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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아의 일상공감] 자주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배민아의 일상공감] 자주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시작은 그저 말동무였다. 처음 나 홀로 여행에 나선 여자와 배낭여행 고수였던 남자가 낯선 외국의 한 도시에서 만났다. 어색하고 소심하게 셀프 인증샷을 찍던 여자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노라 다가간 남자, 그리고 카메라를 주고받으며 나눈 몇 마디 대화에서 남자는 여자가 여행 숙맥이란 걸 단번에 눈치챈다. 쭈뼛거리는 대답이며 애써 대범한 척하지만 경계심 가득한 눈빛, 여행 고수인 양 차려 입은 어색한 옷 품새는 오히려 불안해 보였다. 호기로운 마음과 달리 여행 초반부터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던 여자는 낯선 이 도시를 잘 알고 있는 남자에게 함께 동행해도 될는지 묻는다. 이후 둘은 시내버스로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밥도 먹고 거리의 뒷골목을 누볐다. 그렇게 길동무가 된 둘은 귀국 후에 간간이 만나 여행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말동무가 됐다. 서로의 잉여 시간을 이용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며 애써 개인적인 신상은 묻지 않는 블라인드 친구였다. 다행히 서로의 이상형이 아니라 편안했고,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안도감에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음의 해우소가 돼 주었다. 그렇게 사계절을 함께 보낸 둘은 결혼을 했다. 자주 만나며 쌓은 익숙함과 친밀감이 처음의 비호감을 애정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반복해서 자주 보게 되면 친밀감이 생기고, 이 친숙한 느낌은 상대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 선호 또는 애정의 상태로 바꾸어 놓는다. 이런 감정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재의식으로 형성되는데, 심리학에서는 ‘에펠탑 효과’로 설명된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맞아 철탑으로 건립한 에펠탑을 천박하고 흉물스럽다며 반발하자 프랑스 정부는 20년 뒤 철거를 약속한다. 그러나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눈만 돌리면 보이는 이 철근 구조물에 차차 익숙해진 시민들은 오히려 철거 반대 시위를 벌였고,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 자주 볼수록 좋아지고, 익숙하면 예쁘게 보이며 사랑스러워지는 것이다. 인기가 많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외모나 능력, 성격과 재능 면에서 특출한 장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내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다. ‘멋진 배우 아무개보다 내 남자, 내 여자가 더 좋다’는 말도 그런 점에서 통한다. 처음 한두 번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자주, 가까이 보다 보면 상대의 내적 매력을 발견하고 그것의 가치를 알게 되니 외모와 상관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지는 것이다. 부부나 연인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요즘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손안의 스마트 세상에서 친구의 일상을 곁눈질 할 수 있고, 그들의 생각과 사상까지 엿볼 수 있으니 굳이 만나야 할 동기와 의지가 줄어든다. 늘어가는 SNS 친구와 팔로어들 속에서 과거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관계의 폭이 넓어졌지만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은 더욱 커져 간다. 오히려 온라인에서의 화려한 교류가 상대적 박탈감, 오해와 갈등, 자기비하에 빠지게도 한다. 벌써 올해도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문득 SNS 친구 목록을 펼쳐 보니 일 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고, 고작 한두 번이 많이 만난 경우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좋아요’와 ‘공감’으로 소통하는 것과 더불어 시간이 주어지는 대로 직접 만나 상대방의 호흡을 느끼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자. 습관처럼 ‘한 번 보자’ 하며 미뤄 왔다면 지금 당장 숙제하는 마음으로 만나자. 한 해가 가기 전에 그래도 한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직접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애써 왔던 지난 시간을 부둥켜안아 주자. 평생 가까이 하고픈 지인들, 더 자주 만나자. 자주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 나도, 너도 그렇다.
  • “영리하고 성실한 한국인, 해외 창업 성공 가능성 커”

    “영리하고 성실한 한국인, 해외 창업 성공 가능성 커”

    인구 120만명 트리니다드토바고서 창업 흑인 40%… 가발 등 미용제품 수요 높아 사업 성공·대학 졸업·병역 ‘1석 3조’ 해결 “외국 나가기 전 어떻게 살지 생각했으면” “동남아에 가면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고위공직자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무책임하죠. 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한국 청년들의 창업 성공 가능성은 높습니다.” 박지환(28) 헤어시티 대표는 9년 전 19살의 나이에 트리니다드토바고로 이민 가방 네 개를 들고 이주했다. 처음에는 어머니와 함께 보따리장수처럼 시작한 미용제품 무역회사는 지난해 미국 업체를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1500만원가량을 들고 시작한 사업체를 연매출 20억원의 규모로 키웠다. 박씨는 카리브해에 접한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사업 성공, 대학 졸업, 군 복무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22~24일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제18차 세계한상대회 참석차 일시 귀국한 박 대표는 힘들었던 이민과 창업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 나갔다. 제주도 2.5배 면적에 한국인이라고는 인구 120만명 중 20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에서 사업을 결심한 배경엔 낯설고 먼 나라에 가고 싶다는 모험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엿본 성공 가능성은 흑인이 인구의 40%를 차지해 가발 등과 같은 모발 미용제품 수요가 큰 데다 산유국이라 소비 수준이 높다는 점이었고 결국 맞아떨어졌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 누군가 ‘여권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국에 신고, 호송차로 끌려가는 수모도 당하기도 했다. 현재 그가 고용한 현지인은 20명 정도다. 자기애가 강하고 판매 물건에 손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힘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공부와 사업 모두를 배울 기회’라며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이주를 권유한 이는 미국에서 샴푸, 화장품과 같은 미용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큰아버지뻘의 은사였다. 매출의 30%가량이 순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훨씬 수입이 많다. 하지만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에 연상되는 고급차, 골프 등과는 거리가 멀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중고차를 몰고 다니고, 베란다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는 앞으로 공유주택의 이익을 주거빈곤층에 돌려주는 비정부기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박 대표는 “한국인들이 영리한 편인 데다 근면성실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지만 외국에 나가기 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시간이 많은 해외 생활은 자신을 돌아보고 식견을 넓힐 기회지만 외로움과 쓸쓸함도 매일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커피 찌꺼기를 ‘운동화’로 재탄생시킨 청년들

