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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회찬의 63번째 생일…SNS에 ‘슬픈 축하’ 물결

    노회찬의 63번째 생일…SNS에 ‘슬픈 축하’ 물결

    회사원 박모(37)씨는 31일 아침에 일어나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오늘이구나.”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은 고 노회찬 의원의 생일이 오늘이라고 알렸다. 잠에서 덜 깬 박씨는 6년 전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부산에서 상경한 고향 후배들과 서울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먹고 나왔는데 노 의원이 노점에 앉아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이 홍정욱 전 의원에게 밀려 낙선한 직후였다. 박씨는 “평소 존경하던 분이라 후배들과 함께 ‘노회찬! 노회찬을 국회로!’를 외치니까 다른 시민들도 뒤늦게 노 의원을 알아보고 함께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며 “노 의원이 고맙다고 악수를 청하며 막걸리 한 사발을 내밀었던 게 엊그제 같다”고 말했다.지난 23일 세상을 떠난 노 의원이 31일 63번째 생일을 맞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축하 대신 고인을 그리워 하는 애도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나는 노회찬 대표님과 생일이 같다. 매년 생일 아침 노 대표님께 생일축하 문자를 보내곤 했었다”며 “앞으로 문자를 보낼 수 없으나 늘 기억하며 살겠다. 매년 그분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노회찬 대표님 생신 축하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또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돌아가신 분 생신을 축하하는 일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립고 보고 싶네요”라며 “그곳에서도 덜 가진 자와 못 가진자들을 위해 투쟁하실 거 같은 분, 오늘 만이라도 이기적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시고 편히 계셨으면…”이라고 애도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자치광장] 소확행의 삶을 위하여/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자치광장] 소확행의 삶을 위하여/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민선 단체장이 된 후 길 위의 풀 한 포기, 벽돌 한 장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공교롭게도 임기 첫날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급한 마음에 지역 내 위험 시설물 이곳저곳을 돌아봤는데 허술한 옹벽, 고장 난 신호등, 깨진 보도블록이 눈에 들어왔다. 미리 점검 못한 내 책임 같았다.강물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가 일으킨 물결이 퍼져나가듯 이러한 생각의 고리는 결국 주민 행복까지 이어졌다. 현실은 어떤가. 사람들은 달콤한 내일만 바라보며 오늘을 희생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눈 앞의 행복을 놓치는 중이다.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는 구청장으로서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고민하게 된다. 주민들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삶 속에서 느끼길 바란다. 노원구는 좋은 여건들을 갖췄다. 자연환경만 해도 도시에서 드물게 수락산, 불암산, 영축산, 초안산 등 4개의 산이 있고, 중랑천과 당현천, 우이천이 도심을 흐르는 배산임수 지역이다. 불암산에는 곧 나비정원이 문을 열고 구는 산림치유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하천 주변은 둔치에 꽃길 산책로를 조성해 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시내 중심가 못지않게 문화공간도 많다.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북서울미술관, 서울과학관, 우주학교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샤갈전’은 6만여 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전시관에서 먼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지역 관람 시설에 수준 높은 볼거리와 공연을 정기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100세 시대, 건강 역시 우리 삶의 필수요소다. 구는 안전한 산행을 위한 등산로 정비, 산허리를 둘러싸는 산책로를 겸한 둘레길 확충, 유아와 장애인들도 이용하기 편한 무장애 숲길을 조성한다. 또한 지역의 동네 근린공원 24곳도 재정비한다. 이참에 다양한 아이디어도 찾는다. 직원뿐 아니라 주민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소확행 100일 아이디어 공모’를 구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행복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없다. 당장 주민 삶에 긍정적 변화와 기쁨을 주는 손에 잡히는 행복,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노원행복 공식을 만들어 가겠다.
  • ‘안희정 무죄 규탄 성명서’ 역풍…서강대 총학, 학내 반발에 사퇴

    서강대 학생들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비판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을 사퇴시켰다. 30일 서강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중운위는 총학생회장 및 부총학생회장 사퇴와 회장 직무대행이 임시의장을 맡는 안건을 지난 28일 의결했다. 앞서 서강대 총학생회는 지난 17일 총학 명의로 ‘한국의 사법 정의는 남성을 위한 정의인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총학은 이 성명서에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기만”이라며 “사법부가 마치 안희정 측의 또 하나의 변호인단 같았고 정의를 위해 고뇌하는 사법부의 고민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강대 총학생회는 연대의 물결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성명을 놓고 서강대생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총학이 학내와 무관한 정치적 발언을 함부로 한다”, “학생회가 아니라 여성학회에서나 낼 법한 내용”, “선거 때는 비운동권으로 나왔다가 당선 후 운동권처럼 활동한다” 등의 비판이었다. 가톨릭 계열의 서강대가 성 관련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지난 5월 성 칼럼니스트 겸 작가 은하선씨의 교내 강연을 추진하다 학내 반발로 취소한 바 있다. 지난달 퀴어 퍼레이드에 총학이 참가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일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황민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 뮤지컬배우 故 유대성에 애도 물결

    ‘황민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 뮤지컬배우 故 유대성에 애도 물결

    배우 박해미 남편 황민의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뮤지컬 배우 故 유대성에 가족과 동료 배우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지난 27일 경기 구리시 강변북로 남양주 방면 토평 나들목 인근에서 배우 박해미 남편이자 공연기획자 황민이 몰던 차량이 갓길에 정차 중이던 25t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황민은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04%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 이 사고로 동승했던 2명이 사망하고, 황민을 포함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사망한 배우는 故 유대성으로, 그는 2010년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인재다. 유대성은 작사, 작곡이 모두 가능한 싱어송라이터로 대학 재학시절 첫 앨범 ‘그녀는 울어요’를 발매하기도 했다. 퍼포머그룹 파란달 소속인 故 유대성은 오는 9월 1일 구리아트홀에서 열리는 해미뮤지컬컴퍼니 공연에 객원 연출과 음악감독 제안을 받고 참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끼많고 정 많았던 그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동료 뮤지컬 배우들은 깊은 슬픔을 표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서미정은 자신의 SNS를 통해 “친한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며 “잘못을 저지른 유명배우 남편만 언론에서 언급하고 제 친한 오빠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심경을 전했다. 이어 “무대를 사랑하고 언제나 무대에서 빛났던 유대성 배우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그를 추모했다. 뮤지컬 배우 황정원 역시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위에서도 항상 평소처럼 응원해주고 힘주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다. 고맙고 미안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 배우 유대성, 당신은 누구보다 빛났다”고 유대성을 추모했다. 이루다 또한 “어느새 같이 공연 3번을 함께 했던 아이, 내가 참 좋아했던 아이”라고 고인을 추억하며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마음을 전했다. 한편 전날인 29일 방송된 채널A ‘사건 상황실’에는 故 유대성 아버지가 출연해 허망한 심정을 털어놨다. 유 씨 아버지는 “(황민이) 맨날 술만 먹였다. (아들에게) 많이 들었다. 아들이 (황민이) 술 먹고 운전을 해서 걱정이 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찍히면 (공연에) 출연을 못 하니 아버지가 참아야 한다더라”라고 덧붙였다.유 씨 아버지는 MBC ‘생방송 오늘아침’ 측과 인터뷰에서 “아들 하나 있는데 죽었다. TV에 나오는 게 (아들) 꿈이었다. 죽으니까 TV에 나오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33세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故 유대성은 용인추모원에 안치됐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절두산 성지 찍고, 한강 군함 보고… 뱃길 따라 만나는 양화진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절두산 성지 찍고, 한강 군함 보고… 뱃길 따라 만나는 양화진

