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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블랑 정상 근처에 조정 장비 두고 내려온 영국인 민폐 논란

    몽블랑 정상 근처에 조정 장비 두고 내려온 영국인 민폐 논란

    자선 모금을 한다며 서유럽 최고봉 몽블랑(4810m) 정상 근처까지 조정 장비를 갖고 올라갔다가 악천후를 이유로 놔두고 내려온 영국인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해병대 출신인 매튜 디즈니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정상에서 노를 젖는 퍼포먼스를 통해 해병대 전역자들을 돕는 기금을 모금한다며 그 무거운 장비를 끌고 올라갔다. 하지만 4418m 지점의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악천후 탓에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는 7~8시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계는 50m도 되지 않았다. 디즈니는 장비 없이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했다. “다른 이들과 의견을 나눈 뒤 돌아서기로 했다. 내 안전 뿐만아니라 다른 이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장마르크 페이엑스 생 제르베 레 뱅 시장은 정상까지 헬리콥터를 운행해 장비를 회수하는 비용 1800유로(약 239만원) 청구서를 파리 주재 영국 대사관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 영국인이 유럽을 떠나고 싶으면 먼저 빚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디즈니는 최선을 다해 장비를 갖고 내려오려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미 13개국 고봉에 조정 장비를 갖고 올라간 적이 있어 스스로 갖고 내려올 수 있었으며 함께 운반할 다른 산악인 팀도 찾았지만 안전을 위해 그러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대피소 공간이 여유가 있어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페이엑스 시장은 일전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산을 잘못 이용하는 이들에게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6월 두 스위스 등반가는 몽블랑 정상 동쪽 사면에 소형 비행기를 착륙시킨 뒤 정상까지 올라 빈축을 샀다. 페이엑스 시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법을 어기는 이들을 처벌해 몽블랑에 평화를 되가져오는” 법률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에 희한한 물건들을 가져간 사례는 적지 않다. 2006년 스코틀랜드 벤 네비스 정상으로부터 200m 지점에서 피아노가 발견됐으며, 2011년에는 웨일스의 스노던 산 정상 근처에서 전후륜 구동 자동차가 발견됐다. 2년 뒤 잉글랜드 최고봉 스카펠 파이크 정상에 문어가 놓인 적이 있다. 매년 2만 5000명 가까이가 몽블랑을 찾는데 올해만 적어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껌 한 통도 카드 결제… ‘현금 없는 사회’ 눈앞

    껌 한 통도 카드 결제… ‘현금 없는 사회’ 눈앞

    영화관 등 ‘현금 없는 매장’도 늘어 작년 가계 보유 현금은 7만 8000원 2015년 11만 6000원서 크게 줄어 5만원권 제외한 지폐 발행도 감소 금융 소외계층·고령층 불편 우려도‘지갑에서 현금이 사라졌다.’ 카드 사용, 모바일 결제 등이 보편화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결제 수단이었던 현금은 더이상 지갑이나 주머니 속에서 구경하기 어려워졌다. 한국은행의 ‘경제주체별 현금사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가 보유한 현금은 지난해 평균 7만 8000원으로 2015년 11만 6000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유통업계도 현금 사용을 줄이는 추세에 발을 맞추고 있다. 과거에는 카드 수수료가 부담되거나 세금을 덜 내려는 일부 매장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했다면 최근엔 반대로 ‘현금 없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관 CGV,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패스트푸드 체인점 버거킹 등의 일부 매장은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받지 않고 있다. 현금이 아닌 카드, 모바일 간편결제 등을 통한 결제는 증가하는 추세다. 2일 김영진(경기 수원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일평균 결제금액은 2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했다. 이 중 개인의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일평균 1조 51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 늘었다. 소비 유형별로 살펴보면 인터넷·모바일을 통한 온라인쇼핑 등 전자상거래와 통신판매가 23%, 공과금과 전문서비스가 9.3% 각각 증가했다. 신용·체크카드 건당 결제금액은 각각 4만 1492원, 2만 2172원으로 3.7%, 1.3% 감소했다. 편의점에서 껌 한 통을 사도 카드로 결제하는 등의 소액 결제가 늘어난 영향이다. 개인 신용카드 전체 이용 건수는 2016년 98억 3611만건에서 지난해 121억 9295만건으로 뛰었다. 카드 정보를 미리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고 비밀번호 입력, 지문 인증 등을 통해 물건을 살 수 있는 간편결제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간편송금·결제 이용 규모는 2016년 100만건, 331억원에서 2018년 480만건, 2075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5만원권을 제외한 지폐 발행은 줄어들고 있다. 김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상태별 은행권 발행(제조·사용) 현황’을 보면 2009년 23조 4000억원어치가 발행됐던 만원권은 지난해 9조 7000억원에 그쳤다. 5000원권과 1000원권 발행 역시 같은 기간 각각 5000억원, 6000억원에서 3000억원, 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5만원권을 제외하고 시중에 풀리는 지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의원은 “북유럽의 몇몇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미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논의가 세계적인 추세로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지갑에 들고 다니는 현금은 절차 줄어들고 카드 이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변화를 바라볼 때 현금 자체가 디지털 통화로 대체되는 사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9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한은은 연구 과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지폐 발행 비용의 절감, 지하경제 양성화,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융합) 산업 발전 등의 기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현금 없는 사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금 없는 사회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현금은 발권 당국이 발행하는 유일한 법화(法貨)인 만큼 일부 매장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금이 사라지면 당장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 소외계층이나 고령층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발권은행인 한은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금은 익명성을 갖고 있는 데다 여러 지급 수단 중 가장 편리하고 안전하며 신속한 지급 수단으로 평가받는다”면서 “현금 없는 사회가 빠른 시일 내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독립운동가 장준하 아들이 조국 딸에 보낸 편지

    독립운동가 장준하 아들이 조국 딸에 보낸 편지

    독립운동가인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이 입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에게 공개 편지를 남겼다. 미국 코네티컷에 거주하며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장호준씨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양의 아버지가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조양이 당하고 있을 일에 더욱 화가 나고 많이 아팠다”며 글을 시작했다. 장씨는 자신이 어린시절 겪은 일화를 꺼냈다. 그는 “어릴 때 야구하다 남의 집 물건을 깨트리면 집주인이 내 등을 두드려주며 ‘너희 아버님이 어떤 분이신데, 네가 이렇게 놀면 되겠니?’라고 했다. 다른 애들처럼 그냥 몇 대 쥐어박고 보내주면 될 것을 꼭 아버지 이름을 꺼냈다. 그게 싫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게 아버지 이름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시치미였다. 학교와 군대에서 요시찰 대상이 돼 부당한 압박을 받았던 것도 내가 아버지 아들이었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아버지의 이름은 내게 큰 혜택을 주기도 했다. 신학교 시절 장학금 받은 것도, 해외 후원금을 받으며 암울한 시절을 버틴 것도 내가 아버지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장씨는 조 후보자 딸에게 “물론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겠지만 마음 어느 한구석에서는 ‘하필 내가 왜 조국의 딸이어서’라는 소리가 들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 내 아버지가 조국이다’라는 소리가 더 크게 외쳐지리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또 “지금 조양의 아버지에게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있는 자들로 인해 조양이 겪고 있을 아픔의 시간들을 자랑스럽게 새겼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내 나이 환갑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준하 선생의 삼남’이라고 소개되는 게 자랑스럽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씨는 “지금은 조양이 아버지를 안아 드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만일 내가 조양의 아버지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딸아이가 나를 한 번 안아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라며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 ‘그래 내가 조국의 딸이다’를 더욱 크게 외치는 조양이 되리라 믿는다”며 글을 마무리했다.고 장준하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월간 ‘사상계’를 발행한 언론인이자 국회의원, 재야운동가였다. 1961년 5·16 군사 정변 이후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다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다.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하던 중 1975년 8월 17일 포천 약사봉 등산길에서 의문사했으며 사후인 1991년 건국 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최대 95% 손실 ‘DLSDLF 폭탄’ 째깍째깍… 불완전 판매 논란

