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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상최대 빈부차, 한계계층 지원 강화하라

    도시가구 지니계수가 지난해 0.3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 0.286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한 지니계수가 경기침체 여파로 이제 ‘상당히 불평등한 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지니계수 외에도 전체가구의 소득현황을 보면 소득불평등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계층의 수입은 무려 8.41배나 차이가 났다. 빈부격차와 소득불평등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본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공적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공공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꼴찌이며 정부지출에 의한 불평등 개선도 역시 최하위권이다. 세전소득과 세후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소득불평등 개선지표도 OECD 평균이 0.078인 데 비해 한국은 고작 0.011에 불과하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서민층을 본격적으로 강타하면서 올해는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적극적으로 소득불평등 해소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좀더 촘촘히 하는 게 급선무다. 생계형 일자리대책을 강화하고 물가안정에도 힘써야 한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덕을 보는 세제개편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춘 감세정책도 필요하다. 소득 불평등은 다양한 사회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사회통합을 가로막아 안정적인 국가운영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서민층이 회생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소득재분배 대책을 강화하기 바란다.
  • [한국경제 3대 딜레마] 부동산·증시 들썩… 물가상승 유발 가능성

    [한국경제 3대 딜레마] 부동산·증시 들썩… 물가상승 유발 가능성

    환율의 하향 안정이나 시중 유동성 확대는 지난해 9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바라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정도가 지나쳐 과다(過多) 또는 과속(過速)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800조원을 돌파한 단기 유동성의 경우 정부가 금융위기에 대한 긴급 처방으로 유동성 공급을 크게 확대하면서 급속도로 불어났다. 정부는 시중 유동성이 그동안 경제위기 대응과정에서는 적잖은 역할을 해냈다고 보고 있다. ‘돈맥경화(자금경색)’ 해소에 도움이 됐고 최근 주식시장의 ‘베어마켓 랠리(주가 하락기의 상승세)’ 장세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을 때 부동산 등 자산 버블(거품)이나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바로 과열 및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고, 이 과정에서 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건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은 불리해지지만 소비재나 생산재의 수입가격이 낮아져 소비 및 투자 활성화에는 도움이 된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외채상환 부담도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수출 주도형이라는 게 문제다.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입장이지만 하락 속도가 지나칠 경우 시장 메커니즘에만 맡겨 놓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도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연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200억달러 안팎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의 원인이 수출 증가가 아닌 수입 감소에 있는 만큼 현 상태의 흑자는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금융계 인사는 “8~9월까지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와 이에 따른 환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균 이두걸기자 windsea@seoul.co.kr
  • [한국경제 3대 딜레마] “중소기업·가계 대출금 회수보다 인플레 압력 해소할 카드 준비를”

    ■ 전문가 조언 ‘임시 조치는 이미 다 해놨다, 그렇다면 이제는 근본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경제 딜레마에 대한 전문가들의 핵심 처방은 “지금이야말로 깊이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금융위기를 넘기고 몇몇 기업들이 기운을 차린다고 해서 ‘위기 끝’을 선언하면 달라질 것은 없다는 얘기다. 과잉유동성은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돈이 많이 풀렸지만 중소기업 대출이나 가계대출 등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회수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자금을 흡수하면 되레 주식시장 추가 하락과 가계부채 문제 확산 등의 부작용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슬슬 준비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회복권에 들어가면 과잉 유동성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까지 맞물려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카드를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올 하반기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 흡수 정책이 포함된다. ●구조조정 서둘러 부작용 막아야 구조조정을 빨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적절한 자금 지원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한계기업 위주로 빨리 솎아내줘야 나중에 L자형 경기침체가 왔을 때 생길 수 있는 더 심각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면서 당장 시급한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인수 합병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환율방어엔 의견 엇갈려 환율 처방은 엇갈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라는 것은 2~3년 동안 2% 미만에 그치기 때문에 고환율이 수출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며 정부의 환율 방어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것은 결국은 수출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환율이 내려 중소기업과 서민 생활이 안정되는 것이 공익에 더 이롭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 관계자는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원인”이라는 이색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중소기업 지원 운운하면서도 수출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을 내심 포기하지 못하는 게 민주화 이후 정부들의 근본적인 한계”라면서 “이는 당장 손에 잡히는 성장률 수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귀를 열어두라는 충고도 있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현 정부가 위기극복 명분 아래 전문가 집단에 대해 지나치게 물갈이하거나 입단속해놨기 때문에 당분간은 창의적 발상이나 조언이 나오기 힘들다.”며 “미네르바를 비전문가로 매도했으면 전문가들이라도 자유롭게 발언하게 해달라.”고 지적했다. 조태성 최재헌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경제 ‘3대 딜레마’

    한국경제 ‘3대 딜레마’

    가파른 경기 하락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우리 경제에 새로운 해결 과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나의 현상 속에 밝은 부분(명·明)과 어두운 부분(암·暗)이 혼재돼 나타난다. 시중 자금경색 완화와 주가 상승에 적잖이 도움됐던 시중 유동성이 향후 ‘거품(버블) 폭탄’으로 우려될 만큼 과도하게 팽창했다. 금융시장 안정의 열쇠로 인식됐던 환율 하락도 과속(過速)으로 치달으면서 수출 경기 급락 가능성 등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역시 환율 하락을 가속화하는 데다 그 원인이 국내경기 침체라는 점에서 마냥 좋게 볼 일만은 아니다. 경제당국이 이 3가지 딜레마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당장의 경기회복은 물론이고 이후 안정된 성장기반 확보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시중 단기성 수신은 지난달 말 기준 811조 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800조원을 돌파했다. 약 1000조원인 국내총생산(GDP)의 80% 수준이다. 지난 3월 말(795조원)에 비해 16조원 이상 늘었고 지난해 말(747조 9000억원)과 비교하면 63조 4000억원 증가했다. 일부 자금은 이미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가 과열 양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기 유동성 팽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롯한 자산시장 거품이나 물가 급등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환율이 최근 급격히 내려 앉고 있는 것도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18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1259.50원으로 올해 가장 높았던 3월2일의 1570.30원에 비해 20% 하락했다. 수입 측면에서 보면 물건을 싼 값에 들여와 소비·투자의 확대를 꾀할 수 있고 외화부채 상환, 해외송금 부담 감소 등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경기회복의 최대 관건인 수출 측면에서는 가격 경쟁력 하락 등 타격을 입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달 66억 5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흑자를 많이 낸다는 것 자체가 나쁠 것은 없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우울하기 그지 없다. 흑자의 주 원인이 우리 물건이 잘 팔려서가 아니라 수입(전년동월 대비 -35.9%)이 수출(-22.0%)보다 훨씬 더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러 요소들이 갖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등 모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거나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할 때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복현 한밭대 교수는 “돈이 많이 풀렸지만 정작 기업에는 제대로 가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면서 “증시나 부동산에 쓸 데 없는 거품이 나올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중앙은행 같은 곳에서 분명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균 이두걸기자 windsea@seoul.co.kr
  • KDI “내년 성장률 3.7%… 본격 회복국면”

