회지보다 덜 무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산에서는 시시각각으로 숲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었는데,도회지에서는 영 그런 것을 느껴보지 못했어.변화가 없는게도시의 삶이야.” 나는 그때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사람이 드문 산사의 적적함이 도시의 번화함보다도 덜 무료하다는 노스님의말씀을. 그러나 이제는 알 것만 같다.사람이 반드시 사람과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숲이나 계곡과도 친구가 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그리고 가슴을 열면 날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도 날마다 다른 이야기로 내게 다가온다는것을. 산은 날마다 마음을 여는 법을 가르쳐 준다.그것은 참다운어짊에 이르는 길이다. ‘나’라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이세상만물과 하나가 되어 화합해 살아가는 것이 참된 어짊이라는 것을 산은 소리없이 일러주고 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수평선에 걸린 배들의 불빛은 선명하게빛났다.물결이 들고 나는 소리가 가슴을 헤집고 들어올 때마다 가슴은 어느덧 바다와 하나가 된다.바다에서는 더이상물을 것이 없다. 들고 나는 물결의 소리가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바다에서는 모든 물음이 사라져버린다. 앎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혜를 구현하고 있는 바다에서 물음은 덧없는 것인지도 모른다.지자(智者)가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바다가 보여주는 앎에서 벗어난 끝없는 지혜의 길에 있다. 우리들은 모두 자기 원근법에 의해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한다.그것은 집착의 또다른 표현이다.그것은 또한 부정확하고 고통을 낳는 원인이 된다. 우리의 삶이 괴로운 것은 모든 것을 분별하는 앎에 있다. 언제나 시비가 끊이지 않는 분별은 집착과 단절을 의미한다.그러나 지혜는 집착을 버리고 단절을 넘어서 참된 생명의길로 우리들을 인도한다.그것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진리의길이기도 하다. 어두운 밤 바다의 끊이지 않는 해조음을 들으며 나는 아주평화롭게 두눈을 감는다. 쏴∼아 쏴∼아 이어지는 해조음은원만하고, 모든 것을 다 성취한 구경(究竟)의 소리로 내게다가왔다.더이상 이룰 것도,물을 것도 없는 해조음을 따라가면 그 어딘가에서 피안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피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모두의 마음 속에있다.피안을 만나고 싶으면 자기를 버리고 살아갈 일이다. 그것이 곧 어진 지혜의 길이기 때문이다. 성전 옥천암 주지
  • 네팔, 국왕 장례식장 수만명 오열행렬

    네팔 나라얀히티 왕궁에서 지난 1일밤 디펜드라(30) 왕세자가 비렌드라 국왕(55)등 왕실 일가족을 살해하고 자살을기도,뇌사상태에 빠지는 참극이 발생했다.정확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혼사 문제로 불만을 품은 디펜드라 왕세자가 만취상태에서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국왕과 아이스와랴(51)왕비,니라잔(22)왕자,쉬루티(24)공주 등 8명이며 디펜드라 왕세자를비롯한 4명은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네팔 정부가공식 발표했다. ■사건 개요 사건은 1일 밤 10시40분(현지시간) 나라얀히티왕궁에서 열린 왕실 정례 만찬석상에서 발생했다. 네팔 일간 네팔리안타임스는 만취한 디펜드라 왕세자가 왕비의 꾸중을 듣고 격분,자동소총을 난사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고보도했다. 현지언론들은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왕비가 “디펜드라 왕세자가 35세 이전까지 결혼 또는 아이를 갖는다면 국왕이비운에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점성술가들의 말을 믿은데다 왕세자가 고른 신붓감이 자신의 가문과 반목하는 집안출신이어서극구 반대했다고 전했다. 사고 뒤 국왕 직무대행을 맡은 국왕의 동생 갸넨드라 왕자(54)는 이번 사건이 “자동소총이 갑자기 발사되면서 생긴돌발적 사고”라고만 밝혔다. 한편 이번 참사의 씨앗이 된 ‘비운의 여인’은 전직 재무장관의 딸 데브야니 라나(22)로 현재 인도 뉴델리로 피신한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여파 국가평의회는 사건 발생 후 수습과 왕위 계승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개최해 디펜드라 왕세자를 일단 왕위 계승자로 지명했으나,뇌사상태에 빠져 있어갸넨드라 왕자가 섭정중이다.이번 참사로 각 지방에 근거지를 둔 좌익세력이 준동하고 국왕에 충성을 맹세한 군부가반기를 드는 등 사회 불안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례식 2일 네팔 국민 수만명이 수도 카트만두 곳곳에서추모 물결을 이뤄 오열하는 가운데 국왕 내외와 니라잔 왕자 등의 장례식이 거행됐다.이들의 시신은 군병원에서 카트만두 황금사원 옆 장례식장으로 운구돼 화장됐다. 이날 카트만두 시내에서 일부 시민들은 디펜드라 왕세자가부왕을 살해했을리 없으며 어떤 음모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영국과 일본, 미국,유엔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성명을 발표,네팔 왕실 참변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네팔은 인도 북부와 중국에 걸쳐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고립된 지역에 위치한 세계 최빈국중 하나.국왕이 국가원수와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2,100만명 인구중 80%가 농업에 종사하며 국민 1인당 연간 소득은 213달러수준.인구중 90%가 힌두교,5%는 불교신자다. 이동미기자 eyes@. *네팔 비렌드라 국왕…입헌군주제 도입 민주화 정착. 비렌드라 국왕(55)은 90년 절대 왕권을 포기,다당제 총선을 실시하면서 입헌군주제를 도입해 네팔에 민주화를 정착시키면서 네팔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다. 그후 각종 의식에 참석하는 상징적 지위에도 불구,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영국 이튼칼리지와 미 하버드대에 유학한 후 72년 국왕에올랐으며 왕자 때인 71년 아이스와랴 왕비와 결혼,악연의디펜드라 왕자를낳았다. *네팔 디펜드라 왕세자…英 이튼 칼리지 출신 모범생. 디펜드라 왕세자(30)는 영국 이튼 칼리지 출신으로 평소매우 온화하고 다감했던 성품의 소유자.가끔 폭음하는 것외에는 흠잡을 게 없는 모범적 왕실자제로 참극 직전까지도아버지를 도와 왕실 업무를 도왔다. 총과 사냥, 무술에 관심이 많았던 만능 스포츠맨으로 “영국 유학을 통해 수신(修身)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해왔지만 결혼을 둘러싼 부모와의 갈등을 극단적 방법으로 끝내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말았다.
  • 시민단체들은 도보 순례중 !

