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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턱 낮춘 뮤지컬로 ‘문화 도시’ 만들겠습니다”

    “문턱 낮춘 뮤지컬로 ‘문화 도시’ 만들겠습니다”

    “내실을 기하고 문턱은 낮춰 뮤지컬 페스티벌을 국제적 축제로 발전시킬 겁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충무로 뮤지컬 페스티벌과 뮤지컬 영화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축제를 통해 충무로의 지역 가치를 높여 ‘문화도시’ 이미지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구는 오는 17~24일 충무아트홀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에서 ‘충무아트홀 3대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올해는 서울뮤지컬페스티벌과 충무로뮤지컬영화제 프리페스티벌, FACP(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서울총회가 함께 열린다. 최 구청장은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국내 유일의 뮤지컬 축제로 올해 네 번째를 맞았고 뮤지컬영화제는 내년 첫 개최를 앞두고 미리 선보이게 됐다”면서 “세 개의 행사를 같이 개최하는 만큼 볼거리도 많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 2007~2011년 ‘충무로 국제영화제’를 개최했지만 관 주도의 한계로 중단됐다. 최 구청장은 “국제영화제가 신뢰를 잃고 끝나 2년 가까이 예술계 전문가들과 새로 연구한 결과가 뮤지컬 영화제”라면서 “뮤지컬 거점인 충무아트홀과 한국영화의 본산인 충무로의 장점을 융합한 것으로 세계 처음”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뮤지컬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신선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뮤지컬은 대체로 고가의 비용 때문에 서민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최 구청장은 “뮤지컬 대중화를 위해 축제에서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무료 상영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게 했다”면서 “순수 우리나라 창작품만 선보이기 때문에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는 ‘정동야행’도 봄, 가을로 두 차례씩 진행할 예정이다. 최 구청장은 “봄에는 체험부스나 거리공연이 인기를 끌었는데 10월 행사에서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등 한국 근대사 현장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여주기식 행사들이 아닌 진정성 있는 축제로 다가가려 한다”면서 “시민들의 다채로운 문화 향유를 위해 시의 예산지원이 뒷받침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한국전쟁 때의 전시는 어땠을까

    유물이나 미술작품은 전시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고 평가된다. 박물관, 미술관, 화랑, 대안공간 및 복합문화공간 등 전시 공간을 키워드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회가 서울 서대문구 홍지동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미술전시공간의 역사’전에는 언론 스크랩과 도록 등 자체 소장품을 비롯해 국가기록원, 국립고궁박물관 등 20여 기관에서 대여한 자료 250여점이 소개된다. 미술작품이 공적 영역에서 향유되고 문화적 토대를 형성하던 근대 초기 전시 공간부터 다양한 공간에서 전개된 전시 및 미술담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아카이브전이다. 전시 공간을 박물관, 미술관, 화랑(갤러리), 대안공간 등 네 곳으로 나눠 포스터, 설계도, 도록, 입장권 등 다양한 자료를 보여 준다.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시정 5년 기념 조선물산공진회 미술관 신축 공사 설계도(1915), 조선박람회장 배치도(1929), 개성부립박물관 신축 공사 설계도(1931)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나카무라 요시헤이 설계사무소 제작 덕수궁미술관 입면도(1936) 등 설계도면이 공개된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1회 현대미술작가전 포스터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 도록 등이 소개된다. 김달진 관장은 “전시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당대 사회와 문화적 상황을 반영하는 한편 우리 미술의 중요한 담론의 장으로 기능하는 지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를 맞아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 전시기획자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소개했다. 영향력 있는 미술관을 묻는 질문에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기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장 많은 19표(주관식 복수응답)를 받았다. 이어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이 ‘우수한 컬렉션’을 보유했다는 평가로 15표를, 서울시립미술관은 ‘다양한 성격의 전시 기획력’으로 7표를 얻었다. 영향력 있는 화랑(갤러리)은 ‘대중적 인지도, 미술사적 의의’가 있는 현대화랑과 ‘국제적 영향력’이 있는 국제갤러리가 각각 16표를 받았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문화가 있는 날, 오페라 ‘마술피리’가 온다

    문화가 있는 날, 오페라 ‘마술피리’가 온다

    노블아트오페라단, 청소년과 함께하는 오페라여행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청소년과 함께 하는 오페라여행’ 프로그램으로 노블아트오페라단(단장 신선섭)의 오페라 ’마술피리’가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지역민에게 다양하고 수준 높은 오페라 프로그램을 제공해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고 유명 예술작품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공연을 진행한다. 특히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초·중·고교생 등 학생들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목적도 담고 있다. 오페라 ‘마술피리’는 지난해 한전아트센터 기획 공연 노블아트오페라단의 모차르트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김숙영 연출 작품이다. 지루하고 어렵다는 오페라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다양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했고, 폭 넓은 관객층을 소화할 수 있는 공연예술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선섭 단장은 “가족오페라로 가장 많이 사랑 받고 있는 모차르트의 대표오페라 ‘마술피리’를 통해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사랑와 희망’이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공연 의미를 설명했다. 뮤지컬과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숙영 연출과 박지운 지휘, LARS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가하고 출연진으로는 김요한, 서정수, 이장원, 김동원, 이영숙, 박명숙, 임금희, 김종표, 인구슬 등 국내 최정상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 관람할 수 있다. 7월 29일 거제문화예술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8월 예산문예회관, 10월 영등포아트홀, 11월 안양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공연문의 노블아트오페라단 02-518-0154.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7] ‘100세 시대’의 겉과 속