    최대 95% 손실 ‘DLSDLF 폭탄’ 째깍째깍… 불완전 판매 논란

    예금만 가입하는 사람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 한때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안전하게 고수익을 올려주는 ‘효자 상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시한폭탄이 돼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판매 잔액 전체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독일 국채금리 연동 상품의 만기가 이달 중순부터 돌아오기 때문이다. 손실이 확정되면 투자자들은 은행과 ‘불완전 판매’(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파는 것)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 등을 대상으로 합동 검사에 들어갔다. DLS는 금리나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만기 지급액이 달라지는 파생상품이다. DLF는 DLS를 편입한 펀드를 말한다. 금감원이 DLS·DLF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달 7일 기준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이었다. 그중 7326억원은 개인투자자 3654명이 투자했다. 1인당 약 2억원꼴로 물려 있는 셈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동된 상품의 판매 잔액은 1266억원으로 평균 예상 손실률이 95.1%에 이른다.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CMS) 7년물과 미국 달러화 CMS 5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은 판매 잔액의 85.8%인 5973억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평균 예상 손실률은 56.2%다. 이 파생상품들은 왜 ‘폭탄’이 됐을까. 독일 국채 10년물과 연동된 상품은 금리가 0.2%보다 높으면 투자자에게 연 3~5%의 수익을 제공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만기일에 금리가 0.7%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전액을 날리게 된다. 올 초 0.2%대였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8일 -0.72%까지 떨어졌다. 국제 경제가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대표적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로 돈이 몰려 국채 금리가 급락(국채 가격 급등)한 것이다. 가입 당시 금리 인상기를 예상한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패닉’에 빠졌다. ●키코·동양사태도 불완전 판매 논란 투자자들은 불완전 판매라고 주장한다.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막대한 손해를 본 고객들은 은행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섰다. 금융소비자원은 피해 투자자들을 모아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공동 소송을 추진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도 은행에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 참여자를 모집했다. 금융소비자원은 “고도로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해가 낮은 소비자들에게 무차별, 무원칙적으로 판매했다”면서 “관련된 모든 조치와 소비자 소송을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은행들이 DLF 중 절반 가까이를 65세 이상 고령층에 판매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판매한 DLF 잔액은 2020억원으로 전체의 45.7%였다. 90세 이상 초고령 가입자도 있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은행에서 DLF에 가입한 90세 이상 초고령자는 13명으로, 잔액은 26억원이었다. DLF와 같은 고위험 상품은 고령층에 부적합한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부당하게 권유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 은행의 DLF 가입자 10명 중 2명은 고위험 상품을 투자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점도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높인다. 금감원 검사 결과 실제 불완전 판매가 드러나면 은행 임직원 등에 대한 제재가 이뤄진다. 금감원 분쟁조정을 통해서도 배상 비율에 따라 은행이 투자자들의 손실을 물어줘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일 “‘과거 흐름은 안정적이었지만 미래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식으로 위험을 제대로 설명했으면 괜찮겠지만, 상품 판매를 유도하려고 위험이 낮은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이번 상품은 가입액이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여서 투자자들도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금리 파생상품에 수억원씩 넣을 가능성은 적고,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고수익이 곧 고위험을 뜻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는 논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 하나 살 때도 꼼꼼히 비교하는데, 1억원 이상 투자하면서 내용을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전액 손실이 가능한 상품을 은행에서 파는 게 적절한지도 하나의 쟁점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 서면 답변에서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매우 큰 파생결합상품이 은행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품 판매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고 고객 수요가 다양해지는데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을 배제하고 영업할 순 없다”면서 “판매를 제한하면 결국 다시 예대마진에 따른 이자장사에만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DLS·DLF 사태는 2008년 ‘키코 사태’, 2013년 ‘동양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동양 사태는 동양증권이 동양그룹의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대거 판매해 4만여명의 투자자가 약 1조 7000억원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고위험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개인에게 부적합한 상품을 권해 논란이 됐다는 점이 이번 사태와 비슷하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는 상품이다. 당시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대거 가입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키코와 DLS·DLF는 고객이 얻는 수익에 비해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감원의 키코 관련 분쟁조정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불완전 판매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무리한 판매와 부족한 금융 교육 등을 원인으로 짚으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완전 판매를 한 금융사에 대해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불완전 판매가 이어지는 원인은 은행원 평가를 판매 실적으로만 하기 때문”이라면서 “어떻게 해서든 상품을 팔려고 하다보면 장점만 얘기하고 단점은 숨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이 얻는 수익률도 반영해 실적을 평가해야 하고, 과징금 제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불완전 판매를 했을 때 얻는 이익과 손해를 비교해 그 손해가 훨씬 크다면 은행들이 알아서 내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불완전 판매 고강도 제재 필요” 하 교수는 “미비한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 실적을 위한 은행원의 무리한 판매, 고령층에 부족한 금융교육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불완전 판매가 있었다면 은행들이 충분히 경각심을 가질 만한 조치를 취해야 더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은행들이 실적을 추구하는 자체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번엔 내부적으로 충분히 관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령층에 위험 상품을 판매할 때는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는지 확인받는 과정이 좀 더 꼼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스스로 써 나가는 인생론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스스로 써 나가는 인생론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영화 ‘벌새’는 관객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선생 영지(김새벽 분)가 제자 은희(박지후 분)에게 보낸 편지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그 답을 누가 알까. 몽테뉴? 톨스토이? 이들의 견해는 참고할 만하지만 우리 삶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각자 처한 조건―시대와 환경이 달라서다. 예컨대 ‘인간성을 지켜 내라’는 몽테뉴의 조언은 어떤가(인간성에 대한 정의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겠으나, 여기서는 쉽게 ‘선(善)’이라고 규정해 보자). 자기를 마구잡이로 때리는 오빠를 둔 은희에게, 그런 오빠의 폭력을 고발해도 “너희 제발 싸우지 좀 마”라고 그냥 넘겨버리는 부모를 둔 은희에게 인간성을 지켜 내라는 격언이 와닿기나 할까. 이럴 때 성현의 가르침은 공허해진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선하지 않은데 혼자 선을 추구하는 순간 나는 호구가 되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기만 한 인생론은 쓸모없다. 그것은 현실적 맥락에 바탕을 둬야 실효성을 가진다. 이와 같은 점에서 ‘벌새’는 스스로의 상황에 맞춰 써 나가는 은희만의 인생론이라 할 만하다. 함께 물건을 훔치다 붙잡힌 친구가 문구점 주인에게 은희의 신상 정보만 털어놓을 때 느끼는 배신감, 은희에게 좋아한다고 매달려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변심하는 또래들에게 느끼는 허탈감. 도무지 인간성을 지켜 내기 힘든 과정을 맞닥뜨리면서 열네 살 은희는 1994년 강남을 살아간다. 그렇지만 은희에게 나쁜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은희는 한문 학원에서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강사 영지를 만났다. 선생이라도 섣불리 학생에게 충고하지 않는다는 것이 영지의 좋은 점이다. 은희의 입장에서 오래 깊이 생각한 다음 영지는 이야기한다. “누구라도 널 때리면 어떻게든 맞서 싸워.” “우울할 땐 손가락을 움직여 봐.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도 그래도 이건 움직일 수 있으니까.” 이 말에 담긴 메시지가 아주 특별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은 은희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마음을 담은 커뮤니케이션이어서 그렇다. 은희로서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받아 본 적 없는 ‘선’이었다.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여겼던 감정을 직접 느끼면서 은희의 인생론은 새로 쓰인다. 영지를 통해서만은 아니다. 인간 말종인 줄로만 알았던 오빠와 아빠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은희가 발견했을 때, 평소 순종하던 엄마가 아빠에게 엄청난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배신자로 치부했던 친구가 “우리 오빠처럼 문구점 아저씨가 때릴까 봐 너무 무서웠어”라고 고백했을 때가 그랬다. 은희는 ‘선’이 아니라고 간주했던 주변인을 다시 평가한다. 그들은 나만큼이나 이상하고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가진 존재일 따름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당신, 당신 같은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은희의 인생론이 우리를 비춘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빵가게 50달러 훔쳐 35년 넘게 옥살이 ‘장발장’ 풀려나는 사연