    [여기는 베트남] 커피 찌꺼기를 ‘운동화’로 재탄생시킨 청년들

    커피 찌꺼기가 친환경 운동화로 재탄생했다. 베트남 국영 영문지 브앤익스프레스는 호치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찐과 손의 사연을 전했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들은 비단 커피만 파는 게 아니다. 커피를 팔고 남은 찌꺼기를 원재료로 삼아 운동화를 만들고 있다. ‘렌스'(Rens)라는 브랜드로 출시를 앞둔 이 운동화는 방수는 물론 냄새 제거 효과가 뛰어나다. 사용한 커피 찌꺼기 300g(커피 21잔에 쓰이는 용량)과 6개의 재활용 플라스틱 병이면 운동화 한 켤레가 완성된다. 핀란드에서 유학하면서 처음 만난 이들은 신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신발을 만들고 싶다”는 공통된 신념으로 조사한 결과,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신발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 커피 찌꺼기를 세척해 기름을 추출한 뒤 재활용 플라스틱 병에 담긴 폴리에스테르와 혼합해 커피 실을 뽑아낼 수 있었다. 커피 실로 만든 직물은 자연 냄새제거 효과가 뛰어나고, 자외선 방지와 빠르게 건조되는 특성을 지녔다. 박테리아 방지와 가벼운 질감도 운동화로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커피 찌꺼기로 운동화를 만든다는 사실을허무맹랑한 공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커피 찌꺼기와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활용한 운동화를 실제 만들어내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지난 여름,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통해 69개국으로부터 112만 달러 이상의 창업 자금을 마련했다. 현재 6개 나라 출신의 팀원 9명의 정예멤버가 모였다. 운동화에는 해시태그 이미지를 박아 넣었다. 소셜미디어 세대를 대표하는 ‘젊음의 상징’을 의미한다. 오는 11월 첫 출시를 앞두고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들은 “조사 범위를 넓혀 커피뿐 아니라 더 많은 재활용품을 활용해 운동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넘쳐나는 쓰레기가 더욱 유용한 물건으로 거듭나는 깨끗한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jongsil74@naver.com
  • 中 한한령 끝났나… 올 인센티브 관광단 7만 4600명 한국 방문

    中 한한령 끝났나… 올 인센티브 관광단 7만 4600명 한국 방문

    제주는 9월까지 10팀 5000여명 다녀가 연말까지 4200명 추가로 순차 방문 예정 싼커·유커도 급증… 상권까지 활력 넘쳐21일 오후 제주시 연동 S면세점 앞. 중국기업 인센티브(포상) 관광단을 실은 관광버스 수십대가 몰려와 한 무리의 중국인을 내려놨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서둘러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면세점 안 화장품 코너 등에는 몰려든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한령(중국 내 한국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발길을 뚝 끊었던 중국인 인센티브 관광객이 다시 제주로 몰려들고 있다. 사드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 분위기에 접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관광 및 회의차 제주를 찾은 중국 인센티브 단체 관광단은 10팀 5000여명에 이르며 연내 총 12팀 9300명이 제주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 인센티브 단체 관광단은 2016년 총 20팀 5100여명이 제주를 찾았으나 사드 사태 이후 2017년 2팀 200여명, 지난해 4팀 1500여명에 그쳤다가 올 들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후난비티푸무역회사 종업원 인센티브 단체관광단 2700여명이 순차적으로 제주를 방문 중이다. 후난성에 본사를 둔 비티푸무역회사는 생활용품 제조 및 판매 기업이다. 이 회사 인센티브 관광단은 오설록뮤지엄, 중문해수욕장, 우도 등 제주도를 관광한 뒤 23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한류가수 현아와 황치열 공연이 포함된 대형 기업행사도 연다. 이들이 한국에 머물며 관광과 쇼핑에 쓰는 돈은 약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핑안생명보험 인센티브 단체관광단 1500여명도 다음달 말까지 3박 4일간 차례로 제주도를 방문한다. 전국적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뚜렷하다. 이날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 포상 관광단은 총 7만 4641명이다. 같은 기간 2017년 1만 1911명, 2018년 2만 1709명으로 올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제주 면세점 앞 거리에서 옷가게를 하는 고모(44)씨는 “중국인이 즐겨 찾았던 연동 누웨마루거리(옛 바오젠거리)도 최근 몇 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들은 물론 싼커(중국인 개별관광객)와 유커(중국인 일반단체관광객)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들 면세점 앞에는 아침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몰려든 다이궁이 매일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명품 가방 등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서는가 하면 일부 다이궁은 면세점 입구에서 노숙을 하기도 한다. 제주 면세점의 큰손으로 불리는 다이궁은 면세점에서 물건을 고르면서 제품의 사진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려 실시간으로 주문을 받는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 기업의 인센티브 관광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내년에는 더 많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마을축제에 참여하고 기부한 정신질환자 모임 ‘붕어빵’…“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마을축제에 참여하고 기부한 정신질환자 모임 ‘붕어빵’…“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직접 뜨개질한 제품 팔아 기부“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용기”“만들 때는 우울한 기분이었는데 뜨개질을 완성해 판매하니 뿌듯해요.” 정신질환자들이 모여 뜨개질을 하며 서로 공감대를 나누는 자조 모임 ‘붕어빵’의 구성원 엔젤(이하 활동명·51·여)씨는 “열심히 만든 물건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사주니까 즐겁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성산종합복지관 주변에서 열린 ‘제7회 성산두물마을 축제’에 참가한 ‘붕어빵’ 회원들은 직접 만든 뜨개질 물품을 판매하려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개당 500~2000원으로 책정한 물건이 팔릴 때마다 환하게 웃던 이들은 수익금 전액을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했다. 이날 축제는 ‘붕어빵’ 회원들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질병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부터 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엔젤씨는 “축제에서 실수하거나 중간에 아프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붕어빵’ 회원 하늘(30·여)씨는 “공황장애가 있어서 쓰러질까 봐 걱정이 됐다”면서도 “동료랑 같이 판매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남훈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축제에 참가하기까지 일주일을 고민했다”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축제에 참가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붕어빵은 지난해 4월 마포구의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정신질환자 5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뜨개질을 하고 서로 아픔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들은 직접 만든 뜨개질 물품을 가족에게 선물하거나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면서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에는 마포구 전역의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회원이 10명까지 늘어났다. 다만 현재 취업, 증상재발 등의 이유로 5명이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붕어빵 구성원들은 다른 곳에서 말하기 어려웠던 우울증, 자살 시도, 가족과의 갈등 등을 공유하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 하늘씨는 “붕어빵은 다시 나를 세상으로 나가게 해준 은인 같은 존재”라고 했다. 엔젤씨도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하는 일 없이 무료하게 지낸다”면서 “자조 모임을 하면 뭔가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분들에게도 꼭 권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이들이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실무자가 모임에 함께 해야 한다”면서 “한 명이 85명 내외의 사례자를 맡는 상황에서 주 1회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한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범죄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이들은 더 위축된다. 하늘씨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하나 때문에 다른 정신장애인들 다 욕먹어야 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스마일씨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입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비록 장애를 갖고 있어서 표현을 제대로 못 하지만 모두 알아 듣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에는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는데 이제는 우리가 먼저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질환자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영국 FA컵 예선서 인종차별 행위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예선에서 인종차별 언행이 발생했다. 선수단이 이에 반발해 경기장에서 나와 버렸다다. BBC에 따르면 20일(한국시간) 열린 2019~20 FA컵 예선 4라운드 7부리그 해링게이 버러와 5부리그 요빌 타운 경기가 인종차별 논란 속에 취소됐다. 홈 팀 해링게이 소속인 카메룬 출신 골키퍼 발레리 더글라스 파예타트를 향해 원정 팬들이 침을 뱉거나 물건을 던졌고, 잉글랜드 출신 수비수 코비 로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는 등 인종차별이 발새한 게 발단이었다. 요빌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19분 해링게이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경기를 더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결국 경기는 취소됐다. 취소가 결정되고서 양 팀 선수들은 함께 그라운드로 나와 악수하고 서로와 팬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톰 로이주 해링게이 감독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이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빌 선수들과 감독은 서포터를 진정시켰고 최선을 다해 우리를 지원했다.‘너희가 나가면 우리도 나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로이주 감독은 “요빌이 이런 행동으로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가 탈락하면 그들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요빌이 본선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지 경찰은 조사에 나섰고 FA도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우려를 표하며 대응을 약속했다. FA는 “최대한 빨리 사실관계를 파악해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경기 관계자, 당국과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경기에 차별이 들어설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상대 팀인 요빌 역시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 클럽은 인종차별을 비롯한 어떤 차별적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관계 당국, 해링게이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종차별은 축구계에서 끊이지 않았고, 그에 따라 축구계에서도 관용없는 대응을 천명해 왔다. 최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예선 경기에서 홈 팬들이 원정팀인 잉글랜드의 흑인 선수들을 향해 ‘원숭이’라 부르거나 원숭이 소리를 흉내 내는 등 인종차별적 행동을 해 파문을 일으켰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불가리아 축구협회장과 이사진, 국가대표팀 감독이 줄줄이 사퇴하기도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항공사, 고객 마일리지 대가로 제휴사에 받은 돈 세금 안 내도 돼”