    시민단체들이 지금 전국을 누비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도보 순례’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나 자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홍보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3일 9박10일에 걸친 대장정을 마친 녹색연합의 ‘생명과 평화의 DMZ 녹색순례’는 올해로서 네번째로 녹색연합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98년 강화도 갯벌에서 시작해 새만금 갯벌까지 도보순례를 한 뒤 99년에는 전국의 송전탑 건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경기도 가평에서 강원도 태백,울진 핵발전소 예정지까지 둘러봤다.지난해에는 중요성을 감안,다시 새만금을찾았다.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은 지난 26일 지리산 달궁에서 가진‘생명 평화와 민족 화해의 지리산 위령제’에 앞서 15박16일 동안 지리산 도보 순례 행사를 가졌다.이들은 도보 순례를 통해 ▲지리산 생명공동체 회복 ▲무분별한 개발에 대응한 국토보전운동 ▲지리산 생태·문화 지도 작성 ▲작은 영화제를 통한 지리산 주민들과의 유대 강화 등을 꾀했다고평가했다.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은 지난해 10월에는 강원도태백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화합과 생명의 대장정-낙동강1,300리 도보순례’를 가진 바 있다.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도 정부의 새만금 간척사업 재개발표로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해지긴 했지만 이달초 1주일동안 새만금 갯벌 순례를 가졌다. 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 정책실장은 “따가운 햇살에 얼굴과 팔은 까맣게 그을고 발바닥은 온통 물집투성이가 됐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녹색순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순례의 물결에는 시민단체 외에도 정당 등도 가세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대표 權永吉)은 지난 21일 석달간의 일정으로부산·경남 지역을 시작으로 서울까지 전국을 도는 ‘민생살리기 10만㎞ 대장정’에 돌입했다.현 정국을 보는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한편,민주노동당이 마련한 각종정책대안을 홍보할 예정이다.아파트 반상회 방문,거리연설회와 노동자·학생 강연회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초·중등학생으로 구성된 명예경찰 포돌이,포순이 소년단 230명은 지난 18일과 19일 독립기념관과 현충사 등 유적지 순례에 나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현장을 누비는 순례는 ‘1인 시위’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계속 애용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美 전몰기념일 ‘보수‘ 물결

    전몰용사 기념일(Memorial Day)인 28일 미국 전역에서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고조돼온 보수주의,신 애국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국에서 요란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60주년을 맞아 최근 개봉된 대작영화 ‘진주만’은 고조된 추모 분위기에 편승,개봉 나흘만에 7,510만 달러의 기록적인 입장수입을 올렸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밥 돌 전 공화당 상원의원 등 재향 군인들을 백악관에 초청,조찬을 함께하면서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 세워질 2차 세계대전 기념비 건립 법안에 서명했다.그동안 내셔널 몰 시야를 가린다며 반대론자들이 소송을 내는 등 논란에 싸인 건립법안에 전격 서명했다. 부시대통령은 이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무명용사묘에헌화한 뒤 전몰장병및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추모했다.그는“오늘은 이 위대한 나라,미국의 수천 마을과 도시에서 미국민들이 전몰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함께 모이는날”이라고 말하고 “베트남전,한국전,2차 세계대전 등에서실종됐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참전용사들이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시대통령은 이어 “미국 방위의 신세대들은 이 나라를 지켜온 정의롭고 불굴의 용기를 가진 전몰장병들과 같은 대열에 서서 그들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역설,신세대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했다. 앞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인사말을 통해 “미국인들은 전쟁에 대비해야하며 냉전후 안보감각에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연설,미 행정부의 보수성향을 드러냈다. 뉴욕에서는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과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허드슨강 위 2차세계대전 참전 전함인트레피드 박물관에서 강에 헌화했다.미시간주 디어본에서는 지난 4월 중국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 정찰기 EP-3의 승무원이 행사에 참석,연설하는 등 ‘조국 지키기’가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언론들도 각종 특집기사 등에서 미국의 이같은 기조를 전하고 한편으로는 분위기 고조에 한몫하고 있다.ABC방송은 지난 26일 ‘세계를 변화시킨 2시간’이란 제목의 특집프로에서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진주만 공습을 생생하게 재연했다.CNN방송 등도 부시 대통령 중심의 전몰기념일 행사 분위기를예년에 비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美MD 곱지 않은 세계여론 확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29일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 방어 계획(MD)의 승인을 유보함에 따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대외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지난 24일 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버몬트)의 탈당으로 인한 여소야대의 정국과 맞물려 부시 행정부는 대내외적으로 MD 정책 수정에 대한 압력을 받게 됐다. 나토는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독일,프랑스 등 19개 회원국 외무장관회의에서 미국의 MD 계획을 현 시점에서는 승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다만 미국 정부와실질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점을 밝혔을 뿐이다.이는 이른바 ‘불량배 국가’들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미국이 추후에라도 나토를끌어안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들 적성 국가들의 위협을 ‘잠재적 위협’에서 ‘공동의 위협’으로 강도높게 규정하며 MD에 대한 나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설득작업을 벌였다.그러나 나토는 북대서양이사회(NAC)의 성명서 초안에서 이들의 위협을 공동의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았다.즉 나토는 현재의 위협 수준으로는 미국이 세계여론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MD를 강력히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나토의 이번 성명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막 그로스먼 국무차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지난 10일과 18일까지 독일,영국,이탈리아 등을 돌며 MD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한결같이 유보적인 답변만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최대의 반발을 사고 있는 러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을 개정하는데 러시아가 동의하면 그 대가로 미국이 러시아의 S-300 지대공미사일을 구매하고 다른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부정적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한가지 기대할 만한 성과를 얻기는 했다.나토는 지난해에는 ABM 협정을 전략적안정의 초석이이라고 규정했지만 이번 성명서 초안에는 이런 언급이 빠져 있는 것이다.추후에라도 ABM 수정이나 개정을 통한 MD 추진이 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강충식기자
  • 컬러 마케팅 열풍…색깔을 입혀야 뜬다

