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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환기 ‘우주’ 100억 시대 열었지만… 감정 시스템 등 손볼 곳 수두룩”

    “김환기 ‘우주’ 100억 시대 열었지만… 감정 시스템 등 손볼 곳 수두룩”

    국내 미술계에선 올해 최고 경매가 경신, 천경자 작품의 진위 논란, 조영남씨 대작 사건 등 화제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우주’가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131억원에 낙찰돼 미술계를 술렁이게 했다. 수수료를 제외하고 한국 미술품이 경매에서 10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미술시장 활성화와 한류라는 과제를 던져 주기도 했다. 아울러 미술계를 포함한 모든 예술인들을 아우르는 노동조합 형태의 조직 설립도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이범헌(57)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난 20일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만나 미술계의 현안과 과제들을 짚어 봤다.-올 한 해 미술계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환기의 우주를 통해 미술품 가격 100억원대 시대가 열린 것도 의미가 있지만, 국내 미술시장의 후진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미술 분야는 해외시장에서 한류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합니다. 국내 작자 자원의 수준에 비해 작품에 대한 평가와 거래 가격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감정 시스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주로 작가 재단이 진위 감정을 담당하지만, 국내의 경우 화랑가 및 사설 단체가 맡고 있어 진위 판정이 갈리거나 공신력 부족 등이 지적돼 왔습니다. 국가적인 공신력과 권위를 갖춘 감정기관을 설립하고, 이에 필요한 우수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이 필요합니다. 1991년부터 시작된 천경자의 ‘미인도’ 위작 논란도 어찌 보면 감정 시스템에 대한 권위의 부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30년 만에 진품이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확정됐지만, 작가의 작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 등 여러 과제를 되새기게 합니다. 조영남씨 대작 사건 또한 미술인들이 경계나 기준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시켜 줬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홍콩이나 싱가포르처 거대 자본들을 미술시장에 끌어들이려면 우리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술품 구입과 기증 과정에서 세제 혜택이나 자금 출처를 묻지 않는 등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미국·일본 등 소위 문화 선진국들은 미술품 구입과 기증을 통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측면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미술품에 양도소득세까지 부과하고 있습니다. 실제 징수 효과는 미미하다고 해도 고가의 미술품 경매시장을 끌어들이고, 육성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미술품 경매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미술품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미술품을 호당 가격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트페어’와 ‘미술품 온라인 거래’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요. “지난 11월 20일부터 5일간 대한민국미술축전 아트페어를 일산 킨텍스에서 성공리에 치렀습니다. 기존의 틀을 탈피한 미술 축제로 진행됐는데 한국화, 양화, 조각, 서예, 민화, 공예 등 미술 전 분야를 망라한 작가 부스전이 마련됐습니다. 특히 북한 미술의 정수를 보여 주는 대표 작가전과 해외 유명 작가전이 함께 마련돼 대한민국 미술 축전이 국내외 유수한 비엔날레 등과 차별화된 미술 축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출품된 5000여점의 작품 수준 또한 매우 우수한 데다 북한의 유화, 조선화부터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자수 작품까지 120여점, 유명 사진작가의 남북한 풍경 사진 90여점도 함께 선보여 갤러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이번 아트페어에서는 갤러리, 화랑 중심이 아니라 작가 중심으로 전시된 작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와 대중 컬렉터의 직접적인 만남이 이뤄지며 궁극적으로 ‘문화 향유의 장’이 됐습니다. 최근 인터넷상의 화랑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갤러리’ 활성화를 위해 서울신문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국민의 문화 향유 욕구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전문에 ‘국민들의 자유와 행복 추구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 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문으로 문화예술의 향유권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진흥법 등 관련 법률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국가는 온 국민이 기본 권리로서 문화예술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현실적으로 문화예술을 제대로 향유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문화 향유권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헌법에는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에 부수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정치나 행정 하는 분들이 간과한 것입니다. 물론 예술가들의 관심과 노력도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열악한 문화예술 창작 환경을 바꾸는 것은 곧 향유자인 우리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창작자인 예술인들을 위한 정책이자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창작하기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작품이 생산될 수 있고, 그 작품을 향유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풍요로움 삶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미술인이나 특정 예술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문화를 느끼고, 즐기고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책적 수단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반 국민과 예술인들의 이해를 돕고자 ‘예술인 복지에서 삶의 향유로’라는 단행본(276쪽·도서출판 빔)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 형태의 기구 설립을 구상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지요. “가칭 ‘대한민국 예술가 유니온’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술노동은 엄밀히 말하면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입니다. 예술가는 그런 공공재를 생산하는 사람이기에 가난이나 낮은 임금 등은 사회적 영역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국가나 자치단체가 책임질 부분입니다. 미술인이나 예술인들도 노동자라고 하면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는 ‘앵테르미탕’ 제도로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 예술가들 스스로 ‘노동자로서의 예술가 권익’을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예술인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게 되면 창작활동 중 불시에 당하는 사고도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고, 일이 없어 쉴 때는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 소득 보장의 혜택도 가능합니다. 예술인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조합 가입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조세 물납제’ 시행도 미술인의 권리 찾기 차원인지요. “선진국에서는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는 동산에 미술품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도 미술품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여러 차례 관계 기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에서도 이러한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술인들도 근로소득세, 주민세 등에 미술품으로 세금을 내는 게 가능해지면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 같은 4대 보험료를 내고 그에 대한 권리와 혜택을 부여받아야 합니다. 금융권에서도 담보 가치에 대한 법적 지위를 부여받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yidonggu@seoul.co.kr
  • 어려서 뭘 할 수 있냐구요? 교실 안 성불평등 당사자 넘어서 변화시킬 힘 키울 것