    양화진, 근현대사 서울 뱃길의 관문 효령·월산대군이 위세 떨친 망원정엔 18세기 장빙업·빙어선 발전사 오롯이 천주교신자 순교…‘다크투어’ 명소로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6회 양화진(한강의 밤풍경) 편이 8월의 마지막 주말인 지난 25일 진행됐다. 혹서기를 피해 밤에 실시한 5회의 여름야행이 이번 회에서 막을 내리고 다음달 1일부터는 토요일 오전 10시로 환원된다. 폭염과 태풍이 지나간 한강의 노을은 곱디고웠다. 걷기 좋은 계절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던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양화진 곳곳을 누볐다. 이날 투어는 집결장소인 합정역 7번 출구를 출발, 절두산 성지~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역~양화대교~망원정~난지생명길~서울함 공원~망리단길 코스로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해설을 맡은 신수경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와 싹싹함으로 투어단을 이끌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24명의 참가자들은 “귀뿐 아니라 눈도 호강하는 코스”, “한강에 군함이 전시된 걸 처음 알았다”, “늘 가보고 싶었던 양화진묘역을 참배할 수 있어 좋았다”, “망원정 정자의 야경이 인상 깊었다” 등등 호평을 쏟아냈다.●망원정 정자의 야경… 눈도 호강하네 양화진 나루 주변 마을이 마포구 합정동과 망원동이다. 양화진은 인천 제물포나 강화를 오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나루였다. 경인선 기찻길이 놓이기 전까지 서해와 서울을 잇는 최단거리 뱃길의 관문이었다. 근현대사에서 제물포항과 서울역 그리고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처럼 서울과 세계를 연결하는 항구였다. 양화진은 한강진, 용산, 서강, 마포와 함께 5대 나루(津)이면서 한강진, 송파진과 더불어 3대 군사기지(鎭)였다.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아름다운 나루였다. 양안에 자리잡은 잠두봉(절두산)과 선유봉(선유도)이 상상할 수 없는 천하절경을 이뤘다. 실학자 성호 이익은 “중국 사신이 산수가 아름다워 노닐 만한 곳을 택해 배를 띄운 곳이다. 나라의 문인과 시인들이 또한 따라가서 화답하곤 했다. …양화나루, 선유봉, 잠두봉, 망원정이 가장 이름난 곳이다. 중국에까지 전해졌기에 천하의 사람들도 동방에 이러한 기이한 볼거리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절찬했다. 서울미래유산인 양화대교가 놓인 곳이 옛 양화나루이다. 이 지역 한강을 양화강이라고 불렀다. 양천현감을 지낸 겸재 정선이 그린 ‘양화환도’, ‘금성평사’, ‘선유봉’에 18세기 중엽 양화강 주변 풍경이 담겨 있다. 망원정(희우정)도 지척이다.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라고 노래한 월산대군의 시조 중 추강이 바로 망원정에서 바라본 풍광이다. 그러나 양화진의 지역 정체성은 장빙업과 빙어선 운영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강의 얼음을 캐서 저장했다가 파는 장빙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조선 초부터 얼음은 먼바다 어장에서 잡아온 생선을 싱싱한 상태로 보관, 먹을 수 있게 한 핵심 도구였다. 서울의 어물전으로 들어가는 생선에는 반드시 양화진의 얼음이 필요했다. 생선과 젓갈 등 어물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경강상인들이 취급한 물품 중 쌀, 소금, 목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저 상품이었다.어떻게 양화진이 장빙업의 본거지가 됐을까. 양화진의 랜드마크인 망원정은 국왕의 형이 위세를 떨친 곳이다. 4대 세종의 형 효령대군과 10대 성종의 형 월산대군의 존재감이 무겁다. 역사는 그들을 정자의 주인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두 대군이 양화진에 남긴 장빙업과 빙어선 주인권은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양화진의 얼음 창고가 있었기에 종로시전과 마포의 어물전이 존재했다. 장빙업의 발단은 망원정 정자에서 비롯됐다. 월산대군은 효령대군으로부터 망원정을 물려받았다. 왕이 되지 못한 왕의 형들끼리 주고받은 ‘만사형통’(萬事兄通)였는지 모른다. 세종과 성종은 민간에서 빙고의 설치 및 운영을 금한다는 국법을 눈감아 줬다. 효령대군 때 처음 사빙고를 설치했다는 주장은 문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월산대군은 희우정 주변에 축대를 쌓고 사빙고를 설치해 장빙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성종은 망원과 합정 주민에게 사빙고 영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두 지역 주민들이 장빙업을 독점하는 계기가 됐다. 제사용, 벼슬아치 하사용 얼음을 저장한 동빙고나 서빙고와는 별개의 나무 얼음 창고였다. 이들은 양화진 한강변에서 얼음을 채취, 목빙고에 보관한 뒤 여름 성수기에 팔았다. 특히 선박에 얼음을 채워 어장에 나간 뒤 잡은 생선을 냉장해 마포까지 운반하는 빙어선을 운영, 18세기 전성기를 누린 민간 장빙업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빙어선 영업권을 둘러싸고 망원정 및 합정리 그리고 서강지역 주민 간 분쟁이 30년간 이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두 지역민들은 빙어선 물품 운반을 맡거나 생선매매를 중개하는 빙어선 주인권을 확보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유했다. 팔도에서 올라온 빙어선의 생선을 중간도매상이나 소비자에게 시세에 따라 팔고 난 뒤 10%의 구문(口文)을 뗄 정도로 ‘손 짚고 헤엄치는’ 장사였다.‘은자의 나라’ 조선을 개화의 길로 이끈 천주교와 개신교의 양대 성지인 절두산과 외국인선교사 묘역이 사이좋게 나란히 붙어 있는 게 흥미롭다. 이곳이 근대 서울의 유일한 관문 양화진이었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씨앗은 천주교가 뿌렸다. 천주교 탄압령이 내려진 1866년 국내 천주교 신자는 2만명을 넘었다. 이때 프랑스 신부 12명 중 9명과 천주교도 8000여명이 처형됐다. 병인양요는 탈출에 성공한 리델신부의 요청으로 프랑스함대가 쳐들어온 사건이다. 제물포에서 양화진을 지나 서강까지 진출한 외국 함대에 위엄을 보이고자 양화진의 명물 잠두봉을 절두산 처형장으로 선택했다. 2000명이 넘는 천주교 신자의 머리가 잘려 나가는 참혹한 ‘다크투어’의 명소가 된 것이다. ‘대역부도’(大逆不道) 죄인 김옥균의 머리가 내걸리고, 척화비가 세워졌다. 대역죄인의 효수 장소가 서소문 밖에서 새남터(용산구 이촌동)로 나갔다가 양화진까지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마포와 용산, 양화진 등 경강(한강) 일대로 대표되는 강민(한강 일대 백성)의 숫자가 사대문 안 인구보다 많았고, 교화할 대상자도 더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망원정, 흥선대원군의 추억 망원정의 추억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병인양요에 놀란 흥선대원군이 펼친 두 번의 해프닝이다. 첫째는 ‘학우선’(鶴羽船)이라는 학의 날개 깃털을 겹겹으로 쌓아 만든 배를 물에 띄우려고 시도한 것이었다. 가벼워서 빠르고, 총포를 맞아 구멍이 뚫려도 그만이라는 어이없는 아이디어에 현혹된 대원군은 전국에 학의 깃털을 공출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배의 이름을 ‘나르는 배’(飛船)라고 짓고 망원정에서 진수식을 열었다. 배를 띄우자마자 가라앉고 말아 물에 빠진 병사를 구하느라 법석을 떨어야 했다. 두 번째는 평양 대동강에서 불태운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의 잔해를 가져다가 철갑선을 만들고자 했다. 대동강에서 끌어온 제너럴셔먼호를 망원정 앞에 대어 놓고 배를 만들었으나 석탄이 없어서 목탄을 사용한 배가 앞으로 나아갈 리가 없었다. 이때도 망원정에 앉아 진수식을 거행한 대원군은 배가 몇 m도 못 가서 주저앉는 망신을 당한 뒤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망원정 옆 망원한강공원에 지난해 서울함 공원이 들어서 우리 기술로 제작한 1900t급 호위함과 고속정, 잠수정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장소의 유전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 신념 따랐던 美 보수 거목 스러지다

