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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 미안해”…마스크 삼키고 죽은 펭귄 브라질서 발견

    “인간이 미안해”…마스크 삼키고 죽은 펭귄 브라질서 발견

    브라질에서 마스크를 삼킨 채 죽은 펭귄이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브라질 해양환경보호단체 아르고나우타 연구소에 따르면 브라질 주케이 해변에서 현지시간으로 9일, 마젤란 펭귄의 사체가 발견됐다. 부검 결과 펭귄은 먹이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더욱 큰 충격은 죽은 펭귄의 뱃속에서 발견된 검은색 마스크였다.연구소 측은 사람들이 해변에 놀러 나왔다가 버린 마스크를 마젤란 펭귄이 주워 먹었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측했다. 아 펭귄이 죽은 채 발견된 날로부터 이틀 전인 7일은 브라질의 독립기념일로, 많은 사람이 해변으로 몰려와 휴일을 즐겼다. 연구소 관계자는 “펭귄은 오랫동안 먹지 못한 듯 바짝 말라 있었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았다. 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해 삼킨 뒤 결국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된 뒤 이제는 인간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된 마스크가 야생동물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물건’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영국에서는 지난 7월 마스크에 발이 묶였던 갈매기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일회용 마스크의 귀걸이 부분이 갈매기의 양발에 칭칭 감긴 상태였다. 영국 동물보호단체 RSPCA 측은 “당시 갈매기는 마스크에 묶여 있던 발 부위가 부어오른 상태였으며, 일주일 여의 치료 끝에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한편 마젤란 펭귄은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이동하던 무리 중 뒤쳐져 길을 잃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이 악화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의 생물학자 베아트리체 바르보사는 ”곧 여름시즌이 되면 바다를 찾는 피서객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마구 버린 마스크가 수북하게 쌓일 것“이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수소트럭에 이어 ‘수소지게차’까지 나왔다

    수소트럭에 이어 ‘수소지게차’까지 나왔다

    내년 실증사업 거쳐 2023년 상용화 현대모비스가 수소로 움직이는 지게차 개발에 성공했다. 실내에서 작은 물건을 나르는 소형 지게차가 아닌 대형 화물을 옮기는 수소지게차가 개발된 건 처음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 현대건설기계와 손잡고 수소에너지로 움직이는 지게차 시제품 개발에 성공, 2023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내년부터 울산 수소규제자유특구에서 실증 사업을 위한 첫 운행을 시작한다. 세 회사가 지난 2월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건설기계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수소지게차는 최대 5t의 화물을 들어올릴 수 있는 중대형 지게차로 수소연료 완전 충전 시 5시간 연속 운행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했고, 현대모비스는 수소연료로 전기를 생성하는 발전기인 ‘연료전지 파워팩’을 독자개발했다. 파워팩은 연료전지 뭉치와 고전압배터리, 수소탱크, 냉각장치 등을 일체화한 시스템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는 수소지게차 전용 차체를 설계·제작했다. 향후 성능과 품질 검증 등 종합 평가도 현대건설기계가 맡는다. 현대모비스는 연내로 시연회를 열고 수소지게차를 최초로 공개한다. 실증 사업을 거친 뒤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한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기득권과 싸운 괴짜, 스위스인 삶 바꾸다

    기득권과 싸운 괴짜, 스위스인 삶 바꾸다

    협동조합 ‘미그로’ 창시자 고틀리프 두트바일러 평전 지역에 기반둔 생산과 소비로 저렴한 값에 물건 판매 대기업과 기득권 횡포 이기고 스위스 최고 기업 성장 15년간 일군 회사 10만명에게 나누고 협동조합 전환“저는 자식이 없지만, 수십만명의 자식이 있습니다” 진보·보수 이분법 논리 넘은 사회적 경제 고찰 계기로 1925년 8월 25일, 포드사의 낡은 T-모델 트럭 5대가 커피, 면류, 설탕 등을 싣고 스위스 취리히 거리에 나왔다. 일반 가게에서 파는 제품보다 30% 정도 싸지만, 품질은 좋았다. 트럭이 지나갈 길에는 공격적인 문구의 전단이 전날 배포된 터였다. “신선한 제품을 누구보다 싸게 팔 테니 다른 소매상 가격과 비교해 보라. 주부들이 나와서 제품을 사지 않으면 우리는 이 판매 방식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승승장구하는 스위스 최대 협동조합 ‘미그로’의 첫 출발이었다. 예상대로 하루 만에 모든 제품이 동났고, 미그로라는 이름을 주부들에게 똑똑히 각인시켰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그로 창립자 고틀리프 두트바일러는 스위스 국민이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존경하는 인물이다. 국내에 처음 나온 그의 평전은 미그로의 출발을 비롯해 그가 기득권의 횡포에 어떻게 맞섰는지를 생생하게 담았다. 두트바일러는 젊은 시절 여러 일을 하다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브라질로 건너가 커피를 재배했다. 스위스로 왔을 때 소매상 커피 가격에 충격을 받는다. 브라질 농부가 5년 동안 열심히 일해 생산한 커피 원가의 3배로 팔리고 있어서다. 그는 식료품을 가득 실은 대형버스가 미국 서부 곳곳을 돌아다닌다는 사례에서 착안해 트럭에 제품을 싣고 물건을 싼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기존 상인들이 반발한 건 당연했다. 트럭을 따라다니며 야유와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길에 못을 깔아 타이어를 구멍 내기도 했다. 경찰은 벌금과 과태료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세력이 커지자 대기업도 방해공작에 나섰다. 그러나 두트바일러는 헹켈이나 유니레버, 네슬레 같은 대기업 제품을 조롱하는 이름과 포장으로 유사 제품을 내고, 신문 광고 지면을 사 대기업이 과한 이득을 챙긴다고 알리는 식으로 맞섰다. 소송에 일부러 걸려 언론에 오르내리는 노이즈마케팅을 펼치고, 벌금이 나오면 소비자들에게 소액 모금으로 미그로를 도와 달라고 호소하며 아군을 늘렸다. 기득권이 언론에 수를 쓰자 비행기를 이용해 광고문을 도심 한복판에 뿌리기도 했다. 그저 괴짜 사업가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그의 행동은 모두 철저한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미그로는 지역에 기반을 둔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고, 소비자 중심 가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술과 담배를 팔지 않으며, 여전히 사업 매출의 1%를 문화 사업에 기부한다. 그는 물건을 파는 일만으론 사회를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해 정치에도 뛰어든다. ‘무소속 란데스링(LdU)’이라는 정당을 세워 활동하며, 주 44시간 노동을 법률화하고자 애썼다. 특히 그가 15년 동안 피땀으로 일군 미그로를 사회에 환원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히틀러를 가장 강하게 비판한 인물이었던 그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한 사람의 재산을 쉽게 빼앗을 수 있지만, 모두에게 재산을 나눠 주면 쉽게 뺏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미그로는 1941년 1월 10만명의 조합원에게 주식을 나눠 주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그는 미그로 조합원을 가리켜 “저는 자식이 없지만, 수십만명의 자식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거인의 생애로 돌아본 협동조합 탄생과 발전은 사회적 경제를 두고 진보냐 보수냐 이분법 정치 논리로 싸워대는 한국 정치꾼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오래전 출간한 책이지만, 이제야 한국에 소개되는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전세는 저세상’ 서울 올해 처음 월세 물량이 전세보다 많아