    빵가게 50달러 훔쳐 35년 넘게 옥살이 ‘장발장’ 풀려나는 사연

    빵가게에서 50달러를 훔쳤다는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35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낸 앨빈 케너드(58)가 풀려나게 됐다는 얘기는 여러 모로 놀라움을 안긴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이 실재했다는 사실이 먼저 놀랍고, 그가 어떻게 재심을 받게 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지 일간 워싱턴 포스트와 abc 굿모닝 아메리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 베세머 순회법원의 데이비드 카펜터 감형 심사 판사가 그의 재판 기록을 눈여겨 본 것부터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케너드는 스물두 살이던 1983년 베세머의 빵가게에 들어가 주머니칼로 주인을 위협해 50.75달러를 강탈한 혐의로 감형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으며 이미 35년 이상 복역했다는 대목을 보고 놀랐다. 카펜터 판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도날슨 교도소에 수감 중인 케너드가 이미 형기를 마쳤다며 서류 작업이 끝나는대로 즉시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케너드는 앞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라며 “과거에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대로 되돌려놓을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카펜터 판사는 “당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은 내게도 큰 의미가 있다”며 출소를 명했다. 케너드 가족과 친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고,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베세머는 1급 강도 혐의로 기소돼 1984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이 주에서는 상습범을 가중 처벌하기 위해 세 차례 이상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에게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상습 범죄 가중 처벌법’을 시행 중이었다. 앞서 케너드는 열여덟 살 때 빈 주유소에 무단 침입해 한꺼번에 세 건의 ‘2급 절도죄’로 3년의 보호관찰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법원은 네 번째 혐의가 인정된 케너드에게 감형 없는 종신형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가벼운 처벌을 받은 한 차례의 빈집털이 전과 때문에 두 번째 범죄를 저지르자 평생의 옥살이로 돌아왔다. 앨라배마주의 삼진아웃법은 과도한 형량으로 논란을 낳으면서 2000년대 초 개정됐고, 판사들은 선고 형량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법이 소급 적용을 인정하지 않아 케너드의 종신형 선고는 유지됐다. 희망이라곤 없는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갔고 케너드는 종교에 귀의해 이겨냈다.지난 2013년 앨라배마주 재소자 과밀 문제가 불거지자 당국은 판사들에게 지난 판결을 재고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했고, 케너드에게도 재심의 기회가 돌아왔다. 케너드를 변호한 비영리 법률 단체 ‘법과 정의를 위한 앨라배마 애플시드 센터’의 칼라 크라우더는 “만약 최근의 형법 기준에 따라 케너드의 형이 결정됐다면 이미 20년 전에 가석방 자격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라우더는 케너드가 모범수였으며, 10년 이상 행동 위반이나 징계를 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수감 내내 가족과 인연을 끊지 않아 석방되면 목수로 일하면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판사 이름이 목수를 의미하는 카펜터인데 그 역시 예전에 목수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케너드를 정기적으로 찾았던 여조카 퍼트리샤 존스는 케너드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용서를 받고 싶어하며, 다시 돌아와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존스는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그가 자리를 다시 잡을 수 있도록 기꺼이 돕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석방 판결 후 그와 얘기를 나눈 크라우더는 그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재소자 동료들에게 자신의 소지품들을 나눠주고 출소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이에게 자신의 체온이 담긴 물건을 건네 이번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2주만에 1.45→2.35… 180도 달라진 류현진

    2주만에 1.45→2.35… 180도 달라진 류현진

    잘나가던 류현진(32·LA 다저스)의 평균자책점이 1.45에서 2.35로 높아지는 데는 불과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류현진이 2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10피안타 1볼넷 4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2.00에서 2.35까지 올랐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 첫 사이영상은 물론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류현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류현진은 지난 1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 이전까지 1.45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라이브볼 시대 두 번째 낮은 평균자책점을 내고 있었다. 지난 16일 기준 류현진이 3실점 이상 내준 경기는 6월 22일과 28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가 유일했다. 탈삼진, 다승 등 다른 지표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지 못했지만 류현진이 사이영상 1순위로 거론된 근거는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 때문이었다. 류현진의 압도적인 투구 내용에 항상 ‘이변이 없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으며 시즌 끝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1선발급 선수가 한 경기에 7점씩 내주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에겐 17일부터 등판한 3경기 모두 이변이 생겼다. 17일 애틀랜타전에서 5⅔이닝 4실점했고, 24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4⅓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공격력이 강한 팀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낼지가 관건이었다고 해도 류현진답지 않은 성적이었다. 이날 애리조나와의 경기가 중요했던 이유다. 류현진이 이날 경기에서 다시 이전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애틀랜타와 양키스가 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었다. 올해 애리조나전에서 3승 평균자책점 0.45로 강했던 만큼 다시 1점대 평균자책점 재진입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경기마저 또 다시 7실점을 내주며 부진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은 사실상 물건너갔고, 사이영상 경쟁에서도 경쟁력을 잃게 됐다. 평균자책점도 2.44의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2.46의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와도 사실상 같은 수준이 됐다. 류현진의 달라진 모습에 다저스로서도 남은 시즌 류현진의 등판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류현진도 향후 성적을 얼마나 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구 우승이 확정적인 다저스로서는 선발 투수들의 체력을 관리하며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현금없는 사회 문턱서 ‘현금’만 쓰고 일주일 살아보니