    어려서 뭘 할 수 있냐구요? 교실 안 성불평등 당사자 넘어서 변화시킬 힘 키울 것

    “우리는 청소년이자 페미니스트다. 청소년은 문제의 당사자는 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 누구도 청소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소년 페미니스트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18년 우리는 수십년간 은폐됐던 학내 성폭력을 고발했고, 일상적으로 요구되는 성역할을 거부했다. 우리는 당사자로 머무르는 것을 넘어 변화를 만드는 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지난 6월 출범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창립선언문 중 일부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혹은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기에는 어려서’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존재로서 침묵할 것을 요구받는다. 지난해부터 그 오래된 침묵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은 목소리를 높여 교실 내 횡행하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 문화를, 권력 관계를 악용한 성폭력을 낱낱이 고발했다.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위티의 전신이자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하 청페모)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조 모임 형태로 출발했다. 각종 세미나를 비롯한 학교 내 성평등 문화제를 여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3일 학생의 날을 기념해 전국 규모의 ‘스쿨미투’(학교 내 성폭력 고발 운동)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개최했다. 지난 2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해 한국의 스쿨미투에 대해 알렸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학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한 현실을 꼬집는 학생들에게 ‘너도 미투할 거냐’는 조롱이 돌아왔다.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의 대응 역시 미진했다. 느슨한 연대체였던 청페모가 지난 6월 시민단체 위티로 거듭난 이유다. 청소년들이 단순히 피해자나 고발자로 머무는 게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가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전한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12개 지부와 분회를 두고 있는 위티의 현재 회원은 300여명으로 이 가운데 75%가 청소년이다. ‘말하기 시작한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선언 아래 꾸준히 학교 내 성차별,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위티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제16회 서울시 성평등상 최우수상, 이달 ‘6월 민주상’을 수상했다. 청페모의 운영을 담당하며 스쿨미투 집회를 기획했던 양지혜(22) 위티 공동대표는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선정한 ‘올해 아시아에서 변화를 일으킨 청년 운동가 5인’ 중 한 명으로 소개됐다. 양 대표와 최유경(18) 공동대표를 만나 위티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여성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불편한 지점은 어떤 것인가요. 최유경 모든 면요(웃음). 예를 들면 남성 교사들과 남학생들 사이에 특유의 교감이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같은 느낌의 남성 간 유대감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길 원하는 성격이고 그러지 않으면 힘든 스타일인데 학교에서는 (그런 모습이) 남자에게만 허용되는 것 같아요. 남자에게는 그런 점이 오히려 권력이 되는데 왜 저는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몰리는지 의문이 있었어요. 양지혜 중학교 1학년 때 일인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담임 선생님이 종례 시간에 여자아이들을 모아 놓고 3학년 남학생이 치마 속 사진을 찍는 것 같으니 계단에서 난간 안쪽으로 다니라는 식으로 훈화를 하셨어요. 늘 평가받고 품평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여성이고, 남자들은 그런 잘못된 일을 저질러도 여자들이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들을 수밖에 없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학교에서 처음 겪은 부조리함이죠.-여성 청소년들이 남성 청소년들과 달리 일상에서 겪는 차별 역시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양지혜 여성 청소년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더 많이 착취나 폭력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청소년들에게 성(性)은 금기어잖아요. 특히 여성 청소년들은 성에 대해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요구를 겪는 것 같아요. ‘소녀’를 떠올릴 때 보통 아무것도 모르고 순결하고 하얗거나 깨끗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여성 청소년들을 성적 대상화할 때도 그 이미지가 기표로 쓰이거든요. 여성 청소년은 정숙한 존재여야 하는 동시에 누군가의 성적 욕망이나 성적 대상이 되는 존재죠. 최유경 한국의 페미니즘은 보통 20~30대가 중심이잖아요. 많은 단체에서 하는 여성주의 강연이나 모임을 가면 저는 늘 눈치가 보였어요. ‘내 나이를 물어보면 어떡하지’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제가 성격상 말을 또박또박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제가 (위티의 공동대표로서) 발언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제 나이를 알고 난 뒤 ‘생각보다 어리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내가 어리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 ‘내 능력의 기준치가 달라지나’ 여러 생각을 하게 되죠. 양 대표는 그간의 성과 중 하나로 한국의 스쿨미투 운동을 국제사회에 알린 점을 꼽았다. 양 대표는 지난 2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해 한국 학교 내의 성폭력 실태를 알렸다. 위원회는 9월 본심의 이후 10월 초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기밀 유지를 원칙으로 하는 아동 친화적이고 실질적인 성폭력 신고 창구를 마련하라’는 것부터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충분히 다루는 성교육을 도입하라’, ‘모든 아동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학교 규정을 개정하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유엔에서 한국 교내 성폭력 실태를 보고한 프로젝트 ‘스쿨미투, 유엔에 가다’ 활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양지혜 스쿨미투 이후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고발자들의 목소리를 (유엔에) 전하고 한국 정부의 대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그 결과 학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유엔의 권고안이 나왔어요. 저희가 보기에 유의미하고 중요한 것들이죠. 권고안처럼 학내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운동과 단순히 피해를 말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만드는 운동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앞으로도 지속적인 변화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스쿨미투와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인가요. 양지혜 결국 학교의 변화를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배울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교단에서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교사가 정보를 주입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요. 특히 청소년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성평등 혹은 성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교육이 학교 내에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의 한 주에서 청소년들이 교육을 15시간 이상 이수하면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강연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고 들었어요. 현장을 잘 아는 이들이나 또래들의 언어로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저희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어떤 점이 문제인가요. 양지혜 30년 전에 배운 사람도, 10년 전에 배운 사람도, 지금 배운 사람도 성교육이라고 하면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금지주의적인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을 떠올리죠. 성교육이라는 것은 여전히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사고되지 못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건전한 이성교제를 하기 위해서는 손만 잡고 다니거나 되도록 둘이 폐쇄된 곳에 가지 않는 식의 방법을 권장하죠. 또 성교육을 1년에 일정 시간 가르쳐야 하는데 그 시간들이 시험 기간에 자습 시간으로 바뀌기도 하고요. 또 보건 시간에 배울 법한 생물학적 성기에 국한돼 설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내용이 사회적 성이나 성별 권력을 은폐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 성교육이 단편적인 사실만을 기반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건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은 성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라고 쉽사리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19금’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청소년에게 성은 알아서는 안 되는 금기어와도 같다. 위티는 이렇듯 성에 덧씌워진 포르노적 통념을 벗겨내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적 권리와 욕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개개인이 지닌 욕망과 신체의 감각에 집중하도록 이끄는 대안적 성교육 강연을 열었다. -대안적 성교육 강연을 마련한 계기가 있나요. 양지혜 강연의 내용은 야설을 프린트한 것을 보면서 이 내용이 누구를 중심으로 쓰였고 어떤 이들을 배제하고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성을 묘사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순서로 진행됐어요. 그 이후에 자기만의 섹슈얼리티 지도를 그렸는데 여기서 섹슈얼리티라는 것은 내가 테니스를 칠 때 숨이 가쁜 느낌이라거나 내가 무언가를 쥘 때 포근한 감촉과 같은 내 몸에서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감각과 연결된 개인의 욕망이죠. 우리는 이미 성에 대해 알고 있고 성에 대해 감각할 수 있지만 마치 이걸 몰라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면 청소년이 성에 대해 욕망하거나 실천하려고 할 때 스스로 불온한 감정을 가지게 되고 숨어서 하게 되고 그럼 더 불안하고 안전하지 않게 되죠. 청소년 스스로 성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구성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위티는 최근 선거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하향하는 내용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본회의 통과 촉구를 위한 활동에도 참여했다. 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청소년 1234명의 선언문을 국회 앞에서 발표했고 이후 관련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기성세대는 교실이 정치화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꼽자면요. 최유경 저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이후에도 정치가 딱히 제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정치라는 건 너무 크고 거대하고 어렵잖아요. 내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내가 원하는 공약에 표를 줘야 하는데 제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관심이 없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이유로 주요하게 쓰이는 내용이 보통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감정적이고 공부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이유들이에요. 생각하면 얄팍한 논리죠.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해 보면 이미 원하는 걸 다 가진 중년 남성보다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저희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는 첫걸음은 결국에는 선거권을 보장하는 거죠. -내년에는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계획인가요. 양지혜 선거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떠나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 청소년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혹은 청소년 페미니스트인 정치인을 만나서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또 여성 청소년의 삶이 다양한 만큼 저희가 지닌 청소년 페미니즘이라는 의제를 조금 더 많은 틀로 해석하고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가정 내에서 여성 청소년이 경험하는 억압과 통제 그리고 여성 청소년의 경제적 권리와 자립에 관한 것들요. 청소년에 대한 의제를 인식할 때 성폭력 문제만을 많이 떠올리는데 좀더 다양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지역 특성 고려한 안양 4곳 도시환경 밑그림 나왔다.

    지역 특성 고려한 안양 4곳 도시환경 밑그림 나왔다.