    ‘전세는 저세상’ 서울 올해 처음 월세 물량이 전세보다 많아

    8월 전세 계약 비율 연중 최저치 기록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전세 실종과 함께 월세 전환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전세 계약 비중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9월에도 월세 물건이 전세보다 많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9357건을 기록해, 7월 1만4834건보다 5477건 줄었다. 전세 매물은 4078건 감소해 75%나 감소했으며, 8월 전세 거래 비중도 7월(72.6%)보다 1%포인트 줄어든 71.6%를 기록했다. 강남3구의 전세 비중은 서울 전체를 크게 밑돌았다. 강남구와 서초·송파구의 8월 전·월세 거래량은 2051건이며, 이 가운데 전세 계약은 1297건(63.2%)이다. 거래 비중으로 보면 7월(71.2%)보다 8%포인트 감소했고, 지난해 12월(62.8%) 이후 최저치다. 강남3구 가운데 송파구는 전세 거래 비중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8월 송파구 전세 거래 비중은 50.3%로 7월(73.3%)보다 23%p 감소했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는 전세 거래 비중이 각각 4.4%p, 2.9%p 증가해 송파구 전세절벽이 강남3구 전체 전세 거래 감소를 주도했다. 실제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의 전세 물량은 씨가 마른 상태로 ‘전세는 저세상’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송파구 대규모 2만2천 가구중 전세는 125건뿐 6864가구 규모의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현재 전세가 49건에 불과하다. 잠실동 ‘리센츠’(5563가구) 역시 전세 물건은 28건뿐이다. 9510가구 규모의 가락동 ‘헬리오시티’도 전세 물량은 고작 48건이다. 송파구 대규모 3단지를 합하면 모두 2만2000여가구인데 총 전세 물건은 125건뿐이다. 이처럼 전세가 귀하다보니 전세 매물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임대인으로부터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임차인에게서만 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 중에서는 마포·성동·광진·구로구가 전세 거래 비중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구로구가 7월 74.9%에서 8월 68.8%로 줄었고, 광진구 역시 7월보다 5%p 가까이 감소한 69%로 나타났다. 마포구와 성동구도 같은 기간 각각 3.5%p, 6.5%p 줄어든 67.8%, 67.9%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23일 기준 강남3구의 전세 매물은 3534건으로 지난 1일(5134건)보다 약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물건은 4573건에서 3507건으로 24% 줄어드는 데 그쳤다. 범위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도 전세 매물 감소량은 38%로 월세(28%)보다 가팔랐다. 반면 올들어 처음 서울 월세 물량이 전세를 초월했다. 지난 18일부터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보다 많은 현상이 나타났으며 23일 기준 서울 월세 물량은 9164건으로 전세 8892건보다 많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도곡 타워팰리스 4억 올라 14억

    도곡 타워팰리스 4억 올라 14억

    7월 31일 시행 새 임대차보호법 영향전세 7708건 중 최고가 거래 22% 차지당산센트럴아이파크 33건 중 18건 경신서울 아파트 9월 전세 거래량 ‘반 토막’“하반기 더 불안… 시장 규제로 서민 고통” 최근 한 달 새 서울에서 전세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22%가 전세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가격이 치솟은 까닭이다.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서 전세 대란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서울신문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의 실시간 거래 완료 매물을 분석한 결과 8월 12일부터 9월 11일까지 한 달간 서울의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총 7708건이었으며, 이 중 직전 전셋값을 넘어선 최고가 거래는 22.1%인 1705건을 차지했다. 아실은 현장 공인중개사들이 올린 온라인 매물 중 ‘거래 완료’ 전세 물건 중에서 같은 아파트의 동일 면적 기준으로 기존에 거래된 국토교통부 전세 실거래보다 가격이 높으면 ‘최고가 경신 전세 거래’로 분류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최고가 경신이 22%가 넘는다는 것은 전세 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하반기에 전셋값 급등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빨리 진정시키지 않으면 서민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고가를 경신한 전세 계약이 가장 많았던 단지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5가 당산센트럴아이파크였다. 같은 기간 전세계약이 33건 있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18건이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용 46㎡가 지난 5월 5억원에서 8월 5억 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마저도 매물 자체가 없다. 2위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 래미안파크스위트로, 한 달간 전세 거래 총 24건 중 최고가 경신이 16건에 달했다. 강남에서도 전세 최고가 경신 아파트 단지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84㎡ 전세는 이달 14억 7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가(10억 5000만원) 대비 4억원 이상 올랐다. 역삼 아이파크도 1년 새 전세 2억 5000만원이 올랐다. 전셋값 신고가가 속출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얼어붙은 분위기와도 연결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2964건으로, 전달(6700)의 2분의1로 급감했다. 매물이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내년 사전 청약 전까지 공급도 잠겨 있어 가을 이사철을 맞는 전세 시장은 하반기에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 시장 규제가 결국 임대 공급 감소, 주거비 인상 등으로 나타나 서민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소비자 불편”vs“대형마트 꼼수”… 올 추석도 ‘문 닫는 일요일’ 논란

    “소비자 불편”vs“대형마트 꼼수”… 올 추석도 ‘문 닫는 일요일’ 논란

    명절마다 불거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논란이 이번 추석에도 재연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대형마트 상당수가 추석 직전 일요일인 오는 27일 의무휴업으로 영업하지 않는다. 대형마트 85~90%는 둘째·넷째 일요일이 의무휴업일이다. 앞서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24일 대형마트의 의견을 수렴해 170여개 지방자치단체에 의무휴업일 요일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극히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절 직전인 주말에 제수용품이나 선물세트를 사려는 발길이 몰리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로서는 실적을 회복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지자체의 거부로 무산됐다. 서울에서는 강동구가 10월 첫 의무휴업일인 11일 대신 추석 명절 당일인 10월 1일을 의무휴업일로 변경해 줬다. 이에 따라 이마트 천호점과 명일점, 홈플러스 강동점 등 3개 대형마트와 11개 준대규모점포점(SSM)들이 11일 대신 1일 쉰다. 경남 창원·김해·양산시는 고시 공고를 통해 11일 휴무를 추석 당일인 1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알렸다. 전남 나주와 무안은 추석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27일 영업하는 대신 10월 1일 쉬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변경 요청은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더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대상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되면서 영업에 어려움이 컸던 상황에서 최근 청탁금지법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상향 조정되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오랜만에 선물세트 판매에 호재를 맞았는데 의무휴업일이 걸려 흐름이 끊기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의무휴업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평소 토요일만 돼도 대형마트 휴업일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오는 걸 보면 소비자들의 혼란이 아직도 크다. 명절 땐 직접 물건을 보고 사려는 수요도 많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의무휴업일을 명절 당일로 변경하는 데 대해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노동자들은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고 휴식권을 뺏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경남본부는 의무휴업일을 변경한 창원·김해·양산시청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영업 수지가 맞지 않는 명절을 휴무로 하고 의무휴업일 하루를 정상 영업하려는 대형마트의 꼼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유통 대기업과 중소상인의 대결 구도가 이제 이커머스로의 무한 경쟁으로 재편된 만큼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진 의무휴업일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소매업의 쇠퇴, 소비자 편의와 일자리 문제 등을 감안한다면 대형마트만 옥죄기보다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주중으로 옮기는 등 유연하게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44층서 불이야” 엄마의 현명한 선택, 두 생명 구했다(종합)

    “44층서 불이야” 엄마의 현명한 선택, 두 생명 구했다(종합)