    “항공사, 고객 마일리지 대가로 제휴사에 받은 돈 세금 안 내도 돼”

    1심 “금전적 가치 있어 과세 대상인 금전 대가”2심서 뒤집혀 “에누리액이라 과세 대상 아니다”아시아나항공에 7년간 부과된 부가세 79억 무효 신용카드사 등 제휴사가 제휴 마일리지 사업 과정에서 항공사에 지급한 돈에 대해 항공사가 부가가치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심은 제휴 마일리지를 위해 지급한 돈에 대해 ‘금전적 대가’로 보고 세금 부과 대상이라고 판단했지만, 2심은 ‘직접 깎아 준 돈(에누리액)’이므로 세금을 매길 수 없다고 봤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배광국)는 아시아나항공이 강서세무서를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제휴 마일리지 제도는 카드사 등이 고객의 거래 실적을 항공사에 통보해 마일리지를 적립하도록 하고 쌓이는 마일리지만큼의 돈(정산금)을 항공사에 미리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객이 제휴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항공사에서는 적립해 둔 마일리지 계좌에서 이를 차감하되, 사용하지 않고 소멸하더라도 제휴 카드사 등에 정산금을 돌려주지는 않는다. 쟁점은 이런 제휴 마일리지의 성격을 무엇으로 보느냐였다. 부가가치세법과 대법원 판례 등은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 사업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자기적립 마일리지)를 이용해 소비자가 결제한 경우는 사업자가 깎아 준 돈이므로 부가세를 매기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며 직접 지급한 금액에만 부가세를 물리고, 에누리액은 과세에서 제외하는 법규와 해석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마일리지를 쌓은 고객이 다음에 다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서 마일리지로 결제하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반면 한 사업자에게서 쌓은 마일리지를 다른 사업자에게 사용한 경우에는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이 경우 마일리지를 적립한 사업자(예를 들면 카드사)가 사용처(아시아나항공)에게 그만큼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 거래와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카드 사용에 따른 적립액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서 사용하는 제휴 마일리지에 대해 1심은 에누리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제휴 마일리지의 성격에 대해 “지급 과정이 우회적이라 하더라도, 제휴사(카드사)가 자신의 부담으로 고객을 대신해 아시아나항공에 용역(항공편 탑승)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제휴사로부터 고객이 적립한 마일리지에 해당하는 정산금을 현금으로 무조건 받고 있으므로,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에서 제휴 마일리지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에 해당한다”면서 “결국 고객에게 제공하는 용역에 대해 금전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에누리액으로 보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상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제휴사가 주는 정산금은 별도로 체결된 계약에 터 잡아 지급된 것일 뿐, 아시아나항공이 고객에 용역을 공급해서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고객이 사용하지 않은 채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지나도 정산금을 제휴사에 반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용역 제공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제휴 마일리지는 고객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사용할 때 곧바로 기능이 소멸하는 것일 뿐, 아시아나항공과 제휴사 사이에 정산의 단위로 가치를 유지하고 금전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따라서 “이는 제휴사가 고객에 약속한 할인 약정의 내용을 수치화해 표시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고객의 제휴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것은 할인 약정의 이행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제휴 마일리지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통상의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판단내렸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2012∼2017년 아시아나항공에 부과된 약 79억원의 부가세가 무효가 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겁에 질린 할머니 ‘이마 뽀뽀’로 안심시킨 무장강도

    겁에 질린 할머니 ‘이마 뽀뽀’로 안심시킨 무장강도

    약국에 침입한 무장강도가 놀란 할머니의 이마에 뽀뽀를 하며 안심시키는 장면이 포착됐다. 브라질 매체 G1은 현지시간으로 15일 아마란테 지역의 한 약국에 무장강도가 난입해 현금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약국 주인 사무엘 알메이다는 G1과의 인터뷰에서 “오후 5시쯤 오토바이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강도 2명이 들어와 직원에게 총을 들이밀며 현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약국 직원의 무릎을 꿇린 강도는 카운터로 들어가 돈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때, 약을 사러 왔다가 졸지에 강도들에게 붙잡힌 동네 할머니가 겁에 질려 강도에게 말을 걸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할머니는 망을 보고 있던 강도 중 한 명에게 “내 돈도 주겠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강도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G1은 이 강도가 돈을 받기는커녕 이마에 뽀뽀를 하며 할머니를 진정시켰다고 전했다. 강도는 “당신의 돈은 필요없다”라며 그저 조용히만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마지막까지 할머니와 인사를 나눈 강도는 현금 1000헤알(약 28만 4000원)과 물건을 챙겨 유유히 약국을 빠져나갔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들을 찾기 위해 약국 CCTV를 토대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검찰 ‘패스트트랙 사건’ 관련 국회방송 압수수색

