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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관세 신고 안 하면 20~40% 가산세

    [단독] 관세 신고 안 하면 20~40% 가산세

    A무역회사는 최근 중국에서 7억원어치의 가발과 미용용품을 수입했다. 세금을 덜 내려고 절반만 세관에 신고했다가 밀수로 딱 걸렸다. 하지만 물건을 고스란히 돌려받았고 처벌도 없었다. 검찰에서 밀수로 보기에 증거가 모자라다며 무혐의로 사건을 끝내서다. A회사는 신고한 3억 5000만원에 대해서만 가산세를 냈다. 신고조차 하지 않은 나머지 3억 5000만원에는 가산세가 안 붙었다. 관세를 적게 신고하면 가산세를 매기지만 밀수에는 가산세가 붙지 않는 황당한 세법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관세를 신고하지 않고 밀수하면 원래 내야 했던 관세에 20%의 가산세까지 내야 한다. 부정한 방법을 썼다면 최대 40%의 가산세가 붙는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관세 무신고 가산세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지금은 물건을 수입할 때 관세를 덜 신고하면 과소신고 가산세(10%)가 붙는다. 반면 밀수에는 가산세가 없다. 밀수하다 적발되면 물건을 모두 몰수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아서 따로 가산세까지 매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세관에서 밀수를 적발해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풀려나는 경우가 늘었다. 이러면 세관에서 압수한 물건을 돌려줘야 하고 가산세도 매길 수 없다. 박홍기 기재부 관세제도과장은 “밀수에 가산세를 안 매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아서 2015년 세법개정안에 무신고 가산세를 새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 여행객의 휴대품에는 지금도 무신고 가산세가 붙는다. 입국할 때 외국에서 산 명품백 등 면세 한도(600달러)가 넘는 물건을 몰래 들여오다 걸리면 가산세(40%, 2년 안에 3회 적발되면 60%)를 내야 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해외여행 | Ohana Time in Hawaii 필사적 하와이 가족여행①Driving, Shopping

    해외여행 | Ohana Time in Hawaii 필사적 하와이 가족여행①Driving, Shopping

    오하나Ohana는 하와이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말이다. 알로하Aloha·안녕하세요, 마할로Mahalo·감사합니다 못지않다. 가족이라는 뜻이다. 하와이 오아후섬에서 가족과 함께 오하나 타임Ohana Time을 누렸다. 아빠는 해외 첫 렌터카 여행에 성공했고 엄마는 쇼핑에 빠졌으며, 딸은 모든 것에 마냥 신났다. 오붓했기에 더 필사적이었던 하와이 가족여행기. 오아후Oahu는 하와이를 이루는 6개의 큰 섬 중 가장 번화하고 제일 유명하다. 가보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다 아는 와이키키Waikiki를 품고 있고 진주만Pearl Harbour을 안은 섬이다. 호놀룰루국제공항이 있으니 하와이의 관문이기도 하다. 6개 섬 중 세 번째 규모라지만 우리나라 제주도와 맞먹으니 결코 작지 않다. 그래서 렌터카는 필수다. 외곽 구석구석 자유롭고 빠르게 누빌 수 있다. 오아후는 쇼핑의 명소로도 명성이 높다. 초대형 쇼핑몰과 수많은 명품 브랜드, 아웃렛과 할인점이 진을 치고 있다. 서핑의 발상지인 와이키키에서 맘껏 해양 액티비티를 즐긴 뒤에는 산악 액티비티로 오아후의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일이다. 하와이 전통 축제를 만난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www.visit-oahu.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Ohana Time Driving 정처 없이 오아후 렌터카 일주 호놀룰루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리는 동안 아내와 딸은 뒤에서 연신 희희낙락 재잘재잘 생애 첫 하와이에 감동한다. 그래 마음껏 누려라 오랜만의 해외 가족여행이니…. 최대한 익숙한 척 렌터카 계약을 진행하지만 ‘긴장 게이지’는 최고치다. 하와이도 처음이고 해외 렌터카여행도 처음이어서다. 그래도 보란 듯이 허세를 부린다. 좀 더 큰 차로 바꾸겠어요! 누적주행거리가 채 1,000마일1,600km도 되지 않는 신형 링컨 MKZ, 우~와! 가족이 만족하니 긴장도 누그러진다. 첫 목적지는 호놀룰루 시내의 초대형 쇼핑몰 알라 모아나 센터Ala Moana Center. 주차공간도 넓고 게다가 무료이니 호텔 체크인 전 들러 간단히 요기도 하고 한숨 돌리기 좋다는 조언에 충실한 결정이다. 도착하니 때마침 중앙무대에 펼쳐지는 무료 훌라 공연! 가족 모두 하와이구나 실감한다. 자신감을 연료로 채우고 오아후 렌터카 일주에 나선다. 섬 동남부 와이키키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을 감고 돌기로 한다. 올해 봄쯤, 중학생 된 기념으로 딸보다 한 발 앞서 하와이 가족여행을 다녀온 딸의 친구가 틈만 나면 ‘카톡’을 띄운다. 새우트럭 갈릭새우는 꼭 먹어라. 돌 농장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환상적이야. 진주만도 좋더라. 와이키키는 밤에도 멋져…. 마치 미션 지령 같다. 더 이상 미션을 보내지 못하도록 섬을 샅샅이 훑어보겠다, 운전대를 쥔 손이 비장하다. 하와이, 타히티, 피지, 통가, 사모아 등 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합쳐서 폴리네시아Polynesia라고 부른다, 폴리네시안 문화센터PCC는 이들의 문화와 전통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대규모 민속촌 같은 곳이다, 전통공연과 체험거리도 많다…. 애쓴 설명을 딸은 귓등으로 듣는다. 다음에 나올 새우트럭에 대한 조바심에서다. 친구가 얼마나 자랑했으면…. 별 수 없다. PCC에 새로 들어선 후킬라우 마켓플레이스Hukilau Marketplace만 선택하고 집중한다. 아기자기한 가게마다 폴리네시안 색채 물씬한 물건을 팔고, 레스토랑은 허기를 부추긴다. 이곳의 대표 레스토랑 파운더스Pounders에서 하와이 전통요리 포케Poke를 맛본다. 참치를 깍두기처럼 썰어 양념에 버무린 음식이다. 맛나구나, 만족하며 PCC에 대한 아쉬움을 달랜다. 새우트럭은 느닷없이 나타난다. PCC에서 20분쯤 달리면 카후쿠Kahuku 마을인데, 어느 순간 지오반니Giovanni’s 글자가 선명한 푸드트럭이 공터에서 툭 불거진다. 노스쇼어North Shore 쪽에 있는 서너 개의 새우트럭 중 원조로 꼽힌다는 그 카후쿠 지오반니 새우트럭이다. 조금 전 PCC에서 배불리 먹었잖아, 마늘양념 쉬림프 스캠피Shrimp Scampi 한 접시만 주문한다. 어라, 새콤매콤 맛있는걸. 한 접시 더? 고민하다 관둔다. 83번 도로는 동부 해안 중간쯤에서 바다와 만나는데 북쪽 노스쇼어를 정점으로 찍고 서부 해안 중간으로 내려올 때까지 바다와 동행한다. 그야말로 바다, 바다, 바다…. 전문 서퍼들의 성지라는 평판에 어울리게 노스쇼어 해안의 파도는 기세등등하다. 모래 고운 해변들도 불쑥불쑥 스쳐지나간다. 무섭지도 않나봐, 바위절벽에서 사람들이 다이빙한다며 딸과 아내가 호들갑이다. 오아후를 찾은 젊은 혈기라면 한 번씩 뛰어내린다는 와이메아 베이 비치Waimea Bay Beach Park이겠거니 차를 세우려 하지만 빈틈이 없다. 조금 전 여기보다 덜 복작대는 해변에 멈추길 잘했다 안도한다. 잘게 간 얼음가루 위에 빨강 노랑 파랑 무지갯빛 시럽을 뿌린 아이스크림인 셰이브 아이스Shave Ice가 탄생한 마을이자, 빈티지 느낌 물씬한 가게와 카페들이 즐비해 ‘노스쇼어의 빈티지 마을’로 불리는 할레이바Haleiwa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점점 가까워 온다. 들를까 말까, 속으로 잠깐 고민하다 그냥 지나친다. 미션 수행이 우선이지 않은가! 여기서 절약한 시간은 돌 농장Dole Plantation에서 기다란 대기 줄을 참고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데 사용한다. 딸은 아이스크림 맛에 감탄사 연발 후 인증사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진주만에서도 그렇게 열심이면 얼마나 예쁠까마는, 도통 역사에는 관심이 없다. 1941년 12월7일 일본군이 이곳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군 함대를 공격했고 그래서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게 됐는데 이게 역사적으로 어쩌니 하려다 문득 보니, 딴 짓 한창이다. 바닥의 대형 세계지도에 새겨진 ‘Territory of Hawaii, Pearl Harbor’에 자기의 두 발을 넣고 찰칵찰칵. 하루 종일 딴 짓이 과했던 탓인지 와이키키로 되돌아가는 길 내내 존다. 그래 좀 자 둬, 밤에는 와이키키 비치를 산책할 거니까! 폴리네시안 문화센터 www.polynesia.co.kr 돌 농장 www.dole-plantation.com 진주만 www.pearlharborhistoricsites.org ●Ohana Time Shopping 하와이에서 여자는 모두 쇼퍼홀릭 알라 모아나 센터의 무료 훌라 공연이 끝나자 아내와 딸은 기다린 듯 탐색에 나선다. 들뜬 설렌 신난 그런 기색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쇼핑몰이라니 그럴 만도 하다. 대형 백화점이 4개나 들어와 있대,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노드스트롬Nordstrom, 메이시스Macy’s 그리고…. 어느 틈에 한국어 홈페이지www.alamoanacenter.kr를 찾았는지 딸이 폰을 더듬대며 읽으니 아내는 속사포다. 명품 브랜드 천지네. 구찌,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티파니, 불가리, 코치…. 딸도 아는 브랜드를 더 발견한다. 아베크롬비, 크록스, 리바이스…. 쭈뼛쭈뼛 뒤를 따라가니 낯선 브랜드 익숙한 브랜드 모르는 브랜드 줄을 잇는다. 의류, 구두, 신발, 쥬얼리, 화장품, 액세서리, 기념품, 안경, 스포츠용품, 레스토랑까지 없는 게 없다. 20만 평방미터(6만평) 규모에 매장만 300개라는 설명을 몸소 걸으며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에는 너무 넓고 또 많다. 그래도 그 유명하다는 니만 마커스 백화점의 레스토랑 마리포사Mariposa는 살짝 구경하고 싶다. 마리포사는 스페인어로 나비라는 뜻. 레스토랑 천장은 나비 모양 모빌의 날갯짓으로 우아하다. 허기진 김에 1층 푸드 코트에서 요기한다. 마리포사보다는 덜 우아하지만 음식점이 30개는 족히 되니 뭘 고를까 고민마저 즐겁다. 허기가 가시니 쇼핑몰 탐색이 탐색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솟구친다. 아니나 다를까, 저기 있다! 아내가 가리킨 곳은 난생 처음 보는 브랜드, 토리 버치Tory Burch. 미국 제품을 미국에서 사니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단다. 분홍 구두 하나 사더니 최소 10만원은 벌었다며 뿌듯해한다. 분명 돈을 썼는데 왜 벌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음날 딸마저 다시 가자고 떼쓴다. 자기가 고른 재료와 액세서리로 자기만의 플립플롭을 만드는 가게가 계속 아른거린다나. 엄마도 덩달아 만든다. 자기들이 만든 플립플롭을 신고 까르르 웃는 모녀가 보기 좋아 함께 웃는다. 여기는 여자를 홀리는 뭔가가 있나 보다 확신하며…. 틈이 생겨 쇼핑을 하는 건지 쇼핑을 위해 틈을 내는 건지 애매할 정도로 쇼핑이 잦다. 그만큼 쇼핑 스폿이 많다. 와이키키에서 자동차로 30~40분은 가야 하지만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Waikele Premium Outlet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참을 고르고 대리 구매하고 선물도 사니 쇼핑백이 한 짐이다. 딸도 매장을 전전하다 어디선가 운동화를 사들고 나타난다. 와이키키 비치와 나란히 늘어선 호놀룰루의 대표적인 거리 칼라카우아 애비뉴Kalakaua Avenue에는 명품 브랜드숍과 쇼핑몰이 즐비해 걸음걸이가 더디다. 초콜릿이나 마카다미아넛 같은 소소한 선물도 살 겸 밤에 월마트에 다녀오자는 제안에 이르러서는 너무 하다 싶어, 하와이 전통맥주 롱보드Long Board를 시켜 단숨에 들이킨다. 운전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항의. 쇼핑보다 맥주인 남자를 남겨두고 운전 못하는 여자 둘은 용케도 월마트에 다녀온다. 알라 모아나 센터 www.alamoanacenter.kr 니만 마커스 www.neimanmarcushawaii.com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 www.premiumoutlets.com 하와이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알라 모아나 센터. 백화점 4곳이 입점해 있고 300개 브랜드와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하와이관광청 www.gohawaii.com/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중국 구이린Guilin-풍경 그 너머의 고장