    조선시대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습니다. 연전에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가 산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절대 지존이라는 왕 27명의 평균 수명이 46.1세에 불과했고, 이들 중에 회갑연을 치른 사람이 20%도 안 됐답니다. 용상에 올라 잘 먹고, 잘 입고, 온갖 호사를 누렸을 왕의 수명이 이 정도였으니 백성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겠지요. 황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백성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35세 이하였습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그 시대의 실상이었지요. 그러니 누군가가 태어나 60년을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거하게 회갑연을 열어 장수를 축하하고, 더 오래 살라고 축원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환갑이 기본이어서 회갑연조차 의미 없다고 피하는 세상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100세 시대’는 꿈이 아니다 그 조선시대의 끝자락에서 세자면 불과 100여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은 어떨까요. 1970년대의 우리 국민 평균 수명은 61.9세였습니다. 이만 해도 조선시대와 견주면 거의 2배에 가까운 수명 연장을 이룬 것입니다. 이후 1980년대에는 65.7세, 1990년대에 드디어 70대에 진입해 71.3세를 기록하더니 2000년대에 76.0세, 2010년대에 80.8세, 2012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81.4세를 기록합니다. 가장 최근 기록인 81.4세를 기준으로 보면 조선시대 왕의 수명보다 두 배 가까이 오래 살게 된 것이지요. 단순히 수명 만을 기준으로 보자면 정말 좋은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무엇이 좋은 일인지는 주관적이어서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지만, 한사코 죽음을 회피하려 하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의지이고 본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지요. 예전에는 입에 발린 말로 백 살까지 살라고 덕담이라도 건네면 “벽에 똥칠 해가면서 뭐하러…”하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백 살을 그저 기대나 할 수밖에 없는 ‘꿈의 나이’로 쳤던 것이지요. 그 꿈에 도달하기 직전의 나이인 아흔 아홉살을 백수(白壽)라고 불렀는데, 100을 뜻하는 ‘百’자에서 ‘一’을 빼면 ‘白’ 자가 되는 데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 백수를 세속에서는 선계(仙界)의 경계 쯤으로 봤다니, 요즘 모두가 현실로 받아들이는 ‘100세 시대’가 얼마나 대단한 변화이고, 발전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0세’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러나 우리는 통계로 단순화된 수명 연장의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명이 늘어난 것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합니다. 우선, 잘 먹고 사는 덕분에 영양 상태가 좋아진 탓이 크겠지요. 인체는 무한히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유기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밥을 먹고도 누구는 10의 생산성을 보이고, 또 누구는 100의 생산성을 발휘합니다. 이 생산성은 기본적 필요조건인 ‘먹음’에 기초합니다. 생산성을 고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항상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몸이 그런 필요에 부응할 만큼 먹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먹음’의 문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잘 먹고 잘 생산한다’는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견고하지 못해 생산성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 만큼 수명 연장의 일차적인 요인은 치명적인 영양 결핍이 없도록 잘 먹고 산 결과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다음 요인으로는 위생상태의 개선을 들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인간의 수명을 결정적으로 위협한 것은 세균 감염과 이로 인한 질병, 그리고 기생충이었습니다. 실제로 콜레라나 이질, 장티푸스 등이 해마다 창궐해 수많은 사람들을 요절냈지만 사회적으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했습니다. 수인성 전염병은 물이 전파 경로에서 매우 중요한 매개물질로 작용하지만, 그래서 먹는 물만 잘 관리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오염된 물이 문제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지요. 기생충도 그렇습니다. 요즘처럼 사회적 위생관이 확립돼 기생충의 생리가 낱낱이 드러나 있고, 보건 분야에서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필터가 작동하며, 효과적인 구충제가 개발돼 있는 세상과 그 때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기생충의 알과 성충이 바글대는 인분을 밭에 뿌리고 맨발로 들어가 밭일을 해댔으며, 회와 쌈 등 생식문화가 보편화돼 기생충 감염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봐도 틀리지 않지요. 생산성을 극단적으로 위축시킨 절대 왕정 체제에다 지배계급인 양반과 관료들의 수탈, ‘사농공상’으로 집약되는 계층 인식에서 보듯 농업이나 상공업을 통한 사회적 부의 축적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였습니다. 이렇듯 총체적으로 부실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질병과 기생충을 경계하고, 차단할 인식조차 갖지 못했고, 당장 먹고 사는 일이 화급한 터에 위생을 따질 엄두 조차 내기 어려웠던 게 그 때의 실상이었던 것이지요. 다음으로 꼽는 요인은 의료의 발전입니다. 누가 뭐래도 인간의 수명을 지금 수준으로 연장시킨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의학과 의료의 기여라고 봐야 합니다. 윤리나 상식을 배제한 채 단순히 의료의 관점에서만 말하자면 이미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100세에 거의 도달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생명체는 죽어야 비로소 죽는 것인데, 현재의 의료 수준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지는 못 해도 절명에는 이르지 않도록 하는 많은 장치를 갖고 있으며, 더러는 이런 장치를 의료수입 확대의 방편으로 악용하기도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말이야 인륜과 윤리성을 앞세우지만 의료인들이 의료적으로 도저히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환자들이 지금도 연명치료에 의존해 아예 기대해서는 안 되는 가능성에 기대어 돈을 쏟아붓는 것이지요. ●‘100세’의 이면 의료인들은 이렇게 반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그런 환자를 포기해야 하느냐?”거나 “그런 환자에게 아무런 의료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이냐?”고요. 일리가 있는 문제 제기입니다. 당연히 모든 환자는 천부적으로 ‘치료 받을 권리’를 갖습니다. 그러나 치료는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행해지는 것입니다. 의료적으로 단 1%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없는 환자를 끌고 다니며 온갖 비싼 검사를 다 받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일단 최선을 다해 봅시다”라거나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친절이나 열의가 아니라 기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만적이지 않은 유일한 처방은 “이미 의료적으로는 회생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원한다면 다른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저의 견해입니다. 이제 선택은 보호자의 몫입니다” 정도일 것입니다. 일부 의사들은 이 경계 지점에서 모호하고 불명확하게 말하곤 합니다. 가능성이 없음에도 “어쩌면…”이라고 일말의 미련을 갖도록 하는가 하면 이미 결과가 뻔한데 “좀 더 지켜보자”는 식이지요. 이런 경우 가족들은 대부분 의사의 판단을 따른다는 일반적 통념이 그들에게서는 돈으로 환산되는 일이 지금도 비일비재한 것이 바로 의료계이고,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의료 발전과 의료인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간의 생명은 놀랄 만큼 길게 연장되기에 이르렀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생명 연장에 따른 삶의 질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는데, 의료적인 수명만 기형적으로 연장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보장책이 없는 사회에서 수명만 연장하는 것은 축복이라기 보다 재앙에 가깝습니다. 국가는 노령화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데, 자꾸 수명이 연장되니 노후에 걸맞는 개개인의 삶은 그야말로 진창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 되기 십상인 것이지요. ●‘돈’이 항상 삶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흔히 듣는 ‘고독사’는 이런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전염병도, 기생충도 없고, 먹고 마시는 일에 별다른 구속이나 제약도 없고, 사소한 고통만 느껴도 병원을 찾는 현실, 그러나 일단 나이가 들어 일터에서 배제되고, 그래서 안정적인 수입원이 사라지면 조막만 한 몸뚱이 하나 의탁할 곳이 없어 습한 곳을 전전해야 하는 또다른 현실이 바로 오늘날 보편적인 한국인의 삶의 겉과 속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허덕이며 내일이 없는 삶을 산 데다, 약삭 빠르지도 못해 돈도 못 불린 그렇고 그런 사람들, 겨우 모은 재산을 주식이네, 펀드네 다 털어 부자들에게 고스란히 상납하고 난 뒤 그들의 삶은 시쳇말로 허무맹랑해지고 맙니다. 물신주의가 아니라 몸을 움직여 돈을 벌기가 어려운 노후에는 돈이 좀 있어야 복락을 향유할 수 있습니다. 그 돈이 노후에 들면 더 많은 실효적 상징성을 갖습니다. 아무리 고고한 삶을 살았어도 아침 저녁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면 고고함이 깃들 자리에 비루함이 자리잡게 마련이고, 그런 비루함이 곤궁을 넘어 가족 해체와 자기 부정으로 이어진다면 그 삶을 누가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노후의 행복이라든가 복지도 결국은 돈의 문제로 귀결되는 게 사실이니까요. 노인이란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 말에는 ‘건강이 취약하다’, ‘경제적 자율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풍족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의탁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등 많은 부정적 의미를 함께 포괄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한국적 해석이지만, 이 같은 의미를 되짚어 보면 적어도 한국에서 나이 든다는 사실이 축복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 축복이 아닌 점이 약점이 됩니다.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적 복지의 수준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산다면 늘어난 수명이 여락을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비탄과 무기력의 시간이기 쉽고, 그렇다면 수명 연장은 복지나 의료의 개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도 균형을 잡지 못하는 외발로 거친 강을 건너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수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불여사’의 삶은 지금, 우리의 문제입니다. 토대가 견고하지 못한 장수의 시대, 수많은 노인성 질병과 취약한 신체 조건, 의식주의 곤궁에 노출된 많은 노인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만들어 내는 음울한 풍경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현대 복지국가의 허상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죽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살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죄악이라는 의미 없는 계몽 탓이기도 하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근거없는 믿음 때문이기도 할텐데, 어떻든 “여러분의 노후가 늘어난 수명만큼 늘어나는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아무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세상인 것은 사실입니다. ●장수가 축복인 사회를 위해 확실히 노인은 사회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류임에 틀림없습니다. 생산성의 향상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산업사회에 어울리는 부류가 아니지요. 게다가 산업사회에서 작동하는 국가의 기능 역시 그런 산업사회에 걸맞는 체제를 갖출 수밖에 없는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자조는 여기에서 배태됩니다. 모든 산업사회는 이윤의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국가도 그런 가치 추구에 편승하는 것이 상식인데, 그렇다보니 산업사회가 가진 가장 심각한 인간 소외, 노인 소외의 문제가 우리에게서 너무나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이고, 여기에서 발아된 각성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주목할만 한 어젠더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현실의 인간 소외는 연령과 성별, 계층을 가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일, 즉 예전의 농경사회에서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가치였던 인간 존중의 가치를 되살리자고 말하는 것은 시대 역행의 발상일 뿐입니다. 이래서는 오래 산다는 것이 자랑할 일도, 기뻐할 일도 아닙니다. 요양병원의 한 의사가 제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더군요. “나이가 많으면 병도 많아지는 게 당연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픈 노인들’의 문제가 처음부터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에 빠져 어디에서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난감하다”고요.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나이 들어 이런 저런 질병에 노출된 노인들 중에 더러는 자식들이 부양할 형편이 못돼 요양병원에 맡겨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가족들의 관심이 멀어지다가, 종국에는 아예 경제적인 지원을 끊어버리기 일쑤라는 겁니다. 이런 설명에 딱 어울리는 환자가 한 명 있었답니다. 이 환자는 초기 치매에 중증 노인성 질환을 가져 특별한 관리가 필요했는데, 어느 순간 이 환자를 부양해 온 외아들로부터 연락이 끊기고 말았답니다. 수소문 끝에 겨우 연락이 닿았는데, 사업에 실패해 집까지 날리고, 가족들과도 따로 사는 형편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더랍니다. 흙 파서 병원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의사도 난감했겠지요. 그래서 시한을 정해 두고 환자를 집으로 모셔가도록 안내했는데, 그 후로는 아예 연락도 되지 않더랍니다. 자식 키우느라 ‘몰빵’을 하는 바람에 돈도 못 모았지, 가족은 벌써 해체돼 자식도 같이 살려 하지 않지, 남은 것은 빈궁과 병 뿐이어서 혼잣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정부의 지원이라는 것도 이래 저래 꼬이기만 하는 빛 좋은 개살구이니 악순환이랄 밖에요. ●‘복지 망국’이 아니라 ‘복지 부국’을 이뤄야 그렇다고 정부더러 ‘복지 망국’으로 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구두선으로 복지를 말하지 말고 실질적인 복지를 실행하라고 주문하기를 주저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 땅의 선각자들이 “나라는 백성의 안온한 삶을 위해 ‘이용’ ‘후생’에 힘싸야 한다”고 외쳤던 게 벌써 200년쯤 된 얘기입니다. 그 이용(利用)은 공자왈 맹자왈만 하지 말고 제도와 물산과 이기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활용하지는 뜻이겠고, 후생(厚生)은 그렇게 해서 백성들 삶을 요족하게 만들어 주자는 의미입니다. 그 후생의 가치가 바로 오늘날의 복지 개념과 일치합니다. 북학파였으며, 실학의 씨를 뿌린 박제가의 말을 듣지요. “이용과 후생은 둘 중 하나라도 갖추어지지 않으면 정덕(正德)을 해친다. 공자도 백성을 넉넉하게 한 다음에 가르치라고 했고, 관중도 의식주가 갖춰져야 예절을 안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 백성들의 삶이 날로 곤궁해지고, 나라 살림은 궁핍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사대부들은 팔짱만 낀 채 백성들을 외면하는 것인가.” 박제가의 이 질타에서 겉돌 뿐만 아니라 선거용으로 선심 쓰듯 주어지는 우리의 복지를 떠올리는 건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고도의 산업사회란 ‘이용’이 왕성하게 번창한 사회일 터인데, 그런 점에서 우리는 확실히 많은 것을 이뤘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용과 맞물려 가야 할 후생은 답도 없고, 길도 없습니다. 국부는 크게 팽창했는데 여전히 가난한 국민들은 차고 넘칩니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관행이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 은밀하게 장려되고 권장되는 사회, 그래서 사회정의의 큰 축인 분배의 질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에 ‘화염지옥이라도 이만 하겠느냐’는 절망의 대꾸가 터져 나올 법 하지요. 누구에게나 오랜 산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누구든 필요하면 의료와 복지의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말도 있지요. ‘한국인은 병원 안에 있는 사람과 병원 밖에 있는 사람, 치료 받고 있는 사람과 치료 받을 사람으로 나뉜다’고요. 이에 걸맞게 병원도 많고 의료의 질도 수준급입니다. 그러나 그 수혜가 최소한에 머물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살만 한 사람이라면 까짓 것 신경 쓸 필요도 없을 터이지만, 나이는 들었지, 벌어놓은 것도, 벌 일도 없지, 남은 건 중증 질환 뿐인 곤궁한 노약자들에게는 ‘새발의 피’일 수도 있고, 어쩌면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복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오래 살아서 좋은 세상”이라고 하려면 이에 걸맞는 삶의 질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 이 삶의 질을 오로지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는 점, 그러니 국가의 몫과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국가가 그렇게 제 몫을 다 할 때라야 겉과 속이 딱 맞아 떨어지는 ‘100세 시대’가 될 테니까요. 심재억 기자 jeshim@seoul.co.kr
  • 안경도 도시락도… 종로 이웃사랑의 다른 이름