    아기 엄마의 현명한 선택이 생명을 구했다. 23일 오후 2시 20분쯤 전남 광양시 중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아파트 44층 입구 공용 공간에서 난 불은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당시 집 안에 있던 6개월 된 아기와 여성(33) 등 2명은 베란다에 설치된 경량칸막이를 뚫고 옆 세대로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사고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1명이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광양소방서 관계자는 “경량칸막이의 존재를 알고 자력으로 뚫고 대피해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경량칸막이 주변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파트 경량칸막이는 긴급 피난처” 아파트 경량칸막이는 화재 등 긴급상황 시 대피 통로로 활용된다. 경량칸막이는 지난 1992년 주택법 개정으로 3층 이상의 아파트 베란다에 세대 간 경계벽을 파괴하기 쉽도록 설치가 의무화됐다. 2005년 이후에는 세대마다 대피공간을 두도록 해 1992년 이후에 지어진 3층 이상의 아파트에는 경량칸막이나 대피공간이 설치돼 있다. 경량칸막이는 9㎜의 얇은 석고보드로 만들어져 있어 화재 등 발생 시 여성과 아이들도 쉽게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치돼 있다. 경량칸막이는 출입구나 계단으로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옆 세대로 피난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으나 인식 부족으로 붙박이장이나 세탁기 등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유사시 피난에 장애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코로나발 초저금리에 미 기존주택판매 14년만에 최고치

    코로나발 초저금리에 미 기존주택판매 14년만에 최고치

    8월 기존주택거래 600만채, 7월보다 2.4%↑단독주택 중위가격 전년동월대비 11.7%↑미 경제 상승세 평가 확산에 신중론도 나와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로 사실상의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달 기존주택판매가 2006년 1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2일(현지시간) 지난달 기존주택판매 규모가 600만채로 지난 7월보다 2.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에 기록했던 사상 최대 상승률(24.7%)은 둔화됐지만 6월부터 시작된 증가세가 3개월 연속 이어졌다. 단독주택의 중위가격은 31만 5000달러(약 3억 6700만원)으로 지난해 8월에 비해 11.7% 올랐다. 단독주택의 중위가격은 지난달 처음으로 30만 달러를 돌파했다. ABC방송은 오히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부동산 시장에 나온 주택은 149만건으로 지난해 8월보다 18.6% 줄었다. 또 지난해 8월 물건이 시장에 노출된 평균 기간은 31일이었지만 지난달에는 22일로 감소했다. 그만큼 빨리 팔렸다는 의미다. 이날 미국 경제정책의 양대 수장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나와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보인다는 판단을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이) 가장 빠른 회복세의 한 가운데에 있다”며 “3분기에는 소매 판매, 주택 판매, 제조업 성장, 기업활동 증가에 힘입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경기회복세에 공감하면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필요하다면 더 많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한 뒤, 여전히 고용 및 전반적 경제활동이 코로나19 이전에는 못미친다고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직장 내 괴롭힘 심각성 알려야”…김홍영 검사 유족 측 수사 촉구

    “직장 내 괴롭힘 심각성 알려야”…김홍영 검사 유족 측 수사 촉구

    상관의 상습적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홍영 검사의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안건 회부를 거듭 촉구했다. 유족 측 대리인단은 이 같은 의견서를 23일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24일 열리는 부의심의위는 이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안건으로 올릴지 심사한다. 수사심의위는 사회적 이목이 쏠린 주요 사건들에 대해 각계 전문가 및 시민들이 검찰의 수사 계속 여부 등을 판단하는 제도로 권고적 효력만 가지고 있다. 대리인단은 의견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라며 “이 사안은 검찰 조직 내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인 만큼 수사심의위가 살펴보는 것으로도 경종을 울려 인권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수사심의위 회부가 검찰의 상명하복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리인단은 강조했다. 대리인단은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이 강한 (검찰) 조직 문화의 특성상 그 피해는 일반 사회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보다 심각하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검찰)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피의자 처벌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의견서에는 김 검사의 부친이 보낸 문자메시지도 첨부됐다. 메시지에는 “지난해 11월에 고발된 사건이고, 검찰의 감찰보고서 등 조사자료가 충분한데도 이렇게 장기간 미적거리는 이유가 뭔지 이해가 가지 않고 의심스럽다”는 유감이 담겨있다.김 검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2016년 5월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들 심정이 이렇겠지’ 등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서른셋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후 대검 진상조사에서 김 검사의 상관이었던 김대현(사법연수원 27기) 전 부장검사가 2년 동안 김 전 검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는 그해 8월 김 전 부장검사를 해임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대한변협은 김 전 부장검사가 형사처벌 없이 해임돼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없어 그를 강요와 폭행, 모욕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맡고 있다. 김 검사의 연수원 동기로 이뤄진 변호인단과 유족 측은 수사가 고발인 조사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1500년 전 여성 6명과 함께 묻힌 독일 귀족 남성 묘터 발견

    1500년 전 여성 6명과 함께 묻힌 독일 귀족 남성 묘터 발견

    독일의 중부 지방에서 약 1500년 전 게르만 민족 대이동 당시 생존했던 한 고위 귀족의 묘터가 발견됐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 유적은 작센안할트주(州) 브뤼켄-학퓌펠 인근 지역에서 양계장을 짓기 위해 건축업자들이 땅을 개간할 당시 우연히 발견된 뒤 발굴 작업이 진행됐다.관련 전문가들은 이 유적이 지난 40년 독일 고고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하면서도 지금까지 도굴을 막기 위해 발굴 장소의 정확한 위치는 비밀로 해왔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진은 이 묘터 안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귀족 남성의 유골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중앙 분묘에 있는 가로·세로 약 3.9m의 가마솥 형태 청동관 속에 안치돼 있으리라 추정한다. 그런데 분구묘 형태의 중심에 있는 이 관 주위에는 시계 바늘처럼 방사상으로 정렬된 상태로 여성 6명이 묻힌 분묘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 여성은 귀족 남성의 첩들이거나 본처일 가능성이 있지만, 장례를 치르기 위해 살해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희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이들 연구자는 설명했다. 따라서 이 기묘한 묘지 배치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측이 무성하지만, 연구자들은 의례적인 순장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이 묘터에서는 또 소와 말 그리고 개 등 동물 11마리의 뼈도 함께 나왔는데 이들 동물은 다시 매장된 것이다. 게다가 이 묘터 너머로는 40~60개의 다른 묘지들이 있는데 이들 분묘는 귀족을 기리기 위해 나중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묘지에 관한 역사를 알아내기 위해 관련 연구자들은 청동관을 땅속에서 들어올려 실험실로 옮긴 뒤 자세히 조사할 예정이다. 발굴 작업에 참여한 할레 주립선사박물관의 고고학자 주자네 프리데리히 연구원은 “이런 독특한 무덤터의 발견은 고위 귀족이 이곳에 묻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초기 조사에서는 이 유적이 기원후 480~53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게르만족 대이동이 일어나던 기간이었다.같은 박물관의 고고학자 아르놀트 뮬 박사는 “이 묘지에서는 무엇보다 480년쯤 동로마 제국 제노 황제의 금화뿐만 아니라 장식이 있는 유리그릇, 유리로 된 가락바퀴(실을 만들 때 쓰는 도구), 예복에 쓰인 은도금 핀 여러 개, 쇠로 된 검 한 자루 그리고 방패 중앙 돌기가 나왔다”면서 “유리로 된 물건은 당시 라인강을 따라 있던 갈로-로만시대 대장간들에서 나온 것으로 오직 그 대장장이들만이 유리 세공 기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발견물로는 물에 뜨는 심지등과 예복 핀을 보관하던 곡선 모양의 홈으로 장식된 깨끗하고 뾰족한 유리 비커도 있다”고 덧붙였다.당시 예복의 섬유 조각들이 엉켜붙어 있는 핀들은 그 생김새가 게르만족 중에서도 랑고바르드족이나 알레마니족 또는 튀링겐족 중 한 부족이 쓰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공동묘지는 독특한 위치 덕분에 의도하지 않게 깨끗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 매장지는 자연적으로 움푹 들어간 곳이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위로 1.2m 정도의 침전물이 쌓인 것이다. 이 때문에 경작은 물론 보물찾기나 도굴꾼들의 시야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들 묘지에 있는 유골들과 유물들을 분석함으로써 게르만족 대이동 당시 사람들의 생활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취약계층 청소년 돕는 비대면 봉사활동 시범사업 추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취약계층 청소년 돕는 비대면 봉사활동 시범사업 추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사장 이광호)은 취약계층 청소년의 학습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되는 비대면 봉사활동 시범사업을 8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운영한다. 비대면 봉사활동 시범사업은 ▲시각 장애 청소년을 위한 영어 음성 책자 제작 및 점자 책자 제작 지원 ▲청각 장애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교육 및 홍보 영상물 제작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화상시스템을 활용한 온라인 돌봄 활동 등 총 3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시각 장애 청소년을 위한 영어 음성 및 점자 책자 제작 지원 활동은 국립서울맹학교와 협력해 14명의 중·고등학생 봉사자가 9월 말까지 총56권의 영어 음성 및 점자 책자 제작을 진행한다. 청각 장애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교육 영상 및 홍보 영상 제작 활동은 12명의 청소년이 오는 11월까지 참여해 국립서울농학교 수업에 필요한 교육 영상 제작과 홍보 영상물을 제작하는 봉사활동이다.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화상시스템을 활용한 온라인 돌봄 활동은 10월부터 11월까지 대학생 봉사자와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에서 모집한 다문화 초등학생을 연계해 학습 및 고민·진로 상담 등을 진행하는 활동이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의 메이커 활동을 도와 지역사회에 필요한 물건을 제작함으로써 사회 참여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메이커 활동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개발한 활동으로 목재를 이용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물건을 제작, 기부하는 일련의 사회 참여 활동이다. 아울러 매 회 지도자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고자 한다. 시각 장애 청소년을 위한 비대면 봉사활동에 참여한 성심여자고등학교 유선아 학생(17)은 “이번 점자책 제작을 통해 시각 장애인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며 “영어 번역과 음성 책자 제작을 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진흥원은 다양한 협력 기관과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해 전문성 및 효과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며, 활동이 종료되는 12월에는 비대면 봉사활동 운영 사례와 성과를 담은 자료집을 제작 및 배포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비대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이광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은 “취약계층 청소년의 학습적 어려움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청소년 봉사자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한 나눔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의 참여 방식의 하나로 비대면 봉사활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화웨이 죽이기’ 맞서… 中, 美시스코부터 손본다