    ‘엽기 콜라'에서부터 ‘금빛 샌들'까지! 올 여름 ‘컬러 마케팅'이 유행이다.이른바 엽기콜라로 불리는 해태음료의 ‘노란 콜라'(옐로 콤비콜라) 이후 색깔을 입힌 제품들이 부쩍 뜨고 있다.유통가에는 ‘색(色)의 유혹'이라는 테마 매장도 등장했다. ◇색을 입힌 제품들=무난한 색상에 집착하던 여성정장이원색의 강렬한 꽃무늬로 바뀌었다.진한 블루나 빨강 등 명도와 채도가 높은 선명한 색상이 눈에 띄게 늘었다.펄이들어간 황금빛 샌들도 돋보인다.황금마케팅과 컬러마케팅의 접합물이다. 선글라스 매장에는 노란색,하늘색,보라색 등 파스텔톤 컬러렌즈가 즐비하다.윗부분은 어둡고 밑은 환한 ‘투톤 렌즈'도 인기다.‘길거리 매장'의 머리핀과 머리띠도 화려한 원색 물결이다. ◇‘색의 유혹' 테마매장 등장=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 ‘e-현대백화점'(www.e-hyundai.com)은 ‘컬러 템프테이션'(색의 유혹)이라는 테마매장을 설치했다.색조화장품,샌들,시계,선글라스 등 선명한 ‘컬러제품'만을 한데모았다.밀라노스토리의 원색 원피스는 13만8,000원,케사랑파사랑 립라커는 2만5,000원이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김종인과장은 25일 “예전에는 너무 튀지 않을까 부담스러워하던 고객들이 이제는 거리낌없이 강한 색감의 의류나 패션소품을 찾고 있다”면서 “갈수록 강해지는 국민 개성과 다양해진 취향,경기회복 등의 여파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지금 중랑천변은 ‘유채꽃 바다’

    서울 중랑구가 중랑천변에 일군 유채밭이 뒤늦게 노랑꽃의바다를 이루면서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지난해말 김장용채소를 재배하느라 파종이 늦은 탓에 개화도 한달 가량 늦어 이제 막 꽃물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중랑교∼월릉교간 2.3㎞ 둔치에 조성된 유채밭은 1만5,000여평 규모.바로 곁의 7,000여평에 일군 감자밭에서도 연보랏빛 감자꽃이 무리를 이뤄 토속적 풍치를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중랑천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유채꽃과 감자꽃길은 자그마치 시오리나 된다.중랑구는 유채꽃을 더 많은 시민들이 즐기도록 하기 위해 이곳에 생태학습장을 마련하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행사도 마련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데스크 칼럼] 상기하자 진주만?

    올여름 미국 극장가를 강타할 블록버스터 후보 1호는 25일미전역에서 동시 개봉되는 디즈니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이다.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을 소재로 제작비 1억 3,500만 달러를 들인 초대작이다. 진주만 기습은 미군 전사상 최대의 치욕이다.공격 성공을알리는 전통문 ‘도라,도라,도라’를 사령부로 타전한 그날새벽 일군기들은 미 태평양 함대의 모항 진주만을 순식간에불바다로 만들고 애리조나,오클라호마,캘리포니아등 7척의전함과 100척 이상의 함정들을 수장시켰다.이 공격으로 미국은 사망자 2,388명,부상자 1,178명과 300여대의 항공기가파괴되는 치욕적인 피해를 입었다.(미국방부 통계) 왜 새삼스레 진주만인가.금년은 진주만 기습 60주년의 해다.디즈니측은 이 영화를 지금 80대가 됐을 당시 참전용사들의 생애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라고 제작 의의를 설명한다.해군 간호사와 파일럿의 러브 스토리가 줄거리를 이루지만 바탕에 깔린 것은 당시 희생자들의 애국심이다. 사실 이 영화는 2년여 전 다시 일기 시작해 미국 전역을휩쓸고 있는 ‘강한 미국’ 향수를 타고 탄생했다.이 향수는 2차세계대전때 조국을 구한 영웅들에 대한 추모 열기로나타나고 있다.당시 희생자와 참전용사들을 기리느라 미국전역이 법석이다. 지난 98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히트가 그렇고 NBC방송 앵커 톰 브로커가 쓴 책 ‘가장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가 장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지금 미국에서 이런 유의 다큐멘터리,저술,신문기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생각하는 3가지 단어는 ‘성조기,어머니 그리고 애플파이’라는 말이 있다.성조기로 상징되는 신애국주의 물결이 다시 미국인들의 마음을 뒤덮고 있다.지난 대선에서 클린턴행정부의 신자유주의를 물리치고보수주의 부시행정부를 출범시킨 바탕에도 이런 향수가 깔려 있다. 미사일방어망(MD)계획을 설명하며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방장관이 ‘우주의 진주만 기습’으로부터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상기하자 진주만’의 분위기를 이용한 절묘한 말 채용이지만 이를 듣는 우리의 기분은 섬뜩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과 균형감각을 가진 많은지식인들이 MD계획이 전세계적인 무기경쟁을 부추긴다며 경고하고 나섰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강한 미국을 외치는 거대한 물결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우주에서 ‘진주만 기습’을 가할 적으로 미국은 ‘불량배국가’들, 그중에서도 북한을 주요 대상으로 꼽고 있다.지금 태평양에서 미국의 제일 군사동맹국은 역설적으로 60년전 진주만 기습의 주인공 일본이다.미국은 일본의 무장화를걱정하는 아시아국가들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대신그들의 안중에는 ‘우주의 진주만 기습’을 감행할 적,북한미사일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부시행정부가 갖고있는 북한 회의감의 뿌리가 예상보다 더 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우리의 대북정책과 한·미 공조도 이 ‘진주만 열풍’이 시사하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바탕 위에서 세워나가야한다. 이기동 국제팀장 yeekd@
  • 어린이 귀앓이