    신념 따랐던 美 보수 거목 스러지다

    미국 보수의 거목이자,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정계의 ‘이단아’(매버릭)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영면했다. 82세.AP통신 등은 25일(현지시간) 매케인 의원이 이날 애리조나주 히든밸리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베트남 ‘전쟁영웅´… 대권 꿈은 못 이뤄 매케인 의원은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1967년 폭격 임무를 수행하다가 격추돼 5년여간 포로 생활을 했다. 당시 해군 사령관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풀어주겠다’는 월맹군 제안을 거절하고 매케인 의원이 잡혀 있던 하노이 폭격을 명령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아버지의 조기 석방 제안도 그는 먼저 붙잡힌 전쟁포로가 모두 석방될 때까지 풀려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베트남 국영 뉴스통신사인 VNA 등 현지 언론들은 “베트남과 미국의 협력 기초를 닦은 최초의 인물”이라고 타계 소식을 전하며 매케인 의원을 추모했다. 매케인 의원은 1973년 석방됐고 1981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1982년 애리조나주 공화당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1986년 주 상원의원이 됐다. 이후 내리 6선을 했다. ‘베트남 전쟁영웅’ 출신 정치인으로 존경을 많이 받았지만 ‘대권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2000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조지 W 부시 당시 텍사스 주지사에게 졌다. 2008년에는 본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오바마케어’ 폐기 반대·트럼프엔 쓴소리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원이었으나 민주당이 옳다고 믿을 때는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그는 지난해 7월 뇌종양 수술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호 공약 ‘오바마케어’ 폐기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오바마케어에 문제가 있지만, 이를 없애려고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매케인 의원은 같은 당의 트럼프 대통령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가치를 지키지 못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AFP통신 등은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받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매케인 의원의 가족에게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고 적었다.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도 정파를 떠나 애도의 뜻을 밝혔다. ●文대통령 “한·미동맹의 굳은 지지자” 회고 매케인 의원은 여러 차례 방한한 ‘지한파’ 의원이기도 하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을 맡아 주한미군과 남북 관계, 북한 문제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방미해 매케인 의원과 단독 회담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페이스북에 “고인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뿌리 내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애도한 뒤 “고인은 한·미 동맹의 굳은 지지자이며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워싱턴 방문 때 방미 지지결의안을 주도했고 미 상원의원들과의 면담도 이끌어줬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분량만 1000쪽… 연구서로 다시 읽는 최인훈의 삶

    분량만 1000쪽… 연구서로 다시 읽는 최인훈의 삶

    지난달 타계한 소설가 최인훈(1934 ~2018)의 삶과 문학을 집대성한 방대한 연구서가 나왔다.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책임편집을 맡고 젊은 연구자 23인이 참여한 책 ‘최인훈-오디세우스의 항해’(에피파니)다. 4년 전부터 시작한 작업으로 책 분량만 1000쪽에 달한다.방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작가가 세상을 뜨기 전 병상에서 마지막 나눈 대화 내용을 전하며 책 제목을 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방 교수는 “그때 선생은 당신이 겪어 온 이 나라, 한반도의 ‘근대’라는 것에 관한 ‘오디세우스의 항해’ 이야기를 하셨다”면서 “필자는 그것을 일종의 문학적 유언처럼 자신이 평생에 걸쳐 추구해 온 문학의 내용과 방향을 옹호하기 위한 최후의 변론처럼 받아들여야 했다”고 적었다. 이어 “최인훈이라는 인물은 이 한바다 위 ‘난파선’에서 정박할 곳 찾아 물결에 떠밀리면서도 방향타를 잡으려 안간힘을 써온 처참한, 고독한 항해사였다”고 설명했다. 집필진은 새로 정리한 작가 연보를 비롯해 ‘광장’ ‘회색인’ 등 작가가 발표한 모든 작품의 서지 정보를 표로 정리했다. 특히 작가의 생애와 작품 활동을 꼼꼼히 기록한 연보는 작가가 생전에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또 작가가 다양한 소설과 희곡 등에서 그려 낸 시대정신과 이 시대에도 유효한 최인훈 문학의 의미가 담겼다. 특히 집필진은 작가의 등단작이 1959년 ‘자유문학’에 발표한 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1957년 ‘새벽’에 발표한 시 ‘수정’이었다고 밝히며 이 작품을 책 앞부분에 실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태풍 ‘솔릭’, 서쪽으로 이동…제주 영향권에 전국 초비상

    태풍 ‘솔릭’, 서쪽으로 이동…제주 영향권에 전국 초비상

    제19호 태풍 솔릭이 6년만의 한반도 관통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와 기상당국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솔릭의 이동 경로가 당초 예상보다 서쪽으로 치우치고 느려지면서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주지방기상청은 22일 오전 2시를 기해 제주도 남쪽 먼바다의 풍랑주의보를 태풍주의보로 대치했다. 같은 시각을 기해 제주도 육상 전역에는 강풍주의보, 제주도 앞바다(북부 제외)에는 풍랑주의보가 각각 내려졌다. 이날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여객선은 모두 결항했다. 제주운항관리센터는 태풍 북상으로 여객선이 모두 대피해 이날 운항 예정인 여객선이 없다고 밝혔다. 경남은 22일 태풍예비 특보를 발효했다.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쪽 해상에 다다른 뒤, 한반도에 상륙해 북동쪽으로 이동한다. 기존 예상보다 왼쪽으로 더 치우친 경로다. 태풍은 오른쪽이 위험반원이기 때문에 그 만큼 피해 지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호우도 예상된다. 기상청은 22일부터 23일 사이 전남, 제주, 경남서부 강수량이 100~250mm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해안이나 제주도 산지, 지리산 부근은 40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경기, 강원, 충남, 전북에는 50~100mm, 상대적으로 태풍의 영향이 적은 경남, 경북, 충북에는 30~80mm의 비가 내리겠다. 수도권을 관통한 솔릭은 오는 24일 오후쯤 우리나라를 벗어나 강원 속초 북동쪽 동해안을 지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호우로 인한 산사태, 침수 등 피해에 대비하고 안전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남해상, 서해상 중심으로 매우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이 일겠으니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했다.행정안전부는 긴급대책 회의를 열어 태풍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단계로 격상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일제히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펠프스·쑨양 ‘빛고을’ 물살 가른다…北 참가 땐 ‘흥행 보증’

    펠프스·쑨양 ‘빛고을’ 물살 가른다…北 참가 땐 ‘흥행 보증’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0여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광주가 처음이다. 수영선수권대회는 하계·동계올림픽, 월드컵, 육상선수권대회와 더불어 세계 5대 메가스포츠로 꼽힌다. 이번 광주 대회에는 200여개국, 1만 5000여명이 참가한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나라는 독일·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계 5대 스포츠 축전을 모두 치른 네 번째 나라가 된다. 광주 대회는 내년 7월 12~28일 17일간 열린다. 이어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마스터스대회가 8월 5~18일 14일간 진행된다. 대회조직위원회는 ‘DIVE INTO PEACE’(평화의 물결 속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남북화해 무드를 타고 남북단일팀 구성과 응원단 참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이미 북한 참가를 지원키로 한 만큼 성사 가능성도 엿보인다. 흥행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새달부터 경기시설 확충·준비 한창 21일 광주시 곳곳에서 수영장 개·보수가 이뤄지고, 선수촌 아파트가 건립되는 등 대회 준비가 한창이다. 대회는 경영·다이빙·아티스틱수영·수구·하이다이빙·오픈워터수영 등 6개 종목, 76개 경기로 진행된다. 자유형, 평형 등 기록경기인 경영을 비롯해 물속 배구경기인 수구, 음악에 맞춰 안무를 연기하는 아티스틱수영, 다이빙과 장거리 수영인 오픈워터 등이다. 경영과 다이빙 경기는 주경기장인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다.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때 썼던 곳이다. 관람석은 3290석에서 1만 1000석으로 늘리고 대회운영실도 3886㎡에서 8797㎡로 확장한다. 아티스틱수영은 염주체육관, 수구는 남부대 축구장, 하이다이빙은 조선대 운동장에서 개최된다.수영의 마라톤인 오픈워터수영은 여수엑스포해양공원에서 진행된다.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제외하곤 대부분 임시 수조를 설치해 운영한다. 대부분 다음달부터 차례로 착공한다. 선수촌은 광산구 우산동의 30년 이상 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건립된다. 총 9만 4000여㎡의 부지에 15~25층 아파트 25개 동 1660가구를 짓는다. 현재 공정률은 64%이다. 이곳에는 선수와 임원 4000명과 미디어 종사자 2000명 등 모두 6000여명이 입촌한다. 병원, 식당, 은행,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췄다. 안정적인 대회 관리와 경기운영을 위한 정보·통신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이다. ●자원봉사자 8400여명 모집과 붐 조성 경기시설 못지않게 자원봉사자는 대회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조직위는 최근까지 자원봉사자 8400여명을 모집했다. 경기진행, 통·번역, 의무·도핑 등 6개 분야, 31개 직종이다. 조직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기본소양과 직무내용 등 기초교육을 거쳐 5000명을 선발한 뒤 내년 3월 배치한다.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권 통역은 추가로 모집한다. 국내외 홍보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언론과 대회 홈페이지, 블로그 기자단, 온라인서포터스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해외는 영문뉴스레터 제작, 배포를 비롯해 페이스북·트위터, 국제수영연맹 주최 스포츠행사 현장방문 등을 활용하고 있다. 다음달 슬로베니아의 유럽마스터스대회와 12월 중국에서 예정된 25m 수영선수권대회에도 직원을 파견, 광주대회를 널리 알린다.●다양한 문화행사 통한 도시마케팅 주력 광주시와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인권·민주·평화’를 상징하는 광주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도시마케팅 기회로 활용한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는 177개국 6000여명의 선수와 임원 등이 참여했다. 마스터스대회 등록자 수는 1만 2000명에 달했고, 대회 기간 48만여명이 경기를 관람했다.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에는 181개국 25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209개국이 대회를 TV 중계했고, 누적 시청자는 5억 1000여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파급력이 큰 만큼 광주를 지구촌에 알릴 호기라는 판단이다. 그 방안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디자인비엔날레, 김치축제, 충장축제 등의 지역 문화행사와 인근 농어촌의 관광 자원 등을 연계한 관광프로그램 개발을 꾀하고 있다. ●남북교류 확대 및 기대효과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북한의 참여는 스포츠가 지향하는 평화정신과도 맞닿고, 대회 흥행에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조직위는 정치권 등과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북한팀 참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FINA도 관련 경비를 대고, 방송중계권을 무상으로 인도키로 하는 등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유엔의 대북 제재가 걸림돌이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가 가져다주는 유·무형의 파급 효과 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은 생산유발 효과가 전국 2조 4000억원, 광주 1조 4000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전국 1조원, 광주 6500억원으로 추산했다. 고용 효과도 광주 1만 8000명을 포함해 전국 2만 4000명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펠프스, 박태환, 쑨양 등 스타선수들 출전으로 전 세계 언론과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 기간 수억명이 TV 화면을 통해 광주라는 도시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무형의 효과로 기대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죽음 앞에서 동등…묘지도 도시처럼 설계하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죽음 앞에서 동등…묘지도 도시처럼 설계하다