    KDI “내년 성장률 3.7%… 본격 회복국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과도하게 풀린 시중 자금을 거둬들일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유동성 급증에 따른 자산시장 과열은 자칫 이번 위기를 불러온 과잉 유동성 거품을 되레 키울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현재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되,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 “유동성 회수 지금부터 준비” KDI는 14일 내놓은 ‘2009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의 확장적 정책기조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재정기반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재정을 훨씬 긴축적으로 가져가고, 세수감소 현상을 막기 위해 추가 감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 부족으로 정작 쓸 데에 쓰지 못하는 ‘(적자)재정의 복수’를 피하기 위해서다. 통화정책의 경우 당분간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자산가격이 경기에 선행적인 만큼, 최근의 유동성 공급 확대 등이 적기에 정상화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현욱 연구위원은 “올해 4분기쯤에는 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여기에 더해 금융시장의 구조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실채권 정리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은행차입 의존 성향을 줄이고 가계의 부채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등 상시적인 부채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올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4%대로 저조하다가 3분기부터 회복세로 전환, 연간 -2.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에는 3.7% 성장률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경상수지는 수입 급감으로 20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전망치인 16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3.8%까지 상승하고 신규 취업자 수는 연평균 15만명 안팎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 윤증현 장관 “경제 바닥 안쳤다” 한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회복을 이끄는 동력인 민간 부문이 아직 완벽한 회복 신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혹은 내년 봄까지는 민간 부문에서 회복 신호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가에 대해서는 이날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5~6월부터 환율 하락의 효과가 반영되고 농수산물의 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 물가가 2%대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학생복·소주 등 생필품값 가파른 상승세

    학생복·소주 등 생필품값 가파른 상승세

    소주, 보리차, 피로회복제, 공책, 교과서, 교복 등의 가격이 알게 모르게 많이 올랐다. 서민들과 밀접한 품목들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하반기엔 물가가 떨어진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생활 속 서민가계 부담은 적지 않다. 1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1.8%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품목별로 따져 보면 생활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다. 예컨대 여자 학생복 가격은 같은 기간 7.6% 올랐다. 2006년(9.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남자 학생복 가격도 비슷하게(6.8%) 올랐다. 학생들이 주로 신는 실내화는 12.5%나 뛰었다. 중학교 참고서(8.5%)와 고등학교 교과서(14.5%) 가격은 1996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고교 교과서 값은 지난해 22.8%나 떨어졌다가 반등한 것이어서 학부모들의 체감 고통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 동안 1%대 상승률에 그쳤던 공책 값도 올 들어 8.6% 올랐다. 생활용품 가격도 심상찮다. 샴푸(7.2%), 전기면도기(6.1%), 칫솔(3.3%) 등은 10여년만에 최고 오름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 택시요금도 올 들어 이미 4.7% 올랐다. ‘부담없이’ 피로회복제를 사먹기도 부담스러워졌다. 피로회복제는 올 들어 11.3% 상승했다. 1995년(15.1%)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피로회복제 가격은 2001년(9.7%)과 2005년(3.9%)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결됐었다. 빙과류 가격도 4.8% 올라 1990년대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주(6.9%), 삼겹살(외식가격 기준 3.7%), 콜라(4.7%), 사이다(6.4%), 과일주스(8.4%)도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생활 물가가 많이 오른 데는 환율 여파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은 측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환율이 더 떨어지더라도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차를 감안해도 소비자 물가가 환율 하락 폭만큼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체들이 한번 올린 가격은 좀체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비축물량 방출, 조기 출하 유도 등을 통해 물가안정에 힘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생필품값 뛰는데 공공요금 올린다니

    서민 생활과 직결된 생활필수품 가격들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어제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남녀 학생복과 실내화·교과서에서부터 소주와 삼겹살·음료수·빙과류·비누·샴푸, 심지어 된장까지 적게는 3%에서 많게는 15%까지 값이 올랐다. 52개 주요생필품으로 구성된 이른바 ‘MB 물가’ 품목 가운데 배추와 양파·고등어는 1년새 값이 50% 안팎이나 뛰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어든 서민들로서는 허리가 더욱 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유동성 과잉과 맞물려 벌써 고물가 시대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달에는 공공요금마저 줄줄이 오를 태세다. 서울시 택시기본요금이 500원 오르고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덩달아 들썩일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생산원가부담이 늘었다.”며 전기·가스요금 불가피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유가 상승 못지않게 정부의 고환율 정책과 왜곡된 공공요금 구조가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임을 정부도 부인하지 못하리라고 본다. 고환율로 원자재 수입단가가 올라가다 보니 생필품 가격과 공공요금이 덩달아 압박을 받는 셈이다. 수출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환율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로 인해 서민들이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생필품 가격 안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서민 가계를 한계로 몰아넣어서는 내수 회복도 요원하다.
  • “경기 변곡점 보인다” 힘 얻는 낙관론

    “경기 변곡점 보인다” 힘 얻는 낙관론

    “경기 변곡점이 보인다.”는 각국 중앙은행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실물경제 회복 미흡을 들어 여전히 신중한 화법을 고수하고 있지만 낙관적 진단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한국은행도 가세하는 양상이다. “경기가 현저히 개선된 것도 없지만 최악은 피한 것 같다.”며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고용·기업 수익성 등 개선 요원” 비관론도 여전 12일 한은과 세계 금융권에 따르면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전날(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선진 10개국(G10) 중앙은행 총재 회의 직후 “성장에 관한 한 경기 사이클상의 변곡점 근처에 도달했다.”면서 “아직 안심할 시기는 아니지만 최근 고무적인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 회복 속도는 중국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쑤닝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도 같은 날 열린 금융 회동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중국의 원유 수입이 늘어난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던) 미국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파장이 고무적”이라며 경기 회복의 핵심 변수인 은행권의 자본 확충에 민간자본이 입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큰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퀀텀펀드 회장도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의 자유낙하가 멈췄다.”면서 “아시아가 침체에서 가장 먼저 벗어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악화된 미국·유럽의 고용 사정과 기업 수익성, 8개월 만에 확대 반전된 미국 무역적자 등이 쉽게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비관적 시각도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은 “시중자금 흡수할 때 아니다” 이성태 한은 총재 겸 금융통화위원장은 이날 금통위 회의를 주재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률이 아직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마이너스 정도가 상당히 완만해졌다.”고 전제한 뒤 “마이너스에서 꼭 플러스로 돌아서야 변곡점이 아니라 연율 10%로 감소하다가 3%로 감소했으면 그것이 곧 변곡점”이라며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들과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이 총재 외에 다른 6명의 금통위원들도 “경기하강 속도가 뚜렷이 완만해졌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며 5월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동결했다. 지난 3월부터 석 달 연속이다. ‘금리 인하는 끝났다.’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으면서 시장은 오히려 금리 인상 시기 탐지에 더 촉각을 세웠다. 통화안정증권 발행량이 거의 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이같은 탐색전을 자극했다. 한은이 발행한 통안증권 잔액은 3월 말 현재 144조 657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17조 7200억원 늘었다. 통안증권 발행은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지금은 유동성을 회수할 때가 아니다.”라고 거듭 못박았다.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할 필요는 줄었지만 그렇다고 전체 유동성이 너무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한은은 위험자산이 적고 통안증권이나 자금조정예금 등 완충 장치를 갖고 있어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유동성 조절 부담이 덜하다.”고 말해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통안증권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미세 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방침임을 시사했다.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회수를 통해 향후 인플레 방지 방안을 강구할 때”라는 트리셰 총재의 시각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또 “환율은 수출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되며 물가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살펴야 한다.”고 말해 당분간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을 뜻임을 시사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닭고기 등 비축물량 풀고 채소 조기출하