    해외여행 | 중국 구이린Guilin-풍경 그 너머의 고장

    억만년의 시간이 빚어낸 경치를 시인묵객들은 천하제일이라 예찬했고, 구이린계림, 桂林을 보지 않고 산수를 논하지 말라고 누군가는 으스댔다. 그러나 마주한 그곳에서 시선을 파고든 건 산과 물의 품에 안긴 사람들이었다. 장엄한 풍광도 삶의 터전일 뿐인 그들은 전통을 잇고 현재를 수긍하며, 리장리강, 漓江처럼 담담히 흐르고 있었다. 순한 웃음을 주던 그 얼굴들이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다. 구이린桂林을 여행하기 전 기원전 214년, 진나라 시황제가 처음 도시를 세운 구이린은 광시좡족자치구 북동부에 있다. 수려한 경관은 익히 유명하고 특히, 몇년 전부터는 수십 개의 풍경구를 새로 개발하고 교통까지 편리해져 국제관광도시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구이린은 아열대 기후라 기온이 높고 일 년 내 비가 자주 온다. 크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곳이라지만 실제 체감 온도는 그렇지 않다. 습기 탓에 훨씬 덥게 느껴지고 비가 내린 후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5월 말의 기온이 34℃ 정도였는데 체감온도는 40℃처럼 느껴졌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이기 때문에 가볍게 보지 말고 여행시에는 계절에 맞는 준비물을 잘 챙기도록 한다. 흔히 계수나무 꽃이 피는 가을을 여행의 최적기로 꼽는다. 룽지티톈의 경우 10월 둘째 주쯤 추수를 하기 때문에 황금 논을 보기 위해서는 중국 내 인파가 몰리는 첫째 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구이린桂林 계수나무의 숲 잦은 비에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고작 60일이라는 구이린. 출국 전부터 중국 기상청 예보에 온통 신경이 쏠렸건만. 6월을 앞둔 구이린의 하늘은 머리 위로 폭염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동하는 내내 차창에 코를 박았다. 종일 집안으로 향기가 스민다는 꽃이 피기에는 이른 시기였지만 계수나무는 초여름 무성한 녹음을 뿜고 있었다. 건물 사이 기괴한 봉우리들이 시선을 끌었고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그 사이를 무심히 내달렸다. 구이린은 몇년 사이 빠르게 변화해 왔다. 특히 광시廣西좡족자치구의 교통 요지로서, 잘 정비된 도로에 리장漓江, 샹장湘江의 물길은 광저우와 홍콩, 마카오까지 이어진다. 숲을 이룰 만큼 계수나무가 많다는 뜻을 가진, 구이린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110년의 계수나무 부부수가 있는 곳은 징장왕청靖江王城이다. 징장은 구이린의 옛 지명으로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왕위에 오르면서 장손인 주수겸을 왕으로 임명해 구이린에 파견했다. 왕청은 징장왕의 저택으로 명나라 5년에 착공해 완성까지 20년이 걸렸다. 현재 광시사범대학 왕청캠퍼스로 사용 중인 징장왕청은 시내에서도 중심에 있었다. 견고한 성벽과 네 개의 성문은 당시 그대로지만 종묘, 정자, 누각 등 대부분의 건물들이 중일전쟁1937~1945년 때 파괴되어 1947년 재건한 것이다. 역사전시실로 꾸며진 청윈뎬承云殿에는 12대에 걸친 성의 역사를 모아 놓고 있으며 한 켠에서는 작은 공연도 펼쳐진다. 그 뒤 국학당으로 사용 중인 침궁 앞으로 학생들이 오간다. 우거진 나무터널을 지나 걸음은 두슈펑獨秀峰에서 멈췄다. 66m 높이에 불과한 이 석회암 봉우리는 이름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는데 정상에서 보이는 멋진 전경은 과거 명인들의 동경이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석각이다. 당나라 이래 136개나 되는 석각이 봉우리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새겨졌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송나라 후기 때 문인이던 왕정공王正功이 직접 새긴 시다. ‘구이린의 산수가 천하의 으뜸桂林山水甲天下’이라는 유명한 문장이 그 시 속에 있다. 젊은이들과의 연회에서 흥에 겨워 쓴 시의 한 구절이 구이린을 대표하는 말로 대대손손 기억되리라는 것을 왕정공은 짐작이나 했을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더위에 지쳐 있다 쾌재를 부른 것은 루디옌蘆笛岩에서다. 루디옌은 시내에서 7km 떨어진 광명산에 있는 동굴로 전체 2km 중에 개방된 곳은 500m 정도다. 18℃를 유지한다는 동굴 안은 정말 시원했다. 눈사람, 부처, 사자, 수정궁 등 기이한 형상의 종유석과 석주, 석화가 색색의 조명 아래 영롱한 자태를 드러냈고 안내원의 설명이 어김없이 이어졌다. 동굴은 정말 신비로웠지만 여기저기 판매를 목적으로 잘려 나간 종유석을 보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대자연의 예술궁전’이라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분명하다. 구이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평범했던 낮과 달리 밤의 구이린은 화려하게 변신한다. 대표적인 곳이 량장쓰후兩江四湖다. 량장쓰후는 시내를 감싸 흐르는 리장과 타오화장桃花江의 물줄기를 도심의 룽후龍湖, 산후杉湖, 구이후桂湖, 무룽후木龍湖와 연결해 만든 해자라고 할 수 있다. 네 개의 호수는 당나라 당시에도 구이린의 해자였다. 샹산象山공원도 량장쓰후 부근에 자리한다. 흔한 유원지를 떠올리는 분위기 탓에 명성과 달리 조연으로 전락했던 그 코끼리 모양의 돌산은 차라리 밤이 되자 주연의 자리를 되찾은 듯 보였다. 산후 앞 선착장에서 유람선의 차례를 기다렸다. 물 위로 량장쓰후의 랜드마크인 일월쌍탑日月月雙塔이 반짝인다. 금탑은 태양, 은탑은 달을 뜻한다. 유람선이 제 속도를 내고 룽후를 지나는 오른쪽으로는 룽후공원의 밤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조명에 파묻혀 웃고 있다. 함께 손을 흔들었다. 속도가 줄어든 것은 중간 지점 구이후 부근에서다. 재현된 옛 선박모형 앞에서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낚시 퍼포먼스가 연출되고 있었다.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는 긴 목과 주둥이를 이용해 재빠르게 물고기를 잡는다. 배는 다시 미국 금문교 모양의 다리 아래를 지난다. 모두 열 아홉 개나 되는 량장쓰후의 다리 중에는 이처럼 세계 유명 다리를 본뜬 것도 많아 교량박물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뱃놀이의 풍류는 당을 거쳐 송宋대에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많은 호수와 강이 있는 구이린은 수로가 발달해 뗏목과 배를 이용한 뱃놀이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 개발이 진행되면서 수질은 나빠지고 하천의 체계는 무너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1998년의 량장쓰후 프로젝트다. 강과 호수를 연결하고 공원 녹지를 조성했으며, 다리와 길을 만들고 수질을 정화하는 작업을 거쳐 2002년, 지금의 량장쓰후를 탄생시켰다. 덕분에 도심의 생태환경 질은 높아졌고 오늘날 쾌적하게 밤의 풍류를 즐기게 된 것이다. 유치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조명들로 몽롱한 사이, 수변 무대 앞에서 유람선이 갑자기 멈춰 선다. 음악과 함께 민속공연이 한창이었다. 감상도 잠시, 출발 지점을 향해 다시 뱃머리를 돌린다. 배 안. 어여쁜 한족 아가씨가 익숙한 우리 노래를 비파로 연주하는 동안 한 시간여의 현대판 뱃놀이가 끝나 가고 있었다. ●룽성 龍勝 눈물로 일군 천국의 계단 구이린에서 77km. 광시와 후난湖南성 접경에 자리한 룽성으로 향한다. 정확히 말하면 룽성 각족各族자치현 허핑和平향, 그곳에 있는 룽지티뎬龍脊梯田이 목적지다. 룽지티톈은 우리가 흔히 다랭이 논이라 부르는 계단식 논이 산 전체를 덮고 있는 곳이다. 두 시간 반 만에 버스가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을 또 가야 한다. 세차게 비가 내렸고 험한 산길 아래는 물줄기가 운무에 쌓인 계곡을 휘감았다. 멀미가 슬슬 올라올 무렵 멈춘 곳은 훙야오红瑶족의 부락인 황뤄야오자이黄洛瑶寨. 60가구, 약 500명이 이곳에 모여 산다. 야오족은 수난의 역사를 가졌다. 원명元明시대 봉건통치자들의 압박을 피해 대규모 야오족이 남쪽으로 이동했고, 특히 명대 97년간은 군대까지 동원한 유혈진압에 시달렸다. 훙야오족이 룽지티톈에 정착한 것도 이 무렵이다. 다채로운 자수를 수놓은 붉은색 옷을 입는 훙야오족은 여인들의 긴 머리가 유명하다. 머리카락 평균 길이는 1.7m, 가장 긴 사람은 2.1m나 된다. 다섯살 때부터 기른 머리를 성인식 때 귀밑까지 자르고는 다시 평생 기른다. 자른 머리카락은 뭉치로 잘 보관해 뒀다가 결혼 후 자녀를 낳으면 틀어 얹는데 그것을 반발盤髮이라 한다. 그리고 머리를 손질할 때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아 뒀다가 또 하나의 반발을 만든다. 예쁘게 틀어 올린 머리는 지금의 머리에 두 개의 머리채를 묶어 비로소 완성된 스타일이다. 훙야오족이 이토록 애지중지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머리카락이 부귀영화와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부락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흔들다리를 건너야 했다. 10여 명씩 우산을 든 채 한 손으로 출렁대는 다리를 부여잡고 뒤뚱대며 건넜다. 발아래로 비에 불어난 물살이 아찔했다. ‘천하제일장발촌’이라는 표지석을 지나 들어선 민속공연장에는 훙야오족 문화의 면면이 공연으로 펼쳐진다. 전통차인 유차를 마시며 여인들이 그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감아올리는 퍼포먼스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남성 관객과 함께 연출하는 결혼 풍습도 흥미롭다. 마음에 드는 남성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꼬집고 남성이 여성의 발등을 살짝 밟는 것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공연은 부락에서 가장 나이 많은 81세의 할머니가 창가에서 긴 머리를 빗는 것으로 막바지에 이른다. 놀랍게도 흰머리가 하나도 없다. 훙야오족은 쌀뜨물을 발효시킨 물로 계곡에서 머리를 감는다는데, 일평생 검고 윤기 나는 머릿결을 지니고 있는 비법일지도. 노동이 흐르는 산등성이 풍경 71.6km2라는 가늠하기도 힘든 면적의 룽지티톈은 해발 1,916m 룽지산 자락을 380m부터 높게는 1,180m까지 뒤덮고 있다. 크게 진컹티텐金坑梯田과 핑안티텐平安梯田으로 나뉘는데, 핑안은 좡壯족의 거주지이고 진컹은 훙야오족의 거주지다. 그들은 13세기 원나라 때부터 이 방대한 개간 작업을 시작해 청나라 초기에 완성했고, 지금까지 대를 이어 살고 있다. 방향은 진컹티톈 쪽이었다. 3년 전 설치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기로 했다. 천천히 고도가 높아지고 창밖으로 논이 물결친다. 20분 후, 드디어 가장 높은 진푸딩金佛頂 전망대다. 막 비가 그친 희뿌연 산자락에 온통 용이 춤을 춘다. 논 사이사이 다자이, 신자이, 좡지예 등 부락들이 그림처럼 박혀 있고, 장대한 선율로 흐르는 곳곳에서 모심기가 한창이다. 룽지티톈에는 ‘황금빛 부처의 정수리’라는 진푸딩 외에도 8개의 전망대가 더 있다. ‘달과 일곱 개의 별’, ‘천국으로 향하는 천개의 계단’ 등 저마다 낭만적인 이름을 지녔다. 