    종로구가 재능기부를 통해 사랑을 나누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는 오는 9월까지 재능기부 미술 교육 프로그램인 ‘2015 꿈그림 학교’를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문화예술교육센터가 지난달 대학로 이전을 계기로 지역 주민에게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교육 대상자는 지역 초등학생 20명으로 이 가운데 20%는 저소득 계층 아동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은 이달부터 15주간 30시간 이뤄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미술 작가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생별 작품 제작을 지도하고 전시회를 열어 주민들과 결과물을 공유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꿈그림 학교는 평소 예술 교육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 아동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과 청소년에게 무료로 안경을 지원하는 ‘사랑나눔 안경전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재능기부를 원하는 안경업소를 선정했다. 동 주민센터에서 대상자를 추천받았다. 다음달까지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자녀 등의 시력을 측정하고 맞춤 안경을 전달한다. 구는 재능기부 안경업소를 추가 모집해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저소득 노인에게는 이달 ‘사랑의 도시락’ 30개를 전달한다. 연잎밥, 찰밥, 된장국, 미역국 등으로 준비한 도시락과 함께 안부편지도 전한다. 이 외에도 가회동주민센터에서는 올해부터 요리책을 점자로 점역해 만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요리책’을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 종로5·6가 동주민센터는 주민자치프로그램 ‘춤추는 재봉실’ 수강생들이 만든 일바지 50벌을 지역 저소득 노인과 자매결연마을 강원도 노인들에게 전달한다. 김영종 구청장은 “이웃에 관심 있는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재능기부는 마음을 전하는 사랑의 메신저”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재능나눔 문화를 활성화하고 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도시재생 정책때 주민 밀착형 문화시설 활용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문화영향평가’ 1차 시범 평가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문화영향평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로, 지난해 입법화를 거쳤고 2017년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시행령상 부처 간 협의 사항이어서 강제성은 없다. 부처가 영향평가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평가의 실효성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1차 시범 평가는 장기적인 파급 효과가 크고 가시성이 높은 정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문체부의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정책’,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정책’과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정책’, ‘행복주택정책’ 등이다.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정책’은 “교내 유휴 공간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으로 문화 환경에 긍정적 영향력 기대”, ‘산업단지·폐산업시실 문화재생 정책’은 “산업 유산의 문화적 재생산뿐 아니라 기존 유사 시설과의 연계 고려”, ‘도시재생정책’은 “문화 인력 배치 및 주민밀착형 문화시설 활용 고려 필요”, ‘행복주택정책’은 “주택 조성 때 만들어진 문화 공간의 개방으로 주민 문화 수요 충족 기대” 등의 평가와 제언이 나왔다. 평가 기준은 평가 대상 정책이 ‘문화 기본권’과 ‘문화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문화 기본권은 국민의 문화 표현·활동·참여·향유와 관련된 지표이고, 문화 정체성은 각 지역의 지역성과 공동체 형성에 관련된 지표다. 평가위원들은 관련 세부 지표에 따라 지난해 7~12월 평가를 수행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2차 시범 평가를 실시할 것”이라며 “2차 평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감안해 공모형 자체 평가를 수행한 뒤 종합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생사 가르는 격심한 풍랑 앞 정의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생사 가르는 격심한 풍랑 앞 정의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사회정의란 무엇인가/이종은 지음/책세상/852쪽/3만 5000원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정의’가 문화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작 정의에 대한 진지한 담론은 많지 않았다. ‘사회정의란 무엇인가’는 이종은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어느 때보다 절박하고 현재적인 주제에 대한 정치철학적 논의를 다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치철학의 근본 과제는 권력으로 하여금 정의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며 권력이 정의를 달성할 때 좋은 정치질서가 이루어진다’는 시각에서 정의로운 사회와 합리적 원칙을 모색해 온 이 교수가 5년 만에 완성한 정치철학 4부작의 완결본이다. 전작 ‘정치와 윤리’(2010), ‘ 평등, 자유, 권리’ (2011), ‘정의에 대하여’(2014)를 통해 정의의 윤리적 바탕, 정의의 원칙과 구성 요소, 정의의 개념과 원칙을 심도 있게 짚었던 이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사회정의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와 이론을 두루 살피고 공동선에 대해 고찰한다. 흔히 사회정의라고 하면 빈부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삼는 배분적 정의가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정의는 부의 배분을 넘어 개인의 자유와 평등과 권리, 자기 존중과 사회적 유대에까지 걸쳐 있다. 저자는 사회정의의 문제와 관련해 줄곧 ‘풍랑 만난 배’의 예를 다룬다. 10명이 탄 배가 격심한 풍랑을 만났다. 1명이 내려야 9명이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선장은 어차피 희생이 필요하다면 처자식이 없는 승려가 뛰어내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한 명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저자에 따르면 사회정의란 ‘살아가는 데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성원들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진짜 문제다.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존 롤스(1921~2002)의 정의 이론이다. 저자는 20세기 사회철학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교육학, 법률학에 많은 영향을 끼친 롤스의 저서 ‘정의론’(1971)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정의의 본질을 탐구하고 바람직한 정의론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롤스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가 자유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선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관념을 고려하지 않으며, 배분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한다. 궁극적으로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제시하고자 했던 롤스의 정의론은 최대한의 평등한 자유의 원칙, 기회평등 원칙과 차등원칙으로 집약된다. 기본적 자유로 이루어진 체계 전체는 가능한 한 광범위해야 하며, 각자는 이 체계 전체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고,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또한 최소 수혜자에게 혜택이 되게 하는 불평등은 허용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롤스가 차등원칙을 강조한 것은 효율적인 경제체제가 최소 수혜자에게 최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라며 “롤스의 정의론은 모두의 자유와 소수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사회정의를 둘러싼 다양한 이론과 공동선을 논하는 이유는 차제에 우리가 정치적 원칙으로 삼아야 할 정의이론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데 있다”면서 “어느 누구의 억압과 지배 없이 도출된 정의의 원칙으로 사회정의를 이룩하는 데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합의에 도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이 될 수 있으며 올바르게 된 국민국가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기고] 부산국제영화제가 먼저 실천할 것들/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