    검찰 ‘패스트트랙 사건’ 관련 국회방송 압수수색

    “민주·한국당 의원총회 등 영상 확보 목적”수사 대상 한국당 의원 60명 전원 불출석윤석열 총장 “회기 중 강제소환은 어려워”여야 의원들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국회방송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은 18일 오전 10시30분쯤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국회방송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 4월 말에 있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의 의원총회, 규탄 대회 등의 영상본을 받으러 왔다고 해서 ‘정당 행사라 국회 쪽에서 주긴 곤란하다’고 했더니 압수수색을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4월 22~30일 사이 촬영분을 받으러 온 것인데 국회선진화법 위반이 없는지 당시 발언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수사 대상 한국당 의원 60명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는 계속 당 의원들에게 “출석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지난 1일 출석 요구를 받지 않았던 황 대표가 자진 출석했으나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사건과 관련해 나 원내대표가 직접 지시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국정감사 종료 이후 일자를 협의해 (검찰에) 출석하겠다”면서도 “(패스트트랙 반대가) 정치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수사 문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석한 전날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도 핵심 쟁점이 됐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불출석하는 한국당 의원들을 겨냥해 “(소환불응) 피의자에게 관용을 베푼 적 있나. 국민에게도 따뜻한 검찰이었나”라고 묻자 윤 총장은 “회기 중 불출석한 의원들을 강제소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상규 위원장(한국당)은 신상발언을 통해 “패스트트랙은 위법한 사보임을 통해 가결된 것으로 당연히 야당은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특수감금 공용물건 손상은 불법 사보임과 전혀 무관하다”면서 “양형 사유에 불과하지 정당 행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환경부, 은행 순번대기표 ‘비스페놀A’ 범벅…EU 기준치 60배

    단말기에서 출력하는 영수증, 순번대기표에서 생식 및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내분비계 장애물질 ‘비스페놀A’가 다량 검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안전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환경부가 국립환경과학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감열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료 18개 가운데 8개에서 EU의 인체 안전기준을 최대 60배까지 초과한 비스페놀A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비스페놀A를 생식독성 1B등급, 안구피해도 1등급, 피부 민감도 1등급, 1회 노출 특정표적 장기독성 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2016년부터 제조·판매·사용 제한물질로 규제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중량 기준 0.02%(1g 당 200㎍) 이상 비스페놀A가 포함된 감열지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조사대상 중 A은행 순번대기표에서 가장 많은 12,113㎍이 검출돼 EU 기준치의 60배를 초과했다. B영화관 순번대기표에서는 11,707㎍으로 58배, C대형마트 인쇄영수증에서는 9,971㎍으로 49배가 각각 초과 검출됐다. 또 D의류판매점 인쇄영수증에서는 8,476㎍으로 42배 초과 검출되는 등 인체에 유해한 비스페놀A 용지가 대형마트, 영화관, 금융기관, 식당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체국 미인쇄영수증 (0.06㎍), E편의점 인쇄영수증(1.54㎍), F대형마트 인쇄영수증(3.32㎍) 등 10개 시료에서는 EU기준치 이하의 극소량만 검출됐다. 일부 감열지에서는 비스페놀A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의 ‘BPA Free‘ 표시가 찍혀 있었다. 감열지의 인체 안전기준을 마련한 국가는 EU를 비롯해 스위스, 미국 등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감열지에 대한 안전기준이 아직 없다. 국내 영수증 발급 건수가 2015년 101억 1000만건, 2016년 106억 9000만건, 2017년 118억 4000만건, 2018년 127억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공산품의 안전관리를 나누어 담당하는 산업자원부와 환경부의 어느 부처도 감열지의 비스페놀A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신 의원은 “전국의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마다 만지는 감열지 영수증에 안전기준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하루 빨리 비스페놀A의 안전기준을 신설해 국민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편리·안전 똘똘한 QM6 캠핑, 카~~~

    편리·안전 똘똘한 QM6 캠핑, 카~~~

    ‘캠핑 성수기’인 가을로 깊숙이 접어들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장착된 다양한 ‘캠핑 기능’과 함께 ‘안전 기능’에 운전자의 관심이 쏠린다. 르노삼성자동차 중형 SUV QM6에 적용된 ‘매직 테일 게이트’는 차량 뒤범퍼 아래에서 발을 움직였을 때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게 하는 기능이다. 두 손에 물건을 들고 있어도 트렁크를 쉽게 열 수 있어 편리하다. QM6의 트렁크는 바닥에 턱이 없이 평평하게 설계된 ‘풀 플랫 플로어’ 구조로 돼 있어 짐을 싣고 내리는 데 걸림이 없어 편하다. ‘운전자 피로도 경보 시스템’(UTA)은 운전자의 핸들 조작 패턴과 조작 빈도를 분석해 졸음운전을 한다 싶으면 계기판에 경고 메시지를 띄우고 경보음을 울려 준다.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S)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앞차와 충돌할 것 같을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차량을 멈춰 세운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충돌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으면 시스템이 개입해 차량을 정지시킨다. 사각지대 경고장치(BSW), 차선 이탈 경고 장치(LDW) 등도 가을철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 주는 첨단 기능들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 상관없죠, 해봐야 잘할 수 있어요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 상관없죠, 해봐야 잘할 수 있어요