    각 지역 특성과 계층별 의결수렴, 환경과 안전을 고려해 창의력까지 더한 안양지역 5곳 밑그림이 나왔다. 시는 오는 31일까지 ‘안양시 도시환경 설계 작품발표회’를 시청에서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학생들이 안양시와 협약에 따라 도시환경분야 조성과 재생안 연구 결과를 선보이는 자리다. 환경대학원은 경인교대 유휴부지를 활용해 염불암~삼막사~망해암을 잇는 자전거 길 조성안을 내놓았다. 폐 채석장의 독특한 경관이 안양예술공원과 연계해 관광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삼막리아예술공원이라는 또 다른 구상안도 선보였다. 여기에 긴 동선을 따라가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놀이공원 개념도 도입했다. 또 광명역과 인접한 석수3동에 대한 구상으로 입지 특성을 살려 하천, 마을, 산의 연결성을 강화한 계획안도 내놓았다. 자연환경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면 주민 삶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양7동 덕천로 48길 일대는 구도심의 거점 활성화를 목표로 호안교와 안양천을 연결하는 열린공간 조성한다. 이를 통해 녹음을 향유하는 게획안이다. 평촌복합문화공원 조성은 ‘안양시민 옴파로스’를 주제로 ‘일상이 축제, 축제가 일상’인 축제도시로서의 개념을 도입했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공원문화를 만들어가는 미래상과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는 공간전략도 포함한다. 시 관계자는 “안양을 더욱 아름답고 시민에 원하는 환경조성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경만선 서울시의원 “서울시 축제 지원사업, 예산부터 무관심”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경만선 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3)이 서울시 축제 지원사업의 서울시 예산편성이 정책방향과 달리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경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0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자치구 및 민간 축제 지원·육성” 사업에 32억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2019년 편성된 74억 5천8백만원에 비해 57%가 삭감된 것이며, 서울시 재정기획관은 동 사업을 매년 30억원대로 편성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70억원대로 의결하는 상황이 연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2020년 서울특별시 예산안 심사 당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만선 의원은 “서울시의 축제 지원사업에 대한 예산편성 기조를 보고 기가 막힌 한숨이 났다”며 안타까움을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 문화본부가 축제를 중흥하겠다고 ‘서울시 축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정책 마련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예산편성을 담당하는 재정기획관의 ‘숫자’ 논리에 밀려 시민의 문화향유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도높이 비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9년 6월부터 민간 전문가, 서울시, 서울시의회, 서울시 산하재단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참여한 ‘서울시 축제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의 축제정책의 컨트롤타워 구성과 새로운 비전 정립을 꾀하고 있으며, 지난 12월 12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축제도시 서울과 정책환경’이라는 제목으로 “2019 서울축제포럼”을 갖고,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서울시 축제에 대한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경만선 의원은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축제를 중흥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서울시 기획 축제에 예산을 대거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밝히며, “지역축제의 성장은 톱다운 방식이 아닌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자연스러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 의원의 설명대로 서울시에서 직접 추진하는 축제들은 자치구 및 민간 축제 지원·육성 사업과 달리 예산이 증액되어 편성되는 추이를 보였다. 또한, 서울시는 2019년 9월 서울을 ‘글로벌 음악 도시’로 명명하면서 2023년까지 5년간 총 4,818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고, 대대적으로 사계절 브랜드 음악축제를 펼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 확장에 의욕적인 모습도 보였다. 경 의원은 “세계 유명 축제들을 살펴보면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소규모의 축제를 벌이던 것이 독창성과 예술성을 타 주민들에게 인정받아 발걸음하면서 커진 것이 대부분”이라며, “지역축제 중흥을 위한 축제지원 사업의 무의미한 줄다리기 예산편성을 이제는 끝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회는 지역 축제의 성공적인 양적 성장을 위해 예산심사 과정에서 정말로 필요했던 다른 지역사업들을 삭감하고 동 사업을 증액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내년부터는 서울시가 지역 축제의 발전을 위해 깊은 고민으로 예산편성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북도립국악원 34년만에 새로 건립

    전북도립국악원이 34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다. 도립국악원은 낡은 현 건물을 철거하고 사업비 182억원을 들여 현 부지에 신축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현 도립국악원은 1985년 12월 건립됐으나 지난해 정기안전 진단 결과 보수·보강이 시급하다는 의미의 C등급 판정을 받았다. 개원 당시 350명이었던 연수생이 현재 1600명까지 늘어 교육 공간과 주차면 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도립국악원 신축공사는 2021년부터 2년 동안 이뤄진다. 도립국악원 새 건물은 지상 4층, 지하 1층 연면적 4675㎡이다. 현재 보다 2171㎡ 넓어진다. 주차 공간은 기존 110면에서 180면으로 늘어난다. 완공 전까지 국악원 사무실은 전통문화체험 전수관으로 임시 이전하고 국악 연수는 일시 중단된다. 전북도립국악원 관계자는 “청사를 신축하면 국악 연수 공간이 확대돼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이번 달 ‘문화가 있는 날’ 영화 할인은 목요일

    이번 달 ‘문화가 있는 날’ 영화 할인은 목요일

    이번달 ‘문화가 있는 날’ 영화 관람 할인은 수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받을 수 있다. 전국상영관협회는 12월 ‘문화가 있는 날’을 이번에 한해 26일 목요일로 정햇다고 13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를 확산하고자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운영한다. 여기에 맞춰 전국 각종 문화행사를 공짜로 즐길 수도 있고, 영화도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다. 멀티플렉스 3사 등 전국 영화관은 이에 따라 문화가 있는 날인 26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상영하는 영화 티켓을 5000원에 판매한다. 한편, 이번 달 ‘문화가 있는 날’인 26일에는 최민식·한석규 주연 ‘천문’(사진)을 개봉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을지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우수 도서관 선정

    을지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우수 도서관 선정

    을지대 학술정보원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9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상을 수상했다고 3일 밝혔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상은 사업의 모범적 수행을 통해 국민의 문화 향유기회 확대와 대학도서관 서비스 향상에 기여한 공로에 주어지는 상이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된 을지대 학술정보원은 사업계획서와 1년간의 사업 진행 결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강연/탐방이 함께하는 사업으로 ‘음식과 사람을 EAT(잇)는, 맛있는 냄새 가득한 EAT(잇)문학’을 주제로 커피와 전통술에 대해 진행하며 관련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커피박물관과 막걸리학교 등을 찾아가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한숙 원장(물리치료학과)은 “이 상은 프로그램 운영과 학생들 지도에 애써주신 학술정보원 선생님들 노력의 열매”라며 “어려운 인문학을 학생과 주민이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처럼 학생과 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한국 선망이 아닌 가치 공감의 힘… 그래야 지속 가능한 한류”

    “한국 선망이 아닌 가치 공감의 힘… 그래야 지속 가능한 한류”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콘텐츠산업 ‘신한류’를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2022년까지 콘텐츠산업 매출액 15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고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로 콘텐츠 환경이 급변하는 데 따른 대응이자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기 위한 전략이다. 서울신문은 정부가 발표한 혁신전략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 학계 관계자가 참여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배기형 KBS 국제방송국 PD,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최여경 서울신문 문화부장이 사회를 맡았다.-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2년 6개월간 현 정부의 콘텐츠 지원 정책을 평가한다면.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이번 정부에서는 콘텐츠와 관련해 강력한 육성 정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문화비전 2030’을 통한 순수문화, 국민들의 문화 향유 쪽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번 콘텐츠 혁신전략은 정책 변곡점이 된 듯하다. 방탄소년단(BTS)을 계기로 한류가 한 차원 바뀌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바람직한 정책이 나왔다고 본다. 배기형 KBS 국제방송국 PD 교수님 말씀에 동의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을 콘텐츠산업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콘텐츠산업 내 노동시간 단축,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 등의 노력이 있었다. 반면 산업으로서의 콘텐츠 정책엔 비교적 소홀했던 것 같다. 그간 상생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다시 한류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시도가 시작된 것 같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과거 문화산업 정책 방향은 정부가 인프라 구성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환영받았다. 지난 정권까지가 그랬다. 전 세계 콘텐츠산업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그로 인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정책 수요가 굉장히 고도화하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 상황이었다. 그런 고민 끝에 지난해 12월 콘텐츠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9월에는 그중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과감하게 뽑아 이번 정책을 내놓았다. -9월에 발표한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달라. 김 국장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현장에 물었을 때 압도적인 답변은 자금 부족이었다. 콘텐츠산업의 경우 아이디어만 갖고 뛰어든 영세한 기업이 많다. 정부 연구 결과 자금조달 수요가 최소 9000억원이었다. 리스크가 커 과감히 뛰어들지 못하는 기술 분야도 선도적으로 이끌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한류로 연관 산업까지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매칭할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 결과 정책금융 확충, 실감콘텐츠 육성, 신한류 연관 산업 성장 견인 등 3대 전략을 도출했다. 배 PD 경제성장 동력을 어디서 찾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콘텐츠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았다는 것엔 중요한 함의가 있다. 현 정부가 야심만만하게 콘텐츠 정책 프레임을 만든 게 아닐까,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정부의 의지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의 힘’에 대한 논의는 10년, 20년 전에도 나왔다. 그때와 다른 것, 실체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배 PD 지금 시대는 콘텐츠가 우리 삶을 규정하는 것 같다. 콘텐츠 소비가 훨씬 늘었고,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것이 콘텐츠에서 나온다. 콘텐츠 정책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 파급효과 정도만 생각했다면, 요즘은 콘텐츠 생산 방식부터 통신이나 인프라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밀접도가 혁명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고 교수 콘텐츠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성격을 갖고 있다. 모험형 산업이고 이에 대한 투자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모험펀드가 생기면서 이런 수요를 어느 정도 해소한 것 같다. 모든 부가가치 창출은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에 기업이 잘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한류 역시도 기업의 해외 진출 노력에서 형성됐다. 기업이 잘 작동하기 위한 인프라 구성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 국장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건 비단 교육과정에 대한 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그것을 실현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도 사람에 대한 투자다. 지난 8월 게임인재원 출범이 대표적 사례다. 영화아카데미가 영화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게임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장치가 될 것이다.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중 ‘신한류’가 눈에 띈다. 기존 한류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가. 김 국장 한류는 문체부의 꾸준한 화두였다. 2011년 펴낸 ‘한류백서’를 보면 1990년대 후반 드라마·영상 콘텐츠 중심, 아시아 국가에서의 한류를 한류1.0으로 봤다. 한류2.0은 2010년대 초반까지 케이팝의 인기를 중심으로 유럽 일부와 중동·중남미까지 진출했다. 한류3.0은 전 장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는데 실현된 것 같지는 않다. 대신 2.0에서 2.1, 2.2, 2.3으로 점진적으로 확충돼 왔고 BTS, 영화 ‘기생충’ 등 성과가 나오는 지금 당시의 목표가 실현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콘텐츠 수출 지원을 다양화·내실화하고 있다. 수출을 하려는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웰콘이라는 사이트를 개선하고, 번역, 인력, 마케팅 등에 지원을 강화한다. 소비재 등 수출에 한류 마케팅을 활용하고, 지식재산보호나 공정경쟁을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해 세종학당을 늘리고 쌍방향 문화 교류를 추구한다. 배 PD 신한류라고 이름 붙이려면 기존 한류의 단순 확장이 아니라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CEO 서밋에서 상생번영을 강조했다. 쌍방향, 상생의 문화 교류를 통해 한류의 질적인 도약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거라고 생각한다. 한류 수용자인 아세안 젊은이들이 그동안 선망하던 스타일의 한국을 따르는 게 아니라 한류의 스토리가 내 이야기가 되는, 그래서 소비자 공감대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현재 나와 있는 정책에서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지속 가능한 한류가 가능할까. 고 교수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반한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 볼 때 한국 정부가 만드는 문화로 비치지 않게 신중해야 한다. 한편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변수는 한류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콘텐츠산업 경쟁력이 최근 몇 년 사이 확 높아진 것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한류가 중국류로 대체될 수도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미리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콘텐츠가 미국의 유통망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한류가 오리지널이 되고 중국에서 유통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배 PD 콘텐츠 가치를 얘기할 때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이 아쉽다. 산업적인 효과가 다가 아니다. 문화적 가치가 없는 콘텐츠 정책은 무의미하다.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미래 성장 동력 육성도 좋지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고민이 담겼으면 좋겠다. 또 지속 가능한 한류는 국가주의에서 시장주의로 전환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국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 컨트롤타워보다는 코디네이터 같은 역할을 해 달라. 우리의 가치가 전 세계로 확장하는 보편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공감을 사야 한다. 신한류라는 말보다 지속 가능한 한류가 좋은 개념 같다. 김 국장 민관 협력을 위해 정부안 15억원 규모의 엔터산업박람회를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국회에 올려놨고 예산심의 막바지에 있다. 그동안 박람회가 한류 연관 상품을 보여 준 거였다면, 엔터박람회는 그 분야 종사자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아이디어다. 이런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와 기업, 민간이 협력해 한류가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이 기사는 서울신문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동기획 기사입니다
  • 주민이 직접 그린 강남 골목길 전시회