    불문학자이자 문학 평론가인 황현산(1945~2018) 선생의 영결식이 열린 건 사흘장의 발인 날 아침이었다. 고려대 교수로 정년 퇴임하셨고 같은 대학 병원에서 투병하셨으니 장소는 고려대병원 장례식장이었다. 기억할 만한 2018년 여름의 태양이 이른 아침부터 새하얗게 내리쬐었다. 평생의 도반 김인환 선생의 조사와 후배 문인, 가족들의 마지막 인사는 빈소 안에서 조용히 이루어졌다. 빈소 밖에는 훨씬 많은 조문객이 모여들었다. 행렬이 영정을 따라 3층의 빈소부터 1층까지 걸어 내려와 정문 옆으로 좁게 난 쪽문을 비집고 나가자, 주차장에 운구차가 트렁크 문을 열고 서 있었다. 바퀴 달린 카트에 실려 온 관이 매끄럽게 올라탔을 때 선생의 사모님은 기사에게 잠시 문을 닫지 말아 달라 부탁하셨다. “아주까리 꽃 그림자 흔들리는 섬 속에 / 하모니카 안타까운 강남달 시절 / 갈매기 울어 울어 해 지는 선창에 / 모자를 흔들면서 떠나던 사람아.” ‘풍각쟁이’ 최은진(58) 선생의 ‘아주까리 수첩’이 울려퍼졌다. 일제강점기의 시인 조명암이 작사하고 목포 사람 이봉룡이 작곡한 1940년대 노래다. 남도 섬의 헤어짐과 기다림을 그린 이 노래를, 황현산 선생은 그로부터 열흘 전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다. (‘아주까리 수첩’은 선생의 다음 책 ‘전위와 고전’이 수록될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음반 출시를 앞두고 고향이 전남 신안 비금도인 선생께 먼저 들려드렸을 때 “얼마나 예뻐” 하시더니, 사모님이 따로 청하여 이루어진 무대였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고마웠습니다. 모두 선생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가수 최은진 선생의 마이크 소리에 맞춰 모인 이들이 마지막 인사를 드린 그 장면은, 모두에게 아름답게 기억되었으리라 믿는다.노래의 여운은 짧았다. “자, 다음 발인 못 하고 있거든요. 빨리 나가 주세요.” 상조 회사 옷을 입은 아저씨가 뒤를 몰아쳤다. 운구차와 버스는 화장장으로 떠나고, 각자 타고 온 차들이 줄지어 나가고, 사정없는 햇볕 아래서도 남은 자들의 마음은 눅눅하다. “1990년대부터 갑자기 바뀐 거 같아요. 90년대 초반까지는 입원해 있다가도 임종이 임박하면 집으로 모셨잖아요. 그래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설계할 때 승강기 구조를 고쳐서 관을 수평으로 운구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비좁은 아파트 살던 시절에 부모님 빈소를 마련했는데, 상주도 문상객도 불편하더라고요. 그게 떠올라서 건물 사이에 공간을 많이 비워서 천막을 칠 수 있게 했어요. 거기서 노제도 하곤 하더니, 어떻게 순식간에… 없어졌어요.” 영결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성룡 선생은, 묘지 이야기를 꺼냈다. 스웨덴의 건축가 시구르드 레베렌츠가 조경을 맡은 스톡홀름의 우드랜드 묘지공원(스콕쉬르코고르덴 묘지공원), 이른바 ‘숲의 화장장’부터 시작한다.“시내에서 전철로 갈 수 있어요. 굉장히 넓은 땅인데 전차에서 내려 조금 걸으면 정문이 있어요. 들어서면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요. 멀리 언덕 너머에 소나무 숲이 걸려 있고 거대한 십자가 모양 조형물이 눈에 들어와요. 대개는 정면의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죠. 하지만 안내자를 따라 오른쪽의 ‘양탄자 깔듯이’ 잔디로 조성한 언덕, 느릅나무 있는 곳으로 갔어요. 원래 있던 숲의 일부를 조정해 인위적으로 만들었음을 드러내는 구간이죠. ‘기억의 작은 숲’을 지나 1㎞ 떨어진 ‘부활 교회’까지 긴 길을 걸었어요. 숲속을 걸으면서 죽음과 대화하는 시간이었죠. 레베렌츠가 쓴 짧은 수필이 하나 있는데, 묘지에 수직 구조물을 바라지 않는다, 수평으로 낮은 비석이 근대 시민에게 어울린다고 썼어요. 소나무가 울창한 숲속에, 그런 묘비들이 햇빛을 받으면 보석처럼 반짝이지요.” “스웨덴이 100여년 전에 사회민주주의를 하면서 고민한 제일 중요한 것이 노동자 주거 정책이고 의료, 노숙자, 노인 대책을 열심히 만들었나 봐요. 그중에 하나가 묘지예요.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현상은 유럽 어디나 산업혁명 하면서 겪었고 그러다 보니까 묘지가 난개발이었죠. 이 사람들이 고민하면서 여러 논의를 해 나가죠. 인간이 죽음 앞에서 동등하다, 민주주의 가치에 따른 묘지를 만들자는 논의를 하면서 국제 현상 설계 공모를 해요. 지침부터가 대단히 자세했어요.” 1912년에 스톡홀름 시 의회가 소나무가 무성한 채석장을 확보한 다음에 내세운 공모 지침은 자연 풍경을 훼손하지 말 것, 품위 있게 설계할 것, 디테일까지 예술적일 것, 기존 채석장의 돌을 활용할 것 등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독일 묘지를 본뜨려고 했어요. 그런데 공모를 하자마자 1차 대전이 터지니까 독일은 전쟁에 빠져들었죠. 그 바람에 젊은 국내파들이 당선된 거예요.” 스웨덴 사람들이 모델로 삼았던 것은 1907년에 설립된 뮌헨의 숲 묘지였다. 뮌헨 지자체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묘역을 조성하는 대신 도시 외곽의 동서남북 네 군데 묘지를 나누어 숲 묘지를 조성했다. 그것은 “죽은 자들의 도시”이자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화해 주는 자연이었다. “군나르 아스플룬드라는 건축가가 건물을 맡고 전체 조경 계획은 레베렌츠라는 사람이 맡아요. 묘지가 완성을 볼 때까지 30~40년이 걸려요. 굉장히 오랜 시간이죠. 아스플룬드하고 레베렌츠가 학교 동창이야. 그런데 두 사람이 약간 달랐어요. 아스플룬드는 성공의 길을 아는데, 레베렌츠는 하기 싫은 건 안 하는 거야. 이 사람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도 없고 생각을 글로 남기지도 않았어요. ‘숲의 화장장’도 한동안 아스플룬드가 한 거로 알려졌어요.” 숲의 화장장에서 ‘건물과 풍경이 하나’ 되는 작업이 이루어진 것은 레베렌츠의 주도였다. 사업 자체가 워낙 장기화되고 바뀌면서 레베렌츠가 해임되는 일도 있었다. 레베렌츠는 한동안 창문 새시 공장을 운영하면서 다른 공공건축을 해나갔다. 그러나 1940년 아스플룬드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레베렌츠가 마무리 작업을 맡게 된다. 1970년대 들어 재조명되기 시작한 스톡홀름 우드랜드 묘지공원은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레베렌츠의 작업 중 또 하나의 묘지가 1916년에 설계 경기로 당선된, 항구도시 말뫼의 동부 묘지다. “평화롭고 고요한 묘지라면서 좋아들 하지요. 그런데 나는 그것보다는 도시를 봐요. 스톡홀름의 묘지가 거대한 장묘 단지라면 말뫼 묘지는 도시의 일부 같거든요. 지형에 따라 두 구역으로 구획하고 그 사이 도로변에 방문자센터, 화장장, 기념 교회, 광장, 추념 공간을… 마치 도시처럼 계획했어요. 마지막으로 묘지 입구에 거친 콘크리트로 아주 작은 꽃집(1974년)을 지었어요. 그때 레베렌츠 나이가 89세였어요. 우드랜드나 레베렌츠를 소개하려는 게 아니에요. 결국 우리 문제 말이죠. 일제 때의 묘지 계획 답습하면서, 오히려 그 뒤로 더 나빠졌어요. 우리가 신도시를 계획할 때 묘지를 미리 제대로 숙고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말로는 동방예의지국이니 하면서요. 그래 놓고서 유럽 어디 갔더니 무슨 묘지 멋있더라, 그렇게 감상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도시 계획 자체로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봐요. 그랬다면 우리 동네에 대형 화장장, 납골당은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심했을까요. 광화문광장 고치는 문제보다 아파트 단지마다 동네마다, 운구차가 멈췄다 떠날 작은 장소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집에서 관이 나오면, 망자가 살던 마을 어귀에서, 일하던 장터 입구에서도 노제를 하는 것을 불과 20년 전에도 볼 수 있었다. 길바닥에 돗자리 깔고 병풍 치고 꽃상여 걸쳐 놓고서 다시 제를 지냈다. 이웃들은 대개 그 언저리에서 술 한잔으로 먼 길을 배웅한다. 그럴 때 상엿소리를 하거나 풍물을 치거나 살풀이며 종이꽃을 만드는 갖가지 재주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를 잇거나 떼어 주는 일을 맡았다. 이제 그런 일들이 하나하나 예술이 되었다. 그 예술은 우리의 비루한 삶과 죽음 속에서 궂은 기능을 맡지 않는다. 장례식장의 발인장은 주유소를 닮았고 관은 컨베이어벨트처럼 바퀴 위에 실린다. 알지 못하는 301호와 204호 누군가가 십 분 간격으로 기다리는데, 우리는 애틋한 의식의 시간을 나눌 수 없다. “어렸을 때 마을 뒷동산 기슭에 공동묘지가 있었죠. 가면 쭈뼛하죠. 그렇게 죽음이 곁에 있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배우죠. 동네마다 조금씩 작은 무덤을, 평화롭게 만들면 좋겠지. 무덤을 가까이 못 두면 아파트 단지 어디에 거기 살다가 죽은 가족을 기억할 작은 숲이라도, 나무 몇 그루라도 둘 수는 없는가. 의식을 하려면 장소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냥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수천 년 동안 왜 마을 뒤에 싫은 묘지를 두었는가, 그걸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다음 세대에 교육할 때, 우리 삶이 정말 좋아지고 정말 민주 사회가 될 거예요.” 황현산 선생의 영결식은 아름다웠다. 비금도 섬 그림자가, 다도해의 물결이 잠시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사소하지만, 노래 한 곡절로도 우리는 한결 잘 헤어졌다. 죽으면 다 소용없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그렇겠지. 그러나 이 품위는 죽은 사람을 위한 건가, 산 사람을 위한 건가. “도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자연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도 없다. 도시민들은 늘 ‘자연산’을 구하지만 벌레 먹은 소채에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자연에는 삶과 함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도시민들은 그 죽음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처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철저하게 막아 내려 한다. 그러나 죽음을 끌어안지 않은 삶은 없기에, 죽음을 막다 보면 결과적으로 삶까지도 막아 버린다. 죽음을 견디지 못하는 곳에는 죽음만 남는다.”-황현산, ‘소금과 죽음’(한겨레신문 2009년 8월 15일자) 기획 수류산방 조성룡 건축가·도시건축 대표 심세중 수류산방 편집장■ 시구르드 레베렌츠(1885~1975)는 스웨덴의 건축가로 원래는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군나르 아스플룬드(1885~1940)와 함께 29세이던 1914년에 스톡홀름 남쪽 우드랜드 묘지공원 설계 공모에 당선되었다. 이후 한동안 건축을 멀리하다가 말년에 다시 설계를 맡았다. 레베렌츠가 설계한 묘지와 교회, 시립 극장과 노동자 주택 등은 대부분이 공모를 통한 공공 작업이었다. 오로지 건축 현장에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한 드문 근대 건축가이자 조경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1970~80년대에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우드랜드 묘지공원은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세계 유산 목록에 수많은 묘지가 있지만 근대 건축가가 계획한 사례는 유일하다.
  • ‘평화전도사’ 코피 아난, 평화 속에 잠들다