    “기술과 그를 활용한 작업은 여전히 남성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 속에서 주체성과 철학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 나가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기술’이 ‘모두의 기술’이 되길 바랍니다. 비단 여성뿐만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과 ‘일’에 주목하며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여성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과 여성들의 네트워킹을 주도하는 ‘여기공 협동조합’(이하 여기공)의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이 팀의 모토다. 지난해 8월 ‘여성기술자 네트워킹 플랫폼 여-기’라는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을 시작한 여기공은 현재 협동조합 법인화 과정에 있다. 여기공의 ‘여기’는 ‘여성 기술자’의 줄임말이다. ‘공’은 물건을 만드는 공작의 공(工), ‘함께’를 뜻하는 공(共), 공공성의 공(公), 공간의 공(空)을 아우른다.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주체는 남자’라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여성들이 기술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기술을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판’을 마련한다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겼다.지난해부터 여기공이 기획한 워크숍의 면면을 보면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여기공이 그간 해 온 프로젝트는 헌옷을 이용해 타피스트리라는 직조 방식으로 직물을 만드는 ‘일상 속의 직조: 직조 속의 일상’ 워크숍을 비롯해 나무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는 오븐을 직접 만드는 ‘화목 오븐 워크숍’, 용접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고 실습하는 ‘용접의 기술-시작하는 용기’, 드라이버, 전동드릴, 망치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도구의 사용법을 배우는 ‘공구 사용법 워크숍’ 등이다. 20대 후반 여성 5명으로 구성된 여기공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다(이현숙·26)와 세모(민재희·29) 이사를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수평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외부에서 활동을 하거나 워크숍에서 만난 수강생, 외부 강사들과 대화할 때도 닉네임을 사용한다. 2017년 두 사람은 하자센터가 설립한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작업장’ 과정 중 만났다. 도시에서의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 학교에서 두 사람은 내 삶에서 필요한 것을 나 스스로 만드는 ‘적정기술’을 배웠다. 적정기술 장인들로부터 직조, 목공, 용접, 흙미장 등을 배운 두 사람은 손에 잡히지 않는 최첨단 기술이 아닌 일상의 구체적인 기술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여기공이 생각하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인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그 과정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많이 멀어지게 되죠. 자본주의 시대에서 회사가 기술을 독점하려 들거나 ‘발전주의’ 시각으로 기술을 대할 때 기술의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고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에서 나오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기술의 과정을 이해하고 일상의 문제를 ‘기술’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적정기술을 배우면서 그 철학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생각하는 기술을 적정기술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저희의 기술에는 ‘젠더’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보다 기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공은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세모 “기술을 접하면서 늘 궁금했어요. ‘어딘가에 여성 기술자들이 많을텐데 그 기술자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여성 기술자들이 모여서 한목소리를 낸다면 안전한 기술 터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재미있는 상상이 이뤄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기술을 다루는 현장에 가면 50~60대 남성이 대부분이거든요. 그 분들을 만나면서 저희가 고민했던 건 ‘기술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젠더 문제나 인권 감수성 이슈를 어떻게 풀어 갈 수 있을까’ 였어요.” 인다 “실제로 기술을 배우러 갔을 때 현장에서 ‘여자가 이런 걸 할 수 있나’, ‘여자 얼굴에 흠집 나면 어떡하려고’ 이런 말들을 종종 들어요. 이런 불편함이 없는 기술 워크숍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고 관련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기술 영역 내 젠더 갈등’이라는 소재는 여기공 내 연구 커뮤니티인 ‘여기LAB’에서 계속 연구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이 여성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 활동에 나서게 된 건 본인들이 직접 기술을 배우면서 경험한 삶의 변화가 바탕이 됐다. 두 사람은 기술이 “생각보다 든든한 자립의 동반자이자 고민을 실체감 있게 풀 수 있는 도구”라고 입을 모았다.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면 많은 것을 ‘소비하는 인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두 사람은 주변에 있는 공구를 직접 손에 쥐어 보면 그 순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라고 자신했다. -기술을 직접 배우고 난 뒤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세모 “하자센터 청년작업장 과정을 마친 직후였던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경남 진주로 귀농을 했었어요. 생태적이고 자립적인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저와 비슷한 고민과 목표를 지닌 청년 동료들과 농사도 하고 집을 짓기도 하고 작업복을 만들기도 했어요. 재미있게도 모두 의식주와 관련된 일이고, 무언가를 짓는 행위더라고요.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것들이고 소비적 관점에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제가 직접 만들어 보니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공간이 입체적으로 보였어요. 도시에서는 모든 것을 소비할 때 항상 피로하고 불안했었거든요. 이제는 조금 달라졌어요. 짓는 행위가 실체감 없이 붕 떠 있었던 제 삶에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어디서든 굶어 죽진 않겠다는 근본적인 자신감, 예전보다 더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지만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어요. 이런 무모한 일들을 가능하게 했던 건 드릴을 사용해 보는 아주 사소한 계기들이에요. 그동안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동안 거의 한번도 주어지지 않은 경험이었죠. 처음 드릴을 잡았을 때, 용접을 해 봤을 때 정말 짜릿했어요. 사소한 기술 하나로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엄청 많아졌으니까요.”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인다 “용접 수업에 참여했던 한 친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선천적으로 불을 두려워해서 불꽃놀이도 못 봤대요. 근데 막상 해 보니 저희보다 용접을 잘할 정도로 실력이 좋더라고요. 그 친구가 용접이라는 기술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자신의 능력을 알 기회도 없었겠죠. 이런 분들을 만날 때 참 반가워요. 워크숍에 40~50대 여성도 한두 분씩 꼭 계시거든요. 한 50대 여성이 본인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데 늘 마지막에 용접 부분만 남자에게 부탁하셔야 했대요. 어느날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내가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정작 배울 기회가 없어서 저희 워크숍에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세모 “해 볼 기회가 있어야 앞으로도 직접 할 수 있잖아요. 누가 ‘이거 고칠 수 있는 사람 있냐’고 질문했을 때 제일 많이 나서는 건 경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은 조금 더 경험이 많은 남성일 확률이 높고요. 그런 의미에서 용접 워크숍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성들도 배우지 않으면 쉽사리 하기 어려운, 문턱이 가장 높은 영역이니까요. 용접이라는 기술을 익히면 그 아래 단계에 있는 기술은 어렵지 않게 마음 내서 도전할 수 있거든요.”-워크숍을 할 때 여기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요. 인다 “최근 공구 워크숍 때도 수강생들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워크숍 한 번으로 전문가가 되길 바라는 것보다 ‘나도 이걸 할 수 있다’는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해요. 기술은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번에 어떤 근육이 완성되기는 어렵지만 삶의 물꼬를 트는 용기를 내보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워크숍 때 비중 있게 합니다.” 여기공은 기술 워크숍뿐 아니라 기술자들을 위한 젠더 감수성 교육을 중요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당장 건설 산업 현장만 보더라도 여성 노동자는 남성의 보조 역할에만 머무르거나 남성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의 신체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무 환경 역시 ‘기술 노동자’라는 범주 안에서 여성을 배제한 결과다. 두 사람은 “기능을 익히기 위한 숙련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다루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기술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얼마나 열악한가요. 인다 “저희가 최근에 기획한 ‘여기의 기술자들을 위한 젠더스쿨’이라는 강좌에서 강연자로 모셨던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건설 현장에 보조인력으로 투입된 사람들은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2년 정도 보조 기간을 거친대요. 이후 남자는 현장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기능공으로 올라가지만 여성에게는 배움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안전관리 같은 보조적 업무만 하게 된다고요. ‘여성은 기능공을 잘할 수 없다’는 오래된 업계 내 성차별적 인식 때문이죠.” 세모 “최근까지만 해도 건설 현장에 여성을 위한 탈의실이나 샤워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대요. 휴게실도 따로 없어서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여자 혼자 쉬어야 한다든지 현장에서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을 여건이 되지 않으니까 아예 집에서 작업복을 입고 왔다가 그대로 퇴근을 하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기술을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다면 기술자의 성평등에도 도움이 될까요. 인다 “건설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남성과 임금을 동등하게 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여자가 남자보다 기술에 대한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성인식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차별 없이 기술을 향유한다면 이런 인식은 바뀔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민주노총 건설노조에서 매년 기술자 대회를 여는데 작년에 최초로 출전한 여성 목수가 2등을 하셨어요. 처음 출전한 것도 의미가 있는데 2등까지 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어요.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기술을 어떻게 숙련하고 이어 가는지가 더 중요하죠.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런 장면을 더 많이 마주한다면, 그리고 스스로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봐요.” 세모 “그런 점에서 저희는 우선 작업 현장의 기존 기술자들이 새로 진입하는 여성 기술자들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젠더 감수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 을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인다 “올해 저희가 여성기술자 인터뷰 잡지 ‘그리고’를 제작하면서 여성 기술자 7명을 인터뷰했어요. 다양한 영역의 기술자들을 발굴하면서 이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여성 기술자들이 모일 수 있는 네트워킹 파티와 이들이 자신의 기술을 통해 다른 여성과 연대할 수 있는 협업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경북 의성으로 활동 공간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저희 팀이 서울시에서 하는 지역연계형 청년 창직·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넥스트 로컬’에 선정됐거든요. 내년 4월까지 의성에서 여성 기술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4월 이후에는 여성 친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여성 기술자들의 거점 공간이자 도시 여성과 지역 여성이 만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조국·패스트트랙에 공수 180도 바뀐 여야…尹 “걱정 마시라, 모두 엄정 처리”