    정부가 최근 급등하고 있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 닭 등의 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조기 출하하기로 했다. 경제 위기와 더불어 먹거리 물가 상승이 서민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농림수산식품부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 물가동향 및 대책을 발표했다. 하영제 농식품부 제2차관은 “지난해 10월 이후 농수산물 물가 상승은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라 영농 자재 가격이 올라가면서 채소·과일 등 시설채소의 겨울철 재배 면적이 감소하고, 봄철 이상기온 등 계절적 요인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실제로 지난 4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월 대비 2.4%, 전년 동월 대비 12.2% 각각 올랐다. 이에 따라 생선류·채소류·과실류를 대상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는 지난 3월에 비해 3%, 지난해 3월보다 14.7% 각각 상승,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배추 포기당 가격은 5070원으로 평년 가격(1847원)의 세 배에 달했다.농식품부는 이에 대응해 배추의 경우 봄배추 농협계약물량 5000t을 5월 초부터 출하하고, 농협유통매장에서 30% 할인 판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닭고기는 토종닭 수매량 1450t을 방출하고 민간비축물량도 내보낸다. 명태 방출량도 1610t에서 2250t으로 늘리고 방출 기간도 5월 말까지 한 달 연장하기로 했다.하 차관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 따라 농수산물 가격 상승이 빚어진 만큼 5일 이후 일기가 양호해지고 채소류 등이 본격 출하되면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한은, 이달도 금리동결할 듯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로 금리 인하는 사실상 종결됐다는 분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 여부에 따라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시중자금 회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1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2일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연 2.50%에서 지난 2월 2.00%로 내려간 뒤 계속 동결 상태다. 경제지표가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금리를 내리거나 올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시장도 이 점을 들어 3개월 연속 동결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같은 심리지표는 많이 개선됐지만 실물경기 쪽에서 좋아지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면서 “3·4분기(7~9월)까지는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 달에는 기준금리 자체보다 정부가 공식 언급한 과잉 유동성에 대해 이성태 총재가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가 더 주목된다. 아직 과잉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회수할 시기는 아니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환율 하락이 물가상승 압력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것으로 보여 통화정책 기조 변경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낸 ‘저금리 정책의 공과와 정책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기준금리 2.0%는 테일러 준칙에 따른 균형금리보다 겨우 0.29%포인트 높아 추가적인 인하 여력이 거의 소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테일러준칙은 선진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평가하는 지표로, 적정 인플레이션율과 잠재 성장률을 토대로 균형금리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올 3분기 이후 경기가 반등하면 균형금리가 지금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면서 금리인상 압력이 생길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2~3개월 동안 미국의 금융부실 정리가 차질없이 진행되면 금융 불안이 크게 완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고 이 경우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리 인상은 자칫 경기를 다시 냉각시킬 수 있는 만큼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안을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편의점 끝없는 진화

    편의점 끝없는 진화

    야채와 과일을 파는 편의점, 커피를 마실 공간을 마련한 편의점, 사람 없이 운영하는 편의점…. 편의점들이 무한 변신 중이다. 상권마다 특성을 살린 매장들이 출현하는가 하면,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통해 이른바 ‘밑바닥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해 말에는 ‘1000원 김밥’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정도다. 이동통신사나 카드사와 제휴를 맺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24시간 영업이라는 ‘편의성’을 무기로 마트 등에 비해 고가 가격정책을 실시하던 모습도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 둔화될 것이라는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의올해 초 분석은 편의점의 변신을 설명할 도구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신규 점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폐점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실제로 편의점 업체들은 올해 들어 목표로 삼았던 신규 점포수를 순조롭게 달성하고 있지만, 상권이 거의 포화 상태에 도달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전국에 4300여개 점포를 보유한 보광훼미리마트는 올해 들어 3월까지 175개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8개)에 비해 26.8% 증가했다. 3500여개 점포를 갖춘 GS25측도 8일 “창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마구잡이로 열 수는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S25는 올해 700개점 가량을 새롭게 낼 계획이다. 훼미리마트는 최근의 불경기가 오히려 편의점 업계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자영업 등의 폐업 신고는 늘고 있지만, 경기 상황에 덜 민감한 생필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은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일반 자영업이나 프랜차이즈보다 적고, 대기업 운영체제인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GS25 창업자들의 전직 분포를 보면 회사원 33.1%, 자영업 27.7%, 주부 20.4%, 학생 7.3%, 기타 11.5%로 나타났는데, 회사원은 2007년에 비해 6.5% 감소한 반면 자영업자는 2.3% 증가했다. 자영업자 유입 비율이 늘고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 편의점 성장률 둔화” 편의점의 외형 확장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차별화가 새로운 화두가 됐다. 최근 자체브랜드(PB) 상품이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GS25는 담배와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 매출액 가운데 2006년 14.5%에 불과하던 PB매출이 지난해 25%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PB와 구별되는 지점도 찾아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대형마트 PB상품이 주로 대량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동일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을 갖춘 상품 개발에 힘쓰는 반면 편의점 PB상품은 개개인이 소량 구매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높은 품질·소용량 등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테라로사 커피·스테프 핫도그·빨간모자 피자 등을 일부 매장에서 유치한 바이더웨이의 전략도 넓은 의미에서 편의점 PB의 새 영역으로 분류된다. ●불황에 PB매출 성공모델 구축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편의점의 변신은 매장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편의점 업체마다 가진 특성에 따라 ‘색깔’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훼미리마트는 서울 청담동·종로·목동 등에 일반 매장의 3분의1 크기인 23~26㎡(7~8평)의 미니 매장을 운영한다. 취급하는 상품 가짓수도 800여개로 제한했다.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업체답게 시장을 쪼개 매장수를 더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신규 빌딩이 들어서면서 상권에 맞춘 매장도 나왔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지하에 있는 훼미리마트는 프리미엄 생수·웰빙떡·명함 케이스·경영 및 경제 관련 베스트셀러 서적 등을 구비했다. 서울 왕십리역사점은 카페형 점포로 꾸며, 구매 고객에게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여성 고객을 겨냥해 파우더룸 등을 갖췄다. GS25는 슈퍼형 편의점·베이커리형 편의점·인천공항 내 무인편의점 등 상권 맞춤형 점포를 개발했다. 특히 슈퍼형 편의점은 2006년 5월에 도입해 현재 15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150여개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일반 편의점 상품 1800개뿐 아니라 야채·과일 등 100여가지가 넘는 신선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GS슈퍼 등을 운영한 경험에서 신선식품 조달에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포화 직전… 무제한 변신 중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고유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이다. 상권별로 고객의 수요에 맞춘 상품을 도입하고 진열해 판매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바이더웨이는 카페형 편의점·셀프바 편의점 등 직장인 활용도가 높은 점포 개발에 신경쓰고 있다. 오피스촌 매장 비율이 높은 특성을 살려 특화 전략을 폈다. 특히 지난 2월 강남역을 시작으로 홍대점·가톨릭병원점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셀프바 편의점은 즉석 먹거리를 다양하게 만드는 한편 점주의 일손을 덜어주는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한은법 개정안 9월 정기국회로