    [기고] 부산국제영화제가 먼저 실천할 것들/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영화발전기금 지원액을 8억원으로 줄였다. 매년 가만히 앉아서 받던 돈이 절반 가까이 줄었으니 영화제 측으로서는 불만이 일 수 있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정치적 보복 의혹을 제기하고, 정당한 심사 절차와 내용까지 불신하는 것은 억지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부산영화제의 ‘긍정적 역할’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영화인들의 노력, 영화팬들의 높은 관심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도쿄영화제·홍콩영화제 등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해외에서 한국영화계를 보는 눈도 달라졌고, 상업영화에만 매달리는 극장 영화팬들에게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1998년부터 정부가 지원에 나선 이유였다. 자기만족에 취한 것일까. 20년을 지나오는 동안 부산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환경과 상황 변화에 따른 ‘변화’를 거부했다. 몸집 불리기에만 집착한 나머지 ‘아시아 영화의 축제’라는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10년 전 새 출발을 선언했지만 말뿐이었다. 여전히 300편이 넘는 초청 작품을 과시하는 백화점식 상영과 스타들의 화려한 일회성 포토쇼, 겉치레 축제…. 예산을 늘려 120억원을 지원했지만, 영화팬들의 발길은 점점 줄어 그 부담을 부산시와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12년 이후 연평균 60억원을 부산영화제에 쓰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다. 영화발전기금 역시 극장 관객들의 돈이다. 그들은 이 돈이 한국영화산업발전에 기여해 더 좋은 한국영화를 만들고,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쓰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돈이 소비성 축제에 낭비된다면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BIFF는 조직 운영의 방만함, 정당하지 않은 직원 채용, 불투명한 예산 운영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예산을 남용하고, 조직까지 제멋대로 운영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적 자금을 쓰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은 있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객관적 평가를 통해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 해 국제영화제 지원액은 35억원이다. 전체 영화발전지원액의 5.7%로 비중이 크지는 않다. 그 35억원 중 40% 이상을 지금까지 부산영화제가 권위와 규모를 앞세워 가져갔다. 다양한 국제영화제 육성 지원이란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 ‘특혜’다. 영화 상영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출발한 부산국제영화제가 독특한 색깔의 다른 영화제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면 자기모순이다. 부산영화제는 영화발전기금의 지원 축소에 불만을 터뜨리기 전에 냉철한 자기반성과 함께 변신을 해야 한다. 영화제의 성격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과 인사, 조직과 프로그램 운영 방안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규모에만 집착하지 말고 부산프로모션플랜(PPP)과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M) 등 각종 사업도 재점검해 부산영화제가 한국과 아시아 영화산업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고, 영화팬들에게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주고, 권위도 높아지도록 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 대한민국은 영화공화국

    대한민국은 영화공화국

    프리랜서 출판 편집 일을 하는 신애필(32·가명)씨는 매년 10월이면 최소 5박 6일은 부산에서 지낸다. “번듯한 직장 좀 구해라, 남자는 언제 만날 거냐” 등 엄마의 지청구를 잠시 귓전으로 흘려듣고 버텨내기만 하면 세계적 거장과 스타들이 넘실대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꿈 같은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 신씨는 못말리는 영화광이다. 1년이면 거의 두 달 가까이는 집 밖에서 지내다시피 한다. 전주, 제주, 제천 등 여러 지역의 다양한 영화제를 찾아다니는 즐거움은 서울 도심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짜릿함이다. 장애인권단체 활동을 하는 나희망(31·가명)씨 역시 매년 가을을 기다린다. 3년 전 장애인영화제에서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돌보는 아이를 소재로 다룬 17분짜리 짧은 영화 ‘청이’를 본 뒤 영화에 푹 빠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도 함께했던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는 광화문역 농성투쟁을 다룬 다큐영화 ‘서른넷, 길 위에서’가 우수상을 받아 더욱 뜻깊었다. 보통의 극장 영화들은 재미있긴 해도 극장을 나서는 발길이 왠지 허탈하다. 하지만 이곳에선 자신과 같은 이들의 삶과 기쁨, 고민과 갈등, 희망을 다룬 영화들을 만날 수 있어 뿌듯하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영화 공화국’이다. 지난해 여름 일었던 ‘명량’ 신드롬처럼 전국민 3명 중 한 명이 일제히 같은 영화 한 편을 봐서였거나 최근 10년 동안 14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섰을 정도로 입증된 영화시장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공화국’의 완성은 바로 160개에 달하는 각종 크고 작은 영화제가 있어서다. 액션영화, 코미디영화, 공포영화 등 천편일률의 영화 문법을 무한재생하는 상업영화의 틈바구니에서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시선,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는 영화제들은 한국영화의 힘이다. 그 힘은 신씨와 나씨처럼 곳곳에서 다른 목소리, 다른 결의 영화를 갈망하는 시네필들이 넘쳐나게 만든 배경이자 결과가 됐다. ●‘님아, 그 강을’ 등 저예산 독립영화의 토양 실제 다큐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명), ‘워낭소리’(293만명) 등 저예산 독립영화가 이뤄낸 대중적 성취는 이러한 영화제의 풍성한 토양 위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이달 들어서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아랍영화제 등이 줄줄이 열렸고 미쟝센단편영화제, 퀴어영화제 등이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또 최근 ‘먹방’ 흐름을 반영하듯 음식을 주제로 하는 단편영화를 공모하는 영화제 ‘푸드필름페스티벌’이 새로 만들어져 오는 9월 개막한다. 특히 지난 4일 개막한 제4회 아랍영화제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랍문화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치러지다가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독자적인 영화제로 독립했다. 예산 전액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치러졌다. 심인화 아랍영화제 홍보팀장은 “메르스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고 아랍권 영화감독 두 분이 내한하는 등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등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면서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상영된 10편의 영화가 연일 매회 매진되는 등 80%가 넘는 객석점유율로 1만명 가까이 영화제를 즐겼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개막하는 제14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기존 영화업계의 제작 관행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화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상영수입 전액을 단편영화 감독들에게 배분한다. 신인감독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조건이다. 2012년 단편영화 ‘숲’으로 대상을 받았던 엄태화(32) 감독도 미쟝센영화제 출신이다. 엄 감독은 이듬해 첫 장편영화 ‘잉투기’로 더욱 단단해진 연출과 섬세한 표현력 등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이 영화제 심사위원 및 집행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올 아랍영화제 객석 점유율 80% 넘어 엄 감독은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 영화를 찍고 대중들과 접점을 이루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작은 영화제들밖에 없다”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계속 연출할 수 있는 발판이자 동기 부여”라고 영화제들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의 창작 및 향유 주체로 보면 어린이, 여성, 청소년, 노인, 장애인, 퀴어(동성애자), 이주민, 디아스포라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더욱 다양하다. 동물, 환경, 건축, 음악, 지하철, 해양, 노동, 산악, 인권, SF, DMZ 등으로 더욱 세분화된다. 영화의 형식 역시 다큐, 단편, 초단편, 미장센, 29초영화, 3D 등 강한 실험적 성격을 띤 영화제도 많다. 또한 지역별 특성 및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영화제도 다양하다. 유럽, 아랍, 체코,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은 물론 국내에서도 무주산골, 정동진, 태백, 광주 등 그 지역만의 정서를 담는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감독 지망생·배우들에겐 발판이자 동기부여 최근 영화진흥위의 일방적 국고지원금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외부 행사를 최소화하며 오는 8월 5일 열릴 예정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영화제는 만 9~12세, 13~18세 등 어린이, 청소년 영화감독의 국제경쟁 부문과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작품의 경쟁부문으로 나뉜다. 16년 동안 지속돼 온 ‘미래의 스티븐 스필버그’, ‘차세대 봉준호’들이 꿈을 키우는 공간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받은 나영길(32) 감독은 이 영화제 출신이다. 2002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제 영상제작단 3기로 활동했다. 이 밖에도 권혁재 감독, 변성현 감독, 김진무 감독 등이 모두 서울청소년영화제 출신들이다. 배우 박보영(25)도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인 2005년 7회 영화제 출품작에 출연했고 전혜빈(32) 역시 3회 영화제 수상작품의 배우였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수한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함과 풍성’이라는 찬사 속에서 ‘난립과 졸속’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영진위가 지원한 국내영화제는 인디다큐페스티벌, 광주독립영화제, 아시아태평양대학영화제 등 모두 22개였다. 이 밖에도 지방자치단체 혹은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영화제들이 상당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축제의 일환으로 영화제를 개최하거나 주최 측의 의욕만 앞서는 경우에는 다른 영화제와 지나치게 경쟁의식을 가진 채 화려한 외양 보여주기식만을 추구하기 일쑤”라면서 “이 경우 오래 지속되기도 힘들뿐더러 내용 측면에서도 전반적인 질 하락으로 졸속 진행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스태프들이 여러 영화제를 돌며 겹치기로 일하는 것도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낳는 하나의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1~2회 개최한 후 개점휴업 영화제 수두룩 실제 기업 후원이나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영화제는 극장 입장료 판매 수입으로 기신기신 버텨내야 하는 실정이다. 빈약한 자금은 운영난으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1~2회를 끝으로 개점 휴업 상태인 영화제들도 꽤 있다. 한 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운 영화제는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다 문을 닫고,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는 영화제는 젯밥만 쫓다가 문을 닫는다”고 진단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메마른 교정, 뮤지컬 힐링