    조국·패스트트랙에 공수 180도 바뀐 여야…尹 “걱정 마시라, 모두 엄정 처리”

    曺관련 여 “부당하다” 야 “짠하게 생각” 패트엔 여 “너무 따뜻해” 야 “정당 행위”17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은 여야 의원들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양상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매섭게 몰아세웠고 보수 야당 의원들은 윤 총장을 엄호했다. 지난 7월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때와 비교해 여야의 역할이 180도 바뀐 건 물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문이다. 이날 ‘마라톤 국감’이 예상됐지만 오전 10시 10분 시작한 난타전은 예상 외로 10시간 만인 오후 8시 10분쯤 끝났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그동안 윤 총장에 대해) 적대감을 가져 왔다. 쓴소리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오늘 (윤 총장이) 얼마나 힘들까 짠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걸 못 믿겠다”고 주장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이제 ‘조국 팔이’ 그만하자”며 “나라 어렵다면서 (이게) 뭡니까”라고 조 전 장관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에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지금 ‘조국 팔이’하는 게 결코 아니다”라면서 “조 전 장관 해명이 납득이 안 되는 게 너무 많다”고 맞받아쳤다. 국회 선진화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소환불응) 피의자에게 관용을 베푼 적 있나. 국민에게도 따뜻한 검찰이었나”라고 묻자 윤 총장은 “회기 중 불출석한 의원들을 강제소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상규 위원장(한국당)은 신상발언을 통해 “패스트트랙은 위법한 사보임을 통해 가결된 것으로 당연히 야당은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특수감금 공용물건 손상은 불법 사보임과 전혀 무관하다”면서 “양형 사유에 불과하지 정당 행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문제를 놓고도 여야가 대립했다.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하는 구조”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홍위검찰이자 괴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송 의원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법 그대로 해석하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걱정 마시고 어떤 사건이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회 활동 때문에 출석이 어렵더라도 당시 상황에 대해 의견서나 진술서 같은 것을 상세하게 제출하면 진상 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 위원장이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작성 중”이라며 반색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씨줄날줄] 명품백 사랑/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명품백 사랑/이동구 수석논설위원

    프랑스대혁명 당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죄목에는 사치가 포함됐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그녀가 그다지 사치스런 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왕실과 호사스런 생활을 했던 왕비를 국가재정 파탄의 원흉으로 몰아 처형까지 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녀는 사치와 화려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며 뮤지컬과 영화 등 각종 예술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나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는 21세기의 마리 앙투아네트로 비유되며 전 세계의 언론을 장식했다.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경찰이 그녀의 집과 사무실 등 6곳을 3일 동안 압수 수색한 결과 명품 핸드백이 담긴 상자만 무려 285개나 됐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의 연봉 10만 달러(당시 약 1억원 상당) 외엔 별다른 소득이나 물려받은 재산도 없었으나 에르메스 버킨백 등 다량의 명품백이나 다이아몬드 등을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져 오래전부터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경찰 압수수색을 통해 그 실체가 확인되면서 말레이시아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들은 그녀의 사치 행각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로스마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뉴욕과 런던의 유명 백화점에서 600만 달러(약 64억원)가 넘는 보석류와 명품을 구매한 신용카드 결제 명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명품의 사전적인 의미는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을 말한다. 이런 물건이나 작품은 그 분야의 최고 기술자인 장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다. 또 오랜 기간 기술력과 품질을 관리하며 신뢰와 명성, 자긍심 등을 포함한 특별한 이미지까지 갖춰야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이유도 바로 그 특별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졌다는 차별화와 과시욕이 명품을 선호하게 한다. 사치스런 생활을 충족시켜 주기 위한 물건이 바로 명품인 셈이다. 명품백에 대한 우리의 애정 또한 남다르다. 어제 공개된 국회의 관세청 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해외 여행객이 면세 한도 초과로 적발된 12만 2000여건 가운데 핸드백이 3만 3000여건으로 27.2%에 달했다. 이로 인해 핸드백에 부과된 세금만도 135억 5000만원에 달했다. 대부분 루이비통, 프라다 등 명품 핸드백에 부과된 것이다. 명품의 영어 어원 럭셔리(LUXURY)에는 극도의 사치 또는 부패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명품백에 집착했던 로스마 만소르의 사례에서도 사치는 곧 부패와 연결돼 있었다. 욕심을 채워 주기보다 감동을 선물하는 것이 진짜 ‘명품’이 아닐지. yidonggu@seoul.co.kr
  • [단독] 검사가 인권침해·위법 땐 감찰…범죄 관련 없는 ‘별건수사’ 금지