    한국은행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한은의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은의 권한과 설립 목적에 대한 논쟁은 올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까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국회 기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한은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표결을 통해서라도 당장 처리하자는 주장과 관련기관 간 조율할 시간을 더 주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탓이다. 법 개정 논의는 기존의 법으로는 한은이 경제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한은이 ‘물가안정’만을 정책목표로 삼다 보니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라는 논리다. 개정안은 정책목표에 ‘금융안정’을 추가하는 한편 안정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직접 조사권을 부여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지금은 금감원과의 공동검사권만 한은에 허용돼 있다. 두 기관의 ‘불협화음’ 등으로 공동검사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일면서 단독 검사권 부여를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막판 상대를 흠집내는 감정싸움으로까지 확산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소속된 국회 정무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박은 정치권으로 옮겨 갔다. 이날 기재위가 다음 국회로 결론을 넘긴 것은 정무위의 반대로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기관 이견이 워낙 심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결국 한은법 개정은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맞물려 큰 틀에서 새 그림을 그리는 방향으로 재논의될 전망이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자반고등어/홍종의

    [엄마와 읽는 동화] 자반고등어/홍종의

    거짓말도 자꾸 해 보니까 별 것 아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고 말도 더듬지 않았다. 오히려 없는 말까지 보탰다. 욱이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남은 돈을 셈했다. 천원 권 두 장과 동전 몇 개가 고작이었다. “좀 아껴 쓸 걸.” 욱이는 후회를 했다. 엄마에게 과외비로 받은 오만 원을 열흘 만에 거의 다 써버렸다. 당장 내일 쓸 돈이 모자랐다. “한 시간만 더 하자니까.” 민규가 고양이 발톱처럼 열 손가락을 세워 흔들며 툴툴거렸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느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이제 돈 없어. 내일부터는 네가 대.” 욱이가 다른 쪽 주머니를 훌렁 뒤집어 보였다. 먼지가 풀썩 피어올랐다. 민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배고파. 오늘은 네가 떡볶이 좀 사라.” 욱이가 민규의 팔을 잡았다. 민규는 얼른 욱이의 팔을 떼어냈다. “내, 내가 왜?” 민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뒷걸음질을 쳤다. “내가 그렇게 많이 사 줬으면 한 번 사 줄 만도 하잖아.” 욱이가 목에 힘을 주며 또박또박 말했다. “누가 사 달랬어? 같이 있어 달라고 사정을 해서 나도 학원을 빼 먹으면서 놀아 줬더니….” 갑자기 민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마주 오던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쳐다봤다. 욱이는 창피해 얼른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민규를 쫓아가 한 대 갈겨 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지나가자 욱이는 골목에서 머리를 삐쭉 내밀었다. 민규가 바람개비처럼 팔을 빙빙 돌리며 뛰어가고 있었다. “의리 없는 자식! 두고 보자.” 욱이는 주먹을 꼭 쥐었다. 열흘 전, 순대 김밥 배달을 민규에게 들키지만 않았어도 엄마를 속이지 않아도 됐다. 하필 배달을 한 곳이 민규네 보석 가게였다. “너, 철가방이었어?” 푹신푹신한 소파에 누워 발장난을 하던 민규가 욱이를 보자 처음 한 말이었다. 번쩍거리는 보석 진열대들이 빙글빙글 돌았다. 탁자에 김밥, 순대를 꺼내 놓는데 손이 떨렸다. 욱이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우, 우리 엄마 심부름이야.” 욱이가 더듬거렸다. 덩치로 보면 반밖에 안 되는 민규가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잘난 우리 반 회장이 겨우 분식집 아들이었어?” 민규가 나무젓가락으로 순대를 싼 투명 랩을 푹 찔렀다. 욱이는 가슴이 찔린 듯 움찔했다. “안 본 걸로 해 줄 테니까 걱정 마.” 민규가 문까지 따라 나오며 욱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욱이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민규네 가게에 다녀오고 나서 욱이는 고민이 생겼다. 잘못하다가는 또 다른 친구에게 들킬 것이 뻔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욱이는 꾀를 냈다. 보석가게를 하는 부자 민규를 팔았다. 공짜로 과외를 같이 하자면 미안할 테니 오만 원만 내라고 했다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다. “욱이가 도와줘서 편했는데 할 수 없지 뭐. 그런 친구를 두기도 어려워.” 엄마는 당장 꼬깃꼬깃한 천원 권과 오천원 권, 만원 권으로 오만 원을 채워 주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것보다도 욱이는 어떻게 당장 민규의 입을 막을지 막막했다. “똑똑.” 빗방울이 떨어졌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간판에 일찍 불이 켜졌다. 욱이는 육교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높은 곳에라도 올라가야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 빗방울이 점점 많아졌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자동차들도 속력을 높였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한 발에 두 계단을 오르던 욱이었다. 그런데도 욱이는 느릿느릿 한 계단씩 육교에 올랐다. 육교에 오르자 바람이 시원했다. 욱이는 얼굴 가득 빗방울을 받았다.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렸다. 욱이는 육교의 난간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이리 와 봐.” 육교 중간쯤이었다. 한 할머니가 소쿠리를 앞에 놓고 욱이를 불렀다.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할머니 혼자뿐이었다. “저, 저요?” 욱이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여기 좀 앉아 봐.” 할머니가 손짓으로 소쿠리 앞자리를 가리켰다. 욱이는 자석에 끌리듯 할머니 앞에 앉았다. 비린내가 확 풍겼다. 소쿠리 위에는 생선 한 마리가 달랑 남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두 마리였다. 한 마리가 배로 다른 한 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뒤에서 꼭 껴안은 모습이었다. “자반고등어야. 다 팔고 이것만 남았어. 비도 오고 날도 저물고 이것을 팔아야 집에 갈 수 있어.” 할머니가 생선을 욱이를 향해 밀었다. 어둠이 내려 할머니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저, 저는 돈이 없는데요?” 욱이가 앉은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키가 큰 트럭이 달려오는지 육교 위가 환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쪼글쪼글한 할머니의 입이 보였다. 그 모습이 욱이의 머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내일 갚으면 돼.” 할머니가 냉큼 생선을 집어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내밀었다. 욱이가 받지 않으면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 욱이는 얼결에 비닐봉지를 받았다. 할머니가 소쿠리를 챙겨서 일어섰다. 욱이도 엉거주춤 일어났다. 할머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육교를 내려갔다. 욱이는 비닐봉지를 들고 터덜터덜 걸었다. 그냥 주머니에 남아 있는 돈이라도 털어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혼자 남은 아줌마 손님이 일어섰다.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손에 묻은 물을 탈탈 털었다. “아이구, 우리 왕자님 오셨네.” 엄마가 두 팔을 벌리며 반겼다. “아들이우? 어쩜 저렇게 듬직하게 생겼을까?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기고 엄마를 업어줘도 되겠네.” 아줌마가 호들갑을 떨었다. “업어주기는요. 몸은 커다래도 아직 애기인 걸요.”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영어 과외는 잘했어? 고맙기도 하지. 그만한 돈으로 어떻게 과외를 해. 학원을 다니려고 해도 십 몇만 원은 든다던데.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해.” 엄마는 아줌마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욱이는 비닐봉지를 슬그머니 의자위에 내려놓았다. 욱이는 슬슬 엄마의 눈치를 봤다. 탁자에 걸레질을 하는 엄마가 더 작아 보였다. 욱이는 주춤주춤 엄마에게로 가서 등을 내밀었다. “엄마, 한 번 업혀 봐.” 등 뒤에서 엄마의 기척이 들렸다. “어서!” 욱이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래도 엄마는 업히지 않았다. 갑자기 엄마가 뒤에서 욱이를 꼭 끌어안았다. 욱이는 가슴이 저릿해졌다. “우리 욱이 많이 컸네.” 엄마가 팔에 힘을 주었다. 욱이는 몸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아주 작아져 엄마의 가슴에 푹 담기는 것 같았다. 그때 욱이는 자반고등어 생각이 났다. “어, 엄마. 이거.” 욱이는 자반고등어 봉지를 내밀었다. “육교를 건너는데 할머니가 팔고 있었어. 이걸 팔아야 집에 갈 수 있대. 그래서 돈이 없다고 하자 내일 갚아도 된 대.” 엄마가 봉지 속에서 자반고등어를 꺼냈다. 불빛을 받고 자반고등어의 등이 푸르게 빛났다. “자반고등어네? 잘했어. 야무지게도 재웠네. 자반고등어는 이렇게 두 마리를 야무지게 재워야 상하지 않아. 우리 욱이와 엄마가 이렇게 한 몸인 것처럼.” 욱이는 가슴이 뜨끔했다. “외할머니께서 자반고등어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엄마가 자반고등어를 뒤적이며 울먹였다. 외할머니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자반고등어는 머리는 두 개지만 마치 한 마리처럼 보였다. 욱이는 더 이상 엄마 옆에 있을 수 없었다. 마침 가게에 손님이 들었다. 