    올해 만 3세인 L군(서울 관악구 신림동)은 감기를 자주 앓았다.그때마다 귀가 아프다고 했으나 동네 소아과나 약국에서감기약을 지어 먹으면 증세가 좋아졌다.그러나 얼마전 감기에 걸린 뒤 소리를 잘 못듣는 것같아 동네 이비인후과를 방문,진찰을 받으니 중이염이었다. 의사가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해 인근 B병원을 찾아 검진한 결과,감기로 인해 고막이 안쪽으로 함몰돼 있고 중이에물이 고여있었으며 편도선이 비대해져 있었다. K씨에게는 선천성 난청인 4살,2살난 두 딸이 있다.두 딸은듣지를 못해 말도 못했다.그러나 최근 두 딸은 인공 달팽이관 설치 수술을 받고 언어를 꾸준히 배워 제법 많은 단어를알아듣고 말도 더듬더듬 한다.‘침묵의 세상’이 ‘소리의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잘 듣지 못하는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20일 각 대학 병원들에 따르면 감기가 주된 원인인 어린이중이염 환자가 늘고 있다.또 이어폰,헤드폰 등으로 귀를 혹사한 청소년들중 상당수가 난청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노령화에 따른 노인성 난청까지 많아지는 등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하원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린이들이 감기에 걸려 있을 때 귀에 통증이 생기는 귀앓이가 겹치면 난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이때 급성 중이염에걸리면 듣는 능력이 떨어져 작은 소리를 못듣고 TV에 바싹붙어 시청하기도 하며,듣는 소리가 울리거나 멀리서 들린다고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광선 울산의대 서울중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유아,소아,청소년,장년 등 연령별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세 미만인 유아의 경우 난청을 발견하기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중요한 징표의 하나로 생후 6개월이 지나도 옹아리가 없으면 난청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특히 10개월까지 옹아리가 없다면 일단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또 옹아리뿐만 아니라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경우,주변 소리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도 난청일 가능성이 있다. 1세 전후에는 한두 마디 말을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며 2,3세 때에는 활발한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한다.이 시기에 언어 표현을 하지 않으면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소아의 경우 TV를 가까이서 본다든지 불러도 대답을 하지않으면 난청에 의한 행동이상으로 볼 수있다. 청소년이나 성인은 스스로 난청임을 대개 알고 있다, 그러나 장년이후에는 난청이 서서히 찾아오기 때문에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식당,강당 등에서 다른 사람에 비해듣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 난청을 의심해야하고 이명(耳鳴)이 발생하면 난청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유상덕기자 youni@. *어린이 난청 예방·치료. 유·소아의 경우 중이염을 조기 치료하면 난청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있다.감기후 흔히 생기는 급성 중이염이 만성 중이염,만성화농성 중이염으로 옮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박문서 한림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중이염 때문에 난청이 오는 경우는 약물치료나 수술을 통해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시끄러운 소리에 오래동안 노출된 결과로나타난 소음성 난청에 대한 치료는 소음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고 불가피한 경우 자주 휴식시간을가져 청각의 피로가 쌓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양선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청신경 기능이 점차 퇴화해 나타나는 노인성 난청이65∼74세 연령층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75세 이상의 노인의 50% 쯤이 난청을 앓고 있다”면서 “노인성 난청은 뚜렷한 치료 방법은 없고 보청기를 이용한 청각의 재활을 시도하는 것이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각의 재활은 노인이 난청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막아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듣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는 인공달팽이관 이식을 통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 이광선 서울중앙병원 교수는 “인공달팽이관 이식술은 난청이 생긴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나 말을 배우지 못한 소아들에게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7세의선천성 난청환자들에게까지 수술이 확대됐다”고 말했다.그는 “최근 8개월된 어린이에게 수술이 시행됐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총 비용은 2,500만원 안팎이며 1년 이상의 재활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상덕기자. *귀와 소리. 귀는 소리를 듣는 기관이지만 실제 귀가 받아들이는 것은공기의 진동일 뿐이다.이 진동을 뇌가 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귀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귓바퀴와 외이도로 이뤄진 외이(外耳),고막이 자리잡고 있는 중이(中耳),달팽이관이 있는 내이(內耳)가 그것이다. 공기의 진동이 귓바퀴에 모아져서 외이도라는 일종의 터널을 지나 고막에 닿으면 미세한 떨림이 생긴다. 이것은 또우리 몸에서 가장 작은 뼈인 ‘이소골’로 전달된다. 이소골이 떨리면 달팽이관속의 림프액이 출렁이고 이 물결이 림프관에 붙어있는 작은 털세포를 자극해 전류를 발생시킨다.전류가 청신경을 타고 뇌에 전달되면 비로소 온갖 소리가 인식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하나라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잠귀가 밝은 사람’은 잘 때도 뇌의 각성 상태가 높게 유지된다. 개나 토끼처럼 귀를 움직이는 사람은 소리나는 방향에 맞춰 귀를 움직이는 동물의 기능이 퇴화하지 않아 그런 것이다.빠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거나 비행기 이·착륙시 귀가 멍해지는 것은 중이와 외이도의 내압 균형이 깨져 외이쪽으로 고막이 당겨지기 때문.침을 삼키면 중이에 있는 유스타키오관(耳管)이 열려 압력이 조정되므로 멍한 증상이 가신다. 내이의 세반고리관과 전정기관은 위치감각과 평형감각을 느끼게 하고 회전감,속도감,방향감각 등을 맡는다. 귀가 감지하는 소리의 진동수는 대략 16㎐(헤르츠)이상에서 20,000㎐이하로 이를 가청 음역이라 한다. 우리들이 대화할 때의 음역은 250∼2,000㎐이다.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가장 편하게 느끼는 소리의 강도는 30∼40㏈(데시빌)이며 트럭 달리는 소리 등 75㏈을 넘는 소리는 불괘감이나 압박감,통증 등을 준다. 가장 쾌적하게 들리는 소리는 1,000㎐ 주변의 소리이다.1,000㎐는 피아노의 중간 도에서 한 옥타브 높은 소리로 음높이,말소리 등이 집중돼 있는 소리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1,000∼1,500㎐의 음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팔人 자살폭탄테러