    현금없는 사회 문턱서 ‘현금’만 쓰고 일주일 살아보니

    “현금 밖에 없나요? 저희는 현금 없는 극장이어서요….” 지난 21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GV 영화관. 이곳은 ‘현금 없는 극장’이다. 영화 표를 살 때나 매점에서 팝콘을 살 때 현금은 받지 않고 카드나 각종 모바일 페이로 결제를 권한다. “현금을 쓰고 싶다”고 하니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겨우 영화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매표소 창구에는 현금을 보관하는 금전함도 없었다. 직원은 잔돈을 거슬러주기 위해 매표소 옆 매점에서 50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왔다. 관람객이 몰리면 주말이었다면 눈치가 더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껌 한통도 카드 결제하다 ‘현금’으로만 살아보니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동안 ‘현금’만으로 살아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일상 생활에서 물건을 살 때 지갑에서 현금을 꺼냈지만 최근엔 지급결제 환경이 달라졌다. 편의점에서 껌 한 통을 사도 카드나 휴대폰을 내밀곤 했다. 현금만 쓰고 살기 체험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평소 카드만 사용하다보니 일주일에 얼마 정도를 쓰는 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은행 지점이 줄어든 탓에 은행이나 ATM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현금만으로 살겠다는 다짐은 첫날부터 깨졌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데 ‘무통장 입금으로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공지가 떴다. 어쩔 수 없이 카드로 결제했지만 본인 카드가 없는 청소년이거나 온라인 카드 결제가 익숙치 않은 고령층이라면 난감했을 것이다. ●스타벅스 등 ‘현금 없는 매장’ 도입 평소에는 모르고 지나친 현금 없는 매장도 적지 않았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건물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 만약 현금으로 커피 한 잔을 사먹고 싶다면 현금으로 충전형 스타벅스 카드를 사서 결제해야 한다. 충전형 카드는 최소 충전금액이 5000원인데, 4100원짜리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사면 900원이 남는다. 이 900원은 잔돈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 현금 없는 매장의 일부는 직원 대신 무인자동화기기(키오스크)가 주문을 받는다. 20일 점심시간에 찾은 서울 중구의 패스트푸드 체인점 버거킹에서는 수십명의 직장인들이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키오스크로 접수한 주문을 손님에게 제공하느라 정신이 없는 직원에게 “현금으로 결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6~7분을 기다리니 하나 뿐인 주문 창구에서 직원이 주문을 받아줬다. 밀크티전문점 공차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중구의 공차 매장에 있는 키오스트에는 ‘현금 결제는 카운터를 이용해 달라’는 문구가 붙어있다.●줄어드는 ATM에 불편…과소비 방지 등 현금 사용 장점도 주차장에서의 현금 사용도 번거로워지고 있다. 서울 중구의 프레스센터와 인근 건물의 주차장은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프레스센터의 경우 평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만 주차장 출구에 직원이 대기해 현금 결제가 가능했다. 평소 카드만 즐겨쓴다고 해도 꼭 현금을 꺼내야 할 경우가 있다. 축의금, 부의금 등 경조사비를 직접 내야 할 때다. 지난 주말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해 지인들의 축의금까지 전달해야 했다. 그런데 예식장에는 은행 ATM보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비싼 밴(VAN·부가통신) 사업자 운영 ATM만 마련돼 있었다. 총 50만원이 필요했는데, ATM이 인출 한도를 30만원으로 설정해 두 번에 나눠 뽑아야 했다. 수수료로만 2600원을 냈다. 현금으로만 일주일을 살아보니 장점도 있었다. 얼마를 썼는 지 의식하게 되고, 지갑에 돈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는 만큼 과소비를 하지 않게 됐다. 온라인 쇼핑시 지문만으로 인증이 가능해지면서 충동 구매를 할 때가 잦았는데 무통장입금은 번거로울 것 같아 소비를 참게 됐다. 일주일 동안 체험한 결과 일부 매장에서의 결제가 불편할 뿐 아직은 현금만으로 살기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금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글·사진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친일발언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된다

    친일발언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된다

    “우리가 세끼 밥도 못먹던 가난한 시절 한·일협정때 일본이 준 돈으로 한국이 발전했다. 중국, 필리핀도 위안부로 끌려갔지만 보상금을 받은 것은 한국뿐이다. 대통령이 사인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그것을 무효화 하고 ‘돈 가져와라’ 그러면 약속을 안 지킨다고 일본사람들이 그런다. 일본사람들이 한국 물건 사주는 게 두배 많아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하면 우리가 손해본다고 대학교수가 말했다.” 지난 26일 열린 이장단 워크숍 특강에서 친일 성격 발언을 쏟아낸 정상혁(78·자유한국당) 보은군수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 군수가 사과했지만 주민소환이 추진되고 정 군수의 또다른 부적절한 행보까지 폭로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보은지역 시민단체인 보은민들레희망연대와 전교조 보은지부 등은 30일 오전 보은읍 중앙사거리에서 정상혁 보은군수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희망연대는 “이장단 워크숍에서 친일발언을 하며 자발적인 국민 불매운동까지 폄훼하는 정 군수 모습을 보고 수치스러움을 느꼈다”며 “정 군수는 무릎꿇고 사과한 뒤 즉각 군수직에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자진사퇴를 거부하면 주민소환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지금 분위기면 주민소환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정 군수를 압박했다. 이들은 추석연휴가 지나면 거리연설 등을 통해 지속적인 퇴진투쟁에 나설 방침이다.희망연대는 이날 정 군수의 불통·갑질행정도 폭로했다. 정 군수가 선거때 자신을 도운 측근 소유 농지에 수천만원을 들여 수로공사를 해줬고, 60여억원이 투입된 훈민정음 마당에 설치된 범종에 금장으로 군수 이름을 새겨놓았다는 것이다. 희망연대 김원만 사무국장은 “관내 관공서, 소방서, 노인회관 건물 등 100개가 넘는 곳에 정 군수 이름이 새겨진 것으로 알고 있다. 보은 소녀상 표지석에도 자기 이름을 넣어달라고 해 시민들이 거부했다”며 “보은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찬성한다는 말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은군청 홈페이지는 정 군수 비난글로 도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군수가 사퇴하기 전까지는 보은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 구매를 거부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또다른 네티즌은 “역사 왜곡을 하고있는 군수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 저뿐만 아니라 저의 친척들, 직원들 모두 앞으로 보은 여행은 무조건 보이콧 할 생각이다. 이런곳에 가서 돈 쓰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고 적었다. “보은군민들이 뽑았으니 그들이 주민소환제로 매듭을 지어야한다”, “단풍철에 속리산 입구에서 ‘친일파 정상혁 아웃’ 전단지라도 돌려야겠다”는 글도 있다.충북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 범도민위원회와 광복회 충북지부도 지난 28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군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실도 모르는 시대착오적 망언”이라며 “지역 사회지도층인 단체장이 망언을 했다는 점에 경악하지 않을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본은 조선을 침략해 밥그릇까지 약탈해가고, 강제징용 100만명, 위안부 성노예 8만명 등 조선 사람들을 끌고가 인권을 유린했다”며 “어떻게 이를 외면하고 일본이 준 보상금으로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말을 할 수 있냐”고 따졌다. 이들은 “정 군수 발언은 자주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선열을 모독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충북도당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도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정군수 망언을 규탄했다. 정 군수는 30일 두번째 사과문을 냈다. 정 군수는 이날 “독립유공자와 가족,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일본 탄압과 극우파 아베 일당 만행을 규탄하고 역사 바로 알리기 사업을 적극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8일에는 “보은군민이 아베정권을 잘 알고 규탄하자는 뜻에 그간의 사례를 설명하고 일본사람 만난 얘기도 했던 것인데 일부 언론이 앞뒤를 생략하고 보도해 유감”이라며 “일본인에게 들은 얘기를 전한 것인데 마치 내가 한 얘기처럼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일본에서 받은 5억달러가 한국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도움이 됐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일본 사람이 우리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심려를 끼친 점은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 군수는 3선으로 전국 최고령 단체장이다. 농촌진흥청 공무원, 충북도의원 등을 지냈다. 보은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하와이의 숨은 ‘식도락’…차이나타운의 모든 것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하와이의 숨은 ‘식도락’…차이나타운의 모든 것