위대한 이 풍광은 땀과 정성으로 일군 것이라기보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라고 하는 것이 차라리 옳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카메라를 내려놓기 힘든 매력적인 예술작품이기 전에 돌투성이 산을 일구며 죽음과 맞서 온 이들의 삶의 터전인 것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 역설적인 아름다움 앞에서는 그저 말을 잊을 뿐이다. ●싼장 三江 시의 고향, 노래의 바다 또 하나의 소수민족을 만나러 싼장 둥족자치현으로 향한다. 소수민족들이 흔히 그렇듯 이들 또한 한족, 몽고족, 만주족 등 주류의 핍박을 피해 이 변방의 산간벽지에서 거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8개의 부락이 모여 산다는 정양촌 입구. 촌락 입구에서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청양펑위차오程陽風雨橋, 이름 그대로 바람과 비의 다리다. 길이 64.4m에 폭 3.4m, 높이는 10.6m에 이르는 이 다리는 실용성을 넘어 뛰어난 조형미와 아름다운 자태로 세계적으로도 건축양식의 걸작이라 평가받는다. 1916년부터 12년이 걸려 완성됐는데 중국 정부의 중점보호대상문물로 지정되어 있다. 청양펑위차오는 맨 아래에 5개의 청석으로 기둥을 받치고 그 위에 삼나무로 몸체를 만든 후 탑 모양의 정자를 지붕으로 올린다. 다리 내부는 긴 복도 형태다. 놀라운 것은 쇠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서로 맞물려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펑위차오風雨橋는 둥족 마을 어디에나 있다. 현에만 모양이 다른 다리가 100개도 넘는다. 부락과 부락의 경계, 강이 있는 자리에 세우는 펑위차오는 교량의 기능 외에도 영혼을 달래고 액을 막아 복을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펑위차오인 허룽河龍교를 지나니 핑자이平寨다. 이 부락에는 고루鼓樓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펑위차오와 함께 둥족 문화를 상징하는 고루는 공동체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고루를 지을 때는 모두가 힘을 보태고 돈이나 물건을 기부하기도 한다고. 점심은 관샤오冠小촌에서 바이자옌百家宴을 베풀어 성대한 대접을 받았다. 바이자옌은 귀한 손님이 오면 집집마다 대여섯 가지의 음식을 만들어 모여 접대하는 손님맞이 잔칫상인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전통복장을 한 둥족 여인들이 줄을 맞춰 서서 고음과 저음이 섞인 음색으로 환영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들의 환대는 노랫가락을 타고 둥족은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아무 때고 권해도 막힘없이 한 자락을 뽑아낸다. 고유문자가 없는 그들이 노래 속에 역사와 신화를 담아 문화적 전통을 이어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둥족 사회가 ‘시의 고향이자 노래의 바다’라는 서정적 칭호를 갖게 된 것도 민족의 서사를 전승하는 방법이 노래였기 때문이다. 고루 앞 광장. 군무와 함께 연회가 시작된다.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인 루성蘆笙이 갖가지 소리를 내며 광장을 울리고, 이들이 모시는 대모신 싸마薩瑪를 상징하는 우산을 들고서 여인들이 질서정연하게 춤을 춘다. 햇살처럼 사방으로 퍼진 우산살이 마을의 재앙을 막아 준다고 믿는다. 공연이 끝날 때쯤 여인들이 서둘러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상 하나에 두 가정이 만든 음식이 놓이는데 얼핏 봐도 백 가족은 돼 보인다. 둥족은 자신의 집에서 만든 음식상 앞에 앉아 그 자리에 마주 앉은 손님과 함께 식사를 나눈다. 특이한 것은 한자리에서 식사를 마치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을 들고 상을 돌면서 각각의 손맛을 볼 수가 있다. 개구리튀김이나 메뚜기볶음이 앞에 있다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다. 상마다 반겨 주는 얼굴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연신 받아먹었다. 여기저기서 권주가가 끝날 때까지 권하는 술잔을 연거푸 들이켜 곤혹을 치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배를 두드릴 때쯤 마지막 순서는 뚜어예多耶다. 강강술래처럼 음악에 맞춰 모두가 손을 잡고 도는 춤으로 화합의 뜻이 담겨 있다. 연회가 끝났다. 돌아 나서는 등 뒤에서 그들이 또 이별 노래를 부른다. 괜히 목이 메어서 결국 뒤돌아 손 한 번 흔들지 못했다. 바람소리 같고 새소리 같은 그 노래 때문이다. 소수민족 중국에는 한족 외에도 55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에 비해 다른 민족들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1952년 소수민족정책 시행 이후 5개 자치구와 30개 자치주, 120개 현에서 소수민족 자치를 허용하고 있는데 가장 인구가 많은 민족은 1,800만 의 좡족으로 광시에 많다. ▶travel info GUILIN Airline 아시아나항공 ‘인천-구이린’ 직항편이 현재 매주 목, 일요일 20:30에 출발하고 ‘구이린-인천’은 04:55 인천 도착이다. 에어차이나항공은 김포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구이린까지 운항한다. 직항 소요시간은 약 4시간, 경유시 ‘김포-베이징’은 1시간 40분, ‘베이징-구이린’은 약 3시간이 소요된다. TEA 유차油茶 좡족, 둥족, 묘족, 야오족은 복장이나 음식 등 비슷한 풍습이 많다. 그중 하나가 유차다. 구이린의 유차는 궁청 야오족유차, 룽성 둥족유차, 신안유차로 나뉘는데 유차를 만들고 마시는 것을 ‘타打유차’라고 한다. 만드는 방법은 보통 현지에서 나는 차를 살짝 볶아 생강, 마늘, 쪽파 등을 넣고 물을 부어 끓인 후 걸러낸다. 그리고 기름에 튀긴 찹쌀 위에 부어 낸다. 감기를 치료하고 고된 노동 후, 체력회복을 위해 마셔 왔다는 유차는 손님이 오면 꼭 권한다. 훙야오족과 둥족 모두 환영의 뜻으로 유차를 냈는데 둘 다 비슷했다. 맛은 마치 식용유가 섞인 누룽지처럼 약간 애매하다. MUSICAL 둥족의 사랑이야기, 줘메이坐妹 <줘메이>는 둥족의 풍속을 연출한 대형 뮤지컬이다. 현 중심에 자리한 공연장, 둥샹냐오차오侗鄕鳥巢는 새의 둥지를 형상화한 둥근 형태로 천장이 없다. 줘메이는 둥족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서막을 포함, 전체 6장의 구성 안에서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켜 춤과 노래로 엮어낸다. 특히 펑위차오와 전통가옥, 흐르는 강 등 둥족의 생활터전을 연출한 무대와 출연자들의 화려한 의상이 볼거리다. www.zuomeisj.com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독박(讀博) 육아일기](21) 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독박(讀博) 육아일기](21) 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 올해 초, 복직을 앞두고 드디어 미용실에 갔다. 모유 수유도 끝냈겠다, 2년여 만에 파마를 하기로 결심했다. 단발머리가 예쁜 연예인의 이름을 말하며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슬쩍 말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어떤 종류의 파마를 할 것인지 물었다. 셋팅이냐, 디지털 펌이냐 그런 질문이었다. 듣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말. “무조건 오래 가는 거요” 아차, 너무 아줌마 같았다. 내가 이런 답을 할 줄이야. 미용실에 자주 갈 수가 없으니 예전처럼 “더 자연스럽고 예쁜 거요”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이 나와버렸다. 결국 처음 말했던 연예인은커녕 그냥 흔한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됐다. #.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아줌마처럼 안 보여야지 다짐을 했다가도 무심코 튀어나오는 행동들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허겁지겁 먹던 버릇이 들여져서 한 시간 동안 편안히 밥을 먹을 수 있는데도 왠지 마음이 급하다. 배가 부른데도 밥을 남길 수가 없다. 여럿이 차를 마시러 갔을 때 혹시 챙겨온 빨대나 플라스틱 숟가락이 남게 된다면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면서 한 개씩 받는 얇은 빨대를 안 쓰고 가방에 넣어두기도 한다. 아이에게 요구르트를 먹일 때 쓰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막상 필요할 때는 없어서 당황했던 적이 많다 보니 뭔가 여유가 있을 때 ‘쟁여두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 아기를 낳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신생아를 데리고 혼자 마트에 갈 수는 없었고, 스마트폰 하나로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배달되는 새로운 세상을 접했다. 게다가 택배기사의 친절한 배송문자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것은 순전히 집에서 아이를 보는 엄마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추측했다. 복직을 한 뒤 초반에는 도저히 동네 슈퍼마켓도 갈 여유가 없었기에 더욱 온라인 쇼핑에 의존했다. 4월 어느 날 출근길 ‘대박’ 쿠폰이 떴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20여분 만에 기저귀 세 팩, 아기 세탁세제 두 개, 아기 바디위시 두 개, 아기 로션 두 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까지 끝내니 딱 광화문역에 도착했다. 그게 어찌나 뿌듯하던지. 마치 엄청나게 어려운 기사를 마감 시간에 맞춰 다쓰고 데스크까지 가뿐하게 끝났을 때의 홀가분함 같았다. 분명히 출근길이었는데 그 날 할 일을 다 끝낸 것 같았다. 그 기분이 너무 생소해 바로 SNS에 남겼다. #. 아기 아빠가 된 지 얼마 안 된 지인과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와이프가 왜 이렇게 택배를 시키는지 모르겠다”면서 “퇴근하고 보면 집에 매일 새로운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고 황당해 했다. 너무 뜨끔했다. 어제도 우리 집에는 택배가 세 상자나 왔다. 물티슈 한 박스와 아이가 마실 우유 두 박스, 그나마 나머지 하나는 내가 읽을 책이었다. 오늘은 기저귀 한 박스가 또 올 예정이다. 아마 우리 남편도 가끔 퇴근길에 경비실에서 택배를 가져다달라는 메시지에 “도대체 만날 뭘 이렇게 사들이는 거야”라고 투덜댈 거다. 육아용품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해서 오프라인에서 한 번에 사기가 쉽지 않다. 거리가 좀 있는 대형 육아용품 매장을 찾아가야 하는데 일부러 시간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짬을 내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다. 계속해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만 정작 내 것을 사는 일은 별로 없다. 할인쿠폰이 떴다는 정보가 지역 카페에 올라오기만 하면 곧바로 출산·유아동 코너에 접속하게 된다. 기저귀와 물티슈가 이미 쌓여있으면 목욕용품, 로션, 주스, 우유, 장난감까지 휙 훑는다. 아, 내 옷을 산 일도 한 번은 있다. 집에서 입을 넉넉한 면 티셔츠와 레깅스였다. 