    중국이 미국 기업 제재를 위한 ‘블랙리스트’를 준비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웨이 죽이기’에 맞서 미 정보기술(IT) 업체 시스코에 대해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매각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던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의 미국 사업도 미중 기업 간 줄다리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가 준비하는 블랙리스트에 시스코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시스코는 미국의 통신장비 업체로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와 경쟁한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중국에서 물건을 사거나 팔 수 없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며 화웨이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자 중국도 시스코를 상대로 ‘맞불’을 놨다. 최근 중국에서는 시스코와 장기간 거래한 중국 통신 업체들이 돌연 계약을 끊는 등 비공식적 보복에 착수했다. 중국 당국이 기업들에 “위약금을 물더라도 미국 기업과의 계약을 파기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상무부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반독점기구) 등에 블랙리스트 후보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후춘화 부총리가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취합해 검토 중이다. 다만 미중 무역합의에서 중국 측 대표를 맡은 류허 부총리는 “지금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면 미국의 보복을 부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 협상도 안갯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틱톡에서 분사하는 ‘틱톡글로벌’은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된다”며 “중국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라클이 완전한 지배력을 갖지 못하면 그 합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매수자인 오라클·월마트가 틱톡글로벌 지분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자 미국 기업인 오라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바이트댄스는 “틱톡글로벌 지분 80%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 자본이 바이트댄스 지분 40%를 갖고 있어 바이트댄스가 틱톡글로벌 지분 80%를 인수해도 과반 지분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오라클은 “틱톡글로벌 신설 뒤 미국인이 50% 이상 지분을 가져갈 것”이라고 바이트댄스의 주장을 일축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바둑 세계 정상 신진서, 박정환 보물섬 남해에서 맞대결

    바둑 세계 정상 신진서, 박정환 보물섬 남해에서 맞대결

    바둑 세계 1위 신진서 9단과 세계 3위 박정환 9단이 사계절 휴양섬 경남 남해에서 7차례 대국을 벌인다. 남해군은 오는 10월 19일 부터 12월 2일까지 3달간에 걸쳐 남해 주요 관광명소 7곳에서 신진서 대 박정환 슈퍼매치 바둑대회가 열린다고 22일 밝혔다.신진서 9단은 ‘알파고’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서운 기세로 세계 정상에 올라 ‘신공지능’으로 불린다. 박정환 9단도 ‘무결점 바둑’으로 세계 바둑을 호령하고 있다. 신진서 9단은 지난해 까지 박정환 9단에게 9연패를 당하는 등 고전하다 올들어 7승 1패로 앞서면서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통산 전적은 박정환 9단이 신진서 9단에게 16승 11패로 앞서있다. 10월 19일 제1국을 시작으로, 10월 21일 2국, 22일 3국, 11월 14일 4국, 11월 16일 5국, 12월 1일 6국, 12월 2일 마지막 7국이 이어진다. 남해군은 세계 최정상 바둑 맞수가 펼칠 불꽃튀는 대결을 통해 남해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홍보하고 동시에 바둑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군은 신진서 9단의 부친 신상용씨 고향이 남해군 고현면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신진서 홍보 마케팅’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남해군은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기원 등과 남해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대표 관광지를 대국 장소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7번의 대국 가운데 세 번은 야외에서 한다. 대국 장소는 설리스카이워크, 상주은모래비치(실외), 노도문학의 섬, 독일마을(실외), 유배문학관, 이순신 순국공원, 물건방조 어부림(실외) 등이다. 대회 예산은 모두 2억 9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대국료는 1억 4000만원이다. 한번 대국 마다 승자에게는 상금 1500만원, 패자에게는 대국료 5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남해군은 TV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대국을 중계해 세계 바둑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대규모 관중 집결’ 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국내외 주요 언론사는 물론 중국 CCTV도 취재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다. 중국 CCTV는 바둑 중계 뿐 아니라 남해의 자연 경관도 함께 취재할 예정이어서 코로나19 이후에 중국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대회 외에도 프로기사 2명과 남해군민 바둑 애호가 10명의 다면기를 비롯해 장충남 군수와 남해군의회 의원이 각각 신진서 9단, 박정환 9단과 수담을 나누는 특별대국도 진행된다. 남해군은 최고의 보증 흥행수표라 불러도 무방한 ‘신진서 대 박정환’의 대결이 국내외 바둑팬들을 TV와 인터넷 방송 앞으로 불러모아 남해군 홍보 효과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바둑 TV를 통해 방영된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의 대국은 케이블 방송으로는 높은 수준인 순간 최고 시청률 0.618%을 기록했다. 뉴스전문채널의 간판프로그램 시청률은 2%대다. 남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독감백신 상온노출’ 업체 “첫 조달, 배송 경험 부족”…정은경 “앞으로 2주”(종합)