    하와이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머무는 목적에 따라 대략 3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하와이는 관광지의 성격이 강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기간의 여행 또는 비지니스나 유학을 목적으로 한 장기체류, 현지에서 나고 자란 하와이안 이 셋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아니면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여 싸고 싱싱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멀리 다운타운 너머의 차이나타운까지 찾아오는 이들이다. 그 중 가장 짧은 기간 하와이를 찾는 여행자들은 주로 와이키키 해변으로 대표되는 관광지역 일대의 레스토랑에서 비싸지만 근사한 식도락 여행을 즐긴다. 단기간의 여행 일정 탓에 그야말로 대표적인 몇 곳의 맛집을 찾기에도 부족한 이들은 주로 여행사 관계자나 가이드에게 추천 받은 와이키키 해변 일대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반면 하와이에서 현지인 또는 장기간 이 곳에 머무는 이들 중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조성된 고가의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은 드물다. 지나치게 비싸거나, 잡지책이나 SNS를 통해 알려진 유명세만큼 맛이 훌륭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현지에서는 가장 현지인답게 살자’는 모토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와이키키 해변 보다는 소박한 외관의 로컬 맛 집을 선호한다.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직장생활과 학업 등에 시간 계획표가 맞춰져 있는 현지인일 경우 어쩔 수 없이 주말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월마트에서 일주일치 장을 봐오는 경우의 이들이다. 사실 필자의 경우도 마지막으로 분류된 이들과 가장 유사한 처지이지만, 올 한해 만큼은 일주일에 단 4일만 출근해도 된다는 일종의 ‘안식년’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종종 차이나타운이 소재한 다운타운까지 장을 보러 가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곤 한다. 오직 싸고, 싱싱한 먹거리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차이나타운에 가면 어김없이 비닐봉지 가득 욕심껏 담은 각양각색의 빵과 각종 해산물, 싱싱한 과일과 야채 등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니, 어쩌면 장을 보기 시작하기 이전부터 시원한 과일 주스 한 잔과 투박한 모양의 빵을 파는 베이커리 집에 먼저 들러 하얀 설탕이 잔뜩 묻은 이국적인 맛의 빵을 한 입 물고 차이나타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즐기기도 한다. ◇차이나타운 ‘마카오式’ 빵집(Macao)지난해 9월 마카오식 베이커리 전문점 '재키 마카오 카페'(Jacky‘s Macau Café)가 신장개업했다. 주인장은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중국인 부부인데, 남편은 주방에서 빵을 굽고 아내는 홀에서 손님들이 고른 빵 계산을 돕는 방식이다. 주로 단 맛이 강한 미국식 베이커리와 케이크 위주의 맛과 비교해 단백한 맛의 중국식 빵 맛을 보려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제법 난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베이커리 제품 외에도 제법 큰 보온병에 담아 현장에서 주문하는 즉시 컵에 따라주는 달달한 맛의 커피와 중국 전통방식으로 빚은 월병 등이 함께 판매 중이라는 점에서 하와이에서 중국의 맛을 보려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특히 인근에는 중국에서 출생했으나, 갖가지 사연을 안고 미국에 정착한 중국계 이민 1세대들이 주로 거주하는 차이나타운과 미국의 여느 대형 도시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다운타운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이곳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다운타운과 차이나타운은 도보로 각각 5분, 1분이면 당도할 수 있는 지척의 거리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개점 이후부터 줄곧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로 살아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길 좋아하는 중국계 미국인들이 가게를 찾아와 만담을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분위기다. 주소: 119 N Hotel St, Honolulu, HI 96817 빵 가격: 1개당 1달러~2달러 대. 즉석 커피 1잔: 2달러 *모든 제품 가격표에 세금이 추가되지 않는다. 모든 가격에 추가 세금과 팁이 요구되는 하와이의 문화에서 자유로운 지역은 오직 차이나타운 일대가 유일하다. 아마도 팁이 익숙하지 않은 중국식 문화가 점령한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믹키 카페(Mickey café)하와이에서 살면서 물과 음료수는 어쩌면 가장 필수적인 생필품 중 하나다. 연평균 온도는 26도에 불과하지만, 7~9월에 집중적으로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는 이곳에서 요즘은 가장 시원한 음료가 절실한 시기다. 봄, 가을과 겨울이 부재하고 365일 여름만 존재하는 하와이에서 멀쩡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에어컨과 생수, 그리고 시원한 음료수는 필수인 셈이다. 이런 이유 탓에 거리를 걷는 이들의 손에는 커다란 텀블러나 생과일 주스 등이 하나 둘씩 들려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맹맹한 맛의 생수에 실증난 이들이 찾는 것이 바로 생과일 주스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맛 덕분에 뜨거운 한 낮의 열기를 식히고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생과일 주스와 하와이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그 가운데 생과일 주스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차이나타운에 소재한 ‘믹키카페’가 그 주인공. 미국의 리뷰 전문 플랫폼인 옐프(Yelp)에서 ‘이렇게 크고 저렴한 생과일 주스를 여기 말고는 없다’는 호평을 받은 곳이 바로 믹키 카페다. 큰 사이즈의 컵에 무심한 크기의 생과일, 얼음 등을 아낌없이 갈아 넣은 음료를 3~4달러 대로 구매해 맛 볼 수 있다. 판매하고 있는 생과일 주스의 종류만 해도 20여 가지에 달하는데 모든 생과일은 현지에서 공수한 하와이산 제품이다. 차이나 타운과 항구가 잇닿은 다운타운 일대를 한 동안 걸으며 여행하던 중 달달한 것이 땡길 때 제격이다. 주소: 1120 Maunakea St, Honolulu, HI 96817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가격대: 3~4달러. ◇ 무엇을 상상하든 ‘다 있다’...차이나타운 ‘전통시장’지금의 차이나타운의 명성이 있게 한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미국인들은 주로 대형 마트에서 주로 냉동된 반조리 식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식문화지만 하와이에 거주하는 아시안, 그 중에서도 중국인들이 밀집해 사는 차이나타운 일대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전통시장이 존재한다. 하와이에서도 유일무이한 전통시장으로 주말과 중국 전통 명절을 제외한 모든 날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새벽시장으로 불리는 시장 문화가 존재하는 탓에 이른 새벽 5시면 문을 열고 오후 5~6시가 되면 이 일대의 전통 시장 상점은 모두 문을 닫는다. 일부 상점의 경우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곳도 상당하다. 그 덕분에 당일 현지에서 수확된 싱싱한 농산물과 해산물, 육류 등을 직거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지런한 하와이안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무엇보다 이 일대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먹거리들이 하와이 현지 마트보다 1~2달러 정도 저렴한 수준에 판매된다는 점도 좋다. 차이나타운에서라면 현지인이 생산한 ‘냉동되지 않은’ 싱싱한 먹거리를, 마트에서 유통되는 물가의 1~2달러 이상 저렴한 수준에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하와이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차이나타운이 가진 ‘이국적인 풍경’을 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주소: Chinatown, Honolulu, HI 96817 영업시간: 오전 5시~오후 5시(일부 상점은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사설] 대법원의 국정농단 유죄선고, 정경유착 끊는 계기 돼야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부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903일 만에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최순실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이들의 유죄를 유지하면서 환송심인 2심에서 형량을 새로 받으라고 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와 다른 공소사실을 합쳐 형량을 선고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리적 이유에서, 이 부회장은 최씨 측에 건넨 뇌물액과 횡령액이 2심 때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이유 등에서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 부회장도 2심 때보다 범죄 혐의 등이 늘어났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경영권 승계 비리 혐의를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들여다보며 정경유착을 준엄하게 단죄한 판결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우선 박 전 대통령의 1, 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공직자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범죄 혐의를 한데 묶어 선고하지 않고 분리 선고할 경우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불러온 박 전 대통령은 더 매서운 사법 심판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2심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유라 말 구입액’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문제 삼았다. 이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승마 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구입액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 50억원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말 소유에 대해 “소유권까지 취득하지 않더라도 실질적 사용 처분권을 취득한다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은 뇌물 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액과 횡령액을 재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파기환송심에서 두 가지 사안이 모두 뇌물과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인정되면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2심에서 말 구입액과 영재센터 지원금이 뇌물로 인정되지 않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지만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판결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어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경영권 승계가 다급한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유착에서 비롯됐다. 이번 판결이 권력과 기업이 공생하는 검은 고리가 이 땅에서 다시는 발붙이는 일이 없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치권과 재계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 [사설] 대법원의 국정농단 판결, 정경유착 끊는 계기 돼야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부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3년 만에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최순실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이들의 유죄를 유지하면서 환송심인 2심에서 형량을 새로 받으라고 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와 다른 공소사실을 합쳐 형량을 선고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리적 이유에서, 이 부회장은 최씨 측에 건넨 뇌물액과 횡령액이 2심 때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이유 등에서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 부회장도 2심 때보다 범죄 혐의 등이 늘어났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재판부는 우선 박 전 대통령의 1, 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공직자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범죄 혐의를 한데 묶어 선고하지 않고 분리 선고할 경우 형량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2심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유라 말 구입액’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문제 삼았다. 이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승마 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구입액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50억원을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말 소유에 대해 “소유권까지 취득하지 않더라도 실질적 사용 처분권을 취득한다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춰 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가 관계의 여지가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은 뇌물 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액과 횡령액을 재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파기환송심에서 두 가지 사안이 모두 뇌물과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인정될 경우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2심에서 말 구입액과 영재센터 지원금이 뇌물로 인정되지 않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지만,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판결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어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유착에서 비롯됐다. 이번 판결이 권력과 기업이 공생하는 검은 고리가 이 땅에서 다시는 발붙이는 일이 없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치권과 재계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 “존슨 불신임” “EU 융통성 부족” 英의회 노딜 브렉시트 책임 공방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의회를 한 달간 정회시키자, 그가 추진하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28일 가디언,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다음주 의회는 그가 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입법을 가장 먼저 시도할 것이며, 적절한 시점에 정부 불신임안을 통해 그에게 도전할 것”이라면서, 의회 정회에 대해 “‘노딜’(협상 없는) 브렉시트를 위해 민주주의의 진열장을 깨고 물건을 탈취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전날 존슨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는 10월 14일 ‘여왕연설’을 해 달라고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의회는 다음달 중순부터 연설일까지 정회된다. 의회 차원에서 존슨 총리가 추진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토론이나 입법을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 대표는 “존슨은 ‘변변치 않은 독재자’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그는 민주적인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고 분노했다. 이날 스티븐 바클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사람들은 (노 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왜 유럽연합(EU)이 그렇게 융통성이 부족했는지를 나중에 묻게 될 것”이라면서 노 딜의 책임은 재협상을 거부한 EU에 있다는 주장을 내비쳤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트럭 도둑 맞았어요” 그때 그는 길건너 가게 털고 있었다