엄마가 김밥을 써는 틈에 욱이는 가게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밤새 퍼붓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햇살이 쨍하니 나고 안개가 뽀얗게 피어 올랐다. 욱이는 엄마가 자반고등어 값으로 준 돈을 하루 종일 쥐고 있었다. 민규가 슬슬 욱이를 피해 다녔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욱이는 육교를 향해 뛰었다. 육교 위에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자반고등어를 파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욱이는 육교의 끝에서 끝으로 두 번을 왔다 갔다 했다. 할머니가 앉았던 자리에는 김을 파는 아줌마가 앉았다. “아줌마, 여기에서 자반고등어를 파는 할머니 안 나왔어요?” 욱이는 망설이다가 물었다. 아줌마는 하품을 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반고등어요.” 욱이가 힘을 주어 다시 말했다. “무슨 자반고등어? 여기는 그런 거 안 팔아.” 아줌마가 쌀쌀맞게 말했다. “어제 여기서 자반고등어 팔던 할머니요. 제일 나중에까지 남아 있었어요.” 욱이는 울상을 지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왜 귀찮게 굴어. 여긴 내 자리고 어제도 내가 제일 나중에 일어섰구먼.” 아줌마가 김을 뜯어 질겅질겅 씹었다. 다시 물었다가는 혼이 날 것 같았다. 욱이는 힘없이 육교를 내려왔다. 아무리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려 보려 해도 가물가물했다. 욱이는 길 가는 할머니들을 요리조리 살폈다. “야, 강욱!” 욱이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민규네 보석가게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가게에서 튀어 나오며 민규가 욱이를 불러 세웠다. 그때였다. 욱이의 머릿속이 환해졌다. 갑자기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입이 퍼득 떠올랐다. “걱정 마. 오늘부터는 내가 돈을 다 댈게.” 민규가 욱이의 코앞에 돈을 들이대고 흔들었다. 그래도 욱이는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다 댄대도?” 민규가 욱이의 등을 퍽 때렸다. 그때서야 욱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반고등어의 머리가 눈앞에 떠오르면서 외할머니의 얼굴이 겹쳤다. “맞아. 외할머니의 입이야!” 갑자기 욱이가 소리를 질렀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입이었다. 틀림없었다. 욱이는 민규의 손을 뿌리치고 가게를 향해 뛰었다. 아무래도 가게에 엄마를 닮은 외할머니가 와 있을 것 같았다. ●작가의 말 가정이 행복한 세상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다.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불안정한 가정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부 불행한 것은 아니다. 진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면 불행은 행복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자반고등어는 두 마리가 합쳐 하나(한손)가 된다. 그렇게 서로 포개져야만 제대로 발효가 되어 맛있는 자반고등어가 된다고 한다. 자반고등어처럼 서로 기대고 안아주어야 하는 것이 가족이다. 짠맛이 고소한 맛이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약력 ▲대전일보신춘문예 동화당선 ▲계몽아동문학상, 율목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 수상 ▲‘대나무 숲에 사는 잉어’, ‘하늘음표’, ‘하늘매 붕’, ‘똥바가지’, ‘초록말 벼리’, ‘구만이는 알고 있다, 구만이는 울었다’, ‘오이도행 열차’, ‘곳니’ 등의 작품집이 있음.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근무
  • [기고] 중소농·영세 고령농 보호정책 필요하다/이종헌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고] 중소농·영세 고령농 보호정책 필요하다/이종헌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2008년 농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의하면 농가인구가 318만 7000명으로 그 전해에 비해 무려 9만여명이 줄었으며 농촌의 65세이상 농업인이 33.3%로 이미 초고령사회가 된 지 오래됐다. 따라서 정부의 농업정책의 틀이 변하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의 농업경쟁력 강화방안과 지난 3월 논란이 일었던 농업보조금 개편 내용을 보면 농업정책의 틀이 변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농정의 방향이 영세농과 중소농의 개별농가 중심에서 기업농과 전업농 중심으로, 비농업계의 자본투자 제한에서 민간투자의 활성화로, 그리고 농업의 보호와 특별지원 정책에서 자율경쟁과 시장중심으로 기본 틀이 변화되고 있다. 요컨대 경쟁력이 낮은 영세농가들은 농정지원대상이 아닌 생활보호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농과 전업농 중심으로 농정이 변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농업이 정부의 보호와 지원 없이 자율경쟁과 자유시장경제에서 유지될 수 있는 산업인가? 그리고 고령농과 영세농가에 대해 생활보호 대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태에서 농정의 틀을 바꾼다면 이들은 정책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선 이들에 대한 보호정책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기업농과 전업농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도 아직까지 중소농가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농업정책의 초점이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지금처럼 각국의 농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상황에서 자생력이 취약한 국내 농업을 경제적 교역적 가치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농업은 공익적 가치가 여타 산업에 비해 매우 크다. 그래서 농업은 시장에 그냥 맡겨 두어서는 유지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 즉 공익적·비교역적 가치인 환경보전 기능, 농촌경관 제공 기능, 전통문화의 유지, 식량안보 등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 국가공동체 유지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우리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가 100조원에 이른다. 이런 공익적 가치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계속적으로 농업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중소농이나 영세농들도 보호·육성하고 있다. 또한 최근 G8(선진 7개국과 러시아) 식량보고서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성명서에 의하면 세계인구의 증가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농업 투자 위축, 지구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온 등의 요인으로 지구촌의 식량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식량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지난해 국제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세계 30여개국에서 정치적 저항과 소요 사태를 발생시켰다. 국가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 식량안보는 필수적이다. 이는 공산품을 수출하여 번 돈으로 농산물을 사다 먹으면 된다는 논리를 무색하게 했다. 이처럼 농업은 국가 공동체의 유지에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농촌은 중소농가와 고령농가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요구된다.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체계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후에 지원을 축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소농가나 영세 고령농가들은 스스로 지역 협동조합을 구심점으로 조직화하여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정부는 기업농과 전업농 중심으로 정책의 틀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꾸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이들을 포용하는 하나의 정책대안일 것이다. 이종헌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 한은 기능강화법안 재정소위 통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일 경제재정소위를 열고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그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의결, 전체회의로 넘겼다.소위는 한은의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해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맞아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의 경우, 현행 규정은 심각한 통화신용의 위축기에 한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수정해 한은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했다. 또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기관의 지급준비 적립 대상을 현행 예금채무에 한정하지 않고 예금 유사상품까지 확대하는 조항을 신설했고,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업무 대상에 회사채나 특수채 등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소위는 23일 전체회의에 합의 내용을 보고한 뒤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김종률 소위 위원장은 “한은의 기능에 금융안정을 추가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정책적 수단을 주는 게 맞다는 점에 여야간 공감대가 이뤄졌다.”면서 “오래 지속돼 온 한은법 개정 논의에 가시적 성과를 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한편 이날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경제위기와 한은의 역할’ 토론회에서는 한은법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논란이 돼 온 조사권 부여에 대해서는 찬반 공방이 벌어졌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전기료 인상 명분쌓기?