    ‘독감백신 상온노출’ 업체 “첫 조달, 배송 경험 부족”…정은경 “앞으로 2주”(종합)

    식약처, 제품 수거·안전성 확인 후 사용허가안전성 문제시 코로나19 방역 대응도 영향정은경 “송구, 품질검증 2주 소요…의료기관 확보 물량 먼저 재개 검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물량을 노출돼 무료 접종 일정이 중단되는 혼란을 일으킨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냉동차에서 냉장차로 백신을 옮겨 싣는 배분 작업을 야외에서 진행하면서 차 문을 열어두거나 백신 제품을 판자 위에 일정 시간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은 일정한 냉장 온도에서 배송·보관되지 않으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상온 노출 물량 1259만 도즈500만 도즈, 이미 의료기관 배송 백신 업계에서는 올해 조달 입찰이 지연되면서 이 업체가 냉장유통(콜드체인) 준비를 충분히 못한 상태로 계약을 체결한 데다 백신 배송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상온 노출 문제가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보건당국과 백신 제조사 등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백신 조달 업체로 선정됐다. 그간 백신을 조달했던 업체들이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바람에 제조사로부터 백신 공급 확약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고, 제조사 대부분으로부터 확약을 받은 신성약품이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계약을 따냈다. 현재 상온 노출로 문제가 된 물량은 신성약품이 조달한 총 1259만 도즈(1회 접종분)다. 이 중 500만 도즈는 이미 의료기관에 배송된 상태다.질병관리청 상온 노출 신고에 긴급 국가접종사업 일시 중단 질병관리청은 이 업체가 제조사로부터 백신을 받아 보건소와 병원에 배송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량을 상온에 노출했다는 신고를 받고 국가접종사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 업체는 고용한 일부 배송 기사들이 온도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창고가 아닌 일반 공터 등에 모여 백신을 분배하면서 냉장차의 문을 한참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은 과거 백신을 다룬 경험이 있었던 몇몇 배송 기사의 지적으로 처음 외부에 알려졌고, 질병관리청은 전날 오후에 관련 신고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백신이 배송 과정에서 일정 시간 상온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배송 규정에도 냉장차에서 물건을 꺼내 내용물과 물량을 확인한 후 다시 냉동차에 넣게 돼 있는데, 이 작업은 신속히 이뤄져야 하고 방치 상태로 상온에 오래 남아있으면 안 된다. 업계에서는 신성약품이 제품의 냉장 온도를 부실하게 관리한 것은 큰 과실이라고 보면서도, 올해 조달 입찰이 여러 번 유찰되면서 사업이 신속히 진행되지 않아 배송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성약품이 공급한 백신을 수거해 안정성·안전성을 확인하고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정은경 “해당 업체 직접 보고 아닌 다른 경로로 신고 들어와 확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독감 백신 접종 중단 관련 브리핑에서 “조달 계약업체(신성약품)의 유통 과정에서 백신 냉장 온도 유지 등의 부적절 사례가 어제 오후에 신고됐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냉장차가 (백신 물량을) 지역별로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노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노출 시간, 문제 여부 등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달 계약을 맺은) 해당 업체가 직접 보고한 것은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신고가 들어와 확인됐다”면서 “어느 정도 물량이 문제가 된 것인지 등은 객관적인 서류,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청장은 “약사법 47조에 따르면 품질 관리와 관련된 (유통 관련) 사항을 위반했을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면서 정확한 조사 후에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백신, 상온 노출시 단백질 함량 영향”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게 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면서 “제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면 효능을 나타내는 단백질 함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단백질 함량만의 문제일지는 확인이 필요해 광범위한 검사로 제품 전반의 품질을 확인할 예정”이라면서 “관련법에 따라 의약품 도매업체는 의약품에 허가된 온도를 유지하도록 보관·운송해야 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정은경 “중단 송구, 품질 검증 2주 수요” “62세 이상 고령층 일정대로 진행 관리” 정부는 일단 문제가 된 백신 물량에 대해 유통과정 전반과 품질 이상 여부 등을 검사할 계획이다. 정 청장은 무료 접종 일정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중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확인한 뒤에 접종을 재개하는게 안전하다고 판단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정 청장은 “제조상의 중요한 흠결 문제는 아니지만 냉장 상태로 의료기관까지 공급돼야 하는 공급망 안에서 일부 (물량이) 온도 유지가 안 된 사례가 의심된 부분이기에 안전성 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의 품질을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데는 약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어느 정도 검사, 검토가 진행되면 (2주 정도) 전이라도 판단하겠다. 최대한 62세 이상 고령층 대상 접종 일정은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끔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날 경우 올해 독감 접종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독감 동시 유행 차단에 주력해오던 정부의 방역 대응도 일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정부 코로나19·독감 ‘트윈데믹’ 방지 위해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 1900만 대폭 확대 정부는 올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를 인구 전체의 37% 수준인 1900만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했다. 정 청장은 “백신 물량 폐기는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지 판단한 뒤에 결정될 사안”이라면서 “공급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점검해서 의료기관이 자체 확보한 물량은 먼저 접종을 재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감 무료백신 접종은 일시 중단됐지만 유료 접종은 계속 진행된다고 질병청은 밝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호구 1명 7000만원 뜯었다” 출장마사지 진실

    “호구 1명 7000만원 뜯었다” 출장마사지 진실

    18개월 동안 ‘출장마사지’ 피싱 사이트 운영조직원 32명 검거…310명에게 43억원 뜯어내“절차 잘못됐다” 핑계대며 추가 입금 요구도중국에서 기업처럼 활동…간부는 ‘조직폭력배’“어제 호구 1명 잡아서 7000(만원) 뜯었어요.” 중국에서 활동하며 기업처럼 조직을 운영한 ‘출장마사지’ 피싱 조직원들이 선입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채다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 위반 혐의로 32명을 검거해 이 중 간부급 A(40)씨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출장마사지 피싱 사이트를 운영하며 무려 310명으로부터 약 43억원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출장마사지 피싱 사이트 35개를 운영하며 선입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는 수법을 썼다. 우선 피해자가 사이트를 보고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면 먼저 10만원의 예약금을 받았다. 이후 마사지사의 안전 보장을 명목으로 보증금을 추가로 뜯어냈다. ●선입금 명목으로 돈 받아 챙기고 연락 끊어 피해자에게 “입금자 이름이 틀렸다”, “절차가 잘못됐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추가로 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 성매수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나는 상담사라서 모른다”, “매니저가 통화중인데 연결시켜 주겠다” 등의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끄는 치밀함도 보였다. 심지어 “지금까지 입금한 순서대로 다시 입금해라”고 요구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이들 조직은 절차별로 요구할 금액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도 활용했다. 피해자들은 환불해 주겠다는 범인의 말에 속거나, 이미 입금한 돈이 아까워 요구하는 돈을 계속 입금했다. 술에 취해 홀린 듯 돈을 입금한 피해자도 다수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 피해자는 무려 150여회에 걸쳐 9500만원을 입금하기도 했다. 조직은 ‘광고팀’과 ‘실행팀’, ‘자금관리팀’ 등으로 인력을 구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광고팀은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받고 검색 사이트에 유료 키워드 광고를 등록해 출장 마사지 피싱 사이트가 검색 결과 위쪽에 노출되게 했다. 피해자가 마사지를 받겠다고 접근하면 3개 그룹 10여개 팀으로 나뉜 실행팀이 움직였다. 실행팀이 가로챈 돈은 자금관리팀이 대포 계좌와 중국 환전상을 통해 세탁했다. ●광고팀·실행팀·자금관리팀…‘매뉴얼’도 사용 조직을 운영한 A씨 등 간부들은 기존에 활동하던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수익금 중 차량, 차명 부동산 및 현금 12억 5667만원을 추징보전 신청했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몰수 대상 물건·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했을 때 내리는 처분이다. 추징보전 명령이 내려지면 당국은 해당 물건·금액에 해당하는 액수를 징수한다. 피의자는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경기북부경찰은 시행 당일인 지난 10일 의정부지법으로부터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출장마사지 뿐만 아니라 물품 거래에도 입금자명이 틀렸다며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사기 범죄가 많다”며 “추가 입금을 하지 말고 바로 수사 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노비촉 묻은 내 옷 돌려달라” 나발니, 러 당국에 요구