    주민이 직접 그린 강남 골목길 전시회

    서울 강남구가 잊혀져 가는 강남의 골목을 드로잉으로 추억할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골목을 기억하다’는 주제로 오는 4~6일 구청 로비에서 열리는 ‘어반드로잉 회원 연합 작품 전시회’(포스터)다. 어반드로잉은 마을 풍경을 스케치하는 활동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주민들의 삶이 깃들어 있는 강남 골목 구석구석을 포착한 작품 51점이 나온다. 강남구립 역삼·역삼푸른솔·못골·정다운 도서관이 함께 주최한 행사로 지난 4월부터 8개월간 어반드로잉 강좌를 수강해 온 구립 도서관 회원들의 손재주를 감상할 수 있다. 일부 작품은 엽서로 제작해 전시를 찾은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누구나 사전 신청 없이 구청에 들러 관람할 수 있다. 김용만 문화체육과장은 “앞으로 강남의 주요 거점 지역에 커뮤니티센터 기능을 갖춘 도서관을 건립해 지식 인프라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책 읽는 품격 강남’의 분위기 조성과 독서 동아리 활성화를 통해 ‘인문 지성이 흐르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병훈 서울시의원 “문화본부 소관 4개 재단 잉여금, 다양한 공공사업 확대로 전환돼야”

    서울시의회 문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초3)은 서울시 문화본부 예산(안) 심사에서 문화본부 소관 4개 재단(세종문화회관, 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잉여금으로 다양한 공공사업을 확대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문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문화본부 소관 4개 재단의 잉여금은 각 기관별로 연평균 약 40~50여억원이다. 하지만 서울디자인재단의 경우 약 20여억원을 예비비로 사용하고자 주먹구구식의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 의원은 문화본부 소관 재단들 중 서울문화재단과 서울디자인재단의 사업은 재단 주도의 사업보다는 서울시 주도의 사업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재단 주도의 공공사업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경우 재단에서 실시하는 예술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주재원률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재단 자체의 자구노력이 요구되며 수익 사업과는 별개로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성이 강화된 프로그램의 확대 시행이 요구된다. 문 의원은 “재단 주도의 공공사업 확대와 잉여금의 의미 있는 활용방법을 생각하면, 결국 잉여금을 재단 주도의 다른 공공사업 확대로 전환해 시민들에게 더 좋은 양질의 문화프로그램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면서 “앞으로 재단들이 잉여금을 재단 주도의 공공사업 확대로 이어갈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지속할 것”을 주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만선 서울시의원, ‘서울시민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추진 토론회’ 개최

    경만선 서울시의원, ‘서울시민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추진 토론회’ 개최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경만선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3)이 개최한 ‘서울시민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추진 토론회’가 29일 서울시의회 제1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안호상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박진영 서울시민연합오케스트라 부단장, 김남돈 건축음향연구소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또한 음악·건축 전문가, 애호가 및 일반시민과 관계 공무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경 의원이 좌장을 맡은 토론회에서 김영익 메타기획컨설팅 선임컨설턴트는 ‘콘서트홀 조성 기본구상’의 발제에서 콘서트홀의 장소와 도시공간과 문화예술적 맥락 등 전반적인 운영방향을 설명했다. 나아가 콘서트홀의 예술복합단지로서 조성과 운영을 제안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클래식 콘서트홀의 필요성과 활용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오는 각 계 전문가들이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필요성, 입지, 공간구성, 시민 접근성, 주변 문화시설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한 방안들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다. 안호상 홍익대학교 공연예술 대학원장은 “강북 시민 전체를 대표하는 콘서트홀이 필요하다”며 “콘서트 홀 건립은 국제적인 대관단체의 수요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검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는 “새로 지어질 클래식 콘서트홀은 서울시향만의 클래식 홀이 아닌 시민들의 장소로서 서울시민들이 다양한 예술활동을 함께 즐기고 향유 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 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한 시민 친화형 클래식 연주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자리”라고 전하며 “서울시립 클래식 콘서트홀이 건립되면 문화도시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은평구 뜨락에 가득 찬 책 향기

    은평구 뜨락에 가득 찬 책 향기

    서울 은평구가 구민들이 ‘열린 지식·문화 공간’으로 향유할 수 있는 구립 은뜨락도서관을 열었다. 지상 3층, 연면적 1075㎡ 규모로 은평구 진관동에 지어진 은뜨락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독서, 문화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요청으로 성사됐다. 도서관 안에는 주민들의 정서 함양, 독서 문화 증진을 도울 9000여권의 장서가 구비돼 있다. 도서관을 찾는 이들은 건강 계단을 걸으며 건강 특화 도서, 책 속 원화·명언 등의 개관 기념 특별 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이제 막 개관한 도서관에 바라는 점을 남길 수 있는 공간 ‘똑! 똑! 똑! 도서관’을 통해 도서관의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도 제안할 수 있다. 어린이실은 ‘나만의 배지 만들기’ 등 지역 아동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은뜨락도서관은 태블릿을 빌려 쓸 수 있는 노트북실을 마련해 기존 디지털자료실과 차별화된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어르신 이용자를 위한 건강 행사,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읽어주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최영주 서울시의원, 2019 지방자치 의정대상 수상