    [예루살렘·가자시티 AP AFP 연합] 18일 오전 11시45분(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수도 텔 아비브 북부 해안도시인 네타냐의 한 쇼핑센터에서 팔레스타인 자살폭탄테러가 발생,범인 1명과 이스라엘인 6명 등 최소한 7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고 이스라엘 경찰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보복에 나서 나불루스에 있는 팔레스타인 경찰본부에 포격을 가했다. 부상자들은 시내 라니아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있으나 일부는 생명이 위독하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숨진 팔레스타인 테러범은 하 샤론 쇼핑몰로 뛰어들었으며 보안요원에 의해 저지되자 입구에 멈춰 몸에 지니고 있던 폭발물을 터뜨렸고 사고 직후 큰 검은 연기구름이 일었다고 전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날 자살폭탄테러가 자신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확인한 뒤 이날 폭발은 자신들이 계획하고 있는 10번의 공격 가운데 7번째 공격이라면서 이날 공격은 팔레스타인 경찰 5명이 이스라엘군에 희생된데 따른보복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라말라에서도 차를 타고 지나가던 이스라엘인들이 무장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밖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집무실이 위치한 가자시티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지중해해상에서도 이스라엘 미사일 2개가 폭발했다고 팔레스타인의 사에브 알 아제즈 장군이 밝혔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네타냐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선동한 증오의 물결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팔레스타인측을 격렬히 비난했다. 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중동에서의 폭력이 새로운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크게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다니 나베 이스라엘 무임소장관은 이스라엘은 자국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영토내 유대인 정착촌에서의 건설 활동을 완전 동결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나베 장관은 공영 라디오와 회견에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영토 내에 있는 기존 정착촌의 내부적 성장은 허용하지만 지역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정착촌 지역을 확대하지도 않는다”는 아리엘 사론 총리의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 [오늘의 눈] 日 왜곡 교과서 전시는 당연

    일본 역사교과서의 한국사 왜곡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이독립기념관 주최로 15일 서울 광화문 갤러리와 독립기념관에서 동시에 개막됐다.매우 뜻깊은 행사다.전시물 중에는 문제가 된 검정본 8종 등 일본의 역사왜곡 실상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들이 많다.1870년대의 교과서를 보면 임나일본부설등 역사왜곡이 오래전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이번 행사는 당초 10일 개막될 예정이었다.그러나 관계당국이 “일본정부와 대화를 하는 중인데 괜히 국민들을 흥분시키기보다는 관망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만류’하는 바람에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독립기념관측은 “할 말은 해야 하는 것이고,독립기념관마저 이 일을 안하면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에게 할 도리가 아니며,우리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안타까운 일이다. 상대방이 있는 외교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매사를 그런 시각으로 접근하다 보면 자칫 국가위신을 해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독립기념관은 지난 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당시국민적 공분에서 태동됐다.온 국민의 참여로 4년여에 걸쳐모인 성금 500여억원을 토대로 87년 8월15일 문을 열었고 4개월 동안 400만명이 관람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개관 당시 연구직이 32명이었고 자료수집예산은 1억2,000여만원이었다.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연구직은 8명,자료구입예산은 1,960만원으로 줄어들었다.독립운동사를 연구하기에는 담당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반면 일본은 82년 교과서 왜곡 파동 당시 주변국들의 비난을 무마한 뒤 최고액권인 1만엔짜리 지폐의 인물을 쇼토쿠 태자에서 제국주의침략이론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로 바꾸는 등 의뭉스러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한반도가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장이 됐던 19세기 말을,세계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는 요즘에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대비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될수 있다.“거짓역사를 가르치는 나라는 망한다”지만 역사를 경시하는 나라도 어찌 흥할 리가 있겠는가. 김주혁 문화팀 차장 jhkm@
  • 보성차밭 광고 촬영지로 인기

    ‘동산에 아침 햇살 구름 뚫고 솟아 와 새하얀 접시 꽃잎위에 눈부시게 빛나고…’ 김민기의 노래 ‘천리길’이 흐르는 가운데 중세 유럽의장원을 연상케 하는 시원하게 탁 트인 차밭에서 한 가족이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SK엔크린이 최근 TV에 내보내고 있는 새 광고이다. 이 광고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이건희 성형외과를 경영하는 의사가족을 모델로 기용,전남 보성의 차밭에서 지난달 하순쯤촬영됐다. 이 차밭은 엔크린 광고 외에도 SK텔레콤의 광고 ‘수녀와비구니’편,하나은행 광고,MBC드라마 ‘온달왕자’,영화 ‘선물’등의 배경으로 등장했다.차밭을 운영하는 대한다업측은 “TV광고 등에 자주 등장하면서 차밭을 찾는 관광객들이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엔크린 광고를 만든 제일기획 김현철 AE는 “도시의 답답함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속이 확 뚫리는 시원함을 주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다 보성 차밭을 촬영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김씨는 유홍준씨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직접 국토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는 386세대를 타깃으로 엔크린 주유소 광고를 제작했다고 밝혔다.따라서 배경음악도 386세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80년대의가요인 김민기씨의 ‘천리길’로 택했다. 제일기획의 지현탁 차장은 “보성 차밭은 구불구불한 오솔길과 끝없는 녹색의 물결로 우리 국토 가운데 드물게 이국적 분위기를 풍긴다”면서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다니는문화가 정착되면서 주유소와 대한민국의 숨겨진 명소를 찾아가보자는 주제를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전태일’ 통해본 비정규직 노동자 애환

    극단 한강이 12일부터 동숭홀에서 공연하는 ‘전태일’(김해자 박수정 작,장소익 연출)은 평화시장에서 분신자살한노동자 전태일을 소재로 한 작품. 지난 7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열악한환경에서 일했던 재단사 미싱사들의 삶을 통해 요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사실적인 소품과 음악을 택해 전태일의 삶을 솔직하게 그린 게 이번 무대의 특징.전태일이 죽은뒤 평화시장에 희망의 물결이 일어남을 코러스로 처리해 그의 죽음이 헛되지않았음을 강조한다.23일까지 월∼금 오후8시 토·일 오후4시·8시,(02)762-6036. 김성호기자 kimus@
  • [사설] 병역비리 의원 단죄를