    “노비촉 묻은 내 옷 돌려달라” 나발니, 러 당국에 요구

    “당국이 중요한 증거물 숨기려 시도”러 당국 “사전조사 계속 진행 중”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한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이 시베리아 지역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입고 있었던 옷을 돌려 달라고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에 요구했다. 입원 당시 입고 있던 옷에 자신이 중독된 것으로 알려진 독극물 ‘노비촉’이 묻어 있을 수 있는 만큼 그것을 증거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내가 지금 관심이 있는 것은 중독된 날인 지난달 20일 입고 있었던 바로 그 옷”이라면서 “(러시아 수사당국에 할당된) 30일간의 사전 조사 기간이 이 중요한 증거를 숨기는 데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이) 나를 독일로 보내도록 허가하기 전에 내게서 모든 옷을 벗겨갔고 나를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독일로) 보냈다”면서 “내 몸에서 ‘노비촉’이 발견됐고, 접촉 감염이 아주 유력한 점을 고려할 때 옷은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을 향해 “내 옷을 조심스럽게 비닐봉지에 포장해서 내게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인사로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초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 병원에 입원했던 나발니는 이틀 뒤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7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 회복 중이다. 사건 직후 나발니 측은 독극물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처음 그를 치료했던 러시아의 옴스크 병원과 당국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면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을 확인했다.나발니의 요구와 관련, 시베리아 옴스크주 보건부는 “나발니가 처음 입원했던 옴스크 제1응급병원에는 나발니의 옷이 없으며 수사당국이 그것을 수거해 갔다”고 전했다. 한편 나발니 측은 이날 “법률로 정해진 30일간의 사전 조사 기간이 종료됐다”면서 수사 당국이 형사사건으로 정식 수사를 개시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러시아 내무부(경찰청) 시베리아 지역 교통국은 “사전 조사 기간에 약 200명의 관련자를 조사했다”면서 “지금도 사전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독감 백신 무료접종 중단에 ‘동시 유행 차단’도 물건너가나

    독감 백신 무료접종 중단에 ‘동시 유행 차단’도 물건너가나

    정부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사태를 막는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질병관리청(질병청)은 긴급 공지를 통해 “(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돼 예방접종 사업을 (잠정)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감 백신을 운반할 때는 냉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일부 업체가 이송 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백신은 13∼18세 대상 접종 물량이다. 당초 질병청은 22일부터 생후 6개월부터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2002년 1월 1일부터 2020년 8월 31일까지 출생)에게 무료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불과 하루 전에 유통상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증상과 독감 증상이 비슷해 이 둘이 동시에 유행할 경우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독감 예방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총 1900만명이다. 그러나 이처럼 공급 과정부터 꼬이면서 예방접종 사업 자체가 계획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해당 백신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식약처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백신은 각 의료기관에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그러나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백신은 전량 폐기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되는 11월 전까지 필요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방역당국은 애초 독감 백신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7일 “(백신을) 지금 (국내에서)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2∼3월 공급되고, 수입의 경우에도 대부분 5∼6개월 전 계약하기 때문에 추가 물량 확보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질병청은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백신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폐기되는 백신 물량에 따라 접종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낸 ‘가격의 착시’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낸 ‘가격의 착시’