    전기료 인상 명분쌓기?

    전기료 인상을 둘러싼 ‘명분 찾기’가 한창이다. 정부도 전기료 인상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심지어 전기값이 싸서 전력 과소비가 심각하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국전력의 ‘선(先) 구조조정, 후(後) 전기료 인상’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서민물가 안정과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한전 적자론’에 밀리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5일 내놓은 ‘산업용 전력판매량 감소세 둔화’ 자료에서 이례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6일엔 한전이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빨리 1·4분기 영업실적을 공개했다. 1분기에만 1조 763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손실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밝혔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강연에서 “경기가 회복하는 기미가 보이면 전기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료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들은 한전의 자구노력이 선행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난해 전기료 인상에서 빠진 ‘주택용 전력’이 이번에 인상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반대는 더 심하다. 기업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기료 인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정부의 ‘수출 올인’ 정책과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과 관련해 많은 요소를 검토하며 고민하고 있다.”며 “단시일 내에 결정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값 인상 요인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과소비도 사실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가 싼 탓이 아니라 산업구조가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일 한전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인당 소비전력량은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이 7702㎾h로 일본(6970㎾h)과 프랑스(72 86㎾h), 독일(6551㎾h)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이를 가정용과 산업용 전력으로 나눠보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력은 전체 14.1%(5만 2537GWh)에 그쳤다. 반면 산업용은 51%(18만 9462GWh)나 차지했다. 일본은 산업용이 32.7%, 가정용은 28.5%로 이뤄졌다. 미국(36.3%)과 독일(26.9%), 프랑스(34.2%)도 가정용 전력이 큰 비중을 보였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구조의 영향으로 1인당 전력소비량이 많아진 셈이다. 이는 요금을 인상해도 전기 수요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지난달 전력 판매량에서 주택용(465만 6000㎿h) 전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감소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너무 풀린 돈’ 걱정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중에 푼 돈이 지나치게 많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과잉 유동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 우려할 만한 때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지만 유동성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미리 대책을 생각해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우려는 유동성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데서 출발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으로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784조 7000억원이다. 지금쯤이면 800조원대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큰 덩치 때문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국회에서 “이 돈이 돌기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올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유동성이)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돈이 한꺼번에 돌기 시작하면 증시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급등하면서 폭발적인 물가 상승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이미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3월초에 비해 코스피지수는 30%, 코스닥은 40%나 올랐다. 이 정도면 이상 급등에 가깝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그동안 과잉 유동성 문제는 먼 훗날의 일로 여겼으나 최근의 증시 급등으로 보면 그리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겉으로는 과잉 유동성 논란을 깎아내리는 모양새다. 인정했다가는 경기 부양이라는 정책 기조의 변화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걱정이 많다. 너무 많은 돈이 풀려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거품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 검토에 착수했다. 이른바 ‘포스트 크라이시스(post-crisis·위기 이후)대책’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 풀린 돈이 수출 중소기업 지원 같은 데 쓰이지 않으면 결국 돈놀이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기관을 통해 들어가는 돈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통화위원은 “아직은 행동에 옮길 단계가 아니지만 엄청나게 풀려 있는 유동성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 (중앙은행이) 서서히 고민하고 들여다볼 때”라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올 4·4분기에 0.25%포인트, 내년에 1.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아직까지는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풀려 있는 자금 규모가 너무 크고 경제 흐름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경제 상황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韓·美·中 경제는 지금] 글로벌 불황 타개 ‘수출 드라이브 정책’ 내용은