    박노항 원사 검거로 병역비리 수사가 급물결을 타고 있음에도 비리 연루 정치인 상당수가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한다.한 일간지가입수한 병역비리 검·군 합동수사반의 수사 대상 의원 명단(2000년 2월 작성)을 보면 15대 국회의원 27명(아들은 31명)가운데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996년 이후 병역비리 혐의자는 6명에 불과하다.나머지 21명은 범죄혐의가 드러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면하게 된다. 실제로 합수반은 지난 2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역의원 3명의 비리를 확인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없다”며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그러나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등 사회 지도층의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적어도 명단을 공개해서 도덕적 책임을물어야 한다.그것이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이다.병역비리관련 야당 의원 3명의 이름이 ㄱ의원,ㅅ의원 식으로 일부언론에 보도되자 한나라당은 “공소시효가 지나 법률적 효력이 없는 사안”이라며 “여권의 국면 전환용”이라고 공격했다.“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시간이 흐른 뒤 얘기하면 되는 것으로 지금 시점에서 명단을 흘리는 것은 의혹만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이다.과연 그러한가.한나라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병역비리를 고발한 반부패국민연대 쪽은 “소속 의원이 병역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으면 스스로진상을 밝히고 징계를 하는 게 옳지,이를 정쟁화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한다”고 지적한다.더 이상 보탤말도 없다. 합동수사반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정치인들을 철저히 수사해서 단죄하고,공소시효가 지난 정치인들도 명단을 공개해서 사회적인 단죄를 받게 해야 한다.국회는 병역비리 의원들을 국회 윤리위에 회부해서 제명 등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그렇게 하는 것만이 그나마 국회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 노먼 F·캔터 ‘중세이야기-위대한 8인의 꿈’

    마녀,종교재판,흑사병,환상,무지….중세를 이야기할 때으레 따라다니는 말들이다.중세는 과연 암흑 시대였을까. 미국의 중세사가 노먼 F.캔터의 ‘중세이야기-위대한 8인의 꿈’은 중세가 결코 시간이 정지된 ‘신’의 시계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중세 또한 이 시대와 다름 없이 인간들이 숨쉬고 부대끼며 살아가던 시대라는 것이다. 책은 기독교 사상이 공인·정립되기 시작한 4세기경부터르네상스 정신이 대두하고 근대가 태동한 15세기까지를 다룬다.등장인물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황후,기독교초기 교부철학의 대부인 아우구스티누스,샤를마뉴 시대의 저명한 학자 앨퀸,‘카노사의 굴욕’을 불러온 교회개혁가 훔베르트,환상가이자 작곡가이며 여성학자였던 성녀 힐데가르트,프랑스왕과 이혼하고 영국의 왕비가 된 엘레오노르,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초대 초장인 그로스테스트,그리고 백년전쟁에서 잔 다르크와 싸우는 베드퍼드 공 존 등 8명.중세를 정체되고 통일된 사회가 아니라 격동의 시대로 파악하는 저자는 이들의 인간적인삶의 모습을 극적으로 재현해냈다. 기존의 역사책들은 갈릴레이나 잔 다르크 등 주로 어두운 폭력의 희생자들을 통해 중세를 이해했다.이에 반해 이책은 중세를 정신적·지적으로 이끌어온 주인공의 관점에서 살핀다.중세를 단순히 미화하거나 고착화한 이미지로왜곡하지 않고 그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동시에 조망하고 있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이종경 등 옮김,새물결출판사 펴냄. 김종면기자 jmkim@
  • 올 가을 밀리터리룩이 뜬다

    “올 가을·겨울 멋장이가 되고싶다면 엄마의 옷장을 습격하고 군인스타일의 옷을 입어라!” 패션가에서는 복고풍이 부상하는 것을 빗대 이렇게 말한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SFAA) 주최 가을·겨울 컬렉션(서울 경복궁)은 1950,80년대의 복고풍 의상 물결이 넘쳐난 가운데 밀리터리 룩이 유난히 돋보였다. 특히 모델이 군복바지를 직접 입은 강렬한 이미지에서부터개구리무늬를 응용한 부드러운 색상과 무늬까지 다양한 밀리터리 룩이 선보인 것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색상은 검정이 단연 강세였다.소재는 부드러운 가죽,세무등이 공통적으로 많이 등장했고 문양으로는 전통적인 꽃무늬가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23명의 디자이너들은 나무숲과 궁궐 대문 속에서 모델들이걸어나오는 환상적 무대를 연출,관객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모순과 대비의 미학을 담은 밀리터리룩을 내놓았다.군대 야전병들이 쓰던 모자를 양단과 쉬폰이라는 부드러운 소재로 응용하고,가죽에 주름과 레이스를 넣어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렸다.진씨는 “80년대와 90년대초에 크게 유행했던 밀리터리룩이 뉴욕,파리컬렉션에서도 다시 떠오르는 것은 최근 유행했던 여성적이고 화려한 로맨틱패션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은환씨는 ‘불규칙한 불완전함’을 소재로 목과 소매에모피털장식을 덧댄 누비외투를 선보였다.박윤수씨는 80년대펑크스타일의 부풀린 사자머리를 한 모델과 여러 느낌의 초콜릿색깔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의 망토, 숄 등으로 무대를꾸몄다. 디자이너 홍승완씨는 손으로 직접 바느질하는 전통적 방법으로 클래식한 남성복을 내놓았으며 “복고풍을 답습하지않고 새롭게 전통을 살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색깔은 베이지,갈색이 주조를 이뤘고 베레모 등의 소품으로 복고 분위기를 살렸다. 군복바지,군화,야전담요 등으로 본격 밀리터리 룩을 선보인 디자이너 장광효씨는 “지금 복고풍이 다시 각광받는 것은 패션황금기였던 50년대의 재현과 풍요로웠던 80년대 젊은이들의 자유정신으로의 회귀”라고 말했다.또한 패션은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여유를 찾고 즐기는 것이라고강조했다. 윤창수기자 geo@
  • 토니 모리슨 소설 ‘파라다이스’