    “트럭 도둑 맞았어요” 그때 그는 길건너 가게 털고 있었다

    미국 워싱턴 DC에 사는 윌리엄 켈레이(42)는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1992년식 붉은색 셰보레 픽업트럭을 주차장에서 도난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켄네윅 경찰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는 전날 저녁 술을 마시러 선술집 주차장에 주차한 뒤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가 이날 새벽 6시 10분쯤 차를 찾으러 주차장을 다시 찾았다고 진술했다. 운전석 시트에 열쇠를 놔둔 채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트럭이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었다. 선술집 주차장 폐쇄회로(CC) 카메라에 녹화된 내용을 돌려보면 그의 진술이 맞아 보인다.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유심히 돌아보다 트럭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현장을 달아나는 모습이 확인됐다. 켈레이는 경찰에 차 도둑을 붙잡아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역시 절도 혐의로 사전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고 일간 USA투데이가 27일 전했다. 또 동영상 뒤쪽을 보면 켈레이는 이날 아침 차를 댔으며 선술집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트럭을 훔칠 때 길 건너 가게에 침입해 도둑질을 하고 돌아오다 도둑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훔친 물건을 차를 향해 던지기도 하면서 쫓아간 것으로 녹화됐다. 경찰은 CCTV 화면에는 그의 절도 장면이 나오지 않지만 시간이나 위치 등을 볼 때 “트럭을 도난당했던 시점에 그는 물건을 훔치고 있었다”며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켈레이의 자동차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차 절도범을 아는 이들의 제보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친일매국 망언 정상혁 보은군수 퇴진하라”

    “친일매국 망언 정상혁 보은군수 퇴진하라”

    일본 경제도발로 반일감정이 악화된 가운데 정상혁(78·자유한국당) 보은군수가 특강을 하며 일본 옹호성 발언을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정 군수 공개사과와 퇴진 촉구에 나섰다. ‘아베 앵무새’라는 비판도 나온다. 충북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 범도민위원회와 광복회 충북지부는 28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군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실도 모르는 시대착오적 망언”이라며 “지역 사회지도층인 단체장이 망언을 했다는 점에 경악하지 않을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본은 조선을 침략해 밥그릇까지 약탈해가고, 강제징용 100만명, 위안부 성노예 8만명 등 조선 사람들을 끌고가 인권을 유린했다”며 “어떻게 이를 외면하고 일본이 준 보상금으로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말을 할 수 있냐”고 따졌다. 이들은 “정 군수 발언은 자주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선열을 모독한 행위”라며 “보은 군민과 국민에게 무릎끓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범도민위원회 정지성 집행위원장은 “정 군수는 보은 소녀상 제막식에 참여했고, 위안부 추모공원을 만들겠다는 말까지 했었다”며 “지금 돌이켜보니 권력을 위한 위선이었다”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특강 동영상을 보면 일본 지인의 말을 자주 인용하는데, 정 군수 본인의 생각”이라며 “보은지역 시민단체와 협의해 1인시위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충북도당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도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정군수 망언을 규탄했다. 정 군수의 문제성 발언은 지난 26일 자매결연 지자체인 울산 남구에서 진행된 ‘2019 이장단 워크숍’에서 나왔다. 정 군수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세끼 밥도 못먹던 가난한 시절 일본 돈 받아 산업단지 만들었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때 5억달러를 받았는데, 일본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사인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그것을 무효화 하고 돈 가져와라 그러면 공인된 약속을 안 지킨다고 그런다”며 “한국만 아니라며 계속 사과하라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일본사람 생각”이라고도 했다. 불매운동도 비판했다. 일본이 한국 물건 팔아주는 게 두배 많아 일본 상품 불매하면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중국, 필리핀 여성들도 위안부로 끌려갔는데 보상금을 받은 국가는 한국 뿐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정 군수는 언론탓을 했다. 정 군수는 이날 “보은군민이 아베정권을 잘 알고 규탄하자는 뜻에 그간의 사례를 설명하고 일본사람 만난 얘기도 했던 것인데 일부 언론이 앞뒤를 생략하고 보도해 유감”이라며 “일본인에게 들은 얘기를 전한 것인데 마치 내가 한 얘기처럼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일본에서 받은 5억달러가 한국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도움이 됐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일본 사람이 우리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심려를 끼친 점은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 군수는 3선으로 전국 최고령 단체장이다. 농촌진흥청 공무원, 충북도의원 등을 지냈다. 글 사진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택배 없는 삶