합쳐서 1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렇다고 나를 위해 아예 돈을 안 쓰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돈을 열심히 모으는 성격도 아니지만, 그래도 백화점에 구경가서 여성복이 있는 3층은 건너뛰고 무조건 유아·아동 관련 매장이 있는 5층부터 올라가는 게 큰 변화라면 변화다. 다 둘러보고 나면 곧바로 지하 식품관으로 이동하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던 돈 1만원, 2만원이 결코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 그 돈이면 아이의 장난감을 중고로 사줄 수도 있다. 꽤 오랫동안 즐겁게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만원의 행복’을 맛봤다. 그렇다 보니 가끔 내가 1만원이라도 손해볼 일이 생기면 혹시나 다시 받을 일이 없을까 온갖 궁리를 하고, 2000원짜리 상품권도 귀하다. 온·오프라인의 각종 쿠폰과 적립금이 소중해졌다. 며칠 전에는 못 받고 놓쳤던 적립금을 전화를 걸어 다시 받기도 했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엄두도 못 냈던 일들이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소시지 반 조각이라도 집어먹으면 아주머니께 죄송해서 무조건 그 상품을 사들고 왔던 나는 이제 시장에서 할머니들에게 깎아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장을 보고 짐이 양손에 한 가득인데도 안아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번쩍 안아들고 집까지 도착하면, 그 순간 내가 슈퍼우먼이 된 것 같다.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는 많이 달라졌고,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지만 점점 내가 ‘아줌마’라는 말에 가까워지고 있음도 실감한다. 사실 아줌마스러운 게 뭘까, 콕 찝어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문득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받아들이는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아기를 낳으면서부터다. 그런데 썩 나쁘지 않다. 지금 나는 ‘아줌마’라는 말의 경계에서 점점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기를 품고 있을 때에만 하더라도 “출산을 해도 아줌마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 뜻은 아마도 몸무게가 잔뜩 불어있는 채로 자기 관리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이 오로지 아이에게만 매달리며 집착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으리라.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자기관리는커녕 나조차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말이다. 또 억척스럽고 어디서나 목소리를 드높이는 그런 모습을 막연하게 아줌마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시절 엄마가 시장에서 “깎아달라”고 말하는 게 왜 그렇게 창피하던지. 아마 그 모습을 두고 ‘아줌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혼 여성들의 왠지 모를 싱그러움이 여성이라면 당연히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내 몸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살이 찌고 온 몸이 쳐져버려서 겨우 두 계절 전에 입던 옷이 안 맞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지만, 솔직히 외모를 제외한 나의 변화들이 때로는 반갑다. 몸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마음가짐도 새로워졌다. 뱃살에서 인격이 나온다더니, 바람빠진 풍선 같은 배에서 어떤 깨달음이라도 나오고 있는 것인가. 아줌마가 뭘까, 내가 어떨 때 아줌마 같다고 느끼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생각과 행동의 모든 우선순위가 아이에게 있다는 점이다. 쇼핑을 해도 아이 것 먼저, 밥을 먹어도 아이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르 듯이 아이의 존재는 내 생활의 소소한 부분부터 일을 하는 데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비록 아기를 하루종일 남의 손에 맡기고 일을 하는 엄마이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굳이 일을 계속하려고 붙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컸을 때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나에게 ‘자아실현’은 이제 나 혼자 잘나는 게 아니다. 내 아이가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이 큰 목표가 됐다. 가장 어리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이 때 하루종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슴 아프지만, 몇 년이 지나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성장하다 보면 엄마의 일이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이를 위해서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회사 생활도 예전과 달라졌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좀 더 개념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 만약 내가 일에 소홀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내 아이를 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후배들에게 “저 선배 애는 되게 불쌍하다” 이런 말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밖에서 하는 말과 행동들이 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OO엄마’로서의 것이 된다. 나의 가벼운 행동들이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화살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조심스럽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는 내 앞에 주어진 일에만 급급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같은 회사 선후배들과 따로 만나 밥 한 번 먹기도 어려웠다. 아쉽기는 했지만 내 앞가림하기도 정신이 없었기에 이런저런 핑계로 넘겼다. 특히 육아휴직을 하고 모든 관계가 단절됐을 때, 나는 같은 회사 사람, 취재원들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한 때는 밥을 먹는 시간마저 취재를 해야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고, 어쩌다 한 번 아무런 약속이 없을 때 혼자 샌드위치를 사먹는 게 즐겁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나는 누군가와 밥 한 끼를 먹는 것이 간절했다. 모처럼 외출해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아기를 안고 서서 밥을 먹었을 때에는 그토록 어렵고 불편했던 시어머니의 얼굴까지 떠올랐다. 회사 후배라고, 또 출입처의 기자라고 해서 나를 만났을지라도 일부러 나에게 연락을 해서 날짜를 잡고 귀한 시간을 내 한 시간 남짓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했던 모든 일이 새삼 고마웠다. 휴직 중인데도 아기와 함께 나오라며 밥을 사준 선배와 취재원들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다시 사회로 돌아오니 모든 관계가 소중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내내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히 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게 후회가 될 수 없었다. 이제는 고마우면 고맙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먼저 연락을 걸어 약속을 잡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솔직히 얘기하려고 한다. 예전처럼 서운하다고 뒤에서 마음 꽁하게 있지 않을 것이고, 풀리지 않을 오해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꼬지도 않을 것이다. 내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만큼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 뿐 아니라 회사 선배들은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고 후배들은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자녀들이다. 감히 가볍게 여기고 함부로 대할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인간관계라는 게 이렇게 마음 먹는다고 해서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에는 이런 생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전히 누군가 “아줌마 안 같다”고 말해주면 자동적으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외적인 문제인 것 같다. 사실은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쭈뼛거리며 제대로 말도 못 했던 소심한 성격에서 조금씩 용기가 붙고 누군가와 만나 대화하는 게 너무 즐거워 깔깔거리며 아줌마 웃음을 내뱉는 내가 좋다. 보고싶었던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하고싶었던 말을 전하면서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나 싶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아줌마가 돼있을지도 궁금하다. 계속해서 뱃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며 안간힘을 쓰겠지만, 살과는 별개로 내 삶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성숙해진다는 것이 뭔지,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런 깨달음을 갖게 해 준 아이에게 고맙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줌마가 되고 싶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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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Samoa 사모아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유죄