    연극의 막이 올라가듯 소설 ‘파라다이스’(토니 모리슨 지음,김선형 옮김)는 상처받은 여성들의 쉼터인 수녀원에 몰아닥치는 살인극으로 그 첫장을 장엄하게 연다. 수녀원은 루비라는 작은 마을의 외곽에 자리잡고 있다.수녀원에는 늙고 병든 수녀와 콘솔레이타라는 여자가 살아간다. 이곳에 여자들이 하나씩 모이기 시작한다.뜨거운 차안에 쌍둥이를 방치해 질식사시킨 뒤 죄책감 때문에 가정으로부터도망친 메이비스,미혼모에게 버림받은 세레카,애인이 자신의 어머니를 선택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팰레스….소설은 서사 구조가 아닌 인물 위주의 옴니버스 구조를 택했다.등장인물마다 각기 그들의 인생을 보여준다. 수녀원과 이웃한 루비 마을은 미시시피와 루이지애나주의해방노예들이 세운 작은 공동체로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며보수적이다.그러나 어두컴컴한 길을 여자 혼자 걸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그 누구도 범죄와 일탈을 꿈꾸지 않았던 그들만의 루비 마을에도 변화는 시작된다.10대 소녀가임신을 하고,평범한 가정주부가 아이를 돌보는 스트레스로인해 미친다.가부장적 사고를 거스르는 변화의 물결에 위기감을 느낀 마을의 남자들은 수녀원을 악의 원천으로 지목한다.그곳의 여성들이 세상에서 도피한 만만한 사람들이었기때문이었으리라. 이 작품은 추리소설처럼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친다.치밀한심리 묘사와 생생한 상황 설명은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라도쉽게 소설 속 상황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긴박한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도있다.남성을 가해자로,여성을 피해자로 설정하는 90년대식페미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남성들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는 여성들의 삶이란 소재는 한국에서도 90년대 초·중반에 많이 등장했다가 철퇴를 맞은 바 있다. 지은이 토니 모리슨은 지난 1988년 자유를 위해 딸을 살해한 탈출 노예의 이야기를 그린 ‘빌러브드’로 퓰리처 상을받았다.93년에는 흑인 부부의 삶을 재즈처럼 슬프고 변덕스럽게 표현한 ‘재즈’라는 소설로 미국계 흑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탔다.들녘은 토니 모리슨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파라다이스’를 국내에소개한 데 이어 ‘빌러브드’와 ‘재즈’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송하기자
  • 꼬리 드러나는 ‘박씨 도우미‘

    국방부 합동조사단 소속 헌병 동료들이 박노항 원사의 도피를 조직적으로 비호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 군내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가 급물결을 타고 있다. 군 검찰은 2일 박씨 동료들의 비호 증거 및 ‘윗선’ 보고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특히 헌병 차원의조직적 비호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병무청에 파견됐던 박씨 및 부사관(옛 하사관)들은 물론 상위 계급자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씨 근무 당시 합조단은 6개과로 편성돼 있었으며 박 원사는 병무청을 담당하는 1과 소속이었다.당시 합조단에는소장급 단장 아래 2명의 대령급 부장이 있었으며 6명의 과장은 현역 중령 혹은 부이사관급 군무원이 맡았다.요원 70여명중 현역과 군무원의 비율은 반반이었다. 군 검찰은 일단 도피중인 박씨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줬다’고 진술한 육본 헌병감실 소속 윤모 준위와 박씨와 10여 차례 통화한 이모 준위 등 현역 헌병부사관 2명의 역할에 주목하며 이들의 입을 통해 ‘윗선’ 개입 여부를 캐내는 데 주력하고있다. 군 검찰 관계자는 “아직 조직적 비호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면서 “조직적이 아닌 개인 차원의 접촉이라도 사법처리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검찰은 특히 98년 5월 병무청 안에 있던 박씨 사무실에 대한 군 검찰의 압수수색 등 초동수사 과정이 박씨에게 고스란히 유출된 것은 합조단 차원의 조직적 비호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수사과정에서 박씨와 접촉한 것으로확인된 헌병동료뿐 아니라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의외의 ‘윗선’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노주석기자 joo@
  • ‘한니발’ ‘파이란’ 28일 개봉

    이번 주말 개봉되는 영화는 4편.보기 드물게 한가한 주말극장가에서 유독 대비되는 작품이 ‘한니발’과 ‘파이란’이다.국내 영화제작사와 수입사들을 바짝 긴장시켜 개봉일잡기 눈치작전을 펴게 했던 ‘한니발’.소문대로 잔혹성은도를 넘어선다.그와는 대조적으로 ‘파이란’은 잔물결처럼 잔잔한 감동의 휴먼드라마다.두 영화를 보면서 심장박동수를 잰다면 어떨까.한쪽은 한없이 쿵쾅대고 또 한쪽은 한없이 느린 흐름을 탈 것이다. ◆한니발(Hannibal) “좀더 잔인하게,좀더 엽기적으로.”‘양들의 침묵’(조나단 드미 감독·1991년) 이후 10년만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후속편으로 내놓은 ‘한니발’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다.국내 수입심의를 통과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겠다 싶다.곳곳의 화면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원색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FBI 특수요원 스탈링 역은 이번엔 줄리언 무어가 했다.10년전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앤서니 홉킨스)의 도움으로,납치된 상원의원의 딸을 구해 유명해진 스탈링.그러나 마약소굴 소탕작전에서 과잉진압을 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좌천될 판이다.그때 한니발 살인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재력가 메이슨으로부터 한니발을 잡아달라는 제의를 받는다.오랜 은둔 끝에 다시 나타나 스탈링 주변을 맴도는 한니발은 메이슨의 주변인물들을 차례차례 죽여나간다. 잔인함의 강도는 전편 이상이다.산 사람의 골을 잘라내고뇌를 구워 먹이는 장면은 아찔하다.식인 멧돼지가 인육을뜯어먹는 대목에서는 엽기영화의 마지막 단계를 보는 듯하다.이들 장면이 국내 심의과정에서 말썽이 되자 감독은 필름을 회수,손수 모자이크 처리해 보내왔다. 지적 유희는 전편만 못하다.관객의 허를 찌르는 규모있는반전은 찾아볼 수 없다.온갖 엽기와 기발한 아이디어의 홍수를 맛봐온 관객들에게 영화가 큰 프리미엄을 얻을 수 없는 건 그래서이다. ‘글래디에이터’로 올해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았다.상영시간 2시간13분. ◆파이란 땟국이 졸졸 흐르는 낡은 점퍼에 제멋대로 구겨진 기지바지.우북하게 자라난 머리카락에 반창고를 무슨 훈장인 양 달고다니는 꾀죄죄한 얼굴.영화 ‘파이란’(제작 튜브픽쳐스)의 주인공은 그대로 노숙자 꼴이다.뒷골목 생양아치 강재(최민식). 이렇게 폼안나는 한국영화 속 깡패를 본 적이 없다.홍콩의인기스타 장바이쯔(장백지)와 호흡을 맞췄으니 멜로요소가빠졌을 리 만무하다.그런데 ‘사랑’이란 단어를 떠올려줄모티프라고는 그의 캐릭터 어디에도 없어보인다. 송해성 감독이 만든 ‘파이란’의 묘미는 무엇보다 거기에놓였다.욕지거리를 입에 달고다니는 삼류깡패의 가슴에 기적처럼 사랑이 돋아나는 과정이 차분하고 밀도있게 그려졌다. 말이 좋아 깡패지 그는 주먹솜씨도 신통찮다.그렇다고 의협심에 불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미성년자에게 포르노비디오를 팔다 구류를 살고,오락실 주인을 협박해 동전푼이나뜯고,인형 뽑기로 시간을 죽이는 게 일이다. 중국 처녀 파이란과 인연이 닿는 것도 그런 한심한 놀음의과정에서다.직업소개소를 통해,불법체류 위기에 놓인 여자와 위장결혼해준 대가로 몇푼을 건진다.물론 제대로 얼굴한번 본 적 없는 사이다. 밑바닥 인생의 끝점을 보여주던 영화는 조금씩 휴머니티를일깨워간다.“깡패 영화도 아니고,멜로는 더더구나 아니다”고 강조하는 감독의 의도가 바로 여기 있다. 욕설과 우스개로 일관하던 영화는 중반을 넘으면서 관조적어조가 된다.세상이 버린 자신을,가장 친절하고 좋은 남자라 믿고 외로움을 견뎌낸 파이란을 알게 되면서 강재는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남녀주인공이 한번도 대화를 섞는 장면이 없는 독특한 구조다.이어질듯 말듯 둘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교차편집으로 효과적으로 표현됐다.그러나 끝내 찜찜한 구석이 있다.생판몰랐던 여자의 편지 한통에 그토록 절절히 자기애(自己愛)를 발견하는 이야기 구도는 설득력이 모자란다. 황수정기자 sjh@
  • ‘아마존의 천사’ 美 애도물결