    메마른 교정, 뮤지컬 힐링

    지난 2일 오후 3시, 학교 수업이 한창일 시간에 경기 안성 가온고등학교의 학생 250여명은 학교 근처에 있는 안성시민회관으로 향했다. 수업에서의 해방감으로 들뜬 마음에 웃고 장난치는 것도 잠시, 객석에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밝아지자 아름다운 아카펠라가 들려왔다. “도~레~미~파~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배우들이 일렬로 서서 들려주는 소리에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배우 다섯 명이 8음 음계를 소화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서로의 음을 뺏으려 몸싸움을 벌였다. 숨죽이던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전국 고교생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 올해로 10년째 이어져 고등학생들을 배꼽 잡게 한 ‘뮤지컬 습격’은 올해로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LG 스쿨 콘서트’의 일환이다. LG연암문화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가 주최하는 ‘스쿨 콘서트’는 평소 공연 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많지 않은 고교생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인당수 사랑가’, 오페라 ‘카르멘’ 등이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공연됐다. 올해는 ‘유도소년’ ‘나와 할아버지’ 등 대학로 흥행작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학교를 찾는다. 극단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간다’는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공연을 추구한다. 무대 세트와 소품, 장비, 인원을 최소화한 작품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이날 공연된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신체극 형식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배우 여덟 명이 무대 세트와 소품, 음악과 효과음을 몸과 목소리로 직접 구현하는 ‘진기명기’는 학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배우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목말을 타며 숲 속 나무와 동굴을 만들어내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는 물론 뮤지컬의 오케스트라까지 아카펠라로 만들어낼 때마다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쳤다. ●학생들 “학업 스트레스 훌훌~ 좋은 추억에 행복” 호응 커 평강공주의 시녀 연이가 공주의 거울을 훔치고 숲 속 야생 소년을 ‘온달’로 길들이며 공주의 삶을 꿈꾼다는 이야기는 학생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를 비틀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야생 소년 온달이 날렵한 발차기로 악당을 물리치자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온달이 칼에 맞아 쓰러지고 연이의 품에 안기자 여학생들은 “어떡해” 하며 얼굴을 감쌌다. 3학년 민경애양은 “학교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면서 “배우들이 몸과 목소리로 무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동급생 김진우군도 “안성에서 공연을 본 건 처음”이라면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LG 스쿨 콘서트는 가온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강원 양구군의 강원외고, 경북 구미 경북외고, 인천외고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공연을 선물한다. 안성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수요일은 구로 ‘인문학 데이’

    풍성한 인문학 강좌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구로구는 구민들에게 인문학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독서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매달 2~4주 ‘희망의 구로인문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희망의 구로인문학’은 올해 12월까지 꿈나무도서관과 구청, 글마루한옥도서관에서 전개된다. 먼저 꿈나무도서관에서는 ‘구로에서 인문의 별을 따다’라는 주제로 유명 저자들의 초청 강연이 열린다.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이 강연은 문학과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7회에 걸쳐 진행된다. 다음달 10일에는 이재무 시인이 ‘한 편의 시는 어떻게 써지며 어떻게 사람을 위로하는가’란 내용으로 첫 테이프를 끊는다. 또 7월 8일에는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공자적 삶과 노자적 삶.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라는 강의가 예정됐다. 구청에서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 ‘Think! Thank! 인문학’ 강의가 펼쳐진다. 구 관계자는 “이번달에만 특별히 화요일에 진행되고 앞으로는 계속 수요일에 강좌가 개설된다”고 전했다. 26일에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지은 소설가 김영하씨가 ‘우리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란 주제로 강의한다. 7월 15일에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저자 박경철씨가 ‘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 10월 21일에는 조선왕조실록 저자 박시백 작가가 ‘캐릭터로 듣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도 ‘삶이 즐거워지는 인문학 놀이터’란 테마의 강의가 열리고 있다. 구민 30명을 대상으로 도서관 지식나눔방에서 운영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KT&G 상상마당-파리시, 팝 아트 창시자 ‘레이먼 사비냑’ 전시회 마련

    KT&G 상상마당-파리시, 팝 아트 창시자 ‘레이먼 사비냑’ 전시회 마련

    KT&G 상상마당은 오는 5월 15일~8월 30일까지 서울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20세기 대표 포스터 아티스트 레이먼 사비냑(Raymond Savignac, 1907-2002)의 기획전을 개최한다. 프랑스 파리시와 함께하는 레이먼 사비냑전은 KT&G 상상마당의 20세기 거장 초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약 7만 관객이 다녀간 로베르 두아노전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 전시다. KT&G 상상마당 측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작가들의 우수한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대중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기획됐다. 더불어 20세기 작품을 통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감성을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KT&G 상상마당 20세기 거장 시리즈, 두 번째-20세기 가장 위대한 포스터 아티스트 레이먼 사비냑 국내 최초 기획전’에서는 ‘비주얼 스캔들’을 테마로 레이먼 사비냑의 원화작품 100여점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프랑스 트루빌 몬테벨로 시립미술관과 파리시 푸에니 도서관에 전시된 밀크 몽사봉(1949), 마기 포토프(1959) 등 레이먼 사비냑의 대표작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레이먼 사비냑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포스터 아티스트로 식료품, 항공사, 서적, 영화 등 당시 대다수의 광고물을 직접 그려낸 화가다. 95세를 바라보는 2002년까지 미국, 이태리, 독일, 벨기에,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의 작품은 파리장식미술관에도 소장돼 있으며, 프랑스 현지에서는 국보급 작가로 익숙하다. 단순한 필치, 원색이 두드러지는 화풍과 독창적인 상상력이 특징인 레이먼 사비냑의 작품은 포스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얻고 있다. 특히 레이먼 사비냑의 표현 양식인 비주얼 스캔들 기법은 오늘날 광고 이미지 착안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 시각적 충돌을 일으키는 이질적 요소의 결합과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착상으로 대중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팝 아트(Popular Art, 대중예술)의 창시자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레이먼 사비냑의 작법을 직접 체험하는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도 개설된다. 그래피티, 캘리그라피, 일러스트레이션, 드로잉 등 총 14과목이 운영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체험하는 흥미로운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특별 기획 전시회 관람 및 교육 참가문의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5월 1일부터 KT&G 상상마당 홈페이지(www.sangsangmadang.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생명의 窓] 교육기부는 미래를 위한 씨앗/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교육기부는 미래를 위한 씨앗/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필자는 요즘 정말 바쁘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뭔가를 개발하는 과학자에게는 좀 낯선 ‘교육기부 주간 운영사업’의 단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교육기부 주간 운영사업’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라는 교육부 산하 기관이 주관한다. 이 사업의 운영취지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데도 정규 교육이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내용을 개인, 사회단체, 기관, 기업 등이 교육기부라는 형태로 제공토록 하자는 것이다. 사업단의 중요한 역할은 교육기부를 제공할 대상을 전국적으로 발굴하여 관심 있는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다. 언론홍보를 통해 교육기부에 대한 범사회적인 관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교육기부 사업은 매달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4월의 주제는 과학, 5월은 가족공동체, 6월은 지구촌 등과 같은 식이다. 4월 과학과 관련해서는 ‘과학기술이 열어가는 우리의 미래’라는 내용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제주도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개인, 대학, 국립연구소, 기업 등이 참여하여 수천명의 학생들에게 연구실체험, 명사와의 인터뷰, 전문가 강의, 연구기관 투어 등과 같은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했다. 사업단장으로서 많은 분께 교육기부 요청을 드리는데, 이 과정에서 감동적인 경험도 많이 하게 된다. 바쁘신 분들인데도 하나같이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자신의 교육기부를 흔쾌히 수락해 주시는가 하면, 자신을 선택해준 데 대해 외려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분은 고가의 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본인 자신이 강사로 참여하여 교육기부를 제공하고, 어떤 출판사는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선물로 주라며 학용품을 보내오는 곳도 있다. 어린이기자단 특강을 요청 드렸더니 그 바쁜 중에도 토요일 하루를 내주시는 현직 기자의 교육기부도 보게 된다. 이런 교육기부자에게서 언제나 보게 되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성숙한 인격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는 전국 중학교의 70%, 그리고 내년에는 모든 중학교에 걸쳐 ‘자유학기제’ 시행이 법제화된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교 공부보다는 토론, 동아리 활동, 진로탐색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필자가 맡고 있는 ‘교육기부 주간 사업’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사업단을 맡아 운영해 보니 개선할 점이 많다. 우선 대부분의 좋은 교육기부 기회는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편차가 너무 심하다. 교육기부 수혜가 보다 폭넓고 균등하게 향유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실정이다. 다음으로는 기본적으로 사업 자체가 열악한 수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이 제때 확보되지도 못했고, 없는 예산으로 사업을 만들다 보니 재원이 충분하지 않아 사업단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교육이 곧 복지’란 말이 있다.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에 비춰볼 땐 더더욱 와 닿는 말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내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교육기부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기부 참여자가 필요하다. 정부도 기부활동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획기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은 미래를 심는 일이다. 교육기부는 그래서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된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또 더 많은 관심을 사회와 정부가 가져야 하는 이유다.
  •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잠든 ‘영원’ 첫 개방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잠든 ‘영원’ 첫 개방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과 영친왕비 이방자가 묻힌 영원(英園·경기 남양주시 홍유릉 경역 내)이 일반에 최초로 개방된다. 영친왕이 사망한 지 45년 만이다. 문화재청 조선왕릉관리소는 영원을 제향일인 새달 10일부터 시범 개방한다고 28일 밝혔다. 영친왕(1897~1970)은 고종의 일곱째 아들이자 순종의 이복동생이다. 11세 때인 1907년 황태자로 책봉됐지만 그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다. 일본 왕족이었던 마사코(이방자·1901~1989)와 정략결혼을 하고 일본에서 생활하다 56년 만인 1963년 귀국, 병환에 시달리다 1970년 사망해 영원에 묻혔다. 문화재청은 “비운의 황태자로도 불리는 영친왕이 잠든 영원을 개방하는 것은 일제에 의해 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영친왕의 굴곡진 생애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친왕의 둘째 아들 이구가 묻힌 영원 왼편의 회인원(懷仁園)도 시범 개방된다. 영원과 회인원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시범 개방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전면 개방된다. 관람료는 무료. 영원 개방을 기념해 부대 행사도 열린다. 홍유릉 내 유릉(裕陵·순종과 그의 두 비인 순명효황후와 순정효황후가 묻힌 능) 재실에서는 30일부터 새달 24일까지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대한제국을 다시 기억하다’를 주제로 사진전이 개최된다. 대한제국 황실 가족의 다양한 사진 자료가 전시된다. 문화재청은 국민들의 문화유산 접근성과 향유권을 높이기 위해 궁궐과 왕릉 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엔 덕수궁 석조전을 복원해 대한제국역사관을 개관하고 비공개 능이었던 사릉(思陵)과 강릉(康陵)을 개방했다. 올해는 궁중 부엌이자 드라마 대장금의 주 무대였던 경복궁 소주방의 복원을 마치고 새달 2일 개방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너도나도 ‘무슬림 모시기’…기도실은 지었느냐