    평직원서 최고수장 오른 입지전적 인물 유엔 개혁 등 업적…2001년 노벨평화상 文대통령 “고단한 길 걸었던 친구 잃다” 전세계 추모 물결…트럼프는 아직 침묵 “그가 태어난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남겼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코피 아난(80)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코피 아난 재단은 트위터에 “그는 고통이 있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많은 이들을 어루만져 주었다”고 그의 죽음을 기렸다. 아난 전 총장은 유엔 사상 처음으로 평직원으로 시작해 최고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며 아프리카 출신 첫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유엔 회의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그는 2003년 “나는 근본적으로 아프리카인이라고 느낀다. 내 뿌리는 아프리카”라고 말했다. 1938년 영국 식민지였던 가나 쿠마시에서 태어난 아난 전 총장은 콰메 은크루마과학기술대 재학 중 미국에 유학했다. 미네소타주 매칼레스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4세 때인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기획예산 책임자 등 요직을 거쳐 유엔평화유지군(PKO) 담당 사무차장이 됐고, 1997년 7대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유엔 입성 35년 만에, 평직원으론 처음이다. 그는 유엔 개혁과 에이즈(AIDS) 확산 방지, 세계 빈곤 퇴치, 지역분쟁 중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직 사무총장으로 이 상을 받은 것도 그가 처음이다. 2002년 사무총장 재선에 성공했고 2006년 42년간의 유엔 생활을 마감하고 제네바 인근 한적한 마을에서 살며 세계 원로정치인의 비영리단체 엘더스 회원으로 활동했다. 1998년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과 유엔사찰단 문제와 관련해 직접 협상을 하면서 그와 악수를 한 게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양심과 도덕적 중재자로서 유엔과 자신을 내던졌고, PKO가 지킬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인도주의적 개입’을 통해 유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적지 않다. 1998년 서울평화상을 받은 그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했다. 북한 방문을 희망했지만 실현되진 못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에선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세계인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며 대한민국 국민의 슬픈 마음을 함께 전한다”며 “우리는 평화를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던 친구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그는 (세상을) 선으로 이끄는 힘이었고, 나는 그를 친구이자 멘토라고 부르는 게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도 “유엔의 원칙과 이상을 지키려고 했던 그의 비전과 용기는 늘 존경받고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헌신은 말할 필요도 없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차분하고 단호한 접근법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기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글로벌 문제의 공동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이후 10개에 가까운 ‘폭풍 트윗’을 올리긴 했지만 정적들이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을 뿐 아난 전 총장을 애도하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태풍 솔릭, 23일 전남 해안 상륙할듯···한반도 관통할듯