    해외여행 | Samoa 사모아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유죄

    땅 위의 모든 것이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 이곳은 ‘낙원’의 기원이다. 세계 각지의 많은 곳을 ‘낙원’ 이라고 부를 때, 어쩌면 그 안에는 ‘사모아와 비슷하다’는 함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모아에 다녀왔다. ‘그곳이 얼마나 좋으냐면’이라고 글을 쓰는 일은 기분 좋은 꿈에서 깨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달고도 아름답다. 사모아는 미지의 세계다. 잘 모른다. 낯설다.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면서 여기만큼 이국적인 정취를 느낀 곳도 없었다. 이국적이고 낯설지만 오롯이 동화되고 싶은 마음은 열렬했다. ‘대체 이 알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은 뭐지?’ 싶었다. ‘남태평양 어디쯤에 사모아라는 나라가 있다더라’는 정보만 알고 있던 나는 사모아를 그리워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관계로 치자면, 밀당의 고수에게 낚여 넋이 나간 꼴이다. 사모아의 사바이섬과 우폴루섬을 돌아본 일주일은 다른 차원의 시간 혹은 비현실 같았다. 일정을 마친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와 동행한 가장 친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아.” SAMOA 무엇이 매력이냐 물으신다면 감동적이고 경이로운 자연경관과 이를 배경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지에 대한 설명은 일단 뒤로 미루자.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모아의 매력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 곳곳에서 발견된다. 수도 아피아를 제외한 우폴루Upolu섬의 곳곳과 사바이Savaii섬 전체를 둘러보는 것은 목가적인 풍경을 정성껏 스케치하고 예쁘게 채색한, 내용까지 감동적인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사모아는 전 국민의 취미가 정원 가꾸기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모든 집의 마당이 단정하고 아름답다. 너른 마당 위에선 개와 고양이, 닭이 아이들과 함께 뛰논다. 더불어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 여덟 마리와 일렬로 행진하거나 소와 말이 풀을 뜯는 모습도 일상의 풍경이다. 땅 위의 모든 동물과 식물은 사람들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이다. 엄마는 꽃을 심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 모은다. 집 앞에는 먼저 떠난 가족의 무덤을 둔다. 무덤 위에는 꽃을 놓거나 그 위에서 빨래를 말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란히 묻힌 무덤의 비석 위로 손자들이 올라타고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며 까르르 신이 났다. 사모아에서는 죽음이 이별이 아닌 것만 같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아름다운 집들이 모인 마을은 대부분 집성촌이다. 옆집은 고모네, 뒷집은 삼촌네, 안집은 할머니네 대략 이런 식이다. 마을 곳곳에는 사모아 전통가옥 양식인 팔레fale가 있다.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으면 완공되는 신기한 건물이다. 지붕이 있는 거대한 평상이라고 상상하면 얼추 비슷할 것 같다. 팔레 안에는 침대도 두고, 식탁도 둔다. 비 오는 날에는 이 집 저 집의 빨래를 한데 모아 널기도 한다. 오며 가며 뻥 뚫린 기둥 사이로 안부를 전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식사 때가 되면 마을 곳곳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가 나는 곳은 어김없이 시끌벅적하다. 사모아 전통 조리법인 ‘우무(땅을 파고 나무와 코코넛 껍질로 불을 지피고 그 위에 돌을 달군다. 달군 돌 위에 해산물, 고기, 타로, 빵 등의 식재료를 올리고 바나나 잎을 덮어 훈제하는 조리방법)’로 만들어낸 요리들의 맛있는 냄새와, 대가족인 모인 식사시간의 즐거운 소리들이 공기 중 가득하다. 일요일이면 가장 좋은 옷을 챙겨 입고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간다.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사모아 국민의 반은 기독교도, 20%는 가톨릭신자다. 신앙도 깊다. 국가의 주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언제나 기도로 시작할 정도다. 낯선 동양인과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은 어제 만난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난 듯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건 자존감 높은 사람들 특유의 쿨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달뜨고 설레는 여정 동안 사모아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바쁜 도시 생활자인 내가 놓치고 사는 중요한 게 무엇일까. 이곳은 삶을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움켜쥔 많은 세속적 가치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게 되는 구도의 땅인지도 모른다. 이토록 아름다운 화산섬, SAVAII 사바이섬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우폴루섬 서쪽에 위치한 물리파누아Mulifanua 항구에서 뱃길로 한 시간을 달리면 사바이의 살레렐로가 항구Salelologa Wharf에 닿는다. 사모아 전체 인구의 25%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화산섬인 사바이는 폴리네시안 섬들 중 타히티, 하와이에 이어 크기가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우폴루섬에 비해 조금 더 목가적이다. 섬 중앙에는 열대 우림이 빼곡한 산이 있고 산자락과 해안선이 맞닿는 지점에 사람들이 터전을 이루고 살아간다. 해안을 따라 난 왕복 2차선의 해안도로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유일한 길이며 섬을 관통하는 길은 없다. 사모아관광청의 훈남 앨비스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남태평양의 바람을 가르며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사바이섬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알로파아가 블로우홀Alofa’aga Blowholes이다. 사바이 남동쪽의 타가Taga 마을에 들어서자 파도 소리가 거세진다. 파도가 세게 몰아치는 이 마을의 해안 곳곳에는 바위 구멍이 있는데 이를 통해 바닷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분수공을 통해 솟아오르는 물기둥의 높이는 엄청나다. 웬만하면 10m 이상이고 아주 높을 때는 50m까지도 치솟는다. 믿거나 말거나 100m가 넘는 높이로 솟아오른 적도 있단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귀를 자극하는 소리다. 파도가 모여 구멍으로 솟아나기 전의 거대한 울림. ‘부욱부욱’ 하는 소리는 난생처음 들어 보는 자연의 소리인데다가 물기둥이 얼마나 클지 귀띔하는 듯해 긴장과 설렘이 배가된다. 타가 마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선보인다. 바로 분수공 아래로 코코넛 던지기다. 어린 시절부터 쭉 봐 왔던 광경이라 마을의 어른들은 어느 구멍에서 가장 거센 분수가 솟구칠지 직감적으로 안다. 선택한 분수공에 코코넛을 던지면 어김없이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며 코코넛이 산산조각 나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관광객은 이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마을 어른들은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얼굴을 하고 깔깔 웃으며 또 다른 코코넛을 가지러 달려간다. 알로파아가 블로우홀에서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아푸 아아우Afu Aau’ 폭포다. 발음이 어려운 사모아의 지역 이름 중 유일하게 단번에 외운 이름이기도 하다. 소 주변의 수심은 얕은 편이라 수영을 못해도 물놀이는 즐길 수 있지만 소 중심으로 갈수록 수심이 깊어져 자칫하면 ‘아푸 아아우’ 할지 모르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광이 마치 우리나라의 비둘기낭이나 삼부연 폭포를 연상케 한다. 열대 우림에 둘러싸인 바다 근처의 이 폭포는 사바이섬을 찾는 사람들의 피크닉 장소로 명성이 자자하다. 음식물 반입은 가능하지만 주류 반입은 불가능하다. 사바이섬은 화산섬이다. 1905년부터 1911년까지 섬 북서쪽의 마타바누Matavanu산에서 화산 활동이 있었고 융기했는데 이런 지질학적 특성을 온전히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라바필즈다. 제주 곶자왈의 열대우림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섬의 북서쪽, 살레아울라Saleaula 마을에 위치한 이곳은 1900년대 세워진 교회와 화산폭발 몇해 전 만들어진 무덤이 유명하다. 교회는 마그마로 덮여 폐허가 되었는데 그 자체로 경이로운 모습이다. 무덤은 성지로 여겨진다. 화산이 폭발한 후 용암이 무덤 주변을 피해 흘렀기 때문이라고. 신성한 기운 때문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산활동 이전의 식물군이 그대로 남아 있는 풍경은 신비롭다. 작열하는 남태평양의 땡볕을 현무암이 고스란히 받아 머금고 있는 만큼 라바필즈의 열기는 대단하다. 선크림과 모자는 꼭 챙겨 가는 게 좋겠다. 라바필즈에서의 뜨거움은 인근 사토아라파이Satoalepai 마을에서 시원하게 식힐 수 있다. 이곳에는 거북이와 함께 교감하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풀이 있다. 스무 마리의 거북이를 맛있는 망고로 유인한 후 물에 들어가 함께 물살을 가르는 진귀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꼭 들를 것. 참고로 가장 나이가 많은 거북이는 무려 75살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AMOA 일상을 엿보다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바로 재래시장 둘러보기다. 우폴루섬 북쪽의 수도 아피아Apia에는 두 개의 재래시장이 있다. 먼저 사바랄로 플리마켓Savalalo Flea Market은 특산품과 수공예로 만든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파는 사모아의 쇼핑 메카다. 라바라바Lavalava라고 불리는 사모아 전통 살롱과 꽃핀, 액세서리, 나무줄기를 엮어 만든 가방이나 모자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사모아 스타일의 기념품을 구입해야 한다면 꼭 들러야 할 곳! 더불어 이곳은 메인 버스 정류장과 연결돼 있어 빈티지한 매력이 돋보이는 사모아 버스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열대 과일을 마음껏 먹어 보고 싶다면 거대한 팔레 안에 수십 개의 상점이 모여 있는 푸갈레이 마켓Fugalei Market으로 가면 된다. 바나나, 코코넛 등의 신선한 과일과 각종 야채, 꽃을 파는 청과 전문시장이지만 기념품을 파는 상점도 곳곳에 있다. 사모아 전통 음료 재료인 코코사모아는 100% 카카오 덩어리로 조리법은 간단하다. 따뜻한 물에 으깬 코코아 열매와 설탕을 듬뿍 넣고 호로록호로록 마신다. 기존의 가공품보다 훨씬 깊고 그윽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시장 인근의 사모아 컬처럴 빌리지Samoa Cultural Village도 추천한다. 사모아 전통공예와 문화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웰컴 드링크를 선사하는 아바 세리머니, 전통 조리법인 우무, 타투의 기원인 사모안 타타우, 시아포라고 불리는 타파 프린팅과 사모아 전통 목공예, 바나나 잎으로 머리 띠와 바구니 등을 엮는 위빙 체험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사모안 시바Samoan Siva라고 불리는 전통 춤 공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힘껏 손뼉을 치며 절도 있는 동작을 이어 나가는 춤인데, 빠르게 이어지는 안무 하나하나를 따라가느라 눈 돌릴 틈이 없다. 따라 하고 싶다면 홀로 있을 때 조용히 할 것! 자칫 개그 프로그램의 마빡이처럼 보일 수 있다. 낙원의 풍경, UPOLU 사모아의 본섬인 우폴루는 1953년 제작된 영화 <리턴 투 파라다이스Return to Paradise>의 배경이 된 곳이다. 더불어 <지킬 앤 하이드Jekyll and Hyde>와 <보물섬>을 집필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곳이기도 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깊고 고요한 열대우림과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을 번갈아 마주하다 보면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며 온전한 안식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우폴루섬 남쪽 해안의 로토팡아Lotofaga 마을의 토수아 트렌치 앞에 서면 그 마음은 극에 달한다. ‘물이 있는 구멍’이라는 뜻의 토수아 오션 트렌치는 바닷물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거대한 해구다. 사모아 최고의 자연경관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발 디딘 지점에서 30m 아래로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깃든 거대하고 고요한 해구의 풍경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있는 힘껏 사다리를 잡고 내려가 나무 데크에서 점프!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라는 혼잣말을 자주 하는데,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조수간만의 차이에 따라 수심과 유속이 달라지지만, 수영에 능하지 않아도 걱정은 없다. 데크에 연결된 밧줄을 잡고 동동 떠서 아늑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만끽할 수 있으니. 사모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우폴루섬 중북부 바일리마Vailima 지역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뮤지엄이다. 병약하게 태어나 평생 동안 요양과 여행을 반복하며 안식처를 찾던 그가 아내와 정착해 살던 지역 이름과 동명의 집 ‘바일리마’를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했다. 스티븐슨은 이곳에 1888년 정착해 눈을 감은 1894년까지 5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사모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한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뮤지엄 안쪽으로 난 트레킹 코스를 따라 한 시간을 오르면 산 정상에 그의 무덤이 있다. ▶travel info SAMOA 사모아는 열대우림기후의 화산 군도로 연중 덥고 습한 편이다. 11월부터 4월까지는 우기, 여행은 건기인 5월부터 3월까지가 적합하다. 동쪽으로 미국령인 아메리칸사모아가 있다. 언어는 사모아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로 한국보다 5시간 빠르다. 화폐는 탈라tala. 1탈라는 한화로 약 450원이다. Airline 한국에서 사모아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웃 섬나라인 피지의 난디공항까지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한 후 피지 에어웨이즈를 타고 사모아의 수도 아피아까지 가는 것이다. 난디에서 아피아까지는 1시간 40분 거리다. Food 전통 조리방법인 우무umu로 만든 구이 요리들과 오카okq가 유명하다. 오카는 참치회를 코코넛 크림, 라임즙, 향신료, 각종 야채와 버무린 후 약간의 숙성과정을 거친 요리로 신선한 생선 러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맥주도 맛있는데 유명한 현지 맥주로는 라거인 바일리마vailima와 타울라taula가 있다. hotel 코코넛비치클럽Coconut Beach Club 하와이의 유명한 세프였던 미카Mika가 리조트가 있는 해변에 반해 이곳에 바를 연 것이 리조트의 시작이다. 자연친화적이지만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은 아름다운 리조트다. 사모아에서 유일하게 수상 방갈로를 보유하고 있다. 세프가 문을 연 리조트다 보니 음식 맛있기로 꽤 유명하다. 최근 CNN은 코코넛비치클럽의 레스토랑을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인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www.cbcsamoa.com 스티븐슨@마나세 리조트Stevenson Manase Resort 고급 휴양지를 꿈꾸고 떠났다면 다소 불편할 스탠더드 등급이다. 객실 상태, 레스토랑의 퀄리티 등이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사바이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소유한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사모아의 ‘팔레’ 형태로 만들어진 방도 있어 숙박이 가능하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근의 마을 투어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www.stevensonsatmanase.com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사모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samoatravel.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바텐더 로봇·웨이터 로봇 자체 판단해 협력 ‘서비스 척척’...MIT, ‘인공지능 협업’ 공개