    [韓·美·中 경제는 지금] 글로벌 불황 타개 ‘수출 드라이브 정책’ 내용은

    정부가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추진한다. 경제위기의 조기 극복은 수출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녹색성장산업을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삼아 향후 경기회복 때에 최대 수혜주로 키울 계획이다. 정부는 16일 세계 10대 수출국 도약과 세계시장 점유율 3%대 진입이라는 신(新)무역정책 달성을 위해 금융 지원과 수출시장 개척, 무역 부대비용 절감 등의 다양한 ‘당근책’을 내놓았다. ●수출보험지원 임직원 ‘면책 특권’ 우선 수출을 늘리기 위한 금융 도우미가 뜬다. 이달부터 수출기업의 중소 협력업체가 외상채권을 할인없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수출납품대금 현금결제보증제’가 실시된다. 기존엔 납품 이후 대기업은 전자어음으로 결제하고, 납품업체는 은행에서 어음을 할인(이자율 6.5%)받아 대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출보험공사의 보증으로 은행이 납품업체의 대금을 100% 현금 지급하게 된다. 정부는 또 3조원을 투입해 조선·자동차·전자 수출기업의 중소납품업체 1만개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견 또는 대기업이 외상수출채권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은행의 대금 미회수 위험을 커버하는 ‘수출채권보험’도 새롭게 도입한다. 수출 중소기업이 조선사 등 대기업에 납품 즉시 대금을 지급하는 ‘수출중소기업 네트워크 대출’과 지방의 수출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수출입은행이 대출 재원의 일부를 저리로 지원하는 ‘무역금융 리파이낸스’도 도입된다. ●미수위험 대비 ‘수출보험’ 신설 수출보험 지원 규모도 130조원에서 170조원으로 늘어난다. 수출 가능성은 높지만 위험 증가로 수출에 어려움이 있는 중남미와 독립국가연합(CIS) 등 신흥시장에 대한 업체별 지원 한도도 두배 확대한다. 이와 함께 수출입 절차 간소화, 수출입 물류 개선, 관세부담 완화 등도 이뤄진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과감한 수출보험 지원을 위해 고의·중과실이 없는 수출보험을 취급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올해 면책특권을 줄 것”이라면서 “특히 적극적인 보증·대출을 실시한 직원에겐 포상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전자립화 3년당겨 2012년 매듭 미래 성장을 위해 수출 품목의 전략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와 발광다이오드(LED), 원전 등을 포함한 5대 분야, 9대 품목을 신(新)수출동력으로 선정했다. 연내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요르단, 터키 등을 대상으로 원전 수출 1호를 추진한다. 원전기술 자립화도 3년 정도 앞당겨 2012년까지 마치기로 했다. 또 해외신도시 개발사업을 활성화해 2020년 100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릴 청사진도 내놓았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아파트와 오피스 등 건축 공사와 엔지니어링 등에 진출했다. 신재생에너지와 LED, IT서비스, 의료산업, 농식품 등도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수출성장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美·中 ‘1분기가 바닥’ 조심스런 낙관 美 FRB “4월이 경기하강 종점” 미국경제 진단이 개인별·기관별로 엇갈리는 가운데 16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4월 경기동향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는 지난해 9월 경제위기 뒤 최악을 벗어나 경기하강이 종점에 왔는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부정적 지표들도 잇따르고 있어 위기 반등의 확신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다. 분야별로는 금융시장 신용경색 완화, 주식시장 추세적 상승이 경기 호전 신호로 분석됐다. 반면 소비와 생산 부문, 그리고 폭발적 증가세는 주춤하지만 실업문제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FRB는 이날 발표한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에서 미국 경기하강속도가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전체를 12개 지구로 나누었을 때 반수 이상에서 3월 이후 경제 개선과 안정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업별로 제조업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약했다. 고급제품이나 사치품 구입을 꺼렸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식품이나 생필품 구입은 개선되고 있다. 서비스 부문은 저조했지만 금융업은 양호해졌다. 개인소비도 전체적으로 부진했지만 몇개 지구에서는 회복조짐을 보였다. 물론 이날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비 0.1% 하락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마감, 디플레 우려를 다시 부각시켰고, 산업생산 지수는 97.4(2002년=100)를 나타내 전월에 비해 1.5% 하락했으며 작년 동월에 비해서는 12.8% 줄었다. 10년 만의 저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우려할 수준으로는 보지 않았다. 소비침체의 상징인 자동차도 감산효과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3사의 미국내 재고가 73일분으로 20%나 줄며 적정수준에 접근, 경영에 숨통이 트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주택시장에는 긍정적·부정적 지표가 번갈아 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는 3월 주택착공 건수가 전달보다 10.8% 감소해 연율환산으로 51만채에 그쳤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54만채를 밑도는 규모로 지난 50년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신규 실업자 수도 11주 연속으로 6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中 GDP 6.1%↑… 2분기 반등?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의 1·4분기(1~3월) 성장률이 6.1%를 기록했다. 1992년 통계 발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4·4분기의 6.8%보다도 낮다. 수출도 전년 동기에 비해 19.7% 줄었다. 한국 기업들의 대중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예상과 비슷한 수치인 데다 마지막달인 3월의 각종 지표가 호전되고 있어 ‘바닥’ 논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6일 발표한 1분기 주요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과 수출입 증가율, 물가 및 취업 추이 등은 예상대로 암울했다. GDP 성장률 6.1%는 전문기관 예상치의 최저 수준이다. 수출 부진은 예상했던 대로지만 수입이 30.9%나 줄어든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6%, 생산자물가지수(PPI)는 -4.6%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 속에 기업이윤도 전년 동기 대비 37.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창출 성적도 연간 목표치의 10%대에 머물렀다. 국가통계국측은 “경기하강 압력이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내수 등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1분기 산업생산은 5.1% 증가했고 특히 3월 증가율이 1~2월(3.8%)보다 높은 8.3%를 기록했다. 고정자산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했다. 소매 판매도 15% 늘어 ‘가전하향’ ‘자동차하향’ 등 내수부양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화량도 25.5% 늘어 자금공급도 원활해 보인다. 이에 따라 내수가 살아나면 8%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가통계국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예상보다 좋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대표처의 양평섭 수석대표도 “성장률이나 수출감소는 예상했던 상황이어서 충격적이지 않다.”며 “발전량 수요 추이 등 여러가지 지수를 보면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한 애널리스트도 “투자 급증이 수출 급감을 상쇄하면서 가장 어려운 고비를 통과했다.”고 진단했다. 급속한 호전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비관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판가름은 2·4분기 지표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견인차였던 수출 부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4조 위안(약 800조원) 경기부양 자금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stinger@seoul.co.kr
  • 금본위제 부활 경제위기 해결사 될까