    ‘사랑의 여선교사 페루 상공에서 사망하다’ 페루에서 8년간 선교활동을 벌여온 미 여성 선교사 베로니카 바워스(35)가 지난 20일 가족과 함께 미국 고향으로 향하던 중 이들이 탄 경비행기를 마약밀수기로 오인한 페루공군 전투기의 사격을 받고 페루 리마 상공에서 딸과 함께사망한 사고에 대해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페루 공군 당국은 21일 성명을 통해 “이 경비행기가 페루공군의 지시를 무시해 불법 마약류를 운반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게 됐다”며 사고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미 정찰기의 지시에 따라 사격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그러나 이와는 달리 22일 미국에 도착한 경비행기조종사 등 생존자들은 “페루 공군이 어떤 경고도 없이 갑자기 총격을 가해와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혀 미국 시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미국 시민들은 여 선교사의 이같은어처구니없는 죽음 뿐 아니라 부인과 딸은 사망하고 남편과7살짜리 아들만이 살아남은 비극적인 가족의 운명에 가슴아파 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 미주정상회담에 참석했던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끔직한 비극’이라며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한편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경비행기의 비행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파악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CNN,워싱턴 포스트,USA 투데이 등 미 언론들은 사건발생 이후 연일 이번 참사를 보도하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페루에서 사망한 여성 선교사의 삶은 사랑 그 자체였다”며 “바워스 부부는 아마존강 유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든 삶을 바친 사람들”이라고 칭송했다. 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바워스 부부는 85년 결혼해 두남매를 입양한 뒤 페루에서는 93년부터 8년간 선교활동을해왔다.이들은 아마존강 유역을 배로 여행하며 문맹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문자 교육과 의료봉사를 통한 선교활동을 해왔다. 이동미기자 eyes@
  • 이봉주 우승/ 구간별 레이스 상보

    결승선까지 2㎞-.아무도 뒤를 쫓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이봉주(李鳳柱)는 앞만 보고 묵묵히 내달렸다.곧이어 보스턴 하늘을 뒤흔드는 함성과 함께 태극기 물결이 눈에 어른거리는 순간 이봉주는 비로소 우승을 확신했다.장장 2시간9분여를 앞만 보고 달려오는 동안에는 우승의 영광도,관중들의 갈채도 염두에 없었다.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 있을 뿐이었다.마침내 골인.이봉주는 몰려든 기자들에게 “나 자신과의 싸움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그밖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51년 만에 이룩한 이봉주의 보스턴마라톤 우승은 집념과 자신감,그리고 작전의 승리였다. 우승을 가른 최대 승부처는 32∼37㎞ 지점.굴곡이 심한 30㎞ 지점 이후부터 승부를 건다는 작전으로 나선 이봉주는이 때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10여명의 선두그룹에 끼어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30㎞ 지점에 이르자 이봉주는 서서히가속을 붙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심장파열 언덕(하트브레이크 힐)’으로 불리는 32㎞ 지점에 이르렀으나 실피오 구에라(에콰도르)를포함한 4명의 선수가 여전히 거머리처럼그를 따라 붙었다. ‘백전노장’ 이봉주의 진가는 여기서 한층 빛을 발했다. 난코스가 이어지는 32㎞ 지점부터 페이스를 올렸다 내렸다하면서 상대 선수들의 진을 빼기 시작했다.37㎞ 지점.이제승부수를 던질 때가 됐다고 판단한 이봉주가 앞으로 치고나갔지만 99보스턴마라톤 준우승자 구에라는 끈질기게 이봉주를 따라 붙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뿐이었다.지난해 후쿠오카마라톤에서 막판스퍼트로 준우승을 차지,실력에 자신감까지 더한 이봉주는40㎞ 지점에서 마지막 스퍼트에 나섰고 이봉주의 페이스에말려 진이 빠진 구에라는 선두로부터 멀어져갔다. 마지막 2㎞는 환호성만을 남겨둔 이봉주의 독주.이봉주는2개월 전 타계한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도로 주변에 꽉 들어찬 관중들은 힘찬 박수로 월계관의 주인공을 환영했다. 박해옥기자 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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