    [유정훈의 간 맞추기] 택배 없는 삶

    아마 우리는 택배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 중의 하나가 ‘택배’라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요즘 택배의 진화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예전 같으면 인터넷 주문을 주저했을 법한 신선식품도 다들 택배로 받는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새벽배송 덕분에 집에 식재료를 쟁여둘 필요가 없어졌다. 주말에는 보통 집에서 요리를 하는데, 토요일 새벽배송으로 받은 식재료는 주말이 끝날 때쯤 냉장고에서 사라진다. 자동차 공장도 아닌데 ‘저스트 인 타임’으로 냉장고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신선식품 택배의 후폭풍은 엄청난 양의 포장재와 아이스팩이다. 파손 방지와 신선도 유지를 위해, 또 소비자의 불만을 막기 위해 겹겹이 싸인 포장을 해체하다 보면 양심에 충격을 느낄 정도다. 새벽배송은 누군가의 밤샘을 기초로 쌓아올린 성이다. 사람이 보통 자야 할 시간에 택배를 배달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이래도 되나 싶다. 이게 무슨 24시간 내내 돌려야 하는 인프라는 아니지 않은가. 얼마 전 집에 아무도 없는 사이에 택배기사가 아파트 1층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에 물건을 두고 가셨다. 주민도 택배기사도 거의 쓰지 않는 무인택배함, 입주할 때 설정한 비밀번호는 잊은 지 오래다. ‘아니, 이분은 왜 거기 물건을 넣어 일을 어렵게 만드시나.’ 생각하며, 관리사무소를 찾아가서야 보관함을 열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 주재원으로 일했던 프랑스인 친구가 생각났다. 한국의 ‘선진적’ 택배 문화의 매력에 빠져 자기 나라와 너무 대비된다며 해준 얘기다. 프랑스에서 4층에 살았는데, 집배원이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어떻게 거기 올라가느냐며 소포를 받으러 내려오라고 부르더란다. 이 친구는 왜 자기가 1층부터 물건을 올려야 하냐고 맞섰다. 한참 말씨름을 하다 결국 2층과 3층 사이 계단에서 만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 주문한 물건이 현관 앞까지 와 있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굳이 왜 밤 11시고 새벽 4시고 택배기사가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지, 아이스팩으로 그렇게 중무장을 해야 하는 물품이 택배로 오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편리한 것은 분명하고, 때로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아니다. 무엇보다 나 같은 택배 소비자는 누군가의 밤샘에 대해, 환경오염에 대해 거의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다. 얼마 전 ‘택배 없는 날’ 캠페인에 관한 뉴스를 보고, 그 주에는 택배 주문을 하지 않았다. 이게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캠페인의 취지에 공감하고, 조용히 나홀로 실천은 할 수 있다 생각했다. 주말에 손님이 오기로 돼 있었는데, 장을 봐서 종이 쇼핑백에 들고 집으로 날랐다. 그런데 아침부터 택배기사의 배송 문자를 받았다. 예? 택배요? 시킨 적이 없는데 웬 택배? 알고 보니 지난달에 예약주문을 했던 음반이 입고돼 하필 그날 배송된 것이다. 이렇게 올해 ‘택배 없는 날’은 실패로 돌아갔다. 어렵다, 정말 어렵다.
  • “향기를 입는다”… 니치향수 불티

    “향기를 입는다”… 니치향수 불티

    천연 향료 써 향 자연스럽고 값은 3배 유명인 것 아닌 ‘나만의 향’ 갖고 싶어 고객 원하는 향료로 즉석 맞춤 제조도“패션의 완성은 향수.” 최근 패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 2040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니치향수’ 열풍이 불고 있다. 니치향수란 천연 향료를 이용한 프리미엄 향수로, 일반 향수보다 향이 자연스럽고 가격도 최소 3배 비싼 것이 특징이다. 향수의 개념이 뿌리는 것에서 마치 옷처럼 ‘입는 것’으로 바뀐 상황에서 물건 하나를 사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심비’를 만족해야 하는 소비 트렌드를 타고 과거 소수 마니아들을 위해 만들어졌던 니치향수 제품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니치향수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스웨덴 니치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국내 매출은 지난해 79%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프랑스 딥티크와 영국 조말론의 상반기 매출도 각각 49%, 3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판교점에 25평 규모의 ‘니치향수존’까지 마련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니치향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은 589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5% 성장했다고 밝혔다. 니치향수의 인기 요인은 ‘향수=패션 아이템’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옷차림에 맞추어 어울리는 향수를 뿌리는 것이 일종의 ‘패션 센스’로 여겨지면서 니치향수는 특히 미각, 후각이 민감한 2040 사이에서 종류별로 몇 개쯤은 갖고 있어야 하는 ‘필수템’으로 떠올랐다. 향수를 뿌리는 행위도 ‘착향한다’고 표현한다. 유명인이 뿌리는 향이 아니라 ‘나만의 향’을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도 니치향수를 찾는다. 니치향수 브랜드들은 매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향이나 원료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맞춤형 향수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두 가지 이상의 향수를 레이어링(겹쳐 뿌리는 것)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매 목적이 아니라 향수 체험을 하러 매장을 찾는 젊은 소비자도 많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정책리뷰]4차산업혁명 대응 맞춤형 인재 찾아라...대한민국 괴짜 DB에