    바텐더 로봇·웨이터 로봇 자체 판단해 협력 ‘서비스 척척’...MIT, ‘인공지능 협업’ 공개

    매사추세츠 주 공과대학(MIT) 과학자들이 인공지능들로 하여금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해 융통성 있게 협력해 물품을 나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MIT 산하 컴퓨터 공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 연구팀은 최근 열린 ‘로봇과학 및 시스템’(Robotics Science and Sytems) 컨퍼런스에서 3대의 로봇을 통해 인공지능 간의 이러한 협력 시스템을 시연해보였다. 이들은 시연을 위해 우선 연구실을 가상의 술집으로 삼았다. 연구실 중앙에는 두 팔이 달린 '인간형 PR2 로봇'이 자리를 잡아 맥주를 나눠주는 바텐더 역할을 수행했고, 바퀴가 달린 거북이 형태의 '터틀봇'(Turtlebot) 2대는 웨이터 역할을 맡았다. 연구팀이 강조한 것은 이 로봇들이 ‘무작위적 상황’ 속에서도 자체적인 판단 하에 물건을 문제없이 배달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이들이 말하는 무작위적 상황이란 로봇의 센서 오류, 로봇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오류, 그 외에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등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시연에 참여한 3대의 로봇 또한 이와 같은 무작위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도록 연구팀은 몇 가지 제한사항을 두었다. 이에 따라 터틀봇들은 가까이 붙어있을 때에만 교신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PR2 로봇의 경우 한 번에 1대의 터틀봇만 상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했다. 때문에 로봇들은 다른 로봇의 현재 위치나 하고 있는 일, 다른 로봇이 받은 주문 등을 쉽게 알 수 없었다. 연구에 참여한 애리얼 앤더스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로봇들이 스스로의 위치, 상황, 행동에 대해 보다 복잡한 계획을 설계 할 수 있어야만 했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인간 특유의 작업수행 방식을 참고했다. 로봇과 달리 인간은 일상 속에서 특정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매번 새로 판단을 거치는 대신 정형화된 습관적 행동을 취한다는 차이가 있다. 터틀봇들 또한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소한 절차들에 대한 세세한 연산을 거치지 않고 무시한 채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예를 들어 한 터틀봇이 PR2 로봇에게 맥주를 받고 있으면 다른 터틀봇은 PR2 로봇 주변을 서성이며 ‘당황’하는 대신 손님들에게 가야겠다는 대안을 세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전체 시스템은 물론 단순한 맥주 심부름 이상의 활용도를 지니고 있다. MIT 연구팀은 이 기능을 병원이나 구조현장, 대피소 등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에서 물자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아마토와 동료들은 이미 MIT 링컨 연구소와 함께 수색 구조 상황에서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는 실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유튜브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롯데, 일본기업으로 여기는 국민 더 많다

    롯데, 일본기업으로 여기는 국민 더 많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롯데그룹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반감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적 논란과 관련해서 롯데를 일본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국기업으로 여기는 사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 산업부는 지난 6일부터 3일간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 ‘서베이몽키’를 이용해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 1001명을 대상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간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번 사태로 롯데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64.75%에 이르렀다. 반감이 생기지 않았다는 답변은 13.22%에 그쳤다. 백화점, 대형마트, 식음료, 호텔업처럼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business to cunsumer) 거래가 많은 롯데에 부담스러운 결과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롯데를 어느 나라 기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2.74%가 일본 기업이라고 답했다. 한국기업이라고 답한 이는 30.15%로 더 적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면서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를 일본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절반에 가까운 48.15%의 답변자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일본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 99% 이상을 일본계 주주가 소유했고(28.57%) 롯데가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간다고 생각하기 때문(19.31%)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결국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의 경영권 다툼 속에서 거미줄처럼 복잡한 롯데의 지배구조가 낱낱이 드러났고, 이것이 국적 논란을 야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를 한국기업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사람들은 근거로 롯데가 일본에서 시작됐을지라도 1967년 한국에 진출해 5대 기업으로 성장했고(30.00%), 한국에서 약 10만명(정규직 기준)을 고용했으며(28.52%) 국내에서 번 돈에 대한 세금을 한국 정부에 내기 때문(21.11%)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의 원인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54.30%의 응답자가 복잡한 순환출자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경영승계 계획의 부재(33.86%)와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기경영(30.19%)이 오늘날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뒤를 이었다.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욕심을 원인으로 본 응답자도 각각 14.68%와 11.84%에 달했다.  형제, 친족 간에 ‘막장 드라마’ 수준의 폭로전과 갈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경영권 분쟁의 바람직한 결론과 관련해 한·일 분리 경영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답변자의 40.48%은 지난 20년간 해온 대로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맡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경영하는 게 좋겠다고 응답했다.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경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15.78%로 뒤를 이었다.  롯데 경영권 분쟁을 이유로 소상공인연합회 등 일부에서 롯데 물건을 사지 않고, 관련 계열사를 이용하지 않는 불매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문 응답자들은 엇갈린 의견을 나타냈다. 37.60%만이 불매운동에 찬성했고 33.14%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롯데 형제의 난을 계기로 재벌 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78.34%가 찬성한다고 답했지만, 실제 재벌개혁이 잘 추진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73.85%가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재벌 개혁의 필요성이 있지만 정부의 추진 의지나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 응답자의 70.90%가 남성, 29.10%가 여성이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 8.40%, 30~40대 37.30%, 40~50대 28.30%, 50~60대 22.20%, 60대 이상 3.70%가 설문에 참여했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롯데는 소비재와 밀접한 사업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이었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 이미지가 상당히 훼손됐다”면서 “롯데 스스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낙서해도 만져봐도… 괜찮대요

    낙서해도 만져봐도… 괜찮대요

    어린 시절의 공부는 평생을 간다. 특히 예술 교육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워 주기 때문에 두고두고 소중한 자산이 된다. 미술관의 기능 중에서도 유아 예술교육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으면서도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미술관이 동네에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이런 요구조건에 딱 맞춘 어린이 미술관이 서울 성동구 금호사거리 인근에 문을 열었다. 지난 8일 공식 개관한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 금호동’은 어린이들이 미술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2007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뮤지움이 그동안 연구하고 개발한 예술 콘텐츠를 보다 많은 지역의 어린이들과 나누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동네미술관’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례다. 김이삭 관장은 이 지역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유아와 어린이 인구에 비해 문화예술시설이 상대적으로 적고, 교육비 지출이 낮은 주거지역을 기준으로 삼아 등록 미술관이 한 곳도 없는 성동구에서도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금호동 지역을 선정했다”면서 “6개월간의 지역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설립지 및 미술관의 개발 방향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곳곳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인근 금남시장과 골목길,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가 뒤섞여 역동적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좁은 골목길과 그 사이에 있던 공터 등 아이들이 스스로 모이고 놀이를 만들어내는 장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이 생기면 관람 기회가 늘고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하는 장소가 만들어져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술관 규모는 동네미술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아담한 3층 건물이다. 원래 개인 의원으로 쓰이다가 7년 동안 비어 있었던 지하, 지상 2층, 옥상 등 380㎡(약 115평)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꾸었다. 특히 옥상 공간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낙서를 할 수 있는 담벼락도 있고, 도시 속에서 농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흙밭과 원두막도 설치했다. 동네미술관이라는 콘셉트도 새롭지만 운영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모은다. 건물 임대보증금과 운영비 일부를 벤처기부펀드인 ‘C프로그램’이 후원했다. C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벤처 1세대 기업인들이 기금을 조성한 펀드로 놀이와 교육 분야의 변화를 만드는 개인 및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또 지역공동체 기반의 동네미술관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제대로 정착하도록 준비단계에서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워크숍을 갖고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을 공간에 최대한 반영했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건물 리모델링을 진행한 정이삭 건축가는 “이곳의 주인공인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공간을 재구성했다. 놀면서 자연스럽게 예술교육을 받도록 전시공간과 놀이공간을 적절히 배치하고, 화장실 크기나 세면대 높이 등도 어린이의 신체 사이즈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헬로우뮤지움의 동네미술관 금호동에서는 기존의 체험형 교육과는 다른 경험 중심의 작품 감상 및 예술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를 위해 놀이를 키워드로 한 개관전 ‘놀이시작’을 열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는 전시작품들을 만질 수 없지만 이곳에서 전시된 작품의 일부는 놀이 도구가 되기도 한다. 강영민 작가의 ‘조는 하트’(Sleeping Heart)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이입, 공감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홍장오 작가가 다양한 오브제로 만든 UFO(미확인 비행물체)는 상상력을 길러 준다. 스테인리스 식기로 만든 UFO 설치작품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도 있다. 홍순명 작가는 금호동 재개발지역에서 주워온 물건들로 작업한 ‘사소한 기념비’를 선보였다. 개인의 기억과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오유경 작가가 종이로 만든 새로운 구조물은 아이들이 블록 쌓기처럼 놀이로 연결 지을 수 있다. 동네미술관 금호동은 성동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연 1회 전시회에 초대하기로 했다. 김이삭 관장은 “조손가정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매주 수요일 손자 손녀와 함께 오는 성동구 주민에게 무료 관람을 실시하고 성동구와 협력해 연간 1200여명을 초대하려 한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초대나 할인 정책을 펼치려 노력할 것”이라며 “문화예술 소외지역에 2, 3호점을 개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관전은 9월 30일까지 열린다. (02)3217-4222.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내년부터 달라지는 세법 2제] 외국인 사전면세 ‘원숍’ 20만원까지