    너도나도 ‘무슬림 모시기’…기도실은 지었느냐

    무슬림(이슬람 신자) 관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생긴 현상이다. 자칫 냄비처럼 들끓다 금방 식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무슬림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1 정도, 전 세계 관광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관광시장에서의 비중은 겨우 5%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의료 관광객이 대부분이고 순수 관광객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무슬림 시장에 대한 인프라, 전문 인력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속도는 내되 보다 정교하게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왜…1인 의료비 지출액 ‘1771만원’ 이슬람권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희열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국가 자체도 고도 경제 성장 중이지만 인구 통계를 종합해 보면 출산율도 3.1명에 달한다. 이는 앞으로 무슬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라는 뜻”이라며 “불과 몇 년 사이에 일본 관광객이 급감하고 중국 관광객이 급증할 줄 몰랐듯이 관광 트렌드는 순식간에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 관광객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소비 지출 규모도 크다. 이른바 ‘객단가’가 높다는 뜻이다. 관광객 수는 중국, 일본 등에 못 미치지만 무슬림 1인당 지출액은 이들을 훨씬 웃도는 ‘VIP급’ 관광객이 다수다.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관광객이 1인당 의료비로 지출한 돈은 1771만원에 이른다. 카자흐스탄(456만원), 인도네시아(193만원) 등에서 온 무슬림 의료 관광객들의 지출 수준도 중국인 의료 관광객 1인당 평균(181만원)보다 높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도 많다. 한국관광공사의 정기정 아시아·중동팀장은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무슬림 남성 한명이 레지던스를 통째로 빌려서 서너명의 부인에 사촌까지 데려와 함께 지내다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런 경우 전체적인 통계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체류 기간도 중동 지역 관광객은 10일 이상이다. 따라서 무슬림 시장은 중국을 이어 갈 차세대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황…말레이·인니어 가이드 단 16명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슬림의 음식과 생활 문화에 맞는 여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개선해야 한다. 2010년 38만여명 수준이던 무슬림 관광객은 지난해 75만여명으로 5년 사이에 배 가까이 늘었다. 방한 미국 관광객(77만명)에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행 인프라는 이 같은 증가 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개선이 시급한 대표적인 인프라는 할랄식(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기도실 보급, 아랍어를 구사하는 소수언어 가이드 양성 등이다. 올해 1월 관광공사에서 펴낸 ‘무슬림 관광객 유치 안내서’를 보면 국내 할랄 식당은 43곳, 이슬람 성원은 15곳, 기도소는 60곳 정도다. 말레이·인니어 가이드는 16명, 아랍어 가이드는 1명도 없다. 이 정도로는 80만명에 육박하는 무슬림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태부족이다. 인도네시아(24.16%), 말레이시아(19.93%) 등에만 쏠려 있는 비중도 문제다. ‘오일 머니’ 덕에 지갑이 두둑한 나라로 알려진 쿠웨이트(0.25%), UAE(1.06%), 사우디아라비아(1.21%, 이상 2014년 기준) 등은 겨우 1% 안팎에 그치고 있다. 또 대부분이 의료 관광객인 점도 아쉽다. 의료 관광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순수 관광객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 폭넓은 성장을 꾸준히 이어 갈 수 있다. 우려…종교 아닌 산업적 시각 접근을 중국 관광객만으로도 일상생활에 불편이 많은데 걸핏하면 테러를 일삼는 사람들까지 불러야 하느냐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무슬림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이 사실상 무슬림 관광시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 팀장은 “절대 다수의 무슬림과 테러 집단은 다르다”며 “무슬림 관광 시장에 대해 종교가 아닌 산업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안…전문 가이드 등 ‘여행 기반’ 무슬림들은 하루 다섯 번 기도한다. 아잔(예배 알리는 소리)이 울려 퍼지면 어디서나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린다. 다른 문화권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풍경이다. 음식도 할랄식만 먹는다. 이 독특한 문화를 그들이 별 어려움 없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급선무다. 관련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첫째, 무슬림들을 위한 키블라(메카를 가리키는 화살표)와 코란을 숙소에 비치해야 한다. 서울 명동 등 무슬림이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관광 명소에 키블라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바닥에 깔 매트 등을 준비하면 더 좋다. 아울러 숙소 내 미니바에는 알코올 음료를 비치해서는 안 된다. 둘째, 기도실을 설치해야 한다. 일본 등 경쟁국들처럼 주요 공항과 쇼핑 시설 등에 작은 규모의 기도실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들 기도소의 위치 등을 적은 가이드북도 작성, 배포해야 한다. 셋째, 이슬람 문화에 해박한 전문 가이드를 양성해야 한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할랄과 어울리는 한식을 개발해야 한다. 다섯째, 무슬림 관광 시장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에서 여러 대책을 세우기란 매우 어렵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서천군 미디어문화센터 ‘소풍+’, 지역 문화중심지로 ‘우뚝’

    서천군 미디어문화센터 ‘소풍+’, 지역 문화중심지로 ‘우뚝’