    태풍 솔릭, 23일 전남 해안 상륙할듯···한반도 관통할듯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이번주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며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설물과 안전사고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쯤 괌 북서쪽 약 26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솔릭은 19일 오후 3시 현재 일본 가고시마 남동쪽 약 1080㎞ 부근 해상을 지나 서남서진하고 있다. 앞으로 태풍 솔릭은 일본 열도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고기압의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계속 서북서진해 22일 제주도 부근을 지나 23일 오전 전남 해안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솔릭이 28도 안팎의 고수온해역을 따라 이동하면서 세력이 강화·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반도로 접근할 경우 강한 비바람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솔릭이 한반도 내륙지방을 따라 북상한 뒤 함경북도 청진 동남동쪽 해상을 지난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22일 제주도에 비가 시작돼 23~24일에는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특히 제주도와 남해안은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고,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0m 이상에 이르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또 21일에는 제주도 남쪽 먼바다부터 물결이 높아지기 시작해 22~24일 대부분 해상에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매우 높겠다. 특히 서해상과 남해상에는 5~8m의 매우 높은 파고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해상의 높은 너울과 풍랑으로 인해 해안가에 강풍과 함께 높은 파도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만조 때 해수가 범람하거나 파도가 방파제를 넘을 가능성이 있으니 해안가 피서객이나 낚시, 관광객 등에 대한 각별한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강한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면 이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며 “사실상 6년 만의 관통인 데다 결코 약한 태풍이 아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솔릭’은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전설 속의 족장을 일컫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은? - 부산 송도 해수욕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은? - 부산 송도 해수욕장

    “거대한 파도들이 깊은 물이랑을 뒤로 끌면서 말 위에 높이 앉듯 흉흉하게 솟구치고 있었다.” <서정인, 물결이 높던 날. 1963> 소설 속 주인공 ‘현수’는 다방 아가씨 ‘명자’를 사랑한다. 거북섬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송도해변의 높은 파고와 모래밭을 넘어야만 닿을 수 있는 다방과 문 앞만을 맴도는 서툰 염정(艶情). 자신도 어찌할 줄 모르게 솟아오르는 연민과 증오, 욕정의 어지러움을 달래기 위해 송도 해변을 현수는 한없이 걷고 또 걷는다. 소설은 송도해수욕장 주변을 배경으로 한 젊은 청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쉼없이 드러내고 뱉어낸다. 처음이자 최초로 다가 온 사랑의 감정앞에 현수는 결국 좌절한다. 어찌되었던 간에, 어느 쪽에서나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것은 용한 일이 분명하다. 더구나 사람이나 물건이 아니라 붙박여있는 지역이나 건물이 그런 이름표를 걸게 되면 마을 하나가 살아갈 요량은 더더욱 확실해진다. 그러하다보니 제각기 서로가 원조이자 처음이고, 시작임을 내세우고 싶지만 세상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터.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이라는 명찰 확실히 붙이고 있는 부산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보자. 부산에는 현재 해운대, 광안리, 송정, 일광, 임랑, 송도,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총 7곳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 있다. 이중에서 송도와 다대포 해수욕장은 부산의 서남권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자 부산의 구도심과 연결되어 있어 역사가 만만치가 않다. 특히 송도해수욕장의 경우 부산역과 부산항에 인접하여 접근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해수욕장 자리로는 제대로였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송도(松島)해수욕장은 1913년 7월에 개장한 우리나라 제1호 공설 해수욕장이자 최초의 근대 해수욕장이다. 191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거류민을 중심으로 송도 해변가 주변이 조금씩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하다가, 1913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송도(지금의 거북섬)에 ‘수정(水亭)’이라는 휴게소가 들어서면서 해수욕장이라는 공식 명칭이 붙게 되었다. 이후 송도해수욕장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6.25전쟁 이후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이름값을 날린다. 1964년에는 길이 420m의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거북섬을 잇는 구름다리가 만들어지면서 해수욕장의 인기는 지금의 해운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신혼부부들이 꼭 가봐야하는 신혼여행지로 명성을 날려 구름다리와 거북섬은 하루 종일 연인들의 사진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비하여 해수욕장 주변 환경 개선 사업은 전무하였는데 각종 생선 부산물 및 음식찌꺼기와 생활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 내려갔다. 또한 부산 남항에서 배출된 각종 선박들의 오염물질 등으로 인하여 2000년에 들어서서는 송도는 해수욕장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하여 해안도로 200여 미터가 파손되어 송도 해수욕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부산시는 해수욕장 앞쪽 300m에는 너비 40m, 길이 300m에 이르는 수중방파제인 잠제(潛堤)를 설치하여 모래유실을 막는 공사를 하였고 이에 더해 27만m³의 모래를 백사장에 더해 지금의 송도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만들기도 하였다. 현재는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가 800m, 폭은 공식적으로는 50m이며 바로 옆에 위치한 수변공원의 넓이는 30,000m2에 이른다. 이 외에도 바다 위를 강화유리로 밟아보는 길이 104m, 폭2.3m의 ‘구름산책로’가 있어 바다 위를 걸어 거북섬에 닿을 수도 있으며,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1.6Km 길이를 둘러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다. 2018년 여름. 하루 종일 머리 위 불덩이 하나씩 얹고 보낸 올 여름의 중순. 송도해수욕장에서 여름과의 시원한 작별을 고하는 것도 괜찮지는 않을까. <송도해수욕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부산 해운대 지구가 아닌 부산 서구쪽 여행을 계획한다면. 부산 구도심과 가까운 해수욕장이서 가벼운 산책길로 괜찮다. 2. 누구와 함께? - 수심이 깊지 않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서면역(1호선 승차) -> 자갈치역(하차) -> 96번 버스(환승) -> 송도해수욕장 정류장(하차) -> 송도해수욕장(도착) - 부산역에서 26번 버스(승차) -> 송도해수욕장 정류장(하차) -> 송도해수욕장(도착) 4. 감탄하는 점은? - 구름다리의 야경. 송림 공원의 시원한 바람.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이름에 비하여 피서객은 많지 않은 편이다. 최근에 다시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6. 꼭 봐야할 공간은? - 거북섬. 케이블카. 구름다리.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예전부터 송도해수욕장은 장어구이가 유명하다. 해안가 주변 횟집들의 수준은 비슷한 수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ongdo.bsseogu.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국제시장, 이바구 거리, 산복도로, 자갈치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예전의 바가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정찰제로 운영이 되며 인근 식당의 경우도 주거공간과 아울러 있는 송도해수욕장 특유의 입지 조건으로 인해 도심 여느 식당과 가격 차이가 없을 정도로 준수한 수준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도심 광장 점령한 ‘태극기 부대’…이들의 막말과 무질서에 씁쓸한 시민들