    [내년부터 달라지는 세법 2제] 외국인 사전면세 ‘원숍’ 20만원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사전 면세 한도가 ‘원숍(One shop) 20만원’ 수준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한 가게에서 산 물건 20만원어치까지는 즉석에서 세금을 돌려준다는 의미다. 지금은 금액에 관계없이 면세 가게에서 물건을 사더라도 반드시 출국 때 인천공항에서 세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20만원을 넘어서는 물건은 지금처럼 공항에서 사후 면세를 받아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액물품 사전 면세 한도를 가게당 20만원 이하로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예컨대 부가가치세(10%) 2만원이 붙은 20만원짜리 물건을 샀다고 하자. 앞으로는 물건을 산 가게에서 곧바로 2만원을 떼고 18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공항 세관에서의 물품 확인도 생략된다. 앞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명동 등 면세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상점 측이 부가세와 개별소비세 등의 세금을 바로 돌려주는 사전 면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이 공항 환급 창구에서 길게 줄을 서는 불편 등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서울신문 8월 3일자 1면> 이를 위해 올 하반기까지 사후 면세 업무를 보는 6개 사업자와 여기에 가맹된 상점에 세금 환급을 위한 별도 전산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다만 기재부는 과도한 환급과 외국인 관광객을 악용한 국내 거주자의 물건 구입 등을 막기 위해 1인당 총액 한도를 두기로 했다. 하루에 최대 환급받을 수 있는 한도와 한 번 여행 왔을 때 받을 수 있는 환급 한도를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상길 기재부 부가가치세제과장은 “총액 한도는 세법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시행령에 담을 계획”이라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 형태와 환급 편의성 등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풍요 속 그늘

    풍요 속 그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60여년 만에 3만 1000배 급증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420배가량 증가했다. 소비자물가는 36배 상승했다. 자동차 등록 대수가 1만 5750배 늘어날 정도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그늘도 커졌다.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8.7명에서 228.5명으로 26배 늘었다. 광복 이후 고도성장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통계청이 10일 내놓은 ‘통계로 본 광복 70년 한국 사회의 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GDP는 1485조원으로 1953년(477억원)에 견줘 3만 1000배 증가했다. 세계 13위 수준이다. 1인당 GNI는 1953년 67달러에서 지난해 2만 8180달러로 늘었다. 1965년 소비자물가지수는 3.02로 지난해(109.04) 대비 36배 올랐다. 1965년에는 1만원으로 살 수 있던 물건을 지금은 36만원에 사야 한다는 얘기다. 1964년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도 지난해 5727억 달러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식민 지배와 전쟁 폐허 속에서 이 모든 것을 이뤄 냈다. 사회에서도 상전벽해가 이뤄졌다. 가구원 수는 1952년 평균 5.4명에서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2010년 2.7명으로 절반 감소했다. 1970년 61.9세에 그쳤던 기대 수명은 2014년 81.8세로 20세가량 늘었다. 1965년 대비 2013년 17세 남자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각각 9.5㎝, 13.9㎏ 증가했다. 같은 나이의 여자는 3.9㎝, 5㎏ 늘었다. 대학생 수도 1952년 3만명에서 지난해 213만명으로 급증했다. 압축 성장에 따른 어두운 그림자도 짙다. 범죄 건수는 1981년 인구 10만명당 935건에서 2012년 2039건으로 2.2배 증가했다. 자살률은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증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고속으로 성장했지만 삶의 질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 “국민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돋보기로 햇빛 모아 멋진 그림을…이색 도구 화제

    돋보기로 햇빛 모아 멋진 그림을…이색 도구 화제

    어린 시절,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검게 그을리게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볼록 렌즈의 원리를 이용한 그림 그리는 도구를 이탈리아의 세 아티스트가 고안해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르투갈어로 ‘태양’을 뜻하는 ‘페부’(Febo)라는 명칭이 붙은 이 도구가 어떻게 쓰이는지 보면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페부는 둥근 나무 프레임에 돋보기 렌즈를 넣은 것이다.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종이나 나무, 접시, 코르크, 가죽 등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뒤 페부를 90도 각도로 맞춰 햇빛을 모은 상태에서 밑그림을 되짚어가는 것이다. 또한 쓰임새가 높은 기본 글자와 모양을 구멍으로 뚫어놓은 스탠실도 있어 이를 활용하면 책 표지 등 자신이 원하는 물건에 이니셜 등을 새겨넣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즐길 수 있다. 물론 햇빛을 이용하는 만큼 시력 보호를 위한 선글라스는 필수다. 또 그림이 너무 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 페부는 오는 22일까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고 있으며, 이미 목표 금액 8000달러의 7배 이상을 달성했다. 제품 배송 시기는 오는 11월로 알려졌다. 사진=킥스타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비즈 in 비즈] 심상찮은 ‘롯데 불매운동’

    [비즈 in 비즈] 심상찮은 ‘롯데 불매운동’

    “롯데 신씨 일가가 매년 신사 참배를 한대요”, “소치올림픽 때는 김연아 말고 아사다 마오만 후원했다는데요?” 지난 주말 지역 엄마들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본 글입니다. 누군가 롯데그룹 계열사 50여곳의 이름이 열거된 그림파일과 함께 “롯데 물건 사지 말자”라고 쓴 포스트에 달린 댓글들이지요. 생각난 김에 초록 검색창에 ‘롯데 불매운동’을 쳐 봤습니다. 관련 글이 우수수 검색됩니다. 롯데 불매운동이 목적인 인터넷 카페도 벌써 두 곳이나 생겼습니다. 롯데 계열사 명단은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닙니다. ‘누리꾼 수사대’는 롯데 총수일가인 신씨 집안 들추기에 나섰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의도치 않게 반일 감정을 건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신 전 부회장이 국내 언론과 일본어로 인터뷰한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들들의 일본 이름을 부르며 일어로 대화한 것도 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구사능력 또한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일본계로 드러나면서 국민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듯싶습니다. 광복 70주년 분위기에, 항일운동을 그린 영화 ‘암살’의 흥행, 위안부에게 사과조차 않는 일본 정부를 향한 비난이 겹쳐진 결과로 보입니다. 롯데로서는 억울할 법도 합니다. 롯데 측은 신씨 일가가 매년 일본 신사를 참배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2009년부터 일본 롯데가 일본빙상연맹을 후원하면서 아사다 마오가 올림픽에서 롯데 마크를 단 유니폼을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케팅 활동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어쩌면 경영권 갈등 수습보다 돌아선 민심을 붙잡는 게 더 시급할지 모릅니다. 껌·과자로 시작해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롯데는 소비자 덕에 커 온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매운동은 더 치명적입니다. 이 와중에 롯데는 원고료를 받고 자사 제품을 홍보해 주는 블로거 ‘엘프렌즈’ 100명에게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칭찬하는 글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합니다. 글쎄요, 이렇게 티 나는 방법으로 소비자 마음 돌릴 수 있겠습니까.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백문이불여일행]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백문이불여일행]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백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실제로 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보고 듣는 것’ 말고 ‘해 보고’ 쓰고 싶어서 시작된 글. 일주일간 무엇을 해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상설체험전시 ‘어둠 속의 대화’…직원 25명 중 18명이 시각장애인 세계 30개국 820만명 경험…국내 20만 관객 돌파 “지금부터 100분간, 모든 빛이 사라집니다.” 안내를 따라 ‘어둠’으로 들어서자 로드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린다. 100분간 8명을 이끌어줄 김혜성 로드마스터는 따뜻한 음색을 가진 여성분이다. 말 그대로 어둠이다.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빛 한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암흑에서는 차라리 눈을 감는 게 낫다. 보이지 않는 빛을 찾는다고 눈을 계속 뜨고 있으면 시신경에 자극이 오기 때문이다. 시작 전 받은 시각장애인 지팡이로 바닥을 툭툭 짚으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벽을 더듬었다. 로드마스터의 목소리에 의지한 채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새삼 빛과 시각에 얼마나 많이 의존했었는지 체감한다. 시각을 제외한 청각, 후각, 촉각, 미각에 집중하면서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어둠 속에서 로드마스터를 따라 새소리가 들리는 숲도 가고, 물소리가 들리는 다리를 건너 선착장에도 간다. 배를 타고 바닷물을 맞기도 하고, 도로를 건너 시끌벅적한 시장에도 들린다. 오직 촉각으로 시장에서 파는 물건을 알아맞히고, 대청마루에 누워 시원한 밤바람을 느껴보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카페에 들러 얘기도 나누고, 음료를 마신다. 눈을 뜨고 지낼 땐 평범했던 일상이 이곳에선 하나하나 특별한 체험으로 다가온다. 랜덤으로 받은 음료를 마시고 무엇인지 맞춰보라는 로드마스터의 말에 참가자들은 여러 번 맛을 본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구별한 ‘장금이’ 같은 참가자도 있는가 하면 석류음료를 홍삼으로 착각하는 참가자도 나온다. 로드마스터는 “보이지 않을 때는 음료의 이름을 정확히 맞히기 힘들다”며 “오직 미각만 사용해 느낀 그 맛이 음료의 진짜 맛일 수 있다”고 말했다. 40분쯤 흘렀을까. 로드마스터는 어느새 100분의 시간이 지났다고 말해줬다. 참가자들 모두 “30~40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둠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조차 짐작하기 힘들다. 보이지 않는 탓에 다른 모든 감각에 집중하고 내내 긴장상태에 있었던 탓이다. 어둠 속에서 로드마스터가 자신의 ‘비밀’을 밝히고 작별인사를 했다. 때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을 때 더 빛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저 되게 예뻐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죠? 여러분 상상 속에 맡길게요.” 마음 속에 소중한 기억하나를 심고 빛으로 나왔다. ‘어둠 속의 대화’ 보이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 ‘어둠 속의 대화’는 1988년 한 독일인이 후천적으로 실명한 친구의 사회적응을 돕다가 ‘보이지 않는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체험전시 프로젝트다. 유럽, 아시아,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30개국 160개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850만명 이상이 경험했고, 7000명 이상의 시각장애인이 이 전시를 위해 고용되는 효과를 거뒀다. 국내에서는 2010년 신촌에서 시작돼, 2014년 11월 북촌 한옥마을 전용관으로 자리를 옮겨 상설체험전시로 운영 중이다. 7월까지 누적 관객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나 본연의 모습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을 경험하게 해 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험자들을 안내해주는 로드마스터 또한 동등한 입장에서 어둠 속을 걷는다. Switch off the sight, Switch on the insight. 보이는 것 너머 내면을 바라보세요. “가장 기뻤던 순간은 우리가 다시 빛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것”, “평생 잊을 수 없는, 잊고 싶지 않은 경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다” 관람객의 98%가 “내 생애 최고의 경험”이라고 답했고, 그 중 34%가 재관람을 하는 등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체험은 소그룹(최대 8명)단위로 15분 간격으로 입장하며 로드마스터의 안내에 따라 체험하는 방식이다. 관람가는 8세 이상이며 관람료는 3만원 내외다. 송영희 엔비전스 대표는 “우리의 전통이 살아있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가는 ‘따뜻한 어둠’을 체험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홈페이지(www.dialogueinthedark.co.kr), 문의 02-313-9977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비즈 in 비즈] 심상찮은 ‘롯데 불매운동’

    [비즈 in 비즈] 심상찮은 ‘롯데 불매운동’