    [정책리뷰]4차산업혁명 대응 맞춤형 인재 찾아라...대한민국 괴짜 DB에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무허가 민박업(에어비앤비)이나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택시영업(우버)이 불과 몇 년 만에 세계를 이끄는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드론을 이용해 오지 섬에 택배물품을 배달하고 스마트폰으로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물건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됐다. 언제 어느 날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전대미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그간 관심을 두지 않던 각 분야의 괴짜 전문가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인재풀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영화 ‘아마겟돈’(1998)을 보면 미국 텍사스주 크기만한 행성이 엄청난 속도로 지구로 돌진한다. 미국 정부는 인류 파멸을 막고자 행성에 약 250m 깊이의 구멍을 뚫고 그 안에서 핵탄두를 폭발시켜 쪼개는 방법을 고안한다. 이어 세계 최고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를 찾아가 작전을 부탁한다. 언뜻 봐서는 형편없어 보이는 해리와 그의 동료는 미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이처럼 할리우드 영화에서 미 정부는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해당 분야의 달인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이는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목록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정부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hrdb.go.kr)에 기반한 정부헤드헌팅 제도다. 2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가인재DB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중앙인사위원회(현 인사혁신처)가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정부 고위직 인사는 대통령 등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학연·지연 등에 따른 관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주먹구구식 인사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객관화된 데이터에 근거한 인재정보 시스템’이 절실해졌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공무원과 우수 인재들의 정보를 모아 놓은 아카이브(기록 보관소)인 국가인재DB가 기획됐다. 당시로서는 선도적인 발상이었다. 20년이 지난 올해 6월 현재 중앙부처 5급 이상·지방자치단체 4급 이상 공무원 5만 8506명과, 국민 추천과 자기 추천을 통해 등록된 민간인 24만 6119명 등 모두 30만 4625명이 등록돼 있다. 해마다 2만명 정도가 새로 등재된다. 사망자는 자동으로 말소된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국가인재DB를 책임진 김정일 전 인사처 인재정보기획관도 행정고시(32회) 출신이자 민간 인사컨설팅 전문가로 국가인재DB에 등재된 덕분에 책임자가 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인재DB 관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우수 인재를 골라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업무는 더욱 고되다. 정부부처에서 자신들이 구하기 힘든 인재가 필요하면 인사처에 스카우트를 요청한다. 그러면 인사처는 국가인재DB에서 적합한 인물을 3배수 정도 발굴해 해당 부처에 추천한다. DB에 적임자가 없다면 재야의 고수를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인사처가 인재들을 직접 만나 능력을 확인해 추천하면 각 부처는 이를 토대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를 ‘정부헤드헌팅’이라고 한다. 정부헤드헌팅은 공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사처가 민간 우수인재를 직접 조사해 추천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2015년 7월 제도를 도입한 뒤로 지금까지 모두 39명의 민간전문가가 임용됐다. 국가인재DB와 정부헤드헌팅 등을 통한 민간 인재 영입이 공직사회에 어떤 효과를 줄까. 잘 고른 민간 전문가는 공직사회 전체의 질을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한다는 게 공직사회의 설명이다. 이동규(74)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장이 대표적이다. ‘정부헤드헌팅 1호 공무원’인 그는 32년간 서울대 기상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기상예측 모델을 구축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한국인 최초로 지구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엑스포드 메달’도 받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장으로 근무한 이철(70) 전 울산대 총장도 민간 영입의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그는 국내 대형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수련교육과 실습을 체계화시킨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인사처 관계자는 “이들은 더이상 돈이나 명예가 필요 없을만큼 세계적인 성과를 낸 분들”이라면서 “그럼에도 대한민국을 바꿔 보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임해 고맙고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애초 국가인재DB는 고위 공직자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재난대응 분야 전문가를 찾지 못해 대한민국 전체가 혼돈에 휩싸였던 뼈아픈 경험이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의 전문가 부재 현실을 절감한 정부는 영화 ‘아마겟돈’에서처럼 평소 민간 전문가 정보를 잘 관리해 뒀다가 예측 불가능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 축척에 나섰다. 최관섭 인사처 인재정보기획관은 “국가인재DB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면서 “어느 분야에서든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정보를 올려 달라. 이미 DB에 등재된 분들도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헤드헌팅은 여성 인재의 사회 진출도 돕는다. 올해 8월 현재 정부헤드헌팅으로 개방형직위에 임용된 고위공무원단 여성 비율은 36.3%로 전체 고위공무원단 여성 임용 비율 7.1%를 크게 앞선다. 특히 올해 정부 주요 부처 인사에서 국장급 직위에 정부헤드헌팅으로 발굴된 여성 민간전문가 출신이 잇따라 임용돼 화제가 됐다. 조은정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장과 서정아 금융위원회 대변인, 김희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공무원교육원장 등 여성 민간전문가가 속속 선임됐다. 2017년에는 김명희 전 SK텔레콤 본부장이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장에 발탁됐다. 인사처 관계자는 “그간 여성 진입이 어려웠던 분야의 유리천장을 깨고 정부혁신과 변화를 이끌 여성 민간인재를 정부 주요 직위에 배치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렇다고 해서 민간 스카우트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중도에 사퇴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민간 분야 전문가 시절에는 업계 최고 권위자로 존경받으며 자신의 본업에만 충실하면 됐지만, 고위 공직자가 되면 기획재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예산을 따 오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다.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생겨난다고 한다.또 정부헤드헌팅 대상은 현업에서 최고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다. 지금의 위치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 정부부처로 이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급여가 현재 수준의 절반도 되지 않다 보니 대의에 공감해도 스카우트에 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부처에서 고위직 인재 1명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면 최소 30~40명은 만나야 어렵사리 최종 후보 3~4명을 추릴 수 있다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 애국심에 호소해 후보자를 설득해도 열악한 처우를 이유로 가족들이 반대할 때도 많다고 한다. 정부기능 업그레이드에 정말로 필요한 민간 인재들이 공직사회에 큰 부담없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일본 돈 받아 한국발전“ 정상혁 보은군수 발언 논란

    “일본 돈 받아 한국발전“ 정상혁 보은군수 발언 논란

    일본의 경제도발로 반일감정이 악화된 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 정상혁(77) 보은군수가 일본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정의당 충북도당 남부3군(보은,옥천,영동)위원회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정 군수의 문제성 발언은 지난 26일 울산 남구에서 진행된 ‘2019 이장단 워크숍’에서 나왔다. 정 군수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세끼 밥도 못먹던 가난한 시절 일본 돈 받아 산업단지 만들었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때 5억불을 받았는데, 일본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사인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그것을 무효화 하고 돈 가져와라 그러면 공인된 약속을 안 지킨다고 그런다”며 “한국만 아니라며 계속 사과하라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게 일본사람 생각”이라고도 했다. 불매운동도 비판했다. 일본이 한국 물건 팔아주는 게 더 많아 일본 상품 불매하면 거꾸로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날 ‘정 군수는 아베 앵무새인가’ 라는 성명을 통해 “정 군수 발언은 아베정권이 주장하는 내용과 다를 게 없다”며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합의는 피해자와 논의 없이 진행됐다”며 “전범국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끝난 걸로 생각하는 오만한 생각은 즉각 거두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또한 “보은군은 ‘위안부’ 피해를 겪으셨던 이옥선 할머님이 거주하셨던 곳”이라며 “정 군수는 2017년 10월 보은읍 뱃들공원에서 열린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했는데, 위선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군은 한일관계도 폴란드와 독일, 핀란드와 러시아 처럼 과거에 휩싸이지 말고 미래로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보은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법원 “짝퉁 판매 관련 매출액 전부 추징은 가혹···투입 비용 등 감안해야”

    법원 “짝퉁 판매 관련 매출액 전부 추징은 가혹···투입 비용 등 감안해야”

    3억원대 짝퉁 옷 판매···檢 “매출액 전체 추징해야”법원 “몰수 등과 비교하면 매출 전체 추징은 가혹”‘짝퉁 의류’를 팔아 3억원대 매출을 올린 업자에게 매출액 전체를 추징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추징금 9600만원을 부과했다.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명 브랜드의 가짜 상표가 붙은 옷 5000여점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품 가격으로는 9억원 상당의 짝퉁을 판매한 A씨는 모두 3억 2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추징금 규모를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A씨 측은 제작 원가와 쇼핑몰 운영 비용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매출액의 3%에 불과하다며 이를 기준으로 추징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매출액 전체를 추징해야 한다고 맞섰다. 안 판사는 “만약 판매 대상 물건을 몰수할 경우에는 판매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해당 물건만 몰취하게 된다”며 “반면 추징에 있어서 매출 금액 전부를 대상으로 한다면 제조 원가와 투입 비용을 포함하는 돈을 전부 징수하는 것으로 이는 피고인에게 다소 가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해 판매한 값의 약 30%인 9600만원을 추징 금액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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