    엘도라도, 황금의 시대가 펼쳐질 것인가. 1944년 이후로 전세계의 기축통화로 역할을 해온 달러가 미국발 경제위기로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금본위제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정책금리를 0%까지 낮추면서 무제한적으로 달러를 찍어내는 바람에 단기간에 물가가 급등하는 하이포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선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골드’ (네이션 루이스 지음, 이은주 옮김, 에버리치 홀딩스 펴냄)도 ‘달러를 버리고 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의 기본은 ‘낮은 세금과 안정된 통화’인데 달러가 지위를 잃은 만큼 금을 기준으로 각국이 찍어낼 통화의 양을 결정하는 금본위제로의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제예측기관과 투자회사에서 전략가로 일한 지은이는 과거 금본위제에서 진정한 세계화가 이루어졌고, 수세기 동안 경제적 호황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부담이 가장 적다고 설명한다. 이를 테면 1492년 이후 세계의 금 공급량은 연간 5%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심지어 1850년 골드러시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1910년부터 연평균 생산증가량이 2%를 유지하기 있기 때문에, 금을 기준으로 통화를 찍어낸다면 물가상승분을 초과하는 통화증발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미국정부가 달러의 금태환을 포기한 것은 닉슨 정부 때인 1971년이다.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령 때부터 거의 30년 동안 온스당 금의 가치를 35달러로 고정시켜놓았다. 그런데 금의 수요가 증가해 금 값은 날로 올라가고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무역적자 등으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자,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려댄 프랑스 정부는 자신들이 소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감당한 능력이 안된 미국 정부가 ‘BJR(배째라)’로 나간 것이 1944년 성립된 브레턴우즈 체제의 파기 원인이다. BC 7세기에 나타났고, 로마제국과 20세기 초반의 유럽국가들이 유지하고자 했던 금본위제가 망가지는 이유는 늘 똑같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필요한 돈의 양도 급팽창하지만 금 보유량은 따라가지 못한다. 신용 거품이 꺼지는 상황에서도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충분한 통화 공급이 불가피한데, 하지만 금을 기준으로 한다면 돈을 찍어낼 수 없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도 각국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풀어쓴 통화를 회수해 자국의 금보유량과 맞추려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와 똑같은 금본위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만, G7회의에서는 미국 정부가 맘대로 달러를 찍지 못하게 금과 연동시키자고 한다. 또다른 목소리도 있다. 프랑스 석학인 자크 아탈리 등이 달러 대신 전세계 통화를 만들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축통화를 보유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미국이 받아들여야 가능한다. 독자들은 금본위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통해, 통화의 ABC를 알고 통화 때문에 벌어지는 경제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으면 될 것 같다. 2만 8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시민 2명 중 1명은 기부자

    서울시민 2명 중 1명은 기부자

    서울 시민 두 명 중 한 명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꺼이 ‘기부’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 방법으로는 자동응답전화 (ARS)를 가장 선호했다. 이는 7일 서울시가 밝힌 ‘2008 서울서베이’ 결과다. 조사는 지난해 10월 한달간 서울시내 2만 가구(약 4만 8669명) 및 거주 외국인 1000명, 서울 소재 55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노후준비율 작년보다 2.1%P↓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서울시민의 기부율과 자원봉사 참여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기부율도 2003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44.5%를 기록했다. 기부방법은 ARS를 이용한 기부가 27.6%로 가장 많았다. 또 자원봉사 참여율은 21.3%로 지난해 18.5%보다 크게 늘었다. 경제난 탓인지 노후를 대비하는 시민들의 비율은 56.7%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줄었다. 경제 위기 여파로 직장인의 이직 및 여가 선호비율도 감소했다. ‘더 좋은 직장이 나타나면 언제라도 이직하겠다.’는 응답은 54.9%로 전년보다 2.1%포인트 감소했다. ‘수입을 위해 일을 더하기보다는 여가시간을 갖고 싶다.’는 응답도 전년 대비 3.1%포인트 감소한 45.6%로 나타났다 서울의 평균 가구 구성원 수는 3.07명으로 전년보다 0.02명 증가했다. 하지만 20 06년부터 가구 구성원 중 미혼 자녀 비율(20.3% → 23.1% → 24.8%)은 증가했다. 이는 결혼 연령이 점점 높아지는 데다 취업여부에 상관없이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캥거루족’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미혼 자녀 중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52.7%→ 53.1%→ 60.1%) 높아졌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을 4년이 아니라 6~7년씩 다니는 ‘장수생’과 대학원 진학률이 증가한 탓으로 보인다. ●가구 부채 이유 73% “주택 탓” 또 서울 가구의 절반(49.7%) 가량이 부채를 지고 있다. 지난해(47.9%)보다 다소 증가한 것이다. 주된 원인은 주택구입 및 임차 때문이라는 응답이 72.7%로 가장 많았고, 재테크(8.3%), 교육비(7.9%), 기타 생활비(6.8%) 순이었다. 재테크를 하는 서울시민은 71.1%에 달했다. 그러나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 성향 때문에 은행 예금이 62.8%로 전년 대비 9%포인트 증가한 반면,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은 17.1%로 지난해보다 3%포인트 줄었다. ●시민 71% “재테크 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민은 물가가 많이 오를 경우 가계지출항목 중 ‘의류 및 신발비’(53.3%)를 가장 먼저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어 ‘오락·문화비’(50%), ‘비주류 음식료품비’(49.8%)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문화활동에 있어서 미술 전시회의 실제 지출 비용이 전년도보다 49.3%나 줄었고, 무용·연극 등 공연관람 횟수도 12.5% 감소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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