    “롯데 신씨 일가가 매년 신사 참배를 한대요”, “소치올림픽 때는 김연아 말고 아사다 마오만 후원했다는데요?” 지난 주말 지역 엄마들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본 글입니다. 누군가 롯데그룹 계열사 50여곳의 이름이 열거된 그림파일과 함께 “롯데 물건 사지 말자”라고 쓴 포스트에 달린 댓글들이지요. 생각난 김에 초록 검색창에 ‘롯데 불매운동’을 쳐 봤습니다. 관련 글이 우수수 검색됩니다. 롯데 불매운동이 목적인 인터넷 카페도 벌써 두 곳이나 생겼습니다. 롯데 계열사 명단은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닙니다. ‘누리꾼 수사대’는 롯데 총수일가인 신씨 집안 들추기에 나섰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의도치 않게 반일 감정을 건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신 전 부회장이 국내 언론과 일본어로 인터뷰한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들들의 일본 이름을 부르며 일어로 대화한 것도 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구사능력 또한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일본계로 드러나면서 국민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듯싶습니다. 광복 70주년 분위기에, 항일운동을 그린 영화 ‘암살’의 흥행, 위안부에게 사과조차 않는 일본 정부를 향한 비난이 겹쳐진 결과로 보입니다. 롯데로서는 억울할 법도 합니다. 롯데 측은 신씨 일가가 매년 일본 신사를 참배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2009년부터 일본 롯데가 일본빙상연맹을 후원하면서 아사다 마오가 올림픽에서 롯데 마크를 단 유니폼을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케팅 활동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어쩌면 경영권 갈등 수습보다 돌아선 민심을 붙잡는 게 더 시급할지 모릅니다. 껌·과자로 시작해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롯데는 소비자 덕에 커 온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매운동은 더 치명적입니다. 이 와중에 롯데는 원고료를 받고 자사 제품을 홍보해 주는 블로거 ‘엘프렌즈’ 100명에게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칭찬하는 글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합니다. 글쎄요, 이렇게 티 나는 방법으로 소비자 마음 돌릴 수 있겠습니까.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빨리 가자” 요구에 난폭운전 택시기사 구속 기소

    승객과 다툰 후 난폭 운전을 하며 공포감을 준 택시 운전사가 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법인택시 운전기사 김모(40)씨는 지난 6월 11일 오전 8시쯤 승객 이모(42)씨와 언쟁이 붙었다. 이씨가 출근 시간대라 빨리 가달라고 요구하자 화를 내며 속도를 올렸다. 운전대를 쥔 김씨는 수차례 차선을 급변경하고 갑자기 제동장치를 밟는 등 5분 동안 난폭 운전을 해 이씨를 공포감에 빠트렸다. 김씨는 이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운전 중 승객에게 폭행당하는 바람에 급하게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고 경찰관 앞에서 이씨에게 욕설을 하면서 목덜미를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등 3차례에 걸쳐 폭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택시 운전 중 승객 추행과 폭행 등 13차례의 전과가 있었다. 게다가 공항 등에서 장거리 영업권을 독점하기 위해 다른 택시 운전사들을 내쫓았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의 난폭 운전을 승객 입장에서 협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판정을 시민에게 맡기기로 하고 지난 4일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었다.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본 시민위원은 8대3의 의견으로 협박 혐의 기소 의견을 냈다. 검찰은 김씨가 자동차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승객을 협박한 혐의를 추가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정순신)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협박 및 폭행 혐의 등으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차를 이용해 난폭 운전을 하면서 협박한 만큼 형법상 단순 협박이 아니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협박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협박죄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 등의 처벌이 적용되지만, 특별법상 협박죄에 대한 처벌은 징역 1년 이상부터 시작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동아시안컵 동반 우승, 북한 총공세 뚫어라

    한국 남녀축구가 북한을 상대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 사상 첫 동반 우승에 도전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8일 북한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울리 슈틸리케호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대표팀은 다음날인 9일 역시 북한을 상대로 2008년 중국 대회 이후 7년 만에 세 번째 정상을 밟을 준비에 분주하다. 윤덕여호에 8일 오후 6시 10분(한국시간) 열리는 북한전은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2승씩을 수확해 나란히 승점 6을 올렸지만 여자대표팀은 골득실에서 단 1골이 밀려 현재 북한에 이어 2위다. 따라서 우승하려면 무조건 북한을 이겨야 한다. 비겨도 우승컵은 북한으로 넘어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북한이 앞선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8위로 한국(17위)보다 9계단이 높은 데다 역대 전적에서도 13승1무1패로 절대 우위에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1-0승 이후 10년간 이긴 적이 없다. 앞서 두 경기에서 7골을 몰아친 화력이 무섭다. 9일 같은 시간 남자대표팀 역시 북한과 맞닥뜨린다. 2009년 4월 서울에서 열렸던 FIFA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 이후 6년 4개월 만에 갖는 A매치다. 6일 현재 1승1무(승점4) 1위로 3위(1승1패·승점3)의 북한전에서 가늠할 수 있는 결과는 여러 가지다. 이길 경우 다른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세 번째 우승을 확정 짓는다. 그러나 무승부일 경우 뒤이어 열리는 중국-일본전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고 패할 경우 우승은 물건너 간다. FIFA랭킹은 한국(52위)이 북한(129위)보다 높고 역대 전적에서도 6승7무1패로 한국이 앞서 있다. 한국은 1990년 10월 평양 친선경기에서 1-2로 패한 이후 한 번도 북한에 지지 않았지만 2000년대 들어 치른 6차례 경기 중 한 번만 이기고 5번을 비겨 승부를 점치기가 쉽지 않을 만큼 박빙세다. 더욱이 공격 위주의 ‘빨치산식 전술’을 예고한 북한은 한국을 꺾으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빨리 가자” 요구에 난폭운전 택시기사 구속 기소

    승객과 다툰 후 난폭 운전을 하며 공포감을 준 택시 운전사가 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법인택시 운전기사 김모(40)씨는 지난 6월 11일 오전 8시쯤 승객 이모(42)씨와 언쟁이 붙었다. 이씨가 출근 시간대라 빨리 가달라고 요구하자 화를 내며 속도를 올렸다. 운전대를 쥔 김씨는 수차례 차선을 급변경하고 갑자기 제동장치를 밟는 등 5분 동안 난폭 운전을 해 이씨를 공포감에 빠트렸다. 김씨는 이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운전 중 승객에게 폭행당하는 바람에 급하게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고 경찰관 앞에서 이씨에게 욕설을 하면서 목덜미를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등 3차례에 걸쳐 폭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택시 운전 중 승객 추행과 폭행 등 13차례의 전과가 있었다. 게다가 공항 등에서 장거리 영업권을 독점하기 위해 다른 택시 운전사들을 내쫓았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의 난폭 운전을 승객 입장에서 협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판정을 시민에게 맡기기로 하고 지난 4일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었다.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본 시민위원은 8대3의 의견으로 협박 혐의 기소 의견을 냈다. 검찰은 김씨가 자동차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승객을 협박한 혐의를 추가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정순신)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협박 및 폭행 혐의 등으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차를 이용해 난폭 운전을 하면서 협박한 만큼 형법상 단순 협박이 아니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협박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협박죄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 등의 처벌이 적용되지만, 특별법상 협박죄에 대한 처벌은 징역 1년 이상부터 시작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새 단장한 우림골목시장 방문한 중랑구청장

    새 단장한 우림골목시장 방문한 중랑구청장

    최근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재탄생한 중랑구 우림골목시장을 방문한 나진구(오른쪽) 중랑구청장이 한 건어물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중랑구 제공
  • 6000억 ‘공무원 제2의 월급’은 안 건드린 정부

    6000억 ‘공무원 제2의 월급’은 안 건드린 정부

    정부가 내년에도 연간 6000억원을 훌쩍 넘는 ‘공무원 복지포인트’(맞춤형 복지)에 소득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각종 비과세·감면을 줄이고 ‘세금에 성역(聖域)은 없다’며 내년부터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물리는 등 세수 확보에 나섰지만 공무원의 ‘철밥통’은 지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직 공무원에게 돌아가는 복지포인트는 6589억원으로 2년 새 17.7% 늘었다. 1인당 평균 63만원이다. 이날 발표된 2015년 세법개정안에서 공무원 복지포인트 과세 방안은 또 빠졌다. 2005년 국세청이 기획재정부에 세금을 매겨야 할지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10년째 답이 없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복지포인트는 인건비가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쓰는 돈으로 세법에서 비과세하는 실비변상적 급여”라면서 “복리후생비 성격이어서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무원은 복지포인트를 가족 건강진단비, 학원비, 책값, 숙박비, 영화 관람료 등에 쓸 수 있다. 월급과 다를 게 없다. 정부는 같은 제도로 복지포인트를 받는 민간 기업과 공기업 직원에게는 소득세를 칼같이 매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민간 기업도 사내복지기금으로 복지포인트를 주면 비과세해 준다”면서 “공무원은 사내복지기금을 만들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예산으로 주니까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인건비이기 때문에 당연히 소득세를 매겨야 한다”면서 “민간 기업 직원과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정책도 엇박자다. 정부는 내년에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성형수술비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돌려주기로 했다. 반면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이 많이 찾는 제주도의 골프장에는 개별소비세를 다시 매긴다. 임대사업자에게 소득세와 법인세, 양도소득세를 더 깎아 주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지만 ‘집 부자’ 세금만 줄여줄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내년 7월부터 공영주차장 요금도 오른다. 정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차장에도 부가가치세를 매기기로 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공무원 복지포인트 이번에도 비과세

    공무원 복지포인트 이번에도 비과세

    정부가 내년에도 연간 6000억원을 훌쩍 넘는 ‘공무원 복지포인트’(맞춤형 복지)에 소득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각종 비과세·감면을 줄이고 ‘세금에 성역(聖域)은 없다’며 내년부터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물리는 등 세수 확보에 나섰지만 공무원의 ‘철밥통’은 지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직 공무원에게 돌아가는 복지포인트는 6589억원으로 2년 새 17.7% 늘었다. 1인당 평균 63만원이다. 이날 발표된 2015년 세법개정안에서 공무원 복지포인트 과세 방안은 또 빠졌다. 2005년 국세청이 기획재정부에 세금을 매겨야 할지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10년째 답이 없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복지포인트는 인건비가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쓰는 돈으로 세법에서 비과세하는 실비변상적 급여”라면서 “복리후생비 성격이어서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무원은 복지포인트를 가족 건강진단비, 학원비, 책값, 숙박비, 영화 관람료 등에 쓸 수 있다. 월급과 다를 게 없다. 정부는 같은 제도로 복지포인트를 받는 민간 기업과 공기업 직원에게는 소득세를 칼같이 매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민간 기업도 사내복지기금으로 복지포인트를 주면 비과세해 준다”면서 “공무원은 사내복지기금을 만들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예산으로 주니까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인건비이기 때문에 당연히 소득세를 매겨야 한다”면서 “민간 기업 직원과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정책도 엇박자다. 정부는 내년에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성형수술비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돌려주기로 했다. 반면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이 많이 찾는 제주도의 골프장에는 개별소비세를 다시 매긴다. 임대사업자에게 소득세와 법인세, 양도소득세를 더 깎아 주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지만 ‘집 부자’ 세금만 줄여줄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내년 7월부터 공영주차장 요금도 오른다. 정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차장에도 부가가치세를 매기기로 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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