    [단독] 검사가 인권침해·위법 땐 감찰…범죄 관련 없는 ‘별건수사’ 금지

    특수부 폐지 후 형사부 직접수사 최소화 중요 직접수사 고검장에 사전 보고해야 법무부령으로 격상… 검찰권 남용 ‘제동’ 대검 “중단 없이 개혁… 법무부와 협의” 새달 검찰총장 직속 ‘인권위원회’ 설치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권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규정 초안이 공개됐다. 그간 학계 등에서 통용된 ‘별건수사’ 용어가 법령에 명시됐고, 수사 과정에서 검사의 인권침해 또는 적법 절차 위반이 발견되면 감찰을 실시하는 ‘벌칙’ 조항도 신설됐다. 기존의 법무부 훈령으로는 규범력이 약하다고 보고 법무부령으로 격상한 뒤 실효적 통제 방안을 추가한 게 핵심이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관보 등을 통해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의견 수렴 기간은 18일까지다. 입법예고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으로 정하지만 이번에는 단 4일뿐이다.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법제처와 협의를 통해 기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규칙에는 기존 ‘인권보호수사준칙’에 없는 조항들이 대거 들어갔다. 우선 검사가 수사 중인 범죄와 관련 없는 범죄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부당한 별건수사 금지)이 신설됐다. 직접 연관된 범죄, 동종·유사범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범한 범죄, 범죄은닉·증거인멸·위증죄 등을 제외하고는 수사 도중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범죄 혐의점을 찾는 것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검찰의 직접수사와 관련해서도 관할 고검장의 역할을 강화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5급 이상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중요 기업 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 개시 전 고검장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형사부 검사의 직접수사 최소화 규정도 새롭게 들어갔다. 특수부 폐지 이후 형사부 소속 검사들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과 관련해서도 제동장치를 마련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돼 재청구하는 경우,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등 국민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규정이다. 다만 의무 사항은 아니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압수수색 물건, 장소를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로 특정하고, 압수수색 대상자, 변호인이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라는 규정도 들어갔다. 지난달 23일 조 전 장관은 자택 압수수색 때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개입’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검사가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감찰을 실시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의 사건 배당 시스템을 손보기로 하고 논의에 착수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법무부와 긴밀히 협의해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다음달 검찰총장 직속 기구로 ‘검찰 인권위원회’도 설치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개혁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12년 동안 모은 동전 35㎏으로 어머니 선물 산 소년의 사연

    12년 동안 모은 동전 35㎏으로 어머니 선물 산 소년의 사연

    어머니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깬 10대 소년과 그런 소년을 기특하게 여겨 물건값을 동전으로 받은 가게 주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도 유력일간지 인디언익스프레스는 13일(현지시간) 라자스탄 조드푸르에 사는 한 소년이 생일을 맞은 어머니에게 12년 동안 모은 돈으로 새 냉장고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람 싱(17)은 어려서부터 돼지저금통에 저금하는 것을 좋아했다. 돈이 생기면 무조건 저금했고, 저금통이 꽉 차면 지폐는 모두 꺼내 어머니에게 드린 뒤 동전만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 그렇게 12년을 모은 동전이 이번에 빛을 봤다.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싱이 12년 동안 모은 동전들로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샀다고 밝혔다. 싱의 어머니는 평소 낡은 냉장고를 바꾸고 싶어 했다. 그는 이런 어머니를 위해 저금통을 깼고 13500루피(약 22만 3830원)에 달하는 35㎏짜리 동전 자루를 들고 가전제품 매장을 방문했다.4시간을 세고도 다 세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동전이었지만, 가게 주인은 흔쾌히 싱의 동전을 받아주었고 심지어 모자란 금액을 깎아주기까지 했다. 냉장고를 판매한 하리키샨 캇리는 현지언론에 “냉장고 가격에서 2000루피(3만 3180원)가 모자랐지만 소년이 마음이 기특해 돈을 더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싱에게 사은품도 넉넉히 챙겨주었다. 뜻밖의 생일 선물을 받은 싱의 어머니는 뛸 듯이 기뻐하며 “신이 모든 부모에게 싱 같은 아들을 줬으면 좋겠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빈폴 브랜드 리뉴얼… ‘정구호 효과’ 통할까

    빈폴 브랜드 리뉴얼… ‘정구호 효과’ 통할까

    “글로벌 ‘헤리티지’ 브랜드로 재탄생” 레트로 감성 매장 콘셉트·디자인 접목“‘정구호 효과’는 빈폴에서도 통할까?”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대표 캐주얼 브랜드 ‘빈폴’이 탄생 30주년을 맞아 내년 봄·여름 시즌부터 로고와 디자인, 매장 콘셉트 등을 모두 바꾸는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다. 이를 위해 최근 스타 디자이너 정구호를 컨설팅 고문으로 영입한 빈폴이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새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 고문은 15일 인천 서구 일진전기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세대와의 단절을 해소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빈폴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리뉴얼을 기획했다”면서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바탕으로 빈폴을 ‘헤리티지’ 브랜드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제일모직이 1989년 첫선을 보인 빈폴은 한때 미국 브랜드 폴로랄프로렌과 함께 프리미엄 캐주얼을 대표하며 폭넓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브랜드 노후화로 고객층이 고착화되면서 변화가 필요했다. 이에 정 고문은 지난 3월 6년 만에 ‘친정’에 복귀해 빈폴 리뉴얼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구호’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시킨 그는 2003년부터 제일모직에서 여성복을 이끌다 2013년 퇴사했다. 2015~16년엔 휠라코리아에서 브랜드 리뉴얼을 책임지며 휠라의 부활을 이끌었다. 정 고문은 우선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레트로 감성을 매장 콘셉트와 디자인에 녹였다. 이날 공장에 전시된 리뉴얼 매장은 옛날 오디오와 기계 등 1960~7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들로 꾸며져 있었다. “브랜드가 더 오래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그는 “요즘 2030은 빈티지 매장에서 각 브랜드별 오래된 피케셔츠를 구입해 입을 정도로 레트로에 열광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글 로고도 선보였다. 정 고문은 “백화점 입점 브랜드 가운데 한글로 브랜드 간판을 단 매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헤리티지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한국의 정서, 문화, 자긍심 등을 세련되게 담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제품 가격을 다른 라인보다 10~20% 낮춰 2030을 겨냥한 스트리트 패션 라인 ‘890311’도 공개됐다. 빈폴은 리뉴얼된 상품을 바탕으로 2023년까지 북미와 유럽까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 이후 보름…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 이후 보름…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정부 합동 조사에 집주인 매물 ‘쏙’ 위축 ‘10·1 대책’ 직후 상승폭 둔화 숨고르기 둔촌주공·개포주공4 분상제 수혜 톡톡 “서울 신축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부족 집값 잠잠해도 상승세 판도 안 바뀌어”“둔촌주공은 지금이 거래 ‘피크’입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예외 단지인 데다 11월 15일 착공신고 예정이라 현행법상 그전까지 소유권이전 등기(조합원 입주권 권리양도 제한)를 끝내야 해 전용 84㎡를 배정받는 전용 52㎡ 매물이 이달 초 14억 7000만원에서 2주 만에 7000만원이나 올랐어요.(강동구 A공인중개업소) “분상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집값이 한동안 올랐다가 정부의 ‘부동산 합동단속’ 여파로 매물이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서울 신축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여전하고 매물은 적으니 집값이 쉽게 빠지기는 어려울 겁니다.”(마포구 B공인중개업소)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에 대해 분상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한 정부의 ‘10·1 부동산 대책’ 이후 보름이 됐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시작된 정부 합동 조사와 맞물려 혹시나 실거래와 관련한 대출, 세금까지 들여다볼까 우려한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심리도 위축된 모습이다. 하지만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금리 추가 인하 등으로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커 서울 집값은 앞으로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8월 23일 0.02%, 9월 20일 0.07%, 9월 27일 0.12%로 꾸준히 급등하다 정부의 10·1 발표 직후인 지난 4일 0.06%로 상승폭이 둔화했고 11일엔 0.06%로 상승폭을 유지하며 ‘숨 고르기 장세’에 들어갔다. 재건축이 0.08% 상승했지만 2주 연속 오름폭(0.43→0.13→0.08%)이 줄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집중 단속과 연말·연초라는 계절적 요인이 겹쳐 상승폭이 주춤할 수 있지만 바로 서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당장 미국과 한국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상제 수혜 단지도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당초 10월로 예고된 분상제 해당 단지에 올랐다가 정부의 ‘6개월 유예’로 분상제를 피해 간 강동구 둔촌주공이 대표적이다. 한 달 내 소유권 이전을 마쳐야 하는 ‘한시적 거래’에다 ‘분상제 수혜’까지 2박자가 맞아떨어져 전용 84㎡의 경우 이달 초 16억원에서 2주 사이 5000만원이나 뛰었다. 강남구 개포동 소재 ‘개포주공4단지’ 호가도 오르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등 재건축 초기 단계에 머무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상제가 본격 시행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집주인이 물건을 잘 내놓지 않아 거래는 되지 않고 호가만 국지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규제와 합동조사로 내리찍어 당장 ‘사고 보자’는 과열 양상이 조금 잠잠해지긴 했지만, 집값 상승이라는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쇼비즈·언론·네티즌… 누가 그녀를 막다른 길로 내몰았나