    최영주 서울시의원, 2019 지방자치 의정대상 수상

    서울특별시의회 최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개포1·2·4동, 일원1·3동)이 21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기자연합회가 주관하는 ‘2019 지방자치 의정대상’을 수상했다. 서울기자연합회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지역현안 갈등해소 노력, 민원 해결 빈도, 봉사 등 주민자치 발전에 업적이 뚜렷한 의원을 대상으로 공적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의정대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최영주 의원은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시민의 문화, 체육, 관광활동 향유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강남 제3선거구를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본회의 5분 발언 등을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조희연 교육감, 구청장, 주민 면담을 통해 개포도서관의 신속한 개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5분 발언을 통해 강남 자원회수시설 내 가연성 폐기물 선별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를 전달한 바 있다. 또한 위례-과천선에 주민이 원하는 역사가 신설될 수 있도록 5분 발언 및 담당 과장과 주민과의 간담회 자리 마련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양전초등학교 본관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은 올해 예산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에 설치 완료될 예정이며, 포이초등학교는 에코스쿨 조성 사업을 지원했다. 한편, 구룡초등학교에도 올해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예산을 지원한 바 있다. 내년에는 개일초등학교에 에코스쿨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며, 교육환경개선 사업으로 개일초, 양전초, 버들초 등에 서울시교육청 예산 1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의원은 수상소감을 통해 “서울시민과 지역주민을 위한 정책 및 예산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 같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앞으로 남은 2020 회계연도 서울시 예산(안) 심사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해, 지방자치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에 기여하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순균 구청장과 서울시 및 교육청, 구청 관계공무원들과 소통을 통해 내년 안에 개포도서관 신축 공사를 착공할 수 있도록 하고, 강남구민체육관 개축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체육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플렉스’ 대한민국/이두걸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플렉스’ 대한민국/이두걸 경제부 차장

    힙합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디지털 음향에 대한 거부감에 일부러 찾지 않는 데다 그 흔한 TV 경연 프로그램도 즐겨 보지 않아서다. 이러한 선입견에 균열이 생긴 건 올해 중학생이 된 큰아들 덕분이다. 친구들 따라 힙합의 세계로 입문한 아이는 제 방에서 곧잘 힙합 동영상을 보곤 한다. 가족이 함께 탄 차 안에서 선곡을 요청하기도 한다. 힙합 뮤지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늘었다. 그러나 얼마 전 ‘플렉스’라는 힙합 용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자기 과시’를 뜻하는 ‘스웨그’와 쌍둥이인 이 단어의 뜻은 ‘돈 자랑’이었다. “구찌 루이 휠라 슈프림 섞은 바보…나랑 같이 쇼핑 가자 용돈 갖고 와”(키드밀리의 FLEX) 등의 식이다. 아이에게 ‘플렉스를 아냐’고 물었다. “가사를 따로 챙겨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책을 가려 읽어야 하는 것처럼 음악도 가려 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영 찜찜했다. ‘부자 되세요’라는 20년 가까이 된 한 신용카드사의 광고 문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에 대한 욕망은 사유재산이 등장한 후기 신석기시대 이후 인류의 DNA에 새겨진 유산이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는 것’에 대한 희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그러나 꼰대와 먹물스러움의 조합 탓인지 몰라도 ‘돈 많은 내가 부럽지?’라는 식의 극단적인 배금주의가 날것으로 생산되고, 이게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 정도까지 폭넓게 수용된 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자본의 투입을 전제로 하는 대중문화는 대중의 기호를 벗어나서는 향유될 수 없어서다. 정작 가슴 아픈 건 플렉스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다수 젊은층들의 상황이다. 이들의 미래 꿈이 공무원과 건물주인 걸 두고 기성세대들은 ‘편한 길만 찾는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괴물 같은 현실을 만든 건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전체 임금근로자 3명 중 1명(올 8월 기준 36.6%)은 비정규직이다. 최근 1년간 비정규직은 36만명 이상 늘었고, 반대로 정규직은 35만명 줄었다. 올해 취업자 증가 수가 20만명대 중반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규직 일자리를 갖는 청년은 얼마나 될까. 창업으로 성공할 확률도 매우 낮다. 우리나라 창업 3년 생존율은 40%, 5년 생존율은 27.5%에 불과하다. 자산 불평등은 무간지옥 수준이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제시한 ‘β(베타)값’은 자본의 가치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부의 편중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β값은 2000년 5.8에서 2015년 8.3으로 치솟았다. 선진국 수준인 4~6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3년 사이에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아파트가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부지기수다. 이런 현실에서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는 건 또 다른 플렉스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조국 대전’에 이어 총선 승리를 놓고 아귀다툼할 시간에 일할 수 있어도 취업을 하지 않고 그냥 노는 20대가 왜 1년 전보다 22.6%(10월 기준)나 늘었는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가족과 함께 전태일 힙합 음악제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 가사를 소개한다. “페이 못 준다고 대신 밥 산다고…유명하지도 않네 넌 우리 빨로(우리 덕에)/이런 무대 서는 거야/그니까 감사로 열심히 해.”(오진명의 무제) 수많은 ‘전태일’들이 제 하고 싶은 대로 노래하고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마냥 손 놓고 있으면, 어른으로서 좀 ‘쪽팔린’ 일 아닌가. douzirl@seoul.co.kr
  • 의료·바이오 산업기지 진척… 일자리 품은 오승록표 교육특구로