    도심 광장 점령한 ‘태극기 부대’…이들의 막말과 무질서에 씁쓸한 시민들

    제73회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 광장 곳곳이 태극기로 뒤덮였다. 하지만 광복절을 기념하는 태극기의 물결은 아니었다. ‘박근혜 석방’과 ‘문재인 탄핵’을 외치는 ‘태극기 부대’의 태극기였다. 휴일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은 광장을 꽉 채운 보수 단체 회원들의 막말과 무질서에 큰 불편을 겪었다.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역광장, 덕수궁 대한문 앞은 보수 단체 회원들에게 점령당했다. 이들의 집회에는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때와 비슷한 규모의 인원이 모였다.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한국기독교총연합회·비상국민회의·자유한국연합 등 단체는 종로구와 중구 일대에서 각각 집회를 개최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집회 전 규모를 2만 5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으나, 실제로 모인 숫자는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와 대한문 앞, 서울역광장에 투입된 경찰 인력만도 90개 중대, 약 6750명에 달했다.보수 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마이크를 잡은 연사들은 “문재인 빨갱이를 빨갱이라고 하지 노랑이라고 하냐”, “노란 리본을 찢어버리자”, “빨갱이들의 발광을 진압하는 자들이 바로 여러분이다”, “간첩 놈들”이라고 하는 등 각종 힐난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또 울려 퍼지는 외침에 시민들은 귀가 찢어질 정도의 고통을 받았다. 여러 집회의 마이크 음성이 뒤섞여 귀에다 대고 말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흡연이 금지된 인도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참가자들이 있는가 하면,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음식을 먹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날 노점상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팔고 있었다. 태극기가 보수 집회의 상징물이 된 까닭에 그들이 선호하는 ‘성조기’도 불티나게 팔리는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국기 1개당 1000원씩 받고 팔았다. 한 상인은 “광복절이지만 태극기 못지않게 성조기도 잘 팔린다”면서 “애초에 보수 사람들만 사러 오니 우리도 장사하려고 태극기와 성조기 묶어 파는 것”이라고 귀띔했다.이날 도심 곳곳에서 보수 집회가 열리면서 광화문과 종로 일대로 나온 시민들은 극심한 차량 정체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오후 4시 30분쯤 세종대로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본격적인 행진이 시작되자 일반 시민의 통행마저 차단됐다. 일부 행인들은 행진 대열을 가까스로 뚫고 길을 건넜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는 발만 동동 구르며 행진 대열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광복절을 기념해 산림청과 서울시가 주최한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로 광화문광장에는 무궁화가 흐드러졌지만, 이 축제에 참가하려던 시민들이 일찍이 발길을 돌려 행사장은 한적했다. 광장 양옆에서 열리는 보수 집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친 말들이 축제에 훼방을 놓은 듯했다. 자녀 둘과 함께 광화문에서 휴일을 보내려던 김은규(39)·이선영(39) 부부는 집회 참가자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인상을 찌푸렸다. 김씨는 “이 정도 집회가 있을 줄 알았으면 광화문에 놀러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과격한 정치적 발언으로 광복절이 지닌 뜻깊은 의미가 왜곡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도 “참가자들이 질서없이 몰려다니고 길거리에서 흡연도 많이 해서 아이들과 함께 다니기가 너무 불편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행진 대열을 힘겹게 뚫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학생 박은영(21·여)씨도 “정말 혼란스럽고 난잡한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인도로 통행하기도 어렵고 차도에서는 행진도 하고 있어서 다니기 어렵다”면서 “앞뒤로 흔드는 태극기에 맞을 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불과 넉달 전에 돌잔치… 쌍둥이 아빠 소방관 결국

    한강 하류에서 보트 구조활동 중 실종돼 발견된 소방관이 넉 달 전 쌍둥이 돌잔치를 치른 새내기 아빠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3일 경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틀째 수색 중이던 오후 2시쯤 김포대교에서 서울 쪽으로 200m가량 떨어진 한강 물 위에서 전날 실종된 심모(37) 소방교가 숨져 있는 것을 한 민간 어선이 발견했다. 출동 당시 입고 있었던 수난구조대 복장 그대로였다. 심 소방교는 지난 12일 함께 실종된 오모(37) 소방장과는 동갑내기 소방관 동기다. 그는 2012년 4월 6일 임용된 뒤 6년 넘게 김포소방서에서만 근무해 지역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구조대원이었다. 근무성적이 좋아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은 수난 구조 베테랑으로, 항해사 4급과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 2급 등 관련 자격증도 여럿 보유했다. 심 소방교의 페이스북에는 무사 귀환을 기원하던 댓글들이 잇따라 탄식하는 글로 바뀌고 있다. 오 소방장 시신도 이날 오후 5시 17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대교 바위 틈에서 수색대원에 의해 발견된 뒤 인양됐다. 해병대와 경찰 등으로 짠 합동수색대는 인력 1400명을 투입해 김포대교 신곡수중보부터 북한 접경지역 30㎞를 4개 구간으로 나눠 수색에 나섰다. 소방 구조대원 3명은 지난 12일 오후 1시 33분쯤 민간 보트가 수중보에 걸려 있다는 군부대 초소 신고를 접수한 뒤 길이 7m, 폭 2.5m, 최대속력 45노트(83.4㎞/h)의 알류미늄 합금 재질 보트를 타고 긴급 출동하다 전복됐다. 3명 중 1명만 함께 출동한 제트스키에 의해 구조됐다. 대원 3명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수중보 인근 물살이 너무 거세 대원들이 구조 보트와 함께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손 the guest’ 티저 영상 공개, 한국형 엑소시즘 드라마 탄생...9월 첫 방송

    ‘손 the guest’ 티저 영상 공개, 한국형 엑소시즘 드라마 탄생...9월 첫 방송

    OCN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손 the guest’ 티저 영상이 공개돼 시청자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6일 OCN 새 드라마 ‘손 the guest’가 베일을 벗었다. ‘손 the guest’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기이한 힘으로 벌어진 범죄에 맞서는 영매와 사제, 형사 이야기를 그린다. 일그러진 마음속 어둠에 깃든 악령을 쫓는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드라마로, ‘엑소시즘’과 ‘샤머니즘’ 결합이 여태껏 본 적 없는 장르물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티저 영상은 신비한 분위기로 보는 이들 시선을 압도했다. 일렁이는 물결과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무속인이 등장하고 이어 ‘손이 온다. 손이 온다. 그것은 동쪽 바다 깊은 곳에서 온다’라는 내레이션이 더해지며 음산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제작진은 “가장 한국적이면서 독창적인 분위기의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이 탄생할 것”이라며 “장르물 명가 OCN과 독보적 연출로 한국형 장르물 새 지평을 연 김홍선 감독의 새 도전이 시청자 흥미를 자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손 the guest’ 극본은 tvN 드라마 ‘안투라지’를 공동 집필했던 서재원, 권소라 작가가 연출은 ‘라이어게임’, ‘보이스’, ‘블랙’ 등을 탄생시킨 김홍선 PD가 맡았다. 이와 함께 김재욱, 김동욱, 정은채 등이 주연배우로 활약한다. 오는 9월 12일 오후 11시 첫 방송된다. 사진=OC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광화문광장으로 옮긴 여성집회… 적대 벗고 ‘현실적 공감’ 키우다

    광화문광장으로 옮긴 여성집회… 적대 벗고 ‘현실적 공감’ 키우다

    원색적 조롱 자제·혐오시위 변질 차단 여경 확대·정책 과정 공개 등 대안 요구“여성에 대한 사법 불평등을 중단하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많은 여성은 낮 최고기온 34.9도의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도하는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다. 단일 성별만의 집회에 7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5월 19일 1차 집회가 열린 이후 참가 인원 수가 점점 늘어나 지난달 7일 3차 집회 때 6만명에 이어 1만명이 더 늘어났다. 누적 참가자 수는 18만 7000명에 달했다. 혜화역 인근에서 열리던 집회가 도심 집회의 본무대 격인 광화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오면서 여성들의 주장도 이전 집회 때보다 현실적으로 변했다. 불편한 용기 측은 이번 성명서에서 “정부 고위직과 경찰 신입 채용에서 여성의 비율을 대폭 확대하라”면서 “정부가 내놓은 성범죄 관련 대책들이 미흡하다.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각 부처는 여성 관련 정책 실행 여부와 그에 따른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차 집회 때 “경찰의 여남 비율을 5대5로 보장하라”는 등 다소 비현실적인 주장을 했던 것과는 내용이 달려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면서 “여성 혐오 및 불법촬영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전 집회 때 등장한 ‘문재인 재기해’(자살하라는 의미) 등과 같은 과격한 표현은 사라졌다. 주최 측은 일부 참가자의 돌발 발언으로 ‘여성 시위’가 ‘혐오 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자 집회가 열리기 전 참가자들에게 “원색적인 조롱, 인격 모독 등 특정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피켓은 압수하겠다”고 안내했다. 이날 집회에선 불법촬영 피의자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풍자하는 재판 퍼포먼스가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매번 집회 때마다 선보인 삭발 퍼포먼스는 이제 정례화된 분위기였다.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은 시위 현장을 둘러본 뒤 현장 경찰관에게 “참가자들이 안전히 귀가할 수 있도록 하라”,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제거하라”, “향후 집회에서 아이스팩 등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주최 측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은 거두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논란의 요소가 될만한 것들은 제거했다”면서 “여성들이 혐오에 대한 낙인 부담에도 대거 거리로 나오면서 집회가 다시 동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몰카 설치는 네가, 제거는 내가?”…광화문 시위 7만 ‘붉은 물결’