    지난해 10월 공식 개관한 충남 서천군(군수 노박래) 미디어문화센터 ‘소풍+’(소풍플러스)가 지역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문화 소통과 향유의 중심지로 뿌리내리고 있다. 소풍+는 군 단위 미디어문화센터로 전국 최대 수준이다. 서천군 장항읍 신창리 일원에 지하1층, 지상 3층의 연면적 2732㎡ 규모로 지어진 소풍+는 영화 상영관, 라디오 스튜디오, 영상 스튜디오, 편집실, 미디어 동아리실, 미디어도서관, 오픈스튜디오, 미니녹음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소풍+는 미디어 교육, 미디어 지원(장비 대여 등), 문화사업(영화상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최근 장항고 방송반과 서천군의용소방대에 미디어 방송 제작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현재는 장항중 학생들에게 라디오 제작 기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음반 제작, 촬영·편집 기초, 마을여행 신문 제작 등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영화관에 직접 가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서는 경로당, 마을회관, 복지시설 등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찾아가는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토요시네마’(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불금에 만나는 핫한 독립영화’(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8장날영화’(장항 장날 오후 1시) 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오는 8월에는 정부 공모사업으로 2개관 150석 규모의 개봉관을 세워 5000원의 관람료로 주민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지난달 31일에는 다양한 특성을 살린 문화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관내 13개 기관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문화 활동에서 소외된 지역민을 위해 설립된 소풍+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돼 지역공동체의 공익적 가치를 강화하는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남은 자의 기억/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남은 자의 기억/김재원 KBS 아나운서

    영화는 비교적 저렴하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하나다. 책과 비슷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전혀 다른 감동과 여운을 누릴 수 있다. 책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볼 수 있지만 영화는 일정 시간을 몰아서 투자해야 한다. 나의 독특한 취미 중에 하나는 계절에 한번쯤 영화를 몰아 보는 것이다. 하루 일정이 온전히 비는 날 영화 네다섯 편을 같은 극장에서 연이어 본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올해 나만의 봄 영화축제에 초대된 작품은 ‘포스마주어’, ‘이미테이션게임’, ‘살인의뢰’, ‘소셜포비아’였다. 스웨덴 영화 ‘포스마주어’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가족 여행에서 사소한 사건이 감정에 미치는 여파를 잘 그려 냈다. ‘이미테이션게임’에서는 천재의 애환과 전쟁의 이면을 재밌게 들여다봤다. ‘살인의뢰’와 ‘소셜포비아’는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봤다. 배우 값으로 기대했고, 한국형 스릴러에 대한 선입견으로 의심했다. 두 영화의 줄거리는 네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 걷는 주말 밤 거리를 스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걸으면서 되새긴 두 편의 영화는 같은 영화였다. 하나는 오프라인, 다른 하나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다를 뿐이었다. ‘살인의뢰’는 연쇄 살인마에게 임신한 아내를 잃은 남편의 비애, 유일한 피붙이인 여동생을 잃은 경찰 오빠의 갈등을 잘 그려 내고 있다. 결국 무기력한 경찰은 희생자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연쇄 살인범은 교정시설에서 호의호식한다. 이 사회가 사건을 얼마나 빨리 잊는지, 희생자 가족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며 비극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남은 자의 시선으로 그려 냈다. ‘소셜포비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녀사냥 때문에 자살한 여성을 둘러싼 주변인의 반응을 그렸다. 온라인에서 자행되는 언어폭력과 사회 방출의 실상과 동시에 사망자를 둘러싼 주변인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온라인 폭언의 폐해를 역설하고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적인 소재는 누군가의 죽음이다. 살인마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임신부, 마녀사냥으로 자살을 선택한 인터넷 논객의 죽음을 둘러싼 남은 자의 잊히지 않는 기억과 비극적인 반응이 두 영화가 강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두 영화 모두 경찰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세상은 죽은 자에게 먼저 관심을 보인다. 그 관심은 곧 죽인 자에게로 흘러간다. 남은 자들은 스쳐가는 관심 외에는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남아서 평생 품고 살아야 하는 아픈 기억들은 아무도 헤아려 주지 않는다. 어머니가 간암으로 투병하시고, 아버지가 중풍으로 병원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나는 간병하는 보호자 생활이 자연스러웠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오래되는 요즘도 누군가의 병문안을 가면 환자만큼이나 보호자에게 마음이 쓰인다. 새우잠을 자야 하는 보조침대가 먼저 보이고 대충 때우는 끼니가 안타까워 도시락을 들고 가기도 한다. 환자만큼 황당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보호자의 마음은 흔한 위로의 대상은 아니다. 수많은 사건 사고에서 진정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죽은 자도, 죽인 자도 아닌 남은 자일지도 모른다. 남은 자들의 아픈 기억은 그 어떤 것으로도 지워지지 않으며 세상이 그 사실을 잊어 가는 현실이 남은 자들에게는 야속하기만 하다. 세월호 사건 1주년을 앞두고 희생자의 남은 가족들은 아직도 애통하다. 실종자 가족들의 기억은 아직도 팽목항 앞을 떠돈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노란 리본들은 근근이 명맥을 이어갈 뿐이다. 아직도 아무것도 해 줄 것 없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위로는 기억이다’라는 허망한 문장을 되새겨 본다.
  • [글로벌 시대] 영국 신사는 케이팝을 좋아해?/이에스더 아리랑TV 글로벌네트워크부장

    [글로벌 시대] 영국 신사는 케이팝을 좋아해?/이에스더 아리랑TV 글로벌네트워크부장

    이달 초 런던을 방문한 방송통신위원장은 영국 위성방송 사업자 SKY를 만나 한국의 아리랑TV를 연내 론칭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NHK 월드, CCTV 뉴스, RT 등 우리 주변국 방송사들이 영국 내에서 자국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터라 그간 한국 방송이 전무(全無)했던 영국에 한국 정보·문화 교류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문화계에서 영국이 지닌 비중과 영향력은 매우 크다. 문학, 철학, 건축, 미술, 연극,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영향력과 존경을 받고 있는 문화 슈퍼파워다. 1800개에 이르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대부분 입장료를 받지 않고 정부 지원과 기부가 활성화돼 시민들이 자유롭게 예술품과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대영 제국 역사로 기인해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를 비롯해 인도·파키스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어권 국가에 폭넓은 문화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한편 공영방송 BBC로 대표되는 영국 방송은 글로벌 방송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 왔으며, TV 산업의 미래변화를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핵심 시장으로 고도의 경쟁력과 영향력이 입증됐다. 방송 콘텐츠 시장 규모는 세계 4위로 약 2조원 규모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탑기어’,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를 현대 영국으로 끌어온 기발한 설정으로 인기를 모은 ‘셜록’을 비롯해 엔델몰, 프리맨틀 등 대형 제작사들이 제작한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닥터 후’(Doctor Who), ‘딜 오어 노 딜’(Deal or No Deal)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콘텐츠 포맷이 전 세계로 팔려 나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렇듯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보여 줄 것인지 고민이 남는다. 영국에는 아직 한국 드라마가 수출, 방영된 사례가 없고 케이팝도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제 시작되는 단계다. 동유럽에는 루마니아·헝가리 등에 한국 드라마가 수출돼 한류 확산의 거점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서유럽에서는 아직 특정 거점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중남미까지 퍼져 나간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이 과연 영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영국에서 성공하려면 검증된 한류 콘텐츠들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영국인들의 관심사를 먼저 살펴볼 일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현지 수요가 높은 첩보·범죄 수사 장르를 중심으로 런던에서 한국 드라마 쇼케이스가 열리기도 했다. ‘아이리스’, ‘싸인’, ‘쓰리데이즈’ 등을 선보이며 한국 드라마의 영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가늠해 본 시도다. 한 종편 방송사는 BBC와 공동기획으로 날씨의 비밀을 다룬 4부작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다큐멘터리는 한류의 경쟁력이 미진한 분야다. 그런데 방송 콘텐츠와 국제문화 교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유럽의 여론 주도층은 대중문화보다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선호한다. 판소리·도자기 등 전통 음악과 공예, 그리고 DMZ, 해녀, 갯벌 등 독특한 소재로 한국의 철학과 생활상을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가 유럽 방송사들의 주요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 체류하는 서구인들이 한결같이 감탄하지만 정작 우리는 한류 수출에 쏠려 그 가치를 잊고 사는 한옥, 탈춤, 서예도 있다. 세계 문화 슈퍼파워인 영국에 한류를 보내고 싶다면, 세밀한 시장 조사를 통해 ‘틈새’를 먼저 파악하고,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조명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영국뿐만 아니라 서유럽 주류 사회의 높은 장벽에 도전하기 위한 전통문화 한류 전략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다.
  • ‘한류 초석’ KBS안무가 홍경희 “현대안무는 시대성과 개인의 철학을 미적으로 투영하는 예술”

    ‘한류 초석’ KBS안무가 홍경희 “현대안무는 시대성과 개인의 철학을 미적으로 투영하는 예술”