    의료·바이오 산업기지 진척… 일자리 품은 오승록표 교육특구로

    서울 노원구는 1980년대 도봉에서 분구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 계획도시다. 수락산, 불암산, 영축산, 초안산 등 지역에 산이 많기도 하지만 당시 아파트를 지으며 심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 지금은 사람의 시야에 들어오는 녹색 비율인 녹시율(綠視率)이 서울 자치구 가운데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렇듯 자연이 풍부한 주거 환경과 더불어 강남, 서초와 함께 대형 학원가가 형성된 서울 3대 ‘교육도시’로 유명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대상 인구(약 10만명)가 많고 기업은 거의 없어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변방의 베드타운 이미지도 강하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노원을 기업과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변신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핵심은 서울에 마지막 남은 대단위 개발 예정지인 4호선 창동차량기지와 그 옆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합친 24만 6998㎡(약 7만 5000평) 부지를 의료·바이오 산업기지로 조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동시에 지역 전반에 문화 요소를 강화해 구민들의 문화 자긍심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지난 8일 최근 개관한 중계동 노원수학문화관에서 그를 만나 노원의 도시 비전에 대해 들었다. -노원구 개발 1호 사업을 꼽는다면. “노원구 도시발전계획인 ‘2040노원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핵심은 창동차량기지와 운전면허시험장 이전이다. 전동차 입출고와 정비가 이뤄지는 창동차량기지는 지하철 4호선 연장계획에 따라 2024년까지 경기 남양주로 옮겨진다. 서울시도 도봉구 창동과 노원구 상계동 4호선 차량기지 일대를 ‘창동·상계 신경제 중심지’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봉구 창동 지역에는 서울 아레나 공연장이 들어서고 노원구 상계동 차량기지 이전 부지는 의료·바이오 산업기지로 조성하는 내용이다. 다만 차량기지 옆 운전면허시험장은 이전 부지를 아직 찾지 못한 상태인데 서울시가 경기도의 한 구와 협의 중으로 연말까지 어느 곳으로 이전할지 확정하는 게 목표다. 무엇보다 신경제 중심지 인근에 의정부 민락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구리 다산신도시, 양주 옥정지구 등 3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있고 양주에서 출발해 의정부, 청량리, 삼성역을 거쳐 수원까지 연결되는 GTX-C 노선까지 놓여질 계획이어서 노원은 향후 경기권역까지 아우르는 서울 동북권 중심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의료·바이오 산업기지 건립 작업 진척도는. “이미 차량기지 내 핵심앵커시설로 종합병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동시에 그 주변에 바이오 연구개발 및 벤처 단지도 조성할 것이다. 바이오는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3대 유망 사업으로 불리는데 그중에서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일 크다. 병원과 연구개발 단지가 들어서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주변 상권도 발달할 것이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도 관심인데. “월계동에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을 위해 현대산업개발이 시멘트공장을 철거하고 아파트 건립 착공을 2021년 상반기까지 실시한다. 특히 1만㎡의 부지가 구에 공공용지로 기부되는데 주민 편의시설로 만들 예정이다. 여행, 음식 등 전문 도서관과 서점 그리고 공연장도 지어 젊은 사람들이 몰리도록 하겠다. 노원에 대학이 7개나 있는데 이들이 놀 곳이 없어 다른 구로 간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은 곧 지역경제 활성화를 의미한다.”-지역발전과 함께 노원을 ‘문화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복안은. “문화예술회관을 서울시에서 가장 빨리 만든 곳이 노원구다. 6년 전에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동네별로 분출하는 문화에 대한 욕구를 담아 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취임할 때부터 주민들에게 일상에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었다. 첫 결실로 북서울미술관과 협력해 지난 7월부터 9월 15일까지 ‘한국 근현대 명화전’을 개최했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0여명의 작품 70여점을 선보였다. 하루 평균 2000여명, 개관 이래 최대 관람객인 13만 6000명이 방문했다. 내년에는 피카소,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유럽의 명화전’을 기획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등과 접촉 중이다.”-‘교육특구’라는 명성에 걸맞게 노원수학문화관도 개관했는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학과 친해지게 할까 서울시의원 시절부터 전임 구청장과 논의해 만들었다. 수학문화관이 국내 지자체로는 첫 사례이며, 규모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 18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17일 개관 이래 매주 주말 이틀 동안 평균 2000여명의 방문객들이 다녀갔다. 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온다. 체험형 박물관이라서 체험물들이 자주 망가지지만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재방문율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246개 경로당을 100일 동안 전부 방문했고 65개 사회복지시설에 이어 54개 학교를 현장방문하는 등 소통을 강조하는데. “현장에서 주민을 만나 얘기를 듣고 꼭 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절박한 얘기들이다. 노원은 기초생활수급자가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고 시세 10억원을 돌파한 민영아파트와 영구임대아파트가 병존하는 동네다. 정책이 다양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다니면서 듣는다.” -오승록표 복지사업은. “아이휴(休)센터다.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 후 돌봄시설로, 1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 내 1층이나 학교 인근 일반주택을 임차한 것이다. 올해까지 21곳, 2022년까지 40곳(동별 2곳)을 만드는 게 목표다. 서울시는 이를 모범사례로 삼아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서울 전역에 설립 중이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 정리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노무현 정부 때 의전 담당 남북 군사분계선 도보 기획‘한 걸음 한 걸음’ 원칙대로 그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한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의 섬, 거금도에서 태어난 ‘섬소년’이다. 당시 유치원을 다녔고 초등학교를 광주로 유학 갈 정도로 유복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어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답답한 섬을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열심히 공부해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3개월 만에 광주의 진실을 알고 난 후 그동안 속고 살아왔다는 배신감에 운동권 투사로 변신했다. 학내 시위 주동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10개월간 수감생활까지 했다.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95년이다. 대학 졸업 후 최선길 노원구청장 후보 수행비서로 잠시 일하다 김명규, 김방림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거쳐 2003년부터 청와대 의전담당 행정관으로 5년간 근무했다. 행사를 기획하고 담당하던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라 말한다. 학생 운동을 통해 단련된 내공이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외교부 파견 공무원이 맡는 게 관례였던 외국정상 방한과 대통령 해외순방 행사의 기획을 맡아 비외교부 출신 첫 행사기획 총괄자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분단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던 판문점에서의 출발 행사인 노란색 군사분계선 도보 기획도 그의 작품이다. 덕분에 훈장(근정포장)도 받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우원식 의원이 정치 멘토다. 2008년 우 의원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생활 정치로 눈을 돌렸다. 2010년부터 8년간 서울시의원을 거쳐 지난해 민선 7기 노원구청장에 당선됐다. 그의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중요한 원칙은 ‘진정성’과 ‘한 걸음 한 걸음’의 자세다. 무슨 일이든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게 인간의 욕심이지만 그럴수록 정도를 걷는다. ▲전남 고흥 거금도 출생(1969) ▲금산제일초, 금산중, 금산종합고,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졸업,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연세대 부총학생회장 ▲국회의원 비서관(1995~2002)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의전담당 행정관(2003~2008) ▲대통령 해외순방 행사 최초의 비외교관 출신 총괄책임자 ※ 제2차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출발 행사, 노란색 군사분계선 기획 ▲제8~9대 서울시의회 의원(2010~2018) ▲민선7기 노원구청장(2018~현재) ▲부인 이인숙씨와의 사이에 2남
  •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 “호부호형 금지된 돈의문 박물관마을, 호적에 따라 불법사업 될 수도”

    수백억이 든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소유권 분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의회 제290회 정례회 기간 중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4일 문화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돈의문 박물관마을 조성 사업을 수행한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장과 소유권 주장을 하고 있는 종로구 도시관리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동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 물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부지는 2003년 교남뉴타운지구 지정과 2005년 뉴타운개발기본계획 승인 시에 ‘근린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으로 “도시재생”이 채택되고, 새문안 동네였던 본 부지에 역사문화적 관점을 가미하는 문화시설을 설립하기로 결정되면서 2015년 5월 서울시 주택건축본부가 동 부지를 ‘문화시설’로 변경하는 “돈의문 역사문화마을 조성 시행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근린공원이 아닌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2017년 6월 종로구청이 “돈의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 고시”를 통해 ‘문화시설 내 기존 건축물은 서울시에 귀속하되 토지소유권은 종로구로 귀속’한다고 명시했고, 서울시와 종로구의 토지소유권 갈등의 불씨가 번지기 시작했다. 이 날 행정사무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서울시 김태형 도시공간개선단장은 “문화시설 부지 변경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결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므로 상위법에 따라 서울시의 귀속이 당연”하다고 주장했으나, 종로구청 정거택 도시관리국장은 “토지의 소유는 재정비촉진계획이 아닌 관리처분계획으로 정하는 것이므로 종로구 소유임이 공적으로 입증되어 있는 상황이며, 현재 서울시에서 조합의 허가를 받아 사용권을 획득한만큼 서울시의 소유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박기재 의원(중구2·더불어민주당)은 “이 사태는 서울시가 깡패짓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면서 “서울시 공원부지를 자치구와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문화부지로 바꾸고, 서울시 땅이라고 하는 이치가 상식적인가”라며 반문했다. 문병훈 의원(서초3·더불어민주당)은 “향후 이 부지가 서울시 것인지 종로구 것인지에 따라 현재까지 진행해 온 행정절차가 불법적인 상황으로 놓일 수도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 역점사업을 급히 마무리하려다 보니 급체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에서 수행한 돈의문 박물관마을 조성 사업은 당초 226억원이 계획됐으나 최종적으로 374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대행사업자인 SH공사가 임대수익으로 보전하려던 공사비는 2019년부터 문화본부가 운영을 맡으면서 사업비 회수의 빨간 불이 켜졌다. 이마저도 동 부지가 ‘서울시 소유’라는 대전제를 갖고 시작한 사업이므로 향후 종로구의 토지 소유권이 분명해질 경우, 전체 사업비는 1천억원을 상회하게 된다. 서울시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SH공사에 대한 사업비 정산을 조기에 종료하기 위해 예산 편성을 위한 행정절차를 부랴부랴 밟기 시작했고, 지난 9월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심사받았으나 안건이 삭제되어 의결됐다. 최영주 의원(강남3·더불어민주당)은 “현재 행정절차를 살펴보면, 미숙한 것 투성”이라며, “SH공사를 방패막이 삼아 사업을 추진해놓고, 임대수익으로 사업비 회수가 어려우니 이제 사업비 정산을 해주려고 이제야 부랴부랴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 못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표했고, 김인호 의원(동대문3·더불어민주당)은 “모든 것이 시장 역점사업이라면서 무조건반사 행태를 보인 것부터가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며, “시의회 예산 의결권을 이렇게 심하게 훼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또 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과 경희궁 입구에 위치한 경찰박물관이 2020년 12월 이전 할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 서울시 문화본부가 ‘근대개항기시민사체험관’을 짓겠다고 나선 것. 오한아 의원(노원1·더불어민주당)은 “경찰박물관에 ‘체험관’ 콘텐츠를 결정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검토를 피해가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된 것이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계획서가 수립되었다”며, “예산사용, 행정절차 모두 편법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김태형 도시공간개선단장은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에게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의 무소불위 행태에 대한 문제도 따갑게 질타를 받았다. 도시건축비엔날레, 수직정원 조성 등 많은 사업들을 문화본부가 운영 주체인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기획하면서 정작 문화본부의 의견은 배제한 채 사업을 시행하는데 대한 문제들이 제기된 것이다. 김호진 의원(서대문2·더불어민주당)은 “도시공간개선단이 기획한 돈의문 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조성사업은 설계가 끝난 다음에서야 문화본부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며, “근현대사 100년, 기억의 저장소라는 돈의문 박물관마을 콘셉트와 수직정원 조성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고, 김춘례 의원(성북1·더불어민주당)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도시공간개선단과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수행하는 사업임에도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사용하는 결정은 단 3차례의 협조공문을 보낸 것 뿐”이라며, “돈의문 박물관마을이 도시공간개선단 것인지, 문화본부의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크게 질타했다. 노승재 의원(송파1·더불어민주당)은 “도시공간개선단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좋으나, 사업 운영을 넘겼으면 행정적인 협의가 필수”라고 꼬집었고, 황규복 의원(구로3·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 문화시설의 조성과 건립은 문화본부 문화시설추진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공간개선단이 자꾸 무언가를 만들어내 문화본부에 이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적어도 문화분야 전문가 집단인 문화본부와 상의해 서울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하는데 불편없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도시공간개선단이 해야 할 진짜 업무”라고 질책했다. 김소영 의원(비례·바른미래당)은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환경도 서울시민에게 전혀 친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주차장 하나 지어지지 않은 공간에 가족단위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이 공간을 찾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경만선 의원(강서3·더불어민주당)은 “도시재생도 결국 서울시민들에게 사회적 편익이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데, 문화영향평가 하나 시행해보지 않고 이곳을 사업대상지로 선정한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안광석 의원(강북4·더불어민주당)은 “종로구청도 서울시가 토지사용권을 가져가는 것에 묵인해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이제야 수습하는 형태를 보이는 것도 옳지 않다”며, “관(官)과 관(官)이 이견을 보이는 것은 시민들도 바라지 않는 행태이니, 향후 원만히 협의해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숙제를 안겼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서울시의 토지사용권이 종료되는 2024년 이후, 동 부지가 종로구 소유로 확정되고 나면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임대료가 발생할 것이 예견되어 사업의 계속 추진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창원 위원장(도봉3·더불어민주당)은 “현재까지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쓰여진 예산이 374억이다. 해마다 운영비는 25억이 쓰이고 있고, 경찰박물관 개축에 100억원이 예정돼 있다. 토지소유권에 따라 2024년부터는 몇백억이 더 소요될지 모르는데, 서울시는 2017년부터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서울시민들이 혈세가 이렇게 쓰이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을지 참으로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에 하자가 없도록 어디서부터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할지 고민해보기 바란다”고 해결을 촉구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은 21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심의를 예정해두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600년 전 찬란했던 가야… 고대 동아시아 테크노밸리 입증”

