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과소비… 수급 불균형 심화/쇠고기ㆍ돼지고기값 왜 오르나
◎다른 식품 가격상승 따른 대체수요 증가/올들어 한우 18%ㆍ돼지고기 78%나 올라
올들어 육류소비가 크게 늘면서 값이 큰폭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쇠ㆍ돼지고기값이 급등세를 보여 올해 소비자물가가 81년이후 최고기록을 보이는데 결정적인 요인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축산물값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22.6%나 올라 부문별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 6.7%에 축산물이 1.12%포인트나 기여했다.
축산물중 쇠고기가 0.35%포인트,돼지고기가 0.67%포인트나 각각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쇠ㆍ돼지고기값이 이처럼 오르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과소비현상에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봄철의 일기불순으로 채소류 및 수산물의 일시적인 품귀현상에 따른 가격급등도 대체효과로 쇠ㆍ돼지고기 소비를 부채질했다. 쇠고기의 경우 지난 2월 일부 백화점에서 수입쇠고기 한우고기 둔갑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한우고기 수요가 급증,수입쇠고기의 방출확대에도 불구하고 쇠고기값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경제기획원이 분석한 물가동향에 따르면 축산물을 포함한 농축수산물에 대한 소비증가는 부동산투기 등에 의한 불로소득을 얻은 일부계층이 주도한데다 근본적으로 각계각층의 전반적인 가계소득증가가 저축보다는 소비지출의 증가로 이어지는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됐다.
국민소득중 소비가 차지하는 소비지출률은 88년의 54.9%에서 지난해는 56.5%로,지난 1ㆍ4분기에는 60.7%로 계속 늘고있음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수급예측 및 계획이 주먹구구식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말 값이 폭락하자 4개월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양돈농가에 어미돼지 감축을 유도,가격폭등을 초래한 것이 그 구체적 사례이다.
쇠고기는 올들어 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가 꾸준히 늘고있는 이상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관계당국도 예상치못한 것으로 올들어 5월까지 쇠고기는 값이 13.5%나 오르면서 소비도 지난 4월말 현재 5만1천9백59t(마리당 4백㎏기준으로 34만8천1백25마리)으로 지난해같은 기간보다 20%나 늘어났고 지난달에도 29일 현재 8천78t(5만4천1백23마리)으로 13%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부는 올해 쇠고기 수급계획을 당초 14만8천t(99만1천6백마리)에서 15만8천t(1백5만8천6백마리)으로 늘려잡았는데 이같은 증가추세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중 다시 조정할 계획이다. 쇠고기의 경우 연간 소비량이 사상 처음으로 1백만마리가 넘어설 전망인것이다.
이같이 쇠고기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한우 고기값 안정을 위해 올들어 값싼 수입쇠고기(포장육 5백g에 2천8백50원)의 무제한 방출로 다른 식품의 가격상승에 따른 대체수요가 증가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쇠고기 소비량은 지난달의 경우 산지 소값상승으로 소비자값이 높아지자 한우고기는 4천2백4t(2만8천1백67마리)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불과 1%정도 늘었으나 값싼 수입쇠고기는 3천8백74t(2만6천7백13마리)으로 무려 28%가 늘어나 수입쇠고기가 전체 쇠고기 소비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같은기간의 42.3%에서 48%로 크게 높아졌다.
산지 소값은양축농가들이 쇠고기 시장개방에 대응,한우사육을 기피하는 바람에 큰 수소 한마리가 지난해말 1백70만원에서 최근에는 2백20만원으로 29%나 올랐다.
한우 사육마리수는 지난해말 1백80만마리에서 현재 1백50여만마리로 줄었다.
이같이 한우고기 공급이 부족한데도 소비자들이 맛이 좋은 한우고기를 선호,한우고기값이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우쇠고기값은 현재 5백g에 전국평균 시ㆍ도 고시가격이 6천25원으로 지난해말의 5천1백8원보다 18% 올랐으나 점포임대료가 엄청나게 상승,일부 정육점에서는 이보다 훨씬 웃도는 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수산부는 이에 대해 쇠고기 수입쿼타량은 당초 5만8천t과는 관계없이 수급상 부족분을 전량 조기구매하되 한우고기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고급육의 구매비율을 대폭 늘릴 방침이나 소비자들의 한우고기 선호경향 때문에 제한적이나마 한우증식 정책을 동원해야 할 판이다.
돼지고기는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값마저 급등,지난해 폭락하던 때와는 극히 대조적이다.
산지 돼지값이 90㎏마리당 지난해 11월 7만4천원까지 떨어졌으나 올들어 큰폭으로 올라 최근에는 17만4천원으로 무려 1백35%나 올랐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값도 지난해말 5백g에 1천3백43원에서 현재 2천3백86원으로 78%나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불황으로 값이 계속 떨어진데다 양돈폐수를 일반공장의 폐수와 같이 취급,환경보전법에 의해 구속되는 사례까지 발생하자 돼지사육을 포기한 농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양돈농가는 지난해 3월 24만가구에서 지난 3월에는 16만가구로 32%나 감소했으며 이로써 어미돼지가 지난해 77만마리에서 지난 3월현재 59만마리로 줄어들었다. 사육마리수도 이 기간중 4백93만마리에서 4백30만마리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사육두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소비량은 서울의 경우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하루평균 9천5백8마리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9천3백97마리보다 3%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돼지 및 고기값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수입을 78년이후 12년만에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5백마리이상 사육하는 업자나 농가에 부과된 수출의무제도도 연말까지 시행을 유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