    홍경희는 누구? 1994년 KBS무용단에 특채로 입사했다. 처음엔 단원으로 시작했고, 2005년부터 안무를 맡아 지금까지 안무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한 직장에서만 어느새 20년을 넘어 섰는데, 이직 경험이 없다 보니 약아빠지지 못한, 세상물정에 다소 어수룩하다는 느낌도 스스로 받지만 오히려 깊이 있는 안무철학이 생성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거창하진 않으나 나름의 안무철학은 후학양성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0년부터 약 2년 동안 대불대학교 뮤지컬학과에서 강의를 맡았는데, 후배들에게 안무의 정의와 가치, 실습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는 하나에만 집중했던 생활이 내 스스로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학생들 역시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수에 의한 강의에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전공이 무용이었나? 본래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이후 방송무용으로 바꾸었다. 순수 쪽은 예술성 중심으로, 하나의 퍼포먼스나 해프닝처럼 손끝하나 발끝하나 시선하나 까지도 마음을 몸에 담아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감동이 있다. 하지만 여타 예술장르가 그러하듯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안무를 하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방송무용이라 하면, 방송에서 대중가요와 함께 시연되는 춤이라고 해석하는데, 결코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 예술적인 여백도 있으면서 소통도 중시해야 한다. 예술성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일반 무용 대비 현장중심의 공연을 통한 호흡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낮지 않다. 전문가로써의 입지가 탄탄하다. 최근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요즘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가요무대>를 비롯해, <열린음악회>. <7080>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안무가로 참여하고 있다. 한류의 일환으로 대중문화산업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해마다 가요대축제, 청룡영화제, 연기대상, 트로트대축제 등의 공연에도 안무를 맡는다. 이 가운데 <KBS 가요대축제>는 매년 12월 개최하는 연말 가요 프로그램이다. 1965년 신설된 <TBC 방송가요대상>이 모태인데, 2006년부터 <KBS 가요대축제>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례행사이긴 해도 KBS무용단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축제이다. 그러고 보니 명칭이 변경된 이후인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안무를 맡고 있구나 싶다. 큰 공연에 있어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트로트대축제이다. 청룡영화제나 연기대상도 중요도가 낮지 않지만 아무래도 음악이 주를 이루는 트로트대축제가 안무의 필요성이 높은 편이다. 중장년층으로부터 특히 인기가 많은 연말 트로트 가요 프로그램인 트로트대축제는 많은 가수들과 각각의 안무가 별도로 접목되는 관계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안무가 개입함으로써 보다 흥미를 덧댈 수 있고, 현장 분위기를 남다르게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주요 행사로 주목받아 왔다. 안무가로써의 삶에 어려운 건 없었나? 매 주마다 짧은 시간 내 여러 곡의 안무를 창작하는 것이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다. 특히 kbs무용단은 다른 어떤 단체의 무용단과는 달리 어느 한 장르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부터 전통가요, 재즈, 현대발레, 고전무용, 클래식, 힙합, 라틴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를 소화해야 한다. 더구나 아이돌 같은 경우 한 곡을 준비해서 방송 나오기 까지 최소한 3.4 개월은 연습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kbs무용단의 경우는 일주일에 두 세 프로를 준비해야하고 이틀 안에 3곡이나 4곡을 안무해야하므로 구상에서 연습, 실연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누적되면 대처방법이 생기고 평소 틈틈이 안무구상과 표현법을 머릿속에 그려 놓는다. 반대로, 안무가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꼈을 때는 없었나? 왜 없었겠나. 힘들다는 생각보단 오히려 보람 있을 때가 더 많았다. 특히 언젠가 해외공연을 갔을 때 교민들이 공연을 보고 다 같이 행복해하고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렸을 때는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실제로 이국타향에서 그리운 고국의 노래와 안무를 접한 교포들이 무척 즐거워했다고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뿌듯하다. 안무가라는 직업에 행복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 작던 크던 대중문화산업 발달과 문화예술향유에 힘을 보태고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예상되는 어려움은 잠시에 머물고 만다. 사실 난 이 일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창작부터 실연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으로 허락하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내에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 박수를 받으며 무대 뒤로 조용히 퇴장한다. 비록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우리의 존재감은 배어들고 있음을 인식한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세스가 kbs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kbs만의 색깔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도 난 그 고유한 색깔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혹시 영향을 준 안무가가 있었나? 보통 롤 모델이 누구였냐고 물어보면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 상임안무가인 ‘나초 두아토(Juan Ignacio Duato Barcia)’나 이스라엘의 안무가 ‘이디트 헤르만(Idit Herman)’, 영국의 메튜 본(Matthew Bourne), 체코의 모던 발레 안무가 이리 킬리안(Jiri Kylian) 등을 말해야 하지만, 사실 내게 영향을 준 건 외국의 유명한 안무가도 아니고 세계적인 무용수도 아니었다. 어쩌면 지극히 소박할 수 있는데, 20년 전 어느 날 kbs 쇼프로에서 가수와 무용수가 나와 노래와 춤을 추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은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인 이들이었지만 어린 시절 당시만 해도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안무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kbs에 입사했다. 입사 후 텐츠테아터의 독일의 ‘피나 바우쉬(Pina Bausch)’나 파격적인 안무로 유명한 스웨덴의 마츠 에크(Mats Ek) 등에 대해 연구한 적은 있지만 어쨌든 젊은 날 내게 영향을 준 인물들은 평범함 속에서 자신의 삶에 열정을 다하는 그 누군가였다. 안무에서 중요시하는 건 무엇인가? 다양한 예술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려한다. 예를 들면, 동작자체에 중점을 둔 안무를 개발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극적 표현성에 접근한 경향의 안무를 고민하기도 한다. 때론 음악에 따라 추상표현주의적이거나 미니멀리즘 요소의 집합적인 전개를 가지려 하며, 가끔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표현 영역의 확대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하나하나 동작에 포괄된 상징성이 하나의 동세와 결합되어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한 무대에서 이러한 다양한 양식을 교집합시켜 총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관객은 그 동세와 이미지에 쉽게 동화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개성이 두드러지고 표현형식이 난해하더라도 알 수 없는 공명이 생성될 수 있도록 탐구하고 있다. 안무를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이리 킬리안의 말을 빌리자면 안무는 순간이고, 순간은 삶이다. 몸짓을 통해 삶의 다양한 텍스트를 녹여내고 하나의 거푸집 아래 맥락화 하는 것이 안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때로 희로애락의 기표이자 때로는 혼잡한 삶의 여로를 여는 창과 같다. 그러나 안무란 무엇보다 사회 모든 인간사의 재해석이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 그것은 내가 지향하는 일종의 기의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안무는 나에게 자아의 투영이고 정체성의 연장이기도 하지만 거시적으론 당대 문화와 그 문화의 알고리즘을 반영한다. 내게 안무는 나와 타자의 삶을 축복할 수 있는 넓은 길을 보여주며, 무대의 간결함 속, 감동을 이끄는 훌륭한 매개로 작용한다. 특히 창작에서 발화된 무형의 이미지가 성공적으로 실연될 때 몸의 고귀함, 삶의 깊은 울림은 보다 증폭되고 확장된다. 그렇기에 나의 계획은 이것이 더욱 확장되고 심도 있게 전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에 있다. 앞으로 바라는 점 또한 오늘의 연장에서, 그리고 kbs무용단 안무가로서 이것의 완성을 위한 경주가 스스로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안무가를 지원하는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양한 학습과 연습, 사유의 체계를 갖추길 바란다. 안무가는 단순히 몸짓을 시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논리를 갖춘 이론가이자 예술가여야 한다. 어떤 행위를 한다는 건 다양한 사고력을 필요로 하기에 언어적이며, 기호로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 실연될 때 하나의 동작을 넘어선 변별력 가능한 그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기초를 다지고 전달하는 것이 안무기술법이기도 하지만 이를 처음부터 마음속에 담아두고 시작한다면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현대안무는 시대성과 개인의 철학을 미적으로 투영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경복궁 경회루 4~10월 특별 관람

    경복궁 경회루 4~10월 특별 관람

    평소 접근이 제한됐던 경복궁 경회루(국보 제224호)가 개방된다. 문화재청 경복궁관리소는 경회루 특별 관람을 다음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7개월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궁궐과 도성 만들기’ 사업에 따라 궁궐 개방 확대를 통한 궁궐 문화 향유 기회를 신장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관람 횟수는 주중 3회(오전 10시, 오후 2·4시), 주말 4회(오전 10·11시, 오후 2·4시)이며 관람 소요시간은 30~40분. 문화재 보호와 관람질서 유지를 위해 안내 해설사가 인솔한다. 회당 최대 관람인원은 100명(내국인 80명·외국인 20명).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내국인은 경복궁 홈페이지(1인당 최대 10명까지 예약 가능), 외국인은 전화(02-3700-3904, 3905)로 관람 희망일 6일 전부터 1일 전까지 예약하면 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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