    우리에게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카네기의 자기관리론’ 같은 책들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미국에서 처세술, 자기계발서라는 장르를 탄생시켜 전 세계에 퍼뜨린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의 책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잘 팔린다. 하지만 그의 배경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진정한 성공 비결은 ‘성(姓) 바꾸기’였다고 한다. 그의 본명은 데일 카네기(Carnagey)였고, ‘철강왕’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사업가 앤드루 카네기(Carnegie)와는 전혀 무관한 가문의 인물이다. 하지만 처세술과 자기계발서를 팔기 위해서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성공한 사업가로 각인된 앤드루 카네기와 영어철자가 같은 Carnegie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많은 사람이 ‘카네기’라는 이름만 보고 그의 책을 갑부가 쓴 성공서로 생각했고 책은 불티나게 팔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도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분들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이름과 성을 바꿀 수 있다. 그가 앤드루 카네기와 관련 있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단지 그런 인상만 주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그의 책을 철강왕이 쓴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베이조스의 전략 소비자들에게 착각을 유도하는 방법은 데일 카네기가 만들어 낸 것도, 그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아마존이 2007년에 선보여 돌풍을 일으킨 킨들(Kindle)은 세계 최초의 전자책 단말기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제품이 최초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그의 사업전략 때문이다. 베이조스는 방송에 나와 제품을 소개하면서 “킨들에서는 전자책을 9달러 99센트에 살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아마존이 출판사들과 그 가격에 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출판사들에는 금시초문이었다. 대개 15달러 안팎이던 책값을 킨들에서 30% 이상 할인해 주기로 한 출판사는 없었다. 그런데 베이조스는 왜 일방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소비자들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위함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소비자들은 ‘아, 종이책의 인쇄, 물류, 판매에 드는 비용이 책값의 30%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비용을 뺀 책의 ‘내용값’은 10달러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물론 베이조스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가 ‘킨들에서는 모든 책이 10달러 이하’라고 선언한 순간 사람들 머릿속에서 전자책의 가격은 정해지고, 10달러가 넘는 책은 ‘비싸다’라는 심리적 저항감이 생기게 된다. 베이조스가 노린 것은 그런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다. 독자의 눈에 출판사들은 변화에 저항하면서 지나친 이익을 가져가려는 ‘적’으로, 아마존은 독자와 저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좋은 기업으로 보이게 하려는, 기가 막힌 전략이었다. 다만 이 전략에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출판사들이 그 가격에 책을 공급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 따라서 그 이후로 아마존과 출판업계 사이에 길고 긴 싸움이 이어지게 됐다. ●기준점 효과 얼마 전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료를 인상하자 언론이 앞장서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3000원짜리 커피 하나 주문하는데 배달료가 4000원이라니”라는 말로 요약되는 이 불만은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그걸 배달하는 비용보다 비싸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무슨 자료를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음식점에서 기다렸다가 받은 음식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천만한 질주를 해서 정해진 시간에 맞춰 계단을 뛰어오르는 사람들의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산정해야 하는지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그들이 아는 것은 ‘예전에는 배달비가 3000원이었다’는 사실뿐이다. 그 가격이 어떻게 산출됐는지, 그게 적절한 산출이었는지는 상관없고, 올랐다는 사실이 싫은 것이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앵커링(anchoring) 혹은 기준점 효과라 부른다. 연봉이든 가격이든 한 번 정해지면 그 후에 일어나는 협상은 그 숫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다. 베이조스가 킨들을 들고 나와서 출판사와 협의도 없이 9달러 99센트를 대대적으로 선언한 이유는 바로 이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가격이 기준점이 돼 버리면 출판사와 서점들은 하루아침에 소비자들에게 그보다 높은 가격을 설득해야 하는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베이조스가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것은 전자책에서만이 아니다. 그는 아마존에 연간 회원으로 가입하면 모든 급송 배달이 ‘무료’라는 조건을 내걸어 큰 인기를 끌었다(현재 미국 가정의 절반 이상이 이 서비스에 가입해 있다). 그런데 배달이 무료라는 건 무슨 뜻일까. 배달, 특히 급송 배달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연히 소비자가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에서 무료다. 회원비는 있지만 많지도 않고, 정액이기 때문에 무제한 무료 급송 배달을 회원비로 충당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바로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완전히 평정하면 큰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며 아마존에 투자했고, 아마존은 그들에게서 받은 돈으로 소비자들의 배달비를 내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마존과 경쟁할 상대가 없어지고, 소비자에게 아마존 외의 다른 대안이 없어질 때 즈음이면 배송비는 야금야금 오를 것이다. 하지만 부수적인, 그러나 더 중요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배달(노동)은 싸다’는 착시현상이다. ●적정가격 3년마다 한 번씩 재검토의 대상이 되는 도서정가제의 개정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도서정가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오히려 ‘도서정가제를 더 강화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 때문에 촉발된 이 논의는 궁극적으로 ‘책이라는 콘텐츠의 적정가격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서정가제를 폐지할 경우 할인 폭이 커지고 가격은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책은 얼마가 적정가격일까. 사실 적정가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의 가격이 지금보다 크게 내려가도 책은 출간된다. 문제는 적정가격이 아니라 적정품질과 다양성이다. 우선 할인율이 커지는 순간 그 할인율을 적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형 온라인 서점 외에는 대부분의 소규모 서점들은 문을 닫게 된다. 이렇게 바뀌는 생태계에서는 수익성이 가장 중요하게 돼 흥행이 될 책들이 서점을 채우게 되고, 흥행성은 없어도 좋은 책을 쓰거나 번역하려는 작가들은 집필할 기회를 잃게 된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으로 촉발된 새로운 판짜기에서 ‘노동의 가치’나 ‘콘텐츠의 품질’ 같은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디지털 테크기업들은 ‘모든 정보는 공짜’라는 대전제 아래서 작동하고, 승차공유서비스의 운전자나 음식배달원 같은 긱(gig) 노동자들은 로봇으로 대체될 때까지만 유지해야 할 중간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들어 낸 콘텐츠, 사람이 하는 배달은 공짜가 아니며 사람은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노동력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엄연한 사실에서 고개를 돌리게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책의 가격이 낮아져도 똑같은 품질과 다양성을 가진 서적들이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우리 손에 들어올 거라는, 전혀 근거 없는 환상을 심어 주고 자신들의 배달은 공짜이니 자기네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부추긴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종이책 시장의 절반, 전자책 시장의 75% 이상을 장악한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며칠 전 뉴욕타임스에는 미국의 도서시장이 펭귄랜덤하우스 같은 소수의 대형 출판사들이 독식하는 세상이 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특히 베스트셀러를 띄워 주는 아마존의 알고리즘 때문에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출판계가 동질화하고 있고,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단다. 이들은 마치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가 독차지한 할리우드 영화판처럼 소수의 흥행작품으로 시장을 쓸어담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물건의 값을 깎으면 모두가 똑같은 저가, 저품질의 제품을 소비하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배달비를 적게 지불하면 인간의 노동이 가치 없는 세상이 만들어진다. ‘비싼 건 비싼 값을 하고, 싼 건 싼값을 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은 한국과 미국에서 사회학과 미술사를 공부했다. 현 사단법인 ‘코드’의 이사이며 미국 패이스대학의 방문 연구원이다. 다양한 매체에 테크와 미디어, 시각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라스트 캠페인’, ‘아날로그의 반격’, ‘생각을 빼앗긴 세계’ 등을 번역했다.
  • 백제 왕성에 들어선 아파트숲… ‘문화재·주민 공존’ 새 역사를 품다