    “몰카 설치는 네가, 제거는 내가?”…광화문 시위 7만 ‘붉은 물결’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서울의 최고기온이 34.9도. 폭염의 날씨에도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집회 공간에 들어가려는 대기 줄이 오후 5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지면서 집회에 참석했다가 나가는 인원이 있을 때마다 추가 참석이 이뤄졌다. 이날 집회도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었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불법촬영 등의 성범죄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인 만큼 생물학적 남성을 배제하고,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수술 및 비수술 트랜스젠더까지 배제했다.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북단에는 남성 통행이 금지됐고,광장 주변에서 남성들이 시위를 촬영하려 시도하면 경찰이 제지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총 7만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주최 측은 지금까지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가 1차 시위(5월19일) 1만2000명, 2차 시위(6월9일) 4만5000명, 3차 시위(7월7일) 6만명에 이어 현재까지 연인원 18만7000여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안전 관리만 하고 별도의 인원 추산은 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각양각색의 손 피켓을 높이 들어 보이면서 참가자들이 합류할 때마다 ‘자이루(자매님들 하이루)’라고 외쳤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불법촬영 장비) 설치는 네가 하고 제거는 내가 하네?’, ‘당신들의 일상을 왜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해’, ‘문재인도 한국남자’, ‘우리는 계란이 아니며 너희도 바위가 아니다’ 등 문구가 담겼다. ‘My life is not your porn(나의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We are the courage of each other(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등 한국의 불법촬영 문제를 외신에 알리기 위한 영어 피켓도 상당수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불법촬영,찍는 놈도 올린 놈도 파는 놈도 보는 놈도 구속수사 엄중처벌 촉구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삭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여성은 “불법촬영 범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의 일상이었지만, 청와대 청원과 경찰 신고에도 돌아온 건 ‘서버가 외국에 있어 수사가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 고위직과 경찰 신입 채용에 있어서 여성 비율을 대폭 확대하라. 각 부처는 여성의 삶을 실제 개선할 정책을 시행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식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 ‘시민다운 남성 시민’ 길러내기를 실패한 정부와 사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여성혐오 및 불법촬영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8년째 딴따라’ 싸이에 폭염도 2만 5000 관객도 ‘흠뻑’

    ‘18년째 딴따라’ 싸이에 폭염도 2만 5000 관객도 ‘흠뻑’

    사상 최악의 폭염도 단숨에 잊게 할 축제가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지난 3일 ‘2018 싸이 흠뻑쇼-서머 스웨그’에 모인 2만 5000 관객은 싸이와 함께 쉴 새 없이 뛰고 노래하며 더위를 날려버렸다. 160t가량의 물과 600개의 LED 타일, 1500발의 화약 등 무대장치는 최고의 공연을 도왔다. 이날 오후 6시 42분 싸이는 “날씨가, 날씨가, 날씨가 끝내준다”고 외치며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등장했다. 공연의 드레스 코드에 맞춰 파란 물결을 이룬 관객들은 환호성과 뜀박질로 싸이를 맞이했다. 첫 곡 ‘라이트 나우’(Right Now)가 시작되자 곧 이어 사방에서 물대포가 터져다. 낮 동안 쌓였던 후텁지근한 공기는 그 순간 공연장 밖으로 저만치 달아났다. 관객들은 물을 맞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떼창’을 잊지 않았다. 음악만 들어온 게 아닌 이들은 공연 내내 “물 좀 줘”를 외치며 축제를 만끽했다.싸이는 ‘챔피언’과 ‘연예인’을 연달아 부른 뒤 “18년째 콘서트만 하면 돌아버리는 딴따라 싸이”라고 허리 굽혀 인사하며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함성소리가 작은 구역은 외면하고 공연을 하겠다”며 공연 열기를 달궜다. 데뷔곡인 ‘새’ 무대에선 20대 싸이의 풋풋한 모습이 전광판에 떠올라 관객들을 추억에 잠기게 했다. “지금 내 옆의 이 사람을 만나기 전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라는 싸이의 장난스런 멘트로 시작한 ‘어땠을까’ 무대에선 연인들의 ‘키스 타임’이 펼쳐졌다. 카메라가 커플 관객을 비추면 커플들은 뽀뽀로 화답했다. 이날 첫 번째 게스트로는 타이거JK·윤미래 부부와 비지가 등장했다. 힙합 그룹 MFBTY로 함께 활동하는 이들은 ‘난 널 원해’, ‘발라버려’, ‘몬스터’ 등을 불렀다. 타이거JK는 “윤미래의 첫 번째 콘서트를 성사시켜 준 게 싸이”라며 우정을 과시했다.싸이는 ‘강남스타일’ 콘셉트의 파랑 정장에서 검정과 은색의 반짝기 줄무늬 옷을 갈아입고 무대에 다시 등장해 ‘아이 러브 잇’(I LUT IT)과 ‘젠틀맨’을 불렀다. 공연 중 70대 부부가 전광판에 잡혔고 “뽀뽀해”라는 관객의 요구에 호응하는 달달한 광경이 나왔다. 전광판에 잡힌 10대 관객에게 싸이는 “오는 발검음이 가볍지 않았을 거야.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두 번째 게스트로 나선 성시경은 히트곡 ‘뜨거운 안녕’, ‘거리에서’를 불렀다. 이어 신곡 ‘영원’을 부르려고 했으나 음향 문제가 생겼다. 성시경은 무반주에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감미로운 노래를 선사해 ‘발라드의 왕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싸이의 히트곡 ‘나팔바지’, ‘낙원’ 등 무대가 계속 이어졌다. ‘글로벌 메가히트곡’인 ‘강남스타일’이 나올 때는 관객 모두가 말춤을 추며 하나가 됐다. ‘끝나지 않는 공연’으로 유명한 싸이의 공연답게 앙코르 공연이 본 공연만큼 길게 이어졌다. 1990년대 인기곡 댄스 메들리에 이어 이상은의 ‘언젠가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을 부르는 싸이의 열창이 이어졌다. 한 번 더 나온 ‘강남스타일’에서는 싸이가 관객이 돼 관객들의 ‘떼창’을 구경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싸이가 “제가 만든 노래 중에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고 소개한 ‘예술이야’를 마지막곡으로 4시간 가까이 열린 이날 공연은 막을 내렸다. 지난달 21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시작한 ‘흠뻑쇼’는 4일과 5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오는 11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18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25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이어진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자박자박 비에 젖은 영동교 아래서 본 무채색 동양화”

    [흥미진진 견문기] “자박자박 비에 젖은 영동교 아래서 본 무채색 동양화”

    첫 야간 투어 날, 출발 시각이 다가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빗길을 걸어 배수지 공원에 올랐다. 길게 굽이져 흐르는 한강물과 확 트인 드넓은 강남·북의 정경이 무채색 동양화처럼 한눈에 펼쳐졌다. 비안개 속에 높이를 자랑하듯 오른편으로 롯데월드타워가, 왼편으로 남산타워가 우뚝 솟아있었다. 청담대교 위를 꽉 메운 자동차의 불빛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거렸다. 탄천의 물줄기가 한강에 합류하고, 청담교를 지나는 지하철 소리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와 섞이고, 부드럽고 낮은 해설음이 귓가에서 빗소리와 어우러졌다.어느새 비가 그치고 종일 달궈졌던 길에서 시원한 기운이 올라왔다. 한강을 따라 영동교를 바라보며 걷기 전 이기훈 해설사는 햇빛이나 달빛에 비추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 ‘윤슬’을 빛났던 인생의 절정에 빗대어 말하며, ‘윤슬’이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낭독했다. 한강에서 팔뚝만 한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는 몇몇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물비린내, 자박자박 비에 젖은 영동교 아랫길을 걷는 발소리들이 스며들어 마음에 남았다. 한강변을 벗어나 청담동 케이팝 인형들이 즐비한 스타거리를 걸었다. 올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방탄소년단 인형을 찾았는데, 막상 BTS라는 인형이 방탄소년단 인형인지 몰라 지나쳐 가다 되돌아와 사진을 찍는 해프닝이 있었다. 분당선의 압구정로데오역을 경계로 청담동에서 압구정동으로 바뀌었다. 본래 역 이름을 청수골 신청담역으로 정하려 했다가 숯불갈비집도 아니고, 동네랑 어울리지 않고 촌스럽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지금의 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들어서자 어둠이 내려앉고 상점들의 불빛이 환하게 밝았다. 명성이 예전만은 못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남스타일 패션의 모든 것이 모여 있었다. 오늘 걸음걸음 찾았던 공간과 들었던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들은 이제 우리의 기억이 됐다. 이러한 기억들이 공간과 사람의 행동에 독특함을 만들어 우리 스타일이 될 것이다. 이소영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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