    “1600년 전 찬란했던 가야… 고대 동아시아 테크노밸리 입증”

    22개국 연맹·연합으로 존재했던 ‘가야’ 독립성 유지하며 삼국과 600여년 공존 막연하게 보존만 강요하는 문화재 한계 도시에 활력 불어 넣을 수 있게 활용해야“1600여년 전 22개국이 연맹 혹은 연합 상태로 실존했던 가야는 이웃 백제, 신라가 힘으로 이합집산했던 것과 달리 각기 독립적인 상태에서 상호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력했습니다. 앞으로 가야문화사가 복원되면 영호남의 구분과 장벽은 말끔히 사라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경북도·경남도·전북도·가야문화권지역발전시장군수협의회 주최, 문화재청 후원, 서울신문사·국립중앙박물관 주관으로 열린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및 영호남 화합을 위한 포럼’ 행사가 열렸다. 포럼의 첫 기조발표자로 나선 곽용환(경북 고령군수) 가야문화권지역발전시장군수협의회 의장은 “가야 연맹은 600여년이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삼국과 어깨를 겨뤘고 평화롭게 공존했다”고 가야의 정체성을 화두로 던지며 이같이 밝혔다. ●가야금 본향 고령, 세계 현악기 도시들과 교류 곽 의장은 “그러나 통일신라와 고려 이후에 고착된 ‘삼국시대’ 논리로 인해 가야사가 역사 속에서 외면받아왔다”면서 “가야는 공존의 영역이 한반도에만 국한하지 않고 일본과 중국에까지 미쳤으며, 찬란한 문화·유적 발굴로 가야가 고대 동아시아의 테크노밸리였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 전환 방안도 제시했다. 곽 의장은 “지금까지 문화재는 막연히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했으나 최근 들어 국민들이 문화재를 활용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역사적 특성과 함께 다양하고 풍부한 도시환경을 만들어 문화재가 있는 도시에 활력이 넘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곽 의장은 가야문화의 세계화 노력도 소개했다. “악성 우륵의 고장이자 가야금의 본향인 고령군은 바이올린 도시 이탈리아 크레모나를 비롯한 일본, 중국, 스페인의 대표적인 현악기 도시들과 교류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물 발굴·도시계획 조정 등 관련법 제정해야 채미옥 대구대 초빙교수는 ‘가야문화권의 조사, 정비방안과 지역 개발 방법’ 주제 발표에서 가야의 역사성 규명과 체계적인 활용 틀을 만드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5개 광역시도, 46개 시군구에 걸친 가야문화권 개발이 지자체 간 과열 경쟁과 졸속 발굴, 역사적 실체 규명보다는 지역활성화라는 미명하에 문화유산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주관 부서 논란도, 부처 간 주도권 문제가 아닌 개발과 보전의 사전적 갈등관리체계 구축 및 각 전문 부처의 상호 협업 체계 차원에서 조명돼야 한다”고 했다. 또 “장단기적으로 유물 발굴이 필요한 지역의 도시계획이나 개발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다가서기까지 1600년을 기다려 준 소중한 가야문화 유산이라는 타임캡슐을 절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화·자연 등 아우른 관광 공동사업 필요 김태영 경남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영호남 상생협력 추진 현황 및 전략 과제’ 주제 발표에서 영호남 통합 협의체 구축의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영호남의 상생발전을 위해 제각각 운영 중인 가야문화권시장군수협의회, 남해안상생발전협의회,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 가야고분군세계유산등재추진단 등의 협의체를 ‘영호남상생협의회’(가칭)로 통합하는 더 강력한 협의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해안과 지리산권, 가야문화권, 전라천년문화권에 추진 중인 9개 부분별 사업을 남해안권, 영호남내륙권, 다도해권으로 통합하는 영호남 초광역 계획 수립 및 부분별 협력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야역사문화유산의 지역연계통합관광 활성화 방향’ 주제발표에서 “영호남 가야문화권의 화합은 결국 공동 사업을 통해 가능하다”면서 “기념품의 통합 개발과 마케팅, 통합관광 패스라인 구축, 가야역사유적 방문의 해 개최, 단체 관광객 유치 및 연계 지원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또 “문화. 커뮤니티, 자연, 기술과의 ‘융합’ 사업으로 산간지역 가야유적과 예술(대중문화)을 연계하고, 백두대간 자연환경을 활용한 가야 스테이, 생태 음식 및 건강 음식 공동 개발 및 마케팅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그러면서 “전북은 그동안 가야문화권에 속하면서도 소외돼왔다”면서 “또다시 경상도 지역에 집중될 경우 전북은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며 전북 가야는 가야사에서 영원히 소외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문화마당] 마음의 월동준비/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마음의 월동준비/김이설 소설가