    쇼비즈·언론·네티즌… 누가 그녀를 막다른 길로 내몰았나

    11살 이른 데뷔, 쇼 비즈니스에 일찍 노출최근 성희롱 댓글과 선정성 보도로 고통예능 프로그램서 ‘악플 아이콘’으로 나와 “혐오 표현·가짜 뉴스 근본적 처벌법 필요”배우 겸 가수 설리(25·본명 최진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많은 팬들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던 연예인이었던 만큼 안타까움이 배가됐다. 청소년을 철저히 상품화해 대중 앞에 던져 놓는 연예계, 칼날처럼 마음속을 후벼 파는 ‘악플’,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리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이다. 15일 서울 모처에는 설리 가족과 지인을 위한 비공개 빈소가 차려졌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팬을 위한 별도의 조문 장소가 마련됐다.온라인에서도 애도 물결이 번졌다. 하지만 슬픔이 깊다고 설리의 아픔이 치유되는 건 아니다. 설리는 2005년 11살에 드라마로 데뷔한 이후 10~20대를 대중에게 ‘쇼’를 선보이는 연예계에서만 살았다. 아이돌그룹 에프엑스 멤버로 유명해졌지만, 악성 댓글과 루머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어린 연예인들은 또래보다 일찍 무한경쟁의 비즈니스 사회로 내던져진다. 데뷔를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의 눈에 들고자 노력하고, 정상에 올라도 감정을 눌러 삼킨 채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인기와 성공을 획득한 소수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뜨지 못한’ 다수는 실패자로 낙인찍혀 버려진다. 최근 들어 어린 연예인들의 정신건강을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소속사도 등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인격체가 아닌 ‘상품’으로만 가치가 매겨지는 게 연예계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악플’로 늘 고통받았던 설리는 최근 오히려 악플의 아이콘 이미지를 내세우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소비되기도 했다. 심리상담가 황상민씨는 “예술가적 특성이 있는 연예인은 그런 자질로 인기를 끄는 것과 동시에 특별함을 드러낼수록 대중의 통념에서 벗어나는 역설적 존재”라면서 “소속사가 스타를 물건으로만 보지 말고 이들의 마음을 관리해 줄 컨설턴트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저 없이 자기 목소리를 냈던 설리는 성희롱성 댓글과 선정적 보도로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 설리가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며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하자, 반페미니즘 네티즌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 자유분방한 생활 모습을 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늘 가십 뉴스의 소재가 됐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성수씨는 “설리의 행동과 음악을 보면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언론은 옷차림만 부각했고, 대중은 인신 공격과 가짜뉴스를 퍼 나르며 그를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죽음 이후에도 조롱과 비난을 담은 글을 설리의 SNS와 커뮤니티 등에 남기고 있다. 과거 설리와 공개적으로 사귀었던 가수 최자에게까지 악플이 번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악플 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악플에 대한 법 강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간 악플은 ‘표현의 자유’ 등과 맞물려 대책 없이 방치됐다. 김 평론가는 “잘못된 혐오 표현이나 무차별적 가짜뉴스를 단순히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하는 것을 넘어 차별·혐오를 근본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김정숙 여사, 장애인체전서 수화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김정숙 여사, 장애인체전서 수화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특히 김 여사는 미리 연습한 수어(手語)로 “틀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못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하는 것입니다”라고 인사해 감동을 자아냈다. 이어 격려사에서 김 여사는 “차이로 차별당하지 않는 무(無)장애 사회가 포용사회”라면서 “250만명의 장애인이 세상 속으로 나오는 길들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버스를 타고, 물건을 사고, 영화를 보는 일상에서 용기를 요구하는 사회는 부끄러운 사회”라면서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장애인의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2018년 평창패럴림픽의 열매로 정부는 ‘생활밀착형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한편, 장애인이 우선 이용권을 갖는 시설인 ‘반다비 체육센터’ 30곳도 선정됐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지 체육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장애인 체육활동은 도전과 극복으로 누릴 수 있는 감동의 드라마가 아니라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여사는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성취를 함께 기뻐하며, 서로의 존귀함에 박수를 보내며 연대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국민 여러분,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뜨거운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여사는 수어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격려사를 마쳤다.이에 개회식에 참석한 서울 25개 농아인 지부 소속 농아인 250여명은 ‘수어 박수’로 화답했다. 김 여사는 이날이 세계시각장애인 연합회가 시각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제정한 ‘흰 지팡이의 날’이라는 점을 고려해 골볼 종목에 출전한 이연승 선수를 개회식이 열리는 행사장으로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 익산에서 열린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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