    백제 왕성에 들어선 아파트숲… ‘문화재·주민 공존’ 새 역사를 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대가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상징하는 것이 ‘광진교’다. 광진교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완공됐는데, 1917년 지어진 한강인도교에 이어 한강의 두 번째 다리다. 1934년 오늘날과 같은 철골 구조의 트러스교로 대체된 한강인도교가 경인선 철도 부설에 따라 새로운 산업축을 연결했다면, 광진교는 전통적인 남북축을 잇는 ‘1번 고속도로’상에 놓였다. 조선 시대에는 임진나루를 건너는 것이 한양과 의주를 잇는 큰길이었다. 조선의 건국과 한양 천도에 따라 신설된 루트로 빠르지만 배를 타야 한다. 그러니 사람 위주의 통행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임진강 도하 지점은 호로하로 불리던 연천 장남과 파주 적성 사이였다. 호리병처럼 강폭이 좁아지고 수심도 얕아 배를 타지 않고도 우마차가 건널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남북을 오가는 물류의 가장 중요한 통로는 이 호로하길이었다. 북쪽에서 호로하를 건넌 사람과 화물은 감악산을 넘어 양주 고을과 오늘날의 의정부, 상계동 일대를 거쳐 한강변 광진에 닿는다. 이후 강을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거나 수운을 이용해 한강을 거슬러 오르거나 한강 하구로 나갔다. 부여족의 한 갈래인 온조도 남하하면서 당연히 호로하와 광진을 건넜고, 그렇게 BC 18년 한강 남쪽에 새로운 나라 백제의 수도를 건설했다. 이것이 바로 ‘풍납토성’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경제적 가치가 뛰어난 호로하와 광진은 당연히 군사적으로도 중요했다. 풍납토성의 백제는 건국 이후 공주로 천도하기까지 줄곧 강 건너 아차산의 고구려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을 것이다. 임진강의 상황도 다르지 않아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확보한 이후 호로하를 사이에 두고 신라는 남쪽에 칠중성, 고구려는 북쪽에 호로고루를 쌓아 대치했다.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2020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7회 ‘풍납동 전설’은 천호동과 풍납토성을 찾았다. 광진의 역사를 제대로 둘러보고 나면 백제왕성으로 각광받는 풍납토성의 존재에도 오늘날 천호동이 ‘신흥 상업지구’로, ‘서울 강동의 중심’ 정도의 이미지로만 비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진다. 답사단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천호동의 동명대장간이다. 1930년대 후반 문을 열어 지금까지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전통 대장간이다. 주변에 3곳의 대장간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지만, 지금은 동명대장간만 남았다고 한다. 천호동과 강동구는 물론 주변의 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통틀어도 이제 전통 대장간은 이곳뿐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2006년부터 대장간 일을 하고 있다는 젊은 대장장이 강태봉씨가 답사단을 맞았다. 주변 풍경이 기막히다. 대장간이 들어 있는 작은 건물은 울긋불긋한 색채가 바랜 러브호텔로 둘러싸여 있다. 옆 건물 2층에는 ‘천호1·3동 뉴타운 지정 추진위원회’ 간판이 붙어 있다. 길 건너에는 ‘조합원 및 세입자 이주 개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한강 남쪽 마지막 대장간의 목숨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답사단 몇몇이 호미며 부엌칼을 사들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는 희망도 보게 된다. 기계로 만든 물건보다는 사람의 손이 간 물건에 훨씬 더 높은 값을 쳐 주는 시대가 아닌가. 없어도 되는 물건도 아니고 부엌일이며 텃밭 가꾸기의 필수품이다. 동명대장간의 경쟁력은 모든 것이 비인간화돼 가는 미래로 갈수록 더욱 퇴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간에서 진황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천호시장 사거리에서 구천면길과 만난다. 구천면은 천호동이 경기 광주군에 속해 있던 시절의 땅이름이다. 구천면길은 천호구 사거리를 지나 광진교로 이어진다. 오늘날에는 뒷골목처럼 초라해 보이지만, 한때는 서울에서 경기 광주와 이천, 충청북도 충주와 새재 너머 영남 지역을 잇는 큰길이었다. 동명대장간을 비롯해 3곳의 대장간도 이 큰길 주변에 모여 있었다.천호동 사거리에서 대각선으로 건널목을 두 번 건너면 풍납토성이다. 광진교에서 이어지는 곳이 천호동 구사거리가 됐으니 1974년 세워진 천호대교로 가는 이곳은 천호동 신사거리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강동구를 벗어나 송파구에 들어선다. 풍납토성의 북동쪽 성벽이 가까워지면서 서양식 풍차 상징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바람개비도 여기저기서 돌아간다. 풍납이라는 땅이름은 이 동네가 바람드리 마을로 불린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바람드리’는 ‘배암드리’가 와전된 것으로 해석돼 풍납토성이 왕성이 아닌 방어성으로 인식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풍납 혹은 바람드리는 어떤 노래가사처럼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억측’을 해 본다. 높게 쌓은 토성 내부는 당연히 성 바깥쪽보다는 바람의 강도가 약하지 않았을까 싶다. 겨울에 매섭게 몰아치는 북서풍이라면 더했을 것이다.풍차가 있는 곳에서 토성의 북쪽 성벽을 따라가면 왼쪽에 ‘풍납리토성 사적비’가 보인다. 풍납동 일대가 경기 광주군 구천면에 속했던 1963년 세운 것이다. 풍납동은 같은 해 서울시에 편입돼 성동구 풍납동이 됐고, 1975년에는 강남구, 1979년 강동구, 1988년 송파구가 됐다. 사적비 앞에는 광진교와 나란히 1976년 세워진 천호대교가 지난다. 광진교가 너무 낡은 데다 왕복 2차로에 불과한 만큼 교통 수요를 감당치 못해 대안이 필요했다. 천호대교가 서울미래유산인 반면 광진교가 아무런 타이틀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1994년 옛 다리를 철거하고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옛 광진교가 남았다면 당연히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것이다. 이제 풍납토성 내부로 들어간다. 토성은 나지막한 흙 언덕의 모습이다.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딱 좋은 지금의 모습으로는 방어용 성벽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성백제 시대에는 당연히 달랐다. 한성백제박물관에는 2011년 발굴된 풍납토성 성벽의 일부가 그대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는데, 아랫변이 43m, 윗변이 13m, 높이는 11m에 이른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토성의 윗부분이 깎여 나가기도 했지만, 토성 아랫부분에도 상당한 두께의 퇴적이 이루어졌다. 풍납토성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조선고적 제27호로, 해방 이후인 1963년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1호로 지정됐다. 문제는 조선고적 시절부터 풍납토성 전체가 아니라 성벽만 문화재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런 규제가 없었던 토성 내부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인구 5만명의 작은 도시가 되기에 이르렀다. ‘백제의 방어성’일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백제의 왕성’으로 사실상 공인되면서 토성 내부의 보존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답사단이 찾은 풍납토성 역사문화공원은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의 현장이기도 했다. 공원 터에는 경당연립이 있었다. 1999년부터 이듬해까지 이 자리에 아파트를 짓기 위한 구제 발굴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200기가 넘는 한성백제 주거지와 저장공을 비롯해 왕성이 아니라면 존재하기 어려운 유구와 유물이 다수 출토됐다. 지금 공원에는 당시 드러난 대형 신전 터의 일부가 재현돼 있다. 발굴조사가 연장되고 아파트 신축이 늦어지자 주민 대표의 유적 파괴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 사건이 오히려 유적 보존의 촉매가 됐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풍납토성 내부 지역 곳곳에 삼표레미콘 풍납공장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토성의 서쪽 성벽 일부를 깔고 앉아 있는 삼표레미콘은 서울시와 송파구의 이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내기도 했다. 레미콘 공장이 주거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먼지 산업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의 플래카드는 토성 내부 주민 사이에도 싫든 좋든 재산권보다는 문화재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는 자리 잡은 증거로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답사단은 토성 동벽을 따라 걷는 동안 풍납토성을 백제 왕성으로 격상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전화로 들을 수 있었다. 이 교수는 1997년 1월 토성 내부의 현대아파트 터파기 공사장에 들어가 백제 토기를 찾아냈고, 당시 문화재관리국의 긴급 발굴로 이어져 오늘날의 풍납토성이 있게 만든 주인공이다. 이 교수는 풍납토성을 찾은 답사단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유적을 보존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답사는 서울아산병원이 바라보이는 풍납토성 동남쪽의 전망대에서 마무리됐다. 토성 내부 지역의 보존 정책은 당초 전면 보존에서 일부 구역은 정부가 매입해 보존하고 나머지 구역에서는 주민들이 그대로 살아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도시재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와 지역 주민이 상생하는 역사문화 중심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내부 지역에는 벌써부터 이런 분위기가 좋아 찾아드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역사도시 품격을 기본적으로 갖춘 풍납동이다. 제대로만 추진한다면 풍납토성 내부 지역이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발돋움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기대한다. 글 서동철 문화재위원회 위원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해설 임정화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다음 일정 제18회 104고지와 안산 ●출발 일시 : 9월 26일(토) 오전 10시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추석 대목이라 물건 받는 날이었는데… 돈통 들고 나올 새도 없이 불이 번졌다

    추석 대목이라 물건 받는 날이었는데… 돈통 들고 나올 새도 없이 불이 번졌다

    “불길이 순식간에 치솟아 몸만 겨우 빠져나왔어요. 가게 안 돈통에 든 현금이 2억원이 넘는데 한숨만 나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1일 큰불이 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철호(57)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0분쯤 발생한 화재로 청량리 전통시장과 청과물시장에 있는 점포와 창고 20곳이 불에 탔다. 이 중 7곳은 전소했다. 불은 전통시장 내 통닭집에서 발생해 인근 청과물시장에 옮아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마침 오늘 오전 물건을 받기로 해서 대금을 주려고 엊저녁에 돈을 찾아 가게 안에 뒀는데, 돈통을 들고 나올 새도 없이 불이 번졌다”며 “바로 앞에 있던 가스통이 터졌는데 1분만 늦었어도 목숨까지 위험할 뻔했다”고 전했다. 화재 발생 3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건물이 함석지붕으로 덮여 있어 잔불을 완전히 끄는 데 4시간이 더 걸렸다. 소방요원들이 헬기 등을 동원해 진압 작업을 하는 동안 피해 상인들은 매캐한 연기 사이로 그나마 남은 과일박스를 실어 나르려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불을 피한 상인 장모(61)씨는 “이 시장에서 50년 장사를 하며 화재를 3번 정도 봤는데, 이번 불이 제일 컸다”며 “상인 대부분이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대량으로 들여와 한 점포마다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량리청과물시장상인회 동영화 회장은 “올해는 폭염과 장마 등으로 지난해보다 과일 가격이 비싸졌다. 박스당 6만~7만원 정도로 치면 전체 재산피해가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특히 불탄 냉동창고가 330㎡(약 100평)가 넘는데, 값비싼 수입 과일이 많아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발생한 시설에 스프링클러는 없었지만, 발화 당시 화재 알림 장치가 작동해 상인들이 대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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