    올해의 첫눈 소식이 있었다. 일기예보에서는 수능 한파를 우려하고 있다. 어느새 그런 계절이 된 것이다. 첫눈 소식이 있던 날 한지혜 작가의 산문집 ‘참 괜찮은 눈이 온다’를 읽었다. 온라인 서점 소개글에 따르면 ‘가난의 기억이 선명한 유년기,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젊은 시절, 그리고 엄마이자 여성 작가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들과 마주한 세상의 풍경들에 관해 담백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 53편의 산문을 수록’한 책이다. 나는 아파트 키즈로 자랐기 때문에 작가가 성장한 골목길 정서를 모른다. 그러나 내가 20여년간 살았던 저층 아파트 단지가 재개발 지역이 된 경험이 있다. 작가가 말하는 ‘철거’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 ‘빈집이 부수어 나갔다’라는 문장은 베란다 창문과 현관문에 빨간색 X자가 그어지고 단지 곳곳에 산처럼 쌓이던 쓰레기 더미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작가에게 아버지 생의 흔적이자 가족 살림 일지이기도 한 아버지의 가계부가 있듯이 내게는 아버지에게 받아 온 편지가 있다. 작가가 아버지와 둘이서만 맛있다고 먹었다던 칼국수의 기억처럼 내겐 친정엄마의 투병기와 맞물리는 칼국수의 기억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사 원고를 전부 읽는다는 작가의 일화와 내 경우가 겹치고, 작가의 중학생 아이가 내 아이와 또래여서 책 속의 여러 삽화는 마치 내 아이에게 일어난 일과 똑같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산문집을 잘 읽지 못한다. 내가 가진 것이 원체 빈약한 데다 성정이 곱지 못한 탓이다. 고상한 취향이나 우아한 예술관, 남다른 여행관, 독특한 인생관 같은 게 없다 보니 주로 그런 것들이 골자인 산문을 잘 읽어 내지 못했다. 으레 산문집의 저자들은 독특한 심미안으로 인생을 향유했고, 그런 삶을 훔쳐 볼 때마다 나의 조악한 일상이나 밋밋한 인생이 괜히 부끄러웠던 것이다. 때론 그들의 넘치도록 튀는 감각이 부러웠고, 그들이 누리는 삶의 양태가 내 쩨쩨한 일상과는 너무 달라 억울하기조차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지난여름 나는 한 출판사로부터 산문집 출간 제의를 받았다. 작가가 직접 말하는 자신의 소설과 소설 쓰기, 여성 작가로 살면서 겪는 삶의 단상 정도를 소소하게 엮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근래 올해 마지막 단편소설을 마감한 나는 얼마 전부터 산문집에 실을 짧은 글을 한 편씩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선 덜컥 겁이 났다. 아무래도 산문집 계약을 보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야 간단하다.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산문집이 있는데, 내 아무리 욕심을 내지 않는 글을 쓴다 한들 이 책보다 더 담백할 자신이 없다. 내 아무리 욕심을 내도 이 책보다 더 깊은 혜안을 담은 산문을 쓸 재간도 없다. 애초에 21년차 중견 소설가이자 여러 매체에 수려한 글을 써 오던 유명한 칼럼니스트와 나를 비교한 것이 큰 잘못이다. 나의 건방이 너무 심했다. 좋은 산문은 계절과 무관하게 사랑받을 것임이 자명하지만, 이 책만큼은 어느 계절에 읽어도 당신의 차가운 마음을 다독여 줄 책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 그러니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이 문장으로 마음의 월동준비를 하시길 권한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위로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더이상 위로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대신 하루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았다. 그러고 나니 홀연히 그 시절이 지나갔다. 지난 다음에 생각해 보니 사실 그렇게 나쁜 시절도 아니었다. 열 길 물속보다 깊은 게 한 길 사람 속이고, 그중 가장 알 수 없는 게 자신의 마음이겠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지도 희망도 보인다. 깨닫는 대로 걸으면 그게 운명이고 미래가 될 것이다. 신년운세? 다 필요 없다. 내 마음이 토정비결이다.’
  • 전남도, 2018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 전국 최하위

    전남도, 2018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 전국 최하위

    전남도민들의 2018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 전국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평균 81.5%에 밑도는 63.1%에 그쳤다. 강정희(여수) 전남도의원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전남도민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63.1%로 전국 17개시·도 중 꼴찌를 보였다. 전남 도민 100명 중 63명만이 영화나 공연 등을 1년에 한 번이라도 본다는 의미다. 2016년 조사 때 52.7%보다는 11% 정도 상승했지만 전국 평균 81.5%보다 17.4% 낮은 수치다. 최근 열린 전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강 의원은 “도서지역과 읍면지역이 많아 문화기반시설부족과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많은 특성도 있지만 지역에 맞는 정책이 부족하다”고 질책했다. 강 의원은 “문화기반시설 조성 예산증액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전남은 장애인이 14만여명이고, 노인인구 전체 인구대비 22%나 된다”며 “열린 관광지로 등록된 섬진강 기차마을, 순천만국가정원 등에 장애인·노인 등이 불편 없이 관광할 수 있는 전남도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지난 5월 장애인과 임산부 등 관광약자가 관광자원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물리적 환경조성을 위한 ‘전라남도 무장애 관광 환경조성 및 지원 조례’를 대표발의해 전부 개정한 바 있다. 이와관련 도 관계자는 “무장애 관광에 관한 실태조사를 완료했다”며 “내년부터 표지판, 관광지진입로 등 정비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밝은 내일이 있는 한국 영화를 위해/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월요 정책마당] 밝은 내일이 있는 한국 영화를 위해/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1919년 10월 27일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단성사에서 ‘의리적 구토’(김도산 감독)가 개봉하면서 한국 영화의 첫발을 디뎠다. 연쇄극(연극 중 활동사진을 이용한 영상을 상영하는 극)에서 시작한 한국 영화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던 시절을 지나 국민 한 사람이 극장에서 1년에 4편 이상 영화를 볼 정도로 ‘영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변모해 왔다. ‘2018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문화예술관람 활동 중 ‘영화 관람’(68.5%)을 가장 많이 즐긴다. 한국 영화 시장 규모는 2조원을 상회하고 관객수는 2013년 이후 꾸준히 2억명을 넘기고 있다. 올해는 한국 영화가 처음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영화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곳곳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창작자들이 새롭고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하고 둘째는 공정한 산업 체질을 기초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하며 셋째는 국민이 일상에서 더 쉽게 영화를 즐기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는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난 14일 ‘한국영화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에 관한 해법을 담았다. 최우선 과제는 ‘다양한 한국 영화 만들기’와 ‘창작자 보호’다. 다양성이 축소된다는 건 결국 “만들어지는 영화는 많지만 볼만한 영화는 없다”는 불만을 부를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중소 규모 영화의 투자 기반을 늘리고 독립·예술영화의 활발한 유통을 지원해 관객들이 참신하고 다양한 영화를 더 많이,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동안 영화에 대한 부분적 투자만 해 왔던 영화발전기금은 앞으로 중소 영화를 대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영화 제작사가 대형 투자회사의 지나친 제작 관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스크린 독점 등으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기 어려웠던 독립·예술영화도 정부 지원으로 온라인 개봉·상영이 활발해지게 되면 관객과의 접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과제는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스크린 독과점을 포함한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고 근로환경을 개선해 ‘계속해서 일하고 싶은’ 영화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 영화가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전략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 영화산업은 극장 시장 매출이 산업 전체 매출의 약 4분의3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내수 시장’과 ‘극장 시장’에 치우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한국 영화 주요 수출 지역인 아시아와의 상호 교류를 확대하고 온라인 영상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오는 11월에는 아세안 10개국의 영화 관계자들이 한국과 아세안의 영화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부산을 찾는다. 마지막 과제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 일상 속 영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것이다. 국민 다수가 영화 관람을 일상적으로 즐기고 있지만, 그 기회의 격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더 많은 국민이 보다 쉽게 영화를 접하도록 다각도로 고민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한국형 동시관람 시스템’을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고 ‘우리 동네 소극장’(지역 공동체 상영)과 ‘찾아가는 영화관’을 통해 지역 주민이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확대한다. 한국 영화사 100년을 맞은 2019년 10월,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북미 지역에서 놀라운 흥행 소식을 들려 주고 있다. 독립영화 ‘벌새’(김보라 감독)도 국내외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을 전해온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에는 지금보다 더 큰 도약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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